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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기록’ 있으면 정말 취업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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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기록’ 있으면 정말 취업할 수 없을까?

익명 (미확인) | 월, 2016/06/13- 18:50

‘범죄기록’ 있으면 정말 취업할 수 없을까?

글 | 오픈넷

 

모욕죄나 저작권법 위반을 빌미로 하여 다수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소를 제기하고 합의금을 뜯어가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을 상대로 하여 고소가 제기되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수사가 진행되면 큰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일 자체가 낯설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미래의 삶에 지장이 생길까도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죄가 되지 않거나 경미하여 불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더라도 적극적으로 싸우기를 꺼리게 됩니다.

저작권 폭탄

 

저작권 합의금 장사꾼이 노리는 것 

법의 판단을 구하려다 만에 하나 기소가 되어 재판으로 넘어가고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면, 그런 기록이 남아서 취업 등 앞으로의 생활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심정입니다.

설령 벌금형에 처해지더라도 소를 제기한 측과 합의하는 데 필요한 돈보다 많은 경우는 드물어서, 청년 계층이 적극적으로 법의 판단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결정적인 동기는 금전적 부담보다 미래에 받을 수도 있는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 절망 사람 남자

이것은 모욕죄나 저작권법 위반을 악용하여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하는 ‘합의금 장사꾼’들이 노리는 바이기도 합니다. 피고소인의 약한 부분을 이용하여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금을 챙기려는 것이죠.

그러나 기소유예 등으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재판에 넘어가서 벌금형과 같은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취업 등 미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죄가 있어서 법원으로부터 받게 되는 형벌의 종류부터 따져봅니다. 형법에 따르면 형벌의 종류는 다음 9가지이고, 그 무겁고 가벼움도 이 순서대로입니다. (제41조, 제50조)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범죄 기록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행위를 적어두는 기록은 세 가지입니다. (이하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내용)

  • 수형인명부: 검찰청 및 군검찰부 관리
  • 수형인명표: 처벌받은 사람의 등록기준지(본적지) 시, 구, 읍, 면사무소에서 관리
  • 수사자료표: 경찰청 관리

자격정지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1) 수형인명부와 2) 수형인명표에 기록됩니다. 경찰이 관리하는 3) 수사자료표는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며 채취한 지문과 인적사항, 죄명 등을 기록한 표로, 전산화되어 있습니다. 이 수사자료표는 ① 범죄경력자료와 ② 수사경력자료로 구성되는데, 범죄경력자료는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항에 대한 기록이고 수사경력자료는 벌금형 미만 등 범죄경력자료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의 기록입니다.

흔히 말하는 ‘전과 기록’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범죄경력자료(수사자료표의 일부)를 의미합니다.

범죄기록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범죄경력자료

이러한 전과 기록을 아무나 함부로 열람하지는 못합니다.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그 열람이나 조회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원조회는 공공기관이 필요에 따라, 수형인명표를 보관하는 시, 구, 읍, 면사무소에 범죄 기록을 요청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 같이 공공기관이 아닌 측이 특정인의 신원을 조회할 수 없습니다. (외국 정부의 비자 발급을 위한 신원조회만 예외.)

공공기관이 신원조회를 하는 경우는, 특정 사항에 대해 인가나 허가를 내줄 때, 그리고 공무원 임용을 할 때 신청자/지원자가 혹시 결격사유가 있나를 확인해보기 위해 필요한 경우입니다. 그렇게 신원조회를 하는 경우는 인허가나 임용 때의 결격사유가 법령(법률과 대통령령)으로 명시된 것에 한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인가를 신청하였을 때, 신청을 받은 행정기관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신청자의 신원조회를 의뢰하게 됩니다. 이 법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결격사유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썼듯 수형인명표에 기록되는 형벌 사항은 자격정지 이상이므로, 벌금을 받은 사실은 이렇게 인허가를 신청할 때나 공무원직에 지원할 때 신원조회를 하더라도 기록에 나오지 않게 됩니다.

신원조회 의뢰서. ‘관련근거법령’과 ‘조회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

신원조회 의뢰서. ‘관련근거법령’과 ‘조회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

 

신원조회 회보서. 명시되는 내용은 선고일자, 죄명, 법조문, 선고내용 등이다.

신원조회 회보서. 명시되는 내용은 선고일자, 죄명, 법조문, 선고내용 등이다.

 

수사자료표의 조회

경찰이 보관하는 수사자료표(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는 범죄 수사와 관련한 자료가 다 보관되기 때문에 신원조회 대상인 수형인명표보다 보관 내용이 많습니다. 그러나 즉결심판을 받은 사람이나 불기소처분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의자는 수사자료표에도 기재되지 않습니다.

이 기록을 조회하고 회보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형의 집행 또는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 또는 보안관찰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4. 수사자료표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5. 「국가정보원법」 제3조제2항에 따른 보안업무에 관한 대통령령에 근거하여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
  6. 외국인의 체류허가에 필요한 경우
  7. 각군 사관생도의 입학 및 장교의 임용에 필요한 경우
  8. 병역의무 부과와 관련하여 현역병 및 공익근무요원의 입영(入營)에 필요한 경우
  9. 다른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 임용, 인가ㆍ허가, 서훈(敍勳),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의 결격사유 또는 공무원연금 지급 제한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 그 밖에 다른 법률에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

여기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을 하기 위해서 수사자료표 조회를 의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위 제9호). 그러나 법은 이렇게 필요에 따라 수사자료표 내용 조회를 신청하고 회신할 경우에도 “조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서 공무원 임용의 결격사유는 대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되어 있으므로, 벌금형을 받은 기록은 수사자료표 내용에 있더라도 공무원 임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신청 및 회신 내용에 포함할 수 없게 됩니다.

법

다만 특별한 직군에 지원하는 경우 벌금형이라도 신원조회 내용(범죄경력자료)에 포함되고 임용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컨대 교육공무원으로 임용하기 위해 신원조회를 할 때, 성폭력처벌법이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 규정한 죄와 관련된 전과가 있으면 벌금형이라도 결격사유가 됩니다.[1] 또 공직선거 후보자로 나선 사람의 경우,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처벌받은 내용이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는데, 이는 공직선거법에서 그렇게 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닌 일반 사기업은 어떤 경우에도 신원조회를 의뢰하거나 경찰청의 수사자료표(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자료표의 경우 개인이 신청하여 열람할 수 있으므로(위 제4호), 어떤 기업들은 직원 채용 때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런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취직 때 지원자가 회사의 이러한 불법적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본인이 조회를 신청할 때 ‘채용을 위한 회사 제출용’이라는 사실을 말로, 혹은 문서(신청서의 조회 목적에 표시)로 명시해서, 담당 경찰관이 발급을 해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범죄기록의 소멸

모든 전과 기록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일부는 시간이 지나거나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삭제됩니다.

우선 시간이 지나 형이 실효되면 수형인명부 및 수형인명표의 전과 기록을 삭제해야 합니다. 형이 실효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해당 형벌을 받고 나서 △3년 초과 징역, 금고 = 10년 △3년 이하 징역, 금고 = 5년 △벌금 = 2년 등입니다. 그런데 벌금 이하의 처벌은 여기 기록되지 않으니까 관련은 없습니다.

경찰청이 관리하는 수사자료표 중에서 수사경력자료는 △검찰에서 무혐의, 기소유예 등으로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 내려지거나 △법원에서 무죄, 면소, 공소기각 등의 판결이 내려지면 일정한 보존 기간이 지난 뒤 삭제해야 합니다. 특히 법으로 정해진 형량이 2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 구류, 과료 등인 사건인 경우 보존 기간 없이 즉시 삭제해야 합니다.

소멸시효 소멸 불 종이 종말 끝

문제는 수사자료표의 기록(범죄경력자료 전부와 수사경력자료 중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삭제되지 않고 평생 보존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범죄경력자료의 전과도 시간이 지나면 삭제해야 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범죄경력자료의 보존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긴 했습니다만, 결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상징문양

“형실효법은 범죄경력자료의 불법조회나 누설에 대한 금지 및 벌칙 규정을 두고 있고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범죄경력에 관한 정보가 수사나 재판 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외부의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될 가능성은 극히 적고, 범죄경력자료의 보존 그 자체만으로 전과자들의 사회복귀가 저해되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범죄 기록이 보존되다고 하더라도 법에 정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타인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극히 적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죠. 거꾸로 말하자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법률에 따라 제한적으로 열람 되어야만 범죄경력자료 보존의 정당성이 생긴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범죄 기록이 취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받고서 △공무원 등에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전과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교사 등 지원하는 직종에 따라 특수한 범죄(성범죄 등) 전력은 경미한 것이라도 결격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공무원 지원자라도 벌금 이하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일반 사기업은 처벌의 내용에 상관없이 신원조회를 못 하도록 되어 있고 △징역, 금고의 처벌을 받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과가 삭제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모욕죄나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Susanne Nilsson, CC BY SA https://flic.kr/p/oTqd8Q

Susanne Nilsson, CC BY SA

[1] 이 경우에도 “조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규정에 따라, 조회를 의뢰하는 기관은 모든 전과가 아니라 성범죄 전과만을 특정하여 조회하고, 회신 기관 역시 성범죄 전과 여부만을 OX 등으로 표시하여 회신합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였습니다.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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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라는 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만 보호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만들 때는 정부 부처가 “산업기술”이라고 지정만 하게 되면 모두 영업비밀처럼 보호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에 한정되어 있고 중국, 일본, 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되어 나간다. 영업 직원이든 연구소 직원이든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기법에 의해 차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든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든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의 보호에도 해가 되는 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규제는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국회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당취득행위나 비밀유지 위반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법을 개정하여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기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에게 맡겨진 것이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나온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비밀유지 의무가 없는 한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상 내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영업비밀도 아닌 것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이 더 위협적인 것은 “산업기술”이 이용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자나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어도 안전이나 배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산기법이 2019년에 개정되면서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함께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 일본 등이 자신의 첨단기업들이나 첨단기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합법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밀보호와 무관하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이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개된 특허, 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이 법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부처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14조 8호나 9조의2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고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산업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세계 유일의 누더기법 산업기술보호법,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29.)

월, 2020/11/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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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을 공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임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이 아닌 국가에 의해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때 훼손될 수 있는 ‘명예’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할 때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문에서 ‘공공의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손지원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판결문 보기 / 다운로드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진실한 사실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일명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가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21. 2. 25. 결정, 2017헌마1113).  

헌재의 이번 결정은 미투 운동이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같이,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들마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명예 보호를 위해 ‘형사처벌’로 억제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주목되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명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형벌로써 예방, 위하, 억지할 필요가 있는 행위이고, 공익적 목적이 있을 때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310조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나쁜 놈이라도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위헌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논점은 ‘진실을 말할 표현의 자유’와 그 진실이 밝혀짐으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명예’ 중 무엇이 더 보호가치가 있느냐일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며, ‘명예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외적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더욱이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그 사회적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명예’를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법익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법이 규율하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행위이므로, 과연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침해되는 ‘명예’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보아야 한다. 명예란 곧 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 한 개인에게 있어 자신의 명예란 당연히 절실히 중요한 것이겠지만,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민주주의 사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한 사람의 명예보다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개인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부당하게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형성되는 사회적 평가가 과연 그 사람에게 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훼손되는 명예라 한다면, 이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가질 자격이 없었던 ‘허명’, 즉, 진실이 은폐됨으로 인해 형성되어 있던 허위의, 과장된 사회적 평가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이러한 허명마저도 함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거의 절대적인 법익으로 본 것과 다름없는데, 이같은 판단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리며 비판하는 행위를 모두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로 규정짓게 되고, 결국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켜 구성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와 평가가 부재하는 사회를 만들 위험이 높다. 

나쁜 놈을 망신주는 게 더 나쁜 행위다?

만일 허명도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할만큼 소중한 법익인가, 진실을 말해서 허명을 훼손하는 행위는 ‘형사처벌’로 엄히 다스려야 할만큼 나쁜 행위인가에 대해서도, 헌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즉, 위와 같이 명예 보호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므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며, 민사적 구제 등으로는 형사처벌만큼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의 예방, 위하 효과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형벌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논한 바와 같이, 어떤 이에 대한 진실이 알려짐으로써 비로소 그 사람이 받게 되는 사회적 평가가 그 사람이 억울하게 받는 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로서는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올바른 평가를 형성하게 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원칙적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헌재의 소수 위헌의견에서도, 진실한 사실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므로 그 적시로 인해 외적 명예가 저해되는 것을 부당한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행위’와 ‘결과’가 법질서적 가치에 반하는 정도가 커야 하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공적 인물이나 국가기관 아닌 사인(使人)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 

대상이 누구든, 진실에 기반하여 타인을 비판할 표현의 자유는 모두 공익적이다

헌재는 또 형법 제310조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공적 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유력한 합헌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형법 제310조는 근본적으로 ‘공익성’이란 개념이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과거 미투 운동과 유사한 사례 등에서 같은 사안이라도 심급에 따라 공익 목적의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발견된다. 무엇보다 헌재의 소수 위헌의견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최종적으로 공익 목적이 인정되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표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는 줄어들 수 없다. 

또 나아가 헌재는 ‘타인으로부터 어떤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가 져야 할 책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그러한 악용 가능성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며,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을 통해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시도 덧붙였다. 

이같은 헌재의 법정의견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공적 인물이나 국기기관을 비판하는 원대한 정치적 표현물은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표현물로써 보호될 것이고, 사인(使人)의 비위를 알리며 비판하는 것은 ‘사적 제재’ 혹은 ‘허물 들추기’에 불과하여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나 공적 인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사인을 향한 비판 역시 사회에서는 일정한 공익적 기능을 한다. 우선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일뿐더러, 성희롱 등 법적 처단의 대상이 아닌 부조리한 행위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피해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설시는 불합리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최근 미투 운동이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공개, 학교폭력 피해사실 고발과 같이 사인의 비위를 고발하는 행위들도 각자 동기가 되어 축적이 되면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고,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의 변화를 이끄는 공익적 효과를 발휘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목적이다. 즉, 잘못된 행태와 이를 저지른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그들의 사회적 입지와 그러한 잘못된 행태를 사회에서 위축시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목적이자 공익적 기능인데, 헌재는 오히려 이러한 결과를 우려하며 진실을 말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는 것이다. 

사생활의 비밀 침해 행위 잡기 위해 모든 진실유포가 금지되어야 한다?   

헌재의 법정의견과 소수의견은 공통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부위헌으로 결정하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은 비록 그것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고, 이는 ‘명예’를 넘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또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비난의 정도가 높아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를 넘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모든 사실을 말한 경우라면 모두 적용되고, 실제로도 임금 체불, 갑질 고발 등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사실을 고발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다. 즉,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공표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그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넘어 모든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과잉하게 제한하고 있는 본 조항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 그 중에서도 필요한 범위내에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남은 헌법소원 사건에서의 위헌 결정을 기대하며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켜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병폐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당한 불합리한 일을 알리거나 타인을 비판하는 일상적인 행위마저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는 과잉한 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적지 않은 수인 재판관 4인의 잘 정리된 위헌의견을 바탕으로,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남은 헌법소원 사건에서의 위헌 결정, 혹은 그 전에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발간하는 ‘판결비평’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4.26.)

화, 2021/04/2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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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표현물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해 표현물을 차단 및 삭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우선 물리적 행위와 달리 표현은 위축효과에 취약하다. 행정기관의 잠정적인 판단을 반박하여 표현물의 합법성을 입증하려는 수고를 포기하기 쉽다. 또 행정기관은 집권여당의 입김 때문에 중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특히 표현물이 불법이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해 별도의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 합법적인 표현물의 위축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행정기관은 산업진흥 등의 다른 정책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축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의한 온라인표현의 자유 제한 즉 행정심의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테러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행정심의를 시작하였다. (NetzDG법, Avia법 및 이전부터 있었던 터키법)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행정심의는 보통 보편타당한 해악성을 지닌 표현물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 테러나 기타 폭력을 선동하거나 명예훼손 저작권처럼 표현물 자체가 해악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7 1항 9호의 ‘범죄를 교사 및 방조하는 정보’도 불법정보로 정의하면서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또같이 취급된다. 이와 같은 조항은 터키법에도 없다. 폭력 등의 명백한 해악에 이르지 않는 행정규제 위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 자체를 삭제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한 제한이 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실명제를 집행하는 국가라고 해서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게시물까지 삭제차단하는 경우는 없다.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실명휴대폰의 이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이 유용한 정보(예를 들자며 휴대폰실명제의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정보)에 접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기관의 게시물이 해외서버에 있는 경우, 행정기관은 삭제를 요구하지 않고 망사업자에 의한 웹사이트차단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되면 웹사이트 상에 존재하는 정보는 그대로 두고 그 정보의 국내유입만을 막는다. 국내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가 있는 해외웹사이트를 국내인들만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보편타당한 해악성이 없는 정보에 대해서 웹사이트차단을 하게 되면, 국내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정보를 국내인만 못보게 되는 형국이 된다. 예를 들어,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타 이유로 탐정서비스의 제공은 국내에서 불법이었고 이에 따라 탐정서비스를 광고하는 웹사이트들의 국내유입이 차단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탐정을 채용한다고 해서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닌데 국내인들이 탐정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습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내인들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이 된다. 

물론 규제의 목적은 국내소비자들의 알권리 제약이 아니라 해외사이트 운영자가 원격으로 국내에서 불법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즉 탐정서비스사이트 운영자가 국내에서 탐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나 국내소비자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해외도박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해외사이트운영자가 도박장개설이라는 위법행위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국내에서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국내인들이 이 도박사이트에 접속해서 위법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박과 같이 보편타당한 해악을 규제하는 행위를 매개하는 정보가 아니라 문화적인 그리고 연혁적인 이유로 국내에서만 특이하게 금지되는 행위(예를 들어 탐정서비스)를 매개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인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때 보편타당성이 없는 해악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정보제공자의 위법행위만을 막기 위해 – 즉 국내인의 정보이용은 불법이 아닐 때 – 사이트까지 차단하는 것은 과잉하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산 마누카꿀이 소화에 좋다고 블로그에 써놓고 돈을 보내주면 1병씩 보내주는 해외블로거를 생각해보자. 실제로 우리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소화에 좋다”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건강기능식품 광고이고 관련법에 따라 사전허가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으니 불법판매를 방조할 수 있다고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저런 상식 수준의 표현까지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즉 보편타당한 해악이 아니다. 이때의 블로그차단은, 국내적으로는 무허가광고를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외국블로거를 막는다는 명분을 가지만,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면 마누카꿀의 효능, 가격, 구입방법 등에 대한 정보에 국내인들만 접근못하도록 하는 내국민 우민화가 된다. 특히 판매만 금지되고 구매나 이용은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통해 구매가 이루어지더라도 배송지가 국내가 아니라면 국내에서 판매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아무런 불법이 없다. 결국 정보의 원천적인 차단은 불법적인 판매의 가능성 차단을 위해 합법적인 거래까지 차단하는 과잉한 것이 된다.    

위민온웹은 손쉽게 낙태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웹사이트이다. 국내에서 낙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낙태죄 방조죄가 될 것이며 이 행위가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해외웹사이트를 차단한다고 하자. 하지만 국경만 넘으면 낙태가 가능한 상황 즉 낙태가 보편타당하게 악행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 여성들만 낙태에 대한 유용한 정보로부터 격리되니 대한민국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자 불이익이 된다. 게다가 이제 낙태죄 마저 위헌결정으로 실효된 마당에서 이제 위민온웹을 차단해서 얻는 것은 약사법 위반의 예방 뿐이니 더욱 낙태에 대한 정보 차단은 과잉하다. 특히 약사법 상 약사가 아닌 자로부터 약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결국 위민온웹을 차단하면 배송지가 국내가 아닌 합법적인 구매까지 차단하는 과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민온웹의 차단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위민온웹은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을 뿐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44조(의약품 판매) ①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 제47조제48조 및 제50조에서도 같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터키법: 9가지 차단 사유로 한정되어 있음. 약물 관해서는 마약이용 방조 및 아동음주 및 투약방조로 한정됨.

프랑스 Avia법: 10가지 차단사유로 한정되어 있음.

Contents that glorifies or encourages acts of terrorism, or child sexual abuse imagery 

Contents apologising for the commission of the following crimes: 
– Encouraging discrimination, hatred or violence against a person or group of people on grounds of ethnicity, nationality, race or religion, sex,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or disability, or of causing discrimination against them; 
– Denying a crime against humanity; 
– Outrageously minimising, degrading or trivialising the existence of a crime of genocide or crime against humanity, a crime of slavery or a war crime; 
– Insults agains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due to their sex,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or disability; 
– Sexual harassment;
– Images or representations of a minor which are pornographic;
– Direct encouragement or support for acts of terrorism; 
– and Dissemination of a pornographic message likely to be seen by a minor. 

독일법:  아래 13가지 사유로 한정됨. “범죄를 선동하는 내용”도 우리 법처럼 확장가능성이 있으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처럼 폭넓은 확장성은 없음. 

월, 2021/05/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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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금지는 국제인권이며 우리나라가 가입한 UN여성차별철폐협약에 명시되어 있다. 이 협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노동자 거의 전부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노동자에 대해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성차별이라면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세계적인 대세는 성노동자 처벌은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성매수자처벌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OECD국가 중에 우리나라만 성노동자도 지역적 상황적 예외없이 모두 처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 .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이라고 한 바 있다(간통죄 위헌). 이를 성매매에 적용해보자면 금전을 원인으로 성행위를 하게 되면 사랑, 결혼, 출산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성행위를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되고 과도한 난교 상황은 성스러운 사랑, 결혼, 출산을 저해하여 도덕적 다수가 생각하는 ‘건전한 성풍속’에 어긋난다고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전한 풍속’을 형사처벌로 강요하는 것이 정당할까?   

성매매를 금지하자는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12년에 성알선자 처벌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성매매가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면서 금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품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금지할 수 있는 정당성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성스러운 것인지만 이를 상품화하면 형사처벌해야 할까? 그럼 마사지사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 교육도 성스러운 것이고 사교육열풍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학원을 형사처벌하려는 법은 위헌판정까지 받았다.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06년에 성매매알선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성매매의 양태는 ‘강요된 성매매’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최소한 ‘중간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성노동자까지 처벌해야 할까요? 강요와 폭력의 주체들만 처벌하면 되지 않을까?

더욱이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매매금지법이 도리어 성매매여성들의 강제성매매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며 합법화를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의 “성제공자”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도 하지 못하고,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에 배제된 상태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다니면서 살아가고 있다. 통영에서는 집안 형편상 가출했다가 17살에 출산하여 지금은 7살이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했다. 우리나라 2007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들은 30만명에 달한다. 인신매매 예방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음지로 때로는 사지로 내몰 이유가 되는 것일까. 사회적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생계를 잇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법적 낙인을,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동굴로 몰아 넣어야만 인신매매예방에 대한 우리의 도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의료서비스 접근권 및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UN여성기구 역시 2013년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고 UN보건기구들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다. 국제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라이츠와치와 국제사면위원회는 2013년 2014년 각각 성노동의 합법화를 정책기조로 발표하였다. 

자 성매매금지법의 정당성이 이러한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표현을 차단해야 할까? 성노동에 대한 정보는 성매매라는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성매매는 보편타당한 해악이 아니며 자유롭게 허용하는 국가들도 많이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에서는 형사처벌되지 않는 성제공자들이 발화하는 표현까지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아무리 국내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고 성제공자들의 온라인 상 표현이 그 불법행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에 표출되어 성풍속을 해칠 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라는 헌재의 설시에서 볼 수 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 때문에 성매매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Dhyta Caturani도 성매매금지법이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성매매여성들의 표현을 포르노그래피법으로 규제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성매매금지법이 성매매 자체를 죄악시하기 보다는 성매매에 성풍속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표현물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해 표현물을 차단 및 삭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우선 물리적 행위와 달리 표현은 위축효과에 취약하다. 행정기관의 잠정적인 판단을 반박하여 표현물의 합법성을 입증하려는 수고를 포기하기 쉽다. 또 행정기관은 집권여당의 입김 때문에 중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특히 표현물이 불법이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해 별도의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 합법적인 표현물의 위축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행정기관은 산업진흥 등의 다른 정책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축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의한 온라인표현의 자유 제한 즉 행정심의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다. Turkey와 한국이 유일햇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테러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행정심의를 시작하였다. (NetzDG법, Avia법)

하지만 이들 몇안되는 나라들의 행정심의는 보통 보편타당한 해악성을 지닌 표현물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 테러나 기타 폭력을 선동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성매매금지법은 위에서 말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고 있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성노동자들이 배포하는 정보를 차단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7 1항 9호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 . 정보’도 불법정보로 정의하면서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똑같이 취급한다. 폭력 등의 명백한 해악에 이르지 않는 행정규제 위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 자체를 삭제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한 제한이 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실명제를 집행하는 국가라고 해서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게시물까지 삭제차단하는 경우는 없다.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실명휴대폰의 이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이 유용한 정보에 접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타 이유로 탐정서비스의 제공은 국내에서 불법이었고 이에 따라 탐정서비스를 광고하는 웹사이트들의 국내유입이 차단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탐정을 채용한다고 해서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닌데 국내인들이 탐정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습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내인들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이 된다. 물론, 해외도박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해외사이트운영자가 도박장개설이라는 위법행위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국내에서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박과 같이 보편타당한 해악을 규제하는 행위를 매개하는 정보가 아니라 문화적인 그리고 연혁적인 이유로 국내에서만 특이하게 금지되는 행위(예를 들어 탐정서비스)를 매개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인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그 자체로 해악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영향력 때문에 규제되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온라인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행정기관의 심의는 폭력 등 심대하고 보편타당한 해악이 없는 한 자제되어야 하며 우리나라만의 문화적인 또는 법체제적인 이유로 불법화된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오픈넷은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던 위민온웹이 낙태죄가 있다고 해서 차단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시하고 있고 성매매금지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삭제 차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신중지와 성매매 모두 여성의 인권과 다수결주의적 법익 (예: 태아의 생명, 인신매매 방지) 사이에 미세한 저울질이 필요한 사안이며 이와 관련되어 여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목, 2021/06/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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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나 사업자 중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전달을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자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 부른다.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엔진, 메신저,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대부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서는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 저작권법 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중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나 콘텐츠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져야 할까?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할까?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법적으로 부과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해서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정보는 모두 삭제를 하려고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적 검열’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의 과도한 부과는 결과적으로 위축효과를 유발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를 매개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그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 항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러한 불법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모든 게시물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화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의무가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성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각종 예방 책임과 의무를 지우게 되면, 재화 등에 관한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교환되는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특히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이 글은 IT조선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7.13.)

화, 2021/07/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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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터잡은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의존한다.’ 홈스 판사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설파한 소수의견에 나오는 문장이다.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으로부터 현출된다(emergence). 명제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실과 다르고 불명확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벌하는 제도, 즉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과 헌법의 평가는 명백하다. 불완전한 의혹 제기들이 가능해야 진실이 현출될 수 있는데 어떤 명제가 당장 근거가 부실하다고 하여 처벌하게 되면 진실은 영원히 현출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표현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을 제재하는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허위명제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독재보위를 위해 이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조치 1호와 9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욕하지 않고 유신헌법을 욕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된 법제이다. 가깝게는 미네르바의 이명박 정부 환율정책 비판을 처벌하려는 시도에 동원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도 있다. 또 MBC 의 광우병 보도를 관련 정책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환원하여 기소하려고 했던 시도 역시 허위사실유포죄와 다를 것이 없다. 위 시도들 모두 우리나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되거나 파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 그 피해에 대해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허위보도가 피해를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 민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표현에 대한 민사적 제재도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유형화되고 특정화된 인격권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인정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배수 손배에 의한 위축효과 역시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정보를…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들이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자기책임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들을 자진해서 삭제 차단할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사적검열에 처하게 된다.

더욱 가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이다. 즉 징벌적 손배가 부당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5배수 손배를 감당하라는 것인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를 보자. 인터뷰 기회를 얻기 위해 무단횡단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 잠입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될 텐데 탐사보도가 위축될 것이다. 삼성X파일, 계룡대 내 ‘룸살롱’, 유아원 급식위생 모두 ‘위법적 취재’로 거악을 드러낸 보도인데 기사가 부정확하면 5배수 손배를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기사에 정정보도청구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 ‘왜곡된 기사제목’, ‘왜곡된 시각자료’,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부과를 추정하고 있는데 모두 기존의 법이나 판례로 포섭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법행위를 창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

인권 면에서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랐던 것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공적토론을 입막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영예를 걷어차버린다. 언론은 우리의 거울이다. 언론은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며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역사적 정체성만큼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개혁’의 칼자루는 정부·여당이 쥐게 마련인데 ‘언론개혁’은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언론개혁’이라면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08.21.)

월, 2021/08/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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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다수의 사람들이 악의적 허위보도를 하는 ‘나쁜’ 언론을 징벌하겠다는 정의로운 법안을 왜 반대하냐고 의문을 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징벌’의 칼날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고, 누구의 목에나 겨눠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로 이 법안은 악의적 허위보도를 하는 나쁜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언론 활동마저 크게 위축시켜 언론의 자유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규제다. 개정안은 허위성을 명백히 인식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경우뿐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 즉, ‘오보’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취재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과실이 인정되어 징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허위보도’란 것도 마치 누구나 똑같이 명확하고 정의롭게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문장에서 사용된 단어 하나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판단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문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로 같은 사건이라도 법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사례도 많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는 모호한 표현 하나를 꼬투리 잡으면 ‘허위보도’로 쉽게 프레임 씌워져 소송이 제기될 수 있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가짜뉴스라며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침해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분야라 누구도 법적 결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언론으로서는 큰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도 대상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기사열람차단 청구로 압박하면, 불안한 언론은 억울해도 기사를 내려주거나,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도 앞으로 그 사안에 대한 후속, 추가 보도는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법안은 많은 경우에 언론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규정하여,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명시하고, 소 제기는 더욱 쉽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인 공인과 기업 등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겨,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다시 공직자나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언론의 폭넓은 감시와 의혹 제기가 보장되어야 하는 권력자는 너무나 많다. 또 측근 비리 보도처럼 그 공인과 측근이 함께 보도 대상인 경우에는 피해주장자(원고)를 측근으로 하여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일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법은 헌법적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려워 후에 위헌으로 판단되어 삭제될 소지도 높다. 즉, 이 조항은 비판 무마용 장식적 조항에 불과한 것이다.

‘진실임을 확실히 증명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최대한 선해할 수 있는 이 법안의 메시지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대부분의 사건은 진실임이 명백히 증명되기 어려운 것들이며, 이러한 사건이 오히려 더 세상에 알려질 필요가 있는, 보도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단계에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켜 은폐되고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는 신속한 초기 의혹 보도는, 곧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할만큼 중요하며 사회 변혁의 중대한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법안은 무엇보다 이런 초기 의혹 보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모든 법안은 좋은 목적을 지향하며, 물론 이 폭넓은 규제법으로 억울한 언론 피해자가 큰 보상을 받고 저질 언론이 징벌을 받는 정의로운 결과도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수의 사례를 위해 너무나 많은, 가치있는 언론 활동마저 위축, 포기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됨을 의미한다.

언론 피해 구제가 부족했다는 문제는 법원이 구체적, 개별적 사건에서 판결로 손해액 자체를 높게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법원이 실무상 위자료를 적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법원도 그런 비판을 받아들여 2016년에 대폭 상향된 위자료 산정기준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특수한,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이유는 없다.

찬성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나쁜’ 행위에 대한 엄벌주의는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로, 어떤 분야든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다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언론 분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구체적,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언론이 정치적 이슈, 정치적 이해와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은 늘 언론에 민감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입법자인 국회의원들도 언론과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한 규제는 진영을 불문하고 언론의 주요 감시, 비판 대상인 모든 정치권력의 공통된 염원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짜뉴스 규제 논의는 주로 선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론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가짜뉴스를 엄벌해야 한다는 것은 트럼프가 강력히 내세웠던 기조이기도 했다. 한편 대중들도 보통 자신과 관점이 다른 언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은 이를 ‘국민적 합의’로 이용한다. 그래서 언론, 표현 분야는 강한 규제가 쉽게 논의되고 도입되는 분야다.

언론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언론의 자유를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 미운 언론도 물론 있지만, 위험을 무릅쓴 언론 활동 덕에 사회는 진보해왔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의 손해로 돌아온다. 결국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점을 늘 되새기고, 규제의 적정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8.17.)

월, 2021/08/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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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최재혁 경제노동팀장이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은 http://slownews.kr/6678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파리바게뜨와 노동의 미래

 

이번 국정감사에서의 일이다.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요금수납노동자는 한국도로공사가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정책마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를 2020년까지 무인화하겠다면서 요금수납노동자는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의 예외자라고 주장했다.

 

이 타이밍에서 단순하게 물어보자. 톨게이트에서 요금의 수납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한국도로공사 소속이 아니고 이들 노동자의 사장이 한국도로공사가 아니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진짜 나의 ‘사장님’인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경제적인 보상을 얻는 노동자와 남의 노동력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장님 간의 연결고리를 우리는 ‘고용’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장이 최고이든 최악이든, 대개 1명의 노동자와 1명의 사장이 ‘고용’이란 관계를 맺는다.

 

예외가 없는 원칙이 없다고 해야 할까, 예외가 원칙을 앞섰다고 해야 할까, 그저 트렌드일까. 요새는 1명의 노동자와 여러 명의 사장이란 구성도 적지 않다.

 

사장 수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노동자는 ‘다스가 누구 것’인지 못지않게 여러 명의 사장 중 누가 나의 ‘진짜’ 사장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여러 명의 사장 중 ‘진짜 사장’이 노동자로서 나의 권리를 보장할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사장의 존재가 상자를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생사와 같은 인류의 난제는 아니다. 가끔은 고용노동부가 나의 진짜 사장을 가려줄 때도 있다.

 

 

불법파견의 기준 

 

고용노동부가 ‘이 고용은 불법파견이다’라고 말했다면, 고용노동부가 어떤 사장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 1명의 노동자를 두고
  • 고용한 사장과 노동력을 실제 사용(업무 지시)하는 사장이 다른데
  • 그 노동자에게
  • 고용한 사장이 업무를 지시하면 ‘도급’이고,
  • 노동력을 실제 사용하는 사장이 업무를 지시하면 ‘파견’이다.

 

파견이 그 자체로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파견법 요건에 따라 ‘불법’인 파견이 있다. 그 요건을 충족해야 불법파견이다. 불법파견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업무지시하며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고 그로부터 이윤을 얻는 진짜 사장은 누구냐에 있다.

 

거칠게 말하면, 불법파견이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하고서 이윤을 챙기다가 고용노동부 혹은 법원에서 딱 걸린 사장의 죄목이다. 죄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당장 큰 일이 일어난 듯도 싶지만 법을 어긴 사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거나 곧 감옥에 간다거나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불법파견이란 어떤 사장이 법을 위반한 상황이니 고용노동부는 사건을 검찰에 넘길 수도 있고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이라는 고용노동부 훈령에 따라, 여러 명의 사장 중에서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한 사장, 실질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사장에게 그동안 업무지시만 하고 직접적으로 고용하지는 않았던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직접고용 명령).

 

제빵노동자의 ‘진짜 사장’은 파리바게뜨 본사

 

최근 파리바게뜨에 대한 뉴스가 많다. 새로운 빵이 나온 것은 아니고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만드는 노동자의 진짜 사장이 누구인가에 관한 뉴스다. 억울하다는 사장도 있겠지만, 진짜 사장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누가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했느냐는 ‘실질’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제빵노동자의 진짜 사장이 파리바게뜨 본사라고 판단하고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검토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은 그렇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노동자의 업무량과 업무방법, 업무순서, 업무속도, 업무시간 등을 결정했고 파리바게뜨 본사는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QSV)를 통해 제빵노동자를 직접, 그리고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그리고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2017년 인상된 시급과 기본급을 안내하고, 제빵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공지하며, 시스탬 앱을 통하여 일반·긴급공지, 근태시간 입력, 급여지급 등을 했다. 다른 사실관계도 있지만, 이 정도면 ‘파리바게뜨 본사'(주식회사 파리크라상)을 나의 진짜 사장님이라고 할 수 있기에 충분하다.

 

진짜 사장(파리바게뜨)의 버티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나의 진짜 사장을 가려주고 진짜 사장에게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으니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의 해피엔딩인 듯 보이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적지 않은 확률로, 진짜 사장의 버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접고용의 의무를 명시해 둔 파견법의 내용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있다. 파견법 제6조의2에서 말하는 고용의무를 너무 외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해석하자면, 파견법에 따라 진짜사장에게는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에게 직접고용을 당할(?)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파견법상 직접고용의 의무에 근거해서 노동자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진짜사장에게 직접고용이라는 의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정도이다’ 라는 주장이다.

 

이전의 파견법은 고용의무가 아니라 ‘고용의제’라는 조항을 가지고 있었다. 고용의제는 고용했다고 간주하자(그렇게 법률적으로 본다)는 말이다. 지금의 파견법처럼 진짜사장에게 직접고용의 의무를 부과하는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가 진짜사장과 직접고용의 관계에 있었다고 간주한다는 원리이다.

 

고용의제가 파견법에 적혀있던 시절에는 파견법 위반 이후 직접고용을 거부한 진짜 사장의 행태가 부당해고로 판단되기도 했다. 고용의제와 고용의무 중에서 어느 방안이 노동자가 불법적인 고용구조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너무 분명해 보인다. 그 어렵다는 법을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의 상식적인 모습을 알 수가 있다.

 

‘직접고용’이 반드시 정규직 고용은 아니다? 

 

현행 파견법 제6조의2가 빨리 작동해서 노동자가 직접고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해석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하다. 현행 파견법은 진짜 사장에게 ‘직접고용’하라고 했지, 그 직접고용이 어떤 노동조건을 담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해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하라니까 단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하는 사장이 부지기수이다. 직접고용하라고 했으니까 단기계약이든 정규직이든 직접고용이라는 논리이다. ‘한전KPS, 불법파견’ 이라고 검색해보면 또 다른 최신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70여 명의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을 지시했다. 당시, 노동조합이 국회 등을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전KPS는 △직원 정원 대체에 따른 업무 능력 및 인성 보유자와 △2년마다 신규인력으로 대체가 곤란한 분야에서 각 사업소별로 최소 인력만 선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에 진짜 사장은 어떤 기준을 치고 들어온다. 어떤 기준의 수준도 문제지만, 기준을 제시하는 행태 그 자체에 진짜 문제가 숨어 있다. 진짜 사장이 제시한 기준이 너무 좋지 않아 노동자가 혹은 노동조합이 직접고용을 거부하면 나빴던 분위기는 더 나빠진다. 사장의 버티기가 시작된다. 당장의 현실이 그렇다.

 

파리바게뜨가 내민 ‘확인서’ 

 

진짜 사장이 버티면, 법에 있는 구멍으로 인해, 대체로 재판이라는 과정은 지난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만 계속 힘들어진다. 법이 노동자에게 부여한 권리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진짜 사장이 제안하는 좋지 않은 기준을 수용하는 판단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실제는 상황에 밀려 강제된 판단이지만 노동자에게 먹고사니즘이란 벽은 높고 공고하다. 법·제도가 권리를 부여하지만 노동자에게 끊임없이 부당한 선택이 강제된다.

 

다 차치하고,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고용 안 해도 된다는 구절이 실제 어떻게 작동할지 상상해보자.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빵노동자에게 사실상 직접고용을 포기하라는 확인서를 내밀고 있다. 어느 선택지도 직접고용은 존재하지 않는 확인서를 받아든 제빵노동자의 기분은 어떨까.

 

파견법, 이대로 좋은 걸까

 

훗날 대통령이 될 후보와 포옹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이 엄청난 확률을 뚫은 청년도 정규직이란 확률 앞에 초라하기만 하다. 3년 간 4번의 쪼개기계약과 해고로부터 안전하지 못 했으니 말이다. 이게 모두 현실의 법·제도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과 프리허그한 비정규직 청년은 지금쯤 정규직이 됐을까 (슬로우뉴스, ’17. 10. 31)

 

그래서 현재 국회에 제출된 파견법 개정안 중에는 현행 고용의무 조항을 고용의제의 조항으로 변경하고 고용의제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고용, 즉, 정규직으로 보도록 하는 개정안이 있다. 이 개정안은 고용의제에 대한 회피를 처벌하는 내용도 있다.

 

파견법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파견법이 파견이란 반드시 불법은 아니고 형태를 규율하고 어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으로 이해되지만, 동시에 파견법은 파견이란 고용을 합법화하고 노동자를 그 형태의 고용에 고착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럼 파견이란 형태가 나쁘냐는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일단, 우리 근로기준법은 여러 명의 사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법이라는 사투리는 알아듣기가 참 고약한데 ‘고용이란 자고로 노동자와 사용자의 직접적인 관계’이어야 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장님이 여러 명이면 안 된다는 뜻이고 누군가가 노동자와 사장님 사이에 끼여서 돈을 챙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 등은 여러 명의 사장, 복잡한 고용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불법파견 = ‘삐뚤어진 사장의 마음’ 

 

고용, 근로계약의 대원칙은 사장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고 업무지시하는 형태이다. 불법파견은 업무지시는 하고 싶은데 고용은 하고 싶지 않은 사장의 마음이 반영된 사회문제이다.

 

불법파견이 왜 사회문제냐면, 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용역이든 하청이든 도급이든 뭐라고 부르더라도, 1명의 노동자와 여러 명의 사장의 관계는 좋지 않다. 이렇게 고용관계가 복잡해지면 ‘업무지시’와 ‘이익’, ‘고용’, ‘책임’이 분리된다. 어떤 사장은 자신에게 이윤을 보장해주는 노동자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다.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맘대로 업무는 지시한다. 그럼 이 상황을 그 자체로 부정의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의무와 권리, 이익과 책임은 한 세트 여야 하지 않은가?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실질과 형식, 내용과 구성이 제대로 조응하지 않으면 제일 괴로운 사람은 제일 약한 사람이다. 좋지 않은 상황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간다. 노동자는 사회경제의 구조적으로 사장에 대해 열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장마저 여러 명이면 누가 나의 권리를 보장해주는지가 모호해진다. 사장이 여러 명이라고 해서 월급이 사장님의 수만큼 여러 배가 되지 않는다. 도리어, 그 책임이 사라진다.

 

대개의 경우, 여러 명의 사장 중 노동자를 고용한 사장은 돈이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보다는 사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동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있으니 노동자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데 돈도 없고 결정은 실제 업무지시를 내리는 진짜사장의 몫이다 보니 권한이 없다.

 

반대로, 여러 명의 사장 중 노동자에게 업무지시하는 사장은, 그러니까 진짜사장은 돈도 있고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고 장사도 하는데 노동자와 직접적인 고용의 관계가 없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지만, 그 노동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나의 요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장과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힘과 능력을 가진 진짜 사장은 나와 논의하고 협상할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

 

파리바게뜨 vs. 고용노동부 

 

당장이라도 직접고용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는 잔인하다. 파견법이 좋은 방향으로 통과되면 좋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KT스카이라이프에 직접고용을 지시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례에 비춰보면, 한 청년이 자신의 노동권을 보장받는 싸움은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지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지도 모른다.

 

노동조합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빵집은 전국에 산재해 있고, 빵집마다 한 명 정도의 제빵노동자가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지시에 대해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론적으로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의 행정조치가 만에 하나 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한 재판이 이어지고, 노동자의 권리는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당장 이번 주부터 직접고용을 지시한 고용노동부와 이를 취소해달라는 파리바게뜨 본사와의 법적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색하지만, ‘고용노동부 너 파이팅’이다. 어색하다.

 

우리는 우리대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미안한 마음으로 지금 상황을 까먹지만 말자. 그리고 파리바게뜨지회의 페이스북에 가서 좋아요를 눌러보자.

 

 

현행 파견법 중 직접고용 관련 내용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제5조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3. 제6조제2항을 위반하여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4. 제6조제4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5. 제7조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②제1항의 규정은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제1항의 규정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당해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의할 것
  2.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당해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의 기존의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저하되어서는 아니될 것

④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업무에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월, 2017/11/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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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심사 핵심정보 비공개해”

매년 공개하던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올해는 비공개
세월호 이후 관피아문제 해결한다더니, 핵심정보는 감추는 ‘밀실행정’

 

 

‘관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퇴직 공직자가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사기업체 등에 취업하는 것을 막겠다고 한 정부가, 정작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심사 결과의 적정성을 검증하기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제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인사혁신처는 퇴직 공직자가 취업하려고 하는 업체와의 업무연관성을 따지는 기준이 되는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와 직위’에 대한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지난 7월 27일에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관피아 문제’가 부각되자, 정부는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범위를 넓히고 취업심사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를 지난 연말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취업심사 결과의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위해 핵심적인 정보이고, 작년까지 정보공개청구하면 매번 공개하던 퇴직 공직자의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와 직위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갑자기 비공개하며 ‘밀실행정’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정부의 비공개 조치에 대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절차에 따른 이의신청에 이어 오늘(8/6) 인사혁신처장에게 항의공문을 보내 비공개 처분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2006년부터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실태조사 보고서>를 매년 발행해 왔고, 이 연례 보고서는 정부가 공개해온 퇴직 공직자의 퇴직 전 5년이내 소속 부서와 직위에 관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참여연대는 올해에도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지난 7월17일에 과거와 동일하게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심사현황(2014년 6월~2015년 5월말)에 관한 정보들을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했다.
그런데 정부공직자윤리위의 관할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공개청구한 정보 중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및 직위’에 관한 정보가 취업제한심사결과의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를 위해 최근 신설된 공직자윤리법 제19조의3과 시행령 제35조의5(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법령’ 참고)에 열거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7월 27일 해당 정보를 비공개 처분했다. 또 인사혁신처 담당자는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및 직위가 개인정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은 퇴직 전 5년 이내에 소속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하는만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심사 결과가 적정했는지를 사회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퇴직 당시의 소속 부서와 직위뿐만 아니라 퇴직 전 5년 이내의 소속 부서와 직위가 공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사혁신처가 비공개 사유로 제시한 공직자윤리법 제19조의3과 그에 따른 시행령 제35조의5는 정부가 인터넷에 자발적으로 공시하기로 한 정보의 범위를 규정한 것일 뿐이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제공범위를 규정한 것도 아니고, 또 비공개 항목을 규정해둔 것도 아니다. 
이는 법률에서 ‘공시제도’를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정보를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개대상정보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2011.7.28 선고, 2011두4602, 자세한 판결내용은 아래 ‘대법원 판례’ 참고)을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의 이 조항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인데, 인사혁신처가 이를 핵심정보의 비공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또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인사혁신처의 입장에 대해서도, 퇴직 전 재직 부서와 직위 정보는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가 아니며, 참여연대가 동일한 내용을 2006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정보공개청구했을 때마다 정부가 이를 공개했던 것을 보면 개인정보라는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곧장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 관련 법령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① 등록의무자(이하 이 장에서 "취업심사대상자"라 한다)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이하 "취업제한기관"이라 한다)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8조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
①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취업제한기관에 취업을 하려는 경우에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퇴직 당시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17조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지를 확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 다만, 제17조제1항 단서에 따라 취업승인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9조의3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취업승인, 업무취급승인 및 업무내역서 심사 결과의 공개)
①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심사를 완료한 때에는 그 심사 결과를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정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할 수 있다.
1. 제18조에 따른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 심사
2. ...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의5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취업승인, 업무취급승인 및 업무내역서 심사 결과의 공개 항목)
법 제19조의3제1항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할 수 있는 항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퇴직 당시 소속기관명 및 직위 또는 직급, 퇴직 시기
2.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결과 또는 취업승인·업무취급승인·업무내역서 심사 결과
3. 취업예정기관 또는 취업한 기관명 및 직위 또는 직급, 취업예정일 또는 취업일
4. 그 밖에 해당 심사와 관련하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결정한 사항

 

※ 대법원 판례 2011두4620(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판결 
  (판례 전문은 http://bit.ly/1Il5wT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 제4항 및 제5항에 의하면 주택건설사업 또는 대지조성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한편 그 분양가격을 구성하는 항목 중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의 입법목적과 취지 및 그 내용, 특히 위 규정에 정한 사업주체에는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인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 자도 포함되는 점[주택법 제2조 제7호 (다) 및 (라)목, 제9조 제1항],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정보공개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및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보공개의 예외로서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주택법에서 위와 같이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가 공시제도를 두었다고 하여 그것이 주택의 분양가격을 구성하는 항목 중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 나머지 항목에 관한 정보를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취지라거나 또는 위와 같은 정보를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공개할 경우에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가 공시제도의 입법 취지가 완전히 몰각되므로 정보공개법에 정한 공개대상정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그 판시와 같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명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주택법 제38조의2의 해석을 잘못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목, 2015/08/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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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공개 처분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심사 핵심정보’ 이의신청도 기각해

 

10년간 공개해온 ‘퇴직 전 5년 소속부서 및 직위’ 정보 비공개
참여연대,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소송 예정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 한 퇴직 공직자가 취업하려고 하는 업체와의 업무연관성을 따지는 기준이 되는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와 직위’ 정보를 인사혁신처가 지난 7월 27일 비공개 처분한데 이어, 비공개처분에 대한 이의신청마저 8월 21일에 기각했다. 이는 취업심사 결과의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검증을 거부한 것이라 보며, 참여연대는 이후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소송에 착수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는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실태조사 보고서>를 올해도 발행하기 위해, 지난 7월 17일 ‘취업제한심사현황’에 관한 정보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런데 관할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정보공개청구 내용 중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및 직위’ 정보는 취업심사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제19조의3과 시행령 제35조의5에 따른 공개목록에 해당하지 않고,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지난 10년간 공개해오던 해당 정보를 비공개 처분했다. 또한 참여연대가 지난 8월 4일 이의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비공개처분 사유와 동일한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의5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은 법률에서 공시제도를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정보를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개대상정보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판결(2011.7.28 선고, 2011두4602)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5조의5는 인터넷에 자발적으로 공시하기로 한 정보의 범위를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조항은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말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인데, 인사혁신처가 이를 근거로 정보공개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한 인사혁신처는 기각사유로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와 직위’ 정보는 취업심사대상자의 보직경로가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로 공개 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라목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제외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 만큼 공직자의 퇴직 전 재직 부서와 직위 정보를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취업심사대상자는 4급 이상 공무원으로 하급공무원보다 더 큰 책임성이 부여 된다 할 것이다.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제한제도를 법률로 규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은 공직자의 권리가 일부 제한되더라도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방지라는 공공성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될 수 있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관피아 문제를 뿌리 뽑고자 하는 국민다수의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심사제도가 개정 취지에 맞게 운용도록 하기위해서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인사혁신처는 관련 정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월, 2015/08/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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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일용직 퇴출자 명단' 취업제한 활용 논란(연합뉴스)

현대건설이 일용직 노동자 수천명의 명단을 작성해 개인정보 수집상의 문제 및 취업제한에 활용해온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측은 안전수칙 위반자를 공사 현장에서 걸러내는데 이 명단을 참고했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한 정황이 뚜렷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라고 반박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24조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산재 경력자 명단을 근거로 현장 출입을 막았다면 기업의 산재 은폐를 엄격히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12/0200000000AKR2016031206…

화, 2016/03/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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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1주기 집회에서 국기소각한 시민 무죄 판결은 당연


국민 비판 위축시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관행 중단되어야

명예훼손죄․모욕죄, 국기모독죄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법률 개폐도 필요


오늘(2/17)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은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 참석했다 종이 태극기를 태운 시민에게 적용된 국기모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국기모독죄’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적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집회에서 과잉 진압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태극기를 태운 시민에게까지 국기모독죄를 적용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당연한 판결이라 본다. 다만, 국기모독죄의‘모독’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점은 아쉽다.

 

이번 사건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소장, 고려대)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대표적 사례로 보아 공익변론으로 지원(담당 법무법인 덕수 정민영 변호사,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하고 있었던 사건이기도 하다. 국기모독죄의 위헌여부는 헌법소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물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기를 모독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국기모독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 제105조는‘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제거·오욕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3년 제정된 이‘국기모독죄’는 최근 20년 넘게 적용된 예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조항을 근거로 검찰이 세월호참사 1주년 집회를 과잉 진압하는 경찰에 분노하여 근처에 있는 태극기를 태운 시민을 기소한 것이다. ‘모욕할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우발적 행동에까지 이 조항을 적용해 기소하는 검찰에 대해 당시 ‘본보기 기소’라는 사회적 비판이 있기도 했다. 물론 검찰이 공권력에 대한 항의나 비판 등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을 적용해 무리하게 기소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삼아 검찰은 국민의 다양한 권력비판을 무리한 기소를 통해 제한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국가정책, 대통령, 공직자 등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적용된 국기모독죄의 경우처럼 어떤 행위가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 범위에 들고 또 어떤 행위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에 해당하는지를 일반 국민들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2년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국가정책에 대한 항의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든다고 하였다. 일본과 독일은 외국의 국기에 대한 손괴에 대해서만 처벌 조항이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해도 그동안 수사, 재판 과정에서 받은 다양한 유무형의 피해는 당사자뿐 아니라 이 사건을 접한 다수의 국민들에게 위축효과를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명확하지 않는 법률조항으로 국민의 정당한 비판조차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국기모독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국민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키는데 대표적으로 악용되어 온 형법상 명예훼손죄, 모욕죄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관행개선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하는데 악용되어온 이들 법률들에 대한 개폐 역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수, 2016/02/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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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제정 시도 중단해야


알권리, 표현의 자유 침해할 것
행정기관에 의한 기본권 제한 시도는 검열 위험만 높여

 

 

지난 2월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쉽게 말해 정보주체가 인터넷상 떠돌아다니는“원치않는”정보를 지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방향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심대한 위협에 처한다는 점에서 제정에 반대한다.

 

잊혀질 권리는 우리사회에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인터넷시대의 정보파급의 빠른 속도와 시공간적 광범위성 때문에 사람들의 과오에 대한 정보를 타인들이 너무나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시의성없는(“no longer relevant”) 정보를 자신의 ‘이름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그 유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권리이다.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명예훼손, 사생활의 비밀 침해의 피해가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는 기존 법률 상 합법적인 정보임에도 정보주체가 원치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유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와 상충한다. 또 헌법의 기본권과 상충한다면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하위규범으로 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검열의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다. 

 

언론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방통위의 잊혀질 권리“가이드라인”은 그 범위,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넓다. 가이드라인의 적용범위가 ‘시의성이 없는 정보’를 넘어서서 “원치않는 정보”로 확대되어 있고, ‘이름 검색’에서의 배제만이 아니라 정보 자체의 삭제차단을 집행방법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잊혀질 권리의 대상은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정보보호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침해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누군가 요청만 하면 해당 정보를 임시적으로 삭제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임시조치’는 정보의 복원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질적으로는 영구삭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설치에관한법 (“방통위법”) 제21조④호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정보에 대해 삭제차단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명예훼손 등 불법이 아닌 정보도 삭제될 수 있다. 또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형법 제307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251조 모두 진실인 정보도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다시 “원치않는 정보”를 합법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면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퇴보시킬 것이다.

 

잊혀질 권리가 유럽처럼 정보주체에 대한 ‘시의성없는 정보’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문제이다. 정보의 시의성은 정보주체의 주관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 해운업자는 과거의 여객선 과적 사실이 지금 운행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배에 자녀들을 태우고 싶은 학부형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정보이다. 단지 시간이 흘렀고 정보주체의 사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정보가 타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할 수 있는지를 배제하고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타인의 알권리를 비례성있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잊혀질 권리가 정보 자체를 원천적으로 삭제차단하지 않고 유럽에서처럼 검색이나 ‘이름 검색’에서 배제하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알권리 문제가 존재한다. 자원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무차별검색을 통해 검색배제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자원이 없는 사람은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없다. 특히 검색에만 의존해야 하는 무자력자는 ‘검색되지 않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경구처럼 엄청난 상대적 빈곤을 겪어야 할 것이다. 결국 힘없는 개인들도 대기업과 같은 정보력을 갖도록 해줌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민주주의에 기여해온 인터넷의 사회적 의미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불균형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평등한 정보접근의 도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되면 사람들은 타인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오프라인 상의 평판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터넷 시대 이전처럼 광고홍보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 있는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는 평판의 불균형성도 초래하게 되고 정치 경제 사회적 공정경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이라는 형식으로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근거를 만드는 상황은 헌법에서 금한 검열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법제화가 아니라“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하면서 강제적 조치는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이에 대한 낙관을 허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방통위법 제21조④항의 “시정요구”및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③항의“통신자료제공”이 강제조항이 아님에도 현실에서는 강제적인 제도와 다름없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을 해석 적용하는 기구까지 설치하려는 움직임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게시물에 대한 삭제, 차단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 더하여 “또 하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방통위 가이드라인 제정 시도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화, 2016/03/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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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기모독죄’ 헌법소원 제기

 


명확성의 원칙 위배,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
국기모형 태운 시민, 무죄판결받았으나 형법105조 폐지되어야 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오늘(3/18) 형법 제105조 ‘국기모독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형법 제105조의 ‘국기모독죄’가 명확성의 원칙 위배, 표현의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국민대회에서 우발적으로 종이태극기를 소각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 재판부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국기모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항소하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형법 105조 국기모독죄 조항은 합헌이라고 보고 청구인측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청구인과 청구인을 대리하는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하게 되었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기모독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요구하고 있는 ‘모욕할 목적’에서 모욕이라는 감정은 국가라는 구성체에 적용할 수 없으며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행위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되는지, 또 어떤 정도라야 허용되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한 국기라는 상징물은 정권에 대한 반대나 비판, 대통령에 대한 반대나 비판 등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간명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대법원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정책이나 대통령,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 등의 업무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확인한 바도 있지만, 이 조항은 이와 같은 상징물을 통한 정치적 견해 표명을 모욕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에 따라 일괄 처벌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대표적 사례로 보아 공익변론으로 지원(담당 법무법인 덕수 정민영 변호사,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하고 있다. 

금, 2016/03/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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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어렵고 딱딱한 판결문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읽고 얘기하는
<판결문 읽기 모임>을 10월부터 12월까지 격주 목요일마다 총 6회 진행합니다.

 

>>모임 후기④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해야 할까요?

>>모임 후기③ 헌법재판소의 주민등록증 발급시 열손가락 지문날인 합헌 결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임 후기② 역사교과서 수정명령 적법 판결, 여러분은 공감하세요?
>>모임 후기① 시민의 눈높이에서 읽고 비평하는 <판결문 읽기 모임> 첫 문을 열었습니다


 

알쏭달쏭 모욕죄, 형사처벌해야 할까요?


 

12월 3일, 판결문읽기 다섯 번째 모임에선 처음으로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모욕적으로 느낀 발언 한 가지씩 준비해 오기~
눈치 채셨죠? 함께 읽을 판결문이 바로 모욕죄에 관한 것이거든요.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입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09년 진중권 교수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썼다가, 모욕죄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대법원 선고 전, 진중권 교수가 모욕죄가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했는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요. 

 

살면서 모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 많을 수 있는데 그걸 법으로 다스려 형사상 처벌을 하는 게 과연 타당할까요?
이번 모임엔 여러 모욕죄 사건을 직접 다룬 정민영 변호사를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왼쪽 한상희 교수, 오른쪽 정민영 변호사

 

 

 

우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각자 자신이 들은 모욕에 대해 얘기했는데, 정말 다양합니다. 군대에서 상사에게 들은 “아버지 뭐하시나”부터 “기어오른다”는 언어적 봉변, 장애인 차별,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 대학 내 차별, 최근 대통령이 국민을 IS 취급한 발언 등. 이로 인해 우리는 모욕, 또는 모멸감을 느꼈는데, 이게 다 형법에서 말한 모욕죄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참가자들

 

 

 

모욕에 대한 정의를 알아봤습니다. 사전적 정의는 "깔보고 욕되게 함“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표현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모욕인지 아닌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텐데, 그런 감정을 이유로 처벌까지 하다니... 판사들도 구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어느 재판에선,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라고 한 발언은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았는데, “애비가 저러니 애도 저런다” 이건 모욕죄로 성립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발언뿐 아니라 앞서 잠시 소개한 진중권-변희재 사건처럼 인터넷 상의 게시글이나 댓글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참...무슨 일만 터지면 정부를 까고 보는 국민들 노답이네요” 여기에 댓글로 “글쓴이 일베충 맞음” 이렇게 썼다가 벌금 50만원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모욕을 느낄만한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이런 식이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형사처벌 할 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최근에는 모욕죄 조항을 악용해, 모욕성 표현을 유도하여 고소한 후 합의금을 요구하는 ‘모욕죄 조항 악용 기획고소 사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나 의혹 제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욕을 이유로 고소, 고발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되는 거지요. 
현행 형법상 모욕죄 조항을 그대로 두는 한 이와 같은 악용 사례는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손을 들어 의사 표혆을 하는 참가자들

 

 


이번 모임에선 모욕죄 말고도, 한 참가자의 제안으로 판결문 하나를 더 읽었어요.
11.14. 민중총궐기 때 의무경찰들이 집회에 동원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료를 찾아보다가 전경설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기각된 것을 보셨대요. 전경은 폐지됐지만, 여전히 의무경찰들이 국방의 의무와 상관없는 집회 시위에 동원되고 있지요. 논리는 같아서, 중요 부분만 같이 읽어봤습니다. 전투경찰대설치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 [전원재판부 91헌마80, 1995.12.8.]

 

 

 

모욕죄에 관해 시간상 못다한 이야기들, 참여연대가 새롭게 선보이는 <판결톺아듣기>에서 한상희 교수와 정민영 변호사와 자세히 나눠봤습니다. 

 

* 팟빵에서 듣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846897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tI5o6Q
*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보기 : 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381195

 

진중권 - 변희재 모욕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직접 읽고 싶으신 분,
헌법재판소 판례정보 사이트에서 사건번호 2012헌바37 로 검색해보세요.

 

 

월, 2012/12/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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