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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28] 은행의 개인 정보망, 더 뚫릴 수 있다? : 인터넷 뱅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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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28] 은행의 개인 정보망, 더 뚫릴 수 있다? : 인터넷 뱅크 유감

익명 (미확인) | 수, 2015/11/11- 13:56

은행의 개인 정보망, 더 뚫릴 수 있다?

인터넷 뱅크 유감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정부가 '인터넷 뱅크' 추진에 열심이다. 기존 금융 기관에 일부 정보통신 업체를 결합해서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인터넷 뱅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은행법 개정안도 일부 발의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열심히 속도를 내기는 처음이다. 세간의 전망에 따르면 연말, 연초에 한두 개의 컨소시엄이 인터넷 은행 설립인가를 받을 것 같다.

 

필자는 인터넷 은행 설립과 관련해서 "인터넷 은행을 설립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대로 설립하는 것은 강하게 반대"한다. 왜 그런가.

 

우선 정부가 현재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인터넷 은행 설립 이유를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정보통신 업체들이 가진 방대한 개인 정보를 금융에 활용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더 나은 서비스의 범주에는 10%에서 20%대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 생각 자체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정보통신 업체가 가진 개인 정보가 방대한 것인 점은 분명하지만, 정보통신 업체가 그것을 금융권에 맘대로 전달하거나 금융권이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개인 정보 주체가 정보통신 업체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다른 곳에 막 줘도 괜찮다고 "정보 제공 동의"를 해 주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보통신 업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 중 상당 부분은 이런 정보 제공 동의 없이 수집된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어떤 종류의 물건을 구매하는지, 또는 어떤 기사를 검색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분명 정보통신 업체가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정보의 수집 자체가 동의를 거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하물며 이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지에 관한 동의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특히 사물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 우리가 개인 정보 보호의 기본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동의에 의한 수집과 활용"이라는 패러다임 그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도대체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무차별적으로 활용되는 폐쇄회로 영상(CCTV)까지 더하면 상황은 통제가 쉽지 않다. 정보는 넘쳐 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유통될 수 있는 정보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보존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 문제는 이런 정보 중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어떤 것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을 수 있다. 도심 재개발을 하기 위해 어떤 주거 지역을 철거하고 거주민을 이주시켜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철거 예상 지역 거주민의 평균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맞춤형 금융 지원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금융 지원 사업이 소규모 인터넷 은행의 기본 수익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정도라면 은행이 달라붙어야 한다.

 

소규모 인터넷 은행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는 아마도 지급 결제 서비스와 맞춤형 개인 대출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급 결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망이나 은행 망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오직 인터넷 은행만이 잘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남는 부분은 맞춤형 개인 대출 서비스다. 실제로 이 부분은 우리나라 대출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만일 인터넷 은행이 이를 잘 수행한다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은행은 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정보통신 업체들이 보유한 개인 정보 중 대출 서비스 제공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규제 차원에서 얼마나 가능한 것일까? 정보는 많을 수 있다. 문제는 역시 규제 충족 측면이다. 자칫하면 개인들은 원하지 않는데 무차별적인 대출 선전 공세가 시작될 수도 있다. 070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인터넷 전화번호를 통해 "돈 쓰라"는 전화를 신물 나도록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중금리대 대출을 하기 위해 정보의 활용 외에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저금리 자금 조달과 효율적인 신용 심사 능력이다. 그런데 수십 년 이 바닥에서 영업한 은행을 제치고 인터넷 은행이 더 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도 채권-채무 거래인데 돈 있는 사람이 더 싼 금리를 감수하고 인터넷 은행에 즐거이 예금하는 시나리오는 대부분은 공상에 가깝다. 인터넷 은행은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어도 은행권보다 현저하게 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신용 심사 능력이다. 정보통신 업체가 보유한 개인 정보 중 동의를 거쳐 적법하게 활용 가능한 정보가 있다고 하자. 이 정보를 잘 활용하려면 이 정보를 잠재 채무자의 기존의 다른 거래 내역과 합쳐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연합회와 같은 종합 신용 정보 집중 기관이 보유 중인 정보나 KCB나 NICE처럼 개인 신용 정보 회사들이 가진 정보와 정보 공유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어렵게 확보한 정보 중 상당 부분은 다른 금융권 회사들과 공유를 해야 한다. "자기 것은 내놓고 남의 것을 받아 오는 것"이 금융권 정보 공유의 핵심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과연 신생 인터넷 은행이 얼마나 별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의심스런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자발적으로 영업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은행업이란 잠재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 규제를 충족하면서 영업해야 한다. 특히 금산 분리 규제 등은 은행업의 악용 가능성을 막는 핵심적인 규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완화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인터넷 은행들은 컨소시엄이 은행법상 동일인이기 때문에 산업자본인 정보통신 업체들을 지배권과 분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범하고 있다. 이 분리는 잘 안 될 것이다. 결국 개인 정보 훼손과 은행법 위반, 이 두 측면에서 이미 위법의 가능성을 안고 출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추진 방식은 문제가 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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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이고 개인정보 침해하는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 통과 반대한다!

사회보장급여 신청하지 않은 국민의 금융정보 침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문턱 높은 제도 개선 선행되야

 

지난 1/21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발굴하겠다는 미명하에 개인신용정보를 추가하는 내용의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면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잉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매우 크고, 무엇보다 이 법 자체에서 개인정보 오남용이 예견되고 있다.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 2014년 송파세모녀 사건 이후 제정된 법으로 현재도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직권발굴하기 위해 총 13개 기관, 총 23종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시행된 이후, 복지사각지대 발굴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총 5차례 걸쳐 개인정보의 수집·처리를 하여 발굴한 대상자는 323,261명인데 실제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은 대상자는 67,560명으로 2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비스를 지원 받은 사람 중에 기초생활보장, 차상위, 긴급복지 서비스의 지원을 받은 대상자는 13,987명으로 전체발굴 대상자 중 4.3%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무려 23종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있지만 공적서비스를 받은 대상자가 현저히 낮은 것은 현재 제도가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고 현재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복지사각지대의 발굴을 통한 지원이 목적이라면 현재 복지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제도의 개선을 함께 주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은 약 9%임에도 공적영역에서 지원을 받는 수급자의 비율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수급자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문턱 높은 제도 때문인데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경우,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원인의 50% 이상이 바로 부양의무자기준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법안은 대상자 발굴이라는 미명하에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하지도 않은 국민의 연체정보 등 민감한 금융정보까지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심지어 법 자체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이용 및 제공 목적 외의 용도로 사회보장정보를 이용하려는 경우에는’ 정보보유기관의 장의 심사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태생부터가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예견하는 법률인 것이다. 따라서 이 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스템 연계는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되어져야 마땅하다. 빅데이터에 관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 중 하나는 정보를 비식별화해서 수집한다 하더라도 여러 정보의 조합만으로 재식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위기가정 발굴을 명목으로 생성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처음부터 비식별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수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심도 있는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복지제도와의 정합성이 담보되지 않는 빅데이터 수집은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권리를 강화하는 대신, 정부에 빈곤하거나 빈곤해질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라는 형태의 권력만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치자, 사전 동의를 받은 연체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수정안도 제시하고 있으나, 포괄적인 사전 동의라면 이것은 정보 주체가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카드 및 대출 서비스를 위해 신용정보 동의서의 선택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으로 동의를 받는 것이 인정된다면 민감한 금융정보 연계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명백하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현재 사회보장체계가 가지고 명확한 한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제시하여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과 같은 제도의 개선 없이 민감한 금융정보를 보건복지부 시스템에 연계하여 수집·처리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임시방편적인 제안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법안의 위헌성,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엄격히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회보장수급법이 제대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2017년 3월 1일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에듀머니, 진보네트워크센터

수, 2017/03/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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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빌미로 은산분리 완화 안 돼

산업자본 참여의 부작용은 단순히 대주주 신용공여에만 그치지 않아
개인신용정보의 활용과 관련한 제도 정비가 선행해야 비로소 도입방안 검토 가능해 
야당은 아무런 설명 없이 기존 당론 뒤집으면서 공청회도 생략한 채, 졸속 추진하는 행태 당장 중단해야


어제(11/16)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는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오늘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 및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특별법 등을 집중 심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규제는 은행으로 하여금 안전하고 건전한 금융활동을 영위하도록 하는 핵심적인 규제이므로,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함부로 규제완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과 관련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의 필요성,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의 필수성, ▲저축은행 등 기존 비은행 금융기관의 활용 가능성, ▲개인신용정보의 유통에 관한 규제 준수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 여부 및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이런 사전 검토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일관되게 반대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뚜렷한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기존 당론을 뒤집으면서까지 슬그머니 은산분리 완화에 가세하고 있어 혹시 정부 또는 관련 기업들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대행: 김성진 변호사)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가 이들 법안에 대한 속전속결식 졸속 심사를 즉각 중단하고, 공청회 등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서 안전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은 “서민을 위한 중금리 대출시장의 창조”라는 정책 목적을 내걸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이유가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라는 논리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저간에는 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영위할 경우 ‘은행이 고리대금업 장사까지 하려고 하느냐’라든가, ‘은행이 비은행 먹거리까지 빼앗아 가는가’라는 비판 등에 직면해서, 일부 외국계 은행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이 시장에 접근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원론적 차원에서 은행이 중금리 시장까지 업무영역으로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백보 양보해서 은행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따라서 별도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역할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한 번도 금융업을 영위해 본 적이 없는 산업자본에게 맡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매우 정밀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편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을 만들어서 서민 금융의 보루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서민을 위한 금융 시장의 창출”이라는 어려운 작업은 뜬금없이 산업자본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

 

 

혹자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철저히 통제했다는 점을 들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대주주와의 거래제한과 같은 규제는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이미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행위 규제이다. 그런데 은행의 경우 이런 ‘행위규제’ 정도가 아니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그 자체를 금지하는 ‘소유규제’를 두는 이유는, 은행과 대주주 간 거래를 통제하는 ‘행위규제’만으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가 초래할 잠재적 위험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주주에 대한 행위규제 몇 개를 추가하거나 강화했다고 산업자본에게 은행을 맡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은행 규제의 근간을 도외시한 궤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산업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논거로 정보산업쪽에 종사하는 업체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서 중금리 대출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나 개인신용정보에 대한 현재의 규제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주장이다.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보유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주체의 별도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마음대로 활용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다. 따라서 설사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소유한다고 해도 그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맘대로 인터넷 전문은행 쪽으로 돌려서 특정인의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없다. 결국 활용 가능한 것은 개별 인터넷 전문은행이 보유한 정보와, 금융권 공유 정보, 그리고 거래 당사자가 제공한 정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일반 은행들도 모두 보유한 정보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랜 기간 축적한 정보들이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할 수 없고, 만일 그런 정보를 보유하고 활용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기존 개인정보나 개인신용정보 보호 법제를 위반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은 이미 인지하고, 비식별화라는 ‘눈속임 과정’을 거쳐 모든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유통시킴으로써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시도는 이미 많은 시민단체의 반대에 직면해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또 만일 정부의 시도가 성공해서 비식별화된 개인정보가 무제한 유통된다면 그때는 일반 은행들도 그런 정보 거래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자신의 계열회사를 부당하게 우대하지 않는 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특별한 정보 우위를 점유한다고 가정할 수도 없다. 결국 어떤 경우건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은행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낮은 금리로도 대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중금리 대출을 꼭 은행이라는 금융업 형태를 통해 영위해야 할 필요도 없다. 중금리 대출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예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업 방식을 택하면서도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금융업 형태가 이미 존재한다. 저축은행이 그것이다. 따라서 정보산업 종사업체가 자신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용하여 중금리로 대출해주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저축은행을 인수해서 그런 영업을 하면 그만이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경험하는 가장 큰 제약인 ‘지점 설립 제한’조차 인터넷 전문은행에는 별다른 제약이 되지 않는다. 굳이 은행을 고집할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굳이 ‘은행’이라는 업태를 고집하는 것은 이들이 겉으로 표방하는 ‘중금리 대출 서비스의 정착’ 외에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은 아닌가?

 

 

이제까지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일관되게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선 이유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반적인 은산분리 규제완화에만 반대해 온 것이 아니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형태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그 자체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정책을 버리겠다고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약한 바도 없고, 기존의 입장을 파기하기 위한 당론 변경 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은산분리 규제 파기를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특히 두 야당 의원이 최근 제출한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한 특별법은 그 발의시기가 늦어서 정상적인 관행대로라면 이번 정기국회 법안 심의에서는 검토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와 약속이라도 한 듯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검토보고서가 작성되고 순식간에 법안심사 소위에서 관련 내용을 “집중심리”하기로 했다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재호 의원안의 입법발의일은 2016년 11월 4일이고, 김관영 의원안의 입법발의일은 11월 11일이다. 그런데 11월 15일 오후 5시경의 언론보도(https://goo.gl/P2azKr)에 의하면 이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이 11월 15일자로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 법안이 어제(11/16) 정무위에 상정 및 검토보고가 이루어지고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되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발의한 법안이 법안 상정과 검토보고를 마치고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되는 데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야당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통상적인 처리 관행과 비교할 경우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

 

 

어제(11/16)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심상정 의원과 이학영 의원은 KT가 참여하고 있는 K뱅크 예비인가와 관련하여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 연루설을 제기했다. 물론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금융위원회조차 차은택씨 연루설에서 자유스럽지 않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10월 10일 채이배 의원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작년말 예정에도 없이 차은택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처스에 광고홍보물을 발주하고, 그 대금은 한국거래소 등에 떠넘겼다는 점을 폭로했다(https://goo.gl/Epg6lq). 한국거래소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문제를 다룬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금융위원회의 압력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위원회가 이번에 중점 추진법안으로 밀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차은택씨와 연관되어 있고, 그 관계에는 금융위원회 자체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당론을 뒤집은 야당 발의안에 대해 여야정이 한마음이 되어 속전속결로 군사작전하듯 일을 처리하는 현상을 또 다시 국회 정무위에서 목도하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입법활동일 수 있는가?

 

 

참여연대는 현재 국회 정무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과정은 절대로 정상적인 입법 과정과 탄탄한 사실관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위원회와 KT, 거래소 간에 반드시 설명해야 할 객관적 의혹이 존재하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론은 뒤집고 일사천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법안 심사 과정을 보면 합리적 의혹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회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설익은 입법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먼저 금융위원회와 KT, 그리고 거래소 간의 부적절한 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서는 정무위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여 안전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당론에 정반대되는 정책이 추진되는 이유와 경위,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면에 혹시라도 불미스런 거래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은산분리에 관한 당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정리하여 공식적으로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목, 2016/11/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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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와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무분별한 규제완화,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즉시 폐기되어야

재벌특혜·정경유착의 결과인 규제프리존법 관련 국회논의 중단되어야

일시 : 2017.11.9(목) 11:00 / 장소 :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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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개요] 

 - 사회 : 김재헌(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

 - 여는말 : 김정범(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발언1 : 맹지연(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발언2 : 최영준(노동자연대 운영위원)

 - 발언3 :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 발언4 : 최재홍(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 이종회(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국회의 본격적인 입법논의를 앞두고,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법은 의료·보건, 환경, 개인정보, 사회·경제적 약자보호 등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제정된 현행법과 제도를 특정한 지역 안에서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법으로 인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공공성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규제프리존법은 지역발전이란 미명 하에 추진된 박근혜 정부의 입법안으로 19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되어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규제프리존법은 그 내용은 물론, 그 추진과정 또한 ‘정경유착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후보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던 대표적인 법안입니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키자며 합의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규제프리존법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제18대~제20대까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하여 추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적용대상이 농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되고, 공공목적의 규제를 대폭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그간 노동·시민단체는 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의료만 제외한 법안 통과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보건의료만 제외하더라고 교육, 사회복지서비스, 언론 등 공공서비스 영역이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게 되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지위를 부여하여 각 부처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각 부처의 자율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안 자체가 지니는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법안 폐기를 요구한 전국 29개 노동·시민단체는 오늘(11/9)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와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합니다. 공동행동을 통해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폐기를 목표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규제프리존법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밝힙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김재헌 사무국장(무상의료운동본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정범 공동집행위원장(무상의료운동본부)은 여는말을 통해 서비스산업발전법의 문제점을 전하며, 제18대~제20대까지 법안을 반대해 온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최순실-박근혜-전경련 법이라 일컷는 규제프리존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어  맹지연 국장(환경운동연합)은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면, 생명안전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의 책임을 낮춰 가습기살균제 사례와 같이 국민을 전세계 다국적기업의 마루타로 전락시킬 것이며, 신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전국 10%도 안되는 보호지역의 막개발을 허용하는 세계 최초 기업특혜법으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희 팀장(참여연대)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행정부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한 비식별화가 사실상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규제프리존법으로 비식별화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영준 운영위원(노동자연대)은 규제프리존법에 보건의료 분야 중 의료법인 부대사업, 약사법 규제를 완화함으로 의료가 영리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의료 분야는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재홍 변호사(민변)는 규제프리존법은 공공의 영역의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하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며,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등 법률적 문제가 심각함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종회 대표(진보네트워크센터)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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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추진 즉각 중단하라!

 

2017.11.03.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를 한다며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독소조항을 검토해 여당이 수용할 수 있는 수정안을 내어달라”고 답했다. 기재부가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하고 있다. 총리, 경제부총리, 행안부장관까지 나서 공공연히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권의 위험천만한 행보를 규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를 위한 공동행동을 선포하는 바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4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규제를 풀었고, 보다 큰 규제를 풀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니 우회전략으로 내놓은 게 규제프리존법이었다. 이러한 전말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이 드러나면서였다. 두 재단에 전경련 소속 기업들이 거액을 입금했고, 전경련이 그 대가로 서명운동까지 해가며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 바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그 요구에 맞춰 길거리 서명운동에 직접 사인까지 해가며, 탄핵 직전까지 두 법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최순실-전경련 이 국정농단세력이 낳은 최종 결정체였다.

 

우리가 이 두 법의 폐기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섰다. 그 이유는 두 법이 적폐세력의 산물임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들로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첫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민영화법이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규제완화, 민영화를 가속화시킬 반민생 법안이다. 이 두 법은 사실상 의료나 교육, 복지 등은 물론 환경, 개인정보까지 영리적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민영화가 핵심에 놓여있다. 19대 국회 논의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의료 부분을 제외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 ‘의료산업 없는 서비스발전법은 ‘앙꼬 없는 찐빵’, ‘김치없는 김치찌개’라며 의료민영화가 주요 목표임을 자인했다. 또한, 규제프리존법을 통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병원 부대사업을 제한 없이 확대할 수 있고, 공공병원의 매매도 가능해진다. 또한 ‘신기술기반’ 사업이라 인정될 경우 안전성과 효과성 여부에 상관없이 의료기술 등을 허가할 수 있다.

 

둘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반노동 친재벌법이다. 

이제 서비스산업은 비정규직 확산의 주요 근거지가 됐고, 규제 완화 일색의 정부정책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은 아직도 더 쉬운 해고와 더 많은 저임금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위시한 규제 완화는 결국 이러한 자본의 필요에 부응코자 하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 공청회에 참가한 새누리당 추천의 한 연구위원은 ‘노동 규제를 풀어서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법안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규제프리존법의 모태가 된 일본의 전략특구 역시 초과 근무 수당을 없애고, 해고 규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 사안이었다.

 

셋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제2의 옥시 참사법이자 반환경법이다.

규제프리존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기업실증특례는 기업이 ‘사업 등에 대한 안전성 등을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게 될 경우 특례 인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800만 명의 건강을 위협했고,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옥시 가습기 살균제도 ‘신기술’이었으며, 기업이 그 연구결과를 ‘조작해’ 안정성을 입증한 제품이었다. 기업실증특례는 이를 단속하기는커녕 오히려 합법화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프리존법은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보전산지가 변경⋅해제될 수 있어 무분별한 난개발이 유발될 수 있으며, 「산지관리법」,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산림보호법」, 「초지법」  등에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그나마 있는 환경보호 규제마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넷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개인정보 유출법이자 전국민 감시법이다. 

규제프리존법은 비식별화를 할 경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비식별화 조치는 익명화 조치와 달리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재식별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처럼 유출된 개인정보가 많고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감시 및 유출사고 역시 확대될 위험이 크다. 규제프리존법은 지역내 ‘사업자는 영상정보를 수집하여 특정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제1항’인 영상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관한 제한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지역 내 영상정보라고는 하지만 디지털의 특성상 한 곳의 규제완화는 전국적 규제완화와 다름없다. 

 

사실 위에 언급한 것들은 예상 가능한 몇 가지 위험요소에 불과하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경우 안된다고 명시한 것 외에는 다 허용해주는 네가티브 방식의 규제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설령 이 네가티브 방식이 조정된다 하더라도 기업실증특례나 신기술기반산업과 같은 조항으로 얼마든지 유사한 규제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의  찬성론자들은 독소조항을 손보면 괜찮을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그 자체로 독소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뜨겁던 촛불의 열기가 아직 채 식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당시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주장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맞서 “규제를 풀어 공공성 침해 우려가 제기된 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은 자신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등은 물론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그 적폐 중의 핵심 적폐를 추진하는 데 공조하려는 집권여당에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즉각 폐기하라!

 

2017년 11월 9일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폐기와생명안전보호를위한공동행동

광주인권지기 활짝,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구속노동자후원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제민주연대, 노동자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다산인권센터,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생태지평, 서울환경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문화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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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1/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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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와 잊힐 권리

현재 우리는 ‘정보 공유를 통한 해방’ 운동과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 보호’ 운동이 여러 지점에서 충돌하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정보는 누군가에게 해방의 도구로 인식된다. 누군가에게는 위협의 원인으로서 통제 대상으로도 인식된다. 정보의 공유나 검색은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서 ‘표현’에 해당되는 행위이며 알권리의 행사이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시장경제를 영위한다. 정부, 기업, 일부 범죄자들에게 우리 삶이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등한 세상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내 의사에 반해 정부나 기업 또는 타인이 나에 대한 정보 등을 취득하거나 유통시킬 때 혹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사생활을 침해당한다고 느낀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정부나 기업이 우리에 대해 정보를 축적하지 못하도록 막아서 사생활을 지키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으려 한다.

2017년 현재 우리는 ‘정보 공유를 통한 해방’ 운동과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 보호’ 운동이 여러 지점에서 충돌하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잊힐 권리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는 허위도 아니고 은밀하지도 않고 합법적으로 온·오프라인에 공개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에서 배제하자는 법제화 운동이 일고 있다.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 보호 운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정보 공유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투명 사회를 통한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에 아직도 목말라 있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인권운동가들은 유럽발 법제화 운동에 분노한다. 비식별화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인류와 사회에 대한 더욱 정확하고 심오한 통찰을 할 수 있게 한다. 자원 분배와 분쟁 해결을 더욱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다른 한편 개인에 대한 은밀한 금융·보건 등의 정보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준다. 인권운동가들은 ‘디지털 팬옵티콘’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안티-빅데이터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국가 간 정보 이동과 정보 국지화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전 세계에 널리 펼쳐진 인터넷망에 각종 정보와 전산 자원을 보관하는 클라우드는 자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를 피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해방적 도구이다. 재스민 혁명을 떠올려도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SNS 감시 검열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이루어지는 ‘사이버 망명’을 떠올려보라. 또 중국이 자국민에 대한 감시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자국민이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모두 자국 내에 서버를 둘 것을 요구하는 광경을 보라. 그 정보에 거론된 사람들 처지에서는 자신에 대한 정보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존재하는지, 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지배력 아래 놓여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패 가름할 척도

우리는 ‘정보 공유를 통한 해방’과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성패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왔고 인류 역사는 반드시 점진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잉여 생산력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해 개인들 사이의 착취로 귀결되는 과정을 차단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불평등이나 착취를 완화하려는 중용적인 시도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사유재산 자체를 폐지했다. 결국 동료에 의한 착취를 막기 위해 국가에 의한 착취를 제도화하는 패착을 반복했다. 또 자본주의와의 체제 대결에 동반된 살육과 파괴를 거듭 감수한 끝에야 포기되었다.

정보를 둘러싼 논의도 중용의 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은밀한 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자세는 배격되어야 한다. “기업 좋은 일”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정보기술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를 일상화하고 산업화하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필자는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통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살펴봄으로써 중용의 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위 글은 시사IN(제528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2017.11.03.)

월, 2017/11/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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