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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00년 걸릴 일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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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900년 걸릴 일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익명 (미확인) | 수, 2015/07/01- 12:41

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4> 메르스 방역 방해하면 징역 2년, 저작권 침해하면 징역 5년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GETTYIMAGESBANK

 

저작권 침해 – 걸면 걸린다

친구들과 생일 파티 때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로 걸릴 수 있다. 영상에 생일 축하 노래 “Happy Birthday to You”가 들어 있다면 말이다. 영어로 불렀다면 외국 저작권자가 문제지만, 우리말로 불렀다면 번역 저작권까지 고려해야 한다. 라이브로 부르지 않고 음반을 틀었거나 누가 연주를 했다면, 음반제작자와 연주자의 권리 침해도 따져야 한다.[1]

아니 생일날, 그것도 늘상 부르는 노래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니? 법이 그렇다. 친구 집에서 부르기만 했다면 괜찮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다. 1편2편3편에서 소개한 사례들 대부분이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이다. 한 번 올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친구들 생일 파티 때마다 올렸다면 상습범으로 몰려 저작권 경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2] 권리자의 고소도 필요없다.

인터넷에만 들어오면 저작권이 문제되는 이유는 바로 전송권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나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전송에 해당한다. 보통 전송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송신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저작권법에서는 타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전송으로 정의한다. 이 전송권에는 권리 제한이 거의 없다. 그래서 노래든, 이미지든, 폰트 파일이든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저작권 침해에 걸릴 수 있다.

 

죄와 형벌의 지나친 불균형

생일 축하 노래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저작권자에게 얼마나 피해가 갈까?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여 처벌할 사회적 법익은 얼마나 될까?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피해가 거의 없고 비싼 세금 들여 운영되는 검찰이나 경찰까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법은 다르다. 피해 규모나 법 위반의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전송이란 행위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모조리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해 놓았다.

그것도 5년 이하의 징역이란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제77조, 제79조 제2호에 따르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안전관리 점점을 못하게 방해해도 2년 이하의 징역형이고, 생물테러에 사용되는 탄저균을 허가 없이 무단 반입하는 정도의 행위를 해야 5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저작권 침해죄가 얼마나 중형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나라도 다 이렇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조직범죄집단이 한 경우에야 징역 5년 짜리가 적용된다. 우리 법도 처음에는 징역 1년 이하였는데,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1986년에 3년으로 늘렸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저작자의 권리 침해가 날로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2000년에 징역 5년으로 늘렸다. 형벌은 이렇게 강화하면서 범죄 구성 요건에는 아무런 문턱도 두지 않았다. 지재권을 전 세계적 규모로 강화한 대표적인 조약인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 협정(TRIPS)도 상업적 규모(commercial scale)에 대한 형사 처벌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에서는 900년 걸릴 일이 …

아래 그래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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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이 2008년에 폭증하여 거의 10만건에 육박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2007년부터 전 국민이 저작권을 침해하기로 작정했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법이 바뀌었나? 둘 다 아니다. 저작권법을 악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 시점이 2007년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작권 침해 고소가 대부분 합의로 종결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기소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 2008년의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은 불과 8건이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고소된 사건 중 정식 재판은 0.2% 뿐이다. 약식 기소까지 다 합쳐도 10%도 안된다(7.1%). 저작권 침해자는 경제사범으로 분류되는데, 경제사범 전체의 정식 재판 기소율과 비교하면 3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저작권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터무니없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과 비교해도 금방 드러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된 사건은 모두 293건이다. 한해 평균 100건으로 잡아도 우리나라 2008년의 고소 규모가 되려면 900년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고소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 3년 동안 212건으로 72.4%에 달한다. 실제로 징역을 산 경우도 81건으로 수사 의뢰 건수의 28%에 달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저작권법에 형사 처벌 규정을 두는 의미가 있다. 범죄의 예방 효과라는 형벌 규정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저작권 침해죄가 합의금 갈취 수단으로 전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이건 이 연재의 마지막인 5편에서 살펴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사실 “Happy Birthday to You”가 누구의 저작권인지, 보호기간은 만료되었는지는 논문을 쓸 정도로 복잡하다. 2013년에는 책까지 나왔다. 가장 좋은 논문으로는 브라우나이스(Brauneis) 교수의 논문이 꼽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Happy Birthday to You”를 저작권료 없이 이용하게 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일 축하곡의 저작권 문제가 이처럼 복잡한 이유는 법률 규정 때문이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창작자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사망시점을 알아야 하고(여러 명이 창작한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사망한 창작자의 사망 연도), 무명이거나 업무상 창작인 경우에는 창작한 시점이나 발행 시점을 알아야 한다. 창작자의 국적과 발행 국가에 관한 정보도 필요하다. “Happy Birthday to You”의 멜로디는 힐 자매(Patty Hill과 Mildred Hill)가 1893년에 만들었고 1912년에 출판물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권리가 여러 경로를 거쳐 워너/채펠 뮤직(Warner/Chappell Music)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동안 워너/채펠 뮤직이 저작권 행사를 해왔다. 2008년에는 하루에 5천 달러의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에 상영된 ’7급 공무원’도 12,000 달러를 냈다고 한다. 저작권이 종료되었는지는 미국 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되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걸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올리면 국내 저작권이 아니라 미국 저작권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베른협약의 보호지국법주의, 워너/채펠은 미국 저작권은 2030년이 되어야 만료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멜로디 외에 가사는 힐 자매와 학생들과의 공동창작으로 보이고, 우리말 번역 가사에는 누가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번역 내용은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정도여서 창작성이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만, 이것도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명확해진다). 하여간 노래 하나만 해도 저작권 문제를 피하려면 따져야 할 것이 너무 많다.

[2] 저작권 경찰 제도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직접 경찰권을 행사하도록 한 제도로 2008년에 도입되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은 저작권 경찰 제도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향후 2~3년 내에 OECD 국가 평균인 3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저작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단속과 불법 저작물을 영리·상습적으로 유통시키는 헤비 업로더에 대한 추적 강화, 불법저작물 유통 추적관리시스템 구축 등 강력한 저작권보호 정책”을 예고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저작권 경찰은 약 44억원을 수사활동비 등으로 지출했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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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인터넷 개인정보 규제 폐지에 부쳐

글 | 써머즈

 

2017년 3월 미국 의회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만든 개인정보 보호 규정 시행을 막는 결의안을 표결에서 통과시켰습니다. 3월 23일에는 상원에서, 3월 28일은 하원에서 각각 통과됐습니다. 공화당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4월 3일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동의 없이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해도 된다는 트럼프 정부

미국의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6년 10월 27일에 만들었는데, 미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고객(이용자)의 동의 없이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정보와 앱 활동 등을 추적하거나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FCC의 2016년 10월 프라이버시 규칙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ISP는 고객(이용자)의 정보를 이용하거나 공유하려면 고객들에게 ‘옵트인’ 방식, 즉 명확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 정확한 모바일 위치정보
  • 금융 정보
  • 건강 정보
  • 아동 정보
  • 사회보장번호
  • 웹브라우저 이용 기록
  • 앱 이용 기록
  • 인터넷 통신 내용

반면 ISP가 기본적으로 고객의 사전 동의가 없어도 고객 정보를 수집하다가 고객이 사후 거부 의사를 밝힐 때부터 수집을 중단하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도 있습니다.

  • 이메일 주소
  • 이용하거나 공유해도 별로 민감하지 않은, 서비스 단에서 만들어지는 정보

또한 ISP는 자신들이 수집하는 개인정보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용될지, 누구와 공유할지를 고객들에게 분명하고 알아보기 쉽게,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이 개인정보 설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도 명시하고요.

그리고 보안에 대한 적절한 감독, 데이터의 적절한 폐기, 합리적인 데이터 보안 관행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단, 이 규칙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웹사이트나 정부 시설 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7년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의 서명으로 이제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자 허락 없이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FCC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불필요하고, 헷갈리고 혁신을 숨 막히게 하는 규제다.”

“It is unnecessary, confusing and adds another innovation-stifling regulation.”

아리조나 주의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는 FCC의 규제안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FCC가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유사한 규정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했습니다.

 

불법으로 팔아도 솜방망이 처벌뿐이던 한국…

트럼프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 폐지를 보니 생각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수집한 2,400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서 232억 원의 이익을 봤습니다. 홈플러스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홈플러스

한국 정부(공정위)는 약 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의 항소를 아예 기각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한 홈플러스를 조치해달라고 방통위에 신고서도 냈지만 별 조치는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국가는 도둑을 장려하고, 기업은 법과 고객을 비웃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다행히도 대법원이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지방법원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습니다. (2017년 4월 7일 2016도13263 대법원 3부, 주심 권순일 대법관)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이를 제삼자에게 제공했다”면서 “이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롯데홈쇼핑1 같은 경우는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서 37억 원가량의 이익을 봤습니다. 324만여 명의 고객 개인정보를 팔았는데 이 중 2만9천여 명에게는 “제3자 제공” 동의를 아예 구하지 않았습니다.

방통위는 롯데홈쇼핑에 2016년 8월 11일 과징금 1억8천만 원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검찰에 형사고발 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고객의 쇼핑내역 등 다른 정보까지 함께 판 것이 아닌지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죠.

이 외에도 개인정보 유출까지 이야기한다면 끝이 없을 겁니다. 공인인증서에 액티브엑스에 각종 설치파일에… 각종 불편함과 위험을 일반 인터넷 이용자인 고객에게 떠넘기면서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나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업체들은 한 차례도 제대로 처벌받거나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 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유출됐고 어떤 보완책을 세웠는지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정부도 들여다보거나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신중해야 한다,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며 국민을 힐난하고, 기업은 소비자 대신 정부 눈치만 봅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한국에 미칠 영향은…

멀리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인터넷 개인정보 규제 원점 논란은 미국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과 관련 당국이 미국이나 영국 등을 참조하며 기대도 하고 규제의 틀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처음의 인터넷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지만, 점점 인터넷 기술이 고도화하고 상업화하면서 기업들이 그 자리를 모두 차지해버렸습니다. 여전히 인터넷 서비스 대다수는 무료이지만 기업은 이용자의 여러 정보를 빼내 재가공하고 퍼즐을 맞춰가며 개인들의 취향부터 약점까지 고루 공략하며 더 큰 돈과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체로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기업들에 더 큰 자유를 주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에 무죄를 내린 법원이나 방통위 등도 당시에는 한국 법이 좀 애매했지만 결국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의 더 넓은 자유 보장이 세계적 트렌드 아니겠냐며 미래의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사이 개인은 그저 돈을 지불하고 약관에 동의하고 정보 제공에 동의해야만 인터넷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 제공 숙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와 일문일답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 트럼프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규정 철폐에 관해 논평하면.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 미국은 규제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2016년 FCC(미 연방통신위원회)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었다고 본다.

즉, 그동안 미국은 기본적인 원칙도 없던 상태였는데, 그나마 그 최소한의 원칙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결국 이마저도 기업 친화적인 트럼프 정부가 대형 이통사나 ISP의 로비에 넘어가 폐기한 것으로 평가한다.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보호 대신 기업 편을 들어줬다고 본다.

– 한국에 영향은 없을까.

한국은 미국과 다르게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법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기업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도 규제 당국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다.

미국이 FCC의 규정을 폐기했다고 해서 우리나라 관련 개인정보 보호 법제가 약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오히려 우리 법의 체계는 더 강화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 그 집행에서 솜방망이 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다.

– 그런 점에서 이번 홈플러스 대법원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대법원이 이번에 정말 올바른 판단을 했다. 개인적으로 1심과 2심의 판단에 아주 분노했었는데, 다행히 대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했다. 법원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기업에 보낸 판결이라고 본다.

– 홈플러스의 230억 원은 어떻게 되나.

해당 수익은 유죄로 확정된다면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몰수하거나 추징할 가능성이 생긴다.

– 실제로 기업의 범죄 이익이 몰수되거나 추징된 사례가 있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에서 기업의 범죄 수익이 몰수되거나 추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난번 홈플러스에 부과된 과징금은 공정위의 행정벌에 해당할 뿐, 범죄에 대한 벌금이나 몰수, 추징금은 아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홈플러스의 행위는 유죄이고, 그 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범죄 수익이 되므로 원칙적으로 몰수나 추징할 수 있다고 본다.

– 이번 대법원 판결이 민사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홈플러스를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민사 소송에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 법인명은 (주)우리홈쇼핑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4.10.)

목, 2017/04/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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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틀렸다 | ‘잊힐 권리’ 법제정이 위험한 이유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럽이 ‘잊힐 권리’(제17조)를 포함하는 유럽 전역에서 유효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제정했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은 각 개인에 대한 정보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자신만이 알던 정보를 회사나 정부에게 제공할 때 제공의 조건이 엄격히 지켜지도록 해야 하고, 조건을 집행하기 어렵다면 그런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에게는 소유권을 주고 정보처리자에게는 물권법에 해당하는 엄격한 책임까지 지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잊힐 권리는 그런 정보를 정보주체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권리가 아니다. 이미 자신이 더 이상 통제권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정보(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합법적인 정보가 존재하는 URL 또는 자신에 대해 명예훼손도 아니고 또 합법적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어 더 이상 프라이버시법익을 주장할 수도 없는 정보 자체)에 대한 통제권을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려고 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에게 스스로 서로에 대해 검열자가 될 권한을 쥐어주려고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잊힐 권리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파급의 빠른 속도와 시·공간적 광범위성 때문에 사람들의 과오에 대한 정보를 타인들이 너무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됐으니,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시의성 없는 정보를 자신의 ‘이름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도록 하자는 권리(2014년 4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이다.

정보의 시의성은 정보주체의 주관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 해운업자는 과거의 여객선 과적 사실이 지금 운행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배에 자녀들을 태우고 싶은 학부형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정보이다. 단지 시간이 흘렀고 정보주체의 사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정보가 타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할 수 있는지를 배제하고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타인의 알 권리를 비례성 있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아빠를 찾고자 하는 ‘코피노’들의 절실함은 지금은 성실하게 현재의 가정을 보호하고자 하는 아빠들의 잊히고 싶은 욕망을 압도할 수 있다.

공인이 또는 공익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잊힐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인’, ‘공익’ 등은 공동체 다수의 또는 평균적 사고를 반영하는 개념이다. 표현의 자유가 지지하는 다원주의 사회의 이상은, 공동체 다수나 평균적 사고에 포함되지 않은 사상도 불법만 아니라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느 변호사가 12년 전에 자신의 주택을 경매당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겠지만, 그 시기의 법조인들의 경제사정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법개혁 연구가 1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일 수 있다.

우리가 잊힐 권리에서 건질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과거의 과오 때문에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일 것이다. 사람들의 개과천선을 관용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기저의 갈등을 은폐하고 실체적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다. 타인의 과거를 알 수 없도록 법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서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진정한 관용의 문화를 성숙시킬 수 없다.

정보를 삭제 차단까지는 하지 않고 검색만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원이 있는 사람은 인력을 고용해 검색에서 누락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자원이 없는 사람은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없다. 특히 ‘검색되지 않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경구에 비추어보자면 검색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람의 상대적 빈곤은 엄청날 것이다. 결국 힘없는 개인들도 대기업과 같은 정보력을 갖도록 해줌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민주주의에 기여해온 인터넷의 기능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불균형성을 인터넷 이전 시대보다 악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이 평등한 정보접근 도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되면 사람들은 타인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오프라인상의 평판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인터넷 이전 시대처럼 광고홍보 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 있는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는 평판의 불균형성도 초래하게 되고 정치·경제·사회적 공정경쟁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누구든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침해를 소명만 하면 침해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그 정보를 삭제, 차단시킬 수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4호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불법이 아닌 정보도 삭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형법 제307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251조 모두 진실인 정보도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다시 합법적인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퇴보이며 기존 제도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가 벌였던 표현의 자유를 위한 노력들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더욱이 GDPR 17a조는 더욱 심각한 문제인데 누군가 잊힐 권리 행사 요청만 하면 그 요청이 타당한지 판단하는 기간 동안 정보처리자가 반드시 해당 정보를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임시조치’ 제도의 잊힐 권리 버전을 제정한 것인데, 어차피 잊힐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 것도 요청만 하면 임시조치 의무는 발생하는 것이니 폐해는 광범위하다. 특히 GDPR은 조문만 보면 해석에 따라, 단지 ‘이름 검색’결과에서 배제하는 것을 넘어 검색 전체에서의 배제 또는 링크된 게시물 원본의 차단까지 요구할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2 보다 더 강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4.28.)

 

목, 2016/04/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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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박근혜 ‘생얼’ 폭로, 왜 가로막혔나?

후보자 검증 막는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죄 폐지해야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유종성(호주국립대 교수)

 

대통령을 잘못 뽑은 대가는 컸다.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의 허상을 보고 투표했다. 왜 야당과 언론은 박근혜 후보의 실체를 파헤치지 못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2007년 한나라당 경선과 2012년 대선 두 차례 씩이나 후보자 검증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는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그리고 형법 등의 명예훼손 법제가 공직 후보자의 비리 의혹이나 자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최순실의 권력 사유화와 국정 농단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시 이명박 후보 측에서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를 이슈화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 보고서와 전두환의 합동수사본부에서 작성한 수사 자료, 1990년대 박근령, 박지만 등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우리 언니를 최태민으로부터 구해주세요”라며 보낸 편지 등을 언론에 제공했는데 언론들은 거의 싣지 않았다.

2007년 6월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김해호 목사가 “박근혜는 최태민과 최순실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자신의 재단조차도 소신껏 꾸리지 못하고 농락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후보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기는커녕 김 목사에 대해 “천벌을 받을 사람”이라는 저주를 퍼붓고 지나갈 수 있었다. 최태민의 의붓아들(최순실의 의붓오빠)인 조순제 씨가 경선 막바지에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도 언론에선 단신으로도 처리하지 않았다. 조순제 녹취록이 최근에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박근혜 검증을 지휘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경선을 앞둔 2007년 8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낱낱이 드러내면, 박근혜 대표를 좋아했던 많은 분들이 밥도 못 먹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은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일가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회피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의 허상을 보고 투표하게끔 하는 데 일조했다.

왜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최순실 관련 의혹 제기를 외면했을까? 왜 정두언 전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왜 문재인, 안철수 캠프는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일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을 회피했을까?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등이 이러한 의혹 제기와 언론의 보도까지도 가로막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해호 목사와 김 목사의 기자회견문 작성을 도와준 임현규 당시 이명박 캠프 정책특보는 최순실의 고소에 따라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구속되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육영재단 부정축재 등 제기한 의혹의 사실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목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2008년 대선 직후 숨진 조순제 씨의 경우는 타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비리에 대해 운만 띄우고 구체적인 의혹 제기를 회피한 정두언 전 의원과 달리 2007년 대선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던 정봉주 전 의원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함은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의 PD들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정윤회 문건 등을 보도한 국내언론과 야당 정치인뿐 아니라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소문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 신문> 특파원까지 명예훼손으로 기소하니, 감옥에 갈 각오를 하지 않고는 아무도 의혹 제기를 함부로 할 수 없고, 언론도 의혹에 대한 보도를 외면하거나 지극히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명예훼손 법제는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까지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후보자 모욕죄)와 허위사실공표죄(후보자명예훼손죄)는 자유로운 후보자 검증을 가로막고 있다. 후보자 비방죄는 OECD 국가중 한국에만 유일하게 있는 법이며, 후보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일반적으로 형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며 아주 중대한 경우에만 선거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진다.

한국은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를 권고하는 UN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의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 명예훼손과 모욕죄 기소 인원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검찰은 선거사범 단속에 있어 민주화 초기 성행했던 금품 향응제공 등 매표 행위가 줄어들자 소위 ‘흑색선전’을 뿌리뽑는다는 명분 하에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죄 관련 단속에 집중해 왔다.

‘표1′을 보면, 제15대 (1996)부터 제17대 (2004) 국회의원 총선거까지는 소위 흑색선전 사범이 전체 선거사범 중 15% 미만을 차지했으나, 제18대(2008)에는 20.1%, 제19대(2012)에는 25.3%, 제20대(2016)에는 35.5%에 이르러 금품향응(20.7%)보다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표2′를 보면, 2002년 이전에는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죄로 재판을 받은 인원수가 많지 않았으나 2004년 이후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특히 2007년 대선 때부터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원래 ‘흑색선전’이란 군사작전 등에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교란하기 위해 비밀리에 행하는 허위정보 선전을 일컫는데, 한국의 검찰은 공개적인 검증을 위한 의혹제기를 모두 흑색선전으로 치부하고 있다. 한국 검찰의 선거법 집행은 서구 선진민주국가들은 물론 이웃 나라 일본, 대만 등과 비교해 보아도 큰 차이를 보인다 (‘표3′ 참조).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선거시 매표 행위 단속에 집중하며,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기소인원수는 일본은 0.1%, 대만은 3.4%에 불과하다. 물론 이 나라들에는 후보자 비방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표1. 국회의원 총선거별 선거사범 종류별 추이, (1996~2016년)
출처: 대검찰청 보도자료 (각년도)

 

표2.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죄 법원 판결수, (1995~2015년)
각 년도는 판결시가 아닌 해당 선거가 실시된 해를 가리킴.

 

표3. 한국, 일본, 대만의 선거사범 인원수 종류별 비교
일본: 중의원 선거 (1996~2012년) 선거사범 대만: 2003~2012년 각급 선거의 선거법 위반 1심 피고인수 한국: 국회의원 선거 (1996~2016년) 선거사범; 허위사실공표에 후보자 비방 포함.

 

명예훼손과 후보자 비방/허위사실공표죄 관련 기소 인원수의 증가는 그 자체로 공직자나 힘있는 사람들의 비리의혹 제기와 공직후 보자의 검증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의 검찰이 이러한 법 집행에 있어서 정치적인 편향성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들에 대해 국내에서는 물론 UN 표현의 자유특별보고관, UN 인권위원회, 국경없는 기자들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 <PD 수첩>, <산케이 신문> 기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으며, 프리덤하우스가 언론 자유 평가에서 한국을 ‘자유’ 국가에서 ‘부분 자유’ 국가로 강등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검찰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취해왔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은 없었다. 이에 필자들은 사단법인 오픈넷의 협조를 받아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이들의 판결문을 수집하여 전수 조사를 하였다. 분석 결과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야간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교육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심한 편향성이 드러났다(표4 참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16건 모두 보수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된 경우였다.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허위사실공표죄의 경우 90.3%가, 후보자 비방죄의 경우 80.3%가 새누리당 후보를 공격하다가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경우였다.

‘표4′. 선거별, 피해 후보자 정당별 비방 및 허위사실 판결수 (1995~2005년)

 

‘표5′는 2002년에는 여당의 노무현 후보를 공격한 사람들(13명)이 야당의 이회창 후보를 공격한 사람들(4명)보다 더 많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야당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경선 후보를 공격한 이들(230명)이 여당의 정동영 후보와 경선후보들을 공격한 이들(39명)보다 훨씬 더 많이 기소되었음을 보여준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된 인원수(154명)가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공격하다 기소된 인원수(2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검찰은 항상 대통령 당선자를 공격한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기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만, 노무현 후보를 공격해서 기소된 사람들의 경우 13명중 7명만이 유죄 판결을 받아 이회창 후보 공격으로 기소된 이들의 유죄율(1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유죄율(54.9%)을 보였는데, 이는 검찰의 무분별 기소에 대해 법원이 약간의 견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7년과 2012년 대선의 경우에는 여당 후보나 야당 후보를 공격한 사례들간에 유죄율에 차이가 없어 검찰의 기소편향이 법원에 의해 전혀 교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하에서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한 인원수가 급증했는데, 그 대부분이 대통령 당선자를 비판한 경우였고, 검찰의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소가 사법부에 의해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표5. 2002, 2007, 2012년 대통령 선거시 여당 후보 및 야당 후보 공격으로 재판받은 수와 유죄판결 수
2002년과 2012년에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2007년에는 야당 후보가 당선됨.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찰의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죄 기소가 급증해왔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법집행이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되어 온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김해호 목사나 정봉주 전 의원처럼 상당한 근거가 있는 의혹을 제기하고서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받는 현실, <PD수첩> 경우처럼 결국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이 받는 고통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억압일 뿐 아니라, 나아가 이러한 사례들이 언론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검열을 하고 입을 닫도록 하는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나라일수록 부패 수준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후보자 비방죄는 물론 허위사실공표죄도 폐지하거나, 그 적용 대상을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공표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며 자유형을 없애고 벌금형만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허위사실공표죄를 폐지하면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이에 따라 선거결과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허위사실로 공격을 당한 후보자는 즉각적으로 반론을 펼 수 있고 유권자들은 후보자간의 공방에서 제시되는 증거들을 보고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보자 검증이 이루어지며 정치검찰이 개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작용 없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공개적인 의혹 제기가 아닌 타인 명의 도용 또는 비밀리에 하는 흑색선전은 후보자 비방이나 허위사실공표죄 없이도 처벌할 수 있고, 허위사실 선전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선거소송을 통해 구제할 수도 있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체로 이렇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단시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헌재가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각 정당이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헌재 결정 이후 60일 이내에 각 당의 경선과 본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후보자 검증을 위한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이번에도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못해 믿고 뽑았던 대통령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 나중에야 드러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국회는 후보자 검증을 가로막는 현행 선거법과 명예훼손 법제를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 위 글은 프레시안에 기고했습니다. (2016.12.19.)

월, 2016/12/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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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4세션] 재량과 면책 사이 : 정보매개자책임과 마닐라 원칙

 

- 생중계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tSqZPycp8_c

- 발표자료 보기

 

-KrIGF 홈페이지: http://www.2015.igf.or.kr/

 

2015년 3월 전 세계 각국의 정보인권단체들은 아래와 같이 정보매개자의 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을 발표하였습니다. ( https://www.manilaprinciples.org/ )

1. 정보매개자들은 제3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2. 정보 차단은 사법기관의 명령 없이 의무화되어서는 안 된다.

3. 정보 차단 요청은 명백하고, 분명하고,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4. 정보 차단 요청 및 실무 및 관련법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5. 정보 차단 법, 정책 및 실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6. 정보 차단 법, 정책 및 실무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포함해야 한다.

 

오늘날 인터넷상 모든 소통은 인터넷사업자, SNS, 검색엔진 등 다양한 정보매개자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매개자들의 콘텐츠 정책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이용자의 권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매개자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제와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마닐라원칙은 정보매개자들이 이용자 권리의 침해자가 아닌 수호자로서 기능하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인권활동가 및 시민단체들이 작년부터 UN인권기구들의 권고문, EU전자상거래지침, UNESCO보고서 등 다양한 국제문헌들을 연구하고 검토하여 국가와 정보매개자들이 준수해야 할 정보매개자책임에 대한 국제법적 원칙을 고안해 낸 결과물이며, 인터넷거버넌스의 중요한 사례라 할 것입니다.

마닐라원칙은 국내의 정보매개자책임 제도 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 저작권법상의 OSP전송차단 제도, 전기통신사업법상 모니터링제도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원칙 1의 세부원칙들은 모니터링 의무나 불법이 아닌 정보에 대한 차단 책임을 다루고 있으며, 사법기관의 명령 없이 정보 차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 2는 법원의 개입 없이 행정기관의 차단 요청을 허용하는 한국의 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국내 정보매개자책임의 발전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보매개자책임의 국제적 흐름과 마닐라원칙에 대해 살펴보는 세션을 마련하였습니다.

 

< 패널 구성 >

[사회]

- 서희석 교수 (부산대학교)

[발제 및 토론]

- 김경숙 교수 (상명대학교 저작권보호학과) : 해외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소개

- 김가연 변호사 (오픈넷) : 마닐라원칙에 대한 소개

- 최정혜 부장 (카카오 정책실)‎ : 토론

금, 2015/10/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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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실명제라는 ‘잘못된 상식’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오픈넷이 휴대폰 실명제에 헌법소원 제기한 이유


대한민국 휴대폰은 실명이다. 이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자명한 ‘상식’이다. 하지만 상식은 흔히 특정한 이익을 가진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눈속임’인 경우가 많았다. 노예제도 상식이었고, 성인 남성만의 투표권도 상식이었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통신사와 계약(전기통신역무 제공 계약)하려면 왜 반드시 법적인 이름이 필요한 걸까? 그건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휴대폰 신분증

‘휴대폰 실명제’가 상식이라고? 

어떤 물건 혹은 서비스(용역)를 구입할 때 판매자가 소비자의 실명을 요구하는 일은 오히려 적다. 우리가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상인들은 우리에게 법적인 이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든지 실명을 알리지 않고도 우리가 원하는 물건 (담배나 주류와 같은 특정한 물건을 제외한) 대부분을 살 수 있다.

즉,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물건과 서비스의 거래는 자유로워야 하고, 그 당연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목적과 적합한 수단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니까 다시 질문해보자.

왜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이 필요한가?
왜 익명으로 휴대폰을 쓰면 안 되나?
왜 휴대폰 실명제가 필요한가? 

최근 오픈넷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그 질문을 던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휴대폰 실명제’가 국민의 통신의 자유(헌법 18조)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17조) 그리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휴대폰 실명제'(전기통신사업법의 일부 조항)가 청구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은 추상적인 국민의 열망과 의지를 반영한다. 헌법은 그 자체로는 미완이다. 공동체는 헌법 구체화 법률들을 통해 헌법정신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헌법은 그 자체로는 미완이다. 공동체는 헌법 구체화 법률들을 통해 헌법정신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역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본인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본인이 아니거나 본인 여부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 계약의 체결을 거부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5 ‘부정 가입 방지 시스템 구축’ 제1항~제3항 

  • 과기부장관의 ‘부정가입방지시스템’ 구축 및 운영 의무 규정 (제1항)
  • 과기부장관의 요청에 따른 국가기관·공공기관의 협력의무 (제2항)
  •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의 위탁(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관한 규정 (제3항)

 

휴대폰 실명제, 왜 문제인가

청구인(추미선, 오픈넷 간사)은 ‘익명’으로 휴대폰 사용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실명을 요구하는 ‘휴대폰 실명제’로 인해 계약 체결을 거절당했다. “외국에서는 본인확인 없이 SIM카드만 구입하면 자유롭게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꼭 본인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휴대폰 실명제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추미선 청구인은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휴대폰 실명제가 폐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구인을 대리하는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헌법소원청구서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휴대폰 실명제의 문제를 지적한다.

 

1. ‘대포폰’ 금지해서 범죄를 예방한다고?

일명 ‘대포폰'(타인 명의 휴대폰)을 이용한 사기 등 범죄는 날로 증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휴대폰 부정 이용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휴대폰 실명제의 목적은, 그 목적만 보면 타당하다. 그렇다면, 휴대폰 실명제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휴대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범죄를 목적한 자가 휴대폰 실명제가 무서워서 범죄를 포기할까? 언감생심이다. 많은 범죄자가 손쉽게 타인 명의 핸드폰, 일명 ‘대포폰’을 사용하는 마당에 오히려 휴대폰 명의자를 용의자로 가정하고 수사하는 방식은 수사에 장애가 될 뿐이다.

범죄자가 될까봐 아이들 입을 다물게 하는 영문법 교육?
범죄 예방 효과? 휴대폰 실명제가 무서워서 범죄를 포기하는 범죄자? 소가 웃을 일이다.

다른 나라들 사정은 어떨까?  멕시코는 SIM카드 등록제를 도입했다가 3년만에 폐지했고,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체코공화국, 루마니아 등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고려했다고 취소했다. EU집행위원회(EC)의 세실리아 말스트롬(Cecilia Malstrom) 집행위원은 SIM카드 등록제가 범죄수사에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1)

범죄자가 ‘대포폰’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자를 바로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통상 대다수 범죄에서도 행해지는 ‘신원 은폐’ 행위에 불과하고, 휴대폰의 실사용자를 검거하는 수사기법은 현재 충분히 발전해 굳이 모든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 중 하나도 소수의 악플러를 잡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실명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는 것이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2)

 

2. 연례행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업자에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게 하는 ‘휴대폰 실명제’와 같은 본인확인제도는 범죄예방이나 범죄수사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대신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토대’를 제공해왔다. 지난 5년간(’12년~’16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개인정보 유출 누적 인원수만 해도 약 7,200만 명에 달한다(참조: 뉴스1, 2017. 9. 27.)

끊임없이 터져나온 개인정보유출 사건 (출처: SBS, MBC, 연합뉴스)
끊임없이 터져나온 개인정보유출 사건 (출처: SBS, MBC, 연합뉴스)

 

3. ‘익명 통신’ ‘익명 표현’은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다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통신의 자유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권이고,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 내용으로 하며, 여기에는 통신 내용뿐 아니라 수신인과 발신인, 수신지와 발신지, 정보 형태, 발신 횟수 등 통신과 관련된 일체가 포함된다.

기본권인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통신의 자유는 상대방 및 제3자에게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통신할 자유 ‘익명 통신의 자유’를 당연히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252(병합), 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등

그렇다면 오픈넷이 문제 삼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은 어떤가. 휴대폰 실명제(본인확인 의무 조항)는 익명으로 통신할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차단한다.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 통신'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 통신’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

 

4. 사생활의 종말 

사적으로 소통할 권리는 사생활의 자유에 속하는 기본권이고 이는 공적인 행위보다 더 두텁게 ‘사생활의 비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사건3)에서 통신은 상호 동의로 이뤄지는 사적인 의사표현이므로 공개적인 의사표현보다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가입률이 높은 나라에서 사생활의 비밀은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모든 통신과 표현행위는 기록을 남기고, 그래서 쉽게 감시할 수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에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특히 휴대폰 실명제는 모든 휴대폰을 이용자의 실제 신원과 연결함으로써 이러한 위협을 더욱 가중한다.

 

누구를 위한 휴대폰 실명제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휴대폰 실명제가 제한하는 기본권은 명확하다. 반면에 휴대폰 실명제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공적 이익은 불투명하거나 증명된 바 없다. 그나마 명백한 휴대폰 실명제의 공익은 ‘수사상 편의’라고 할 수 있다. 즉, 휴대폰 이용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그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 극소수 범죄자에 대한 수사 편의를 위해 대다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고, 2) 대다수 범죄자는 통상 다양한 ‘신원 은폐’ 행위를 하기 때문에 휴대폰 실명제만으로는 ‘수사상 편의’를 누리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3) 현재 발달한 수사기법으로 (굳이 실효성도 없는 휴대폰 실명제가 아니라더라도) 범죄자를 특정하는 일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휴대폰 실명제의 ‘유일한 장점’도 점점 더 인정하기 어렵다. 

타인이 만든 질문에 끌려다니 않고, 스스로 문제를 창조할 수 있기를.
곰곰히 따져볼수록 휴대폰 실명제에 관한 의문은 커진다.

한국은 ICT 규제에 관한 한 최선진국이다. 지금은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진 인터넷 실명제도 한국에서 처음 태동했다.4)

영문 위키의 인터넷 실명제 항목에는 딱 두 나라, 한국과 중국만 나온다. 중국은 그나마 실명제 시행 주체가 기업이지만, 한국은 국가다. 한국처럼 선불제인지 후불제 상관없이 전면적인 휴대폰 실명제를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소수다.5) 실명제 시행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없는 주민등록번호가 있어, 그 위험이 더 크다.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 많은 지역에서 누구나 돈만 내면 기계(전화기)와 번호(심카드)를 살 수 있다. 물건을 사는데 누가 사는지 등록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그런 강제 등록을 활용해 개인을 특정하고 이를테면 검열이나 수사 같은 데 활용하는 나라도 없다. 한국의 상식은 한국만의 상식이다.

싱가포르의 한 길거리 상점에서 각종 심카드를 늘어놓고 팔고 있다. (사진: 허광준)
싱가포르의 한 길거리 상점에서 각종 심카드를 늘어놓고 팔고 있다. (사진: 허광준)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휴대폰 실명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여기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휴대폰 실명제는 사라져야 한다. 헌재의 현명한 답을 기다려본다.


1) GSMA, The Mandatory Registration of Prepaid SIM Card Users, November 2013, 10면.

2)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252(병합)

3)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252(병합)

4) 우리가 흔히 ‘인터넷 실명제’로 불러왔던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선거법상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존속한다. 참고: 슬로우뉴스-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보는 네 개의 시선(’12. 8. 7.) (편집자)

5) 참고로, 2013년 기준 전 세계 SIM의 77%가 선불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한 글입니다. (2017.11.28.)

화, 2017/11/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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