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지역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익명 (미확인) | 월, 2016/03/14- 18:17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과 미국 수사기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수사 기관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가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해달라고 명령하고 애플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 공방과 관련해 알려진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셰리 핌 판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미국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1]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이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명령 반대 메시지를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공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6년 2월 25일 결정 취소 청구를 했으며 3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청구 취소 절차 외에도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뉴욕 마약거래상의 아이폰

FBI와 마약단속국(DEA)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2]을 압수했지만 잠금 해제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우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2016년 2월 29일 뉴욕의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틴 행정판사는 FBI와 DEA의 협조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로서의 애플의 거부

많은 사람이 이를 두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사례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건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코딩(프로그래밍)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에 아이폰 1대를 위한 운영체제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금고회사에 금고를 여는 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는 다르다. 운영체제 개발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금고의 열쇠를 새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알리바바에게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의 자유

피카소에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제작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증언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이라는 ‘공론의 장에서의 진실추구’라는 공익이 ‘증인의 말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코딩이 연설, 작곡, 조각, 회화 또는 저술과 같은 행위인가 아니면 닫힌 금고를 열어주거나 법정에서 자신이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의 행위인가?

만약, 전자라면[3] 절대로 애플에 강제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정부의 공익이 아무리 지대해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코딩이나 운영체제 개발과 같은 창조적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프로그래머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애플에 ‘부탁’해야지 애플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거부는 일종의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으로 칭찬받아야 한다.

 

FBI가 애플에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지 않고 프라이버시 측면만 본다면 애플의 입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기능을 하는 영장주의의 요건을 훨씬 충족하고 남는다. 여기에 ‘미래의 테러방지’라는 중요한 공익도 있다.

아이폰 1대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그 코드가 유출되거나 기억될 수 있다는 논리도 애플이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즉, 지금도 애플은 지금도 백도어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러범이 이용한 아이폰(5C)의 운영체제에는 암호를 여러 번 틀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다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더 많은 횟수를 틀리면 아이폰 내의 정보가 몽땅 삭제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아이폰 1분간 잠금 예시

FBI는 애플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는 운영체제(iOS 10)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빠진 iOS’로 아이폰을 업데이트한 후 무차별 공격(brute force)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잠금 해제 암호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때 iOS 업데이트를 하려면 애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애플이 업데이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은 이렇다:

‘애초에 왜 애플이 잠금 해제 없이도 iOS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은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만약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암호보호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후 버전의 아이폰에는 보안 엔클레이브(Security Enclave)라는 프로세서[4]가 있어서 어떤 종류의 iOS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암호를 풀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즉 새 버전의 아이폰은 이용자가 암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정보는 영원히 폰 안에 잠기게 되어 지금과 같은 공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래머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애플이 실제로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생각했다면 왜 예전 버전에서는 이용자 동의 없이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설계했을까?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렸을 때 그 안의 중요한 정보를 빼주기 위해서? 그런 목적이었을 리는 없다. 애플은 이미 용의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정보를 FBI에게 넘겨줬다.

만약 고객의 중요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면 FBI가 요청한 업데이트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애플이 클라우드 정보는 제공하면서 아이폰 내의 정보 취득을 돕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기기의 보안기준은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고 전 세계 시민단체 중에 누구도 애플에 왜 보안 엔클레이브를 미리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플 스토어

즉, 아이폰을 완전히 침투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자유를 이미 애플의 프로그래머들이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OS 10 하나만 만들어도 그 코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협조를 거부하기에 충분한 반론이 아니다.

결국, 더 강한 반론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논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주장도 그 선례가 이용자 협조 없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선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선례임을 이해할 때 의미를 얻는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코딩)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규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런 견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FBI가 마약범죄 수사에서 애플에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기각된 건을 살펴보자. 이 건에서의 핵심 논리는 “수사대상 범죄에 관여하지도 않은 사기업에 그 수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사는 특히 애플의 부담을 논하면서“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보안이 지켜지는가는 애플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되려고 열망하는가에도 영향을 준다”[5]고 논하는 대목에서는 코드에 영혼을 담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결정을 내린 제임스 오렌스틴 판사는 오랫동안 친(親)프라이버시 결정을 내려온 판사다. 임기제 판사[6]라서 연방판사[7]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압수수색, 감청, 통신사실확인과 관련해서는 임기제 판사들이 결정을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른 임기제 판사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

[1] 아이폰 5C

[2] 아이폰 5

[3] 참고로 나는 비개발자다.

[4] 보안 엔클레이브는 애플 A7 이상 버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내장된 보조 프로세서. 애플 문서를 따르면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와는 별개인 자체 보안 부팅과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 키 관리를 위한 모든 암호화 작업을 제공하며 커널이 손상된 경우에도 데이터 보호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5] It is entirely appropriate to take into account the extent to which the compromise of privacy and data security that Apple promises its customers affects not only its financial bottom line, but also its decisions about the kind of corporation it aspires to be.

[6] magistrate

[7] district judge. 종신제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14.)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월, 2016/03/14- 11:07
557
0

카톡으로 공유한 웹주소를 검색에 노출시킨 카카오,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용자의 기대를 저버려

 

최근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의 대화방에서 이용자가 대화 내용에 포함시킨 웹문서가 자사의 검색 서비스인 다음에 검색결과로 노출되어 논란이 벌어졌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카카오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본다.

카카오는 검색결과의 품질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2016년 1월부터 카카오톡 ‘URL 미리보기’를 위해 수집된 웹페이지 주소(URL) 중 검색이 허용된 웹주소들을 다음 웹검색에 연동해”왔다고 한다. 즉 검색 연동 효과는 검색이 허용된 URL에 대해서만 나타난다. 다음 검색 자체가 robot.txt로 막혀 있는 문서를 검색결과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차피 검색이 가능한 웹문서를 다음 검색결과에서 조금 더 빨리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때 검색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URL은 누가 카톡 대화 내에서 공유했는지 알 수 없도록 완전히 익명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희박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대라는 것이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 대부분은 자신만 아는 URL을 카톡방에서 언급하는 행위가 그 URL을 다음에서 빨리 검색되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웹문서를 만든 지 1시간만에 검색결과 첫 화면에 뜨는 것과 며칠이 지난 후에야 검색결과에 포함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즉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카톡으로 URL을 주고 받을 때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은 대화상대방만 그 URL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기대 때문에 다수 이용자들은 이번 사태를 카카오가 비공개된 사적인 대화를 노출시켰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이용자가 공개 또는 비공개로 작성한 콘텐츠를 수집하여 자사의 서비스에 활용하는 일은 드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허용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링크의 미리보기 정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미리보기 정보를 데이터 서버에 저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이용약관이나 팝업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분명히 알려, 이용자가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색이 허용된 웹문서는 프라이버시로 보호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웹문서의 URL을 이용자가 언급했다는 사실은 프라이버시로 보호된다. 이용자를 특정하여 그 이용자가 특정 URL을 언급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니므로 대화내용의 감청에 준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언급의 기록을 이용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기대를 거스른다. 특히 그 이용자가 당분간 검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을 자신의 웹문서를 대중에게 그렇게 빨리 검색에 노출시키는 용도로 이용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URL은 다른 대화내용과는 달리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URL에 게시된 매우 민감할 수도 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다시금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6/06/07- 14:14
554
0
요약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정보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테러방지법 및 사이버테러방지법의 문제점에 대한 긴급세미나를 개최합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정보인권연구소 등 연구단체들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하여 심도 깊게 검토할 예정입니다.

 

발표일자: 
2015/12/04
151207poster

나머지 보기

금, 2015/12/04- 13:43
554
0

한국의 청소년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는 즉시 중단되어야

- 캐나다 시티즌랩, MOIBA의 스마트보안관 앱에 대한 보안 감사 보고서 발표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4시,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시티즌랩은 새로운 보고서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Are the Kids Alright? Digital Risks to Minors from South Korea’s Smart Sheriff Application)”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방통위”)의 지원으로 개발된 스마트보안관에 대해 행해진 두 건의 보안 감사 결과와 법·정책적 검토 결과를 담고 있으며 해당 앱 서비스를 즉시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2015 시티즌랩 여름 연구소(Citizen Lab Summer Institute)에 참여한 오픈넷의 협업 제안의 결과물이다. 오픈넷에서는 동시에 진행된 3개 세션 중 “조준된 공격의 위협 및 감시(Targeted Threats and Surveillance)” 세션에서 공동작업을 할 프로젝트로 스마트보안관의 보안 취약점 분석 및 이러한 감시앱의 법제화의 타당성에 대해 연구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4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 및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8은 이통사가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유해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동 법령에 의하면 이통사는 계약체결시 단순히 차단수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강제로 설치를 해야 하며, 설치 후에는 차단수단이 삭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부모의 거부권(opt-out)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픈넷은  해당 법령의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부모의 교육권 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http://opennet.or.kr/8853).

이번에 문제된 스마트보안관은 방통위가 개발 및 홍보예산을 지원해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에서 개발해 2012년부터 보급해오고 있었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다. 무료일 뿐만 아니라 방통위가 권장하는 앱으로 차단수단 강제 설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앱이다. MOIBA의 S-안심존 홈페이지에 의하면 스마트보안관을 “스마트폰 상에서의 음란, 폭력 등 불법·유해정보(앱, 인터넷사이트)를 차단하여 우리 자녀를 보호하고, 부모가 자녀의 올바른 스마트폰 이용을 지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시티즌랩 연구진에 의하면 스마트보안관은 “실제로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토대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보안 감사에서 발견된 26건의 보안 취약점들을 보면 스마트보안관은 이용자 정보의 저장 및 전송시 제대로 암호화를 하지 않아 공격자가 청소년의 정보를 모니터링하거나, 서버와 프로그램으로 위장하여 청소년의 정보를 변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며, 계정의 등록과 관리가 적절한 확인절차나 암호 없이도 가능하여 이용자 계정이 쉽게 도용되거나 탈취되어 스마트보안관이 설치되어 있는 휴대폰의 다른 기능들을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서버는 ‘무작위 대입 공격(brute force)’ 방식의 개인정보 수집 시도나 잘못된 요청을 추적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있어 서비스와 이용자들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한다. 시티즌랩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즉시 스마트보안관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이러한 보안 취약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요구되는 개인정보보호조치 위반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보안관의 약관과 개인정보보호정책에서 주장하는 보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계약상의 의무의 위반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우리의 청소년들을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유해매체물과 음란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들의 가정의 영역을 존중해야 하며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가 사회의 취약한 집단에게 특정의 보호조치를 강제하고자 할 때에는 그러한 보호조치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내지 안전한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보안관은 “선한 의도가 어떻게 매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유해정보 차단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러한 감시앱이 우리의 아이들을 얼마나 큰 다른 위험에 노출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방통위는 당장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를 중단하고, 스마트보안관뿐만 아니라 방통위가 권장하고 있는 다른 차단수단에 대한 철저한 보안 감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통신기기를 타인이 감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보안상의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과연 청소년들이 단지 성인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보안상의 위험 및 프라이버시 침해를 감수하도록 하고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교란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빠른 시일 내에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감시앱 강제화법인 전기통신사업법 및 법 시행령의 관련 조항들을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관련 조항들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5/09/21- 13:10
553
0

형사사법공조조약(MLAT) 우회 법개정을 반대하는 이유 | 한국 수사기관이 지메일까지 압수수색 할 수 있게 되나?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통신 감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형사사법공조조약(MLAT, Mutual Legal Assistance Treaty) 절차를 우회하는 내용의 법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이란 형사 사건의 수사, 기소, 재판, 또는 형의 집행과 관련하여 증거 자료 수집 등에 있어 국가 간의 사법공조를 규정한 조약이다. MLAT 우회 개정 제안자들은 이러한 공조절차를 거칠 것 없이, 외국 정부가 일정 수준의 인권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면 미국의 정보매개자들이 그 국가의 수사기관에게 통신 내용을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직접 넘길 수 있는 정보는 메타데이터나 이용자 신원정보뿐이며, 외국 수사기관이 미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통신 내용의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MLAT에 따라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에 정보제공 공조요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절차 자체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요청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어 적체된 요청 건수가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외국 수사기관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이들 나라들 중 몇은 미국 기업들에게 서버를 자국 내에 둘 것을 강요하는 등 압력(소위 “데이터 국지화”)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 서버에 직접 압수수색이나 검열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MLAT을 우회할 수 있도록 미국형사소송법 및 관련 국제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LAT 우회” 법개정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1. MLAT 공조요청의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가?

현재 적체된 공조요청 중 인권 기준을 준수한 요청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컨대 해당 국가의 형사법에 미국의 ‘범죄 발생의 개연성(probable cause)’과 비슷한 기준이 있고 이에 따라 공조요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요청 자체가 본질적으로 부당할 수 있다. 만약 공조요청이 국제 인권기준에 반하는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 신성모독죄, 집회시위법위반죄, 국가보안법위반죄와 같은 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적체된 공조요청의 일부를 무작위로 조사해 적체량을 정말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요청을 적체시키기보다는 아예 거부하더라도 판단을 내려주는 편이 바람직하지만, 어찌되었든 정보제공 요청의 유형 및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적체량을 줄이는 게 얼마나 시급한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중대한 범죄 수사를 위해 매우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적법한 요청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MLAT을 개정하기보다는 DOJ가 요청을 우선적으로 심사해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2. 어떤 감시 체제에서 통신을 할지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가?

극도로 분산된 국경초월적 통신네트워크인 인터넷은 독재정권 하의 시민들이 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왔다. 사실 독재정권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고유한 감시 및 검열 체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사람들은 서버의 위치 등을 고려해 어떤 체제 하에서 통신을 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메일 압수수색을 덜 받고 싶은 사람은 지메일을 사용하는 식이다. 특히 미국은 통신 감시에 있어 매우 엄격한 ‘개연성’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서버가 선호되어 왔다. 그런데 만약 MLAT 절차가 없어져 외국 수사기관이 미국에 있는 서버의 정보를 쉽게 압수할 수 있다면, 미국 서버를 통신 매개체로 적극 이용하고 있는 취약한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사람들은 다양한 윤리적 거버넌스 환경 안에서 소통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지메일 등이 유일하게 안전한 통신수단이기 때문에 이용하고 있는 독재국가나 분쟁지역의 시민들이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참고로 MLAT 체제 개정이 현실화되면 상호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즉 미국정보매개자들이 외국 수사기관의 요청에 직접 응하게 될 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도 미국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게 될 것이다.

 

3. 통신 감시에 관한 헌법적 대원칙에 비추어 적법한가?

경험칙상 국민의 프라이버시나 통신에 대한 국가적 침해는 해당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권한 당국에 의해 심사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법관들은 직간접적으로 감시 대상자와 일종의 상호책임성의 관계에 있을 때만 대상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유효한 영장을 발부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가진 한국의 판사여야 하는 것이지 한국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국 판사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에 대한 감시·검열 요청은 한국 법원에서 심사해야 하며, 미국인에 대한 요청은 당연히 미국 법원에서 심사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서버에 저장된 한국인 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감시·검열은 이용자와 서버운영자의 프라이버시를 모두 침해하므로 양쪽 다 영장을 받는 것이 옳고 MLAT은 이러한 정보의 제공요청이 한국과 미국의 사법체계를 모두 거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그런데 MLAT을 우회할 수 있게 되면, 한국 법원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한국인 이용자의 정보를 한국 수사기관에게 제공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여기에는 다국적 정보매개자가 이용자를 국적에 의해 차별해도 되는지에 관련된 까다로운 의문점들이 산적해있다!). 이를 확대하면, 한국 법원이 애플에게 한국인 피의자가 미국 여행 중 분실한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직접 명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대로는 미국 법원이 네이버가 보관하고 있는 미국인의 정보를 FBI에 넘기라고 직접 명령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자국 기업이 외국의 통신감시법을 직접 적용받도록 하는 게 적법하다고 볼 수 있을까?

 

4. 데이터 국지화 압력을 막을 수 있는가?

MLAT 개정의 가장 중요한 필요성은 외국 정부들의 미국 기업에 대한 데이터 국지화(data localization) 압력을 막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데이터 국지화를 요구하는 국가들은 MLAT 공조요청의 적체현상에 대한 고려를 초월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조요청이 신속하게 처리된다고 해서 데이터 국지화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중국은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온라인 출판에 적용되는 네트워크출판서비스관리규정(网络出版服务管理规定)을 공포했다. 출판서비스의 서버 등을 반드시 중국 국내에 설치·운영할 것을 규정한 이 법안의 도입 취지는 명백하게 중국인들이 접하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공조요청을 빨리 처리해줬다면 중국이 이런 법을 제정하지 않았을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 국지화의 흐름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MLAT 개정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라면 말 그대로 인권 기준 준수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적법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의식도 없을 것이다. 재판 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적법하고 신속하게 제공받기 위해 형사법체계를 개선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MLAT 개정을 지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5. MLAT 우회 개정에는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을 위한 당근이 하나 있긴 하지만…

이 당근은 정보매개자들이 메타데이터를 외국 정부에 자유롭게 넘기지 못하도록 미국법 SCA 2702조를 개정하는 안이다(현재는 메타데이터를 자유롭게 넘기도록 되어 있지만 ‘MLAT 우회’개정이 이루어지면 정보매개자들은 해당 정부가 일정 수준의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거나 일정한 절차를 거친 요청의 경우에만 메타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메타데이터 관련 규제는 미국 정부에만 적용되고 외국 정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외국 정부와의 합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국내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참고로 한국의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하면 한국의 정보매개자는 통신의 내용이든 메타데이터(통신사실확인자료)든, 한국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제시가 없으면 외국 정부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현재의 MLAT 제도가 가지고 있는 인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독재정권 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같은 이용자들에게 감시·검열 환경의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 또 인권 기준에 맞지 않는 요청 또는 범죄가 아닌 사안에 대한 요청을 사실상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이다. 그리고 현재 MLAT이 가진 가치를 MLAT 우회 개정의 덕을 보기 위해 외국 정부가 자국의 실체적 또는 절차적 형사법을 개선할 가능성과 비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따져본다면 MLAT 우회 개정은 잃을 것이 더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5.12.)

 

목, 2016/05/12- 13:26
54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