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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쟁점 총정리 ②]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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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쟁점 총정리 ②]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익명 (미확인) | 화, 2016/08/16- 16:57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글|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이 글은 총 두 편입니다. 1편은 지도 반출 문제, 2편은 지도의 보안 처리 문제를 다룹니다. (필자)

  1. 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2. →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이미 알려진 대로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에 저장하겠다는 구글의 신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여 허락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는 일정한 시설물을 지도나 위성사진에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갖고 이에 따라 지도를 제작 및 공개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인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지도에서 은폐되는 시설물과 보안 처리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지도는 규정에 따라 일정한 시설물을 표시하지 않거나 위장, ‘물칠’(블러링) 등의 형태로 가려야 한다. 이것은 공간정보법 제35조와 그에 따른 보안관리규정이 일정한 지도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규들에 따르면 공간정보를 관리하는 기관(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정보원과 협의하여,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의 접근이나 유출을 막는 조치(보안 처리)를 시행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물이 보안 처리가 되는지는 3급 기밀 사항이다. 그러나 보안관리규정의 공간정보 분류기준표와 실제 지도를 참고하면 대략적인 기준을 알 수 있다.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같은 특수 정부 기관, 군부대 등 군사 시설, 휴전선 일대, 교도소, 발전소, 변전소, 댐, 송유관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송전탑이나 각종 맨홀(전기, 통신, 전화 맨홀들)도 그 대상이다.

이들 시설물은 안보 위험도에 따라 ‘비공개’와 ‘공개 제한’으로 나눈다. 비공개는 그 존재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것이며, 공개 제한은 무언가가 있지만 삭제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치가 국가 중요 시설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취해진 것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정보 통신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같은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효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고, 점증하는 국민의 공간정보 서비스 수요와도 잘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갑자기 사라지는 교도소

법무부가 운영하는 교도행정 종합 웹사이트인 ‘교정본부’에는 전국 교도소의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가 게시되어 있다. 각 교도소에는 주소가 명기되어 있고, ‘오시는 길’이라는 버튼도 달려 있다. 버튼을 누르면 다시 해당 교도소를 안내하는 약도가 뜨고 버스 편 같은 정보가 나온다.

이렇게 오시는 길은 알려주고 있지만, 실제로 방문자가 가시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길찾기나 위치 확인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에서는 이 교도소들을 도무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지도에서는 ‘OO교도소’를 넣어도 검색되지 않고, 교정본부 웹사이트에 나온 교도소 주소를 넣으면 없는 지역이라는 응답이 뜬다.

어찌어찌 하여 주변 지역을 찾아갔더라도, 거대한 시설물 중에서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진입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뷰로 경로를 쫓다 보면 건물들은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뿌연 물칠이 앞을 가로막는다. 정부 사이트에 ‘오시는 길’을 약도와 더불어 친절히 안내한 시설물이 지도에서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보안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형 댐은 공개제한 대상이다. 발전소를 겸한 대표적인 대형 댐인 소양댐은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에서 이러한 규정에 따라 보안 처리되어 있다. 거리 지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고, 위성사진에는 덧칠했다.

그러나 소양강댐 주변의 거리뷰를 따라가면 댐 시설물이 배경에 그대로 보이고, 댐 자체도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어 관광버스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관광지가 되어 누구나 접근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옛날식 규정에 따라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는 것이다.

 

미국도 공개하는 미군 부대, 한국이 지켜준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경계지역에는 소규모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다. 역시 한국 인터넷 지도에는 보안 처리되어서, 위성사진에도 나오지 않고 거리뷰는 뿌연 물칠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미군 부대 코앞으로 1호선 전철(도봉산~망월사 구간)이 지나간다. 전철은 지상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차 안에서 미군 부대 영내가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매일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상하며 지나는 곳이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의 미군기지는 미국 영토의 일부 간주되며, 이 미군기지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정작 미국 기업은 자기네 군대가 주둔한 자기네 영토의 모습을 아무런 규제없이 보여주는데(미국 본토의 군사기지도 마찬가지다), 제3자인 한국은 남의 나라 부대의 안전을 염려하여 삭제해주고 있는 셈이다.

 

18개의 비밀 골프장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놓고 정부가 하는 주장은, 이 지도 데이터를 (구글닷컴의 위성사진처럼) 보안 처리하지 않은 위성사진과 결합하면 주요 안보 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위성사진을 보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데이터와 위성사진을 합칠 필요도 없이 모니터 두 개를 놓고 지도를 비교해 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아낼 수 있는 일을 놓고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지도의 보안 처리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지도에서 사라진 주요 시설물들을 찾아보는 일을 게임에서 수행해야 할 퀘스트(임무)처럼 생각한다.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해본 사람도 있다. 독일인으로 한국에 와서 가르치는 막스 노이페르트 교수는 어느 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외국 지도와 한국의 웹 지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각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정말로 ‘모니터 두 개를 놓고’ 대한민국의 전국 지도를 이 잡듯이 뒤져 보았다. 그 결과 한국 지도에서 삭제되어 있는 많은 시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수십 개의 골프장이 한국 지도에는 모두 삭제된 점이었다. 바로 군부대 안에 있어 ‘군사시설’로 간주되는 골프장들이었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열여덟개의 은밀한 골프장]이라는 소책자를 펴내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가 이 문제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것이 분명한 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검열치고는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아예 검게 처리한 것도 아니고, 주변 지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른 위성사진이 흔해빠진 세상에서 극구 이를 지우려 하는 모습도 우스꽝스러웠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검열되지 않은 이미지를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을 검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내 지도에서 이런 지역을 가리려는 노력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시지푸스의 행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대중의 눈을 피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따금 보도에 흘러나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군 골프장의 정식 명칭은 ‘체력 단련장’이다. 군사시설이고 그래서 지도에서도 가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체력을 단련하는 사람은 대부분 군인이 아니다. 현역은 20%가 채 되지 않고, 그것도 대개 고위급이다. 나머지 80% 이상은 예비역이나 민간인들이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특권층들이 쉽게 부킹하여 값싸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안보를 명분으로 하여 대중의 시야로부터 철저히 차단한다.

 

민간에 떠넘긴 보안 작업

국내 지도나 위성사진에 이런 보안 처리를 하는 실무 주체는 정부 기관이 아니다. 다음, 네이버 같은 민간 업체가 규정을 참고하여 알아서 처리한 뒤 기관의 검사를 받는다. 정부가 해야 할 보안 업무를 민간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들 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보안 처리를 수행하는데, 대개 ‘알바’ 형태의 인력을 고용하여 진행한다. 보안 처리 대상 시설은 1천 개 이상이고, 위성사진뿐 아니라 거리뷰 모습까지 하나하나 작업해야 한다. 엄청난 작업량을 비전문가들이 담당하다 보니 실수가 쉽게 벌어진다. 국내 지도들의 거리뷰 등을 보면, 규정에 따르면 명백히 가려야 할 곳이 가려지지 않은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반대도 있다. 가릴 필요가 없는데도 그냥 보안 처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편이 훨씬 안전하다. 가릴 곳을 못 가리면 문제가 되지만, 안 그래도 될 곳을 가렸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노이페르트 교수가 처음에 찾아낸 비밀 골프장은 60개 이상이었다. 전국에 존재하는 실제 군 골프장은 29개다. 착오가 생긴 것은, 지도 서비스 업체의 보안 처리 담당자들이 군부대와 인접해 있는 사설 골프장까지 모두 보안 처리했기 때문이다. 실효도 없는 보안 처리 규정 때문에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이 얼마나 보호되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적성 국가와 맞붙어 있는 준전시 상태 국가에서 중요 시설들이 지도에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시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데다, 변화하는 정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효성도 없이 규제의 짐만 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공간정보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요구가 커지고 이동성이 대폭 확장된 오늘날, 대중 노출을 차단하고 보호하여야 시설은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물을 보호할 때, 보호 조치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케케묵은 목록을 민간 업체에 던져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변화한 상황을 반영하여 보호 대상 시설물을 재정의하고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업체들도 상황 개선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과도한 정부 지침을 그대로 이행하기만 하는 데 바쁘지 않았는지,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본 적은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규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수용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때,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경쟁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볼 일이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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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3/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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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헌재에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등 위헌 여부 물어
일시 및 장소 : 2017년 4월 19일(수),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

 

 

취지와 목적

 

  • 청와대가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표현행위 등을 이유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지원배제를 지시하고 그 과정에서 지원배제를 위한 명단,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것은 문화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임. 
  • 현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문화예술인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도 진행 중이나, 아울러 헌법소원을  통하여 그와 같은 지원배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는 점을 헌법재판소가 명확히 선언하기를 요구하는 것임. 이를 통해 이번과 같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공고한 선례를 만들고자 함. 
  • 2016년 말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대응모임을 조직하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소송 등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이번 헌법소원 청구도 그러한 법률대응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임.  

개요

 

  • 제목 :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 일시와 장소 : 2017년 4월 19일(수)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 
  • 주최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블랙리스트사태 법률대응모임,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 참가자

  - 사회 :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 여는 말
    블랙리스트 대응 운동의 흐름과 진행경과 : 송경동 시인(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  
    블랙리스트 법률대응모임의 법률대응 경과와 향후 계획 : 강신하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블랙리스트 민사소송대리인단 단장)
  - 블랙리스트 헌법소원의 의미와 주요 내용 소개 :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헌법소원청구 대리인)
  - 헌법소원 청구인 및 문화예술인 발언
    방지영 서울연극협회 부회장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  

  • 문의 :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화, 2017/04/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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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끊임없는 가짜뉴스 방지법 입법 시도를 비판한다

 

정치권에서 새로운 법을 도입하여 소위 “가짜뉴스”를 단죄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에 이어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이 4월 23일 가짜뉴스 유통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5월 30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를 감시하는 책임을 지우는 정보통신망법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보가 거짓이거나 부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지우거나 그 정보를 매개하는 포털 등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모든 법안은 위헌이라고 보며 이와 같은 일련의 입법 시도에 반대한다.

 

가짜뉴스 처벌법은 위헌인 허위사실 유포죄의 부활에 다름 없어

주호영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의 사실 또는 왜곡된 사실을 포함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정보를 유통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는 그 정보가 발생시키는 해악이 명확할 때만 규제될 수 있으며 그 정보가 허위란 이유만으로 금지대상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가 명백히 천명한 바 있다. 허위 통신한 자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결정이 그것이다(2010. 12. 28. 2008헌바157, 2009헌바88(병합)). 이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 허위사실 유포죄는 소위 “미네르바” 사건과 같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제기된 이견과 의혹을 단죄하는 칼로 사용되었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 지우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안호영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사업자가 “가짜뉴스가 게재되어 있을 경우 지체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업자에게 가짜뉴스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삭제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의무는 사업자에게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일반적 감시의무(general monitoring obligation)’에 해당하며, 일반적 감시의무의 부과는 국제적 기준에 반한다. 모든 정보가 사업자의 사후적 허락을 받아 게시되는 결과가 되어버려 힘없는 개인도 자유롭게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터넷의 존재의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EU FTA의 기반이 된 유럽연합의 전자상거래지침(Directive 2000/31/EC)은 모든 불법정보(저작권 침해 정보, 음란 정보, 아동 포르노물)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다. 오픈넷이 함께 참여하여 제정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도 정보매개자에게 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개정안은 오픈넷이 신랄하게 비판한 김관영 의원의 ‘가짜뉴스 청소법’보다도 훨씬 더 악법이다. 김관영 의원안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하여, 최소한 권리자의 삭제 요청이 전제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안호영 의원안은 권리자의 요청이나 사업자의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삭제하라고 명령하고 있어 자기책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도 반한다.

게다가 “가짜뉴스”를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언론”, “검증”, “저널리즘” 등의 모호한 개념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언론 전문 기관이 아닌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는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거액의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심스러운 글은 무조건 삭제하게 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 검열권 부여하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

안호영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해, 중장기적으로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라며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보화를 추진할 때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의 유통 방지”와 관련한 시책을 만들 책무를 지우고 있다.

하지만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의 유통 방지”에 관한 시책 마련 의무는 필연적으로 국가기관이 정보화 추진 때 가짜뉴스 심의나 필터링 같은 검열 장치를 추가하도록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와 같이 위헌적인 행정검열 제도의 신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 검열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용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용자를 우매한 대중으로 보고 국가가 걸러준 정보만을 보게 하려는 반민주적 행위이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의 사회적 피해

안호영 의원의 개정안들은 ‘제안이유’에서 “거짓 정보와 거짓 뉴스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 등으로 표현하며 그 위험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의 피해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고 다만 그럴 것이라는 추정 및 예단만이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내며 함께 발표한 안 의원의 블로그 홍보글은 한 경제연구소의 추정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 추산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로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짜뉴스 방지법은 인터넷을 고사시킬 것

온라인 정보 검열 도구가 이미 여럿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발의된 가짜뉴스 방지법들이 하나라도 입법된다면,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 등)”인 인터넷은 그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입법을 동원한 가짜뉴스 규제에 한 목소리로 반대해왔다. 정치인들은 가짜뉴스 방지란 미명하에 인터넷을 고사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2017년 7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화, 2017/07/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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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 3기 방심위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에서 얻는 교훈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임기가 종료되었다. 그간 방심위의 방송심의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오픈넷은 특히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 일반 국민의 온라인상 표현물을 검열하는 ‘통신심의’제도의 문제점을 다수 지적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족한 표현의자유위원회에서 약속한대로 행정심의 폐지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당장의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앞으로 출범될 4기 위원회는 다음의 3기 방심위의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들에 비추어 통신심의 제도 및 관행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정치심의, 꼰대심의로 남용될 위험

방심위의 통신심의 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다. 즉, 심의 대상은 불법정보에 한정되지 않으며,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들 5명 중 3명이 건전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표현물은 삭제, 차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들을 이용하여 정치심의를 행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었다. 많은 진위 혹은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토론이 오갔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고 유병언 회장의 부패한 시신 사진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로서 삭제되었고(2014년 제41차, 제45차 통신소위), 한 네티즌이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대통령 및 여당이었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무능함과 후속조치를 비판한 글은 일부 욕설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삭제(2014년 제36차 통신소위)되었다.

무엇보다 문제되었던 것은 ‘사회적 혼란 야기’를 기준으로 한 심의였다. 세월호 관리·감독에 국정원이 개입되어 있고 사고 수습의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신속히 하지 않아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한 글(2015년 제33차 통신소위), 메르스 유행 당시 다수의 정치적 이슈들(성완종 리스트, 황교안 관련 의혹, 탄저균 주한 미군 기지 배달 사건, 대선 선거 조작 의혹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의 확산이 특정 세력들에 의해 조작,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유언비어’ 혹은 ‘괴담’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5년 제40차, 제42차, 제44차 통신소위). 2015년에 있었던 연천 포격이나 목함 지뢰 폭발 사건 등은 북한의 도발이 아니며 단순 사고거나 국정원 등이 북풍몰이를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게시글들(2015년 제61차, 62차, 제63차, 제64차 통신소위),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언급한 게시글들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6년 제56차 통신소위). 이들은 대체로 경찰청의 신고로 이루어졌다. 국가가 공표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면 ‘허위사실’, ‘괴담’으로 치부하고 ‘사회적 혼란’을 운운하며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방심위의 ‘유해정보’ 심의 권한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심의뿐 아니라 꼰대심의도 문제되었다. 일반인들의 B급 문화나 소통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일부 욕설을 사용하며 게임 중계 등을 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규제한 사례도 다수 있으며,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에 동성(여성) 간 키스 장면은 딱히 위반 규정을 적시하지도 않은 채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정요구를 결정하기도 하였다(2016년 제21차 통신소위).

 

광범위한 심의 대상과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 마구잡이 심의,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져 

3기 방심위는 연 평균 약 15만건을 심의하였다. 보통 30분 내외에서 진행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평균 약 1,600여건, 일주일에 약 3,200여건이 심의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심의 대상의 정보 내용을 위원들이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고 심의가 행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마구잡이식 심의와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폐단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차단을 해제한 해프닝이다. 또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의 IT 이슈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북한을 찬양, 미화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이트로 보아 차단하였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심의 대상 자체가 광범위하니 신고가 들어오는 정보에 대하여 대강 메인 화면이 불건전한 것으로 ‘보이기만’ 하면 책임의식 없이 차단 대상으로 손쉽게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과 높은 연령대도 문제이다. 3기 위원은 평균 나이 약 58세 전원 남성들로 언론학자, 언론인 출신, 윤리학 교수, 북한학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심지어 인터넷 세대도 아닌 이들은 인터넷 통신 메커니즘이나 서비스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모습을 보였으며, 젊은이들이 주로 소통하는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었다. 또한 9인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 중 6인은 여당 측 추천, 3인은 야당 측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은 위원회가 정치적 결정을 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졸속심의, 정치심의의 우려와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심의 기준을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현재 유승희 의원의 대표발의로 심의 근거 규정으로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함을 UN 역시 우리나라에 권고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와 같이 권고한 바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방심위에 의한 통신심의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위원 구성을 정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있고 다양한 위원 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4기 위원회는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고 심의를 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다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17년 7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금, 2017/07/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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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 3기 방심위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에서 얻는 교훈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임기가 종료되었다. 그간 방심위의 방송심의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오픈넷은 특히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 일반 국민의 온라인상 표현물을 검열하는 ‘통신심의’제도의 문제점을 다수 지적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족한 표현의자유위원회에서 약속한대로 행정심의 폐지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당장의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앞으로 출범될 4기 위원회는 다음의 3기 방심위의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들에 비추어 통신심의 제도 및 관행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정치심의, 꼰대심의로 남용될 위험

방심위의 통신심의 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다. 즉, 심의 대상은 불법정보에 한정되지 않으며,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들 5명 중 3명이 건전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표현물은 삭제, 차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들을 이용하여 정치심의를 행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었다. 많은 진위 혹은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토론이 오갔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고 유병언 회장의 부패한 시신 사진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로서 삭제되었고(2014년 제41차, 제45차 통신소위), 한 네티즌이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대통령 및 여당이었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무능함과 후속조치를 비판한 글은 일부 욕설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삭제(2014년 제36차 통신소위)되었다.

무엇보다 문제되었던 것은 ‘사회적 혼란 야기’를 기준으로 한 심의였다. 세월호 관리·감독에 국정원이 개입되어 있고 사고 수습의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신속히 하지 않아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한 글(2015년 제33차 통신소위), 메르스 유행 당시 다수의 정치적 이슈들(성완종 리스트, 황교안 관련 의혹, 탄저균 주한 미군 기지 배달 사건, 대선 선거 조작 의혹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의 확산이 특정 세력들에 의해 조작,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유언비어’ 혹은 ‘괴담’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5년 제40차, 제42차, 제44차 통신소위). 2015년에 있었던 연천 포격이나 목함 지뢰 폭발 사건 등은 북한의 도발이 아니며 단순 사고거나 국정원 등이 북풍몰이를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게시글들(2015년 제61차, 62차, 제63차, 제64차 통신소위),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언급한 게시글들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6년 제56차 통신소위). 이들은 대체로 경찰청의 신고로 이루어졌다. 국가가 공표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면 ‘허위사실’, ‘괴담’으로 치부하고 ‘사회적 혼란’을 운운하며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방심위의 ‘유해정보’ 심의 권한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심의뿐 아니라 꼰대심의도 문제되었다. 일반인들의 B급 문화나 소통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일부 욕설을 사용하며 게임 중계 등을 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규제한 사례도 다수 있으며,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에 동성(여성) 간 키스 장면은 딱히 위반 규정을 적시하지도 않은 채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정요구를 결정하기도 하였다(2016년 제21차 통신소위).

 

광범위한 심의 대상과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 마구잡이 심의,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져 

3기 방심위는 연 평균 약 15만건을 심의하였다. 보통 30분 내외에서 진행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평균 약 1,600여건, 일주일에 약 3,200여건이 심의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심의 대상의 정보 내용을 위원들이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고 심의가 행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마구잡이식 심의와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폐단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차단을 해제한 해프닝이다. 또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의 IT 이슈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북한을 찬양, 미화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이트로 보아 차단하였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심의 대상 자체가 광범위하니 신고가 들어오는 정보에 대하여 대강 메인 화면이 불건전한 것으로 ‘보이기만’ 하면 책임의식 없이 차단 대상으로 손쉽게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과 높은 연령대도 문제이다. 3기 위원은 평균 나이 약 58세 전원 남성들로 언론학자, 언론인 출신, 윤리학 교수, 북한학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심지어 인터넷 세대도 아닌 이들은 인터넷 통신 메커니즘이나 서비스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모습을 보였으며, 젊은이들이 주로 소통하는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었다. 또한 9인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 중 6인은 여당 측 추천, 3인은 야당 측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은 위원회가 정치적 결정을 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졸속심의, 정치심의의 우려와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심의 기준을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현재 유승희 의원의 대표발의로 심의 근거 규정으로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함을 UN 역시 우리나라에 권고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와 같이 권고한 바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방심위에 의한 통신심의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위원 구성을 정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있고 다양한 위원 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4기 위원회는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고 심의를 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다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17년 7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금, 2017/07/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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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끊임없는 가짜뉴스 방지법 입법 시도를 비판한다

 

정치권에서 새로운 법을 도입하여 소위 “가짜뉴스”를 단죄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에 이어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이 4월 23일 가짜뉴스 유통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5월 30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를 감시하는 책임을 지우는 정보통신망법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보가 거짓이거나 부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지우거나 그 정보를 매개하는 포털 등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모든 법안은 위헌이라고 보며 이와 같은 일련의 입법 시도에 반대한다.

 

가짜뉴스 처벌법은 위헌인 허위사실 유포죄의 부활에 다름 없어

주호영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의 사실 또는 왜곡된 사실을 포함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정보를 유통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는 그 정보가 발생시키는 해악이 명확할 때만 규제될 수 있으며 그 정보가 허위란 이유만으로 금지대상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가 명백히 천명한 바 있다. 허위 통신한 자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결정이 그것이다(2010. 12. 28. 2008헌바157, 2009헌바88(병합)). 이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 허위사실 유포죄는 소위 “미네르바” 사건과 같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제기된 이견과 의혹을 단죄하는 칼로 사용되었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 지우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안호영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사업자가 “가짜뉴스가 게재되어 있을 경우 지체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업자에게 가짜뉴스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삭제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의무는 사업자에게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일반적 감시의무(general monitoring obligation)’에 해당하며, 일반적 감시의무의 부과는 국제적 기준에 반한다. 모든 정보가 사업자의 사후적 허락을 받아 게시되는 결과가 되어버려 힘없는 개인도 자유롭게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터넷의 존재의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EU FTA의 기반이 된 유럽연합의 전자상거래지침(Directive 2000/31/EC)은 모든 불법정보(저작권 침해 정보, 음란 정보, 아동 포르노물)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다. 오픈넷이 함께 참여하여 제정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도 정보매개자에게 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개정안은 오픈넷이 신랄하게 비판한 김관영 의원의 ‘가짜뉴스 청소법’보다도 훨씬 더 악법이다. 김관영 의원안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하여, 최소한 권리자의 삭제 요청이 전제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안호영 의원안은 권리자의 요청이나 사업자의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삭제하라고 명령하고 있어 자기책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도 반한다.

게다가 “가짜뉴스”를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언론”, “검증”, “저널리즘” 등의 모호한 개념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언론 전문 기관이 아닌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는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거액의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심스러운 글은 무조건 삭제하게 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 검열권 부여하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

안호영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해, 중장기적으로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라며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보화를 추진할 때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의 유통 방지”와 관련한 시책을 만들 책무를 지우고 있다.

하지만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의 유통 방지”에 관한 시책 마련 의무는 필연적으로 국가기관이 정보화 추진 때 가짜뉴스 심의나 필터링 같은 검열 장치를 추가하도록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와 같이 위헌적인 행정검열 제도의 신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국가기관에게 가짜뉴스 검열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용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용자를 우매한 대중으로 보고 국가가 걸러준 정보만을 보게 하려는 반민주적 행위이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의 사회적 피해

안호영 의원의 개정안들은 ‘제안이유’에서 “거짓 정보와 거짓 뉴스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 등으로 표현하며 그 위험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의 피해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고 다만 그럴 것이라는 추정 및 예단만이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내며 함께 발표한 안 의원의 블로그 홍보글은 한 경제연구소의 추정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 추산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로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짜뉴스 방지법은 인터넷을 고사시킬 것

온라인 정보 검열 도구가 이미 여럿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발의된 가짜뉴스 방지법들이 하나라도 입법된다면,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 등)”인 인터넷은 그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입법을 동원한 가짜뉴스 규제에 한 목소리로 반대해왔다. 정치인들은 가짜뉴스 방지란 미명하에 인터넷을 고사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2017년 7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화, 2017/07/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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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예술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대구에서다. 대구광역시는 2009년부터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국내외 젊은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청년미술프로젝트 YAP(Young Artist Projec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가 9번째 행사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한다.

그런데 올해 11월 전시 행사를 앞두고 젊은 작가의 작품 3개에 대해 수정 및 작품 교체를 권고 받았다. 모두 전시약정서까지 맺은 작품들이다. 사전 검열 논란을 빚은 작품은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정희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윤동희 작가의 <망령>,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을 작품의 소제목으로 한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등이다.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p class=” width=”700″ height=”394″ />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문칠 감독의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성주군 주민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이 전시기획에 부합하지 않으며,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작품의 교체를 권고 받았다.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순수 예술의 분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박문칠 감독의 작품 영상 보기(Youtube)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p class=” width=”700″ height=”600″ />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

윤동희 작가의 2012년 작품 <망령>은 박정희 독재와 억압의 시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다간 516명의 초상화를 모자이크를 방식으로 구성해 박정희의 얼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러나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품을 제외하자는 권고를 받았다.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p class=” width=”700″ height=”394″ />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는 검은 바다 물결을 표현한 세라믹 오브제 작품이다. 각각의 블록에 특정 날짜를 소제목으로 달았다. 그 소제목 중의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이다. 그러나 작가노트가 길이가 너무 길다며 수정을 권고받았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대목을 수정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결국 조직위에 항의하는 뜻으로 작품 배제와 수정을 요구받은 작가 3명을 포함해 4명의 작가가 전시회 참여를 거부했다. 대구 청년미술프로젝트 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직위는 작품 교체나 수정을 권고한 것일뿐, 사전 검열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검열로 받아들였다. 이민정 청년미술프로젝트 협력큐레이터는 이런 행위가 “검열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행사를 주관한 대구미협 측은 참여 작가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은 배제하는 원칙을 정했고, “찬반 여론이 첨예한 사드배치 논란이 들어간 작품에 대한 전시가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작품의 교체와 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자가 잇따라 구속됐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들에게 박정희와 세월호는 여전히 예술의 금기 대상이고, 사드 배치와 같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사안은 예술의 소재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순화’, ‘유화’, ‘권고’라는 명목으로 예술계 검열은 여전하다. 검열은 예술은 물론 민주주의의 적이다.


취재작가 김지음
글 구성 김근라
취재연출 이우리

금, 2017/12/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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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세미나 개최 및 참가신청 안내

2017년 12월 13일(수) 14:30~18:00 | 한국지식재산센터 18층 지식재산캠퍼스 제1교육장

 

>>참가신청하기

(사)오픈넷,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 (사)한국만화가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오는 12월 13일 수요일에 한국지식재산센터 18층 지식재산캠퍼스 제1교육장에서 개최됩니다.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은 인터넷 게시물, 게임 확률형 아이템, 웹툰 분야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들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자율규제의 현황 및 향후 과제, 각 영역에서의 자율규제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다루어 봄으로써,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인터넷 게시물 분야에서는 KISO 권은중 사무처장, 게임 분야에서는 GUCC 자율규제평가위원회 위원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박사, 웹툰 분야에서는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인 청강문화산업대 박인하 교수가 각 분야별 자율규제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합니다. 발제 후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픈넷 이사이자 GUCC 자율규제평가위원회 위원장인 한양대 황성기 교수가 좌장을 맡고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기획팀 김영선 차장, KISO 나현수 팀장, 한양대 윤혜선 교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영기 박사,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펼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 일시: 2017. 12. 13.(수) 14:30~18:00

– 장소: 한국지식재산센터 18층 지식재산캠퍼스 제1교육장(강남구 테헤란로 131)
(지하철 2호선 역삼역 4번 출구에서 직진 200m,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2번 출구에서 직진 300m)

– 참가비: 무료

– 참가신청: https://goo.gl/forms/Y3QCYBM6htR5aEbm1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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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2/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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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예술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대구에서다. 대구광역시는 2009년부터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국내외 젊은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청년미술프로젝트 YAP(Young Artist Projec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가 9번째 행사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한다.

그런데 올해 11월 전시 행사를 앞두고 젊은 작가의 작품 3개에 대해 수정 및 작품 교체를 권고 받았다. 모두 전시약정서까지 맺은 작품들이다. 사전 검열 논란을 빚은 작품은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정희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윤동희 작가의 <망령>,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을 작품의 소제목으로 한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등이다.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p class=” width=”700″ height=”394″ />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문칠 감독의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성주군 주민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이 전시기획에 부합하지 않으며,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작품의 교체를 권고 받았다.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순수 예술의 분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박문칠 감독의 작품 영상 보기(Youtube)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p class=” width=”700″ height=”600″ />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

윤동희 작가의 2012년 작품 <망령>은 박정희 독재와 억압의 시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다간 516명의 초상화를 모자이크를 방식으로 구성해 박정희의 얼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러나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품을 제외하자는 권고를 받았다.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p class=” width=”700″ height=”394″ />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는 검은 바다 물결을 표현한 세라믹 오브제 작품이다. 각각의 블록에 특정 날짜를 소제목으로 달았다. 그 소제목 중의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이다. 그러나 작가노트가 길이가 너무 길다며 수정을 권고받았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대목을 수정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결국 조직위에 항의하는 뜻으로 작품 배제와 수정을 요구받은 작가 3명을 포함해 4명의 작가가 전시회 참여를 거부했다. 대구 청년미술프로젝트 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직위는 작품 교체나 수정을 권고한 것일뿐, 사전 검열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검열로 받아들였다. 이민정 청년미술프로젝트 협력큐레이터는 이런 행위가 “검열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행사를 주관한 대구미협 측은 참여 작가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은 배제하는 원칙을 정했고, “찬반 여론이 첨예한 사드배치 논란이 들어간 작품에 대한 전시가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작품의 교체와 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자가 잇따라 구속됐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들에게 박정희와 세월호는 여전히 예술의 금기 대상이고, 사드 배치와 같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사안은 예술의 소재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순화’, ‘유화’, ‘권고’라는 명목으로 예술계 검열은 여전하다. 검열은 예술은 물론 민주주의의 적이다.


취재작가 김지음
글 구성 김근라
취재연출 이우리

금, 2017/12/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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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

– 2017년 12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임시조치 제도”를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면서 정보 공유 활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임시조치 제도는 정보가 빠르고 폭넓게 그리고 영구적으로 확산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여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최대한 빨리 삭제해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되었는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 침해 정보에 대한 신고를 받으면 즉각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되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신 임시적인 차단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임시조치 제도 하에서 권리 침해라고 보기 어려운 정보도 누군가 권리 침해 정보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광범위하게 삭제·차단되고 있어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임시조치 제도 개선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게 된 것이다.

오픈넷은 앞으로의 임시조치 제도 개선은 다음의 5가지 원칙을 지켜야 함을 밝힌다.

 

제1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만약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이하 “인터넷 기업”)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운다면 인터넷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필터링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터넷상에는 인터넷 기업이 사전 또는 사후적으로 승인한 정보만 남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송이나 신문과 달리 힘없는 개인도 타인의 허락 없이 자신의 주장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대중매체로서의 인터넷의 기능이 사장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일반적감시의무(general monitoring obligation)”의 부과는 국제적으로도 금기시되고 있다.

정부 및 시민사회가 종종 포털 등 인터넷 기업에게 “왜 사전에 불법정보를 차단하지 않느냐”고 힐난하는데 윤리적으로는 그런 압박을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사전 차단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 이런 힐난을 할 때 누군가의 요청이 없더라도 사업자가 게시물들을 임의로 임시조치할 수 있다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3 “임의의 임시조치”조항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 조항은 원래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게시물의 사전차단을 의무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오히려 게시물을 신고도 없이 사업자 임의로 삭제해도 게시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어서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므로 제44조의3은 삭제하는 것이 옳다.

 

제2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일방적인 이유만으로 그 정보를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단, 그러한 삭제·차단을 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합법적일 수 있는 정보에도 누군가 권리 침해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비례성 원칙을 모두 위배하는 위헌적인 것이다. 그러나 불법정보를 신속히 삭제하고자 하는 입법목표를 위해서는, 합법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불법정보를 삭제·차단하도록 동기만을 부여한다면 위헌논란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을 따르는 미국의 저작권법 제512조의 노티스앤테이크다운(notice and takedown) 제도는 ‘신고된 게시물만 즉시 삭제하면 이용자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면책조항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단, 아래의 제3원칙처럼 게시자와 신고자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게시자가 삭제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을 때 복원을 하면 면책을 해주는 것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면책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정보매개자가 반드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삭제·차단을 의무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면책조항이 없으면 사업자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삭제하지 않았을 때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원리에 따라서 책임을 질 수도 있고 지지 않을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는데, 면책조항은 그 불안정성을 지워버리는 혜택을 줌으로써 신고된 불법정보를 활발하게 단속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22일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방통위안”)은 아직도 권리침해신고 시 삭제·차단이 법적 의무인 것처럼 기술되어 있다. 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기에 합법적인 게시물도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삭제·차단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의무가 아닌 동기부여 조항으로 바꾸어야 위헌 논란을 피해 사업자들의 불법게시물 삭제를 독려할 수 있다. 관련 조항을 “게시물에 대한 요청을 받으면. . . 조치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게시물에 대한 통지가 있을 때 그 게시물에 대해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조치를 해야 한다”로 수정하면 된다.

또한 방통위안은 위 절차를 따르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하여(현행: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면책 여부를 명확히 하였는데 그 방향성은 맞지만 “면제”에 이르지 않는 “감경”은 확정적이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므로 완전한 면책이 아니어서 동기부여의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감경 또는 면제한다”가 아니라 단순히 “면제한다”로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제3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즉 게시물 즉시 차단의 동기를 부여한다면 게시자가 이의제기를 하면 즉시 복원할 동기도 같이 부여해야 한다.

권리침해의 의혹이 제기된 정보에 대해서 삭제·차단의 동기를 부여한다면 그 동기가 과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반대방향으로의 동기 즉 복원에 대해서도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삭제·차단에 대한 동기만 부여되고 복원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독려 하에 사적 검열이 횡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들이 일방적으로 삭제된다. 이를 위해서는 면책의 조건으로 복원을 포함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게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시물들은 복원이 되어 표현의 자유의 핵심가치는 보호될 수 있다.

방통위안은 이 원리를 잘 따르고 있다. 신고게시물의 처리 및 이의제기 시 복원을 포함한 절차를 따르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하지말고 “면제한다”로 수정해서 완전한 면책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제4원칙 게시자와 침해주장자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에 행정기관이 개입한다면 강제력이 없는 “조정”의 형태로 개입해야 한다.

게시자와 침해주장자 사이의 충돌을 국가가 끝까지 해결해주지 않는 것이 불만스럽다면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되 제4, 5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복원신청이 들어오면 게시자, 침해주장자 누구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하고 조정으로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소송 등으로 해결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조정의 내용을 거부하면 조정의 내용은 실체적 및 절차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조정결정의 거부도 아무런 불이익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정결정이 게시자에게 유리하게 되었다고 침해주장자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거나 거꾸로 침해주장자에게 유리하게 되었다고 해서 게시자가 권리보호를 위해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의 요건이 없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강제력 있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행정검열이 된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영화, 공연, 출판 등 분야별로 행정검열이 시행되었지만 오랜 노력으로 숫자가 줄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늘리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들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안은 조정결과를 거부하더라도 어느 한쪽에도 불이익이 없어 이 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

 

제5원칙 조정기간 동안에는 게시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조정기간 동안에 게시물을 유지할 것을 강제하면 사업자가 보기에 불법성이 명백한 것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임시조치할 것을 강제하면 사업자가 보기에 합법적인 것도 반드시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단, 이미 면책의 조건으로서 게시물의 복원을 의무화하기로 한 이상 그 면책이 의미가 있으려면 면책의 조건으로 게시물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즉 신고된 게시물의 즉시차단 + 이의제기된 게시물의 즉시복원이라는 절차를 따르면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도록 하는 이상 조정기간에 게시물이 내려진다면 복원의 의미가 훼손된다. 물론 위에서도 밝혔지만 이는 모두 의무가 아니라 면책의 조건이다. 면책을 잃는다고 해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므로 사업자가 보기에 피해가 명백한 것들은 조정기간 동안뿐 아니라 언제라도 삭제·차단할 수 있고 명백히 합법적인 것은 언제라도 복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을 제시하며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개선안은 적극 지지할 것을 밝힌다.

 

<보론>

위의 원칙을 따라 차단과 복원을 의무화하지 않고 동기만을 부여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고민하고 있는 다른 이슈들도 해결된다:

첫째, 임시조치의 기간을 정할 필요가 없다. 차단이 의무가 아니므로 명백히 합법적인 게시물은 언제라도 복원해줄 수 있고, 복원이 의무가 아니므로 명백히 불법적인 게시물은 복원을 거부하여 오랫동안 차단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간을 정할 수는 있지만 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위 “디지털성범죄물(리벤지포르노)” 같은 것을 게시자의 복원요청이 없는데도 기한이 지났다고 복원하도록 독려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면 “임시조치”에서 “임시”를 법원의 가처분처럼 기한없이 “이의제기시까지 잠정적으로”의 의미를 갖는다.

둘째, 이의제기(복원요청) 기간도 반드시 정할 필요는 없다. 복원요청이 없으면 영구히 차단상태가 유지되는 것이고 복원요청이 있으면 그때 복원해주면 된다. 단, 영원히 보관하는 것이 어려워 어느 시점에 영구삭제를 해야 한다면 보관능력에 따라서 수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해서 그 안에 이의제기를 하도록 하고 그 안에 되지 않으면 영구삭제하면 된다. 대신 이의제기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언제라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셋째, 복원요청 시 “즉시복원” 여부도 위에서 말한 대칭적 동기부여의 필요성에 비추어본다면, 침해신고시 즉시 삭제가 면책의 조건으로 요구되므로 역시 복원도 즉시복원이 면책의 조건으로 되어야 한다.

 

2018년 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1/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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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와 국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4건의 저작권법 개정안[1]을 병합 심사하여 2017. 12. 1. 위원회 대안(이하 “교문위 대안”)을 마련했다. 교문위 대안은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축소하고, 정보매개자의 면책 범위를 조약에서 약속한 것과 다르게 줄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범위 제한(안 제30조) –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행위까지 금지

교문위 대안은 현행 저작권법에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의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였다. 확대 취지는 스캐너와 녹화기기 등 복제가 가능한 모든 기기를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이나 영화, 방송물을 다시 듣거나 보기 위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행위까지 금지될 우려가 있다. 가령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동영상이나 문서, 음악 파일을 올리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네이버 클라우드를 교문위 대안의 “복제기기”로 볼 경우, 네이버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정품 음악이나 동영상을 더 이상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없게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장려한다며 클라우드 산업발전법까지 만든 국회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만든 배경에는 북스캔 대행 서비스가 있다. 그동안 저작권자들과 문체부는 이용자가 구매한 책을 스캔해주는 서비스를 불법으로 몰아세워 단속해 왔는데, 이번 개정안에서 “복사기기”를 “복제기기”로 확대하여 “합법” 북스캔의 여지를 없애 버렸다. 정품을 구매한 저작물의 사적이용 범위를 이렇게 축소하면, 고가의 디지털 복합기를 사거나 북스캔 장비를 구입할 재력이 있는 개인에게만 사적이용이 허용되는 ‘사적이용의 빈부격차’를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기기나 플랫폼에 구속되지 않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법이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종이책을 샀다고 해서 종이책 형태로만 책을 읽으라거나,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한 음악은 스마트폰으로만 들으라고 강요하는 교문위 대안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물 이용환경에 역행한다.

또 다른 문제는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이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목적상 필요하면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법 제25조 제3항). 여기서 수업목적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과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대학생이 시험 준비를 위해 책을 스캔하거나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문위 대안은 사적이용의 범위를 축소하여 이러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과도한 면책 요건 부과(안 제102조 제1항) – 한미 FTA의 불평등 이행 문제

교문위 대안은 정보매개자 중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축소하여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동일하게 변경했다.[2] 교문위는 이렇게 변경한 이유에 대해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요건을 다른 정보매개자와 달리 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검색 서비스와 호스팅 서비스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면책 요건도 달리 정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의 송신을 시작하지 아니한 경우(제102조 제1항 제1호 가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으나, 교문위 대안에서는 이것 외에도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하고(동호 나목), 반복 침해자의 계정 해지 방침을 채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이행해야만 하며(동호 다목), 표준적인 기술조치를 수용해야(동호 라목)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교문위 대안에서 추가된 3가지 요건은 원래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이 우리 법에 들어온 이유는 한미 FTA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은 이행하지도 않은 요건을 한미 FTA에 넣어놓고 우리만 과도하게 이행한다는 점이다. 한미 FTA에서 정보매개자 면책 요건은 미국 저작권법 제512조를 반영하여 정했는데, 정작 FTA 조항(제18.10조 제30항)에는 미국법에는 없는 요건을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했고, 한미 FTA가 발효된 지 5년 가까이 미국은 FTA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교문위 대안이 한미 FTA를 우리라도 충실히 이행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FTA에는 명시되어 있는 검색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예외를 개정안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보기도 어렵다. 즉, 한미 FTA 제18.10조 제30항 나호 2목에 따르면,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검색 기능 그 자체에 어떤 형태의 선택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이나 수신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면책 요건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데, 교문위 대안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검색 서비스의 특성과 한미 FTA 이행의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범위를 축소한 교문위 대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 부여(안 제133조의2 및 제133조의3) –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2012년 1월 18일 위키피디아 영문 사이트의 블랙아웃을 촉발한 법안이 있었다. 미국 의회에 제안된 SOPA(Stop Online Piracy Act), PIPA(Protect IP Act)로 불리는 법안이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사이트를 미국 정부가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SOPA, PIPA는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여 결국 폐기되었다.

교문위 대안은 SOPA, PIPA보다 더 강력하다. 저작권 침해물뿐만 아니라 침해물과 관련된 정보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적 판단도 없이 침해 관련 정보를 게시한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문체부 장관과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이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기본권인 정보접근권을 중대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보호원에게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주면 저작물의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보호원은 원래 저작권자 단체들이 만든 사조직인 저작권보호센터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도록 2016년에 법정화한 것이다. 그리고 보호원은 저작권 보호라는 편향적인 사업을 주목적으로 한다(저작권법 제122조의2 제1항). 따라서, 보호원에 의한 사이트 접속 차단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위해 편향되게 이루어질 위험성과 과잉 차단이 남발될 위험성이 구조화되어 있다.

또한 문체부 장관과 보호원의 접속차단은 모두 보호원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작권법 제122조의6 제2항은 심의위원회는 권리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정하고 있지만, 심의위원회는 이러한 법정 요건에 따라 구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권리자 편향적인 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2018년 2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1] 2017년 1월 4일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 2017년 2월 28일, 7월 10일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개정안, 2017년 2월 6일 염동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2] 현행 저작권법은 정보 매개자를 4가지 유형 ① 접속 서비스 제공자, ② 캐싱(caching) 서비스 제공자, ③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 ④ 검색 서비스 제공자로 나누어 각각의 면책요건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8/02/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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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이대로 괜찮은가?

전문성과 소양을 의심케 하는 위원들의 말말말

 

2018년 1월 30일 출범한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강상현)은 작년 6월 이후 반년간 구성이 지연되면서 그간 중단된 심의안건과 신규 심의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통신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크게 불법행위와 관련된 불법정보와 기타 유해정보로 나누어 심의하며, 소위원회 의결에 따라 해당 정보로의 접속을 차단(접속차단), 해당 정보의 삭제(URL 단위), 해당 도메인이나 계정 이용의 제한/삭제(이용정지 및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내린다. 방심위 통신소위가 의결하는 시정요구는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을 갖지 않고, ‘요구’로써 인터넷 망 사업자, 포털서비스, 기타 서비스사업자에게 전달되는데, 이 시정요구의 준수율은 98%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 검열제도로 볼 수 있다.

 

1. 방심위 통신소위의 막중한 책임에 걸맞지 않게 지난 두 달간 통신소위에서 나온 심의위원들의 발언은 관련 분야 전문성을 심히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심의 범위 및 권한 범주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시정요구 종류 및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통신소위 초기, 대부분의 위원들은 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종류나 성격을 숙지하지 않고 심의에 참여하여 사무처에 질문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국민의 표현물에 대한 일종의 검열 처분을 내리는 권한을 가진 위원들이 그 권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업무에 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나아가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권한 밖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 대한 ‘징계, 처벌’과 같은 강력한 인적 제재권한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게시판 관리자를 징계할 방법이 없는가?”(3차 허미숙)게시자 가중처벌 사례가 있는가?”(2차 허미숙)

둘째, 통신소위의 심의대상인 인터넷 정보의 특수성에 대한 사전이해가 일부 심의위원들에게 충분히 있는지 의심된다. 인터넷 정보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예: 네이버 등)가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용자(예: 네이버 지식인 답변)가 정보를 기여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전문가들도 이용자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해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국회의원 박주선 외 주최,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국제세미나, 2015.). 이를 고려해 통신소위도 플랫폼 단위 심의가 아니라 URL 단위(개별 정보) 원칙으로 한다.

반면, 다음 발언들에 나타나듯 심의위원들은 꾸준히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책임을 어느 정도 물어야 하지 않나. 유통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사무국에서 연구해 보고해주기 바란다.”(2차 전광삼)“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범죄행위에 대한 교사, 방조가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2차 이상로)이와 더불어 “텀블러 문제가 많던데 전체 차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4차 이상로)디씨인사이드 사이트가 문제 아닌가? 사이트를 한 번 폐쇄시켜 보자, 어떻게 되나.”(6차 이상로) 등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위협하는 발언도 함부로 오가고 있다.

셋째, 통신소위는 유관기관이 요청하는 심의안건에 대해 신고 기관의 기준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심의위원이 지적하듯이 유관기관 신고의 기준이 일반인의 시각보다 더 넓게 문제정보로 보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소영). 예를 들어 식약처는 “디톡스”, “다이어트”, “비만”, “해독” 등의 용어도 의학 관련 용어로 보고 불법정보로 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의 상품 후기도 광의의 광고로 보아 심의안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유관기관 신고 건에 대해서는 신뢰관계와 전문성을 이유로 대부분 시정요구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오랜 신뢰가 있는 유관기관에서 온 건이기 때문에 이 건은 사무처 의견대로 규제하는 게 맞다”(10차 허미숙)남이 보내준 신고 건이니까 저도 규제에 찬성한다.”(10차 이상로)

 

2. 심의위원 및 보고자(사무국)의 소양을 의심케 하는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꾸준히 회의석상에 등장하고 있다.이러한 문제적 발언들은 심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당한 피해를 우려하게 한다.

첫째 유형은 여성 혐오를 조장하거나 듣는 이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 (11차 음란 등 선정성정보, 연예인 화보촬영 원본이 본인 동의 없이 유출된 사건 심의 중) 여자들이 옷을 벗고 저런 사진을 찍어요? 왜 찍어요?”(이상로)여성들에게 상당히 금전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사무국)

– (11차 음란 등 선정성정보, 쇼핑몰 속옷광고 비디오 정보 심의 중) 저런 게 티비에 나오나요?”(이상로)“(웃으면서) 몸을 보시면 안 되고 속옷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전광삼)

둘째 유형은 근거 없는 선입견에 기반해 정보주체인 인터넷 이용자를 매도하는 듯한 발언이다.

– (음란 등 선정성정보로 심의 중인 인터넷 방송 게시자들이 의견진술을 마치고 퇴장한 후 의견진술자들에 대해) 이런 일을 하는 애고 아니고를 떠나서…”(12차 전광삼)

– (비하 표현 심사 중)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거죠?”(8차 전광삼)

여성들이 신던 스타킹이나 속옷을 매매하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7차 사무국)

– (성매매 정보 심사 중 증거불충분 건) 얄밉지만, 소위 괘씸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므로…”(8차 전광삼)

– (과거 시정요구 받은 도메인을 새로 구입해 심의상 문제없는 내용으로 활용하면서 시정요구 철회한 경우에 대해) 저 도메인을 새로 구입하는 사람의 저의가 의심스럽다.”(4차 이상로)

 

3. 이와 같은 심의위원들의 경솔하고 부적절한 발언은 위원들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방심위 차원의 기강이 바로잡혀야 할 문제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3호 바목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여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를 유해정보로 규정하고 통신소위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매주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일부 인용한 일부 심의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공식석상에서의 심의위원들의 발언 자체가 심의대상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터넷 정보를 심의하는 방심위 통신소위의 전문성 부족 문제는 위원 개개인의 전문성 제고를 넘어 인터넷 심의기구 설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요한다. 통신소위는 매회 많게는 수천 건의 정보를 심의 의결한다. 방대한 심의안건에 대해 관련 심의규정과 방심위의 권한, 통신정보의 특성을 고루 고려해 적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정보에 대한 풍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심의위원 구성이 시급하다.

2018년 4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04/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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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방조범 수사는 무리수이며

이용자 표현의 자유 위축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올해 초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몰카 사진 유포와 관련하여 워마드 운영자에 대하여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법물 업로더가 아닌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는 부당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체포는 재판 전 원칙적으로 무죄로 추정되어야 할 피의자의 인신을 강제로 구속하여 수사에 응하도록 하는 처분이다. 따라서 무죄추정을 깨뜨릴 정도의 유죄판결에 대한 높은 가능성, 즉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법정보가 유통된 웹사이트를 운영자를 ‘방조범’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웹사이트 운영자를 불법물 유통의 방조범으로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어제 열린 브리핑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워마드에) 아동 음란물(나체사진)이 올라와 게시자를 수사하려는데 (운영자에게) 이메일로 연락하자 반응이 없었고 삭제 조치도 안 돼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워마드 운영자가 해당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만일 경찰이 이처럼 워마드 운영자가 해당 사진의 유통 사실을 알았음에도 방치하였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 웹사이트의 운영자라는 이유만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웹사이트의 특성상, 불법적 내용의 정보는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고, 운영자가 웹사이트 내의 모든 개별 게시글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일베, 오유, 디씨와 같은 다른 커뮤니티형 웹사이트부터, P2P, 토렌트, 나아가 네이버,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까지, 음란물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물 등의 각종 불법정보들은 현재에도 셀 수 없이 유통되고 있을 것이고, 이는 운영자도, 일반 이용자도 모두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불법물이 유통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물 유통의 ‘방조’ 책임을 지운다면 그 어떤 커뮤니티 운영자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도 형사 제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이는 현실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부당하다. 이와 같은 책임이 부과되면 결국 운영자들은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들도 삭제하거나 게시판을 사전허가제로 운영하게 될 것이고 힘없는 개인에게도 방송, 신문과 같은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힘을 안겨준 인터넷의 사회적 의의는 상실될 것이다.

인터넷상 몰카 등의 불법정보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불법정보를 직접 게시한 자를 엄정히 처벌하면 될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망사업자들을 통해 게시자의 접속 IP주소를 확보하고, 해외 IP라면 사법공조절차에 따라 게시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넘어 웹사이트 운영자에 대하여 범죄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하여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국 국가가 사회적 논란이 된 웹사이트 및 사회 일부의 극렬한 비난을 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의심될 뿐이다. 워마드의 운영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 결과에 관계없이 워마드 커뮤니티의 운영과 이용자들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하의 검찰이 언론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막겠다고 정작 언론사 광고주들에게 항의전화를 건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생략하고 손쉽게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카페 운영자들 24명을 처벌한 것과 닮아 있을 뿐 아니라 정도를 따지자면 이번이 더욱 개연성이 없다.

다른 모든 웹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워마드에는 일부 이용자들의 범죄적 표현물이 있으며 해당 이용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합법적 이용자들과 표현물도 상존한다. 이번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시도 및 수사는 국가가 형사사법권을 이용하여 일부 게시물을 이유로 사실상 온라인 커뮤니티 전체를 언제든지 제재할 수 있음을 알리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스러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8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8/08/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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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혐오표현 모니터링 의무화 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오픈넷은 지난 2018. 8. 10.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혐오표현 모니터링 의무화 법안’(박선숙 의원 대표발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 PDF: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선숙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의견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선숙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반대의견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8. 7. 24.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선숙 의원 대표발의안, 의안번호 : 2014522 , 이하 “개정안”이라 합니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제출합니다.

 

1. 개정안 개요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불법정보 및 혐오·차별·비하 표현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가 유통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이유로,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혐오·차별·비하 표현(이하 ”혐오표현“이라 합니다)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에 대하여 부가통신사업자에게 ① 차단수단을 제공할 의무 부과하는 한편, ② 이러한 정보가 유통되지 아니하도록 모니터링하고, 발견시 지체없이 삭제 및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2. 개정안은 규제 대상인 혐오표현의 개념 정의가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집행자에게는 객관적인 판단지침을 제공하여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집행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

– 혐오표현 규제를 위해서는 최소한 표적집단의 설정부터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만한 내용상 폭력성, 선동성의 정도 등이 규정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정안은 규제 대상 표현을 “혐오·차별·비하 표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만연히 정의하고 전혀 구체화를 하지 않은 채 규제 대상의 설정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습니다. 본 개정안만으로는 규제 대상인 혐오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표현주체인 국민도, 감시 및 차단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도, 사업자가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판단하여야 하는 국가기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결국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3.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정보매개자)에 대하여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 를 부과하는 것은 사기업의 과검열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습니다.

–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정보 및 혐오표현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사업 정지 등의 각종 제재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와 같이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즉 정보매개자에게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제재하는 규율은 사업자가 제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표현물을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합니다. 이는 결국 사업자들의 과차단, 과검열을 부추기고 합법적인 표현물들까지 차단되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정보매개자에게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감시(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의 규율은 금기시되는 것이 정보매개자의 책임 원칙의 국제적 기준입니다. (https://www.manilaprinciples.org/)

– 본 개정안은 이러한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개념 정의도 명확히 되지 않은 ‘혐오표현’에 대해서까지 사업자에게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표현물 검열을 부추겨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 본 개정안을 최근 독일에서 제정된 ‘네트워크집행법’과 비교하며, 해당 법이 사업자로 하여금 혐오표현을 삭제하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하는 의견이 있으나, 본 개정안과는 전혀 다릅니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은 가짜뉴스나 혐오표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정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독일 형법상 혐오표현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불법행위로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혐오표현도 그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사업자에게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가 되어 사업자가 구체적으로 인지한 특정 정보가 불법으로 판단되는 경우에서야 비로소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양과 형식의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상 특정되어 신고되지 않은 정보까지 일반적인 감시 및 차단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규범적으로도 부당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의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한편, 개정안과 같이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정보의 유통·관리에 대한 과중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 역시 위축시킵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차단수단의 제공이나 모니터링 시스템의 의무화는 이러한 인적, 기술적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중소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며 높은 시장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곧 인터넷 서비스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내외 소수 대기업의 독점만 공고히 하게 될 위험이 크며, 결과적으로 이용자인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것입니다.

 

4. 결론

본 개정안은 규제 대상인 혐오표현을 전혀 구체화하지 않은 채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들의 표현물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과검열을 부추겨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국회는 혐오표현이나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각종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규제 만능주의적인 시각을 버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여,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통해 시민의식이 근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

2018. 8. 10.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8/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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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쟁 선포

정부, 여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2일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나돈다”면서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으로서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하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후 ‘북한 국민연금 요구설’, ‘정상회담 대가로 85조 지원’, ‘문재인 치매설’ 등을 포함한 ‘가짜뉴스’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는 15일 구글 코리아를 방문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100여 개의 유튜브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검찰에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지시하면서,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적극적 인지수사에 착수하고, 또한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삭제요청 권한 규정 및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의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정부, 여당이 나서서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고 내용의 ‘허위성’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태이며, 이에 대한 깊은 실망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허위’, ‘진실’ 여부를 기준으로 한 표현물 규제와 처벌은 표현의 자유 침해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끝내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기 어렵거나 조작, 은폐되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누구도 어떤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종국적으로 단정지을 수 없기에 ‘허위성’을 이유로 함부로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에 반하는 주장은 명백히 허위이므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법원 역시 어떤 사안에 대하여 진실 혹은 유죄의 증명이 없다는 점만을 판단하는 것일 뿐, 어떤 사실이 허위라거나 피고인의 결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역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으나, 이들의 주장은 점차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을 주장하는 자가 당시까지 그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처벌되거나 그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체의 의혹 제기와 토론을 통한 진실 발견의 기회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표현물 검열,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

정부나 국가권력이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여 이를 기준으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허위 표현자는 색출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국가의 표현물 검열은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된다. 현재 정부, 여당 역시 ‘사회 통합 저해’, ‘국민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대통령과 관련한 ‘건강이상설’, ‘자녀 취업특혜설’이나, ‘남북정상회담 대가 지원설’, ‘북한 국민연금 요구설’과 같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나 반정부적 표현을 주 표적으로 삼아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여당은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권력과 자원을 누구보다 막강하게 보유하고 있고, 근거 없는 공격에 대하여는 보다 신뢰성 있는 정확한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반박하고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정치권력은 근거 없고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검증하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존재다. 정권에 대한 부정적 표현물을 일방적으로 금지, 차단하고 반대자를 처벌하는 행태가 어디서 주로 벌어졌는지를 상기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 여당의 행태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선언한 뒤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제기에 대한 본격적 검열이 시작되고, 방심위가 ‘천안함 조작설’, ‘세월호 사건 국정원 개입설’, ‘사드 전자파 유해설’ 등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을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삭제하도록 했던 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

 

이미 위헌으로 선언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키려는 정부, 여당

표현의 자유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한, 정확한 주장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 자체가 가지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과 해악이 분명하지 않다면, 근거 없고 무책임한 주장이라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정신이다. 이러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특정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논쟁과 토론, 검증을 통해 진실이 보다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유포’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하여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고 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임을 선언하였다.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의 가짜뉴스 대응 조치들은 이러한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은 ‘진짜뉴스’가 더 많이 흐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허위성’을 이유로 이를 정면으로 금지, 처벌하는 규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이 가짜뉴스 규제 입법례로 인용되나, 이는 모든 불법정보, 특히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를 선동하는 표현물에 대한 것이지, 내용의 ‘허위성’을 이유만으로 규제되지는 않으며, 더군다나 정부나 대통령을 공격하는 표현물은 그 대상이 아니다.

정부에 의한 정보의 일방적 차단은 오히려 정부의 민주성에 대한 불신과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 진실은 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정보 간의 신뢰성 경쟁을 통해 스스로 그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2017년 3월 3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은 가짜뉴스 대응에 관한 공동 성명에서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음을 지적하며, 정부의 역할은 보다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들이 더욱 자유로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

2018년 10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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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10/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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