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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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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익명 (미확인) | 수, 2016/02/24- 11:10

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에 애플이 미국 샌버나디노 지역 총기살해범의 아이폰에 대한 FBI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보통 영장은 범죄 발생 및 연관의 개연성이 있으면 발부되는데 이 사건은 이미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IS와의 연관성도 밝혀져 이 아이폰에는 앞으로의 미국 내 테러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정보 다수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당연히 협조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거부하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 정보를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FBI가 합법적인 암호 풀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정도의 협조 명령인데도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만 소송에나 가야 해결될 판국이다. 미국은 9·11을 거치며 테러방지법에 해당하는 애국자법(PATRIOT)을 통과시켰음에도 인권과 테러방지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다른 나라들도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은 외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첫째 대외 정보 수사기관인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이고, 둘째 대테러수사에 대한 인권보호 규제들을 위험한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은 국정원 산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신설하고 이 센터가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테러’는 정의상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인도 항상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원이 원활하게 국가안보를 지키는 대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비밀성과 예산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비밀성과 예산이 국민을 상대로 남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CIA도 대외정보 수집만을 하도록 돼있고 애국자법이 이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부시정부가 임의로 달라졌다고 해석했다가 2015년 위헌판정을 받았다.) 샌버나디노 수사도 예산과 통제가 불투명한 CIA가 아닌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진행하고 있다.

또 애국자법이 프리즘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 역시 영장주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서 인권보호 절차들이 쉽사리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위헌판정을 받은 무작위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도 형식적으로 외국첩보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은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긴급을 요할 때에는 전화 또는 전산망을 통해 약식으로 설명하고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절차 등을 밟아 정보수집 및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 뜻은 불분명하지만 현행 통비법의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테러방지법에서 다시 ‘긴급하면 전화로 설명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테러방지법에 끼워서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업체들에도 모두 적용한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한 법률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감청설비의무는 도로 위 아래의 전봇대 터널 등의 국가기간시설을 직접 이용하고 있는 망사업자들에 반대급부로 부과될 뿐이다. 다양한 통신 SW를 개발해 그 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업체들에는 그런 의무를 부과할 헌법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학교, 교회, 동창회 등에 홈피를 운영한다고 해서 국가감청요원이 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인터넷 업체들에 감청설비의무란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암호화 통신을 무력화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에 복호화키를 주거나 사업자들이 복호화해서 내용을 넘겨주는 수밖에 없는데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 후자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애플과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공방 자체가 나올 수 없게 돼있다.

 

* 위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2.22.)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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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공개를 허하라

법원의 판결문 공개 상황은 처참하다. 전체 판결문의 0.5%만이 임의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전체를 읽을 수 있다. 법원 도서관에서 판결문을 볼 수 있는 컴퓨터는 단 4대뿐이다.

글 | 박경신 (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과는 무엇인가? 사과의 정체성은 다른 것과의 차이에서 현출된다. 사과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사과성’이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관계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교육도 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내가 교수로 강의하는 것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를 교수로 보고 들어주는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내가 대리할 의뢰인이 필요하다. 내가 한국인이 된 것은 한국인이라는 어떤 특질이 내 안에 있어서가 아니다.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집단을 형성해 한국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그리된 것이다.

여기서 관계란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내가 특정 관계에 있다는 것은 내 개인정보이지만 그 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보를 그렇게 공유하는 것이 자연 상태다. 우리는 비밀리에 태어날 수도 비밀리에 살아갈 수도 없다. 내가 누군가를 때리면 폭행의 피해자가 생기고 피해자의 가족이 알게 되고 경찰이 알게 된다. ‘내가 상대를 폭행했다’는 정보를 숨기고 싶어도 상대는 그것을 알리고 싶을 수 있다. 프라이버시는 인격의 자연 상태가 아니라 정보 공유의 상태에서 자신을 숨길 자유를 말한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자유이다. 그렇다면 정보 공유의 자유, 즉 모든 정보 공유는 정보의 전달로 이루어지고 정보의 전달은 표현이므로 프라이버시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 공유를 통한 해방과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망각하고 프라이버시를 자연 상태로, 그 자연을 보호하는 게 프라이버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법원이다.

현재 법원의 판결문 공개 상황은 처참하다. 전체 판결문의 0.5%만이 임의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전체를 읽을 수 있게 공개된다. 물론 법원 도서관에 가면 판결문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5000만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그 컴퓨터는 단 4대뿐이다. 각 법원 홈페이지를 통한 검색? 지면이 아까워 더 말하지 않겠지만 전국 법원 85개를 일일이 따로 검색해야 한다거나 검색 결과 1개를 열어볼 때마다 1000원씩 내야 한다는 점만 알려주겠다.

법원은 판결문을 더 공개할 마음이 없다. ‘판결문에는 성폭행 피해자가 어떻게 성폭행당했는지 자세한 묘사가 있다’ ‘판결문에는 회사의 내부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따위 이유를 대는데 이런 것들은 현행법상 영업비밀 또는 사생활의 비밀을 근거로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니지만 당사자나 관계자의 삶 속에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생활이 드러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칼을 ‘부산상회’에서 샀다고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다고 하자. 부산상회 주인은 자신이 살인범에게 칼을 팔았다는 개인정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일반에 공개되는 상황에 처한다.


판결문이 공개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개인정보가 그런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할까? 누구에게 칼을 파는 것이 은밀한 일도 아니고 명예를 훼손당할 일도 아니다. 물론 개인정보는 그런 위험까지 미리 예방하기 위해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를 ‘소유’한 것으로 간주하는 디폴트(default) 규칙을 만들자고 나온 개념이긴 하다. 그건 디폴트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판결문이 공개되어야 할 정치·경제·인권적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못을 하고 용서를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재판도 그런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의 정보가 그 사람의 동의 없이 들어 있다고 해서 판결문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언론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관계를 통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모든 자유를 인정해주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수적인 형태의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이다.

 

* 위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03.06.)

수, 2018/03/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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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입장

 

보건의료 영역에서 빅데이터는 공중보건, 공익적 연구, 임상 치료 영역에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그 가능성은 공공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활용을 전제로 예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성과가 공공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 발전 영역조차도 데이터 및 기술 자체의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의 효과, 효용 등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효과, 효용 등이 불확실한 것에 견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개인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과 윤리적·사회적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한 건강불평등의 가능성은 보다 현실적이다. 여러 우려 목소리를 수렴해 최근 복지부가 ‘시범’ 사업으로 제한하고, 공공 기관이 수집한 정보로만 제한하겠다고 내놓은 수정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역시 개인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고, 현재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학술 연구 및 공공정책의 개발을 위해 개인 건강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은 개인의 정보인권이 침해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공익적인 효과 및 위험성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통해 거버넌스 체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 및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법제도 정비

개인정보 관련 법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을 경우,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의 활용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를 갖기 힘들다. 특히, 개인 건강정보는 가장 민감한 정보의 하나로서 유출되거나 오용될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보건의료 법제는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은 수십 종의 개인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수십억 명의 개인정보를 준영구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 수집된 개인정보 범위의 적절성, 보유기간 등에 대한 법적 규율은 미비한 상황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이전에 개인정보 보호원칙(목적적합성, 최소수집 등)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관련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연구 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제18조 2항 4호에서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의 해석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으며 학술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의 안전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공익 목적의 아카이브, 학술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개인정보의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 및 권한을 강화하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개인정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산업 진흥의 역할도 수행하거나 독립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합당한 권한을 가진 독립적 감독기구가 존재할 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보주체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 사회적 공론화 과정, 시범적 데이터의 제공 및 평가 등 시범사업의 추진은 법제 정비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운영은 관련 법제가 정비된 이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의 불법적 활용이라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하여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연계 처리한 업체 및 공공기관이 고발된 바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연구 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일반적 규정 외에도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한 별도의 규율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데이터의 보호 및 활용의 원칙, 연구 제안서의 심사 등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나 절차가 법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제 정비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적 절차, 공청회, 토론회,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대화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숙고를 거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여부 및 조건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2.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 구축

관련 법제와 더불어 개인정보의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위한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 체제는 관련 법제 및 세부 지침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 연구 제안서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 건강정보의 수집 목적 외 활용을 허용하더라도, 해당 연구의 공익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일정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학술 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가명(혹은 익명)화된 개인 건강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개별 사례에서 어떠한 연구가 이에 해당하는지 법에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특정한 연구 프로젝트를 심의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연구평가위원회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연구평가위원회는 해당 연구의 학술적 가치, 해당 연구가 개인정보에 미치는 영향,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신뢰성, 연구 제안서의 완성도 등의 기준에 입각하여 허용 여부를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평가위원회에는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위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해당 연구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 결과물은 공개되어야 한다.

연구평가위원회는 단지 데이터 제공의 허용 여부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제공의 필요성 및 그 범위도 평가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학술 목적으로 개인정보 제공할 때에도 가능하다면 정보주체의 동의에 기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제공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가명화 조치를 포함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익명화된 형태로도 연구가 가능하다면 익명처리하여 활용해야 한다. 즉, 연구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이 제공되어야 한다.

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가 전 과정에서 구비되어야 한다.

책임성 있는 연구기관 및 연구자에게만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은 개인정보 및 보안 요구조건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훈련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침해 시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연구자와 계약이나 이용약관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 상충(Conflict of Interest)”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책임 연구원 포함 모든 공동 연구원에게 “Disclosure statement”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연구를 허가받더라도 데이터셋 자체를 다운로드 받거나 파일로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 보안을 위한 설비가 구축된 안전시설(“safe havens”)에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며, 이용 기록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데이터 유출 및 목적 외 사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데이터 보유기관, 안전시설 등에서의 데이터 보관 및 전송 과정의 보안을 위한 기술적, 물리적, 관리적 보안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러한 안전시설은 데이터 보안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도구의 제공이나 컨설팅 등 연구 지원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 결과물을 안전시설에서 갖고 나가기 이전에 연구 결과물이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를 포함하거나 노출할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 데이터 연계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통합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으며, 단지 각 데이터 보유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연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 연계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Thired Party, TTP) 모델”과 같이 데이터 보유기관, 연계기관, 제공기관, 연구자 등이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데이터 연계를 위한 연계키로서 비록 암호화된 형태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미 현행 법제는 주민등록번호를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의2) 궁극적으로 주민등록번호는 번호 체계도 변경되어야 하고 수집 및 처리의 범위도 제한되어야 하는 바, 보건의료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유엔 <통계 및 관련 연구 목적을 위해 수행되는 데이터 통합의 기밀성 관련 원칙과 가이드라인>(여기서 통합은 연계와 유사한 의미이다)에서는 명확한 법적 보호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국가통계기구는 자연인 및 법인과 관련된 데이터 통합을 하지 말 것,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하다면, 데이터 제공자의 동의를 얻을 것, 목적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만이 승인된 데이터 통합 작업을 위한 데이터셋에 포함되어야 함 등을 데이터 연계와 관련된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다.

라. 정보주체의 거부권

연구 목적의 제공시 정보주체의 동의권이나 열람권 등이 제한될 수 있으나, 자신의 개인정보가 애초 수집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애초에 거부권(Opt-out)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관은 보유 정보가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하고, 정보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개인은 연구 목적 제공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마. 거버넌스 기구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감독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의 정책, 원칙 등을 결정할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연구평가위원회와 별개로 구성될 수도 있고, 통합될 수도 있다.) 이 거버넌스 기구는 시민사회, 노동단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 주체로 구성될 수 있다.

거버넌스 기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며, 정책 및 운영원칙의 수립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수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3. 투명성과 시민참여

투명성과 시민참여는 사회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관련 법제의 정비에서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목적, 범위, 내용, 방법, 절차, 거버넌스 체제 등 전반에 걸쳐 정보주체인 시민과 환자,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관련 정책, 지침, 가이드라인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제안서에 대한 심의, 채택, 결과물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항상적으로 모니터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실효성 및 개선점을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4. 시범사업의 신중한 추진

시범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이 추진되는 것인만큼, 위험성이 적고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부분부터 가능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본 사업의 추진 여부 혹은 미비점 보완을 진행해야 한다.

가. 제공되는 데이터셋의 제한

시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는 다양한 목적으로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기왕에 수집, 보관하고 있는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셋에 한정해야 한다. 이 데이터셋 중에서도 개인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데이터셋은 제외한다.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집,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보관되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인터넷·SNS 등을 통해 수집 가능한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 등의 활용 등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서 전자의무기록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기기 등을 통해 수집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여 연구를 수행하려 하는 경우, 모바일 기기·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려는 경우, SNS 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할 경우 등 민간 영역의 데이터셋의 활용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서 제외한다.

나. 연구 목적의 제한

시범사업에서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사회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로 한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중보건’이라 함은 국민 다수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서, 건강 수준(유병률, 장애율 등), 건강 결정 요인, 보건의료 요구, 보건의료 자원 할당, 보편적 의료 보장의 제공, 보건의료 재정, 사망원인 등을 말한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연구라 할지라도 사회정책적 목표가 불확실한 연구나, 보건의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연구의 결과가 특정 사업주, 보험회사, 제약회사 등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명백한 연구, 시장분석이나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연구는 제외한다.

2018년 3월 28일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오픈넷, 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8/03/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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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수사 남용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한다

시대적 요청에 역행하는 대법원은 반성해야

 

6 28일 헌법재판소는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 수사 남용의 근거가 되어 왔던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2020. 3. 31.까지 개정할 것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수사 남용 관행에 제동을 건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크게 환영하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최근 대법원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서 제출명령 재항고 기각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통사 등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기지국이나 휴대폰의 실시간 위치추적자료 등을 포함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헌재는 동 조항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① 수사기관은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해 특정 시간대 정보주체의 위치 및 이동상황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는 점, ② 그럼에도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을 허용하여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요청과 관련하여서는 실시간 위치추적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추적의 경우 보충성 요건을 추가하거나, 대상범죄의 경중에 따라 보충성 요건을 차등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하는 점, ④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수사의 필요성만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어 절차적 통제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인 점등을 들었다.

헌재는 또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의 통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제13조의3에 대해서도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밖의 경우에 그 제공사유가 통지되지 아니하며, 수사목적을 달성한 이후 해당 자료가 파기되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정보주체로서는 위치정보 추적자료와 관련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 3. 31.까지 개정을 명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넷은 감청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에 대한 당사자 통지가 기소 이후 시점 등으로 지연되는 현행 조항을 개정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에 해당됨을 명확히 한 부분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이동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때 당연히 발생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과거에는 통신내용보다는 덜 민감한 정보로 상대적으로 보호를 적게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 왔다. 하지만 정보통신사회에서 실시간 위치정보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제3자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수집·보관·처리·이용되고 있으며 다른 정보와의 결합 및 분석을 통해 한 개인을 프로파일링하고 통신내용에서 보다 더 많은 사실들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현실에서 비내용적 통신정보에 대한 보호 강화는 시대적 요청이었다.

이러한 헌재의 입장과 달리 622일 대법원은 오픈넷이 영장 없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수사기관을 상대로 진행중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를 제출하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취소하는 재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법률상 법원의 통제절차나 통지 조항이 아예 없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제도보다 훨씬 위헌적이다.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왜 제공되었는지 알 길이 전혀 없는 것이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는 KT 이용자에게 KT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은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국가의 무분별한 통신수사 남용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이번 결정이 통신수사 관련 법제 개선 의무를 지고 있는 국회의 조속한 입법 노력을 이끌어내고 현재 진행중인 통신수사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올바른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018 7 3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오픈넷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8/07/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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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 Protection and the Limits of Censorship

Jeremy Malcolm, Executive Director of Prostasia Foundation

 

* 원문 링크: https://medium.com/prostasia-foundation/child-protection-and-the-limits-of-censorship-a70f37389cb8

목, 2018/07/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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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무력화하는 규제샌드박스 반대한다

개인정보 보호  통째로 배제하는 광범위한 특례도입 위험해

개인정보 보호법제 일원화, 개인정보 감독기구 권한 강화해야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규제혁신 5법(행정규제기본법 개정, 금융혁신지원법 제정, 산업융합촉진법 개정, 정보통신융합법 개정, 지역특구법 개정)의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에 양보할 기미도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한데, 최근 문재인 정부가 규제 완화만이 경제 발전의 메시아인 것처럼 외쳐대는 상황이, 우리가 다시 박근혜 정부로 회귀한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이다.

 

시민사회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에 이의가 없다. 모든 규제는 나름의 공공적 목적을 위해 도입됐다. 그것이 시대에 뒤처져 불필요해지거나 공공의 이익을 저해한다면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는 묻지 마 규제 완화는 사회적 갈등과 공공성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 이어 묻지 마 규제 완화의 늪에 빠진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규제혁신 5법은 개별법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을 특례법 형태로 무력화시킴으로써 법의 원칙과 법제 간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 등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함으로써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도 더 이상 특정 개인 또는 개인의 위치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관련 개인정보 보호법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정 검증기관으로부터 해당 조치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익명 조치인지 가명 조치인지 모호한데, 어느 정도의 조치인가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지정 검증기관의 검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검증기관이 해당 조치가 적정하다고 결정하면 해당 업체는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실상 폐기처분 된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이는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데이터 결합까지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법제화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특히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자체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이 개정안은 혁신금융사업자에게 특례를 인정하는 금융관련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금융관련법령에 개인정보보호법도 포함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심사할 때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및 처리 등 금융소비자 보호 및 위험 관리’를 언급하고 있지만,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및 처리를 위한 법이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점에서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제의 적용을 배제하는 광범위한 특례법 도입은 개인정보보호를 근본부터 흔드는 입법이다. 규제 샌드박스법에서 특례를 인정하겠다는 사업이나 서비스들은 그 개념이나 범주가 매우 모호하다. 임시허가나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위원회도 결국 소관부처가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립된 심사위원회로 기능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 법들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이 대부분의 신규사업이나 서비스를 규제샌드박스 5법에 산재된 각종 임시허가나 규제특례를 통해 수행하려 할 것이고 일반적인 개인정보규제는 무력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개념과 활용 범위와 조건, 법령 정비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법률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예외를 조급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인정보 관련법령의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우회하는 각종 특별법을 양산하면, 안 그래도 비효율적인 개인정보법제와 감독체계는 더욱 혼선을 빚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령공백, 법령불합리, 법령불허 등의 경우’ 임시허가나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령의 공백이나 불합리는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조속한 개인정보 보호법제 정비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며, 개인정보보호법이 불허하는 것은 신기술이나 신산업에도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규제혁신 5법의 제정 필요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은 모두 개인정보의 활용과 밀접히 연관된 산업부문이며,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활성화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실효성있는 집행을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제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는 몇 개월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일원화를 오히려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로는 신산업 활성화를 외치지만, 자기 부처의 밥그릇 지키기에 매몰되고 있다. 빅데이터 활성화에 앞장서온 방송통신위원회와 개인 신용정보의 유통 활성화에만 골몰하는 금융위원회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이런 기관들이 감독기구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정비와 감독기구 일원화는 뒷전인 상황에서, 규제혁신 5법에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하여 국민은 현재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권력기관 개혁, 사법 개혁은 지지부진한 채, 규제 완화를 외치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라가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의 염원을 담아 탄생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규제혁신 5법과 같은 꼼수가 아니라 정도를 밟아가기 바란다.

 

2018년 8월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한국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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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08/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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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역행하는 국내 서버 설치 의무 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모든 트래픽의 감시와 검열을 조장하는

변재일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최근 더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본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자에게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는 등 기술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반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서버 설치 의무법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데이터 현지화 또는 국지화(data localization) 제도와 유사하면서도 더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트래픽 현지화’ 제도를 창조하는 것으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변재일 의원은 제안이유로 “망 사용료 분담과 관련된 분쟁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이용자의 콘텐츠에 대한 접속 경로를 변경하여 이용자들이 서비스 속도 저하 등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의 역차별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게 해서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사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과징금을 부과한 페이스북 접속 경로 임의변경 건인데, 그 대응책으로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글로벌 CP(콘텐츠 사업자, Content Providers)들에게 무조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야만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로써 역차별 해소는커녕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만 추가적 부담을 안겨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정안의 더 큰 문제는 데이터 현지화의 도입이다. 데이터 현지화는 글로벌 IT 기업에게 개인정보의 보관·처리를 위한 서버를 반드시 자국 내에 설치하도록, 즉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현지화는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온라인에 디지털 장벽을 세워 자유와 개방의 인터넷을 조각내고 파편화시켜버린다.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감청 사태 때처럼 현지 정부와 기업의 감시와 검열로부터 사이버 망명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게 된다.

데이터 현지화는 아주 극소수의 공산주의 국가나 동남아의 일부 국가가 도입한 제도이다. 중국이 소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인터넷상 국경을 유지하고 있던 유일한 국가였고, 2017년부터는 네트워크 안전법을 시행해 중국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현지 서버에 저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사상 필요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2015년부터 연방법에 의해 러시아 국민의 개인정보를 자국 내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으며(그렇다고 국외 보관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제한적인 서버 설치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정도이다. EU GDPR상의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 제한도 일종의 데이터 현지화라고 하지만, 국내 서버 설치 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본 개정안은 단순한 데이터 현지화에서 나아가 광범위한 트랙픽 현지화를 내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듯 국가안보 등의 목적이나 자국민의 개인정보로 대상을 한정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버를 국내에 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국내 서버에 저장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가에 의한 감시와 검열이 훨씬 쉬워지게 된다. 감시와 검열을 피해 한메일을 쓰다가 지메일로 옮기거나, 카카오톡을 쓰다가 텔레그램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서비스 선택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에 서버를 둘 계획이나 능력이 없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한국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사업자의 경우도 좀 더 값싼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하게 되고, 스타트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인 우리나라 ISP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약들은 결국 IT 산업의 혁신 저해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국내 서버 설치 의무 법안을, 그것도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이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는 것은 해당 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전문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하겠다. 변재일 의원은 모든 트래픽의 감시와 검열을 조장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

2018년 9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09/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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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개인정보 60억 건 이상 무단 유출, 활용 

참여연대, 개인정보 침해사례 44건 분석 결과 이슈리포트 발표 
반복된 유출, 오남용에 대해 기업의 법적 책임은 매우 불충분
현행 개인정보 정책방향은 개인정보 침해위험과 규모 증가시킬 것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양홍석 변호사)는 오늘(10/1)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주요 개인정보 침해사례 44건을 분석한 이슈리포트 「 그 많은 내 개인정보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 - “2007-2017 개인정보수난사 worst 44” 」를 발표했다.

 

최근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이용과 결합 ·유통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키운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는 안전하게 활용하겠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사회에서 개인정보가 얼마나 소홀히 다뤄져왔는지, 유출이나 오남용에 대한 법적 책임 부과나 사회적 대응은 충분했는지 살펴보고, 정부의 개인정보 정책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이번 이슈리포트를 기획했다.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개인정보 침해사례 44건을 분석한 결과, 60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무단 활용,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침해사례는 개인정보를 대량 보유한 대기업, 특히 통신, 카드, 금융회사에서 빈번히 발생하였다. 침해사례의 유형별로 해킹에 의한 유출 23건, 직원에 의한 유출 9건, 무단사용․판매 9건, 관리 소홀로 인한 노출 3건을 분석하였는데 이중 개인정보 유출규모로는 무단사용판매가 59억 건으로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빅데이터 수요 증가와 기술 발전으로 개인정보 중 식별요소의 일부를 가공한 뒤 정보주체 동의나 법적 근거 없이 대규모로 무단 사용,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법행위는 비영리재단이나 공공기관에서까지 행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약학정보원은 2011년~2014년 국민 의료정보 43억 건을 빅데이터 회사인 IMS헬스에 판매하였고, 국민의 의료정보를 엄격히 보호해야 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7년까지 6400만명 분의 표본데이터셋을 민간보험사 등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개인정보 침해사고에 대한 감독기관의 과태료,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3사(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경우 감독기관의 행정처분은 과태료 600만 원 부과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해킹에 의한 정보유출의 경우, 기업의 배상책임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무단유출 등으로 배상이 인정된다 해도 원고 1인당 10만원 내외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기업은 충분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솜방망이 행정제재와 법원의 소극적 판결은 기업으로 하여금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투자할 유인을 낮춘다는 점에서 결국 반복되는 개인정보 침해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년의 사례를 통해 볼 때, 개인정보의 동의 없는 결합과 집적, 유통을 대폭 확대하는 지금의 정책방향이 지속된다면, 더 많은 개인정보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제재나 권리구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빅데이터의 혜택을 강조하며 개인정보의 수집,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수집하지 않고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단계에서부터 목적구속원칙과 최소수집원칙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의 수집범위나 활용 여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실질화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 및 감독기구 개선 ▷ 권리구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도 도입 및 징벌적 배상제도 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신기술 서비스를 위해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하는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법, 지역특구법이 통과되었고, 개인정보의 동의 없는 활용과 결합을 일반적으로 확대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도 정기국회 때 주요한 쟁점이 될 예정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규제완화의 위험성과 사회적 공론화 부재를 계속 지적하며,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이슈리포트 "그 많은 내 개인정보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 - 2007-2017 개인정보수난사 worst 44 [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8/10/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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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국 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예비역 준장)의 이력서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측에 전해진 직후, 유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이하 연구원)이 특혜성 지원을 받아간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연구원 설립 6개월만에 국방부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억대가 넘는 규모의 연구 용역을 수주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최순실 씨 소유 법인들이 받았던 특혜성 지원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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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가 최 씨에게 이력서를 보낸 건 올해 3월이다. 그리고 연구원은 불과 세 달 뒤인 6월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두 건의 연구 용역을 수주했다. 연구 주제는 각각 ‘해외방산시장 진출전략'(1억 원)과 ‘국방예산의 효율적 운용방안'(3천만 원)이었다.

뉴스타파는 두 연구용역의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봤다. 억대가 넘는 연구비를 받아갈만한 수준의 연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품원이 발주한 연구용역 ‘주요 방산수출 대상국 국방분야 입찰 제도 및 시장진출전략 연구’ 보고서를 검토한 한 안보 관련 연구자는 “수준이 낮은 보고서다. 1억 원짜리 보고서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기관이 해당 연구와 관련해 어떤 차별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연구주제나 범위가 너무 넓어 이른바 ‘백화점’식 보고서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나온 입찰 제도나 국가 현황 같은 것은 간단한 자료조사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1억 원 벌기 참 쉽다’. A 안보 연구자

연구원이 받은 혜택은 사업비만이 아니었다. 12월 1일, 유 씨는 1억원짜리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기품원이 개최하는 ‘세계 방산시장 전망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섰다. 방위사업청과 한화테크윈 등 방산업계의 ‘큰손’들이 발표자로 나서는 자리였다. 이 세미나 발표 이후 연구원의 인지도는 단번에 올라갔다.

연구원은 지난 11월에는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에서 사이버안보 및 정보보호’라는 주제의 학술행사도 주최했다. 지난 9월 국정원이 입법예고한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법'(일명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역설한 것과도 맥을 같이 했다. 사실상 연구원이 박 대통령의 발언과 국정원의 행보에 맞춰 외곽에서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신생 연구기관이 주최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에는 국회와 정부, 학계, 민간기업이 힘을 보탰다. 연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보위원장)를 비롯해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국방사이버전학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2개 기관ㆍ단체가 후원했다.

출처 :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출처 :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이런 모습은 최순실 씨와 관련된 재단 등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대통령이 말을 꺼내고 최순실 관련 단체가 움직이면, 정부ㆍ민간이 앞다퉈 지원에 나섰던 것을 연상케 한다. 최 씨가 관여한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이 설립과정에서부터 정부와 민간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연구원에도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최 씨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 그러나 유현국 씨는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연구원 소속의 개별 연구자들이 연구용역의 경쟁입찰에 참가해 해당 사업을 따냈을 뿐 나는 개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최 씨를 알지 못한다. 유현국 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

최순실 개입 재단들과 유사

12월 21일 한겨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방위사업청 인사에 깊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측근 검사를 방위사업감독관에 임명되도록 힘썼다는 내용이었다. 우 전 수석이 장모 김장자 씨를 통해 최씨와 모종의 관계를 맺어 왔다는 의혹을 생각하면,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안보개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안보전문가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최 씨의 국방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안보위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기도입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간 유지되던 체계적인 결정과정이 무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한명의 개인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른바 ‘분탕질’을 했다면 안보의 관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선실세의 개입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주적은 최순실과 그의 말을 들었던 사람이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


취재 : 오대양, 한상진, 강민수, 김강민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금, 2016/12/2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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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들에 시민들의 신상정보를 요청하여 수집한 국가정보원, 서울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2016. 6. 1.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1심 패소 판결을 2018. 12. 13.에 받았습니다(2016가소5944347).

소장(공유용)

청구원인 요약: 통신자료 제공은 수사기관 등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즉 개인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또한 달리 정보주체에게 사전 또는 사후 통지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아, 정보주체로서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신청하지 않는 한 전혀 알 수 없으며, 제공된 정보에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통신자료 제공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함에 있어서, 수사기관이 그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됨으로 인하여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 등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의해 통신자료가 제공되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되었다면 그 책임은 이를 제공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이를 요청하여 제공받은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이 사건 수사기관 등은 원고들의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함으로써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수사기관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들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판결문(공유용)

판결이유: 원고들은 피고가 수사 대상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하여 제공 요청 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들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위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음

재판 결과에는 오픈넷이 수사기관이 법원에 관련 수사기록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이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행위의 불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오픈넷이나 원고는 어떤 필요에 의해서 통신자료 제공이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피고인 수사기관들이 그 이유를 통신자료제공요청서 등 관련 문서의 제출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하면서 원고가 정보공개법 상의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보공개 신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사유에 해당되어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아래 설명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원고들이 많습니다). 결국 이들 원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선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되는 것입니다.

법원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및 요청사유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의 인용문서도 아니고, 제344조 제2항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서 공개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문서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서제출명령신청서 및 재판부의 결정(2016가소5944347)

고등법원의 즉시항고결정문(2017라52)

대법원에서의 재항고 기록 및 결정문(2018마마5311)

오픈넷은 우선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소송의 피고가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증거의 제출을 명하지 않고 재판과 무관한 법에 의해서 증거를 취득할 것을 주문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해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 포스트에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월, 2019/01/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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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는 사단법인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제기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12. 4. 선고 2017가합401488 공개 청구의 소). 판결의 취지는 이동통신사는 이용자에게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착신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발신내역만 제공해왔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2017년 2월 주식회사 케이티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첨부 소장 참조). KT에서 개인정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서비스를 통해 개인정보 열람 신청을 하자 KT가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KT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의하면 KT는 아래와 표와 같이 매우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에게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 주소, 아이디, 결제정보만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보유여부만 O, X로 표시해서 제공했다.

KT 개인정보처리방침(필수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KT 개인정보처리방침(선택항목) (출처: KT 홈페이지)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 수차례 구체적인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청했으나,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최후의 수단으로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거의 2년에 가까운 지난한 소송의 과정에서 조정 등을 통해 KT는 발신내역(발신전화번호, 통화시각, 사용도수 등), 접속 IP 등 다른 정보는 불완전하나마 제공했으나, 착신내역만은 착신 전화번호가 제3자의 개인정보란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공개 청구 개인정보를 ‘착신내역’으로 한정하는 청구취지 변경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통사는 이용자의 요구가 있을 시 착신 전화번호를 포함한 착신내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넷은 빠른 시일 내에 소송 과정에서 제공된 개인정보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9년 1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 참가자를 찾습니다. (2016.01.18.)

목, 2019/01/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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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1. 국제사이버법연구회가 개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특별세미나’에서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현재까지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가연 변호사는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하여 개정안 중 어떤 안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특별세미나 종합토론문

김가연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1. 총평

제1세션과 제2세션 발제 모두 현재까지 발의된 개인정보의 활용 및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들을 개정안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정보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발제자들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2. 개인정보 활용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

개정안들을 전반적으로 보면 GDPR의 가명정보와 익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하자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정보의 경우에는 非개인정보이며, 가명정보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이지만 가공된 개인정보로서 어느 정도 처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개인적으로는 공감합니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GDPR에 비해 협소해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는데, 특히 “접근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명화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결합정보(추가정보)의 분리 보관을 소홀히 하거나 재식별 금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력하게 사후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여태껏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법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조치가 정부가 제시하는 특정 “기술”을 의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어떤 안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와 제26조에 따르면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수 있고 개인정보처리자는 지체없이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열람 후 개인정보의 정정 및 삭제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종합적이라 할 수 있는 인재근 의원안에도 프로파일링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 개인정보 중심 설계 및 기본 설정(Privacy by Design, Privacy by Default), 개인정보 영향평가의 확대 등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들이 빠져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 개인정보 거버넌스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대한 의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고 기존의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을 이관하는 등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위원회로 통합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치정보와 신용정보 등에 있어 방통위와 금융위와 공동으로 권한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쉽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위원의 구성 관련해서는 현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배제하고, 국회 추천을 통해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게 합의제 위원회의 특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보입니다. 이상입니다.

화, 2019/02/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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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사례 1. 청소년 A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사진 1장당 33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받음

사례 2. 청소년 B는 웹하드에서 소설묶음을 다운로드했다가 고소를 당하고 합의금 총 250만원을 요구받음

사례 3. 군인 C는 입대 2년 전 소설을 인터넷 카페에 업로드한 일로 고소를 당했으며, D의 어머니는 연락이 닿지 않는 아들 대신 저작권자로부터 합의금 300만원을 요구받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

사례 4. 미성년자 D는 한 웹하드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만화를 3곳의 웹하드 사이트에 업로드했다가 고소를 당하고 합의금으로 550만원을 요구받았으며, 합의를 안할 경우 1,7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을 당함

사례 5. 일반인 E는 미성년자였을 때 토렌트에서 소설을 다운로드한 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약 3년뒤 손해배상으로 5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당했으며, 일반인 F는 P2P 사이트에 소설을 업로드한 행위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음에도 민사소송으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음

 

지난 2007년 11월 15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생이 저작권 침해로 인해 형사고소를 당하고 저작권자의 합의금 요구에 고민하다가 목을 매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저작권법이 침해 정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점을 악용한 일부 로펌들의 합의금 장사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로펌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고용해 조금이라도 침해의 의심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한 뒤, 정해진 가격에 합의를 요구하고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전과자로 만들겠다며 협박을 가하여 폭리를 취해왔다. 당시 알려진 합의금 가격표는 청소년 50 ~ 80만원, 대학생80만원, 성인 100만원 정도였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 폭주는 수사기관의 업무에도 지장을 가져왔으며, 자살 사건 이후 저작권자의 권리 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는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하루 동안 저작권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와 청소년이 우발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1회에 한하여 조사 없이 각하 처분을 하는”청소년 저작권침해 고소 사건 각하제도”를 ’09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 저작권자들과 로펌의 합의금 장사 행태는 여전하다. ‘저작권 자살’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했던 6∼7년 전에는 형사소송을 통해 합의금을 받아 냈지만, 기소유예, 각하제도 등이 도입된 이후에는 민사소송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고소고발 건수는 줄었지만, 위 사례와 같이 합의금 요구액은 오히려 올라가는 형국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형사절차를 거친 대상자들에게 민사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사단법인 오픈넷은 경미한 저작권 침해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지 1년 이상이 지난 후 2차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당하고 소취하를 요건으로 저작권자로부터 합의를 종용받은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법률지원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대규모 고액 저작권 합의금 장사의 특징은 형사 절차의 맹점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소유예’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인정되지만 초범이거나 침해 정도가 경미하여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이다. 저작권 침해가 확실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수사기관이 종용하는 대로 자백을 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순순히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 기소유예 처분은 죄가 인정된다는 선언임은 물론 그 자체로 기록에 남아 관리될뿐더러, 2)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실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게다가 3) 저작권자들은 수사기관을 통해 법원의 ‘영장’ 없이도 IP주소에 연결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여 민사소송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수사기관을 이용해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침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미국의 경우 중범죄는 침해금액이 180일 이내 2,500달러, 경범죄는 1,000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작권 침해죄 악용 실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국회와 오픈넷은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도한 고소, 고발 남발 관행을 개선하고자 저작권법 개정안(이하 합의금장사 방지법)을 마련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저작권 침해의 재산적 피해가 1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갔다. 그러나 소위 ‘권리자 단체’들이 문화 산업 붕괴를 이유로 들며 반대를 표명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저작물을 제값에 향유할 경로가 다양해져야 하고 창작자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부와 수사기관이 일부 로펌과 저작권자들의 합의금 장사에 이용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또한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민사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침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 아니거나 피해가 매우 경미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전과자로 낙인찍히고 송사에 휘말려 이중, 삼중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더 큰 희생이 있기 전에 합의금 장사 방지법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open-net/story_b_7582392.html

화, 2015/06/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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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

 

박지환(오픈넷 변호사)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은 당연한 것?

[질문] 비영리단체가 블로그 글에서 시사, 보도 목적으로 저화질의 ‘섬네일(thumbnail)’ 사진 이미지를 이용(복제)하였는데,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가 복제권 침해를 이유로 비영리단체 담당자를 형사 고소하였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아야 하나?

저작권을 소유권과 유사하게 이해한다면 아래와 같은 대답이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처벌되어야 한다.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위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아래와 같다.

[답] 실제 수사기관은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기소처분

(위 사례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1. 저작권에 대한 프레임 – “소유권과 구별되는 개념”

저작권법 제35조의3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복제 등)할 수 있다며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저작권을 소유권에 비유한다면 남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조항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이다. 그렇지만 내가 남의 표현을 그대로 복제한다고 해서 그 표현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소유권과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또한 위 사례에서 소개된 ‘공정이용’ 조항에서 드러나듯 저작권 제도는 사회적 맥락에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를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소유권이 소유권자의 절대적인 권리만을 추구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소유권의 개념에 기대어 저작권 침해행위를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비유하는 것은 저작권의 배타적 요소만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

 

2. 형사처벌에 대한 프레임 –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형법이 항상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재산상의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 다른 불법요소(강도, 사기, 배임 등)가 고려되는 경우가 아니면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남겨두고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손쉽게 가벌성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전현욱, “지적재산권과 형법정책”, 경원법학 제3권 제2호(2010.8.)

[질문]의 사례에서 비영리단체의 행위로 인해 저작권자에게 재산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 가능하다. 또한 형법이 개입하기 전에 민사적 방법으로 우선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우리 형법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처럼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든 저작권 침해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거나 당연한 명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의 재산권적인 성격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획득되었듯이, 저작권 침해의 형사 처벌 역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새로운 합의에 의해 변경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 – 새로운 프레임에 대한 이해로부터

소유권과 관련된 ‘도둑’ 비유는 더 이상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논의하는 주된 프레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대해 형법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도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이 두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의 개선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형사 고소를 활용한 저작권 합의금 장사가 다시 엄중한 사회 문제가 되었고,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비범죄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2015년은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open-net/story_b_7610090.html?utm_hp_ref=kr-society

금, 2015/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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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3> 날로 진화하는 저작권 사냥꾼들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1편과 2편에서 소개한 저작권 사냥꾼 사례는 2008년부터 기승을 부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사례들이다. 저작권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외국 어디에서도 이런 사례는 볼 수 없다. 이제 한국의 저작권 사냥꾼들은 날로 업그레드되고 있다.

사업 손실 만회 수단으로 악용

방송사와 일부 영화사들이 흥행 실패로 인한 손실 만회 방편으로 저작권 침해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웹하드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통 웹하드는 불법 저작물의 온상쯤으로 여기지만, 최근에는 상당수 영화가 제휴로 유통되고 방송물은 대부분 합법 유통된다. 2009년 방송 3사는 웹하드 사업자와 저작권 합의를 통해 수백억원을 과거 침해 보상금 명목으로 받았고, 2010년부터는 제휴계약을 맺어 편당 다운로드 대가의 70%를 웹하드로부터 받아왔다(웹하드를 통한 방송물 소비를 위해 이용자당 한달 평균 지출은 4,728원이라고 한다). 그 덕에 KBS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매출은 정체 상태였지만 저작권 수입만 800% 증가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보였으며, 웹하드를 통한 수익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일부 방송물이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소수의 비제휴 유통을 근거로 웹하드에게 합의금을 받아 손실을 만회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사업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옭아매는 합의금 장사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대원미디어와 웹하드간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원미디어는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이자,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국내 독점 배급사다. 최근 3년간 실적이 저조했고 2013년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았던 대원미디어는 천억원 대의 대규모 저작권 소송을 진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후 주가가 20%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원미디어는 대규모 소송을 예고한 지 1년 가까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이 스미싱 미끼로 악용

작년 11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스미싱 주의 보도자료를 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문자(SMS)를 통해 소액 결제 앱을 설치하는 스미싱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통 스미싱에 활용되는 미끼는 ‘택배 도착 알림’, ‘청첩장’, ‘쓰레기 분리수건 위반 민원접수’, ‘돌잔치 등 행사 초대’ 같은 것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로 여길 만한 수준이 되어야 스미싱에 활용된다. 저작권법 위반이 이제 보통 사람들이 나의 일로 여길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위 “불법 다운로드”를 한번쯤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이런 스미싱 사례는 저작권자들이 조장한 측면도 있다(우리가 “불법 다운로드”라고 부르는 행위가 실제로는 합법이다).

고소당하는 대학 총장들

2014년 여름 전북지역 대학들이 폰트 저작권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윤서체’로 유명한 윤디자인연구소가 로펌을 통해 저작권법 위반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대학들의 총장을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전북을 휩쓸던 폰트 저작권 문제는 그 후 영남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윤디자인은 저작권법 위반을 빌미로 2천만원에 가까운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폰트 제품의 구매를 강요하는 이런 행태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에서 흔히 있는 불공정 행위다.

더 심각한 사실은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까지 법 위반이라고 우긴다는 점이다. 교내 경비실에 붙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연구실 출입문의 “음식물 반입금지”는 비록 윤서체로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왜냐하면 폰트 저작권은 글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글꼴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폰트 파일)에 있기 때문이다(문체부 ‘폰트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 참조). 그리고 ‘윤디자인’은 정품으로 구매한 폰트 파일의 라이선스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여, 문서 작성이나 인쇄용은 괜찮지만 영상물이나 전자책 제작에 사용하려면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산 물건을 어디에 쓰건 판매상이 관여하지 못하는 건 상식이다. 소프트웨어라고 다르지 않다. 정품으로 구매한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사업용 문서 작성에 사용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꼴이다.

개인정보와 맞교환되기도

일부 저작권자들은 인터넷 사업자의 플랫폼에 달린 댓글을 통해 다운로드 이용자 수천명의 아이디와 연락처를 수집한 다음 연락이 닿은 이용자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업자를 방조범으로 고소한 다음 합의조건으로 업로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와 그로 인해 피해의 과장은 저작권자의 개인정보 수집이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게 만들기도 한다. 작년 모 방송사는 웹하드 이용자의 PC에 일종의 추적 프로그램을 달아 모든 콘텐츠 이용 내역을 죄다 긁어가려고 했다가 고발까지 당한 적이 있다. 합의금을 노리는 저작권 사냥꾼을 넘어 저작권 ‘빅 브라더’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 4편과 5편부터는 정책 얘기를 하려고 한다. 왜 저작권 사냥꾼이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최소한의 해결책이 어쩌다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지

화, 2015/06/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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