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방통위, 국고로 가야할 100억 원대 위법 경품 과징금 덮었다

지역

방통위, 국고로 가야할 100억 원대 위법 경품 과징금 덮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12/27- 10:25

이용자정책국장, 2015년 3월 시장조사 도중 멈춰
국고로 갔어야 할 과징금 100억 원 온데간데없고
“보강 조사” 증거도 없는데 최성준 위원장은 용인

(2015년) 3월에는, 경품 부분은 저희가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습니다.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사라진 경품 과징금 100억여 원’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방통위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일어난 주요 통신사업자의 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위법행위를 그해 3월 조사하고도 과징금 부과 없이 멈춘 까닭이다. 지난 10월 4일 기자의 첫 질문 뒤 두 달여 만에 나온 답변으로, 100억 원대 과징금이 예상된 2015년 3월 경품 시장조사 결과를 방통위가 왜 덮었는지 확인됐다.

※ 관련 기사 : 방통위, 통신사업자 과징금 100억 원대 위법행위 알고도 덮었다(2016.10.12)

▲지난 10월 10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낸 메신저 질의(왼쪽). 오른쪽은 11월 16일 이메일 질문. 10월 4일과 11월 11일에도 같은 내용을 직접 물었지만 11월 22일에야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의결하지 않고 덮은 까닭이 들렸다.

▲지난 10월 10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낸 메신저 질의(왼쪽). 오른쪽은 11월 16일 이메일 질문. 10월 4일과 11월 11일에도 같은 내용을 직접 물었지만 11월 22일에야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의결하지 않고 덮은 까닭이 들렸다.

“(의결)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다”는 건 방통위 사무처 이용자정책국의 잘못. 2015년 3월에 벌인 시장조사가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옛 방송위원회 · 정보통신부 ·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여러 관계자 말을 모아 보면 “방송통신 경품이 현금 · 상품권 · 물건 · 요금감면처럼 여러 가지로 주어지기 때문에 시장조사 공정성을 세우기 위해 보통 전수 조사”를 하는데 방통위의 2015년 3월 조사는 이에 어긋났다.

실제로 지난 12월 21일 열린 2016년 제71차 위원회에서 CJ헬로비전을 비롯한 7개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청자 이익 침해에 따른 과징금 19억9990만 원을 물릴 때에도 방통위 사무처 방송정책국은 가입자 민원과 요금 환불 내용 자료 3250만 건을 모두 조사했다. 방송정책국 방송시장조사과가 올 5월 9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여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1년 동안 일어난 모든 시청자 이익 침해 관련 자료를 들여다봤는데, 통신상품 경품 규제도 이런 ‘전수 조사’가 마땅했다는 것이다.

“샘플 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는 것도 핑계.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여 위법행위가 나왔음에도 ‘샘플 조사’를 구실로 삼아 별다른 조치 없이 덮은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계자가 많았다. “샘플 조사를 했더라도 사업자별 가입자를 기준으로 삼아 전수로 환원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된다”는 풀이도 나왔다.

한 방송통신 전문가는 “샘플 조사를 하다 보면 사업자 간 유불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불만을 없애기 위해 (경품 관련 위법행위) 전수 조사를 한다”며 “(2015년 3월) 조사가 부실했다면 시간을 더 두고 더욱 엄격히 (전수) 조사했어야 할 텐데 (그냥) 덮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정책국장이 덮고 위원장은 용인

박 아무개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이 2015년 3월 경품 시장조사 결과를 위원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채 ‘종결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는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던 최성준 위원장에게 ‘전수 조사 없는 샘플 조사였음’을 보고한 시장조사 총괄자다. 부실 · 샘플 조사의 큰 책임이 그에게 있다.

사실조사 들어가면 그때는 100% 처벌입니다. (사전) 실태점검에서 (위법행위가) 조금씩 보이지만 심하지 않다면 경고만 주고 넘어가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조사를 할 정도면 실태점검을 미리 한 것이거든요. (실태점검 결과가) 심하지 않으면 사실조사 안 하죠. 사실조사를 했다면 (과징금을) 때린다는 겁니다.

방송통신 시장조사 경험이 있는 한 고위 공무원의 말. ‘사실조사’는 시장 현장 조사를 뜻한다. 지금 방통위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조사를 받는 방송통신사업자 여럿도 같은 경험과 인식을 가졌다. 결국, 상식에 어긋난 100억 원대 과징금 봐주기가 일어났고, 이를 이용자정책국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최성준 위원장은 문책과 사후 조치 없이 눈감았다.

국고에 보탰어야 할 100억 원

지난 11월 15일 방통위는 2016년 제64차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등 제공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에 관한 건’을 올렸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4대 통신사업자와 5대 케이블TV사업자가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통신상품을 결합판매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경품을 곁들인 책임을 묻는 자리.

방통위 사무처가 관련 시장조사를 벌인 건 2015년 9월이었고 실무자 1안이 과징금 118억 원, 2안으로 87억 원이 나왔다. 이 가운데 5대 케이블TV사업자 몫이 1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4대 통신사업자가 물어야 할 과징금은 86억 ~ 117억 원쯤일 것으로 보였다. 그날 방통위는 LG유플러스 쪽 이견을 들은 뒤 시정 조치 의결을 뒤로 미뤘다.

의결은 3주 뒤에야 이루어졌다. 이달 6일 열린 2016년 제68차 위원회에서 과징금으로 4대 통신사업자에게 106억7000만 원, 티브로드를 비롯한 3개 케이블TV사업자에게 2890만 원을 부과했다. 엘지유플러스가 45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SK브로드밴드 24억7000만 원, KT 23억3000만 원, SK텔레콤 12억8000만 원 순이었다.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받은 방송통신사업자. 4대 통신사업자를 포함해 모두 14개 업체로 2015년 3월 조사 때보다 10곳이 줄었다. 그해 3월과 9월 조사가 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따로따로였음을 보여 준다.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받은 방송통신사업자. 4대 통신사업자를 포함해 모두 14개 업체로 2015년 3월 조사 때보다 10곳이 줄었다. 그해 3월과 9월 조사가 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따로따로였음을 보여 준다.

2015년 9월 시장조사의 대상 기간은 그해 1월부터 9월까지. 같은 기간 방통위 용역을 받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점검한 KT ·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 SK텔레콤 등 4대 통신사업자의 월평균 경품 지급액은 24만7343원이었다. 이에 앞서 벌인 2015년 3월 시장조사의 대상 기간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같은 기간 KAIT가 점검한 4대 통신사업자의 월평균 경품 지급액은 31만6450원으로 2015년 9월 조사 때보다 6만9107원이나 많았다.

위법한 경품이 더 많았던 만큼 2015년 3월 조사에 따라 제대로 과징금을 부과했다면 86억 ~ 117억 원보다 많았을 테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억 원 이상이었으리라는 게 옛 정통부 · 방통위 관계자들 중론이다. 특히 이달 6일 제68차 위원회에서 4대 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으로 부과된 106억7000만 원보다 많았을 거라는 얘기. 국고로 갔어야 할 그 돈은 지금 온데간데없다.

“보강 조사” 입증 못하고 꼼수 의혹까지 일어

박 아무개 이용자정책국장은 기자에게 2015년 9월 시장조사를 3월 조사의 “보강”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이용자정책국 이용자정책총괄과의 2015년 3월 시장조사가 미진해 9월부터 같은 국 통신시장조사과가 보강한 것이라는 박 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게 나오지 않았다. 이용자정책총괄과로부터 통신시장조사과로 경품 시장조사 결과가 넘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문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공개 정보 부존재 통지. 업무 이관 공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용자정책총괄과의 3월 조사 결과가 통신시장조사과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공개 정보 부존재 통지. 업무 이관 공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용자정책총괄과의 3월 조사 결과가 통신시장조사과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11일 박 국장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를 2016년 제64차(11월 15일) 위원회의 경품 위법행위 관련 의결 안건에 포함할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예 입을 다물었고, 결국엔 뺐다. 같은 날 2015년 3월 치 경품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자정책국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으면 (위원회에서) 의결할 것”이라던 최성준 위원장도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뺀 채 사업자들에게 그해 9월에 조사한 결과의 책임만 물었다. 결국, 최 위원장이 박 국장과 함께 4대 통신사업자에게 100억 원대 혜택을 준 셈. 박 국장이 2015년 1~2월 실태점검 결과를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시장조사 허락을 받아 3월 2일부터 사실 조사를 시작한 것도 확인됐다.

박 아무개 국장은 이달 6일 “(시장조사) 담당자가 계속 바뀌고 하니까 (2015년 3월 조사가) 지지부진한 거였죠. 여유가 있으면 (3월 조사에) 이어서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계속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 상황을 보니 도저히 제대로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이용자총괄과에서 통신시장조사과로) 업무를 넘기라고 구두로 지시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경품 경쟁이 더 뜨거웠던 2014년 하반기를 대상으로 삼아 벌인 시장조사 결과를 뺀 까닭을 내놓지는 못했다. 최성준 위원장을 뺀 나머지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겐 2015년 3월 치 실태점검이나 시장조사 결과가 따로 보고되지 않았다. 박 국장의 옛 정통부 · 방통위 선배인 이기주 상임위원조차 2015년 3월 치 시장조사가 위원회 의결 없이 묻힌 까닭을 두고 “보고받은 적 없고 아는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꼼수 의혹도 불거졌다. 통신사업자가 낼 과징금 규모를 줄여 주기 위해 월평균 경품 지급액이 많았던 2014년 7월 ~ 2015년 3월을 피해 2015년 1월~9월로 조사 대상 기간을 옮겼다는 것. 2015년 9월 시장조사 결과마저 곧바로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올 12월까지 1년 4개월이나 묵혀 둬 국회와 언론의 기억에서 1년 10개월 전에 있었던 ‘2015년 3월 시장조사’를 지우는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100% 처벌할 일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치밀하게 전수 조사가 안 돼 있다”는 최성준 위원장의 말과 달리 2015년 3월 조사는 마땅히 의결 안건으로 다뤘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자마다 위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국회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공한 2015년 7월 6일 자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을 보면 “25만 원을 초과한 고액 경품 등을 제공받은 가입자도 평균 27.2%”라고 적시됐다. 2015년 3월 조사의 대상 기간이었던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사업자들이 새 가입자에게 제공한 경품 가운데 위법한 비율이 27.2%였다는 것.

▲방통위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로 내놓은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 가운데 경품 분석 결과. 그동안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인 뒤 이런 보고서만으로 사후 조치 없이 과징금을 갈음한 사례는 없다. (자료: 국회 변재일 의원실)

▲방통위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로 내놓은 ‘통신사 및 주요 CATV사 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공 현황’ 가운데 경품 분석 결과. 그동안 사전 실태점검과 시장조사를 벌인 뒤 이런 보고서만으로 사후 조치 없이 과징금을 갈음한 사례는 없다. (자료: 국회 변재일 의원실)

사업자별 위반율도 나왔다. LG유플러스가 64.7%로 가장 높았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IP)TV를 가져다가 자사 이동전화에 붙여 되파는 SK텔레콤도 45.8%나 됐다. 뒤를 이어 초고속 인터넷에 강점을 가진 KT가 27.6%,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가져다가 자사 초고속 인터넷과 IPTV에 붙여 되파는 SK브로드밴드가 15.5%였다. 그때 경품을 아예 받지 못한 결합상품 가입자가 있었는가 하면 ‘62만 원을 받은 이용자’도 있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2014년 하반기 시장에서 100만 원짜리 경품도 나왔던 터라 당연한 조사 결과로 보였다.

옛 방송위 · 정통부 · 방통위에서 시장조사를 해 본 여러 공직자에게 이처럼 시장조사에서 위반율과 지나친 경품 제공 행태까지 나왔음에도 과징금 없이 덮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사람도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100% 처벌할 일로 여긴 것. 위반율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과 최성준 위원장이 경기고 · 서울대 동창 관계인 걸 헤아려 시장조사 대상 시기를 2014년에서 2015년으로 옮기고, 되도록 처벌을 늦춘 것 아니겠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가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로 알려진 45살 임 모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임 씨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 씨가 남긴 유서 3장 가운데 공개된 유서는 국정원에게 보내는 1장이다.

2015071901_01

국정원장과 차장, 국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임 씨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켰다”면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

또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적어놨다.

무엇을 왜 삭제한 것일까?

유서의 문맥을 보면 자료를 삭제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국정원 측에 해명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해를 일으킬만한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아니니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임 씨가 유서에 쓴 내용대로 대외적으로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는 현재로선 밝혀진 것이 안 박사에 대한 해킹 시도 건밖에는 없다. 안 씨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여서 외교문제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간부들은 임 씨의 책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부터 실무자였던 임씨가 4일 동안 잠도 안자고 일하면서 공황상태에서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국정원에서는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담당 실무자로 해킹 목표물을 직접 선택할 위치엔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임 씨가 상부의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정원은 임 씨가 삭제한 자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언제 삭제했는 지도 조사해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모든 해킹관련 기록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기록 공개는 빠르면 이달말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일, 2015/07/19- 20:02
483
0

메르스가 전국을 휩쓴 지 두달이 넘었다. 지난 7월 4일 이후 보름째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는 메르스 종식국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메르스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다. 186명 가운데 36명이 메르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는 건강했던 사람이 단순히 간병하러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고인이 된 경우도 있다.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정부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인들은 정부가 격리자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빌생한 3차 감염자들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와 병원에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한 김형지(49) 씨와 허영강(37)씨를 만나 그동안 억눌러왔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진 이틀 만에 사망한 어머니…“숨진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로 몰려”

 

 

‘173번째 환자’로 불린 김형지씨의 어머니 최숙자(가명)씨는 지난 6월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났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었다. 70세 나이에도 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던 최 씨. 어쩌다가 메르스에 걸렸고 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게 된 것일까.

지난 6월 5일, 최 씨는 자신이 돌보는 시각장애인의 입원을 돕기 위해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 들렀다. 최 씨가 강동경희대병원에 머문 시간은 불과 10분 가량. 보건당국은 이때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76번 환자로부터 최 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76번 환자는 지난 5월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다. 보건당국의 격리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강동경희대병원까지 무방비 상태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2015072002_02

보건당국은 76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지 9일 만인 6월 6일에야 격리자 통보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76번 환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놓쳐버린 76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최 씨를 포함해 9명이나 된다.

6월 7일, 76번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연히 밀접접촉자인 최 씨는 격리되어야 했지만, 격리 대상에서 누락됐다. 보건당국은 “당시 입원했던 시각장애인이 최 씨가 건강하다고 생각해 동행 사실을 말하지 않아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라며 책임을 시각장애인에게로 돌렸다. 김형지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 응급실에 혼자 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CCTV 한 번만 확인해도 어머니의 동행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소홀히 해놓고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6월 7일 이전까지는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최 씨는 메르스 노출을 전혀 의심할 수 없었다. 최 씨는 6월 10일부터 몸에서 열이 났지만 단순 감기로 여기고 여러 병원과 약국을 오갔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손자와 잠도 같이 자고 병문안도 오도록 했다.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열이 조금씩 잡히는가 싶던 6월 17일, 최 씨는 허리 통증으로 강동성심병원을 찾았다. 다음날 정형외과에서 X- Ray를 촬영했다. 이때 폐렴 증상이 발견됐다.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형외과에서는 6월 19일 감염내과로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감염내과는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최 씨의 병원 방문 이력에 메르스 발생 병원 접촉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6월 19일 최 씨의 ‘진료 협의기록지’엔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력 없고 위험병원 내원력이 없어 메르스 검사 대상이 아니다”고 나와있다. 최 씨는 자신이 치료를 받기 위해 들렀던 병원은 의사에게 얘기했지만 단순히 시각장애인과 동행했던 경희대병원 방문 이력은 말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최 씨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강동성심병원은 22일 메르스 자체 검사를 진행했고 다음날인 6월 23일 보건당국은 최 씨에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렸다. 즉시 격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불과 이틀 만인 6월 24일 최 씨는 숨을 거뒀다.

김 씨는 “어머니의 폐렴증세가 처음 발견됐던 6월 18일에만 메르스 검사를 하고 곧바고 치료를 시작했다면, 아니 그보다 앞서 보건당국이 76번 환자를 제대로 격리만 했다면 어머니는 메르스에 걸리지도 사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도 어머니의 메르스 확진과 동시에 즉각 격리됐다. 그래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가 없었던 것이 원통하기만 하다.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명백히 메르스 피해자인 어머니가 한 순간에 가해자로 바뀌어 세상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어머니 최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6월 23일,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 씨의 메르스 감염 경로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73번 환자는 시각장애인의 치료차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이 사실을 숨겼다”면서 “한 사람의 일탈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썼다.

이 글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고, 비난의 화살은 보건당국이 아닌 최 씨를 향했다. 최 씨가 수천 명의 강동구 주민들을 격리시킨 몰염치한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강동구청 측에 최 씨가 경희대병원을 방문 사실을 ‘숨겼다’고 설명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부가 일찍 병원명단을 공개했다면, 76번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거고, 저희 어머니도 메르스로 사망하는 일 없었을 거에요. 정부 잘못으로 저희 어머니도 억울하게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피해자인데, 돌아가셔서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게 너무도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단순히 10분 머문 병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말을 안 했을 수는 있어도 일부러 메르스 사실을 숨길 분은 아니에요. 늦게라도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형지 / 메르스 사망 최숙자 씨 큰아들

폐암 어머니 돌보다 먼저 세상 떠난 아버지…”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네요”

2015072002_06

정말 건강하셨던 분이, 멀쩡하셨던 분이 한 달만에 고인이 됐는데 정부나 병원 어디서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지난달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난 허경범 씨의 아들 허영강 씨는 “한 달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충남 부여군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지병 없이 건강하게 살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입원시키기 위해 건양대병원을 찾았던 아버지는, 그곳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게 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허 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뒤 격리되지 않은 채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온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폐암 환자인 아내를 데리고 건양대병원에 응급실에 갔던 5월 28일 16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2015072002_07

이후 16번 환자는 5월 30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돼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때, 16번 환자와 접촉했던 허 씨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 31일에는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허 씨에겐 이같은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고 격리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정부가 관리를 잘해서 16번 환자를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죠. 하지만 적어도 5월 30일에라도 아버지를 격리시키고 메르스 환자와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면, 그리고 빨리 검사를 해줬더라면 이렇게 사망하시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허영강 / 메르스 사망 허경범 씨 아들

그렇게 무방비로 나흘을 흘려보낸 6월 1일, 아버지 허 씨의 몸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이 시작됐다. 건양대병원은 6월 2일에야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허 씨를 1인실에 격리하고 검체를 채취했다. 그러나 이 때도 역시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아들 허 씨는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도 없는데 왜 아버지가 메르스에 걸리느냐”고 병원 측에 반문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2015072002_08

결국 아버지 허 씨는 6월 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서야 메르스 환자와 아버지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료는 더디게 진행됐다. 메르스 확진 후 바로 격리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이틀간 건양대병원 음압병상에 머물렀다. 6월 6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천안단국대병원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메르스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 허 씨는 6월 24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진 허 씨의 아내는 아직도 남편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들 허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안 후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 관계자들도 어머니의 충격을 우려해 관련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아직까지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방역 부실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허 씨는 지난 9일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73번째 환자인 최숙자 씨의 가족과,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아직도 치료 중인 165번 환자의 가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허 씨는 “마땅히 국가의 책무인 방역을 제대로 못해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정부도 병원도 잘못했다, 미안하다, 사과 한 마디가 없을 수 있느냐”면서 “어떻게든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월, 2015/07/20- 20:43
820
0

하늘에서 내려다 본 창녕함안보는 평화롭게만 보였다. 엊그제 내린 비와 흐린 날씨가 곤죽 덩어리 녹조를 가렸다. 오랜만에 열린 수문은 시원하게 강물을 뱉어냈다. 윤순태 촬영감독은 함안보가 안전하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물 속에 들어갔다. 함안보 바닥이 유실되고 있다는 의혹은 보 건설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다.

▲ 낙동강 창녕함안보

▲ 낙동강 창녕함안보

윤순태 감독 : 가다가 돌 하나 잡았는데 굴러 떨어져갔고, 수심 재 보니까 16.8m 야. 완만한게 아니라 폭 꺼졌어.

박창근 교수 : 콘크리트 끝나는데 말하는거에요?

윤순태 감독 : 네, 무서웠어요

2015072101_02

윤 감독은 수중에서 함안보 바닥을 기어가다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지는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6미터여야할 수심이 16미터가 넘었다. 보의 바닥이 유실된 거다. 현장에 있었던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진 지점은 경사가 시작된 곳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는 2012년 마무리됐지만, 함안보는 그 이후 4차례 보수공사를 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보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강바닥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함안보에서 10km 떨어진 본포 취수장 인근에서 길어 올린 흙더미는 일명 저질토, 오염된 흙이다.본포 취수장 물은 주민들에게 식수로 공급된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 전에는 오염토가 쌓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물의 흐름이 거의 없어지면서 표면의 유기물이 가라 앉아 부패하면서 오염토가 쌓이게 됐다

▲ 낙동강 본포 취수장 강바닥에서 퍼올린 흙. 시커멓게 오염돼 악취를 풍겼다.

▲ 낙동강 본포 취수장 강바닥에서 퍼올린 흙. 시커멓게 오염돼 악취를 풍겼다.

오염된 흙은 장소를 가르지 않고 강 전역에 늘고 있다. 누구보다 낙동강을 잘 아는 어민들은 강바닥이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민 장덕철 씨(60)는 “작년에는 살아있던 땅이 올해에는 새까맣게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어구를 넣어보면 압니다. 어구가 그냥 썩어가지고 올라와요.
– 정덕철 어민

▲ 낙동강은 어민들의 오랜 삶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 낙동강은 어민들의 오랜 삶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또 다른 어민 이성호 씨(55)는 카메라 앞에 서자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뜨렸다. 이성호 씨는 아버지 때부터 낙동강 하류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녹조가 발생했을 때 보에서 수문을 열었잖아요. 저희 어민들이 어구를 밤에 설치해놓거든요. 보를 열어버리면 어구 손실도 억수로 많아요. 수자원에서는 우리 일 아니다 모른다. 책임 회피에요
– 이성호 어민

얼마 잡히지 않는 물고기라도 잡겠다며 설치한 어구는 예고 없이 열린 보의 문 때문에 물살에 휩쓸려 가버린다. 정부기관은 그래도 특별한 대책은 세워주지 않는다. 평생 강을 터전 삼아 살아온 이들에게 낙동강은 4대강 사업 이후 ‘체념의 강’이 됐다. “옛날과 비교하면 95% 물고기가 멸종했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한마디로 엉망입니다. 옛날에 비교해가지고는 거의 90%, 95%, 거의 멸종이라고 보면 되요. 그 정도로 낙동강 환경이 안좋습니다. 어민들로서는 조업해가지고 생계를 해야 하는 판인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지요.
– 장덕철 어민

낙동강을 오르며 만난 주민 장성기 씨(55). 카메라를 보자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이내 사람 좋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20년. 그가 합천창녕보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고령군 연리들에서 수박농사를 지은 햇수다. 하지만 이제 장 씨는 수박농사를 포기했다.

내가 그런(수박) 농사를 20년 넘게 했어. 하다가 내가 그만뒀지. 도저히 하다가 안되니까. 그래가 요거(오이)라도 해야 밥이라도 먹고 살고 애들 학교라도 시키니까.
– 장성기 농민

장 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곽상수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함안보 근처 연리들의 수박농사는 4대강 공사 이후 ‘끝이 났다.’ 4대강 공사 이후 높아진 지하수 수위 때문에 농지가 습지화되기 시작했고, 수박농사 수익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는거다. 수박이 이전에 비해 80%밖에 크지 않았다.

“아, 형님 수박 손 놨구나” 인터뷰를 마치고 손수레를 끌고 나오는 장 씨에게 곽 씨가 말을 붙였다. “그래, 안한다. 이기라도 해야 애들 밥이라도 먹일 거 아이가.” 장 씨는 종전 그 사람 좋은 표정으로 손수레를 끌었다.

▲ 창녕함안보 근처에서 연리에서 자라는 수박의 크기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80%밖에 되지 않는다.

▲ 창녕함안보 근처에서 연리들에서 자라는 수박의 크기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80%밖에 되지 않는다.

어민들도, 농민들도 자신들의 삶이, 생계가 이리 힘들어진 것이 무엇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매번 “잘은 모르지만”,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했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이렇게 변했습니다.

화, 2015/07/21- 11:20
467
0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벌써 몇 년째 낙동강을 쫓아다니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거의 낙동강에 살다시피 하고 있다. “아이고 덥다. 이렇게 더운날 무슨 짓이고.” 방수복과 장화를 짊어진 채 정수근 처장이 더운 날씨를 불평했다. 강정고령보 근처 얕은 강바닥을 뒤지던 정 처장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올렸다. “바로 이겁니다.” 나뭇가지에 큰 벌레 하나가 붙어있었다. 큰빗이끼벌레다.

2015072102_01

# 큰빗이끼벌레

정 처장은 큰빗이끼벌레에 관심이 많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 등장한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고사목을 터전 삼아 군집을 이루고 산다. 먹이는 남조류, 바로 녹조다.

원래 강물 수위가 깊지 않았던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수위가 급격히 불었고, 강 주변에 뿌리 내린 나무들을 고사시켰다. 큰빗이끼벌레에게 집과 먹을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보에 갇혀 거의 흐르지 않는 강물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큰빗이끼벌레는 호수 같이 흐르지 않는 물에 주로 서식한다.

2015072102_02

그저 많이 서식하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수근 처장은 큰빗이끼벌레가 생태계도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 온도가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큰빗이끼벌레는 집단적으로 폐사한다. 폐사하면서 암모니아를 내뿜고, 원래가 유기물 덩어리인 사체도 흐르지 않는 물 표면을 떠다니다가 가라 앉아 강 바닥을 오염시킨다.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지가 고사목이 많은 강 언저리라는 것도 골치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깊어진 수심 때문에 산란지를 잃은 치어들은 큰빗이끼벌레에 밀려 산란할 곳을 잃는다. 정수근 처장은 “실제로 어민들은 치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2015072102_03

#물억새, 그리고 맹꽁이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이후 집을 얻었다면,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는 집을 잃어서 걱정이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대구 대명유수지는 맹꽁이의 서식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불어난 물 수위가 물억새를 고사시킬 뿐 아니라, 땅 속에 숨어서 포식자들의 눈을 피하는 맹꽁이의 집도 삼켜버렸다.

맹꽁이는 뭍에서 노는 시간이 긴데 몸이 노출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습니까. 나머지 대부분은 몸을 땅속에 감춰야되는데…
–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몸 피할 곳을 잃어버린 맹꽁이, 고사 당하는 물억새, 낙동강에 나타난 큰빗이끼벌레.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린 낙동강, 그리고 교란되는 생태계. 4대강 사업 국민조사단과 뉴스타파가 마주한 4대강 사업의 맨얼굴이었다.

화, 2015/07/21- 21:45
441
0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자 작은 초소와 둥근 조형물이 보였다. 차량이 진입하자 초소에서 황급히 경비가 뛰어나와 막았다. 영주댐을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경비는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관계자가 나왔다.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취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영주댐이 올해 초 나급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5072201_01

관계자는 그렇게 취재진을 돌려보냈지만, 나급 국가보안시설은 의외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500미터 가량 올라가자 뻥 뚫린 채 공개된 영주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리하지 못한 자재도 쌓여 있었다.

영주댐 건설 현장은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 현장이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4대강 사업도 사실상 종료된다. 정부가 밝힌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영주댐 때문에 오히려 낙동강이 더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댐을 만들어서 하류 지역에 물을 공급해서 하천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은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하천생태계가 더 황폐화되는 것과 비교한다면은 오히려 하천에 댐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하천생태계, 수질 보존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창근 교수

2015072201_02

2015072201_03

영주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그 증거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댐 아래로 흐르는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작가 박용훈 씨가 4대강 사업 전에 찍어놓은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간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 대신 무성하게 자란 풀과 자갈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운 모래 유입이 줄고 기존 모래는 쓸려나가면서 곳곳에 모래섬도 만들어졌다. 영주댐 건설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결국, 낙동강은 이렇게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감천 합수부에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발견했다. 합수부는 4대강 사업 당시 6m 수심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설 공사를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충분히 걸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모래가 쌓여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쓸려 내려온 모래들이 이곳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역행침식이란 게 어쨌든 지천에는 막대한 피해를 안기지마는 그 원인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역행침식으로 인해서 하천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15072201_09

4대강 사업으로 상처가 더 깊어진 낙동강. 하지만 강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수, 2015/07/22- 22:46
455
0

현직 근로감독관이 노사분규가 있는 기업의 사측 노무담당 간부와 술자리를 갖고 노조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근로감독관은 술자리에서 산별노조를 기업별노조를 바꾸는 방법, 법적인 문제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방법 등을 사측에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근로감독관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기대 저버린 ‘잘못된 만남’

2015072301_01

지난 6월 17일 저녁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근무하는 박 모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의 인사총무부장 박 모 씨와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만났다. 당시 박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 노조의 진정을 받아 해당 사업장을 감독하는 중이었다.

독일계 조명 제조업체인 오스람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회사가 일방적인 희망퇴직 공고를 낸 이후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단체협약 협상은 13차례의 교섭을 갖고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노조 사무실 제공과 타임오프제 준수 등 기본적인 요구 사항만을 반영한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이마저 모두 거절한 상황이다.

조동윤 금속노조 경기지부 오스람코리아분회장은 근로감독관과 사측 노무담당자의 만남에 대해 “그동안 상식 밖의 버티기를 하는 회사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사측에 컨설팅…“노조는 기업노조로, 해고는 천천히”

2015072301_02

특히 이날의 술자리가 문제가 된 이유는 근로감독관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금속노조 산하의 분회로 있는 오스람 코리아 노조를 기업노조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같은 술집에 있던 금속노조 지역 간부가 우연히 듣게 됐고, 이후 외부에 알려졌다.

목격자의 진술과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 감독관은 노조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박 부장의 호소에 대해 “△제 2 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와해시키는 곳도 많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 △금속노조로 있다가 완전히 바뀌어서 기업노조가 된 ‘동서공업’처럼 천천히 가라”는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또 이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감독관이 언급한 동서공업은 2008년 직장폐쇄까지 가는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사업장이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사측은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해 노-노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결국 파업 이후 동서공업 노조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파업을 주도한 15명의 노조원이 정리해고 되는 등 노동계에서는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례로 거론되는 사건이다.

또 박 감독관은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박 부장이 노조 간부의 해고 문제를 거론하자 박 감독관은 “△절차를 잘 거쳐 (해고를) 해야 한다. △일단 징계위원회 구성과 심사위원 선정을 잘하고 천천히 하라. △징계자에게는 원래 해고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한 단계 낮춰가는 것이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노사의 신뢰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라’는 근로감독관의 집무규정을 현저히 벗어난 발언이다.

박 근로감독관 “말문 열어보려 만든 자리”

2015072301_03

취재진을 만난 박 감독관은 문제의 술자리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자신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회사가 직장폐쇄나 용역 동원 같은 강제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교섭을 통해 해결하라고 설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관은 문제의 대화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노조 탄압 컨설팅’을 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오스람 코리아 측이 노동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피워 사태가 커졌다는 점에 대해 훈계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진의가 왜곡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감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자체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취재진은 이날 술자리에 앞서 이훈원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과 오스람코리아 상무이사까지 참석한 별도의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이뤄진 이 식사 자리에 대해 이 지청장은 “업무가 풀리지 않아 그 사람들(오스람코리아 사측)의 속내를 들어보려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며 “상대가 외국계 계열사의 임원이라고 해서 지위를 생각해 해당 식당을 이용했다. 비용은 모두 안산지청에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노조탄압 징크스’ 겪는 반월-시화공단…사측-노동부 밀회 한번뿐이었을까

2015072301_04

1000여 개의 중소사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시화공단(현재 ‘안산-시흥스마트허브’)은 노조 탄압 사건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지역 노동활동가 사이에서는 “2, 3년마다 굵직한 노동 탄압 사건이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실제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직장 폐쇄와 용역에 의한 폭력 사태 등 극단적인 노사분규가 벌어져 왔다. 그때마다 산별노조 탈퇴와 노조 해산 등 사실상 노조가 무력화 되는 수순으로 사태가 마무리돼 왔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이 지역의 노조조직률은 전국 평균인 9.8%에 크게 미치지 못한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드러난 사측과 근로감독관의 은밀한 만남은 이 지역 노조 탄압의 역사가 정부 감독 기관의 묵인 하에 이뤄져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목, 2015/07/23- 21:05
604
0

6인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다

올해 여러 차례 노동 사안을 취재 하면서 몇 차례 근로감독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근로감독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근로감독관부터 만나게 됐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전선에서 지켜주는 파수꾼이 바로 근로감독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작 시급 2천원을 받고 새벽까지 일하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 근로감독관이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도 하고, 사업장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왠지 이 사람들, 많이 바쁠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이번에 만난 한 현직 근로감독관이 자신이 일하는 자리를 보여줬는데, 책상엔 빈틈없이 서류가 쌓여있고 컴퓨터의 전용 프로그램에는 백여 개의 담당 사건이 빽빽하게 목록화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이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검증하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여섯 명의 근로감독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는데요. 한 명씩 만나볼까요?

근로감독관의 배신… 김OO 근로감독관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 휴일 보장이나 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60세 안팎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미 지난 3월에 한 번 전해드렸죠? (관련 기사 :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김모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쉬어야 할 날에도 계속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생탁 노동자들은 억울한 마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김 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생탁 신용섭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업 시작 이틀 후인 작년 5월 1일, 이번에는 생탁 회사 사무실에서 사장 신모 씨, 사하경찰서 정보관 정모 씨까지 모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5072302_01

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내부 인물의 증언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취재해 이날 3인이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생탁 사장 : 노조하고 말이 안 통합니다. 파업 계속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근로감독관 : 독하게 마음 먹고 한달만 놔둬봐요. 저거 못 견디고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골수분자는 회사에서 잘라내야죠.

감독관이 대놓고 사측에 유리한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경찰 정보관(정보과 형사)과 함께 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 : 어차피 조직부장하고 총무부장은 파업 푸는데 동의 안 할 거예요.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인드입니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분회장이에요. 분회장이 나는 못하겠다, 하고 빠져나오면 노조에 동요가 일어날 거예요.

생탁 사장 : 감독관님 말씀대로 (노조)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해드리죠.

경찰 정보관 : 아침에 분회장하고 30분쯤 얘기했는데 뭐 그런 시각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은 뉴스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근로감독관의 ‘배신’입니다. 감독관이 사측과 밀담을 나눈 뒤, 실제 분회장 전모 씨가 “나는 못하겠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측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만들었죠.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하겠다”는 사장의 말 또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이 휴일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 등 ‘당근’을 제공한 것이지요. 결국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제2노조로 옮겨 왔습니다.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제자리를 지킨 노조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한 명은 스트레스성 심장사로 지난 6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8명 뿐입니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 씨는 결국 부산시청 앞 10여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갔습니다. 7월 24일로 고공농성 100일이 됩니다.

근로감독관 김모 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탁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징계를 받았던 김 감독관은 이제 부산고용노동청이 아닌 울산고용노동청에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이 들어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갔습니다.

▲ 근로감독관 김모 씨

▲ 근로감독관 김모 씨

김 감독관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당시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김 감독관은 여러 말을 했지만 핵심은 하나였죠. 사측의 마음을 얻고 속내를 떠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님은 그걸 쉽게 이해 못 하는게 맞을 거예요.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건 맞죠. 하지만 우리들은 일을 하면 상대방 말에 일부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김 감독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다시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결국 김 감독관은 명예를 회복했지만 생탁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은채로 15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측을 떠보기 위해 주고받은 말들은 현실로 이뤄졌고요. 그는 2009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남자’… 추OO 근로감독관

근로감독관 추모 씨는 김 감독관에 이어 작년 5월부터 생탁 파업 사태를 맡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추 감독관이 시간을 끌면서, 제2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권을 빼앗아 갈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합니다.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갔습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불쑥 찾아갔지만 추 감독관은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성의껏 그간 생탁 문제를 처리해온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추 감독관은 법이 허락하는 한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25명인데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선대 아들이 이름만 올려둔 경우고 있고 나이든 사람들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고… 경영에 책임 있는 사업주를 가리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은 사장만 25명인 특이한 회사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름만 올려두고 돈만 받아가는 사장들인데요. 창업은 선대에서 함께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소수가 경영을 책임지는 식으로 바뀐 것이죠. 어쨌든 추 감독관은 경영 책임이 있는 9명 사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생탁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4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하는지 묻자 추 감독관은 ‘양보’를 강조합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공정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간 제2노조 설립과 교섭권 박탈 등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밀려나기만 했던 노동자 측에게 어떤 양보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추 감독관은 일단 복귀를 해서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측이 징계나 정년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의 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노동자 측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이 ‘공정한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성을 가장한 방치는 사실상 버틸 여력이 강한 쪽을 편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요. 추 감독관도 고용노동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이었습니다.

소망교회 걱정에 잠 못드는… 이OO 근로감독관

자, 이제 장소를 서울로 옮겨볼까요? 이번에는 다른 노동 현장을 보겠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묶여 유명해진 소망교회. 힘쎈 대형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작년 12월,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이상철(가명) 씨는 이 사건을 맡았던 근로감독관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립니다.

처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 공모 씨는 임금체불 건에 대해 계속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제 만나볼 근로감독관 이모 씨에게 사건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 감독관도 마찬가지로 7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규정상 25일 안에 처리하게 돼 있는 일반 민원 사건에 대해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겁니다. 이상철 씨는 검찰이 결론을 낼 때까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감독관 이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봤습니다. 긴 시간 기다려 만난 이 감독관. 하지만 만나자마자 문전박대입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근로감독관 : 그건 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해서 그렇죠. 주장이 첨예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니 조사가 당연히 길어지죠.

기자 : 그렇다해도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게 확실하다고 확정짓지 못한 논점들이 있었나요?

근로 감독관 : 제가 검사하고 충분히 얘기했는데 지휘와 보고를 받다보니 저하고 좀 생각이 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자기가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계속 되묻자 결국 ‘소망교회’ 얘기가 나옵니다. 이상철 씨와 담당 노무사 모두 근로감독관이 소망교회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소망교회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법 위반은 했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고의적이 아니고 무지해서 생긴 걸 소망교회가 나쁘다고 언론에서 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뜻이기 때문에 검사도 그걸 공소할 때 조심스러운 거예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위법행위는 저질렀지만 소망교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치면 안된다는 데 공감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끈끈한 공조일까요. 이 감독관은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만둬서 행복해요… 한용걸 前 근로감독관 (가명)

근로감독관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선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도 가진 근로감독관. 잘만 하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독관들이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근로감독관들은 대체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직 근로감독관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지금은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전직 근로감독관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업무량이 거의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신고업무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또 감독 업무 차원에서 감독 계획들이 내려오거든요. 그런 거는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서 나가요. 그러면은 제대로 된 감독도 안 이뤄져요. 임금체불 지도하는 것보다는 사업장 전체에 노동법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돼 가지고…

그는 근로감독관으로 일할 때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집안에 큰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지만, 그만 둔 지금이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2011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체 수는 1,711개, 노동자 수는 15,272명에 이릅니다. 격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피하는 자리여서 근로감독관 충원율은 정원의 84~87% 선에 불과합니다. (2014년 기준 정원 1,689명, 현원 1,485명, 충원율 87.9%)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생탁이나 소망교회 사건에서 본 것처럼 근로감독관들이 회사 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자부심 잃고 떠나다… 안영식 前 근로감독관 (가명)

이해의 실마리는 안영식 전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영식 씨는 근로감독관을 선발하는 과정과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노동인권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노동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행정법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배치가 되니까 노동 문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는 인강 들으면서 다녔어요. 노동인권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이 화내는 민원인들을 만나다보니까 반감이 생기죠. 가장 반노동적인 인사들일 걸요? 노동부 직원들이…

갈수록 사측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늘 바쁘니까 어쩌다가 정기감독 나가면 기껏해야 한 사업장 한 번 가는 거예요. 그럼 먼저 사측 사람들 안내 받고 얘기 듣고 오지 몇 번씩 찾아가서 노조 얘기 듣고 다른 얘기도 듣고 할 시간이 없죠. 그런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점 사측 논리에 세뇌돼요. 그러다보면 근로자는 나쁜 놈이라고 머릿 속에 넣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안영식 감독관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어서 자원해서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노동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근로감독관 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근로감독관이 됐을 때 자부심도 컸고,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그는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도망가요”… 정태화 근로감독관  (가명)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이번 근로감독관 보도를 준비하면서 근로감독관이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많이 적발해도 실제 처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적발된 후 사업주가 대부분 위반 사항을 시정했기 때문에 처벌 횟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멀리 지방에 내려가 만난 현직 근로감독관 정태화 씨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잘 안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어려워지잖아요. 일은 많은데… 처벌을 하려고 하면 증거주의이고 자백이 필요한데 증거나 자백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주 반발도 심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나 의향이 있는 감독관이 지금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는 앞서 만난 안영식 전 감독관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5만원짜리 과태료 처벌 하나 하려고 해도 피의자 조서, 진술 조서, 송치서, 지청장 사인 등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많기 때문에 “송치 하나 줄이는 것이 해피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늦은 밤 술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정태화 감독관의 얘기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많은 기대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에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배치 받아 오는 곳이 근로감독관이라는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파수꾼인 근로감독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행정직 들어와서 이런 업무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하고, 힘들다 보니까 다른 부처로 많이 도망갔어요. 도망 안 가거나 견뎌보자, 이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인식인데… 기자님은 저희가 소명의식 가지고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십니다만, 부끄럽게도 그런 소명의식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 *뉴스 영상에서 근로감독관들의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목, 2015/07/23- 21:00
809
0
2015년 7월6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내부자료가 유출돼 인터넷에 공개된 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도 이 업체로부터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도 많고 확인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정보도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사항에 대해 문답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앞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주시면 취재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Q.국정원이 구입, 운용한 해킹팀의 RCS에서 ‘타깃 20개’란 어떤 의미인가? 국정원장은 20명 분의 해킹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도입해서 운용한 RCS 프로그램의 타깃(target)은 20개다. 이는 동시에 최대한 20개까지 감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해당항목으로 이동).

국정원장의 해명은 해킹을 20명만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동시에 감시가 가능한 것이 20명이다. 실제 연 감시 대상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해킹팀이 나나테크에 보낸 제안서에서 설명하는 타깃에 대한 개념도 그렇다.

qna

예를 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는 타깃 20개 가운데 더 이상 감시할 필요가 없는 타깃 5개를 삭제하면 새로운 타깃 5개에 추가로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다시 20개까지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정원이 해킹한 타깃은 모두 25개가 되지만 동시 모니터링 하고 있는 타깃은 20개가 된다.


Q. 동시 감시 대상이 20개라는 것은 예를 들어 국정원이 감시가 필요한 대상 100개를 미리 감염시켜 놓은 뒤에 필요에 따라 감시 대상 20개 안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국정원 관리자와 해킹팀이 2014년 7월7일 주고받은 메일을 보자. 에이전트는 휴대폰이나 PC 등의 목표물에 설치해 해당 기기에서 정보를 빼내오는 해킹용 스파이웨어를 말한다.


국정원:
우리의 라이선스는 동시에 최대한 20개의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만약 에이전트 하나를 멈추게 하면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에이전트 수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즉, 에이전트를 하나 더 쓸 수 있게 되는 건가?)
해킹팀:
에이전트를 일시적으로 작동 중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원히 멈출 수만 있다.
백도어를 닫아야 새로운 에이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질의 응답은 다음날인 7월8일 이메일로 이어진다.

국정원:
메뉴얼 38페이지 ‘RCS 9.3 Technician.pdf’에 있는 “일시적인 에이전트 작동 중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해킹팀: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메뉴얼에 “에이전트 활동은 모든 모듈을 중지시키고 동기화 상태로만 놓아두면 에이전트를 삭제하지 않고도 일시적으로 멈추어둘 수 있다.”라고 돼 있는 부분은 만약 백도어의 모든 모듈을 중지시키면 에이전트 활동을 일시적으로 멈춰둘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렇더라도 에이전트는 사용 중인 것이고, 동기화 중인 것이고, 시스템은 백도어를 통해 항상 통신을 주고 받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라이선스 상에 새로운 타깃을 감염시킬수 있는 에이전트 여분이 없으면 백도어 하나를 닫던지(그리고 그 에이전트는 더이상 다시 열 수 없다.) 아니면 우리 판매부서에 연락해야한다.


(※RCS에는 여러 모듈(기능의 작동단위)이 있는데 기능에 따라 CALL 모듈, CHAT 모듈, PHOTO 모듈 등이 있다. CALL 모듈을 작동시키면 CALL을 감시할 수 있고 CHAT 모듈을 작동시키면 CHAT을 가로챌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예를 들어 타깃 100개를 한꺼번에 해킹해 놓고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그 때 그 때 20개 안에 넣었다 뺐다 바꿔가면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Q.그렇다면 이미 20개를 가득 채워서 동시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1개의 타깃에 추가로 스파이웨어가 설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다른 나라의 고객이 해킹딤에 질문했다. 30개 타깃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고 현재 30개를 동시에 감시하고 있는데 만약 3개월 전에 감염파일을 담아 보낸 이메일을 감시 대상이 이제서야 열어서 감염될 경우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31번째 타깃은 대기열(queue)에 위치하게 된다고 해킹팀은 답한다. 살아만 있을 뿐 자료를 빼오는데는 써먹을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선스 1개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감시중인 타깃 하나를 제거해야 31번째 타깃의 에이전트가 활성된다는게 해킹팀의 설명이다.(▷관련 메일)

국정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2013년 7월29일에 오간 이메일들(TICKET ID:!SMZ-100-78952)을 보면 “최근 타깃 3개가 감염된 것을 알게 돼서 기존 타깃 3개를 삭제했다. 그런데도 (감염된 타깃이) 대기열에서 시스템으로 들어오지 않고 대시보드에 추가할 수도 없다”면서 “3개의 공간이 있는데도 감염된 에이전트 2개가 20시간째 대기열에 머물러 있다”고 질문한다.

당시 국정원이 문제를 설명하면서 보낸 RCS 콘솔의 스크린샷이다.

▲ 빨간색 사각형이 국정원 직원이 직접 표시한 부분이다. 20개 타깃 가운데 3개의 여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 빨간색 사각형이 국정원 직원이 직접 표시한 부분이다. 20개 타깃 가운데 3개의 여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스크린샷 제일 상단에 있는 RCS:DB 항목에서 상태가 ‘2connections’ 라고 돼 있는 부분이 대기열에 있는 타깃 2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가 17/20로 3개의 여유분이 있으니 바로 시스템과 동기화돼서 감시 가능 상태에 들어와야 하는데 여전히 대기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결국 국정원이 해킹팀의 조언대로 콜렉터를 다시 부팅하면서 해결이 된다.(▷관련 이메일)


Q.그렇다면 국정원이 천 명, 만 명의 타깃을 감염시켜 대기열에 위치시켜 놓은 뒤에, 20개씩 차례대로 동시 감시 대상으로 올리면 이론적으로는 감염시켜놓은 모든 타깃을 숫자 제한없이 감시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해킹팀 RCS 운영 상황으로 볼 때 현실적으는 어렵다. 먼저 앞에서 국정원이 언급했던 대시보드가 무엇인지 보자.

▲ 2012년, 다른 나라의 고객이 해킹팀에 보낸 대시보드 스크린샷. 감염된 PC와 휴대폰별로 작동시킬 수 있는 항목이 한 눈에 보인다.

▲ 2012년, 다른 나라의 고객이 해킹팀에 보낸 대시보드 스크린샷. 감염된 PC와 휴대폰별로 작동시킬 수 있는 항목이 한 눈에 보인다.

타깃을 대시보드에 추가한다는 것은 기능별로 타깃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사진 왼쪽에 감염된 기기들이 나오고 각각 제공되는 기능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휴대폰의 경우 일정,통화,채팅,메모리,이메일,마이크,위치 등에 대한 기능이 제공됨을 알 수 있다.

대시보드에 감염대상을 추가하고 나면 각종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음은 작업 명령을 내리는 화면이다.

qna03

감시 중인 스마트폰의 스크린샷을 찍어 전송받을 수도 있고 마이크를 작동시켜 녹음을 할 수 도 있다.

RCS는 이렇게 필요한 타깃의 기기 특성과 운영체제, 사용프로그램에 맞춰 취약점을 공격하고 일단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뒤에는 타깃의 활동 하나 하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목표물의 음성 통화나 채팅, 사진 등을 감시하다가 필요한 때 자료를 빼오는 시스템이다.

또 목표물을 해킹하기 위해서는 취약점 공격에 필요한 URL이나 감염파일이 필요한데, 국정원이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해킹팀에 요청해서 받아야 한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 5월부터 2년 동안 국정원이 해킹팀으로 받은 URL이나 감염파일은 모두 320여 개였다. 이것이 모두 성공했다 하더라도 목표물은 2년 동안 320여 개가 되지만 이 가운데는 한 번 실패했다 다시 요청받은 것도 있어 실제 목표물은 320개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은 주로 해킹을 위해 문자나 이메일로 스파이웨어가 심어져 있는 URL을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 URL은 한 개의 목표물만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목표물에 문자나 이메일을 발송해 다수를 한꺼번에 감염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동시 감시대상이 20개라 하더라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RCS의 운영특성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것은 해킹팀 RCS에 한정된 얘기고, 국정원이 다른 해킹 프로그램들을 운용해 더 많은 목표물을 감시하고 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된 바가 없다.

금, 2015/07/24- 14:53
754
0

지난 2달 간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신종 감염병 ‘메르스’. 그동안 메르스에 감염됐던 환자는 186명이고 이 가운데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12명이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2달 동안 메르스로 인해 발생한 경제 피해액은 정부 추산 10조원 대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의료강국이라며 의료산업 수출 정책까지 추진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발병 2위 국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사스와 신종플루 등 감염병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왜 이렇게 크게 피해를 입었던 것일까. 지난 2주간 5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국회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보건당국의 핵심적인 잘못 3가지를 되짚어 봤다.

1. 접촉자 선정 기준 ’2미터 1시간’…’잘못’ 알고도 반복

지난 5월 20일.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확인한 보건당국이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첫 번째 환자로부터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격리시켜야 할 대상의 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가 사흘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체류했던 환자와 의료진만 격리시켰다. 2014년 메르스 대응지침에 나온 ‘환자와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가량’ 접촉한 사람을 격리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번 환자가 입원 당시 병원 안 곳곳을 돌아다니던 상태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 결과 1번 환자 옆 병실에 있던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 5월 28일 6번째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당시 평택성모병원에 파견됐던 역학조사관은 지난 22일 국회 메르스 대책 특위에 출석해 초기의 격리자 선정 기준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1번 환자와 옆 병실에 있던 6번 환자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던 5월 28일, 우리의 방역망 설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했습니다.
– 이원철 / 평택성모병원 파견 역학조사관

문제는 보건당국이 잘못을 알고도 반복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5월 27일부터 사흘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인 14번 환자를 29일 밤 발견하고는 ‘2미터 1시간’ 지침을 또 적용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정부가 2미터 1시간 지침을 줬지만 동시간대 응급실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 전부를 접촉자로 선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입원 당시 14번 환자 역시 응급실 바깥도 돌아다니던 상태였다. 김용익 국회 메르스대책 특위 야당 간사는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핵심 환자인 1번, 14번 환자가 병원 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 벌어진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2. “삼성이 잘할 줄 알았다”…성역이 된 삼성 방역

2015072402_02

국회 메르스대책특위에 출석한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건당국이 삼성에 방역을 일임했다’는 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91명이 발생했지만, 정부도 삼성서울병원도 크게 잘못 대응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위에 제출된 한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의 업무일지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이 역학조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것을 보건당국이 방치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5월 29일 밤 10시 35분, 역학조사 나왔다고 했으나, 응급실 입구 보안요원이 누군가와 통화한 후 못 들어가게 함. 담당자는 연락두절”

“5월 30일 새벽 4시, 14번 환자 접촉자 리스트 요구함. 본인들이 리스트 작성하는 게 빠르다며 새벽까지 주기로 함.”

“5월 30일 오후, 14번 환자 접촉자 전체 리스트 다시 요구. 재차 명단 요청하고 배근량 과장에게 비협조적인 상황 보고”

이처럼 현장에 파견된 역학조사관들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던 삼성서울병원은 돌연 5월 30일 밤, 자료를 역학조사관이 아닌 보건복지부 사무관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한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접촉자 관리를 자신들에게 부탁해서 대신 하고 있으니 그만 재촉하라고 큰 소리친다. 현장 역학조사관들과 별도로,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 윗선 간의 소통이 있었다는 뜻이다.

“5월 30일 밤. 복지부 A사무관에게 지금 삼성병원 #14 환자 접촉자 리스트 보낸다. 그렇게 리스트 전달이 되도록 보건복지부 권준욱 국장님과 SMC(삼성서울병원) 병원장님과 이야기가 되었다. 리스트가 필요하면 복지부에서 받아라”

“질병관리본부장이 접촉자 관리를 삼성서울병원에 부탁해서 우리가 국가 대신 해주고 있으니 접촉자 리스트 그만 재촉하라”

5월 30일, 결국 14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로도 삼성서울병원은 현장 역학조사관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14번 환자와 관련된 800여 명의 접촉자 명단은 6월 3일에야 확보됐다.

2015072402_03

이밖에도 국회 메르스 특위에서는 14번 환자의 동선 파악을 위한 CCTV 분석이 6월 8일에야 이뤄졌으며, 이마저도 보건당국이 아닌 삼성서울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방역 통제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결과 전체 186명 메르스 환자 가운데 91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51명은 격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던 환자들이었다.

3. “늦추고, 감추고…사태 키운 ‘비밀주의’

2015072402_04

이번 메르스 사태를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비밀주의’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 발생 18일 만인 6월 7일에야 병원명단을 전면 공개하면서 의료기관 간에는 이미 6월 1일부터 병원명단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밝혀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국회 메르스대책특위에 출석한 대청병원, 평택굿모닝병원, 동탄성심병원 원장들은 일제히 “6월 7일 병원명단 공개 이전에는 병원 명단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러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말을 바꿨다. “6월 1일부터 준비해 6월 4일 각 병원 감염내과 쪽에 병원명단을 공유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5월 27일~28일 삼성서울병원을 거쳐간 76번 환자가 6월 5일 아무런 조치 없이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의료기관들 사이에 명단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보건당국은 메르스 관련 병원에 있었던 환자들에게 메르스 관련 언급을 하지 말라며 병원들에 대한 입단속도 했음이 재차 확인됐다. 지난 10일 국회 메르스대책 특위에 나온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들을 퇴원시킬 때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발생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말해 환자들에게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의 핵심 원인은 보건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잘못을 알고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반복하고,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관리를 스스로 하도록 방치한 점, 그리고 병원 명단을 비공개해 병원도 환자도 최소한의 방역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이같은 잘못의 핵심 축인 정부와 삼성은 이번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 2015/07/24- 20:48
781
0

지난달 성균관대에서 불거진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은 가해 교수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보도되면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학 측은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를 옹호하고 사건을 축소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 과정에서 대학 측 조사 담당자들이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으며, 피해 여교수는 학사 행정에서 배제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23일 두 명의 대학원생이 성균관대 교내 성평등상담실에 익명의 투서를 하면서 불거졌다. 투서는 지난해 4월 이 대학원 엠티에서 A교수가 두 명의 여교수를 대상으로 ‘여교수들과 함께 잘 테니 방을 따로 준비하라’는 성희롱 발언을 하고 여교수인 B교수의 몸을 만졌다는 내용이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술자리에서 A교수님은 B교수님의 몸을 만지셨고, 이어지는 언행에 학우들은 매우 당황스럽고 불쾌했습니다. 여 교수님 두 분에게 각각 ‘우리 둘이 오늘 밤에 같이 잘 테니까 우리 방은 따로 준비하라’고 하셨고 B교수님의 어깨와 팔뚝을 만지셨습니다.
– 투서 내용

투서에는 같은해 11월 엠티에서도 ‘소맥 자격증’이 있다고 농담하는 여학생에게 A교수가 “그 자격증은 술집 여자들이나 따는 것이다”,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맛있다”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6월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지난 6월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사건 초기부터 축소 의혹

투서가 접수된 직후 대학 인사팀 관계자는 피해 여교수로 언급된 두 명의 여교수 중 C교수를 불러 따로 만났다. 이 관계자는 C교수에게 이 사건에서 빠져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실제로 C교수는 대학 측과 이 사건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아래는 C교수가 B교수에게 전한 말이다.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선생님들이 (이번 사건에) 들어가 있으면 안 되니까 선생님들은 일단 빠져라.
-C교수

학생들의 투서가 접수됐을 때 가해자인 A교수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투서 다음날 A교수는 또 다른 피해 여교수인 B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팀에서 (출장에서) 편하게 있다 오라고 했다. 나중에 경위서 하나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 측은 C교수에게 B교수를 잘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고 C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B교수는 동료 교수들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전해 들었다.

“조용히 하고 있으면 그냥 지나간다.”
“이것은 B교수가 기획한 일이다.”

상습적 성추행 있었다

B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인 A교수는 지난해 4월 유명 방송사 계열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고, 회식이 끝나고 나서는 B교수와 방송사 관계자를 억지로 껴안게 하기도 했다.

A교수님이 저를 밀어서 OOO원장님(방송사 관계자)을 안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OOO원장이 저를 깍지를 껴서 꽉 안은 거예요. 제가 정말 진짜 그 때 완전 죽고 싶었어요. 빠져 나오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 남자 둘이서 미니까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 피해 여교수 인터뷰

▲피해 여교수는 지난해 4월 방송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도 A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삽화 이정익

▲피해 여교수는 지난해 4월 방송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도 A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삽화 이정익

2011년 4월에는 더 심각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A교수와 B교수, 연구원 3명이 참석한 엠티에서 A교수는 자고 있는 B교수의 침대에 두 차례 올라와 A교수를 껴안았다. 피해 여교수인 B교수는 그동안 이런 성추행 사실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대학원의 명성에 누가 될까 염려됐고, A교수가 직장 상사였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A교수와 피해자인 B교수의 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A교수는 위 두 사건에 대해 “실수다”, “죽을 죄를 졌다”고 사과했다.

피해 여교수 : 오셔 가지고 둘이 끌어 안어!
A교수 : 내 실수죠 실수. 아휴
피해 여교수 : 둘이 안어, 막 이러니까 뭐가 되냐고 내가 정말 혈압이 올라가지고…
피해 여교수 : 아니 그래도, 여자 교수 혼자 자고 있는 방을 들어 와 가지고 선생님, 누가 뒤에서 끌어 안고…
A교수 : 그러니까 그거는 그거는 내가 죽을 죄를 졌고, 그건 5년 전 얘기니까…
– 피해 여교수와 A교수의 통화 내용

가해자를 두둔한 대학

이번 사건의 대학 측 조사위원회는 학생처장, 교무처장, 교원인사팀 팀장, 가해 교수가 소속돼 있는 대학 학장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위원들은 지난 3월 조사위원회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좋은 쪽으로 나가자”, “A교수가 지각이 아주 없는 분은 아니지 않느냐”, “경종을 울릴 만큼 경종을 울렸다”, “A교수가 사형선고 수준 정도로 본인이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등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징계위원회는 A교수에 대해 지난달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최종 징계는 이사회에서 의결하는데 학교측은 이사회가 열린 것인지, 언제 열릴 예정인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번 징계는 과거 성균관대가 성범죄에 연루된 교수에게 내린 처분과 비교된다.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으로 교수 2명을 잇따라 해임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많고, 성추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으며, 성추행의 정도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서로 별개의 사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 사건으로 교수 2명을 해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 (박주선 의원실 제공)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 사건으로 교수 2명을 해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 (박주선 의원실 제공)

배제되고 소외되는 피해자

피해자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 여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해당 대학원을 설립할 때도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크게 기여했다. 대학원 설립 후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이 불거진 후 B교수는 모든 학사 행정에서 배제됐다. B교수는 당장 내년도 재임용 여부와 강의 배정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 마저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 B교수는 “학생과 여강사, 여교수들을 위해 제보한 것인데 학생들이 매스컴에 인터뷰를 왜 하느냐고 항의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인사팀은 처음 투서를 한 학생들의 신원을 알아내 조사위 참석을 요구했다. 이런 ‘제보자 색출’ 작업은 주변 학생과 동료들의 추가 진술 확보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인 B교수는 A교수를 형사고소하고 학교와 A교수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A교수와 학교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성추행 사건을 수사한 혜화경찰서는 지난 22일 A교수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화, 2015/07/28- 21:55
643
0

국정원 해킹사건으로 국가기관의 내국인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수사한다며 법원의 영장 없이 중국에 거주하는 내국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장착해 감시활동을 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경찰 지시로 공작원이 장기간 내국인 위치 추적

대공수사 협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이상철(가명) 씨는 지난 27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지난 2013년 10월부터 두 달 간 인천해양경찰청 보안수사대 김모 경위의 의뢰를 받아 중국에 체류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의 차량에 중국인을 시켜 몰래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동선을 파악해 왔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자라도 위치추적기를 사용해 감시하려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해외에서 진행하는 수사라면 해당 국가의 사법당국에 협조를 얻어 수사해야 한다. 경찰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임의로 위치추적을 협조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GPS위치추적기는 통신사에 등록해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이 공작원에게 제공한 위치추적기는 이런 등록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발각되더라도 장치 구매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

2015073001_01

이 씨는 “김 경위가 위치추적기 운용 주체를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했다”며 “김 경위가 ‘만약 위치추적기가 걸릴 때를 대비해 도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고, 도주가 안 될 경우에는 끝까지 부인하고, 절대 운영 주체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위치추적기를 현지 중국인들을 시켜 감시 대상자의 차량 뒷범퍼 안 쪽에 부착했다. 보름에 한 번씩 장치를 떼내 대상자의 동선기록을 확보했다. 누적된 기록은 한국에 있는 김 모 경위에게 보냈다.

그렇게 두 달 간 감시를 벌였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 씨는 “감시 대상자가 북한에 넘어가는 것을 포착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두 달 동안 그런 정황은 확보하지 못 했다”며 “아무리 간첩을 잡기 위한 목적이라도 법을 어겨가면서 수사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신은 수사협조에서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2015073001_02

현재 김 경위는 해경이 해체된 이후 인천 중부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취재진은 왜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벌였는지 해명을 듣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김 경위는 만남을 피했다.

대신 기자와의 메신저 대화를 통해 “감시 대상자의 사무실이 허허벌판에 있어 추적이 어려워 위치추적기를 사용하게 됐다”며, “대상자의 동선 파악을 통해 채증을 하려고 했을 뿐 불법적으로 수집한 위치정보를 절대 증거로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한 점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김 경위는 또 “당시 수사에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수사라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위치 추적을 하면 되는 것이고, 중국이라면 중국의 사법당국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으면 될 일”이라며 “이는 명백히 위치정보 보호법상 처벌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국가기관도 위치추적기 구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공작원에게 제공한 위치추적기를 판매한 업체 홈페이지에는 주요 거래처로 경찰청이 소개돼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홍보용으로 경찰청을 소개했을 뿐 실제로 납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보안과 관계자도 “경찰에서 위치추적기와 같은 장치를 구매한 적도 없고 수사에 사용한 적도 없다”며 “휴대폰이나 CCTV 등이 아닌 위치추적기 등을 이용한 수사는 첩보영화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5073001_03

하지만 위치추적기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홈페이지에는 주요 거래처에 주로 경찰이 적혀있고, 청와대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치추적기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만 관공서에 100대 이상의 위치추적기를 팔았다”며 “실제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위치추적기를 구매해 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국가기관도 위치추적기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더 높은 국가기관이 정보기관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을 피했다.

또 다른 위치추적기 업체 관계자는 “원래 위치추적기는 기업의 차량이나 영업관리용으로 나온 것인데, 간혹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관공서 등 많이 납품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가는 목적을 분명히 밝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쓰는 지 알 길도 없고 막을 길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수사기관이 GPS위치추적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난 만큼, 또 다른 사례는 없는지, 국가기관이 위치추적기를 구매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최근 국정원 해킹사건처럼 국가기관이 안보를 앞세우면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무리 필요에 의한 수사라도 현행법을 어겨가면서 하는 것은 법치를 내세우는 국가기관의 형용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목, 2015/07/30- 20:52
759
0

국정원이 민간인 해킹 의혹을 풀 핵심 열쇠인 로그파일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보안 전문가들은 국정원 RCS 로그파일이 이미 위변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완전한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로그파일만이 아니라 국정원 RCS의 운영체제, 즉 하드디스크까지 객관적으로 분석해 원본 파일에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를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그파일 공개’는 ‘민간인 해킹 검증’의 핵심

국정원 해킹 의혹의 본질이 국내 민간인에 대한 해킹 여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판가름할 핵심 정보는 국정원 RCS 서버에 담긴 로그기록 속에 들어 있다.

이미 해킹팀 유출 자료 가운데 지난 5월과 6월 중 국정원이 요청한 악성코드의 활동이 담긴 로그기록이 26건이 확인된 바 있는데, 악성코드의 활동 일시, 접속 아이피, 단말기 모델 및 기종, 설정 언어, 미끼 URL, 감염 성공 여부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이 가운데 2건은 내국인 해킹이 의심되는 기록이다.

※ 관련 데이터 : 해킹팀 서버 국정원 로그기록

사태 초기 야당은 국정원에 이 로그파일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국민 해킹이라는 휘발성 높은 의혹이 일었던 만큼 여당 역시 최대한 국정원이 자료를 공개하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 7월 18일 국정원 직원 임 과장 자살 현장

▲ 7월 18일 국정원 직원 임 과장 자살 현장

그러나 7월 18일 RCS 운영팀의 일원이었던 국정원 임 모 과장이 유서에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히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야당이 자살 배경과 경위에 대한 석연치 않은 정황들을 이유로 공세를 강화하자 여당은 입장을 바꾼다. 로그파일 공개는 국가 기밀을 유출하라는 것이고 국가 안보를 무장해제하라는 것이어서, 북한만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논리로 맞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 7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한 이병호 국정원장

▲ 7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한 이병호 국정원장

7월 27일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를 10일 만에 모두 복원했다며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한다. 모두 51건의 해킹 시도 기록 가운데 대북·대테러 용의자를 대상으로 10건은 성공, 10건은 실패한 자료였으며, 나머지 31건은 내부 실험용 기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자신의 직을 걸고 국내 사찰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이 이른바 ‘셀프 검증’으로 ‘셀프 면죄부’를 발부하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자료 제출 없이는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보안 전문가들의 견해는? “로그파일 이미 위변조됐을 수도”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이 같은 여야 간 대치 정국을 국내외 보안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냉정한 기술적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우선 이들은 임 과장의 자료 삭제 문제는 큰 틀에서 볼 때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내국인 사찰 여부를 가를 핵심은 어차피 로그파일인데, 해킹팀 자료 유출 이후 이미 20일 이상 흐른 시점에서 임 과장이 아닌 다른 국정원 직원이 로그파일에 손을 댔어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뉴스타파와 빌 마크잭의 화상 인터뷰 장면

▲ 뉴스타파와 빌 마크잭의 화상 인터뷰 장면

이탈리아 해킹팀의 RCS가 전세계 21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지난해 폭로했던 토론토대학 시티즌랩 연구원 빌 마크잭은 뉴스타파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로그파일은 기본적으로 텍스트 파일 형태이므로 누구라도 쉽게 편집과 삭제와 추가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며 “이런 조작이 있었는지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조차 알 수 없게 수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디지털 포렌식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면서 “해킹팀의 자료 유출 직후 국정원 RCS 서버에 담긴 로그파일을 곧바로 확보하지 않은 이상, 지금 와선 그 파일에 이미 어떤 조작이 가해졌는지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와의 인터뷰 장면

▲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와의 인터뷰 장면

이런 상태에서는 야당이 요구하는 로그파일이 공개된다 해도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되레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는 “디지털 자료는 위변조가 너무나 용이하다. 따라서 어떤 디지털 데이터의 ‘원본’이라는 것은 특정 시점에서 데이터의 특정 상태에 관해 이해 당사자 간의 상호 인정이 있을 때, 혹은 객관적 인증 절차(전자지문 등)가 있었을 때 성립하는 개념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절차 없이 제시되는 디지털 자료는 이해 관계에 따라 ‘원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금 당장 로그파일이 공개됐을 때 문제되는 내용이 없으면 여당은 ‘원본’으로 야당은 ‘조작본’으로 규정할 것이며, 문제되는 내용이 나오면 그 반대 주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의미다.

“로그파일 조작 여부 판단 위해 운영체제 전부 들여다 봐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로그파일만이 아니라 파일이 담겨 있던 국정원 RCS 서버의 운영체제를 모두 분석해 위변조 여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운영체제 검증 개념도 CG

▲ 운영체제 검증 개념도 CG

원리는 이렇다. 만약 누군가가 로그파일 일부를 변조했다면 파일을 열고, 내용을 수정하고, 저장하고, 파일을 닫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각각의 단계마다 디지털 기호 형태의 흔적이 운영체제 어딘가에 남겨진다는 것이다. 혹은 파일을 열지 않은 채로 삭제하려면 이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이 실행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운영체제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 이런 산재한 정보들을 모두 긁어모아 분석하면, 로그파일이 위변조되기 이전의 원 정보를 복원시킬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파일이 만약에 어떻게 수정이 되거나 사용자가 어떤 행위를 했다, 그러면 그 시스템, 우리가 윈도우즈 컴퓨터라고 하면 컴퓨터 자체, 서버면 서버 자체, 그 디스크 자체가 전체적으로 있으면 그 안에 있는 로그파일에 어떤 임의적인 조작을 가했다 안 했다(를 알 수 습니다.) 사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밝혀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파일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신빙성 있게, 신뢰성 있게 판단할 수 있죠.
–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

포렌식 분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해킹팀의 소프트웨어가 실행됐던 국정원 컴퓨터의 원본 하드 드라이브를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국정원이 로그파일만을 제공한다면 그것의 조작 여부를 확인할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하고요.
– 빌 마크잭 토론토대학 시티즌랩 연구원

국정원, 국민 신뢰 회복할 마지막 기회 잡을 수 있을까

지난 29일 여야는 민간 추천 전문가와 국정원 기술진의 간담회 개최에 조건부 합의했다. 이때 야당은 국정원이 RCS 데이터가 담긴 하드디스크 원본 등 6개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디지털 보안과 포렌식 전문가들이 제시한 검증 방식의 틀에 부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정원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필수인 디지털 증거를 제시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정원장 직을 걸겠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검증 방법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이미 대선 개입과 간첩 증거 조작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정원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목, 2015/07/30- 20:49
664
0

-김련희 씨 송환 촉구 종교인 기자회견

탈북자가 아닌 탈북자, 간첩이 아닌 간첩 김련희 씨에 대한 종교인들의 ‘송환촉구 기자회견’이 8월 3일(월) 열렸습니다. 뉴스타파가 김련희 씨의 사연을 보도한 뒤 (나를 북으로 보내주오 / 2015년 7월 4일)국정원과 경찰,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그녀의 송환 촉구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부도 입을 닫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한국 사회 종교인들이 김련희 씨의 송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김련희 씨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절절한 호소를 보냈습니다.

늙으신 부모님은 죽기 전에 딸 얼굴 단 한 번이라도 보겠다고 아프신 몸으로 지금 악착같이 견뎌 나가고 있고요. 저의 사랑하는 딸은 4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면서 눈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 땅의 자식을 둔 모든 부모님들께, 모든 어머님들께 간절히 간절히 호소합니다. 제발 생존해계시는 부모님 볼 수 있게, 제 사랑하는 딸을 안을 수 있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제발 도와주세요.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의 아픈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 기자는 ‘만약 돌아간다면 북한은 김 씨를 어떻게 대할 거라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김 씨는 ‘살아서 못 간다면 시체라도 갈 것’이고, ‘북이 처벌하더라도 부모 곁에 묻히면 그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서 못 간다면 죽어서라도 시체라도 갈 겁니다. 끝내 안 보내주면 판문점에서 분신이라도 해서 시체라도 보내 달라고 할 겁니다…(중략)…시체가 무슨 사상이 있어요. 그렇게라도 갈 겁니다. 그리고 북에 가자마자 처음 들어가서 너는 조국을 배신한 배신자다 역적이다 벌을 받아야 한다 해서 그날로 죽는다 해도 내 땅에 묻힐 거잖아요. 내 부모 자식 곁에 묻힐 거잖아요. 그거면 돼요.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평화통일위원회 목사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은 김련희 씨의 조속한 송환을 염원했습니다. 법회스님은 “김련희 씨의 송환을 계기로 남과 북이 교류가 되고, 소통하고 교류하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대궐 목사(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고문)도 ‘청와대나 국정원이 김련희 씨를 평안하게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외신들의 관심이 컸던 김련희 기자회견

오늘 기자회견에서 특이했던 점은 국내 언론보다 외신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국내 언론은 뉴스타파와 CBS뉴스,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이 전부였는데, 외신은 BBC,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교토통신 등 유수 언론사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탈북자가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는 이 쉽게 보지 못할 장면을 왜 한국의 유수 언론들은 취재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외신들은 중요한 뉴스라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뉴스타파는 현장에 있던 BBC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념적으로 한 쪽 방향에 치우친 사람들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북한 정권의 나쁜 점을 전혀 보지 못하는 북한 정권의 친구 같은 서구 사람들도 있고, 한 쪽 면만 보는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현실은 그런 견해들보다는 훨씬 복잡합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매우 사악하고 야만적인 체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복합적입니다. BBC나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사들은 그런 복합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에서 와서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김련희 씨 경우는, 물론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아니겠지만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아마도 어떤 한국 미디어들은 이념적인 눈으로만 사안을 보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상황의 복합적인 성격에 관심이 있는 외신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 스테판 에반스Stephan Evans 영국 BBC 서울 특파원

월, 2015/08/03- 17:55
420
0

“일본에 과거사 사과 요구는 창피한 노릇”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가 일본 영상매체 ‘니코니코’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사 관련 각종 망언을 쏟아냈다. ‘니코니코’는 지난 4일 밤 박근령 씨와 2시간 동안 대담한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니코니코는 지난달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영토문제 등 한일 관계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연속으로 방영하고 있다.

2015080501_01

박근령 씨는 이 대담에서 일본에 과거사와 관련해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발언하고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지칭했다. 또 위안부나 신사참배 등 한일 간의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령 씨는 대담에서 자신이 왜 일본에 왔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대통령이 다 보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령 씨의 부적절한 발언은 광복절을 앞두고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근령 씨의 주요 발언 요지는 아래와 같다.

–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 때 다 끝난 이야기다.
–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타박하는 뉴스만 나가서 죄송하다.
– 한일협정은 한국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 청산을 정쟁에 이용했고 국익에 피해를 줬다.
– 일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한국 정부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 한국에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수, 2015/08/05- 18:55
432
0

대학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 고 고현철 교수 유서 중

▲ 고 고현철 교수 빈소

▲ 고 고현철 교수 빈소

8월 17일 부산대 국문과 고현철(54) 교수가 대학본관 3층 국기게양대 테라스에서 투신해 숨졌다. 고 교수는 투신 당시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평소 성실했던 학자이자 시인이였던 고 교수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행하라고 했던 약속은 ‘총장 직선제’였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지난 2011년 10월 직선제로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총장직선제를 목숨걸고 사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지난 6월 차기 총장선거를 ‘간선제’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고 교수가 투신한 날 부산대 교수회는 집단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 교수는 2쪽 분량의 유서에서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며 “부산대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라고 적었다.

2015082001_02

고 교수는 또 “대학의 자율성은 없고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져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교육부, 재정지원 무기로 일방적으로 ‘직선제 폐지’ 밀어부쳐

총장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결실로 1988년부터 전국 국공립대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시절, 교육부는 직선제가 파벌형성, 금권선거 등 폐단이 많다며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고 대학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2단계 방안의 핵심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연계를 통해 총장직선제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폐지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입장에선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방법이었다.

2012년 실제로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에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5%반영했다. 그 결과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대학 중 전북대를 제외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 등 4개 국립대가 2012년 이 사업에서 탈락됐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부산대, 경북대와 같이 매년 사업비를 받아오던 거점 국립대가 이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국립대에서 총장직선제가 폐지됐다. 총장직선제가 도입 20여년 만에 전국국공립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총장 선출 자율 공언’ 취임 후 번복

2015082001_03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과부가 총장직선제 폐지 등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오히려 더 강하게 총장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였다. 2013년 교육부는 전국국공립대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직선제 요소가 남아있는 학칙, 세부규정 등 관련규정을 모두 삭제하라”고 압박했다. 직선제를 재도입할 여지까지 없애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또 총장 후보를 선임하는 추천위원회 위원을 이른바 ‘로또(무작위) 추첨’방식으로 하라고 종용했다. 2014년 3월 교육부가 전국국공립대에 보낸 공문을 보면 “무작위 추첨 방식이 아닌 투표나 추천 등을 통해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선정하는 방식은 직선제 요소가 있으니 학칙, 시행세칙, 자체규정 등에서 이런 요소를 모두 삭제하라”고 명시돼 있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 회장은 “교육부가 말하는 간선제는 제대로된 간선제도 아니고, 일종의 ‘로또’식으로 으로 교수들의 대표권한을 전혀 갖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교육부는 총장선출 제도와 관련해 규정 하나하나를 간섭했고, 대학은 완전히 자유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박홍원 부산대 교수회 비대위 대변인도 “문제의 핵심은 직선제냐, 간선제냐가 아니고 법이 정한 대학의 자율성을 정부가 강압으로 침해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선제로 선출해도 이유 없이 ‘임용 제청 거부’

2015082001_04

박근혜 정부는 또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대학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유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는 교육부가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해 수개월째 총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일각에선 “정부 입맞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총장선출제도를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한국체대에 지난 2년간 4번이나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지만, 친박계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다섯번째 후보자로 올라오자 임용을 제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임명했다.

박홍원 부산대 교수회 비대위 대변인은 “국립대는 학칙개정 등 모든 권한이 총장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개혁 등 정책에 불만이 있는 교수들이 많은데, 정부로선 총장 1명만 컨트롤 하면 대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직선제로 당선된 총장을 컨트롤 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총장 선출제도를 바꿔 보다 쉽게 대학 규정 등을 개정하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투신한 고 교수가 소속된 부산대는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직선제 내용을 학칙에서 폐지했던 부산대는 2014년 교수 총투표를 실시해 직선제와 간선제 실시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교수총투표 결과 84%의 압도전인 비율로 ‘직선제’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올해 6월 약속을 어기고 ‘간선제’추진을 선언했다. 김 총장은 고현철 교수의 투신 당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리고 부산대는 19일 부산대의 총장선출제도를 ‘직선제’로 재추진하기로 교수들과 합의했다.

황우여, “간선제 추진했지만 강제 아니다”

2015082001_05

교육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예결위 회의장에 참석해 “고현철 교수의 죽음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간선제로 대학의 모든 의사를 종합하는 방법을 직간접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은 “이 사건은 결국 민주주의와 대학의 본질을 파괴해 온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교육부는 고 교수의 뜻대로 총장직선제 뿐만 아니라 대학을 반교육적 평가체제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폭력적인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수개월째 별다른 이유없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던 교육부를 상대로 경북대 김사열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행정소송해서 김 후보자가 8월 20일 승소했다. 앞서 공주대 김현규 총장후보자도 교육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1심, 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류수노 후보자는 1심에선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했다.

2015082001_06

목, 2015/08/20- 18:21
40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