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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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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9- 15:36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와 정보매개자책임제도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넷의 생명은 극단적으로 분산되고 개인화된 소통방식을 통해 모든 개인을 공적 소통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적 소통이란 일반대중에게 한꺼번에 소통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터넷은 모든 사람이 타인의 허락 없이 원하는 글을 볼 수 있는 공적 소통의 장이며, 또 모든 사람이 이 공적 소통의 장에 타인의 허락 없이 글을 올릴 수 있다. 다른 공적 소통의 방법인 방송과 신문에서는 기자와 데스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인들은 공적 소통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물론 인터넷에는 이메일, 채팅, 클라우드 등의 다른 기능도 있지만, 세계 각국이 인터넷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인터넷이 엄청나게 다양한 개인들을 공적 소통에 포용하여 그 특유한 방식으로 정치, 사회, 경제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 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개인들에게 타인의 허락 없이 소통할 자유를 허락하는 한 인터넷에는 명예훼손, 저작권침해, 음란물 등의 불법행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터넷의 생명을 지킨다는 것은 여기서 두 가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첫째, 사전차단이 아니라 사후규제여야 한다. 불법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모든 정보를 누군가가 미리 검열하고 이를 통과한 정보만 인터넷에 오르게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일반적 모니터링’은 인터넷의 생명인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가 파괴됨을 의미한다. 인터넷에 오른 정보는 타인의 승인 안에 오른 것이기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를 매개한 사업자(“정보매개자”)에게 불법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울 때는 그 정보와 불법성을 인지한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정보매개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도 책임을 지운다면, 사업자들은 자신의 서버에 오르는 정보를 모두 사전검열을 하려 할 것이며 역시 ‘타인의 허락 없이 공적 소통을 할 자유’는 파괴될 것이다.

외국의 법들은 바로 이 결단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미국 CDA 제230조와 DMCA 제512조, EU전자상거래지침 제14조, 일본 프로바이더책임법 제3조는 법원이 정보매개자들에게 책임을 지울 때 자신이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조항들을 두고 있고 어떤 나라도 불법정보의 유통을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EU전자상거래지침 제15조는 EU회원국이 일반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자에게 부과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와 저작권법 제102조가 외국의 책임제한 조항을 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망법 조항과 저작권법 제103조가 합법적인 정보마저도 누군가 불법이라고 주장만 하면 차단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이런 의무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그 취지를 퇴색시켰을 뿐 아니라, 망법조항은 책임제한여부 자체가 불분명하다. 저작권법 제104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은 웹하드들에게 각각 특정 불법정보들(음란물 및 특정 원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의 유통을 “차단” 또는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아청법 제17조는 모든 정보매개자에게 아동포르노의 유통을 “중단” 또는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되거나 금지된 일반적 모니터링의무에 해당한다. 아무리 모니터링의 목표물이 범위가 좁거나 해악이 큰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 입장에서는 모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해당 목표물을 찾아내어 사전차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이 허락 없이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자유 자체를 두려워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떤 정보를 길어 올릴지의 판단은 각 개인에게 주어진다.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만 볼 뿐이다. 검색을 통한 미리 보기는 그 선택권을 강화해준다. 방송과 신문의 시대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볼 자유가 채널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터넷의 시대에는 그 자유가 기사 수준으로 확장되어 있고 그 자유의 양과 폭도 훨씬 넓다. 성인을 전제로 한다면, 유해한 정보의 파편들에 상처받은 개인을 상정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정보를 습득한 개인을 상정해야 한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강건한 정보매개자들을 상정한다. 소송당할 때 소송당하더라도 합법적인 정보들은 지켜내고 게시물 검열을 거부하는 정보매개자들을 상정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정보매개자가 법적 책임의 위험 때문에 합법적인 글들을 삭제차단하고, 서비스들을 축소하거나 닫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여되어야 할 자원을 게시물 모니터링에 소진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모니터링 비용이 진입장벽으로 기능하면서 새로운 경쟁력 있는 정보매개자의 탄생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며, 살아남은 정보매개자들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의 압박을 받고 있는데 그 사회적 책임의 내용 역시 이용자들의 소통 자유를 제약하는 것들이다.

인터넷은 문명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도구이다. 인류가 처한 상당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존재한다. 매년 수백만 명이 기아로 죽고 있지만, 인류는 이미 인구가 필요한 식량의 3배를 매년 생산해내고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사를 피할 수 있는 최소량에 해당하는 식량을 매년 버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치료법이 없는 병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치료법의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죽는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의지의 조직이며, 인터넷은 의지들이 축적되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상호소통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그런 의지를 조직해내는 다양한 정치적 기술적 산업적 혁신들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최소한 정보매개자책임제도라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개선하여 그런 상상의 나래라도 펼 수 있도록 해주자.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하였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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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역행하는 국내 서버 설치 의무 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모든 트래픽의 감시와 검열을 조장하는

변재일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최근 더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본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자에게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는 등 기술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반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서버 설치 의무법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데이터 현지화 또는 국지화(data localization) 제도와 유사하면서도 더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트래픽 현지화’ 제도를 창조하는 것으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변재일 의원은 제안이유로 “망 사용료 분담과 관련된 분쟁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이용자의 콘텐츠에 대한 접속 경로를 변경하여 이용자들이 서비스 속도 저하 등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의 역차별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게 해서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사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과징금을 부과한 페이스북 접속 경로 임의변경 건인데, 그 대응책으로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글로벌 CP(콘텐츠 사업자, Content Providers)들에게 무조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야만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로써 역차별 해소는커녕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만 추가적 부담을 안겨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정안의 더 큰 문제는 데이터 현지화의 도입이다. 데이터 현지화는 글로벌 IT 기업에게 개인정보의 보관·처리를 위한 서버를 반드시 자국 내에 설치하도록, 즉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현지화는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온라인에 디지털 장벽을 세워 자유와 개방의 인터넷을 조각내고 파편화시켜버린다.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감청 사태 때처럼 현지 정부와 기업의 감시와 검열로부터 사이버 망명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게 된다.

데이터 현지화는 아주 극소수의 공산주의 국가나 동남아의 일부 국가가 도입한 제도이다. 중국이 소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인터넷상 국경을 유지하고 있던 유일한 국가였고, 2017년부터는 네트워크 안전법을 시행해 중국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현지 서버에 저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사상 필요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2015년부터 연방법에 의해 러시아 국민의 개인정보를 자국 내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으며(그렇다고 국외 보관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제한적인 서버 설치 의무를 지우고 있는 정도이다. EU GDPR상의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 제한도 일종의 데이터 현지화라고 하지만, 국내 서버 설치 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본 개정안은 단순한 데이터 현지화에서 나아가 광범위한 트랙픽 현지화를 내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듯 국가안보 등의 목적이나 자국민의 개인정보로 대상을 한정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버를 국내에 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국내 서버에 저장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가에 의한 감시와 검열이 훨씬 쉬워지게 된다. 감시와 검열을 피해 한메일을 쓰다가 지메일로 옮기거나, 카카오톡을 쓰다가 텔레그램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서비스 선택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에 서버를 둘 계획이나 능력이 없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한국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사업자의 경우도 좀 더 값싼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하게 되고, 스타트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인 우리나라 ISP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약들은 결국 IT 산업의 혁신 저해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국내 서버 설치 의무 법안을, 그것도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이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는 것은 해당 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전문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하겠다. 변재일 의원은 모든 트래픽의 감시와 검열을 조장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

2018년 9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09/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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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독점 20년, 공인인증제도가 곧 폐지된다

글 |  박지환 변호사 (오픈넷 회원)

 

정부의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혁신적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정부는 지난 2018. 9. 14.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천명하고 당선된 후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도개선 해커톤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도 명시되어 있듯 공인인증서는 도입 초기에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국가정보화에 기여했으나, 시장독점,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저해, 선택권 제한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이에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등 관련 제도(이하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여 민간의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되,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 인정제도”를 통해 정부는 제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도록 하고 이용자 보호을 위한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자서명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본법의 성격을 띤다.

오픈넷은 2013년 개소 이후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 운동을 시작으로 최근 전자서명법 전면 개정을 위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에 참석하는 등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번 정부의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지금까지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위해 해왔던 활동을 회고해본다.

 

전자금융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부터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 발의까지

(1)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웹트러스트 인증 – 소송의 힘

오픈넷은 공인인증서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인인증제도와 관련해 웹트러스트(Web Trust)와 유사한 형태의 보안감사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운영 실태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된 바가 없었다. 이에 오픈넷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관련 사실관계를 비공개처분한 당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 중이었던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제로 웹트러스트 인증을 받기에 이른다. 오픈넷은 공익소송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소를 취하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웹트러스트 인증을 환영했다. 다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공익소송의 성격 등 여러 사정들을 고민하지 않고 소 취하에 따른 패소비용을 청구하여 무려 150여만원을 국고로 환수해갔다. 정부가 좋은 IT 정책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로 혁신적 서비스 등장의 서막

오픈넷은 이종걸 의원실과 함께 사실상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해 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전력했다. 법안 발의 이후 국회 통과를 위해 정책 세미나, 오픈넷 아카데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의외로 개정 범위는 크지 않았다. 조문 하나 개정했을 뿐인데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부는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강제하지 않고, 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맡아 이용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3항 : 금융위원회는 제2항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특정 기술 또는 서비스의 사용을 강제하여서는 아니되며, 보안기술과 인증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편 오픈넷은 매년 만우절에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의 염원을 담아 아래와 같은 가상의 보도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만우절 이벤트는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중단됐다.

 

(3) 2017년 4월 국회의원과 정책협약체결 –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해 이용자들의 의견 대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는 공인인증제도와 본인확인제도의 개선이었다. 오픈넷은 대선 국면을 맞이하여 작년 초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한 이용자모임’(이하 “이용자모임”)의 일원으로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힘을 합쳤다. 이용자모임에는  (사)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사)오픈넷, 로아팩토리, 보맵, 한국NFC, 한국핀테크산업협회, C2SOFT, SOPT 등이 참여했다. 이용자모임은 김관영, 김세연, 김영진, 홍의락 의원과 아래의 내용으로 정책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추후 전자서명법 개정과 본인확인 규제 개선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대비 공인인증서/본인확인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협약서>

  • 정부 주도의 경직된 인증수단 및 본인확인 규제 개선
  •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본인확인 관행의 폐지
  • 국제규범에 따른 전자계약 관련 법령 개정
  • 정책협의체 구성


‘공인’ 시대의 종언, 시장경쟁과 민간자율 영역의 확대는 숙제

정부가 제출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동안 한국 IT 정책을 상징하던 이른바 ‘공인’ 시대의 한 축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오픈넷은 정부 주도의 IT 정책을 ‘새마을 운동’에 비유하기도 하했다. 정부의 자원과 능력이 민간의 그것을 압도하던 시대에는 정부가 IT 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짜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주지하다시피 이와 정반대이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설계자가 아니라 점증하는 IT 서비스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번 전자서명법의 개정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최근 한 인터넷기업의 카풀 서비스 진출을 두고 택시업계가 극명히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허가하고 관리하는 진입규제 패러다임의 균열을 방증한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역시 작은 균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전통적 규제 산업에 비해 그 가능성과 파괴력은 더 크다 하겠다. 오픈넷의 노력에 이어 이제 시장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답할 차례다. 진입규제에 막혀 혁신적 서비스의 싹을 틔울 수 없다는 스타트업 업체들의 불만도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과정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찾았으면 한다.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반복하여 사용했던 홍보 문구를 인용하면서 글을 줄인다.

“좋은 기술은 강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8/10/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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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하는 정부의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국회는 인증기술 혁신과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정부는 지난 2018. 9. 14.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제도 개선 해커톤 등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법안으로써, 위 해커톤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운동을 펼쳐온 오픈넷은 정부의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시장독점,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저해, 이용자 선택권 제한 등의 문제로 IT 갈라파고스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등 관련 제도(이하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민간의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차별 없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인정제도를 도입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여 이용자를 보호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오픈넷이 제안해 이종걸 의원이 발의했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2014년 9월 국회를 통과되고 모든 전자금융거래에서 공인인증서의 사용 강제가 금지됨으로써 현재 다양한 인증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정부가 제출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터넷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전자서명인증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해제된다. 공인인증서 사용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부여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인증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며, 충돌하는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데에도 그 의미가 있다. 좋은 기술은 강제할 필요가 없다. 고루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면 결국 더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과 서비스가 선택받을 것이다.

1999년 전자서명법이 제정되며 탄생한 공인인증제도는 현재 다양한 인증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약 20년간 불편한 상태로 존속하며 혁신과 다양성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강제하지 않고, 기술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용자 보호에 힘쓰는 것이다. 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회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2018년 10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금, 2018/10/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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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

2018년 2월 22일 (목) 14:00~16:20 /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공동주최: 국회의원 민병두, 국회의원 금태섭, 사단법인 오픈넷

* 자료집 PDF: 자료집_판결문공개방안토론회_20180222

[주제발표1] 판결서 공개제도 개선방안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학교)
[주제발표2] 판결문 공개 해외사례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고려박경신 교수 (고려대학교)
[토론]
좌장: 정준현 교수 (단국대학교)
토론1: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토론2: 곽정민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토론3: 이승윤 기자 (법률신문)
토론4: 이기리 판사 (법원도서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8/02/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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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백신’에 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체험이 되길 바란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

국정원이 해킹팀으로부터 사들인 스파이웨어(RCS)를 불특정 다수 국민의 스마트폰에 감염시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스파이웨어에 감염된 국민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왜? 국정원은 사실상 국내 백신 업체의 ‘갑’ 노릇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백신 업체들이 국정원이 이용하는 스파이웨어를 감지하는 전용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국회의원이 안랩을 포함한 10여 개 국내 보안업체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업체들이 이 요청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한겨레 국정원 큐레이션

해킹팀의 스파이웨어에 대응해 엠네스티가 주도해 스파이웨어 감지 프로그램인 ‘디텍트’를 개발했고, 이를 발표했다. 하지만 디텍트는 PC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라 모바일 기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디텍트

이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백신 프로젝트’가 발족했다. 그리고 어제(2015년 7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국민 백신 프로젝트를 주도한 남희섭 오픈넷 이사에게 국민 백신 프로젝트의 이모저모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 일문일답

– 이왕에 엠네스트 주도로 ‘디텍트’가 개발됐다. ‘국민 백신’과 디텍트의 차이점은.

디텍트는 PC용인데, 국민 백신은 안드로이드 모바일에 주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모바일 중심이라고 했는데, 특히 안드로이드가 주력인 이유는?

개발자의 증언에 의하면 안드로이드폰이 잘 감염된다고 한다. 아이폰은 애플이 직접 패치를 내놓으면 이용자가 바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으나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이 패치를 내놓아도 제조사까지 전달되서 실제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더불어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자의 압도적 다수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기이도 하다.

– 국민 백신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해킹과 백신은 ‘창과 방패’, ‘톰과 제리’의 게임이라서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지 않나.

당연히 걱정하는 부분이다. 큰 백신 개발업체라면, 상시 인력이 그때그때 바로바로 업데이트할 수 있겠지만, 국민 백신 프로젝트는 참여 개발 인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창과 방패

– 어떻게 이런 난제를 극복할 생각인가.

국민 백신은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있다.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인력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 백신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개발자들이 업데이트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참여가 임계점을 넘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기존 보안업체에 협조를 요청했나. 상호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기존 업체의 참여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실상 국정원이 보안 업체의 ‘갑’ 노릇을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전제로 보안업체의 분위기를 전한 한 개발자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민감한 사안이다. 밥줄 잘린다. 전용 백신 개발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기존 보안업체가 전용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국민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 현재 확보한 개발 인력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엔진을 만드는 사람 4명이다. 여기에 해외 ‘화이트해커’ 그룹도 참여하고 있다.

– 향후 개발 계획은?

원래는 발표회에서 베타 버전을 발표하고, 다음 주(2015년 8월 첫째 주) 정식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정이 생각보다 좀 늦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테스트한 뒤에 다음 주 베타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 어떤 방식으로 배포할 계획인지.

우선 안드로이드 모바일 사용자에게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국민 백신 앱을 업로딩하면 간단하다. PC용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 PC용은 어떤 방식으로 배포되는가.

안드로이드용은 배포 플랫폼이 있어서 걱정이 없는데, PC용은 홈페이지에 올리면 해커들에게 공격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PC용 버전 배포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P2P 방식으로 배포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현재 논의 중이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정보 인권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직접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행동을 해보는 체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해킹이나 감시, 감청 등의 정보 인권 침해에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IT 영역의 전문지식을 모든 국민이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선의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민 백신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스스로 자기 권리를 지키는 구체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런 체험을 통해 스스로 권리를 자신이 지킨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로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P2P재단코리아준비위원회가 현재 개발 중인 ‘오픈 백신’은 설치된 해킹 프로그램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치료보다는 해킹 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 목표다. (편집자)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금, 2015/07/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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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zen Lab Summer Institute 2015 참가 후기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 일시: 2015. 6. 24(수) – 26(금), 3일간

* 장소: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Munk School of Global Affairs)

* 참석자: 박경신(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 오픈넷 이사),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손지원(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연구원)

* Agenda 보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s(CLSI)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산하 시티즌랩 주관으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1차례 개최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인터넷 개방성과 권리 모니터링(Monitoring Internet Openness and Rights)”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및 IT 인권 관련 최신 이슈들에 대해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2~3일 동안 논의하는 연구의 장입니다.

오픈넷에서는 처음으로 시티즌랩의 초청을 받아 CLSI 2015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픈넷과 시티즌랩의 인연은 올해 3월에 있었던 RightsCon 2015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시티즌랩에서 진행한 아시아 메신저 앱 세션에서 김가연 변호사가 패널로 초대를 받아 카카오톡 관련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오픈넷과 시티즌랩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 논의를 했었는데, 시티즌랩에서 예전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인지 매우 적극적으로 협업을 제안해왔습니다.

CLSI 2015 참가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제안서를 제출했어야 하는데요, 오픈넷은 연구 프로젝트로 스마트보안관의 보안 취약점 분석 및 이러한 감시앱의 법제화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습니다(첨부 프로포절 참조).

첫 날은 참가자 전원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영국, 홍콩, 대만, 이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전 세계에서 모인 학자들, 해커들, 보안전문가들, 활동가들 등 약 9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시 30분 부터 시작된 세미나에서는 먼저 시티즌랩 소장이신 Ron Deibert 교수님께서 환영사와 CLSI의 추진 배경, 목적,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CLSI가 크게 세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기 때문에, 이후 3개 세션이 순차대로 진행되었고, 세션별로 각 그룹의 전년도 성과 및 계획의 공유가 이루어졌습니다.

 

<CLSI 첫 날 1세션 패널들의 모습>

 

먼저 ‘검열 및 네트워크 교란 측정(Measuring Censorship and Network Intererence)’ 세션에서는 주로 중국의 인터넷 키워드 검열과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그리고 Great Cannon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발제가 이루어졌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이해가 어려웠지만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세션인 ‘목표 위협 분석 및 방어전략(Analyzing and Defending Targeted Threats)’에서는 활동가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어떻게 예방하고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오픈넷에서 일하면서도 막상 사이버 위협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는데 너무 안일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공 및 기업 투명성(Public and Corporate Transparency)’ 세션에서는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손지원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이 세션의 좌장은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Privacy Commissioner of Canada)의 위원장인 Chris Prince씨였는데, 캐나다 정부에서 시티즌랩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시티즌랩이 부러웠습니다.

둘째 날부터 CLSI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세 개의 그룹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각자 관심있는 그룹으로 흩어졌으며, 각 그룹은 다시 세부 워킹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Targeted Threats & Surveillance 그룹에 참여했습니다. 세션 초반에 그룹 참가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오픈넷에서 참가 신청시 제안했던 스마트보안관 프로젝트의 연구 필요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자 다들 높은 관심을 보였고(당시 상영한 BBC 뉴스 영상: http://www.bbc.com/news/technology-33130278 ), 스파이웨어를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면서 놀라워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보안전문가들과 해커들이 너도나도 돕겠다고 자원을 해서 그룹이 결성되었는데, 국적을 초월해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두고볼 수 없다며 걱정해주는 모습에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CLSI의 스폰서인 Open Technology Fund (OTF)라는 미국 NGO 소속 Adam Lynn씨도 있었습니다. Adam씨가 이미 OTF에서 Cure53 이란 독일 회사에 스마트보안관의 보안 감사를 의뢰해 진행중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공동작업을 제안했습니다. 결국 Targeted Threats & Surveillance 그룹은 스마트보안관팀과 Targeted Threats팀 둘로 나뉘었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스마트보안관의 홈페이지와 구글플레이 URL을 찾아서 알려주자 바로 분석이 시작되었습니다. 반나절의 분석만으로도 스마트보안관의 보안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팀원들 모두 정부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다음 날이자 CLSI 마지막 날, Wrap-up Session에서는 각 그룹별로 성과를 공유했는데, Targeted Threats & Surveillance 그룹은 스마트보안관 분석 결과를 보고하면서 연구를 계속할 것을 요청했고 정식으로 스마트보안관 분석을 위한 시티즌랩 연구팀이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CLSI 마지막 날 Wrap-up Session>

그리고 이때 구성된 팀은 9월 20일 월요일, 보고서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Are the Kids Alright? Digital Risks to Minors from South Korea’s Smart Sheriff Application)”을 발표하게 됩니다. 오픈넷의 입장에서는 CLSI 참여 전까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수확이었습니다. 그동안 오픈넷의 관련 활동은 법정책적인 논의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는데, 동 보고서의 발표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공적인 논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오픈넷은 지난 7월 30일 개최한 해킹팀 포럼에서도 시티즌랩에 조언을 구하고 시티즌랩 소속 빌 마크작 연구원을 영상으로 연결한 바 있으며(http://opennet.or.kr/9547), 앞으로도 다양한 인터넷 자유와 디지털 권리 이슈들에 대해 시티즌랩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할 예정입니다.

월, 2015/10/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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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

[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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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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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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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대학 시티즌랩 주최 워크샵 CLSI 참가 후기(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글 | 손지원 (변호사,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연구원)

 

오픈넷과 협력하는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산하 시티즌랩에서 주최한 워크샵 프로그램인 Citizen Lab Summer Institute에 참가하였다. 본 워크샵에서는 캐나다, 미국, 영국, 홍콩, 대만, 한국, 콜롬비아, 등 각국의 인터넷 인권 관련 시민단체 및 학계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넷 인권 관련 이슈를 논의하였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특히 통신 감시, 검열 현황에 대한 ‘투명성보고’ 연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패널 세션 및 그룹회의가 구성되어, 투명성보고의 최신 경향 및 투명성보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첫 날 ‘공공과 기업의 투명성’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는, 캐나다 프라이버시 위원회(Privacy Commissioner of Canada)의 Chris Prince의 사회로, Teksavvy의 Bram Abramson, 홍콩 투명성보고의 Jennifer Zhang, Access에서 기업 투명성보고를 분석하는 Peter Micek, 그리고 한국 투명성보고서의 손지원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하여,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투명성보고의 경향, 투명성보고를 촉진, 발전시키는 방법 및 한계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발표하였다.

손지원 연구원은, 온라인 메신저 대량 감시 사태가 이슈화되자, 국내 네이버, 다음의 양대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하기에 이르른 한국의 최근 상황 및  한국 정부의 투명성 및 공개 수준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단위의 투명성보고를 촉진하기 위하여는 입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업의 투명성보고를 촉진하기 위하여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을 발굴하여 이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투명성보고의 궁극적 목적은 대중의 역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정부 및 기업이 과도하게 통신을 검열, 감시하는 관행을 억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를 중립적으로 제공하기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이슈화 및 비평들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어진 2일 간은 소규모 그룹회의를 통하여 워크샵 참여자들의 투명성보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주요 투명성보고 데이터의 세팅 및 접근, 구조 (Structure of, and Access to, Primary Transparency Datasets)’를 주제로 이루어진 회의에서는, 최근 공개되고 있는 정부 및 기업의 데이터의 종류와 그 근거 규정, 그 한계와 보충되어야 할 항목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접근 부분에 관해서는 투명성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경우에도, 정부와 기업 모두 데이터 혹은 투명성보고서를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기업 보고서의 경우, 텍스트나 표 시트가 아닌 이미지 등으로의 제공은 오히려 데이터를 활용, 분석하는 데에 있어 복사, 붙이기 등의 작업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이를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순히 요청 건수, 제공 건수만 공개하는 것은 질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1. 요청 형식 (공식/비공식, 긴급/일반, 영장유무), 2. 제공 사항 (통신내용/통신기록/신원정보), 3. 목적 및 근거 규정 (죄명 등), 4. 요청 기관명, 5. 관련 서비스 유형 (메일, 메신저, 동영상, 게임 등), 6. 사후 기소율, 유죄판결율 등과 같은 구체적 데이터 항목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 또한 특히 기업 보고서의 경우에는, 기업이 이용자의 권리를 잘 보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야 하므로,  제공 근거규정에 대하여 단순히 법률만을 인용할 것이 아니라, 각사의 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검토, 제공 기준을 공개하고, 구글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히 문제될 수 있는 사안에서 제공을 거절 사례와 그 이유를 서술하는 방식의 항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각 기업의 투명성보고서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나라별로 제도가 다르고, 또한 기업별로 공개 항목도 달라 연구에 상당한 고충이 따르고, 또한 더 나은 투명성보고 관행을 수립하기 위하여 투명성보고서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주요 데이터 수집 및 게시 방법론(Methods of Gathering and Presenting Primary Data)’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는, 각 연구자들이 어떻게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종합하여 일반에게 게시하고 있는지, 효율적인 투명성보고를 위하여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하였다.

각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는 감시, 검열 현황을 관리하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없는 경우에는, 개별 기관마다 따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야 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고, 또한 이러한 관리와 공개를 의무화하는 근거규정이 없는 이상, 개별 기관들도 공개요청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법으로 중앙화된 관리와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정책 전략임이 시사되었다. 스노든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투명성보고 책임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앞으로 APEC, OECD 등 국제회의에서도 정부의 투명성보고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더 나은 투명성보고 관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각 기업의 투명성보고 수준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각 사업자들이 모범적인 사례를 따르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국가별 투명성보고서의 리스팅 작업과 투명성 수준에 대한 평가 작업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비록 공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와 제도가 달라서 분석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시, 검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공개 수준이 낮은 국가들에게 다른 국가의 공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공개 요청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참여자들이 함께 이러한 작업에 힘쓰기로 하였다.

전체적으로 투명성보고 관련 논의에 있어서 연구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투명성보고서가 사회에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투명성이 필요한데, 아직 정부도, 사업자도, 통신 감시, 검열 행태에 대하여 대중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더 나은 투명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투명성보고만으로 정부나 기업의 행태가 가시적으로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영역인 것이다. 이번 워크샵은 이러한 장기적인 주제에 대하여 각국, 각계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국제적인 모범 기준을 세우는 지속적인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함께 읽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 2015 참가 후기(오픈넷/김가연 변호사)

월, 2015/1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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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감시, 검열의 현 주소

글 | 손지원(고려대 인터넷투명성보고팀 연구원, 변호사)

 

투명성보고서란 무엇인가 ?

국가는 범죄의 예방 또는 수사를 위하여 통신에 대한 감시, 검열 활동을 행할 수 있다. 모든 공권력 행사가 그렇듯 통신에 대한 감시, 검열 권한 역시 필요 최소한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이것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역감시할 수 있도록 국가는 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대중들 사이에서 통신 감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구글이 각국 정부의 통신 감시, 검열 요청과 제공 현황을 공개하는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현재는 전 세계 58개 사업자들이 투명성보고서 발간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용자들의 신뢰도에 민감한 ‘사업자’들에게 투명성보고서가 보다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감시, 검열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는 국가이기 때문에, 역감시의 중점은 국가가 전체적으로 수행하는 감시, 검열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 단위의 투명성보고서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구글(Google)이 지원하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CLEC)가 사단법인 오픈넷과 협력하여 수행하고 있는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 연구 사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진 정부의 인터넷상 감시(감청, 신원정보제공 등) 및 검열 (사이트 차단, 게시물 삭제 등)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2015)’를 발간하였다.

 

한국의 통신 감시와 검열, 얼마나 행해지고 있나?

그렇다면 본 보고서상 나타난 최근의 통신 감시, 검열의 주요 현황은 어떠할까?

전체 통신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송수신 번호, 시간, 위치 등 통신 내역·기록에 대한 확인)은 연평균 약 25만 건, 2천만 개 계정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다. 계정수 기준으로 보면 전 국민의 약 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한편, 통신의 ‘내용’을 포함하여 상대방, 통신기록, 신원정보 모두를 포괄적으로 확인 가능한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 현황은 현재 정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국내 양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015년 초부터 공개하고 있는 자료가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두 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만 연 평균 약 9,000건, 약 45만 개의 계정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만 기준으로 보면, 이들 사업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요청으로 조치된 계정 수를 다 합쳐도 약 1만 4천 개인데 압수수색으로는 양사 이용자 중 40만 명 이상의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인터넷 감시에 있어서는 통신사 서버 압수수색이 가장 주력으로 쓰이는 수단임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압수·수색이 보통 통신의 ‘내용’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이루어짐을 감안할 때, ‘통신제한조치(감청)’ 현황 상의 양사의 비율을 고려하면 약 150만 개의 인터넷 이용자 계정, 약 5백만 명의 전체 통신 이용자 정보가 압수·수색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대략 추산된다. 이런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이용한 통신감시 현황이 정부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통신 검열 분야를 살펴보면, 방심위의 시정요구 건수는 해마다 약 1.3배씩 증가하여 2011년 5만 7,944건에서 2014년 13만 2,884건으로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SNS 심의는 2012년 뉴미디어 심의가 시작된 이후로 2012년 4,454건, 2013년 6,403건에서 2014년 17,591건으로 급상승하였다. 또한 2014년 시정요구를 받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및 게시판 관리 운영자들의 준수율(이행율)은 99.2%이며, 4년간 총 362,694건 의 시정요구에 대하여 시정요구 철회나 이의를 신청한 건수는 단 219건(0.06%)에 불과하다. 그밖에도 본 보고서에는 방심위 통신심의의 개별 문제 사례도 수록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인터넷 검열 현황을 더욱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투명성보고, 국민 스스로의 관심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

위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한국의 통신 감시, 검열의 규모는 매우 방대하다. 주로 어떠한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위와 같은 감시가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진 것인지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가 없는 이상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 국민의 20%에 상당하는 수치가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통신에 대한 감시가 상당히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범죄 예방이나 국민의 안전 등을 위해 수행하는 적절한 감시와 검열은 사회 보호를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은 한편 필연적으로 통신의 자유,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권리침해를 동반한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본권 감수성이 없어질 때 국민들은 ‘당신을 위해 당신도 감시하고 검열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국가의 모순적 표어 아래 자신의 권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감시, 검열이 적절하게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 만약 일반 국민이 이에 대해 무감각하면 국가나 사업자는 이러한 활동에 대하여 점점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고, 과도한 감시나 검열 관행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자신의 정보와 표현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더욱 투명성보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에 대하여 더 높은 투명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는 http://transparency.or.kr (영문: http://transparency.kr) 에서 열람 및 다운로드할 수 있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2.04.)

목, 2016/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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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포럼 요약문]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시대, 비식별화 정보는 개인정보인가?

-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시대에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까요? (2016.03.21. 개최)

 

* 참조(발제문 및 토론문): http://opennet.or.kr/11312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시대에 개인정보는 어떤 범위에서 얼마나 보호되어야 할까요?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과연 비식별화 정보가 개인정보인가?입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비식별화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제한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지, 비식별화정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번 오픈넷 포럼에서는 개인정보의 비식별화 관련된 쟁점들을 살펴보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산업 발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Ⅰ. 발제

개인정보 비식별화 또는 익명화 쟁점 (심우민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제를 진행한 심우민 입법조사관은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입법과 관련해서 어떠한 쟁점이 있는지를 설명한 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14년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인정보보호 관련 입법 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입법 개선논의는 급격한 정보화를 겪고 있는 대부분 국가들의 문제라고 하며, 우리나라 개인정보 개념정의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개념정의 규정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보다 포괄적인 경우도 존재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물론 형사제재의 경우에는 과도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제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의 변화로부터 기인하였으며, 근원적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정보 또는 프라이버시 보호법제의 ‘패러다임 교착현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프라이버시와 같은 개념은 모호하고 추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각국의 현행 법제들과 법원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권리 개념을 만들어서 식별성을 전제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별성이 전제되지 않은 프라이버시 개념이든, 식별성이 전제된 개인정보든 결국 법원의 해석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정보와 결합해서 개인정보가 식별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정의하는 것이 용이하였으나, 빅데이터 등이 등장하는 현재의 기술적 발전상황에서는 결국 법원의 해석 여지가 더욱 넓어지고 개인 식별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제는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식별 가능성을 전제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실현방식을 동의권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제 또한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4년 12월에 공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의 주요내용은 ①개인정보의 개념 설정과 ②동의요건의 면제입니다.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제2조에서 비식별화 정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가명처리(pseudonymous)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U Directive에서는 가명처리는 적절한 익명화(또는 비식별화) 방법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를 비식별화 방식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최근 EU의 GDPR논의에서 가명처리정보(pseudonymous data)도 개인정보의 일종으로 포함시켜 규제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법처럼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의 경우 현행 개인정보법제와 개인정보 요건이 다르고, 동의요건을 면제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으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 가이드라인제정이 아니라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EU Directive의 경우 어떤 규범력을 가지는 법적인 근거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결국 심우민 입법조사관이 강조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별정보와 비식별정보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보호대상으로 하며, 실질적인 위험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에 대해 규제 및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산업계를 중심으로 보호영역을 축소해야 하고, 동의요건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것이 입법에 있어서의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실질적인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Ⅱ. 토론

1. 개인정보보호에서 비식별화의 기술적 문제점과 트렌드 (이영환 |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

이영환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과 관련된 법을 만들 때 기술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묻지 않고 법을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알고리즘이라고 합니다. 즉 정밀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여 비식별화하는 것이 맞는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비식별화(deidentification)는 알고리즘이 정확히 나오고 있으며, 익명화(anonymisation)는 정확한 알고리즘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익명화된 정보의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하여 유용성을 확보하면서도 개인정보를 추출하기 어렵도록 하는 비식별화 알고리즘이 있습니다.(K-anonymization, T-closeness) 다만 문제는 비실용적이라는 것입니다(NP-Hard). 파일 하나 익명화하는데 3,500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때 제일 좋지 않은 방향은 비식별화를 전제로 유통화를 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혀 쓸모없는 정보를 유통시키자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데이터 유통을 막아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개인은 서민들입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의 대출을 받는 사람의 50%가 30%대의 금리에 시달립니다. 이들은 대부분 중금리층 서민, 청년들입니다. 약탈적 금융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금리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유통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데이터가 없다보니 부실 비율이 높아지고, 대부업체들이 영세해지는 것입니다. 개인정보가 유통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길이 막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개인정보 데이터를 팔아서 돈을 법니다. 이영환 교수가 강조하는 것을 한 줄로 정리하면 “데이터는 유통되어야 한다”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통이며, 데이터 유통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몇몇 개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을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 비식별화된 개인정보 문제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인권 차원에서든 산업 차원에서든 제대로 된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합니다.

먼저 개인정보의 개념과 관련하여 어느 나라든 식별가능성이 개인정보의 요건이며, 식별가능성이 없으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정보의 식별가능성은 누구의 기준이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합니다. 즉 개인정보는 상대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통화기록은 고객정보를 가진 이동통신사에게는 개인정보가 됩니다. 그러나 고객정보를 가지지 않은 제3자에게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동통신사가 고객의 통화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이 통화기록이 이동통신사에게는 개인정보가 되지만, 이를 비식별화해서 제3자에게 넘겨주면 제3자에게는 개인정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이 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동통신사가 고객통화기록을 넘겨줄 때 원본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복제본을 만들어서 그 복제본을 비식별화해서 넘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식별화한 복제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원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통화기록에 대해 제3자가 본래 넘긴 목적과 다른 목적의 연구를 진행할 경우 이동통신사는 그 연구결과를 통해 통화기록을 넘길 때와 다른 목적의 가공된 개인정보 데이터를 취하게 됩니다. 이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5. 12. GDPR 에서는 가명화 데이터에 대한 규정들을 두었다고 합니다. 제6조, 제7조가 가장 중요한 조항인데, 예외로서 암호화 및 가명화를 고려하여 수집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가명화할 때는 실명화되지 않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요구합니다. 가명화가 익명화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는 재실명화가 합리적으로 개연성이 있을 때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동통신사의 예를 들자면 원본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데이터 복제본을 떠서 데이터 연관 회사에 넘겼을 때 원본 데이터(Key)를 가지고 있으면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누구의 정보에 대해 연구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하라는 것입니다. 즉 키가 되는 데이터들을 조직 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고 암호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박경신 교수는 이 문제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라고 하며, 심우민 조사관이나 이영환 교수가 말한 것처럼 근본적인 가치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GDPR에 나와 있는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재실명화하는 Key에 대한 보안, 조직적 격리 조치를 통해서 비식별화한 데이터가 산업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토론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3. 익명화, 비식별화, 개인정보에 관하여 (전응준 | 유미 법무법인 변호사)

전응준 변호사는 익명화, 가명화, 비식별화라는 용어의 정의를 먼저 짚었습니다. 먼저 「익명화」(anonymisation)는 독일 연방데이터보호법에 정의가 나온다고 합니다. 주목할 것은 합리적인 비용, 시간, 노력 내에서 식별이 되지 않는다면 익명화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2014년 EU 데이터보호법 핸드북에서도 같은 취지로 합리적인 노력 하에서 식별이 안되면 익명화라고 보았다고 합니다.

「가명화」(pseudonymisation)의 경우 GDPR에서는 추가적인 정보가 없고 특정인에 대해 식별이 안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제조건은 추가정보가 별도로 보관되고 재식별화되지 않도록 기술적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 연방데이터보호법에서는 식별자를 다른 레이블로 대체한 것, 차명 또는 가명화되고 이것이 결국 실제적으로 식별이 어렵게 되었을 때(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가명화되었다고 봅니다. 데이터보호 핸드북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간단한 암호화에 해당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와 대상이 되는 경우를 구별하려면 용어 구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익명화는 원본 데이터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을 말하고, 비식별화는 식별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비식별화 정보는 명백하게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EU 데이터보호법 핸드북에서도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GDPR 제10조에서는 명시적으로 가명처리한 경우 면제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제32조에서는 암호화 등 데이터를 인식불가능하게 한 경우 데이터 유출 시 정보주체에게 통지를 면제하는 등의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전응준 변호사는 특히 참고할만한 사례로 미국 건강보험법(HIPA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을 들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의료정보기관이 관련 전문가의 개별적인 판단을 받고, 18개 식별자를 모두 제거하는 경우에는 프라이버시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완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기준에 근거하여 의료정보에 대한 문제점을 체크할 수 있는 제도로 대중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므로 참고할 만하다고 합니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은 엄밀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법은 ‘익명가공정보’, ‘특정성 저감 데이터’ 와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그러한 데이터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이 완화되는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부 완화된 해석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즉 제한 해석하면 식별정보의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법처럼 원본데이터로 돌릴 수 없는 정보 정도로 보는 해석이 유효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합니다.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는 해석론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용이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결국 비식별 방법론 알고리즘, 통계적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론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로 비식별화 했을 때 안전하게 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지가 선결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Ⅲ. 플로어 토론

F= Floor, A=Answer

 

F. 개인정보보호법이 꼭 필요한 법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처벌 조항이 있어 현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아예 수집하지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정보를 모아 사업화하는 것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활용에 대해 개인의 의사 결정을 존중해주는 제도가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보호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그런 방면의 생각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다른 법을 활용해서라도 그런 부분을 열어야 합니다. 빅데이터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리즘은 어떤 항목을 해야하는지 구체화가 필요합니다.

A. 이영환: 하나하나 데이터를 들여다 보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팀이 필요합니다. 리포트를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F.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A. 이영환: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지속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것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국가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전응준: HIPPA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의료정보의 18개의 식별자를 정해서 그게 없으면 비식별 정보이므로 유통이 가능하고, 16개만 있으면 일부 규제를 받습니다. 즉 프라이버시 룰을 정한 것입니다.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이러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참조할만합니다.

박경신: Key를 자기가 가지고 있어도 암호화 또는 조직 내 보관을 잘 하고 있으면 익명정보로 보아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반면, GDPR은 가명화를 하더라도 재실명화할 수 있는 Key를 본인 또는 조직이 가지고 있으면 그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몇 가지만 제외하고 다른 개인정보와 같이 봅니다. 식별자를 떼고 넘긴다는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HIPPA 방식, 제한적 비식별화시 개인정보로 보지 않는 방식, GDPR 방식을 두고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논쟁 없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와 버렸습니다.

심우민: 리스크 매니지먼트적 접근이라는 말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개인정보 개념정의의 문제로 접근하면 개념적 범주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사업자가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느냐, 위험발생시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사업자로서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너무 개념이나 범주, 방식에만 집중하다보니 실제 풀어줘야 할 규제는 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개인정보 문제로 소송을 하게 되면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며, 법령상에 있는 조치만 다하면 이용자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사업자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도 있지만 위험 예방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업 아이템 구상의 문제인 것인지, 식별화·비식별화가 문제인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성도 있습니다.

 

F. 사업은 구체적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될 가능성이 없으면 드러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행정부와 같은 곳에서 제대로 얘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A. 심우민: 결국에는 방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규범력을 지니지 못하므로 혼선만 초래했다고 봅니다. 개인정보규제의 동의요건 때문에 사업구상을 못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규제개혁을 하려면 구체적인 타깃이 필요합니다. 식별성·비식별성, 동의요건 담론으로 가는 것은 문제입니다.

 

F. (심우민 답에 대한 반론) 우리나라는 무조건 개인정보 수집을 통제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할 때 가장 불만인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예측불가능한 경우에는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정의 규정만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고, 결합가능성 하나 때문에 되느냐 안되느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휴대폰 뒷자리, 유심번호 등이 개인정보라고 판단되는 현실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개인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이동통신사의 정보가 결합되면 또 개인정보가 됩니다. 정의가 지나치게 넓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줄이기 위해 정의규정이 문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업계에서 볼 때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포괄적 묵시적 동의가 불가능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무엇 하나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예외규정이 없어서 무조건 다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119 구급대가 경찰에게 정보를 동의 없이 넘겨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집 근처를 수색하다가 결국 피해자가 범죄의 피해를 입기도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결합된 상태의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찾은 것이 비식별화 논의입니다. 어떻게든 동의를 받아서 수집하였는데 다른 목적이 생기면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내가 가진 정보를 비식별화하면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것이 비식별화 논의입니다. 예외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입법론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나오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F.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입니다. 다른 나라는 결합정보 해석, 정의 규정 리스크가 있음에도 결합정보는 잔존 리스크 단계에서만 판단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기본적 해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외국의 법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쉽게 말하지만 잔존리스크 논의가 빠져 있습니다. 수집·처리·폐기과정을 한 사람이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수집·처리·폐기 단계별 리스크 관리가 있습니다. 목적 구속 원칙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되는 것이 처리 단계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에는 이용을 위한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정의규정을 바꿔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의규정이 원래 가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라는 예측불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한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A. 심우민: 사업자 입장에서 말씀해주셨는데, 어느나라든 각국에서 정의규정에 입각했을 때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는 표현에 입각해서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사법부의 해석이 문제입니다. 리스크는 사법부의 해석이 높여놓은 것입니다. 입법의 영역에서 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합니다. 해석의 문제를 입법의 문제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F.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니까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체계 내에서 예외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 예외를 위한 개념이 가명처리정보입니다. 이 법이 들어온 계기나, 예외적으로 들어온 취지에 비추어보면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심우민 조사관님이 말씀하신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권리이므로 동의가 없으면 위반인데 어떻게 형량이 들어갈 수 있나요? 위험성과 해악 사이의 비교형량이라면 심우민 조사관님이 제시한 표4는 문제가 있습니다.

A. 심우민: GDPR의 입법연혁을 봤을 때 가명정보와 같은 것은 규제를 위한 측면과 활용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표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권리의 개념이라는 것도 해석적 형량이 필요한 부분이고, 그 부분에 대해 형량이나 해석을 함에 있어서 위험에 대한 고려가 들어가는 것이 새 시대의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목, 2016/03/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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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번만 반복하면 된다

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옥시 사태 등등 때문에 ‘내가 이런 저런 피해를 당하면 어느 정도 배상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판결문 검색을 대법원 사이트에서 해보면 되긴 하는데… (참고로 일반인들이 자주 쓰는 http://www.law.go.kr/main.html에 나오는 판결문들은 전체 판결의 0.29%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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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 이전 판결은 사건번호를 모르면 안된다. 즉 키워드 검색이 없다.

https://www.scourt.go.kr/portal/decide/DecideLis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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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를 넣어야 검색할 수 있다는 게 진정한 의미의 ‘검색(search)’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불러오기(retrieve)’아닌가? 이렇게 되면 특정한 사건의 존재를 알고 그것을 찾으려는 사람에게만 유의미할 뿐, 어떤 사건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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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 이후에 나온 민사판결은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긴 한데…

http://www.scourt.go.kr/portal/information/finalruling/peruse/peruse_status.jsp

각급 법원별로만 검색이 가능하다. 전국에 18개의 지방법원, 5개 가정법원, 1개 행정법원, 지원 54개, 고등법원들, 대법원까지 합쳐 85개 법원이 있으니, 예를 들어 가습기살균제 관련 판결문들을 찾고 싶으면 “가습기살균제”라는 검색어 입력을 85회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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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검색결과가 나오면 판결문들의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1건당 1천원씩 내야 한다. 물론 1천원 결제를 위해서 대한민국 온라인 결제에서 필요한 모든 플러그인이 다 필요하다(공인인증서 등등).

여기서 더 큰 함정은 1천원을 쓸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미리보기’ 같은 게 허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100개 정도 검색결과가 나왔을 때 그걸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원 내고 다 봐야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중에서 건질 것은 2건 정도밖에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실질가격은 1건당 1천원이 아니라 5만원이 된다!

판결문 익명화하는 데 드는 비용? 나는 헌법적으로 공개재판의 원칙에 따라 판결문 익명화는 불필요하고 국민이 판결문에 접근할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익명화를 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판결문 생산 과정에서 공개용 익명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해결된다. 또 익명화가 판결문에 거론된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라면 누구의 프라이버시가 얼만큼 보호되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도 해당 사건의 판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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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민사고 형사는 더욱 답답하다. 최근 사건들도 어떤 사건을 달라고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해당 법원(위의 85개 중 하나, 제주지원 사건이면 제주지원)의 웹사이트에 찾아가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까지 정확히 입력하면 비로소 그 사건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검색”이 아니라 “불러오기”이니 판결문으로 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젬병이다.

게다가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서 검색하는 사람의 실명이 확인되어야만 열람을 시작할 수 있다. 일종의 “판결문열람 실명제”를 하는 건데 이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익명으로 판결문으로 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어떤 공익을 지키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파악하기 어렵다. 판결문에 영업비밀이 있어서? 그럼 그런 사건은 아예 처음부터 비공개재판을 하고 그 판결문만 비공개로 처리하면 된다. 극소수의 판결문 때문에 어떤 판결문이든 국민이 명찰 달고서만 볼 수 있다는 건 2012년 위헌 결정을 받았던 게시판실명제의 논리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징금·고발 등 모든 행정조치와 관련한 의결서를 공개하고 있다. 공개 내용에는 피심인, 사실관계, 조치근거, 조치내용 등이 포함된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은 법원의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 공개 페이지 바로가기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5.10.)

화, 2016/05/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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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 운동 | 민주주의의 산업화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지젝은 “자본주의의 바깥은 없다”는 말을 회자시킨 적이 있다. 세월호사태, 메르스사태, 옥시사태, 구의역 사고를 보면서 시민에 의한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강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감시자에 대한 감시 즉 역감시는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이다.

우리는 정보들을 축적, 가공, 공유, 공개하면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위키리크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영리서비스라고 해서 그 효과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때 자본주의 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은 항상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은 정보주체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이다. 프라이버시 법익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정보들에 대해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어 그 축적이나 공개가 어렵게 되면 민주주의가 위축된다. 이 정신은 1980년 OECD가이드라인, 이를 계승한 2004년 APEC프레임워크에 문서화되어 있다.

아래의 두 가지 영리서비스들에 대한 독일연방개인정보보호법 판례와 EU의 1995년 개인정보보호지침 판례는 이와 같이 프라이버시 법익이 없는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참고로 EU지침은 회원국들에게 특정한 내용의 입법을 할 것을 강제하는 구속력을 가진다.

2007년부터 독일에 spickmich.de라는 웹사이트가 개설되었는데 학생들이 교사들의 실력, 복색 등을 점수를 매겨 평가하고 학교의 기자재, 건물, 학풍 등을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사이트였다. 평가대상은 실명으로 거론되었지만 학생들은 익명으로 평가를 하였다. 2010년 3월에는 160만명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청소년대상 웹사이트 중 최대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이 사이트는 곧바로 영리사이트로 발전하였다.

교사 1명이 위 사이트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연방개인정보보호법 상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지방법원, 지방고등법원 그리고 연방대법원에서도 패소하였다(23 June 2009 – VI ZR 196/08; LG Köln – 28 O 319/07 – Judgment of 30 January 2008; OLG Cologne – 15 U 43/08 – judgment of 3 July 2008). 연방대법원은 독일연방개인정보보호법 제29조, 즉 “개인정보의 상업적인 수집, 보존, 수정, 및 이용은 정보주체가 그와 같은 수집, 보전, 수정을 금지할 법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합법적이라는 조항에 따라 위 사이트의 운영이 합법적이라고 판시하였다. 정보주체가 그러한 법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사실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견해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하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교사의 평판정보는 아예 처음부터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은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애시당초 프라이버시 법익이 깃들지 않은 정보였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 상고허가는 기각되었다. 위 판결은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 법익이 깃들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상업적 이용도 자유롭게 허용됨을 확인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1994년부터 핀란드의 유료잡지 Veropörssi는 매년 핀란드인들의 소득과 자산정보를 게재해왔고 2002년에는 전 인구의 3분의 1 즉 120만명의 과세정보가 게재되었다. 이 정보는 핀란드법 상 완전한 공개정보이다. 2003년부터 이 잡지사는 문자로 사람 이름을 보내주면 그 사람의 과세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 문자서비스에 대해 핀란드 개인정보보호기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주장하자, 2008년 12월 유럽사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을 고려할 때 EU개인정보보호지침 95/46/EC가 법적용을 면제하고 있는 “언론행위(journalistic activities)”는 “반드시 신문, 방송 등의 전통적인 언론사에 의한 보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일반대중에게 공개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매체와 영리목적을 불문하고 그렇다고 명시하였다. (ECJ Case 73/07 Satakunnan Markkinapörssi and Satamedia (2008)) 그 이후 유럽인권재판소가 언론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지만 그 이유는 인구의 3분의 1에 대하는 엄청난 양을 과세정보에 대한 논평, 토론이 부재한 문자서비스의 형태로 게시했기 때문이며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의 유효성에는 변함이 없다.

공공데이터는 운동이 되고 산업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개인정보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로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깃들지 않은 정보들을 신중히 가려내 더욱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6.14.)

 

화, 2016/06/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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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Fy 2016 참가 후기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6년 9월 28일 – 9월 30일
장소: 뉴델리, 인도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박경신 이사는 “디지털 아시아: 새로운 거버넌스 질서 세우기(Digital Asia: Scripting the New Governance Order)” 란 주제로 열린 CyFy 2016에 토론자로 초대 받아 참가했습니다. “사이버보안과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한 인도 컨퍼런스(The India Conference on Cyber Security and Internet Governance)”의 줄임말인 CyFy 2016은 올해 4번째 열린 것으로, 인도 및 아·태지역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등 45 개국에서 130여 명의 전문가 패널과 6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터넷 거버넌스 컨퍼런스였습니다.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 ‘국제 협력(International Engagement)’, ‘접근권과 포섭(Access & Inclusion)’, ‘역량배양(Capacity Building)’ 총 5개 분야에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박경신 이사는 ‘접근, 프라이버시, 보안의 트릴레마(the Trilemma of Access, Privacy and Security)’, 김가연 변호사는 ‘인터넷의 분열(Internet Fragmentation Session)’ 세션에서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 9월 30일 금요일

참여세션 1: 접근, 프라이버시, 보안의 트릴레마(the Trilemma of Access, Privacy and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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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널 소개:

적법한 정보 접근권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대립하는 암호화 논쟁 등 최근 전개되는 논의를 조망하고, 이러한 간극을 조정하기 위해 새로이 도출해야 할 규범이 무엇인지 토론한다.

This panel will take stock of some of the recent developments like the encryption debate that purportedly pits privacy against legitimate access to electronic data. It will identify norms that must be developed anew to reconcile these differences.

- 패널 토론자:

1. Isabel Skierka, Researcher, Digital Society Institute, European School for Management and Technology
2. Seda Gürses, Post-Doctoral Researcher, Center for Information Technology Policy, Princeton University
3. Solange Ghernaouti, Professor, University of Lausanne
4. KS Park, Director, OpenNet Korea
5. Alexander Klimburg, Director, Cyber Policy And Resilience Program, Hague Centre for Security Studies
6. Paula Kift, Ph.D Candidate, New York University (Chair)

- 박경신 이사 발표문

 

참여세션 2: 인터넷의 분열(Internet Fragmentation Session)


 

- 패널 소개:

다양한 통상협정 체제의 인터넷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함의를 검토한다. 특히 TPP(the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아시아 지역 인터넷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토론한다.

The internet fragmentation panel will examine the social, economic and political implications of differential trading regimes. With universal, affordable connectivity yet to be achieved, are we already witnessing parallel internet regimes that cater to emerging economies?

- 패널 토론자:

1. Kelly Kim, General Counsel, Open Net Korea
2. Hoang Tran, Partner, EZLAW
3. Anahita Mathai, Junior Fellow,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4. Hugo Zylberberg, Fellow for Technology & Policy, Columbia University School of International & Public Affairs
5. Burcu Kilic, Policy Director, Public Citizen (Chair)

- 김가연 변호사 발표 요지(업데이트 중)

 

수, 2016/10/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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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게임: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이 개인정보를 판매 촉진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지, 동의를 받지 않고도 분석, 가공, 판매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에는 막대한 이윤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다. (이은우 변호사, 정보인권연구소)

강원도에 사는 스무살 대학생 철수가 페이스북에 재잘거리는 한담이, 제주도에 사는 서른살 직장인 영희가 트위터에 올리는 짧은 한탄이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고급 정보’가 될 가능성은 그 자체로는 제로다. 하지만 10만 명의 철수가 100만 명의 영희가 모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빅데이터,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날 컴퓨팅 기술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생산되는 무수히 다양한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드디어 ‘정복’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걸 상징하는 용어는 ‘빅데이터’다. 이제 쓰고, 말하며, 대화하고, 소비하는 물리적인 컴퓨터 서버의 어딘가에 저장된다. 이제 디지털 저장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대신한다. 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흘려보내면 그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디지털 전자신호로 서버 속 공간 아닌 공간을 흘러갔던 정보는, 철수와 영희는 영영 모르는 채로, 이제 산업적인 가치를 가지는 정보로 재가공된다.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정보의 총체적 재구성이다. 모든 흩어진 의미가 ‘찬란한 귀향의 축제’를 맞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더욱더 진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할 기회이자 재료다.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https://flic.kr/p/bx1jvU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하지만 개인정보 주체들에게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일 수도 있다. 근대 이후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권리(홀로 있을 권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오늘날 문명화한 국가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의 법률로 규정했다. 자기 정보 통제권(혹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은 그렇게 탄생했고, 그 권리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에 눈뜬 근대적 자아가 획득한 전리품이다. (→ 참고: 거짓말할 수 있는 권리)

단, 이 자기 정보 통제권이 각자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된 정보와 비공개된 정보 가릴 것 없이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를 소유하듯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로 해석하면 그것은 곤란하다. 이는 타인들 간에 진실한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에 검열권을 가지게 하는 셈이라서 자기 정보 통제권은 균형을 고려한 해석이 불가피하다.

 

위험한 게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기업에 빅데이터가 잠재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라면, 자기 정보 통제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길 수 있는 개인에게는 잠재적 공포다. 그 ‘위험한 게임’이 지금 막 시작됐다. 이름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 국무조정실
  • 행정자치부
  • 방송통신위원회
  • 금융위원회
  • 미래창조과학부
  • 보건복지부

참여 부처의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야말로 통합 가이드라인이다. 그 골자는 이렇다.

‘개인정보라고 하더라도 비식별 조치(익명화)를 거치면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기업이 이를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가이드라인의 쟁점 

이 글은 가이드라인의 개요와 쟁점을 단계적 ‘Q&A’ 형식으로 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 이하 ‘가이드라인’으로 표기.
  • 개인정보보호법 → 이하 ‘개보법’으로 표기.
  •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 장한 과장 → 이하 ‘행자부’로 표기.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 이하 ‘오픈넷’으로 표기.
  • 정보인권연구소 이은우 변호사 → 이하 ‘연구소’로 표기.[1]

 

1.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중심에 있는 화두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가치와 개인보호라는 가치를 조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게 가이드라인의 취지라면, 이에 시민단체(오픈넷)와 정부(행자부)의 평가와 시각 차이는 명확하다.

오픈넷은“법률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하여 정의된 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최근 빅데이터라는 단어 자체에 천착하여 빅데이터 산업의 진흥만이 주로 논의될 뿐, 빅데이터 환경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고, 가이드라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한다.[2]

정보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Intersection Consulting, CC BY NC

이에 대해 행자부는 빅데이터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의 관계는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데이터 이용함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평한다.[3]

 

2. ‘비식별 조치’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비식별 조치’(익명화)다.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 방법과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런데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 익숙한가? 용어 정의부터 잘못됐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용어 자체가 부적절한 법률용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식별 조치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개인정보 보호법제와 유사한 유럽연합과 일본의 용어 정의를 참고해보자.

  • 유럽연합“익명화된 데이터”(data rendered anonymous)[4]
  •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시 “익명가공정보” 규정한다. 익명가공정보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공하여 얻어지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해당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5]

더불어 ‘비식별 조치’ 혹은 ‘비식별화’라는 표현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가’가 ‘익명화’나 ‘익명정보’ 혹은 ‘익명가공정보’와 같은 의미라면 그냥 ‘익명화’나 ‘익명정보’로 쓰면 될 것을 “문법에도 맞지 않는 신조어”를 사용해 국민에게 혼동을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행자부는 익명화든 비식별 조치든 “이는 용어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내용이 중요하지 용어 선택은 부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국제적으로 ‘비식별화’를 쓰는 추세”라고 부연한다.[6]

한편, 오픈넷은 연구소 입장에 동의하면서, ‘익명화’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는 입장이다.[7]

 

3.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 평가 기준은 타당한가

여러 문제와 논란은 별론으로, 우선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집중해 보자.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와 이에 대한 적정성의 평가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다. 그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비식별 조치’의 기준은 과연 합리적일까.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위 해당 문답을 해석하면 “이는 재식별 가능성이 현저하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면서 “유럽연합에서 익명정보가 ‘더 이상 재식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익명가공정보’란 복구 불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잘못”이며, “재식별 위험이 현저하지만 않다면 개인정보 주체는 그 위험을 감수하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해당 문답의 표현 중 “현저히”는 ‘강조 수사’에 불과”하다며, “해당 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가이드라인의 “전체 체계”가 중요하고, 해당 문구는 “강조 수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행자부는 인터뷰에서 가이드라인의 법적 성질을 묻는 질문에 “유권해석집”이라고 답했다

한편, 오픈넷 “표현의 모호성 때문에 ‘가이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이드라인이 ‘유권해석집’이라면, “구체적인 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어야” 할 텐데, “비식별 조치라는 것은 기존 법에도 없는 새롭게 창조한 개념”이고, 이를 해석한다고 하니 “내용뿐만 아니라 법적인 근거나 성질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4. 비식별 조치에 대한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정한다. 이 적정성 평가 기준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연구소는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고, 행자부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적정성 평가 기준은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면서 “K(익명성), L(다양성), T(근접성)의 세 가지 방법의 익명화 기술을 적용하라는 것”은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방법과 기준은 “재식별 가능성이 농후한 방법으로 지목받아 왔던 기술”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현재로썬 KLT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오히려) 유럽에서는 K를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K를 의무화했다”면서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해당 기술의 재식별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지만, “개인정보처리자 입장에서 특정 기술을 이용한 비식별 조치만을 취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 양 오독할 여지가 큰 가이드라인 규정의 모호성이 가장 큰 문제”[8]라고 지적한다.

 

5. 적정성 평가단: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기기? 

가이드라인은 분야별 전문기관을 두고, 이 전문기관이 비식별 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게 한다. 그런데 이 적정성 평가 기관에 ‘한국신용정보원’과 같은 빅데이터 산업과 이해가 직결한 이익단체가 속해 있어 문제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소는 이들 기관이 “공정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면서 특히 분야별 전문기관 중에는 “특히 사업자들 모임인 한국신용정보원이 포함”돼 있고, 금융보안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은 “성과 위주의 조직”임을 지적한다.

특히,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업계 모든 고객의 신용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기관(세계 최초)으로 여기엔 이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다음 ‘이익단체’들이 참여한다. 더불어 이들 협회 소속 기업에서 그동안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 은행연합회
  • 금융투자협회
  • 여신금융협회
  • 생명보험협회
  • 손해보험협회 등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에서 특히 문제 삼은 ‘한국신용정보원’은 “우리가 지정한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것”이라면서, “분야별로 소관 부처에서 관련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이 문제 관해 오픈넷은 “전문기관 자체가 법률에 근거가 없”고, “정보주체들로부터 개인정보의 처리 권한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사업자 모임 여부와 상관없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6. 입증책임 문제 

가령, A라는 기업이 철수와 영희의 신용카드 구매 정보를 ‘비식별 처리’해서 B라는 기업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비식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입증’ 책임은 누가 질까? 철수와 영희일까? 아니면 A와 B라는 기업일까?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이 “비식별 조치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해당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므로, 해당 정보를 어떤 개인이 “개인정보라고 주장하려면 개인정보 주체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가이드라인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며, “당연히 비식별 조치를 한 측에서 (비식별 조치의 정당성과 적정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입증책임 논란에 대해 오픈넷은 법원에 까지 가는 사안이 생기면,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이 ‘추정한다’고 하니 반증이 없는 한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 측에선 해석한 것이고, 행자부 쪽에선 원칙적으로 법원이 가이드라인에 구속되지 않으니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이드라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들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조치된 정보를 섣불리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 시점에서 가이드라인의 위치라고 답했다.

대법원

‘비식별 처리’ 문제로 ‘분쟁’이 생겨 법원에 가는 일이 생기면, 기업과 일반 시민 중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질까?

연구소 측에 행자부 답변 내용을 전하자, 연구소 측에선 “가이드라인이 입증책임과 관련 없다면, 가이드라인(의 해당 문구)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의 논리 체계에 반하는 해석을 주무 공무원이 공식적으로 답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하다”고 논평했다. 더불어 가이드라인에 참여한 행정부처들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떤 개인이 ‘재식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신고했을 때, 경찰이 어떤 기준을 따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경찰 수사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인 수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각건대, 행자부의 답변은 궤변이다. 연구소나 오픈넷의 지적처럼, 가이드라인를 준수한 기업조차 다시 재판에서 ‘입증책임’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가이드라인의 존재 근거가 없고, 기업은 가이드라인을 따를 이유도 없다. 반면에 그렇다고 입증책임을 개인에게 지운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가이드라인의 딜레마인 셈이다.

 

7. ‘결합지원’ 문제 

가이드라인은 각각 비식별 조치를 한 개인에 관한 별개 정보집합물을 전문기관에서 개인별로 결합시켜 주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비식별 조치를 한 통신사 고객정보와 비식별 조치를 한 신용카드사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정보를 전문기관에 보내주면 각 개별로 결합시켜 결합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은 00홈쇼핑의 고객정보와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의 구매 내역 정보를 결합하여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 중 00홈쇼핑 고객을 골라 내서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홈쇼핑과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카드 구매내역을 분석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결합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초등학생이나 유아 등 민감한 정보에도 무방비다. 이런 식이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은 환자나 산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임신, 출산한 고객 중 월 500만 원 이상 신용카드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도 있고,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는 초등학생이나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통신사로부터 초등학생의 이동경로를 분석할 수도 있게 된다. 당사자는 이런 정보 결합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반대할 기회도 갖지 못한다. (연구소 발제문 참조)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를 했지만, 개인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비식별 조치를 한 정보가 익명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익명정보로 만들었다면 익명정보가 누구의 정보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하다고 지적한다.

결합지원 이슈에 대해 행자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나름으로 안을 짰는데, 결과적으로 유럽과 유사”하게 됐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을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픈넷 “법률적 근거가 없는 전문기관에 의한 결합지원 역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앨범 3~4만 장을 파는 현실에서 TIF는

비식별 조치된 정보의 ‘결합지원’ 문제 역시 가이드라인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왜 가이드라인가, 누구를 위한 가이드라인가 

행자부는 가이드라인의 법정 성질을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유권해석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법을 개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을까? 행자부는 “법 개정은 오히려 업계에서 하는 주장”이라면서, “일본법은 개정안이 통과돼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일본은) 법에서 규정한 안전조치(비식별 조치)를 준수하면,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므로, 우리나라 “업계에서도 법 개정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드는 것은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가이드라인은 “상당한 재식별 가능성이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이드라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기업의 선의를 믿는다면, 기업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비식별화한 정보를 활용할 것이고, 이는 서비스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식별화하려는 욕망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부정적인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에 있었던 행위를 회고하고, 성찰함으로써 미래를 전망한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뿐만 아니라 기업의 개인정보 ‘매매 사건’(홈플러스 사건), 거기에 더해 이런 개인정보 관련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국가권력(검찰)과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개인정보에 관한 인권 감수성(홈플러스 무죄 선고)을 떠올리면 개인정보의 주체, 그러니 평범한 시민이 기업의 선의, 관리자이자 감시자로서의 국가, 공정한 심판관으로서의 법원을 손쉽게 믿어주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의 평가액은 7조 원을 호가한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 그리고 법원에서는 무죄. 홈플러스 사건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관점과 방식, 국가기관의 관리감독 능력, 그리고 공정한 심판자로서의 법원의 판단, 이 모두가 여전히 신뢰를 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여기서 하나 더 질문해보자. 가이드라인이 아니면 정말 기업이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 제대로 뛰어들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방해 요소일까. 이미 개인정보보호법[9]은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동의 없이 새로운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빅데이터는 바로 통계를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나.

연구소는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활용에 장애 요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공공 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분석해 보더라도 공공 부문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익명화하여 처리하거나 동의받는 것을 기초로 하더라도 충분하며, 비식별정보 동의 면제가 있어야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10]

Julien Belli, CC BY https://flic.kr/p/o3eDX5

빅데이터와 개인정보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보 처리 주체와 관리감독 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출처: Julien Belli, CC BY)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이 온갖 논란에 관한 해법은 무엇일까. 명확한 현실 인식은 그 해법을 마련하는 초석이다. 오픈넷의 답변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가이드라인 제정이 지나치게 급한 호흡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진흥이라는 버즈워드(buzz word)에 천착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이드라인 상 비식별 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 시도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는 “동의” 제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으로 현재 개인정보 보호 법제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비식별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핵심을 이루는 “동의”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는 법률 개정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에 따른 비식별 조치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재식별 위험성은 주민등록번호 제도 및 인터넷 상 본인확인을 강요하는 수많은 법률에 의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특히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이동통신사는 식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오히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시대에 동의에 기반한 개인정보보호가 불충분하다. 어떻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법적 근거 없는 전문기관의 운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 확립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 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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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은우, 마케팅 활용 목적 빅데이터 활용과 판매: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의 탐욕과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 2016. 9. 7. 국회의원회관 제9간단회의실) 별도 인터뷰 인용이 아닌 문단에는 문단이 끝나는 위치에 괄호( )로 해당 발제문의 페이지 수를 표시했음.

[2] 다만, 빅데이터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 관리 및 처리 소프트웨어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크기의 정보라고 정의되며, 데이터의 양(volume), 데이터 입출력 속도(velocity), 데이터 종류의 다양성(variety)데이터의 양(volume), 입출력 속도(velocity), 종류의 다양성(variety)이라는 세 개의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가트너 보고서). 이를 빅데이터의 3V라고 하는데, 3V가 커질수록 그 데이터의 산업적 가치는 높아지지만, 이에 비례하여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성이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커진다.

[3] 현 가이드라인이 기존에 행자부, 미래부, 방통위에 존재했던 개별안들이 ‘비식별’ 기술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수준이었다면, 검증절차와 보호조치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면서 기존 개별안들을 통합한 것이다.

[4] 개인이 더는 식별될 가능성이 없다면(“no longer possible”) 개인정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5] 그러면서 미국은 ‘개인정보’라는 개념 대신 ‘개인식별가능정보’(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라는 개념이 법령에 정의되어 제한적인 보호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더불어 언급하는데, 미국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인정보호보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를 규정한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규정이나, 그에 따른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가이드라인을 법제가 다른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설명한다.

[6] 참고로, 현행 개보법에는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나 표현은 없다. 다만 법(제18조 제2항 제4호)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 동의 없이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이 가능한 예외로 “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에서 개인정보를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변환하면 제한적 목적(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이긴 하나 동의 없는 이용이나 제공이 가능하므로 이를 ‘비식별 조치’ 혹은 ‘익명화’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7] 가이드라인이 창설한 비식별화(비식별 조치) 개념은 재식별화하여 개인정보로 인정될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만약 비식별화를 거쳐 동의 없이 이용, 제공한 경우 식별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따라 특정 시점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오픈넷)

[8]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는 특정 기술조치 여부뿐 아니라 종합적 관점에서 판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9] 제18조 제2항 제4호

[10] 유럽연합은 우리 법제보다 빅데이트 활용과 관련하여 프로파일링에 대한 규율을 신설, 보완하고, 동의에 대한 규정, 투명성에 대한 규정 등과 관련하여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개인정보보호법제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기업이 재식별화할 의사가 없더라도 재식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고, 비식별화한 정보가 다른 업체에 매매됐을 때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손쉽게 재식별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를 통해서도 실증됐다. 가령 카드사의 구매 정보를 비식별화해서 이 정보를 이통사(이동정보)에 넘겼다면, 두 가지 정보가 결합되면 누가 어디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게 된다. 재식별화 의지가 없다라도 자동적으로 재식별화된다. 재식별화하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되는데 기업에서 안 할 이유가 있겠나. 더불어 재식별화 의지가 없더라도 해당 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니 그것도 문제다. (연구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10.06.)

목, 2016/10/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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