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대회 참가 농민,경찰 물대포 맞고 의식불명
민중총궐기대회 참석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모(70)씨가 뇌수술을 받고 있는 서울대 병원에서 최기훈 기자가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도합니다.
민중총궐기대회 참석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모(70)씨가 뇌수술을 받고 있는 서울대 병원에서 최기훈 기자가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도합니다.
삼성전자 납품 부품 진열대에는 거미줄이 내려 앉았다. 냉매를 압축하는 냉장고 컴프레셔엔 녹이 슬었다. 공장 기계의 상황판은 3월 29일로 멈췄다. 만평 규모의 공장을 밝히던 발전기는 취재진이 오자 오랜만에 굉음을 냈다. 뉴스타파가 지난 5월 18일 찾아간 중국 쑤저우 공단 내 태정산업의 모습이었다. 태정산업은 27년 동안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한 협력업체다.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업체 생산라인은 왜 이렇게 멈춰 섰을까. 태정산업의 중국 공장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성토했다. 이들은 태정산업이 새 기술을 개발하면 삼성전자가 중국 협력업체를 데려와 기술을 빼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강제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납품 물량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간부에게)이런 기술을 안 갖고 있는 경쟁사(중국업체)를 (태정공장에) 데리고 와서 보시는 것만은 조금 제가 못하겠다고, 그것만 그건 막아주셔야 되지 않느냐, 상도의 상 맞지 않는 것 아니냐, 차라리 보시고 가서 그 업체를 가르쳐 주시는 것은 괜찮다, 그 업체가 보고 가게 하는 건 너무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라고 그렇게 말씀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태정산업 권광남 회장의 말이다. 권 회장은 삼성전자가 중국업체에게 태정산업을 견학시켜 첨단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중국 납품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태정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려한대로 중국업체가 태정산업과 비슷한 기술을 습득하게 됐고, 중국업체는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두 곳 이상이 되는 이른바 ‘다원화’가 진행되면 삼성전자는 손쉽게 협력업체 사이에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태정산업 제조부의 우싱 웬 부장은 “태정은 28년동안 콤프레셔 부품을 만든 기술력이 있다”면서 “태정산업이 부품을 개발하고 나면 삼성측이 정보를 캐내, 중국업체에 주면서 중국업체와의 다원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부품 대금 지급 기일을 두고도 갑을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권 회장은 태정산업이 삼성전자에 납품한 부품 대금을 받으려면 50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원자재 대금을 삼성전자에 지급할 때는 25일 안에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항상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개선요구는)많이 했는데 (삼성전자가)안 해줬죠. 이게 한때 저희가 이 돈으로 묶이는 돈이 최고 많을 때는 한 20억까지 묶였습니다. 매출, 매입을 같은 시기에 공제를 해야 되는데 (납품 대금을)두 달 후에 돈을 주는 과정에서 지난달 납품 분에서 원자재 (매입 대금에) 따라서 공제하니까, 삼성전자가 (원자재 대금)20억 먼저 떼어가는거죠.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태정산업 중국공장에 선지급 결제를 해왔다고 말했다.
태정산업측은 2014년 가을, 삼성전자가 협성회를 통해 사실상의 단가 인하 요구해 왔으나 이를 를 거부한 이후부터 삼성전자의 태도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품질를 문제 삼자, 태정산업이 그 요구 사항대로 부품의 품질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태정산업의 2015년 매출은 2014년에 비해 급감했다. 태정산업 품질부 왕리 대리의 말이다.
(2015년 9월에) 저희가 품질 불량이 발생해서 잠시 납품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경우에는 저희가 개선 대책을 세워서 개선이 완료된 사항을 삼성전자에 제출합니다. 삼성전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삼성전자 내부 부서에서 서로 미루고 제 때 처리를 안 해서 납품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납품 물량이 줄어든 2015년에는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단가 인하 요구가 여덟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오늘 내로 단가 인하를 완성하라”는 삼성전자의 메일에 태정산업이 항의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물량을 빼버리겠다는 삼성전자의 협박이었다고 태정산업 송창용 제조이사는 증언했다.
(강제 단가 인하 요구에) 삼성전자에 항의는 하죠. 지금 상태에서 원가 분석을 한 결과 사실상 어렵다고,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하면 그쪽에서는 답변이 물량 빼버리겠다고 해요.
그러나 삼성전자는 뉴스타파에게 보낸 서면답변에서 강제 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으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납품가를 조정해 달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만난 삼성전자 중국 협력업체들은 태정산업과 상황이 많이 달라 보였다. 삼성전자에 냉장고 부품을 납품하는 영위전자의 영업부장은 “(삼성전자가) 모든 방면에서 지원을 해준다”면서 “삼성전자가 더 발전해서 협력업체도 발전하고 (납품)물량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강제 단가 인하 요구가 없었냐는 물음에는 “동의를 안 한다고 꼭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쌍방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반드시 협력업체가 단가 인하에 동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가 인하를 거부하자 삼성전자가 물량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태정산업 측의 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협력업체인 야징전자 공장장 역시 “삼성과 오래 시간 거래를 했고 삼성의 협조로 우리 회사 내부의 관리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면서 “삼성전자는 야징전자의 개선 활동에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서로 배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국업체인 태정산업을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역차별한 것이 아니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 강민수
촬영: 김기철
편집: 정지성
한국의 주요 언론은 이번 태정산업의 ‘삼성전자 갑질’ 폭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독자나 시청자들은 지상파 3사(KBS, SBS, MBC)나 5대 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를 통해서 관련 기사를 볼 수 없었다. 태정산업 공장이 있는 광주에서는 지역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를 다뤘지만 이른바 ‘중앙 언론사들’은 이를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해버린 언론사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태정산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갑질’ 관련 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해버렸다. 기사를 내보낸 뒤 삼성전자 측에서 전화가 왔지만 그것때문은 기사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게 파이낸셜 뉴스의 해명이다.
또 서울경제는 되레 삼성전자를 두둔하면서 협력업체인 태정산업이 약자의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태정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2건이나 내보냈으나 당사자인 태정산업에 대해서는 취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삼성은 이미 무소불위의 ‘갑’이 되어버린 것일까? 위 영상을 클릭하면 삼성전자가 뉴스타파는 어떻게 상대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밝다. 활달하다. 상처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초긍정적 성격이란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랬다. 2015년 5월 이전에는. 지금도 그렇다. 복숭아를 안 보면, 일회용 식기를 안 보면, 일회용 마스크를 안 보면, 병원을 안 가면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안 볼 수가 없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카페에는 신 메뉴로 복숭아 주스가 나왔다. 장을 보러 간 마트에는 일회용 식기가 널렸고, 병원은 제약회사 일 때문에라도 자주 찾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어쩔 수 없다. 남편 생각이 난다. 남편이 음압병실에서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복숭아 주스가, 172일간 음식을 담아 전달했던 일회용 식기가, 남편을 만날 때마다 썼던 일회용 마스크가, 남편을 마지막까지 가둬 두었던 병원이 자꾸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또 웃는다. 제 정신이 아닌 거다. 온 가족이 그렇다. 애교 많던 사위를 잃은 장모도, 이제 막 치과의사가 된 장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시아버지도. 그날 이후 모두 비정상이 됐다.
남편을 보낸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효과는 없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잠이 든 날엔 종종 꿈을 꾼다. 나도 남편도 ‘음압병실’에 갇힌 꿈. 방호복으로 무장한 터라 남편에게 끝까지 전하지 못했던 말, “미안해하지 말고 편하게 가라”는 말은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그렇게 산다. 사는 게 아니고 살아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메르스에 감염돼 172일이란 세계 최장기간 투병 기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아내 배 모 씨(37세)의 이야기다.

▲ 메르스에 감염되기 전 건강했던 김병훈 씨와 그의 가족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 음압병동에서 만났던 배 씨를 그의 회사에서 6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보건당국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그게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메르스 사태 1년을 맞아 후속대책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는 요즘, 그는 어떤 생각하고 있을까.
회사 구조조정으로 2년 간 일한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배 씨. 구조조정 당한 이야기를 “이제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웃으며 말할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메르스 사태가 벌써 1년이 지났다는데, 사실 저는 변한 게 없어요. 서울대병원 39병동에서 집으로, 회사로 내가 있는 자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음압병동에 살고 있는 기분이에요. 남편의 영혼도 아직 음압병실을 떠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억울함을 풀지 못했으니까요.
그가 여전히 음압병실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정부와 병원 그 어디로부터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는 물론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격리 조치가 타당했는 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남편이 떠난 후 빈소에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들만 다녀갔다. 정부 측은 연락 한 통이 없었다. 그렇게 메르스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1년 전인 2015년 5월 27일. 배 씨의 남편 고 김병훈(사망 당시 35세)씨는 감기 증세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사망 직전까지 80번째 환자로 불렸던 그는 장장 6개월을 격리돼 있다가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했다. 그렇게 국내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됐다.
하지만 ‘80번’, ‘마지막’, ‘최장기간’ 이라는 수식어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이 그에게 있다. 메르스로 격리되는 바람에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배 씨의 남편.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메르스 감염력이 없는데도 정부가 격리를 해제하지 않는 바람에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남편의 이야기다. (“메르스 80번 환자 사망은 보건당국의 살인“).

▲ 2015년 10월 13일,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생일을 맞은 김 씨를 위해 케이크와 주스를 준비했다. 가족들은 이날이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라고는 이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 했다.
배 씨는 메르스 사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크다. 남편이 그렇게 당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기 한 달 전 질병관리본부가 배 씨에게 했던 대응이 배 씨를 그렇게 만들었다.
남편이 재격리 된 후부터 질병관리본부 담당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냈어요. 남편 이야기가 나온 뉴스도 보내고, 격리 해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도 보내고…분명히 메시지를 읽었는데 답을 안 해요. 제 질문에 ’o’이라도, ‘점’이라도 하나 찍어서 보냈으면 ‘아,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있구나, 관심은 있구나’ 하고 감정이 조금 나았을 것도 같은데…그냥 이 나라가 우리를 포기한 것 같았어요. 지금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 같지 않아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래는 배 씨가 질병관리본부에 격리 해제와 관련해 면담 요청을 하고 약 한 달만인 2015년 11월 19일 처음 이뤄진 통화 내용이다. 이후 6일 만인 11월 25일 배 씨의 남편은 결국 격리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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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째 환자 아내 : 여보세요? 질병관리본부 : 아 여보세요. 저 이00 과장이라고 합니다. 전화 주셨는데 제가 계속 전화를 못 받았다고요. 80번째 환자 아내 : 전화를 못 받으신 게 아니고 안 받으신 거죠 사실. 질병관리본부 : 아, 그게 왜그러냐면 그날 첫 번째 전화 주실 때, 지인 여러분들이 하도 (연락을) 하셔가지고 어느 번호가 어느 번호인지 모르고 다 문자들도 오시고 전화들도 오시고 그래서 그때 하루 이틀 수신 거절을 해 놔서 이 번호가 환자분 가족 되시는 번호인지 제가 잘 몰라서 그렇게 (차단)했어요. 죄송합니다. 80번째 환자 아내 : … 질병관리본부 : 너무 안타까우시죠? 80번째 환자 아내 : … 질병관리본부 : 이 80번째 환자분 관련해서는 저희나 저 윗분이나, 저저저 저 위에 계신분이나 특별히 신경쓰고 관리하고 있어서 환자 상태는 일일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80번째 환자 아내 : 그런데도 그렇게 가족 연락을 안 받으시고, 격리해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으시고 이러고 있으셨던 거예요? 질병관리본부 : … |
보건당국은 당시 김 씨를 계속 격리하는 이유로 WHO(세계보건기구)를 앞세웠다. 김 씨가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파할 우려는 없지만, WHO가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김 씨의 격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23일 KBS 추적 60분에 따르면, 질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WHO는 전 세계적인 권고사항과 지침을 내린 것일 뿐, 개개인 환자에 대한 조치는 한국의 보건당국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 국민에 대한 책임을 국제기구로 돌려온 것이 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 1년 전만 해도 건강했던 고 김병훈 씨는 메르스에 감염돼 172일을 투병했다. 가족들은 전염력이 없는 김 씨의 격리 해제를 보건당국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 씨는 음압격리병실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메르스 사태 1년을 맞는 동안 정부는 각종 후속대책들을 발표했다. 음압병실 확충과 병문안 문화 개선, 역학조사관 충원 등이다. 배 씨는 쓴웃음만 나온다. 책임과 반성 없는 대책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에서다. 메르스 컨트롤타워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오히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보면서 더 희망을 잃었다. 때문에 그에게 필요한 트라우마 치료제는 정신과 약이 아니고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다.
정말로 유가족들한테 필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앞으로 삶을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한 것은 ‘사과’예요. 그게 치유의 첫 단계예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게 트라우마 치료의 첫 단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그 다음 대책이 제대로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게 빠진 대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삼성서울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메르스 2차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은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5일 메르스 사태 1년을 맞아 후속대책으로 변화된 병원건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응급실을 확장하고,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전에 없던 음압격리병실 10개를 신설했다. 1000억 정도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러한 삼성의 대책을 높이 평가했다. 배 씨는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사과할 때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 남편이 작년 11월 25일까지 치료 받는 동안 어떤 책임을 졌는지 모르겠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고, 메르스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일주일이나 지연시켜서 증상이 악화됐어요. 메르스 사태 내내 허술하고 우왕좌왕 했던 삼성서울병원이에요. 그랬는데 유가족에게는 사과 한 마디 안 했잖아요. 뭘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병원 리모델링 했다고 홍보하는 건 유가족 입장에선 우스운 일인 거죠.
메르스 사태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배 씨 만이 아니다. 현재 경실련을 통해 13건의 메르스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배 씨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던 날로부터 1년이 되는 6월 7일 소장을 접수한다. 피고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그리고 국가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배 씨가 소송을 통해 듣고 싶은 답변은 한 가지다. 당시 ‘남편을 격리시킨 조치는 불합리했으므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이다. 배 씨는 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배 씨의 아들은 아빠가 떠난 후 5살이 됐다. 아빠, 엄마를 닮아 밝고 긍정적이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여행갔다는 엄마의 거짓말을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아빠를 만날 수 있냐고, 비행기가 안 되면 로켓을 타고 가면 아빠를 만나러 갈 수 있느냐고 해맑은 얼굴로 엄마에게 묻는다. “이제 여름인데 아빠가 여름 옷을 안 챙겨 간 것 같아요”라며 걱정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종종 할 말을 잃는다.
아들이 곧 뉴스 검색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되면 아빠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알게 되겠죠. 그 전에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아빠는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돌아가셨지만 정부가 이렇게 사과를 했어,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국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런 곳이라고, 너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국가라고 말해 줄 수가 없네요.
하루 만에 메르스 치료자 1명에서 0명으로…여전히 오락가락한 질병관리본부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로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메르스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며 메르스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기자는 오랜만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메르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지난 5월 25일 확인한 메르스 현황에는 치료 중인 환자가 1명으로 표기돼 있었다.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환자이며 이렇게 오랜기간 치료 중이라면 위중한 것은 아닌 지 궁금했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질본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며 다음날로 답을 미뤘다. 다음날 질본에서 온 답변은 이렇다. “해당 환자는 74번째(72세, 남성 )환자로 메르스는 진작에 완치됐으나 합병증인 호흡기질환이 낫지 않아 아직 입원 치료 중이고, 따라서 치료 중 환자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전화를 받고 마치 메르스 치료로 오해할 소지가 있겠다 싶어 다시 포털사이트를 고쳐 놓았다고 했다. 그렇게 메르스 포털사이트의 치료 중 환자수는 하루 만에 ‘0’명으로 바뀌었다. ![]() ▲ 메르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보이는 메르스 현황. 메르스로 치료중인 환자가 1명인 것으로 돼 있다가, 기자가 문의하자 해당 환자는 메르스는 완치됐고 합병증으로 치료 중인 것이라며 치료 중인 환자수를 0명으로 바꿨다. 아직도 질병관리본부의 기준은 오락가락이다. 74번째 환자는 급체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들른 아내의 보호자다. 지난해 6월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355일째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는 나았지만 폐섬유화 등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를 메르스로 인한 치료로 볼 지, 별개의 치료로 볼 지 보건당국은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자가 문의하니 메르스와 별개인 치료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포털사이트 상의 오류가 아니다. 메르스로 입원했으나 감염력이 없고 합병증만 있는 환자, 그래서 합병증 치료 중인 환자를 메르스 치료 환자로 분류할 지 말 지에 대한 기준이 질병관리본부에 있느냐는 것이다. 질본은 “기준은 그때그때 환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다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80번 째 환자는 정부에서 메르스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메르스와 별개로 림프종 치료가 시급했는데 왜 메르스 환자로 분류해 계속 격리를 시켜두었는가. 그때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다시 질문했다. “만약 그때 80번째 환자를 지금 기준에서 다시 본다면 꼭 격리를 시키지 않을 수도 있던 건가요?” 질본측은 “사후약방문 격인 답변이겠지만, 그럴 수도 있었겠죠. 그때는 사회 분위기가 워낙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사회 분위기를 더 먼저 생각했던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결국 수많은 가정의 가장을, 아들을, 남편을 앗아간 것은 아닐까. 메르스 사태 1년, 피해자 가족들은 다시 정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
물론 나도 노조가 있어야 되고 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런 노조가 꼭 민노총하고 연결될 필요는 없어.
올해 2월 대전에 있는 을지대학교 병원에서 한 부서 팀장이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불러 한 말이다. 이 팀장은 출근을 앞둔 직원을 불러 1시간 넘게 면담을 하면서 “OO선생님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다”며 “대상이 아닌 사람이 하게 되면 제재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다.
대전을지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병원이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맞춰 밀어 부친 임금피크제 도입 시도가 노조 결성의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노조 출범 일주일 만에 가입 대상 직원의 3분의 2(600여 명)가 노조에 가입해 과반수 노조가 됐다.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학교병원지부(지부장 신문수)가 지난 1월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 대다수의 직원들은 황인택 을지대학병원장이 임금단체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왼쪽) 황 원장은 부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교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자신의 연봉을 2000만 원~4000만 원 사이라고 밝히고 있다(오른쪽).
병원은 노조가 생긴 지 이틀 후 긴급히 노사협의회를 열어 임금 총액 대비 3% 인상, 임금피크제 시행 유보 등을 의결한다. 노조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임금교섭인데 먼저 ‘선수’치고 나간 것이다. 노조는 교섭을 통하지 않은 임금 인상을 거부했고, 병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을 신청한 ‘비조합원’에 한해서만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고 있다. 병원은 “노조와 임금교섭 종결 전에 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분을 지급하는 것은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부득이 임금인상분 지급을 희망하는 비조합원에 한해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 결성 1개월 만인 올해 1월 병원에 김 모 행정부원장이 부임하면서 노사관계는 급격히 얼어 붙고 있다. 팀장들은 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는 주임 또는 파트장급 직원을 불러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사규상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병원 관리자들은 전직원을 일대일로 불러 근무시간 중 노조 가입을 권유받았는지 일일이 조사했다. 노조원 중 누가, 언제, 어디서 권유활동을 했는지, 노조 가입을 권유 받고 가입원서를 작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김 모 행정부원장은 올해 5월 근무시간 중 노조 핵심 간부 6명을 따로 불러 2시간 가까이 사실관계조사라는 것을 진행했다. 가령 이런 식의 질문이다.
2016년 3월 19일 오후 1시경부터 4시 30분 경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조합원 5명이 병원 지하 2층 여직원 탈의실 앞에 테이블 1개와 게시대 3개를 설치해 놓고 진정 신청서 및 근로자 대표 선임서를 배포하고…신청서 작성 권유 행사 및 게시 행위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 있지요?
김 모 행정부원장은 뉴스타파에 이메일을 통해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는 법과 원칙에 근거한 정당한 조사이자 준법적 노사관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 김 모 대전을지대학병원 행정부원장은 5월 30일 뉴스타파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부장에 대한 부서 이동 압력을 넣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김 부원장은 과거 여러 병원 사업장에서 인사노무관리자로 이름을 날렸다. 대전성모병원, 부천세종병원,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등에 있었는데 조합원 탈퇴, 징계, 해고, 장기 파업, 단협 해지 등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에 부원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노조 간부에게 체불임금 소송 취하를 위해 ‘불이익 처우’를 시사하고 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와 징계 위협을 한 사실이 인정돼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김 부원장은 이런 과거에 대해 “법과 원칙을 위반한 부당한 노동운동에 대해 정당한 법과 원칙으로 조치를 한 것을 노동탄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저는 지금도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결코 부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오로지 부당한 노동운동에 대해서만 정당한 법과 원칙, 사규가 준수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취재 : 조현미
촬영 : 정형민
편집 : 정지성
그래픽 : 정동우
포스코건설이 내부 임원의 금품상납, 성상납 의혹 등을 폭로하겠다는 하청업체 대표에게 10억 원을 건네고 입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하청업체 대표는 비리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포스코 측과 합의서까지 맺었고, 실제로 약속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하청업체 대표는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사건의 전말을 털어놨다.

포스코건설 하청업체를 운영해 온 정 모 씨는 2011년 경부터 2년 간 포스코건설 고 모 이사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골프접대,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CSP 현장소장으로 나갈 예정이었던 고 씨의 도움을 받아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정 씨는 2012년부터 브라질 사업에 참여해 각종 공사를 수주했다.
정 씨가 직접 작성한 문서엔 고 모 이사에게 제공한 접대 내역이 빼곡히 들어있다.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0여 차례 골프접대를 했고, 2013년 5월까지 매번 명절 때마다 500~1000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정 씨는 “골프를 친 이후엔 언제나 술자리와 성접대를 말하는 ‘2차’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10번 중 9번은 2차를 갔습니다. 골프비, 게임비, 술값, 성매매 비용은 모두 제가 냈습니다. 만날 때마다 수백만 원을 썼습니다.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S사 대표 정 모 씨

브라질에서도 정 씨는 포스코 임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고 모 이사의 후임으로 브라질에 파견된 포스코건설 손 모 상무에게 2014년 초 2만 유로, 한화 3000만 원 가량을 건넸다는 것이다. 정 씨는 진급축하금 명목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경, 손00 상무가 진급 신고를 위해 귀국할 때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브라질에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S사 대표 정 모 씨
뉴스타파는 정 씨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두 포스코건설 임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고 모 이사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정 씨의 폭로로 인해 세 차례나 내부 감사를 받고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밥 한끼 먹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접대는 받지 않았습니다. 정 씨 때문에 세 번이나 감사를 받고 직급이 강등됐습니다.
포스코건설 고OO 이사
브라질에 체류 중인 손 모 상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하청업체 대표의 비리 고발에 대한 포스코건설의 태도였다. 정 씨가 포스코건설 임원들의 비리 의혹을 1인 시위 등을 통해 고발하자, 포스코건설은 정 씨에게 합의를 제안해왔고 결국 지난 2월 5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언론 폭로를 예고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포스코건설과 정 씨가 맺은 합의서에는 비리 내용을 일체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포스코건설이 10억 원이라는 공금을 이용해 내부 임직원의 비위 사실을 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이 수상쩍은 거래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포스코건설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정식 인터뷰는 거부한 채, 서면답변을 보내왔다.
취재 : 한상진 오대양
촬영 : 김수영
편집 : 윤석민
그래픽 : 정동우
포스코건설이 하청업체 대표에게 입막음조로 거액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해당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대표 정 씨와의 협상 과정에서 합의금 액수를 수시로 조정하고 차명 거래를 종용하는 등 일반적인 손실 보상 절차로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뉴스타파는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대표 정 모 씨가 2년에 걸쳐 주고받은 공문과 녹취를 입수,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정 씨는 포스코 건설의 브라질 CSP 공사에 참여해 입은 손실을 보전해달라며 포스코건설 측에 처음 공문을 보냈다. 포스코건설 측은 “손실이 발생한 책임이 정 씨에게 있고, 정 씨가 제출한 근거 자료 또한 부실하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오히려 브라질 현지에서 내지 않은 세금과 자재비 등을 해결하라며 정 씨를 압박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1년 이상 계속됐다.
그런데 2015년 초, 정씨가 포스코건설 임직원의 비리 폭로 등을 예고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직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정 씨가 포스코건설 임원들과 나눈 대화 녹취 파일 등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보상 협상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김성관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 직접 협상에 나섰을 정도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정 씨에게 “(포스코건설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언론사를 찾아가는 건 국익에도 맞지 않다. 우리와 얘기해 해결하자”며 정 씨를 회유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달 뒤, 포스코건설은 상생협력을 명분으로 5억8천만 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공문을 정 씨에게 보냈다.
협상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측이 구두와 공문으로 정 씨에게 제시한 보상금의 액수는 수시로 바뀌었다. 한 달이 안되는 기간 동안 보상금이 4~6억 원을 오갔다. 정 씨가 포스코건설의 5억 8000만 원 보상안을 거부하고 1인 시위의 강도를 높이자, 보상금 액수는 2배 수준인 10억 원까지 올랐다. 정 씨는 “무슨 근거로 10억원이라는 액수가 결정됐는지 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보인 태도도 의혹을 키운다. 포스코건설은 상생협력 차원의 보상금이라면서도 정상적인 방식으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정 씨가 지정해 준, 브라질에 개설된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냈다. “회계처리가 어려워 일반 계좌 입금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포스코건설 스스로 이 합의금이 비정상적 거래임을 시인한 셈이다. 이런 내용은 정 씨와 포스코건설 임원이 나눈 대화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건설 측이 먼저 차명 해외계좌로 돈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합의금 10억 원(320만 브라질 헤알)은 지난 5월 28일 정씨 측에 송금됐다. 돈을 보낸 곳은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이었다.
뉴스타파는 정 씨에게 10억 원을 지급한 이유와 경위 등을 묻는 질의서를 포스코건설에 보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보안 규정’을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 오대양, 한상진
촬영 김수영, 최형석
편집 정지성
뉴스타파는 지난 4월 19일, 포스코의 허위 공시 의혹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2011년 인수한 EPC 에쿼티스와 산토스 CMI의 자산과 순손익 등 공시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타파의 지적에 따라 포스코측은 지난 5월 27일, 정정 공시 내용을 공개했다. 단순 합산 오류라고 정정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개별기업의 자산과 당기순손익만 변경했을 뿐, 전체 재무제표는 변경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공시 내용도 그대로였다.

포스코측의 허위 공시 형태는 다양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2012년과 2013년 모두 EPC 에쿼티스의 자산을 676억 원으로 신고했는데, 포스코건설은 EPC의 자산을 각각 366억원과 594억원으로 신고했다. 포스코건설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도 차이가 났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는 405억 원이던 산토스 CMI의 자산이 사업보고서에는 2313억 원으로 기재됐다. 여기에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도 제각각이어서 산토스 CMI의 자산과 당기순손익은 네 가지 버전이 나왔다.
두 회사는 포스코가 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사들였다고 주장한 곳이지만 파나마의 로펌 모색 폰카에서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인수 과정이 의문투성이다. ‘유령회사’ 의혹에다 실제 자산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 그리고 허위 공시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의문은 증폭됐다.

포스코건설은 참여연대가 해명을 요구하자 5월 18일 참여연대에 보낸 답변서에서 일부 공시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두 회사(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는 단일 기준을 적용하고 상호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양사간 상이한 공시 내용은 곧 정정공시를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난 5월 27일,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2015 회계연도에 대한 정정 공시 내용을 공개했다. 포스코건설은 2313억 원으로 신고했던 산토스 CMI의 자산을 이번 정정 신고에서 자산을 405억 원으로, 5분의 1 이상 축소해 신고했다. 또 정정 전 -212억 원으로 신고한 순손익을 이번엔 -19억 원으로 수정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정정 사유를 단순 합산 오류라고 밝히고 있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정정 공시에 따라 수정된 사업보고서의 전체 재무제표에는 변경된 자산과 당기순손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 2015년 한 해의 사업보고서만 수정됐을 뿐 이 기업을 인수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공시내용은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눈가림식 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숫자 크게 차이나는 원인을 개별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의 숫자 차이라고 설명하는데 그게 말이 안되는 게, 연결재무제표의 자산 및 부채 매출 이렇게는 개별재무제표의 자산 부채 매출보다 크거나 같아야 하거든요, 이게 뒤죽박죽입니다. 어떤 것은 개별(재무제표)이 더 크고, 연결(재무제표)이 더 크고, 이럴 수가 없거든요.
김경률 회계사
취재: 강민수
편집: 박서영
촬영: 김수영
섬마을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선생님을 차례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3명 중 1명은 DNA 대조 결과 9년 전 다른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확인됐다. 엽기적인 범행에 여론은 들끓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21일 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벌어졌다. 학부모 2명과 주민 1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것이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5월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증거 분석을 의뢰했다. 피해자 진술과 일부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5월 26일 박 씨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씨 등 피의자들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한 차례 반려했다. 경찰은 국과수에서 세 사람의 DNA를 확인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들은 현재 구속돼 목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다. 성폭행 혐의자 가운데 박 씨와 이 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김 씨는 부인하고 있지만, 김 씨 DNA가 지난 2007년 대전에서 일어난 미제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상습 성폭행범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피해 교사는 지난 3월 이곳 섬 학교로 발령받았다. 이곳 초등학교 교사는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여교사다. 이 학교 교사들은 모두 관사 생활을 했다. 사건이 있었던 날, 관사에는 피해 여교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교사들은 주말이 되면, 모두 가족이 있는 육지로 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사의 안전망은 열악했다. 보안 시설이라고는 가로등 불빛이 전부였다. 또 관사는 담장과 대문이 없는 단독 주택 형태였다. 도로에서도 현관문이 보이고, 누구나 현관까지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관사 근처에는 CCTV도 없었다. 경찰이 관할하는 CCTV는 섬 전체에 파출소 앞 2개가 전부다.
다른 도서 지역 학교의 교사 거주용 관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교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치안 시설은 터무니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전남의 한 섬에서 2년간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여교사는 “관사 주변에 가로등이 전혀 없었다, 보안 시설은 방충망이 전부였다”면서 “초과근무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손전등을 들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교육부는 지난 5일 교사들의 낙오 지역 근무 여건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여교사 섬 발령을 자제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여교사 비중이 초등학교의 경우 80%, 중학교의 경우 75% 등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여교사의 낙오지역 근무를 자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 강민수
촬영: 김영민
편집: 윤석민
2011년 포스코가 인수한 남미기업의 매출이 포스코가 홍보한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포스코 내부 문건이 확인됐다. 포스코는 남미기업 산토스 씨엠아이(santos cmi, 이하 산토스)와 관계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이 기업의 2010년 매출이 2000억 원에 달한다고 홍보했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서를 보면 1억 달러, 우리 돈 11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2월, 포스코는 남미기업 두 곳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각각 50%, 20%씩 참여했다. 당시 포스코가 인수한 기업은 이피씨 에쿼티스(EPC equities, 이하 이피씨)와 산토스, 그리고 이들 기업의 자회사 등 모두 13개 법인이었다. 이피씨는 영국에 등록된 페이퍼컴퍼니, 산토스는 에콰도르 회사였다.
인수 당시 포스코는 이 남미기업들이 연간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에콰도르 최대 엔지니어링 회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5월 10일, 뉴스타파는 산토스가 에콰도르 금융당국에 신고한 공시자료를 입수, 포스코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산토스의 2010년 매출은 400억 원 정도에 불과했고, 포스코가 인수한 2011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뉴스타파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매출은 13개 산토스 관계기업 중 지주사 한 곳의 매출”이라는 주장. 포스코는 산토스 관계회사 13곳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2000억원(2010년) 정도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포스코의 해명은 과연 사실일까.

▲ 산토스 씨엠아이 총매출 자료(2008~2010년)
지난 5월 말, 뉴스타파는 한 포스코 관계자를 통해 2011년 산토스 인수 당시의 포스코 내부 문서를 추가로 입수했다. 문건을 제공한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인수 직후 산토스 경영진이 포스코에 보고한 문서다. 나라별, 사업 분야별 매출, 산토스가 수행한 사업 목록 등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포스코가 산토스를 인수한 직후인 2011년 2월 23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산토스의 실적과 재무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0의 산토스의 매출은 1억 달러, 우리돈 1100억여 원이었고 2009년 매출은 700억 원에 불과했다. 포스코가 산토스의 실적을 두 배 가량 부풀려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 흥미로운 건 산토스의 사업 실적이다. 문서에는 산토스가 남미 각국에서 벌이고 있는 총 18개의 사업실적이 소개돼 있는데, 포스코 인수 당시 진행중인 사업은 5개 뿐이었다. 그나마 2011년 내에 모두 종료될 예정인 사업이었다.

▲ 산토스 씨엠아이 국가별 매출 분포
문서에 따르면, 산토스의 매출 중 25%는 에콰도르에서 발생했고 칠레와 콜롬비아가 그 뒤를 이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매년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산토스가 별도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파나마, 네덜란드 등에서는 매출이 전혀 없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포스코건설이 산토스 인수 이후 내 놓은 공시와 배치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 산토스를 인수한 뒤부터 최근까지 미국, 네덜란드 등에도 자산을 가지고 있고 매출이 발생한다고 신고해 왔다. 2010년의 경우 미국법인 113억원, 네덜란드와 우루과이 법인도 약 1억원 가량의 자산을 신고했고, 2011년 미국법인에서 11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포스코 내부 문건 어디에서도 산토스가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사업을 운영, 매출을 올렸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포스코의 공시, 언론 발표 내용에 또 다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 : 한상진
촬영 : 김수영
편집 : 정지성
그래픽: 정동우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선출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대다수 특조위원들이 황 위원의 ‘자격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안건 처리를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향후에도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실상 부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 특조위는 오늘(13일) 열린 제32차 전원위원회에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했지만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위원들이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퇴장함에 따라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를 유보했다.

이 안건에 대해 김진 위원은 “여당 추천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간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여당은 특별법에서 보장한 특별검사도 통과시켜 주지 않는 등 특조위 방해에만 골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특조위만이 여야간 합의 정신을 존중해줄 수는 없다”면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이호중 위원도 “부위원장은 전체 조사업무에 있어서 위원장을 보좌해 지휘할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분이 이렇게 다시 돌아와 부위원장을 맡겠다고 한다면 특조위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시 퇴장했다.
류희인 위원 역시 “특조위 준비단 시절부터 개인적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비난했고, 특조위와는 별도의 예산과 인원 안을 해수부로 전달하는 등 방해 행동을 해왔던 분이 부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표결을 거부했다.
김서중 위원은 “황 위원은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 결정이 내려지자 해수부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사퇴를 했던 분이다. 본인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오해를 받았다면 이 자리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이런 분을 추천한 여당도 이해할 수 없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추천을 받아들인 황 위원 본인”이라면서 퇴장했다.
이어 장완익, 최일숙, 신현호 위원 등도 황 위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특조위의 부위원장을 맡는 것은 특조위 활동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표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전체 13명의 참석 위원들 가운데 7명의 표결 거부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안은 보류됐다. 이 안건은 차기 전원위원회에 자동적으로 재상정되지만 특조위원들의 표결 거부 의사가 완강해 계속해서 처리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회의 뒤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이런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 여러 위원들이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지만 더 큰 오해를 부를까봐 발언을 자제했다. 설령 계속해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임위원으로서의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만큼 주어진 여건에 맞게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조사를 의결하자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12월에는 4.13 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당적을 보유할 경우 위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공식 면직됐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뒤 새누리당은 이헌 전 부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특조위 부위원장 자리에 황전원 전 비상임위원을 다시 추천해 지난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식 통과시켰다.
특조위원들이 황전원 상임위위원에 대한 부위원장 선출을 강력히 거부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지속적인 특조위 무력화 시도에 대한 정면 대응의 성격이 짙다. 특히 최근 해양수산부 등이 이달 말로 특조위 조사활동 시한이 종료된다는 점을 공식화하는 공문을 특조위 측에 수 차례 송부함으로써, 20대 국회 들어 야3당의 공조로 추진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움직임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취재 : 김성수
촬영 : 김기철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지원 자격에 모자란 유 아무개 씨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 아버지는 한 공기업 고위간부로 이석우 이사장과는 대학 동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이 최종 선발 과정에서 호남 출신 지원자를 모두 배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실제로 서류 심사와 직무기초능력검사를 거쳐 면접에 오른 80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15명에 이르렀지만 최종 합격한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5월 29일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경력직 채용 공고가 났을 때 유 아무개 씨는 9개월 뒤인 ‘2016년 2월’에나 대학을 마칠 예정이었다. ‘2015년 8월 졸업 예정자’까지였던 지원 자격에 모자랐다. 아예 지원서를 낼 자격이 없었던 것.

▲2015년 5월 29일 공고된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경력직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 지원 자격(왼쪽)과 제출할 서류(오른쪽) 알림. ‘2015년 8월까지 학사 학위 취득 예정인 자’로 제한했다.
사정이 그랬음에도 이석우 이사장은 유 씨의 지원서를 접수하도록 재단 실무진에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도움을 받아 채용된 유 씨는 재단 동료에게 아버지와 이 이사장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스스로 드러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배치했던 유 씨를 5개월만인 올해 3월 재단 본부(서울)로 불러올렸다. 그동안 재단은 본부와 지역 센터에 배치한 신입 직원이 1년 이상 일을 배운 뒤에나 인사이동 대상에 포함했다. 이 이사장은 이런 관례를 깨고 유 씨를 포함한 신입 17명 가운데 11명을 본부와 서울센터로 발령해 이른바 ‘이석우 키드’로 만들었다. 지역 센터에 배치됐던 김•박•정•황 아무개 씨도 입사 1 ~ 3개월여 만에 이사장 곁으로 왔고, 나머지 5명은 처음부터 본부에 있었다.
지금 재단은 지역에 있던 ‘이석우 키드’를 본부(4명)와 서울 센터(1명)로 불러올린 대신 부산•광주•대전•강원•인천 센터로 먼 거리 발령된 선임자가 많아 어수선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전 협의 없이 보내져 부당한 인사 발령 논란까지 일었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재단의 이런 소란을 잘 알고 있었던 듯 지난 2월 24일 열린 2016년 제10차 회의에서 이석우 이사장에게 “직원이 직장에 대해 애착도 없고 자꾸 다른 데로 가려는 순간 (재단의) 전문성은 엄청나게 훼손되는 것”이라며 “(재단이) 공공기관으로서 면모와 역량을 갖추려면 (이사장이) 내부 직원과 융합하고,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야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그러나 이기주 위원의 지적이 있은 지 12일 만인 3월 7일 대전 센터에 있던 유씨를 본부로 발령해 재단 안 ‘금수저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라도를 그냥 싫어한답니다. (이석우 이사장이 호남 출신을 배제하기 위해 신입 직원 지원) 서류까지 마음대로 하려 했고, (전라도 출신을 걸러 내려는) 그런 의지를 계속 보였어요. (경영기획실 인사 담당자들에게) 말을 계속 그렇게 하는 거죠.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의 말. 이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최종 선택한 신입 직원들의 출신 지역 분포를 보면 이 말이 이해된다.
서류심사(435명)와 직무기초능력검사(240명)를 거쳐 면접에 오른 80명 가운데 광주(12명)•전남(2명)•전북(1명) 출신이 15명이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합격률 0%. 인사위원회가 80명을 면접한 뒤 최종 채용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해 이석우 이사장에게 보고했고, 이 가운데 17명을 이 이사장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출신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은 결국 이 이사장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다.
대구 출신은 5명 가운데 2명이 뽑혀 합격률이 40%에 달했다. 3명 가운데 1명이 뽑힌 강원도가 33.3%, 19명 중 7명 합격한 서울이 31.5%, 7명 가운데 2명이 뽑힌 부산이 28.5%였다. 14명 중 3명이 합격한 경기가 21.4%, 6명 가운데 1명이 뽑힌 경남이 16.6%, 7명 중 1명이 합격한 인천이 14.2% 뒤를 이었다. 충북은 면접에 오른 정 아무개 씨가 그대로 뽑혀 100%였다.
지난해 6월 재단 경영기획실장을 겸했던 박태옥 시청자진흥본부장은 그때엔 “뽑는 사람의 3배수가 되면 지역 안배 등을 감안해 이사장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우 이사장이 결과적으로 호남을 배제한 채 17명을 낙점한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박 본부장은 “국감에서 (직원 선발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 성적순으로 하게 바꿨다”고 덧붙여 재단에 왜 ‘이석우 키드’가 등장하게 됐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올 1월과 3월 이른바 ‘이석우 키드’ 17명 가운데 11명이 본부와 서울센터(1명)에 자리 잡으면서 선임들이 지역 센터로 잇따라 옮겨야 했다. 7급 신입 직원 5명이 본부에 발령된 대신 4 ~ 7급 선임 5명이 지역으로 갔다. 광주 센터에서 대전과 인천(2명)으로 간 3명도 먼 거리 발령을 받았다.
특히 이석우 이사장은 선임 직원 1명을 두고 ‘장애가 있는데 시청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니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지역 센터에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직원은 장애와 상관없이 지역과 본부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터라 갑작스런 먼 거리 발령이 마땅하지 않았다는 재단 내 지적이 많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청자미디어재단지부는 지난 1월 인사를 두고 의견서를 내어 “채용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7급 (신입) 직원들의 본사 발령”으로 “구성원 갈등을 조장하고 인사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조합 집행 간부와 대의원 5명을 협의 없이 먼 거리로 발령한 것은 “노조를 와해하자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5월에도 전체 이메일을 내어 “직원의 불안을 조장하는 원칙 없는 수시 인사발령, 수요 없는 경력직 채용, 독선적인 의사 결정 구조, 계획 없는 조직 운영”을 지적한 데 이어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사장의 사사로운 공금 씀씀이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그(신입 7급 직원) 인사는 인사담당부서 담당자들과 전부 협의하면서 한 겁니다. 우리 재단 실정에 가장 필요성이 무엇이냐를 전체 공통으로 협의해서 한 겁니다.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이석우 이사장이 기자에게 ‘정확하게 옮겨 달라’고 요구한 말. “전파진흥원과 재단은 인사 원칙이 똑같을 수 없고 사람이 부족해서 곳곳에서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는 대답에 덧붙어 온 말이다. 재단 모체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때로부터 신입 직원은 처음 배치된 곳에서 1년 이상 일을 배운 뒤에나 인사이동 대상이 되고는 했는데 7개월여 만에 발령한 까닭에 대한 이 이사장의 대답이었다.
신입 7급 직원 가운데 2016년 2월 졸업 예정자여서 애초 지원할 수 없었던 유 아무개 씨에 대해서는 “우리가 ‘학력 철폐’로 가는데 (2016년) 2월 졸업이든 (2015년) 8월 졸업이든 무슨 문제인가” 싶어 “(직원 채용) 규정을 가져오라고 해서 보니 ‘이사장이 특별히 인정하는 자’가 있더군요. 학력 철폐 차원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신입 7급 직원들이 재단 발족 뒤 첫 채용이어서 누가 지원했는지 관심이 많아 이력서(435장)를 죽 넘기면서 다 봤어요. 성적도 다 들여다봤다”고 인정했다. 이런 관심 덕에 서류를 낸 435명 가운데 한 명밖에 없던 결격자 유 씨를 구제한 셈이다.
이석우 이사장은 유 씨의 아버지를 두고 “잘 알지는 못합니다. 혹시 이런저런 모임에서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야 이런저런 공적 자리가 많으니까 혹시 명함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런 자리에서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어요. 기억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고위간부인 유 씨의 아버지는 회사 홍보팀을 통해 “아들이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다니는 건 맞는데 (이석우 이사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채용 청탁과 관련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왔다. 그는 최근 아들을 통해 “요즘 회사(재단)가 조금 시끄럽다”고 들었고, 지난해에는 재단 임직원들이 아들의 입사 동기들을 “‘이사장 키드’로 부르며 따돌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강제 종료시키기 위한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해양수산부는 오늘 세월호 특조위에 공문을 보내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 만료일이 도래함에 따라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해 필요한 정원안을 6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기간 내에 정원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관계부처 간 협의에 따라 필요 인력이 배정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행정자치부가 공문을 보내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원안을 6월 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7일에는 기획재정부가 “백서 작성 및 발간을 위한 정원안을 관계부처와 조속히 협의 및 확정하여 그에 따른 향후 소요 예산안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현행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 활동 기간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이며 한 차례에 한해 6개월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및 발간 작업을 위해 3개월 이내에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 부처들이 특조위에 일제히 보낸 공문들은 지난해 1월 1일을 특조위 활동 개시일로 보고 1년 6개월이 경과하는 이달 말에 특조위 조사활동이 종료된다고 전제한 뒤 이후 3개월 동안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발간한 뒤 특조위를 해산시키겠다는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특조위는 활동 인원과 예산이 갖춰진 지난해 8월이 활동 개시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특조위은 최근 정부 부처들의 공문에 대해 “아직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을 위한 정원과 예산의 산정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니 차후에 요청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둔 상태다.
해수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의 특조위 활동 종료 압박은 최근 야당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전면 무시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지난 7일 박주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4명과 정의당 의원 6명이 공동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특조위 활동 개시일을 예산을 최초 배정받은 지난해 8월로 규정하고 선체가 인양된 뒤 최대 1년간 정밀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특조위에 부여하고 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관련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 6월까지만 특조위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여서 자칫 선체가 인양되기도 전에 활동이 종료될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야3당이 공조를 선언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 입장이 명확해 20대 국회 초반 여야 간 힘겨루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특조위, 서울중앙지검 실지조사 시도 (6월 8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5명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실지조사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기록 일체를 제출받기 위해서였다. 특조위는 신청 사건 중 하나인 ‘참사 당일 청와대 대응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증거기록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청와대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확인을 위해 검찰 자료에 대한 실지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검 측은 특조위 조사관들의 출입을 건물 입구 민원실에서 제지했다. 그리고 민원실 유선전화를 통해 실지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해당 자료가 세월호 참사 조사와 관련이 없고 서울중앙지검은 특조위의 조사 대상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참사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닌 특조위라며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으나 검찰은 끝내 거부했고 조사관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앞에서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는 특조위 조사관들
비슷한 상황은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대 본청에서도 발생했었다. 특조위 조사관들이 참사 직후 해경과 해군의 교신기록이 담긴 TRS 기록 원본 제출을 요구하며 실지조사에 나섰지만 해경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1주일 동안 해경 본청에 머물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현재는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돼 기록이 담긴 장치에 대한 이미징과 포렌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 기관들이 최근 들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배경엔 특조위 활동 기한이 다 돼 간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이 지난해 1월 1일부터 개시된 것으로 보고 18개월의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만 예산을 배정해둔 상태다. 이에 대해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정부 부처로부터 자료 하나 제출받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 차원의 비협조이자 결국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행위”라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현장. 해수부는 ‘기술적 이유’로 작업을 2주 연기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핵심 증거물인 선체의 인양 과정에도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해부터 선체의 온전한 인양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장 바지선에 동승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에는 특조위 조사관들이 낚시배를 빌려타고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작업 현장에 접근했지만, 해수부는 ‘기술적 문제’로 작업이 2주 연기됐다면서 끝내 바지선 동승을 허용하지 않고 조사관들을 돌려보냈다. 어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해수부가 밝힌 인양 공정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세월호 인양은 7월 말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6월말 이후로 특조위에 예산을 추가 배정하지 않는다면 특조위는 인양된 선체를 한번 보지도 못한 채 활동을 접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1월 특조위가 출범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세금도둑론’을 확산시키고 3월엔 조사 대상 부처의 공무원들을 특조위에 대거 파견하도록 한 특별법 시행령을 강행하면서 ‘특조위 힘빼기’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조사를 의결할 경우 여당 추천위원들의 집단 사퇴도 불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수부 내부 문건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또 실제 문건 내용대로 사퇴했던 황전원 위원이 4.13총선의 새누리당 예비후보 나섰다가 낙마하자 새누리당은 올해 2월 황 전 위원을 다시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나 같이 정부와 여당이 특조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제출 (6월 7일)
그러나 4.13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가 열리면서 이 같은 상황에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20대 국회 개원 1주일 만인 지난 7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3명 전원, 그리고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서명한, 사실상 두 야당의 ‘당론 발의’였다.
이 개정안은 우선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개시일을 예산을 최초 배정받았던 지난해 8월로 못박아 특조위가 내년 2월까지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인양된 선체에 대해 특조위가 최대 1년까지 정밀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예정대로 인양이 완료될 경우 내년 7월까지 선체 조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당은 이 개정안 발의 단계에서 공동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안 처리에 공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야3당의 공조가 이뤄진 것이다.
희생자 가족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비록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 가족들이 원하는 특조위의 조사권 강화 방안은 빠졌지만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초청 간담회에서 “세월호 특조위 연장은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는 문제”라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달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특조위를 연장하면 국민 세금이 많이 들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면서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진상 규명’의 차원이 아닌 ‘세금 투입’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조사는 상당 부분 이뤄져 특별히 기한을 연장할 만큼 남은 과제가 있다는 데에 과연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면서 “특별법을 개정해서 조사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참사 이후 2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조 실패의 윗선에 대한 조사와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들이 선체와 함께 아직도 바닷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거리의 변호사’를 국회에 보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야3당이 이에 공조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좌초가 임박한 세월호 특조위를 존속시켜 참사의 진상을 온전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20대 국회가 앞장서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최형석, 정형민, 김기철
영상편집 : 윤석민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달아 희생된 비극은 모두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구조에서 비롯된 불합리한 노동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당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을 내놓고, 야당은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직접 고용을 의무화 하도록 하는 법을 내놨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구의역 사고가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 관리 부실에 있다며 강하게 책임을 물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에 열린 원내대표 회의에서 “19살 비정규직 젊은이의 비극 뒤에는 철밥통처럼 단단한 정규직 보호가 숨어있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추겼다.
새누리당은 구의역 참사에 대해 근본적 개선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혁신적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만 놓고 보면 오히려 퇴행적이라고 비판한다. 구의역 사고의 해결책이라며 이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동4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으로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일부 직종에 대해서는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지만, 그마저도 이번에 사고를 당한 김 모 군과 같은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새누리당의 ‘노동4법’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 그것도 대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이라며 기업의 인건비 절감 혜택만 있을 뿐,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또 지난 2014년, 새누리당과 정부가 밀어붙인 이른바 ‘노동개혁’안만 아니었다면 이번 구의역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생명과 관련된 직종 직접 고용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사업주가 직접 고용을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김 군이 했던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안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 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구의역 사고 이후 현장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고와 전혀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충실히 답변했지만, 과거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안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철도안전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 범위를 공공영역이나 유해위험 물질을 다루는 일부 직종에만 한정했기 때문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규직에 비해 적은 임금과 고용 불안 등 각종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일반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광표 소장도 “위험 안전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외면되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의 과제”라며, “우리 사회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야말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경제민주화 조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공식통계로만 봐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32%(2016.3월 기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 신동윤
촬영 김기철, 김수영, 최형석
편집 박서영
지난 1월 교육부는 서울고등법원의 ‘법외노조’ 판결 후속조치라며 전교조의 전임자들에게 학교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이를 거부한 교사 35명은 최근 해고됐다. 1989년 대량 해직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2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민원실로 가려던 해직 교사 30여 명이 경찰에 가로 막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대치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교사 6명이 연행됐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사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조합원의 자격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범위, 협약 체결권, 쟁의권, 교사의 정치의 자유 등 빼앗긴 권리를 담은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조현미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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