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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참여로 재벌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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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참여로 재벌개혁을

익명 (미확인) | 수, 2016/12/28- 10:45

(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6. 12. 28)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촛불 시민들은 ‘개헌’이라는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은 개헌 논의로 시끌벅적하다. 촛불 시민은 내년 대선에 누구를 지지하자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언론에서는 매일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도한다. 수백만명의 시민이 개헌하자고, 대통령 잘 뽑자고 9주째 추운 겨울날 거리에서 떨면서 이렇게 소리 질렀나?

개헌도 분명히 필요하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가도 정말 중요하지만, 경제시스템 변화 없이 민주주의는 공염불이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면서 전경련의 민원처리반 역할을 해온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경제 강자들의 특권과 반칙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 정점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있다.

특히 대통령이 삼성 이재용 등 재벌 총수들과 독대한 사실, 삼성의 정유라 지원, 재벌들의 미르, 케이(K)스포츠 재단 갹출 건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모든 것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삼성의 합병을 도와주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실, 그 직후 수천억원의 국민의 노후자금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출된 사실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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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긴급체포했다. 그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사람들은 이것을 ‘정경유착’이라 말한다. 그러나 내 눈에는 박근혜 2세와 이병철 3세 등 세습권력자들 간의 부당거래로 보인다.

재벌 2, 3세 9명이 30여년 만에 아버지 할아버지가 앉았던 청문회 자리에 다시 앉은 현실은 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는지, 왜 청년들에게 한국이 ‘금수저’의 나라, ‘헬조선’이 되었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비선 권력의 전횡이 이번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이라면, 세습 재벌의 존재 자체, 그리고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독대, 청와대의 전화 한 통으로 수십억, 수백억원의 주식회사 돈이 이사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지출될 수 있다는 사실, 국민의 노후자금이 온갖 편법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한국이 아직 시장경제, 법의 지배와 공정경쟁의 초입에도 들어서지 않은, 특권과 약육강식과 무법천지임을 말해준다.

재벌의 하청기업 노동자, 모든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지난 4년 동안 거의 매일 부당노동행위, 노조 파괴, 용역폭력,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재벌 모기업의 ‘갑질’에 분을 삼키면서도 정부, 검찰, 언론, 공정거래위원회, 법원의 결정에 항의조차 할 수 없거나 항의해도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세습 재벌의 위세 때문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시민사회, 노동계, 중소기업 대표자들과는 거의 접견조차 하지 않은 채 오직 재벌 총수들과 독대했다는 통계는 그 현상일 따름이다.

지금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고 한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 특히 모든 임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재벌 대기업은 제왕이 아니라 거의 염라대왕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촛불 시민은 토요일 광화문에서는 ‘관념상’으로는 주권자의 기쁨을 누리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경제전쟁터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84%를 차지하는 10대 재벌, 세습 권력은 거의 모든 한국인들에게는 ‘갑’ 중의 ‘갑’이다.

SEOUL, SOUTH KOREA - DECEMBER 06:  (L-R) Sohn Kyung-shik, chairman of CJ Group, Koo Bon-Moo, chairman of LG Group, Kim Seung-Yeon, CEO of Hanhwa Group, Chey Tae-Won, chairman of SK Corporation, Lee Jae-Yong, vice chairman of Samsung, Shin Dong-Bin, chairman of Lotte Group, Cho Yang-Ho, chairman of Hanjin Group and Chung Mong-Koo, chairman of Hyundai Motor Group, take an oath at a parliamentary hearing of the probe in Choi Soon-sil gate at the National Assembly on December 6, 2016 in Seoul, South Korea. South Korea started the parliament hearing with leaders of nine South Korean conglomerates including Samsung, Hyundai, Lotte over the tens of millions of dollars given to foundations controlled by Ms Park's friend Choi Soon-sil, the woman at the center of the scandal.  (Photo by Jeon Heon-Kyun-Pool/Getty Images)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재벌 회장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재벌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박근혜-최순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범이다. (사진 출처: Getty Image)

청문회 석상에서 재벌 총수들에게 호통치는 의원들도 티브이 카메라가 꺼지면 ‘을’의 신세가 되고, 삼성을 압수수색하는 검사들도 내일의 직장 로펌에 갈 생각을 하면 곧 ‘을’이 된다.

재벌들이 정유라와 재단에 준 수백억원은 국민의 피땀이며 눈물이며 한숨의 결정체다. 그 돈이 공정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거나 정당하게 세금으로 징수되었다면 혁신 중소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과 내수시장 확대 등의 방식으로 한국 경제에 기름칠을 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오늘 한국 경제와 정치의 모든 문제가 재벌 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재벌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경제민주화’ 공약을 휴지처럼 버리는 것을 이미 보지 않았던가?

이제 민주당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관련 법안 통과 등을 통해 재벌 개혁에 나서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비박계도 동참하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정치권을 믿어도 될까? 탄핵이 촛불의 힘에 의해 가능했듯이, 이 일도 이해 당사자인 온 국민의 토론과 참여를 통해 진행되었으면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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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환영한다. 불법부정의 정부에서 행해진 불법부정의 모든 행정결정을 취소하라.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민의...
금, 2016/12/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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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6일 검찰에 소환된 이후 국회 국정조사 특위 출석에도 응하지 않은 채 46일 동안 종적을 감춘 것을 두고 누리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11월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인비리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를 쏘아보고 있다.

▲지난 11월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인비리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를 쏘아보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12월 22일, 여야 국조 특위 위원들은 우 전 수석에게 △우병우의 장모 김장자 씨 소유 골프장에서 김장자, 최순실, 차은택 씨가 함께 골프를 친 사실 △민정비서관에 발탁되기 전 최순실 씨와 연계 의혹이 제기 된 황두연 씨의 사건을 변호한 점 등을 근거로 최순실 씨와의 친분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2014년 6월, 검찰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해경과 청와대의 초기 대응을 파악하기 위해 해경 상황실 서버를 압수 수색 할 때 우 전 수석이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따졌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한결 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문회 대처법과 비슷했다. 청와대의 사법 방패 역할을 자처한 우병우가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그가 청문회에서 명확하게 답한 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냐는 질문이었다. 답변은 이랬다.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하신 말씀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했고, 그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에 존경한다.” 그는 김기춘도 “존경한다”고 말했다.


취재작가 박은현
글 구성 정재홍
취재연출 권오정

금, 2016/12/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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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한국 정부가 취할 선택지 제시 – 미사일방어 체계 등 4개 대안 제시 – 그 어느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 박근혜는 국회 연설을 통해 한국의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외신 반응은 회의적이다. AP통신은 개성공단 이후 남한이 취할 선택지에 대해 언급했고,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받아 보도했다. AP통신은 개성공단 외 한국이 취할 수 있는 ...
일, 2016/02/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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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재명 시장 조명, 한국의 트럼프? 샌더스? – 차기 대권 3위로 급부상 – 지지도 급상승 청와대의 “똑같은 행태에 신물” 암시 – 이시장, 인기 배경으로 소득 불균형의 심화 꼽아 – 집권시 “기득권 카르텔” 제거, 재벌 해체와 노동자 복지 확대 “혁명적” 제안 블룸버그는 24일 차기 대권주자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시장과의 집중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유권자들의 ...
토, 2016/11/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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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발표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배리 앵글(Barry Engle·53)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이다. 지난 19일 방한이 벌써 세 번째다. GM 본사에서도 한국GM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한국에 들어왔던 그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백운규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과 잇달아 만나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한국GM 유상증자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참여해준다면 신차 배정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자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배리 앵글은 지난 7일 다시 입국해 한국GM 노조,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했다. 1월에만 해도 비공개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점점 더 공개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여론 압박까지 염두에 둔 셈이다. 그럼에도 별 신통찮은 소득을 얻었는지 지난 13일 GM은 결국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했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는 노골적인 협박 카드를 내민 격이다.

19일에 다시 방한한 배리 앵글은 국회 여야 의원들을 만났고, 또 다시 산은 회장, 산자부 차관, 기재부 1차관 등을 만났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게도 다시 면담 요청을 했지만 백 장관이 일정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하자 부산까지 찾아가겠다고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일보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가운데)이 2월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한국GM 대책 TF 위원장 등 의원들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한국일보)

■ 실질적인 GM의 해외전략 책임자

배리 앵글 사장은 브리검영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92~1997년, 2000~2008년 사이에는 포드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멕시코, 일본,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브라질과 남미공동시장의 포드 사장(2005~2006)을 역임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살면서 일했을 정도로 남미 지역에 정통하다고 한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모두 할 수 있다.

큰 회사 경험만 있는 건 아니다. 1997~2000년에는 독특하게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크라이슬러 대리점에서 자동차 소매 영업을 하기도 했다. 2008~2010년에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농기계 업체 뉴홀랜드 사장을 지냈다. 2010~2011년에는 노르웨이의 전기차 업체인 싱크의 사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미국 내에서 싱크의 전기차 판매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2011년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gility Fuel Systems의 CEO를 지냈다.

배리 앵글이 GM에 합류한 것은 2015년 9월이다. 총괄 부사장 겸 남미 부문 사장을 맡았다. GM은 본래 북미, 남미, 중국, 유럽, 그리고 한국·호주·인도 등을 포함하는 IO(International Operations)로 사업부가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철수하고 호주 공장을 폐쇄하고 인도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등 해외 사업 분야가 급격히 축소됐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북미와 중국 외의 모든 사업부를 묶어 GM International(GMI)로 통합했다. 기존 남미 책임자였던 배리 앵글이 이 사업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현 한국 GM의 사장인 카허 카젬이 취임했을 때 일각에서는 그가 인도에 있을 당시 내수시장 철수를 주도한 이력을 들어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 아니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바지 사장’일 뿐 실제 GM의 글로벌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배리 앵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하이차와 합작으로 진행하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북미와 GMI 뿐인데 둘 중 하나인 GMI의 책임자가 배리 앵글이기 때문이다.

■ 연 24만대 생산 공장은 어디에?

2010년 24만대에 육박하던 군산공장 생산량은 2017년 10분의1인 2만3000대 수준으로 줄었다. 2011년만 해도 군산공장의 수출액은 39억 달러로 전북 수출액의 30%가 넘었다. 불과 3년 뒤인 2014년 수출액은 반토막이 났다. 이번엔 공장까지 폐쇄한다고 하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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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지엠 군산공장(사진: 연합뉴스).

대우차 군산공장은 1997년 세워졌다. 당시 고건 총리가 처음 생산한 차 ‘누비라’의 보닛에 기념 사인을 했다. 불과 2년 뒤 대우그룹이 무너졌고 GM이 대우차를 인수했다. 2002년 GM대우가 탄생했다. GM이 67%의 지분을, 산업은행이 28%를 가졌다. 불과 5000억 정도의 금액으로 인수했는데 ‘공장 부지만 팔아도 그것보다 비싸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우차에 묶여 있던 12조원의 채권단 빚은 1조5000억원가량의 우선주를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거의 저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7년 동안 법인세, 소득세 면제 등도 뒤따랐다. 특혜였다.

한때 GM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그뿐이었다.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수정되자 한국GM은 곧 나가떨어졌다. 임금이 높아서도, 효율성이 낮아져서도 아니었다. GM은 군산공장에서 제작해 수출하던 크루즈를 호주, 멕시코 등에서 현지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갈 길조차 잃게 된다. GM은 ‘온 세상에서 팔리는 차’라는 전략을 버리고 되는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 제조업이 아니라 GM이란 브랜드 가치를 팔아먹는 ‘자동차 서비스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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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폐쇄 즉각 철회” 한국GM 노조 결의대회(사진: 연합뉴스)

GM 본사의 꼼수는 치밀했다. 한국GM은 2011년부터 국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본사에서 3조원 가까운 돈을 차입했다. 그것도 다른 완성차업계의 2배에 달하는 4.8~5.3%라는 고금리였다. 연평균 이자만 1343억원이다. 차입금의 상당수가 운영자금에 쓰인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이 인수 당시 지급했던 1조5000억의 산업은행 보유분 우선주를 되사오는 데 쓰였다. 2013년부터 7%의 배당을 해줘야 하자 다시 되사온 것이다.

2012~2016년 사이 영업이익은 5000억대 적자였지만 당기순이익은 2조 가까운 적자가 났다. 이런 쓸데없는 이자비용에 더해 모기업이 업무지원을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걷어가고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 비용까지 떠넘긴 탓이다. 정말 한국GM의 장기적인 발전을 생각했다면 본사의 자금 대출이 아니라 출자 형식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저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해서 당장 한국GM 전체가 철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GM으로서도 트랙스, 스파크 등을 제작·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당장 한국GM 외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이번 군산공장 폐쇄 발표는 이를 계기로 정부로부터 더 많은 특혜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요구조건이란 대강 이렇다. 우선 이달 말에 만기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5억8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대해 한국GM이 부평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수용해달라는 것이다. 또 한국GM이 본사로부터 빌린 27억달러(약 2조9200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할 테니 산은도 지분비율(17.2%·약 5000억원)만큼 참여해 달라고 했다. 두 가지 외에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요약하면 군산공장 폐쇄방침은 변함없고, 다른 곳은 잔류한다는 조건으로 1조원 이상의 지원과 세제 혜택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GM은 한편으로 미국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5만 명에게 1인당 1270만원씩, 모두 636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한다. 또 미국 현지 공장에 2800억원을 신규 투자키로 했다고 한다.

GM이 군산공장 폐쇄라는 카드를 들이밀기 전까지 수차례 경고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0년 산은은 한국GM의 독자적 생존기반을 만들기 위해 GM 본사와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GM이 철수하더라도 스스로 살아갈 기반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구체적 내용은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다. 당시 산은은 GM으로부터 한국 자회사 물량 배정을 보장받으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이미 한국GM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 한국GM, 꼭 GM이어야 하나

일단 한국GM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이달 말 만기인 차입금 회수를 정부의 실사가 끝날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차입금 보전을 위한 인천 부평공장 부지 담보 제공도 철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3월말까지로 예정된 실사를 마치고 정부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군산공장과 협력업체를 합해 15만5000명의 일자리가 달린 일이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라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여론까지 악화될 판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운신의 폭은 더욱 좁다. 더구나 군산공장 폐쇄 자체는 거의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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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연합뉴스)

GM은 늘 해외에서 경영난을 겪으면 해당국에 지원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면 매각하고 철수하는 일을 반복했다. 2009년 계열사 오펠이 경영난에 처하자 독일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지난해 결국 철수했다. 사브 역시 스웨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자 매각했고, 호주 홀덴도 마찬가지로 호주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자 폐쇄의 길을 걸었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에 매각된 사업은 대부분 크고 작든 ‘먹튀’의 길을 걸었다. 대우차의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과 특혜만 먹고 필요 없어지면 도망가는 사례를 지금껏 너무나 많이 봐 왔다.

기업은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기업 자체의 힘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GM, 과거 대우차와 같은 재벌 계열사는 정부의 엄청난 지원과 특혜를 먹고 자랐다. 국민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셈이다. 어느 정도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기업들을 그저 시장 논리에 내맡긴 채 해외 자본에 매각한 것 자체가 어쩌면 내 지갑을 통째로 남의 손에 맡긴 일이었을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냈을 당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6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며 사실상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했다. 한때 GM은 공기업이었던 셈이다. 한국GM의 주인이 꼭 GM이어야 하는 법은 없다. 당장은 철수하지 않겠지만 이대로 한국GM이 유지된다 해도 서서히 무력화될 것이 뻔하다. 배리 앵글의 얼굴을 하고 다가올 GM과의 협상에서 좀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참고기사]

[이데일리 2018.2.21.]‘밀당의 달인’ GM 앵글 사장이 한국서 만난 사람들

http://www.edaily.co.kr/news/news_detail.asp?newsId=01193926619112816&mediaCodeNo=257&OutLnkChk=Y

[경향신문 2018.2.24.] 한국지엠 사태, ‘제3의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241646001&code=940100

[경향신문 2018.2.21.][GM 사태, 어디로](2)4년 전부터 ‘철수’ 경고음…제조업 재편 손 놓고 있다 ‘된서리’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802212209005&code=920501

[노컷뉴스 2018.2.26.] GM이 여전히 못 미더운 이유…돈만 받고 떠나는 ‘먹튀의 달인’

http://www.nocutnews.co.kr/news/4930322

[프레시안 2018.2.23.]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지나쳐선 안 될 GM의 논리와 주장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7033

[프레시안 2018.2.18.]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GM이 진짜 노리는 것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6436

[프레시안 2018.2.12.]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한국GM, 세무조사할 때가 됐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5909

[프레시안 2017.9.25.]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3년간 2조 손실? 해괴망측한 GM의 회계장부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0580

[프레시안 2017.9.21.]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GM, 정말 자동차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 맞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0150

[한겨레21 2001.9.26.] GM은 대우차를 거저먹었다

http://h21.hani.co.kr/arti/3578.html

월, 2018/02/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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