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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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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7/08/04- 16:52

조기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개인 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휴대전화에 회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거부한 KT 노동자에게 내린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그것입니다.

소송을 낸 이는 KT 노동자 이영주 씨입니다. 그는 1995년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했다가 2014년 명예퇴직을 거부한 이후 CFT(현 업무지원단)에 배치됐습니다. 이 씨는 무선품질 측정 업무를 맡게 됐는데 회사 측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KT 업무지원단 운영 실태에 대한 내용은 “해고가 쉬워지는 나라, 당신의 의자는 안전할까” 방송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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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앱을 설치할 경우 사측 관리자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 정보는 물론 현재 위치, 달력일정, 계정과 사진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회사가 맘만 먹는다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씨는 앱 설치를 거부했고 사측은 성실의무 위반과 조직내 질서존중 위반 등의 사유로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씨는 징계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회사의 업무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

소송을 낸 지 1년 7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과학기술이 진보하면서 기업의 노동감시 활동이 전자장비와 결합해 확대됨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사생활 침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서비스 제공자(사용자)가 단말기 정보를 얼마나 수집하고 어디까지 활용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업무 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씨가 회사측과 불편한 관계를 감내하면서까지 앱 설치를 거부했던 이유는 뭘까요? 힘없는 노동자도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있고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은 사람이 사는데 인권은 공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잖아요. 노동자의 인권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지, 자기 스스로 인권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런데 ‘너희들은 내가 안 보면 일을 안 할 거야‘ 그런 식으로 사람답지 못하게 감시당하고 통제당하고…

이영주 / KT 업무지원단

최근 들어 노동 현장에서 감시 논란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갈수록 첨단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를 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동의 절차도 없이 사무실 출입구에 CCTV를 달아놔도, 업무용 차량에 위치를 추적하는 GPS 장치를 설치해도 사측에 항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측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게 뻔한데다 인사 불이익은 물론 자칫 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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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에 일하는 A/S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도 취재했습니다. A/S 노동자들은 월별로 평가받은 점수가 미달할 경우 경고장을 받고 이것이 누적되면 반성문 같은 대책서를 써 제출하도록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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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적 평가 항목에는 A/S 기사들의 능력밖의 항목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 자체의 하자로 인한 고객 불만이나 표준 단가가 이미 정해져 있어 A/S 기사들에게 재량권이 없는 수리비 청구에 대한 불만 사항도 A/S 기사의 책임으로 물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든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해고될 수도 있다는 각서까지 쓰게 한다고 합니다. 올해 5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팀장과 A/S기사 사이에 오간 대화의 일부입니다.

A/S기사 : 이 이상 더 쓸 게 없습니다.
팀장 : 그럼 뭐 개긴다는 거야? 나는 너랑 같이 일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했어, 그치?
A/S기사 : (고객 불만) 또 뜨면 그만 두겠습니다 이런 거 적어야 돼요? 그렇게 못 해요.
팀장 : 그럼 계속 (고객 불만을) 띄운다는 거 아냐.
A/S기사 : CMI(고객만족) 하나 잘 못하면 내가 그만 둬야 됩니까? 내가 왜 그런 것을(각서) 적습니까?
팀장 : 왜 안 적는데?
A/S기사 : 그렇게 못 적습니다.
팀장 : 노동부에다 신고 할 거 아냐? 그럼 내가 뭘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부당 노동으로 해고했다고 갖고 오라고 할 거 아냐.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직장동료 앞에서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등 ‘공개적인 망신주기’

실적이 저조한 A/S 기사들은 직장 동료를 앞에서 ‘복명복창’을 해야 합니다.

누적점수를 한 번 봐 볼까요, 이 세 분들, 000씨가 88점 잘 한 건가? 고객이 고장 원인 내역설명을 잘 못 들었다는 얘기야 고객이. 시작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팀장

팀장의 ‘시작’과 함께 지적을 받은 서비스 기사 3명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3번 외쳐야 합니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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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적 평가가 낮은 이들은 직장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반성을 발표해야 합니다. .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고객이) 깎아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게(고객 불만) 5번이 떴거든요. 불만이 떠서 정말 죄송하고요. 앞으로 (불만) 뜨지 않게 신경 써서 잘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센터 2곳에서 각각 지난해 1월과 올해 7월 A/S 기사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행위가 이뤄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게 됩니다. 인권 단체나 노동 단체는 전형적인 ‘공개적인 망신주기’ 행태라며 노동자의 존엄성을 무시한 비인간적 처사라고 말합니다.

노동자로서 존엄 혹은 인권에 대한 존중을 느끼면서 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굴욕감을 줘서 망신을 당하신 분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자기는 저렇게 망신을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것까지 낳게 되거든요.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현장에서 전자 감시와 공개적인 망신주기 등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계가 급한 노동자들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아 뚜렷한 개선책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노동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촬영 심재엽
글 구성 이조훈
취재 연출 김유리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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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선정된 성주골프장이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지난 2월 28일, 성주골프장 일대가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되면서 소성리 할머니들은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마을주민 120명의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목격자들 취재진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1번 찍어서 뽑아놨더니 사드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북 좌빨이라고 합니다. 이 동네 94세 할머니가 지금 연세가 제일 많은데 80, 90되신 할머니들을 종북 좌빨이라고 하면 우리가, 종북좌빨이 뽑은 국회의원은 뭡니까? 지는 왕좌빨 아닙니까? 왕좌빨,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조그마한 희생은 감수하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내가 설득을 하고 있다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런데 한 번도 찾아온 적 없거든요.

지난 4월 5일, 소성리에서 주민들이 사드반대 수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회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 지난 4월 5일, 소성리에서 주민들이 사드반대 수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회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지난 4월 초, 제주 국제항, 평소라면 주차장에 중국관광객을 태우고 온 전세버스가 80대 정도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전세버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바오젠거리도 한산했다. 중국관광객들에게 인기였던 사후면세점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한 옷가게 상인은 매출이 1/10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 다섯 중 한 명은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였다.

4월 초 제주도 한 사후면세점의 모습,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개점휴업상태가 됐다.

▲ 4월 초 제주도 한 사후면세점의 모습,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개점휴업상태가 됐다.

4월 초순 주말 밤에 동대문 평화시장.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몇 년간 내수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인 도소매상인들은 동대문 시장의 큰 손으로 통했다.하지만 3월 이후 중국인 도소매상인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고 있다.

최근 평화시장의 입구의 모습

▲ 최근 평화시장의 입구의 모습

5월 조기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사드 배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정부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묻혀버린 국민들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또 5명의 주요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취재작가 박은현
글 구성 김근라
연출 서재권

금, 2017/04/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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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국정원 2차장이 국회를 다녀간 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안의 고삐를 다시 당기고 있습니다. 특히 국정원 권한강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밀정보기관이 민간 인터넷 공간까지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은 ‘사이버 계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공룡 비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국내정치에 개입한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 후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국정원이 모든 인터넷을 엿보고 카카오톡을 해킹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1월 20일, 국정원 2차장이 국회를 다녀간 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발표일자: 
2016/01/21
S cyberterrorsquare

나머지 보기

목, 2016/01/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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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 Protection and the Limits of Censorship

Jeremy Malcolm, Executive Director of Prostasia Foundation

 

* 원문 링크: https://medium.com/prostasia-foundation/child-protection-and-the-limits-of-censorship-a70f37389cb8

목, 2018/07/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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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 사이버사찰금지법 입법하고 감청의무화법 철회해야
요약문: 
카카오톡 감청이 재개된 가운데 올 상반기 감청 통계가 발표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늘(10/28) 2015년 상반기 통신비밀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하였다. 국가정보원의 감청이 증가한 사실이 눈에 띄며 전반적으로 정보·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른 저인망식 정보제공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논평]

 

정보·수사기관의 편의에 편중된 통신수사

- 사이버사찰금지법 입법하고 감청의무화법 철회해야 

 

1. 카카오톡 감청이 재개된 가운데 올 상반기 감청 통계가 발표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늘(10/28) 2015년 상반기 통신비밀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하였다. 국가정보원의 감청이 증가한 사실이 눈에 띄며 전반적으로 정보·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른 저인망식 정보제공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일자: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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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10/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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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노동 가치’ 복원이 먼저다 (경향신문)

노동이 생활시민의 가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구성될 때 우리 시대 노동의 세계는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광복 70주년의 노동개혁은 노동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방향성을 갖고 노동의 가치를 더욱 보편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노동개혁은 반드시 재벌개혁과 병행되어야 한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32123255…

토, 2015/08/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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