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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자유한국당의 ‘정당 명예훼손’ 심의 신청 각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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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자유한국당의 ‘정당 명예훼손’ 심의 신청 각하해야

익명 (미확인) | 수, 2018/07/04- 10:56

방심위는 자유한국당의 ‘정당 명예훼손’ 심의 신청 각하해야

 

지난 지방선거 전, 자유한국당이 정당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200여 건의 글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 29. 통신소위원회에서는 방심위가 이러한 ‘정당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심의 신청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TF를 만들어 심의기준을 연구하고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방심위의 통신심의는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에 대하여 필요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당과 같은 공적, 정치적 단체의 명예 보호를 위하여 심의를 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길이다.

정당은 본질적으로 그 인격적 지위가 국민의 판단에 따른 지지와 반대로써 형성되는 정치 집단이며, 민주국가에서 정당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정당은 그에 대한 다소 과격한 비판적 의사표현이나 의혹제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공적 지위에 있고, 본인들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국민의 표현물을 함부로 억제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당은 강력한 정치권력으로서 네거티브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론으로 대응할 자원도 풍부하다. 이러한 지위에 있는 정당이 그들 자신의 ‘명예’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방심위와 같은 국가기관을 이용하여 국민의 표현물을 심의하고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이다.

법원은 소위 “박원순 대 국정원” 사건에서 “국가나 국가기관이 업무를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국가로서는 당연히 이를 수용해야만 하는 점, …국가는 잘못된 보도 등에 대하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진상을 밝히거나 국정을 홍보할 수 있으며, …만약 아무런 제한 없이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 및 기능이 극도로 위축되어 자칫 언로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9. 15. 선고 2009가합10388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12. 2. 선고 2010나94009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2다2781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논리는 공적, 정치적 단체인 정당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국제인권기구인 Article 19은 2009년 몇몇 국가기관, 공공기관 및 정당을 명예훼손의 피해 대상에서 제외해온 법적 흐름을 인정하고 독려한 바 있다.

한편 표현물의 삭제, 차단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으로서 원칙적으로 표현물의 불법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방심위에게 사전적, 임의적인 삭제·차단 결정 권한을 준 것은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의 유통과 확산을 방지할 시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고, 방심위의 통신심의는 이러한 필요에 맞게 최소한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은 ‘허위’, ‘진실’, ‘공익 목적’ 등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이고 추상적, 주관적인 기준으로 인해 법관들도 결론을 달리할 여지가 많은 개념이다. 이렇듯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명예훼손’ 정보에 대하여 방심위가 삭제, 차단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많은데, 순수한 개인의 인격권 보호가 아닌 ‘정당’이라는 공적, 정치적 단체의 명예 보호를 위해 심의를 행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판례상 정당도 명예훼손을 주장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통신심의제도의 예외성을 고려할 때 그 심의 대상 범위는 법원보다 더욱 좁혀져야 한다. 만일 소속 의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문제된다면 이는 정당과 별개의 인격체인 해당 소속의원 개인이 대응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일단 정당의 신고를 받아주고 본 내용 심의 시 엄격히 판단하면 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번과 같은 정당의 명예 보호를 위한 무더기 신고에 대하여 공적 자금으로 운용되는 방심위의 심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여지를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표현물에 대해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방심위는 이번 논의를 기회로 앞으로 명예훼손성 정보에 대해서는 단체 아닌 개인인 당사자가 심의를 신청한 경우에만 심의를 개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심의규정을 개정하는 등 정당이나 국가기관 등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통신심의제도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기틀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18년 7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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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선거법, 유권자를 구해줘!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 개설


19대 대선 앞두고 유권자의 말할 자유 제약당한 선거법 피해사례 신고
현행 선거법 전면 개정하지 않는다면 유권자 수난사례 계속될 것


1. 취지와 목적 


- 전국 20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함께 하고 있는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하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19대 대선을 30여일 앞둔 오늘(4/6), 규제일변도 선거법 때문에 피해 받은 사례를 신고하는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https://goo.gl/ht4C8K)를 개설하였음. 


- 매 선거 시기마다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은 선거법의 촘촘한 규제 조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선거법 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와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 251조(후보자비방죄) 등 위반으로 단속 및 기소되었고, 유권자들의 수난사례는 계속 이어졌음. 헌법재판소가 2011년 12월 인터넷선거운동 금지가 위헌임을 선언한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적용기준이 모호한 후보자비방죄를 선관위 등 단속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제기, 의견표명 등이 제한되었음. 이러한 피해사례를 두고도 국회가 규제 중심의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 피해사례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됨. 


-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들은 이후 선거법 개정 촉구 활동을 위해 사용되며, 사례 신고 뿐 아니라 선관위의 과잉 단속을 경고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도 각급 선관위에 발송할 예정임. 

 

2. 개요 

 

내가 올린 인터넷게시물이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된다고? 
"나는 OOO 후보를 지지합니다" 손피켓도 금지라고? 

19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나 경찰에 단속받은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국 200여개 노동, 시민단체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유권자의 말할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를 열고 선거법 개정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갑니다. 

 

▷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캠페인 페이지 : http://changeelection.net
▷ 활동 영상 : "살벌한 선거법 바꿔요!" https://goo.gl/5O3kW
▷ 참고 영상 : "헌법 위에 선거법, 유권자 피해사례 더 이상 안 됩니다" https://goo.gl/YLE34Q
 

▣ 참고. 선거법 피해 신고센터 항목 중, 선관위에 발송하는 공문

 

목, 2017/04/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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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일이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른 게 아니라, 120다산콜센터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다산콜센터재단설립조례>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지난 9월 1일 논평(http://seoul.laborparty.kr/1076)을 통해서 이번 조례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 바 있다.

(1) 해당 조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중,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에 있어 첫번째 사례로 2014년 12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한 약속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2) 이 과정에서 최초 '공무직 전환'을 요구했던 노동조합은 서울시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재단설립을 통한 직영화 방안에 타협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회를 포함한 논의가 있었다. 단적으로 지난 8월 1일 조례안 공청회가 그렇다.

(3) 현재 2017년 예산을 수립하고 있는 시기로, 이 시기에 재단설립에 따른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면 120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은 2018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실상 정책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 통과 절차가 없어 2년이나 기다리는 일이 발생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년간의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서 이번 조례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서울시의 후속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지난 9월 5일(월) 비공개 공청회를 개최하여 내용상의 합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9월 7일(수)에 예정되어 있던 상임위 회의를 휴회시켰다. 이제 9월 9일(금) 본회의만 남은 상태에서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 의원들의 태도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발목잡기'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조례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은 시의회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이에 흠결을 잡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법하다. 하지만 시의회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시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의 제도화에 노력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 실제로 서울시민의 70% 이상이 120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찬성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가 존중해야 하는 시민의 요구는 이런 것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지난 오랜 기간동안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어떤 싸움을 해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시간들은 함께 한다는 벅찬 기쁨과 동시에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라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들은 한 명의 노동자인 동시에 한 명의 시민이며 한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 삶이 가지고 있는 무게는 시의원 한명의 '권한 자랑' 따위에 묻힐 만큼 사소한 것이 아니다.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내일로 예정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앞서 해당 상임위가 개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영상의 문제는 조례 제정 후 재단설립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시급한 것은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 지도록 돕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이런 분노를 무시하고 이번 회기에 해당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시의회 스스로 반노동 집단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 위에서 '군림하는 서울시의회'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뿐이다. 

다산콜센터재단 설립 조례안은 서울시의원들의 유치한 권력 놀음에 쓰이는 장난감이 아니다. 더 이상이 나아질 수 없는 절망의 시대에 그나마 서울시의회가 기여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각성을 촉구한다. 여기서 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을 절벽으로 밀어붙이지 말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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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9/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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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_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국민의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해야 할 경찰의 책무 확인
교통소통 핑계로 집회 금지하는 관행 바꾸는 계기 되어야

 
오늘(11/5) 서울행정법원(제4행정부 김국현 부장판사)은 경찰이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집회 행진에 금지통고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참여연대가 어제(11/4)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신속하고도 당연한 결정을 환영한다.

법원은 어제 집회 주최 측의 행진을 경찰이 교통소통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시위가 불법집회·시위로 보여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피신청인(경찰)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질서유지의 책무가 있다”고 보았다.

경찰은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참여와 행진을 보장하고,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 동안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집시법 제12조, 즉 교통소통을 이유로 자의적으로 집회, 시위를 금지해왔던 관행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20161105_result.jpg

2016. 11. 5. 서울행정법원의 결정문 일부 (개인정보를 위해 편집된 이미지입니다)

 

월, 2016/11/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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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코리아테크 사건의 공범: ‘구글 번역’ 국정원과 ‘인터넷 적폐’ 방심위

글 | 허광준(deulpul)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통일미디어’라는 미디어 회사가 있다. 북한 관련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몇 개의 매체를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그 중 하나인 라디오 방송 ‘국민통일방송’은 타깃 청취자가 한국인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다. 휴전선 너머 북한을 상대로 하여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홍보하는 내용을 단파와 중파로 하루 몇 시간씩 송출한다.

한 신문은 통일미디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통일미디어는 ‘국민통일방송’이란 이름으로 단파방송 등 대북 방송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송을 ‘통일방송’이라 부르고 “통일방송을 준비하는 리더들의 공간”이라면서 100명의 보수 성향 인사들을 ‘100인클럽’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 한겨레, ‘대북방송 사업’ 매달린 방문진 이사들, 선정 단체와 특수관계? (2016. 10. 10.)

말하자면 한국에 있는 언론사 중에서 보수적이고 반북적인 쪽으로 가장 극단에 서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통일미디어에서 운영하는 (대북용)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 첫화면 http://www.uni-media.net/index.php
통일미디어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 첫화면

 

이 회사는 지난 11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하나 열었다. 회사 성격답게 주제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실태 소개와 대응방안’이었다. 이 자리에는 특이한 발표자가 한 명 나왔다.

작년 초, 국가정보원은 북한 기술 관련 전문 웹사이트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신고하였고, 방심위는 신고를 그대로 받아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마틴 윌리엄스가 통일미디어 주최 토론회의 발표자로 나온 것이다.

금지된 북한 정보를 살포한다며 접속 차단한 사이트의 운영자,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반북한 토론회의 발표자로 나선 것, 이를 ‘이이제이’라고 불러야 할까.

 

노스코리아테크
방심위에 의해 차단됐던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운영자 마틴 윌리엄스는 작년(’16년) 초 가장 반북적인 ‘통일미디어’ 주최의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초대됐었다. 이이제이?

 

윌리엄스의 방한 

윌리엄스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6년 3월에 방심위에 의해 웹사이트가 차단된 뒤 처음이다. 한국 수사기관 등에 의해 접속이 차단된 웹사이트의 운영자들은 한국에 입국할 경우 즉각 체포되어 수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이번 11월 방한에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올해 4월 21일, 서울행정법원은 이 웹사이트 접속 차단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졌고 문제가 없는 정보들까지 통째로 접근을 막아버리는 꼴이 되었다며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10월 18일 나온 2심 판결에서도 1심 판결 내용이 반복 인정되었고 나아가 외국인이라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고려까지 더해졌다. 방심위가 상고를 하지 않아,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차단이 부당하다는 판결은 확정되었고, 법정 기간이 지난 뒤 웹사이트에 묶인 족쇄는 즉시 풀렸다. 윌리엄스 역시 한국 공항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으로 체포될 위험 없이 자유롭게 한국을 들어올 수 있었다.

 

 

‘구글 번역’ 국정원과 ‘공범’ 방심위

그간 여러 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 찬양 웹사이트가 아니라 북한 기술 관련 뉴스를 모아 전달하는 객관적인 뉴스 사이트다. 보도 매체로서 북한 뉴스를 링크하기도 하지만, 북한을 비판하는 뉴스도 함께 실린다. 보수 매체를 포함하여 한국 뉴스 매체들도 자주 인용하는 정보원이다. 이런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북한을 다룬다는 모호한 이유만으로 접속을 차단한 조처는 극단적인 냉전 사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국정원은 웹사이트 접속 차단을 꾀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노력과 설득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마틴 윌리엄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행정소송을 진행한 오픈넷에 따르면, 국정원이 제출한 노스코리아테크 ‘분석’ 자료는 원문을 영어 번역기로 돌린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문장들은 내용이 친북적인 것인지 아닌지 알기조차 어려운 꼴이었다. 단지 김정은 사진이 등장하고 북한 사회의 장면을 보여주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것만 명확했다. 이것만 가지고도 웹사이트 차단이라는 극단적이고도 우악스런 조처를 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냉전식 사고에 '구글번역'을 분석력을 보여준 국정원과 국정원의 '시다바리' 역할을 한 방심위 시대착오적인 냉전식 사고에 ‘구글 번역’ 수준의 놀라운(?) 분석력을 보여준 국정원과 국정원의 ‘시다바리’ 역할을 한 방심위

 

국정원의 ‘신고’를 받아 그대로 차단 처분을 내린 방심위도 공범이다. 개인 블로그와 뉴스 웹사이트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고령의 심의위원들은 형식적 심의를 거쳐 차단 처분을 내렸고, 처분 직후 오픈넷이 제기한 이의신청 역시 기각해버렸다.

방심위가 국민의 기본권인 정보 접근권을 좌우하는 엄청난 권한을 쥐고 이를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양상은 인터넷 적폐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국민에게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아야 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방심위는 스스로를 ‘국민윤리부’ 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잘못된 행정 처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도 궁금하다.

 

또다른 블루 스크린 ‘워닝 사이트’ 

과거에 옛 버전 윈도우 OS를 쓸 때 이용자 사이에서 악명 높은 장면이 있었다. 시스템 에러가 났을 때 등장하는 이른바 ‘블루 스크린’이다. 이 시퍼런 화면은 이용자의 분노와 짜증 게이지를 순식간에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방심위가 접속 차단한 사이트에 연결을 시도하면 또다른 블루 스크린이 등장한다. 그 유명한 워닝 사이트(warning.or.kr)이다. 짜증이 솟구치는 것도 윈도우 블루 스크린과 비슷하다.

희한한 일은, 이러한 차단이 실질적으로 별다른 효용이 없음에도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해커와 ICT 종사자들의 모임인 ‘서울 테크 소사이어티’는 작년 10월에 한국의 웹사이트 접속 차단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 발표한 적이 있다. 결론은 워닝 사이트로 대표되는 검열 및 차단 구조가 너무나 엉성하고 낙후된 데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회할 수 있어 실질적인 차단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 또다른 블루 스크린' 워닝 사이트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또다른 블루 스크린’ 워닝 사이트

1년 반에 걸친 노스코리아테크 접속 차단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나고 보면 무지와 단견, 억압적 사고에서 비롯된 해프닝과 같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교훈은 결고 작지 않다. 이 사건은 시대착오적인 냉전 사고방식, 검열과 규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는 믿음, 국민의 윤리 수준을 국가가 결정해야 한다는 권위적 관료주의, 열린 사회보다 차단과 억압에서 편안함을 찾는 편협함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권력 주변에 넘실거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갈 길이 멀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11.30.)

목, 2017/11/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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