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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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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익명 (미확인) | 수, 2017/07/19- 16:57

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여기 두 개의 발언이 있다.

A.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B.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대통령에게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에 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일까.

 

발언 A. 

전 대통령 박근혜가 2014년 9월 1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참고: 한겨레).

어떤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 연애는 거짓말로 생각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응으로 대다수 언론은 해석했다(참고: 프레시안).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설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참고로 설훈 의원의 발언은 ’14. 9. 12.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여야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의 7시간’에 관해 언급하면서 했던 발언인데, 좀 더 자세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왜 수사권 주는 거 반대하느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 했냐 이 얘기”, “툭 털어놓고 얘기하겠다. 나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는 것”(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발언 B. 

현재(’17. 7.) 민주당 원내대표인 우원식이 2017년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발언 상대방은 전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며 “아주 나쁜 놈, 깡패 같은 놈”이라고 언급한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을 20일 ‘허위사실 공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참고: 뉴시스).

우원식출처: 우원식.kr

 

발언 A, B의 본질 

발언 A와 B는 그 주체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래서 이들을 같은 평면에서 같은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부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발언들은 대통령에 대한 ‘막말’ 혹은 ‘모독’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에서 같다.

물론 얼마든지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입장으로 위 발언 A, B를 평가하면, 어느 발언이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대체로 우리에게 익숙한 권력의 한심한 본질을 보여주는 ‘권위적인 발언’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면, 민주주의, 특히 ‘표현의 자유’와는 친하지 않은 발언으로 생각한다.

 

검찰, 권력 눈치 너무 보는 당신

집권세력은 필연적으로 공권력에 우호적이다. 그게 장구한 역사의 대답이다. 아무리 선량하고, 아무리 정의로운 집단이라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진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고, 힘의 본질이다. 여기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어찌 보면, ‘정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평등’을 위해 그 힘을 휘두르라고 그 집단을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권력을 상징하는 권력기관, 특히 검찰은 그 힘의 향배에 민감했다. 여기 흥미로운 연구와 통계가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995년~2015년 21년간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사건 관련 판결문 총 1,569건을 전수조사했다(박경신 오픈넷 이사, 유종성 호주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 이러한 주제로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연구로는 최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픈넷 테두리

  •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검찰 기소는 2004년부터 증가해 2007년 대선에 급증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기소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했다.
  • 대통령 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죄는 90.3%, 후보자비방죄는 80.3%가 보수 진영(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100%가 보수진영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 검찰은 대통령 선거 최종 당선자를 비판하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기소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특히 2007년 대선, 2012년 대선에서는 총 기소 건수 중 85% 이상이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부호를 비판한 경우였다.
  •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판한 것에 대한 기소는 두 후보를 합쳐서 13%에 불과했다(기소 건수 중 박근혜 후보 비판은 86.4%).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이처럼 권력에 대한 비판을 권력 자신이 수행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집권세력이 타락하고, 그 권력을 남용하면 그 집단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검찰과 경찰이 그 권력에 빌붙고, 법원마저 돈과 힘에 굴복하는 재판으로 사회의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때,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남은 건 하나다.

아.가.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은 것. 누구나 맘껏 떠들 권리, 누구나 권력을 그리고 권력자를 맘껏 ‘씹을 권리’. 민주주의 시스템은 최후의 보루로 ‘표현의 자유’를 민에게 남겼다. 그런데 그 아가리를 다물라? 그 권위의 목소리를 우리는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그 목소리는 권력이 타락하는 전조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국민’을 앞장세우는 그 목소리는 궁극적으로 내 입을 막고, 내 눈을 가리며, 내 귀를 막으려는 권력의 목소리였다. 결국, 그저 ‘자신’의 권력을 보우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욕망,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이중잣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기에 무슨 권력의, 국민의 신성한 뭔가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https://flic.kr/p/7Gn1FX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위대한 정신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잠언이다.1 하지만 너무 어려운 말이다. 누군가에게 요구하기도 어렵고,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더 어렵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받기를 원하고, 숭배받기를 원하니까. 이 외롭고, 차가운 세계에서 우리는 더 따뜻하길 원한다. 누군가 내 편이길 원한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면, 우리가 지지하고, 또 믿고, 기대하는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게 뭐 있나. 대통령을 욕하는 게 마치 나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부모가 조롱당하는 것처럼, 짜증스럽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박근혜의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 발언이 있고 난 직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했다는 연설의 한 구절이 인구에 회자했다. 얼마나 회자했는지, 경향은 그 소식을 따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노무현 아이엠피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유승희 선대위 표현의자유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블랙리스트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죄, 허위사실공표죄, 모욕죄, 후보자비방죄를 개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옹호하는 노무현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에서 노무현의 정신, 문재인의 의지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앞장서서 욕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혹시라도 이 글 취지를 오해할 수도 있을까 싶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기우로 적는다. 국민의당 ‘문준용 특혜 제보 조작’ 사건도 공선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 사건은 공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를 음해하기 위해 (그 조직적 개입의 정도는 일단 별론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적극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권은희)이 말하는 것처럼,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면 위헌정당해산심판 사유”라고 해도 무방할 사건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적극적인 조작·왜곡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자를 조롱·비방하는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오픈넷 논평 중)을 비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재인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길 원하는가. 나는 원한다. 그러길 진심으로 원한다. 그가 대한민국의 적폐를 불사르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나라”를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런 나라를 위해, 그에게, 문재인에게 필요한 건, 숭배가 아니라 비판이다.

위대한 대통령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할 테니까.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9&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301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1. 황지우가 김수영문학상 수상소감으로 인용한 니체의 말로, 황지우의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에서 처음 접했던 문장으로 기억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7.19.)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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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만들어낸 사상초유의 국정농단에 온 국민은 분노했다.

4개월에 걸친 검찰과 특검 수사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수사결과, 대통령은 최순실의 영업사원에 불과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로 불거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의 딸 박근혜와 목사 최태민으로 시작된 관계가, 대통령 박근혜와 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관계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근혜는 마지막까지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간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추적했다. 이들의 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했고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모았다. 그 결과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얽히고 설켜 살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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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육영수 숭모회’ 회장을 지낸 이순희(89)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자다. 1937년 문경보통학교에서 박정희를 처음 만났다. 박정희 육영수 기념사업회에도 참여했던 그는 스승인 박정희의 공적을 기리고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90년에는 박정희 지지자 등을 모아 숭모회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씨는 박정희의 자녀들과는 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1990년에는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을 재단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  

이 씨가 스승의 딸에게 등을 돌린 건 모두 최태민 목사 때문이었다. 그는 최태민이 박근혜를 등에 업고 육영재단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다. 이 씨에 이어 숭모회 회장을 맡았던 이영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1980년대 최태민은 육영재단에 아방궁을 차려놓고 전횡을 일삼았다. 내부에서 반발이 많았다. 육영재단을 지키기 위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태민을 박근혜로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숭모회를 만들었다.”

(이영도 / 전 숭모회 회장)

박근혜를 육영재단에서 쫓아내기 1년 전인 1989년 11월, 이순희 씨는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에게 최태민의 전횡을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다. ‘큰 영애님’으로 시작하는 6장 분량의 편지에는 박정희 유가족의 생활과 육영재단 문제를 걱정하는 이 씨의 간절한 마음이 빼곡히 담겼다.

“최 회장(최태민) 님에 대하여,

최 회장님이 큰 영애(박근혜)를 진실로 위하신다면, 표면에 나서서 누구하고든 큰 영애와 화합을 해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셔야 할 것입니다. 최 회장님이 큰 영애(박근혜)님의 막후인물로서 큰 영애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육영재단 직원들은) 생각들을 하고 별에별 말들을 다하고…”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의 편지 / 1989년 11월)

전 박정희 숭모회장이 남긴 4시간 30분 육성증언

초등학교 시절부터 박정희와 인연을 맺고, 또 그 자녀들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순희 씨는 2012년 대선 직전, 4시간 30분 분량의 육성 증언을 남겼다. 이 씨가 보고 들었던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 공개되는 이 증언은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 씨는 1989년 경 최태민을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박근혜와 최태민이 육영재단에서 같은 방을 썼다. 그 방에서 최태민을 처음 만났다. 방에 들어가니 최태민은 다리를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손님이 찾아왔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자빠져 있었다.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육성 증언)

이씨의 눈에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절대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박근혜는 최태민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했다. ‘최태민이 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더니, 박근혜는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육성 증언)

이 씨는 경북 문경에 소재한 박정희 기념관 ‘청운각’ 문제로도 박근혜, 최태민과 갈등을 빚었다. 청운각은 1930년대 박정희가 문경보통학교 교사 시절 하숙했던 집이다. 1983년경 이순희 씨가 사비를 들여 사들여 박정희 대통령의 영정과 제단을 설치한 뒤 일반에 개방했다.

 그런데 1989년 8월, 박정희 육영수 추모사업회가 보낸 한 장의 통고문이 갈등을 일으켰다.  통고문을 보낸 사람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였다. 통고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청운각에 걸린)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영정과 제단을 철거하고, 이 통고를 무시하면 청운각에 대한 폐문조치를 하겠다.”

(박정희 육영수 기념사업회 통고문/ 1989년 8월)

박근혜는 왜 기념관에 걸린 아버지의 영정을 치우라고 했을까. 통고문을 받은 뒤 화가 난 이순희 씨는  박근혜를 찾아가 따져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놀라웠다. 박근혜는 모두 최태민의 뜻이니,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우상숭배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최태민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이순희 씨는 느꼈다.

“(박근혜가 하는 말이) 저기 최태민이 기분이 상해가 있으니까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최태민의 기분이 좀 좋아지면 다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우상숭배니까 하지 말라고…”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증언 / 1989년)

이 씨의 주장은 다른 육영재단 관계자의 증언과도 유사했다. 겉으로는 박근혜가 이사장이었지만, 육영재단이나 박정희 추모사업회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건 최태민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이사장은 아무 것도 몰랐어요. 최태민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조OO 전 육영재단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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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는 서울 신당동의 박정희 대통령 자택. 5.16 쿠데타가 기획됐고

대통령이 되기 전 박정희 일가가 살았던 집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청와대를 떠난 20대의 박근혜는 두 동생과 함께 이 집으로 돌아왔다. 1982년 성북동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이 집에 살았다. 그런데 그 후 이 집을 지키고 관리한 건 최태민이었다. 최태민은 조카인 최용석 씨에게 관리를 맡겼다. 최용석 씨는 1989년 4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신당동으로 이사하기 전인 1986년, 최용석 씨는 박근혜가 이사장으로 있던 영남대에서도 일했다. 역시 큰아버지인 최태민이 시킨 일이었다. 그가 맡았던 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 관리. 대부분 박근혜가 영남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었다. 박근혜에게 최태민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까지도 맡길 수 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정치인 박근혜는 최태민과의 관계 때문에 여러번 곤욕을 치렀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 때는 최태민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근혜는 발끈했다.  

“(최태민과의 사이에) 만약 애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습니다. 제가 DNA 검사도 다 해 주겠어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됐다. 박근혜와 최태민이 의심을 살만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목격담이 쏟아졌다. 모두 1980년대 후반, 박근혜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던 때의 증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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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청문회에서 박근혜는 최순실과의 관계도 부인했다. 최순실 씨가 소유한 수백억원 대 재산이 육영재단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자, “천부당만부당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이 공모한 국정농단이 확인되면서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와의 끊을 수 없는 40년 인연은 결국 베일을 벗었다. 지난 1월 16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최순실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재판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한때는 대학시절에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했고, 많이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옆에 있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헌법재판소 증언 / 2017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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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최태민이 처음 만난 건 1975년경이다.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직후 최태민이 박근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안 돼 대한구국선교단이란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이 단체를 모태로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박근혜와 최태민은 총재, 명예총재 같은 직함을 가지고 활동했다.

이들이 같이 움직일 당시 근거지로 삼았던 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이었다. 박근혜가 총재로 있던 구국여성봉사단 본부가 있던 곳이다. 박근혜와 최태민은 이 곳에 노인전문병원인 새마음종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폐쇄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봤더니, 1977년 구국여성봉사단이 이 땅을 증여받은 걸로 나왔다. 증여한 사람은 최태민. 최태민은 증여 한 해 전인 1976년 이 땅을 매입했다. 당시 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10억 2천만원이었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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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여성봉사단에 기증된 이후 이 땅의 소유주는 여러번 바뀌었다. 하지만 모두 박근혜, 최태민이 지배, 운영하는 법인이었다. 이 땅을 최종적으로 매각하면서 생긴 자금은 1985년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이 유치원을 설립할 당시 초기 자금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박근혜와 최태민이 공동 소유한 거액의 자금은 최순실 재산 형성의 종잣돈이었던 셈이 된다. 박근혜-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진 경제공동체를 설명해 줄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  

구국여성봉사단 자금이 최순실 재산의 시드머니?  

그렇다면 박근혜와 최태민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구국봉사단을 만들고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일까. 그 단서는 1979년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의 일명 ‘최태민 보고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던 이 보고서에는 최태민이 돈을 모은 과정과 방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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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최태민 보고서

“1975년 4월 29일 박근혜의 후원으로 자신의 심복 및 사이비 종교인 중심으로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하고 총재로 취임하여 구국선교를 빙자, 매사 박근혜 명의를 매명하여 이권개입 및 불투명한 거액금품징수 등 이권단체로 치부.”

1978년 7월 14일 운영비 조달목적으로 대한통운 (주) 회장 최원석 등 10명의 실업인을 운영위원으로 위촉, 운영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계속 증원하여 1979년 10월에는 국내 재벌급 실업인을 거의 망라한 60명선에 육박, 1인당 입단찬조비 2000~5000만원에다 매월 200만원씩 운영자금을 조달.”

(중앙정보부 ‘최태민 보고서’ / 1979년)

최태민의 비서였던 채병률 씨의 증언도 최태민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한다. 채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구국봉사단을 만들던 1975년 경, 최태민이 기업 대표들에게서 7억원이 넘는 거액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이 된 박근혜가 재벌기업을 협박해 700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뒤, 최순실이 운영케 해 막대한 이권을 챙겨준 것과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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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박근혜를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몰아낼 당시, 이순희 숭모회장은 전국을 돌며 최태민 일가의 재산을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는 최태민이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혜를 좌지우지하면서 육영재단 자금을 빼돌려 부를 축적했다고 의심했다. 이 씨는 최태민의 호적등본을 단서로 가계도를 만들었고,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해 가며 최태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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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이 보고서는 최태민 일가의 재산관계를 추적한 첫 민간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씨가 만든 보고서에는 최태민과 부인 임선이 소유 부동산은 물론 최순득, 장석칠 등 최태민의 딸과 사위 명의의 재산목록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이 씨는 보고서 말미에 “최태민 일가가 뚜렷한 소득원이 없이 강남 요지의 주택과 빌딩을 취득했다”고 적었다.

뉴스타파는 이순희 씨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최태민의 아들 최재석 씨를 찾아가 인터뷰했다.

최 씨는 최태민과 그의 넷째 부인 사이에서 1954년 태어난 사람으로 최순실의 이복오빠다. 그는 최태민이 박근혜와 함께 운영한 구국여성봉사단, 영남대 등에서 많은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구국봉사단을 운영하던 1970년대 후반이 최태민 일가에게는 그야말로 꽃 피는 봄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순희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구국여성봉사단에서 그 자산이 (우리집으로) 넘어왔다. 영남대학 같은 곳에서도 많은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땅도 사기도 했다. 1975년도부터 우리 집은 잘 살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꽃피는 봄날이었다. 아버지가 가져온 돈이 족히 1000억 원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재석 / 최태민 아들)

 최재석 씨는 최태민이 살아 생전 그 많은 돈으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드는데 쓰려고 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됐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금고에 쌓아놓은 돈, 외화, 금덩어리들을 보여주면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드는데  선거자금이 1조 정도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많이 하셨다.”

(최재석 / 최태민 아들)

최태민과 가까웠던 전기영 목사의 증언도 비슷했다. 전 목사는 1980년대 초부터 최태민과 10년 이상 교류했던 사람이다.  

“최태민 씨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됩니다. 전국에 있는 70만명 근화봉사단 단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 겁니다. 목사님이 총책임을 맡아 주십시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조흥은행 안국동 지점에 13억이 있으니 그 돈을 쓰면 된다고 했다.”

(전기영 목사 / 최태민 지인)

최태민은 1994년 5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3년 뒤인 1997년, 박근혜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인이 된 뒤에도 박근혜 곁에는 언제나 최태민의 그림자가 있었다.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그의 남편 정윤회가 박근혜의 선거를 도왔다. 최순실의 모친인 임선이 씨도 대구로 내려가 선거를 지휘했다. 선거 자금은 최순실 측이 마련했다. 임선이 씨의 운전기사였던 A 씨는 지난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선이의 지시를 받고 박근혜 쪽에 돈을 실어 날랐다. 2억5000만 원 정도를 가방에 나눠 들고 가지고 갔다. 박근혜와 임선이 씨가 같이 쓰던 아파트로 돈을 갖다 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의 증언은 모두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가 사실상 한 몸처럼 경제공동체를 꾸려왔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1975년 구국선교단을 만들 때부터, 또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 사이의 재산공유가 계속됐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 박근혜는 최태민의 딸 최순실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했을 뿐 아니라, 서로 공모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근혜가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에 200억 원 넘는 돈을 출연하고, 추가로 최순실 측에 236억 원을 갖다 바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의 경제공동체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뇌관이었다. 사건의 본질을 관통하는 혐의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결정적인 혐의가 됐다. 특검이 수사기간 내내 이 문제에 매달려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최순실은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마치 입을 맞춘 듯 움직였다. 지난달 25일, 박근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 헌재에 제출한 서면 최후변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특검이) 만들어 냈는데, 모두 거짓말이다.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었다.”

(박근혜 대통령 / 1월 25일 정규재 인터뷰)

“최순실은 지난 40년간 옷가지 등 소소한 일 도와준 사람이다. 대통령 선거 등 치르며 저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 2월 27일 헌법재판소 최후변론)

그러나 박근혜가 최순실과 공모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대통령의 주장은 설자리를 잃었다.

이제 남은 건 뇌물을 받은 사람, 즉 대통령 박근혜를 처벌하는 것이다. 수사기간의 한계로 특검이 못했다면, 검찰이 다시 해야 한다. 박근혜-최태민-최순실로 40년 간 이어져 온 기괴한 혹세무민과 사상 초유 국정농단의 뿌리와 그 비호세력도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다시 정의가 설 수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취재·연출 : 한상진 강민수

내레이션 : 안종덕

촬영 : 최형석 김기철 신영철

편집 : 박서영

수, 2017/03/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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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욕설에 양말까지 벗긴 우병우 ‘특별감찰반’

지난해 1월 29일, 문화체육부 감사담당관이었던 공무원 백승필 씨는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소환됐다. 창성동 별관에는 우병우의 ‘친위대’라고 불리는 민정수석 직속 특별감찰반 사무실이 있었다. 특별감찰반 사무실에서 그는 3명의 조사관들에게 둘러싸여 조사를 받았다.

앉자마자 폭언과 욕설로 시작한 특별감찰반 조사관들은 그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는가 하면 신발과 양말을 벗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개인정보이용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즉석에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했다. 그가 몇 년전 지웠던 기록까지 고스란히 복원해낸 뒤 하나하나 캐물었다. 정년을 4년 남긴 27년차 공무원인 그에게 13시간 동안 이어진 강압적 조사는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주었다. 백승필 감사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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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사흘 전인 1월 26일에는 그의 사무실에 우병우 민정수석 직속 특별감찰반 조사원들이 들이닥쳐 임의로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 조사 닷새 뒤에는 부하직원과 함께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좌천된 뒤에도 똑같은 건으로 총리실에 불려가 또 조사를 받았다.

그가 이런 수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병우 ‘문체부 공무원 반드시 징계하라’.. 동아일보 기자 청탁?

그는 문체부의 감사담당관이었다. 2015년 10월 민정수석실은 그에게 어딘가로부터 온 민원 서류를 건네주며 문체부 공무원 2명을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우병우 민정 수석은 문제의 공무원들을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사안이기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 우병우가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시한 것일까?

뉴스타파가 확보한 특검 수사기록을 보면, 그 배경에는 동아일보 기자의 청탁이 있었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무조건 징계하라고 지목한 두 공무원, 서 모 사무관과 이 모 주무관은 정부의 정책홍보잡지인 ‘위클리 공감’ 발행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었다. ‘위클리 공감’은 문체부가 입찰을 통해 외주를 맡겨 발행하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이른바 조중동이 외주 계약을 번갈아가면서 따냈다. 2015년에는 동아일보가 12억 상당의 외주 계약을 따내 위클리 공감을 대행 제작하고 있었다.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위클리 공감의 발행업무를 맡았던 동아일보 기자, 당시 주간동아 편집장 김 모 씨의 민원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수사기록을 보면, 김 편집장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2015년부터 대행 제작 업체가 동아일보로 바뀌었는데도 (그 전까지는 중앙뉴스프레스) 전부터 일하던 프리랜서 기자와 온라인 홍보 업체의 계약을 승계하라고 서 사무관과 이 주무관이 압박을 가했다”는 민원을 넣었다. 우 수석은 이를 받아 특별감찰반에게 전달하고 특별감찰반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이었던 백승필 씨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백승필 감사담당관이 사실 관계를 조사해보니 별다른 징계 사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백 감사관은 이들의 행동이 통상적인 업무 조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이었던 동아일보가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서 모 사무관에게는 ‘경고’ , 이 모 주무관에게는 ‘업무 배제’라는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그런데 이같은 보고가 올라가자 청와대로부터 다시 조사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백 감사관은 다시 조사했지만 결론을 바꿀 수가 없어 그대로 보고했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감사 결과를 전해들은 주간동아 김 편집장은 우병우 수석에게 ‘문체부의 감찰조사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다시 불만을 제기했다. 우 수석은 이를 받아 특별 감찰반에게 ‘문체부의 온정적인 감찰조사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이때부터는 백 감사관에 대한 일련의 보복성 조치들이 취해진다. 앞에서 언급한 사무실 압수수색과 창성동 별관에서의 강압적인 조사, 좌천과 징계가 그것들이다. 조사 과정에서 특별감찰반 조사관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봐주기 감사를 했느냐”라고 추궁했다고 한다. 창성동 별관에서 강압적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뒤 당한 좌천성 인사에도 우병우 수석이 개입했다고 백승필 감사관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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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 “우병우 알지도 못하고 청탁한 적도 없다”

특검수사에서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된 주간동아 김 모 편집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특검의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일면식도 없으며 따라서 당연히 청탁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특검이 자신에게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백승필 감사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주자 백승필 감사관 역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 서 사무관과 이 주무관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백승필 감사관의 요청으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여러 언론이 백승필 감사관의 억울한 사연을 기사로 썼다. 국회에서는 여러 국회의원이 문체부를 상대로 관련된 질의를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떤 언론이나 국회의원도 우병우 수석의 권력남용이 한 언론사의 사적 청탁에서 비롯되었다는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 : 심인보 한상진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수, 2017/04/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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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유해성을 언급할 표현의 자유는 없다?

방심위와 경찰은 통신심의제도를 이용한 반민주적 여론 통제를 즉각 중단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8월 2일 열린 제56차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유해성을 언급한 인터넷 게시글 3건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삭제 결정을 내렸다. 해당 글들은 전자파로 인하여 꿀벌의 활동이 교란되어 멸종하고 참외가 흉년이 들어 성주는 죽음의 땅이 될 것” 또는 사드배치로 인한 전자파 때문에 동식물과 농산물에 악영향을 주어 한반도가 생지옥이 될 것”이라는 내용 등이었다. 지난 7월 26일(제54차 통신소위)에도 같은 이유로 4건의 게시글을 삭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경찰청의 신고로 이루어졌다.

국가기관의 신고와 삭제 결정으로 국민의 입을 봉쇄하는 이러한 행위가 민주국가에서 무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공적 사안에 대해 국민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논의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국민에게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반대할 자유도 없는가?

방심위가 말하는 사회적 혼란이란 무엇인가? 민주 사회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사회적 혼란인가? 그런 사회적 혼란이 제거된 사회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유신과 같은 군사독재 시절의 강제된 ’국론통일’ 말고는 다른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

국민이 공적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하는 의혹들을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불명확한 기준을 들이대 함부로 삭제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정한 방향으로만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심의제도를 국가 검열을 위해 위헌적으로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드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중이며, 과학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한 우려가 표현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국민이 공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정부측 발표와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허위’나 ’유언비어’로 함부로 치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찰청, 방심위와 같은 국가기관이 중대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표현물을 ’사회 혼란’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언로를 차단하는 것은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일명 ’허위사실유포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8헌바157). ‘사회질서’와 ’진실’이 무엇인지, 이를 ’혼란’하게 하는 ’유해’한 표현이나 ’허위’가 무엇인지를 모두 국가기관이 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결국 위와 같은 헌법적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며, 위헌으로 선언된 ’허위사실유포죄’를 표현물 검열의 형식으로 부활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

방심위는 ’사회질서 혼란’이라는 심의 기준을 들이대어, 지난해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내용의 글을 최초로 삭제한 이후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이른바 메르스 괴담, 북한 도발 사건 정부 조작설, 그리고 이번 사드 유해성 관련 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국민의 표현물을 상대로 위헌적 심의를 지속하고 있다.

<관련 논평>

  • 방심위의 북한 도발 조작설 글 삭제는 ‘허위사실유포죄’의 부활: http://opennet.or.kr/9906
  • 방심위, 메르스 괴담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 http://opennet.or.kr/9180
  • 방심위,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주장 글, ‘사회적 혼란 야기’ 이유로 삭제 의결: http://opennet.or.kr/8982

 

공적 사안에 대하여 정부 발표와 다른 의견을 제기할 자유가 없는 나라는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방심위와 경찰청은 통신심의제도를 남용하여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이번 방심위의 결정으로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 차단당한 이용자들은 오픈넷에 연락하면 손해배상 및 행정소송에 있어 무료변론을 받을 수 있으며, 방심위의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 위한 헌법소송에도 참여할 수 있다.

 

2016년 8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수, 2016/08/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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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750,000 protestors urge the Constitutional Court to issue a swift ruling on the impeachment for Park Guen hye.
토, 2017/02/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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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법: ‘통화 녹음 알림법’이 엉터리인 이유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윤동주는 자기 생의 마지막 시에서 ‘쉽게 씌어진 시’를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쉽게 씌어진 법’은 어떨까. 삶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쉽게 쓰인 시가 시인을 부끄럽게 한다면, 현실의 부조리와 상관없이 쉽게 씌어진 법은 국회의원의 부끄러움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만든 법은 국민에게 부당한 의무를 지우거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현실의 부조리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그 적폐를 더 심화할 수 있다.

무슨 얘기냐고? 최근 자유한국당이 ‘이달의 법안’을 선정할 뻔했던, 하지만 막판에 ‘가짜 뉴스 유포자 처벌법’1에 그 자리를 양보한, 그래서 조선일보는 결과적으로 오보2까지 낸, ‘통화 녹음 알림법’3에 관한 얘기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김광림의원 등 10인)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J1O7C0D7J2Y0E1H8F0I1X4G7T2R5A1&fref=gc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김광림의원 등 10인)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

 

통화 녹음 알림법? 

우리나라 법은 대화 당사자 중 한 명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는 걸 허용하고, 재판에서도 일정한 조건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물론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참조: JTBC 뉴스).

김광림 국회 사이트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사진)이 대표발의한 ‘통화 녹음 알림법’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다가 ‘녹음 버튼’을 누르면, 통화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안내 멘트를 보내는 것. 그렇게 해서 통화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녹음 유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상대방이 녹음 버튼을 클릭하였습니다.” 

위 예시한 문장이 법안의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에 예시된 ‘안내 멘트’다. 법안은 국회의원 10명 이상이 뜻을 모아 발의할 수 있는 의원발의 법률안 형태로, 제안자는 대표발의한 김광림 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9명과 그 정체성을 공유하는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다.

‘통화 녹음 알림법’ 제안자 10인

  • 김광림(金光琳): 대표발의
  • 강석호(姜碩鎬)
  • 김석기(金碩基)
  • 박명재(朴明在)
  • 이완영(李完永)
  • 이정현(李貞鉉): 무소속. 전 새누리당 대표.
  • 조경태(趙慶泰)
  • 최교일(崔敎一)
  • 추경호(秋慶鎬)

(이상 이정현을 제외하고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

이 법이 왜 문제일까? 통화 녹음 알림법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남양유업 갑질,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세상에 알려졌을까? 

이 법안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약자가 강자의 횡포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언론이 권력 비리를 폭로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참조: 미디어오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과 박근혜정호성노승일 등과의 통화 녹음 공개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결정적으로 역할 했다. 시계를 조금 더 과거로 돌리면, 남양유업 사태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사건도 통화 녹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남양유업 사태 (2013. 5.)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대리점주에게 반말과 폭언을 일삼으며 물량을 떠넘기는 내용의 통화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돼 남양유업 불매 운동으로 확산, 주가 급락하고, 회장이 공개 사과하며, 검찰의 본사를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참조: 한겨레).

 

청와대,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사건 (2014. 4)

통화 녹음 알림법의 제안자 중 한 명인 이정현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의 자격으로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 당시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세월호 보도에 적극 개입한 사건. 이 사건은 2016년 6월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시민단체가 통화 녹취록을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참조: 경향신문).

‘통화 녹음 알림법’이 있었다면 남양유업 사태가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이, 뒤늦게나마4,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녹음도,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음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구악을 반성하기는커녕” 

그동안 시민의 사생활 보호를 일관적인 태도로 강조해온 오픈넷 같은 시민단체가 이 법안을 시민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이슈로 판단하기보다는 약자의 무기,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라는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는 건 그래서다. 오픈넷은 최근 논평을 통해 법안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오픈넷 테두리

“부조리를 드러내려는 내부고발자나 언론에게 통화 녹음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증거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모든 범죄자들의 본능이고, 증거가 없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화 녹음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의 실현을 도외시한 채 개인의 사생활, 심지어 범죄의 사적 측면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략)

개정안이 구악을 반성하기는커녕 비리가 드러날 여지를 없애려는 기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오픈넷, 내가 하는 통화의 녹음도 상대 허락받고 하란 말인가 – 김광림 의원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비리 노출 원천봉쇄하고 약자의 고발 무기 빼앗아 (2017. 8. 14.) 중에서

허광준 오픈넷 정책실장은 “강자의 언어폭력과 갑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약자에게는 이 사실을 입증할 통화 녹음이 거의 유일한 무기”라면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손에서 이런 최소한의 무기를 빼앗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법안 제안자가 주장하는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서는 “이 법안은 사생활 보호를 핑계로 삼아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청산할 가능성을 줄이고, 사생활을 보호하기는커녕 국민의 자유로운 통신 행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림 의원실, “스피커폰을 녹음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통화 녹음 알림법’은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보다는 약자의 권리구제 가능성을 줄이고,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문제 있는 법안은 어떤  준비 과정을 통해, 어떤 근거로 마련됐을까.

김광림 의원실에 이 법안의 문제점을 전하고, 이 법안의 논거를 질문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이하 일문일답).

– 이 법안이 대화 당사자의 녹음할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약자가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법안은 통화를 녹음하면, 자동 안내 멘트를 통해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리는 데 그친다. 가령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녹음하면 된다. 다른 녹음 수단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 별도의 녹음 장치로 ‘통화 녹음 고지’하지 않고 녹음하는 건 괜찮다? 

그렇다.

–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별도 녹음 장치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가. 현실에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준비하면 되지 않나.

– 다른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통화를 녹음할 수 있다면, 이 법안은 왜 만든 것인가? 실효성이 없지 않나. 

약자의 권리 구제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와 약자의 권익 보호와 언론의 비판 기능 등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 법안의 근거로 인용된 미국 등 사례가 사실과 다르다. 오픈넷은 특히 이 부분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데, 알고 있었나.5

수정하면 되는 문제로 생각한다.

– 해당 외국 자료의 출처는 어딘가.  

작년 가을에 읽었던 매일경제신문 기사로 기억한다. 언론 기사를 신뢰한 것이니  사실 관계가 잘못이라면 (…)

확인해보니 의원실에서 답변한 “작년(2016년) 매일경제기사”는 올해(2017년) 4월 기사로 보인다. 해당 기사 중 특히 ‘표'(아래 캡처 사진 참조)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매일경제신문의 ‘오보’를 ‘법안의 (유일한) 근거’로 삼은 셈이다.

매일경제 (2017. 4. 6)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234944 매일경제 (2017. 4. 6)

 

쉽게 씌어진 법 

오전부터 여러 번 연락하고, 기다린 끝에 어렵게 연결된 의원실 해당 법안 담당자(김 모 비서관)와의 통화는 10분 남짓 이어졌다.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더 꼼꼼하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나는 선선히 통화를 끝냈(줬)다. 더는 통화가 의미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김광림 의원실에서 말한 것처럼 유력 언론사의 기사를 신뢰한 것이 문제는 아니다. 더불어 그 기사를 접하고, 법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문제는 아니다. 언론 기사가 법안 마련의 동기를 제공했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개의 기사가 법안의 ‘유일한’ 근거이자 출처라면, 그건 문제다. 그리고 그 기사가 ‘오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더 큰 문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법안을 준비한 해당 의원실에서 그 유일한 ‘법안의 근거’가 오보라는 사실도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법안 제안자로 참여한 나머지 9개 의원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법은 이렇게 얼렁뚱땅, 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쉽게 씌어진 법이 존재하는 걸까. 왜 이런 엉터리 근거에 기반을 둔 법이 생겨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국민이 무관심하고, 언론이 조용하면, ‘쉽게 씌어진 법’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1.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송희경 의원 대표발의

2. 조선일보는 ’17. 8. 10일 자 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을 ‘이달의 법안’으로 선정해 집중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3.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김광림 의원 대표발의

4. 남양유업의 녹취록은 공개 시점보다 3년 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사건의 녹취록은 2년 전에 녹음됐다.

5.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뉴욕, 뉴저지 등 37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통화자 쌍방 동의를 필요로 하는 건 12개 주고, 그중 캘리포니아 주는 대화 내용이 범죄 사실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상대방 모르게 녹음하는 걸 허용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8.17.)

금, 2017/08/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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