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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안내] “국경 없는 인터넷 속에서 디지털주권 지키기” (11/28, 고려대 CJ법학관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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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안내] “국경 없는 인터넷 속에서 디지털주권 지키기” (11/28, 고려대 CJ법학관 512호)

익명 (미확인) | 화, 2018/11/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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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현 정부의 정보통신발전계획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야, 네이버, 카카오!
너희 구글, 페이스북 따라 잡겠냐.
너희들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망사업자들과 같이 국민들한테 통신요금이나 뜯고 외국업체들 망이용료나 뜯어보겠다.’

그 기조의 최근 발현이 2020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악수

우선, 공공재인 주파수와 도로 위 전봇대나 아래의 관로의 독점적 이용을 불하받아 천문학적 이윤을 올리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의 마지막 보루인 (1)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여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비를 그대로 두겠다고 한다.

요즘은 이동통신에서 음성전화보다 중요한 것이 인터넷이며 음성전화도 인터넷전화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 다시 말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이동통신가격이 떨어지기가 어렵다. 또 시장경쟁상황이 HHI지수 기준 인구 2천만 이상의 선진국에서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시장과점의 정도를 측정하는 HHI지수 국가간 비교. 한국 3,736

(2) 또 불법정보유통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망사업자들은 쏙 빼놓고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에게만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에 대한 사적 검열과 사적 감시를 부추길 것이며 외국플랫폼으로의 망명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하여 업체들에 대한 이용자 감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n번방 재발 방지라는 입법 의도가 실효되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유지해왔던 정보매개자 책임 제한 원리, 즉 자신이 몰랐던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훼손하여 사업자가 이용자의 포스팅을 사전검열하거나 전면적으로 감시하도록 해 인터넷의 생명을 유지해왔던 ‘허락받지 않고 말할 자유’를 훼손한다(참고: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3) 게다가 한낱 서버들의 묶음인 데이터센터들에게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나 적용되던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지워 인터넷업체들을 허가제로 만들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모든 사업자’로 정의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든 안하든 홈페이지 만들어놓고 댓글창이라도 달아두면 신고를 했든 안했든 부가통신사업자다. 학교도 도서관도 심지어는 오픈넷도 부가통신사업자인데 웹 서버를 자가로 하면 그게 결국 데이터센터인데 여기에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의 자유를 파괴한다.

인권과 경제 다 놓치는 악수 시리즈의 결정판은 (4)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미사여구가 동원되었지만 결국 인터넷접속 속도나 질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인터넷업체들에게 지우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이며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 경제적 역할 모두 모두 포기한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접근 가능 책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 

망사업자들은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고객들로부터 받는다. 여기서 ‘인터넷 접속’이라는 상품은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full connectivity)을 의미한다.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어떤 서버이든 망사업자는 자신의 고객들이 이 서버들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자신의 망 입구까지 전달만 된다면 말이다.

고객들에게 각자 초당 1GB의 접속용량(속도)를 판매했다면 그 속도로 전 세계 어느 서버들의 콘텐츠이든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1동네의 10가구에 그렇게 판매했다면, 그 동네 입구에는 초당 10GB 용량의 선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고객이 1천만 명이라면 자신보다 상위의 해외 망사업자와는 초당 1GB×1천만 명의 해외접속용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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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가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동시에 해외 콘텐츠를 보는 것은 아니니 합리적인 범위 내의 오버부킹(Overbooking; 실제 확보한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예측이 어긋나서 혼잡이 발생한다면 자신의 고객에게 ‘접근 가능성’(full connectivity)를 약속하고 돈을 받은 망사업자‘가’ 약속한 속도가 나오도록 상류접속용량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 책임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시킴으로써 망사업자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스포츠나 카카오TV 영상 중에 킬러콘텐츠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면서 콘텐츠 제공 경로에 혼잡이 발생했다고 하자.

혼잡을 풀기 위해 망사업자가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개정법 조항을 들어 망사업자가 네이버나 카카오에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는 그들대로 인터넷접속료를 망사업자들에 냈고, 이들 역시 국내망사업자 고객들의 단말들을 포함한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을 약속받았다. 개정법은 네이버나 카카오에 자신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그리고 그 콘텐츠가 망사업자의 고객 단말기에 전달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이렇게 두 번 돈을 내라는 것이 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결국, 국내 콘텐츠업체 죽이는 법 

법 추진 세력들은 국내 사업자에게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콘텐츠업체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이라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은 우리나라 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행정법의 집행력은 공공기관이 신고를 취소하는 등의 징계를 할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니 해외 업체들에 대해서는 법 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만 죽이는 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망사업자 보호를 위해 특별히 2016년부터 시행해온 역시 세계 유일의 발신자 종량제 덕에 네이버(734억 원+), 카카오(300억 원+), 아프리카TV (150억 원+) 등이 국내 망사업자에게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참고: 망중립성 관점에서 ‘망 이용료’ 논쟁 이해하기).

영세업자에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 접속료가 미국과 수십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망사업자들은 실제 제공하는 가격은 이것보다 저렴하다고 하며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PC방 전용회선 상품을 살펴보면 실제로 1Gbps를 월1백만 원에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관이 법적 책임을 담보하는 문서이므로 실제 가격대비 속도를 정관이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서울의 초당1MB 접속 가격이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다. 국가가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터넷의 구동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이터 발송 비용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어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기있는 콘텐츠 유치를 꺼리게 되었고 심지어는 일부 콘텐츠업자들은 아예 발신자 종량제로 접속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 유일의 망 혼잡 해소 비용까지 콘텐츠업체에게 더 내놓으라니.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과 노벨평화상

결국 발신자 종량제는 인권도 죽인다. 인터넷이 노벨평화상 후보(2010년)에 오를 만큼 인권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 발송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 같은 종량제가 아니다.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도 아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듯이 텔레비전을 아무리 오래 보아도 수신료나 케이블월정액에 변함이 없듯이 인터넷도 똑같은 전자기파 신호라서 데이터량에 따른 비용 발생이 없다.

더욱이 인터넷은 지상파, 전화, 케이블TV와 달리 하나의 업체가 데이터 경로 전체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웃의 데이터를 ‘옆으로 한칸씩’만 전달해주겠다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데이터 전달이 이루어져 데이터 전달 비용이라는 것을 서로 받지 말자고 만든 통신시스템이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카카오TV에 정부 비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봐서 카카오TV 서버의 데이터가 많이 전달되더라도 고발자가 데이터 전달 비용을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고 만든 시스템, 즉 표현의 경제적 비용은 없애자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이걸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이 통과되면 영상의 이용자들이 많은 지역의 망사업자가 ‘당신 영상 때문에 망혼잡이 발생하니 해소비용을 내라’고 카카오TV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영상 플랫폼에 킬러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업체들은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페이스북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다.

경제, 인권 다 포기하고 망사업자들과 잘 살아보세.

이 글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19.)

수, 2020/05/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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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호 (오픈넷 인턴)

지난 1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국내 전문가들과 행정가들을 초청하여 ‘망 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는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의 진행 아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과 의의’를 주제로 한 김남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의 발제, 그리고 ‘망이용료, 특수 서비스, 제로레이팅의 국제규범 및 관행에 대한 팩트 체크’를 주제로 한 박경신 오픈넷 이사의 발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후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토론은 세미나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었다.

<제1발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과 의의 – 김남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남철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과 의의’라는 제목 하에 발표를 진행했다. 김남철 과장은 인터넷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 망 중립성의 특성으로부터 파생되는 쟁점들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5개의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1)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율성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2) 이용에 대한 과금은 허용되는가, 그리고 이는 어떻게 부과하여야 하는가?
3) 네트워크의 중립성은 어느 수준까지 보장 되어야하는가? 과연 이 중립성은 절대적인 것인가?
4) ISP(네트워크 소유자)들은 과연 CP(콘텐츠 제공자)들의 데이터를 공정하게 전달하고 있는가?
5) 지능을 갖기 시작한 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가?(5G 시대의 망중립성)

김남철 과장은 세계 각국에서 이와 같은 쟁점들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를 들어 미국 망 중립성 변천사, 미국 망 중립성 정책의 변화가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그리고 미국과 우리나라 간의 망 중립성 정책의 차이를 설명했다. 김남철 과장은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 변화를 통해 최종 이용자의 ‘선택권’ 그리고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의 위축에 대해 대비해야한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후 그는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그리고 정책적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5G의 시대의 망은 지능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망 중립성 정책의 개정에 대한 필요로 이어진다. 그는 이러한 개정을 위해 전문가, CP 그리고 IP와 여러 차례의 논의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완성했으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 변화를 수용함과 동시에 ISP의 정보관리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 환경을 조성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했으며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이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 트래픽 이용자들에게 상세한 고지 그리고 공개가 이루어져야 하며 2) 차단 금지 3) 불합리한 차별 금지 4) 합리적 트래픽 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망 중립의 예외 서비스인 특수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전개하면서 김남철 과장은 본래의 특수서비스 개념이 모호하고 남용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EU의 특수서비스 규정을 도입하여 엄격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비판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남철 과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1) CP와 ISP 간의 갈등을 잘 봉합하였다는 것 2) 망 중립성 원칙의 유지함과 동시에 불투명성의 해소 3) 예외 서비스 요건의 도입 4) 투명성의 강화라는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추후 해설서의 발간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을 잘 지켜나가고 싶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제 2 발제: 망이용료, 특수서비스, 제로레이팅의 국제규범 및 관행에 대한 펙트체크 –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신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기 전 이번 가이드라인의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본인이 발표할 팩트체크 사항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우선 이번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전제로 하고 있다고 추측되는 네 가지 명제들:
1) “불합리한 차별만 망 중립성 위반이다”
2) “망이용료를 받는다”
3)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허용된다”
4) “제로레이팅이 허용된다”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해외 규제 중 미국 FCC Open Internet order, 2018 캘리포니아 망 중립성법, 2014 유럽 EU Open internet regulation, 2016 유럽 BEREC OIR 시행지침을 소개하며 이 문헌들을 통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우선 박경신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전제로 하고 있는 명제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기 위해 ‘차별’에 대한 해외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을 비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이 SKT, KT의 mVoIP 지연, P2P 그리드 차단과 같이 ‘합리성이 있는 차별’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해외에서 Madison River 사례, Comcast 사례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것이기에 잘못된 전제임을 지적했다. 이어 박경신 교수는 ‘망이용료를 받는다’라는 전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법이 전송료를 받는 것을 모두 금지한다는 점을 밝히며, 이러한 해외의 제도들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경우, 유럽의 법과 미국의 캘리포니아 망 중립성 법이 모두 네트워크의 품질저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한국의 가이드라인은 ‘적정 수준’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에 특수서비스가 일반 인터넷의 품질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하게 ‘제로레이팅’ 또한 유럽에서는 차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고, 미국 또한 경제적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에 ‘제로레이팅’을 금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박경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1) 차별의 무조건적인 금지 2)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는 명시적으로 금지 3) 발신자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폐지 4) 특수서비스는 ‘일반인터넷의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한에서’ 허용이라는 조건 추가 5) 앱 별 제로레이팅의 불법 선언이 이루어져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종합토론>

종합 토론은
사단법인 오픈넷
유승희 이사의
사회 하에
진행되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곽정호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 해외 사례에 대한 정확한 체크의 필요성 2) 실증적인 증거들에 대한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곽정호 교수는 김남철 과장에게 ‘실제로 특수서비스 유형에 해당되는 사례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박경신 교수에게는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중립성의 원칙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터넷이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gate keeping’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그는 망 중립성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수호하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아닌 ‘특수서비스 허용 가이드라인’으로 명명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데 있어 정부가 망 중립성을 중요시하는 집단의 목소리를 무시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전문가들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정책 제정 과정에서 이용자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함을 주지시켰다. 또한 그는 특수서비스의 모호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며 EU의 법안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특수서비스’ 조항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제정된 것인지, 그리고 EU의 규정을 완화할 의도로 제정된 것인지에 대해 김남철 과장에게 질문을 남겼다. 또한 특수서비스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의 및 절차의 도입을 요구했다.

네 번째 토론자로 나선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망 중립성 원칙의 훼손은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진입장벽 상승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망 중립성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특수서비스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가이드라인 보완을 통해 특수서비스가 스타트업에 대해 불공정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희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인터넷이 기울어지지 않은 공정한 운동장이 되길 희망한다며 토론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의 조항들이 명확하지 않음을 연이어 지적했다. 또한 특수서비스가 남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김남철 과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적정 수준’이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러한 표현으로 말미암마 가이드라인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수서비스의 허용 요건에 대해 end to end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 박경신 교수에게 질의했다. 전응준 변호사는 망 중립성 원칙이 정책으로서는 입지가 불명확하다며 망 중립성 관련 규정들을 법규범으로 정하여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김남철 과정은 1) 5G 활성화만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것은 아니며 2) EU와 한국의 특수서비스 조항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며,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으며 3)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고 했으며 4) 특수서비스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검증이 가능한 개념이며 4) 가이드라인 또한 그 나름의 의미가 있으며 5) 제로레이팅은 전기통신법령으로 대응이 가능하며 5) 접속료는 ‘paid peering’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는 1) 제로레이팅 관련 불법성 여부는 전기통신법령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김남철 과장의 발언을 환영했으며 2) end to end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국내의 분명한 오해가 있으며 3) 일반 인터넷의 품질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하며 토론 자리를 마무리했다.

월, 2021/02/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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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향신문 2021.06.16에도 실렸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이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자신들의 망이 넷플릭스의 데이터를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송하니 이에 대한 대가를 달라는 것이고 넷플릭스는 인터넷에서 전송료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중립성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팀 우는 모두가 인터넷을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수도, 전기 등에 비유한 바 있다. 전기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회의의 불을 밝히든 물로 회의참석자 갈증을 채우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 전기에의 비유는 거기에서 끝난다. 수도, 전기는 파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에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전세계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바로 인터넷이며 여기서 데이터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대가를 받지 않는다. 오직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즉 접속료를 서로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주고받을 뿐이다. 우리가 집에 인터넷을 깔기 위해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는 것도 접속료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초고속인터넷 납부금은 접속용량에 따라 정해지지 인터넷을 얼마나 보았는가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왜 수도와 전기처럼 쓰는 만큼 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텔레비전을 생각해보라.UHD급 영상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들어오지만 텔레비전 오래 본다고 돈을 내지 않는다.  왜 인류는 인터넷 무전송료 규칙을 유지해왔을까?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은 엄청난 전화비와 우표값을 걱정해야 했다. 단순히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형식적 표현의 자유만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당신의 메시지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전달되게 해주겠다’는 실질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고 이를 통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발전이 문명사적으로 진흥시킬 수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전송료’는 없고 ‘접속료’만 있다는 원칙은 EU가 2012년12월에 공식문건으로 천명한 바 있다. 유럽망사업자연합회가 ‘발신자종량제’ 즉 인터넷에 데이터를 발송한 량에 비례해서 돈을 받자는 제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였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2015년 망중립성명령(Open Internet Order)도 망사업자가 콘텐츠를 망사업자고객들에게 전달해주는 대가를 콘텐츠제공자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113문)고 명시했고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에 위 조항은 그대로 승계되었다(3101조 (a)(3)(A)). 

해외에서는 인터넷전송료를 내고 있다는 주장은 과거에 극소수에 있었던 사례들로 비롯된 일반화의 오류이다. 특히 이중 어떤 사례들은 전송료가 아닌 접속료를 냈던 것(paid peering 사례)로서 망사업자와 접속하는 콘텐츠제공자에게만 적용되고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부가되었기 때문에 ‘전송료’라고 보기 어렵다. 오직 우리나라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2016년부터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발신자종량제를 의무화하고 2020년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은 종량제를 결국 콘텐츠제공자에게까지 확대시킬 위험을 증폭시켰다. 

인터넷에서 전송료를 인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처럼 아예 발신자종량제를 시행하게 된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웹사이트를 방문하게 되면 한국서버에서 인도네시아 각지역으로 엄청난 데이터가 뿌려지는데 한국웹사이트운영자들은 이 데이터량에 비례해서 인도네시아 망사업자들에게 비용지불을 하게 된다. 한류의 발전에 큰 타격을 준다.  

이건 사업자들 사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인터넷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자신의 메시지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서버에 전세계 이용자들이 접속할 때마다 전세계로 흘러가는 데이터에 대한 어떠한 전송료도 서버운영자에게 부과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망사업자들이 서버운영자로부터 전송료를 받게 되면 서버운영자는 인기있는 콘텐츠를 올린 사람에 대해 지금은 무료인 업로드를 유료로 전환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업로더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이 열어젖힌 막강한 표현의 자유의 세계는 과거로 퇴보할 것이다. 

거대인터넷기업들과 망사업자들간의 접속료 협상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나 거래상 지위가 문제가 된다면 프랑스처럼 정부가 경쟁법의 입장에서 가격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된다. 국내망시장과 플랫폼시장의 각각의 경쟁상황을 고려하면 된다. 그러나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전송료를 받겠다는 세계유일의 반혁신적 발상만큼은 막아야한다. 돈이 없는 자들도 혁명을 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인터넷을 보호해야 한다. 

목, 2021/06/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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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에 대한 기사와 논평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장들에 대해서 진위 확인을 해본다.

“인터넷망은 공짜”라는 넷플릭스…재판 결과 ‘인터넷 산업’ 후폭풍 (이데일리 2021-06-20)

왜 넷플릭스만 무임승차 해야 하나요 (헤럴드경제, 2021.06.23)

망이용대가 일본엔 주고 한국엔 못주겠다는 넷플릭스 (지디넷, 2021/05/04)

법에도 없는 ‘전송’ 개념 꺼낸 넷플릭스, 무리수될까 묘수될까 (서울경제 2021-06-22)

누가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나(중앙일보 2021.06.22)

“콘텐츠제공자들이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

망사업자들에게 소비자들이 1달에 몇만원씩 내고 네이버 카카오등이 매년 수백억씩 내고 이미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해외콘텐츠업체들도 캐시서버 제공 및 해저케이블의 형태로 또는 현지망사업자와의 트랜짓계약을 통해서 한국의 국경 또는 국내까지 자신들의 데이터를 끌어다 놓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콘텐츠제공자들은 이미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고 앞으로도 낼 것이다.

그러나 SKB가 넷플릭스로부터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렇게 받은 데이터를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별도의 대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망중립성은 바로 이렇게 콘텐츠제공자가 돈을 냈는가 내지 않았는가를 기준으로 차별하여 어떤 콘텐츠는 고객에게 잘 전달하고 어떤 콘텐츠는 전달하지 않거나 느리게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금행위는 유럽통신규제기구와 미국FCC가 공히 명백히 금지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에서는 데이터전송료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콘텐츠업체들이 망이용대가를 현지망사업자들에게 지불하고 있다.”

역시 무엇을 ‘망이용대가’로 이해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위에서 말했듯 접속료나 상호접속에 필요한 비용부담을 말하는 것이라면 모든 이용자들과 국내외 콘텐츠제공자들은 이미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말하는 ‘망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내에서 말하는 ‘망이용대가’의 특징은 다음의 2가지이다.

첫째 발신자종량제이다. 강제적 발신자종량제가 2016년 이후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고 망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순발신량 정산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종량제로 접속료를 산정하는 곳이 늘어났다. 이렇게 접속료를 종량제로 운영되도록 법적 압박을 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둘째 강제성이다. 콘텐츠제공자에 따라서는 망사업자의 가정용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원활하게 데이터전송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망사업자의 망지도 상 이용자쪽에 더 가까운 지점에 자신들의 전용회선을 연결하거나 자신들의 데이터복사본 즉 “캐시서버”를 연결하기도 한다. 이것을 페이드피어링(paid peering, 유정산직접접속)이라고 하는데 콘텐츠제공자들이 이와 같이 지름길 연결을 받아주는 대가를 망사업자에게 지불한 적이 있고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컴캐스트딜이었다. 넷플릭스가 2013-4년경 미국의 대형망사업자들의 독과점적 행위 – 일부러 망설비 확충을 거부하여 위와 같은 지름길 연결을 하지 않으면 넷플릭스 트래픽이 느려지도록 만듦 – 에 밀려 이들 망사업자들에게 예외적으로 지급한 적이 있었다. SK브로드밴드가 원하는 것은 바로 2013년 당시의 컴캐스트처럼 넷플릭스에게 돈을 받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2020년5월 통과된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에 의거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절차를 통해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이미 무정산직접접속(free peering)을 이미 홍콩과 일본에서 하고 있는 상태이고 어느 한쪽이 이를 원치 않으면 원래대로 미국 시애틀에서 했던대로 각자의 상위망사업자에게 전세계와의 중계(transit)접속료를 내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이용속도는 엄청나게 느려질 것이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페이스북을 징계했던 것처럼 이제는 넷플릭스를 징계할 것이다. 과거의 페이스북 징계는 법원에서 모두 취소되었지만 그후 제정된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까지 있으니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가 유효해질 수 있고 이 경우 넷플릭스는 돈까지 내면서 원치도 않는 홍콩/일본의 접속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16년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에 의해 종량제의 성향을 갖게 되고 2020년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에 의해 강제성을 갖게 된 ‘망이용대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고 누구도 지불한 적이 없다.

“넷플릭스가 소송을 이기면 모든 CP들이 망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할 구실을 준다.”

어떤 콘텐츠제공자도 그런 의도를 보인 적이 없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CP들은 망사업자에게 이미 접속료서의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고 넷플릭스 소송에 관계없이 계속 낼 것이다. 심지어 일부 콘텐츠제공자들 특히 CDN사업자들은 이미 접속료를 종량제로 내고 있다. 2016년 정부는 망사업자들 간의 발신자종량제를 시행하였고 심지어 요율까지 높게 정해주었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들은 발신자종량제 하의 자신들의 순발신량 정산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쉽게 전가하기 위해 접속료를 종량제로 받으려 했다. 또 망사업자들이 자신의 순발신량에 대한 정산부담 때문에 인기있는 콘텐츠들의 호스팅을 꺼려하게 되었고 망사업자들의 시장경쟁이 낮아지면서 접속료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 버렸는데, 이 때문에 콘텐츠제공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종량제 전환을 통해서 접속료를 낮추었다. 개인이동통신이용자들이 무제한데이터약정이 너무 비싸서 데이터요율이 낮다면 종량제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종량제는 데이터가 전송되는 만큼 액수가 높아지므로 인터넷에서는 금지된 데이터전송료와 비슷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령이 개정되지 않는 한 CP들은 기존의 접속료는 계속 낼 것이고 종량제 형태의 접속료 마저도 계속해서 낼 수 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의 고율의 접속료와 종량제 형태의 접속료 과금을 유도하는 세계유일무이한 강제적 종량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이다.

“미국법원은 통신사의 CP에 대한 망이용대가 부과는 정당하고,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라고 판시했다”

이것은 거짓이다.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대가라면 말이다. 그 결정은 페이드피어링과 같은 접속료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마저도 원고적격에 대해서만 판단을 했고 당시 소송상대방인 FCC가 반-망중립성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트럼프행정부 하의 아짓 파이(망사업자 변호사 출신)의 지시에 따라 본안에 대한 변론을 포기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결정문에는 “망이용대가 부과가 정당하다”거나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도 않는다. 심지어 “미국 법원이 차터 가입자(원고) 손을 들어준 것은 차터가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최종 이용자들의 인터넷 요금이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는 보도도 있는데 정확히는 망사업자가 ‘망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이를 핑계로라도 최종이용자들이 인터넷요금을 인상할 수가 있으니 차터가입자도 이해관계가 있다’고 있다는 것이었지 망이용대가를 받아야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시가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 소송의 결과로서 FCC는 차터가 타임워너케이블, 브라이트하우스네트워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부과된 인가조건 중에서 ‘종량제의 금지’는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소송을 이기면 CP들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는 부담이 중소CP나 개인이용자들에게 전가된다”.

이것은 망사업자들의 의도의 표명이다. 망중립성에 어긋나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은 기업의 생리일 뿐이다. 불법적인 영업으로 이득을 올리지못하면 죄없는 다른 고객들을 희생하겠다는 뜻인가.

토, 2021/06/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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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국내 망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망이용대가’를 허용하는가에 대해서 참고자료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은 처음부터 개인이든 회사이든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 방송, 전화, 우편과 같은 중앙통제없이 –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미국은 인터넷의 발전초기에 자유로운 성장을 유도하고자 인터넷을 ‘정보서비스(information service)’로 정의하여 규제를 자제해왔다. 케이블서비스, 유무선전화서비스는 통신서비스(telecommunication service)라 하여 물리적 연결을 위해서는 전봇대, 지하도관, 주파수 등 공공재를 이용해야 하므로 한국의 ‘기간통신사업’처럼 강하게 규제해왔던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원래 기대와는 달리 전화 및 케이블업자들이 인터넷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 특히 케이블업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경쟁콘텐츠에 비해 선호할 동기가 있으므로 – 이들의 기존 시장지배력이 인터넷의 혁신적 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은 인터넷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제공자들이 지켜야 할 ‘망중립성’규범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방통신위원회는 처음으로 망중립성을 명문화한 명령을 2010년에 발표하였다. 이 2010년 명령은 절차적인 이유 – 연방위원회가 인터넷을 ‘통신서비스’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 – 로 법원에 의해 취소가 되지만 내용적으로는 망중립성규범을 온전히 담고 있고 2015년에 연방위원회가 절차적 흠결을 해소하여 새로운 망중립성명령을 발표할 때 그대로 계승되었다. 2017년에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서면서 2015년 망중립성명령도 취소되지만 2018년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개의 주정부들이 자체적으로 망중립성법을 만들면서 여기에 계승되었다.

2010년 망중립성명령은 우선 인터넷의 개방성에 대해 설명한 후 인터넷접속제공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s, ISP)가 어떻게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는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B]roadband providers may have incentives to increase revenues by charging edge providers, who already pay for their own connections to the Internet, for access or prioritized access to end users. Although broadband providers have not historically imposed such fees, they have argued they should be permitted to do so. A broadband provider could force edge providers to pay inefficiently high fees because that broadband provider is typically an edge provider’s only option for reaching a particular end user.17 Thus broadband providers have the ability to act as gatekeepers.18 [번역]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이하, ISP)은 부가통신사업자(이하, CP)들이 이미 인터넷접속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P들과 소비자들사이의 통신이나 통신의 우선처리를 유료화함으로써 매출을 늘리려 시도할 수 있다. ISP들은 실제로 그런 적은 없지만 그렇게 하도록 해달라는 주장을 해왔다. ISP는 CP가 특정소비자와 통신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므로 비효율적으로 높은 대가(인터넷접속료 와는 별도로 이용자와의 통신에 대한 대가-편집자)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ISP는 게이트키퍼(즉 인터넷의 개방성에 반하는-편집자)가 될 수 있다. (Federal Register/Vol. 76, No. 185/59196 /Friday, September 23, 2011)

Broadband providers would be expected to set inefficiently high fees to edge providers because they receive the benefits of those fees but are unlikely to fully account for the detrimental impact on edge providers’ ability and incentive to innovate and invest, including the possibility that some edge providers might exit or decline to enter the market. The unaccounted-for harms to innovation are negative externalities,19 and are likely to be particularly large because of the rapid pace of Internet innovation, and wide-ranging because of the role of the Internet as a general purpose technology. Moreover, fees for access or prioritized access could trigger an ‘‘arms race’’ within a given edge market segment. If one edge provider pays for access or prioritized access to end users, subscribers may tend to favor that provider’s services, and competing edge providers may feel that they must respond by paying, too. [번역] ISP들이 CP들로부터 받는 통신대가가 비효율적으로 높게 책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이들은 대가를 받아서 이득을 보지만 CP들의 혁신과 투자기회를 훼손하는 결과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몇몇 CP들은 이 대가 때문에 시장을 떠나거나 진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입되지 않은 반혁신적 해악은 부정적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이 되며, 인터넷 상의 혁신의 빠른 속도 때문에 매우 지대할 것이며, 인터넷의 일반목적기술로서의 위상 때문에 매우 광범위할 것이다. 더욱이 통신대가 또는 우선통신대가는 CP들 사이의 ‘무기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나의 CP가 통신대가나 우선통신대가를 지급하기 시작하면 이용자들은 이 사업자의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고 경쟁CP들도 이를 지급해야 할 압박을 느낄 수 있다.(Federal Register/Vol. 76, No. 185/59196 /Friday, September 23, 2011)

Fees for access or prioritization to end users could reduce the potential profit that an edge provider would expect to earn from developing new offerings, and thereby reduce edge providers’ incentives to invest and innovate.20 In the rapidly innovating edge sector, moreover, many new entrants are new or small ‘‘garage entrepreneurs,’’ not large and established firms. These emerging providers are particularly sensitive to barriers to innovation and entry, and may have difficulty obtaining financing if their offerings are subject to being blocked or disadvantaged by one or more of the major broadband providers. In addition, if edge providers need to negotiate access or prioritized access fees with broadband providers,21 the resulting transaction costs could further raise the costs of introducing new products and might chill entry and expansion.22 [번역] 통신대가나 우선통신대가는 CP들의 신제품개발 이익을 축소하여 혁신과 투자의 동기를 위축시킬 것이다. 빠르게 혁신하는 부가통신분야에서 많은 신규진입자들은 작은 ‘가라지사업자’들이지 대형사업자들이 아니다. 이들 신규사업자들은 혁신과 진입에 대한 장애요인들에 민감하며 자신들의 제품이 주요ISP들에 의해 차단되거나 통신상 열위로 밀리게 되면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CP들이 통신대가나 우선통신대가를 협상해야 한다면 그 거래비용은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는 비용 및 진입과 확산을 위축시킬 것이다.(Federal Register/Vol. 76, No. 185/59197 /Friday, September 23, 2011)ㄱㄴ

Third, if broadband providers can profitably charge edge providers for prioritized access to end users, they will have an incentive to degrade or decline to increase the quality of the service they provide to non-prioritized traffic. This would increase the gap in quality (such as latency in transmission) between prioritized access and non- prioritized access, induce more edge providers to pay for prioritized access, and allow broadband providers to charge higher prices for prioritized access. Even more damaging, broadband providers might withhold or decline to expand capacity in order to ‘‘squeeze’’ non-prioritized traffic, a strategy that would increase the likelihood of network congestion and confront edge providers with a choice between accepting low-quality transmission or paying fees for prioritized access to end users. [번역] ISP들이 CP들에게 소비자들과의 우선통신대가를 받아 이익을 남기게 되면 ISP들은 우선통신대가를 내지 않는 CP들의 통신품질을 저하시키거나 그 개선을 거부할 동기를 갖게 된다. 우선통신과 비우선통신 사이의 품질차이(전송지연 등)는 CP들이 우선통신비용을 내도록 유도할 것이며 ISP들은 더 높은 우선통신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ISP들은 비우선트래픽을 ‘압착’하기 위해 일부러 접속용량을 줄이거나 그 확대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 전략은 망혼잡을 촉발하여 CP들에게 무료저질전송과 유료우선통신 사이의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Register/Vol. 76, No. 185/59197 /Friday, September 23, 2011)

국내에서 몇몇 평론가들은 망사업자들이 CP들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아야 소비자들의 인터넷접속료를 낮출 수 있다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거론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연방통신위원회는 단호히 거부한다.

Some commenters contend that, in the absence of open Internet rules, broadband providers that earn substantial additional revenue by assessing access or prioritization charges on edge providers could avoid increasing or could reduce the rates they charge broadband subscribers, which might increase the number of subscribers to the broadband network. Although this scenario is possible,23 no broadband provider has stated in this proceeding that it actually would use any revenue from edge provider charges to offset subscriber charges. In addition, these commenters fail to account for the likely detrimental effects of access and prioritization charges on the virtuous circle of innovation described above. Less content and fewer innovative offerings make the Internet less attractive for end users than would otherwise be the case. Consequently, we are unable to conclude that the possibility of reduced subscriber charges outweighs the risks of harm described herein.24 일부 평론가들은 [망중립성 규정이 없으면] ISP들이 통신대가나 우선통신대가로 매출을 올리면 일반고객들에 대한 요율을 낮춰 초고속인터넷 참여자들을 늘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관련 절차에서 어떤 ISP도 CP로부터 받은 통신대가로 소비자요율을 낮추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들 평론가들은 통신대가나 우선통신대가가 위에서 말한 선순환효과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혁신제품과 콘텐츠가 질적 양적으로 줄어들면 소비자들에게도 인터넷은 매력을 잃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격의 하락가능성이 위에서 말한 해악의 위험에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Federal Register/Vol. 76, No. 185/59197 /Friday, September 23, 2011)

이와 같은 배경설명을 통해 FCC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차단금지명령(No blocking rule)을 선언한다. “A person engaged in the provision of fixed broadband Internet access service, insofar as such person is so engaged, shall not block lawful content, applications, services, or non- harmful devices, subject to reasonable network management.” 국내의 많은 평론가들은 차단금지명령이 ‘망이용대가’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아래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Some concerns have been expressed that broadband providers may seek to charge edge providers simply for delivering traffic to or carrying traffic from the broadband provider’s end-user customers. To the extent that a content, application, or service provider could avoid being blocked only by paying a fee, charging such a fee would not be permissible under these rules.79 [번역] ISP들이 자신의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대가를 CP들로부터 받고자 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대가를 내지 않으면 CP가 차단될 수 있다면 그런 대가는 금지된다. (Register/Vol. 76, No. 185/59205 /Friday, September 23, 2011)

여기에서 흥미롭게도 각주 79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We do not intend our rules to affect existing arrangements for network interconnection, including existing paid peering arrangements(기존의 페이드피어링을 포함한 상호접속에 대한 기존 거래에 대해서는 이 규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페이드피어링은 라우터로 묶여있는 2개의 단말그룹이 물리적으로 서로 접속하여 서로간의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되 제3의 단말그룹에게 중계해줄 의무는 없는 피어링관계의 일종으로서 한쪽이 다른 쪽에 접속비용을 지급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 규범을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소송에 대입해보자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페이드피어링을 요청했다면 망중립성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원래대로의 접속(시애틀에서의 트랜짓접속)을 유지했을 수도 있고 또는 금전적인 대가 대신 Open Connect Access 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했을 수도 있다. 물론 SK브로드밴드가 OCA서버를 거부한다면 역시 원래대로의 접속을 유지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법인 발신자종량제상호접속고시와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을 근거로 페이드피어링이 종량제의 형태로 강제된다는 것이다.

일, 2021/06/2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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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대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논쟁했던 주제다. 부자가 될 기회를 주면서 빈자에게 인색한 자본주의, 모두가 부자되기를 포기하지만 빈자에게 따뜻한 사회주의,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 논쟁의 결말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행복 논쟁에서 ‘사회 내 수직이동가능성’이 정치투쟁을 횡단하면서 절대로 빼앗기지 않고 차지하는 위상이다. 우리나라의 발전경로에 비추어볼 때 이는 더욱더 중요한 의제가 되었고 이를 위한 사회경제적 혁신의 진흥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부할 수 없는 과제이며 여기서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보급률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인터넷 강국이면서도 인터넷 생태계의 혁신성은 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6월 스타트업 게놈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베이징,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에 뒤지는 20위이다.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접속료이다. 서울의 IP트랜짓 가격은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 싱가포의 2.1배, 도쿄의 1.7배를 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경우 1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150억원 가량을 인터넷접속료로 낸 적 있고,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지점을 알려주는 유명한 코로나앱 ‘코백’도 인터넷접속료 부담 때문에 확장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진보·보수를 가로질러 전화·우편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역대정부의 패착에 있다. 인터넷은 정보전달을 궁극적으로 크라우드 소싱하여(즉 각자가 자기 집 앞의 눈만 쓸면 모두가 온 동네를 스노체인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모두가 소액의 ‘입장료’만 내면 무료통신의 세계를 무한정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통신체계인데, 정보전달에 전화료나 우표처럼 과금을 해야 한다는 소위 ‘망이용료’라는 유령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강제력이 있는 행정법규 또는 법률로 이 통신체계의 원리인 망중립성을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는 망사업자가 자신의 고객에게 트래픽을 전달하는 대가를 콘텐츠제공자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는 내용, 즉 ‘망이용대가란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과 달리 망중립성을 ‘가이드라인’이라는 강제력 없는 하위행정규범에 규정하고 있어 2011년 삼성스마트TV차단(KT), 2013년 카카오톡 보이스 차단(KT, SKT), 2015년 P2P 트래픽 차단(KT), 2018년 페이스북 지연 사태(KT), 2019년 넷플릭스 지연 사태(SK브로드밴드)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모두 망사업자들이 ‘망이용대가’를 받아내겠다는 탐욕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이미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망이용대가’를 시행하더니 2020년에는 ‘서비스안정화의무법’으로 콘텐츠제공자에게 전송품질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였고 올해는 그 ‘전송품질 안정화의무’로서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법안(김영식 의원)까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요즘 인터넷 기업들이 스스로 독점기업이 되어 사회이동 기회를 막기도 한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수직이동성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은 독점규제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독점규제를 주장했던 리나 칸을 연방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예측건대 인터넷 기 업들이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하여 일으킨 혁신을 제압하는 규제조치보다는 전통적 규제장치를 이용하여 인터넷의 특성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행위들을 제압하기 위해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재판은 정통 독과점 규제를 적용해 거대기업의 강제분할을 논의할 정도로 밀도 있는 규범력을 창출했다. 요즘 논란이 되는 인앱결제 문제의 실마리도 이 방향으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인터넷 규제의 선봉에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관련 정치인들이 서서 독점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펼쳐놓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구글이 야후를 그리고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밀어내는 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 즉 사회수직이동성을 북돋는 방식으로 규제를 구사해야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의 장점에 수술칼을 대면 도리어 독점을 공고히 하게 된다. 망중립성을 하루빨리 법제화하여 망이용대가 논쟁을 종식시키자.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8.30)

월, 2021/08/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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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너의 죄를 또 사하노라?

“경제사범을 풀어줘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언제나 새롭다. 성범죄자들을 풀어줘서 여성들이 안심하는 나라를 만들자.” -트위터리안 ID ‘leejaehun80′

경제사범 특별사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타파스극장 : 국정원 해킹대작전

올 여름을 강타할 SF 스릴러
“우리는 네가 올 여름 할 일까지 알고 있다” ★★★★★
“카카오톡의 강렬한 쓴맛!” ★★★★☆

3.타파스클립 : 검열의 시대

“왜 안돼? 이번엔 내가 고른 영화 보자며.”
“상영하는 곳이 없는데 어떡해 그럼.”
“…….”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아니라 배급사가 고릅니다.

금, 2015/07/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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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방심위의 명예훼손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서 제출

명예훼손심의규정개정안 통과되면 제3자도, 방심위가 직권으로도 심의를신청할 수 있음

제3자 신청, 방심위 직권심의 가능해 권력자비판 차단에 남용될 것
정치적 비판 보호라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 가치에도 위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지난 10월 2일 입안예고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개정규칙안>(이하 통신심의규정개정안)에 대해 오늘(10/21)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정치인, 기업가 등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층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차단하는데 남용될 위험이 큰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방심위는, 현재의 통신심의규정 제10조 2항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는 부분을 삭제하여, 당사자와 무관한 제3자의 신청 혹은 직권으로 명예훼손성 글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그간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이용자들 및 법률전문가들이 권력비판을 차단하는데 남용될 위험이 클 뿐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다며 반대해 왔다. 

 

방심위의 개정안대로라면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하여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심의신청하거나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심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등 권력층에 대한 비판을 손쉽게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 방심위는 개정 이유로 통신심의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는 현행규정에 따라 본인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심의신청을 할 수 있고,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 몰카 동영상들로 인한 여성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는, 현행규정에 따라 얼마든지 이들을 ‘불법정보’로 분류 처리하여 제3자 신고 및 방심위 직권으로 차단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명예훼손 여부가 문제되는 게시물 중에는 공적 사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개인의 견해를 밝히는 게시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표현물들은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의해 강력히 보호되어 하는 것이다. 그동안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현재의 심의규정 하에서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것 자체도 검열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직권심의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면 권한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며 검열의 위험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공인비판에 남용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박효종 위원장은 “공인의 명예훼손성 게시글에 대해서는 법원의 유죄 판단 전에는 제3자의 심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이 역시 눈가림에 불과하다. 공인배제원칙을 심의규정에 명문화하지도 않고, 공인의 개념을 어디까지 정의할 수 있느냐의 법적, 사회적 합의도 없는데다, 공인 비판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친지, 측근 등에 대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방심위의 개정안은 인터넷게시물에 대한 심의 권한 확대로 이어져 행정기관인 방심위에 의한 검열의 위험성만 높일 뿐이며 개정이유로 삼은 이용자의 권리구제나 권익보호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수, 2015/10/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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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다,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김경진 변호사

 

인간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민주주의가 가능해지고, 사회의 집단지성이 발전하고, 새로운 미래가 탄생할 수 있다. 반면에 혀 속에 칼이 있고, 험담을 반복하면 듣는 사람의 뼈도 녹아내린다는 격언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불가침의 절대적 기본권임에도 말을 하는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말에 대한 이 두 원칙은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말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그 범위 판단, 그리고 피해를 주었을 경우 어떤 형태와 절차, 방법으로 응징할 것인지 그 최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우선, 어떤 말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가?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말”이 정답이지만, 실제 법정 실무에서는 쉽지 않다. 세상에 다양한 선호체계와 사상이 존재하다 보니 무엇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참으로 다양하다. 일례로, 어떤 여성에게 ‘당신은 매우 섹시하다’고 말했다 치자. 이 말은 듣는 사람의 가치관, 문화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숙한 여성인 나에게 감히 그 따위 말을 하다니…’ 하며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런 멋진 칭찬을 해주다니 고맙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가치관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스스로 판관이 되겠다고 나섰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당사자나 대리인만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심의규정을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나아가 방심위 직권으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인지 아닌지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판단할 수 있을까? 더욱이 방심위는 2014년 1월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정보는 피해 당사자의 의사와 명예를 존중하기 위해 해당 사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는 경우에는 피해 당사자의 명예가 훼손되어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고 무분별한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 한정하여 심의를 신청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행 규정에서도 노약자, 장애인, 청소년에 대한 명예훼손성 게시물은 본인이 어려우면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방심위는 젊은 여성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역시 현행 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직접 나서서 또는 대리인을 통해서도 심의해 달라고 신청하기 어려운 “그 어떤 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개정의 필요성이 전혀 없다. 아마도 그 어떤 분(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고서도,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못마땅한 이런저런 게시물들을, 방심위가 알아서 또는 제3자 누군가의 신청에 의해 삭제나 차단할 수 있기를 몹시 바란다고밖에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개정은 수상쩍다.

 

* 이 글은 11월 10일 한겨레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화, 2015/11/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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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국민반대 여론 무시한 인터넷명예훼손심의 개정 강행 시도 유감

검열금지와 최소심의 원칙에도 어긋나 통신심의 폐지 여론 확산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오늘(12/10) 오후 전체회의에서 인터넷명예훼손심의규정 개정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명예훼손’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 혹은 위원회 직권으로 인터넷게시물에 대한 심의를 개시하고 삭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방심위가 지난 7월 개정 절차를 시작한 이후 그동안 반대 여론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개정하려는 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언론·시민단체, 수백 명의 법률가 및 네티즌들이 정치적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개정에 반대했다. 반대여론의 핵심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경제적 ․ 사회적 권력층 등 공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데 남용될 것이란 우려였다. 이들이 여론의 비난과 정치적 부담을 지지않고도 지지자들이나 단체들이 나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신속하게 차단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공인에 대한 예외’를 두는 심의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규정으로 명문화되지 않은 이상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인터넷게시물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가 헌법에서 금한 검열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에 통신심의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컸다. 자율심의라는 국제적 인권기준과 국가인권위원회권고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방심위가 최소심의 원칙에 어긋나는 직권심의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앞으로 통신심의폐지 요구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여론과 원칙을 무시한 방심위의 개정 강행은 국민들에게도 재앙이지만 방심위 스스로에게도 자충수가 될 것이다. 

목, 2015/12/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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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글 | 오픈넷

 

인터넷 시대, 이용자들이 작성한 수많은 정보가 포털 등 인터넷업체나 망사업자들을 통해 매개된다. 이들 이용자가 작성한 정보가 타인의 명예나 저작권을 침해할 때는 소위 “정보매개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할까?

정보매개자란?

정보매개자란 쉽게 말하면 포털을 포함한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와 같은 인터넷망사업자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망에 연결된 후 네이버나 다음, 구글, 카카오톡,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채팅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기업)를 모두 정보매개자라고 한다.

정보매개자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개인들끼리 (인터넷에서)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권리침해 행위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 정보매개자를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대부분 나라는 정보매개자 면책조항을 둔다.

  • 불법적인 정보가 정보매개자의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더라도
  • 정보매개자가 그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 정보매개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

쉬운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 중 칼을 이용한 범죄는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고 해도 칼을 이용한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해당 칼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 쇠파이프를 가지고 사람을 폭행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쇠파이프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트럭이 추돌사고를 일으켜도 트럭에 문제가 없다면 트럭 제조사는 책임이 없다.

위의 여러 예처럼 정보매개자가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각 나라는 이와 관련하여 면책조항들을 만들어 놓았다. 면책이라서 “세이프하버(피난처라는 의미)”라고 불린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나라별 저작권법 면책조항

위 표에서 한국의 저작권법 102조를 보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정보매개자면책조항을 온전하게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3조 1항과 2항의 존재다. 한국은 정보매개자의 면책조항뿐만 아니라 의무조항까지 존재한다.

즉, 다른 나라의 법은 신고 게시물에 대해 삭제·차단을 하면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면해준다. 따라서 정보매개자는 신고에 대응할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은 103조가 별도로 존재함으로써 정보매개자에게 모든 신고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기와 의무가 낳는 차이

“동기”와 “의무”의 차이는 크다.

“동기”만 부여된 상태라면 정보매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합법적인 게시물은 놔두고 불법적인 게시물만 차단할 자유가 존재한다. 정보매개자에게 불법과 합법을 판단할 의무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정보매개자가 원한다면” 어떤 게시물은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삭제·차단이 “의무”라면 정보매개자는 자신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보기에 아무리 합법적인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삭제·차단을 해야 한다. 의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누군가 침해신고를 했다면, 정보매개자는 삭제차단을 해야만 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욕을 먹거나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건 덤이다) “의무조항”이니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권리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침해신고를 하게 되고 정보매개자는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네이버 임시조치 안내 헤더

 

더 큰 문제: “신고시 삭제 의무”가 다른 법에서도 도입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법은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미국의 선진적인 세이프하버 조항을 완전히 도입했다”는 오해다.

결국, 저작권법의 “요청하면 반드시 삭제·차단할 의무”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 다른 법제에도 복제됐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인데 침해신고가 된 게시물은 아무리 합법이라 하더라도 정보매개자는 임시로 삭제 및 차단을 해야 할 의무가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그런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까지 내려줬다(2010헌마88. 헌법재판소 2012.5.31. 결정). 말이 “임시”이지 복원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으니 대부분 정보매개자들은 게시물에 당했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복원할 용기가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저작권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를 빌미로 무분별하고도 부당한 삭제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돈을 내고 제공받은 서비스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한 글들이 차단당하거나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임시조치에 취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저작권법 제도의 근간인 제102조, 즉 면책조항도 없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즉, 정보통신망법이 저작권법에 불필요하게 포함된 “의무조항”만 도입하면서 정보통신망법은 “세이프하버”와는 거리가 먼, 가장 후진적인 정보매개자 책임 규제가 되어버렸다.

오픈넷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서 사적 검열이 강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포털은 저 글을 삭제해야 한다.”고 신고를 하면 포털을 비롯한 정보매개자는 꼼짝없이 삭제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삭제·차단을 하지 않아도 벌칙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니 위 조항들이 정보매개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매개자 입장에서 살펴보자. 요청시 반드시 삭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보매개자가 삭제 요청에 맞서서 해당 정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법을 따르는 게 모든 면에서 속 편한 일이니 그냥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기업 입장에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그 결과물들이 이런 거다.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 

인터넷상 사적 검열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2월 쥬얼리 성형외과는 직원들이 올린 ‘수술실 생일파티 인증 사진’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사진은 인터넷의 다양한 공간으로 퍼졌다. 많은 언론과 블로거는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이라는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쥬얼리 성형외과 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쥬얼리 성형외과를 비판하는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 요청을 했고, 그렇게 쥬얼리 성형외과에 관한 비판글은 하나둘씩 블라인드되었다.

오픈넷 임시조치 고스톱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아이엠피터’(사진)는 널리 알려진 1인 정치 미디어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음’이라는 포털서비스를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나왔고,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포털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왜 포털을 떠나 독립 사이트를 마련했을까? (아이엠피터는 2016년 1월 1일부터 ‘티스토리’ 플랫폼을 떠나 워드프레스에 기반한 독립형 서비스로 주된 근거지를 옮겼다.)

아이엠피터

직접 아이엠피터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엠피터’ 일문일답]

– 아이엠피터에 올라온 정치 비평이 꾸준히 임시조치당해왔는데. 
한마디로 폭력이다. 일단 한 대 때리고 보는 것 같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한 대 때린 뒤에 ‘네가 잘못한 게 없는지 증명해 봐’라고 한다.

– 절차상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그렇다. 삭제된 사람이 정보매개자(포털)에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일단 30일 동안 블라인드(차단) 효과가 생긴다. 이런 과정은 심적 부담을 주는 동시에 신고당한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은 일이다.

– 신고자에 대해선.
신고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나로선 그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임시조치 때문에 활동의 근거지를 포털에서 독립 사이트로 옮겼는데.
포털은 우선 임시조치한다. 그리고 그 뒤에 따로 신고당한 사람(글쓴이)는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반면에 독립 사이트는 포털과 같은 ‘우선 임시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옮겼다.

– 순서가 중요하다는 건가. 
그렇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평가 이전에 절차, 즉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먼저 콘텐츠를 차단하고 보는 현재의 시스템은 아주 문제가 많다.

– 임시조치,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임시조치는 현실적으로 헌법상 평등권에 반한다. 글쓴이와 신고자, 각각의 권리를 공정하게 존중해야 하는데 한 사람(신고자) 이야기만 듣고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과도 같다.
일단 임시조치로 차단하기보다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해 명예훼손 등으로 엄벌하거나 민사상 손해를 무겁게 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형사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관해선 이 역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므로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은데. 
공인과 공적 사안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더 널리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적인 사안이 아니고, 공인이 아닌 개개인의 명예는 더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끝으로 한마디.  
최근 분위기가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도 스스로 경계하게 하는, 일종의 자기 검열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 글을 쓸 때 옳고 그름만에 얽매여서 자유를 망각하지는 말되, 방종은 경계하면 좋겠다.

 

개정이 필요하다

국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의무조항을 면책조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제안

그리고 정보통신망법도 개정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아예 세이프하버와 같은 면책조항이 없는데, 저작권법 102조와 유사한 책임제한 조항을 만들면 된다. 즉, 콘텐츠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그 게시물을 내리기만 하면 몰랐던 게시물에 대해서는 면책된다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 이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안

외국의 정보매개자 규제를 도입하려면 정확하게 벤치마킹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수정사항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최소한 이 정도의 면책조항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칼을 판다고 칼로 인한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이상한 논리는 이제 그만 사라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2.04.)

목, 2016/02/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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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BJ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은 위헌적 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방심위는 2015년 아프리카 TV에게 64건의시정요구를 하였고, 지난 2016. 2. 4. 제 11차 통신소위에서는 BJ 6명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을 내리며 의견진술에 출석한 아프리카 TV 관계자들과 해당 BJ들을 훈계하고 질책하였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사적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며,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이용하고 특정 콘텐츠가 일방향적으로 수신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건전성․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내용규제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정보전달의 형식이 ‘동영상’인 것뿐 다른 인터넷상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불법적 내용이 아닌 이상 공적 책임 혹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반인의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방심위는 BJ들이 ‘막말’,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이용정지 결정을 하였으나, 불법적 내용이 없는 표현물을 ‘유해성’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금지하는 것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으며 청소년보호는 청소년접근제한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이번 방심위의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아프리카 TV)에 대하여 이용자(BJ)와의 이용계약을 일정기간 정지하라는 것인데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법률상 정의는 해당 정보 자체를 시정하라는 의미로 한정되므로 방심위가 시정요구 조치를 법률의 문언적 의미를 벗어나 해당 정보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인적 제재로 이용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행정기관이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되어 위헌적 조치로 보아야 한다.

방심위는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을 철회하고 잘못된 법적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6/02/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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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외신기자 돈 커크, 한국경제 상황 진단 – 중국 경제 위축, 저유가가 한국 경제 어려움 가중시켜 – 한국 경제성장 이끌었던 수출감소에 주목하며 비관주의 팽배한다고 경고 한때 한국은 고속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헬조선’이란 자조섞인 한탄이 팽배하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노동조건, 그리고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제도, 빈부격차 등 경제 상황은 절망적이다. 외신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베테랑 ...
금, 2016/03/0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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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 개인의 동영상도 국가가 심의한다?

글 | 오픈넷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 TV만 64건의 시정요구를 받았으며, 지난 2016. 2. 4. 제11차 통신소위원회에서는 BJ 6명과 아프리카 TV 관계자들이 의견진술 절차에 출석하여 질책을 받고, 해당 BJ들은 (계정) 이용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며, 국가기관이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1.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 방송 매체를 보는 시각으로 규제해선 안돼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은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공중파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분배받은 소수의 방송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수신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고 이로써 건전성․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일반인 누구나 표현물을 게시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들은 개인적 기호와 욕구에 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취사선택 활동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쌍방향적인 통신이다.

인터넷 방송은 그 용어로 인해 자칫 공중파 방송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혼동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 역시 정보전달의 형식이 ‘동영상’인 것뿐 다른 인터넷상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인터넷상 표현물은 기본적으로 국민 개인의 사적인 표현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아야 하고, 불법적 내용이 아닌 이상 공적 책임 혹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반인의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는 없다.

 

2. ‘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국가의 인터넷 검열은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은 물리적인 해악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에 ‘불법’성이 있는지 여부와 같이 명백한 기준에 의하여 금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가치 있는 표현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정서로 소통할 자유도 보호한다. 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서 심의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강요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훌륭한 판시를 내린 바 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3. BJ 계정의 이용정지, 아프리카 TV에 대한 제재 시도는 과잉적 규제

이번 방심위의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아프리카 TV)에 대하여 이용자(BJ)와의 이용계약을 일정기간 정지하라는 것으로, BJ는 일정기간동안 해당 계정으로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원래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법률상 정의는 해당 문제 정보 내용 그 자체를 시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함에도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는 ‘이용해지․정지’를 시정요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해지․정지’는 법률의 문언을 벗어나 해당 정보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인적 제재로 기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높다.

또한 방심위는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TV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3기 방심위는 출범 이후 내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이상, 정보의 삭제․차단 요청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에게 그 정보의 유통에 대한 책임 부과나 실재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를 지속하여 왔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그 이용자들이 제공하여 유통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완화시키려는 국제적 기준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내 산업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4.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는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어야

다양한 표현과 소통이 공존하는 거대한 표현매체인 인터넷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국가의 일방적인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방심위는 유해성과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인터넷 개인 미디어를 규제하는 관행을 재고하여야 하고, 이러한 위헌의 소지가 높은 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3.09.)

수, 2016/03/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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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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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월, 2016/03/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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