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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방해부?

지역

[기고] 복지방해부?

익명 (미확인) | 일, 2015/10/11- 19:30

복지방해부?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월 13일자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앞으로 하나의 공문을 보냈다.

 

이른바 ‘지방자치단체 유사ㆍ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 통보’라는 긴 제목의 공문이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의거하여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복지부 장관이 간사인 사회보장위원회란 곳에서 전국 지자체가 자체 실시하고 있는 총 5,891개의 사업을 이 잡듯 조사해 보니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거나, 그도 아니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섰단다. 그리하여 그 중 25.4%에 해당하는 1,496개 사업을 내년부터는 하지 말라고 통보한단다. 이로 인해 무려 9,997억원의 예산이 절약되고 이것을 더 효율적인 사업에 쓰면 승인절차를 간단히 해주는 배려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지자체가 방만하게 쓰고 있던 낭비성 복지 예산을 중앙정부가 바로잡겠다니 말이다. 그간 보편적 복지 운운하며 지방정부의 예산 중 복지 비중을 마구 늘리던 자치단체장들의 정신 나간(?) 행보를 우려하던 이들에겐 속 시원한 조치라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과연 진실은 어떨까?

 

강원 원주시에 사는 부부는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 월 2만원 미만의 건강보험 보험료를 5년간 지원받아 왔다. 만 10세까지 암 진단을 받을 수 있었고 골절, 화상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받았으나 내년부터는 이런 것들이 중단될 예정이다. 중앙정부가 관장하는 사회보험의 보험료나 급여비를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것은 안 된다는 이유이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만 85세 어르신이 효도수당으로 연 2회에 걸쳐 9만원씩 받던 것도 중단될 예정이다. 다른 수많은 지자체에서 행하는 어르신을 위한 수당 지급도 모두 중단된다. 중앙정부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지자체가 추가로 주는 것은 선심성이란다. 아동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각종 현금 수당성 지원도 거의 중단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아동들이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받을 때 지원받던 구청의 추가 프로그램 운영비도 중단된다.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지원하던 전국의 지자체 사업도 중단된다. 중앙정부에서 운영비 지원을 하고 있으니 중복이란다.

 

내년부터 중앙정부가 결연히 중단을 통보하여 다양한 복지서비스나 수당, 보험료ㆍ융자금 지원 등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 국민들은 646만명에 달한다. 경기도가 170만명이고 인천이 97만명, 서울 87만명, 대구가 65만명 등이다. 영향을 받는 인구 규모 면에서 본다면 최근 중앙정부의 어떤 조치보다도 파급력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국민에게는 대참사요, 중앙정부로서는 최대의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조치는 헌법, 지방자치법,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등등 수많은 법들과 충돌한다. 행정부 내에 최소한 법리를 점검하는 장치가 작동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기존 법과 상충 여부를 떠나 이런 엄청난 일을 사회보장위원회의 몇몇 공무원과 전문가연 하는 이들이 모여 결정하고 내년 1월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일방적인 처사가 30년 가까운 지방자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 걸 맞는 일인가? 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에 대한 교부세를 깎기 위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기민하게 바꾸는 모습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복지국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욕구와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큰 틀을 짜면, 지방정부는 스스로 주민들의 추가적인 욕구와 특성을 살려 자율적으로 살을 붙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조치는 복지국가의 기본을 무시하는 중앙정부의 난폭한 행정에 다름 없다. 그리고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라고 말하는 분이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복지부가 아니라 ‘복지방해부’라는 한 자치단체장의 힐난이 헛말이 아니다. 당장 이 난폭한 처사를 거둬들여야 한다. 복지부 장관에게 그럴 권한과 용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이 글은 2015년 10월 11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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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pmadang.org/taxonomy/term/37564

종로구 구의원 명단 입니다.
클릭하시면..
구의원들의 양력과 blog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수동이긴 하지만..
종로구 의회에서.. 자동으로 긁어 왔습니다.

재료는 준비가 되었는데,
아직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그림을 그리지 못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구의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국민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지지하고.. 당선되는.. 그림을 상상해 봅니다..
..
먼저..
아주 깔끔한..
구조와 UI가 필요합니다.
서울 구 단위로 하나를 수집 시스템을 갖추는데 1일 정도 소요되며,
전국적으로 진행하려면..
기초적인 운영은
그래서
2018년 1월로 생각합니다.
그 때까지.
사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
의견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토, 2017/08/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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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위한 정치, 정치를 위한 지역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창립 20주년에 부쳐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지역 운동의 역사는 매우 길고, 단체와 활동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경험과 문제의식만으로는 종합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참여자치연대에 속한 단체들은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시기에 지역 운동을 목적으로 표방하면서 창립했다는 점, 현재까지도 각 지역의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단체들이라는 점에서 참여자치연대 20년을 살펴보는 것은 많은 지역 운동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1997년 6월 전국 각지의 20여개 시민단체들로 창립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20주년이 되었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 1995년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는 등 지방자치제 부활 흐름에 조응하여 참여자치연대는 한국사회 민주화와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삼았다. 특히,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의 민주화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조직과 활동 방식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위계가 없는 회원단체들의 수평적 연대를 원칙으로 단체들의 경험과 정보, 정책과 실천방안의 소통을 통해 각 지역의 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을 우선하였다. 그런 한편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치를 상대로 한 제도개혁 운동 또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한 공동행동도 결의하였다.


이러한 방향은 실제 활동에서도 확인되는 데 창립초기에는 지방자치시대 시민 주권 확립을 위한 주민감사청구제, 주민발안제 등 '주민참여 조례제정운동',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역복지 최저선 확보운동', 사회개혁을 위한 '부패방지법제정 국민청원운동' 등을 전국적으로 전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낙천낙선운동 등 정치개혁운동과 판공비 등 예산감시운동, 지방의회 의정평가 등 지방자치 개혁활동을 전개하였고, 2000년대 중반에는 △주민소송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실질적 주민참여와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활동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조례 제정운동 등 지역복지 확충에 힘을 쏟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대학등록금 인하 △대형마트 반대 등 민생개혁 운동에 주력하였고, 지역별로는 무분별한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한 막개발과 예산낭비 감시에 관심을 쏟았다. 2010년대에는 민영화 반대, 중소상인살리기, 친환경 의무급식 등 경제민주화와 지역복지 의제에 집중하는 한편 지방자치 20주년을 전후하여 분권·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지방자치법 개정 기자회견

 

한편, 전국적 정치, 시국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부적격후보 퇴출 △금권선거와 지역주의 심판 △막개발 헛공약 심판 활동, 대선에서는 △민생개혁 정치개혁 의제제안과 정책검증 활동 △국가기관 선거개입 감시 활동 등을 전개하였다. 시국대응 활동으로 △2002년 미군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 및 소파개정 △2004년 대통령 탄핵반대 △2007년 한미FTA저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2009년 4대강 사업 반대 △2014년 세월호진상규명 △2016년 박근혜퇴진 등 범국민적 운동을 각 지역에서 주도하였다.

 

이렇듯 참여자치연대는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권력 감시와 분권자치 실현 △사회양극화에 대응하는 지역 사회복지 확충 △정치개혁과 시국촛불을 통한 한국사회 민주화운동 등 크게 세 축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압축하면 '권력 감시와 참여 자치'라는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는 이들 활동을 지난 20년 비교적 견결하게 지속해 온 결과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지역사회 개혁에 상당히 기여했고, 이를 지역 운동 단체들 간의 수평적 연대를 통해 실현해 왔다는 점도 자부할 만하다.

 

이를 위해 단체들은 대체적으로 정부 지원과 기업의 직접적 후원을 받지 않으며, 주요 임원들의 정당 가입과 공직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역시 정치, 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통한 권력 감시, 정치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참여와 자치를 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많은 단체들이 재정, 인력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는 전국적 연대 운동이나 지역 내 여러 단체들의 연대운동 또한 결집력이 떨어지고 뚜렷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지역 내 권력 감시나 정책제안 활동들 또한 이러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낡고 부패한 정치로 인해 시민 운동에 몰렸던 기대와 시민운동이 대체했던 역할이 줄어든 점 △지난 십여 년 시민사회의 활동이 정치, 제도 개혁으로 순환되지 못한 점 등이 객관적 요인이라면 △극심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선도적 의제 설정과 집중적 실천의 미비 △지역 내에서도 광역 권력 감시 활동에 비해 기초의 풀뿌리 운동에 대한 관심 부족 △단체의 중점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인한 역량 분산 △구성원과 리더십의 고령화에 반해 새로운 회원층과 리더십 형성에 집중하지 못한 점 등이 주체적 요인일 것이다.

 

이렇듯 현재의 지역 운동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해답은 누군가 갑자기 던져주지 않는 만큼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고 다가오는 기회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는 실천적 문제의식으로부터 방향을 설정하고 과제를 찾아야 한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1998년 하계워크숍

 

우선은 지역 운동은 역시 지역권력 감시에 주력해야 한다. 지방권력의 실정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 예산의 낭비, 생태의 파괴 등을 더욱 날카롭게 감시해야 한다. 지난 정권의 실정과 지역판 정경유착에 의한 지역농단 사례가 많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정당들이 못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사회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충은 지역 운동의 공통 과제다.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이들 문제는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지역의 특수한 과제도 있다. 정부정책을 견인하고 특히 지역의 구체적인 정책, 의제를 제안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지역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지방의 정치가 정상화되고, 지역독점 분할정치가 개혁되지 않으면 여러 개혁정책들도 모두 좌절되거나 빛이 바랠 것이다.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현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그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되어야 정치의 새로운 중앙집중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물론이다.

지방분권을 앞당기고 주민자치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주민의 직접적 참여, 통제가 없는 분권은 지방권력의 병폐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주민자치를 동시에 강화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지방권력 감시와 풀뿌리 자치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운동의 과제와 역할이 더욱 커진 것 같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있고 그에 앞서 선거법 개정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촛불의 시대정신과 개혁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얼마간 변화는 있을 것이며 이는 많은 변화를 파생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진보적 방향으로 촉진하기 위해, 변화된 상황에서 능동적 지역 운동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의 시민을 육성하고 그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지역 운동의 혁신과 연대, 실사구시의 길 찾기가 필요하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금, 2017/09/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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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민선6기 목민관클럽 제22차 정기포럼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과 행정의 융합을 모색하다

■ 지음

목민관클럽팀

■ 소개

이 자료는 목민관클럽 제20차 정기포럼(2017년 9월 21~22일) 자료집이다.
자료집은 현장방문 참고자료와 워크숍 참고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 목차

1. 초청발제
– 4차 산업혁명과 지방행정 /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사회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 리빙랩의 실제 운영 사례 / 정미나 서울혁신센터 前 리빙랩 디렉터

2. 사례발표
– 은평형 혁신기술 TB(Test-Bed)사업 추진현황과 사례 /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 GIS기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과 활용사례 /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 IoT를 활용한 스마트 가로휴지통 관제시스템 구축과 활용 사례 /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행정을 위한 성북 공공데이터 플랫폼 /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 4차 산업혁명도시 안산 / 제종길 안산시장

■ 펴낸 날

2017.09.21

화, 2017/09/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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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입법권 확대를 위한 헌법개정 방안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현행 헌법상 지방입법권의 문제점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된다. 헌법 제117조를 비롯하여 제37조 제2항, 제59조, 제13조 등이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아래로부터 창조적인 혁신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도록 헌법이 가로막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나서고 싶어도 손발이 묶여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인하여 기능이 마비되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의 살림살이까지 세세하게 챙기고 간섭하다보니 막상 전국적인 큰 과제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이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기능장애에 시달리고, 지방정부는 수족이 묶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1. 지방은 중앙정부가 시키는 것만 하라고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는 헌법

헌법은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주민을 권리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자치입법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지방의 자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나 헌법 제59조 등 여러 조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 법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 예컨대,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학자들은 절대다수가 여기서 “법률로써”라고 함은 국회가 법률의 형식으로 제정한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에 근거해서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법률에 근거가 없는 한, 즉, 법률에 의해서 위임을 받지 않는 한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것을 규정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이는 민법에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서 행위능력을 제한하여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활동할 수 없도록 한 제한능력자제도와 유사하다. 헌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하여 지방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를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제한능력자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는 주민에게 지원 등 수혜적인 조례만 제정할 수 있어 지방재정난을 가중시킨다. 뿐만 아니라 주민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당연히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조례로 의무를 부과하거나 금지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주민은 이득이 없으면 당연한 의무도 이행하지 않게 되어 결국 주민의 도덕성을 타락시킨다.

 

2. 지방은 중앙정부가 시키대로만 하라고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는 헌법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위임사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법령으로 상세한 지침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게 독자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자치사무도 그 지침이 중앙정부에 의해서 법령의 형식으로 이미 다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지방정부는 독자적인 정책구상에 의해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치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이 된다. 지방정부는 국가의 법령을 지방에서 베껴내는 복사기에 불과한 것이 된다. 중앙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으로 규정하기만 하면 지방은 법령이 요구하는 대로만 해야 한다. 법령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고, 지방에서 더 좋은 문제해결방안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에서는 법령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여야 한다.

II. 지방입법권 확대를 위한 헌법개정 방안

1.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 보장

현행 헌법 제37조 제2항이나 59조 제13조 등은 국민의 권리제한이나 조세부과, 형벌부과 등을 법률로써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유보조항이다. 법률에 근거가 없으면 지방입법을 할 수 없도록 제한을 한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하면 지방정부는 법률로 ‘시키는 것만 해라’는 의미이다. 이로 인하여 지방정부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도 법률에서 위임이 없으면 제한할 수 없도록 지방정부는 손발이 묶인다. 탄산음료가 청소년에게 유해하고 해도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게 된다.

지방정부가 자치의 주체라면 자치규범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갖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는 왜 법률을 제정할 수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없는 대표없다는 뜻이지 반드시 중앙정부의 의회인 국회가 세금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가지는 지방의회가 지방의 세금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지방세인 주민의 세금을 결정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주민의 대표기관은 지방의회이지 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률을 정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지방의회도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방의회의 법률제정권을 배제해야할 논리적인 근거는 없으며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에서는 칸톤정부가 법률제정권을 갖는 것은 헌법으로 직접 규정하고 있으며, 기초지방정부인 게마인데가 정한 규정(Reglement)도 법률로 보고 있다. 이에 게마인데도 다른 법률의 위임이 없어도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를 부과하는 규정을 할 수가 있게 된다. 게마인데의 규정자체가 법률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지방의회가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는 법률유보의 원칙이나 조세법률주의나 죄형법정주의로 인한 족쇄로부터 지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법률제정권을 갖게 되는 경우에 지방정부는 비로소 지방정책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치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지방조직과 인력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과세권을 갖게 된다.

한 가지 더 근본적인 의문은 지방정부가 정하는 법률을 왜 조례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원래 조례는 경국대전이후 행정법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하였지만 현재는 지방정부의 행정입법정도로 위상이 격하되어 사용되고 있다. 조례의 위상변화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것이 없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헌법은 지방정부의 입법형식을 규정한 것이 없다. 지방자치법에 의해 비로소 조례라는 명칭이 등장하고, 그 제정범위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조례는 이미 위상이 매우 낮은 법형식이라고 인식되고 있으므로 지방입법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입법형식도 헌법에서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한 조새법률주의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완고한 해석론에 지방의 손발은 다시 묶이게 된다. 법률유보에 의한 지방의 행위능력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지방의 입법형식을 법률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에서는 “지방정부는 그 관할구역에서 효력을 가지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고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을 헌법개정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2. 지방정부의 변형입법권 보장

지방의회가 법률을 제정하도록 한다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규범충돌에 관한 문제이다. 현행 헌법은 무조건 국회의 법률과 중앙정부의 법령이 지방입법에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헌법은 국가법령우월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정책의 전국적 획일화를 가져오고, 아래로부터 혁신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적지 않은 논자들이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현행 헌법 제117조 제1항의 “지방자치단체는 …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를 “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로 개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아무런 내용상의 개정이 없는 표현의 변경에 불과한 무의미한 내용이다. 푸른 색을 청색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표현은 바뀌어도 국가법령 우선주의를 고착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지역특성에 다른 다양성의 보장과 아래로부터 혁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법령과 지방법령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국가법령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거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더 나은 입법을 할 수 있는 경우에 국가의 법령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달리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변형입법권, “불구하고”조항). 2006년에 제정된 제주특별법은 ‘00 법률 제00조에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06년 개정된 독일헌법 제72조는 자연보호, 사냥, 공간정서, 수리, 대학입학 등의 분야에서 주는 연방법과 다른 규정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회개헌특위 지방분권분과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중앙정부법률의 우선을 원칙으로 하되 다음과 같이 예외를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법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조화시키는 제안이다.

“ 중앙정부의 법률은 지방정부의 법률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진다. 다만, 지방정부는 지역특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관리, 지방세, 주민복리와 관련한 주택, 교육, 환경, 경찰, 소방 등에 대해서 중앙정부의 법률과 달리 정할 수 있다. ”

현행헌법은 법률제정권을 국회에 독점시키고 있다. 독점기업이 생산품의 품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듯이 국회도 경쟁상대가 없어 입법의 품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로 인하여 국회가 만든 법률이 현실과 잘 맞지 않고, 어느 지방에도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마다 다양한 문제해결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법률로 국가법령과 달리 규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률이나 명령의 다양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법률이나 명령 등을 규정함에 있어서 지방정부에 의해 다른 규율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보다 좋은 법률이나 명령을 제정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지방정부도 국가의 법령에 반하는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보다 나은 입법을 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또한 지방정부상호간에도 보다 나은 입법을 통해서 주민과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치열한 입법경쟁을 통하여 입법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게 된다.

화, 2017/10/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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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

– 대규모 개발사업의 환상과 왜곡된 조세구조가 낳은 지방재정 위기 –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

잦은 시장 교체 후 재정위기의 긴 터널 탈출

민선7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지역 여야 정치권은 인천시장의 ‘재정위기 탈출’ 선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며, 벌써부터 선거전에 돌입할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선4기에 시작된 인천시 재정위기 논란으로 민선5기 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고 똑같은 쟁점으로 민선6기 선거에서도 시장이 바뀌었으니,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에게 재정위기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현 시장이 재정위기 극복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건 다른 경쟁 후보 진영에겐 달갑지 않은 뉴스일 뿐이다.

지금 인천시 재정상황은 어떨까. 시는 지난 7월 4일 재정위기 ‘주의단체’ 탈출을 선언했다. 6월 기준 시 본청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4.1%로, 재정 정상단체 기준인 25%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연말엔 22.4%까지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돌이켜 보면 시 채무비율은 2015년 3월, 39.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여 그해 8월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 등급을 받았다. 참고로 40%이상이면 ‘위기단체’로 지정돼 중앙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다. 한편 시는 올 연말까지 본청과 산하 공사·공단의 총 부채를 9조원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집권 외 정당(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힘 있는 시장’의 성과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지방세 증가와 재산매각의 영향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민선6기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행된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으로 갈등을 빚은 사회복지 계는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룬 성과라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평가들이 엄존하지만 민선4기부터 불거진 재정위기 논란을 마무리 질 때가 왔다. 재정위기를 겪게 된 내외부적인 원인 분석과 지역사회의 힘겨웠던 극복 과정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에 대한 환상이 재정위기를 낳았다는 걸 기록하자.

위기의 서막, 지방공기업들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동원되다.

민선3기 인천시장은 입성(2002년 7월 1일)한지 1년도 채 안 돼 도시개발공사를 전격 출범시킨다. 낙하산인사, 민간경제 침범과 중복투자 등의 지적에도 서민 주거안정을 앞세워 공사 설립을 강행했다. 이어 2005년에 근대개항장, 연안도서 등의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관광공사까지 설립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시민사회는 이들 지방공기업이 시 재정위기의 기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리한 지방공기업 설립이 위기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지방공기업을,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로 활용했다. 당시 다양한 시의 현물출자를 통해 공사 자산을 늘려 대규모 공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개발재원을 조달했다. 설립된 공사가 많을수록 개발재원도 늘어난다. 게다가 이들 공사를 설립목적에 걸맞지도 않는 사업에 동원했다.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주거개발에서 도시개발로 중심이동을 시켰고, 이들 개발사업 SPC(특수목적법인)에 연관성도 없는 교통공사와 지하철공사, 관광공사 등이 출자하도록 강제했다. 151층 인천타워 건설, 송도 글로벌 대학캠퍼스 조성,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등에 참여시킨 것이다.

인천시의 재정위기 성격은 무리하게 설립한 지방공기업을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동원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지방채 발행의 한계를 알고 무리한 공사채 발행을 감행하다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데는 왜곡된 현행 조세구조가 한몫했다. 자치단체의 주요 자주재원이 부동산 거래세다 보니 세수 증대 방안으로 너나없이 도시개발에 목메 왔다. 만약에 지역 산업 및 기업 활성화 관련 지방세 비중이 컸다면 자연스레 그리로 접근했을 것이다.


재정분권 중심의 ‘지방분권형 개헌’ 이슈화해야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이후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열악해졌고 의존재원은 늘어갔다. 반쪽자리 지방자치라는 푸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의 대표를 지역주민이 뽑는데 그들에게 과세권은 차치하고 주민 행정서비스 사무에 걸 맞는 자주재원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의 불균형 문제다. 재정분권 차원에서 조속히 현행 8 : 2 비율을 7 : 3으로 조정하는 등 불균형을 해소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어떤 조세를 이양하느냐 또한 중요하다. 지역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지방세 확대가 관건이다.

한편 ‘대표 없이 조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 의회에 보내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18세기 중반 영국 의회가 투표권이 없던 북미식민지 정착 영국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이들이 항거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미국 독립은 영국본토의 부당한 과세권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됐고 이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으로 발전됐다. 주지의 사실은 시민 복리를 위한 제반 사무가 자치단체에서 이뤄지고, 제반 재원도 그리 쓰이는데 정작 모든 과세권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제대로 된 재정분권을 하려면 ‘지방세 법률주의’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권력구조 개편,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에 맞춘 기본권 보장 강화 그리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구현 등을 담은 헌법 개정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시민사회에게 올 하반기는 매우 중요한다. 재정분권을 실현할 거대 담론을 형성함은 물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도 발굴해 공론화해야 한다. 여전히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앙정치권을 개헌 정국으로 몰고 가야한다.

지방분권형 개헌 위한 지역과제 발굴 통해 시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하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이번 개헌이 자당에 이익이 되는지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조기 장미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약속한 개헌 공약도 언약으로 밀릴 판이다. 개헌 정국 만들기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정치권에게 밑바닥 민심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제안컨대 일반시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방분권형 개헌 과제를 발굴해서 여론화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과제도 있을 것이고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과제도 엄존한다.

일례로 항만도시 주민들은 지방행정과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항만행정이 따로 노는 걸 늘 목격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을 계획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지 않은 지방분권 과제였다. 지방 해양항만청과 중소기업청, 고용노동청 등의 중앙사무가 지방행정기관의 경제사무로 이관된다면 뒤따르는 정부재정도 지역실정에 맞춰서 제대로 집행될 것이다. 현장 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 교육, 교통 등의 분야로 확대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 도구를 갖고 있고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가속화할 지역 차원의 기재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간의 사무 배분이 보충성의 원칙에서 추진되면 지금의 불균형한 조세구조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불균형한 조세구조 개혁 등 재정분권을 통해 도시 경쟁력 키워야

한편 국제사회는 국가 간 경쟁체제에서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역사도 깊다. 이에 선진 도시들은 과세권과 자주재원을 앞세워 시민의 복리 증진은 물론 국제적 경쟁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아직도 중앙집권적 조세구조와 제도에 얽매어 도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방분권의 진전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정분권이 반영된 조세구조는 도시 간 경쟁력에 있어서 실탄과도 같다. 그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본적인 자주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국가적 담론으로 삼고 있는 균형발전이 지방분권 논의와 충돌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 패권적 정치구조(일명 구도 정치)와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큰 왜곡된 전국정당 구조로 재정분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국세 비율이 높아야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 그 지역을 지원하는 예산도 클 거라는 의식이 숨어 있어서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중앙정치권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등의 갈등 논리를 내세워 조세구조 조정 등 재정분권을 위한 담론을 견제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재정적 측면에서 이미 낙후된 지역과 열악한 도시를 지원할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재정조정제도다.

결국 우리사회는 국제적 경쟁 환경의 변화로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통한 도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한편 도시와 지역의 균형발전도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이에 우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재정분권을 적극 추진하면서 재정조정제도도 적극 보완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세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내야한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 포함해야

드디어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국제환경의 변화를 공감한다면 중앙정부 주도로 특정지역에 특혜를 주려다 차별받는 지역이 발생하는 기존의 성장전략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권이 들어서면 그 지역을 겨냥한 정책과 예산이 수립되는 왜곡된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실패와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이에 현행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 중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을 포함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뿐만 아니라 ‘지역’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선진외국의 헌법은 ‘고향과 출신’에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우대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평등권을 보장했다. 도시 경쟁력이 지방분권 실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정체성 없는 지역대표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지방분권형 개헌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공론화하려면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치권보다 한발 앞서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준비할 때만이 재정분권은 실현가능하다. 서로의 분발을 촉구한다.

화, 2017/10/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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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정 사상누각이 될 것인가?

노건형 수원경실련 사무처장

연정을 통해 무엇이 바뀌었나?

민선6기 경기도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연정(聯政)을 실시했다. 연정1기(2년, 2014년 12월4일~2016년 7월19일) 이후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의 경기연정 평가토론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정 실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의원들의 변화였다. 경기도의회는 그간 도민들과 언론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존재했다. 타 지역 광역의회와 다르게 경기도는 서울의 위성도시의 성격을 갖고 있는 대도시들이 즐비하여 국회 또는 서울시의회의 정보는 쉽게 접촉할 수 있으나, 경기도의회의 활동내용은 소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특정 집단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가끔 외유성 해외여행으로 물의 빚거나, 뇌물수수 등의 부정적 이미지의 언론보도를 접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내용이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기도의원 스스로도 지역구 예산이나 관심이 있지 경기도정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정이 실시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하게 된다. 새누리당 도지사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연정합의문을 통해 연정이 실시되면서 의원들의 도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분야의 정책토론회 개최, 의원발의의 급증, 시민단체와의 연계 확대 등 과거 경기도의원들에게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과거 중앙정치의 대리전쟁이 없어졌다는 것도 나름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누리과정 및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경기도정이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었던 것도 연정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연정의 어두운 뒷면…2기 연정은 어떻게?

반면 긍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측면이 워낙 커서 잘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우선 연정의 시작이 ‘과연 순수 했는가?’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의회 구조에서 남경필 지사는 연정을 통해 일부 예산 사용권을 경기도의회 및 더불어민주당에게 던져주고 자기 공약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약속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준비가 제대로 안된 급조된 연정합의문은 실제 도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경기도의회는 주어진 예산을 분배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도정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이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1기 연정이 이러한 부정적 측면이 존재했음에도 연정을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기 연정의 연정합의문은 1기와는 다르게 많은 준비를 했으며,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제들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더불어 시민사회가 요구한 사항들을 연정합의문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있었다. 2기 연정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2기 연정의 평가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연정이 계속적으로 지속가능 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후 연정의 불투명성

또한 현재의 연정이 사회, 경제, 문화 등 정치적 목표를 같이하는 연합정치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거대 양당의 야합이라는 평가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한 정당이 도지사와 의회를 독식했을 때,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이 필요한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정책적 목표를 같이 하는 정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연정에 도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및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진보적 소수정당의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지방선거 이후의 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연정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화, 2017/11/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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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이번에는!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정당은 ‘선’ 한가?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말이 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정치측면에서 보면 가치배분 권한을 누가 어떻게 갖느냐를 놓고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숱한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볼 때 혁명이나 전쟁보다는 선거로 선택된 인물에게 권력을 줄 때 사회의 혼란이 가장 적었다. 그러므로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명제는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선거를 그렇게 속 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정당들의 욕심 사나운 행태가 선거를 혼란에 빠뜨린 경우를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당은 원래 그렇다고 반론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도 “정당은 공익을 추구하는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사익을 탐하는 이기적 인간들의 군집이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선거에서의 경쟁과 선택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자치의 발전 역시 경쟁과 선택이 자유로운 선거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당공천제는 민주주의 학교라고 불리는 지방자치와 역행하고 있다. 과거에 치룬 지방선거들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인물을 공천에서 도태시키는 것을 보아왔다. 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지역의제로 성장한 인재들이 지방선거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좌절한 경우도 많았다. 민주주의 선거의 이론적 측면에서도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선택하여야 하는 권리가 정당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최근 한 자치단체장의 증언도 지방선거의 후보자들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략)하여튼 매달리고 읍소하고 그저 공천받기 위해서 있든 없든 모든 것 동원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시민을 위한 시장 보다는 국회의원이라든지 정치권을 보는 시장 만드는 것 시의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티 브로드 지역채널 뉴스, 10. 26). 그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다 나온 말이다. 당내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공천을 해왔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정당들이 정당공천제 본래의 의미대로 지역에 좋은 후보와 유권자를 매개하는 역할에 충실하였더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당공천제의 도입은 정당정치 타협의 결과였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1991년부터 시행됐다. 1987년 민주화의 열망에 의해 지방자치를 받아들여야 하기는 하였으나. 정당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영남 등에서 야당인 신민주연합당은 호남 등에서 지역적 권력기반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방선거를 활용하려 했다. 그들 간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가 정당공천제였다. 당시는 광역단체장인 도지사와 광역의원인 도의원,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하였다.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까지 정당공천을 한 것은 2006년 제 4회 지방선거였다. 헌법재판소가 2003년 5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84조)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까닭이다(헌재 2003. 5. 15. 2003헌가9 등). 헌재는 당시 다른 지방선출직은 정당표방을 하는데 기초의원만 금지하는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그 후로 중앙정치의 지방지배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광역자치단체는 선거구가 국회의원선거구보다 크므로 후보자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소속정당의 지배를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경기도의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지방의원에게 ‘이제 그만 할 거야’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하고 지방의원들은 그런 갑질에 대응조차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정당공천제가 얼마나 오염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일 뿐이다.

그 동안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렇다. 첫째 지방선거가 지방정치가 아닌 중앙정치에 예속되었다. 지방선거의 쟁점이 여당의 중간평가가 되어버리기 일쑤였고, 지역의제는 설자리가 적어졌다. 둘째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안하였다. 지역주의로 인해 지방의 1당 독점구조가 만연하면서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선출한 게 아니라 정당이 선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지방선출직 후보자가 정당유력자의 사적 자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후보자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 정당 유력자에게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 공천권자에게 뇌물을 들고 가다 붙잡히기도 하고, 국회의원의 사적인 일을 챙기는 지방선출직 후보자들도 상당수였다. 넷째 지방선거의 폐해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공천권에 목이매인 자치단체장은 지방이 중앙의 파트너가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과 정당을 통해 중앙정치와 행정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방자치의 본래의 뜻은 중앙지방관계가 수직적 통합모델이 아니라, 상호협력의 대등한 관계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없애야

정당공천제도가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의 법칙과 달리 인간사회의 행동양식을 정하는 제도란 그 시대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합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에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폐지에 77.6%,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에 86%가 찬성하였다. 지방자치학회의 조사도 이와 유사하여 유권자들의 의견은 오래전에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합의는 이루어졌었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때는 유력한 여야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당시 박후보는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원의 공천폐지를 문후보는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를 내걸었다. 그리고 박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 한 번도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19대 국회는 2012년, 2013년에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을 6차례나 냈다. 하지만 4년 내내 심의조차 안했고, 결국 자동폐기 됐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겉으로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지만, ‘그 좋은 걸 왜 없애’라는 속마음을 갖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아마도 구태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안위나 권력유지를 생각하고, 지방자치의 발전에는 눈을 감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탄핵도 생각해보면 지방자치와 분권이 되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 독단의 권력이 부른 참사였다고 할 수 있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권력을 나누는 시도를 했더라면 양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적어도 대통령이 독점적 권력의 폐해를 인식할 수도 있었다. 또 정당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여론을 아프게 여겨, 당내민주화를 진전시켰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현 정부는 헌법에 지방분권국가를 명시하고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한다. 지방분권국가 모델 추진을 정부의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제에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지방의회의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국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협의와 조정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광역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의 효용은 있다고 본다. 2003년에 헌법소원에서의 위헌판결을 들어 폐지하려면 광역지방선거에서도 폐지해야지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3인의 헌법 재판관의 판단을 들어보자. “기초의원의 정당표방금지는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 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 위반의 위법도 없다”(판례집 15-1, 503)고 하였다. 당시 헌재의 소수 의견은 오늘날 울림이 크다. 지방분권국가의 길은 개헌 같은 큰 항목만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해서는 최선의 사람을 뽑는 제도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리더가 선택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이 선택되기 쉬운 현재의 정당공천제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화, 2017/1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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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위한 재정분권 헌법

이상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

중앙에 집중된 권력·권한, 지방과 국민에게 위임·분산시켜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지방분권형 국가운영’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했고, 지난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서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과제를 마련했고, 8월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9월 28일까지 11회에 걸쳐 권역별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해 국민의견을 수렴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의제가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개헌 정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지방과 국민에게 위임하고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헌법 개정에는 기본권, 정치, 경제 등 다루어야 할 사안들이 많이 있으나, 현재의 집권적‧권력집중형 통치구조의 전면적 개편 대안으로 지방분권형 국가운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의 확고한 헌법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스스로의 규율과 재원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규율을 마련하는 것을 형식적 권한, 그리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은 내용적 권한이라고 한다. 따라서 규율은 마련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한 재원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가 구현될 수 없다. 결국 중앙정부의 재정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을 재정분권이라고 한다면,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은 재정분권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며 이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재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방자치 구현될 수 없어

지방분권형 헌법에 담겨야할 재정분권의 내용은 크게 ‘조세자주권’과 ‘재정권의 확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조세자주권은 지방정부의 재정력 강화를 위해 지방세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즉, 조세권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속하는 권한이며, 지방정부는 국회에 의하여 법률로서 세원을 발굴하고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본질은 스스로 결정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기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주민들이 조세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세자주권은 지방의 주요한 권리로 지방분권의 실질적인 권한으로서 확대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조세자주권의 확대는 지방의회가 세율과 세목을 조례로 정하는 준연방제적 방식과 조세법률주의 완화조항을 통해 법정외세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준연방제적 방식은 자치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세는 국회가 법률로 제정하고, 지방세는 지방의회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례로 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조세권의 지방분권화를 위해서 현행 헌법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제59조)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조세가 ① 관세를 포함한 국세 ② 재산세를 포함한 자치세 ③ 소득세와 소비세를 포함한 공동세의 3원 구조임을 헌법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세권의 행사는 자치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국세는 국회가, 지방세는 각 지방의회가 법률 또는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는 조례로 정하는 방식이다.

조세법률주의 완화는 지방정부가 자의적으로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조정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조항을 완화하여, 지방정부가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발굴한 신세원에 대해서는 조례에 근거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정외세목 신설에 대한 재량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재정권의 확대는 지방정부의 재정운영 및 세출에 대한 자율성 제고를 말한다. 이를 위해 재정권을 행사하는 중앙정부 및 각 지방정부에 대하여 ①재정 건전성 및 재정 투명성을 헌법상의 원칙으로 천명하고, ②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간 사무위임 시 위임에 소요되는 비용은 위임하는 쪽에서 부담하도록 하며, ③수평적․수직적 재정조정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및 재정투명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세입과 세출의 균형예산을 운영할 의무를 부과하여 국가와 지방정부의 채무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고 재정운영의 공개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사무위임 비용 부담 원칙은 행정서비스 업무의 효율적이고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 상호간의 사무를 위임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두고, 사무를 위임하는 경우에 위임자가 사무의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비용전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독일 재정헌법에서는 행정지출과 목적지출이 구별되며, 목적지출에 대해서는 사무책임과 지출책임을 연계하고 있다.

지방재정 조정제도에 관한 사항은 지방에 대한 중앙의 수직적인 재정조정에 한정되어 있는 재정조정제도에 지방정부 상호간에 수평적인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상호연대에 의한 지역격차 해소 및 지방의 중앙에 대한 예속을 완화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간의 대등한 수평적 관계를 기초로 하여 세원이 풍부한 지역과 세원이 빈약한 지역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정부가 자치사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스위스와 독일에서 오래전부터 운용해오고 있다.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은 재정분권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명확히 하는 것

지방분권 헌법 개정은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가까운 지방정부 수준에서 보장하여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지방자치라는 시대정신을 헌법에 충실히 담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243개 지방정부에게 주어진 재정권한은 20%에 불과하다. 여전히 나머지 80%는 중앙정부에서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재정구조는 2할 자치라고 하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정분권 헌법은 대통령께서 천명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자치분권의 권한이다.

화, 2017/11/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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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 민선 6기 지방자치의 혁신 성과를 알리기 위해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시민, 지역리더
– 지방자치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꿈꾸시는 분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지방자치가 왜 필요한지 궁금할 때
–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의 성과가 궁금할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가야 할 혁신 방향
– 지방자치와 우리 삶의 관계
* 요약

○ 2014년 7월 1일 출범한 민선 6기 지방자치가 4년차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민선 6기 지방자치는 촛불시민혁명으로 탄핵당한 박근혜정부 아래에서도 주민과 소통하며 다양한 자치혁신을 추진하였다. 본 이슈에서는 민선 6기 지방자치혁신사례들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한다.

○ 민선 5,6기 지방자치의 가장 큰 변화는 행정이 주민과 직접소통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치를 통해 주민들이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참여정책의 대표주자는 주민참여예산이다.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더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서울 성북구, 서울 은평구는 무작위 추첨제를 도입하여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주민의 대표성을 높이고, 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였다. 시흥시는 주민들이 직접 제도를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제도가 변할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 인천 남구의 통두레운동은 주민 5인 이상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운동인데,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지역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주민청원을 통해 마을의 역사가 담긴 도서관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속초시는 포켓몬고 게임열풍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 뿐만 아니라 해외에 속초시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지역자산을 남부시장과 연결하여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하였다.

○ 서울 은평구와 오산시는 지역자원을 발굴 및 육성하여 학교에 보급하며, 화성시는 학교시설복합화를 통해서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고 있다.

○ 서울시와 시흥시에서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참여의 장을 열고,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였다.

○ 서울 종로구는 정부정책이 주민의 행복체감도와 거리가 있다는 판단아래 주민과 함께 ‘종로행복드림이끄미’를 꾸리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행복찾기에 나섰다.

○ 민선 6기 지방자치의 다양한 혁신노력들은 주민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다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아닌 자치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월, 2017/12/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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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제도로서의 주민자치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정부 ‘자치분권 로드맵’, 헌법적 과제 보다 현행 법제도 개선에 초점

2018년 헌법개정을 앞두고 헌법구조를 재설계(redesign)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과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주민자치 실질화라는 양 수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국정농단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와 사법부로의 분권도 중요하지만, 국가로부터 주민(국민이기도 함)과 지방자치정부에 대한 분권을 헌법적 가치와 철학으로서 명확히 구현되도록 자치분권개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 26일 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제안하고 있는 ‘자치분권 로드맵’은 시의적절하고, 자치분권의 비전과 5대 핵심전략을 제시한 것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왜 자치분권이 필요한가라는 부분에서는 고도의 중앙집권적 국정운영방식의 제도마비, 인구자본 등의 수도권 집중가속화로 인한 지방쇠퇴, 국가중심의 획일화된 공공서비스에 대한 주민불만 증가, 근린생활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요구 폭발로 인해 자치분권개헌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과 목표로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제고, 풀뿌리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이라고 하는 핵심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8년에는 풀뿌리주민자치로의 방향성에 부합한 현행제도의 개편, 헌법 개정 후에 어떤 조항이 자치분권과 관련해 개정되는가를 보고, 그러한 조항을 법률과 정책으로서 구현할 수 있는 법제도와 정책개혁이 지속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내년 5월 헌법개정안이 확정될 때까지 풀뿌리주민자치가 명확하게 헌법규정으로 새롭게 들어갈 수 있도록 시민운동과 주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의 조직적인 노력과 지방의회 및 선출직 단체장의 자치분권개헌에 대한 의견과 논의를 수렴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객관적이고 거국적 국민운동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가 로드맵에서 제시한 풀뿌리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30대과제들을 보면 헌법적 차원에서의 과제는 없고, 주로 현행 법제도의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가죽부대라기보다는 헌 가죽부대를 조금 더 산뜻하게 보이려는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혁신읍면동을 추진하고, 주민참여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인데, 후자의 경우에는 주민투표제도 활성화, 주민소환제도 활성화, 주민참여예산제 적용범위 확대, 주민조례개폐청구제도 개선 등으로 되어 있다.

 

풀뿌리주민자치 개헌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시민운동·주민운동 일어나야

문제는 풀뿌리민주주의로서의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관할구역과 법인격의 문제를 명확히 해주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관점전환(perspective innovation)이라고 할까? 패러다임의 근본적 발상에서의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새로운 관점에서의 제도설계는 관할구역의 규모가 주민총회를 할 수 있는 규모이든가, 대의제도를 채택한다면 도시지역이거나 광역지역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해 도시와 지역발전을 위한 합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경우일 것이다. 이것은 농촌의 경우에는 읍면단위, 도시의 경우에는 아파트단지별(300에서 500세대내외) 또는 통구역(혹은 인구 1000에서 5000명정도의 블록구역(도로와 도로로 만들어진 블록))의 생활공동서비스의 자치관리를 위한 단위로 주민자치를 실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촌의 경우에는 현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구성, 위원회형 혹은 통합형의 지방자치단체 구성)를 구성하도록 하고, 도시의 경우에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체제와 같이 주민거주자대표회의와 구역관리사무소운영이 가능한 주민자치를 법제화해 주는 것이다. 이 때 거주자들은 자치관리세를 법제도로서 납부하도록 해야 하고, 자치관리세의 납부액만큼은 지방세에서 공제하여 줌으로써 다양한 수준의 자치관리를 할 수 있는 재량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의 리의 경우에는 주민총회형의 주민자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읍면지방자치단체의 의회구성은 리 주민자치회의 협의체 혹은 연합체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성을 명확히 선언하게 해야 한다. 또 도시지역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비아파트지역의 주민거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활동기간의 전후 5년간을 명확히 지키도록 법제화함으로써 정당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동주민센터’는 폐지해 ‘동주민자치센터’ 혹은 ‘커뮤니티센터’로 개칭해야 한다. 즉, 시나 자치구에서 시설을 설치해 주민들이 소통하고 커뮤니티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거점을 제공하지만, 시설의 운영은 주민들이 ‘참여’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나 자치구에는 ‘시민협동센터’를 설치해 아파트단지나 주민거주블록별로 대표자들이 참여해 자신이 거주하는 구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시정책에 참여하고, 협치하면서 통제하는 아른스타인(Arnstein)의 실질적 참여단계로서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도시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초대된 공간으로서 참여는 바로 ‘시민협동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공간에 참여는 주민은 개인으로서 참여가 아니라, 아파트단지나 주민거주블록의 대표자로서 참여하는 것이기에 ‘참여의 영향력’이 개인에 비해 매우 높다. 참여하는 대표자들은 자신이 속한 단지나 블록의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소통하는 비준(ratification)을 받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풀뿌리의 민주주의는 매우 향상될 것이고, 이것이 가능한 시설이나 제도의 확산은 한국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자기입법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근린생활 주민자치단체 나와야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근린생활을 위한 공공서비스 혹은 공유서비스의 자치적 관리라는 필요에 따라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근린생활의 공공서비스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 않다면, 굳이 주민자치제도를 강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즉 이러한 선택도 단지나 블록의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자치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구역에 대해서는 시나 자치구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이러한 공공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풀뿌리주민자치를 위해 주민들의 ‘시민성’이 확보된 곳에서부터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민자치제도를 채택한 지역의 주민들의 삶의 수준이 보다 높아지고, 행복해지고 있다는 준거모델을 다양하게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한국의 민주주의발전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주민자치의 제도적 장치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자치분권개헌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주민자치가 헌법적 근거규정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권이 기본권으로서 조항이 들어가고, 분권국가의 선언과 보충성의 원칙이 헌법 규정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서 읍면을 새롭게 지정하고, 주민자치단체로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와 주민거주자대표회가 ‘구역공유서비스의 자치관리를 위한 자기입법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근린생활 주민자치단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화, 2017/12/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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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목민관클럽 제22차 정기포럼 환영사를 맡아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는데, 진도는 조금 느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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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2/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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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방자치의 품격을 훔쳤을까?

이병관 청주경실련 정책국장

2017년은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청주와 충북 소식이 유달리 많이 등장했다. 끔찍한 살인사건,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 아동학대, 성직자의 추태 등 우리 지역 소식이 이렇게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아쉽게도 모두 안 좋은 내용뿐인데, 여기에 정치인과 공무원이 빠지면 섭섭했던 것일까?

지방자치를 꽃피워도 모자랄 판에 단체장, 지방의회 그리고 공무원들이 합심(?)하여 지방자치 무용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들에 관한 한심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주민들은 지방의원은 없는 게 낫다, 다시 옛날처럼 단체장을 중앙에서 임명해라, 공무원도 일반기업처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을 쏟아냈고, 지방자치에 관한 합리적 논의도 점점 멀어져갔다.

 

청주시 공무원 비위, 그 끝은 어디인가?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추진했는지 강한 의구심

10월 24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는 3~4급 간부 공무원 16명이 모여 ‘공직기강 확립 청렴 실천 서약서’를 발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공무원 비위가 다시 발생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겠다고 85만 청주시민에게 약속했다. 이날 서약 발표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가 입건된 상당구청장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위와 일탈 행위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발생했었다.

건축업자로부터 1천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40대 공무원이 구속됐고, 또 다른 공무원은 시청 사무실에서 집기를 내던지고 간부 공무원을 폭행했다가 파면됐다. 폭행을 당한 간부 공무원은(꼭 폭행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사건으로 한 명이 또 자살해 올해만 청주시에선 공무원 2명이 자살했다.

상가 건물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30대 공무원은 불구속 입건돼 파면됐고, 작년에 속칭 ‘보도방’을 운영한 혐의로 적발된 30대 공무원은 경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 간부 공무원이 이재민 구호물품을 자신의 고향 경로당에 전달했다 적발된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울 정도다.

공무원에 관한 비리·비위 사건은 늘 있었지만, 올해만큼 많이 터졌던 적도 없었다. 충북을 대표하는 기초단체인 청주시가 ‘비리집단’이 된 원인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청주시는 2014년 7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됐지만, 기존의 시청 직원과 옛 군청 직원들이 여전히 융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사 적체가 심각해 직원 간 경쟁이 심하고, 서로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여기에 허술한 감사 시스템도 한 몫 했다. 청주시 정도 규모의 도시면 외부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내부 직원을 임명하여 ‘제 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연 이러한 공무원들이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추진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승훈 청주시장 직위 상실
시장의 리더십 부재 → 공무원 일탈?!

이승훈 청주시장은 11월 9일 결국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통합청주시(2014년 7월 출범)의 첫 수장에 올랐지만 임기 내내 정치자금법 위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선 청주시장 가운데 중도에 낙마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2월 29일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이 시장은 대법원 선고까지 1년 9개월 동안 모두 13차례 재판을 받았다. 당선 이후 시정을 챙기기보단 재판 준비로 더 바빴을 이 시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했을 리 없다. 공무원들이 법원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시장의 지시를 새겨 들었을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공무원은 단체장 하기 나름이다. 공무원에 대한 많은 비판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시민이 뽑은 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공무원들의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박원순 이후의 서울시, 이재명 이후의 성남시 공직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청주에선 이들 두 지역에 더해서 김승수 전주시장에 대한 미담(!)도 회자되고 있다. 아무래도 청주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라서 모범사례로 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다시 청주시 상황을 돌아보면 암담하다. 시장은 재판 중이었고, 공무원은 비위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청주시는 청원군과 통합된 이후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전국에 모범적인 도시의 모습을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레밍’으로 시작하여 ‘늑대’로 끝난 도의원의 ‘아무말 대잔치’
함량 미달 의원, 그리고 그런 의원을 계속 배출하는 정당

올해 여름은 오랜 가뭄으로 말 그대로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7월 16일 청주를 비롯하여 몇몇 지역에 집중폭우가 쏟아져 정반대의 이유로 하늘을 원망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와 우왕좌왕했던 청주시의 행정처리에 시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안 좋은 상황을 단 한 명의 충북도의원이 ‘별 것 아닌 일’로 만들어버렸다. 청주가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후 시민들과 공무원, 군인을 비롯해 타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와중에,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김학철, 박한범, 박봉순, 최병윤 의원 4명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청주의 물난리 소식도 전국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이들 도의원에 관한 소식은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다.

연수 국가에 도착한 후 김학철 도의원(행정문화위원장)이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진행된 인터뷰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는 방송사와의 통화에서 외유성 유럽 연수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에 대해, 그 유명한 ‘레밍(들쥐)’ 발언의 막을 올렸다. 박근혜정부 시절 논란이 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국민은 개돼지’라고 했던 발언의 뒤를 이어, ‘레밍’은 국민을 모독하는 대표적인 동물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탄핵 찬성 국회의원들을 ‘개’로 비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발언해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지만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함께 연수를 떠난 네 명 중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은 7월 25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3명은 본인들을 제명시킨 조치가 과하다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김학철 의원의 ‘아무말 대잔치’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충북도민과 충북도의회의 명예를 실추한 의원들에 대해 연일 도민들이 나서 징계를 요구했지만, 충북도의회는 묵묵부답,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 9월 4일 충북도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어 박한범, 박봉순 의원에겐 공개사과를,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학철 의원에겐 30일 출석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처분을 내렸다.

김학철 의원은 자신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는 그 날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9월 11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사과 발언을 하며 도민을 늑대에, 자신은 늑대를 이끄는 우두머리에 비유하여 또 다시 분란을 일으켰다. 레밍으로 시작한 막말을 늑대로 끝낸 셈이다. 이후 그는 행정문화위원장 직을 사임하고 교육위원회로 이동하여 다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 도리를 모르는 자에게 어찌 충북의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유권자의 품격 = 지방자치의 품격
그럼에도 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도대체 이런 공무원과 단체장, 도의원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일까? 어째서 그들은 일반 시민들의 기대치에서 이토록 멀어졌을까? 그들에겐 품격이 원래 없었던 것일까, 있었는데 없어진 것일까?

우선 함량 미달인 후보를 공천해 선거에 당선되도록 한 정당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도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것은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고, 거기엔 도민을 두려워하기에 앞서 소속 정당에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막말을 해도 유권자들이 곧 잊을 것이고, 오히려 본인의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막말은 계속 되고 있다.

2014년 이승훈 청주시장(현 자유한국당)의 당선에는 당시 야당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라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었고,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는 열망도 높았으며, 그 연장선에서 정치변화에 대한 요구도 컸지만, 지방정치에서 보여준 당시 야당의 모습은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랬던 야당이 지금 여당이 되어 2018년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청주나 충북에선 새로운 인물이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새로운 정권이 지방에선 토호 세력의 정권 유지에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 심히 우려스럽다.

사실 이렇게 하면 올바른 지방자치가 구현될 것이란 뾰족한 묘안은 없다. 선거제도와 정당 개혁에 대한 논의도 많이 있었고, 유권자의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불만이 많다’는 것을 ‘문제가 더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하진 않았으면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많이 높아졌고 그것은 촛불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졌으므로 당연히 기대치도 높아졌을 터인데(기대치가 낮으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지금의 상황은 그런 기대치에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우리는 지방자치가 더 나빠졌다며 좌절하여, 옛날이 더 좋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개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며, 지방자치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도 계속 높여나가는 것이다.

화, 2017/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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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살리는 지방분권개헌

김성호 국회 개헌특위 지방분권분과 간사

 

나라 살리는 개헌의 핵심과제, 지방분권

20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87헌법체제 이후 30년 만에 국회가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가 위기다. 대한민국은 한·중·일·러 4강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중이고, 북한은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핵도발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과도한 사교육, 세월호, 메르스, AI사태 등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기능부전에 빠져 매년 공공부문 국가경쟁력은 낮아지고 있다.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본연의 국가안보, 외교, 국제경제, 금융 및 수많은 국가공기업 관리 등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과제는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역할분담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에게 중앙정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바꾸는 개헌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외국헌법을 조사해보면, 중앙-지방정부간 관계, 실체적 지방자치관련 사항은 헌법사항이지 법률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합의한 나라를 살릴 지방분권개헌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지방분권 합의안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다음과 같이 합의안을 만들어 개헌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 합의안이다.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 간사 김성호위원과 김형기, 안영훈, 유재일, 이기우, 최백영위원이 지방분권분과합의안을 마련했다.

첫째, 제왕적 중앙집권국가로부터 지방분권국가로의 이행을 선언했다. 지방자치권은 주민에 속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위임해 행사하는 것을 명확히 했다. 현행 지방정부의 종류를 헌법에 보장하되, 주민의 의사와 무관한 정치적 목적의 지방정부 폐치분합을 금지했다. 정부간 권한배분은 개인과 하위공동체의 자율과 책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도록 했다.

둘째, 실질적인 자치입법권을 보장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정부가 제정하는 종래 조례를 법률로 표기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제정은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가 관할구역에 적용되는 법률형식으로써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죄형자치법률주의를 명문화 했다.

셋째, 중앙정부가 법률을 집행할 때, 원칙적으로 지방정부에 위임해 수행하도록 했다. 이는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같은 중앙행정기구의 무분별한 팽창을 방지하고, 종합행정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넷째, 중앙-지방간 합리적인 재원배분을 규정했다. 의존재원 중심의 지방자치는 그 본질에 부합되지 않으며, 재정책임성을 훼손한다. 지방세국가법률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대표없는 조세없다’는 법원리에 어긋나고, 세입과 세출자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지방세의 납세의무자는 주민이므로 지방세의 세목, 세율, 부과징수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국세-지방세 주요세목의 중앙-지방정부간 배분을 헌법상 의무화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적정 재원을 보장했다. 위임사무 수행비용은 위임하는 정부가 부담하도록 해 비용전가를 금지했다. 지방정부의 자주과세권으로서 지방세 자치법률주의를 제도화해 조세의 가격기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방재정운용원칙으로 지방정부는 재정운영상 수지균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예외적으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부채가 발생하는 경우, 부채관리를 통해 지방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했다. 또한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두어 원천적으로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정부를 배려했다.

다섯째, 지방정부의 자주조직권을 보장했다. 지방정부의 기관으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두도록 했다. 지방정부의 전국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해당 지방정부의 기관구성과 선거, 조직, 인사에 관한 사항은 자치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개별 지방의 특성에 따라 기관구성 등 조직의 자율성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섯째,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으로 지방의 국정참여를 내실화했다. 국회에 인구비례로 선출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신설해 국회입법 및 재원배분과정에 지방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일곱째, 국민직접참정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절차를 마련했다. 한편으로는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발안제를 부활하고, 헌법개정절차를 연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해 국민주권을 실현했다. 국회의원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요건을 유신헌법 이전 수준으로 완화해 헌법개정발의가 용이하도록 했다. 대통령 헌법개정제안권은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했다.

여덟째,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통제장치 신설을 제안했다. 중앙집권적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법원의 장 등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통제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자문위원회 사법분과에 요청했다. 아울러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과 제왕적 대법원장제 개선을 위해 고등법원단위로 상고심을 두도록 할 것과 법관인사를 하도록 했다.
10차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높여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

화, 2017/12/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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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최후의 통제장치, 주민소환제도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지방자치제도’는 제자리걸음 중.

2018년 6월이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4년이 지났지만, 시민에게서나 전문가에게서나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극히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개헌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을 만큼 아직도 ‘분권’과 ‘자치’를 ‘꿈’꾸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온 핵심 원인에는 중앙에 편중된 ‘권한과 재정’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권한과 재정’ 문제 때문 만일까?

지금의 지방제치제도는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권과 자치’가 국가운영의 대세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가 이것만이라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다른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불신’이 아직도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 자체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제도의 필요성마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시장님! 군수님! 의원님! 어디가십니까?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온 지난 24년 동안 우리는 심심치 않게 이런 뉴스를 접해왔다. “○○시장(군수), ○○의원 구속” 강원지역 역시 전국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리혐의로 구속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상당수 배출해 왔다. 영동지역의 어느 시에서는 민선1기 시장부터 5기 시장까지 내리 구속되어 시장 직에서 물러난 사례까지 있다. 지역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가히 ‘지자체장 구속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에 그 가족, 친지까지 당장 인터넷 포털만 검색해도 구속된 지방정치인과 관련한 수없이 많은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의 문제는 지역주민에게 부끄러움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고, 이는 다시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며, 종국에는 지방자치에 대한 외면으로 나타나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매우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가 지방자치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요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인 문제이지, 지역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불신해서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불신과 외면’ 역시 ‘권한과 재정’의 문제만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심각한 원인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지방자치제도의 ‘권한과 재정’ 문제는 상당한 공부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부패와 비리로 인한 ‘불신과 외면’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민이 두렵지 않다.

자치단체장은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나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는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놓고 지역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의회에서는 덮어놓고 동의를 한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진행된 사업은 실패하고 지자체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지자체는 지역주민을 위한 기존 사업들을 축소한다. 가장 먼저 힘없는 취약계층이,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따내야 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받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지역주민 모두가 그 피해를 나누어 받는다.

지역사회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조례로 정한 규제들이 있다. 관련 업자들은 이러한 조례를 고치고자, 또는 유리한 조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의회는 규제를 완화-폐기하거나 신설 한다는 조례를 입법 예고를 한다. 시청홈페이지에, 관보에 보이지 않게. 공청회 역시 관련자들을 위주로 한 요식행위로 진행한다. 민감한 내용의 표결은 비밀투표로 진행한다. 이는 주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하고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불특정 다수의 지역 주민이 개정된 조례로 인한 피해를 알게 모르게 감수하게 된다.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혈세낭비나, 주민편익을 해치는 행위는 물론이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태 역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피해를 감수하는 동안 이들은 어떠한 책임을 져 왔는가?

 

사람의 문제, 허술하게 작동하는 제도의 문제이다.

지난겨울, 촛불혁명을 지나오면서 국가의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 지를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회가 감시와 견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사법기관이 범죄에 눈감으며, 언론이 정론을 외면해 왔을 때,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해야 했고, 춥고 긴 겨울 동안 촛불을 들어야 했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시민사회가 무관심할 때, 지역 언론이 나태할 때,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싹을 틔우는 것이다. 결국 감시와 견제를 위한 법적, 사회적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정부차원이나 지자체차원의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지역주민의 복리를 망각한 의사결정들이 자행되어 온 것이다.

화, 2018/01/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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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ㆍ주민소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후발선진국?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1949년 지방자치법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지방선거는 1952년 봄 전쟁 통에 치러졌다. 그것도 당시 이승만대통령이 야당의 도전을 막기 위해 지방의회를 이용하려는 의도에서였다. 5.16군사쿠데타 후에는 지방자치는 법은 있어도 죽은 제도였다. 유신정권과 전두환 군사정권은 지방자치를 행정능률과 권력독점에 방해되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통일 후에 하자, 재정자립도 보아가면서 하자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헌법 부칙조항에 넣었다.

지방자치가 다시 실시되기 위해서는 숱한 민주열사들의 피와 땀이 필요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결과 겨우 지방자치가 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도 중앙권력은 지방선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방자치 전문가들이 헌법소원을 내고서야 겨우 1991년에 지방의회선거를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중앙권력자들이 지방자치 및 분권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는 도입 따로 실행 따로인 경우가 많은데, 지방자치역시 그랬다.

지방자치에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그렇다.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소생한 지방자치는 그러나 점차 지방선출직들의 정책독선과 일탈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지방자치 참여를 확대하고, 또 대의민주주의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민투표(2004년), 주민소환(2006년), 주민소송(2007년)이 차례로 도입되었다. Smith & Tolbert(2004)가 직접민주주의의 3각 편대라고 칭한 것들을 모두 도입한 것이다. 주민투표의 예를 들면, 우리는 주민투표법 7조 1항에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 특정 자치단체에 적용되는 법률을 제정할 때만 주민투표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민투표제도가 훨씬 앞선 것이다. 제도만으로 보면 실로 지방자치 제도의 후발선진국이라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주민투표.주민소환 등의 운용 실상은?

하지만 이들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사용실적은 극히 저조했다. 그동안 주민투표나 주민소환 등이 운용된 모습을 따라가 보자.

주민투표는 2004년에 법제환 된지 13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8건 만이 실시되었다. 한해 0.6건 정도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투표는 했지만 투표자수가 1/3이 안되어 미개표 한 것이 1건(서울시 무상급식지원범위에 대한 주민투표), 주민투표 청구단계서 실패한 것이 2건이다. 실제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것은 5건에 불과하다(행정안전부, 2017년 7월 31일 통계).

주민소환은 실시 10년여에 투표가 실시된 것은 8건에 불과하고, 미투표로 종결된 것은 78건에 달한다. 투표가 실시된 것 중에서도 소환에 성공한 것은 하남시 의원 2인이 화장장 건립추진과 관련하여 소환된 것이 전부이다.

한편 주민소송은 11년 실시 역사 중에서 33건이 시도되었는데. 이중 31건이 종결되었고, 7월 현재 2건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종결된 주민소송건수 중 원고인 주민이 승소한 것은 2건에 불과하다(일부승소 2건).

이를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보자. 우리의 경우는 주민소환의 청구대상자가 장과 의원에 국한된다. 일본은 주민소환이라 하지 않고, 해직청구라 한다. 장과 의원에 대해 해직청구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주민투표를 한다. 다만 일본은 장과 의원이외에도 부단체장, 선거관리위원, 감사위원 및 공안위원, 행정구의 청장 등에 대해서도 해직청구가 가능하다. 후자의 경우는 지방의회에서 2/3출석 3/4동의로 직을 잃는다. 요컨대 주민들이 장과 의원만이 아니라 공직 전반에 걸쳐 직접 징벌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청구대상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 한국 주민소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국회의원의 소환제도가 없는 것도 한국정치의 큰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해직청구가 성립된 것을 살펴보면(2006-2014), 2013년에 의원 1건. 2014년에 장 1건이 성립. 2012년에 장 4건이 성립. 2007년에 장 2건 성립, 2006년에 장 1건 성립 등 비교적 여러 사례가 있다(일본, 총무성 자료 각 연도. 해직의 청구건수 및 결과). 이 중 2007년에 성립한 도찌기 현의 이와후나정(후에 도찌기시에 통합)의 경우는 장이 통합에 대한 주민투표가 찬성임에도 불구하고 합병협의회를 폐지시킨데 대하여 해직청구가 이루어져서 받아들여졌다. 같은 해 찌바현 쪼시시의 시장의 경우는 시립종합병원의 폐지를 강행한 것에 대하여 시민들이 공약위반을 들어 해직청구 투표를 요청하고 해직을 시킨 것이다(아래 표 참조).

그렇다면 일본의 해직 청구요건이 더 까다로울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경우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 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5이상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한편 일본의 청구요건은 유권자의 3 분의 1(유권자수가 40 만 명 초과 80 만 명 이하의 경우에는, 그 40 만을 넘는 수에 6 분의 1 을 곱한 수와 40 만에 3 분의 1 을 곱한 수를 합산한 수) 이상의 서명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시정촌장)의 해직을 요구할 수 있다. 50만 명의 유권자가 있다면, 한국은 7.5만의 서명이 있어야 청구가 가능한데, 일본은 14.9만 명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주민소환만 놓고 보면 청구요건이라는 제도상의 문제는 일본이 더 크다. 일본의 해직청구요건은 더 까다롭지만, 장과 의원 등에 대하여 주민소환이 성립되는 경우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관련 법령의
개선과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의식 필요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 수 있었다. 하나는 한국의 직접참정제도가 너무 경직되게 운영되는 것과 둘째는 한국의 유권자들의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에 대한 참여의식이 개선되어야 함을 들고 싶다.

먼저 경직된 운영의 측면을 살펴보면, 주민소환이든 주민투표이든 청구서명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주민등록번호를 적도록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허훈ㆍ정재화, 2017). 우리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적게 하는 것은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주민투표안건이나 주민소환에 동의하여 서명하려하다가도 되돌아올 막연한 두려움에 서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얼버무리는 식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주민의 직접참정권을 행사하는 데까지 엄격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적지 않았다고 하여 유효서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다. 청구자요건수는 일본보다 적은 수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서명을 받기 어려워 청구요건을 채우기가 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서명부에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대신 출생연도를 쓰는 것으로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크다.

둘째, 서명청구운동방법에도 문제가 발생하였다. 주민소환운동의 방법을 정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9조는 서명부를 사용하여 구두로 요청하는 외에는 다른 방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청구대상자의 서명반대 활동에는 사실상 어떤 규제도 없다. 청구원인이 되는 사항에 대하여 공무원이 이를 설명하거나, 그 자신이 관련 홍보물을 배부하는 등 어떤 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반면 소환운동그룹은 어떤 홍보물도 만들 수 없다. 주민투표의 경우에도 야간집회나 호별방문을 규제하는 등 너무나 엄격히 투표관리를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제도장벽으로 나타나게 되어 서명부를 미제출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따라서 관련법 조항을 수정하여 서명청구운동의 제한을 완화하여야 한다.

셋째, 서명요청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현재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청구인대표자와 그가 위임한 서명요청권자 즉 수임인이다. 그런데 이들 수임인에 대하여 지나치게 까다롭게 자격을 부여한다. 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18조 3항은 공직선거법 60조 1항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대한 규정을 그대로 인용하여 서명을 받는 수임인 자격을 부여한다. 이는 선거의 공공성 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공활동을 하거나 국민 될 자격이 없는 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주민소환에는 통, 리, 반장 및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수임인 자격이 없기에 이들이 포함되었는지를 알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수임인을 시청에 확인함으로써 비밀투표에 관한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 법률 혹은 시행령에 수임인 자격여부 확인에 관해 비밀보장의 원칙을 정하여야 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하여 한국의 유권자들의 정치참여의식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주민소환사례에서 보듯이 주민소환서명운동을 하다가 서명부 미제출이나 스스로 각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점은 거꾸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물론 ‘질러 놓고 보자’식의 소환청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꼭 소환되어야 할 선출직까지 시민들이 투표성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도 포기하는 것이다. 서명부를 받기가 어렵더라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주민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 고민하여 적극적으로 주민투표를 성립시키고, 선출직들의 일탈을 막기 위하여 주민소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최종보루로서 시민들이 하여야 할 역할인 것이다.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의식인 셈이다.

참고문헌
Smith, D. A., & Tolbert, C. J. (2004). Educated by initiative: The effects of direct democracy on citizens and political organizations in the American States. 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허훈ㆍ정재화(2017). 시민정치도구로서의 주민소환운동 경험과 평가. 한국지방자치학회보. 28권3호: 77-104.

화, 2018/01/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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