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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기사단,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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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기사단,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라

익명 (미확인) | 월, 2015/07/20- 12:30

방심위 기사단,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라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기사단이 ‘여왕님’을 구해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저 방어적으로 여왕님을 보호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제 “선제적 대응”으로 여왕님의 존엄에 해가 되는 표현물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왕의 한마디 

이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검찰. 불과 발언 이틀 뒤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서울 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한다. 하지만 카톡 검열 소문이 확산하고, 텔레그램 ‘망명 사태’가 일어나는 등 여론의 역풍이 일자 물러섰다.

당시 관련 기사의 한 대목을 보자.

“검찰이 서울 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하고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은 실시간으로 상시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카오톡 실시간 모니터링은 사실 무근이라며 밝혔습니다.

카카오톡을 오가는 하루 수십 억의 메시지를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검찰의 강경 대처 방침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더기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 신설, 카톡 검열 루머 확산 (황승환), 2014년 9월 22일.

검찰, 포털 핫라인 연결 방침

포털 서비스와 검찰의 핫라인 연결 방침은 이미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사안으로 보인다.

 

누가 여왕님에게 감히! 

이들은 보수시민단체에 의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렇듯 보수 단체나 개인이 대통령과 국가기관을 대신하여 명예훼손죄로 고발장을 내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제3자의 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심위가 인터넷 명예훼손 게시물 심의 개시를 위해 제3자의 신청도 받겠다는 것과 형법상 명예훼손의 제3자 고발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방심위 심의규정은 다음과 같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0조 제2항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

왜 형법상 명예훼손과는 달리 당사자(혹은 대리인)의 신청을 받도록 한 걸까.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방심위는 조사권이나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같은 준사법기관이 아니다. 즉, 그 실질은 행정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독립된 ‘심의’ 기구일 뿐이다. 즉, 심의 의견만을 낼 수 있는 곳이지 무슨 검찰이나 법원 행세를 해선 안 되는 거다.

둘째, 현실적으로 방심위 인력으로 명예훼손에 관계된, 그런데 정작 그 게시물이 명예훼손인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에 속한 풍자와 정치적 논평인지 헷갈리는 그 무수한 게시물을 현실적으로 살펴볼 여력도 안 된다.

쉽게 말하자. 방심위는 권한도 없고, 능력도 없다.

여왕 폐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방심위 기사단

여왕 폐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방심위 기사단

 

방심위,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방심위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박 대통령을 보우하사, 검찰의 “선제적 대응론”을 실질적으로 ‘밑바닥’에서 실천하겠다는 것.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규정에서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라는 부분을 삭제하자는 것.

현재 심의규정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

방심위가 원하는 개정안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신고가 있든 없든 방심위 맘대로) 심의를 개시한다.

 

누가 누가 좋을까 

방심위 규정이 개정되면 누가 웃을까. 우선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여기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개정안은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힘 센 정치인, 인기 많은 연예인, 돈 많은 기업인이 그 혜택(?)을 볼 것으로 넉넉하게 추정해볼 수 있다.

당신은? 나는? 우리는?

힘없고, 빽 없고, 돈 없고, 게다가 인기도 별로 없는 우리를 위해 방심위가 직권으로 명예훼손 가능성 있는 게시물을 내려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고 싶어도 그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누군가 나에 대해 당신에 대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떠들어야 명예훼손의 가능성도 생길 텐데 그럴 일이 아예 별로 아니 거의 없는 거지. (ㅜ.ㅜ)

방심위 개정안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애쓰는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물었다. 개정안 문제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간단히 되짚어 보자.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일문일답)

– 가장 큰 문제점는 뭔가. 

이 개정안은 제3자 신고나 방심위 직권으로 명예훼손 게시물을 차단하고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건 대통령, 정치인과 같은 대표적인 공인이거나 종교지도나 돈 많은 기업인이나 인기 있는 연예인 정도다.

명예훼손은 앞서 예시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과 관련해 문제 되는 비중이 99%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평범한 국민에게 이번 심의 규정 개정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을 더 특권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심의 개정의 의도가 읽힌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다.

– 이제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직접 권리침해 주장자가 신청해야 했지만, 방심위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 가만히 있어도 ‘아랫사람’이 대신 신고해주고, 심지어 방심위가 직권으로 심의해서 게시물을 차단하고, 삭제해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누구를 위한 개정안인가?

– 정치적 의사표시와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가 우려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넘어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에 관한 비판적 여론이 일개 심의기구에 의해 차단되는 실질적인 여론 차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제3자가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방심위의 개정 논리가 형사법 체계와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심위 심의 규정을 굳이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소추 조건과 동일하게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 형사법이 심의규정의 상위법도 아니다. 특히 방심위는 수사권도 없고,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불법성을 확정할 권한도 없다.

– 현재 규정(“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의 취지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의 신고나 고발로 오히려 명예훼손 피해가 확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방지한 것이고, 심의 업무 과중을 우려한 현실적인 취지로 그렇게 규정한 것이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피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죄)인 점에서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심의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현재 심의규정은 오히려 형사법상 명예훼손의 취지에도 맞다.

– 현재 규정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당연히 현재 규정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정안은 ‘극소수 권력자와 정치인과 연예인과 기업인 등’을 제외하고는 실효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으로 일반 국민의 피해 구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즉, 한마디로 개정할 필요성가 없다.

– 그럼에도 현실적인 개정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이 무관심하다면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 시민들께 알리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활발하게 대책을 논의 중이고, 토론회 개최를 계획 중이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

방심위의 정치 심의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심의규정 개정으로 권력자의 비호 수단으로 통신심의가 남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심을 촉구한다.

 

끝으로 여왕 폐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노래나 하나 함께 들어보자.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
그 파시스트 정권을 (구하소서)
그들은 널 바보로
잠재적 수소폭탄으로 만들었지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
그녀는 사람이 아니야
영국의 꿈속에 미래는 없어

닥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닥쳐, 네가 필요한 게 뭔지
미래는 없어, 미래는 없어
널 위한 미래는 없어

God save the queen
The fascist regime
They made you a moron
Potential H-bomb

God save the queen
She ain’t no human being
There is no future
In England’s dreaming

Don’t be told what you want
Don’t be told what you need
There’s no future, no future,
No future for you

(후략)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5. 07.15.)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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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정치적으로 개방되었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가 쿠바 활동을 시작한 지 50주년을 맞아, 쿠바사람들이 겪고 있는 인권문제를 만화로 엮었습니다.

 

1화 그라시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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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엘라, 2017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생긴 일

요즘 쿠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그라시엘라는 역도 챔피언이다. 경기가 끝난 후, 그라시엘라는 국영방송사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라시엘라는 훈련할 때 정부 지원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 인터뷰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 후 그라시엘라는 반 혁명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라시엘라는 더 이상 역도를 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국가대표선수에서 영구제명 되었다. 그라시엘라는 20일 만에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했다. 이후에도 무직인 경우, ‘위험인물’로 고발당할 수 있고, 범죄자 또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용의자로 취급받을 수 있다. 반역자 신분으로는 일을 구하기 어려웠고 기회도 별로 없었다. 유일한 일자리는 들판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일은 따분했다. 그라시엘라는 걱정이 되었다. 이 일로 버는 돈으로는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라시엘라는 다른 결정을 해야 했다. 결국 그라시엘라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쿠바를 떠났다.


그라시엘라의 이야기는 국가대표이자 챔피언였던 호르헤 루이스Jorge Luis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호르헤 루이스는 국영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했으나 가족들의 응원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방송되지 않았고, 선수 생활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는 국가대표에서 제명된 후, 20일 만에 새로운 일을 구해야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인물’로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일을 구하러 가는 곳마다 호르헤를 ‘반역자’로 취급했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호르헤는 쿠바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수, 2017/11/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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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홍콩에서 79일간 이어진 민주화 시위가 처음 시작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 전체적으로 평화적이었던 이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시위대 수백 명이 체포되었고, 이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기소될지 여부조차 모른 채, 법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가 시위대를 무더기 고발한 탓에 시민들은 특히 홍콩의 자치권, 민주주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평화적 시위 참가조차 꺼려하고 있다.

메이블 오, 국제앰네스티 홍콩지부 국장

메이블 오Mabel Au 국제앰네스티 홍콩지부 국장은 “우산혁명 이후 3년이 흘렀지만, 홍콩에는 여전히 불안한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정부의 태도가 평화적인 집회와 표현의 자유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부가 시위대를 무더기 고발한 탓에 시민들은 특히 홍콩의 자치권, 민주주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평화적 시위 참가조차 꺼려하고 있다. 정부는 시위대 기소를 취소해야 한다. 정부가 이렇게 애매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체포된 시위대는 여전히 법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에 갇혀 있고, 홍콩의 인권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축 효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산혁명 기간 동안 955명이 체포되었다. 시위가 끝난 후에도 홍콩 정부는 48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대부분 민주화시위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로 이들은 ‘불법 집회’ 및 ‘비인가 집회’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체포되었다.

이렇게 체포된 시위대 중 상당수는 이후 석방되었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며, 기소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발견될 경우 다시 체포해 기소할 수 있다고 알렸다.

우산혁명 이후 체포된 48명은 베니 타이 교수, 추 이우밍 목사, 찬 킨만 교수 등 주요 활동가들로, 이들은 2015년 체포될 당시 ‘불법 집회’ 혐의를 받았지만 같은 해 3월 ‘공적 불법 방해public nuisance’로 혐의가 바뀌었다. 모호한 단어로 규정된 이 죄목으로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번 달 초, 국제앰네스티는 림스키 웬 홍콩 율정사장법무부 장관 격에게 서한을 보내, 체포된 사람들 전원의 법적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청했다. 이에 율정사법무부에서는 8월 31일 현재 체포된 사람 중 225명의 사법절차가 종료됐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율정사는 ‘불법 집회’로 기소된 사례 중 2건의 경우 “평화적이지 않았고 폭력행위를 수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소규모의 폭력사태가 개별적으로 발생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시위는 압도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공공집회에서 폭력을 사용한 소규모 집단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경찰이 집회 전체를 제한, 금지하거나 해산시킬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활동가들에게 적용된 혐의 다수는 대체로 평화적인 시위에서의 행동을 문제 삼는 것이었다. 평화적인 시위는 국제인권법상 보호받고 있으며, 홍콩법으로도 보호받아야 한다.

모호한 혐의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UNHRC, UN Human Rights Committee는 홍콩의 공안조례에 명시된 ‘불법 집회’ 혐의와 그 외의 모호한 조항, 이를 적용하는 실태가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명시한 국제인권법을 충실히 따르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판해왔다.

우산혁명에 참여한 시위대에게 모호하고 광범위한 혐의를 적용해 임의로 체포하고 기소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분명하게 담겨있다.

메이블 오

지난 8월, 학생대표 조슈아 웡, 알렉스 차우, 네이선 로는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된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처럼 모호한 혐의를 받아 유죄가 선고됐고, 각각 6~8월의 징역에 처해졌다. 법원은 원심에서 이들에게 사회봉사 또는 선고유예를 명령했지만, 검찰의 항소로 형량이 더욱 가중되었다.

메이블 오 국장은 “우산혁명에 참여한 시위대에게 모호하고 광범위한 혐의를 적용해 임의로 체포하고 기소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분명하게 담겨있다. 홍콩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지 못하도록 입을 막는 것이 그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배경정보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홍콩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홍콩 ‘기본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화, 2017/10/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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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임시조치 강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수민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2월 21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본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로 인한 권리침해 방지 시책을 마련하여 권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사업자가 권리침해 정보에 대해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입니다. 소위 ‘임시조치 제도’는 공익성이 강한 정보나 권리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정보 및 합법정보도 요청만 있으면 차단하게 하고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또는 복원권을 인정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자를 처벌한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오픈넷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이라고 하면서 엉뚱하게 임시조치를 강제하여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본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첨부. 180221_사오픈넷_정보통신망법_일부개정법률안(김수민의원안)_의견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주요내용

○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로 인한 권리침해 방지 시책을 마련하여 권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함(안 제44조 및 안 제73조제3호의2 신설).

2. 반대의견

   가. 제44조 제3항 단서 및 제4항 신설

○ 최근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촬영물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에 대해 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함. 다만 이미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범정부「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17.9.26)」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시책을 마련·실시하고 있음

– 방통위는 2017년 12월 제4기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불법·유해정보 유통차단을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고, 사업자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확대하고, 과기정통부와 공통으로 불법영상 실시간 차단 기술을 개발하며, 경찰청과 불법정보 공조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힘

– 방심위는 지난 2월 14일 불법촬영물(개인성행위정보 등)에 대한 심의를 보다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긴급심의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성범죄 전담팀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

○ 따라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으며 오히려 범정부적 차원의 업무공조 및 대응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보임.

   나. 제73조 제3호의2 신설

○ 개정안은 사업자가 제44조의2 제2항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으로 반대함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소위 ‘임시조치 제도’는 권리 침해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기업, 사업주의 소비자 불만글 차단 및 정치인, 연예인, 종교 지도자 등 공적 인물의 비판적 여론 차단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짐

○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자가 삭제나 임시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면 사업자는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정보 등 공익성이 강한 정보나 권리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정보 및 합법정보도 요청이 있으면 무조건 차단해야 하므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함

※ 현재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임시조치 등과 관련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규정에 따른 자율규제를 하고 있고, 임시조치 제도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심사중임

○ 또한 불법정보를 유통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들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유통한 당사자가 아닌 사업자를 유통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 처벌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함

○ 문재인 정부는 임시조치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으며 이에 따라 방통위에서는 포털 등의 일방적인 ‘임시조치’에 대해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절차 등 반론기회를 제공하고,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을 보장하는 균형잡힌 개선안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음. 이에 대해 시민사회도 박근혜 정부때부터 개선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왔음. 그런데 개정안은 이러한 임시조치 개선 노력을 형해화 시키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의하고 있는 임시조치 개선 방향에도 완전히 상충됨

※ 제20대 국회에서 임시조치 제도 개선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정부안과 유승희 의원안이 제출·발의되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함

3. 결론

○ 김수민의원 대표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제44조 개정은 입법 필요성이 없다고 보이며, 제73조 개정은 사업자에게 무조건 임시조치를 하게 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불법정보를 유통시킨 당사자가 아님에도 사업자를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며, 이미 수년간 논의중인 임시조치 제도 개선 방향과도 상충되므로 이상과 같이 반대함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화, 2018/03/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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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기 때문에 위험한 아이폰X의 ‘안면인식’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우리는 일상적으로 안면인식을 한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식별하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이 아니라 인류 진화의 한 단계였다. 우리가 자외선이 나 초미세먼지를 두려워하면서도 옷으로 몸은 가려도 얼굴은 내놓고 다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신분증에 사진을 붙이고 신분증을 통해 신원확인하는 것도 다 안면인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공공장소의 CCTV를 통해 범죄나 비리를 예방하거나 조사하는 것 역시 기초적인 수준의 안면인식을 필요로 한다.

2.

그러나 아이폰X를 통해 만든 안면인식정보 즉 한 사람이 몇 분 정도 시간을 들여 특수한 기계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로부터 자발적으로 추출한 정보는 다르다. 이 정보는 내가 공공장소에 나갔을 때 CCTV에 찍혀서 생성되는 정보 즉 암묵적으로 타인이 취득할 것에 동의한 정보와는 완전히 다른데 정확도와 같은 양적 차이뿐 아니라 자신이 동의한 절차를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법적으로 다르다. 패스워드, DNA, 지문처럼 프라이버시로 완벽히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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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지문인식기능과 특별히 다른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다. 두 가지 다 신체의 일부를 본인확인 용도로 이용한다는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 다르다면, 안면인식기능은 데이터포인트가 3차원적이고 훨씬 많기 때문에 지문인식기능보다 수십배 안전하다. (긴 패스워드가 짧은 패스워드보다 안전한 것도 한 자 더할 때마다 경우의 수가 수십 개씩 늘어나는 원리와 마찬가지이다.) 지문은 2차원적이라서 이용자가 책상이나 유리에 남긴 지문을 제3자가 채취해서 이용자의 아이폰을 몰래 열어볼 수 있지만 얼굴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Mission Impossible’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마스크를 만드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아이폰은 반사광을 분석하여 인체피부와 같은 재질이 아닌 경우도 밝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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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안전하기 때문에 유출되었을 때의 위험은 더 크다. 해당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신원위조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첫째 현재는 디바이스에만 저장이 되는데 절대로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폰 1대를 해킹하면 1명의 안면인식정보만 취하겠지만, 서버에 저장하다 보면 여러 사람의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 해커가 하나의 서버만 공격해도 수많은 사람의 안면인식정보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는 패스워드도 서버에 저장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리고 패스워드는 서버에 저장될 수밖에 없지만) 패스워드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는 반면 안면인식정보는 성형을 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영구적으로 고유한 식별자이기 때문에 유출되었을 때의 위험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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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신뢰성의 패러독스”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즉 주민등록번호도 1960년대에 처음 나오자마자 국가에서 통제하는 것이니 안전하다는 이유로 각종 기업이나 기관에서 본인확인용으로 이용을 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위험한 본인확인수단이 되어 버렸다. 예를 들어, 아이폰X의 안면인식정보를 금융기관이나 다른 기업도 직접 이용하는 일 등은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된다. (물론 위의 “디바이스 저장 원칙”만 지켜진다면 이 위험은 없다) 이용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디바이스를 자신의 서비스에 등록시켜 그 디바이스에서 결제를 하려면 반드시 애플의 안면인식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된다. 즉 애플 안면인식정보는 안면 소유자의 디바이스에만 저장되어야 할 뿐 아니라 디바이스를 언락하는 하나의 기능만을 수행해야지 “기능확대(function creep)”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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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 한마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타인의 안면이나 지문을 강제로 들이밀어 아이폰을 언락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침해이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국민의 아이폰을 언락하고 싶다면 이용자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체포영장으로는 불충분하다. 압수수색영장은 특정 정보를 채취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므로 이것이 필요하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긴급체포 즉 영장 없는 체포는 간혹 허용되지만 ‘긴급압수수색’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기고했습니다. (2017.09.18.)

월, 2017/09/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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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후기]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

글 | 김복희

 

오픈넷은 지난 6월 4일 서울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오픈넷은 3개의 세션을 진행했는데, 먼저 1세션은 포털 규제 이슈 관련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라운드 테이블 형태로 논의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전문가 패널로는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나현수 한국 인터넷자율정책기구 팀장이 참여하였다.

<1 세션> ‘포털 규제, 어떻게 할것인가’에서는 뉴스 댓글과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논의, 규제를 해야 한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 댓글도 여론으로 볼 수 있는가, 여론 형성에 댓글의 영향력을 고려할 것인가, 일반 댓글조작과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의 차이는 무엇이고 구분 가능한가, 댓글조작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를 주로 토론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론 조작에 관하여,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고 조작하고자 하는 집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모든 세력은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자기 세력에 유리하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발전에 따라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이와 같은 여론 조작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데 있다. 뉴스는 진실되어야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가 모순으로 여겨질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 중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것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가짜뉴스에는 잘못된 정보라는 뜻도 포함될 것이다. 물론 의도가 없는 오보의 경우는 가짜뉴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여론 개입, 여론 조작의 방식이 많이 발달하여 가짜뉴스의 경계를 확정짓기 어렵다.

이재국 교수는 “매크로, 봇(bot), 밈(meme)” 같은 것을 예로 들며 조작된 것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잘 보이는 것이 가짜뉴스라며, 포털 공간은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데 플랫폼들이 가짜뉴스라든지 여러 가지 여론 조작 수단의 매체가 되므로 공간 규제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kbs가 불공정 보도를 하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여론 형성 공간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규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방식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기술이 어떤 성격의 기술인지 생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떤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어 있고 범용화된 경우 개인의 선택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기술, 즉 포털이 어떤 기술이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각 개별 언론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확인하지 않는 대신 포털에 들어가 사회문화적 정치적 쟁점을 수집하는데, 이에 따라 포털에 대한 의존성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짜뉴스, 댓글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기여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어떤 주장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찬반이 아주 깔끔한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 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경우에는 객관성의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우리가 언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는데, 다시 말해 세상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비유나 은유를 사용하는데, 어떤 것들은 우리 생활과 우리 사회에 엄청 깊이 개입되어 있어서 미처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포털이 빅데이터나 AI를 사용해 가짜뉴스를 걸러낸다고 하는데, 우리 언어가 가진 비유나 은유를 AI가 걸러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평가적 규제가 들어가게 될 것이고, 논쟁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쟁점으로 제시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 개념 정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명확하지 않은 개념 대신 우리가 접근해야 할 것은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생각임을 강조했다. 입법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용자들 때문이며, 이용자, 즉 시민의 알 권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는 사실을 알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용자를 기준으로 미디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디바이스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언론사와 방송에 요구하는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신문은 표현의 자유를 필수적으로 전제하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그러나 방송은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때문에 공통의 강제 규제 보다는 자율규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댓글을 여론으로 볼 수 있느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댓글도 여론으로 봐야하겠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인데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문제가 발생다고 해서 기술을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포털과 언론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논의 구조에서 시민들이 빠지는 구조라며,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이용자의 편익과 권익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포털 사이, 포털에 대한 국가 규제 주장에 대해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노예제에 빗대어 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한국의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노예라고 주장했는데, 네이버 댓글 게시판을 방송처럼 떠받들어 놓고 그것을 규제한다는 것은 우리가 고생 끝에 얻은 인터넷 실명제 위헌이라는 진보적인 성과를 다시 내놓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언론이 자생력 없이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터넷 언론이 발전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터넷을 보호하는 이유는 개인과 집단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며, 인터넷은 소수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본래 인터넷의 기조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 포털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네이버 제휴(인링크)를 하지 못하면 기사 유통에서 상당히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결정권자인 대형 포털의 허락을 얻어야만 많은 사람에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생태계로 퇴보하고 있다고 보았다.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며 포털에 대해 인링크를 제도화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포털 규제는 국가 규제가 아닌 자발적인 규제여야 하며,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는 결국 아웃링크로 가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짜뉴스, 댓글조작 모두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음을 말하며, 현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처벌할 수 있을 만한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이런저런 법 제정에 대해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몇 가지 논의되고 있는 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비언론인이 작성한 허위뉴스는 형사처벌하는 안. 포털과 관련하여 가짜뉴스를 삭제하는 모니터링 규제에 관한 안으로서 포털이 거짓 정보를 삭제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실시하는 안, 포털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가짜뉴스가 오픈된 것을 인식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식의 사업자 처벌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개정안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했을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해서 삭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금 말하는 이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 틀이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은 이 틀을 해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최진응 조사관은 특히 비언론사가 가짜뉴스를 유포했을 때, 포털이 자체적으로 허위뉴스인지 아닌지 파악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실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창구가 포털이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곳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를 규제하는 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규제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될 수 있다.

댓글조작의 문제에 대해서도, 댓글이 대표성이 있는 여론인가를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댓글을 조작한다고 했을 때, 댓글을 규제할 정도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연구로 드러난 바가 없고 규제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 또한 아웃링크는 사업자들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업자를 처벌하면 정보 공유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는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모두 강제 규제가 문제되는 것은 개념 정의부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앞선 패널들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가짜뉴스라는 것도 결국은 ‘허위사실’을 의미하는 것인데, ‘허위’나 ‘진실‘은 역사적으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것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을 주지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의혹에 대하여 무죄의 법원 판결이 있다고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진실이 증명되지 않아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허위사실’로 치부될 가능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도 ‘언론중재위나 법원 등에서 판단한 사실과 다른 사실’ 등으로 나름대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국가 권력기관이 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말하면 ‘가짜’로 치부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론조작도 마찬가지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여론’, ‘조작’ 개념이 모두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규제를 설정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다. 따라서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율규제로 가더라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제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경우는 일반적인 허위정보보다는 ‘뉴스’라는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므로, KISO가 발표한 것처럼 ‘뉴스’ 형식을 사용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근거나 사실을 허위로 조작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가짜뉴스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에도 단순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고 타인의 권리 침해나 사회적 해악으로 명백히 이어지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 ‘여론 조작’은 이것이 명백하지가 않기 때문에 ‘여론 조작’을 이유로 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현수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팀장규제를 할 때에는 댓글이나 가짜뉴스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80년대 5.18은 가짜뉴스였지만 현재는 아니라고 하며, 어떤 내용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따져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설명했다. KISO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율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이며, 언론의 오보나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규제보다 자율규제 등 합리적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세션>에서는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이자 메디아티 대표인 강정수 이사가 ‘디지털 자본주의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기술 진화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취할 자세에 대해 발표하였다.

<3 세션>에서는 오픈넷 활동가들이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 5년간 수행해온 대표적인 활동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과 소감을 밝혔다.

이 날 컨퍼런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긍정적인 방향의 진화로 이끌 수 있는 초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자리였다. 현실의 어려움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 기술을, 이용자들의 자유를 위해 다져나갈 앞날을 기대해 본다.

 

월, 2018/06/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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