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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12월5일 범국민대회 개최보장과 평화적 진행을 위한 공동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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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12월5일 범국민대회 개최보장과 평화적 진행을 위한 공동기자회견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2:00

12월 5일 범국민대회 개최 보장과 평화적 진행을 위한 시민사회·종교계·국회의원 공동 기자회견문

국민들의 목소리는 터져나와야 하고, 정부는 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평화적 집회를 막지 마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무엇보다도 지난 11월 14일에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하던 중에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 공격으로 18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 선생이 하루빨리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지금에라도 정부 당국이 백남기 선생의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들은, 12월 5일에 평화 집회를 열고 행진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정부가 꺾지 말 것을 요구하고, 우리들 스스로도 당일 집회와 행진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히고자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습니다.

 

정부 당국은 지난 11월 14일에 벌어진 경찰과 집회 참가 시민들 사이의 충돌을 빌미삼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신고한 12월 5일자 집회는 물론이거니와,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신고한 같은 날 집회도 폭력집회가 명백하다고 단정하고 집회개최 금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12월 5일에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단체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평화적 집회로 개최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종교계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인들도 이 집회에 참여해 평화적 집회가 되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폭력집회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집회와 행진을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폭력입니다. 

 

우리들은 정부 당국에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요구합니다. 평화적 집회와 행진을 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꺾지 말고, 집회와 행진을 즉각 보장하십시오.

 

아울러 우리들은 12월 5일에 열릴 집회와 행진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임을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국민의 요구를 외칠 수 있는 광장은 어떤 경우에도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정부가 봉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에 이런 광장을 확보하기 위해 어제, <12월 5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 개최 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하였으며, 평화적으로 개최할 것임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우리 모두도 같은 마음이고, 이는 미처 오지 못한 많은 이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정당한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봉쇄하고, 여기에 집회참가자들이 맞대응하여 충돌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를 정말 희망합니다. 

 

우리들은 12월 5일이 평화집회와 평화행진의 날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니 정부 당국이 갈등을 더 조장하고 국민들을 위축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 평화적 집회와 행진을 온전히 보장하십시오. 
국민 여러분들도 저희들과 함께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 많이 참여해주시고, 범국민대회가 평화집회와 행진으로 진행되게끔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요구와 다짐

첫째, 정부는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살리기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하십시오.
둘째, 경찰은 차벽을 비롯해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십시오.
셋째,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된 집회 장소와 행진 경로를 준수해주십시오.
넷째, 우리들은 평화집회가 진행되도록 ‘평화의 꽃밭’을 비롯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5년 12월 2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강희영(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대표), 권태선(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금옥(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전승(흥사단 사무총장), 박봉정숙(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박영락(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장), 송아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변호사),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신대운(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양길승(6월민주포럼 운영위원장, 녹색병원 원장), 염형철(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유지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윤기돈(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사회활성화위원장,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이상현(녹색미래 사무처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이태호(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필구(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국장), 이충재(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정현곤(통일맞이 이사), 정현백(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조영수(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퇴휴(스님, 실천불교승가회 상임대표), 황인성(6월민주포럼 운영위원장,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학영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대외협력위원장), 김제남 국회의원(정의당 반인권적 경찰폭력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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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확인 결과 충남9호차 7차례 직사 살수…경찰, 살수차 사용보고서 조작 의혹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경찰의 살수차가 경찰의 내부 운용지침을 다수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야당 간사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에 달린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처음부터 직사 살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중총궐기 당시 충남9호 살수차 CCTV 영상. 백남기 농민(버스 앞 파란옷 입은 이)이 물대포를 맞기 직전 상황이다. 당시 CCTV는 실제보다 약 1시간 가량 시간이 빠르게 설정돼 있다. (영상:박남춘 의원실 제공)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중총궐기 당시 충남9호 살수차 CCTV 영상. 백남기 농민(버스 앞 파란옷 입은 이)이 물대포를 맞기 직전 상황이다. 당시 CCTV는 실제보다 약 1시간 가량 시간이 빠르게 설정돼 있다. (영상:박남춘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은 “총 7번 살수를 했는데 모두 직사로 했다”며 “4차 살수에 백남기 농민이 당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작성한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에는 살수차 운용자가 “경고 살수 1회, 곡사 살수 3회, 직사 살수 2회 등 총 5회 살수”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충남9호차를 운용한 한석진 경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경고 살수하고 좌우 왕복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했다”면서도 “밤샘 조사를 받고 새벽에 다시 충남청 제1기동대로 내려가야 했는데 블랙박스를 감찰계에 제출하고 와서 기억에 의존해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를 사용할 경우, 먼저 살수차를 사용할 것임을 경고방송하고 소량으로 경고 살수한 후 본격 살수(분산·곡사·직사)해야 한다. 그런데 충남9호차의 경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직사 살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충남9호차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의 농도로 약 4,000리터를 살수했다”고 나와 있다.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충남9호차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의 농도로 약 4,000리터를 살수했다”고 나와 있다.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조작 의혹 제기돼

최루액 혼합살수 방식도 운용지침을 어긴 정황이 드러났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곡사 또는 직사 살수로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는 경우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살수차의 물탱크에 최루액 등을 혼합해 살수할 수 있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상황 자료에 따르면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던 종로 서린로터리에서는 16시 57분에 살수 경고방송 후, 17시 08분부터 본격 살수가 시작됐다. 그런데 경찰은 본격 살수가 시작된 17시 08분부터 최루액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사, 곡사 살수 후 혼합 살수를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최루액을 살수했다”고 지적하자, 당시 4기동단장이었던 신윤균 현 영등포경찰서장은 “광주, 전남 살수차의 호스가 끊겨서 (충남 9호차가) 충원됐고, 그 전부터 절차를 지켜서 경고 방송이나 살수를 했기 때문에 그 살수의 효력이 충남 살수차에도 미친다고 생각해 도착하자마자 혼합 살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살수차 운용 경찰 “농민 부상 당한 사실 몰랐다”

살수차 운용 과정에서 구호조치도 지침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 사용 중에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한석진 경장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간인 피해상황을 몰랐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몰랐다”며 “다음날 새벽에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시각은 오후 6시 56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시 살수명령과 현장 지휘 책임자인 신윤균 전 4기동단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은 오후 8시 40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후 9시경 (농민이) 위중한데 수술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고,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오후 9시 경에 텔레비전 자막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기본적인 책임은 시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런 위중한 사건을 2시간 후에야 알았다는 것은 경찰 지휘 보고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9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구은수(사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 살수차를 운용한 증인 두 명은 신분 노출을 꺼려 가림막(사진 오른쪽) 안에서 증언했다.

▲ 9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구은수(사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 살수차를 운용한 증인 두 명은 신분 노출을 꺼려 가림막(사진 오른쪽) 안에서 증언했다.

살수차 방향 조절 경찰, 현장 처음 투입

사고 당일 충남9호차를 운용한 경찰은 2명이다. 한석진 경장은 살수 압력을 조절했고, 최윤석 경장은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 경장은 “규정과 지시에 의해 살수했는데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상황은 급박하고 시위대가 경찰 차벽을 훼손하고 있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좌우로 왕복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최윤석 경장은 시위에서 직접 살수차를 운용한 것이 민중총궐기 대회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경장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살수차 모니터 화질이 떨어지고 야간에 비가 와 거리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쏘면 위험하다고 생각을 안 했느냐”고 묻자, “특정인을 겨냥하고 쏜 적은 없다”며 “평소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8년, 경찰을 표적물로 삼아 살수차 안전성 테스트를 한 것 외에는 안전성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구은수 전 서울경기지방청장은 “미흡했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새누리당 의원 “민중총궐기 본부 측도 경찰에 사과해야” 논리 펴

강 전 총장은 이날도 끝내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강 전 총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며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적인 사과는 여러 차례 했지만 공식적, 법적 사과는 형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최종 판단이 나오면 어떤 사과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찰 부상에 대해 민중총궐기 집행부도 사과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강신명 전 경찰총장에게 “집회 집행부로부터 사과 표명 받았느냐”고 질문한 후 “폭력 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은 사과하지 않고 이것을 막았다가 약간의 실수로 사고를 낸 경찰에게만 유감 표명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사건 초기 내부조사 자료 제출 거부

이날 청문회에서는 경찰이 사고 발생 초기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민중총궐기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한석진, 최윤균 경장 등을 상대로 감찰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경찰들이 고발을 당하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청문감찰중간보고서까지만 작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당사자 진술조서 등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박남춘 야당 간사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 사항 외에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조사된 상태까지만이라도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재옥 새누리당 간사는 “검찰 수사 단계라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조사된 자료가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중간에 기초조사한 것, 진술 몇 개 받은 걸 제공받으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남기 씨 가족에 따르면 백 씨는 현재 의식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체온 조절과 혈당, 대변 등 모든 것을 기구와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적으로 심박수를 조절하는 약을 맞고 있고 피가 스스로 형성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수혈을 받고 있다.

가족은 지난해 11월 강신명 전 경찰총장을 비롯해 7명의 경찰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까지도 강 전 총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러 피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큰 딸 백도라지 씨는 “손주 재롱을 보며 지내셔야 할 아버지가 살인미수에 의해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 것에 대해 강신명 청장을 비롯해 7명이 어떤 책임을 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백남기 농민 가족과 대책위는 12일 오전 청문회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문회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시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 백남기 농민 가족과 대책위는 12일 오전 청문회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문회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시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화, 2016/09/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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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왼쪽부터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지현 변호사,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은 지난 4월 5일 오전 11시,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법률가 선언을 발표했다.

최근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 등)가 성폭력 피해자 등 각종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이들을 역고소 위협과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시킴으로써 심각한 위축효과를 낳는 악법으로 평가되면서 이를 개정·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국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법률가들은 선언문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함에도, 진실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개인의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헌적이고, 이러한 형사처벌의 위험이 수많은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위축시켜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심각한 사회적 해악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이 법은 말한 사실이 진실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음을 밝히며, 정치권이 본 법을 조속히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유승희 의원은 이번 법률가 선언에 대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국회의원으로서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역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금태섭 의원도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형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의미 있는 선언문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첨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 전문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 제309조 제1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가 피해자들의 고발을 크게 위축시키는 적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허위가 입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즉, 말이 사실인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법이다. 우리는 현재의 미투 운동을 비롯하여 추후 우리 사회에 있을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

표현의 허위·진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죄가 성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는 피해자들이 성폭력 등의 피해 사실을 알린 것 자체만으로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하여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하며, 실제로도 그러한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 말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형법 제310조)이 있으나, 이는 곧 ‘공익을 위하지 않은 진실은 발설하지 말라’는 것이며, 개인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공익 목적을 위해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써 위헌적이다. 또한 ‘공익성’이란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으로써 판단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며, 고발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 한다. 최종적으로 불기소,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그 과정까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형사처벌의 위험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위축효과를 발휘하며 수많은 용기 있는 고발을 억제한다.

진실한 사실의 공유는 구성원간의 사회 제 현상에 대한 진리 탐구와 의사형성의 전제가 되므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진실한 사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피해사실에 대한 고발은 가해자에 대한 평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 법은 이러한 발전적 고발을 억제시킴으로써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심각한 해악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이 법이 진실한 사실의 발설을 막음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의 명예는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허명’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진실한 사실 중에서도 사생활의 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막도록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에 한하여 이를 금지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수단을 통해 보호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본 법은 이를 넘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말이라면 모두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징역형까지 내려질 수 있으며, 실제로 임금체불, 폭행, 대리점 갑질 등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볼 수 없는 공표에도 유죄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사례는 한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는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진실한 사실을 입증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실무상으로도 사생활의 비밀 보호에 이용되고 있지 평판 보호를 위해 남용되고 있지 않다.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우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고발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위헌적 법률임을 선언하며, 정치권이 현재 계류되어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부디 우리 사회의 감시와 고발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본 죄가 반드시 폐지되어, 진실 앞에서만큼은 피해자가 당당하고 가해자가 두려움에 떠는 당연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끝>

2018년 4월 5일

강보경(변호사), 강상원(변호사), 강석구(형사정책연구원), 강성식(변호사), 강성필(변호사), 강승호(변호사), 강영혜(변호사), 강은옥(변호사), 강정규(변호사), 강정은(변호사), 강지명(서울시의회), 고봉진(제주대), 고시면(유원대), 고준승(변호사), 고평석(경남대), 공대호(변호사), 곽경태(변호사), 곽소영(변호사), 곽혜진(변호사), 구대훈(변호사), 구민회(변호사), 권소연(변호사), 권영실(변호사), 권혜진(변호사), 권희영(변호사), 김가연(변호사), 김경은(변호사), 김관중(변호사), 김균민(변호사), 김근확(변호사), 김기중(변호사), 김기창(고려대), 김도희(변호사), 김두나(변호사), 김두리(변호사), 김명환(변호사), 김묘희(변호사), 김미아(변호사), 김민정(한국외대), 김바올(변호사), 김봉수(전남대), 김상택(변호사), 김성돈(성균관대), 김성순(변호사), 김성은(변호사), 김성천(중앙대), 김성훈(변호사), 김세은(변호사), 김소리(변호사), 김아름(변호사), 김연주(변호사), 김영진(변호사), 김예원(변호사), 김웅기(변호사), 김은진(원광대), 김의형(변호사), 김인숙(변호사), 김일영(변호사), 김재왕(변호사), 김재윤(전남대), 김종서(배재대), 김종세(계명대), 김종수(변호사), 김주영(명지대), 김주혜(변호사), 김준현(변호사), 김지영(변호사), 김지예(변호사), 김지현(변호사), 김지혜(변호사), 김진영(변호사), 김창록(경북대), 김철식(변호사), 김태영(변호사), 김하영(변호사), 김현승(변호사), 김혜원(변호사), 김화철(변호사), 김효연(변호사), 김희진(변호사), 남다예(변호사), 노수환(성균관대), 도규삼(변호사), 류석원(변호사), 류시원(변호사), 류정선(변호사), 마정권(변호사), 문병효(강원대), 문현웅(변호사), 민경제(변호사), 민승현(변호사), 민재홍(숭실대), 박갑주(변호사), 박경신(고려대), 박노영(변호사), 박동민(변호사), 박동훈(변호사), 박배근(부산대), 박병규(변호사), 박병욱(제주대), 박보경(변호사), 박상수(변호사), 박상현(변호사), 박상훈(변호사), 박성호(한양대), 박수정(변호사), 박수진(변호사), 박애란(변호사), 박용우(변호사), 박우철(변호사), 박인원(변호사), 박정민(변호사), 박종원(부경대), 박지원(변호사), 박지현(인제대), 박지혜(변호사), 박지환(변호사), 박태원(변호사), 박학모(형사정책연구원), 박한희(변호사), 박현정(조선대), 배승열(변호사), 배정호(변호사), 배지연(변호사), 배진아(변호사), 백상진(부산외대), 백은성(변호사), 백인성(변호사), 백주선(변호사), 변재근(변호사), 변형관(변호사), 서기호(변호사), 서나영(변호사), 서선영(변호사), 서채완(변호사), 석근배(변호사), 선바로(변호사), 성민혁(변호사), 성형석(변호사), 소라미(변호사), 손동우(변호사), 손명숙(변호사), 손보인(변호사), 손익찬(변호사), 손지원(변호사), 손지훈(변호사), 손태호(변호사), 손홍열(국민권익위원회), 송광섭(원광대), 송문호(전북대), 송상교(변호사), 송시현(변호사), 송지은(변호사), 송혜미(변호사), 송희라(변호사), 신고운(변호사), 신명진(변호사), 신아람(변호사), 신양균(전북대), 신옥주(전북대), 신용간(변호사), 신지숙(변호사), 신평(경북대), 신하나(변호사), 신혜성(변호사), 심석태(SBS), 심제원(변호사), 심지원(변호사), 안성훈(변호사), 안정혜(변호사), 안준석(변호사), 안중민(변호사), 안태환(변호사), 안현지(변호사), 양기진(전북대), 양소영(변호사), 양지만(변호사), 양지웅(변호사), 양현아(서울대), 양홍석(변호사), 양희석(변호사), 양희철(변호사), 엄선희(변호사), 엄호성(변호사), 염형국(변호사), 오동석(아주대), 오선주(형사법학회), 오세범(변호사), 오승민(변호사), 오승한(아주대), 오용수(변호사), 오재욱(변호사), 오정한(변호사), 원민정(변호사), 유영화(변호사), 유익상(변호사), 유인호(변호사), 유진희(변호사), 윤송이(변호사), 윤영미(고려대), 윤영철(한남대), 윤예림(변호사), 윤웅중(변호사), 윤재훈(변호사), 윤지영(변호사), 윤진수(서울대), 윤치환(변호사), 이건호(한림대), 이덕인(부산과학기술대), 이동건(변호사), 이동수(강원대), 이동환(변호사), 이동훈(변호사), 이명웅(변호사), 이민희(변호사), 이상윤(동양대), 이상희(변호사), 이석배(단국대), 이선경(변호사), 이수경(변호사), 이슬이(변호사), 이승민(변호사), 이승진(변호사), 이욱기(변호사), 이은혜(변호사), 이인재(변호사), 이일(변호사), 이재영(변호사), 이정란(부산대), 이정민(변호사), 이정환(변호사), 이종훈(변호사), 이주현(변호사), 이주희(변호사), 이준범(변호사), 이지선(변호사), 이지영(변호사), 이지현(변호사), 이지훈(변호사), 이진서(변호사), 이진혜(변호사), 이찬희(변호사), 이청규(변호사), 이탁건(변호사), 이학민(변호사), 이학준(변호사), 이현서(변호사), 이현주(변호사), 이현주(변호사), 이혜선(변호사), 이환춘(변호사), 이회덕(변호사), 임광주(변호사), 임준형(변호사), 임혜지(변호사), 장규배(변호사), 장규원(원광대), 장영배(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범진(변호사), 전석진(변호사), 전수연(변호사), 전준용(변호사), 정관영(변호사), 정구태(조선대), 정명화(변호사), 정민영(변호사), 정상규(변호사), 정소연(변호사), 정영훈(변호사), 정유현(변호사), 정인희(변호사), 정재훈(변호사), 정정원(한양대), 정지태(변호사), 정지현(변호사), 정지훈(서원대), 정진아(변호사), 정찬모(인하대), 정창래(변호사), 정필승(변호사), 제본승(변호사), 조규성(협성대), 조덕상(변호사), 조상혁(우석대), 조상희(건국대), 조선희(변호사), 조세화(변호사), 조연빈(변호사), 조우영(경상대), 조원상(변호사), 조일연(변호사), 조현순(변호사), 조현욱(건국대), 조현욱(변호사), 조혜인(변호사), 진희원(변호사), 차성우(변호사), 차혜령(변호사), 채형복(경북대), 천지선(변호사), 최건섭(변호사), 최관호(순천대), 최덕순(변호사), 최덕현(변호사), 최설미(변호사), 최성진(동의대), 최성호(변호사), 최유진(변호사), 최은배(변호사), 최정학(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종연(변호사), 최진혁(변호사), 최현정(변호사), 최호진(단국대), 하태승(변호사), 하태훈(고려대), 한상희(건국대), 한혜정(변호사), 함보현(변호사), 함보현(변호사), 허일태(동아대), 현지현(변호사), 홍민정(변호사), 홍성수(숙명여대), 황문규(중부대), 황보람(변호사), 황성기(한양대), 황수철(변호사), 황영민(변호사), 황준협(변호사) (이상 330명)


[참고자료]

○ 법령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판례

  • 대법원 2004.10.15, 선고, 2004도3912 (임금체불 고발)
  • 대법원 2013.3.28, 선고, 2012도11914 (노인회 폭행 사건 고발)
  • 대법원 2004.5.28 선고, 2004도1497 (제약회사 갑질 고발)

○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 권고

Human Rights Committee,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fourth periodic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 Adopted by the Committee at its 115th session (19 October–6 November 2015).

“Criminal defamation laws

46. The Committee is concerned about the increasing use of criminal defamation laws to prosecute persons who criticize government action and obstruct business interests, and of the harsh sentences, including lengthy prison sentences, attached to such legal provisions. It further notes with concern that even a statement which is true may be criminally prosecuted, except if this statement was made for the purpose of public interest alone (art. 19).

47. The State party should consider decriminalizing defamation, given the existing prohibition in the Civil Act and should in any case restrict the application of criminal law to the most serious of cases, bearing in mind that imprisonment is never an appropriate penalty It should ensure that the defence of truth is not subjected to any further requirements. It should also promote a culture of tolerance regarding criticism, which is essential for a functioning democracy.”

○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권고

Frank La Rue (2011),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A/HRC/17/27/Add.2), UN Human Rights Council, 21 March 2011

“27. The Special Rapporteur reiterates that for a statement to be considered defamatory, it must be false, must injure another person’’s reputation, and made with malicious intent to cause injury to another individual’’s reputation.

89. The Government should, in line with the global trend, remove defamation as a criminal offence from the Criminal Act, given the existing prohibition of defamation in the Civil Act.”

금, 2018/04/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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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를 땐 대통령이지만 욕먹을 땐 개인이란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비판 혹은 비난하기 위해 인터넷에다 “개OO 같은 아무개 개XX의 만행”, “진짜 개OO 걸X 같은 년”이라는 글을 썼다고 치자.

한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모욕죄란 이름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 글의 대상이 된 아무개 씨는 나를 모욕 혐의로 고소할 수 있고, 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심평원을 욕한 의사

그런데 비슷한 내용을 쓴 한 의사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슨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의사라서 봐줬나?

개업의인 ㄱ씨는 2013년 1월의 어느 날, 자신의 블로그에다 위와 같이 누군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썼다. 그 ‘누군가’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국가기관 중 하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었다.

심평원

이에 앞서 ㄱ씨는 급성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에게 항생제 치료를 하였다. 이 치료비를 의료보험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평원은 금액을 삭감했다. 정당하게 치료한 치료비가 삭감되었다고 생각한 ㄱ씨는 심평원에 항의했다. 심평원으로부터는 조정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른 조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미 치료가 끝난 사안에 대해 보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의사가 그 비용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화가 난 ㄱ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위와 같은 단어를 써서 심평원을 비난했다.

 

욕설 의사가 무죄인 이유  

심평원은 ㄱ씨를 모욕죄로 고소했고, 이에 대해 2013년 11월 열린 1심 재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14년 5월의 2심 재판에서도 ㄱ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 판결 재판 판사 법원

 

그런데 1심과 2심은 똑같이 ㄱ씨의 행위를 무죄로 보았지만, 그 이유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났다. 1심의 경우는 글이 쓰인 맥락을 고려하며 게재 동기나 전체적인 배경에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경위 및 배경 등에 비추어 보면 … 자신의 판단 및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그 비중이 크지 아니하며, 이러한 표현은 위 게시물의 게재 동기나 게시물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것으로 보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2심은 1심과는 달리, 문제의 표현이 매우 저속하여 부적절하므로, 이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똑같이 무죄라는 결론에 이른 것은 또 다른 점 때문이었다. 즉, 모욕적 표현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라는 것이었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에 관한 비판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이고 특정 개인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와 같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검찰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6년 3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정하고 상고를 기각하였고ㄱ씨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의 심평원 판결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모욕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사실 모욕죄와 비슷하면서 그보다 형량이 더 큰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져 있어, 이것은 똑같은 민주적 원칙을 다시금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광우병 논란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외교통상부 정책관이 낸 명예훼손 소송 판결에서,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국가기관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조직 목적이다. 또 그들이 하는 일은 국민 전체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국가기관과 공직자를 국민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민 이외에는 ‘절대 존엄’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 감시와 비판 과정에서 표현이 좀 과하거나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좀 떨어지게 되더라도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고, 그런 걸 빌미로 해서 언론, 더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자 대법원의 판단이다.

심평원 판결과 PD수첩 판결을 대법원의 말을 빌어 간추린다면,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국민 상대로 질 싸움을 거는 정부와 공직자

국가기관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대상이 되든 말든,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은 국민을 상대로 하여 꾸준히 명예훼손과 모욕 소송을 걸어왔다. 죄가 없는 것으로 판정될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때로는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어용 단체가 대역을 맡기도 했고, 때로는 역시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수사기관이 달려들기도 했다.

악역을 누가 맡든, 결과는 비슷했다. 참여연대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부나 공직자가 제기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소송은 모두 30건이나 됐다. 청와대 홍보수석, 서울시장, 문화부장관, 경찰,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 우리나라에서 힘깨나 쓴다고 하는 기관과 공직자들이 줄줄이 원고로 나섰다. 국정원은 민·형사를 통틀어 6번이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도 이들로부터 고소되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국민 절대다수는 무혐의 처리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로 죄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은 한두 건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질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은 바보다. 혹은 황산벌의 백제군처럼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질 때 지더라도 얻을 게 있다고 간교하게 계산하는 자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하여 질 싸움을 거는 한국 정부와 공직자들이 이 셋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놓고 ‘국가권력의 명예훼손죄 기소 남용 방지와 제도 개선 방안’ 같은 토론회를 여는 사람들의 견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러한 기소 및 소송 제기는) 국민의 공적 발언 자제나 여론 형성의 위축만을 초래할 뿐 아무런 법적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 입막음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이 바보거나 장렬한 최후를 맞을 준비가 된 자들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겁을 주고 송사로 괴롭혀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간교한 술수를 벌이는 자들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소송 쇼쇼쇼

괘씸한 국민에게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덧씌우는 소송 쇼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계속된다. 2015년 7월 참여연대가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작 이래 그때까지 국민이 정부나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다는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경우는 22건에 달했다. 형사 소송이 18건, 민사 소송이 4건이었다. 형사 사건 중 4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실컷 조롱 대상이 됐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은 한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공직자이다. 이들은 권력구조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들로서, 각 개인이 사실상 국가기관이나 마찬가지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비판은 비록 좀 과도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도 죽어라 명예를 지키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소송한다.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직접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어떤 대통령도 모든 국민을 100%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불만족한 국민은 비판도 하고 비난도 하고 욕도 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욕을 먹는 게 불명예라서 참기 어려운 생각이 든다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체제와 자신의 정체성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욕먹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소송으로 국민을 괴롭힐 게 아니라, 대통령을 안 하면 된다. 욕먹을 것 먹고 비판받을 것 받아가면서 당당하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쌔고 쌨을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명예훼손 소송 폭주는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쪽의 재갈 물리기는 톡톡히 효과를 거두는 셈인데, 심지어 어이없게도 일부 판사는 이전 판례를 무시하고 그런 폭주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법원의 창조적 발상: 공인 박근혜 vs. 사인 박근혜

1.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 사건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는 2015년 봄에,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페이스북에 그런 내용을 올렸다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해 12월 열린 1심 결심 재판에서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1)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고 따라서 그 직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2) 대통령의 정체성을 헌법기관의 그것과 개인의 그것으로 구분하여, 박씨의 비판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격이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기발한 판단을 하였다.

마치 박씨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어서 다른 박씨의 (공공 이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을 물고 늘어져 명예훼손을 범한 것처럼 말이다. 박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이다.

2. 부산 ㄴ씨 전단지 사건 

얼마 전인 6월 23일, 부산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배포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ㄴ씨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유는 ㄴ씨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빙자하여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각종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 같지만, 문제가 된 것은 전단지 내용에 포함된 “청와대 비선 실세 + 염문설의 주인공 정 모 씨에 대한 의혹 감추기” 단 한 줄이었다. 이것이 대통령이 아니라 사인(私人) 박근혜의 명예를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3. 정신 장애인 ㄷ씨 사건 

또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ㄷ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ㄷ씨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판결문에서 “정신감정 결과 최씨는 피해망상, 충동조절능력 저하 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라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다 할지라도 글을 올려 사회적 오해와 혼란을 빚은 점을 비춰볼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심신미약 상태면 강도, 강간,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형하는 게 법원의 태도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방하면 심신미약이든 아니든 정신 장애인조차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는 셈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본 한국, “성질 잘 내는 대통령” 

국민이 비판하는 공직자의 모습에서 순수한 사인을 추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함에도(국민이 왜 비판을 하고 비난을 하고 비방을 하겠는가), 그런 억지를 들이밀어 국민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나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것은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는 5천만 국민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명예가 5천만 국민이 누려야 할 민주적 기본권보다 중요한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한 실마리는, 노무현 재임 때 31위까지 올라갔던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이명박 때 40위권으로 떨어지고 박근혜 시기에 들어와서 50  57 → 60 → 70위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양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펴낸 201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리포트에서 한국 항목의 제목은“irascible presidency(성질 잘 내는 대통령)”이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 박근혜

‘국경 없는 기자회’ 한국 항목 제목은 “성질 잘 내는 대통령”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6.30.)

목, 2016/06/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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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기사단,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라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기사단이 ‘여왕님’을 구해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저 방어적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제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의 존엄에 해가 되는 표현물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왕의 한마디 

이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검찰. 불과 발언 이틀 뒤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서울 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한다. 하지만 카톡 검열 소문이 확산하고, 텔레그램 ‘망명 사태’가 일어나는 등 여론의 역풍이 일자 물러섰다.

당시 관련 기사의 한 대목을 보자.

“검찰이 서울 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하고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은 실시간으로 상시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카오톡 실시간 모니터링은 사실 무근이라며 밝혔습니다.

카카오톡을 오가는 하루 수십 억의 메시지를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검찰의 강경 대처 방침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더기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 신설, 카톡 검열 루머 확산 (황승환), 2014년 9월 22일.

검찰, 포털 핫라인 연결 방침

포털 서비스와 검찰의 핫라인 연결 방침은 이미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사안으로 보인다.

 

누가 여왕님에게 감히! 

이들은 보수시민단체에 의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렇듯 보수 단체나 개인이 대통령과 국가기관을 대신하여 명예훼손죄로 고발장을 내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제3자의 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심위가 인터넷 명예훼손 게시물 심의 개시를 위해 제3자의 신청도 받겠다는 것과 형법상 명예훼손의 제3자 고발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방심위 심의규정은 다음과 같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0조 제2항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

왜 형법상 명예훼손과는 달리 당사자(혹은 대리인)의 신청을 받도록 한 걸까.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방심위는 조사권이나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같은 준사법기관이 아니다. 즉, 그 실질은 행정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독립된 ‘심의’ 기구일 뿐이다. 즉, 심의 의견만을 낼 수 있는 곳이지 무슨 검찰이나 법원 행세를 해선 안 되는 거다.

둘째, 현실적으로 방심위 인력으로 명예훼손에 관계된, 그런데 정작 그 게시물이 명예훼손인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에 속한 풍자와 정치적 논평인지 헷갈리는 그 무수한 게시물을 현실적으로 살펴볼 여력도 안 된다.

쉽게 말하자. 방심위는 권한도 없고, 능력도 없다.

여왕 폐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방심위 기사단

여왕 폐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방심위 기사단

 

방심위,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방심위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박 대통령을 보우하사, 검찰의 “선제적 대응론”을 실질적으로 ‘밑바닥’에서 실천하겠다는 것.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규정에서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라는 부분을 삭제하자는 것.

현재 심의규정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

방심위가 원하는 개정안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신고가 있든 없든 방심위 맘대로) 심의를 개시한다.

 

누가 누가 좋을까 

방심위 규정이 개정되면 누가 웃을까. 우선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여기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개정안은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힘 센 정치인, 인기 많은 연예인, 돈 많은 기업인이 그 혜택(?)을 볼 것으로 넉넉하게 추정해볼 수 있다.

당신은? 나는? 우리는?

힘없고, 빽 없고, 돈 없고, 게다가 인기도 별로 없는 우리를 위해 방심위가 직권으로 명예훼손 가능성 있는 게시물을 내려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고 싶어도 그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누군가 나에 대해 당신에 대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떠들어야 명예훼손의 가능성도 생길 텐데 그럴 일이 아예 별로 아니 거의 없는 거지. (ㅜ.ㅜ)

방심위 개정안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애쓰는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물었다. 개정안 문제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간단히 되짚어 보자.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일문일답)

– 가장 큰 문제점는 뭔가. 

이 개정안은 제3자 신고나 방심위 직권으로 명예훼손 게시물을 차단하고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건 대통령, 정치인과 같은 대표적인 공인이거나 종교지도나 돈 많은 기업인이나 인기 있는 연예인 정도다.

명예훼손은 앞서 예시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과 관련해 문제 되는 비중이 99%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평범한 국민에게 이번 심의 규정 개정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을 더 특권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심의 개정의 의도가 읽힌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다.

– 이제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직접 권리침해 주장자가 신청해야 했지만, 방심위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 가만히 있어도 ‘아랫사람’이 대신 신고해주고, 심지어 방심위가 직권으로 심의해서 게시물을 차단하고, 삭제해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누구를 위한 개정안인가?

– 정치적 의사표시와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가 우려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넘어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에 관한 비판적 여론이 일개 심의기구에 의해 차단되는 실질적인 여론 차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제3자가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방심위의 개정 논리가 형사법 체계와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심위 심의 규정을 굳이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소추 조건과 동일하게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 형사법이 심의규정의 상위법도 아니다. 특히 방심위는 수사권도 없고,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불법성을 확정할 권한도 없다.

– 현재 규정(“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의 취지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의 신고나 고발로 오히려 명예훼손 피해가 확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방지한 것이고, 심의 업무 과중을 우려한 현실적인 취지로 그렇게 규정한 것이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피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죄)인 점에서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심의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현재 심의규정은 오히려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취지에도 맞다.

– 현재 규정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당연히 현재 규정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정안은 ‘극소수 권력자와 정치인과 연예인과 기업인 등’을 제외하고는 실효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으로 일반 국민의 피해 구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즉, 한마디로 개정할 필요성가 없다.

– 그럼에도 현실적인 개정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이 무관심하다면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 시민들께 알리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활발하게 대책을 논의 중이고, 토론회 개최를 계획 중이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

방심위의 정치 심의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심의규정 개정으로 권력자의 비호 수단으로 통신심의가 남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심을 촉구한다.

 

끝으로 여왕 폐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노래나 하나 함께 들어보자.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
그 파시스트 정권을 (구하소서)
그들은 널 바보로
잠재적 수소폭탄으로 만들었지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
그녀는 사람이 아니야
영국의 꿈속에 미래는 없어

닥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닥쳐, 네가 필요한 게 뭔지
미래는 없어, 미래는 없어
널 위한 미래는 없어

God save the queen
The fascist regime
They made you a moron
Potential H-bomb

God save the queen
She ain’t no human being
There is no future
In England’s dreaming

Don’t be told what you want
Don’t be told what you need
There’s no future, no future,
No future for you

(후략)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5. 07.15.)
 
월, 2015/07/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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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말은 국정원이, 낮말은 방심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심의규정을 개정한다는데...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1.jpg

#1.
밤말은 국정원이 낮말은 방심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버 명예훼손 심의규정을 개정한다는데...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2.jpg

#2.
원래 명예훼손 게시물은 당사자가 신고해야 방심위가 심의를 했어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하여야 한다"
-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0조 제2항
당사자: "이 게시물이 내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요. 방심위에서 심의해서 차단하거나 삭제해주세요!"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3.jpg

#3. 
그런데 방심위가 규정 자체를 없애려고 해요.
그러면 이제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신고할 수 있어요. 
제3자: "이 게시물이 우리 회장님(대통령, 목사님...)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요. 삭제해주세요!"
심지어 방심위 직권으로 삭제할 수도 있어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흠... 이글은 아무래도 '그 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같군. 우리가 알아서 삭제하는 게 좋겠어"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4.jpg

#4. 
이렇게 심의규정을 개정하면?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총수, 유명 종교인들처럼
자신의 명예훼손 게시물을 일일이 직접 신고하기 껄끄러운 분들은...
누군가 대신 신고하거나, 방심위가 스스로 심의해주면
체면을 지키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판글들을 인터넷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죠.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5.jpg

#5.
인터넷을 매일 사용하는 우리는?
내가 '그 분'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려도
모 회사 제품이 문제가 있다고 제품후기를 올려도
000 후보에 대해 의혹제기 신문기사를 캡쳐해도
메르스 대응 등 정부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도
국정원 해킹 구입 의혹 제기 블로그 글을 올려도
이승만 박정희 전직 대통령에 대한 UCC를 올려도...
명예훼손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하거나
상시적인 모니터링 하는 방심위에 의해
삭제, 차단될 수 있습니다.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반대 카드뉴스 6.jpg

#6.
참여연대는 반대합니다.
지난 7월 9일 방심위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안건 상정을 못했지만
조만간 다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될 것입니다. 
방심위는 당사자 신고 없이도 명예훼손 게시물을 심의,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 심의규정(제10조 제2항) 개정 시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금, 2015/07/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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