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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국민성장’에게 드리는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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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국민성장’에게 드리는 고언

익명 (미확인) | 월, 2016/10/31- 14:01

이 땅의 반공주의자들이 즐겨 말하는 대로 ‘헌정과 국기 문란’을 가져온 최순실 사태로 정치권의 시계가 제로가 되었다. 확실한 것은 이 사태의 귀결이 어떠하든 간에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개헌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더불어, 탄핵이든 하야든 아니면 책임총리든 거국내각이든 무엇이 나타나든 현 정부의 총체적 레임덕과 함께 대선 국면이 조기화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졌다.

‘국민성장’, 대선 앞두고 대규모 세 과시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6일 문재인 전대표를 지지하는 학계 및 전문가들이 모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하 ‘국민성장’)이라는 자발적 싱크탱크를 발족하여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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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 왼쪽부터 소장 조윤제 교수,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 자문위원장 박승 전 한은 총재, 상임고문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

사실 유력한 대권 후보의 싱크탱크 형식의 연구소는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9월 ‘공정사회연대’라는 원외 싱크탱크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려 졌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이나 안희정 충남지사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외곽 싱크탱크로 최근에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희망새물결’이 출범(9.10)하였다.

이 가운데 특히 ‘국민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대선에서 48%(1,469만)를 득표하여 분패한 문재인 전대표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권후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1차 발기인으로 이미 500여명의 교수진이 참여했고, 연말까지 1,000명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는 ‘국민성장’측의 발표 때문이다.

홍일표(더좋은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의 칼럼(누가 ‘잠룡들의 싱크탱크’에 참여하는가)에 따르면, 이러한 규모는 그간의 다른 어떤 싱크탱크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이다.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졌던 ‘국가미래연구원’의 2010년 출범 당시 발기인이 78명이었고, 다음해까지 1차 정회원 숫자가 200명 정도였다.

2013년 출범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발기인 숫자는 52명이었다.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2012.5)했던 ‘담쟁이포럼’의 발기인 규모도 260여명 정도였다.

대선의 조기 점화가 명확한 현재의 시점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대선 캠프를 정치발전 특히 정당정치와 정책정당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것은 싱크탱크를 가장한 권력 지향적 지식인들의 ‘떳다방’인가? 아니면 실용적인 정책을 공급하는 안정적인 ‘지식의 생산기지’인가?

이 문제를 논하는데 ‘국민성장’은 매우 유용한 토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왜 그런지 살펴볼 차례이다.

취약한 정당체제의 보완재

정책 및 홍보, 여론조사에 주력하는 싱크탱크형 대선 캠프는 좋으나 싫으나 대통령제와 선거전문가 정당체제가 낳은 불가피한 산물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그것은 우리뿐 아니라 대통령제의 모델로 거론되는 미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나타난 새로운 정치현상 중 하나는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 확대와 지식인 집단의 정치화에 따른 싱크탱크 정치(think tank politics)의 대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네오콘’이나 우리나라의 ‘뉴라이트’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정당과 당원이 중심이 되어 선거를 치루는 내각제보다는 후보와 캠프가 선거를 주도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싱크탱크 정치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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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싱크탱크의 천국이다. 여기에는 약한 정당체제, 후보자 개인 중심의 선거운동, 정부 고위직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정치적 임명 전통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미지 출처: https://nworeport.me/)

왜냐하면,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들은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세계화 시대의 지적 유행과 정치적 임명직이라는 제도화된 채널을 통하여 정부와 의회의 고위직을 과점하면서 새로운 권력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왔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텍사스 사단(부시), 아칸소 사단(클린턴), 시카고 사단(오바마) 등등은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 전문가 정치, 또는 정책이나 이슈 중심의 싱크탱크 정치의 현대적 사례들이다.

한국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싱크탱크형 대선 캠프는 당분간 존속할 수밖에 없다. 유력하든 잠재적이든 대선 후보 또는 유망한 정치인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채널이 포럼이나 연구소를 내건 싱크탱크밖에 없다.

미국은 유권자와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재정적 후원과 선거 캠페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정치활동위원회(PACs)의 천국이다. 2008년 선거에서 오바마의 당선에 크게 기여하였던 무브온(MoveOn)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돌풍을 주도하였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하는 정치자금 모금단체(Ready for Hilary)는 오바마의 ‘시카고 사단’과 힐러리 사단을 연계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진보와 보수, 중도 성향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이념에 맞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민간연구소는 유력 정치인들이 굳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싱크탱크를 만들 이유를 없게 만들어 놓았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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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thirdworldtraveler.com/Democracy/ThinkTank_watch.html(2016.1…)

한국의 취약한 정당 연구소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한 신문사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을 움직이는 100대 싱크탱크 중 거의 절반(45개)이 정부연구소이고, 4분의 1 정도(24개)가 민간ㆍ기업 연구소였다(『한경비즈니스』.2016.1.13./ 통권 1050호).

더구나 심각한 것은 정책생산의 주체이어야 할 양대 정당 연구소의 취약하고 불안정한 지위와 기능이다.

조진만 교수의 연구(2013)에 의하면 2008-2012년 동안 <여의도연구원>의 박사급 연구진은 평균 11.5명이고, <민주정책연구원>은 11명이었다. 정당연구소의 재정을 90% 이상 정당에 의존하고 있고, 당 대표에 따라 연구소의 원장 및 연구진의 인선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신뢰할만한 정책공급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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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인력, 재정 등에서 매우 취약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당의 약한 정책기능으로 드러난다. 이로 인해 대선 후보들은 대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캠프형 싱크탱크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출처: http://www.sisaweek.com/)

정당연구소도 민간연구소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더구나 당내 후보지명 과정과 본선 경선이 미국의 절반에 불과한 짧은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싱크탱크형 대선 캠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활용만한다면 정책선거를 주도하고 정치담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문제는 ‘싱크’가 없는 ‘폐쇄형 탱크 캠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세몰이’, ‘줄세우기’ 의혹

‘국민성장’이 출범하자마자 이런 저런 고까운 말들이 많이 들린다. 그 중 눈에 띠는 것은 ‘국민성장’이 “기존의 소득 주도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이라는 유승민의원의 비판이다.

‘국민성장’이 취지문에서 표명한 것처럼 국가가 아닌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성장과 분배의 동시 해법이 될 것인지 아니면 김종인의원의 비판처럼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 이론”일지는 현재로서 예단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될 지점은 ‘컨텐츠를 앞선 규모의 방대함’이다. 이것은 분명 구태의연한 시도이고, 산업화 시대의 선점 및 전시 효과를 노린 ‘규모의 경제’의 복사판이다.

‘국민성장’측은 각계각층의 500명이 참여하였고, 연말까지는 1,0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하지만 홍일표 사무처장의 지적대로 10여명의 유명인사만 발표하였지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들이 누군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대세몰이’와 ‘줄서기’를 강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대선캠프와 달리 싱크탱크의 역동성은 누가 참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얻는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내부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된 정책의 높은 실현가능성에 있다. 즉 사람과 소통이 정책의 성공을 보증한다.

‘한국형 싱크탱크’ 정착에 기여해야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거에 임박해 지지성명만 발표하고 개업 휴점하는 유령 포럼이 아니라 분야별 국정이슈와 대통령 의제를 기획ㆍ발굴할 수 있는 알짜배기 싱크탱크를 운용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기획의 중요성이다.

대선캠프 운용을 둘러싼 정치자금 시비와 인사 청탁은 대선의 단골 메뉴였다. 더구나 김영란법이 작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정의 투명성과 활동의 자발성, 운용의 공개성은 싱크탱크 존립의 필수조건이 되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인사를 끌어들이는 명망가 영입이 아니라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같은 정책집단과의 정책협약(policy pact)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성장’이 ‘기본소득제도’를 지지하는 연구회나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책협상을 통해 협약을 맺는다면 그것은 정책의 질을 높이고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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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프형 싱크탱크는 한국 정치환경의 불가피한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한국형 싱크탱크의 정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 운영돼야 한다. 여타 시민사회 내 싱크탱크와 정책 협력을 맺는 것은 물론, 정당의 정책부문과 긴밀히 연계함으로써 정당의 정책기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끝으로 선거형 싱크탱크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인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당파성이 강한 (정당)정치를 멀리하는 전통적 선비의식과 정당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주의적인 선거법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당과 애써 거리를 두어 왔다.

선거과정에서 이들의 정책 관련 경험과 전문성은 후보 지명 이후에는 개별 정치인의 자산이 아니라 정당의 공공재로 활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싱크탱크의 핵심 인물, 정책과 프로그램들은 정당연구소와 정책위원회에 의해 검증ㆍ보완ㆍ환류 되어야 한다. 이것은 학계 인사의 현장감을 높이는 한편 정당의 정책 기능을 제고하는 윈-윈 효과를 낳을 것이다.

싱크탱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또는 유력 후보와의 인연으로 갑자기 장차관이나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위원회와 정당연구소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이고 정치사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7년 대선은 한국사회가 처한 복잡하고 어려운 다층적 위기를 해소할 정책과 리더십의 경연장이 될 것이다. 경쟁의 승패는 시민들의 눈과 현실에 적합한 대안을 어떤 싱크탱크가 제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리더십의 역할은 유명인사로 구성된 방대한 규모의 싱크탱크를 남보다 먼저 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에 기초한, 그러나 좀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사유를 공유하는 한국형 ‘싱크뱅크’(think-bank)를 개척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국민성장’만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19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주자들의 과제이자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성공한 정부’와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출발점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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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정부가 기능정지 상태인데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중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 미국은 일방적으로 사드(THAAD, 종말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성주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주도하고 있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 국민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한민구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에 나타났듯이 한미 양 당국 사이에 어떤 계약이나 합의서도 없이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집행하는 사태는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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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redian.org/)

한국 민주주의, 광장민주주의로 전진

한국은 현재 정부 수립 이후 또다시 중요한 민주주의 숙성과정에 진입하고 있다.

2016년 10월 이래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드러낸 남북관계-외교안보위기 경제위기 정경유착 등 국정전반의 난맥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요구하면서 광장에 촛불을 켜고 나왔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야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의 개혁보다는 시민들의 광장민주주의운동으로 전진해왔다. 2016년 촛불시민운동으로 이름 붙여진 이 운동은 20여 차례에 걸쳐 1,6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사법처리하도록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게 희망이 있는 까닭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정치-경제의 기득권 세력을 가끔 청소해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들의 힘을 기득권 세력이 두려워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 깨어있는 시민들이 2016~17년 촛불시민혁명에서 비폭력평화운동으로 그 과업을 성공시키고 있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경이적인 진화라고 하겠다.

한국의 평화사상가 함석헌 선생이 60년 전인 1958년 월간 <사상계>에 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시론에서 처음으로 비폭력평화주의로 이승만의 독재정권에 대항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960년의 4월혁명,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숱하게 이어진 민주화운동에서 가혹한 탄압에 맞서 전개된 민주화와 통일운동에서 격렬한 저항과 투쟁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시민 청년학생 노동자들이 사형으로, 고문으로, 분신자살로, 의문의 시신으로 죽어갔다.

촛불시민혁명에서 비폭력평화운동으로 

2016년 10월 하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에서 처음에는 청와대로 전진하는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 차벽 위로 뛰어올라가 경찰과 육탄전을 벌이는 젊은이들도 있었고 경찰방패를 빼앗아 공방을 벌이는 시위대도 있었다.

그러나 뒤에 있던 시민들이 버스 위에 올라가 공방을 벌이는 젊은이들에게 “내려와! 내려와!“를 외쳐 불러 내렸고 방패를 빼앗아 밀고 당기는 시위대에게 ”돌려줘! 돌려줘!“를 외쳐 싸움을 말렸다. 진압 경찰도 자제했고 시위대들도 신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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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visualdive.com/)

1,600여만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시위운동에 부상자 한 명, 구속자 한 명도 없었고 부모와 함께 나왔던 어린이들 가운데 부모를 잃은 어린이 한 명 없었다.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목청 높이는 연설보다는 그들이 즐기는 노래와 춤으로 문화축제를 선물했다. 백만 시민들이 한마음 되어 한 밤에 벌이는 촛불 파도타기는 현란한 빛의 파노라마였다.

동아시아의 분단된 한반도 한쪽에서는 핵무기로 세계 최강의 미국과 대결하겠노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비폭력평화운동으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감옥에 보내고 있다. 

인류사의 비극 중의 비극인 한반도의 분단과 독재에 대해서 남북한은 비폭력과 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두 대응 가운데 어느 쪽이 인류의 양식에 큰 울림으로 다가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한반도 남과 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극명한 전쟁과 평화의 대위법(對位法)은 인류의 해묵은 숙제를 끌어안고 씨름하고 있다.

세계가 한편으로는 놀라움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이 실험을 바라보는 이유다. 중국과 북한의 언론매체는 평화촛불시위의 보도를 통제하기 시작했고 미국 언론은 새 행정부의 독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통령 탄핵을 한국에서 배우자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시기에 일어났던 몇 차례 한국 민주주의 운동과는 결을 달리하는 숙성도 높은 집단지성형 민주주의 운동인 이번 평화촛불시민운동이 미국의 일방적인 사드 한국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몇 달 동안 박근혜 탄핵사태에 매달리느라고 평화촛불시민들이 성주 사드배치에 제대로 관심을 기우리지 못해 안타까워했으나 이제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어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사드배치 저지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당국이 사드배치를 공식화한지 한 해가 흐른 지금 성주의 사드배치는 점점 굳어지고 있다.

다음달, 미중정상회담…촛불 목소리 전해야

오는 4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사드배치 문제를 비롯해서 북핵협상 여부, 한반도 운명이 그들의 회담에서 요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드배치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주장이 관철되어 북핵을 협상으로 타결하도록 합의되면 사드는 배치되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되면 사드배치 결정은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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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큼 이번 미중정상회담 결과는 한국 운명에 치명적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탄핵당해 식물이 되어있고 다음 집권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이어서 행정부도 국회도 우리 운명을 결정하는 미-중 정상회담에 관심을 기우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목소리는 반영될 길이 없다. 촛불시민들이라도 평화촛불시위를 통해 그들 미국과 중국 집권자들에게 우리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겠다.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사드배치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한국정부의 입장은 꼭 배치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방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 방어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북한 미사일 요격용이기보다는 중국 등의 핵미사일 기지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조기대응하자는 데 사드배치의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은 사드 한국배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격앙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면 성주 기지는 유사시 선제타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 러시아도 성주 사드배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력균형을 깨뜨리는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역시 성주 사드기지를 선제타격목표로 지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우물쭈물하던 박근혜 정권의 모호한 태도가 미국과 일본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사드를 불러들였다. 사드를 끌어들임으로써 한국안보를 미국과 중국의 싸움판에 밀어 넣은 꼴이었다.

사드배치를 단호히 반대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대화로 이끌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 뒤만 따라온 결과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물론 봉쇄와 제재를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려온 북한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30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병진 정책을 통해 강성대국을 지향한다는 국가시책을 채택함으로써 핵보유를 불변의 국가 최우선정책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몇 차례 표명되었던 협상을 통한 핵폐기 가능성은 위장전술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거둔 핵과 미사일 성과만으로도 자신의 체제안보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더 이상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는 북한체제 파탄과 한반도 파멸의 구실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사회, 미국과 중국에 단호한 목소리 내야

미국에도 도날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고 한국에도 5월이면 새 정권이 탄생한다.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낼 새로운 분위기와 조건이 조성되고 있다.

왕이 중국외상이 제기한 ‘북한의 핵활동 동결과 한미 군사연습의 중단’을 주고받음으로써 오랫동안 중단되어온 북핵 협상을 다시 열어야 하겠다. 부질없이 흡수통일론과 통일대박론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들과는 달리 새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핵위기를 풀도록 미국과 일본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게는 2005년 북핵협상의 모범답안으로 꼽히는 9.19선언을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 미국과 북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한자리에 이끌어냈던 노하우를 지닌 외교 전문가들도 대기하고 있다.

한국의 촛불시민들은 지난 5개월 동안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경제를 거덜 내고 안보를 위기에 빠뜨린 무능 부패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을 탄핵받아 물러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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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반대 집회에서 연설하는 필자의 모습(왼쪽). 사드기지 예정지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주 소성리마을 주민들의 모습.

한국의 촛불시민들은 미국에게 정중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속되어야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탄핵당해 파면되었고 대통령선거가 진행 중인 지금, 한국의 주권을 무시한 채 사드를 졸속으로 배치하려는 미국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사드배치를 협의해야한다. 만약 한국 국민들의 동의 없이 한국 국민들의 운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국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또한 사드배치를 빙자하여 한국에게 경제재제를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중국의 처사도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에게 무역 경제 문화 관광 등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는 처사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중국 정부는 평정심을 되찾기 바란다. 한국에게 가하는 중국의 비이성적 목조르기가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겠는가. 중국이 그동안 비판해온 구미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자세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필자는 위에서 말한 것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 한국 어디에도 사드는 필요 없다. 사드배치 철회하라.
  •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철회하라.
  • 북한은 더 이상의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라.
  •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왕이 외상이 제안한 북핵활동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서로 받아들이고 즉시 북핵을 협상으로 해결하라.
  • 한국의 촛불민주시민들은 비폭력평화집회를 통해 성주 사드배치를 저지하자.

 

(※ 이 글은 필자가 쓴 <씨알의 소리> 3, 4월호 권두언 ‘南의 비폭력평화운동–北의 핵무장, 이 대위법은 무슨 화음을 빚어낼까’와  지난 18일 ‘성주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 집회 연설문 ‘사드는 한국 어디에도 필요 없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를 중심으로 다시 쓴 글입니다)

화, 2017/03/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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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이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함께 ‘시민학교’ 교육프로그램을 곧 시작합니다.
– 시간 : 3월 31일 ~4월 21일 / 금16~18시 / 총4회
– 장소 :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방석교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복지타운)
– 강사 : 김동춘 연구원장 외 3인
– 수강신청 : 온라인 http://edu.50campus.or.kr/
             유선연락 02-2249-5050(중부캠퍼스), 02-3275-0100(다른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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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3/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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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 한 가운데였다.”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으로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끌고 헌재를 떠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13일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30년의 법관 생활을 마감하며 내놓은 짧은 소회다.

이 전 재판관은 선고일인 10일 분홍색 헤어롤 2개를 머리에 달고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 권한대행도 머릿속에 오로지 ‘탄핵심판을 어떻게 원활하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 밖에 없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재판관의 ‘헤어롤’을 세월호 7시간처럼 가장 긴박한 순간에조차 고수해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비교하며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되새긴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관으로서 최고 명예의 자리까지 오른 뒤 내려온 이 전 재판관의 나이는 이제 55세에 불과하다. 이 전 재판관의 퇴임 후 계획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사회생활을 그만두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그가 과연 어떤 변신을 할지 주목된다.

고3 때 10ㆍ26사태…법대 진학 결심

이 전 재판관은 1962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녔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부친이 경남 마산으로 전근을 가면서, 이 전 재판관도 마산여고로 진학한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던 1979년 이 전 재판관은 그곳에서 역사의 순간을 대면하게 되고, 수학선생님이었던 장래 희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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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이 선포된 지 7년만인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중항쟁은 박정희 암살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마산여고에 다니던 이정미 재판관은 이 사건을 보며 법대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 해 10월 마산에서는 박정희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부산에 이어 일제히 타올랐다. 부마항쟁이었다. 민주화 운동의 기수이던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의원직 제명안을 국회에서 변칙 처리하는 등 잇따랐던 유신 폭압 정치가 도화선이 됐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부마항쟁 수습책을 놓고 벌어진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간의 갈등 속에 10ㆍ26사태로 종말을 맞는다.

이 전 재판관은 “어떤 방향이, 사회가 올바로 가는 길일까 생각하다 법대에 진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난 2011년 7월 헌재 재판관 취임 100일을 맞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 근처에서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고, 저나 친구들은 다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 사회 모습에 혼란스러워 했던 거 같고, 그러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수자였던 여성 법조인

이 전 재판관은 1980년 고려대 법과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상경했지만 혼란의 연속이었다. 80년 서울의 봄은 5월을 넘기지 못한 채 역사적 비극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렇게 1984년 10월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를 얻게 된 측면이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여성 법조인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소수자였다. 이 전 재판관보다 선배인 여성 법조인이 19명뿐이던 시절이다.

여성 법조인은 1951년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이태영 변호사가 처음으로 합격했고, 1952년 황윤석 판사가 헌정사상 첫 여성 법관이 된다. 이후 18년간 명맥이 끊겼다가 1970년 훗날 스타 법조인이 된 황산성ㆍ강기원이라는 법조인도 탄생했지만, 여전히 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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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한국 최초의 여성 법조인 이태영 여사가 1952년 법복을 입고 대법원 앞에 선 모습. 두번째 사진은 여성판사 1호 황윤석 판사. 세번째 사진은 여성검사 1호 조배숙 변호사의 모습.

이 전 재판관이 합격했던 사법시험 26회까지 3,094명 합격자 가운데 여성은 24명으로 여성 법조인 비율은 0.78%에 불과했다. 숫자만 적었던 게 아니다.

1961년 여성 판사 1호 황윤석 판사가 32세 나이로 의문사 하는 사건은 당대 여성 법조인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경찰은 남편의 타살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물증을 찾아내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이 전 재판관과 박보영 변호사, 윤영미 고려대 교수 등 사시 동기들과 그 해 11월 사시 여성합격자 축하 모임에 참석한 사실이 신문 기사로 보도될 정도였다.

이 전 재판관 등은 축하 모임에서 “지금까지는 책에만 매달려 법조인에게 정직 필요한 인간에 대한 공부는 부족하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불우한 이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열심히 배우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40대ㆍ비서울대ㆍ여성 헌법재판관

이 전 재판관은 1987년 3월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하면서 법관의 삶을 시작한다. 서른을 넘겨 결혼한 뒤 두 아이를 키우면서는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일을 했다.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사건 기록을 살펴봐야 했고, 아이들이 깨기 전 새벽에 판결문을 써야 했다.

이 전 재판관은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조금만 일에 소홀해도 눈에 띈다”며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여성법조인에 대한 평가가 될까봐 조심스러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전 재판관은 2011년 1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으로부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자, 비 서울대, 40대 재판관이란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다.

이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중시하여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인지를 주요한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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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재판관이 2011년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m.blog.daum.net/sanatana/16527455)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헌법에 대한 전문성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헌법에 관련해 학위를 취득했거나 관련 논문ㆍ저서도 없고, 법관으로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재판관은 의원들의 지적에 “법원의 재판 자체가 헌법정신을 기초로 해 국민의 귄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재판관은 1987년 임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재판관 외길을 걸었다. 2004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3년 동안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한 기간이 유일하게 재판정 밖에서 보낸 시간이었을 정도다.

인사청문회에서 원친적 답변을 해 의원들로부터 ‘소신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재판관은 청문회 통과 이후 “청문회를 준비하는 2주동안 짧게 생각하고 내 소신은 ‘이것’이라고 답하는 게 법률가로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했다”며 “차라리 소신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게 낫다는 게 제 소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해산, 간통죄 위헌 등 참여… ‘법의 도리는 고통 따르지만 오래도록 이롭다’

이 전 재판관은 재임 6년간 헌정사에 남을 굵직한 사건에 다수 참여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선 주심 재판관을 맡아, “정당 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는 통진당 해산 주문을 읽기도 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간통죄에 대해선 “간통은 가족공동체 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영란법, 사시폐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는 합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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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식이 열렸다.

이 전 재판관은 지난 13일 열린 퇴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법가 사상가 한비자의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는 문구를 인용하며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월, 2017/03/2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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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7. 3. 21)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환위기가 터진 지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정치는 두 번의 ‘진보개혁’ 정부 그리고 두 번의 보수 정부로 회귀하는 등 시소를 타고 오르내렸다. 박근혜씨가 촛불의 압력으로 대통령직에서 중도하차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시소가 위로 힘차게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과 청년들도 시소를 타고 올라간다고 느낄까? 지난 20년 동안 정치는 시소처럼 오르내렸는지 모르나, 교육 노동 인권 영역은 거의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

즉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조금 좋아졌다가 그 후 9년 동안 나빠진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실직한 가장들이 자살하는 일은 많아도 지금처럼 콜센터 실습 중인 학생이 자살하거나, 구의역에서 일하던 19살 청년 노동자가 전동차에 끼여 죽는 일은 없었다.

지금 세계는 1% 부자들이 99%를 약탈하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혹하고, 이것은 바로 비인간적인 교육과 살인적인 노동 현장이 하나로 얽혀서 서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도한 입시만능 교육은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와 사회적 연대감 해체의 다른 표현이다. 학교의 입시학원화는 노동시장의 극심한 차별과 불안정, 취업 절벽이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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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안 나오면 인간도 아니고, 대학을 나오면 비정규직이다. 모두가 미친듯이 뛰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제 자리일 뿐이다. 반노동, 과도한 경쟁이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다.

상위 10%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직업 안정성에서 특권적 지위를 얻고, 나머지 90%가 불안한 저임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 노동 현장의 위험과 폭력은 그냥 감내해야 할 숙명이 되고, 자녀를 상위 10%의 직장에 밀어 넣을 수 있다면, 노후 복지를 희생하고서라도 자녀 교육 투자에 나서겠다는 학부모의 출혈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입시 과열은 반(反)노동, 사회안전망 부재라는 현실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약자가 노조나 정치적 대표체를 통해 권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의역에서 사망한 청년은 140만원 수입 중 100만원을 저축해서 대학을 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터에 나갔다. 이제 스카이(SKY) 대학은 거의 부유한 가정 출신자들로 채워지고 그들조차 안정된 직업을 얻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불안하고 비인간적인 노동 현장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명문대 학벌, 공무원 합격밖에 없다는 것이 이 시대의 명제다.

지난 20년 동안 비정규직을 희생시키고 고임금을 얻은 조직 노동자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내 식으로 표현하면 노동 문제를 교육, 복지, 재벌 문제와 한 세트로 보지 못하게 만든 기업노조주의에 원인이 있다.

노동계의 책임이 2라면, 단기 이윤 확보에만 매진해온 재벌 대기업, 교육과 노동을 경제의 부속품 정도로만 보는 경제관료, 국가의 장기적 정책에 무관심한 야당에는 8의 책임이 있다.

즉 비정규직 사용제한, 임금격차 축소, 노동시간 단축, 노조조직률 제고 등 노동의 절망을 해소하자는 각 대선 후보의 공약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기업의 경제 논리의 반격에 부딪힐 것이다.

한편 학교교육 정상화, 학벌주의 극복 등 교육 관련 정책안도 노동 현장의 차별 해소, 일터의 민주화와 노동의 자력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없을 것이다.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고용의 안정성이 좀 더 높아진다면, 그리고 인위적 위험을 막아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더 확충된다면, 청소년과 청년들은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일자리와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지금 우리는 87년이 성취한 반쪽의 민주화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시대적 요구는 더 심층적이고 엄중해서, 한국은 사실 8·15 해방 시점과 맞먹을 정도의 체제 전환의 국면에 놓여 있다.

대선 후보들은 표 얻기 위한 공약에 매달리거나 지엽적 문제로 싸울 것이 아니라 노동 차별과 입시 과열이라는 ‘생존 전쟁’ 체제를 넘어서서 기회가 열려 있고, ‘고루 잘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촛불시민의 능동성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사회정책은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다. 그래서 각각을 떼어서 해결할 수 없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은 시작하다가 말 것이다. 장차 국가교육위원회, 아니 국가사회정책위원회를 수립해야 한다.

화, 2017/03/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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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이 되냐 보다 사드 배치 반대가 더 중요하다”

지난 3월 27일,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이 유나킴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래경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그리고 오는 4월 1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사드배치 반대 시민집회’가 열립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화, 2017/03/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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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3/27) 한겨레신문은 ‘2017 시민정책 오디션 – 육아정책’에 관한 대담을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를 다 보고 의문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의 육아공약은 정말로 현실화될까? 그리고 대담자들이 좋다고 생각한 공약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육아 관련 대선공약은 이행되지 않거나 매우 미흡하게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과 무관하게…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너무 너무 명백한 <예산제약>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진보(유권자)가 사실상 <저부담-고복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속된 말로, 바라는 것은 들입다 많고, 부담해야 할 것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하거나 심지어 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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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이러한 유권자 여론에 편승한다. 또는 ‘맞짱구’를 쳐준다. 그래서 “이거 해줄께~ 저거 해줄께~”라고 헛된 약속을 하며 득표율 극대화를 꾀한다. 그러나, 재원 마련 방안은 없다.

한국의 진보는 박근혜와 정말 다른가?

재원 마련 방안은 결국 증세이다. 그런데 증세 이야기를 꺼내면 당장 진보-야당부터 여당-강남-보수까지 ‘OO폭탄론’을 내세우며 좌우합작, 대동단결해서 난리 부르스를 친다. 결국, 전부 ‘뻥 복지’ 혹은 ‘구라진보와 구라보수’의 경쟁으로 귀결된다.

대담에서 언급된 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씩 살펴보자. 실제로 어떻게 될지…

1)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2) 육아휴직 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

3) 보육 교사의 처우개선 (서비스 질과 연동.)

4)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

5) 아빠 육아할당제 도입

► 1)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결국 예산 문제이다. 증세 규모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규모는 연동된다. 그러나,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A후보와 B후보는 약 12조원 규모의 담배값을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간접세인)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부가세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된다. 그래서 해마다 ‘OECD 한국보고서’는 한국에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담배값 인상은 ‘죄악세’라는 명분으로 ‘우회적인 부가세(=간접세) 인상’이었다. 담배값 인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주장했다. 당시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일 때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이 되니 담배값 인상 반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민주당은 당론으로 총력 반대투쟁을 했다.

이를테면, <담배값 인하 공약>은 쓰리쿠션으로 돌고 돌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반대 공약>과 사실상 같은 셈이다. 왜?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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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담배값 인하 공약>은 사실상 <민주당 버전의 줄푸세>와 진배없다. 집권 이후, 정말로 담배값을 인하하게 되면, 12조원 예산 분량만큼은 어디에서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정치적으로 힘 없는 취약계층의 복지재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2) <육아휴직 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의 경우, 왜 현실화되기 어려울까?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의 문제이다. 물론, 고용보험료의 경우 예산효율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육아휴직수당 인상 + 휴직기간 확대를 하려면,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의 문제이다.

한국 수준의 세금으로, 스웨덴 수준의 복지를?

고용보험료 인상은 누가 반대할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다. 내가 과문해서인지, 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게 되면, 나중에 경총과 전경련이 반대하게 될 것이다.)

‘스웨덴 수준의’ 육아휴직 수당과 육아휴직 기간을 원하면, ‘스웨덴만큼의 세금’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참고로 스웨덴은 소득의 50%~60%를 세금으로 낸다.) 현재 한국의 진보(유권자)는 ‘한국수준의 세금으로, 스웨덴 수준의 복지를’ 주장하는 셈이다.

► 3) <보육 교사 처우개선>의 경우,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다. 첫째, 세금을 왕창 퍼부어 지원하는 경우이다. 이게 왜 어려운지는 위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다. 둘째, 보육료에 대한 가격통제 정책을 풀어줘야 한다. 보육료로 한 달에 100만원을 받든, 1천만원을 받든 ‘가격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결국, 증세와 가격자율화 정책 모두를 배제한,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프레임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다. 공약(公約)이라기보다는 유권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덕담’인 셈이다.

► 4)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의 경우, 민간기업의 비용 증대 문제이다. 개방형 직장 어린이집 확대를 ‘법으로’ 강제하면, 민간 기업은 정말로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여성고용 자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다. 반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인센티브 주는’ 방법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도 결국 ‘금전적’ 인센티브인 한에서 재정지출이거나 조세지출이다.

► 5) <아빠 육아할당제 도입>의 경우, 듣기에 매우 기분 좋은 공약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확산되기에는 제약이 많다. 왜냐하면, 월 400만원 받는 남편과 월 200만원 받는 부인이 있는데, 신생아 한명과 5살짜리 아이 한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이 경우에 누가 육아휴직을 하고, 누가 회사로 출근하는게 경제합리적인 선택인가? 해답은 자명하다. <월급 적은 사람이 육아를 담당하는게> 경제합리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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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으로 강제’하면 할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되어, 월급이 더 많은 아빠의 육아휴직을 반대하는 ‘엄마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남편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은 열어두되, 해당 부부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가 가능한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매우 높고, 여성의 경력단절도 현저히 적고, 남녀간의 임금격차 등도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즉, 전반적으로 남녀평등 수준이 높기에 역설적으로 아빠 육아휴직제도 작동될 수 있다.)

이런, 제기랄~. 그럼,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이모양 이꼴인 것은 박근혜-최순실-김기춘-삼성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야권-우리 자신의 수준도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복지국가가 실제로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야당-민주화-진보일수록 <저부담-고복지>을 주장하는 무책임한 정치행태와 결별해야 한다. 담배값 인상, 연말정산을 반대하던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저부담고복지’ NO, ‘복지체험과 연동되는 증세체험’ YES

그리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등 진보적 사회운동 단체들은 ‘고용보험료 인상’을 통한 육아휴직 보장성 강화를 주장해야 한다.

반독재민주화 이슈로 성장했던 한국 정치가 복지국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 덕택이었다. 무상급식은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젊은 엄마들 표’가 야권 성향으로 돌아서고, 애초 무당파적 스윙보터였던 젊은 엄마들이 <복지동맹>에 가담하여 <다수자정치연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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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이후, 한국의 복지국가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복지체험과 연동되는 증세체험>을 하되, 다수자정치연합에 성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구라진보와 구라보수의 ‘뻥 복지’ 공약이 난무하는, 혹은 유권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덕담의 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누구이든, 그간 그래왔듯이…

목, 2017/03/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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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항의서한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구테헤스 UN사무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부영 사드 반대 한국 대표단 공동대표는 “한국의 국정운영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사드 배치를 강압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는 미국에게 촛불시민들의 항의를 전달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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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권자 전국회의 출범식에서 사드배치 반대 방미단이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플랭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이번 한국 대표단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부터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주권자 전국회의’의 주도로 이뤄졌다.

한국 대표단은 이부영 동북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삼열 2017민주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등 3인 공동대표와 기독교 등 4대종단 대표로 구성됐으며, 4일 미국으로 출발한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은 “6일과 7일 워싱톤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그리고 UN 사무총장에게 사드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는 사드배치 철회를, 중국에 대해서는 사드배치의 주체가 미국인데도 한국에만 보복조치를 퍼붓는 행태의 부당성을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대표단의 방미 기간 중 국내에서는 ‘적폐청산-국가대개혁 주권자 전국회의’, 한국NCC, ‘사드저지 전국행동’ 등이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월, 2017/04/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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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농단 스캔들로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귀결되면서, 우리사회 적폐의 근본 원인이 경제권력인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에 있음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정경유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이름만 바꾸고 조직을 축소·개편하는 혁신안을 최근에 발표했다. 또한 5월에 들어설 새 정부가 과연 제대로 재벌개혁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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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혁신안을 발표하며 단체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꾼다고 밝혔다. 혁신안에는 정경유착 차단, 싱크탱크 강화, 조직 및 예산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재벌 개혁 못하면 제2의 남미

196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없으며 한국 정치는 결국 재벌에 기생하고 민주주의는 형해화될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초이고 촛불시민혁명을 완성하는 첫 삽이다. 만약에 진보적 세력이 집권하고도 제대로 재벌개혁을 못한다면, 한국은 제2의 중남미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경제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률을 유지했고, 2012년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상승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5년에 2.6%로 주저앉으면서 2016년도에도 2.8%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런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경기변동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추론의 바탕에는 제조업의 위기라는 현실이 있다.

추락하는 제조업 경쟁력

한국의 제조업은 197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시작된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철강, 가전 등이 주력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중화학공업의 특징은 이른바 장치산업이라는 것인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에서의 궁극적인 경쟁력은 숙련 노동력의 임금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 국가가 새로운 공장과 공정기술을 이용해 범용재(commodity)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기존 생산 국가가 범용재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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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기업이 일본이나 유럽의 범용재 생산제조업자들을 대체했던 것처럼 중국이나 신흥국이 한국의 범용재 생산자들을 대체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고부가가치 중간재 생산과 고부가가치 특수재(specialized product)의 생산으로 산업이 진화해 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화가 단절되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 제조업에서 중간재인 부품소재 생산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부품소재 수출의 급속한 증가는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한국산 부품소재의 대중국 수출이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산 부품소재의 선진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소재부문의 대 선진국 무역역조는 심화되고 있으며, 부품 수출도 IT 관련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반도체 등 일부 IT 품목을 제외하고는 핵심 제품 및 기술이 존재하지 않고, 현재의 기술수준이 선진기업들에 비해 취약한 실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주력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는 만성적 한계기업인 좀비 기업을 양산하고 있으며, 기업 도산과 이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과 수출주도적인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정부는 재정지출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건설투자를 통해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기업 부실화와 가계부채 그리고 이어지는 금융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정희체제에서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로

이러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정희 개발체제에서 공고화된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경제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새로운 경제체제가 필요하다.

이런 새로운 경제체제를 필자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는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반(半)계획-반(半)시장 경제가 아니라, 약자의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경쟁을 제도로 보장하고, 스스로 돕고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사적 복지가 아닌 복지 및 사회안전망을 법적으로 구축한 체제이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들어서고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가 이러질 수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가 선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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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자는 최근 ‘박정희개발체제’에서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로의 경제구조개혁을 주장한 책을 발간했다. 재벌개혁은 이러한 구조개혁의 핵심이다.

재벌체제는 혁신을 통한 산업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도전 기업에게 혁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혁신 경쟁의 소멸은 결국 재벌 기업들의 혁신 유인도 감소시키고 있다.

또한 재벌 대기업이 하청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여, 하청기업들은 가격경쟁과 단가 후려치기에 내몰리고 결국 혁신할 유인도 여력도 잃게 된다. 기술탈취와 단가 후려치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근본 원인이 되고 노동 양극화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나아가 재벌의 세습이 가능한 상황에서 재벌 총수 일가는 도전 기업의 싹을 자르고 진입장벽을 쌓는다.

소유지배구조 개혁 절실

한국 재벌은 순환출자, 교차출자, 지주회사체제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를 가지고 과도한 수직계열화(over-vertical-integration)와 문어발식으로 다각화(over-diversification)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렇게 복잡한 재벌의 구조와 심각한 경제력 집중은 기업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들어 황제경영이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소유지배구조와 기업 거버넌스 개혁 방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해야만 한다. 이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위해서 2012년과 2013년에 단행된 이스라엘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혁 입법을 참고해 볼만 하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빠진 개혁은 한국을 제2의 멕시코로 전락시킬 것이다.

1910년에 시작된 멕시코 혁명은 1917년 멕시코 헌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 주도 세력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대지주와 새로이 등장한 멕시코 재벌이라는 경제권력과 경제구조는 더욱 공고화되었다.

멕시코 혁명 이후에도 제대로 된 토지개혁은 시행되지 못 했으며, 증여세 폐지와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 등으로 멕시코 재벌의 세습과 경제력집중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되었다. 그 결과로 멕시코의 경제는 오랜 침체에 빠지고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는 고착되었다.

한국 경제와 사회는 1920-30년대 멕시코처럼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갈지 아니면 퇴행의 첫 걸음을 내딛을지 갈림길에 섰다.

월, 2017/04/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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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지난 3월 15일,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워싱턴 D.C.에 있는 후쿠야마 교수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 3세로, 현재는 스탠퍼드대 민주주의ㆍ개발ㆍ법치주의 센터에 있다. 1989년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라는 논문을 통해 인류의 역사의 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최종 승리로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세계적 유명세를 탔다. 주요 저서로는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 ‘정치질서의 기원’ 등이 있다. 

페스트라이쉬: 청년들은 요즘 덫에 걸린 느낌입니다. 불리한 시스템에 갇혀 있고, 나갈 방법도 없어 보입니다. 청년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 심각한 간극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청년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우선순위와 실제 정책 사이 격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동시장의 변화…청년세대의 불안감 가중

후쿠야마: 그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청년 세대는 체제로부터 항상 소외감을 느껴왔습니다. 젊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정치에 직접 참여할 만한 사회적 지위와 자격이 없습니다. 사회 문제를 생생하게 느끼는 청년들이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합니다. 역사상 항상 그랬고, 현대에 들어서는 특히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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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 교수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그러나 노동시장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미국이지만, 아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기업이 내세우는 조건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일자리가 많아졌습니다. 원하는 전공이 아니면 이력서를 검토해 주지도 않는 세상이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청년들은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기회를 잃지 않으려고 종일 공부만 하는 청년도 생겼습니다.

아시아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하죠. 이에 더해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치 변화와 격동이 몰아쳤습니다.

아직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만큼의 파괴적 정치 변화를 겪지 않았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중의 참여가 제한되었고, 청년층 대부분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우선순위로 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탄핵 시위를 보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황도 빠르게 변해갈 수 있습니다. 정치에 관해 보편적 진실이 하나 있다면, 모두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 보여도 어느 순간 영감을 받으면 갑자기 열렬히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표면만 보고 아무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페스트라이쉬: 지난 두어 달 동안 정치 및 사회 흐름에 대한 한국 학생의 관심이 증가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자발적으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의지를 느꼈는데요.

후쿠야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그런 변화를 일으켰을 거라 확신합니다.

페스트라이쉬: 흔히들 ‘변화’라고 하면 정치적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러나 정치를 몰아가는 건 거침 없는 기술의 발전입니다. 정보를 기록∙이전∙조작하는 기술이 폭발적 속도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보편적 추세는 정치와 사회의 작동 원리에, 그리고 이와 관련해 기업과 가족이 기능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나요?

가짜 뉴스 판 치는 세상…정보 옥석 가리는 능력 갖춰야

후쿠야마: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을 살펴 보도록 하죠. 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됐을 때에는 인터넷으로 대중의 참여가 확대되어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란 낙관적 시각이 대다수였습니다. 정보도 일종의 권력이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확대되면 대중이 더 많은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분명, 인터넷이 정치적 결집과 행동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적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권위주의 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던 사례도 있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상하는 걸 보게 됩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바로 ‘가짜뉴스’죠. 정보를 걸러주는 문지기(gatekeeper)나 사실을 확인해주는 기관, 전문 기자 등 중간 매체가 인터넷 때문에 자취를 감추면서 나타난 결과죠.

완전히 거짓인 글이 섞여 있는데도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면 다 타당하다고 믿어 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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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mediatoday.co.kr)

특정 정치인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는 정치적 프로세스가 각국에서 등장했습니다. 이런 정치 공작의 선구자 중 한 명이 바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죠. 그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죠. 미국에서도 지난 1년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페스트라이쉬: 그러나 동시에 언론의 데스크나 정보를 선택하는 문지기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언론 권력이 사회적 논의를 제한하고 미국 국민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 주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후쿠야마: 문지기 없이 개인이 정보를 직접 생성하고 공유∙배포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인터넷 덕분입니다. 따라서 인터넷의 파급력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복잡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뉴스를 만들게 된 건 분명 좋은 일이죠. 그러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뉴스 내러티브를 마음대로 조작하게 된 건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만 해도 생각도 못한 부작용일 겁니다.

페스트라이쉬: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청년들을 위해 해줄 말이 있나요?

후쿠야마: 동시대의 흐름과 이 흐름이 내게 줄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웹서핑만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보다 진지한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탐색하려면 정보의 신뢰도를 판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정보 출처를 평가할 수 없고 독자를 조종하기 위해 어떤 술수를 부리는지 파악할 수 없다면, 쉽게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정보의 출처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의 진위를 파악하고 어떤 정치 논리와 수사학을 이용하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사실 확인에 대해서는 대학교 때 받은 교육이 도움이 되죠.

그런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주에서 어떤 사실을 알 수 있고, 신뢰할 만한 인용구가 무엇인지 눈치채는 능력은 인터넷에 산처럼 쌓인 가짜뉴스를 마주쳤을 때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도 변화를 가져왔죠. 스마트폰은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데이트를 하면서 스마트폰만 보는 커플을 많이 봤습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로맨틱한 카페에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를 쳐다보지 않더라구요.

기술이 인간 사회와 인간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분명 사람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 변화는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분명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힘들 뿐입니다.

페스트라이쉬: 상당히 심오한 변화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세계 최고의 대학에 가서 인문학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죠. 철학이나 역사, 문학, 예술을 제대로 공부하면 좋을 겁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 시대 정치적 변화와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배움을 이어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배움이나 독학을 위해 필요한 태도나 전략이 있다면?  

후쿠야마: 요즘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어느 때보다 많죠. 의욕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온라인 학습자료가 풍부합니다.

칸 아카데미와 에드엑스(EdX), 코세라(Coursera)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은 수준이 아주 높고, 원하는 수업은 무엇이든 들을 수 있습니다. 단,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거나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목적의식이 확실하고 본인을 다잡을 수 있다면, 유튜브에도 도움되는 자료가 많습니다. ‘하우 투(How to)’ 동영상 시리즈도 꽤 도움이 되더라구요. 뭘 찾고 싶은지 확실히 안다면 인터넷에는 많은 보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혼자서도 배울 수 있는 길이 어느 때보다 많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상세하게 들어가는 정보는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해야 하죠.

도전받는 민주주의…청년세대의 정치참여 중요

페스트라이쉬: ‘민주주의’라는 용어 자체도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자주 쓰는 말인데,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바는 정확히 무엇입니까? 지금의 지정학∙기술적 변화가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민주주의는 어떻게 규정될까요?

우리는 뚜렷한 정의 없이 ‘민주주의’란 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선거를 한다고 민주주의는 아니죠. 스탈린도 선거를 했습니다만, 자유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죠.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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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report.dbpia.co.kr)

후쿠야마: 구체적으로 말해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적 절차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다음의 세 가지 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선, 정부가 필요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정부죠. 어떤 성격도 없는 중립적 체제입니다. 정부는 사회를 보호하고 법을 집행하며,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권력 분배 제도입니다. 특정 정치인의 지배력에 대한 의존 없이, 모든 시민을 상대로 평등하게 해당 작업을 수행해야 하죠.

두 번째는 법치주의입니다. 행정부 권한을 가진 사람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걸 막기 위해 권력을 제한하는 투명한 법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견제가 분명히 이루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거 등의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지도층이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막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만 빠져도 체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강력한 정부, 법치주의와 함께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제도가 조합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입법 및 집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과 역량을 가지되, 법과 민주 선거를 통해 제약을 받음으로써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균형이 있어야만 합니다. 균형점을 찾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개방적인 사회라도 끊임 없이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죠.

페스트라이쉬: 지금 자유민주주의가 많은 도전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후쿠야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현대적 정부를 구성하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경우 특히 그렇죠. 부패는 전세계 많은 정부의 정통성을 갉아 먹는 보편적 문제입니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해서 조직적으로 부패한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이를 위해서는 수 세대에 걸쳐 장기적으로 정치∙문화적 투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 새롭게 부상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개도국의 부패 문제와 성격이 매우 다르다 하겠습니다.

제가 설명했던 자유민주주의의 3대 요소를 다시 보자면, 요즘 서구에서는 정치 시스템 내에서 민주주의가 법치주의를 공격하는 새로운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수주의적 포퓰리즘 정치인이 정부를 시원하게 공격한다는 이유로 당선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의 푸틴이 시작한 포퓰리즘 논리는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과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이 뒤를 이어 사용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모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도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통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유권자 층에서 폭 넓은 지지를 얻어 당선이 되긴 했지만, 이후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며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런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권력의 한계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인기를 이용해 정부의 권위를 끌어내릴 겁니다.

이들은 언론과 야당을 공격해 손발을 묶으려 합니다. 자신의 권위와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법부 권위를 훼손하고 타락시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모범 사례였던 국가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봐 두렵습니다.   

페스트라이쉬: 그럼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언론을 통해 정치 뉴스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말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청년들이 일상에서 좀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를 만드는데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요?

후쿠야마: 역사적으로, 학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학생 운동이 있었습니다. 국가 개혁과 민주화 운동에 학생들이 앞장 섰던 사례가 많습니다.

요즘 정치 참여절차가 정도를 벗어나는 건 학생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지지할 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정치적 인식과 함께 효과적인 정치조직 구성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은 모래 속에 얼굴을 묻고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척 하거나 출세만 맹목적으로 따라가선 안 됩니다. 끈을 놓지 않으면서 내가 참여해야 사회의 정치적 절차가 완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

페스트라이쉬: 그러나 취직을 하려면 경영이나 기술 관련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납니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생존을 위해 관심을 접고 학문의 범위를 넓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일본과 한국, 중국에서) 생활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러나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죠. 왜 우리는 점점 인문학과 멀어지는 걸까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회계에 대한 강박적 집착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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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withzone.net/)

후쿠야마: 노동시장의 성격이 변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컴퓨터와 자동화 기술이 저숙련 일자리를 대체하며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보다 최근에는 자동화 기술이 한때 아주 안정적이었던 중산층 일자리까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화 흐름 때문에 STEM 역량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게 된 거죠.

전반적인 일자리 부족 현상과 함께 특정 분야, 특정 기술에 대한 수요가 교육 체제를 뒤흔들었습니다. “어디서 일자리를 얻어야 하나?”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은 그 이상을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40년 전만 해도 영어나 철학을 전공해도 졸업 후 기업에서 괜찮은 관리직으로 취직할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량적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면, 설사 인문학이 최고의 대학 교육이라 해도 기업 문턱을 밟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전반적으로 STEM에 대한 집중은 한때의 유행으로 볼 수 있고, 지나치게 강조된 면도 있습니다. 수요의 원칙이 가지는 압박 때문에 학생들은 인문학을 외면했습니다. 동시에 인문학 교수진도 상황 개선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죠.

그 동안 인문학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여성학이나 민족학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정치적 편향이 작용하면서 문학과 철학의 해석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다른 세상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을 겁니다.

학생들이 17세기 스페인 연극에서 나타났던 퀴어 문화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페스트라이쉬: 교수로서 저는 아시아연구 저널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논문이 별로 없더군요. 글이나 주제가 현실이나 일상적 경험과 너무 동떨어져서 학문을 업으로 하는 저 조차도 논문을 읽는 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후쿠야마: 그런 추세가 갈수록 심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계는 자신의 학문 분야와 권위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기술적이거나 방법론적으로 굳어지고, 애매한 전문용어로 논문을 가득 채우죠.

그 결과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학자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서 교육에 큰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시아적 가치는 대안이 될 수 있나

페스트라이쉬: 아까 말씀하신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개념과 관련된 서구 문화는 전세계 공통의 가치와 원칙을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경제학과 정치학 이론부터 호텔 장식과 기내식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는 그대로 글로벌 표준이 되었죠.

그러나 동아시아도 역사적으로 뒤처진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0년을 보면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은 경제∙문화적으로 대부분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유교와 불교 전통 안에서 나름의 보편적 가치와 정치 원칙을 수립하고 있었으며, 일부 가치는 대단히 정교한 수준으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의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글로벌 기준 또한 변화할 거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불교나 유교 전통은 어느 정도까지 세계 공통의 기준 및 규범으로 통합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절대적인 한계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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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포린어페어’지에서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리콴유 싱가폴 총리가 ‘문화는 운명’이라며 아시아적 가치의 특수성을 주장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를 반박하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병행발전’을 주장했다.

후쿠야마: 아시아 문화가 궁극적으로 어떤 지위를 누리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문화적 규범은 아시아 외 지역에서 영향력이 미미했습니다. 물론 인도 아시람으로 여행을 가거나 바둑을 배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문화 담론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차원에서 생각해볼 때, 아시아는 제가 있는 지역의 주류 문화에서 별다른 힘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모호한 정체성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아시아 문명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고유의 문화 정체성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국가적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중국의 지도층이 19세기 백인 남성 두 명의 생각을 지도로 삼아 정책을 만드는 겁니다.

유교적 가치관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건성으로 하긴 했지만, 중국 지식인과 정치인은 유교적 가치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엄청나게 간극이 큰 두 개의 지적 전통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거죠. 그래서 중국 문명에 대해 일관성 있는 시각을 제시하기 힘든 겁니다.

일본과 한국은 지난 60년간 미국 및 서구 제도와 훨씬 많이 접촉하면서 서구의 가치관과 관습을 중국보다 많이 흡수했습니다. 이를 자국의 전통적 가치관과 결합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서구인들은 요즘 일본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을까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물론 압니다. 이들 문화 장르에 일본적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장르의 시작점 자체는 서구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죠.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100% 고유한 문화라는 건 더 이상 찾기 힘듭니다. 모든 전통이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죠. 이제는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삼을 지에 대해 아시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들 가치가 전세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는 그 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이고, 아직은 그 단계에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의 미래

페스트라이쉬: 중국의 경제 발전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고, 비즈니스나 문화 상품에서도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중국과 중국의 의도에 대해 서구가 아직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보는데요.

어쨌든 전세계 인구의 1/6을 차지하는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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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미국이나 유럽에서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권력의 이동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죠. 역사적으로 봤을 때 권력의 이동은 끝이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신흥 강대국이 자신의 중요성을 과대 평가하거나 ‘지는 해’가 된 기존 강대국이 힘을 잃지 않기 위해 버티면서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정학적 게임은 미묘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오판하기 쉽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면서도 새로운 강대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수용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이 문제를 의식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전의 신중함이 줄어들긴 했지만요.

페스트라이쉬: 최근 중국이 미국 인권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미국이 다른 국가를 평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을 평가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후쿠야마: 전반적으로 중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사안을 다루고 있으며,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면 격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사태가 어떻게 흐를 지는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페스트라이쉬: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후쿠야마: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청년들이 국수주의 논리를 가져다 쓰는 경우가 이전 세대보다 많아졌습니다. 걱정되는 현상입니다.

국가에 대한 새로운 자의식과 타국에 대한 적대감을 일깨워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결과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가 국수주의적 미사여구와 정치 논리를 앞세운다면, 다른 국가도 이에 반응하게 됩니다. 그럼 논의는 엉망이 되고 비생산적이 되죠.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국수주의적 주장을 통제할 의무를 가집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위해 밟아나갈 단계들은 분명합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기록하기 위한 독일과 폴란드의 노력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은 이후 폴란드를 점령하며 곳곳을 파괴했죠. 복구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고, 공산주의 지배를 받으며 이데올로기 투쟁을 벌인 시간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폴란드는 드디어 온전한 독립국이 되어 유럽연합에 가입했습니다. 독일과 폴란드는 과거의 슬픈 원한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죠. 양국의 역사 교과서 공동편찬위원회를 설립한 겁니다. 양국의 동의를 바탕으로, 당시 있었던 사건의 순서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해줄 공통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함께 모여 역사를 연속적으로 논의하는 일이 불가능할 겁니다. 중국과 일본, 한국은 공통의 역사 논의를 위해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하지 못하니까요.

페스트라이쉬: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도 공통의 역사 교과서 편찬을 논의한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후쿠야마: 물론 있었겠죠. 그러나 중국과 일본, 한국의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편찬∙감수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일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동북아시아에 필요한 일이 바로 이거죠. 지금 각국은 자신의 편향적 시각에 따라 역사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맞춰가기 위한 노력 없이는 3국 간에 어떤 실질적 이해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역사적 담화는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베 행정부는 역사적 사건의 상당수를 은폐하는 교과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기존의 역사 교과서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벌인 일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은데 말이죠. 

다른 국가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 또한 지난 15년간 역사적 내러티브에서 일본을 공격하는 표현을 늘려왔습니다. 

간극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어떤 국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촛불시위,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

페스트라이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탄핵 결정으로 한국에서는 희망적 분위기가 생겨났지만, 국내 사태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대립이라는 국제 정세까지 더해지면서 불안이 가중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 청년에게 줄 조언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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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TN)

후쿠야마: 저는 한국을 지켜보며 큰 희망을 얻었습니다. 2016년 11월 한국을 방문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대규모 거리시위를 직접 봤습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민이 참여를 해야 합니다.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는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라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안정을 회복할 절차는 이미 제자리에 있습니다. 대선을 진행하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고, 개혁안도 새로 마련될 겁니다.

한국 국민은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지,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는 엄청난 부패 사건에 휘말렸지만, 결국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나갔으니까요.

그것보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더 걱정입니다. 아직 어린 김정은은 아주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 받지 못하고 동북아시아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부가 취임했죠.

이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 개월간 침착하게 상황을 유지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페스트라이쉬: 청년을 위한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후쿠야마: 청년을 위한 글을 쓸 때 제가 좋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도 청년을 위한 글을 잘 쓰지 못했거든요. 아무래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들은 이제 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가 했던 방식대로 정보를 소화하지 않죠.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성공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방법을 찾아서 전달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책의 내용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 2017/04/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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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북한같이 작고 가난한 나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그렇게 당황스럽지 않다. 당황스러운 것으로 따지면, ISIS나 트럼프의 당선만큼 당황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진짜 두려운 것은 미국의 전쟁 상인들이 한국을 이용해 결국 우리 모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뜨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은 북한에 폭탄과 병원균들을 떨어뜨려 생지옥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진드기 병 등이 창궐했는데, 냉전으로 세뇌된 헐리우드 영화들은 이를 ‘공정한 댓가’(fair trade)라고 묘사했었다.

그 이후로 지금껏 미국은 전쟁을 끝내고 화해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북한에 대한 핵공격 연습을 멈추면 북한도 핵실험을 멈추겠다는 북한과 중국의 제안을 미국은 번번히 무시했다.

북한과 중국은 핵무기 선제사용을 포기하려고 했다. 반면 미국은 핵무기 선제사용 계획을 세웠고, 한국은 제주에 해군기지를 세우고, DMZ에 정찰드론을 띄우고, 사드를 배치했다.

미국은 사드를 미사일 방어체제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것을 미사일 공격체제라고 믿는다. 또 미국은 사드를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그것이 중국을 포위하고, 선제타격 뒤 반격을 막으려는 수단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 중국과 북한, 심지어 한국의 출구를 막고 있고, 러시아와의 3차 세계대전 망상에 빠져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의 수많은 전쟁을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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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미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사드배치 반대 한국대표단의 모습

미국 현지시각으로 5일, 몇몇의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은 나에게 이런 성명서를 보내왔다.

 

“한국인들은 오는 6-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만나 한반도의 사드배치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정상적인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최근 이를 추진했던 한국의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탄핵당했고, 오는 5월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런데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배치를 중단해야 하고, 중국은 경제보복을 멈춰야 한다.

한국의 시민들은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일제 식민지 이후 한국 시민들은 독립된 통일국가를 세우고 싶었지만, 미국과 소련의 군사점령, 그리고 미중 간의 전쟁으로 그 꿈은 좌절됐다.

한국인들은 조국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지난 70년 동안 매일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역사적 범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들을 돕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5일, 오전11시30분∼오후1시 사이 백악관 앞 시위에 참여하거나 또는,

둘째, 오는 7-9일, 알라바마 헌트스밸리에서 열리는 회의와 집회에 동참하는 것이다. 

목, 2017/04/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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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이 플로리다에서 개인적 친분을 쌓았지만, 북핵문제 해결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정책에 동의하지 않았고, 시진핑도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나서겠다”는 미국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첫 번째 협상에서 양측은 별 소득없이 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2.0을 계획하고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것은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지난 5일, 38노스(www.38north.org) 드루리(J. DeLury)는 이런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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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YTN)

북한 문제를 악화시킨 미국의 정책

첫째,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01년, 미국은 북한, 중국, 한국, 미국 등이 지난 8년 동안 추진해왔던 복잡한 협상을 깨뜨렸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사일협정(ABM)을 파기한 뒤 새로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다.

9·11사태 이후 두드러진 이런 정책은 동북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 그 이후로 미국은 그런 정책이 실수라는 점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북한과 협상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미국도 절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 학자, 의원들은 잘 모르는 이런 역사를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불안 속에 고립시켰고,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해왔다.

니키 헤일리 UN주재 미국대사는 김정은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기존 정책을 뒤집음으로써 동북아의 안보와 발전, 그리고 핵무기 비확산을 위태롭게 했다는 점을 감추는 것이다.

한국을 소외시킨 미중 대화

둘째, 지난주 트럼프와 시진핑의 협상은 한국을 소외시켰다.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퍼져있다. 부시 행정부의 합의된 틀(Agreed Framwork)이란 개념 역시 이런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중국의 민족주의자와 미국 대통령이 공유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 6일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 중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공습으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 공습이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 수 개월 동안 NSC는 무엇때문에 북한 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했단 말인가.

트럼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행동은 새로운 북미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아직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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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각각 미사일과 현금뭉치를 말로 내세워 한국 지도 위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그린 뉴욕타임즈의 만평.

트럼프와 시진핑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손실을 입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만간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워싱턴D.C.에 퍼진 ‘북한위기’설은 진실이 아니다.

몇 달 전 유명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의 평가“라고 말했다. 만약 다른 나라가 그랬다면, 연구와 개발로 평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하는 다단계 ICBM이 실전배치되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걸릴 것이다.

중국의 경우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면서 미국과만 협상하는 것은 한중 간 전략적 관계에 부정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연구한 입장에서 보자면, 한중 간 전략적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시진핑은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자신을 소외시킨 것은 충격적이다. 이것은 과거 열강들이 한국의 이익을 침해했던 일들과 비슷하다.

또한 이번 일은 16년 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점진적 통합에 대한 희망이 무르익을 때, 미국이 이를 망쳤던 일을 연상시킨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어떤 의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좀 더 중도적이고, 뛰어난 정치력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당시의 일로 미국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트럼프의 유일한 길은 에드 마키 상원의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이 충고한대로,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게 진짜 정치인의 본능이 있다면, 지금이 그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월, 2017/04/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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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후보 양 강 구도가 형성됐다. 1987년 대선에서 양 김 구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물론 이번은 30년 전과 아주 다르다. 노태우, 김종필은 피라미가 되고 양 김이 압도적 선두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놀랍게도 12월 9일 국회 대통령탄핵의결, 3월 10일 헌재 대통령탄핵선고, 3월 31일 전(前) 대통령 구속수감에 이르기까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던 촛불민의의 거대한 힘이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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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YTN)

87년 대선에 비해 훨씬 행복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자,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누가 되든 느긋이 관전하고 있으면 될까?

아니다. 기억을, 지난 30년의 역사를 다시금 들추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감추어져 있다.

87년 이후 30년의 교훈

87년 양 김 분열의 폐해는 그 해의 대선 패배에 그치지 않았다. 대선 이후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졌다.

노태우 정부 시절 한소, 한중, 남북유엔가입 등 해빙기류가 급격히 흐르는 역사적 상황에서 양 김은 서로 상처주기에 바빴다. 어느 쪽도 대국적으로 세계사적 상황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급기야 이 구도에서 상대적 열세에 몰렸다고 판단한 YS는 노태우, 김종필과 삼당합당을 감행했다. 이후 YS는 92년 대선에서 전대미문의 ‘대통령 훈령조작’ 사건을 일으켜 노태우의 남북화해 정책에 펑크를 내기에까지 이른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남북화해 정책이 그해 겨울의 대선에서 그의 경쟁자인 DJ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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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한측 대변인이었던 이동복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지침이 없었는데도, 엉뚱한 훈령을 정원식 대표에게 보고하는 ‘훈령조작사건’을 일으켰다. 사진은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정원식 남한대표와 연형묵 북한대표의 모습.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물 건너 간 구 민주화 세력, 구 야당 세력이 이제 철 지난 냉전체제의 주공격수가 되어 민주화 세력을 앞장 서 저격하는 판도가 여기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분열의 상처, 패배의 앙갚음을 엉뚱한 데 해대었던 셈이다.

그 결과 세계의 냉전은 해체되었는데, 한반도의 냉전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괴이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화세력의 절반이 냉전세력으로 넘어갔으니, 판은 냉전세력(구세력) 대 탈냉전세력(신세력)이 2대1로 되었다. 훗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했던 구조적 상황의 기원은 바로 여기다.

그 아래 우연과 행운으로 간신히 집권할 수 있었던 두 차례의 ‘민주정부’는 이 판 자체를 결코 바꾸어놓을 수 없었다. 거꾸로 이 시기 충격을 받은 구체제 세력, 냉전세력은 오히려 더 강고하게 결집했다. 그 결과 2대1의 상황,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굳어졌다. 그 결과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

이제 간신히 그 2대1의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순전히 촛불혁명의 놀랍고 위대한 힘으로 이룬 기적과 같은 일이다.

실은 87년에 이미 이루었어야 할,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normal state)’이기도 하다. 탈냉전 세력이 안정적 다수, 헌정적 다수파가 되는 상태다.

지금 대선 상황에서는 이 비율이 거의 2대2대1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가 4대1의 안정적 우세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촛불혁명이 낳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경이 되어야 한다.

이 순간 초점은 물론 87년과 같은 민주진영 양 후보의 단일화가 아니다. 훨씬 크고 넓게 보아야 할 일이다. 2대1, 더 나아가 4대1의 구도를 헌정적 토대로 확고히 굳혀야 한다.

냉전, 독재, 독점의 시대를 이윽고 마감하고, 평화, 민주, 공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헌법적 질서를 굳건하게 세워야 한다.

안철수, 문재인 양 후보는 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해야 마땅하다. 물론 선거 역학상 표 다툼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어쩔 수 없는 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품격과 정책, 원대한 비전으로 경쟁해주기 바란다. 지금 오가는 양 후보 쌍방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진실이 별로 없다. 양 후보 모두 충분한 자격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전제한 위에서 페어플레이를 해주기 바란다.

지지자들 역시 자중해야 한다. 87년 대선 시 양자, 양 진영의 상호 상처주기와 배척심리가 이후 역사의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에게 가한 상처는 반드시 자신을 해치는 상처로 되돌아온다. 그것이 87이후 30년의 복기(復碁)가 가르쳐 주는 뼈아픈 진실이다.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문재인, 안철수 양 후보가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압도적으로 촛불혁명의 힘이다. 양 씨, 양당 모두 촛불혁명에 충심을 가지고 한 편에 섰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둘 중 한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대선 이후 대한민국2.0을 만드는 역사적 과업은 그렇듯 당선된 새 대통령과 그의 소속 정당의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 박빙의 1,2위가 될 양 후보와 정당의 대국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2.0이란 ‘탈냉전시대의 정상상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헌정 체제로 안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 일은 결국 촛불혁명이 촛불헌법으로 완성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세계가 경탄했던 대한민국 촛불혁명의 장전(章典)이 될 촛불헌법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개헌’으로 불릴 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새로운 헌법 만들기,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헌정사적 Year One’을 여는 역사적 사건이 되어야 마땅하다.

촛불광장에서 ‘우리는 대통령 하나 바꾸려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니라’고 외쳤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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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촛불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시민의 힘으로 법을 위반한 통치자를 몰아냈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은 시민혁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혁명 이후 구질서로의 회귀를 막고, 새로운 질서를 공고히하기 위해서는 촛불혁명이 촛불개헌으로 이어져야 한다.

87 민주화를 결국 박근혜 신유신 독재가 회수하고, ‘서울의 봄’을 5·18이 회수하며, 4·19를 5·16이 회수하고 말았던,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그 지긋지긋했던 60년의 ‘마(魔)의 순환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어야 한다.

동서냉전이 종식된 마당에 전쟁의 공포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오늘의 기막힌 상황에 분명히 마침표를 찍는 헌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심화되기만 해왔던 양극화를 확실히 역진·감쇄시킬 장치를 헌법 안에 내장해야 한다.

이 무거운 책무가 누구보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선출될 새 대통령의 어깨 위에 놓여있다. 현재 양 후보 역시 심중에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완성시키고자 할 나름의 복안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작년 촛불이 시작된 직후부터 그 가장 확실하고 실현가능하며 또한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헌법 개정 시민의회’를 소집하는 길을 대선후보와 국회 각 정당에 제안해왔다.

그러나 국회와 정당들은 지금까지 이 제안을 수용하고 실현하는 데 시종 무기력·무관심했다.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를 넘어설 국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로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촛불혁명의 대의와 거꾸로 가는 자기들만의 기득권 강화 밀실졸속개헌을 도모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그동안 확인한 것은 이렇듯 서로 이해가 크게 갈리는 5개의 정당이 촛불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개헌안을 만들어 2/3 이상의 합의에 이룰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렇듯 이해가 갈린 국회가 자신의 이해를 내려놓고 시민의회를 소집할 가능성 역시 (현재의 국회구성으로는) 극히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은 대선 이후라고 하여 전혀 달라질 바 없다. 결국 촛불개헌은 없는 것으로 된다.

다시 한 번 혁명은 유산되고 마는 것인가. 대통령 하나 바꿔놓고 끝나는 것인가.

촛불헌법을 위한 시민의회 소집

그러나 여전히 ‘촛불헌법 제정을 위한 시민의회’의 소집, 그리고 이를 통한 촛불혁명의 완성은 가능하다. ‘여전히’가 아니라, 실은 가장 확실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가 하나 남아 있다.

오는 대선에서 당선된 새 대통령이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를 직접 소집하는 길이다. 이 길은 오로지 새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

새 대통령이 개헌 문제에 관해 ‘이제 대통령으로 선출된 제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겸허하게 내려놓고, 국민이 주인이 되어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논의하여 합의해 준 개헌안을 대통령인 저의 것으로 받아 대통령의 개헌 발의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은 신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한층 더 넓히고, 새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갈 정치적 주도권과 권능 역시 크게 높일 것이다.

새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를 소집할 헌법상의 권한과 근거는 명확하다. 현행 헌법상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와 대통령에게만 있다(헌법 제128조).

촛불혁명을 촛불헌법으로 완성해야 함에도 국회가 그 역할을 완수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임무를 대통령이 지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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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국회도서관에서 (사)다른백년과 국민참여개헌절차법을 발의한 김종민의원이 공동 주최한 시민의회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사)다른백년은  최근 시민의회를 주제로 한 백년포럼 시즌1을 3차례 개최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헌법 개정 발의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지금껏 9차례의 개헌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모두 대통령 독재권의 강화, 대통령의 임기연장을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대통령 자신이 밀실에서 준비해 내놓는 개헌안이라면 국민들이 환영할 리가 없다. 오히려 큰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시민의회를 통한 개헌 합의안 도출은 이러한 방식과 정반대다. 철저히 민주적·개방적이다.

그 동안 나왔던 각 정당과 시민사회의 주요 개헌안들을 시민의회에서 공정하게 심의하여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다(시민의회 소집과 진행 방법에 관해서는 필자의 이전 칼럼들 참조).

이렇듯 도출된 합의안을 대통령 자신의 개헌 발의안으로 받겠다고 신임 대통령이 선언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해 대승적으로 내려놓겠다고, 국민 앞에 자신을 겸허히 비우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선언은 진실의 결단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개헌 문제는 새 대통령의 임기와도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를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고 할 때, 국민들은 감동하고 뜨겁게 지지할 것이다.

새 대통령의 이러한 뜻을 구현하기 위한 ‘헌법 개정 시민의회’를 헌법 제75조에 의거하여 대통령령으로 소집하면 된다. 회기는 1년이 적절하다. 양 후보 모두 내년 6월의 지방의회 선거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꼭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시민의회 수용한 심상정에게 경의를

개헌 문제에 대한 새 대통령의 이렇듯 대국적이고 자기희생적인 결단은, 대선 이후 정치국면에서 경쟁 후보들, 야당들,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활발한 협력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여야 각 정당들은 시민의회에 제안할 개헌안의 지지를 넓히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하고 협력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틀은 동시에 여러 개혁 입법안에 대한 정당 간 협의 통로로도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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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개헌은 국민이 주도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성별·세대별·지역별·계층별로 국민이 골고루 참여하는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 개혁입법과 촛불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시민의회의 심의과정에 제안자로서 적극 참여함으로써 촛불헌법 제정의 주체로 나서는 기회를 충분히 얻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결단에 대해 시민사회가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주저 없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한다.

시민사회가 ‘새로운 권력’인 대통령과 여당의 ‘친위부대’, ‘2중대’로 나섰다는 야당과 국민의 사시와 의혹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추기> 4월 10일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성별,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국민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헌법개정을 위한 시민의회’를 구성해 대한민국의 새헌법을 함께 논의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지난 4월 7일 (사)다른백년을 포함한 주권자 전국회의 등 23개 시민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각 당 대표와 대선후보에 대해 ‘시민의회 소집을 통한 촛불개헌’을 요구했던 데 대한 첫 번째 반응이었다.

심상정 후보의 혜안과 결단에 큰 갈채를 보낸다. 심 후보가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가는 큰 길의 첫걸음을 떼어주었다.

화, 2017/04/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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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맞춰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사드배치 반대 방미단’이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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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6028)

이들의 활동을 재미 인터넷미디어인 뉴스로(Newsroh)가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클릭 ☞ “사드가 3차대전 일으켜도 구경만?” 사드저지시민대표단 )

이와 함께 이번 방미단의 공동대표였던 이래경 (사)다른백년 이사장이 역시 미국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 ‘노창현의 뉴스로 뉴욕’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클릭 ☞ 사드가 3차 대전 일으킨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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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미 중 발언하고 있는 이래경 (사)다른백년 이사장의 모습
수, 2017/04/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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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봄이 왔고 벚꽃과 함께 위기도 다시 왔다. 사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위기는 연례행사가 됐다.

통상 한미 양국은 3월부터 4월까지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벌인다. 이 훈련에는 미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핵잠수함, 각종 전투기와 전폭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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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한반도의 평화는 칼 끝 위에 선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기의 4월’

식사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길들여진 파블로프의 개처럼 북한은 반발한다. 통상 북한의 동계훈련 1∼4월까지 치러진다는 점에서 군사적 반발은 거칠어진다.

이 사이 미국의 의사당에서는 예산안이 논의된다. 미국의 군인들은 국방비 삭감을 막기 위해 청문회에 왜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그 설명에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은 단골메뉴이고, 마침 위기를 맞이한 한반도는 눈에 보이는 실체적 위험으로 작동한다.

해마다 반복되어온 위기설이지만 유독 올해 한반도의 ‘4월 위기설’은 파장이 크고 쉽게 수그러들지도 않는다.

위기설의 시작은 미국 언론이다. NBC 메인 뉴스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는 4월 1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생방송 뉴스를 진행했다. 오산 미군기지와 비무장지대(DMZ),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등 북한과 분단과 관련한 내용이 취재대상이었다.

NBC 방송의 서울 현지 생방송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

항로 돌린 칼빈슨호…위기를 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계획된 경로가 아닌 한반도로 기수를 돌리면서 한반도 위기설은 증폭됐다.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4월 9일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이라며 항모의 기수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한미 합동훈련에서도 칼빈슨호가 참여했듯이 미국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접근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결정이 전격적이라는 사실이 주목되고 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경로를 한반도 쪽으로 변경했다.

벤험 대변인은 “서태평양(동해)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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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호가 갑자기 항로를 한반도로 바꾸면서 오는 15일쯤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한의 태양절을 앞둔 이번 이상 조치에 대해 미국측은 ‘통상적인 작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이 같은 조치가 최근 고조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일본의 요코스카항에 배치된 사실까지 감안하면 한반도 주변에는 두 척의 항모 전단이 진을 친 셈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가짜뉴스’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체감하는 위기인식은 커져만 갔다.

‘달이 뜨지 않는 27일께 북한을 선제타격한다’, ‘중국이 김정은한테 망명을 강권하고 있다’, ‘한국 내 일본인들을 대피시키려고 일본 대사가 귀임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이 절정에 달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7원 급등한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13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5일(2,133.00) 이후 18거래일 만이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설에 힘이 실린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날로 험악해지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진 것도 원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고 우리를 도와 북한 문제를 다룰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일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11일에는 미중정상회담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돕기로 한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며, 만약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도 했다.

시리아 공습…다음은 북한?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독자행동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중해 동부해상에 있는 미국의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는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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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 중에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리아에 융단폭격을 했다. 그리고 지난 13일에는 아프카니스탄 IS지역에 폭탄을 쏟아부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력을 과시하면서 북한 폭격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YTN)

트럼프의 대북발언과 시리아 공습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라는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미중정상회담은 이같은 끔찍한 상상을 지워줄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 역시 어긋나 버렸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첫 ‘대좌’는 미국의 대대적이고 전격적인 시리아 공습에 묻혀 상대적으로 맥이 빠졌고 결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두 정상의 공동 성명도,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으며 회담 결과는 미 국무·재무·상무장관이 결과를 간략히 설명하는 식으로 발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억제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에 관해 “우리는 중국과 기꺼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그것(미중협력)이 중국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들을 야기하는 것을 이해한다. 이 사안(북한문제)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연례적으로 3∼4월이면 등장해 온 한반도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과 시리아 공습으로 증폭되고 미중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겹쳐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된 셈이다.

위기 부추긴 무능한 정부

그러나 사실 이번 위기설 확산의 가장 큰 주역은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이다. 이들은 위기를 방치하거나 증폭시키는 발언만 내놓았을 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오늘부터 시작되는 최고인민회의 등 여러 기념일에 즈음해 추가 핵실험 등 보다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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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모습.

이에 앞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칼빈슨호 전개의 의미에 관한 질문에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라든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칼빈슨호가 한반도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했다.

문 대변인은 칼빈슨호의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4월 김일성 생일, 북한군 창건일 등 여러 정치 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각종 기념일을 거론하며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를 위한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를 설명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이 마치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설명이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긴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국민들이 불안하자 국방부, 외교부 등이 나서 불안감 해소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칼날 위의 한반도…”평화가 밥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더해 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황폐화된 남북관계도 위기설을 증폭시켰다.

작년 2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연락채널을 끊으면서 남북간에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소멸됐다.

동해에서 표류중 구조된 북한 선원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판문점에서 확성기 방송을 해야만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생기고 있는 것에서도 최악의 남북관계를 볼 수 있다.

사실 남북관계는 이처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안심을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저지선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괜찮으면 국민들은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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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완전히 차단돼 역대 최악이다. 전쟁은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예측불허의 우연에 의해 벌어진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소통통로마저 막힌 것은 위험천만하다. 사진은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전에 거쳐야 하는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의 모습.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큰 불안감을 가지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가 범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대한민국이 누리는 모든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의 밑에는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전쟁이 없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면 이미 평화는 깨진 것이고 국민들의 모든 활동에는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대북정책이 중요하다. 대북정책을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하는 정책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누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분단구조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책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대북정책 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앞에서 살펴본 트럼프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이다.

미국의 대북압박은 세지기만 하고 북한의 반발은 더 거칠어진다.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어야 한다. 우리의 평화, 우리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금, 2017/04/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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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월 18일,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저자의 ‘사드반대 방미대표단 보고 및 사드대책’ 강연 원고입니다)

우선 사드저지 방미단 보고를 하기에 앞서 사드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공유했으면 합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신 내용이지만, 사드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군사기술 또는 군사전략적 측면을 넘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지형, 통상과 관광을 포함한 경제적 이슈,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조망 그리고 국민주권적 측면 등 종합해서 바라볼 때만 전체를 균형있게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드가 보호하는 것은 미군 기지

이런 면에서 사드는 우선 만약에 있을 북핵공격에 대비한 것이라는 미군과 한국정부의 설명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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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brunch.co.kr/@zangt1227/57)

북한이 남한을 공격대상으로 삼을 때는 휴전선에 배치된 3000여문의 방사포라는 재래식 무기로도 수시간내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혹 있을 사거리 500-1000 km범위의 노동미사일 공격은 소위 한국형 MD라는 패트리엇트 지대공 방식 등 기존 시스템으로도 방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출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라는 THAAD는 한마디로 한반도의 한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혼슈, 오키나와, 혹은 괌까지, 그리고 한국의 대구 근처에 있는 미군들의 생명과 군시설 보호를 주목적으로 배치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단순하게 사드배치를 군사기술적에서 보면, 지난 70년간 한국을 공산화에서 지켜주고 미국의 내수시장을 개방하여 산업과 경제의 발전을 가져오게 한 우방에 대한 예의로 미군을 보호하겠다는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

그러나 사드배치는 단순히 위에 이야기한 미군의 생명과 시설을 보호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우선 북핵을 핑계로 설치되는 사드에 따라오는 소위 2 x band radar 시스템은 전반탐색범위가 2500km(이후 기술진전이 이루어지면 3500-4000 km)까지 야구공만한 물체를 들어다 보면서 중국의 기존 수동적 핵방어전략을 무력화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 하여금 전략적 균형을 위하여 기존의 수동적 핵방어전략을 공세적 핵전략으로 전환시켜 동아시아의 핵전쟁 위험을 증대시킬 위험성이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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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시에 미중 간의 전쟁 발발시 성주의 사드기지가 일차적 타격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구나 중국봉쇄를 염두에 둔 아미티지 전략보고서에 기초하여, 미일간의 핵심군사동맹의 하위적 종속적 군사통합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여 미국의 MD체계에 한국을 편입시킴으로써 전쟁의 위기를 북돋우는 한미일과 북중소간의 신냉전구도를 형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북핵의 해법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군사적 대립구도를 강화시키고 긴장을 초래하며, 종국에는 핵을 포함한 대규모의 전쟁 가능성을 심각하게 높일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한국은 군사적 사안뿐만 아니라, 외교와 통상 문화와 역사적 맥락 등에서 주권국가가 가지는 일반적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제한받게 됩니다.

결국 한국은 사드배치를 수용하게 되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서, 역내 긴장발생시 미중일의 갈등과 대립속에 동네북으로 희생당할 공산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당연히 우리는 구한말과 해방이후의 상황을 고통스럽게 추억해 내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사드의 기획, 결정, 진행, 운용 등 과정은 모두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것으로 한국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죠. 사드배치에는 한국은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사드 반대 방미대표단, 어떻게 만들어졌나

무기를 무기로만 대응하면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북핵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대화와 조정과 타협을 통하여 주변국 모두의 연대적 책임과 확약으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로 가는 로드맵을 만들어 상호신뢰 속에서 성실하게 이를 실행하여 나가는 길 뿐 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면서 촛불시민 행동단체들 뿐만 아니라, 진즉 가톨릭계에서 주교단 회의와 평사제단 모임을 통하여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여 왔습니다.

개신교는 북한교회 관계자도 참석하는 에큐메니칼 회의를 통하여 같은 시각에서 전쟁방지를 촉구하는 홍콩코뮤니케를 발표했으며, 원불교는 4대성지의 하나인 성주가 사드배치로 전쟁기지화하는 것을 결사코 반대하는 현지투쟁에 온갖 역량을 경주해 왔습니다.  

최대 종단인 조계종 역시 뜻을 같이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차에 6-7월경으로 예상되었던 미중정상회담이 갑작스레 4월 6-7일로 앞당겨지게 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지형이 급변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한반도의 미래운명을 미중 양국에만 맡길 수만 없다는 판단으로 3월 25일경 2017 민주평화포럼이 중심이 되어 긴급하게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위의 4대종단과 촛불시민행동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을 동의하면서 신속한 진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촉박한 결정으로 출국 4일전에 방문단 인선이 이루어졌고, 현지 일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국을 강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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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의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위원장을 대표로 시작하여, UNESCO 사무총장을 오래 역임하셨던 이삼열 2017 민주평화포럼상근대표, 아시아 교회협의회 총무와 YMCA 이사장을 역임하셨던 안재웅 기독교 교회협의회 실행이사님, 박정희 유신체제반대운동에 여러번 옥고를 치루셨고 정의구현사제단의 고문으로 계신 안충석 신부님, 미국생활 경험이 10년이 넘는 평화어머니회 구찬회 여성 활동가 그리고 다른백년 이사장으로 있는 저 이래경 등 6인이 방문단을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부영 전의장님은 국가보안법 전과를 이유로 E-비자발급이 거부당하여 이삼열 전총장님을 대표로 5인만 예정대로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정부나 의회처럼 교섭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4대종단과 시민단체 대표로서 방미단은 방문의 목적을

첫째. 한국시민들의 사드배치반대에 대한 확고하고 결연한 의지를 미국조야에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둘째, 사드가 가져올 동아시아의 안보위기와 긴장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려서 국제적 관심과 연대를 모색하고,

셋째, 미국내 교포사회와 만남을 통해 함께 동참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서 미국내 활동의 동선을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이후 3-4일간 미국내에서 진행된 내용은 배포된 활동보고서를 참조하여 주십시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주요한 활동을 요약하고 평가하여 볼까 합니다.

미국 정계와의 접촉

우선 저희가 준비한 공식서한과 문건(방문단 성명, 가톨릭주교단 성명, 에큐메니칼회의의 홍콩코뮤니케 등 포함)을 백악관, 연방의회, 유엔 사무총장, 유엔산하 민간협력기구, 미국내 싱크탱크, 교포단체 등에게 수십통을 전달하여 한국시민사회의 사드배치반대의사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백악관은 당시 요르단 수상 방문으로 경계가 강화되여, 미주한인협회이름으로 백악관내 동아시아 담당국장앞으로 발송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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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뉴스로)

연방의회 주도 지도자들에게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맨스필드재단의 소장 Mr, Jannuzi 가 전달해주기로 확약했으며, 유엔사무총장에게는 7일 방문단과 만난 정치국 관계자들이 직접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유엔과의 접촉

두 번째 성과는 유엔의 정치국 동아시아 담당자들과 긴 시간 회합을 가지면서 사드가 갖는 문제점을 전달하면서 유엔 단위에서 사드 또는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fact finding 차) 유엔차원의 특사파견을 요청한 것입니다.

유엔 담당자들은 개별적 국가의 개별적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주저했으나, 안재웅 목사님이 한반도상황은 개별사안이 아니라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평화에 위협을 가져오는 중대사안 임을 강조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이 건은 한국교회협의회가 이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관리해주어야 할 사안입니다.

세 번째는 유엔산하 반전 평화관련 민간기구, 종교단체 대표자들과 협의를 통하여 사드문제를 국제적 관심으로 확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유엔본부 길 건너에 위치한 church center에서 각 단체를 대표하는 분들과 2-3차례 회합을 가지면서 진지한 관심과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한인교포사회의 호응

네 번째는 워싱턴과 뉴욕의 교포사회 여러분이 저희 방문단의 백악관과 유엔본부 앞 시위에 동참해 주셨고, 별도의 저녁을 겸한 간담회를 두 번 가지면서 동포사회의 관심과 동참을 요청한 것입니다.

또한 미국 도착부터 출국 때까지 시간단위로 저희의 활동을 교포사회에 열심히 알려주신 지역 언론인 뉴스M과 뉴스Roh 여러분께 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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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파견된 한국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특파원들과 오마이 뉴스 기자들도 현지판에 저희 활동을 신속히 보도하여 주었습니다.

4월 8일 저녁에는 뉴스Roh 와 팟케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교포사회에 사드배치의 실상을 알리고 이의 배치를 반대하는데 함께하도록 격려하였습니다.

워싱턴 내 ‘코리아 커뮤니티’와의 연대

다섯째는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한파 싱크탱크 등 워싱턴의 조직들과 활발히 접촉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DJ 정부시절 워싱턴의 consult & advocacy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EastAsia의 Mr. S. Costello 씨가 워싱턴 공항입국에서부터 뉴욕으로 이동할 때까지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나름대로 도움말을 많이 주었습니다.

Mr. Costello는 DJ가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시 한반도상황에 대해 축하특별강연도 하였던 분입니다.

맨스필드재단의 소장인 Mr. Jannuzi 역시 큰 도움말을 주었으며 저희활동에 대한 격려와 지원을 언급하였고, 출장중이여서 만나지 못했으나 직접 자신의 지면에 칼럼을 써주었던 worldbeyondwar의 Mr. Swanson 과 파리에 출장중이여서 이멜만 주고받았던 IPS 의장 John Peffer 등 앞으로 한국을 위해 애를 써줄 인사들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미국내 유력한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Mr. Costello와 워싱턴 교포 서혁교님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이벤트와 돌발상황으로 시리아 폭격이라는 특종으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워싱턴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사드배치에 한국이 존재하지 않듯이, 세계를 뒤흔드는 워싱턴 정치에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라인은 아예 발언권이 없는 듯 보였고, 이를 뒷받침해줄 민간단위의 공식적인 비공식적인 조직과 단체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일본은 거의 매주 단위로 일본측 싱크탱크 및 advocacy 등을 동원하여 각종 간담회, 세미나, 심포지움 등을 진행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반영시킨다는 후문입니다.

국내에서는 국민들에게 못되게 군림하면서 정작 세계무대인 워싱턴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푸들같은 존재인 한국정부의 민낯을 보고 온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하간에 워싱턴에 한국을 좋아하는 지한 미국인들과 싱크탱크 그리고 교포사회를 결합하는 소위 Korea Committee를 만들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이를 위해서는 재정력이 있는 민간단위의 후원이 필수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글로벌 연대

미국 방문시 저희가 외친 구호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핵심적으로 다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THAAD only enhance the tension & conflicts in EastAsia.

* Koreans are to decide on THAAD, not US Army.

이에 대해 UN관련 회합을 주선한 church center 부총무인 Rev. Dr. Libertor Bautisa 가 다음과 같이 회답을 주었습니다.

“We need power of love, not preemptive attack of weapons in Korea “

감사합니다.

 

추가) 워싱턴 싱크탱크, “한반도 문제, 차기 대통령이 주도해야”

방미단이 워싱턴의 지한파 싱크탱크는 모두 입을 모아, 북핵을 포함하여 한반도문제는 한국정부의 차기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4월 6-7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통상적 내용에 큰 합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합의나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미 회담 전부터 전문가들이 예측한 사항이었고, 실제 아무런 합의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북핵과 사드배치는 양 정상에게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계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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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펜스 미 부통령이 취임 후 첫 한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점증하는 북미 갈등 고조에 대응하기 위한 방문이다. 그런데 동행한 백악관 관계자가 “사드 배치가 진행 중이지만, 다음 달 초 한국 대선까지는 유동적이며, 솔직히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일” 이라고 말했다가 번복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출구가 필요해진 양 정상들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not losing faces) 이제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사드배치를 수용하고 이를 지지하면, 결국 미군부의 하수인이 되는 것을 자처하는 수렁에 빠지면서 5년 임기내내 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없어진다고 조언합니다.

오히려, 트럼프에게는 사드배치결정은 오바마 전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초래한 명백한 실패의 상징(무능과 부패와 호전적 오만과 죽음을 부르는 전쟁상인의 욕심이 결합된 쓰레기)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실패를 부각하고 트럼프식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서 (쓰레기 치우기식) 사드배치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면서 한반도문제와 북한문제에 대해 DJ 정책을 잇는 sun-shine 2.0 또는 원점에서 시작하는 ‘blue sky application’ 전략을 제안하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한중관계를 종전으로 회복하는 매우 극적인 계기를 마련하며 시진핑 주석의 패착인 한국경제에 대한 보복조치를 거둘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차기 한국 대통령은 사드배치의 철회를 미국에 설득하고 중국에게는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서 동아시아의 균형자 peace-maker로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력히 조언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사드배치강행은 차기정권의 쥐약이자 스스로를 옭아매는 함정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민족의 미래를 가로막는 사드는 결단코 철수되어야 마땅하고 평화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진행하여야 합니다. 

화, 2017/04/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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