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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계룡시금산군 박현희 님의 공약

📄 문서 타입: 2026/06/13 03:46
논산시계룡시금산군 박현희 님의 공약
작성자: admin
지역공공에너지공사(공단) 설립 지원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및 지원 조례 제정
주민참여 햇빛소득마을 지원 확대
돌봄 대상자 발굴·돌봄커뮤니티 운영 지원
아픈 아이 돌봄 센터 마련
달빛 공공 어린이병원 신설
지역화폐 지원확대
골목형 상점가 확대 및 전통시장 활성화
소멸위험거주수당 농촌기본소득 추진
마을회관 무상급식 및 기름값 지원 확대
생활폐기물처리 준공영호
반값 농자재 지원 조례 추진
1인 가구 및 반려동물 지원
여성 위생용품 지원바우처 확대
여성 농업인 바우처 부활
청년자립공간 지원 확대
효도수당 지원 조례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 환경 조성 지원 조례
산업 노동자의 생활개선: 공동휴게실 설치, 작업복 공동세탁소 등 확대 모색
청년 일자리 지원 및 활성화 지원 조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업 지원 조례
햇빛 소득 마을 확대로 논산지역 에너지 자립을 넘어 소득으로
재생 에너지 운영 교육으로 지속가능한 도농도시 논산 지원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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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④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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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FX(외환거래)로 월 1,000만원 벌 수 있는 투자비법’, ‘월세 1,000만원 받는 슈퍼 직장인들’, ‘나의 꿈 월세로 1,000만원 벌기’, ‘단타매매로 하루 80만원 벌기’, ‘죽을 때까지 월 300만원’….서점 경제 코너에서 판매 중인 책 제목들이다. “월 얼마를 벌어야 충분한가?”에 대한 이 시대의 생각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취업포털 기업들이 때때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기준들이 보인다. 인쿠르트의 2015년 10월 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대졸 신입 연봉으로 평균 3,320만원을 희망했다. 6월 잡코리아 설문에서 취업준비생은 첫 월급 액수로 평균 199만원을 원했다.

2014년 3월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서는 직장인 응답자의 65.6%가 지금 받는 연봉이 능력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얼마를 더 받고 싶은지” 묻자 가장 많은 응답자가 “400만~600만원”이라고 했다. 1,000만원~1,500만원을 더 받고 싶다는 사람도 10%가 넘었다. 지금 하는 일의 대가가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인지, 그저 많을 수록 좋은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것은?

2014년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고용노동부 자료)은 3,240만원이었다. 평균치가 아닌 중간치, 즉 전체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수치는 2,465만원이다. 그 차이가 큰 것은 일부 소득 상위층의 연봉액이 상대적으로 아주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임금근로자 중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11.9%, 100만~2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36.4%였다. 절반에 가까운 비율(48.3%)이 200만원 미만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의식이 크지 않은 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당연하다’, ‘너도 노력하면 그만큼 벌 수 있다’는 생각, 즉 능력주의(meritocracy)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제목처럼 외환거래, 경매, 주식 단타매매를 통해서라도 소득을 보전하려는 열망들은 그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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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임금은 어떻게 정해져야 할까?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벌어야 할까? 점점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어떤 기준은 필요하다.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서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일’을 찾는 사람은 ‘얼마를 벌고자 하는지’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진선(35) 십년후연구소 연구원과 황호진(46) 사회혁신공간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 팀장이다. 안정적인,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직장을 다니다 ‘새롭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그만뒀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다.

특히 김 연구원은 최근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함께 만났을 때 주제를 이 제목처럼 ‘적당히 벌어 잘 산다는 것’으로 한정했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부터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고 싶은 사람까지 무한정 넓은 스펙트럼을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히 번다’와 ‘잘 산다’의 개념 안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일’과 ‘좋은 삶’의 기준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직장 그만두고 2년 반째 ‘좋은 삶’ 탐색 중

김 연구원은 ‘(재)아름다운가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년여 후에 네이버에 입사해서 7년 반 동안 사회공헌부문에서 일했다. 2013년 5월 퇴사한 이후에 대해서는 “2년 반 동안 반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십년후연구소를 만들어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인문학공동체에서 요가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좋은 삶’, ‘새로운 일’에 대한 탐색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일단 잠시 동안이라도 자유시간을 가져본 뒤에 새 직장을 알아보자는 생각이었죠.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10여 년 직장생활로 저축한 돈이 얼마간 있고 사는 집이 전세라서 주거비가 덜 들긴 했지만요. ‘월 100만원씩 쓴다면 얼마나 버틸까?’ 하고 계산해 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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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동안 주된 소득 없이 지내온 데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전일제 임금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데 기울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월 100만원씩 쓰면서’는 아니다. 소비를 포함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하는 방식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소비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옷 구입비가 가장 크게 줄었다”고 했다. 회사 다닐 때는 더 거리낌 없이 소비를 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당시에 느낀 그 소비의 욕망이 스트레스에서 왔다는 것을 의식했었기 때문”이라면서 “돈을 써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진짜 필요한 일을 걸러낼 수 있어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직장 그만둔 뒤로 여러 친구, 동료들이 고민을 털어놓아요. 자신도 그만두고 싶고, 다른 일을 찾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요. 제가 볼 때 아예 여유가 없지는 않아요. 소비를 줄이면 가능한데, 거기 얽매여서 ‘좋은 삶’, ‘좋은 일’을 탐색할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불안정한 삶 지탱하는 ‘관계망’ 만들고 싶다”

소비 방식과 별개로 불규칙한 수입은 그 자체로 삶을 불안정하게 한다. 김 연구원도 그 문제를 고민한다. 그래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신뢰’를 기반으로 먹거리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급‧수요를 맞춰가는 것처럼, 일과 삶에 있어서도 신뢰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슷한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일거리를 나누고 조정하는 식의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연구소에서 김 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는 ‘화이트루프 쿨 시티’(White Roof Cool City) 프로젝트는 본래 건물 옥상에 흰 페인트를 칠하면 태양광선을 85%까지 반사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해서 여름철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활동이다. 그동안은 캠페인 형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옥상 방수시공을 더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한다. 위의 ‘관계망’ 만들기 중 첫 걸음인 셈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인천 검암동의 생활자치 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우동사)에서 살고 있다. 아직 정식 거주자는 아니고 3개월간 시범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방 세 칸짜리 빌라 세 채에 18명이 함께 사는 일종의 ‘주거공동체’인데, 1,8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들어간 뒤에는 월 10만원만 내면 된다. 삼시세끼 해먹을 수 있는 재료와 전기‧수도‧인터넷 등 이용료가 다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서 살아보는 이유에 대해 김 연구원은 “월 50만 원 이하로 사는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 “우동사 사람들을 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집에 사는 6명 중에서 1명을 빼고는 전일제 노동을 하지 않아요. 나머지는 백수거나 저처럼 반백수라서 대낮에 함께 밥을 차려 먹는 일도 자연스러워요. 그렇지만 각자 재능들이 있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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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주거 형태가 저변에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연구원도 “월세만으로 3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도시 생활에서는 소비의 자유가 없는 셈”이라면서 “누구나 적정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 문제의 대안과 적정 소득, 기본소득 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20년차, ‘가치관’ 문제로 사직

황호진 팀장은 대학 졸업 후 증권회사에 입사한 뒤로 지난해까지 증권계에서만 딱 20년 일했다. 아내는 전업주부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관두고 싶다고 관둘 수 없는’ 전형적인 유형의 직장인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가치관의 문제’였다. 증권시장의 역할을 알면 알수록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을 더 선명하게 느꼈던 것이다.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연했는데 2014년에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세월호 사건에 유독 큰 충격을 받았나 봐요. ‘이렇게 살 필요가 어디 있나, 걸어가다가 오늘 죽을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가족들의 소비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쇼핑을 거의 해본 적 없을 정도다. 아내는 그의 결정을 지지해줬고, 큰아들은 사교육을 안 시키기로 서약을 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크게 돈 들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표를 낸다는 게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이틀 정도는 사무실에서 자리에 앉아있지 못 할 만큼 안절부절 못 했어요. 그만큼 직장생활이 제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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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만두고 하고 싶던 일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다. 강릉에 여러 차례 내려가서 부지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또 다른 관심은 사회적기업이었는데, 2014년 9월에 한신대학교 사회적기업 리더과정을 수강하면서 ‘금융권 경력을 살려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과정을 수료한 뒤 몇몇 곳에 지원서를 넣은 끝에 지금의 직장에서 사회적기업 대상 소액대출 심사와 재무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 팀장은 “지금도 대학 동창,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 주말에 골프 친 얘기, 해외여행 다녀온 얘기, 자녀들 학원비 이야기만 하고, ‘아무리 벌어도 늘 모자란다’고들 한다”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못 한다면 다른 일을 시도할 수 없다”고 했다.

안전망 취약한 사회에선 직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이전 지인들과만 교류할 때는 알 수 없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지난해 제주도 배낭여행을 가서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귤 농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제주도에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매이지 않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요즘 재무컨설팅을 위해 만나는 사회적기업 사람들도 자극을 줍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뭉쳤다가 흩어졌다 하면서 능력껏 살아가는 모습이 신선하더라고요.”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그 역시 문제의식은 느낀다. “저는 직장 다니면서 모아놓은 게 있고, 어쨌든 내밀 수 있는 이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었겠죠. 지금 우리 사회 일자리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임금 수준이 낮은데, 그런 일자리밖에 경험하지 못 한 후배 세대에게 ‘다른 삶을 꿈꿀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별 적정 생활비 임금에 반영 필요”

또 다른 문제는 역시 임금이다. 금융권 중에서도 임금 수준이 높은 증권계에서 20년을 일하다보니 그만둘 당시 연봉이 높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5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서울에서 4인 가구가 살기 위한 적정 생활비가 월 387만원, 최저 생활비가 295만원(서울연구원 2015년 자료)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도 좋지만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 금융계 직원이 아니어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적정 생활비는 벌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는 여전히 직장만한 보험이 없다”며 “생계를 유지하려면 대기업, 정규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실질적으로는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듯 비슷했다. ‘얼마를 버는지’는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직장을,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다. 또한 공통적인 것은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져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김 연구원은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기준은 각자 다 다를 텐데, ‘좋은 삶을 영위할 만큼 적당히 버는 것’이 제가 찾은 기준이다”라면서 “각자 답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사회가 좀 더 열려있었으면, 잠시 동안이라도 기댈 언덕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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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팀장은 “연봉이 높아도 자기 일에 대해 불만이 많고, 적게 받는 사람은 왜 적은지, 얼마나 적은지를 알기 어려운 사회 구조”를 지적하면서 “각자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역별로 적정 생계비에 대한 현실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면 하고,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는 기업이 많아지도록 인증제도 등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을 요구해야 ‘좋은 일’, ‘좋은 삶’ 될까?

두 사람의 경우를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인정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소비의 자유’도 없고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많다. 도시에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의 최저생활비가 1인 기준 162만원이라는데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100만원 이하를 번다면, 청년층에서는 적지 않은 비율이 ‘최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위의 책에서 “이와 같은 한국의 분배 구조는 정의롭지 못 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혁되어야 하며, 국민이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불평등의 근원은 임금 격차이며, 이를 야기한 고용 격차, 기업 간 불균형의 책임은 ‘재벌 대기업’에게 있다고 개혁 요구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격차가 줄어들도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보장하도록, 불합리한 하청구조가 개선되도록, 복지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능력주의’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일을 하면 얼마를 벌어야 하느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F) 싱크탱크’는 2009년 여러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임금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병원 청소부들은 일반적으로 최소임금을 받지만 임금의 10배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반대로 런던 금융권의 투자은행가는 금융활동의 손실을 고려하면 임금의 7배만큼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언 존스 저 ‘차브’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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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처럼, ‘능력’이 없어서 고임금 직장에 진입하지 못 했으면 최저생계비만큼도 못 버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이 깨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김민아 노동법률원 새날 노무사는 “1990년대까지 대부분 기업의 임금체계였던 호봉제는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지출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였다”면서 “호봉제가 사라져가는 추세에 맞춰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임금노동자들의 삶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완전연봉제 또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발전된 것이고 호봉제는 구시대적인 것처럼 여겨온 것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얼마를 버느냐’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새 일을 찾아나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우리 사회 전반의 임금격차와 불안정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돌아봤다.

두 이야기는 다른 것 같지만 연결된다. 지극히 적은 수의,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집중을 멈추자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능력주의를 그대로 둔 채로 ‘월 얼마’에만 초점을 맞추면 외환거래, 주식 단타매매, 건물 경매로라도 그 금액만 맞추면 된다는 유혹만 많아질 뿐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벌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 즉 ‘좋은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삶을 채우기 위한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

희망제작소가 이 연재 시리즈와 아래의 설문조사를 통해 ‘좋은 일’의 상(像)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각자 원하는 일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를 최대한 모아보면 ‘이런 요건들이 갖춰진 일이 좋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요구는 보다 단순명료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많아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한다면 하나를 만들어도 ‘좋은 일’로 만들도록, 기업을 지원한다면 ‘좋은 일’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곳을 지원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언제나 그렇듯,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우성희(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5/12/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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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5/12/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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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과 그 가치를 존중하는 청년 및 대학생 100명(입금순)

회비 : 전체수강시 15,000원 / 한 강연 당 5,000원

계좌 : 부산은행 101-2011-0902-03 사단법인 청춘멘토이형근

신청 : 청춘멘토 홈페이지 청춘아카데미 클릭  http://ccmentor.or.kr/

문의 : 051-583-2021 혹은 010-9618-5676

 

 

 

금, 2015/12/1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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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올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와 노동자대회 등을 주최해 도로교통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조계사에 은신한 지 25일 만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6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민주노총 건물에서 생활하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후 16일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5분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은신해 있던 관음전을 나왔다. 대웅전에서 절을 올린 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동안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여 주신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이천만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활동에 함께 하겠다 하신 조계종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저를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도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것은 전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반민생 새누리당 정권을 총선과 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해낼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노동재앙, 국민대재앙을 불러 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이천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6일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 5법’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

목, 2015/12/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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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조계사 침탈과 위원장 체포시도를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11.14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5대 노동악법에 대해 사실상 통과 지침을 내리면서 조계사는 현재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경찰 병력으로 포위되어 있다.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의식불명에 빠뜨린 경찰청장은, 12월 9일 오후 4시를 못 박아 조계사에 경찰력을 투입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종교시설 조계사가 경찰 침탈 위협에 놓여있다. 

 

11.14 민중총궐기와 2차 총궐기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교과서 국정화, 밥쌀용 쌀 수입, 복지 축소,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저항의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당한 투쟁을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이하 화쟁위)는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올바른 목소리를 지켜내고 중재에 나섰다. 민중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화쟁위의 결정은 너무나 정당한 조치이다. 화쟁위는 2차 민중총궐기 대회 관련해서도 집회 주최 쪽과 경찰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청장에게 제안했지만, 경찰청장은 거부했다. 화쟁위의 중재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자들은 바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는 노동개악 법안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뿌리산업까지 파견을 확대하는 악법이라고 규정한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매년 2,000명 이상 산재로 사망하고, 세월호 침몰 참사를 비롯해 매년 반복되는 대형사고로 수많은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파견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때문에 위험한 노동환경도 감수하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개악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금도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고, 노동자•시민의 생명은 더욱 위협당할 것이다. 

 

따라서 민중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해 민중총궐기를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하다. 우리는 노동개악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잠재우고 연내 노동개악을 강행하기 위한 의도에서 자행되는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시도’를 민중에 대한 탄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경찰 병력을 경내에 진입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대화 노력마저도 박근혜 정부가 짓밟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조계사 침탈을 자행한다면, 민중들의 더 큰 사회적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2015.12.9.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녹색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반올림,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안전사회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수, 2015/12/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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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울진 핵발전소 발전보조 용역 업체 직원 8명이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수원의 불법 파견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11월 26일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해 한수원의 지시나 감독을 받았을 뿐 용역업체로부터는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받은 바 없다”며 “원고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 울진 핵발전소

▲ 울진 핵발전소

이들은 울진 핵발전소에서 발전보조원, 화학시료 채취원, 변전소 보조원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대법원은 △한수원 정규직원이 원고들에게 업무 교육을 실시한 점 △정규직원과 혼재되어 근무하면서 각종 지시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점 △야간 또는 휴일 근무 시 출근 확인을 용역업체가 아닌 한수원 정규직원이 한 점 △업무 결과물을 정규직원이 확인하고 결재란에 서명한 점 △업무 장비와 물품을 한수원이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이 한수원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울진에 이어 영광 핵발전소도…불법 파견 소지 더 높아

이번 판결은 2013년부터 진행 중인 영광 핵발전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직원들의 경우도 울진 핵발전소와 사정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광 핵발전소에서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했던 전용조 씨는 울진 핵발전소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소식을 듣고 지난 2013년 10월 한수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 씨는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13년 동안 일하면서 용역업체가 5번 바뀌었지만 용역업체 사장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매일 한수원 정규직의 직접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13명의 다른 용역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영광 핵발전소의 경우 한수원 직원과 용역 업체 직원이 핵발전소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용역 업체 직원이 한수원 직원 대신 결재도 대리로 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것을 감안했을 때 영광 핵발전소는 울진 핵발전소보다 더 불법파견 소지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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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내부 작성 보고서에서도 불법 파견 인정

또한 뉴스타파는 한수원에서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이 내부 보고서에는 한수원도 영광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는 대목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전용조 씨가 영광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2013년 8월에 조사를 시작해 10월에 작성된 것이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이 보고서는 울진 핵발전소 용역 직원이 대법원에서 승소할 것이 예상된다며 유사소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진단 결과를 보면 보건물리실 근무자의 경우 정직원과 용업업체 직원이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무를 구분하도록 했고 근무장소도 피폭관리업무의 경우 용역업체 직원이 ‘한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용역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사실상 불법 파견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용역 직원들의 변호를 맡은 류하경 변호사는 “이 보고서를 보면 한수원 정직원 관리자와 간접 고용된 용역 직원들하고 1:1로 지휘, 명령, 감독, 보고 체계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한수원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용역 업체 소속 간접 고용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이 이뤄졌단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조 씨를 비롯한 용역 업체 직원 6명은 2013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듬해 용역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가 안 돼 해고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씨는 매주 수요일 영광 핵발전소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선고는 내년 2월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목, 2015/12/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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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울진 핵발전소 발전보조 용역 업체 직원 8명이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수원의 불법 파견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11월 26일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해 한수원의 지시나 감독을 받았을 뿐 용역업체로부터는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받은 바 없다”며 “원고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 울진 핵발전소

▲ 울진 핵발전소

이들은 울진 핵발전소에서 발전보조원, 화학시료 채취원, 변전소 보조원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대법원은 △한수원 정규직원이 원고들에게 업무 교육을 실시한 점 △정규직원과 혼재되어 근무하면서 각종 지시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점 △야간 또는 휴일 근무 시 출근 확인을 용역업체가 아닌 한수원 정규직원이 한 점 △업무 결과물을 정규직원이 확인하고 결재란에 서명한 점 △업무 장비와 물품을 한수원이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이 한수원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울진에 이어 영광 핵발전소도…불법 파견 소지 더 높아

이번 판결은 2013년부터 진행 중인 영광 핵발전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직원들의 경우도 울진 핵발전소와 사정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광 핵발전소에서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했던 전용조 씨는 울진 핵발전소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소식을 듣고 지난 2013년 10월 한수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 씨는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13년 동안 일하면서 용역업체가 5번 바뀌었지만 용역업체 사장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매일 한수원 정규직의 직접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13명의 다른 용역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영광 핵발전소의 경우 한수원 직원과 용역 업체 직원이 핵발전소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용역 업체 직원이 한수원 직원 대신 결재도 대리로 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것을 감안했을 때 영광 핵발전소는 울진 핵발전소보다 더 불법파견 소지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핵발전소 컴퓨터 망 ‘비번’ 공유…용역업체 대리결재 횡행
핵발전소 비정규직, ‘위험은 10배 임금은 절반’

한수원 내부 작성 보고서에서도 불법 파견 인정

또한 뉴스타파는 한수원에서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이 내부 보고서에는 한수원도 영광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는 대목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전용조 씨가 영광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2013년 8월에 조사를 시작해 10월에 작성된 것이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이 보고서는 울진 핵발전소 용역 직원이 대법원에서 승소할 것이 예상된다며 유사소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진단 결과를 보면 보건물리실 근무자의 경우 정직원과 용업업체 직원이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무를 구분하도록 했고 근무장소도 피폭관리업무의 경우 용역업체 직원이 ‘한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용역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사실상 불법 파견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용역 직원들의 변호를 맡은 류하경 변호사는 “이 보고서를 보면 한수원 정직원 관리자와 간접 고용된 용역 직원들하고 1:1로 지휘, 명령, 감독, 보고 체계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한수원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용역 업체 소속 간접 고용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이 이뤄졌단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조 씨를 비롯한 용역 업체 직원 6명은 2013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듬해 용역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가 안 돼 해고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씨는 매주 수요일 영광 핵발전소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선고는 내년 2월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목, 2015/12/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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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⑥ 삶이 없다면 일이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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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 제품은 하나도 사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빠를 빼앗아갔으니까요.”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일한 경험을 ‘한국인은 미쳤다!’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 씨가 재직 당시 아들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서야 법인장을 지낸 2년 동안 휴가는 5일뿐이었고 토요일마다 출근했으며 일요일에도 격주로 일했다는 점을 돌아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깨달음은 그가 엘지전자를 그만두고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녀가 이런 말을 해봐야 “커서 아빠하고 결혼할래요” 수준의 철없는 소리 취급만 당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직장은 ‘균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균형이 없으면 지속성도 없다. 중심 잃은 자전거는 넘어지고 만다. 대표적인 경우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 교육(초등학생)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은 2014년 기준 197만7,000 명으로 54세 이하 기혼여성 중 20.7%를 차지한다.

이 두드러진 현상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은 여성들의 문제로 여겨지곤 한다. 심하게는 임금이 충분치 않거나 복지가 덜 갖춰진 직장에 다니는, 그러니까 ‘덜 노력했던’ 여성들의 문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들’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인식들은 모두 ‘균형’이 상실된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지 않고, 개인 책임으로 돌릴 뿐이다.

‘일과 삶의 균형’, 일부 여성의 문제일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셋은 30대 후반의 비슷한 나이로, 1996~1997년 대학에 입학해 IMF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수차례 이직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찾아가고 있다. 자녀 한 명씩을 두고 있으며 주양육자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이 중 한 명은 남성이다. 어찌 보면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보다 정규직이 많을 때 취업했고,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아르바이트나 학자금 대출에 극도로 시달리지는 않을 만큼 부모의 지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돌아보고 싶은 것은, ‘일과 삶의 균형’ 문제로 위기를 맞고, 좌절을 겪는 것은 정말 ‘덜 노력한, 여건이 안 좋은 일부 여성’만의 일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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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터뷰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뉴스킨 코리아’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이 기업의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이명은(39)씨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뉴스킨 코리아는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네트워크마케팅 기업 뉴스킨의 한국법인다. 이곳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언론사 등에서 이 부문 1위로 선정된 일도 여러 차례다. 기업의 기본 가치부터가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할 정도다.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만 먼저 이명은씨가 여기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IMF 위기 직후라 ‘어디라도 불러주는 데 취업하자’는 생각으로 입사지원을 했었어요. 의류회사였던 첫 직장을 1년여 다닌 뒤에야 비로소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때 찾아낸 곳이 이벤트 회사였다. 전시, 컨벤션, 제품 홍보 행사, 모터쇼 등을 대행하는 곳이었는데 4년간 다니며 확실히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더 일할 수는 없었다. ‘골병 들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바쁠 때는 2박3일 연속 일하며 사우나에만 잠깐 다녀오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 결혼식도 갈 수 없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쥐어짜듯 일한 끝에 행사를 치러내면 짜릿함도 있었지만 “이렇게 10~20년은 다닐 수 없는 직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직장은 식품 분야 대기업이었는데, 이곳에서 4년 일하면서도 분명 “재미있었다”고 했다. 고객관계마케팅(CRM) 분야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업무에 따른 성과가 선명한 점도 동기부여가 됐다. 근무강도는 역시 심각했다.
“임원들이 9시30분에 회의를 하면 전날 매출 반영한 자료를 8시30분까지 만들어 당당 임원한테 브리핑 해야 하기 때문에 7시40분까지 출근했어요. 그런 날도 저녁 7시에 일어나면 ‘벌써 가?’ 하는 소리를 들었고요. 하루 12시간 근무가 당연한 환경이었어요.”

이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반년 남짓 쉬었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10여 년 만의 첫 휴식이었다. 근무강도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이씨는 “어느 정도까지는 연차에 따라, 노력하는 만큼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내정치가 작용했고 묘하게 여성은 배제됐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돌파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퇴직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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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꼽히는 이유

사표를 냈을 때는 막연했지만 쉬는 동안 결혼을 하게 되면서 다음 직장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어떤 기업이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했어요. 가구 하나 사면서도 100개를 넘게 보는데, 아이 낳아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 그보다는 더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했죠.”
짧게나마 경력단절이 됐던 셈이지만 다행히 CRM 경력을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CEO부터가 여성인, 여성친화적 기업문화가 있는 패션기업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뒤 개인적 사정으로 한 번 더 옮긴 곳이 현재의 뉴스킨 코리아다.

어떤 근무환경이기에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꼽히는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제도적인 측면이 별다르지는 않았다. 정당한 이유 없이는 야근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특히 매주 수요일은 ‘패밀리 데이’로 회식도 하지 않도록 정해놓은 정도다.

이씨는 “그보다는 기업문화에서 차이가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화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이전 직장에서는 상사가 욕하며 보고서를 던지고, 수화기를 집어던지는 일이 흔했지만 이 기업만 경험한 후배들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 아니냐”며 믿지 않는다고 한다.
제품을 파는 기업이니 매출이 안 중요할 리 없지만, 개인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압박하지는 않는다. “서두르지 말고 함께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위계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내부경쟁이 심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승진에서 밀리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 반해, 이곳 문화에서는 ‘자리’가 중요하지 않은 편이라고. “팀장보다 나이 많은 매니저도 있고, 그보다 어린 임원도 있지만, 각자 자기 전문성 가지고 일하면 된다는 문화예요.”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직원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에게 ‘여기서라면 계속 일할 수 있겠다’는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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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거쳐 초원에 도착한 것 같은 이명은씨 상황에 비해, 이송아(39)씨의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생활 초기 몇 차례 이직을 한 뒤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그는 현재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중소 규모 자산운용사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직장 선배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취업해야”

“저도 처음 취업할 때는 뭘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운 좋게 자산운용분야에 들어가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고, 여성이 적은 분야다보니 어떻게든 살아남고 인정받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경제‧경영을 전공하지 않은 약점을 보완하려고 주말에는 대학원도 다녔고요. 야근, 회식, 대학원 수업으로 주 7일이 꽉 찼었죠.”

그렇게 ‘일과 삶이 일치된’ 삶을 살다가 결혼을 하고나서야 “일과 삶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하고, 태어날 아이의 육아 문제를 고민하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전문성을 갖기까지 적어도 10년은 남들보다 치열하게 일하고 헌신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겠어요. 저 스스로가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업계는 이렇게 일해야 살아남는다’고 동의하고 살아왔으니까요.”
그렇게 ‘올인’ 했지만 출산과 육아만큼은 남의 몫으로 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내 인생에서 일 못지않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출산이 나쁜 일도 아닌데, 우리나라 같은 저출산 국가에서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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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빠지면 다른 팀원들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 탓에 언감생심 육아휴직은 못 쓰고, 출산휴가 3개월만 채운 뒤 업무에 복귀했다.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셨지만 아무래도 이전처럼 일할 수는 없었다. 조부모의 손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했고, 부모님도 점점 건강이 약해지셨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할 때도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데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딱 1년만, 약간의 여유만 줘도 이 고비를 넘기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여유를 좀 줄 테니 다시 생각하라”고 붙잡는 이는 없었다.

이후,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기회가 닿아 단축근무를 경험했다. 바라마지않던 것이었지만 막상 경험하니 “이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여성만이 아니라 그 남편이 다니는 기업까지, 사회 전반적으로요. 직장생활은 이 직원의 삶에서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거예요. 더 넓게는 다양성과 선택권,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 거죠.”

단기간에 사회가 바뀔 수 없다면, 사회생활을 앞둔 사람들에게라도 꼭 말해주고 싶다고.
“은퇴할 때까지 삶의 100%를 일로 채울 게 아니라면, 업계를 잘 보고 들어가야 해요. 10년 이상 일하다가 다른 업계로 간다는 건 우리 환경에서 지극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업계 선배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는지를 살펴본다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또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부터 노동시간은 얼마나 긴지,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개인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인지 따지는 게 자연스러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래야 기업들도 원하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 문화를 바꿔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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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아빠들, 뭘 잃고 사는지도 몰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만난 이현종(39) 노무사는 육아를 위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남성이다.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직장단절’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긴 하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놓고 “왜 여성만 경력이 단절돼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은 해당 가정 내에서 내린 합리적 판단의 결과다. 부부 중에서 대체로 남성이 더 안정적이고 급여가 높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 연결된 많은 사회구조적 불합리성을 논외로 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택한 합리성이라는 뜻이다.

이씨의 가정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둘 다 대기업 직원이었지만 아내보다 이씨의 급여가 높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낸 시점에서 다른 양육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굳이 찾으려면 다른 방법도 있기는 했을 것이다. 보통은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다. 그렇지만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이전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남성이라고 재취업이 쉬운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그가 그만두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아이를 안정되게 키우면서 여유 시간에 공부도 할 수 있으니까 1석 2조 아니냐고요. 그렇지만 역시 육아는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제 어머니가 도움을 주셨는데도 적응하기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아이를 키우며 양육자가 얻는 대가도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빠를 믿고 푹 잠드는 아이를 볼 때, 같이 산책하고 놀면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얻는 행복감과 안도감 말이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친구들은 아이가 다 크도록 제대로 함께 놀아보지도 못 하거든요. 삶에서 뭘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거죠. 저는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드물게 아이와 교감해 본 아빠잖아요. 당장 돈 못 벌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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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일 남성의 육아 전담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정책적으로 장려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본 남자들이 늘어나면 사회적으로 천천히 학습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남녀 차별, 성역할 갈등, 권위적이고 경쟁이 과도한 직장 문화 등도 달라져 갈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무사로서 이씨는 최근 정부여당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노동시간을 주당 6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명기했다는 점에서 기업주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도록 물꼬를 터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보육지원정책은 표류하고 있는 실태를 놓고 “시간도 안 주고 돈도 안 주면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부 중에 한 명은 경력이 단절됐고, 나머지 한 명은 회사에서 쥐어 짜이는데도 그 원인을 사회에서 찾지 않고 서로 애를 더 봐주네, 안 봐주네 싸우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보다는 지금 노동법이 어떻게 개정되는 건지 보육 정책, 출산장려 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의 동등한 문제

국제노동기구(ILO)는 1981년에 이미 ‘가족부양 책임 있는 남녀 근로자 기회 균등 협약’(156조)을 통해서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의 동등한 문제라고 천명했다. 폐기된 기존의 123호가 ‘가족책임이 있는 여성의 고용에 관한 권고’라는 이름이었던 것과 분명히 구분된다.

남성에게 유급 부모휴가를 준 최초의 국가인 스웨덴은 한 자녀 당 최장 480일의 부모휴가를 주는데, 주목할 부분은 이 중 60일은 한쪽 배우자가 다른 쪽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한쪽이 최소 60일을 써야 480일을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2012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자녀를 둔 남성의 90%가 부모휴가를 사용하고, 부모휴가 일수의 전체의 24%를 남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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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아씨의 말대로 우리는 저출산 국가에 살면서 왜 아이를 낳는 문제로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이명은씨의 말대로 우리는 가구 하나를 살 때는 100개를 살펴보면서 직업을, 직장을 택할 때는 왜 ‘삶을 영위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인지’ 따져보지 않는 걸까? 왜 삶의 여러 가지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이 그런 구조와 문화가 유지되는 데 계속 기여하는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 오르지 않는 임금, 개인의 여건을 존중해 주지 않는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 더는 감내하기 힘든 정도로 삶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아니, 잘 살기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바로잡으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 ‘놀 거 다 놀고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느냐’는 비판은 나온다. 이에 대해 이현종씨가 인터뷰 중에 냈던 의견을 전하면 이렇다.
“기업가들이 존경하는 고(故) 정주영 회장님의 말를 인용하고 싶네요. ‘해봤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라고 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기 위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 등의 주제를 다뤘고 앞으로도 존중 등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기준을 세우면, 위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청소년‧청년들이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부터 “그 업계는, 그 기업은 좋은 일의 기준에 맞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고, 기업들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도저히 달라질 것 같지 않던 사회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 가면 전혀 다른 사회가 될지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이제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월, 2016/01/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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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 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좋은 일, 공정한 노동> 프로젝트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좋은 일’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설문 결과는 전문가 토론을 거쳐 ‘2016 정책 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설문조사와 함께 ‘좋은 일, 공정한 노동’ 기획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좋은 일’의 기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례들을 발굴하여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기획연재를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아울러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설문조사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획연재]
1편.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①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  [ 글 보기 ]

금, 2015/11/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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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희망제작소 ‘좋은 일 찾기 연재 시리즈’ 1회]

‘미생’, ‘송곳’, ‘치즈인더트랩’의 공통점은?

요즘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유행인데, 드라마가 된 웹툰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세 작품 ‘미생’, ‘송곳’, ‘치즈인더트랩’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미생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 대기업 신입사원의 이야기고, 송곳은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해고에 맞선 투쟁을 그리고 있으니 ‘노동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게 분명하지만, 대학생들의 이야기인 ‘치즈인더트랩’과의 관계는 뭘까? 그 고리를 이해하려면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오찬호)의 한 대목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회학 강사인 저자가 ‘KTX 여승무원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를 주제로 진행한 수업에서 한 대학생이 했다는 말이다. 대학생들이 이토록 고생하는 것은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이므로 ‘계약직인 줄 알고 들어간’ KTX 여승무원들은 “날로 정규직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요지다. 그러고 보면 좋은 학점을 받으려고, 장학금 타려고, 스터디도 하고 학회도 하려고 애쓰는 ‘치즈인더트랩’ 여주인공의 노력은 결국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이다.(남주인공은 기업 후계자라 입장이 좀 다르다.) 이렇게 우리 삶을 다룬 이야기들마다 ‘일’의 문제가 들어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서럽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늘 빠듯해서 억울하고, 그나마도 쫓겨날까봐 불안하고, 치솟는 집세에 허덕이고, 어느덧 아무리 애써봐야 현상유지조차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런 모든 어려움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까? 일찌감치 더 ‘노오력’ 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안정된 직장을 찾았으면 될 일일까? 정부는, 정치인들은 늘 ‘고용을 창출’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왜 좋은 일은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까? 우리는 무엇을 원해야 할까? ‘정규직’이 더 많아지기만 하면 되는 걸까?

우리 사회엔 ‘좋은 일’의 상(像)이 없다

여기,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일을 찾아야 할지 생각해 보기 위한 것들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에 대한 상(像)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하나 있는 것이 ‘정규직’이다. “그거면 됐지 우리 현실에서 뭘 더 바라야 하나?”,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정규직’마저 문제 삼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비판도 물론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제안하려고 한다.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어쩌면 그 기준이 없어서 ‘좋은 일’을 찾지 못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이야기들은 인터뷰 등을 통해 모은 실제 사례를 최소한으로 각색한 것이다. 일부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지난 6~8월 진행한 20~30대 여성 인터뷰에 기반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로 과연 ‘정규직’이 ‘좋은 일’의 대명사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20대 후반 남자, “신입 공채 입사하고 보니 비정규직”
중견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1년으로 돼 있다. 1년간 다양한 경험을 시킨 후 정식 부서 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배들한테 “제가 비정규직인가요?”라고 물었다. “그건 아니지, 공채 사원인데”라고들 했다. 그렇지만 지식 포털에 물어보니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비정규직이 맞다”고 했다. 영 찜찜했다. 한 선배는 “예전에는 다 정규직이었다”고 했다. 청소, 경비, 구내식당 직원도 다 정규직이었는데, 조금씩 아웃소싱 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탠 얘기가 심각했다. “회사가 몇몇 부서 사업을 분리할 계획이라는데, 재수 없으면 하루아침에 하청업체 직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불안해하는 나를 놀리는 선배를 보면서, 내가 순진한 건지 저 선배가 순진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식포털에 ‘정규직’이라고 검색해 보면 “이 일이 정규직인가요, 아닌가요?”라는 질문들이 즐비하다. ‘정규직’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개념만 있다. 그러니까 근로계약에 기간이 쓰여 있지 않으면 ‘정규직’인 셈이다. 김민아 노동법률원 새날 노무사는 “1990년대 이전에는 기간 제한이 없는, 즉 정규직 채용만 있었다”면서 “이후 기간제, 한시근로 등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생겨났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가 ‘정규직’으로 통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다 정규직일까? 지식포털에서 많이 보이는 질문 중 하나가 “채용공고에 무기계약직이라고 돼 있는데, 이건 정규직인가요?”다. 대답은 둘로 나뉜다. 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일수록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렇지만 현명한 네티즌들은 핵심을 꿰뚫는다. “정규직과 달리 차별받는 직군일 수 있습니다. 잘 알아보고 들어가세요.”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은 ‘고용안전이 보장되고, 연공주의에 따른 임금인상, 승급, 승진 및 기업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근로자’라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미 그와 같은 차이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30대 초 남자, “나만 낮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니!”
IT개발자로 몇 차례 이직한 끝에 지금 회사에 들어와 3년째 일하고 있다.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른 직원들 연봉을 알게 됐다. 회사 인사담당자와 매년 1대 1로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완전연봉제에, 비밀유지원칙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회사가 알아서 정했겠지’ 하고 사인해 왔다. 알고 보니 내 연봉은 평균 이하였다. 황당한 건 IT업체인데 사무직 연봉이 개발자들보다 많다는 것이다.

연차들이 높기는 하지만 야근도 거의 안 하는데 돈을 더 받는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아직 그쪽은 호봉제가 적용돼서란다. “어차피 전부 완전연봉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문제는 내 연봉을 비교할 기준이 없다는 거다. “억울하면 다음 계약 때 높이 불러!” 이런 말도 들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누가 나보다 많이 받는다”고 말하면 비밀유지원칙을 어겼다고 할 텐데, 무엇으로 연봉을 높여 달라 할지 생각할수록 구차해진다. 그냥 직장을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사람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근로계약 상 ‘기간 정함’이 없다는 점에서는 분명 정규직이다. 그렇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완전연봉제 하에서 개인이 기업에 필적하는 협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연봉테이블이 있거나, 단체협상으로 매년 인상률 기준을 세울 수 없다면 말이다. 기업은 “개인의 실적이 뛰어나면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한국 문화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회사가 어렵다”는 한마디면 협상 끝이다. 그에 반박할 만한 정보를 개인이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임금은 매년 제자리걸음에, 물가인상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깎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시 호봉제’를 외치자고 할 수도 없다. ‘연공서열’이라는 말은 이미 구시대적인 것이 됐다.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자리를 옮기면서 일하는 세상’이 더 지금 시대에 걸맞다는 인식 때문이다. 더 노력해서 전문적인 능력을 쌓았으면 제도의 보호 따위는 필요 없는 걸까?

30대 후반 여성, “전문직, 공공기관, 그렇지만 계약직”
연봉 4000만 원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부 기관에서 외신 홍보 담당 업무를 한다. 전문직 대우를 받기 때문에 비슷한 연차의 공무원보다 연봉이 약간 높다. 그렇지만, 매일 ‘계약직 직원’의 한계를 느낀다. 2년마다 팀의 존속 여부가 정부의 예산 배정에 따라 결정된다. 6년간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왔다. 심지어 얼마 후에는 나갔다가 시험을 봐서 다시 들어와야 한다. 그 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는 좋은 직장이다. 근무 강도나 환경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공무원이라 좋겠다.”, “공무원연금이 최고지!”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처한 것도 감내할 수 있는 일이다. 계약직이라 상여금 등에서 전부 제외되는 것도, 그래서 연봉이 높아봐야 실소득은 비슷하다는 것도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팀에서,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사실은 한 시도 잊을 수가 없다. 승진도 바랄 수 없다. 평생직장을 바라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공무원들 속에 앉아 이런 불안을 느낀다는 건 분명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여성은 전문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문직 대우’라는 것이 곧 ‘고용 안전을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통한다면, 우리는 왜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노력해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물론,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른데 어떻게 판단을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김용진 착학경영연구소장은 “아무리 좋은 직장도 바로 위 팀장이 괴롭히면 옮기고 싶은 직장이 된다”면서 “어떤 학력과 경력을 가졌는지, 어떤 업종인지, 지식노동자인지 육체노동자인지 등에 따라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좋은 일’의 기준을 세우기란 지극히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좋은 일’을 한다고 답한 인터뷰 대상자도 있긴 있었다.

30대 초 여자, “무기계약직으로 시작하지만, 좋은 직장”
졸업 후 첫 취직을 했을 때 나름대로 만족했다. 해외 출장 기회도 있고, 전공도 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작기는 했지만 전문성 있는 업종이니 열심히 배워 더 큰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사장님이 회사를 두 개로 나눴다. 주 5일 근무제 적용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제일 싫은 것은 ‘5분 지각하면 월급 1만원 까기’처럼 직원들이 다 싫어하는 규칙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커피숍 프랜차이즈에 입사했다. “아르바이트 하기는 시간이 아깝지 않니?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에 더 집중하지?”하는 말도 꽤 들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곳과 달리 전 직원 본사 채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빠르면 2~3년 안에 점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학력, 성별 차별이 없다고 했다. 일해 보니 정말 없다. ‘능력’을 요구하기는 한다. 눈치도 빠르고, 체력도 좋고, 의욕적이어야 잘 할 수 있다. 적응 못해서 나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다.

주변에선 “그럼 정규직이야?” 하고 물었다. 처음에는 ‘무기계약직’이고 부점장이 돼야 진정한 ‘정규직’이 된다고 설명하면 걱정하는 표정도 짓는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당장 느껴지지는 않는다. 같은 직급끼리는 계약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아닌 그런 차별은 없다. 연차‧출산휴가‧육아휴직과 같은 처우에도 차등이 없다. 성과급, 보너스도 임금에 따라 비율이 다를 뿐 모두 받는다. 첫 직장에서 분명히 정규직이었지만 이상한 점이 끝도 없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시작했다’는 데 대한 불만은 없다.

대학 전공과는 다른 업종, 사무직이 아닌 일, 전문성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정규직’으로 입사하지 않았다는 점 등만 본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왜 만족한다고 했는지 납득되는 부분들이 있다. ‘정규직’이냐 ‘무기계약직’이냐는 자체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정부에, 기업에 “어떤 일을 달라”고 할 것인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좋은 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어쩌면 ‘좋은 일’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노동 관련법이 바뀐다고 해도, ‘노동 개혁’이다, ‘노동 개악’이다 정치권에서 싸워도 우리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해고가 쉽고, 임금은 줄어들고, 고용 불안은 커진 일자리, 즉 ‘나쁜 일자리’들이 많아지더라도 우리는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다음 회에서는 ‘정규직’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짚어보려고 한다. 이어서 노동시간‧삶과의 균형‧임금‧노동권‧존중 등, 일의 여러 측면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해볼 것이다.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은 있는지, 정부가, 기업이 “고용을 창출한다”고 할 때 어떤 일을 달라고 해야 할지를 말이다. 그래야 ‘미생’의 장그래도, ‘송곳’의 이수인도, ‘치즈인더트랩’의 홍설도 행복을 꿈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노동 세계의 새로운 전선은 노동과 자본 사이가 아니라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 사이에 그어져 있다.”
-토마스 바셰크,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중에서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이 글에 실린 사진들은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사무공간을 찍은 것입니다.

화, 2015/11/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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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근로조건 저해하고 경제에 악영향 미치는 새누리당의 노동법개정안 즉각 폐기하라!&...
목, 2015/11/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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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어떤 일을 하루 중 얼만큼 할 것인가. 어디에 살 것인가. 무엇을 살 것인가. 왜 사는 것인가. 에코페미니즘 학교 다섯번째 시간, 10월 29일 도시, 노동, 주거를 키워드로 마르쉐@의 김송희님과 여성환경연대 중견 활동가 금자님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발화1. <시장에서 오고 가는 노동과 소비>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꿈은 꿈으로 끝난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다가 죽는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허망하게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에서 내가 이루려는 꿈을 어떻게 이루며 살 수 있을까? 그러다보면 구체적인 돈, 노동, 소비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마르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농부, 요리사, 수공예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농부시장입니다. 3년 정도 되었고, 제가 같이 일한 지는 2년이 되어갑니다. 마르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주체들이 있는데요. 저와 함께 활동하는 ‘마르쉐친구들’이라는 4명의 운영진이 있고, 디자이너, 집기설비팀, 후원해주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도 있고 자원활동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

시장이 가능하려면 소비가 있어야 하죠. 소비가 일어나야지 시장이 가능한 거잖아요. 소비 없는 시장은 좋은 이벤트로 끝나고 말죠. 중요한 소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고, 마르쉐가 도시에서 일어나잖아요, 도시사람들에게 소비는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본조건인 것 같아요. 도시라는 게 그렇잖아요. 일차적인 생산물을 뽑아낼 수 없는 곳이죠. 전기, 물, 먹거리 생각해보면 다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잖아요. 사실 우리는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왜냐면 내가 이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지니는지가 일상의 소비로 드러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마르쉐의 소비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파괴적인 소비가 지금 시대에 많잖아요. 소비의 아주 다른 모습으로는 불매운동이 있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요. 또 하나는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르쉐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보이는 것, 나의 삶과 생산자의 삶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런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인간의 연결고리만이 아니라 만약 농부라면 그 농부가 어떤 농사를 짓는지 얘길 들어보면서 농부가 흙에 대해 갖는 태도도 다 다르거든요. 그런 얘길 들으면서 소비가 어떻게 거쳐거쳐 나에게 연결되는지 연결고리를 볼 수 있거든요. 소비라는 게 도시생활자들에게 일상에서 매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내 삶을 이루는 것이 무엇일까 -> 내 삶을 어떻게 꾸릴까 

내가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에게 오는가를 아는 것은 곧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 이유는 다음에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게 항상 고민이라서 그런 부분이 제게 크게 다가왔어요. 마르쉐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것들이 내 세계를 이루고, 이게 그냥 개별자들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어디론가 같이 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 저는 용기를 받게 되거든요. 인간이든 뭐든 자세히 들어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과 돈 사이의 균형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 일이 저를 성장하게 하는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르쉐@에서는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여전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건 거칠게 말하자면 ‘적절한 보수’예요. 이 돈으로 이 정도의 나만의 시간을 찾기가 되게 힘든 거예요. 시간을 많이 써야 돈을 많이 버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고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길 원하는 걸까. 그걸 생각해야 조정이 되더라고요. 생각대로 조정이 잘 안 되긴 해요, 일을 하다보면. 일을 하면서 그런 고민은 더 깊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꾸준히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살아남아야지 지속가능한 거거든요. 제가 아까 처음에 얘기했던,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고 꿈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 꾸준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위해서는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기준 같은 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나는 그걸 가지고 있되, 열어놓고 그냥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것.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로컬푸드,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보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까맣게 탄 농부가 “이건 이렇게 이렇게 키운 거예요.”하고 그걸 듣고 살 때 우리가 느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시장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시행착오와 실수를 계속 하겠지만 꾸준히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계속 고민하죠. 돈과 시간을. 사실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제 개인적 시간이 없는 게 고민이거든요. 그럼 그런 균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구조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마르쉐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반복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렇게 힘들게 가지만 이렇게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나와 세계가 이렇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저는 용기를 얻습니다.

 

#발화2.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고민이 많았어요. 발화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을 제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계몽적인 방식이 아닌 같이 이야기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됬는데요.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경험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면서 그 안에서 에코페미니즘의 길이 뭔지 단상을 보려고 해요. “우아하게 가난” 이게 가능한 말일까요? 대출이자로 1원까지 가져가는 자본사회에서 말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장잔고에서 1원까지 뺏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이 없이 활동가 삶을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서울이란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즘적, 대안적으로 사는게 가능할까요?

단순한 삶 – 시간을 어떻게 쓸까? 귀농만이 답은 아니야

‘심플라이프’하면요, 하루키가 생각나요. 하루키가 재즈카페 했던 건 아세요? 젊은 시절에 하루키도 되게 열심히 놀았어요. 재즈카페 밤에 하면서 소년소녀명작백서 세 권씩 읽고, 동네고양이가 애 낳을 때 고양이 아빠를 잡아주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죠. <심플라이프>에 그가 한 명언이 있어요. ‘돈이 없으면 생활이 놀랄 만큼 심플해진다.’ 너무 많이 가진 자가 하는 것 같지만 하루키 부부는 무형문화재처럼 궁핍해서 당시 신문구독도 못했고 당시 냉장고와 청소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냉장고가 없으니까 날마다 장을 보기, 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 헌 책방에서 책읽기, 돈이 없으니까 책 못사죠. 당연히 TV가 없기 때문에 볕을 쬐면서 소년소녀명작전집 읽기. 이런 것들을 하면서 몇 년을 보내요. 그리고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해요. 저는 이랬던 삶이 하루키의 큰 문학적 자산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말 한국에서 되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저녁이 있는 삶, 우리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굉장히 심플해요. 노동만 하니까. 다른 게 아니라 노동이 너무 일상을 점령하니까 굉장히 심플해지죠.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게 ‘힘들다’ ‘바쁘다’ ‘주말에 못 쉬었다’ 이런 말 많이 듣죠. 심플라이프를 꿈꾸고 단체에 들어온 활동가들 중 5명은 지금 성공적(?)으로 귀농을 했어요. 왜냐면 슬로우라이프라든지, 심플라이프라든지 대안적 삶을 꿈꾸고 단체에 들어왔는데 이 단체의 삶이 그렇지 않은 거예요. 너무 각박하고 힘들도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다들 귀농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어요.

농사를 못 지으면 이런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농촌에 기여할 게 없는 젊은이, 저는 한 마디로 생활기술이 없는 젊은이에요. 그래서 난 귀농 안 되겠다. 귀촌도 안 되겠다. 나는 여기서, 이 자리에서 마음의 유목민 상태를 접어놓고 여기서 심플라이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접한 책이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였어요. 얘네가 짐을 싸요. 여행가는 것처럼 짐을 싸는데, 2주 동안 자신들이 안 썼던 물건을 다 처분하는 거예요.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자기 마음으로 짐싸기 연습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심플하지 않으면 자기 삶에서 자기 시간을 들여서 집중할 삶의 주제를 잡지 못하면 인생이 흔들려요. 그리고 대안적인 생활이라든지 에코페미니즘적 생활이 공부로 끝나고 마는 것 같아요. 삶이 되기 위해선 자기 지향성이 확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돈에 대한 맷집과 ‘행복의 법칙’

저는 여성환경연대에서 8~9년차인데, 작년 초까지 ‘본인 외 개봉금지’라고 쓰인 국가에서 준 서류 받았아어요. 병걸린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회보험 공제에서 온 서류였어요. 월급에서 뭘 많이 떼잖아요. 국민보험도 떼고 연금 떼고 그러는데, 월급 130만원 안 되는 사람인 너희는 많이 떼 가면 안 되는 저소득 노동자이니까 너희한테 얼마를 보조해준다는 거였어요. 국가의 갸륵한 배려인 거죠. 그걸 받았고 요새는 다행이도 직급수당이 있고 호봉이 올라서 그 보험혜택을 못 받는데, 그 정도의 돈을 받고 살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여러 하우스메이트, 언니들과 함께 살면서 저는 돈에 대한 맷집을 키웠어요.

이스털린이라는 사람이 말한 ‘행복의 법칙’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미래에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변곡점, 돈이 많아도 행복해지지 않는 점이 있어요. 얼마정도 될까요? 우리 돈으로 하면 1200만원-1800만원 연봉이면, 자기의 삶의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자원이 있게 되고, 이 이후의 돈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받는 거예요. 사실 삼성을 보면 삼성가가 이건희 씨 집에서 원전사고 터지기 전에 일본의 해산물을 매일 직수입해서 먹었대요. 직접 공수해가지고.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한테 저희가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이 맛있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저희들이 한 번씩 친구들과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은 굉장히 의미가 있겠지만 날마다 좋은 것, 날마다 미치도록 좋은 것을 누리던 사람에게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어요. 날마다 그게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죠.

그렇다고 제가 하루에 1달러 버는 사람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처럼 47억 손배소 걸린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하는 건 기만이에요. 당연히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이 높아지는 삶이 있습니다. 수돗물이 안 나오고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아야 하고 씻을 수 없고. 인간의 기본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에서는 행복할 수가 없죠. 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이건 명백한 진실이에요. 우리가 그런 수준에 있는지, 자기가 어느 정도 벌어야 행복한지, 그 다음에는 나의 삶과 다른 삶의 질, 관계라든지 다른 걸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자기 기준을 세워야 해요.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보면, 시간과 돈이 적고 큰것, 우선순위의 높고 낮음으로 자신의 생활을 써 보는 표가 나와요. 우선순위도 낮고 시간과 돈도 별로 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죠. 그런데 우선순위는 낮은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 이런 것들을 어느 수준으로 줄여야 할지 자기가 결정할 줄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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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자신의 한계를 알고 타인과 관계맺기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아는 것. 자기를 안다는 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아니라 자기 한계를 아는 거예요. 어느 정도 숨을 들이켜고 어느 정도 가서 활동을 하다가 어떻게 물 위로 떠오르는가. 이걸 아는 게 자기 한계를 아는 거고, 자기 자신을 아는 거죠.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은 노동을 자기창조적인 이슈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실현의 과정.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자기 한계를 알고 타인에게 배려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기실현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굉장히 그런 것들에 매몰됐어요. 노동은 원래 시지프스적 성격이 있어요. 굉장히 하기 싫은 것, 굉장히 힘든 것. 어쩔 때는 참아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어디서 배우겠어요? 연애라든지 함께 살기라든지 그리고 하루에 8시간 이상 해야 하는 노동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에 대해 굉장한 관념들이 있죠. 사실 저는 공부는 노동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요. 노동이라는 게 자기 한계를 안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자기 한계를 안다는 건 자기가 어디까지 노동을 해서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을 아는 거고요. 자기 적성이라든지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이거는 이번 생에는 몰라요.

나이 들 때까지 항상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탐구하는 것. 내가 어떤 스타일일까 아는 건 평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마치 10대에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다는 것. 자기가 어떤 노동을 즐길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럼 뭐 이번 생은 망했고 어차피 힘든 노동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생활이 즐겁지 않아요. 사실 자기가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 연애상대처럼 첫사랑처럼 어느 정도 설레는 노동. 이런 것 할 때 되게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맞춰야 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이 노동의 맥락과 판을 잘 살펴보는 것. 그 다음에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보는 것. 노동을 통해서 자기 한계를 알아서 자기를 배려하게 되고요, 또 노동을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할 수 있죠. 이 노동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디까지 하고 어디서 치고 빠질지를 생각하는 게 삶의 기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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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론을 넘어 도시 주거에 대한 대안 – 지역공동체, 공동체토지신탁

우선순위는 높은데 돈이 제일 많이 드는 것. 서울에서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 집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3년 전에 망원동에 있는 집을 1억9천에 샀어요. 어떻게 샀냐? 그 시절에 월급은 130이 안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샀냐? 이 얘길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제가 제일 처음 엄마한테, 이거 기승전 부모론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건 대안이 아니에요. 부모론을 이용해서 산다는 게 너무 개인적인 대안이잖아요. 집에 한정해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지역생활권이에요. 공동체 생태계, 경제가 이뤄지는 게 한 500세대가 된다고 해요. 500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데, 자기가 거주하는 공간은 매우 작고요, 외부 공간이 되게 커요. 임대만 가능해요. 소유할 수 없어요. 동네 커뮤니티 카페도 있고 워크숍 공간도 있고 이런 식으로 공동연대를 통해 풀 수 있도록 공동공간을 이용해요. 그렇지만 자기 공간은 가격을 낮추는 거죠. 넘어 갈게요. 다른 하나는 CLT, Community Land Trust예요, ‘공동체 토지신탁’입니다. 이게 정말 에코페미니즘 관점에 맞다고 생각해요. 토지를 과연 누가 소유하는가? 토지가 지들이 만들었어? 토지는 정말 선점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집은 20년이 지나면 낡아요. 집값이 뛰는 건 사실 건물보다 토지자산이 뛰기 때문이에요. 그 토지 주변에 좋은 학군이 생긴다든지 좋은 공원이 생긴다든지 공동체 자산을 사적으로 취득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하고 영국에서 나온 운동이 땅을 사고 팔지 않고요, 공동체가 소유하되 그 위에 있는 집만 사고파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집값이 별로 비싸지 않아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이 바로 에코페미니즘

이런 이야기들이 에코페미니즘하고 어떤 상관이 있나 궁금하실 거예요. 저도 그래요. 그런데 시스템을 당장 뭐든 바꾸면 좋겠죠. CLT도 하면 좋겠고, 지역생활권도 하면 좋겠고 국정역사교과서도 안 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시스템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어요. 시스템이 변할 수 없을 때는 한 개인이 시스템이 되는 것. 자기가 변하기 원하는 대상 자체가 되는 것. 이런 노력으로 살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은 그 안에서도 굉장히 핵심적인 가치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주방세제를 잘 안 쓰거든요. 베이킹소다를 쓰는데, 왜냐면 헹굼물을 받아서 텃밭에 줘야 해요. 합성세제가 들어가면 내가 먹는 배추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렇기 때문에 거의 세제를 쓰지 않아요. 그냥 물로만 헹궈요. 그러면서 순환을 생각하죠. 내가 쓰는 합성세제물이 어디로 가겠구나. 저는 에코페미니즘을 담론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 내가 하는 행동이 어디 가서 어떤 행동이 되고 어떻게 어떤 생명과 맞닿아있는지 굉장히 큰 그림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 능력은 아니지만, 그런 감수성이 담론이 아닌 에코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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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자급, 농사공동체, 개발주의, 가부장제, 핵발전소, 동물권, 몸, 여성건강, 외모꾸미기, 도시, 노동, 주거, 소비 등을 키워드로 발화의 형식으로 진행된 생생청춘 에코페미니즘학교가 이로써 끝났습니다. 10월 한달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각 주제를 부여잡고 에코페미니즘과 어떻게 연결 될까 고민만 잔뜩 나눈 시간이었는데요. 결국 뭔가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인가를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이 명쾌하게 어떤 담론인지는 아직까지 아리까리 하지만, 적어도 나의 삶의 문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충분히 떠들어 봤던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을 띄워놓고 쿵짝쿵짝한 10월, 오가던 이야기와 고민의 실타래가 어떻게 또 연결될지 두근 반 설렘 반으로 기다려봅니다.

화, 2015/11/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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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사연 확신광장: Vol.6 청년&노동> 청년문제 또 다른 지표, 청년 니트(NEET) -개념과 규모 그리고 […]
화, 2015/11/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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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이 박 대통령의 대선 일자리 공약은 물론이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노동자가 아닌 경제계의 오랜 숙원사업을 들어준 대기업 편들어주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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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요건 강화” 공약도, 국가인권위 권고도 무시…일반해고 도입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10대 공약 중 하나로 일자리 공약인 ‘늘지오’를 내세웠다.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현재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이 공약의 핵심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고용을 안정화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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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대선공약집 183페이지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고용안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리해고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174페이지에는 “고용안정을 우선으로 하면서 기업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다시 한 번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강조했다. 당시 노동계도 이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리해고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해고자 선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어떤 기준에 부합하는 근로자를 해고하라는 가이드라인 제정은 부적절하다. 근로자 대표와 협의를 통해 각 사업장의 현실에 맞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결국 가이드라인은 만들지 않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구체화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렇게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에 미온적이었지만 지금은 대선 공약집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일반해고’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해고는 9월13일 노사정 합의안에서 ‘추가협의’하는 것으로 보류됐지만, 이미 고용노동부는 연내 완료를 목표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반해고를 대법원 판례에 맞춰 정당하게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지,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정리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했던 인권위 권고를 거부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재계 요구 대거 수용… ‘대기업 노동유연화 법’ 비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선전하는 이른바 ‘노동개혁’의 실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 재벌 챙겨주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 파기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의 문제를 완전히 자본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노사정 합의안과 새누리당 노동5법을 두고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는 반면 경제계는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 요구해온 것들이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2년 5월 ‘청년실업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에 대한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정년연장에 따라 청년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위해선 법정 해고요건 완화 등 선행조건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논리와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노사정합의안과 새누리당 법안을 통해 경총이 내세웠던 1위부터 5위까지의 선행조건을 모두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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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경우에는 ‘2014 규제개혁’ 이라는 재계의 요구를 담은 건의사항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고용노동부에 요구하는 사항으로 ‘정당한 해고 사유 명확화(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불이익 요건 완화’ 등이 있었는데, 이 역시 그대로 반영됐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들이 곳간에 쌓아둔 돈은 그대로 남겨둔 채 노동자들의 목만 비튼 격”이라며 “일반해고의 경우 이미 관행적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받겠다라는게 재계의 바람이었는데 그것을 고스란히 정부가 들어준 것이다. 이를 두고 ‘대기업 노동유연화법’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이들의 투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낮은 노조 조직률마저 깨부수고 70년대 새마을 운동 시절로 노동시장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정부와 기업의 욕구가 담긴 것이 이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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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비판은 청년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취업준비생인 김태훈 씨는 “사내유보금도 쓰지 않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등에서 아낀 돈을 청년들 일자리를 위해 쓸 것 같지 않다”며 “산업 전반적인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일자리가 늘어나지, 노동시장 개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 2015/10/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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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인상의 아버지가 운전을 한다. 옆 자리엔 성인이 된 딸이 앉아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대뜸, 딸이 말한다. “나도 아빠랑 같이 출근하고 싶다”. 말 없이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힘내, 우리 딸”

다시, 이번엔 인자한 모습의 어머니와 건장한 아들이 등장한다. 어머니가 마련한 소담한 밥상을 앞에 두고 대뜸, 아들이 말한다. “퇴근하고 먹는 밥맛은 어떨까” 반찬을 집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어머니는 아들을 바라본다. “밥 맛은 다 똑같지 뭐. 힘내, 우리 아들”.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가 끝나면, 신뢰감 있는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화룡점정을 장식한다.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우리 아들의 일자리입니다” .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 홍보광고 이야기다. 버전은 이외에도 서너개가 더 있다. 버전이 뭐든, 결론은 노동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 할 것이라고 반복한다. 정말 그럴까?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은 ‘헬조선’을 벗어나 ‘내 꿈이 이뤄지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을까?

현실 속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

여기 광고가 아닌, 현실 속에 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으로 29년째 근무한 이만우 씨(56)는 3년 뒤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에 이미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대신 59세부터 임금을 줄이기로 했다.

이 씨에겐 건장한 아들이 있다. 아들 역시 현대중공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정규직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6년째 하청업체 소속 파견 노동자였다. 여러 번 정규직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아들은 지난 9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잃고 말았다.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큰 수술을 몇 차례 했지만,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육신을 보내는 대신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아들은 지난 10월 5일 5명의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정규직은 해마다 우리 중공업 같은 경우는 해마다 6, 7백명이 나가요. 보충되는 인력은 1/10 정도에 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말은 무늬만 일자리 창출로 임금피크제 시행한다고 해놓고, 일자리 창출이 정규직으로 창출해야 하는데, 비정규직만 양산시키는 이런 현실이 되거든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합니다.
– 이만우 / 고 이정욱 씨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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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이 씨는 정부의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후 청년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청년일자리가 줄어들었거나, 질 좋은 정규직 보다 위험한 파견 일자리만 대거 늘린 것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2011년 이후 현대중공업의 기술교육원 수료생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교육원은 청년들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기 전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또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력 구성을 보면 파견 노동자는 2012년 이후 급증했지만, 정규직은 제자리 걸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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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서 임금피크제가 일자리를 늘린다고 인정하더라도, 늘어난 일자리는 이 씨의 아들처럼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위험한 일자리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에만 파견 노동자 10명이 숨졌고, 올해도 이 씨의 아들을 포함해 3명이 숨졌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더라도 아버지는 정규직으로 아들은 파견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저성과자로 낙인 찍힌 아버지

또 다른 아버지와 딸 이야기도 있다. 박현중 씨(가명, 50)는 사무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20년 넘게 근속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다. 한참 돈이 많이 필요할 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박 씨를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희망퇴직 대상자로 통보했다. 박 씨와 같이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1,500여 명이다. 그중 1,300여 명이 나갔고, 박 씨를 포함한 일부는 부당한 해고라며 노조를 결성하고 맞섰다.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희망퇴직 대란은 정부의 ‘노동개혁’으로 벌어지게 될 일반해고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저성과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퇴직을 종용하는 것이다. 퇴직을 거부하면 역량 강화를 명목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역량 강화 교육은 실상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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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육을 받았냐면은 이직, 전직, 창업 그런 내용을 주로 교육을 받았어요. 이게 과연 전문직무향상교육인지 제가 묻고 싶고 그거는 결국은 나가라 다른 회사로 가라
– 박현중 / 현대중공업 사무직 (희망퇴직 거부자)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개별적으로 퇴직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사실상의 부당 해고를 감추기 위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해고 사유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징계해고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해고 뿐이다. 이외에도 해고가 정당성을 가질려면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명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해고는 부당한 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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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조치를 노동계가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해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규칙 변경이 가져올 미래, 쉬워지는 해고

정우형 씨(48)는 지난 5월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센터가 3번 이상 고객 클레임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소속이 아닌 직원을 대상으로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노조에는 통보만 했다.

취업규칙을 이렇게 바꿀거고 ½ 이상이 벌써 사인을 했기 때문에 이건 노조인 당신들 사인 안 한다고 해도 통과될 것이다. 강제적으로 통보를 하더라구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통과되면 바로 잘려나갈 사람들이 순위별로 이렇게 쭉…
– 정우형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 씨 역시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였다.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할 정도로 정 씨에겐 절박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일찍 발견돼 목숨은 건졌지만, 여전히 정 씨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다. 이후 센터는 취업규칙 변경을 철회했지만, 정 씨는 정부의 노동개악이 가져올 미래를 벌써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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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회사 대표가 아닌 정부가 만든다고 그러면, 제가 싸움의 명분이 많이… 나라에서 하겠다는데 나라에서 하라고 하는데 뭔데 못하게 막냐, 이렇게 나오면 인제 지금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겠죠.
– 정우형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부는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장미빛으로 가득한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합의문이 글이 아니라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게 될 노동현장에는 이미 잿빛 미래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다.

목, 2015/10/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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