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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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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6:20

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

[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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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5·끝> 검사 한 명에 가로막힌 국회의 입법권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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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선택한 해결책 – 100만원 저작권법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에서 여러차례 방안을 내 놓았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7개나 된다.

  • 2008년 변제일 의원안: 침해 금액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음.
  • 2009년 최문순 의원안: “영리 목적의 업(業)으로” 침해한 경우에만 처벌.
  • 2013년 김희정 의원안, 2014년 김태년 의원안, 이상민 의원안, 박기춘 의원안 (총 4건): 비친고죄 폐지 또는 축소.
  • 2013년 박혜자 의원안: 피해 규모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

이 개정안들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2009년까지 제안된 안들은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남은 5건 중 비친고죄와 관련된 4건을 처리하면서 이미 작년 봄에 이른바 ‘100만원 저작권법‘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의원은 2014년 4월 당시 저작권법 소관 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비친고죄 폐지 또는 축소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4건을 밀어붙였다. 당시 법안소위 의원들은 비친고죄만으로는 고소·고발 남용과 과도한 합의금 요구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박혜자 의원안을 참조로 피해 규모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는 위원회 대안을 만들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4월 23일자4월 24일자), 치열한 논쟁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문체부 차관은 피해금액 100만원으로 하면 전체 고소 건수의 1.2% 정도가 되어 “크게 무리가 없는 부분”으로 평가했고, 김희정 의원은 100만원 저작권법 추이를 지켜보고 이걸로 해결이 안되면 다른 방법을 논의하자며 대안을 확정했다. 당시 교문위가 통과시킨 대안의 제안 이유는 이렇게 되어 있다.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고소 취하 대가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임.
따라서 비영리 목적의 일정 규모 이하 저작권 침해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과도한 형사범죄자의 양산을 방지하려는 것임.”

 

검찰에서 파견된 국회 전문위원에게 가로막힌 ’100만원 저작권법’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1년이 넘도록 위원회 대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교문위에서 통과된 대안을 불과 8일 만에 전체 회의에 회부했다. 하지만 법사위 전문위원인 강남일 검사는 ’100만원 저작권법’이 “법체계상 이례적”이라며 지재권법 체계 전반의 “균형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역시 검찰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저작권법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2소위에 넘겨서 검토를 해야 될 것 같고요”라며 전문위원을 거들고 나섰다. 그리고 문체부 장관도 저작권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이유를 들어 법사위에서 더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100만원 저작권법은 2014년 5월 2일 법사위의 제2 소위로 회부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제2 소위는 저작권법을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1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안건으로 올라갔던 올해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로 또 다시 논의가 중단되었다(갑작스런 국회 정상회로 7월 1일 다시 논의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독재의 잔재 – 검찰 파견 국회 전문위원

국회 전문위원제도는 1973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의회 장악 도구로 변질시켰다. 원래 전문위원은 의원들이 뽑았다. 하지만 유신정권은 여당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창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을 주었다. 그리고 행정부 관료들을 국회 전문위원으로 파견하여 국회를 통법부, 거수기로 전락시켰다. 전두환 군부정권의 국보위는 이를 더 강화해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들어야만 법안 심사를 하도록 국회법을 뜯어고쳤다.

이 때문에 상당수 법안이 전문위원 검토의견에 좌지우지된다. 전문성이 높은 법안일수록 더 그렇다. 국회 전문위원들도 처리할 법안 수도 많아지고 내용도 전문적이 되자 행정부가 주는 자료에 많이 의존한다. 그래서 전문위원이 행정부와 이해단체의 집중적인 로비의 표적이 되면서 실질적인 입법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계약 기간 4년짜리 비정규직이고, 국회에서 정규직은 전문위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해온 이러한 독재의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있다. 검찰이 법사위에 전문위원으로 검사를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100만원 저작권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강남일 검사는 2011년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 부장검사를 거쳐 2014년 2월 국회로 파견되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중 행정부 파견 인력으로는 유일하다. 강남일 검사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중회 서울고검 부장검사와 함께 사시 33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제는 검찰 파견 전문위원이 법무부와 검찰의 논리를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란 외피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정 이익집단의 편향된 주장을 담는 것이다.

이 글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강남일 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문제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입법권이 행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의 검토의견을 들어야만 행사되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나?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통상적인 감기약으로 버티자고?

우리 법률 중 형사 처벌 대상을 피해자가 입은 피해액을 기준으로 나누는 예는 찾기 어렵다. ’100만원 저작권법’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전혀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론의 문제제기와 시민단체의 제도 개선 요구, 저작권 사냥꾼으로 피해를 본 개인이나 학교, 유치원, 교회, 기관,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례적인 조치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비율이 0.00879%에 불과한 전대미문의 해괴한 통계를 보고서도 법 체계상 이례적이라는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운다면 이는 치료약도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통상적인 감기약 외에는 쓸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의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헌재 2006. 6. 29. 2006헌가7, 2011. 11. 24. 2010헌바472). 따라서 국회는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저작권법 위반죄의 범위를 재량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100만원 저작권법’도 국회의 입법 재량도 속하는 것이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목, 2015/07/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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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네 번째 판례 : 인터넷 사전선거운동 사건1)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주요 공직선거와 관련하여 자신들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해 UCC(User-Created Contents, 이용자제작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글을 게재 또는 트윗(tweet, 140자 미만의 단문으로 된 짧은 글)을 작성하여 각종 포털사이트 또는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하여 인터넷상에 게시‧유포하고자 한 사람들이거나 그로 인하여 형사재판에 계류중인 사람들이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7. 1. 26.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여,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지지ㆍ추천ㆍ반대의 내용을 담거나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UCC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그것이 단순한 의견 개진의 정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규제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0. 2. 12.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가능범위 제시’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트위터를 이용해 특정후보 혹은 정당에 관한 지지, 반대를 표시하거나 선거운동정보가 담긴 트윗을 리트윗하는 행위는 전자우편 발송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의해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 또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추천ㆍ반대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 왔고, 이와 같은 해석을 전제로 하여 과연 그러한 규제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2)

첫째,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여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고, 오히려 매체의 특성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ㆍ투명성ㆍ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점,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규정은 이미 도입되어 있고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법정형이 높으므로, 결국 허위사실, 비방 등이 포함되지 아니한 정치적 표현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점,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되며, 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표출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및 흑색선전을 통한 부당한 경쟁을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둘째,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본권 제한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그 기간 정당의 정보제공 및 홍보는 계속되는 가운데, 정당의 정강ㆍ정책 등에 대한 지지, 반대 등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정당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여 정당정치나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인터넷 상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운동,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는 이미 별도로 입법화되어 있고, 선거관리의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인터넷 상 선거운동의 상시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정한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속에 비방ㆍ흑색선전 등의 부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하여 일정한 기간 이를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았다.

셋째,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선거의 공정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보편화되고 각종 선거가 빈번한 현실에서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 동안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 내지 피해는 매우 크다고 보았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의 자유의 중요성,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 입법목적과의 관련성, 다른 공직선거법 법률조항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하게 만든 중요한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채택한 논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인터넷이 의사표현의 매개체가 분명하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는 것은 그 법리상 당연하다. 다만 여기서 인터넷의 구조적 특성이 표현의 자유와 어떠한 구체적 관련성을 갖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매개고리가 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이념들 중의 하나인 ‘사상의 자유시장’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경로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이 존재한다.”3)고 한다면, 의사표현주체의 접근과 이용이 용이한 커뮤니케이션 경로 내지 매체일수록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개입이 없더라도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매체의 경우에는, 국가개입이나 국가규제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medium-specific analysis)’이다. 즉 “매체에 대한 국가 규제의 기준과 정도의 수준은 당해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에 의하면, 인터넷의 특성이자 본질인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정보의 다양성은 인터넷 대한 규제의 기준과 정도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인터넷에 대해서는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대한 규제보다는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규제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소개한 ‘불온통신 사건’에서 이러한 이론을 이미 수용한 적이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한편 선거제도의 목적과 기능, 본질을 왜곡시키는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국가에 의한 규제가 요청되고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파생되는 ‘선거의 공정성’이다. 그리고 여기서 선거의 공정성은 곧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수단은 다양한 측면에서 강구될 수 있다. 예컨대 정당추천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간의 비합리적인 차별의 철폐 및 균등한 기회부여, 후보자나 정당 등에 의해 모집 혹은 지출되는 선거비용의 총액통제나 선거비용회계의 투명성 강화, 구체적인 선거운동기간, 선거운동주체, 선거운동방법, 선거운동매체 등의 제한 등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하는 매체의 특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화두로 변형을 할 수 있다. 즉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되는 매체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가?”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은 바로 ‘매체의 특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선거운동규제의 목적은 선거의 공정성이고, 선거의 공정성은 곧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의 제거를 의미하며,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되는 매체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매체의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은 결국 당해 매체의 특성과 본질 그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선거운동규제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한다면, 당해 매체를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는 여타의 매체보다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러한 명제가 타당하다면, 결국 인터넷은 본질상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용이성, 정보의 다양성 등을 그 특성으로 갖고 있으므로,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는 여타의 매체를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보다는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위와 같은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 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여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규제의 타당성 및 적정성과 관련된 논란을 헌법적으로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서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매우 중요한 선례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면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 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고 있다.

“인터넷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이다. 즉, 인터넷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고, 정보의 제공을 통한 의사표현 뿐 아니라 정보의 수령, 취득에 있어서도 좀 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므로, 일반유권자도 인터넷 상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선거운동을 하고자 할 개연성이 높고,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매체 자체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국가의 개입이 없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대비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인터넷은 국민주권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강화에 유용한 수단인 동시에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선거운동 규제의 목적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밑줄 필자 강조)

한편 선거운동 규제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본질적 문제영역이 존재한다.

첫째, 현재의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 규제장치들이 과연 ‘합리적’이냐의 문제이다. 선거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하면, 선거야말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나 정당을 비판하는 일반국민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규제’방식을 채택함으로 인하여, 그동안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든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너무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수없이 이루어져 왔다.

둘째, 현재의 공직선거법이 과연 매체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부합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새로운 매체나 커뮤니케이션수단들의 특성을 간파하여 이들 매체나 수단들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가의 차원에서이다.

위의 두 가지 문제영역을 전제할 때, 이 사건에서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헌법이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운영실무적인 측면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신장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선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여, 선거의 공정성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의 조화를 위한 보다 정치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영역에서의 헌법이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결정 이후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상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로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하던 조항의 삭제를 통해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으로써, 선거실무에서 일반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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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2)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인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과 이와 거의 유사한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던 조항들에 대해서 줄곧 합헌결정을 선고해 왔다(헌재 1995. 4. 20. 92헌바29; 헌재 2001. 8. 30. 99헌바92등; 헌재 2001. 10. 25. 2000헌마193; 헌재 2001. 12. 20. 2000헌바96등; 헌재 2002. 5. 30. 2001헌바58; 헌재 2006. 5. 25. 2005헌바15; 헌재 2007. 1. 17. 2004헌바82; 헌재 2009. 5. 28. 2007헌바24). 특히 인터넷상의 UCC에 대해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처벌하는 것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09. 7. 30. 2007헌마718).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인터넷 사전선거운동사건에서 종전의 2007헌마718결정을 이 사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게 된다.

3) Miami Herald Publishing Co. v. Tornillo, 418 U.S. 241(1974).

 

월, 2015/07/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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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

 

박지환(오픈넷 변호사)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은 당연한 것?

[질문] 비영리단체가 블로그 글에서 시사, 보도 목적으로 저화질의 ‘섬네일(thumbnail)’ 사진 이미지를 이용(복제)하였는데,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가 복제권 침해를 이유로 비영리단체 담당자를 형사 고소하였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아야 하나?

저작권을 소유권과 유사하게 이해한다면 아래와 같은 대답이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처벌되어야 한다.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위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아래와 같다.

[답] 실제 수사기관은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기소처분

(위 사례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1. 저작권에 대한 프레임 – “소유권과 구별되는 개념”

저작권법 제35조의3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복제 등)할 수 있다며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저작권을 소유권에 비유한다면 남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조항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이다. 그렇지만 내가 남의 표현을 그대로 복제한다고 해서 그 표현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소유권과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또한 위 사례에서 소개된 ‘공정이용’ 조항에서 드러나듯 저작권 제도는 사회적 맥락에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를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소유권이 소유권자의 절대적인 권리만을 추구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소유권의 개념에 기대어 저작권 침해행위를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비유하는 것은 저작권의 배타적 요소만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

 

2. 형사처벌에 대한 프레임 –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형법이 항상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재산상의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 다른 불법요소(강도, 사기, 배임 등)가 고려되는 경우가 아니면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남겨두고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손쉽게 가벌성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전현욱, “지적재산권과 형법정책”, 경원법학 제3권 제2호(2010.8.)

[질문]의 사례에서 비영리단체의 행위로 인해 저작권자에게 재산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 가능하다. 또한 형법이 개입하기 전에 민사적 방법으로 우선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우리 형법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처럼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든 저작권 침해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거나 당연한 명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의 재산권적인 성격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획득되었듯이, 저작권 침해의 형사 처벌 역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새로운 합의에 의해 변경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 – 새로운 프레임에 대한 이해로부터

소유권과 관련된 ‘도둑’ 비유는 더 이상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논의하는 주된 프레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대해 형법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도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이 두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의 개선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형사 고소를 활용한 저작권 합의금 장사가 다시 엄중한 사회 문제가 되었고,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비범죄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2015년은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open-net/story_b_7610090.html?utm_hp_ref=kr-society

금, 2015/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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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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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월, 2016/03/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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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공조조약(MLAT) 우회 법개정을 반대하는 이유 | 한국 수사기관이 지메일까지 압수수색 할 수 있게 되나?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통신 감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형사사법공조조약(MLAT, Mutual Legal Assistance Treaty) 절차를 우회하는 내용의 법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이란 형사 사건의 수사, 기소, 재판, 또는 형의 집행과 관련하여 증거 자료 수집 등에 있어 국가 간의 사법공조를 규정한 조약이다. MLAT 우회 개정 제안자들은 이러한 공조절차를 거칠 것 없이, 외국 정부가 일정 수준의 인권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면 미국의 정보매개자들이 그 국가의 수사기관에게 통신 내용을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직접 넘길 수 있는 정보는 메타데이터나 이용자 신원정보뿐이며, 외국 수사기관이 미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통신 내용의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MLAT에 따라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에 정보제공 공조요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절차 자체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요청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어 적체된 요청 건수가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외국 수사기관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이들 나라들 중 몇은 미국 기업들에게 서버를 자국 내에 둘 것을 강요하는 등 압력(소위 “데이터 국지화”)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 서버에 직접 압수수색이나 검열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MLAT을 우회할 수 있도록 미국형사소송법 및 관련 국제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LAT 우회” 법개정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1. MLAT 공조요청의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가?

현재 적체된 공조요청 중 인권 기준을 준수한 요청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컨대 해당 국가의 형사법에 미국의 ‘범죄 발생의 개연성(probable cause)’과 비슷한 기준이 있고 이에 따라 공조요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요청 자체가 본질적으로 부당할 수 있다. 만약 공조요청이 국제 인권기준에 반하는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 신성모독죄, 집회시위법위반죄, 국가보안법위반죄와 같은 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적체된 공조요청의 일부를 무작위로 조사해 적체량을 정말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요청을 적체시키기보다는 아예 거부하더라도 판단을 내려주는 편이 바람직하지만, 어찌되었든 정보제공 요청의 유형 및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적체량을 줄이는 게 얼마나 시급한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중대한 범죄 수사를 위해 매우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적법한 요청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MLAT을 개정하기보다는 DOJ가 요청을 우선적으로 심사해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2. 어떤 감시 체제에서 통신을 할지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가?

극도로 분산된 국경초월적 통신네트워크인 인터넷은 독재정권 하의 시민들이 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왔다. 사실 독재정권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고유한 감시 및 검열 체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사람들은 서버의 위치 등을 고려해 어떤 체제 하에서 통신을 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메일 압수수색을 덜 받고 싶은 사람은 지메일을 사용하는 식이다. 특히 미국은 통신 감시에 있어 매우 엄격한 ‘개연성’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서버가 선호되어 왔다. 그런데 만약 MLAT 절차가 없어져 외국 수사기관이 미국에 있는 서버의 정보를 쉽게 압수할 수 있다면, 미국 서버를 통신 매개체로 적극 이용하고 있는 취약한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사람들은 다양한 윤리적 거버넌스 환경 안에서 소통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지메일 등이 유일하게 안전한 통신수단이기 때문에 이용하고 있는 독재국가나 분쟁지역의 시민들이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참고로 MLAT 체제 개정이 현실화되면 상호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즉 미국정보매개자들이 외국 수사기관의 요청에 직접 응하게 될 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도 미국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게 될 것이다.

 

3. 통신 감시에 관한 헌법적 대원칙에 비추어 적법한가?

경험칙상 국민의 프라이버시나 통신에 대한 국가적 침해는 해당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권한 당국에 의해 심사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법관들은 직간접적으로 감시 대상자와 일종의 상호책임성의 관계에 있을 때만 대상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유효한 영장을 발부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가진 한국의 판사여야 하는 것이지 한국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국 판사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에 대한 감시·검열 요청은 한국 법원에서 심사해야 하며, 미국인에 대한 요청은 당연히 미국 법원에서 심사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서버에 저장된 한국인 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감시·검열은 이용자와 서버운영자의 프라이버시를 모두 침해하므로 양쪽 다 영장을 받는 것이 옳고 MLAT은 이러한 정보의 제공요청이 한국과 미국의 사법체계를 모두 거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그런데 MLAT을 우회할 수 있게 되면, 한국 법원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한국인 이용자의 정보를 한국 수사기관에게 제공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여기에는 다국적 정보매개자가 이용자를 국적에 의해 차별해도 되는지에 관련된 까다로운 의문점들이 산적해있다!). 이를 확대하면, 한국 법원이 애플에게 한국인 피의자가 미국 여행 중 분실한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직접 명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대로는 미국 법원이 네이버가 보관하고 있는 미국인의 정보를 FBI에 넘기라고 직접 명령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자국 기업이 외국의 통신감시법을 직접 적용받도록 하는 게 적법하다고 볼 수 있을까?

 

4. 데이터 국지화 압력을 막을 수 있는가?

MLAT 개정의 가장 중요한 필요성은 외국 정부들의 미국 기업에 대한 데이터 국지화(data localization) 압력을 막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데이터 국지화를 요구하는 국가들은 MLAT 공조요청의 적체현상에 대한 고려를 초월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조요청이 신속하게 처리된다고 해서 데이터 국지화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중국은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온라인 출판에 적용되는 네트워크출판서비스관리규정(网络出版服务管理规定)을 공포했다. 출판서비스의 서버 등을 반드시 중국 국내에 설치·운영할 것을 규정한 이 법안의 도입 취지는 명백하게 중국인들이 접하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공조요청을 빨리 처리해줬다면 중국이 이런 법을 제정하지 않았을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 국지화의 흐름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MLAT 개정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라면 말 그대로 인권 기준 준수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적법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의식도 없을 것이다. 재판 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적법하고 신속하게 제공받기 위해 형사법체계를 개선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MLAT 개정을 지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5. MLAT 우회 개정에는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을 위한 당근이 하나 있긴 하지만…

이 당근은 정보매개자들이 메타데이터를 외국 정부에 자유롭게 넘기지 못하도록 미국법 SCA 2702조를 개정하는 안이다(현재는 메타데이터를 자유롭게 넘기도록 되어 있지만 ‘MLAT 우회’개정이 이루어지면 정보매개자들은 해당 정부가 일정 수준의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거나 일정한 절차를 거친 요청의 경우에만 메타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메타데이터 관련 규제는 미국 정부에만 적용되고 외국 정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외국 정부와의 합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국내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참고로 한국의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하면 한국의 정보매개자는 통신의 내용이든 메타데이터(통신사실확인자료)든, 한국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제시가 없으면 외국 정부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현재의 MLAT 제도가 가지고 있는 인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독재정권 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같은 이용자들에게 감시·검열 환경의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 또 인권 기준에 맞지 않는 요청 또는 범죄가 아닌 사안에 대한 요청을 사실상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이다. 그리고 현재 MLAT이 가진 가치를 MLAT 우회 개정의 덕을 보기 위해 외국 정부가 자국의 실체적 또는 절차적 형사법을 개선할 가능성과 비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따져본다면 MLAT 우회 개정은 잃을 것이 더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5.12.)

 

목, 2016/05/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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