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이제는 평화] 대체 복무제, 헌재 결정만 남았다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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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복무제, 헌재 결정만 남았다
[2015, 이제는 평화] 병역 거부자 처벌 위헌을 기대하며
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지난 7월 9일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조에 대한 위헌 소원 공개 변론을 열었다. 동일 조항에 대해 2011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4년 만에 공개 변론의 자리가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사이 또 2000여 명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약 2만여 명이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다녀왔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동일 조항에 대해 2004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헌법재판관들은 이전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왜 지금 시점에 다시 공개 변론을 여는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1년 합헌 결정 이후에도 일선 법원과 개인들은 위헌 법률 심판 제청과 헌법 소원을 거듭 제기해왔다. 병역 거부자들에게 직접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판사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병역 거부자들의 재판을 갈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이후 유럽인권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터키에 유럽 인권 협약을 위반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분석 보고서(2013년)를 통해 병역 거부로 인한 수감자가 한국에 가장 많다는 공공연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종교, 신념 등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수감 중인 사람은 723명인데 이 중 한국인이 669명이었다. 2014년 말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포함해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어 있는 병역 거부 관련 사건은 30여 건에 달한다. 지난 5월 광주지방법원에서는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 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병역 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04년 서울남부지법, 2007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 이은 세 번째 무죄 판결이었다. 두 차례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문제 제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지난 9일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조에 대한 위헌 소원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며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전쟁없는세상
헌법재판소는 2011년 안보 상황과 병력 자원 손실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병역법에 대해 7대 2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국방부 관계자가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 넘쳐났다.
헌재는 국제인권규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병역 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해석을 했지만, 지금까지 유엔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총 8차례에 걸쳐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라는 직접적인 권고를 내렸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병역 거부권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8조에 의거해 보장받는 권리임을 한국 정부에 다섯 차례나 권고했다.
지난 2010년의 헌재 공개 변론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해에 2004년 결정보다 훨씬 더 후퇴한 내용의 합헌 결정이 나온 것을 떠올려본다면,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어서 내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7월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사람들은 숨죽인 채 공개 변론을 지켜봤다. 유럽연합(EU) 대표부, 미국을 비롯한 몇몇 대사관에서 방청을 온 관계자들, 전수안 전 대법관과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도 눈길을 끌었지만, 방청권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공개 변론에 쏟아지는 관심과 간절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거의 3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개 변론 내내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청구인 측 대리인 오두진, 박주민, 김수정 변호사는 병역 거부의 오랜 역사와 한국의 국제 기준 위반, 안보 상황, 병력 손실 등 과거 헌법재판소의 우려를 고려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대만(타이완)의 사례나 2007년 국방부 안 등을 예로 들며 대체 복무 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고, 더 이상 대체 복무제 입법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나 국회에만 맡겨둘 수 없으니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조치를 취할 때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국방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지난 두 번의 합헌 결정 이후 그 결론을 바꿀만한 사유가 없다면서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 의무 부과의 평등, 병력 자원 손실 우려, 병역기 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청구인 측보다는 국방부 측에 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청구인 측에게는 병역 거부를 기본권으로 볼 것인지, 전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병역 기피자와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국방부 측에게는 사회 복무 제도의 여러 방법이 있는데 왜 병역 거부자들은 인정을 못 해주는지, 유엔의 권고를 안 따르는 것도 국제법을 존중하는 헌법을 위반하는 게 아닌지, 2007년 국방부 안이나 현재 발의된 전해철 의원 안이 합리적인 대체 복무 제도가 아닌지,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실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병역 거부로 인한 해외 난민은 어느 수준인지 등의 질문을 했다. 국방부 측은 답변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체복무 제도'에는 원론적 동의를 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인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병역 거부는 전 세계적 쟁점이지만 한국이 그 중심에서 세계 제일의 문제 국가가 되어버렸음을 안타까워했다. 과거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수감 중인 병역 거부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대체 복무의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경험을 전했다. 심사 제도가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병역 기피를 가려내는 실력은 병무청이 이미 가지고 있으며 법관들도 재판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정 위헌과 위헌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 불합치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국방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영수 고려대학교 교수는 병역 거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오·남용될 가능성 때문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대체 복무 제도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고, 그 핵심은 병역 기피 수단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상정된 대체 복무 법안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군 복무자와 대체 복무자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지만 대체 복무자들 사이의 복무 강도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설사 그게 옳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야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과 비교해 이번 공개 변론에서 달라진 점은 대체 복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방부 측에서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대체 복무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 헌법재판소가 200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대체 복무제 입법 권고를 한 이후로 6000여 명이 넘는 병역 거부자들이 전과자가 되는 동안 국회나 정부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제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의 여부로 논의가 정리된다.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보수 정권이나 선거 준비에 집중하는 국회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확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는 결정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분열되거나 대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제나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 되어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오히려 다양한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로 향하는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한 발 더 진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지 없이 무조건 감옥에 가야 했던 젊은이들이 전과자의 신분에서 해방되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회에서 좀 더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금기처럼 여겨져 온 군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안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많아지는 사회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10.29참사 시민대책회의(2023)[/caption]
ⓒ10.29참사 시민대책회의(2023)[/caption]
이상민 장관은 참사 직후뿐만 아니라 그 이후 유가족에 대한 대응에서도 장관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딸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장례식장에서 공무원들이 왔지만, 장례를 빨리 치르도록 하려는 것 외에 어떠한 지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어떤 가족은 1층에서 장례를 치르다가 2층에 다른 유가족이 있다는 것을 듣고 올라가려고 했더니 경찰이 만날 수 없다면서 막았다고 합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될 때에도 행안부는 가족들의 동의 없이 영정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를 설치했고, 분향소 설치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나중에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기 때문에 당시 분향소에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참사 이후, 기사에 나온 이상민 장관의 발언들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였습니다. 그의 어떠한 발언에도 유가족에 대한 예의와 배려, 존중이 없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행안부장관이라는 자신의 직무를 부정하고 개인 이상민의 안위에만 천착한, 철저한 책임회피의 발언입니다. 그리고 신자유연대의 수많은 2차 가해, 창원시의원 김미나의 망언 등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음으로써 2차 가해를 묵인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의 2차 가해에 대한 묵인은 희생자들에게 놀러갔다 죽었다는 오명과, 유가족이 시체팔이한다는 오명을 씌우는데 일조했습니다. 지역시의원의 입에서 “시체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2차 가해가 쏟아질 때 행안부 장관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관전하고 묵인하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10만 인파가 모인다는 수많은 기사가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인파밀집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관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는 집회와 대통령 경비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해 있었고, 이는 10.29 이태원 참사라는 결과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참사 당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수호하고 지키는 대통령을 위한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공동취재 (2023)[/caption]
오늘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기각 결정했다. 10.29이태원참사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헌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여 대한민국이 무정부 상태임을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는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생명권은 모든 국민들이 향유하는 기본권의 대전제이다. 이상민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부여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 및 법률상의 직무를 유기했다. 무엇보다도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존재이유인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직무수행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고, 권력을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여지없이 배신하였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상민의 공직 박탈은 시민의 상식과 헌법에 기반한 요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의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오늘은 헌재마저 상식에 기반한 요구를 외면했다.
이태원참사 이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 이상민이 공직의 무게와 공직자의 책임을 아는 자라면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오늘 헌재의 결정으로 공직을 유지한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미 국민들은 이상민을 파면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행정안전부장관이 아니다. 우리는 그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도 공직에 연연하여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공직자로 기억할 것이다.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들은 이태원참사와 폭우참사와 같이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무정부상태 해시태그를 달며 국가의 무책임함을 비판해왔다. 오늘의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 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결정이다. 참담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잘못가고 있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역시 주권자 국민의 몫이다.
10.29이태원참사의 국가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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