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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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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익명 (미확인) | 월, 2015/11/16- 18:44

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글 | 오픈넷

 

방통위가 청소년들을 유해정보에서 구해내겠다며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에 배포한 스마트보안관이라는 모바일 앱이 있다. 방통위는 2013년부터 무려 이 앱을 위해 약 30억 원의 예산을 들였고 이통3사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이하 MOIBA)가 함께 개발을 했다.

스마트보안관을 실행시키면 이 앱이 계속 스마트폰에 상주해있으면서 이용자, 즉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 모니터링 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주요 기능은 아래와 같다.

  •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 부모에게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일평균 이용시간, 주 이용시간대, 주 이용정보 카테고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통제한다. (시간별, 앱별 등)
  •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마트보안관을 청소년이 임의로 삭제할 수 없게 한다.

스마트보안관 안내 배너

주요 기능만 봐도 애정이 과한 부모 세대가 청소년 세대를 스토킹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생활 침해를 하는 느낌이 든다. 놀랍게도 방통위가 2015년 4월 16일부터 시행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에 의하면 청소년에 판매하는 스마트폰에는 유해매체물을 차단할 수 있는 앱을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이 법률상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여러 앱이 있지만 방통위는 자신들이 개발한 스마트보안관 설치를 은근히 장려했고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이 수십만명의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깔리게 되었다.

참고로 2015년 7월 이통사별 스마트보안관을 설치한 수는 다음과 같다.

  • SK텔레콤 – 57,217건
  • KT – 202,041건
  • LG유플러스 – 120,709건

 

심각한 보안 문제, 7개월 만에 서비스 중단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11월 1일 방통위는 스마트보안관 앱·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스마트보안관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방통위가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를 중단한 건 의무 사용을 강요한 이 서비스에 심각한 보안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스마트보안관의 심각한 보안 결함을 발견한 것은 토론토 대학교 뭉크스쿨 글로벌상황연구소 산하 시티즌랩이다. 시티즌랩은 2015년 9월 20일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참고: 관련 오픈넷 보도자료)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스마트보안관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도 및 보안성에 대한 독립적인 두 건의 감사 결과가 담겨있다. 감사는 보안감사 전문 회사인 큐어53(Cure53)과 함께 진행이 됐는데, 연구진은 스마트보안관[1]을 이용하는 청소년과 부모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위헙하는 26건의 취약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안 취약점들을 이용하면 스마트보안관 계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 변조, 개인정보 절도 등 다양한 공격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밝힌 문제점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인증 문제: 정상적인 확인절차나 암호 없이도 계정의 등록과 관리가 가능한 문제점 존재
  • 인프라 문제: 서버는 구식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고, 보안조치와 암호화가 업계 표준으로 구현되지 않음. 무작위 대입 공격에 대한 대책 없음
  • 법적·정책적 함의: 스마트보안관의 설계 수준이 취약해서 MOIBA의 스마트보안관 약관과 개인정보정책에 맞지 않음. 또한 스마트보안관의 기능은 전기통신사업법령의 내용을 넘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함

시티즌랩은 9월 20일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MOIBA에 이 내용을 공유하고 문제를 수정하도록 45일을 기다렸고 일부 취약점을 보완했다고 답변을 했으나 전체 취약점을 해결했는지 답변이 없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한다.

시티즌랩은 그후 MOIBA가 관련 개선을 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1월 1일 2차 감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 관련 오픈넷 보도자료) 2차 감사는 1차 감사 때보다 보완이 됐다고 주장하는 최신 버전을 대상으로 했는데[2] 일부 수정·보완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 공격자가 청소년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면 청소년의 생년월일, 휴대폰에 설치된 모든 앱의 목록, 모든 차단 규칙을 취득할 수 있다.
  • 공격자는 여전히 청소년의 휴대폰의 차단 규칙이나 설정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글 수 있다.
  • 공격자는 여전히 스마트보안관 부모용의 비밀번호와 청소년의 계정과 연계된 부모의 휴대폰 번호를 찾아낼 수 있다.

이에 시티즌랩은 스마트보안관을 앱스토어에서 즉시 내리고, 이용자들은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즉, 방통위는 시티즌랩이 중단 권고를 한 당일 바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조선닷컴 기사에 따르면 방통위는 스마트보안관 중단 조치에 관해 “지난달 모든 이통사가 음란물 차단 앱을 무료로 보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했을 뿐”이라며 “문제와 관계없이 예정된 일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이통사의 차단 앱이란 SK텔레콤의 “T청소년유해차단”, KT의 “올레 자녀폰 안심”, LG유플러스의 “U+ 자녀폰지킴이” 등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여전히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실행할 수 있다.

 

계속되는 프라이버시 무시·자녀 감시들

따라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아니더라도 이통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유사한 기능의 앱을 계속해서 배포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위험한 앱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이 이런 앱들의 설치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통사가 청소년과 계약을 할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물과 음란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세부 방법·절차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8 제2항

제1항에 따라 차단수단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절차에 따른다.

1. 계약 체결 시

  • 가.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의 고지
  • 나. 차단수단의 설치 여부 확인

2. 계약 체결 후: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매월 법정대리인에 대한 그 사실의 통지

(참고로 여기서 차단수단은 청소년유해정보차단 소프트웨어로서 시행령은 정부 배포 “스마트보안관” 등 앱의 형태로 되어 있는 수단을 전제하고 있다)

법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는 경우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반드시 청소년에게 유해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에 접근을 하고 모든 정보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청소년은 부모와 협상할 기회도 없이 부모의 상시감시 아래 놓이게 되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하다.

또 법은 차단서비스만 제공하라고 했지만 차단서비스가 상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기기 전체에 대한 상시감시가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보안관처럼 수십 억의 돈을 들여도 이용자들을 오히려 각종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한 이 시행령은 이통사가 유해정보 차단 앱이 설치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통사를 통해 구입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는 이용자나 외국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경우는 확인조차 할 수 없는 한계점도 명확하다.

심지어 성인인 부모조차 이러한 발상과 서비스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앱의 품질이 나빠 이용을 거부하거나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설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시행령은 부모가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 앱은 부모가 원치 않아도 자녀의 폰에 설치되어 부모와 자녀를 감시자와 피감시자의 관계로 몰아넣어 스마트폰 이용에 관해 교육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감시와 통제로 교육? 발상 자체가 문제

정부는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기본권을 침범할 소지가 높더라도 청소년의 모든 스마트폰 이용 내역을 감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보안성이 매우 떨어지는 앱을 직접 개발해 배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은 직접 앱을 배포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 때문에 여전히 이런 강제 모니터링 앱을 설치해야 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존재한다.

정부는 여전히 청소년의 문자메시지, 채팅 메시지, 검색어 등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정부는 여전히 청소년의 문자메시지, 채팅 메시지, 검색어 등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참고로 지금도 서비스 중인 스마트안심드림은 예를 들어, “찍힐”, “주글”, “셔틀”, “찐따”, “빠굴” 등등 비속어 및 변종 그리고 “본드” “죽었”, “스트레스” “쌍커플”, “외모”, “월경”, “성범죄” 등의 주의어 등의 수천개의 단어들 목록에 포함된 단어가 이용되면 부모에게 곧바로 통지가 된다. 이용실적이 2015년 3월 현재 수천명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이미 통지가 수십만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며 이들은 고도의 감시상태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정부는 통제와 감시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민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해야 할 영역을 국가가 법으로 학교·부모의 감시를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개인용 통신기기에 특정 소프트웨어의 장착을 요구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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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드로이드용 스마트보안관 최신버전(1.7.5 이하)

[2] 안드로이드용 스마트보안관 1.7.7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1. 1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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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익명 통신의 자유·프라이버시·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하는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사단법인 오픈넷은 11월 1일 수요일, 청구인 두 명을 대리해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 4 제2항, 제3항, 제4항, 제32조의5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제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역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일명 ‘휴대폰 실명제’를 규정하고 있다. 휴대폰 실명제는 이용자의 익명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익명 통신의 자유 침해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수많은 표현행위와 정보 교환이 이메일, 카카오톡, 트위터 등 정보통신 수단에 의해 이루어짐을 고려할 때, 디지털 사회에서 통신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 보장의 전제조건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미 헌법재판소는 익명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252(병합) 2010. 2. 25. 2008헌마324 등). 이와 마찬가지로, 통신의 비밀보호 대상에는 통신의 내용뿐만 아니라 통신의 당사자(수신인과 발신인), 수신지와 발신지, 발신횟수 등 통신과 관련된 일체를 포괄하며, 이에는 상대방 및 제3자에게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통신할 자유인 ‘익명 통신의 자유’를 당연히 포함한다. 그런데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 통신을 전면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므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오늘날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통신과 표현행위는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감시와 추적이 매우 용이해졌다. 게다가 휴대폰 실명제는 모든 통신기기를 이용자의 실제 신원과 강제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비단 국가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인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훨씬 가중시킨다. 이렇게 선량한 대다수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감시하는 실명제는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한다. 헌법재판소도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 중 하나로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휴대폰 실명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보주체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본인확인정보를 조사하고 수집·보관하게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본인확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게 된다. 또한 개인정보의 과도한 집적으로 해킹 등을 통한 유출 위험성을 높이며, 실제로 1년이 멀다 하고 대규모의 정보 유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통사는 수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근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실명제는 이통사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기는커녕 더욱 광범위한 수집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김승현씨는 “휴대폰 실명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제도”라며, “실제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수사방안을 갖추지 못한 수사당국의 한계로 인해 국민이 권리를 침해받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헌법소원을 통해 국민의 익명 통신의 자유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침해하는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첨부. 휴대폰실명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017년 11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목, 2017/11/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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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디엔에이법의 목적은 범죄수사 및 범죄예방임. 이에 반해 제정안의 목적은 신원불상변사자의 신원을 확인임. 이와 같이 서로 상이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사 및 범죄예방을 위해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에 신원불상변사자의 디엔이에이신원확인정보를 연계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든 신원불상변사자를 잠재적인 범죄수사 대상자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제정안의 목적을 넘어는 것임

  

신원불상변사자 디엔에이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 16932)에 관한 의견

발표일자: 
2016/03/10

나머지 보기

목, 2016/03/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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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판결문 공개를 허하라

법원의 판결문 공개 상황은 처참하다. 전체 판결문의 0.5%만이 임의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전체를 읽을 수 있다. 법원 도서관에서 판결문을 볼 수 있는 컴퓨터는 단 4대뿐이다.

글 | 박경신 (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과는 무엇인가? 사과의 정체성은 다른 것과의 차이에서 현출된다. 사과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사과성’이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관계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교육도 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내가 교수로 강의하는 것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를 교수로 보고 들어주는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내가 대리할 의뢰인이 필요하다. 내가 한국인이 된 것은 한국인이라는 어떤 특질이 내 안에 있어서가 아니다.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집단을 형성해 한국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그리된 것이다.

여기서 관계란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내가 특정 관계에 있다는 것은 내 개인정보이지만 그 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보를 그렇게 공유하는 것이 자연 상태다. 우리는 비밀리에 태어날 수도 비밀리에 살아갈 수도 없다. 내가 누군가를 때리면 폭행의 피해자가 생기고 피해자의 가족이 알게 되고 경찰이 알게 된다. ‘내가 상대를 폭행했다’는 정보를 숨기고 싶어도 상대는 그것을 알리고 싶을 수 있다. 프라이버시는 인격의 자연 상태가 아니라 정보 공유의 상태에서 자신을 숨길 자유를 말한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자유이다. 그렇다면 정보 공유의 자유, 즉 모든 정보 공유는 정보의 전달로 이루어지고 정보의 전달은 표현이므로 프라이버시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 공유를 통한 해방과 정보 통제를 통한 존엄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망각하고 프라이버시를 자연 상태로, 그 자연을 보호하는 게 프라이버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법원이다.

현재 법원의 판결문 공개 상황은 처참하다. 전체 판결문의 0.5%만이 임의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전체를 읽을 수 있게 공개된다. 물론 법원 도서관에 가면 판결문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5000만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그 컴퓨터는 단 4대뿐이다. 각 법원 홈페이지를 통한 검색? 지면이 아까워 더 말하지 않겠지만 전국 법원 85개를 일일이 따로 검색해야 한다거나 검색 결과 1개를 열어볼 때마다 1000원씩 내야 한다는 점만 알려주겠다.

법원은 판결문을 더 공개할 마음이 없다. ‘판결문에는 성폭행 피해자가 어떻게 성폭행당했는지 자세한 묘사가 있다’ ‘판결문에는 회사의 내부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따위 이유를 대는데 이런 것들은 현행법상 영업비밀 또는 사생활의 비밀을 근거로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니지만 당사자나 관계자의 삶 속에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생활이 드러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칼을 ‘부산상회’에서 샀다고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다고 하자. 부산상회 주인은 자신이 살인범에게 칼을 팔았다는 개인정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일반에 공개되는 상황에 처한다.


판결문이 공개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개인정보가 그런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할까? 누구에게 칼을 파는 것이 은밀한 일도 아니고 명예를 훼손당할 일도 아니다. 물론 개인정보는 그런 위험까지 미리 예방하기 위해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를 ‘소유’한 것으로 간주하는 디폴트(default) 규칙을 만들자고 나온 개념이긴 하다. 그건 디폴트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판결문이 공개되어야 할 정치·경제·인권적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못을 하고 용서를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재판도 그런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의 정보가 그 사람의 동의 없이 들어 있다고 해서 판결문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언론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관계를 통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모든 자유를 인정해주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수적인 형태의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이다.

 

* 위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03.06.)

수, 2018/03/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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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목), 국회에서 “정보기본권과 개헌” 토론회가 열립니다.

국회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본 토론회에서는 디지털 시대 국민의 정보기본권 향상을 위해 개헌안에 정보기본권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합니다.

이호중 교수(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가 사회를 맡고, 각 분야별로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 분야에서 한상희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분야 조지훈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정보문화향유권 및 과학문화권 분야 남희섭 오픈넷 이사(변리사), △정보격차해소 및 정보독점 분야 이은우 변호사(정보인권연구소 이사) △인터넷 표현의 자유 분야 오병일 정책활동가(진보네트워크센터)가 각각 발표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개헌 정책 토론회] 정보기본권과 개헌

  • 일시: 2018. 3. 22.(목) 오전 10시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
  • 공동주최: 국회의원 이종걸, 조배숙, 이정미, 박주민, 천정배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단법인 오픈넷,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사회: 이호중(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제 발표>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 분야

한상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분야

조지훈(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변호사)

정보문화향유권 및 과학문화권 분야

남희섭(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변리사)

정보격차해소 및 정보독점 분야

이은우(정보인권연구소 이사, 변호사)

인터넷 표현의 자유 분야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3/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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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기업책임지수 국제 프로젝트 참여해 한국 ICT 기업 평가

이용자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 검증… 카카오 5위, 삼성 9위 차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이용자 보호 정책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 ‘2017 기업책임지수(Corporate Accountability Index)‘가 공개되었다. ICT 기업을 평가하는 국제 프로젝트인 RDR(Raning Digital Rights)은 전세계 2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얼마나 잘 보호하는지 집중 평가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올해의 평가 대상 기업은 ‘인터넷 및 모바일 부문’ 12개 기업과 ‘이동통신 부문’ 10개 기업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얀덱스, 바이두 같은 인터넷 기업들, AT&T, 텔레포니카 같은 이동통신 기업들이 포함됐다. 삼성과 애플 등 모바일 기업은 올해 처음으로 이 평가에 포함되었다.

평가 결과, 인터넷 및 모바일 부문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가 1~3위를 차지했고 이동통신 부문에서는 AT&T, 보다폰(영국), 텔레포니카(스페인)가 1~3위에 올랐다. 한국 기업으로는 카카오와 삼성이 인터넷 및 모바일 부문에 포함되어 평가를 받았다. 해당 부문 12개 기업 중에 카카오는 5위로 페이스북보다는 못하지만 트위터보다는 나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은 9위를 차지함으로써, 같은 분야 기업인 애플(7위)보다 두 계단 처졌다.

RDR이 각 기업을 평가한 주요 가치는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다. 기업들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이러한 노력이 기업 정책으로 구체화되어 있는지, 또 그러한 정책이 각종 문서나 약관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 있는지 등이 평가 요소였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35개 지표, 183개의 측정 기준이 적용되었다.

RDR은 세계 ICT 기업들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보호정책 정보가 전체적으로 미흡하며, 특히 스마트폰을 만들어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업들에서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이 프라이버시 보호보다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용자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카카오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정책을 잘 명시하고 있고 개인정보 사용 내용도 비교적 잘 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인권 일반에 대한 강한 보호 방침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 영역에서는 구체적인 조항을 갖고 있지 않으며, 특히 정부나 사기업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RDR의 기업 평가 프로젝트는 미국의 명망 있는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 재단에서 주관하고 세계 유수의 전문가 단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가팀은 2016년 9월부터 6개월에 걸쳐 복잡한 다단계 검증 과정을 거치며 작업을 수행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번 평가에서 한국 기업인 카카오와 삼성에 대한 기초 평가를 담당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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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5/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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