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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의 초점, 결국 ‘복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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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의 초점, 결국 ‘복원성’

익명 (미확인) | 금, 2017/09/15- 10:21

뉴스타파는 세월호 화물칸에 실렸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세월호 침몰 원인은 일각에서 제기한 선체 외부 충격이나 내부 폭발 등이 아닌 배 자체의 문제로 좁혀졌다. 참사 당시의 세월호는 정상적인 방향 전환, 즉 급격히 방향을 꺾지 않은 상태에서도 선체가 크게 기울어져 원위치로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복원성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블랙박스 영상에 나오는 단서들을 토대로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정리했다.

예측 넘어선 급격한 횡경사…AIS 항적 납득 가능해져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들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몇 가지 사실들을 확증하게 한다. 외부 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그리고 횡경사와 화물의 쏠림은 그동안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들은 참사 당시 세월호의 움직임이 기록된 유일한 자료인 AIS 항적 데이터와도 부합한다. 화물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시작된 오전 8시 49분 26초 직후 AIS 데이터를 보면, 우현으로 변침하고 있던 세월호의 선수 방향 변화가 점점 심해져 처음으로 초당 1도까지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8시 49분 26초 직후 AIS 데이터

횡경사가 21도에서 47도까지 급격하게 커졌던 오전 8시 49분 36초부터 59초 사이의 구간에 상응하는 AIS 데이터를 보면, 선수각은 14초 동안 178도에서 234도까지 급격히 꺾여 무려 초당 2.3도라는 엄청난 변화를 보인 것이 확인된다.

8시 49분 36초 이후 AIS 데이터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기존 연구와 조사에서는 당시 선체가 이처럼 급격한 선수각 변화를 일으킨 것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세월호에 실렸던 화물과 평형수, 청수, 연료 등 참사 이후 조사된 모든 수치를 대입해 계산해봐도 선체가 이렇게 급격히 기울게 할 정도로 나쁜 복원성 수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된 사실들은 AIS 데이터가 보여주는 세월호의 항적이 실제로 가능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영상을 본 임남규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영상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당시 선체가 20도, 30도 정도까지 단번에 기울었고, 그 사이에 일부 화물의 이동이 있었다는 것인데, 기존의 AIS 항적 데이터의 변화하고도 일치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도라면 그동안 알려졌던 것보다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 수치가 훨씬 더 나빴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빴던 복원성… 잘못 입력된 데이터는 뭘까

이에 따라 이제부터의 세월호 침몰 원인 분석은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예측을 초월한 급격한 초기 횡경사가 실제로 확인된 만큼,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도 그 정도로 나빴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세월호 침몰 당시의 복원성을 계산하는 수식에 대입했던 화물과 평형수, 연료유, 청수 등 각종 중량 데이터들이 실제와 거리가 있었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제부터의 조사는 이 데이터들을 다시 정확히 찾아내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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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까지 세월호 선체에서는 특조위의 화물조사에서도 파악되지 않았던 포크레인 2대와 오토바이 1대, 컨테이너 1개 등이 더 수습됐다. 기존의 복원성 계산에 쓰인 화물량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복원성 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형수와 청수, 연료유 등의 양도 기존 데이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강원식 1등 항해사와 박기호 기관장이 검경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수치를 그대로 인정하고 복원성 계산에 활용했지만, 이제는 이들에 대한 재조사도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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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3년 반 만에 비로소 복구된 블랙박스 영상이 세월호 침몰 원인을 실체적으로 규명할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블랙박스가 수습돼 복구될수록 더 정밀한 조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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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부정하면서 탄핵이 종북과 친노세력에 의해 추진됐다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웠다.

1월 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공개변론에서 대통령 측은 촛불집회를 종북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집회를 민주노총이 주도했고, 현장에서 불리는 노래 중 하나의 작곡가가 김일성을 찬양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대통령 측은 촛불은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국회 소추위원단 박주민 의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의미가 있는 색깔론이고 정치적인 공세”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변론을 방청한 유윤식 씨(서울 대치동)는 “피청구인측 대리인이 종북 프레임을 가지고 이념 갈등을 유발했다”며 “이 얘기를 들으러 아침부터 추위에 고생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 규명을 주도해온 언론도 종북세력으로 평가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남한 언론을 가리켜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라고 칭찬하고 있다”며 북한 신문이 극찬하는 언론 보도를 증거로 채택한다면 중대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은 앞으로 모든 언론 보도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재판부가 이미 증거로 채택한 언론보도도 철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은 검찰과 특검수사에 대해서는 친노세력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사정비서관이었던 경력을 문제 삼았다. 특검의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검사로 특별 채용된 경력을 언급하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는 친노세력이 주도한 편향된 수사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당초 2차 변론에서 채택된 증인은 이재만, 안봉근, 이영선, 윤전추 등 4명이지만, 이날 증인 신문은 윤전추 행정관 1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사실상 잠적 상태로 증인출석요구서조차 송달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취재 김강민 최문호 최윤원 연다혜

촬영 정형민, 김수영, 김남범

편집 정지성

금, 2017/01/0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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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순실 조카 법인에 5억 원 지원 사실 드러나

삼성전자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조카(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 장시호 씨가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는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과 정부, 공기업이 이 법인에 낸 지원금 총액은 기존에 알려진 7억 원보다 두 배 많은 14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에는 이 센터가 삼성전자로부터 지난 2년 사이 5억 원의 외부 지원금을 받았다는 실적이 기재돼 있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GKL사회공헌재단에 제출한 ‘사업계획(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법인이 주최하는 4차례의 행사를 후원했다. 지난해 12월 ‘과천빙상장 무료 스케이팅교실 대회’와 올해 1월 ‘스키캠프 및 영재선수 선발대회’, 2월 ‘한국동계스포츠영제센터 회장배 스키레이싱대회’와 같은 달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제센터 빙상캠프’다. 이 기간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냈던 시기와도 겹쳐진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에 이 법인을 후원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문의했으나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법인의 설립일은 지난해 7월이다. 사업 내용도 기존의 동계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해오는 사업들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지만, 이 신생 법인이 추진한 사업은 정부와 삼성으로부터 매번 수억 원 대의 지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순실 씨 조카인 이 법인 사무총장인 장시호 씨에 대한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체부도 최순실 씨 조카 법인 신청하는 족족 지원…총 6억 7천만 원

이 법인이 문체부에 제출한 또 다른 ‘지원신청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스키 영재캠프 및 선발대회 개최’, ‘빙상 영재캠프 개최 지원’ 명목으로 2억 원의 지원금을 정부에 신청했다. 또 올해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설상 영재 심화 육성 프로그램’과 ‘빙상 영재심화 육성 프로그램’, ‘스키 영재 캠프’와 ‘빙상 영재 캠프’ 명목으로 4억7천여 만 원을 신청했다. 신청한 소요예산이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부는 신청 금액을 그대로 지원금을 줬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5.12~2016.3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5.12~2016.3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6.7~2016.12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문체부에 제출한 ‘2016.7~2016.12 사업 지원신청서’ (출처 : 김태년 의원실)

GKL 사회공헌재단은 ‘재단기획사업’으로 2억 지원…특혜 의혹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법인은 올해 GKL사회공헌재단에서도 2억 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지원금은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모 사업이 아닌 ‘재단 기획 사업’의 일환으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나 특혜성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단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재단 정관에 따라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후원하기 위해 해당 법인에 후원금을 지급했다”며 “제출 서류에 ‘장시호’라는 이름이 언급된 적 없어 그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혜성 지원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답했다. 그는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법인의 등기 이사로 돼 있고 사업 이력, 사업비집행계획 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지원금을 지급했을 뿐 다른 요인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204억 원)을 낸 그룹사다. 또 최 씨의 딸 정유라(‘정유연’으로 개명) 씨가 타는 말과 승마장 구입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최 씨 모녀와 삼성의 남다른 관계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까지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이 최 씨 모녀 뿐만아니라 장시호 씨 등 최 씨 일가 전체를 후원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이 일찍부터 이른바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비선실세의 실체를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최 씨와 관련된 재단이나 인물에 ‘맞춤형’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 오대양

금, 2016/10/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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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씨 일가의 부동산 사업 투자 사실을 알고도 넉달 넘게 제대로 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을 통해 전씨 일가의 자금이 스타몰 인수 사업에 투입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지만 검찰은 전씨 일가의 측근인 피진정인 측의 소명만 들은 채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이 고양시 주엽동에 위치한 ‘스타몰’ 인수 사업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투자됐다는 내용의 수사 요청 민원을 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제출된 진정서에는 스타몰 인수 사업을 추진 중인 회사 ‘맥스코프’의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의 감사라는 점, 복수의 사업 관계자들이 인수 자금의 출처가 전 전 대통령의 자금이라고 진술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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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진정서를 제출했던 스타몰 피해자 대책위 관계자는 “담당 검사를 찾아가봤지만 비자금 관련 여부를 밝힐 방법이 없어 진정 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했다”며 “언론에 전씨 일가의 투자 사실을 알리겠다고 말했더니 검사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책위의 법률대리인은 “사실상 전두환 전 대통령 자녀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더이상 그 출처를 비자금으로 보고 수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이해했다”며 이면에 전씨 일가와 검찰 간의 이른바 ‘신사 협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취재해서 내용 나오면 수사하겠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검찰은 이 진정 건에 대해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태였다. 맥스코프가 제출한 소명자료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내린 결론이었다.

강지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장(전두환 추징금 환수특별팀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진정인의 진정 내용만으로는 전씨 일가의 비자금과 투자금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를 종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영장 청구 등의 추가 조치를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된 풍문 성격의 진정들이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언론이 취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보하면 언제든 다시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 일가와의 ‘신사 협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일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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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맥스코프 측이 제출한 소명 자료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일체 함구했다. 취재진은 맥스코프 측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이들이 검찰 측에 소명했던 내용의 대강을 들을 수 있었다. 맥스코프 관계자는 “전재국 씨 본인의 명의로 된 투자금은 없고, 전재국 씨 가족 명의의 투자금이 있다”며 “이 돈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닌 전재국 씨 가족의 개인 재산이라는 점을 검찰에 가서 소명했다”고 밝혔다.

“물증 찾아내라고 갖고 있는 수사권인데…”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다수의 차명 재산이 드러났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처럼 한쪽의 소명자료만 두고 자금의 출처를 판단한다는 것은 사정 기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전씨 일가의 투자금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맏며느리이자, 전재국 씨의 배우자인 정도경 씨의 명의로 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3년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확인했던 연천 허브빌리지 부지 역시 정 씨와 정 씨의 자녀 명의로 돼 있던 재산이었다.

▲ 전재국 씨의 배우자 정 모 씨와 그의 자녀 명의로 구입된 연천군 허브빌리지 부지

▲ 전재국 씨의 배우자 정 모 씨와 그의 자녀 명의로 구입된 연천군 허브빌리지 부지

과거 군검찰 소속으로 수사 경험이 있는 최강욱 변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자녀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것은 과거 검찰 스스로 확인했던 내용”이라며 “이번에 드러난 전씨 일가의 자금이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어떻게 증식 혹은 세탁 되었는지 의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하는 것은 수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이유는 의혹이나 심증으로 존재하는 내용에 대해 물증을 찾아내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아니라는데 왜 믿지 않느냐, 그러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와보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추징법 3년…공언(空言)이 된 ‘전액환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시효 연장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검찰이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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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전씨 일가가 자진 환수하기로 약속했던 부동산, 미술품 등의 가치를 근거로 2013년 당시 미납 추징금이었던 1,672억원 전액이 환수 가능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발표는 해당 부동산에 있는 선순위 채권액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환수 가능한 금액은 그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현재 전씨 일가의 남은 추징금은 1065억원에 이른다.


취재 : 오대양, 한상진, 강민수
촬영 : 김수영, 정형민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09/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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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처럼 짜맞춘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조문, 메르스와 ‘살려야 한다’,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개입설, 박정희 기념사업,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씨, 청와대 전 홍보수석 이정현의원과 KBS 보도국장과의 통화까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오늘을 영상으로 구성했습니다.

목, 2016/07/0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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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철 씨는 북한에서 탈북브로커로 일하다 2013년 9월 본인 스스로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북한 보위사령부의 지령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라고 자백했습니다. 그는 합신센터가 2008년 설립된 이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위장탈북한 간첩이라는 자백을 한 14번째 탈북자입니다.

검찰은 유우성 씨 간첩증거조작 사건으로 대검 진상규명팀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던 날 이 사건을 발표했습니다.

‘보위사 직파 간첩 적발!’ 보수언론은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국 다시 국정원과 검찰의 목을 옥죄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만약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다면 ‘유우성 사건’ 이후에도 국정원이 간첩조작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사건의 진실을 1년 6개월 동안 추적했습니다.

▲ 2013년 6월, 홍강철 씨가 박 씨 모녀를 데리고 천신만고 끝에 탈북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

▲ 2013년 6월, 홍강철 씨가 박 씨 모녀를 데리고 천신만고 끝에 탈북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

탈북브로커 홍강철, 탈북하다

위 사진은 홍강철 씨가 박 모 씨와 그녀의 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탈북한 직후에 찍은 것입니다. 지금보다 많이 야위고 거친 얼굴이지만 무사히 탈북했다는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이 때만 해도 그는 간첩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홍 씨가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그가 북한 보위부 정보원이며 탈북브로커를 납치하려 했다는 첩보가 국정원에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제보한 사람은 납치될 뻔 했다는 브로커 유 모 씨였습니다.

유 씨는 홍강철 씨 일행이 중국으로 나오면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연락이 오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홍 씨가 자신을 납치하려 한다는 정황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홍 씨와 박 씨 모녀가 다른 브로커와 선을 대 떠나자 유 씨는 박 씨 어머니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박 씨 어머니는 결국 유 씨를 고소했습니다. 유 씨는 벌금 5백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 뒤 홍강철 씨를 보위부 정보원이라고 제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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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강철씨가 당시 입던 생활복 차림으로 상황을 재연하는 장면. 홍 씨는 합신센터의 독방에서 135일 동안 지독한 신문을 당한다.

합신센터 독방 135일, 간첩이 되다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관들에게 신문을 받던 상황을 재연하는 홍강철 씨입니다. 당시 입던 생활복을 그대로 입고 있습니다. 홍 씨는 합동신문센터에서 135일 간 독방 조사를 받았습니다. ‘보위사 정보원이 아니냐’는 한 가지 질문을 일주일 내내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조사관들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하면 담배도 주고 술도 줬다고 합니다. 그는 끝 없는 신문 과정에서 허위자백도 많이 했고, 번복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홍강철 씨의 혐의 중에는 ‘통일애국세력의 사상 동향을 파악하고 보고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 혐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홍강철 씨는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홍강철 씨가 결국 번복하지 않고 간첩임을 인정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가족을 데려다 주겠다’는 국정원 간부의 약속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간부가 ‘우리는 평양에 있는 사람도 데려다 주는데 국경지역에 있는 너희 가족 못 데려다주겠나’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홍강철 씨는 북한 보위사령부 간부의 지시에 따라 탈북브로커 유 모 씨를 납치하려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우리는 해외 전문가에게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시스템이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허위자백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리처드 레오 샌프란시스코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0일 간의 신문, 독방 수용, 자백의 대가를 약속하는 등의 시스템은 허위자백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모든 문명국가처럼’ 한국도 독방 수용 금지, 신문 기간을 줄일 것, 변호인 접근 허용, 모든 신문에 대한 영상 촬영 및 보존 등 허위자백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1심 무죄 석방 직후 민변 사무실 옥상에서 첫 담배를 피우고 있다

▲ 1심 무죄 석방 직후 민변 사무실 옥상에서 첫 담배를 피우고 있다

무죄를 받다

홍강철 씨에 의하면 국정원은 홍 씨 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압수수색 당하던 날 검찰이 보위사 직파 간첩을 적발했다며 대대적인 언론 플레이를 했고, 구치소에 있던 홍 씨는 펄펄 뛰었습니다. 검사는 사과를 했지만 그 언론플레이는 결과적으로 ‘민들레(민들레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소속 변호인단에 이 사건을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민들레 소속 장경욱 변호사는 홍강철 씨를 면회했고, 그로부터 ‘모든 것이 조작’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뒤 5달 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진 끝에 홍강철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나온 뒤 홍강철 씨가 가장 먼저 원한 것은? 담배였습니다.

▲ 마흔 세살 생일 날 민들레 회원들로부터 케익을 받은 홍강철 씨

▲ 마흔 세살 생일 날 민들레 회원들로부터 케익을 받은 홍강철 씨

얼마나 많은 간첩조작 희생자가 있는 것일까

홍강철 씨는 지금 평화롭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날을 기다리며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를 완전히 간첩 혐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민들레’ 변호인단은 오늘도 바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홍강철 씨 말고도 열 세 명이 합동신문센터에서 자백한 뒤 간첩이 됐다는 것입니다. 홍강철 씨는 유우성 씨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던 2013년 8월에 합동신문센터에 들어갔습니다. 즉 합신센터의 조사관들은 자신들이 조작한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의 허위자백이 법정에서 산산히 깨지는 것을 본 뒤 홍강철 씨를 신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성찰하지 않았고, 홍강철 씨는 간첩으로 기소된 뒤 무죄판결을 받는, 유우성 씨와 똑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유우성 사건이 있은 뒤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뉴스타파가 취재한 것만 해도 이경애 씨 사건, 북에서 준 패치를 붙이고 거짓말탐지기를 속였다는 이시은 씨 사건, 그리고 합동신문센터에서 간첩이라는 자백을 하고 자살했다는 한종수 씨 사건 등 3건이나 됩니다. 이런 현실은 열세 명의 탈북자 위장 간첩 사례들을 전수 조사해 간첩조작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습니다.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돕는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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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돕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민들레 소속 변호사들은 아무런 보수도 없이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만약 민들레에 좀 더 힘이 실린다면 국정원은 아마 간첩조작 같은 구시대적 행태를 반복하는 게 어려워질 겁니다.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사법절차 끝에 유죄판결을 받아 수감된 희생자들의 재심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간첩조작의 주범들을 찾아내 처벌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들레의 활동 목표입니다.

화, 2015/10/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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