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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수 투신자살은 교육부의 타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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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수 투신자살은 교육부의 타살이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08/20- 18:21

대학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 고 고현철 교수 유서 중

▲ 고 고현철 교수 빈소

▲ 고 고현철 교수 빈소

8월 17일 부산대 국문과 고현철(54) 교수가 대학본관 3층 국기게양대 테라스에서 투신해 숨졌다. 고 교수는 투신 당시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평소 성실했던 학자이자 시인이였던 고 교수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행하라고 했던 약속은 ‘총장 직선제’였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지난 2011년 10월 직선제로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총장직선제를 목숨걸고 사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지난 6월 차기 총장선거를 ‘간선제’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고 교수가 투신한 날 부산대 교수회는 집단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 교수는 2쪽 분량의 유서에서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며 “부산대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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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또 “대학의 자율성은 없고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져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교육부, 재정지원 무기로 일방적으로 ‘직선제 폐지’ 밀어부쳐

총장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결실로 1988년부터 전국 국공립대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시절, 교육부는 직선제가 파벌형성, 금권선거 등 폐단이 많다며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고 대학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2단계 방안의 핵심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연계를 통해 총장직선제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폐지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입장에선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방법이었다.

2012년 실제로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에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5%반영했다. 그 결과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대학 중 전북대를 제외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 등 4개 국립대가 2012년 이 사업에서 탈락됐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부산대, 경북대와 같이 매년 사업비를 받아오던 거점 국립대가 이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국립대에서 총장직선제가 폐지됐다. 총장직선제가 도입 20여년 만에 전국국공립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총장 선출 자율 공언’ 취임 후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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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과부가 총장직선제 폐지 등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오히려 더 강하게 총장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였다. 2013년 교육부는 전국국공립대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직선제 요소가 남아있는 학칙, 세부규정 등 관련규정을 모두 삭제하라”고 압박했다. 직선제를 재도입할 여지까지 없애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또 총장 후보를 선임하는 추천위원회 위원을 이른바 ‘로또(무작위) 추첨’방식으로 하라고 종용했다. 2014년 3월 교육부가 전국국공립대에 보낸 공문을 보면 “무작위 추첨 방식이 아닌 투표나 추천 등을 통해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선정하는 방식은 직선제 요소가 있으니 학칙, 시행세칙, 자체규정 등에서 이런 요소를 모두 삭제하라”고 명시돼 있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 회장은 “교육부가 말하는 간선제는 제대로된 간선제도 아니고, 일종의 ‘로또’식으로 으로 교수들의 대표권한을 전혀 갖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교육부는 총장선출 제도와 관련해 규정 하나하나를 간섭했고, 대학은 완전히 자유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박홍원 부산대 교수회 비대위 대변인도 “문제의 핵심은 직선제냐, 간선제냐가 아니고 법이 정한 대학의 자율성을 정부가 강압으로 침해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선제로 선출해도 이유 없이 ‘임용 제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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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또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대학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유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는 교육부가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해 수개월째 총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일각에선 “정부 입맞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총장선출제도를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한국체대에 지난 2년간 4번이나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지만, 친박계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다섯번째 후보자로 올라오자 임용을 제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임명했다.

박홍원 부산대 교수회 비대위 대변인은 “국립대는 학칙개정 등 모든 권한이 총장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개혁 등 정책에 불만이 있는 교수들이 많은데, 정부로선 총장 1명만 컨트롤 하면 대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직선제로 당선된 총장을 컨트롤 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총장 선출제도를 바꿔 보다 쉽게 대학 규정 등을 개정하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투신한 고 교수가 소속된 부산대는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직선제 내용을 학칙에서 폐지했던 부산대는 2014년 교수 총투표를 실시해 직선제와 간선제 실시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교수총투표 결과 84%의 압도전인 비율로 ‘직선제’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올해 6월 약속을 어기고 ‘간선제’추진을 선언했다. 김 총장은 고현철 교수의 투신 당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리고 부산대는 19일 부산대의 총장선출제도를 ‘직선제’로 재추진하기로 교수들과 합의했다.

황우여, “간선제 추진했지만 강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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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예결위 회의장에 참석해 “고현철 교수의 죽음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간선제로 대학의 모든 의사를 종합하는 방법을 직간접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은 “이 사건은 결국 민주주의와 대학의 본질을 파괴해 온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교육부는 고 교수의 뜻대로 총장직선제 뿐만 아니라 대학을 반교육적 평가체제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폭력적인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수개월째 별다른 이유없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던 교육부를 상대로 경북대 김사열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행정소송해서 김 후보자가 8월 20일 승소했다. 앞서 공주대 김현규 총장후보자도 교육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1심, 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류수노 후보자는 1심에선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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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재단 신입 공채 때 임 아무개 씨 채용 부탁
올 3월과 7월 서울센터에 신 아무개 파견 압박해 관철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남편 동창이자 지역구 특보역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이석우)에 연거푸 지인 채용을 부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재단은 국회 미방위로부터 감사를 받는 기관이어서 지위를 이용한 채용 청탁 의혹을 사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재단 신입 직원 공채 때 미방위 소속 유승희 국회의원의 부탁이라며 임 아무개 씨를 서류 전형에서 통과시키도록 담당 심사위원에게 부탁하라는 지시 문자를 재단 실무진에게 보냈다. 담당 심사위원은 김 아무개 인재선발시험위원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그러나 1차 서류심사에서 총점 44.8점으로 지원자 435명 가운데 389위에 머물러 떨어지고 말았다.

이 이사장은 임 씨가 1차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2015년 6월 22일 유승희 의원실을 찾아가 결과를 알리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재단 실무진이 이사장에게 보고한 문자에는 지원자를 뒷조사하고, 면접 시 이념적 치우침이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 위). 유승희 의원 부탁임을 드러내 보였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재단 관계자가 이석우 이사장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부탁한 채용 대상자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오른쪽). 같은 달 20일 문자메시지(왼쪽 아래)에는 이석우 이사장이 유승희 의원의 임 아무개 씨 추천 건 대책을 꾀한 뒤 의원실에 찾아가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 위). 유승희 의원 부탁임을 드러내 보였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재단 관계자가 이석우 이사장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부탁한 채용 대상자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오른쪽). 같은 달 20일 문자메시지(왼쪽 아래)에는 이석우 이사장이 유승희 의원의 임 아무개 씨 추천 건 대책을 꾀한 뒤 의원실에 찾아가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2015년 6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공채 1차 서류심사 결과 가운데 일부. 그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서류심사를 벌여 18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2015년 6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공채 1차 서류심사 결과 가운데 일부. 그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서류심사를 벌여 18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 3월, 7월 서울센터에 남편 친구 아들 파견 계약

지난 3월엔 유승희 의원 남편인 유 아무개 교수의 친구 아들이 재단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 파견직으로 채용돼 역시 부정 청탁 의혹을 샀다.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는 유 교수와 초등학교 25회 동창. 이 학교와 서울센터는 모두 유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북구(갑)에 있다. 신 씨 아버지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한 사단법인 사무실도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 드나들며 특별보좌역을 스스로 맡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 보문로 171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보문로 157 신 아무개 씨 아버지의 사단법인 사무실이 있던 자리.

▲왼쪽부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 보문로 171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보문로 157 신 아무개 씨 아버지의 사단법인 사무실이 있던 자리.

신 씨는 지난 3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4개월 동안 서울센터에서 파견 직원으로 일하며 다달이 230만 원쯤 받았다. 특히 신 씨는 이례적으로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추천된 복수 후보자와 경쟁하는 절차조차 없이 홀로 지정돼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13일은 신 씨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센터에 파견됐던 직원 2명의 노동 계약도 끝난 날. 관련 예산이 빠듯해, 올 10월 ‘시청자미디어축제’ 때 파견 직원을 다시 채용하려면 신 씨를 포함한 3명과 계약을 끝냈어야 했다는 게 재단 관계자 설명이다.

신 씨가 4개월 만에 서울센터를 그만둘 처지에 놓이자 유승희 의원실에서 ‘계속 채용’을 부탁했다는 재단 관계자 진술과 제보가 이어졌다. 유 의원실에선 재단에 ‘고졸 정규직 채용 규정’이 있는지도 물었고, 재단 관계자들은 이를 고졸 파견 사원인 신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압력으로 여겼다. 재단은 결국 서울, 부산, 광주센터 파견 노동자 3명 가운데 두 명을 내보내고 신 씨만 남겼다. 계약 해지 12일 만인 지난 7월 25일 신 씨를 파견 직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재단에 인력을 파견하는 K사 관계자는 “의뢰 받기로는 10월경 (시청자) 미디어 축제가 있고, 그걸 위한 제반 준비가 필요해서 (신 씨 계속 채용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시청자 미디어 축제 때 필요한 파견 인력을 한꺼번에 뽑지 않은 채 오로지 신 씨만 채용해 앞뒤가 어긋났다. 지금 재단이 때 이른 10월 축제 준비로 바쁜 상황도 아니다.

유승희 의원과 이석우 이사장, 청탁 의혹 ‘모르쇠’

유 의원실 여러 관계자는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특보라는 게 공식 (임명) 절차가 있는 건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호칭이거나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신 씨 아버지가 성북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생활을 꽤 오래 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신 씨 아버지와 유 교수가) 초등학교 동창인 건 맞는데 서로 인생 경로가 너무 달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동창이었더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유승희 의원은 지난 7월 29일 기자와 만나 서울센터에서 일하는 신 아무개 씨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신 씨와 임 아무개 씨 채용을 부탁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신 씨 아버지를 “남편 초등학교 동창이라 알게 된 게 아니”라며 “정치를 하다 보니까 (신 씨 아버지가 당원이어서) 당연히 지역구에 와서 알게 된 것”일 뿐 채용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임 아무개 씨와의 관계는 따로 밝혀 말하지 않았다.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알림(왼쪽)과 2015년 6월 센터 개소식. 개소식에는 유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사진: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서 갈무리)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알림(왼쪽)과 2015년 6월 센터 개소식. 개소식에는 유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사진: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서 갈무리)

유승희 의원은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서울, 경기 최초로 성북구에 유치했다’고 홍보용 블로그에 내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를 2년간 꾸준히 설득해, 천신만고 끝에 국비 50억 원을 확보하고 2015년 6월 (센터를) 개관해 운영 중”이라는 것. 서울센터는 오는 2018년까지 200억 원을 들여 길음동에 새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유 의원실의 채용 청탁 여부를 두고 “아는 게 없고,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수, 2016/08/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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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세월호 관련 공적 서훈 16명 확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된 공적으로 경찰과 청와대 파견 공무원 등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파악된 수훈자는 16명이며, 2014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수여됐다. 인명구조 지원 근무 수행 중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5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적 사유는 세월호 참사에 잘 대응했다는 것이다.

▲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 광장 뒤 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 광장 뒤 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세월호 관련 ‘충실한 자료 준비’와 ‘원활한 대국회 활동 기여’로 청와대 파견근무 공무원 포상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조홍남 국무조정실 국장은 2014년 12월 31일 근정포장을 받았다.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조 국장의 공적 사유는 ‘2014년 우수공무원 포상’으로만 돼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조 국장의 구체적인 공적 사유는 “국회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 국정감사, 운영위 및 예결위의 현안 질의에 대한 충실한 자료 준비와 대응으로 대통령 비서실의 원활한 대국회 활동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그의 공적과 전혀 달랐다. 2014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열렸는데, 당시 청와대는 야당 특위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거의 대부분 제출을 거부했다. 특위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중에는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상세 내역과 대통령 참석 회의 내역 등 참사 초기 청와대의 대응 조치를 규명하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신변 경호상 등의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비협조로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는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조 국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에서 대국회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충실한 자료 준비’ 등의 공적 사유로 조 국장에게 포장을 수여했다.

▲ 지난 2014년 7월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당시 청와대 기관보고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진. 청와대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 지난 2014년 7월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당시 청와대 기관보고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진. 청와대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유지’가 공적사유?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단원 경찰서장이었던 구장회 총경도 근정포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4년 10월 21일에 근정포장을 받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그의 공적 사유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유지 및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공감치안 실현” 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장을 받기 5개월 전, 단원 경찰서 형사들이 유가족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 당시 구장회 서장이 공개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2014년 5월 19일 단원 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경찰 2명이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던 유가족들을 몰래 미행하면서 동향을 파악하려다 발각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구 전 서장은 물론 최동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유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런데 5개월 후 최동해 전 청장의 추천으로 구 전 서장이 근정포장을 받은 것이다. 그의 공적에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 유지’라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에는 유가족들의 동향 파악과 미행도 포함돼 있었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안산단원 경찰서를 찾아, ‘완벽한 상황유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밖에 세월호 관련 공적으로 훈장을 받은 이들의 공적 사유에는 “세월호 집회 등 안정적인 집회 관리”, “유병균 등 세월호 관련자 검거”, “세월호 실종자 수색”, “세월호 사고에 따른 신속한 지원”, “세월호 침몰 사건 신속한 수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다. 아직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9명의 미수습자가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준 의도는 뭘까?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 특조위의 확고한 입장인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는 이미 끝난 거야”라는 말을 세월호 서훈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충청북도 청주 청남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 동상.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훈장을 활용했다.

▲ 충청북도 청주 청남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 동상.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훈장을 활용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재임 12년 동안, 자신과 부통령 이시영 이외엔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에게 일체 건국훈장을 수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독립운동하면 떠오르는 김구와 안중근, 윤봉길 등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독립운동가에게 본격적으로 건국훈장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 부터다. 하지만 박정희는 친일파에게도 각종 훈장을 무더기로 수여했다. 그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전두환과 노태우는 ‘조세의 날’ 훈포상을 통해 재벌 총수들에게 본격적으로 훈장을 주기 시작했다. 무엇을 노렸을까? 이명박이 재임 5개월 짜리 단명 장관들에게도 퇴임 후 훈장을 준 사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 <훈장, 정권의 수사학>편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 집권자들이 훈장을 통치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집중 추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특집 다큐멘터리와 ‘훈장과 권력’ 특별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 2016/08/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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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의뢰인들

지난 5월 3일, 서울 응암동에 있는 민간 정보업체 ‘라이언폭스 컨설팅’ 사무실에 남자 두 명이 찾아왔다. ‘라이언 폭스 컨설팅’은 미국과 관련된 정보 조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로, 미국 현지의 민간 조사관, 즉 사설 탐정들을 통해 의뢰인이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를 조사한다.

이 회사를 찾아온 사람들은 장 모 씨와 그의 상관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이들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재력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부회장을 지냈던 조중건씨와 그 부인 이영학 씨에 대한 정보 조사를 의뢰했다. 조중건 씨는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 조중훈씨의 동생이다. 이들이 조사를 의뢰한 정보는 조중건, 이영학 부부의 미국 내 금융 자산 및 부동산 보유 내역과 세금 납부 내역, 그리고 이 부부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한 페이퍼 컴퍼니의 재무 제표 등이었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에 재벌가에 대한 조사 의뢰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있는 일이라 이 정보가 왜 필요한 것인지 묻자, 이들은 “우리도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돈은 충분하니 제대로 된 정보만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계약서 작성을 마치자마자 검은 가방에서 5만원 권 뭉치를 꺼내더니 현금 865만 원을 세어 곧바로 지급했다. 영수증을 발급하려하자 “필요없다”며 거절했다. 거액의 정보 자문료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한다.

▲ 다른 신분을 사칭한 국세청 직원과 ‘라이언폭스’ 측이 맺은 정보자문계약서

▲ 다른 신분을 사칭한 국세청 직원과 ‘라이언폭스’ 측이 맺은 정보자문계약서

한 달 뒤인 6월 3일, ‘라이언폭스 컨설팅’은 의뢰받은 내용 가운데 조사가 가능했던 항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뢰인들에게 건네주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불법 정보 조사 종용

한 차례의 거래를 마치고 난 뒤, 이 의뢰인들은 또 다른 조사를 요구했다.이번의 조사 대상은 00그룹의 모 회장. 이번 의뢰는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그 회장이 갖고 있는 특정 금융회사 계좌의 잔액과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해 달라는 것.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정보 조회 화면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금융회사에서 직접 발급한 서류를 확보해달라는 요구까지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미국 현지법상 불법이라는 것이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에 따르면, 조중건 씨 부부에 대한 의뢰 건처럼 금융 계좌 전체의 잔액을 조사하는 것은 미국에서 불법도 합법도 아닌 이른바 ‘회색 지대’의 영역에 있는 업무라서 조사관의 능력에 따라 가능한 일이지만, 특정 계좌의 잔액과 거래 내역을 조사하거나 촬영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정보 보호법인 Fair Credit Reporting Act 와 개인정보 보호법인 Grann-Leach-Bliley Act 에 저촉되는 사항이라고 한다. ‘라이언폭스 컨설팅’ 은 의뢰 내용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뒤 의뢰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이들은 반복적으로 불법 조사를 종용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로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국세청 직원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신분 노출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이 수상한 의뢰인들의 신분이 드러났다. 스스로 ‘재일 교포 재력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던 의뢰인들은 바로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관실의 직원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전화 번호조차 알려주지 않는 등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나름 애를 썼으나 어처구니없게도 술자리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뒤 그 가방을 되찾기 위해 ‘라이언폭스 컨설팅’ 측에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노출했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은 안 그래도 수상했던 차라 확보된 전화번호를 토대로 SNS 등을 조사해보니 의뢰인 가운데 한 명이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관실의 7급 직원 장 모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 모 씨는 의뢰 당시 가명이 적힌 명함을 건넸으며 계약서에도 가명을 적었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은 이에 대해 “신분을 숨긴 채 가명으로 정보 조사를 의뢰한 것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 기관인 국세청 직원들이 민간 업체에 반복적으로 불법 정보 조사를 종용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은 지난 8월 11일 장 모씨를 통해 국세청의 사과와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으나 국세청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 신분을 숨긴 국세청 직원 장 모씨가 소지하고 있던 정부 세종청사 출입증

▲ 신분을 숨긴 국세청 직원 장 모씨가 소지하고 있던 정부 세종청사 출입증

국세청 담당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정보 활동을 하면서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문서 위조 혐의의 경우 국가기관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 활동의 개별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무능한.. 너무나 무능한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관실은 역외 조세도피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조직이다. 지능적 조세 도피범들에 맞서 거대한 규모의 역외 탈세를 추적해 징수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재벌들의 해외 재산 규모를 파악하려고 했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관실의 수준과 윤리 의식은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미국 현지의 계좌 정보를 국내의 민간 정보 업체에 의뢰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해외 탈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10개국에 21명의 세정요원을 파견해 운용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국세청은 해외 파견 세정 요원의 숫자를 2011년 9명에서 2012년 14명, 2013년 16명, 2014년 21명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에도 2명의 세정요원이 파견되어 있다. 이들의 현지 체류비와 정보 조사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세청은 왜 이들을 활용하지 않고 국내의 민간 정보 업체에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을까? 특히 신분까지 속여야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임을 감안하면 더욱 의아하다.

지난 2014년 12월에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감사원이 해외 세정요원 21명 가운데 16명의 토익 점수를 확인한 결과 평균 점수가 585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미국에서 원활한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은닉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2013년 1년 동안 해외 세정요원들이 수집한 역외탈세혐의 정보는 19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 가운데 실제 세금추징에 활용된 양질의 정보는 5건 밖에 되지 않았다.

둘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민간 정보 업체에 불법 조사를 종용한 것에서 드러난 국세청의 무지다. 국세청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도 강요했다면 범죄 교사에 해당하는 행위다. 그게 아니라면, 국세청은 자신이 의뢰한 조사 활동이 미국에서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2011년에 설립돼 5년 동안 수백, 수천 건의 역외 탈세 조사를 수행해왔을 국세청이 미국에서의 금융 계좌 조사 가운데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정말 모르고 있었다면, 개탄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정보 활동이기 때문에 신분을 숨기는 것은 당연하다” 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신분을 노출하고만 국세청 직원의 무능과 무사안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색이 ‘정보활동 요원’이라는 사람이 술자리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고, 그 가방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철저히 숨겨왔던 전화 번호를 노출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촌극에 가깝다. 더구나 정보원에게 ‘술을 마시자’고 먼저 요구한 것은 해당 직원이었다고 한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를 지출하고 난 뒤 그 대가로 접대를 요구한 셈이다.

1시간 만에 기사 삭제한 <중앙일보>

지난 19일 오후 1시 49분, 중앙일보 온라인 판에 이번 사건을 다룬 기사가 나갔다. ‘라이언폭스 컨설팅’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뒤 기사가 사라졌다.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중앙일보 기자는 “기사가 나간 뒤 국세청 직원들이 회사를 찾아왔다”며 “기사 때문에 외교 마찰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보 요원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국세청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게재 1시간 만에 삭제된 중앙일보 기사

▲ 게재 1시간 만에 삭제된 중앙일보 기사

‘라이언폭스’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여러 언론사에 보냈다. 그러나 기사화된 것은 중앙일보 한 곳 뿐이었고, 그마저 한 시간 만에 삭제되었다. JTBC의 경우 ‘라이언폭스’ 측을 인터뷰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방송이 나가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그 힘은 일반 기업들에게는 절대적인 두려움의 대상이고 경우에 따라 언론사들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중앙일보의 기사 삭제나 다른 언론들의 침묵이 그 힘을 두려워한 결과는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화, 2016/08/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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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2013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던 이른바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이금열 회장을 만나 사건 해결을 약속하고,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을 연결해 사건을 수임케 했다. 이금열 회장과 법무법인을 대신해 변호사비를 결정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 변호사는 변호사 휴업계를 낸 상태였다.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씨를 만나 사건을 청탁받는 과정에서는 리베라호텔, 철강회사 휴스틸 등을 운영하는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서 변호사는 ‘이금열 사건을 청탁하기 위해 수원지검장을 2~3차례 만났다’는 말을 박 회장에게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수원지검장은 김수남 현 검찰총장이다.

서 변호사는 지난 8월 10일부터 최근까지 뉴스타파와 진행한 6번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을 통해 이금열 회장 사건을 청탁 받았고, 자신과 특수관계인 법무법인을 사건에 끌어들였으며, 변호사비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간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를 만나 사건과 관련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금열 회장은 철거업체로 시작해 10여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다원그룹을 실질적으로 소유, 운영했던 인물이다. 철거업체 행동대장 출신인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룹 회장이 됐다. 2013년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장은 1000억원대 횡령과 배임,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고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당시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국세청 간부 2명 등이 구속됐다.

서향희 변호사(왼쪽)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오른쪽)

▲ 서향희 변호사(왼쪽)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오른쪽)

이금열 회장 사건에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박순석 회장과 이금열 회장 측 인사 등 관련자들을 두루 접촉해 당시 상황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확인한, 2013년 이금열 회장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만사올통’ 있었다

2013년 5월 초, 서향희 변호사와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이금열 회장을 리베라서울호텔 1층 중식당에서 만났다. 리베라서울호텔은 박순석 회장이 소유, 운영하는 곳이다. 이 자리에는 이금열 회장과 가까운 박 회장의 측근 A씨도 동석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피생활을 할 당시 이금열 회장이 서향희 변호사를 찾았다. 서 변호사 정도 되면 자기 사건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탁을 받은 뒤 이금열 회장을 박순석 회장에게 연결해줬고, 박순석 회장이 서 변호사를 불러 자리가 만들어졌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서 변호사는 자기가 사건을 맡겠다고 하면서 법무법인 하나를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서향희 변호사를 만난 뒤 이금열 회장은 안도했다. 사건이 잘 해결될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그는 이런 얘기를 주변인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다원그룹 핵심관계자의 증언.

“(도피중이던) 이금열 회장에게 어느 날 전화가 왔고, 경기고등학교 앞에서 만났다. 이 회장이 ‘형님, 서향희 변호사 선임했습니다. 이제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금열 회장은 서향희 변호사를 믿고, 그가 지정해 준 법무법인으로 변호사비 5억원을 보냈다. 서향희 변호사가 아니라면 선임할 이유가 없는 법무법인이었다.”

서 변호사가 소개했다는 법무법인 세한은 서 변호사와 특수관계인 사람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곳이다. 서 변호사의 연수원 시절 은사이자, 한때 서변호사와 법무법인 공동대표를 맡았던 송 모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서 변호사와 한솥밥을 먹었던 변호사 7~8명도 합류해 있던 곳이다.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에게 소개한 법무법인 세한

▲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에게 소개한 법무법인 세한

사건 당시 이금열 회장은 화려한 변호인단을 앞세워 수사에 대비했다. 대형 로펌이 선임계를 냈고, 검찰을 떠난 지 1년 남짓된 대검중수부 출신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을 변호하기 위해 수임계를 낸 변호사만 29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서향희 변호사를 믿었다. 실제로 서향희 변호사가 소개한 법무법인은 이후 사건 진행을 주도했다.

당시 이금열 회장 사건 변호를 맡은 또 다른 변호사 측 인사는 “이금열 사건을 총괄한 곳은 (서향희 변호사가 소개한) 세한 법무법인이었다. 그 법무법인이 수사와 재판을 사실상 총괄했다”고 말했다. 이금열 회장 사건기록을 확인해 보니, 서 변호사가 소개한 법무법인은 2013년 5월 27일 변호사 선임계를 냈다. 서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을 직접 만나 사건을 맡기로 약속한 직후로 추정된다.

서향희, 휴업 상태에서 사건 소개

그러나 사건 당시 서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에 휴업계를 낸 상태였다.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사건 소개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원그룹 측은 “당시 우리는 서 변호사가 법무법인 세한의 대표변호사인 줄 알고 있었다. (서 변호사가) 휴업상태인 줄은 몰랐다. 그런데도 사건을 맡겠다고 했으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 이금열 회장은 어떻게 서향희 변호사와 연결된 것일까. 뉴스타파는 취재과정에서 리베라호텔, 철강회사 휴스틸 등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신안그룹의 박순석 회장이 당시 서 변호사와 이금열 회장 사이에 다리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신안그룹의 고문변호사인 이OO 변호사(전 부장검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0~2011년경부터 회장님과 서 변호사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금열 사건 때도 회장님께서 ‘서변호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니 잘 챙겨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사건에 간여한 뒤 박 회장은 이금열 사건과 관련 여러 차례 서향희 변호사와 의견을 주고받고, 수사 진행 상황을 체크했다. 박 회장의 측근들 사이에서 공통되게 나오는 증언이다. 서 변호사도 뉴스타파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서향희 변호사와 뉴스타파가 주고받은 이메일

▲ 서향희 변호사와 뉴스타파가 주고받은 이메일

당시 서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박 회장의 한 측근은 “당시 서 변호사가 ‘검찰 수뇌부를 찾아가 이금열 회장 사건을 부탁했다’는 얘기를 박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가 박순석 회장을 찾아와 여러 번 같은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원지검장은 김수남 현 검찰총장이었다.

“서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을 만난 뒤, 박 회장은 수시로 사건 진행 상황을 체크했어요. 서 변호사는 자기가 수원지검장을 두세번 만났다고, 사건을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만났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박 회장 측근 인사)

취재진은 취재결과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당사자들을 찾아 나섰다. 먼저 서 변호사 소개로 이금열 회장 사건을 수임했다는 법무법인 세한을 찾아갔다. 서 변호사의 은사인 송모 대표 변호사는 서 변호사 소개로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금열 회장이 우리(법무법인 세한)를 직접 찾아온 건 아니다. 서향희 변호사를 통해서 들어온 건 맞다.”

그러나 이후 서 변호사는 아무런 역할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송모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소개한 이후 서 변호사가 한 역할은?
소개해 준 것 외에 다른 역할은 없었다.
– 서 변호사가 수원지검장을 만나 사건을 부탁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런 적 없었다.
– 서 변호사와 이금열 사건을 논의한 사실은 있나.
사건에 대해 상의한 일은 없다. 진행 상황을 물어 얘기한 사실은 있다.

이금열 회장 사건과 관련 서 변호사를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수남 검찰총장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후곤 대검찰청 대변인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금열 사건에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당시 총장님은 서 변호사를 만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스타파는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서향희 변호사에게도 전화와 이메일로 해명을 요구했고,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서 변호사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개인 사정상 대면 인터뷰가 힘들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궁금하신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서 변호사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해 왔다. 뉴스타파는 8월 10일부터 최근까지 서 변호사와 6번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 변호사는 관련 의혹 상당 부분을 인정했다.

이금열 회장 사건을 법무법인 OO에 소개한 사실이 있습니다.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사실을 박순석 회장측에 전달했습니다.

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답변

서 변호사는 변호사비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간여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는 변호사비를 직접 이금열 회장측과 상의해 결정했다는 법무법인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다.

수임료는 어찌되었든 박순석 회장과 본인이 사건을 소개하는 입장에 있었던바, 위임인(이금열 회장)과 수임인(법무법인) 양측이 직접 논의하기 힘들다 하여 서로의 의견을 받아 전달하였습니다.

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답변

그러나 서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를 찾아가 이금열 회장 사건을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 사건(이금열 회장 사건)과 관련하여 본인이 수원지검장을 만났다거나 하는 활동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답변

서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 사건에 간여했던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 해다. 그리고 당시 서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올케를 통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소위 ‘만사올통’ 논란이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지만,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고 논란은 잦아들었다.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2012년 12월 3차 대선후보 TV토론)는 말이나,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겠다”(2012년8월20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는 박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은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로 대선 직후 서향희 변호사를 둘러싼 이른바 ‘만사올통’의 실체가 일부 확인되면서, 박 대통령의 약속이 말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용히 은둔한다던 대통령의 올케가 재벌회장과 잦은 만남을 갖고, 대형로비의혹 사건에 개입한 행위를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목, 2016/08/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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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희 변호사로부터 이금열 회장 사건을 소개받은 법무법인 세한의 한 관계자는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 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하는 증언을 내놨다.

사건 당시 서 변호사가 사건에 간여하는 문제로 (법무법인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 나는 서 변호사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장기적으로 보면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 뉴스타파-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인터뷰

▲ 뉴스타파-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인터뷰

이 관계자의 증언은 사건을 소개하고 변호사비 흥정에 간여했을 뿐, 사건 자체에는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서 변호사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금열 사건 당시 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뉴스타파가 서 변호사와 가진 6번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일부 석연치 않은 대목도 발견됐다. 서 변호사는 첫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이금열 사건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수임료 결정에 간여한 사실, 사건 진행 상황을 박순석 회장 측에 전달한 사실 등을 차례로 인정했다. 자신의 남편인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과 함께 박순석 회장을 만나지 않았냐는 질문에서도, 처음엔 박순석 회장 소유의 리베라호텔에서 한 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장소를 지목하며 재차 질의하자,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몇 차례 더 만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가 말을 바꾸며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향희와 6번 이메일 인터뷰…모르쇠, 말바꾸기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서향희 변호사에게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삼아 경고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말 불거진 소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확인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내용의 문건이 만들어진 시점은 2013년 6월. 서울 리베라서울호텔 중식당에서 서향희 변호사, 박순석 회장, 이금열 회장등이 만나 사건을 논의한 시기와 겹친다. 서 변호사가 이금열 사건을 청탁받는 등 박순석 회장과 관련된 것이 경고의 배경이 아닌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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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출된 청와대 문건 가운데 서 변호사와 관련된 부분은 12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관계자는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순석 회장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가 박순석 회장과 공동으로 무슨 사업을 준비하면서 자주 만남을 갖고 있는데, 매우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박지만 회장에게 말해 두 사람이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핵심 관계자

이와 관련 박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경 서 변호사가 박 회장에게 ‘청와대의 경고가 있어 회장님을 뵙기가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연락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당시 청와대는 어떤 이유로 서 변호사와 박 회장의 관계에 개입했을까. 취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질의했으나, 조 의원은 “청와대에서 취득한 내용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목, 2016/08/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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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검찰의 다원그룹 이금열 사건 수사 당시 전방위 로비 정황을 보여주는 USB 메모리가 확인됐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 측의 변호사 선임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수사가 축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3년 구속된 이금열 회장은 1000억원대 횡령과 배임, 정관계 로비 혐의 등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 회장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과 경기도의원, 국세청 공무원 등이 구속됐으나 대형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던 이금열 사건은 이후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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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다니던 이금열 회장이 붙잡혔다. 체포 당시 이금열 회장의 은신처에서 USB 메모리가 발견됐다. USB 속에는 다원그룹의 회계장부와 함께 로비리스트로 추정되는 자료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자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금열 회장 사건을 취재한 한 언론사 기자는 “당시 로비의혹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는 하지만,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금열 회장의 USB 메모리

뉴스타파는 2013년 검찰 수사에 간여한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관련 증언을 확인했다. 검찰 수사에 참여한 한 경찰 간부는 이 USB 메모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망록이 있다고 들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가 이금열 회장이 가지고 있던 USB에 정관계 인사들과의 이니셜과 이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금액이 적힌 자료가 있다는 말을 했다. 금액에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고 했다.

한때 다원그룹이 철거공사를 따내기 위해 공을 들였던 서울 갈현동 재개발 현장의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진일씨도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금열 회장과 다원그룹 직원들이 차량에 현금을 싣고 다니며 수사기관에 로비를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앞서 진행된 이금열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수년째 일기장에 적어 놓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그의 일기장을 확인한 뒤 그의 증언을 들었다.

“다원그룹 직원들이 ‘세 개(3억원)로는 안 된다. 이번엔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 트렁크에는 돈뭉치가 들어있는 사과상자가 실려 있었다. 경찰 수뇌부에게 로비를 한다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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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2013년 수사 당시 자신의 일기장을 검찰에 제출하고 관련 진술서도 작성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당 검사들이 (이금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면서 진술서를 받아갔다. 내 일기장도 다 가져갔다. 왜 수사를 안 했는지 궁금하다.”

뉴스타파는 2013년 수원지검에서 이금열 사건을 수사했던 주임검사를 찾아가, USB 메모리의 존재, 축소수사 의혹에 대해 물었다. 그는 로비리스트가 담긴 USB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축소 수사 의혹은 부인했다.

“USB에서 로비 리스트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니셜만 나와 있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었다. (이금열 사건으로 구속된)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K로 기재돼 있었다. 이금열 회장이 입을 열지 않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목, 2016/08/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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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박순석 회장, 수감생활 편의 대가로 경찰에 금품 살포

리베라호텔, 철강회사 휴스틸 등을 운영하는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지난해 알선수재 혐의로 속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을 당시, 경찰에 금품을 살포하고 그 대가로 수감생활에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박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경찰 간부가 경찰청 감찰을 거쳐 해임됐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박 회장이 경찰에 건넨 현금과 고급 양주 등이 경찰 내부에 상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박 회장과 함께 속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던사람과 신안그룹 및 경찰 관계자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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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에게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소유한 신안저축은행에서 50억 원 가량을 대출받은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수억 원의 알선 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1년 2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올해엔 마카오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돼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잠자리도 달랐다”

지난해 박 회장과 함께 속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던 재소자 김 모 씨는 경찰이 박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특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거의 매일 유치장을 나가 수사과장 방에 머물렀다. 변호사 접견을 이유로 유치장을 나갔지만, 변호사 접견실에 없었다.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김 씨는 박 회장의 잠자리까지 일반 재소자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유치장 문도 마음대로 열고 닫는 등 그야말로 황제 수감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잠잘 때는 2층에 따로 마련된 숙소로 올라갔다. 유치장 문도 마음대로 열고 나갔다. ‘나 나간다, 문 따라’ 그러면 유치장을 관리하던 경찰 관계자가 문을 따줬다. 그렇게 생활하는 재소자는 박 회장 외엔 없었다.

또 다른 재소자 이 모 씨의 설명도 비슷했다.

유치장 2층 숙소에 잠을 잘 때 쓰는 호흡기 같은 장비도 갖다 놓고 살았다. 박 회장이 들어온 뒤부터 속초경찰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박 회장에게 왜 이 같은 편의를 제공했을까.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신안그룹 측 관계자로부터 “경찰이 박 회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했고, 그 대가로 박 회장이 경찰에 수차례 금품을 제공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는 금품을 받은 사람으로 당시 속초경찰서 김화자(56) 전 수사과장을 지목했다.

“속초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수차례 현금과 고급양주를 건넸다.”

김 전 과장은 여성 강력팀장으로 조직폭력 분야 수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인물로, 2007년 방송된 경찰 드라마 ‘히트’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뉴스타파는 김 전 과장과 관련된 비위 사실을 경찰청 문서로도 확인했다. 징계 서류에는 김 전 과장이 수감자인 박 전 회장에게 금품(화장품세트)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해임 처분됐고, 이후 소청심사를 거쳐 강등 처분됐다고 적혀 있다. 변호사 없이 변호인 접견을 승인하고, 입감시간을 지연하는 등 총 34회 유치인 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그 대가로 김 전 과장이 받은 금품은 130여 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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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김 전 과장에게 전달한 금품이 경찰 자체 감찰에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신안그룹 측의 한 인사는 당시 김화자 수사과장에게 각종 선물세트와 고급양주, 그리고 상당 금액의 현금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 과장이 박 회장에게 받아간 금품을 경찰 내부에 상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추석 명절 때 (박순석 회장이 소유한) 리베라호텔에서 조달해 김화자 과장에게 전달한 고급양주만 수십병 이상이다. 수사과장은 특정브랜드의 양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달된 금품은 전체적으로는 수천만원이 넘는 규모일 것으로 생각된다. 김 전 과장은 경찰 수뇌부에 전달한다며 금품을 받아갔다.

뉴스타파는 김 전 과장을 감찰한 강원지방경찰청(강원청)을 찾아가 징계 경위를 물었다. 강원청 감찰팀 관계자는 감찰과 징계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징계 문서에 기재된 것 외의 뇌물수수 여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원청 감찰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감찰이 착수된 배경은.
경찰 내부에서 진정이 제기됐다.

– 화장품 세트 외에 현금이나 고급양주를 받은 사실은 확인하지 않았나.   
확인이 안 됐다.

-금품을 제공한 박순석 회장 측도 조사했나.
사실 확인만 했다.

– 박순석 회장 측은 어떻게 수사과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나.
접견변호사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뇌물을 제공한 박순석 회장 측도 찾아갔다. 신안그룹의 한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과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화장품 세트와 리베라호텔에서 생산, 판매하는 빵 등 음식물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빵 등 음식물은 경찰 조사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빵이 있어요. (호텔)베이커리하면 안 팔리면 버리잖아요. (그런) 빵을 (속초경찰서에) 주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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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전달자가 누군지에 대해 신안그룹 측은 “그룹 홍보이사가 직접 김 전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를 통해 금품을 전달했다는 경찰의 감찰 결과와는 다른 설명. 경찰의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재진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강등된 뒤 경기도 양평의 한 경찰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김 전 과장에게도 해명을 요구했다. 김 전 과장은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는 감찰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리고 직접 만나 해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억울하다. 충분히 처벌받았다고 생각한다. 감찰팀이 (속초경찰서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조사했다. 직접 만나 해명하겠다.

그러나 김 전 과장은 약속과는 달리 취재진과의 통화 직후 열흘 가까이 휴가를 내고 잠적했다. 취재진은 해명을 요구한 지 2주일만에 김 전 과장을 만났지만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채 자리를 피했다.

목, 2016/09/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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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부가 공식 확인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113명, 말 그대로 ‘안방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22년 전인 1994년부터 판매됐고, 정부가 집단 사망 피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공식 확인 한 것은 5년 전인 2011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진 집단이나 개인은 없다.

▲ 고 김윤후 군, 2011년 생후 15개월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

▲ 고 김윤후 군, 2011년 생후 15개월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

정부 ‘살균제 유해성 확인’ 5년 지났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검찰의 수사는 2013년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재개됐다. 그리고 현재는 옥시 관계자와 옥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학교수들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기소된 인물은 서울대 조명행 교수다. 옥시로부터 실험 의뢰를 받아 보고서를 옥시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016년 5월, 서울대 조명행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 2016년 5월, 서울대 조명행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 동안 재판을 참관하며 사건의 맥락을 다시 구성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며, 지금까지 진상 규명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첫 번째로 서울대 교수의 ‘옥시 보고서 조작 사건’을 보도한다. 전문가 집단이 자본의 탐욕과 결탁할 경우 어떤 재앙을 낳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학부생 텀페이퍼 수준의 보고서”…이들은 왜 주요 데이터를 누락했나

서울대 조명행 교수 연구팀이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규명한 실험 보고서에 대해 한 교수는 “학부생 텀페이퍼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옥시로부터 의뢰받은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요 데이터를 누락하고, 중요한 사진을 삭제했으며, 자의적으로 결론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옥시는 서울대에 어떤 요구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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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의 눈물…재판정의 이전투구

검찰은 서울대 조명행 교수에 대해 지난 8월 30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 교수는 최후 진술에서 눈물을 흘렸다. 새로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저는 그간 쌓아온 명성과 실력을 하루아침에 잃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인정받던 학자에서 직위해제 됐습니다. 예전처럼 제 일만 하는 관성에 젖은 과학자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있는 사회적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 전공을 잘 활용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조명행 교수 최후 진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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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명행 교수는 자신이 보고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을 부인했다. 오히려 증인으로 나온 제자가 위증을 한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나온 조 교수의 제자는 조 교수가 위증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국면 전환’에 성공한 옥시, 그리고 5년의 침묵

교수의 주장이 맞든 제자의 주장이 맞든, 옥시는 2012년 당시 서울대 연구팀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보고서를 확보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집단 사망 피해의 원인이라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론을 ‘서울대’에서 얻은 것이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수습은 중단됐다. 검찰은 과학적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기소 중지를 결정했고, 민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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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행 교수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는 9월 29일 예정돼있다. 옥시 관계자들에 대한 공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옥시 본사의 개입 여부, 정부의 책임 여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은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취재: 김새봄
촬영: 최형석
편집: 윤석민

금, 2016/09/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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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실 지역구 담당 보좌관의 고향 후배에게 도움주려 한 듯
이석우 이사장이 서류 통과 꾀한 임 아무개는 유 의원 딸의 친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직원 채용을 부탁한 정황이 ‘1건 더’ 확인됐다.

※ 관련보도 : 유승희 의원,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연거푸 채용 청탁 의혹

지난해 6월 15일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재단 실무자에게 유 의원의 지인 채용 부탁을 들어 줄 것을 지시한 문자메시지에 임 아무개 씨와 함께 거론한 5급 경력직 지원자 김 아무개 씨. 이튿날 오후 재단 관계자가 지원자를 뒷조사한 뒤 이석우 이사장에게 보고한 문자메시지에서 “유 의원님 개인 후원자로 인식된다”던 바로 그 김 씨다. 그는 유승희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 주민이며,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확인됐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5급 경력직에 지원한 김 아무개 씨 접수번호를 찍어 달라고 지시한 문자메시지(왼쪽). 6월 16일 재단 관계자 문자메시지(오른쪽)의 김 아무개 씨(화살표)와 같은 사람으로 확인됐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5급 경력직에 지원한 김 아무개 씨 접수번호를 찍어 달라고 지시한 문자메시지(왼쪽). 6월 16일 재단 관계자 문자메시지(오른쪽)의 김 아무개 씨(화살표)와 같은 사람으로 확인됐다.

김 아무개 씨는 채용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23일 기자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저도 모르게 저를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채용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시죠?”라고 되물으며 “나한테 말도 없이 (왜) 그런 행위를 한대요. 그럴 사람들이 아닌데, (지금)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기자와 만난 유승희 의원은 이석우 이사장과 재단 실무자 문자메시지에 등장한 “김○○, (2015년 6월 16일 재단 실무자 문자메시지에 처음 등장한) 강○○ 모두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알고 있다”며 “확인해 보니 두 사람 모두 재단에는 지원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김 씨는 지원한 사실이 있음을 스스로 밝혔다.

유 의원실에서 지역구를 담당하는 김 아무개 보좌관은 “(재단에 지원한) 김○○은 고향 후배라 알겠는데 (김 씨가) 시청자미디어센터에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를 오늘(8월 23일) 처음 듣는다”고 주장했다.

7급 신입 지원자 임 아무개는 유승희 의원 딸 친구로 확인

“임○○ 씨라고 혹시 아십니까?”
“임○○…, 임○○이 누구더라.”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따님 친구라는 말들이 돌기도 했는데… 임○○ 씨에 대한 (채용) 부탁 말씀을 하신 걸로 제보가 있던데요.”
“(그런 적) 전혀 없어요.”
“이석우 이사장한테도 (채용 부탁) 말씀하신 적 없습니까?”
“없어요.”

지난 7월 29일 기자가 임 아무개 씨에 대해 묻자 유승희 의원이 내놓은 답변이다. 임 씨는 지난해 6월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문자메시지로 서류 전형이 통과되게 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던 7급 신입 지원자. 추가 취재 결과 그는 유승희 의원의 딸 친구로 확인됐다.

임 아무개 씨 아버지는 1991년 3월부터 1999년 3월까지 8년 동안 서울 서대문구의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하며 의장을 두 차례 지냈다. 1995년 6월부터 1998년 10월까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 6구역 재개발조합장을 맡으며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뇌물 2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999년 3월 구속돼 정계를 떠났다.

▲ 임 아무개 씨는 유승희 의원 딸인 유 아무개 씨는 물론이고 유 의원과도 사회관계망사이트(SNS) 친구 사이다(왼쪽). 네모가 유 의원 딸 유 아무개 씨. 오른쪽은 서울 서대문구의회에서 활동한 임 아무개 씨의 아버지. (사진: 페이스북과 구글 검색 화면 갈무리)

▲ 임 아무개 씨는 유승희 의원 딸인 유 아무개 씨는 물론이고 유 의원과도 사회관계망사이트(SNS) 친구 사이다(왼쪽). 네모가 유 의원 딸 유 아무개 씨. 오른쪽은 서울 서대문구의회에서 활동한 임 아무개 씨의 아버지. (사진: 페이스북과 구글 검색 화면 갈무리)

지난 8월 23일 기자가 유승희 의원에게 ‘임 씨와 따님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며 거듭 묻자 “확인해 보니 딸 고교 동창이 맞다”고 답변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후 여러차례 유 의원에게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공식 해명을 요청을 했으나, 유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 유승희 의원실은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 뉴스타파가 지난달 30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확답을 미뤘다. 1일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질문하자 유 의원은 일절 답하지 않고 기자를 외면했고 보좌진들은 카메라 촬영을 막았다.

이석우 이사장은 기자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취재: 이은용, 이유정
촬영: 최형석

금, 2016/09/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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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3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2016년 6월 말로 종료됐다고 일방적으로 특조위에 통보한 이후 열린 첫 청문회였다.

7월 이후 특조위에 대한 조사활동 예산이 지급되지 않았고,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정부 측 증인은 청문회에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특조위는 3차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또한 새롭게 풀어야 할 의문점도 등장했다.

공기주입, 로봇투입…해경의 ‘거짓말 쇼’ 확인

특조위는 지난 6월 해경본부에 대한 실지조사에서 TRS(주파수공용통신) 서버에서 하드디스크 3개를 복제해 냈고 참사 초기 무전기 교신 내역을 분석했다.

특조위가 해경 TRS 음성파일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공기주입에 ‘겨우’ 직경 19mm 고무호스가 사용됐으며 승객이 많이 머물렀던 3층 식당칸이 아니라 조타실 부근 객실로 주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자전거 바람 넣는 걸로 세월호 공기 넣은 꼴”)

▲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서 박종운 상임위원이 공기주입 때 사용된 것과 같은 직경의 고무밸브를 들어보이고 있다.

▲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서 박종운 상임위원이 공기주입 때 사용된 것과 같은 직경의 고무밸브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4년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공기주입을 지시한 다음 날인 18일 해경은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가족들에게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참사 초기 세월호 선내에 에어포켓이 거의 없다는 것을 해경이 알았으면서도 공기주입을 과대포장했다는 것도 TRS 음성파일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또 정확히 산출해낸 세월호 적재화물 값을 적용해 세월호 침몰 당시 항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실제 세월호가 복원력을 잃고 침몰하며, 보여준 실제 항적과 일치하는 경우는 조타기를 전타로 돌렸다가 중립으로 원위치했을 경우라는 것도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조타수가 실제 전타를 사용했는지,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같은 기계 고장으로 전타와 같은 효과가 나왔는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 밖에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KBS 사장이 뉴스의 순서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해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고,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찰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왔다는 희생자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도 나왔다.

DVR 미스터리

그런가 하면 ‘대통령의 7시간’ 못지않게 빨리 진상을 규명해야 할 새로운 의문점도 나왔다.

바로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관련 미스터리다.

세월호 안에 설치돼 있던 64개 CCTV 영상을 저장하는 장치가 안내데스크 옆에 설치돼 있던 DVR이다. 이 DVR의 하드디스크를 복원한 결과 참사 당일 영상은 오전 8시 48분까지 분량만 녹화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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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에 있던 DVR(위 사진 속 빨간 원)과 2014년 6월 22일 인양된 DVR의 모습(아래 사진)

▲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에 있던 DVR(위 사진 속 빨간 원)과 2014년 6월 22일 인양된 DVR의 모습(아래 사진)

그리고 녹화가 중단된 이유는 강제종료, 즉 배가 기울 때 DVR이 쓰러지면서 코드가 뽑혔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돼왔다. 하드디스크에 남은 로그파일을 살펴보니 정상 종료때 나타나는 ‘Power Off’라는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실제보다 15분 21초 지연…급변침때 꺼졌다)

DVR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CCTV영상을 보여주는 안내데스크 옆 대형 모니터에도 CCTV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PC 전원이 꺼지면 모니터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월호 특조위측은 DVR 제작업체인 엔에스뷰와 세월호내 CCTV 설치업체인 삼아이엔지를 대상으로 세월호 내 CCTV 시스템도 이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DVR 작동이 멈춘 지 40~50분이 지난 9시 반 정도까지도 모니터를 통해 CCTV 화면을 봤다는 증언이 이번 청문회에서 나왔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강병기 씨와 안내데스크 근무 세월호 직원은 배가 기울어지고 난 한참 뒤에도 사람들을 살펴보기 위해 CCTV 모니터를 주시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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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CCTV 모니터

▲ 세월호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CCTV 모니터

강 씨의 경우는 배가 기울어지고 난 후에 장인어른을 찾기 위해 안내데스크에 도착했고 구조 직전인 9시 30분쯤까지도 CCTV 모니터를 통해 장인어른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직원도 배가 기울어지고 난 후 안내데스크를 타고 넘어가면서 CCTV 화면을 모니터로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들 증언이 맞다면 안내데스크의 DVR 모니터는 DVR 전원이 나간 후에도 켜져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 때문에 특조위에서는 DVR의 데이터 조작이나 고의 삭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즉, 누군가 고의로 8시 48분 이후의 녹화 영상을 삭제했거나 로그 파일을 조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내데스크에 설치돼 있던 DVR을 인양한 것은 2014년 6월 22일 밤 11시 40분 경이다. 이춘재 당시 해경 경비국장이 장진홍 해군구조대장에게 인양을 요청해 해군 잠수사가 인양해 온 것이다.

이후의 과정은 매우 숨 가쁘게 전개됐다. 인양 얼마 후 이를 알게 된 김관홍 잠수사(작고)는 잠수 바지선에서 함께 야식을 먹던 세월호 416기록단 임유철, 박정남 PD에게 알렸다.

▲ 잠수 바지선 마대자루 속 세월호 DVR (세월호 기록단 촬영)

▲ 잠수 바지선 마대자루 속 세월호 DVR (세월호 기록단 촬영)

세월호 416기록단이 마대자루에 담겨 있던 DVR을 확인한 것이 23일 새벽 1시쯤.

416기록단은 대한변협의 세월호 지원담당 변호사였던 배의철 변호사와 가족 대책위 등에 DVR 인양 사실을 전했고 바로 다음 날인 6월 23일 오후 DVR은 해경에 의해 목포항으로 옮겨졌다.

가족대책위는 DVR을 감시하는 동시에 24일 곧바로 증거보전 신청을 목포지원에 냈고 목포지원은 신청 당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증거보전을 인용했다.

이후 DVR 복원은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와 명정보기술이 담당했으며 가족대책위는 복원작업이 이뤄지는 명정보기술 현장에서 불침번을 서가며 복원 현장을 감시했다.

▲ 명정보기술의 DVR 복원 모습

▲ 명정보기술의 DVR 복원 모습

즉, 인양부터 복원 사이에 누군가 DVR을 가로채 참사 당일 8시 48분 이후의 영상 데이터를 삭제해 놓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복원에 참여했던 김 전 교수는 “물에 젖어있고 부식도 진행되고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데이터를 읽어 들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데만 해도 거의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가족대책위의 손을 벗어나 있었던 시간은 DVR이 바지선에서 목포항으로 넘어오는 15시간이 전부인데 그동안 누군가가 DVR의 하드디스크를 조작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태하 세월호 특조위 조사팀장은 “물리적으로 조작이나 삭제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생존자가 DVR이 꺼진 시각 이후에도 CCTV 화면을 보았다고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검증은 해보아야 한다”며 “인양 후에 CCTV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 2016/09/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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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충청북도 학생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충청북도가 운영하는 기숙사인 ‘충북학사’에서 학생들이 낸 돈 1억여 원이 편취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리가 드러나자 학사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입막음을 요구하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하고 있어 피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 충북학사 외경(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 충북학사 외경(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충북학사에서 학생 돈 1억 원 사라져

충북학사에 따르면 학사의 시설관리 담당 직원 이 모 씨가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학생들이 낸 인터넷 사용료 가운데 1억 19만 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현재 학사 측은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인데 피해자는 졸업생을 포함해 6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사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와 함께 가로챈 돈을 전액 환수했으며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피해액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환불 의지 있나?

▲ 홈페이지에 게시된 충북학사 사과문

▲ 홈페이지에 게시된 충북학사 사과문

충북학사의 이런 입장에 대해 학생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피해 학생 전체에 대한 환불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충북학사는 현재 기숙사에 입주해 있는 학생들에게만 세 차례 인터넷 사용료 환불에 대한 설명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전체 354명 학생 가운데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 수는 1회 8명, 2회 20여 명이었고, 3회 역시 23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학사 측은 추가 설명회를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충북학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공고에는 환불을 위해 학생들이 제출해야 할 문서와 원장의 짧은 사과만 있을 뿐이며 이번 사건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내용은 없는 상태다. 충북학사의 의도는 지난 1일 저녁에 있었던 학생들에 대한 설명회에서 원장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학사 내부의 일로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에게 입단속을 주문했다.

특히 졸업생이나 중간에 퇴사한 학생들은 관련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안내는 학사 홈페이지 ‘졸업생 마당’에 로그인해야 볼 수 있는 글 하나뿐이다. 그러나 현재의 안내로 졸업생이나 퇴사생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환불 서류를 준비해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생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현재 피해 학생들은 어떤 안내 전화나 문자, 또는 이메일도 받지 못했다.

충북학사, “5년 가까이 불법 몰라… 책임 없어”

어떻게 이런 불법이 5년 가까이 적발되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충북학사는 지난 2011년 처음 학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당시 통신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시설관리 담당 이 모 씨가 선정한 중간 대행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따라서 학생들은 중간 업체 명의의 계좌로 인터넷 사용료를 납부해 왔는데 최근 이 계좌가 이 모 씨가 만든 차명 계좌였으며, 이 씨는 인터넷 회선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돈을 빼돌려 왔다는 것이 학사 측의 해명이다. 즉 이번 사건은 직원의 개인 비리일 뿐 충북학사나 충청북도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비리는 “인터넷 사용료 부담을 줄여 달라”는 학생의 요구에, 학사 측이 인터넷 사용료 개선 방안을 검토하면서 처음 단서가 잡혔다. 학사 측이 중간 대행업체와 연락을 시도했을 때 학사의 시설관리 직원이 전화를 받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사는 의혹을 발견했지만, 자체 감사나 충청북도에 공식적인 감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학사의 원장이 개인적으로 아는 충청북도 감사 담당 사무관에게 비공식적 조사를 부탁했고 비리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학사 부원장은 “학사 자체적으로 감사를 시행할 여건이 되지 않을뿐더러, 인터넷과 관련해서는 학사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고 학생들이 납부한 금액들이 회계처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다뤄질 내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1년 당시 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학생을 대상으로 공급한 것이기에 학사 측의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 학생들은 학사의 이런 태도가 비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감사 담당 직원이 없는 충북학사의 경우 팀장이 팀원을, 원장과 부원장이 팀장을 감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학사 측은 “도덕적 책임 정도는 있을 뿐 학사생 전체가 피해를 보았더라도 이에 대한 업무적 책임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충북학사의 한 학생은 “학사 전체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북학사 학생들, “배신감 커… 개인 비리 아냐”

충북학사는 충청북도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운영하는 기숙사이다. 37억 5천만 원의 자본금은 충청북도를 비롯해 도 내 각 시, 군에서 같이 부담했고 매년 충청북도가 기숙사 운영을 위해 약 14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학사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형편과 봉사시간 등이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학사생으로 계속 선발되기 위해서는 매년 일정 시간 이상의 봉사활동과 지역활동을 해야 한다. 예절교육을 이수하고 생활태도를 평가하는 명예점수도 관리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봉사 정신을 요구해온 충북학사이기에 학생들은 학사의 행보에 대해 배신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었다. 한 학생은 “개인만의 비리 문제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학사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안을 개인이 처리하도록 방임한 지휘 체계의 허술에서 비롯됐고, 5년 가까이 학생들이 부담하는 돈에 대해 무관심했던 행정 체계의 빈틈에서 확대됐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가 필요하다.” 주장했다.

화, 2016/09/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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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새누리당의 세월호 특조위 ‘세금도둑론’이 또 제기됐습니다.

이번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입니다.

정 원내대표는 6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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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는 하는 일 없이 수백억 예산만 펑펑 낭비한 조직.
이 조직의 연장은 말도 되지 않는다.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

지난해 1월 16일 세월호 특조위가 조직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김재원 당시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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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세월호 특조위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대로 ‘하는 일 없이’ ‘수백억 예산만 펑펑 낭비’하고 있을까?

세월호 특조위가 지금까지 배정받은 예산은 모두 151억 원입니다. 지난해 8월 4일 처음 예산을 배정받을 때 예비비로 89억을 받았고 올해 예산에서는 62억을 배정받았습니다. 올해 배정받은 예산 가운데 25억 원 정도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 특조위가 지금까지 쓴 예산은 126억 정도가 됩니다. 126억 원을 정 원내대표 말처럼 수백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상식에 맡겨두기로 하겠습니다.

특조위가 당초 요구한 예산은 이보다 많았습니다. 총 359억 원을 요구했지만 배정된 것은 151억 원뿐입니다.

연도 세월호 특조위 요구 예산 실제 배정 예산
2015년 (예비비) 160억 원 89억 원
2016년 (본예산) 199억 원 62억 원
359억 원 151억 원

그렇다면,

“세월호 특조위는 하는 일이 없이 예산만 낭비”했을까요?

세월호 특조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새롭게 밝혀낸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 참사 당시 선내 대기는 선사가 지시했었다는 생존 승무원의 증언.

○ 해양수산부가 2014년 5월 유력한 인양방식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고도 그해 11월에 인양방식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한다며 5개월을 또 허비했다는 사실

○ 참사 당일 현장에 처음 도착했던 헬기는 해경 지시가 아니라 조종사 판단으로 도착했으며 잠수에 투입됐던 언딘 측은 세월호 도면도 제시받지 못했을 정도로 해경의 구조가 허술했다는 사실.

○ 해경 TRS(주파수공용통신) 음성 파일 분석 결과 해경의 세월호 공기투입은 대통령 보고용 ‘쇼’였다는 사실. 당시 해경은 내부적으로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 없다고 판단했다는 사실.

○ 검경 합동수사부 발표(철근 286톤)와 달리 철근 410톤 적재된 사실 확인

○ 정확한 화물량 확인, 침몰 시뮬레이션 검증해 합수부 오류 확인

○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확인

세월호 특조위가 정말 하는 일이 없었는 지의 문제 또한 상식에 맡겨두기로 하겠습니다.

설사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미흡했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할 당시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것도, 모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시행령이 나왔을 때 정부 편을 든 것도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세금만 축낸다면서 활동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새누리당이었습니다.

특조위의 핵심 부서인 진상규명국 예산은 올해 74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는데 10%에도 못 미치는 7억 원만 배정받았습니다.

예산과 조직을 대폭 줄여 놓고도 정부여당은 특조위의 조사활동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특조위로선 한계가 있으니 특검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특조위가 요청했지만 이마저 묵살했던 것도 새누리당입니다.

그 뿐인가요?

세월호 진실을 밝히라고 만든 특조위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세월호 1차 청문회가 열리던 지난해 말 총선 예비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특조위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것은 새누리당입니다.

정말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처럼 “특조위의 기간 연장이 말도 되지 않는” 일일까요?

지난 6월 27일과 28일 뉴스타파가 리얼미터에 의뢰했던 여론조사에서는 특조위 활동기간을 더 보장해야한다는, 정 원내대표의 말을 빌자면 ‘말도 되지 않는’ 의견이 훨씬 많았습니다.

※ 관련기사 : ‘활동기간 더 보장, 대통령 조사 필요’ 여론 훨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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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9/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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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아침, 한남동의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앞은 어수선했다. 주방의 집기들이 뜯어져 나와 트럭에 실렸고, 아직 짐으로 꾸려지지 않은 그릇들과 식료품만 쓰레기처럼 쌓여있었다. 동네미술관을 겸한 이곳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은 전날 옮겨졌고 실내는 이미 텅 비어있었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았던 2층의 창가에는 버려진 테이블 하나만 놓여있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성인이 된 승민과 서연이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곳으로 유명했던 장소였다. 8월까지만 영업한다는 건물주 싸이와의 합의에 따라, 결국 이날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이하 드로잉)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 8월 31일 아침 테이크아웃드로잉 2층의 창가

▲ 8월 31일 아침 테이크아웃드로잉 2층의 창가

한남동에서의 마지막 밤

폐점을 하루 앞둔 30일 밤, 예술가, 연구자, 지역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드로잉에 모여들었다. 일종의 폐업식인 ‘클로징 캠프’가 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드로잉이 사라지기까지 그간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생각에 잠겼고, ‘재난유산’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전시를 보며 동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드로잉을 운영해온 최소연(48) 씨는 분주해 보였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설명을 해주었고,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찾아온 단골들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흰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를 차려입은 모습이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사람처럼 경건해 보였다.

마지막 전시의 이름 ‘재난유산’은 최 씨가 직접 지었다. 여기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가게를 잃는 것이 동시대 많은 사람에게 닥친 불가항력적 일이라는 의미에서 ‘재난’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또 비슷한 일을 겪을 다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유산’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최 씨는 드로잉을 지키려고 애썼던 43명의 사람을 마지막 세 달여 시간 동안 직접 만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드로잉의 의미를 함축해 129개의 돌에 기록했고 최 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채록했다. 그 기록들이 그대로 작품이 됐고 사라지는 드로잉이 남긴 유산이 되었다. 최 씨는 이 작업에 대해 “곳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긴 했지만 우리는 폭력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했다”며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광풍에 돌멩이를 하나 매다는 시각적 상상으로 이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 클로징 캠프에 온 사람들이 ‘재난유산’ 참여자의 말을 듣고 있다.

▲ 클로징 캠프에 온 사람들이 ‘재난유산’ 참여자의 말을 듣고 있다.

최 씨를 비롯한 이 카페의 디렉터 세 명은 모두 현대미술을 전공한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최근의 현대미술이 대기업이나 정부 입김에 포획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권위주의적인 경향을 띠게 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은 예술 프로젝트를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했다. 사진 등으로 출력한 대형 미술관들을 ‘접는’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미술이 집단적으로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졌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이들은 지역의 특색이 담긴 ‘열린 미술관’을 구상했다. 최 씨는 그림자가 없는 네모난 흰 벽으로 둘러싸인 초현실적인 ‘화이트 큐브’에는 다양한 예술을 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2006년 <접는 미술관, 명륜동에서 찾다>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이 작품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다. 그리고 상금 3,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이듬해 본격적으로 카페 겸 미술관을 열었다.

최 씨를 비롯한 운영진들은 미술관에만 갇혀 있는 작품(드로잉)을 커피처럼 편하게 즐기자는 의미에서 카페의 이름을 ‘테이크아웃드로잉’이라고 지었다. 둥지를 튼 장소는 서울 성북동이었다. 그렇게 첫 실험이 시작된 이후 어느덧 10년이 흘러 한남동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은 것이다.

‘세 번째’ 폐점일

다음 날인 폐점일 아침, 갑자기 더위가 가셔 실내에 감도는 아침 공기가 쌀쌀했다. 새벽부터 비까지 내려 바깥에 내놓은 집기들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침 8시가 막 넘은 이른 시각, 또 다른 디렉터인 최지안(45) 씨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천장의 조명을 떼어내고 있었다. 최 씨는 11시까지 건물주한테 공간을 비워주기로 했다며 서둘러 남은 물품들을 정리했다.

값비싼 커피 머신은 카페를 운영하는 젊은 두 청년이 중고로 받아갔다. 잠시 뒤에는 건물주 때문에 쫓겨나게 된 다른 음식점의 사장님들이 찾아왔다. 최 씨는 드로잉에서 쓰던 접시와 컵, 쓸만한 주방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겨 사장님들에게 들려주었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문짝은 떼어내 경의선 공유지에 갖다 놓기로 했다.

▲ 조명을 떼어내는 최지안 씨. 최소연, 최지안 두 사람은 자매다.

▲ 조명을 떼어내는 최지안 씨. 최소연, 최지안 두 사람은 자매다.

긴 시간 동안 어렵게 만들어 낸 드로잉이 조금씩 해체되고 있었다. 어쩌면 최 씨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날은 드로잉의 세 번째 폐점일이었다. 최초의 장소 성북동에서는 계약 만료와 함께 쫓겨났다. 두 번째 장소 대학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영진들은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두 건의 명도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최 씨가 잠시 멈춰 텅 빈 공간을 둘러봤다. 간간이 바닥에 짙은 갈색의 커피 알이 굴러다니는 것 외에는 깨끗했다. 6년 전 이 카페를 처음 열 때 그랬던 것처럼, 마치 곧 새 집기들이 들어오고 다시 사람들이 북적거리게 될 것 같기도 했다.

▲ 텅 빈 실내

▲ 텅 빈 실내

2010년, 한남동

6년 전이었던 2010년 봄. 건물주의 횡포로 또다시 자신들의 공간을 잃기를 원치 않았던 드로잉 운영진들은 긴 시간의 물색 끝에 한남동의 한 건물을 찾았다. 일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 월세도 비싸지 않았고, 무엇보다 일본인 건물주가 믿음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임차인이 원하면 얼마든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며 장기영업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장소였다. 건물주의 약속은 “임차인이 원할 시 매년 계약을 연장한다”는 계약서상의 특약으로 반영됐다. 최 씨를 비롯한 운영진 셋은 거액을 들여 고깃집이었던 2개 층을 수리한 뒤 다시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간판을 달았다. 세 번째 시작이었다.

▲ 드로잉의 상징이 된 간판

▲ 드로잉의 상징이 된 간판

하지만 일본인 건물주는 드로잉이 명소가 되어 건물의 가치가 오르자 한 주류수입회사에 63억 원을 받고 건물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그 회사는 일 년 반 만에 15억5천만 원의 차익을 내고 가수 싸이에게 건물을 팔았다. 2012년 당시 싸이의 건물 인수가격은 78억5천만 원.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시가는 130~14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싸이는 4년여 만에 70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이다.

새 주인이 된 싸이는 훨씬 많은 월세를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들이기 위해 드로잉에게 나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년간 의욕적으로 가꿔 온 공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드로잉은 퇴거를 거부했다.

그 이후로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싸이 측이 명도, 명예훼손을 비롯한 20여 건의 소송전을 시작했고, 4차례의 강제집행이 있었으며, 집행을 막는 과정에서 드로잉 운영진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강제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을 때도 싸이 측은 드로잉 운영진이 공탁금을 내러 간 틈을 타 집기를 들어내기도 했고, 높이 6미터에 이르는 공사장용 가림막을 쳐 드로잉을 격리시키기도 했다.

▲ 갑작스러운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철제 기둥

▲ 갑작스러운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철제 기둥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밴드, 다큐 감독, 작가, 연구자, 주민들이 드로잉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모두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동네 카페가 아니었다. 모험적인 예술가에겐 새롭고 다양한 작품들을 조건 없이 품어주는 둥지 같은 곳이었고, 동네 이웃들에겐 갈 때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재미난 카페였으며, 호기심 많은 젊은이에겐 다양한 현대예술을 차 한 잔 값에 접해볼 수 있는 특이한 미술관이었다.

그들은 공연과 전시를 열고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면서 공간을 지켰다. 언제 수십 명의 건장한 용역들이 짓쳐들어올지 모르는 강제집행의 공포가 많은 사람들을 위축시켰지만, 그들은 너무 비장해지지는 않았다. 강제음악회, 소송문학낭독회 등 기발한 공연과 전시들이 이어졌고, 즐거움이 곧 무기가 되어 버티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몇 차례 진통 끝에 드로잉은 올해 8월까지만 남아있기로 싸이 측과 합의했다. 이렇게 한국 예술계가 주목했던 한남동의 실험이 건물주 한 명의 ‘재산권 행사’에 의해 허무하게 끝나게 된 것이다.

▲ 드로잉에서는 공연이 계속됐다. 올해 2월 있었던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

▲ 드로잉에서는 공연이 계속됐다. 올해 2월 있었던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

1989년, 서울

1989년 1월 서울. 토지거래 허가제를 위반해 37세 남성 강 모 씨가 구속됐다. 그는 땅을 산 뒤 등기도 하지 않고 팔아치운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토지거래 허가제는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어 온 개발용 토지에 대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법률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강 씨는 아무리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유재산인 땅을 자기 마음대로 팔고 사지 못하게 만드는 법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감옥에서 토지거래 허가제에 대한 위헌심판을 신청했다.

그해 말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놓았다. 강 씨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헌재는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토지거래 허가제가 ‘합헌’이라고 밝혔다. 당시 헌재가 낸 결정문의 한 대목이다.

사유재산 제도의 보장은 공동체 생활의 조화와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투기적 거래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가져와 정의롭지 못한 부의 축적과 퇴폐향락성 과소비와 연결되기 쉽고 결국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계층 간 불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므로 규제할 수 있다.
1989년 12월 22일, 토지거래 허가제 위헌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

투기의 사전적 정의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 하는 일’이다. 건물가 기준 4년 만에 70억 원가량의 이득을 얻은 싸이는 투기적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해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싸이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세입자를 밀어낸 상황은 여러모로 위 결정문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엄청난 불로소득’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부의 축적’이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계층 간 불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문장은 곱씹어볼 만하다.

1989년에 헌법재판관들은 사회적 상식을 바탕으로 어떤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어긋나면 제한할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2016년 우리가 믿고 있는 재산권이란 어떤 모습일까? 부(富)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세입자가 패하는 법원의 명도소송 판결에서부터, 세입자가 ‘을질’을 한다며 비판하는 수많은 댓글들, 그리고 미래의 꿈 2위가 건물주인 고등학생들의 모습까지… 가진 사람의 권리만 중시하는 사회의 모습이 우리가 믿는 절대적 재산권의 우상 속에 반영되어 있다.

▲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

“소유하지 않아도 주인일 수 있다”

다시 2016년, 드로잉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소유하지 않아도 주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물을 가졌다는 증서를 가진 사람 못지않게, 황무지 같은 곳에 들어와 자신들의 창의와 노동으로 공간의 가치를 만든 사람들도 주인의 권리가 있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던 셈이다. 지금 한국의 법체계를 놓고 보면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재산권이 반드시 배타적인 권리인가에 관해서는 논박의 여지가 있다.

재산권이라는 것이 원래 자기 재산을 배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할까? 재산권은 자연이 부여한 절대적인 권리이므로 그 개념이 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헌법학자 김종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재산권의 내용은 시대 상황이나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공공복리를 근거로 재산권을 제한하는 헌법적 정신에 충실한 법률 해석과 판결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보수화 경향이 있는 데다 판사들이 헌법보다 사적 자치나 재산권 보호에 철저한 민법 논리에 익숙하다 보니 그런 적극적 판결에 인색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현행 헌법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재산권을 인정하는 폭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카페, 펍, 전통 극장 등 지역공동체 사람들에게 중요한 부동산을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자산(ACV, Asset of Community Value)’으로 지정해 건물 소유자가 함부로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웬만해서는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건물주의 재산권 이상으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차지차가법)

재산권이 소유자만을 위한 절대적인 권한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과 지금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는 한국과 영국, 일본이 생각하는 재산권의 폭이 다르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재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관해 합의한 ‘가변적인 시스템’이라고 재산권을 정의하는 편이 더 타당해 보인다.

▲ 영국 런던 레이턴스톤의 펍 ‘Heathcote Arms’를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캠페인. 이 펍은 2015년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자산(ACV)’으로 지정되어 결국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 영국 런던 레이턴스톤의 펍 ‘Heathcote Arms’를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캠페인. 이 펍은 2015년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자산(ACV)’으로 지정되어 결국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가격으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

얼마 전 20대 국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자는 목적으로 ‘자율상권법(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지정된 상권에서만큼은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세입자들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상수동에서 카페 ‘그문화다방’을 운영하는 김남균 씨(<골목사장 생존법> 저자)는 “임대인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며 “자율상권구역이 되면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지는데 이렇게 많은 임대인들이 알아서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법안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거듭 벌어지는데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20대 국회에서 보다 나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건물주의 재산권은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니, 건물주가 알아서 자신의 재산권을 ‘착하게’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만 해결책이 나오고 있다. 드로잉의 최소연 디렉터는 “잘못된 제도를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 그 사이에 가게들이 다 쫓겨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 최소연 디렉터 ⓒ 정용택

▲ 최소연 디렉터 ⓒ 정용택

많은 사람들이 드로잉을 찾았던 이유는 드로잉이 140억짜리 건물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가격으로 표현할 수 없는 드로잉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예술가들의 작업과 카페의 자유로움이 얽혀 빚어내는 문화적 가치는 ‘가격’으로 매기기 힘들다. 하지만 모든 가치를 가격으로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격을 지불한 건물주가 모든 권리를 독점했다고 믿게 된다. 긴 시간 노력해서 공간을 꾸미고 다듬었던 세입자와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올해 서울에서만 가회동 장남주우리옷, 씨앗, 신사동 우장창창 등 십여 곳이 넘는 가게가 건물주의 요구 때문에 쫓겨났거나 싸우고 있다. 알려진 것만 이렇다. 멀쩡히 장사하다 어느 날 갑자기 통보를 받고 밀려나는 일이 이렇듯 계속되면 세입자들은 어차피 빼앗길 공간을 자발적으로 가꿀 의욕을 내기 어렵다. 대신 그 자리는 전국에 같은 모습을 한 매장에서 같은 상품을 파는 프랜차이즈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문화라고 할만한 것들이 사라진다. 거리에 개성을 불어넣는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는 상황은 결국 이렇게 도시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목, 2016/09/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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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국회 김태년 의원실을 통해 산업은행의 경영 관리를 받고 있는 (주)STX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 8년 치를 입수했다. 주식회사 STX는 조선해양과 중공업 등 주력 기업의 부실로 해체된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다. (주)STX는 2013년 그룹이 해체된 뒤 2014년 1월부터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5,300억 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 받는 내용의 자율 협약을 체결한 뒤 채권단의 경영 관리를 받는 회사가 됐다. 막대한 규모의 출자 전환 금액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책 은행과 우리 은행 등 정부 소유의 금융기관들이 부담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회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채권단을 대표해 파견된 경영 관리단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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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확보한 (주)STX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 15만 건을 분석했다. 여기엔 이 회사 임직원들이 어떻게 회삿돈을 써 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먼저, 접대비 총액 규모를 보면 2011년 11억, 2012년 12억, 2013년 8억4천만 원, 그리고 2014년에는 7억 2천만 원으로 다소 줄다가, 지난해에는 9억 6천만 원, 올 상반기에는 4억 6천만 원으로 다시 늘었다. 채권단과 자율 협약을 맺은 2014년에만 다소 줄었을 뿐 지난해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자율 협약이 맺어진 2014년이후만 따져도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골프가 101건에 4천 7백여만 원이 지출됐고, 심지어 자율 협약 이전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안마시술소에서도 19차례에 걸쳐 780여만 원이 결제됐다.

▲ STX연간 접대비 추이

▲ STX연간 접대비 추이

이 회사 임직원들의 구체적인 법인 카드 사용 행태를 보면 접대비와 부서 식대, 출장비 등을 혼용해 사용하거나, 여러 차례 나눠 결제하는 이른바 ‘카드 나눠찍기’ 행태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2급 호텔과 유흥 주점이 결합된 형태의 주점에서 성 접대로 의심을 살만한 법인 카드 결제도 여러 차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주식회사 STX측은 “상사의 특성상 접대비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영업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거래 선을 발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접대비 지출”이었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에서 파견된 경영관리단 역시 경영 상태를 관리 감독하면서 부실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는 커녕 공금을 쌈짓돈 쓰듯 했다. 자율 협약에 따라 STX측이 지원할 수 있는 한달 업무추진비가 60만 원이었지만, 2014년 9월 당시 경영관리단은 하루 저녁 식사와 술값으로 80여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 임원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STX 경영관리단 신 모단장은 “관리단의 경비 사용 실태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적받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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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파견 기업이 제공한 법인 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영관리단의 행태를 봤을 때, 해당 부실 기업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며 수 조원이 투입된 대우 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 등에도 엇비슷하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며 산업은행의 부실 관리 감독을 질타했다. 수 천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기업의 흥청망청 법인 카드 사용과 이를 막아야 할 산업은행의 나 몰라라식 부실 관리가 어우러지면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취재 : 현덕수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최형석
편집 : 박서영

목, 2016/09/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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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부서도 접대비 부당 사용… 내부 문제제기는 ‘묵살’

2014년 자율협약 이후 (주)STX의 부적절한 접대비 지출 증대는 영업이 필요한 사업부서에서 뿐만 아니라 특별한 거래처가 없는 기획과 인사, 재무, 회계 등의 관리부서, 나아가 이 같은 문제를 감시해야 할 감사 부서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한 직원이 내부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회사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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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살림’ 챙기는 관리부서도 접대비 계속 증가… ‘내부접대’ 때문?

종합상사인 (주)STX의 조직은 크게 사업부서과 관리부서로 나뉜다. 사업부서는 금속과 철강, 기계엔진, 자원, 성장 등 5개 본부 아래 12개 팀을 두고 11개 해외지사를 운영한다. 제품을 구매해 되파는 종합상사 업무의 특성상 다수 거래처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접대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반면 관리부서는 사업부서를 지원하는 경영기획, 재무, 회계, 인사총무, 법무감사팀으로, 이른바 ‘안살림’을 도맡는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거래처가 없어 접대비 발생 요인도 거의 없는 부서들이다. 전체 직원도 30명이 안 된다.

▲ STX 관리부서 조직도

▲ STX 관리부서 조직도

그런데 채권단의 경영관리가 시작된 2014년 1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STX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보면, 이들 관리부서의 접대비 지출도 계속 늘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2014년 6천 7백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7천 9백만 원으로,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4천 5백만 원을 접대비로 썼다. 특히 이 가운데 법무감사팀의 경우엔 지난해 1천 2백만 원을 썼는데 올해 상반기까지만 이미 1천 3백만 원을 접대비로 지출했다.

STX의 관리부서에 근무하다가 최근 퇴사한 한 직원은 “STX는 현재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 2곳에 대해서는 접대비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면서도 본사 직원들은 여유로운 수준으로 사용한다”면서 “관리부서들은 거래처가 거의 없지만 자기들끼리 먹는, 이른바 ‘내부접대’가 많다”고 말했다. 도대체 ‘내부접대’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직원들끼리 골프 치고 술 마신 뒤 “결제는 접대비로”

2014년 이후 STX 관리부서들의 접대비 사용 내역 가운데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골프접대(스크린골프 포함)였다. 2014년 불과 9건에 불과했다가 지난해 2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6월까지만 30건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실제로 외부 거래처를 상대로 한 접대가 아닌 내부 직원들끼리 즐긴 뒤 비용만 접대비로 처리했던 경우가 다수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12일 진천 크리스탈카운티 골프장에서 법무감사팀의 접대비로 지출된 18만 원도 그런 경우였다. 취재 결과 이날 라운딩을 한 사람을 차00 당시 STX 감사와 차 감사의 지인, 그리고 법무감사팀장과 팀원 등 4명이었다. 이날 함께 골프를 쳤던 STX 직원은 “차 감사의 지인이 외부인이었지만 회사 업무와 어떤 관계도 없는 분이었다. 그냥 내부 직원들끼의 친목을 위한 자리였는데 이 비용이 부서 접대비로 처리된 사실을 나중에 확인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팀장들끼리 골프를 즐기고 접대비로 처리한 사례들도 있었다. 엄00 인사총무팀장과 윤00 법무감사팀장은 올해만 3차례 진천과 가평 등지에서 골프를 치고 주변 맛집에서 식사를 한 뒤 비용을 모두 부서 접대비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다른 회사에서는 사내 골프대회 같은 것도 열고 하지만 STX는 회사가 어려워진 뒤로는 그런 행사가 없다. 그래서 사내에서 마음 맞는 팀장들끼리 몇 차례 골프를 치러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서 접대비를 일종의 복리후생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직원들끼리 즐긴 골프를 접대비로 처리한 뒤 식사 접대를 한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처리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STX 법인카드 사용내역 데이터에는 주로 지난해부터 특정한 한식당 몇 곳에서 밤 10시를 전후해 10만 원 안팎의 접대비가 반복적으로 지출된 석연치 않은 기록이 다수 발견된다. 취재 결과 이는 모두 스크린골프 비용이었다. 스크린골프장이 인근의 식당과 계약을 맺고 손님들이 요구할 경우 영수증을 식대로 끊어주거나, 아예 스크린골프장과 식당으로 2개의 영업허가를 받고 손님들의 원하는 쪽의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방식이었다. STX 직원들끼리 스크린골프를 즐긴 뒤 이 같은 수법으로 식사 접대인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제출한 것은 올해만 14건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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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 등에서 하룻밤 백만 원 이상을 쓰고 이를 감추기 위해 영수증을 나눠 끊은 사례도 확인됐다. 법무감사팀 윤00 팀장과 이00 차장은 지난 6월 2일 저녁 서울 역삼동의 한 육개장집에서 식사를 하고 인근의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한 뒤 부서 접대비로 비용을 치렀다. 이후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며 양주를 마시는 고급 카페주점에서 75만 원 어치 술을 마신 뒤 영수증 2건으로 나눠 결제한 뒤 이를 접대비로 청구했다.

바로 다음날 이 차장은 업무시간인 오후 4시에 인근의 또 다른 카페주점에서 48만 원을 두 건으로 나눠 추가 결제한 뒤 역시 접대비로 청구했다. 확인 결과 두 카페주점은 동일한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하룻밤에 식사와 스크린골프, 유흥을 즐기는 데 130여만 원을 쓰고 접대비 처리한 것이다. 두 사람은 취재진에게 “식사와 스크린골프는 둘이서 쓴 것이지만 카페주점에는 외부 법무법인 변호사를 접대하느라고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윤 팀장은 변호사 2명을 접대했다고 한 반면 이 차장은 1명을 접대했다고 말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일치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고자 해당 법무법인 변호사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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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관리부서들의 한달 부서 접대비는 백만 원이다. 이렇게 하룻밤에 130여만 원을 사용한 법무감사팀은 어떻게 초과분을 메꿨을까. 취재 결과 윤 팀장은 한달 접대비로 200만 원을 쓸 수 있는 김00 재무담당 상무에게 부탁해 부서 접대비 초과분을 보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어떤 외부 인사를 만나 어떤 건으로 협의를 하느라 접대비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등의 뚜렷한 설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적절한 접대 관계로 업무도 지장” 내부 제보했다가 되레 징계

지난 7월 초, STX 법무감사팀의 한 직원은 서충일 대표이사 앞으로 사내 신문고 메일을 보냈다. 같은 부서의 한 상사가 자신에게 수 개월 째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해 왔고 골프나 룸살롱 접대를 받은 특정 법무법인에 일감을 주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골프접대를 하기 위해 해외 출장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는 등의 제보였다.

그러나 회사는 2주 간의 자체 조사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직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고 경고장을 보냈다. 성희롱 부분은 양측의 주장이 상반돼 확인이 불가능하고, 부적절한 접대 관계로 인한 업무상 비위는 조사 결과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조사 기간 중 제보자가 사내에 미확인 제보 내용을 유포시켰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여기에 다소 뜬금없이 평소 근태가 불량했다는 것도 징계 사유로 덧붙였다. 이 직원은 회사가 제보 내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부당한 징계를 했다며 현재 노동청 진정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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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만남이 아닌 직원들끼리의 유흥을 접대비로 처리하고, 이를 감시해야 할 내부 감사 기능은 정지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부 제보를 한 직원을 되레 징계하는 회사. 부실경영으로 어려워졌지만 회생은 시켜야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STX의 현주소다.


영상취재 : 김남범 최형석
영상편집 : 윤석민

목, 2016/09/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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