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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청와대 자료집의 거짓과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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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청와대 자료집의 거짓과 왜곡

익명 (미확인) | 목, 2015/09/17- 08:41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1기 외교, 통일, 국방, 보훈 분야 주요 성과를 모은 자료집을 9월 15일 내놨다. 제목은 ‘결승점을 향해 쉽없이 달리겠습니다.’ 청와대는 다른 분야에 대해선 내놓을 만한 자료집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자료집 발간은 지난달 남과 북이 극적으로 공동보도문을 타결지은 데 고무된 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쟁 위기에 몰렸던 남북 교착 상태를 해소했던 합의를 홍보하기 위해 급히 제작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서 작성된 문서를 묶어 낸 자료집에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간의 외교 안보 분야 성과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담겨 있다. 대통령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의 복심이 담겼을 자료집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다. 어떤 것을 정권의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남북관계 등 국제정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료집에 담긴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불편한 진실은 아예 외면하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버젓이 기재한 사례와 출처를 잘못 표기한 인용도 발견됐다. 자료집의 구성에 따라 외교, 통일, 국방 순으로 검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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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분야 성과]

외교 성과에서 우선 언급된 것 중 하나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다. 지난해 1월,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타결한 바 있다. 우리 측이 부담할 분담금 총액을 9200억 원(2014년)으로 한다는 게 골자. 협상 당시 미국은 9500억 원을, 우리나라는 9000억 원을 주장하며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 측이 주장한 9000억 원은 전년도 분담금 8695억 원에 물가상승률 최대치를 더한 것이었다. 따라서 9000억 원은 협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협상 당시 미국은 200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받아간 분담금 중 5300억 원 이상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어 분담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기준선인 9000억 원을 훌쩍 넘긴 SMA 타결 등 박근혜 정부의 지난해 대미 협상결과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총액도 문제지만 지급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분담금을 받아간 뒤 미군이 알아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총액형 지급 방식을 막지 못했기 때문. 우리측은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구체적인 소요 항목에 따라 총액을 결정하는 소요형을 주장해 왔다. 돈을 주는 입장에서는 분담금 사용에 일부나마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소요형’이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부터 2007년까지는 때로 깎이거나 늘더라도 완만하게 증가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부터는 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2012년까지 2~4%대에 머물던 인상률이 2013년엔 4%, 2014년엔 5.8%로 상승했다.

방위비 분담금의 결정에는 물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분담금 증가율을 연동시켜 결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하면, 분담금 협상이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의 경우 소비자물가가 4.7% 오른데 비해 방위비 분담금은 2.2%만 상승했다. 그런 추세는 2012년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방위비분담금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2014년의 경우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은 소비자물가 상승률(1.3%)의 3~4 배에 달했다.

대일 관계 업적으로 밝힌 대목도 석연치 않다. 자료집은 ‘투트랙 접근에 기반해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모색했다’며 여러 가지 성과를 기술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대일 외교를 통해 지난해 3월 아베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올해 4월엔 고노 담화를 계승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무라야마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담화이며, 고노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담화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아베 일본 총리의 두 발언은 모두 논란을 불렀다. 2014년 3월 일본 참의원에서 한 발언의 경우 고노담화의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발언이어서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고, 올해 4월 하버드대에서 가진 강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가리켜 ‘인신매매에 희생당했다’는 표현을 쓰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치 않아 국제적인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 등 침략전쟁 시기 인권 탄압 문제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료집에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교류 협력 강화도 중요한 성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급증한 교역규모와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근거로 든다.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시작했고, 양국간 사상 최대의 물적 인적 교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나진-하산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골자로 하는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은 이미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사업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조치로 중단됐던 것이 지난해 재개됐을 뿐이다.

한국과 러시아간 총 교역규모가 박근혜 정부 들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반갑다고만 할 수 없는 결과다. 자료집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까지는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무역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엔 최대 규모의 적자(55억불)를 기록했다. 대 러시아 수출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2008년 80억 달러이던 것이 2012년엔 111억 달러로 2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대 러시아 수출액은 101억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대폭 늘었다. 특히 2014년의 경우 전년 대비 36% 이상 증가했다. 이것을 성과라고 포장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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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국 관계 성과 부분에서는 어이없는 실수까지 발견됐다. 2013년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중국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87%)했다는 중국 언론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한 대목에서다. 자료집은 중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신경보(新京報)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라며 이런 내용을 밝히고 있는데, 확인결과 이 설문조사는 신경보가 아닌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설문조사 결과였다. 게다가 정식 설문조사도 아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진행한 간이조사 결과였다.

▲ 환구시보 설문조사 캡쳐

▲ 환구시보 설문조사 캡쳐

[통일 분야 성과]

통일분야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치적은 지난 8월 24일 남북 간에 체결된 공동합의문이다. 자료집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뢰도발과 관련된 부분이다. 당시 남북 간 공동보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축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공동보도문 합의로 남과 북은 지뢰도발로 시작된 전쟁 위기 국면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뢰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쉽다고 지적해 왔다. 이런 시각의 보도도 많았다.

공동보도문만 보면 유감 표명의 주체는 명확하지만 지뢰 도발의 주체는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시인과 사과를 받아낸 것은 성과이지만 우리 측의 ‘완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동아일보 8월 26일자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청와대 자료집은 합의문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보도문을 통해 지뢰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지뢰도발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점과 이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을 남북한 합의문서에 명기했고(남북한 첫 사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 자료집 52쪽

공동보도문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사업이 최대 생산액을 달성했다는 부분도 자료집에선 중요한 치적 중 하나로 기재돼 있다. 2013년 상반기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던 것을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자료집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동중단 직전월(2013년 3월) 대비 2015년 5월 현재 생산액(103%), 교역액(110%), 북한근로자수(101%) 증가

자료집은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서 2013~2015년까지의 통계자료만 공개하고 있다. 공개한 통계만으로 보면 큰 폭은 아니지만 개성공단 사업이 시간이 갈수록 번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실적이 나오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통계와 비교해 보면 해석은 딴판이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개성공단 사업이 침체에 빠진 사실이 한 눈에 확인되기 때문이다.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사업이 가장 크게 성장한 때는 이명박 정부 때였다. 2007년 65개 업체, 1억 8478만 달러였던 생산액이 5년만인 2012년에는 123개 업체 4억 6950만 달러로 3배 가량(생산액 기준) 커졌다. 특히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증가율이 가장 컸다. 2010년 전년 대비 생산액 증가율은 26%였고, 2011년에는 24%, 2012년에는 16%였다. 2010년 천안함 사고로 5.24 조치가 취해지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든 뒤에도 개성공단의 성장세는 전혀 꺽이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들어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출범 2년차였던 지난해 개성공단 생산액이 2012년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인 노동자 수도 2011~2012년 최고 증가율을 보인 뒤 박근혜 정부 이후엔 사실상 정체됐다.

[국방 분야 성과]

국방 분야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여러가지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자료집엔 이런 소제목들이 달려 있다. ‘조기경보 및 위기관리체제 발전’, ‘62년만의 한국방공식별구역 확대 조정’,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비 실질적인 억제 및 대응능력 강화’. 특히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 추진’이란 제목 아래엔 5가지 혁신과제로 건강하고 안전한 병영,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 등이 적혀 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방 분야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와 비리 문제는 자료집에 아예 언급도 안 돼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는 군 관련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아 왔다. 구타와 성폭력, 자살, 총기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다. 지난해 4월 28사단에서 벌어진 윤일병 폭행 및 사망사건, 6월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에서 발생한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은 대표적인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군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사고을 정리해도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10월 철원 GOP 초기 사망 사고

2014년 4월, 선임병에 의해 구타당하고 기도 막혀 일병 사망

6월, 공군 이병 자대 배치 5일만에 자살8월, 28사단 관심사병 2명 자살

남경필 의원 아들 후임병 성추행 사건

9월, 후임 전기고문한 특전사 중사 구속

2015년 5월 최차규 공군참모총장 공금횡령 의혹

8월, 구파발 총기사고로 의경 사망

정부가 발표한 군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병영문화 혁신 사업이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군 사망사고의 총 건수는 줄었지만, 총기사고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은 크게 는 것이다.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2005년 124건이던 것이 2008년엔 134건으로 늘었고 2013년엔 117건, 2014년엔 101건으로 줄어 들었다. 줄어든 것은 대부분 단순 안전사고였다. 2013년 37건이던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은 2014년엔 25건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군기 사고나 자살의 경우는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은 2014년에만 5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2005년(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군 관련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출범한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의 중간 수사결과를 보면 우리 군의 총체적인 부패상이 드러나 있다. 약 8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2명의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됐고, 전 국가보훈처장, 전현직 장성 등 63명이 기소됐다. ‘국민이 신뢰하고 통일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고한 군비태세확립’이란 자료집의 구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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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에서 치적으로 내세운 것 중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 및 한미동맹 발전’이란 대목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 시기를 못 박아 추진하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변경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에 기여했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이 결정은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공약을 뒤집은 것이어서 내내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 정부에서 추진해 온 전시 작전권 반환문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여러번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집에도 전시작전권 반환 추진문제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기술돼 있다.

새누리의 실천
■‘韓주도-美지원’의 지휘관계를 갖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 구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주기적 검증을 통한 차질없는 이행
– 공약집 ‘세계 속의 대한민국 – 함께 가는 큰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369쪽

각종 비리로 얼룩진 방위산업을 성과로 둔갑시킨 부분도 자료집에 여럿 기술돼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경우 제공국인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18조 붓는데 기술이전 안 되는 한국형전투기 사업, 2015년 7월 22일) 총 예산이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해군의 차기잠수함(장보고-Ⅲ) 사업은 한화, STX엔진 등 관련업체들의 담합사실이 드러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자료집에 특별히 사진까지 첨부돼 중요한 홍보대상으로 등장한다.

정부는 자료집 서문에서 이번 자료집을 내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를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함이요, 또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옳은 말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과거와 현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전제돼야 마땅하다. 불편한 진실까지 고백하고 반성해야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통계와 사실만을 늘어놓고,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고, 부끄러운 사실은 감추면서 만들어진 기록은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과거를 잊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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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의 3대 세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일가에 수백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제공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으며(※ 관련 기사 : 법은 항상 이재용 편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그 과정을 더욱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리고 취재 결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러 정황들이 드러났다.

1.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배제.. 삼성의 결정인가?

국민연금은 주식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국민연금은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는 때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여기서 비롯될 수 있는 많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찬성하는 주주들과 반대하는 주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이었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11%나 갖고 있던 국민연금의 결정이 곧 합병이 되느냐 마느냐를 곧바로 결정짓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 결정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결권 행사 자문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당연한 ‘순리’로 보였다. 실제로 홍완선 기금운용 본부장은 지난해 6월 9일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전문위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것으로 최종 결정 권한이 있다” 라고 말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러자 삼성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접촉을 시작한다. 뉴스타파는 삼성이 복수의 위원들에게 접촉과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로비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반수에 가까운 위원들이 아예 삼성을 만나주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아니 이재용 일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 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이 자신의 당초 말을 뒤집고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내부의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투자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직 간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맡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12명 중에 5명이 홍완선과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배제하고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을 결정하기로 한 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꼼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9일 전인 7월 1일, 홍완선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대체투자실장을 교체한다. 정기인사 발령도 아니었고, 미리 예고된 인사도 아니었다. 대체투자실장은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인사로 투자위원회에서 배제된 윤 모 실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요, 굉장히 급작스러운 인사였습니다. 실무자도 아니고 실장은 간부급인데 간부급 인사발령을 낼때는 그래도 하루 이틀 전에라도 인사권자가 불러서 여차여차하니 가서 수고를 하라든지… 그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발령을 받았어요. 전혀 생각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미련은 (그때) 많이 버렸어요.

윤 실장은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자신의 태도 때문에 인사 발령이 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 자신의 소신이나 업무 스타일로 미루어 합병 건에 대해 반대하리라는 것을 감안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론이야 찬성 혹은 반대가 날 수가 있는데, 과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한달 전에 있었던 SK와 SK C&C는 전문위에서 결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것은 투자위에서 결정을 합니까. 오히려 내용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성이 있는 안건이었는데, 일관성은 없었습니다.

그의 후임으로 대체투자실장이 된 유 모 실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발령이 아니라 홍완선 본부장의 지명을 통해서 기존 투자위원이 갑자기 교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원래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9명은 실장이나 센터장급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명은 팀장급 가운데 본부장이 지명을 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팀장들이 정해져있다시피 한데,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투자위원회를 앞두고 홍완선 본부장은 이 3명 가운데 2명을 교체한다. 이 두 팀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한 마디 발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찬성표를 던졌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사흘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은밀히 만났고, 그 사실이 드러나 의혹을 샀다. 그런데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행했던 인물이 국민연금 내부에 3명 더 있었다. 한 모 주식운용실장이 그 중에 한 사람인데 그 역시 투자위원회의 위원이었다. 한 모 실장도 당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해보면, 이미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 12명 위원가운데 5명이 홍완선 본부장이나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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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투자 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채모 리서치 팀장은 시종 일관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며 홍완선 본부장과 함께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주도해가는데, 채 팀장 역시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채 모 리서치팀장 :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에는 합병 비율만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합병의 시너지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홍완선 본부장 : 리서치팀의 의견은 합병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홍완선 본부장 : 그렇다면 기금의 이익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군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3. 보고서 오류마저 이재용 일가에 유리

투자 위원회 회의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보고서 11페이지를 보면 합병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그래프가 나오는데, 2014년 영업이익이 2천7백억 원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2014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5천 2백억원이 넘는다. 이 그래프를 보면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어 그만큼 기업 가치가 낮은 회사로 보인다. 이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해야 하는 이재용 일가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부합하는 오류다. 이재용은 제일모직의 주식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이 마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탈법적으로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삼성 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투자가도 저지르지 않을 법한 오류가 버젓이 보고서 안에 들어있는데도, 이날 회의에서 이런 오류를 지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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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무릅쓰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했을까,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리고 그 결정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영향을 미쳤을까,그것은 삼성이 이들에게 제공한 수백억 원의 대가였을까?

검찰은 지난 23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홍완선 본부장의 직장인 한양대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단서를 통해 이같은 국민적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재 : 심인보, 이유정
촬영 : 정형민,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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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박대통령의 불법적 뇌물 수수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권 제공” 측면인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뿐만 아니라, 
“대금 결제” 측면인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도 밝혀야

두 커넥션은 모두 이재용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와 연관되어 있어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의 국정조사특위 증인 명단 제외가 “대금 결제” 측면을 덮기 위한 시도라는 의혹 규명해야
삼성의 뇌물 제공을 실무적으로 총지휘한 장충기 차장과 자금세탁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받고 있는 정유라 즉시 소환·조사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등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개시가 이번 주로 다가왔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줄곧 이번 사태를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례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 왔다. 대통령이 포함된 이번 정경유착 사건에는 물론 수많은 재벌들이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중요한 재벌은 삼성이다. 이번에 ‘우리 사회가 대통령과 삼성을 처벌할 수 있는가’에 가히 우리나라 정치질서와 경제질서의 정상화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열망과 사회적 요구가 이번에도 좌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뇌물 거래의 핵심적 측면인 “대금 결제”를 실무적으로 총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이 당초 합의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최종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고, 출석 요구서가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금 결제의 통로와 직결되어 있는 정유라 씨가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과 박 대통령 간의 뇌물 거래에서 “이권 제공”과 관련된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 못지않게, “대금 결제”와 관련된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에 대한 국정 조사와 특검 수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국회는 즉시 장충기 차장과 정유라 씨를 국정조사대에 세워서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특검은 정유라 씨를 강제송환한 후 자금세탁 혐의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범죄 행위에 대해 삼성, 정유라 및 하나은행 관련자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일반적으로 뇌물 거래는 “이권 제공”과 “대금 결제”로 구성된다. 따라서 뇌물 거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뇌물 거래에서 보다 중요한 측면은 “대금 결제” 부분이다. 대통령은 수많은 이권을 다양하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배분해 줄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한 이권 제공 부분은 거의 자명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대통령의 뇌물 수수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ㆍ뇌물방조ㆍ알선수재)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저축관련부당행위)ㆍ뇌물공여ㆍ업무방해】에서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특별히 의무위반행위의 유무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과 대통령 간의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삼성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금품을 제공했는가” 여부이다. 

 

 

“이권제공” 측면인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

주지하듯이 삼성이 박 대통령과 불법적인 뇌물 거래를 한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잠재적으로 매우 다양한 “소원수리 사항”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보험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한도를 인하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부터 삼성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다. 또한 현행 금산분리 규제상 승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분리해야 할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을 이건희 회장 때처럼 모두 지배하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신설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무엇보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계열사들을 분할하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과의 협조·승인·묵인이 필수적이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와 그의 딸인 정유라 씨를 박 대통령에 대한 통로로 보고 접근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필요성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삼성과 최순실 씨 간의 첫 번째 접촉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 말인 2013년 12월 5일 현명관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 및 전 삼성물산 회장이 마사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접근하기 위한 첫 번째 포석이었다. 당시는 승계작업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후에 제일모직으로 회사명 변경을 거쳐 삼성물산과 합병)가 2013년 12월 1일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하여 공식적으로 삼성의 승계작업이 시작된 시기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급박하게 부상하기 시작한 때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5월 10일 무렵부터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함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에버랜드의 회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후(2014년 7월), 2014년 12월 18일 제일모직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두 번째 관문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이 양승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 18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제3대 주주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회동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제일모직은 주가가 터무니없이 올라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회사 간의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 입장에서 최고 권력층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직접적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었던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 후보로 단독 출마하여 승마협회장에 취임하게 된 것이 2015년 3월 25일이었다. 그 이후 삼성은 승마 종목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최순실 씨와 그 딸인 정유라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 원의 돈을 직접 송금하였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기존의 입장과 절차를 위배하면서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물론 두 회사 간 합병은 국민연금의 지원만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두 회사 간 합병에 의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공정위의 요구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었고, 사후에 밝혀진 바로는 정부 내부에서 기획재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했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또한 결국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의 약속을 뒤집고 2016년 2월 25일 재단 돈을 동원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집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련의 경과는 대통령과 같은 최고 권력층의 관심과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24일(또는 25일)과 2016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을 독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삼성은 부족한 총수일가 재원과 다양한 재벌 규제 하에서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에 따라 급박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최고 권력층의 지원이 절실했고 그에 따라 대통령과는 2차례 독대를 하고 이를 전후하여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와 그의 딸인 정유라 씨에게 거액의 돈을 송금한 것」이다. 

 

 

“대금결제”측면인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

삼성의 다양한 소원수리 사항이 대통령의 포괄적인 직무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위의 논의에서 살펴보았다. 따라서 뇌물죄 성립을 위해 남아 있는 입증 영역은 “대금 결제” 부분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실행될 수 없다. 하나은행이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과 하나은행은 모두 작년에 독일로 출국한 정유라 씨의 재산 형성 및 자금 세탁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정유라 씨는 자신과 최순실 씨 공동 명의인 강원도 평창의 임야를 담보로 약 3억 원을 변칙적으로 외화대출 받은 데 이어, 최순실 씨 명의의 예금을 담보로 추가로 약 1억 5천만 원을 외화로 대출받았다. 두 거래 모두 국내의 하나은행 압구정지점이 외화 지급보증용 스탠바이 L/C를 발급하고, 독일의 하나은행 현지법인이 대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일부 본인이 증여받은 재산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최순실 씨 재산의 외국도피를 위한 자금세탁 과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삼성이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의 소유인 코레스포츠(후에 비덱스포츠로 회사명 변경)에 280만 유로(원화 약 35억 원)를 지원한 경로도 삼성의 거래 은행인 우리은행 삼성타운점에서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으로 자금이 송금된 후 몇 개의 독일 현지은행 계좌로 쪼개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뇌물을 마치 합법적인 승마 지원으로 포장하기 위한 자금 세탁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최순실 씨 모녀는 현재 자금 세탁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유라 씨는 외국환거래법상의 신고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해외체류중인 거주자”가 아니라 장기간 해외에 체류 중인 “비거주자”로 자신의 신분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를 입증하기 위해 독일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외화 대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마 연수 목적으로 일시 해외 체류 중인 이화여대 재학생 신분인 정유라 씨가 외국 회사에 재직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당시 대출을 취급한 하나은행 독일 현지법인이나 국내 하나은행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하나은행은 불법을 인지하고도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뇌물 수수 및 자금세탁 과정에 협조했다는 의혹에서 자유스럽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위인설관식 고속 승진을 하고 최순실 씨 국내 회사인 더블루케이에 대한 변칙적 금융처리로 문제가 된 하나은행 삼성타운점 지점장으로 배치된 것 등은 모두 이런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이다. 

 

 

‘삼성봐주기’ 의혹

이번 주에 시작하는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는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뿐만 아니라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도 철저히 파고들어야 한다. 관련된 사안이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여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대금 결제”와 관련이 있는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 쪽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특히 국회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혹시 정치권이 벌써부터 삼성 봐주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먼저 박근혜-이재용-국민연금 커넥션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민연금 관계자의 출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박영선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때 국민연금 관계자의 출석을 뒤로 미룬 바 있다. 

 

다음으로 이재용-정유라-하나은행 커넥션에 대한 조사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한 “뇌물 공여” 과정을 실무적으로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이 증인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장충기 차장은 이미 뇌물 공여와 관련된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고, 당초 여야가 합의한 증인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종 증인 선정과정에서 실무 하수인에 불과한 김종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으로 사실상 교체된 것이다.

 

이 과정은 삼성의 영향력에 의해 정상적인 국정조사 절차가 왜곡된 것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죄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인 “대금 결제”와 관련된 핵심 증인이자 당초 증인 명단에까지 있었던 장충기 차장을 최종 단계에서 제외한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증인 채택의 실무를 담당한 여야 간사의원(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나 위원회 전체의 운영을 맡고 있는 위원장(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과연 삼성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상태에서 공정하게 이번 문제를 처리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유라 씨와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정유라 씨는 아직 귀국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고 이번 국정조사 출석도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 수사도 받은 적이 없다.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매한가지다. 비록 금융감독원이 관련 사실을 조사했다고 알려지고는 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없다. 국회 국정조사의 증인 채택 과정에서 하나은행 관련자가 누락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삼성과 권력과의 유착 고리를 끊은 것은, 그것 자체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실질 효과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정경유착의 폐해를 근절하고 투명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그것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으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의 핵심이기도 하다. 삼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와 특검이 이런 점을 가슴깊이 새기고, 국회는 즉시 장충기 차장과 정유라 씨를 국정조사대에 세워서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특검은 정유라 씨를 강제송환한 후 자금세탁 혐의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범죄 행위에 대해 삼성, 정유라 및 하나은행 관련자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월, 2016/12/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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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브라질 검찰의 포스코 수사 문건 단독 입수

탈세, 비자금 조성, 횡령 등 혐의로 포스코 임원 등 8명 출국금지

▲ 브라질 검찰의 포스코 수사 문건

▲ 브라질 검찰의 포스코 수사 문건

브라질 검찰과 연방경찰이 포스코건설 브라질 법인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탈세, 외화 밀반출, 횡령(비자금) 등 혐의. 수사 대상 사업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브라질 CSP 제철소 공사다. 뉴스타파는 브라질 연방경찰과 법원의 수사 관련 문건을 단독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포스코는 세계 최대 광물업체이자 브라질 국영기업인 발레(VALE)사와 합작해 브라질 동북부의 도시 포르탈레자에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공사비만 7조 원에 달하는 이 공사는 포스코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오는 5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사 작전 명 ‘Coreia Ⅱ’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건에는 브라질 연방법원의 수사 승인 서류,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관련자 출국금지 상황을 보고한 브라질 경찰청장 명의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

브라질 검찰은 포스코가 CSP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700~800명의 임금을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제3국으로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차명회사를 통해 공사비 일부가 횡령된 부분도 주요 수사대상. 브라질 수사당국은 공사 책임자인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이 주로 하청업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브라질 연방경찰의 수사보고 문건에는 이번 수사의 작전명이 ‘Coreia Ⅱ ’라고 명시돼 있다. 현지에서는 연방 경찰이 작전명까지 부여하며 수사에 착수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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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현지 포스코건설 주요 임원 출국금지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브라질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포스코건설과 관련기업을 1차 압수수색했고, 올해 2월 25일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임원 등 총 8명이 여권을 압수당하고 출국금지됐다. 출국금지 대상자에는 포스코건설의 손 모 총괄소장과 김 모 총괄소장, 전 재무담당 임원 김 모 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CSP 제철소 공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온 포스코 임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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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현지에서는 포스코가 하청업체들을 통해 환치기 형태로 빼돌린 임금이 14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의 근로소득세가 3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탈루 규모는 400~5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란 예측. 포스코건설의 한 브라질 현지 하청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브라질 CSP 현장에 근무한 한국인 근로자가 700~800명 정도다. 이들 중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고 급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일한 회사의 근로자 중에도 세금을 정상적으로 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페이퍼컴퍼니 의혹 법인도 수사대상

브라질 법원은 이번 수사를 승인하면서 “차명회사를 통해 불법적인 경제활동을 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사대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광범위하게 들여다 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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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브라질 CSP 공사현장에서 대규모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관련 보도 : 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하청업체 한 곳에서만 최대 100억 원에 가까운 공사대금이 어디론가 빼돌려졌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포스코건설의 브라질 하청업체 브라코(BRACO)의 박정근 대표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총 공사비가 600억 원 정도인 브라코에서만 100억 원 가까운 돈이 사라졌다. 전체적으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원청인 포스코건설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브라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원청인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8곳이다. 그런데 이중에는 포스코가 2011년 남미진출 교두보를 확보한다며 인수한 이피씨 에쿼티스(EPC equities)의 브라질 자회사(Santos CMI Engenharia e Construcoes)도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모색폰세카 유출자료 분석을 통해, 이피씨가 영국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이자 휴면법인이며, 포스코 건설이 2011년 500억 원 넘는 돈을 들여 사들인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 보도 : 포스코의 수상한 M&A…모색폰세카 유출 자료로 유령회사 인수 들통)

폐업 신고한 법인이 매년 매출 신고

포스코건설은 “EPC는 지주회사로 2016년 현재에도 자회사를 통해 브라질과 페루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며 뉴스타파 보도내용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뉴스타파는 포스코의 해명과는 다른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 산토스 CMI 브라질 법인의 등록 및 폐업 서류

▲ 산토스 CMI 브라질 법인의 등록 및 폐업 서류

브라질 공시자료에 따르면, EPC의 자회사인 브라질 법인은 2011년 7월 설립됐다. EPC가 99%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브라질 제철소 공사가 한창이던 2014년 6월, 이 법인은 스스로 브라질 정부에 폐업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유는 부도에 의한 파산. “EPC의 자회사가 현재 브라질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라던 포스코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더 있다. 이미 2014년 스스로 폐업 신고했지만, 포스코는 그 이후에도 EPC 브라질 법인의 경영 실적을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5년 227억 원의 자산으로 75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되어 있다. 1년 6개월 전 폐업한 법인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뉴스타파는 브라질 검찰의 포스코 수사, 공시와 관련된 각종 의문에 대해 포스코측에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포스코측은 아무런 답변을 해 오지 않았다.


취재 : 한상진
촬영 : 김기철 김수영
편집 : 정지성
그래픽 : 정동우

월, 2016/05/0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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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30일 첫 기관보고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주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데다, 친박계 의원들이 물타기 발언에 나서고 있어 국조특위의 진상규명 활동에 난항을 예고했다.

검찰총장 불출석…본회의 통과한 국조특위 계획서 조항 무력화

이날 특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5개 기관의 보고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검찰 증인인 김수남 검찰총장과 차장, 반부패부장 3명은 모두 불참했다. 이들은 국회에 보낸 불출석 사유서에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관계자가 출석하게 되면 국정조사가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게 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국회출석 선례를 남기지 않았던 전통”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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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등 검찰 증인 불출석에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도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증인석에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아 기관보고에 검찰이 빠진 빈 자리를 안 보이게 한 데 대한 항의도 나왔다.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김성태 특위위원장이 증인 선서를 받는 등 회의 진행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손혜원 의원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항의 차원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공정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오늘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이 수사 내용을 밝힌다면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되겠나”라며 검찰을 두둔했다. 오히려 본회의를 통과한 국조특위의 계획서를 문제삼으며 계획서에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모든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법률 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마저 “국조특위가 어렵게 수사나 재판 등의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그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대검찰청에서 이를 무시하고 안 나왔다. 이건 국회에 대해서 무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관례들이 계속될 경우에 국조특위가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나”며 반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성태 위원장은 국정조사 시작 40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가 이후 재개했다. 회의는 재개됐지만 논란은 또 터져 나왔다.

법무부 기관보고에 ‘박근혜 대통령’ 한번도 언급 안돼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의 직무 대행 자격으로 이날 출석한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 최순실 등 관련 의혹 수사현황에 대한 기관보고를 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내용이 누락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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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법무부-대검찰청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료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몇몇 위원들이 정호성 녹음파일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용에 대해 묻자 이 차관은 “그러한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 걸로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주요 증인, ‘모르쇠’ 일관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과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 등 주요 증인들은 최순실과 연관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장관은 최순실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 등의 인물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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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조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최순실, 김장자와 함께 정동춘이 운영하는 마사지샵을 간 것이 적발돼 특별감찰관 조사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이 역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도와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삼성 합병 찬성 국민연금 투자위원, 증거 인멸 의혹”

황당한 장면도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삼성관련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이 검찰 압수수색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새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신승엽 국민연금 리스크관리 팀장은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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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의원이 “원래 쓰던 휴대전화는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신 팀장은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대답에 박 의원은 “상식적으로 고장난 휴대전화라지만 쓰던 휴대전화를 보통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리느냐”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친박의 물타기 발언 논란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역대 정권이 기업 등으로부터 사업 추진을 위해 자금을 모은 사례를 열거하면서 미르, K스포츠재단의 불법 자금 모금 및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세력이 정말 잘못했다고 해서 과연 그 반대쪽 세력이 완전히 정의로운 세력인가 오히려 정의로운 세력으로 둔갑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 사회 가치체계까지 전도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보고 있다”면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건 5년 단임제 시행한 노태우부터 역대 대통령 정권마다 빠짐없이 이와 유사한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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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이같은 이 의원의 발언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이라며 즉각 호통을 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이 의원이 전체질의 시간 7분 중 4분 30초를 국정조사와 상관 없는 과거 정부와 관련된 내용을 말했다며 비판했다.

국조특위는 12월 5일 대통령 비서실 등의 2차 기관보고에 이어 6-7일부터는 청문회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작 : 송원근
취재 : 이유정
영상 : 김기철, 김남범
편집 : 박서영

목, 2016/12/0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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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초기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사실상 방해했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보건당국이 직접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뉴스타파가 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됐던 한 역학조사관으로부터 당시 현장 상황을 직접 들었다. 이 역학조사관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을 제대로 넘겨주지 않아 초기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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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14번·35번 환자 자료 제출 제대로 안 해”

역학조사관 A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머물다 삼성서울병원로 옮겨 5월 27일~29일 동안 응급실에 입원했던 35세 남성(14번 환자)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현장으로 파견됐다.

이어 6월 1일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8세 남성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조사관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당시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날 삼성서울병원에선 난리가 났다. 35번 환자가 이 병원 의사였던 데다, 확진 직전에 격리되지 않은 채로 서울 시내를 돌아니면서 1천5백여 명과 접촉했다는 사실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었다.
– A 역학조사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35번 환자의 확진 사실을 숨기다가 뉴스타파 등이 관련 사실을 보도한 이후인 6월 4일에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그때도 ‘D병원 의료진’으로 표기해 삼성서울병원의 실명을 감춰줬다. (관련기사 : 정부, 메르스 확진 ‘삼성서울병원 의사’ 누락 발표)

A조사관은 6월 1일부터 35번 환자의 감염 경로와 동선을 파악해 추가 감염 의심자들을 추적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역학조사 업무는 곧 한계에 부딪혔다. 35번 환자를 감염시켰을 것으로 추정된 14번 환자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감염경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삼성서울병원 측에서 넘겨준 14번 환자와의 접촉자 명단이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 역학조사관들이 확보한 명단은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해 190여 명으로 나중에 삼성서울병원 측이 밝힌 893명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주소와 연락처가 없이 입퇴원 날짜만 덩그러니 기록돼 있었다.

나보다 앞서 파견됐던 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니,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당장 받으려 했지만 그게 안 됐다고 한다. 명단이 있어야 뭐라도 조사를 시작할 텐데 도통 넘겨주질 않더라고 하더라.
– A역학조사관

A조사관은 자신도 앞서 파견된 조사관들과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나도 35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와 의료진 명단을 넘겨받긴 했는데 범위가 너무 좁았다. 삼성서울병원 실무자에게 명단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왜 안 주는 거냐고 따져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35번 환자가 병원 내에서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보니 병원 밖에서 만났다는 1천5백 명을 추적하는 것이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 A 역학조사관

평택 파견 역학조사과장이 삼성에 ‘자료 제출하라’ 공문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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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된 역학조사관들이 기본적인 접촉자 명단조차 넘겨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 그러나 당시 삼성서울병원 현장에는 이같은 문제를 통제하고 대응할 보건당국 책임자가 나와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A조사관의 증언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명단을 계속 안 넘겨주는 것에 대해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과장님도 알고 계셨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본부 차원에서 어떻게 조치하겠다거나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침이 전혀 오질 않았다. 당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다른 병원에는 보건당국의 국장 또는 과장급 책임자가 현장 책임자로 파견됐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파견자 중 선임은 책임연구원 한 명뿐이었다.
– A 역학조사관

뉴스타파 취재 결과 보건당국은 6월 3일에야 삼성서울병원에 접촉자 명단 제출에 협조라하는 정식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문 발송을 지시한 것은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 그런데 당시 그는 이같은 업무를 지시할 위치에 있던 당국자가 아니었다.

배 과장은 당시 평택성모병원에 파견돼 있었다.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직후엔 역학조사관들을 파견하고 통제하는 역할 전반을 맡았지만 5월 28일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출범한 뒤로는 평택지역 현장대응팀만 이끌도록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택지역 책임자였던 배 과장이 삼성서울병원에 공문을 보내는데 관여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삼성서울병원에 나가있던 역학조사관들이, 접촉자 명단이 제대로 넘어오지도 않고 주소와 연락처가 빠진 명단만 온다며 나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꾸려진 5월 28일 이전까지는 내가 직속 상관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엔 나도 지휘부가 아니라 중앙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현장대응팀 책임자에 불과했다. 평택성모병원에 파견 중이었으니, 사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선 내가 가타부타할 권한은 없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에 나가 있는 조사관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명단이 오지 않는다고 나에게 계속 토로하길래, 보다 못해 6월 3일에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에게 지시해 삼성서울병원 측에 주소와 연락처가 제대로 적힌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라고 했던 것이다.
–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현장에 파견된 역학조사관들의 기본적인 명단 제출 요구에 비협조로 일관했고, 평택성모병원에 파견돼 있던 역학조사과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정식 문서를 보내도록 사실상 ‘비선 지시’를 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중앙대책본부 차원의 삼성서울병원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배근량 과장을 통해 공문이 발송된 후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와 응급실에서 접촉한 600여 명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추가로 제출했다. 14번 환자를 조사하기 위해 역학조사관 3명이 파견된 지 5일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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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통제를 담당한 책임자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측의 접촉자 명단 제출이 계속 늦어지는데도 보건당국 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A조사관과 배근량 과장의 증언을 토대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측에 이에 관한 해명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끝내 답변이 오지 않았다.

화, 2015/07/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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