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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권을 보호하는 임시조치 개정이 필요하다 – 방통위-유승희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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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권을 보호하는 임시조치 개정이 필요하다 – 방통위-유승희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비교

익명 (미확인) | 목, 2016/08/25- 12:30

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권을 보호하는 임시조치 개정이 필요하다

- 방통위-유승희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비교

 

사단법인 오픈넷은 19대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방통위는 동일한 개정안을 다시 냈고, 겨우 5일이라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6월 29일 국회에 제출하였다.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방통위안은 (1) 합법적인 게시물도 차단하도록 정보매개자(포털 등)를 강제하는 한편 (2) 게시자가 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을 요청하더라도 정보매개자가 상당기간 복원을 하지 못하게 금지하며 (3)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라는 새로운 행정심의기구가 게시물 복원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남양유업 갑질 관련 게시물비리검사 관련 게시물 등에서 보듯 현행법 상으로도 합법적인 게시물을 30일 이상 차단하는 상황을 방통위안은 더욱 개악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8월 9일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19대 국회에서 제출했던 임시조치 복원권 보장안을 다시 발의하였다. 이 두 개정안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앞으로의 나아갈 바를 밝혀보도록 한다.

<방통위안과 유승희의원안 비교> 

방통위안

유승희의원안

임시조치 신청자

권리를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임시조치 의무

신청만 있으면 무조건

신청이 있더라도명백히 권리침해가 아닌 경우에는의무가 아님

임시조치시 통지 사항

“1. 임시조치의 사실 및 기간

2. 이의제기의 방법 및 절차

3. 이의제기시 직권조정절차에 회부된다는 사실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현행과 동일)

임시조치 기간

“30
또는직권조정절차가 종료되는 날

게시자 이의신청시 “30일 이내
해제

임시조치 기간 만료시

즉시 삭제

언급 없음

복원 절차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44조의14에 따른 직권조정절차에 회부

직권조정절차에서 정보게재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면 소제기를 해야만 복원됨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여
이의신청을 할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조치를 30일 이내에 해제해야 함

사업자 면책 수준

임의적 감면

(현행과 동일)

임의적 감면

(현행과 동일)

임의의 임시조치

현행과 동일

사업자 재량 강화

투명성 보고 의무

언급 없음

사업자 방통위 보고 의무

방통위 보고서 공개 의무

 

방통위안과 유승희의원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할 때 정보를 즉시 복원해주는지 아닌지에 있다. 즉, 유의원안은 바로 복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반면, 방통위안은 1번 이상의 추가적인 불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정안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즉 복원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게시자가 이의제기시 바로 정보가 복원되어야 한다. 임시조치 제도의 원조격인 미국 DMCA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고 우리의 저작권법도 2011년에 저작물 게시자의 복원 요청이 있으면 바로 복원해주도록 개정되었다.

유의원안에 따르면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임시조치를 30일 이내에 해제하고 이후 양 당사자가 알아서 분쟁해결절차를 진행하게 되어 있다. 반면, 방통위안에 따르면 게시자의 이의제기가 있더라도 임시조치가 유지된 상태에서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의 직권조정절차로 넘어가게 되고, 복원 여부는 그 직권조정의 결과에 달려 있다. 또한 직권조정절차에서 복원이 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해야 비로소 임시조치가 해제된다. 즉, 게시물의 확실한 복원을 위해서는 2번의 불복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만 하면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주장자와 비교해 게시자에게 매우 불리한 절차이여, 신청자의 권리와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겠다는 방통위안의 제안 이유와 상반되는 것이다.

임시조치 이의제기율이 5%도 안되는 현 상황에서, 방통위안은 임시조치 해제를 위해 이의제기 및 소제기라는 이중의 불복절차를 거치도록 하므로 이의제기율은 필연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고, 임시조치를 당한 정보의 거의 대부분이 삭제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권리주장자에게 임시조치를 남용할 유인을 부여한다.

이상과 같이 비교해보면 유승희의원안이 완벽하지는 않으나 방통위안 보다는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훨씬 잘 보장하고 있다. 특히 사업자와 방통위의 투명성 보고 의무는 정부3.0 시대에 진일보한 입법이라고 하겠다. 또 “명백히 권리침해가 아닌 경우”에는 임시조치 의무를 면제한 것 역시 국제수준의 정보매개자책임원리에 근접한 것이며, 제2의 남양유업 게시물 차단 사태, 제2의 아이엠피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하겠다. 여기에 좀 더 보완을 한다면 아래와 같은 사항이 반영되어야 한다.

1. 임시조치 해제시점을 30일에서 10일 정도로 최대한 단축할 것
2. 저작권법과 동일하게 사업자의 면책 수준은 필요적 면제로 강화하여 유명무실해진 면책 조항의 의의를 살릴 것
3. 저작권법과 동일하게 부당한 삭제 요청과 이의제기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여 요청자의 임시조치 제도 남용을 막는 안전장치를 둘 것
4. 임의의 임시조치 조항은 중복적일 뿐만 아니라 사문화된 조항이므로 삭제할 것

인터넷상 모든 표현에 대한 사적 검열을 의무화하는 임시조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악법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 오픈넷은 20대 국회에서 임시조치 제도가 게시자의 복원권을 완전하게 보장하고 민간의 자율규제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6년 8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      관련 논평:
오픈넷,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국회제출안에 대해 반대의견서 제출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평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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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글 | 오픈넷

 

인터넷 시대, 이용자들이 작성한 수많은 정보가 포털 등 인터넷업체나 망사업자들을 통해 매개된다. 이들 이용자가 작성한 정보가 타인의 명예나 저작권을 침해할 때는 소위 “정보매개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할까?

정보매개자란?

정보매개자란 쉽게 말하면 포털을 포함한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와 같은 인터넷망사업자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망에 연결된 후 네이버나 다음, 구글, 카카오톡,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채팅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기업)를 모두 정보매개자라고 한다.

정보매개자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개인들끼리 (인터넷에서)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권리침해 행위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 정보매개자를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대부분 나라는 정보매개자 면책조항을 둔다.

  • 불법적인 정보가 정보매개자의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더라도
  • 정보매개자가 그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 정보매개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

쉬운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 중 칼을 이용한 범죄는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고 해도 칼을 이용한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해당 칼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 쇠파이프를 가지고 사람을 폭행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쇠파이프 제조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트럭이 추돌사고를 일으켜도 트럭에 문제가 없다면 트럭 제조사는 책임이 없다.

위의 여러 예처럼 정보매개자가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각 나라는 이와 관련하여 면책조항들을 만들어 놓았다. 면책이라서 “세이프하버(피난처라는 의미)”라고 불린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나라별 저작권법 면책조항

위 표에서 한국의 저작권법 102조를 보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정보매개자면책조항을 온전하게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3조 1항과 2항의 존재다. 한국은 정보매개자의 면책조항뿐만 아니라 의무조항까지 존재한다.

즉, 다른 나라의 법은 신고 게시물에 대해 삭제·차단을 하면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면해준다. 따라서 정보매개자는 신고에 대응할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은 103조가 별도로 존재함으로써 정보매개자에게 모든 신고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기와 의무가 낳는 차이

“동기”와 “의무”의 차이는 크다.

“동기”만 부여된 상태라면 정보매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합법적인 게시물은 놔두고 불법적인 게시물만 차단할 자유가 존재한다. 정보매개자에게 불법과 합법을 판단할 의무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정보매개자가 원한다면” 어떤 게시물은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삭제·차단이 “의무”라면 정보매개자는 자신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보기에 아무리 합법적인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삭제·차단을 해야 한다. 의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누군가 침해신고를 했다면, 정보매개자는 삭제차단을 해야만 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욕을 먹거나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건 덤이다) “의무조항”이니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권리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침해신고를 하게 되고 정보매개자는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네이버 임시조치 안내 헤더

 

더 큰 문제: “신고시 삭제 의무”가 다른 법에서도 도입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작권법은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미국의 선진적인 세이프하버 조항을 완전히 도입했다”는 오해다.

결국, 저작권법의 “요청하면 반드시 삭제·차단할 의무”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 다른 법제에도 복제됐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인데 침해신고가 된 게시물은 아무리 합법이라 하더라도 정보매개자는 임시로 삭제 및 차단을 해야 할 의무가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그런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까지 내려줬다(2010헌마88. 헌법재판소 2012.5.31. 결정). 말이 “임시”이지 복원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으니 대부분 정보매개자들은 게시물에 당했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복원할 용기가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저작권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를 빌미로 무분별하고도 부당한 삭제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돈을 내고 제공받은 서비스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한 글들이 차단당하거나 정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임시조치에 취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저작권법 제도의 근간인 제102조, 즉 면책조항도 없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즉, 정보통신망법이 저작권법에 불필요하게 포함된 “의무조항”만 도입하면서 정보통신망법은 “세이프하버”와는 거리가 먼, 가장 후진적인 정보매개자 책임 규제가 되어버렸다.

오픈넷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서 사적 검열이 강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포털은 저 글을 삭제해야 한다.”고 신고를 하면 포털을 비롯한 정보매개자는 꼼짝없이 삭제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삭제·차단을 하지 않아도 벌칙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니 위 조항들이 정보매개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매개자 입장에서 살펴보자. 요청시 반드시 삭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보매개자가 삭제 요청에 맞서서 해당 정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법을 따르는 게 모든 면에서 속 편한 일이니 그냥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기업 입장에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그 결과물들이 이런 거다.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 

인터넷상 사적 검열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쥬얼리 성형외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2월 쥬얼리 성형외과는 직원들이 올린 ‘수술실 생일파티 인증 사진’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사진은 인터넷의 다양한 공간으로 퍼졌다. 많은 언론과 블로거는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이라는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쥬얼리 성형외과 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쥬얼리 성형외과를 비판하는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치 요청을 했고, 그렇게 쥬얼리 성형외과에 관한 비판글은 하나둘씩 블라인드되었다.

오픈넷 임시조치 고스톱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아이엠피터’(사진)는 널리 알려진 1인 정치 미디어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음’이라는 포털서비스를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나왔고,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포털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왜 포털을 떠나 독립 사이트를 마련했을까? (아이엠피터는 2016년 1월 1일부터 ‘티스토리’ 플랫폼을 떠나 워드프레스에 기반한 독립형 서비스로 주된 근거지를 옮겼다.)

아이엠피터

직접 아이엠피터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엠피터’ 일문일답]

– 아이엠피터에 올라온 정치 비평이 꾸준히 임시조치당해왔는데. 
한마디로 폭력이다. 일단 한 대 때리고 보는 것 같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한 대 때린 뒤에 ‘네가 잘못한 게 없는지 증명해 봐’라고 한다.

– 절차상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그렇다. 삭제된 사람이 정보매개자(포털)에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일단 30일 동안 블라인드(차단) 효과가 생긴다. 이런 과정은 심적 부담을 주는 동시에 신고당한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은 일이다.

– 신고자에 대해선.
신고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나로선 그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임시조치 때문에 활동의 근거지를 포털에서 독립 사이트로 옮겼는데.
포털은 우선 임시조치한다. 그리고 그 뒤에 따로 신고당한 사람(글쓴이)는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반면에 독립 사이트는 포털과 같은 ‘우선 임시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옮겼다.

– 순서가 중요하다는 건가. 
그렇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평가 이전에 절차, 즉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먼저 콘텐츠를 차단하고 보는 현재의 시스템은 아주 문제가 많다.

– 임시조치,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임시조치는 현실적으로 헌법상 평등권에 반한다. 글쓴이와 신고자, 각각의 권리를 공정하게 존중해야 하는데 한 사람(신고자) 이야기만 듣고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과도 같다.
일단 임시조치로 차단하기보다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해 명예훼손 등으로 엄벌하거나 민사상 손해를 무겁게 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형사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관해선 이 역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므로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은데. 
공인과 공적 사안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더 널리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적인 사안이 아니고, 공인이 아닌 개개인의 명예는 더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끝으로 한마디.  
최근 분위기가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도 스스로 경계하게 하는, 일종의 자기 검열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 글을 쓸 때 옳고 그름만에 얽매여서 자유를 망각하지는 말되, 방종은 경계하면 좋겠다.

 

개정이 필요하다

국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의무조항을 면책조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제안

그리고 정보통신망법도 개정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아예 세이프하버와 같은 면책조항이 없는데, 저작권법 102조와 유사한 책임제한 조항을 만들면 된다. 즉, 콘텐츠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그 게시물을 내리기만 하면 몰랐던 게시물에 대해서는 면책된다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 이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안

외국의 정보매개자 규제를 도입하려면 정확하게 벤치마킹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수정사항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최소한 이 정도의 면책조항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칼을 판다고 칼로 인한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이상한 논리는 이제 그만 사라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2.04.)

목, 2016/02/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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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과는 다른 페이스북

“대통령 모욕죄” 영장 협조에 우려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를 공격한다는 제목 하에 페이스북에 사제총기사진을 게시한 이용자에 대해 국내 법원이 발급한 압수수색영장에 응하여 이 이용자의 IP주소를 제공함으로써, 한 달이 지난 2월 17일 그 이용자의 체포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동시에 심대한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와 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외국의 영토에 있는 은밀한 정보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사법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형사사법공조조약(MLAT)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 사이에 체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FBI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우리나라 법무부 국제법무과에 신청을 하여 한국 검찰이 법원영장을 득해야만 하며, 우리 검찰이 페이스북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 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그리고 미국의 통신비밀보호법 (ECPA) 제2702조(a)(3)에 각각 해당 법을 통하지 아니하고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IP주소 포함) 제공이 금지된 것도 이 맥락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거치지 않고 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그대로 집행해준 것이다. 이는 각 나라 내에서의 수사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 공적 책무를 지는 사법부에 의해 규율되도록 하여 프라이버시와 수사 목적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이런 관행이 자리잡아 외국정부의 부당한 압수수색요청에 각 기업들이 응할 경우,세계인들은 자신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 판사들의 영장심사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내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이용자가 한국인임이 밝혀졌지만 페이스북이 형사수사협조와 같이 이용자에게 긴절한 사안에 있어서 추정국적이나 사용언어에 따라 이용자들을 차별할 수는 없다. 도리어 페이스북은 인터넷이 글로벌한 매체임을 이용해 권위주의적 정부 하의 국민들이 자국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외국 서비스들을 이용하여 표현 통신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긴절한 피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IP주소의 제공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해당 포스팅이 올라오자마자 경찰은 해당 사제총기사진이 진짜가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서 떠돌던 사진이었음을 알았고, 이 때문에 해당 이용자가 박근혜 대통령 욕설을 올린 것에 대해 모욕죄 수사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별다른 이유 없이 경찰이 갑자기 강력범죄인 대통령에 대한 협박죄로 죄목을 바꾸고 페이스북에 영장을 제시하여 어제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미 비슷한 사진 게시에 대한 대통령협박죄 기소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무죄로 끝난 점을 감안하면 IP주소 요청의 목적이 협박죄 수사인지 모욕죄 수사인지 불분명하다. 모욕죄는 애매모호함과 권력자의 남용 가능성 때문에 UN인권위원회도 폐지권고를 여러 차례 해온 인권침해적 규제인데, 바로 이 규제를 대통령 비호를 위해 집행하는 길을 페이스북이 닦아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최근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제기한 여러 명예훼손 민형사소송 때문에 프리덤하우스의 연례조사에서 OECD국가들 중에서 드물게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페이스북이 불법적인 영장 역외집행까지 범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권침해적 법률의 집행을 도와줘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비하여, 애플은 테러범의 아이폰 수사에 있어서도 FBI의 과도한 압수수색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구글도 미국법이 허용하지 않는 한 외국법원의 영장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통해서만 집행되도록 하고 있다. (https://www.google.com/transparencyreport/userdatarequests/legalprocess/#how_does_google_respond)

 

 

금, 2016/02/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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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평화활동가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행사는 업무방해가 될 수 없어


지난 2/18(목),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평화롭게 저항 행동을 펼쳐온 평화활동가에게 제주지방법원(제1형사부, 주심판사 이준희)이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한 1심의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행사가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법원이 상식적이고 인권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종교인들은 매일 오전 11시 공사장 앞 미사를 비롯해 1인 시위, 인간 띠잇기 등 평화로운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해 왔다. 재판부는 공사장 앞 미사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 행사에 해당하며 이에 업무방해죄 적용은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의 평화로운 저항 행위로 인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무시하지 못할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표현이라도 표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제주해군기지의 준공식을 얼마 앞 둔 시점에서 나온 점에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에 반해 비민주적 과정으로 강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이 자행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종교인들은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저항해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에서 진행되어 온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지극히 정당한 행위였음이 확인되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고 있는 기본권이며 구성요건이 광범위한 업무방해죄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충돌 시 제한적으로 해석 및 적용되어야만 한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종교인들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를 방해하는 경찰 등 국가권력이야말로 유죄다.

 

강정마을회 /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 /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화, 2016/02/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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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에 애플이 미국 샌버나디노 지역 총기살해범의 아이폰에 대한 FBI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보통 영장은 범죄 발생 및 연관의 개연성이 있으면 발부되는데 이 사건은 이미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IS와의 연관성도 밝혀져 이 아이폰에는 앞으로의 미국 내 테러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정보 다수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당연히 협조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거부하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 정보를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FBI가 합법적인 암호 풀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정도의 협조 명령인데도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만 소송에나 가야 해결될 판국이다. 미국은 9·11을 거치며 테러방지법에 해당하는 애국자법(PATRIOT)을 통과시켰음에도 인권과 테러방지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다른 나라들도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은 외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첫째 대외 정보 수사기관인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이고, 둘째 대테러수사에 대한 인권보호 규제들을 위험한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테러수사권한을 준다는 것은 국정원 산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신설하고 이 센터가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테러’는 정의상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인도 항상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원이 원활하게 국가안보를 지키는 대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비밀성과 예산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비밀성과 예산이 국민을 상대로 남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CIA도 대외정보 수집만을 하도록 돼있고 애국자법이 이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부시정부가 임의로 달라졌다고 해석했다가 2015년 위헌판정을 받았다.) 샌버나디노 수사도 예산과 통제가 불투명한 CIA가 아닌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진행하고 있다.

또 애국자법이 프리즘프로그램 등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 역시 영장주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서 인권보호 절차들이 쉽사리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위헌판정을 받은 무작위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도 형식적으로 외국첩보법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테러방지법은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긴급을 요할 때에는 전화 또는 전산망을 통해 약식으로 설명하고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절차 등을 밟아 정보수집 및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 뜻은 불분명하지만 현행 통비법의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테러방지법에서 다시 ‘긴급하면 전화로 설명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테러방지법에 끼워서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업체들에도 모두 적용한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한 법률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감청설비의무는 도로 위 아래의 전봇대 터널 등의 국가기간시설을 직접 이용하고 있는 망사업자들에 반대급부로 부과될 뿐이다. 다양한 통신 SW를 개발해 그 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업체들에는 그런 의무를 부과할 헌법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학교, 교회, 동창회 등에 홈피를 운영한다고 해서 국가감청요원이 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인터넷 업체들에 감청설비의무란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암호화 통신을 무력화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에 복호화키를 주거나 사업자들이 복호화해서 내용을 넘겨주는 수밖에 없는데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 후자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애플과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공방 자체가 나올 수 없게 돼있다.

 

* 위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2.22.)

수, 2016/02/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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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BJ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은 위헌적 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방심위는 2015년 아프리카 TV에게 64건의시정요구를 하였고, 지난 2016. 2. 4. 제 11차 통신소위에서는 BJ 6명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을 내리며 의견진술에 출석한 아프리카 TV 관계자들과 해당 BJ들을 훈계하고 질책하였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사적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며,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이용하고 특정 콘텐츠가 일방향적으로 수신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건전성․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내용규제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정보전달의 형식이 ‘동영상’인 것뿐 다른 인터넷상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불법적 내용이 아닌 이상 공적 책임 혹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반인의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방심위는 BJ들이 ‘막말’,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이용정지 결정을 하였으나, 불법적 내용이 없는 표현물을 ‘유해성’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금지하는 것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으며 청소년보호는 청소년접근제한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이번 방심위의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아프리카 TV)에 대하여 이용자(BJ)와의 이용계약을 일정기간 정지하라는 것인데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법률상 정의는 해당 정보 자체를 시정하라는 의미로 한정되므로 방심위가 시정요구 조치를 법률의 문언적 의미를 벗어나 해당 정보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인적 제재로 이용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행정기관이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되어 위헌적 조치로 보아야 한다.

방심위는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을 철회하고 잘못된 법적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6/02/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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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1.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비방의 목적으로 타인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일명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합헌 결정(합헌 7 : 위헌 2)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은 해당 법 조항이 ‘비방의 목적’과 같이 명확하지 않은 구성요건으로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하여 내부고발 등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점을 간과하고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킨 것으로서 유감스럽다.

2.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과 형벌조항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에 따라 더욱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방의 목적’이 명확한 개념이라고 판단하였다. 헌재는 ’공익의 목적’이 있을 경우 ’비방의 목적’이 상쇄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소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개념들은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한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할 공익도 크고 개인에 대한 비난의 목적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주된 목적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홈페이지의 입주민공간 자유게시판에 아파트 노인회의 간부 부부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본조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았는데, 해당 폭행자 중의 한 명은 폭행죄로 유죄확정판결까지 받은 상태여서 보는 시각에 따라 입주민 간 몰상식한 행동을 고발하고 이를 위축시키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주된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면 수범자인 국민은 어떠한 진실된 표현이 보호받는지 혹은 처벌받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3. 다수의견은 또한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적인 표현은 개인의 인격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고 인터넷이 갖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인터넷 글을 신고에 따라 일단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나 민사적 구제방법 등은 실효성이 없고 형벌과 같은 위하력과 예방효과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사처벌 조항으로 인해 개인은 진실한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에서 구속될 수 있고 징역형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다. 더군다나 불명확한 기준으로 죄의 성립이 좌우되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보통 수사과정에서 부당하게 합의금 종용에 응하게 된다. 진실한 사실을 가린 채 형성된 사람의 명예는 진실한 것이 아닐 것임에도, 이러한 명예의 보호가 표현의 자유, 나아가 형사처벌에 수반되는 다른 중대한 기본권들의 침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4. 진실을 말한 사람이 범죄자로 처벌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모순된다. 이 법조항의 존재는 결국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 혹은 ‘명백히 공익적인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는 국제적 흐름이며 같은 이유에서 UN자유권위원회는 작년 11월 대한민국 심사에서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적 흐름을 다시금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6/03/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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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의 ’낯익은 위험’

연 1천만 건 이번엔 통신의 내용까지?

사업자들은 ”강제적 요구”와 ”합법적 요구” 구분해야

 

테러방지법(이철우 의원 대표발의 및 주호영 의원 수정안)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의 조직원 또는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이하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처벌과 원활한 조사를 위한 법이다. 한편 이 법에 따르면 “테러”는 ’정부, 지자체, 외국정부, 국제기구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강요하거나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한 (1) 인명 상해, 체포, 감금, 약취, 유인 또는 (2) 항공기, 선박, 대중용 차량, 핵시설에의 위해, (3) 차량부대시설, 공중이용시설, 수도전기가스시설, 공중건조물 폭파 및 그 시도로 정의된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의 정당한 입법 의도에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오픈넷은 법원의 영장 없이 감청, 감시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하는 독소조항에 대해 우려하며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한다. 또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업자들도 법조문이 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수사기관의 요청에 무차별적으로 응하는 관행을 종식시켜 고객들을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청한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은 재판을 통해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보호를 받되, 범죄연루의 개연성을 수사진행에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공직자, 즉 판사가 서면으로 확인한 경우(영장)에만 감청, 압수수색 등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하에서는 판사의 영장을 통하지 않고 그런 조사를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민감정보’ 포함…)와 위치정보를…‘개인정보처리자’와…‘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영장 등 아무런 절차적 제한이 없다. 특히 여기서 개인정보나 위치정보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통신의 내용, 비밀리에 보관된 정보도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에게. . .요구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 사업자들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 않아 일견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방만하게 조문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199조제2항(“. . .요구할 수 있다”)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 . .제공할 수 있다”)도 제9조제3항과 비슷하게 조문화되어 있지만, 관련 정보처리자들은 수사기관이 요구한 정보를 거의 100% 제공하고 있어 강제적인 조항이 있는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이동통신사들이 의무조항이 아닌데도 매년 1천만 건 이상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 등에 대부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최원식 의원 2015년 8월27일 보도자료, “2012~2014년 한해 평균 1천14만568건) 국정원의 요청 역시 기계적으로 모두 응할 가능성이 높고, 이때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넘겨지게 될 것이다.

위 현상의 문제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오픈넷은 정청래 의원과 함께 공공기관이 임의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경우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통신자료제공에 대해서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함께 ’이통사에게 물어보기 캠페인‘을 진행해서 수천 건의 통신자료제공 사례를 밝혀낸 바 있으며, 작년 11월 UN인권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서는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이용자 식별정보에만 한정된 통신자료제공과 달리 테러방지법 제9조제3항은 통신의 내용도 포함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물론 같은 법 제9조 제1항이 ”. . .정보의 수집에 있어서는 「출입국관리법」, 「관세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의 절차에 따른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강제적인 수집을 할 때에 적용되는 것이고 제9조 제3항은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정보를 수집하는 제2의 통로를 뚫은 것으로 봐야 한다.

또 동 조항의 제4항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대테러 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 역시 “추적”의 의미가 매우 불분명하며 기간, 장소,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해킹팀 RCS까지 포함할 것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제3항과 제4항 모두 그 흔한 대통령령으로의 위임도 없어 구체적으로 절차나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도 없다.

물론, 외국의 테러방지법들도 ’테러’라는 범죄에 대해서 일부 영장주의를 완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국정원은 다른 해외정보기관들과 달리 사이버심리전 수행 권한과 정부 전체의 정보보안사무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2012년 대선 댓글 개입 및 2015년 밝혀진 해킹팀 RCS 이용도 가능하였다. 또 통신내용의 취득이 영장 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든데 바로 그런 위험이 있는 것이다. 스노우든이 폭로한 프리즘 수사도 미국법원의 영장에 의해 집행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후견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요구”와 ”강제적인 요구”가 잘 구분이 되지 않고 있으며, 관의 ”합법적인 요구”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오해가 지배적이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국정원이 제9조제3항을 언급하며 요구하는 정보제공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합법적인 요구”는 반드시 따를 의무가 없으니 사업자들은 정보제공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면밀히 판단하여 고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영장주의라는 민주사회의 프라이버시 보호체제를 무시하는,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개인정보제공 요구 시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제공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7일

 

사단법인 오픈넷

 

첨부. 테러방지법 수정안(주호영의원안)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월, 2016/03/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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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 개인의 동영상도 국가가 심의한다?

글 | 오픈넷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 TV만 64건의 시정요구를 받았으며, 지난 2016. 2. 4. 제11차 통신소위원회에서는 BJ 6명과 아프리카 TV 관계자들이 의견진술 절차에 출석하여 질책을 받고, 해당 BJ들은 (계정) 이용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며, 국가기관이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1.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 방송 매체를 보는 시각으로 규제해선 안돼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은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공중파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분배받은 소수의 방송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수신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고 이로써 건전성․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일반인 누구나 표현물을 게시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들은 개인적 기호와 욕구에 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취사선택 활동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쌍방향적인 통신이다.

인터넷 방송은 그 용어로 인해 자칫 공중파 방송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혼동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 역시 정보전달의 형식이 ‘동영상’인 것뿐 다른 인터넷상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인터넷상 표현물은 기본적으로 국민 개인의 사적인 표현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아야 하고, 불법적 내용이 아닌 이상 공적 책임 혹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반인의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는 없다.

 

2. ‘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국가의 인터넷 검열은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은 물리적인 해악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에 ‘불법’성이 있는지 여부와 같이 명백한 기준에 의하여 금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가치 있는 표현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정서로 소통할 자유도 보호한다. 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서 심의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강요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훌륭한 판시를 내린 바 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3. BJ 계정의 이용정지, 아프리카 TV에 대한 제재 시도는 과잉적 규제

이번 방심위의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아프리카 TV)에 대하여 이용자(BJ)와의 이용계약을 일정기간 정지하라는 것으로, BJ는 일정기간동안 해당 계정으로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원래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법률상 정의는 해당 문제 정보 내용 그 자체를 시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함에도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는 ‘이용해지․정지’를 시정요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해지․정지’는 법률의 문언을 벗어나 해당 정보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인적 제재로 기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높다.

또한 방심위는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TV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3기 방심위는 출범 이후 내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이상, 정보의 삭제․차단 요청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에게 그 정보의 유통에 대한 책임 부과나 실재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를 지속하여 왔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그 이용자들이 제공하여 유통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완화시키려는 국제적 기준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내 산업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4.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는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어야

다양한 표현과 소통이 공존하는 거대한 표현매체인 인터넷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국가의 일방적인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방심위는 유해성과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인터넷 개인 미디어를 규제하는 관행을 재고하여야 하고, 이러한 위헌의 소지가 높은 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3.09.)

수, 2016/03/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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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월, 2016/03/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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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과 미국 수사기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수사 기관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가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해달라고 명령하고 애플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 공방과 관련해 알려진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셰리 핌 판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미국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1]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이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명령 반대 메시지를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공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6년 2월 25일 결정 취소 청구를 했으며 3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청구 취소 절차 외에도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뉴욕 마약거래상의 아이폰

FBI와 마약단속국(DEA)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2]을 압수했지만 잠금 해제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우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2016년 2월 29일 뉴욕의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틴 행정판사는 FBI와 DEA의 협조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로서의 애플의 거부

많은 사람이 이를 두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사례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건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코딩(프로그래밍)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에 아이폰 1대를 위한 운영체제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금고회사에 금고를 여는 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는 다르다. 운영체제 개발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금고의 열쇠를 새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알리바바에게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의 자유

피카소에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제작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증언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이라는 ‘공론의 장에서의 진실추구’라는 공익이 ‘증인의 말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코딩이 연설, 작곡, 조각, 회화 또는 저술과 같은 행위인가 아니면 닫힌 금고를 열어주거나 법정에서 자신이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의 행위인가?

만약, 전자라면[3] 절대로 애플에 강제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정부의 공익이 아무리 지대해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코딩이나 운영체제 개발과 같은 창조적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프로그래머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애플에 ‘부탁’해야지 애플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거부는 일종의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으로 칭찬받아야 한다.

 

FBI가 애플에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지 않고 프라이버시 측면만 본다면 애플의 입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기능을 하는 영장주의의 요건을 훨씬 충족하고 남는다. 여기에 ‘미래의 테러방지’라는 중요한 공익도 있다.

아이폰 1대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그 코드가 유출되거나 기억될 수 있다는 논리도 애플이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즉, 지금도 애플은 지금도 백도어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러범이 이용한 아이폰(5C)의 운영체제에는 암호를 여러 번 틀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다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더 많은 횟수를 틀리면 아이폰 내의 정보가 몽땅 삭제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아이폰 1분간 잠금 예시

FBI는 애플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는 운영체제(iOS 10)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빠진 iOS’로 아이폰을 업데이트한 후 무차별 공격(brute force)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잠금 해제 암호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때 iOS 업데이트를 하려면 애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애플이 업데이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은 이렇다:

‘애초에 왜 애플이 잠금 해제 없이도 iOS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은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만약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암호보호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후 버전의 아이폰에는 보안 엔클레이브(Security Enclave)라는 프로세서[4]가 있어서 어떤 종류의 iOS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암호를 풀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즉 새 버전의 아이폰은 이용자가 암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정보는 영원히 폰 안에 잠기게 되어 지금과 같은 공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래머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애플이 실제로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생각했다면 왜 예전 버전에서는 이용자 동의 없이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설계했을까?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렸을 때 그 안의 중요한 정보를 빼주기 위해서? 그런 목적이었을 리는 없다. 애플은 이미 용의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정보를 FBI에게 넘겨줬다.

만약 고객의 중요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면 FBI가 요청한 업데이트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애플이 클라우드 정보는 제공하면서 아이폰 내의 정보 취득을 돕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기기의 보안기준은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고 전 세계 시민단체 중에 누구도 애플에 왜 보안 엔클레이브를 미리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플 스토어

즉, 아이폰을 완전히 침투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자유를 이미 애플의 프로그래머들이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OS 10 하나만 만들어도 그 코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협조를 거부하기에 충분한 반론이 아니다.

결국, 더 강한 반론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논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주장도 그 선례가 이용자 협조 없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선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선례임을 이해할 때 의미를 얻는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코딩)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규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런 견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FBI가 마약범죄 수사에서 애플에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기각된 건을 살펴보자. 이 건에서의 핵심 논리는 “수사대상 범죄에 관여하지도 않은 사기업에 그 수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사는 특히 애플의 부담을 논하면서“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보안이 지켜지는가는 애플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되려고 열망하는가에도 영향을 준다”[5]고 논하는 대목에서는 코드에 영혼을 담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결정을 내린 제임스 오렌스틴 판사는 오랫동안 친(親)프라이버시 결정을 내려온 판사다. 임기제 판사[6]라서 연방판사[7]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압수수색, 감청, 통신사실확인과 관련해서는 임기제 판사들이 결정을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른 임기제 판사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

[1] 아이폰 5C

[2] 아이폰 5

[3] 참고로 나는 비개발자다.

[4] 보안 엔클레이브는 애플 A7 이상 버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내장된 보조 프로세서. 애플 문서를 따르면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와는 별개인 자체 보안 부팅과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 키 관리를 위한 모든 암호화 작업을 제공하며 커널이 손상된 경우에도 데이터 보호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5] It is entirely appropriate to take into account the extent to which the compromise of privacy and data security that Apple promises its customers affects not only its financial bottom line, but also its decisions about the kind of corporation it aspires to be.

[6] magistrate

[7] district judge. 종신제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14.)

월, 2016/03/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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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잊혀질 권리’ 제정에 반대하며

 

지난 2월1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관련 기사: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나온다…삭제 범위는?).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파급의 빠른 속도와 시공간적 광범위성 때문에 사람들의 과오에 대한 정보를 타인들이 너무나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시의성 없는(“no longer relevant”) 정보를 자신의 ‘이름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도록 하자는 권리(2014년 4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정보의 시의성은 정보주체의 주관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 해운업자는 과거의 여객선 과적 사실이 지금 운행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배에 자녀들을 태우고 싶은 학부형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정보이다. 단지 시간이 흘렀고 정보주체의 사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정보가 타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할 수 있는지를 배제하고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타인의 알 권리를 비례성 있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아빠를 찾고자 하는 “코피노”들의 절실함은 지금은 성실하게 가정을 보호하고자 하는 아빠들의 잊혀지고 싶은 욕망을 압도할 수 있다.

공인이 또는 공익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인’, ‘공익’ 등은 공동체의 다수의 또는 평균적 사고를 반영하는 개념이다. 표현의 자유가 지지하는 다원주의 사회의 이상은, 공동체 다수나 평균적 사고에 포함되지 않은 사상도 불법만 아니라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느 변호사가 12년 전에 자신의 주택을 경매당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겠지만 그 시기의 법조인들의 경제사정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법개혁 연구가 1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일 수 있다.

우리가 잊혀질 권리에서 건질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과거의 과오 때문에 불합리하게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관련 정보를 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사회의 갈등을 은폐하고 실체적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다. 타인의 과거를 알 수 없도록 법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서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진정한 관용의 문화를 성숙시킬 수 없다.

정보를 삭제차단까지는 하지 않고 검색만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원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검색에서 누락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자원이 없는 사람은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없다. 특히 ‘검색되지 않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경구에 비추어보자면 검색에만 의존해야 하는 무자력자의 상대적 빈곤은 엄청날 것이다. 결국 힘없는 개인들도 대기업과 같은 정보력을 갖도록 해줌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민주주의에 기여해온 인터넷의 기능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불균형성을 인터넷 이전 시대보다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 이렇게 인터넷이 평등한 정보접근의 도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되면 사람들은 타인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오프라인상의 평판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터넷 이전 시대처럼 광고홍보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 있는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는 평판의 불균형성도 초래하게 되고 정치 경제 사회적 공정경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은 기본권의 제한은 국민의 대표들이 만든 법률을 통해서만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정보매개자들에게는 임의적인 효력만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방통위법상의 “시정요구”(방통위설치법 21조4호)가 그러했고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제공”(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의 예에서 보듯이 이러한 조항들은 국가후견주의적인 정경관계와 결합하며 강제적인 제도와 다름없는 효과를 낳아왔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법제화 대신 “가이드라인” 마련을 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 수는 없다.

 

2016년 3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6/03/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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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부당 임시조치 사례 고발 캠페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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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공익적 목적이 담긴 인터넷상 게시글을 억울하게 임시조치 당한 게시자들의 사례 고발을 통해 임시조치 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 캠페인 페이지: http://opennet.or.kr/nomoreblocking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는 인터넷상 게시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게시글의 삭제를 요청할 경우 포털 등의 사업자가 해당 게시글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한 글은 타인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명예훼손’적 표현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피해가 있다는 주장만으로도 일단 게시글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는 임시조치 제도로 인하여 포털들은 대부분 신고에 따라 게시글들을 차단하고 있다. 임시조치된 게시물들은 보통 포털사의 약관에 따라 30일간 접근이 차단되고, 게시자가 이 기간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삭제된다. 네이버와 다음에 요청된 임시조치 건수는 2014년 한해만 약 45 만 건, 5년간 약 143 만 건에 이르고, 이의신청 건수는 5%가 되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 삭제되고 있다.

공인이나 사업자들이 이러한 임시조치 제도를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인터넷상 게시물들을 검색하여 무차별적으로 신고, 조치하는 방식으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만 해도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분석하며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을 언급한 유명 정치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글이 임시조치 되었고, 수술실에서 환자를 두고 생일파티를 벌여 언론과 대중에게 크게 비판받았던 쥬얼리 성형외과도 해당 사건을 언급한 다수의 글들을 임시조치하여 비판 여론을 차단, 위축시킨 사례가 발견되었다.

임시조치는 포털 등 사업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각 게시자별로 통지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통계나 사례를 취합하기 어렵고, 운용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오픈넷은 다수의 부당한 임시조치 사례를 취합하고 이를 공론화시키기 위하여 게시자들이 이를 고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였다. 억울하게 임시조치를 당한 게시자들은 이메일 [email protected].kr로 게시글 내용과 임시조치 신고인, 조치사유 등을 제보하면 된다. 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부당 사례들은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공익소송 및 정책 개선 자료로 쓰여질 예정이다. 또한 추후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하여 특정 공인이나 사업자들의 임시조치 남용 사례를 알리고, 공익적 가치가 큼에도 임시조치되고 있는 게시물들을 재게시하여, 인터넷상에서의 지속적인 정보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네티즌들로 하여금 부당 사례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 당한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제보, 고발이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1인 인터넷 미디어, 파워블로거를 비롯한 많은 의식 있는 네티즌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목, 2016/03/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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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통신심의를 통한 웹드라마 심의를 우려한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간 키스장면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3월 22일 열린 통신소위(제21차, 2016. 3. 22.)에서, 네이버 tvcast에서 제공되고 있는 ‘대세는 백합’ 웹드라마에 방송된 동성(여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그 밖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자율규제 권고)’으로 시정요구 결정하였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심의는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때와 같이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차별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며, 위반 규정의 명확한 적시 없이 추상적인 시정요구 권한을 이용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일정한 규율을 압박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다.

이번 심의 건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음을 전제로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의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이성간 키스 장면과 달리 동성간 키스 장면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성 등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기 위원은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고 인정해주는 형식이 되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고려해서 개인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하였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청소년에게 확산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로 발전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하였다.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 심의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2003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된 바 있다. 방심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편 이번 심의는 최초로 방심위가 웹드라마 콘텐츠를 심의한 것이다. 방송 사업자가 아닌 포털이 서비스하고 있는 웹드라마의 경우 현행법상 방송심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로서 ‘통신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스러우나, 딱히 위반되는 통신심의 규정이나 청소년유해물로서의 근거 규정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만으로 웹드라마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정요구를 결정한 것은 결국 방송과 같은 기준과 시각에서 이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방심위가 지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 여고생 간 키스 장면 등을 방송한 이유로 ’경고’ 징계를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심위가 시정요구 규정상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율규제 권고’ 등의 이름으로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내용 규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방심위는 자의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기준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들의 내용을 검열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시정요구 결정을 재고하여야 한다.

 

2016년 3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금, 2016/03/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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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콘2016

오픈넷, 인권과 기술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 라이츠콘(RightsCon) 2016 참가

-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한 UN 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과의 패널토론 주최 등 한국의 정보인권 상황에 대해 알릴 예정

 

오픈넷은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기술과 인권 국제컨퍼런스 라이츠콘(RightsCon Silicon Valley 2016, 주최 Access Now)에 참가하여 통신자료제공, 잊힐 권리, 정보매개자책임, 투명성보고, 디지털 기업의 사회적 책임,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분야의 현안에 대해 발표한다. RightsCon은 매년 5-600명의 인권운동가들, 인터넷 기업들, 과학기술전문가들, 정부관료들 등이 참여하여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대해 토론하는 디지털 인권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이다.

오픈넷은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라이츠콘 2015에도 참여하였으며, 온라인 표현의 자유, 통신감시, 투명성보고 등 정보인권 주요 분야 논의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마닐라원칙(The Manila Principles on Intermediary Liability)” 선언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라이츠콘 2016 에서 오픈넷이 주최하거나 참여하는 세션은 아래와 같다.

 

[참가 세션 소개]

인권 기준에 비춘 서비스 약관 컴플라이언스 평가(Assessing Terms of Service compliance with Human Rights Standards): 정보매개자인 인터넷 기업들의 약관 내지 개인정보보호지침 상 “통지 및 동의” 모델과 개인정보 보호 정도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논의한다.

기업 참여를 위한 증거 기반 연구와 활동 전략: 사례와 교훈(Evidence Based Research and Advocacy Strategies for Engaging Companies: Cases and Lessons): 작년 오픈넷과 시티즌랩이 공동으로 진행한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앱 스마트보안관 기술 감사 보고서 발표 배경과 그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망중립성(Net Neutrality Principles and Exceptions): 각 국의 망중립성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으로 제로레이팅(Zero rating)과 관련한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 현황 및 P2P 패킷의 송수신을 차단하는 한국 이동통신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프라이버시, 익명성, 그리고 영장없는 통신자료 제공(Privacy, Anonymity and Warrantless Acess to Subscriber Identification Data): UN 특별보고관, 캘리포니아 통신비밀보호법 연구자, EFF 등과 함께 영장없는 통신자료 제공의 문제점과 세계 각국의 제도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 전략 등을 논의한다.

이 밖에도 오픈넷은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Remembering Freedom of Expression),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Beyond CSR: Promoting Strong Human Rights Performance in the Private Sector), 혐오표현(Online Hate Speech: Identification and Strategies), 검열(Censorship by Proxy – Making Intermediaries Liable for Internet Cleanse), 정보매개자 책임과 마닐라 원칙(Who is an Intermediary? Harmonizing multiple definitions, Manila Principles: One Year Later), 국가간 개인정보 요청(Cross Border Data Requests) 등에 관한 다수의 세션에서 발표한다.

한편 오픈넷과 협력하고 있는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은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와 운용 현황에 비추어 본 온라인 콘텐츠의 행정검열 문제에 대하여 발표하고(Administrative Censorship Online: Necessary Evil?), 투명성보고 관련 세션(Reporting and beyond: why company and government transparency is essential for human rights online)에 참여하여 각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투명성보고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하여 토론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3월 28일, 29일에는 오픈넷 박경신 이사가 Article 19이 주최하는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균형 원칙’이라는 전문가회의에서 축조심의에 참가하며, 3월 29일에는 전 세계 인터넷 기업의 인권보호 정도를 평가해 기업책임지수(Corporate Accountablity Index)를 발표하는 RDR(Ranking Digital Rights)이 주최하는 비공개회의에 2015년 RDR 연구에 객원연구원으로 참여했던 김가연 변호사가 참가한다. 4월 1일에는 MLDI(Media Legal Defense Initiative가 주최하는 ‘세계의 공익임팩트소송 전략’에 참가하며 한국의 공익소송 사례들을 소개한다. 4월 4일-5일에는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콜럼비아 대학교 세계표현의자유연구소가 주최하는 연례컨퍼런스에 참가하여 한국의 주요 표현의 자유 판례들을 소개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6/03/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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