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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의 아버지들… “자식도 못 지킨 죄인이 무슨 명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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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의 아버지들… “자식도 못 지킨 죄인이 무슨 명절인가요”

익명 (미확인) | 금, 2015/09/25- 18:00

9월 22일 오전 진도 팽목항. 따스한 햇살이 ‘기다림의 등대’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물살은 잔잔했고 갈매기들의 날갯짓도 한가롭기만 했다.

팽목항을 떠난 지 2시간 남짓. 조도와 관매도, 대마도 등을 두루 거친 여객선은 뱃머리를 동거차도로 돌렸다. 잠시 후 멀리서 대형 크레인선 한 척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을 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샐비지의 ‘다리(大力)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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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눈앞으로 다가선 동거차도. 저 섬 꼭대기 어디쯤엔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아버지들이 9월 초부터 머물고 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동거차도. 세월호 참사 당시 20여 분 만에 모든 주민들이 구조를 위해 사고 해역으로 배를 몰고 나섰던 곳. 이날은 모두가 고기잡이에 나섰는지 인적이라곤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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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이 미리 전화로 알려준 대로 길을 찾아 나섰다. 나무들에 묶어둔 노란 리본을 따라 올라오면 될 거라고 하셨다. 필요한 물품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생수만 챙겨달라고 하셨지만 취재진은 2리터 들이 생수 12통과 복숭아 한 박스를 들고 갔다. 즉석 햇반과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만 버티고 있을 아버지들에게 제철 과일이라도 맛보게 해드릴 요량이었다.

그러나 방송장비까지 죄다 메고 산길을 오르려니 손이 부족했다. 그때 노란 티셔츠 차림의 중년 남성이 손을 흔들었다. 단원고 2학년 10반 김민정 양의 아버지였다. 산마루에서 배가 들어오는 걸 보고 마중 나오셨다고 했다. 취재진이 가져온 짐 일부를 지게에 싣고 매더니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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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 사이로 난 길은 비좁기만 했다. 세월호 인양 감시 천막을 세우기 위해 본래는 없던 길을 낸 것이었다. 그리고 길은 가팔랐다. 짐이 많은 탓도 있었지만, 거의 5분 마다 한 차례 씩은 쉬며 올라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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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20여 분 만에 산마루에 다다랐다. 파란 비닐 천막 앞에서 아버지 두 분이 망원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망원경이 향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망망대해 위로 중국 크레인선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직선 거리로 1.6킬로미터. 배를 타고 오며 봤을 때보다 훨씬 가깝고 선명한 모습이었다.

아버지들은 망원렌즈 등 촬영장비를 동원해 크레인선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이사항을 일지에 꼼꼼히 적어 녹화 파일과 함께 매일 안산의 4.16가족협의회 사무실로 보낸다. 가족협의회는 당초 인양 기간 내내 현장 크레인선과 바지선에 동승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해양수산부는 이를 거부했다. 외딴 섬 꼭대기에 감시 천막을 세울 수밖에 없던 이유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완전히 유가족을 배제시켜놓고 인양을 한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어요. 이 정부가 그만큼 우리한테 숨길 게 많다는 얘기 밖엔 안 되는 거죠.
– 신창식 / 고 신호성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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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은 망원렌즈를 통한 영상 촬영과 파일 전송 방법 등을 단기 속성으로 배운 뒤 이곳으로 왔다. 그러나 아무리 배율을 높여 감시해본다 한들 크레인선 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정도나 볼 수 있을 뿐, 실제로 어떤 작업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까지를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감시단 운영을 계속하는 건,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서 인양에 관한 어떤 중요한 자료를 입수한다는 것보다는,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작업을 하라는 일종의 압박 성격이 더 크죠.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고요.
– 신창식 / 고 신호성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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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은 3명씩 5개 조로 편성돼 1주일 마다 교대로 감시 활동을 벌인다. 한 번 들어오면 1주일 간 천막 하나에 의지해 먹고 자는 강행군이다. 몸이 힘든 건 물론이지만 더 큰 고통은 아픈 기억을 불가피하게 호출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이 숨져간 마지막 현장을 온 종일 바라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버지들이 이곳에 도착해 처음 든 느낌은 ‘울분’이었다.

인양 감시단 꾸리자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망설였죠. 세월호 침몰 장소를 또 온다는 것 자체가 싫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짐이라고 생각하고 온 건데, 막상 와서 보니까 너무 한이 맺히는 거예요. 침몰 장소가 섬하고 이렇게 가까운지는 몰랐어요. 불과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한 명도 구조를 못했다는 게…
– 이기용 / 고 이태민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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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6일 호성이 아빠는 둘째 아들을, 태민이 아빠는 세 남매 중 맏이를, 민정이 아빠는 맏딸을 잃었다. 이후 520여 일이 지나는 동안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청운동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이 떠나간 현장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이러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도, 친척들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도 없어요. 서로 속내를 얘기를 할 사람은 우리 가족들 밖에 없어요.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또 나한테 ‘당신 이러고 다니면 안 돼’ 이렇게 지적도 해줄 수 있는 건 우리 가족들 뿐이에요. 딴 사람들은 우리 얘기도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고, 또 내가 하고 싶지도 않고요.
– 신창식 / 고 신호성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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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의 밤은 육지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자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멀리 크레인선에서는 불빛이 켜졌다. 주변 모든 사물들이 어둠에 묻히고 세월호가 침몰한 장소에만 불 밝혀지는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아이들 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다른 어떤 생각보다, 내가 못 해준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남들처럼 잘 배우지도 못한 부모인데, 조금이라도 더 잘 배우고 좀 높은 지위에 있었으면 아이 보낸 뒤에라도 이렇게 힘들게 하진 않았을 텐데, 못난 아빠를 둬서 이렇게 됐구나, 그런 죄책감이 강하게 들어요.
– 김병준 / 고 김민정 양 아버지

진짜 우린 못난 부모들이에요. 아이들 그렇게 보내 놓고도 지금껏 해놓은 게 하나도 없어. 애들 지켜주지도 못하고, 또 애들 보내 놓고 그 뒷수습도 못하고 있는 진짜 못난 부모들이에요. 그래서 진짜 화가 많이 나고, 이렇게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 신창식 / 고 신호성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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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이 동거차도에 들어온 닷새 전 밤하늘에 걸려 있던 초승달은 이제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며칠 뒤면 추석, 아이들이 떠난 뒤 세 번째 찾아오는 명절이다. 그러나 고향을 찾거나 친지들을 만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지 이미 오래다.

저희들한테 명절이라는 건 이제 없죠. 작년 추석도 그랬었고 설도 그랬었고, 올 추석이라고 특별한 게 있나요. 이렇게 아이들 위해 할 일들 하면서 보내게 되겠죠.
– 이기용 / 고 이태민 군 아버지

추석 때 뭘 하고 있을까… 광화문 올라가야죠. 광화문에서 애들 차례상 차려 준다고 하니까…
– 신창식 / 고 신호성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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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틑날 새벽. 밤새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싶더니 결국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멀리 크레인선의 작업도 일시 중단된 듯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아버지들도 감시 활동을 잠깐 멈추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천막 틈새로 떨어지는 빗물을 막기 위해 또 부산하게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하룻밤 취재를 마치고 배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비가 와서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말을 몇 번이고 건네며 손을 흔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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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뉴스타파는 이것이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박근혜-최순실 체제가 탄생하는데 기여하고, 그 체제 유지가 가능하도록 조력 하고 방조한 이른바 ‘부역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모두 기록하려고 한다.

그 다섯번째 작업으로, 뉴스타파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행태를 살펴봤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청와대 기자단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방기하면서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환경이 이미 조성됐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5일과 11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사태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나 진실된 사과는 거의 없이 대통령 특유의 책임전가식 ‘유체이탈’화법이나 일방적 주장으로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안이한 상황 인식 못지않게 ‘질문하지 않는’, ‘취재하지 않는’ 청와대 기자단의 모습도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사과성명 발표가 끝난 뒤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대통령의 행동에 어쩔줄 몰라 엉거주춤하는 모습은 청와대 기자단의 실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돼버렸다

▲ 2차 대국민 사과 담화(2016.11.4)

▲ 2차 대국민 사과 담화(2016.11.4)

청와대측은 왜 질의응답 시간이 없었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담화’ 형식이기 때문에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할 것인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대통령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사전에 청와대에 요청하지 않았을까? 뉴스타파가 왜 질의시간을 사전에 기자단이 요청하지 않았는지 질문하자 청와대 출입기자단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청와대 기자단이 “청와대의 입”역할만 해왔다는 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쏟아지던 시기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의 입장만을 단순 전달하는 보도에 치중했고, 2차례 대국민사과 이후에도 이런 경향은 변하지 않았다.

반면 청와대의 성과와 대통령을 칭찬하는 일에는 앞장섰다.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면 함께 동행취재하며 대통령의 ‘패션 외교’를 상찬하던 보도들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때 입었던 의상들은 최순실씨가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손봤던 그 옷들이었다.

▲ 최순실씨의 대통령의상 제작 ‘샘플실’ 보도 사진

▲ 최순실씨의 대통령의상 제작 ‘샘플실’ 보도 사진

최순실씨가 골라준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 휴가지(‘저도의 추억’)의 사진들도 대통령을 홍보하는 소재로 활용됐다.

▲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에 오른 ‘저도의 추억’ 사진(2013. 7. 30)

▲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에 오른 ‘저도의 추억’ 사진(2013. 7. 30)

KBS의 곽희섭 기자는 이 휴가 사진들로 리포트를 만들며 “특유의 올림머리를 풀고 가볍게 묶은 머리가 여유로워 보이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먼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한가롭습니다”라고 묘사하면서 “산적한 현안 속에 추억의 휴가지를 찾은 박 대통령,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걷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끝맺었다.

SBS의 정준형 기자는 “당초 청와대는 경호 문제를 이유로 박 대통령의 휴가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휴가지와 사진을 직접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것보다는 청와대로 모이는 고급 정보들을 사주와 경영진, 데스크에 정보 보고하거나 자사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창구 역할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 내, 외부의 평가다. 특히 방송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 결국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해버렸고 청와대 출입기자 경력은 승진을 위한 지름길이 돼버렸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2016.11.15)

▲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2016.11.15)

청와대가 주는 정보, 청와대가 주는 자료, 청와대가 주는 브리핑이 마치 절대적 진실인 것처럼 그대로 따라 받아쓰기만 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면서도 청와대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취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청와대 출입기자단 역시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숨은 부역자들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취재:현덕수
촬영:김수영
편집:박서영

수, 2016/1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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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감독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개명전 ‘장유진’)씨 소유 차명회사인 ‘누림기획’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의 전무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규혁 감독은 그 동안 장 씨와 함께 영재센터와 관련된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참여했을 뿐,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이 감독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누림기획’은 장시호씨가 주도해 설립한 영재센터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받아 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곳이다.

▲ 영재센터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

▲ 영재센터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

“금전적 이익 없었다” 이규혁 주장 설득력 잃어

이규혁 감독은 지난 20년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를 지낸 빙상스포츠계의 간판스타다. 2014년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그는 지난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주도한 영재센터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에 영재센터가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포츠계 이권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장유진은 가까운 중학교 후배고, 광고기획 쪽 일을 잘 안다고 해서 영재센터 일에 관여하게 된 것으로 안다. 월급도 안 받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시작한 것인데 일이 이상하게 됐다. 돈 받은 것도 하나도 없고 개인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이규혁 감독, 11월 1일 중앙일보 인터뷰

그러나 뉴스타파는 최근 영재센터와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던 중 이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자료를 다수 확인했다. 이 감독이 장시호 씨가 진행한 각종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누림기획 주주명부에 ‘이규혁’ 이름 명시

먼저 뉴스타파가 입수한 영재센터의 협력사 누림기획의 ‘주주명부’에 따르면, 이 감독은 설립 당시부터 누림기획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지분 70%는 장 씨 소유였다.

이런 사실은 이 감독의 역할이 장시호 씨의 사업을 순수하게 도와준 정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누림기획의 설립과 운영, 향후 수익배분 등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뉴스타파는 영재센터의 자금 수천만 원이 누림기획에 흘러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확보했다. 그 동안 장 씨의 차명소유 회사인 누림기획은 영재센터와 쌍둥이처럼 설립, 운영됐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누림기획이 어떻게 영재센터를 통해 각종 이권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민주당 신동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영재센터의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거래를 지속해 왔고, 시간이 갈수록 거래 규모가 커졌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2015.12~2016.2) (출처:신동근의원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2015.12~2016.2) (출처:신동근의원실)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누림기획은 지난해 12월 온라인광고대행 용역(330만 원)을 시작으로 캠프관련 제작물 디자인 용역(1650만 원), 홈페이지 관리 및 홍보 용역(330만 원), 빙상캠프 행사진행 용역(2850만 원)을 연달아 수주했다. 이렇게 세 달 동안 얻은 수익만 총 5,200여만 원에 달했다.

누림기획 통해 챙긴 돈, 최소 5천700여만 원

뉴스타파는 신동근 의원실 자료와는 별도로 영재센터가 지난해 11월에도 누림기획과 거래를 했음을 보여주는 세금계산서 사본도 확보했다. 이 문서에는 영재센터가 누림기획에 온-오프라인 홍보대행 용역 명목으로 550만 원 가량을 지급했다고 기재돼 있다.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때는 영재센터가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각종 캠프사업을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지난 10월까지 누림기획이 영재센터의 각종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제 거래규모는 뉴스타파가 확인한 액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내용을 담고 있는 세금계산서

▲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내용을 담고 있는 세금계산서

이 수상한 거래와 관련 누림기획의 한 전직 직원은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 관계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영재센터의 업무를 수행할만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셀프 용역’을 주고 받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누림기획의 직원은 사실상 장시호씨의 측근이자, 영재센터의 직원인 김모 씨 한 명이었다. 김 씨가 누림기획과 영재센터를 오가며 각종 행사 관련 홍보물을 제작했다. 누림기획 전직 직원

이 전직 직원의 증언은 영재센터의 쌍둥이처럼 설립, 운영된 누림기획이 사실상 영재센터에 들어온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을 빼 먹기 위해 급조된 회사였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참고로 영재센터는 2015년 6월 설립된 이후 정부와 기업 등에서 15억 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 가운데 삼성이 낸 돈만 5억 원에 달했다.

뉴스타파는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규혁 감독과 영재센터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취재 : 오대양, 김강민

목, 2016/11/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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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정부 지원금으로 실적 쌓고 대기업 돈은 사적 유용 의혹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둘러싼 의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요한 한 축이다. 검찰은 장 씨에게 자금을 밀어준 제일기획을 압수수색했고, 이 회사 대표인 김재열 사장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18일 장씨를 체포했다. 장 씨는 자신이 사무총장을 맡은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를 이용해 스포츠계의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된 이후 줄곧 장씨와 관련된 의혹에 주목해 왔다. 그리고 최순실씨의 이권 챙기기가 상당부분 미수에 그친 반면, 장씨는 이미 상당한 이권을 챙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장 씨가 차명회사인 광고회사 누림기획을 자금 유용의 창구로 활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기사 : 빙상스타 이규혁도 장시호 차명회사 주주)

자본금도 장시호의 돈, 사무국도 장시호 사람

지난해 6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를 출범시켰다. 발기인은 박재혁, 허승욱, 이규혁, 제갈성렬, 전이경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포츠 스타들이었다. 이들은 이후 법인 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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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인 출신으로 영재센터의 초대 회장직을 맡았던 박재혁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장시호 씨로부터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영재센터의 자본금 5000만 원을 낸 사람. 그러나 이 돈은 장 씨에게서 나온 자금이었다.

장시호 씨 부탁을 받고 명의만 빌려줬어요. 제 돈이 아닙니다.박재혁

박 씨는 영재센터에 참가한 운동선수들은 법인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재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박 씨는 장시호 씨를 ‘힘깨나 쓰는 집안의 아이’ 정도로 알고 있었다. 장 씨와 그의 영재센터 직원들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이상하리만치 돈을 잘 끌어왔기 때문이다. 영재 교육 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었지만, 설립 당시부터 법인에는 풍족할 만큼 돈이 돌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립 후 1년간 영재센터가 끌어들인 정부와 민간기업의 지원금은 14억 원에 달했다. 문체부(7억2천만 원)와 GKL(그랜드코리아레저, 2억 원), 그리고 삼성(5억 원)이 돈을 냈다.

‘쌈짓돈’ 공익사업 적립금이 시작…’눈덩이’처럼 불어난 실적

이 중 제일 먼저 영재센터에 들어온 자금은 문체부의 공익사업 적립금이었다. 이 돈은 문체부가 공익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에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적립해 조성한 돈이다. 국회 심의 없이 장관의 결재만으로 사용할 수 있어 ‘쌈짓돈’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바로 그 자금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측근 차은택 씨도 이 예산을 통해 수억 원 대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체부의 ‘2015년 공익사업적립금 지원내역’을 보면, 영재센터는 이 예산 중 4000만 원을 사업비로 지원받았다. 지원 명목은 ‘제1회 동계스포츠 빙상영재캠프’ 지원. 영재센터가 설립된 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었다.

▲ 문체부 2015년 공익사업적립금 지원 내역 (출처:신동근의원실)

▲ 문체부 2015년 공익사업적립금 지원 내역 (출처:신동근의원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업 이력은 이후 영재센터가 문체부와 기업 등에서 추가 지원금을 받는데 유용하게 활용됐다. 영재센터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두번에 걸쳐 총 6억8천만 원의 사업비를 여기저기서 받았는데, 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사업신청서에는 공익사업 적립금으로 치뤄진 빙상캠프 이력이 주요 사업실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 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신청서(출처:김태년의원실)

▲ 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신청서(출처:김태년의원실)

지난 4월 GKL 사회공헌재단에 사업비를 신청할 때 쯤엔 영재센터의 사업 실적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모두 문체부와 삼성의 지원금을 받아 진행한 빙상캠프와 스키캠프, 영재육성사업 등이었다. 지원받은 돈으로 실적을 쌓고 그 실적으로 또 다른 지원금을 받는 식으로 몸집을 불려온 셈이다. 이런 식으로 영재센터는 불과 1년만에 건실한 비영리 사단법인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차명회사 거래는 정부 지원금 아닌 기업 모금액으로 처리…은폐 의도

장시호 씨가 누림기획이라는 광고회사를 차명으로 운영하며 영재센터에 들어온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뉴스타파가 각종 서류로 확인한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 규모만 5700만 원이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제출한 정산보고서 어디에도 영재센터와 누림기획의 거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영재센터가 누림기획과 거래한 5700만 원 가량의 자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뉴스타파가 신동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영재센터의 별도 ‘정산보고서’를 보면 영재센터가 누림기획에 지급한 자금은 모두 정부 지원금이 아닌, 기업 등에서 모금해 조성한 영재센터의 자체부담금 중 일부였다. 정산보고를 해야 하는 정부 지원금 대신 보고 의무가 없는 기업자금을 이용해 이권을 챙긴 것이다.

장 씨는 정부의 지원금을 ‘쌈짓돈’ 삼아 실적을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정부 지원금과 기업 후원금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영재센터의 규모를 키워왔다. 그리고 차명회사와의 거래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유용된 자금이 삼성의 후원금이었던 것이다. 결국 영재센터를 세운 목적 자체가 삼성의 지원금을 ‘사금고’로 삼기 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참고로, 뉴스타파는 올해 2월까지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5억 원을 지원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삼성, 최순실 조카에 거액 지원…최 씨 일가 전방위 지원 의혹) 최근 검찰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며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억 원의 지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 중 '자체부담금 지출 내역리스트' (출처:신동근의원실)

▲ 영재센터 정산보고서 중 ‘자체부담금 지출 내역리스트’ (출처:신동근의원실)


취재 : 오대양, 김강민

금, 2016/11/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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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지지율 5%를 기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에 시민들이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로 응수했다. 19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100만 명(주최측 추산,서울 60만 이상을 비롯해 부산 10만, 광주 10만, 대전 3만5천, 대구 2만5천, 창원 2만 등 지역 35만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화문 광장과 시청 일대에는 오후 7시가 지나자 또 다시 촛불의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60여만명의 시민들은 입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시민들은 두 시간여 진행된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경복궁 역 근처에서 경찰이 친 차벽에 가로 막혔지만,굴하지 않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자정무렵까지 평화 집회를 진행했다.

다음 주에는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진행되고,국회 차원의 국정 조사도 본격화 될 예정이다.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나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다음 주 토요일 촛불 집회에는 또 한번 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 정재원
촬영 : 최형석, 김기철, 김남범
편집 : 정지성

일, 2016/11/2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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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빠진 최순실 게이트…검찰의 한계인가, 전략인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확정했다. 검찰은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모해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20일 검찰은 최순실 씨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범위는 예상보다 좁았다. 알려진 의혹 중 기소대상에 포함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비리, 최 씨의 업무상 횡령, 정호성 전 비서관의 군사기밀 유출 등 혐의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혐의도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대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사면, 세무조사 무마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삼성그룹이 최 씨 모녀에게 35억 원을 별도로 보내고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없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774억 원을 몰아주며 뇌물 공여자로 지목돼 온 재벌기업들은 그저 ‘강요를 받은 피해자’일 뿐이었다. 뇌물을 준 사람이 없으니 받은 사람도 없는 상황. 검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은 피의자, 재벌은 피해자?”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두 개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공모’와 ‘강요’다. 공모는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대통령에 대해, 강요는 800억 원 가까운 돈을 낸 기업들과 관련된 혐의에 쓰였다. 대기업이 대통령의 강요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두 재단에 돈을 내고 최순실씨 관련 회사에 일감도 몰아준 것으로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공개된 공소장만 보면 대기업들은 이미 수사 대상이 아닌 것이다. 공소장에는 이런 표현이 반복해 기재돼 있다.

이로써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이OO 등 전경련 임직원, 피해자 삼성전자 대표 권OO 등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486억원의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재단법인 미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에 대해

그러나 대통령-최순실측과 대기업이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 사면 등 법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화그룹과 SK,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부영그룹, 정부 도움으로 해외 사업을 싹쓸이 했다는 의혹을 받은 대림산업 등이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기업들을 봐주기 수사한 것은 아닌지, 형량이 무거운 뇌물죄를 대통령이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뺀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의도적으로 뺐다면… 좋은 전략

물론 좋게 보는 견해도 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뇌물죄 부분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란 예측 혹은 주장이다. 검찰이 피의자인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유지도 어렵고, 대통령측에 수사내용만 알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검찰은 수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뇌물죄의 경우 대가성을 특정하지 못하면 무죄가 난다. 피의자인 대통령을 직접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다. 피의자인 대통령에게 수사내용을 알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첫 기소에서 뇌물죄 부분을 뺀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판단일 수 있다.노영희 변호사/전 대한변협 대변인

그럼 만약 검찰이 추후에라도 대통령을 뇌물죄(혹은 공범)로 기소한다면 적용 가능한 법조항은 어떤 걸까. 대다수 법조인들은 수뢰죄와 제3자 뇌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형법은 두 혐의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그러나 수뢰나 제3자뇌물 모두 쉬운 건 아니다. 최순실 씨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을 대통령과 나눠 가졌는지, 최소한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가 최 씨에게 부당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 한 대형 로펌 소속 법조인은 “대가성 입증 책임이 덜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제3자 뇌물보다는 수뢰죄로 가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끝장난 대통령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와 K스포츠, 문제의 두 재단은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졌다. 재단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비서실(안종범 전 수석)에 지시한 사람도, 돈을 낼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을 제안하고 모금을 독려한 사람도 모두 대통령 자신이다. 재단의 기금규모도 대통령이 결정했다.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실소유하고 있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영업에도 발벗고 나섰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민간기업인 KT에 인사청탁도 했다.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에 대통령 비서실을 동원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이 알려진 뒤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검찰이 상상과 추측으로 환상의 집을 지었다”거나 “(검찰의 주장은)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질 그야말로 사상누각” 따위의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불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은 대부분 검찰의 해석에 대한 반발일 뿐, 검찰이 제시한 사실관계에 대한 반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입장문 어디에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은 없었다. 재단 설립에 나서며 대통령이 한 구체적인 지시 내용, 현대차나 KT 등 민간기업의 납품과 인사 등에 개입하며 대통령이 비서에게 한 구체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의 주장을 굳이 해석한다면, “청탁을 한 것은 맞지만 결정은 기업들이 한 것이다” 정도로 읽힌다.

포스코와 GKL은 그런 제안을 받고 회사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회사 사정상 어렵다며 거절하고 수차례의 협상과 조정을 거쳐 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데, 사정이 그렇다면 공소장 기재가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협박으로 본다는 것은 우스운 일임.유영하 대변인 입장문/11월 20일

그런 점에서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 대통령의 고백 혹은 자백에 가깝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비서실을 움직여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꼴이기 때문. 법조항을 두고 법정다툼을 할 만한 대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에는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의 거짓말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발표한 1차 사과문에서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홍보문에 한해 일부 도움을 받았고, 보좌체계가 완비된 뒤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은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말이었음을 보여준다.

공소장을 보면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정부 문서가 흘러간 건 올해 4월까지. 전달된 총 180건의 문서에는 정부부처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중 47건은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는 왜 대국민사과 당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입장은 담겨 있지 않았다. 변호인은 공정성 시비를 이유로 앞으로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정연국 대변인을 통한 긴급 브리핑에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 2016/11/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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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 씨가 대한승마협회의 사업 이권을 챙긴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동계스포츠 관련 사업에만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장 씨가 승마계의 이권 사업에도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 씨는 자신이 세운 차명회사 ‘라임프로덕션’을 통해 2014년 11월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한 ‘승마활성화를 위한 FEI(국제승마협회) 국제교류포럼’의 행사 대행을 맡았다. 라임프로덕션은 장 씨가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자금 횡령을 위해 만든 ‘누림기획’의 이전 회사명이다. 장 씨는 이 회사의 지분 70%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갖고 있다(관련기사 : 빙상스타 이규혁도 장시호 차명회사 주주).

승마협회에서 받은 사례금, 송금인은 장시호 회사

이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입수한 6장의 해외송금 전표를 통해 확인됐다. 이 전표를 보면 라임프로덕션은 지난해 2월 이 행사에 초청된 해외참가자들에게 한화 40~300만 원씩을 송금했다. 수취인은 일본, 중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의 승마 관계자들이었다. 전직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국제 승마경기 심판, 말 전문 수의사 등 아시아 승마계를 대표하는 유력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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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에 나와있는 수취인 중 한사람인 말레이시아인 얍 모우 순(Yap Mou Soon)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돈이 한국의 승마협회에서 낸 행사 참가 사례금이라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의 초청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그 행사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당시 포럼 분위기는 매우 좋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비용 일체는 승마협회를 통해 받았습니다. 라임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그곳을 통해 돈을 받았을 수는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한국승마협회가 행사를 위해 이용한 회사일 겁니다.얍 모우 순/Yap Mou Soon, 국제 승마경기 심판

장 씨의 회사 라임프로덕션이 이 행사의 행사진행 용역을 수주해 해외참가자들에게 관련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라임프로덕션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행사가 열린 11월 말은 법인이 설립된 지 채 1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수주한 사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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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식은 장 씨의 또다른 차명회사 ‘더스포츠엠’의 행사대행 사례와 똑같다. 더스포츠엠은 설립 3개월만에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2016 국제가이드러너컨퍼런스’라는 국제 학술행사의 행사대행 용역을 수주했다. 해외 초청 인사들에 대한 지출을 포함한 행사 관련 비용 일체를 홍보대행사인 더스포츠엠이 직접 지불하는 일종의 ‘턴키’ 방식이었다(관련기사 : K스포츠도 정체불명 이벤트업체와 수상한 거래).

장시호-승마협회 연결고리 처음…검찰 수사 필요

라임프로덕션이 관여한 행사 당시 승마협회가 현장에 내건 플래카드에는 이 행사의 후원기관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소개돼 있다. 그러나 승마협회는 이런 국제행사를 진행하면서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

문체부가 지원한 국가 예산이 승마협회를 거쳐 장씨 소유의 회사로 흘러갔다면 ‘문체부→승마협회→장 씨의 차명회사’로 이어지는 또다른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장 씨는 이미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의 지원금 가운데 십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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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협회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승마협회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지원 사실이 드러나 지난 8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후 관련 임원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혐의점이 드러나거나 기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취재진은 승마협회에 장 씨의 회사에 용역을 준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취재 : 오대양, 김강민, 이유정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화, 2016/11/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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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분명 있었다.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씻어낼 기회가 왔지만, 검찰은 외면했다. 2014년 12월 터졌던 정윤회 국정 개입 사건 얘기다. 당시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에는 비선 실세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들과 비밀 모임을 갖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상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의혹은 사라지고 문서를 유출한 사람을 찾는데만 혈안이 됐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식이었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불렀다. 검찰 수사는 대통령 발언만 맴돌았다.

이번에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것도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다.박근혜 대통령/ 2014년 12월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

예상대로 검찰은 문건 내용이 허위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문건 유출자만 기소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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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들은 하나같이 승진했다. 수사 책임자였던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실무 책임자였던 유상범 3차장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담당검사였던 임관혁 부장검사는 핵심보직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2년이나 지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당시 수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뒤흔든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확인됐고, 그를 둘러싼 의혹이 베일을 벗었다. 대기업 기부금 강제모금, 국정 문건 유출부터 대학입시비리와 체육계 비리까지, 의혹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2년 전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정윤회 문건에 분명히 현재 사태를 예견할 수 있는 최순실 내지는 정윤회 국정 농단이 명백히 있었고, 검찰이 이를 알았으면 수사를 했어야 했습니다. 당시 검찰 수사는 명백한 직무유기고, 그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곪아터지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최강욱 변호사

‘청와대 부속기관’ 전락한 검찰…뿌리는 우병우?

▲ 2015년 3월, 우병우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2015년 3월, 우병우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악수를 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부속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박근혜 정부 내내 제기됐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 이후 정도가 심해졌다. 코드 수사, 찍어내기 수사 시비가 끝없이 제기됐다. 검찰 요직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 검사들이 배치된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청와대도, 검찰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검찰 안팎에서 인정하는 우병우 사단은 적어도 십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현재 검찰의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다. 김주현 대검 차장,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대학 동창인 최윤수 차장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검사장 승진 불과 2달만에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됐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의 핵심 보직이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도 우 전 수석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이 자리를 안 국장은 2년째 맡고 있다.

안 국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설전을 벌여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 – 엘시티 수사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갑니까?
안태근 검찰국장 –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뭐가 없다고요? 기억이 없다고요?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요?
안태근 검찰국장 – 보고 안했을 수도 있고요.
노회찬 의원 – 보고 안했을 수도 있고요? 누가요?
안태근 검찰국장 – 제가 보고한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보고 안했으면 안 한 거지, 보고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요? 답변을 그따위로 하는 거에요? 아니면 아닌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기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안태근 검찰국장 – 그럼 모르겠습니다.
국회 법사위, 2016.11.16

우 전 수석 본인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5억 원을 출연한 뒤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 돌려받은 것과 관련, 우 전 수석은 수사 정보를 최순실 측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과연 우병우 사단이 장악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지금 검찰, 국정원에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습니다. 자,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특별수사팀장 윤갑근 이미 얘기했고요.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우병우 수석에게 그동안에 범죄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유를 가지고 모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것 수사해야 되지 않습니까?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긴급현안질의, 2016.11.11

이명박 정부 때는 주로 간첩 사건 등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승승장구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에선 우 전 수석 같은 정권의 핵심인사과 손잡은 검사들, 이른바 정치 검사들이 약진했다. 법과 원칙보다, 권력의 단맛에 사로잡혔던 검찰은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 중 하나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취재: 강민수
편집: 정지성

수, 2016/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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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공급된 의약품의 용도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청와대에 공급된 의약품 764건 모두의 일반적 용도를 전수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 전수조사에는 전 한국 유나이티드제약 수석 연구원 최성조 박사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인의협), 녹색병원(원진재단 부설)이 참여해 이중, 삼중의 검증을 거쳤다.

청와대로 공급된 의약품 목록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다. 공급 기간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다. 그동안 언론보도에 나온 것처럼 청와대의 의약품 구매 목록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팔팔정), 영양과 미용 목적의 주사제(일명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 등), 마취제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하다”며“아프리카 순방시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 예방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지만, 청와대에 공급된 의약품 목록에는 고산병 치료예방을 위해 쓰이는 의약품(아세타졸<아세타졸 아미드>)이 따로 포함돼 있고, 해당 순방지역은 고산병 발병 우려가 적은 지역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청와대는 특히 미용 목적의 값비싼 태반주사나 마늘주사 등을 청와대가 국민세금으로 구입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수긍할 만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전문가들의 검토와 감수를 받은 청와대 납품 의약품 전체의 일반적인 용도를 전수조사해 공개함으로써 관련 논란과 의혹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자료제목: 청와대로 공급된 의약품현황
출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산출기간: 2014년 1월 ~2016년 9월
산출기준: 의약품공급업체가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한 정상 접수건 기준
출고량 및 반품량은 최소단위(바이알, 앰플 등) 기준
※ 해당내역은 공급업체에서 보고한 내용이며, ‘비어있음’의 경우 동일사업자번호로 보고된 내역을 산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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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11/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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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의 3대 세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일가에 수백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제공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으며(※ 관련 기사 : 법은 항상 이재용 편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그 과정을 더욱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리고 취재 결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러 정황들이 드러났다.

1.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배제.. 삼성의 결정인가?

국민연금은 주식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국민연금은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는 때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여기서 비롯될 수 있는 많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찬성하는 주주들과 반대하는 주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이었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11%나 갖고 있던 국민연금의 결정이 곧 합병이 되느냐 마느냐를 곧바로 결정짓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 결정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결권 행사 자문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당연한 ‘순리’로 보였다. 실제로 홍완선 기금운용 본부장은 지난해 6월 9일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전문위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것으로 최종 결정 권한이 있다” 라고 말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러자 삼성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접촉을 시작한다. 뉴스타파는 삼성이 복수의 위원들에게 접촉과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로비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반수에 가까운 위원들이 아예 삼성을 만나주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아니 이재용 일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 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이 자신의 당초 말을 뒤집고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내부의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투자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직 간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맡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12명 중에 5명이 홍완선과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배제하고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을 결정하기로 한 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꼼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9일 전인 7월 1일, 홍완선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대체투자실장을 교체한다. 정기인사 발령도 아니었고, 미리 예고된 인사도 아니었다. 대체투자실장은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인사로 투자위원회에서 배제된 윤 모 실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요, 굉장히 급작스러운 인사였습니다. 실무자도 아니고 실장은 간부급인데 간부급 인사발령을 낼때는 그래도 하루 이틀 전에라도 인사권자가 불러서 여차여차하니 가서 수고를 하라든지… 그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발령을 받았어요. 전혀 생각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미련은 (그때) 많이 버렸어요.

윤 실장은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자신의 태도 때문에 인사 발령이 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 자신의 소신이나 업무 스타일로 미루어 합병 건에 대해 반대하리라는 것을 감안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론이야 찬성 혹은 반대가 날 수가 있는데, 과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한달 전에 있었던 SK와 SK C&C는 전문위에서 결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것은 투자위에서 결정을 합니까. 오히려 내용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성이 있는 안건이었는데, 일관성은 없었습니다.

그의 후임으로 대체투자실장이 된 유 모 실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발령이 아니라 홍완선 본부장의 지명을 통해서 기존 투자위원이 갑자기 교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원래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9명은 실장이나 센터장급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명은 팀장급 가운데 본부장이 지명을 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팀장들이 정해져있다시피 한데,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투자위원회를 앞두고 홍완선 본부장은 이 3명 가운데 2명을 교체한다. 이 두 팀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한 마디 발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찬성표를 던졌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사흘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은밀히 만났고, 그 사실이 드러나 의혹을 샀다. 그런데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행했던 인물이 국민연금 내부에 3명 더 있었다. 한 모 주식운용실장이 그 중에 한 사람인데 그 역시 투자위원회의 위원이었다. 한 모 실장도 당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해보면, 이미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 12명 위원가운데 5명이 홍완선 본부장이나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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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투자 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채모 리서치 팀장은 시종 일관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며 홍완선 본부장과 함께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주도해가는데, 채 팀장 역시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채 모 리서치팀장 :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에는 합병 비율만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합병의 시너지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홍완선 본부장 : 리서치팀의 의견은 합병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홍완선 본부장 : 그렇다면 기금의 이익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군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3. 보고서 오류마저 이재용 일가에 유리

투자 위원회 회의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보고서 11페이지를 보면 합병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그래프가 나오는데, 2014년 영업이익이 2천7백억 원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2014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5천 2백억원이 넘는다. 이 그래프를 보면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어 그만큼 기업 가치가 낮은 회사로 보인다. 이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해야 하는 이재용 일가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부합하는 오류다. 이재용은 제일모직의 주식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이 마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탈법적으로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삼성 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투자가도 저지르지 않을 법한 오류가 버젓이 보고서 안에 들어있는데도, 이날 회의에서 이런 오류를 지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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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무릅쓰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했을까,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리고 그 결정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영향을 미쳤을까,그것은 삼성이 이들에게 제공한 수백억 원의 대가였을까?

검찰은 지난 23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홍완선 본부장의 직장인 한양대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단서를 통해 이같은 국민적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재 : 심인보, 이유정
촬영 : 정형민,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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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인 CJ가 주최한 해외 행사의 운영을 최순실 소유 회사가 맡는 과정에서, 정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CJ는 지난 6월 ‘KCON 프랑스’라는 문화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행사 운영의 절반 가량을 정부 지시에 따라 최 씨의 차명 소유 기업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이하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 행사에서 최순실 씨의 단골 성형외과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에 화장품을 단독으로 전시하고, 박근혜 대통령 방문 때 시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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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행사서 최순실 소유 ‘플레이그라운드’가 한식체험존 운영한 이유는?

‘KCON’ 은 CJ그룹이 매년 주관하는 국제문화행사다. 2012년부터 미국, 일본 등에서 진행됐으며 2016년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2016 KCON 프랑스’란 이름으로 개최됐다. 이 행사는 ‘K콘서트’와 ‘K컨벤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K 콘서트는 한국의 K팝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행사고, K 컨벤션은 CJ그룹이 중소기업청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 중 일부를 선발해 그들의 상품을 해외에서 전시, 홍보할 수 있게 하는 행사다.

올해 K 컨벤션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문체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가 대거 참여했다. 부처별로 전시 부스를 마련해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 등을 홍보한다는 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프랑스 국빈 방문 둘째날 일정으로 KCON행사에 방문했다. 문체부 등 정부부처는 부스 제작비 등 참가비 명목으로 총 12억5000만 원을 CJ그룹측에 지급했다.

당시 컨벤션장에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중소기업청▲농식품부▲교육부▲무역협회▲한식체험존▲CJ그룹 등 8개 부스가 마련됐다. 이 중 한식체험존이 컨벤션 장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한식체험존의 전체 운영과 부스 제작은 최순실 소유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진행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한식체험존의 시식행사를 미르재단이 운영하는 ‘페랑디-미르 아카데미’에 맡겼다. 한식체험존 행사 전체를 사실상 최순실 씨 소유 회사와 재단이 진행한 셈이다. CJ측은 정부지원금 12억5000만 원 중 한식체험존 운영비로 7억 원을 플레이그라운드에 지급했다.

그럼 CJ그룹은 수많은 대행사 가운데 왜 최순실 소유 회사에 운영을 맡겼던 걸까. 뉴스타파 취재결과, CJ그룹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플레이그라운드와 한식체험존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발표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플레이그라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회사 소개자료까지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 건네며 대기업들에게 각별히 챙기라고 당부했던 곳이다.

CJ측 “정부가 플레이그라운드랑 계약하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4월과 5월 아프리카, 멕시코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문화공연 행사 총괄 운영도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긴 바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그라운드는 국고보조금 15억여 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간기업이 진행하는 행사까지 정부가 간섭하며 최순실 씨 소유 회사에 맡기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식체험존을 미르(재단)가 하는 걸로 정부가 지정을 했고요. 미르(재단)가 플레이그라운드를 데리고 온 거예요. 어차피 KCON이 저희 행사거든요. 저희하고 계약을 해야되는 거라, 저희하고 플레이그라운드가 계약을 하도록 정부가 시킨 거죠. 피해자 코스프레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기업은 정부가 시키는 걸 거스를 수 없어요. CJ그룹 관계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독 특정 화장품 업체 부스에만 오래 머문 이유는?

▲ 지난 6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39개 중소기업 중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원장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존 제이콥스 부스에 들러 한참 설명을 들었다. 이 화장품 업체는 공동전시장을 이용한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유일하게 단독 전시장에서 상품을 홍보했다.

▲ 지난 6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39개 중소기업 중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원장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존 제이콥스 부스에 들러 한참 설명을 들었다. 이 화장품 업체는 공동전시장을 이용한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유일하게 단독 전시장에서 상품을 홍보했다.

정부의 특혜를 받은 곳은 플레이그라운드만이 아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원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인 화장품 업체 ‘존 제이콥스’도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단독 전시장을 이용하고, 박 대통령 앞에서 시연할 수 있는 업체로 선정되는 등의 특혜를 받았다.

‘존 제이콥스’는 최순실 씨가 그의 딸 정유라 씨와 100회 이상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성형외과와 관련된 회사다. 이 병원 원장의 처남이 대표를 맡고 있다. 최순실 씨는 이 회사에서 피부관리를 받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청와대 설날 선물세트 중 하나로 지정됐고, 이후 연매출 1억 정도의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세계, 신라면세점에 잇달아 입점해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존 제이콥스는 KCON 프랑스 행사에서 상품 전시를 하는 중소기업 중 한 곳으로 선발돼 참여했다. 당시 KCON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전시 조건은 ‘공동부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전체 중소기업 39곳 가운데 5곳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부스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34곳은 중소기업청 부스를 공동으로 사용했다. 기업마다 할당된 부스 공간은 길이 80cm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39곳 중소기업 중 최순실 단골 화장품 회사만 ‘단독전시’ 특혜

그런데 최순실씨의 단골 화장품은 이 공간 외에도 2m 가량의 단독 전시장에서 상품을 전시하는 혜택을 받았다. 다른 기업과 달리 공동부스 1곳, 단독 전시장 1곳 등 총 2곳에서 상품을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혜택을 받은 기업은 존 제이콥스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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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존 제이콥스의 단독 전시장이 참가자 모집 기관인 중소기업청과 행사주관사인 CJ그룹측도 모르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 산하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관계자의 설명.

우리가 내건 전시 조건은 공동전시장이었는데, 갑자기 당일날 현장에 가보니 존 제이콥스 단독 전시장이 있더라”며 “중소기업청 측에서 설치를 요청한 것은 아니었고, 우리도 현장에서 보고 ‘저기는 전시장이 또 있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

익명을 요구한 CJ그룹의 한 관계자도 “존 제이콥스 행사장은 CJ도 모르게 들어왔다. 행사 전날 밤 분명히 빈 공간이어야 하는 곳에 프랑스 인부들이 전시장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들은 당시에 소방법 문제도 있고, 사전에 계획하지 않은 뭔가가 설치되면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하시면 소방법에 위반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위에서 이미 얘기가 다 됐다’는 거예요. 작업자들은 플레이그라운드 지시를 받고 일하고 있었다고 해요. 플레이그라운드는 곧 미르재단이고, 미르재단은 정부측이니까 불만이 있어도 저희가 달리 막지 못한거죠.CJ그룹 관계자

이렇게 행사 전날 ‘존 제이콥스’의 전시장이 갑자기 생겨나면서 8개였던 전시장은 9곳으로 늘었다.▲문체부▲한국관광공사▲중소기업청▲농식품부▲교육부▲무역협회▲한식체험존▲CJ그룹에 이어 존 제이콥스 전시장이 추가된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추천하지 않은 최순실 화장품…박근혜 대통령 방문 명단에 포함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국빈 방문 중 KCON행사장에 들렀던 박근혜 대통령은 수많은 중소기업 전시장 가운데 유독 이 화장품 회사에 오래 머물렀다. 화장품 업체 관계자의 시연을 보고 “질 좋은 화장품이 널리 알려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확인결과, 이날 대통령의 부스 방문 동선은 행사 당일 각 파트별로 정부 부처의 추천을 받아 정해진 것이었다. 대통령 방문 동선은 보안 문제로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행사 당일에서야 추천을 받았다. 중소기업 추천권은 중소기업청 측에 있었다. 그런데 존 제이콥스는 중소기업청의 추천 명단에 없던 회사였다.

당시 각 파트별로 대통령이 방문할 곳을 추천받아 청와대측에 전달했던 역할은 문체부 담당이었다. 뉴스타파는 문체부 측에 누가 존 제이콥스를 추천했는지, 왜 동선에 포함됐는지 물었지만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청와대 측에도 질문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극비사항에 해당하는 대통령 동선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밖에 없다. 최순실 단골 화장품 회사라는 이유로 청와대가 단독 부스를 설치하도록 혜택을 주고, 박 대통령이 특별히 방문해 챙긴 것은 아니었는지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존 제이콥스 측에 누가 단독 부스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는지, 대통령이 방문할 것을 행사 이전에 알고 있었는지 질문했다. 그러나 특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존 제이콥스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은 어떻게 방문하게 됐나.
“우리도 대통령이 방문할 지 몰랐다. 청와대 경호팀측에서 행사 2시간 전 쯤 대통령이 오실 수 있으니 시연을 준비해 달라고 해서 준비한 것이다.”
– 존 제이콥스만 단독부스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플레이그라운드 측에서 알아서 준비해 준 것이다. 그 대가로 3000만원을 플레이그라운드에 줬다.”
– 최순실 씨의 소개였나.
“최순실 씨 소개는 아니다. 누구 소개였는지 모른다.”

프랑스 행사 참가 중소기업 “박 대통령, 우리와는 인사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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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수많은 중소기업 전시장 중에 존 제이콥스 부스를 유독 챙기면서, 다른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편파적이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불만의 목소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대통령이 다른 기업 전시장은 거의 안 들렀어요. 다른 데는 대통령이랑 사진 한 장 안 찍었어요. 거기는 대통령이 들러서 시연까지 했잖아요. 정말 편파적이었어요. 많은 기업이 갔지만, 다 한줄로 서 있었기 때문에 인사는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근데 그런 것 조차 없었기 때문에 되게 분노했었어요. 엄청. KCON 프랑스 참가 중소기업 관계자

프랑스 행사를 진행했던 한 행사 진행 관계자의 기억도 비슷했다.

한 나라의 대통이…예를 들어 교육부 부스에 들러서 한불 130주년을 기념해 서로의 인적교류라든지 우리나라의 교육이라든지 미래를 위해서 이런 뭔가를 홍보한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거예요. 박람회에서 특정 화장품이 전시되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그거를 박 대통령이 거기에 서서 설명을 듣는 것 자체가 되게 웃기는 상황이었던 거죠. KCON 행사에 참가했던 행사 진행 관계자

수십억의 국민세금을 들여서 떠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1분 1초가 경제와 외교 효과로 연결되는 중요한 국가적 행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적 행사를 최순실 씨 회사에 돈을 벌어주고, 최순실 단골 화장품 회사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취재 : 홍여진
촬영 : 김수영
편집 : 박서영

목, 2016/1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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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했을 때 한복업계는 들떴다. 여성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국내외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한복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한복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고, 해외순방을 비롯한 국제행사 때 한복을 즐겨 착용했다.

지난 2013년 국가공인 명장 9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체 치수에 맞춘 한복을 지었다. 한복업계가 아이디어를 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화답했다. 명장의 손을 거친 한복의 다양한 매력이 대통령을 통해 보다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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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장들이 나서 지은 이 아홉벌의 한복은 대통령이 아닌 모델들에게 걸쳐졌다. 한복업계는 사비까지 들여가며 전시회와 패션쇼를 개최했지만, 끝내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단 한 벌도 입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임기내내 오직 한 사람이 만든 한복만 입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추천한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의 작품이었다.

한복업계 원로인 명장들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명장들의 입에서는 ‘국가 공인 명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의 한복과 국내외 한복 관련 행사는 물론, 국가 행사에 쓰이는 ‘오방낭’까지 모두 김 씨의 손을 거치게 됐기 때문이다.

취재진과 통화한 한 명장은 “이번 일의 이면에 비선실세의 권력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허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장은 “한복업계가 구설에 오를까 차마 말은 못했지만 한복의 멋을 잘 아는 지인들이 ‘대통령에게 저런 것(김영석 씨의 작품)을 입혀서는 안 된다’고 자주 얘기한다”고 말했다.

장면 둘. 지난 23일, 영하의 차가운 거리에 개성공단 기업인 100여 명이 모였다. 상복을 입은 이들은 제단과 상여를 마련하고 이른바 ‘개성공단 장례식’을 치뤘다. 지난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전격적으로 내려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면에 비선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 2월,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통해 투자금의 90%까지 신속히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인들이 신고한 피해 신고금액은 1조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한 지원금은 그 절반인 5000억 원에 머물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원액 자체가 줄어들었을 뿐더러,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돈의 집행조차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피해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을 넘어 그 협력업체들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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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대통령이었나?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대통령이 공익이 아닌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업체들은 최순실과 관계를 맺은 이후 정부와 재계의 지원 하에 성장가도를 달렸다. 흡사 대통령이 최 씨 개인의 ‘판촉사원’이 된 모습이다. 공공의 업무를 취급해야 할 정부기관 역시 최 씨의 국정농단 행위, 이른바 ‘판촉 활동’에 동원돼야 했다.

‘전통한복김영석’을 운영하는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씨는 최순실 씨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 관련 한복 작업을 사실상 독점했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의 초대 이사를 지냈고, 지난 7월 사임했다. 검찰은 미르재단의 이사진 구성을 박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위해 만든 김 씨의 한복 작품은 ‘문화 외교’ 차원에서 지난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 국립장식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자주 들고 나왔던 가방은 최 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가 운영하는 브랜드 ‘빌로밀로’의 제품이었다. 전직 국가대표 펜싱선수인 고 씨는 최 씨의 단골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9년 설립된 빌로밀로는 유명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입점하는 등 한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경영 악화로 인해 폐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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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코퍼레이션’ 이 모 씨(대표의 배우자)와 최 씨의 인연은 검찰 공소장에도 적시됐다. 직권남용 행위 등으로 기소된 최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딸 정유라 씨의 초등학교 학부형으로 만난 이 모 씨를 2013년부터 알고 지냈다. 대기업 납품을 도와달라는 이 씨의 청탁은 최 씨를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박 대통령은 비서실에 현대차와 이 업체의 납품계약을 성사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 씨는 이 대가로 1000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5000만 원의 현금을 받았다.


취재 : 오대양, 김성수
촬영 : 김기철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1/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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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헌법 절차, 즉 탄핵 수순에 들어갔다. 빠르면 다음주 중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탄핵에 나설 것을 밝혔고,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지금 탄핵을 못 하고 있는 이유는 새누리당 때문’이라며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과 찬성하는 의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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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여당의원 입장에서 굉장히 마음이 힘들고 불편하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계속 유지된다면 국정혼란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혼란을 막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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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혜훈 의원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에 맞다’며 탄핵 발의, 표결에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뜻은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것인데,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이라며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면 찬성표를 던질 의원이 새누리당 내에 최소 3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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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재적의원의 ⅔, 즉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 박근혜 체제를 만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28명 이상이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표를 던져야만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다.

헌법학자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헌법의 가치를 얼마나 훼손했는지’ 여부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종철 교수는 ‘비선실세에 국정수행을 의존하고, 국가과제가 결정, 집행되도록 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재판소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의 송두환 변호사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대한민국 헌정의 역사, 국회의 역사, 헌법재판소의 역사를 구성할 것’이라며 재판관들의 엄중한 인식을 주문했다. 대한변협 법제이사 채명성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도 결국은 국민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헌재가 최종 결정을 할 당시의 여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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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3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검의 한 현직 검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하는 것이 법과 원칙”이라며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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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국을 이끌어 온 건 정치권이 아닌 전국에서 행동으로 나선 촛불 민심이다.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 집회는 박근혜 퇴진을 향한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 : 송원근
촬영 : 정형민, 김기철, 김수영, 김남범
편집 : 박서영

목, 2016/11/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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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시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의 집단 자위권 행사 등 군사적 활동의 근거를 마련해 줄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속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됐다.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 23일 한일 양국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정식 체결했다. 지난 10월 27일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상 재개를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서명이 이뤄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지면서 사실상 식물정부 상태에 이르렀지만, 박근혜 정부는 반대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협정 체결을 강행한 것이다.

국민적 동의를 구하겠다던 말은 어디로?

한일 양국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국무회의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하려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밀실협상이라는 논란 속에 체결 직전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갑작스런 협상 재개 발표 이전까지는 협정 재추진을 위해서 여건이 성숙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 때 한민구 국방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될 것이냐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가 일본과의 군사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 의견은 31%에 그쳤다.

이처럼 여건이 성숙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돌연 협상 재개를 발표한 데 이어 속전속결로 협상을 체결했다.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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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 협정이 재정부담이나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무시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체결 강행에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지난 2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양측 대표로 참석한 협정 서명식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기자들은 국방부의 비공개 원칙에 취재 거부로 대응했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일방적인 비밀주의가 협정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불신을 더욱 키웠다.

체결은 됐지만… 후폭풍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회피하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처리한 것은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한 불법적 행정폭거”라며 “피의자로서 탄핵 대상이며 식물상태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자신이 국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권력 집착”이라고 지적하고 24일 협정 체결 효력정지 특별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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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과연 군사적으로 실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국방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 일본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등이 수집한 정보를 우리 안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일본이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위성으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일본 이지스함에 있는 레이더는 한국과 같은 기종인 스파이원(SPY-1D)인데 한국보다 후방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별로 실속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군사적 실익을 떠나 일본이 유사 시 한반도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본 자위대 유사 시 한반도 진출 근거 열어줘”

일본 전문가인 경북대 김경남 교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통해 일본이 노리는 것은 국제정치적으로 일명 자위대의 군사적인 역할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이 협정으로 일본정부와 자위대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국 국내법인 이른바 평화헌법 9조를 고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협정은 일본 입장에서 한반도 유사 시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국제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구체적으로 일본이 한반도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한미일 군사훈련지인 독도는 물론 비무장지대 관련 정보, 사드배치 문제 등 군사적 비밀정보 등이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본 측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공감대 형성 없이 박근혜 정부가 강행 처리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협정의 종료를 원할 경우 상대국에 종료 90일 전 외교 경로를 통해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고, 이런 조치가 없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이 때문에 이 협정을 둘러싸고 매년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 퇴진 이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사안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 2016/11/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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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후원회원들이 전국 각지 집회현장에서 보내온 뜨거운 촛불의 기록을 지도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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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6/11/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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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최순실 체제에 조직적으로 부역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해당 서류는 재단 설립 허가에 필요 없는 서류였다며 두 재단을 끝까지 두둔했습니다. 이후 다른 주요 서류마저 빠진 것이 연속해서 확인되자, 허가 당시 견습직원이었던 주무관의 실수로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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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연다혜
편집 박서영
촬영 김수영
CG 정동우

토, 2016/1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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