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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의 김석기, 부인 윤석화 명의로 수백억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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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의 김석기, 부인 윤석화 명의로 수백억 자산

익명 (미확인) | 수, 2016/04/20- 16:31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해외 도피 중인 전 중앙종금 대표 김석기 씨가 지난 2013년 뉴스타파의 조세도피처 보도 이후에도 여전히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 투자를 계속해 왔으며 부인인 윤석화 씨 명의로 수백억 원대의 주식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3년 조세도피처 보도 당시 자신은 수입이 없으며 건강 악화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던 김 씨의 해명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김석기 씨가 여전히 국내외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점에 미뤄 검찰 및 국세청의 수배나 조사가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는 지난 2013년 5월 뉴스타파 보도 이후인 8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RNTS MEDIA N.V.라는 해외법인을 통해 국내의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 업체인 빅스타글로벌을 972만 유로(당시 14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RNTS MEDIA N.V.의 지분 33%를 보유한 1대 주주였으며 한국 관련 사업을 직접 총괄했다.

▲ SYSK와 멀티럭 인베스트먼트는 김석기 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만들어 놓은 페이퍼컴퍼니다. 지주회사 RNTS N.V의 대주주이지만 김석기라는 실체는 페이퍼컴퍼니 속에 숨겨져 있다. 멀티럭 인베스트먼트의 등기이사는 부인 윤석화 씨와 자녀 등으로 구성돼 있다.

▲ SYSK와 멀티럭 인베스트먼트는 김석기 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만들어 놓은 페이퍼컴퍼니다. 지주회사 RNTS N.V의 대주주이지만 김석기라는 실체는 페이퍼컴퍼니 속에 숨겨져 있다. 멀티럭 인베스트먼트의 등기이사는 부인 윤석화 씨와 자녀 등으로 구성돼 있다.

RNTS MEDIA N.V.는 지주회사로 법인 사무실은 독일 베를린에 있으며 룩셈부르크 장외시장을 거쳐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법인은 조세 리조트(Tax Resort)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에 설립된 법인으로 직접세와 간접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나온 이 법인의 2015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RNTS MEDIA N.V.의 2대주주는 지분 10.26%를 가지고 있는 SYSK이며 김 씨의 부인인 윤석화 씨의 이름이 함께 등재돼 있다. 현재 한국에서 연기활동을 재개한 배우 윤 씨의 이름이 버젓이 등장한 점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 RNTS MEDIA N.V. 2015년 연차보고서. 김석기 씨의 부인이자 배우인 윤석화 씨가 10.26%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 RNTS MEDIA N.V. 2015년 연차보고서. 김석기 씨의 부인이자 배우인 윤석화 씨가 10.26%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RNTS MEDIA N.V.는 2014년 연차보고서에서 김석기 씨가 SYSK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소유권을 부인인 윤석화 씨에게 양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SYSK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실소유주가 원래 김석기 씨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았다는 김석기 씨의 기존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 RNTS MEDIA N.V. 2014년 연차보고서 32쪽.

▲ RNTS MEDIA N.V. 2014년 연차보고서 32쪽.

현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RNTS MEDIA N.V.의 주식 시세(4월19일 현재가)는 2.3유로다. SYSK의 RNTS 보유 지분 10.26%, 주식 수 1,175만 주의 가치는 약 2천7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50억 원에 이른다.

김석기 씨는 지난 2013년 5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구상했던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이룬 것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음이 이번에 다시 확인 된 것이다. (관련보도1: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 유령회사 6개 설립, 관련보도2:김석기, 수배중 버젓이 사업)

▲ 지난 2013년 5월 조세도피처 보도 당시 김석기 씨의 해명.

▲ 지난 2013년 5월 조세도피처 보도 당시 김석기 씨의 해명.

김 씨는 또 페이퍼 컴퍼니인 SYSK를 통해 대주주 자격으로 RNTS에 지난 2013년 166만 유로, 2014년에 177만 유로를 빌려주고 연리 7%로 이자 수입 24만 유로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자금여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3년 당시 역외탈세 문제를 담당했던 국세청 국제조사과 관계자는 “김석기 씨를 포함해 페이퍼 컴퍼니 관련자들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모두 했다”면서도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조세도피처 보도 이후 연기활동을 중단했다가 한국에서 활동을 재개한 윤석화 씨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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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보수단체,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가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빨간 우의’ 폭행설은 모두 뉴스타파가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미 1년 전에 관련기사(‘빨간 우비’가 폭행해서 중태라니…사람 눈이 맞나?)를 통해 이 주장이 황당한 것임을 검증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같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영상전문가인 한국영상대 영상촬영조명과 구재모 교수에게 동영상 촬영 원본 분석을 의뢰했다.

구 교수는 2배, 5배, 10배 저속 또는 확대와 해상도를 높이는 등의 화질 개선을 통해 프레임 별로 정밀 분석한 결과를 뉴스타파에 보내왔다.

‘빨간 우의’의 오른손은 백 씨 얼굴을 가격했나?

가장 논란이 됐던 것 중의 하나는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오른손으로 백 씨의 얼굴을 가격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영상 분석 결과 구 교수는 이 “남성의 오른손이 얼굴에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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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프레임 별로 분석해보면 넘어지기 직전의 ‘빨간 우의’의 손은 주먹을 쥐지도 않았을 뿐더러 불과 0.6초 만에 백 씨의 머리를 벗어나 땅을 짚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에 ‘빨간 우의’ 남성이 오른손이 백 씨의 사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충격을 가한 뒤 백 씨의 머리 너머로 이동해 땅을 짚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남성의 손이 물대포에 밀려 백 씨의 얼굴 위로 순간적으로 넘어가면서 바로 땅을 짚었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빨간 우의’의 무릎 가격은 얼굴을 향했나?

구재모 교수는 “만약에 이 남자가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했다면 무릎 진행 방향으로 백 씨의 얼굴이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확대한 이미지에서도 이 남성의 무릎은 백 씨의 얼굴이나 턱에 아예 닿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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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의’ 남성의 오른손이나 오른쪽 무릎이 얼굴을 가격했다면 골절 부위는 얼굴의 왼쪽이어야 하지만 실제 백 씨의 골절 부위는 오른쪽 머리라는 것도 이 같은 구 교수의 설명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백 씨의 가슴으로 향한 무릎이 백 씨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영상을 보면 ‘빨간 우의’ 남성이 백 씨 위로 넘어질 당시 이 남성의 양 손과 양 발이 동시에 지면에 닿아 있어 체중이 백 씨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없는 자세임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백 씨의 응급실 기록과 흉부 CT 촬영 결과 가슴 어디에서도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10월13일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 “백 씨가 물대포에 쓰러진 이틀 뒤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국가인권위의 조사에서 코뼈 쪽에는 다친 부위가 없다”고 밝혀 ‘빨간 우의’ 남성의 가격설이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사고 이후 수 분간 백 씨 주변에 머물렀던 ‘빨간 우의’ 남성

뉴스타파가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 원본 전체를 확인한 결과 ‘빨간 우의’ 남성은 사고 직후에도 계속 백 씨의 상태를 지켜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빨간 우의를 입고 검은색 나이키로고가 박힌, 밑바닥이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영상을 보면 백 씨가 후송될 때까지 주변에 수 분간 머물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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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도적으로 가격했다면 주변에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과 경찰의 채증 카메라를 의식해 재빨리 자리를 떠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 남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단체는 ‘빨간 우의’ 남성에 대한 수사를 지난 7일 경찰에 의뢰했다.

담당 종로경찰서는 이 보수단체들이 근거 영상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검토 중일 뿐 수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취재:최기훈,김성수
촬영:김기철
편집:박서영

목, 2016/10/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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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 관련 민사소송에서 법원에 일부 허위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백남기 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인의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지난 5월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살수차 운용지침의 기본절차가 준수됐다”며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도 살수차 운용지침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답변서에서 “이 사건 살수차(충남9호차)가 18시 50분경 안국사거리에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로 도착”했고, “18시 53분경 경고살수를 실시”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충남9호차 CCTV를 보면 이 시간대에 나오는 것은 경고살수가 아니라 분출구에서 약간의 물이 찔끔 뿜어져 나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백남기 농민에 물대포 쏜 충남9호차 ‘경고살수’했다고 허위 답변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를 이용할 때는 먼저 경고방송을 하고, 그 뒤 경고살수를 한 후 본격살수를 해야 한다. 경고살수는 소량으로 분산살수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분산살수는 ‘물줄기가 소낙비 형태로 시위대에게 떨어지도록 좌우로 반복하여 살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경찰이 주장한대로 경고살수가 되려면 물줄기가 소낙비 형태로 시위대에 떨어져야 하는데 영상에서 찔끔 나오는 물은 시위대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충남9호차는 민중총궐기 당시, 원래 현장에 있던 기존 살수차에 연결된 물 공급 호스가 절단되면서 교체 투입된 것이다. 경찰은 기존 살수차가 이미 경고살수를 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주장을 반영하더라도 충남9호차가 경고살수를 한 사실은 없는데도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경고살수를 실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백남기 농민 직사살수가 고작 13초?

경찰은 또 이 재판에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살수가 ‘13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9호차와 광주11호차 CCTV 영상을 확인하면 백남기 농민과 백남기 농민을 구조하려는 시민들을 향해 최소 30초 가량 물대포를 쏘는 사실이 확인된다.

사고 당일 응급실에 인턴만 있어서 백 교수 불렀다?

경찰의 허위 답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백남기 사건을 인식하자마자 서울 혜화경찰서장을 곧바로 서울대 병원으로 보내 서울대 병원장을 설득해 신경외과 전문의로 하여금 신속히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당시 토요일로 신경외과 전문의는 출근을 하지 않았었다”, “당시 주말 야간이어서 응급실에 인턴 밖에 없던 상황에서 서울대 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요청해 서울대 병원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가 급히 서울대 병원으로 와서 백남기의 진료 및 수술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서울대병원에는 뇌출혈 전문인 조원상 신경외과 교수가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11일 국회 교문위 국감에 출석한 백선하 교수도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당시 조원상 교수가 당직 근무를 했다고 답변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당직이면 주말 야간까지도 근무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확인해줬다.

당일 신경외과가 작성한 의무기록에는 “환자의 neurological status(신경학적 상태), brain(뇌) CT 소견 상 호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신경외과적 수술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예후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당직을 서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오병희 서울대 원장은 어쩐 일인지 당시 휴무였던 백선하 교수를 불러 수술을 시킨 것이다.

백남기 농민 쓰러지는 현장 바로 앞 경찰 추정 사람 보여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사고 당일 언론에 보도된 후인 저녁 8시30분에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 “농민이 쓰러진 것을 보고도 방치할 경찰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11호차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이 직사살수에 쓰러져 밀려나고, 시민들이 달려가 백남기 농민을 구조할 때 취재진 뒤쪽에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서 있는 장면이 보인다.

경찰의 거짓말은 최근 국감에서도 드러났다. 민중총궐기 당시 30분 단위로 작성된 상황속보 문건에 대해 경찰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처음에는 “30분 단위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서면 답변했다. 그러나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감에 출석해 “열람하고 파기했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가, 이 자료들이 이미 법원에 제출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원래 열람하고 파기하도록 돼 있는데 당시 경비부서에서 추후 상황에 대비해 보관하고 있다가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이날 의원들에게 15시 25분부터 16시 45분 사이에 작성된 10보와 13보, 20시 30분부터 21시 사이에 작성된 19보와 20보만 제출했다. 제출되지 않은 시간대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은 시각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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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열린 백남기청문회 때부터 경찰이 민중총궐기 당일 살수요원 등을 상대로 직접 조사한 청문감사보고서와 진술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의 거짓말이 이어지고 검찰의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3당은 지난 5일 상설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 조현미 김성수
촬영 정형민 김기철 김남범
편집 윤석민

목, 2016/10/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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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군사반란, 쿠데타 가담자 서훈 취소 촉구
행안위,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훈포장 관련 질타

이한열, 박종철, 문익환, 이소선 등 민주인사들에게 서훈을 수여하고, 나아가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주훈장’을 신설하자는 제안에 정부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인사들에 대한 훈장 수여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의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김주열 열사에게는 건국포장이 수여됐지만 6월항쟁의 상징인 이한열, 박종철은 물론 문익환, 이소선 등 대다수 민주인사들은 서훈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가 공식 지정한 10개 민주화운동 가운데 419 혁명과 관련한 민주화운동에만 서훈이 수여된만큼 나머지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서훈을 수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주 훈장’을 신설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같은 당의 소병훈 의원 역시 산업훈장이나 국민훈장 등과 같이 민주열사를 위한 별도의 훈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민주 인사들의 공적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서훈 여부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항쟁 30주년인 내년까지는 반드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군사반란이나 내란, 쿠데타 가담자들에게 수여된 훈장도 도마에 올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가담자 중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서훈이 취소된 경우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사람들에게 수여된 훈장은 아직까지 유효하다며,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군사반란이나 내란으로 밝혀졌다면 ‘공적이 거짓인 경우’에 해당되는 만큼 서훈이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12.12 직후 군사반란의 주역임을 자처하며 기념 촬영을 한 34명의 군인. 이 중 22명의 102건 훈포장은 아직 유효하다.

▲ 12.12 직후 군사반란의 주역임을 자처하며 기념 촬영을 한 34명의 군인. 이 중 22명의 102건 훈포장은 아직 유효하다.

특히 의원들은 직접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의원은 ‘민주 훈장’ 신설뿐만 아니라 서훈 취소 사유의 불명확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상훈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소병훈 의원도 행자부가 훈포장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언론보도를 토대로 서훈 수여자들에게 직접 연락한 결과 “명예로운 분들은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냐며 전화하지 말라 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훈장 받은 사실이 없다며 연락하지 말라 했다”며 앞으로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서훈제도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행 서훈제도와 관련된 질타가 쏟아졌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정부 포상이 해외 주요국보다 3배~10배 가까이 많다며 서훈의 영예성 문제를 지적했다. 홍 장관은 연간 서훈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퇴직자 서훈이 원인이라며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도 국민중심의 포상을 확대할 시점이라며 퇴직 포상 제도의 개편을 주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과 8월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작을 통해 친일파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반민주 행위자들의 서훈 내역과 민주인사들에게 인색했던 대한민국 서훈의 역사를 보도한 바 있다. 특히 국가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지정한 10개 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유공자들에게 서훈이 수여됐는지 확인한 결과 이승만 독재에 항거한 4개 민주화운동에만 서훈 수여가 국한돼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아직까지 상세한 파악은 못 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취재 연다혜
촬영 최형석, 정형민
편집 최윤원

금, 2016/10/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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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최순실 딸 특혜 의혹에 이화여대 반박 “정씨, 수업2/3참여 특혜학점 아니다”
-작품의상으로 패션쇼 하는 게 수업 핵심…옷도 없고, 패션쇼도 안 했는데 2/3참여?
-출석,시험 증빙서류 ‘경기일정’ 살펴보니 계절학기 수업 기간 경기 단 한 건도 없어

지난 11일 뉴스타파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딸 정 모 씨(체육과학부 2)가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계절학기 해외실습에 유일한 비전공자로 참여해 귀빈대우를 받고, 실제 해외에 가선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2학점을 받아 특혜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또 뉴스타파의 보도에 명백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홍보팀 명의로 정정보도요청서를 보도 다음날(12일) 보내왔다.

정씨가 수업의 2/3이상 참여했으며, 수업일정에 모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정 씨의 경기준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해당과목 교수는 정 씨의 부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특정인을 위한 특혜는 없었다면서 “정정보도 하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뉴스타파는 이에 대해 추가 질의와 함께 이대 측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12일 이대 홍보팀에 보냈다. 이후 이대 측은 지금까지(17일)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 측의 해명과 뉴스타파의 답변을 중심으로 최순실의 딸 정 모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의혹을 지울 수 없는 이유를 정리했다.

▲ 정 씨가 지난 여름방학 계절학기 과목으로 수강한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 중 일부. 수업의 핵심인 패션쇼가 끝난 뒤 사진이다. 이 사진 뿐만 아니라 당시 중국일정에서 천 여장의 사진 속에 정 씨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 정 씨가 지난 여름방학 계절학기 과목으로 수강한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 중 일부. 수업의 핵심인 패션쇼가 끝난 뒤 사진이다. 이 사진 뿐만 아니라 당시 중국일정에서 천 여장의 사진 속에 정 씨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정 씨, 다른 학생들과 동행하지 못할 정도로 빠듯한 일정?

체육과학부 학생은 외국에 체류 중이라 사전, 사후 평가 참여가 어려웠고, 출입국 시 다른 학생들과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학생은 자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담당 교수가 특별한 지원을 해 준 바가 없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사전, 사후 평가에 직접 참석하여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특정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이화여대 보도자료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중

이같은 이대측의 해명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정 씨가 제출한 증빙서류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대측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가 있다고만 말할 뿐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과연 정 씨가 사전, 사후 평가에도 참여하기 어렵고, 중국에서 급하게 한국으로 먼저 귀국해야 할만큼 경기일정이 빠듯한 상황이었는지 알아봤다.

이화여대가 정 씨의 지난 2학년 1학기 출석과 시험 대체 증빙서류로 국회에 제출한 경기일정표를 살펴보면, 2016년 2월부터 9월까지 총 19건의 경기일정이 나와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계절학기 수업 기간, 그러니까 해당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던 6월 30일부터 사후평가가 이뤄진 8월 15일까지 기간에는 정 씨의 경기일정이 없다. 상반기에는 6월 19일이 마지막 경기였고, 하반기는 8월 27일이 첫 경기였다. 사전평가가 있었던 7월에는 단 한 건의 경기도 없었다.

▲ 정 씨의 경기 관련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FEI database 홈페이지

▲ 정 씨의 경기 관련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FEI database 홈페이지

정 씨가 사전평가에 불참하고, 다른 학생들과 비행기를 따로 타고 출국했다가 해외실습 도중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만큼 바쁜 경기일정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정 씨는 해외체류 중이었다는 이유로 다른학생들보다 하루 늦게 중국 구이저우(귀주)에 도착했고, 이틀 빨리 귀국했다.

물론 8월27일 예정된 경기를 위해 사전훈련을 했을 수 있으나, 이는 증빙된 서류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

정 씨의 결석을 입증할 별도의 훈련일지 등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측은 2학년 1학기때도 규정에 맞는 서류를 정씨가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한 바 있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실기우수자 학사관리 내규에 따르면, 대회출전과 공식 훈련으로 인한 수업 결손은 공식 단체가 발급하는 ‘공문서’ 제출로 출석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정 씨는 FEI(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경기일정표만 출력해서 제출했을 뿐, 공문서 형식의 증빙서류는 제출하지 않았다. 정 씨가 학점을 받은 운동생리학 수업에서 담당 교수는 ”시합 출전 기록 외에 훈련에 대한 공문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받아 놓은 훈련증빙자료가 없음”이라고 국회에 답변했다. 이화여대는 계절학기 때에는 제대로된 서류를 받아 학생의 해외체류와 훈련을 인정하고, 출석으로 대체해 준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학년 1학기와 달리 계절학기 때는 공문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했다면, 이대는 의혹 해소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

정 씨 말고 인턴, 아르바이트로 불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대 측은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이유로 평가에 불참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사전, 사후평가에 불참한 정 씨가 학점을 받은 것은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계절학기 과목의 교육과 실습, 평가는 모두 조별로 이뤄졌다. 사후 평가 과제물은 조별 리포트였다. 정 씨는 아예 조별로 활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평가발표 당일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별리포트를 낼 수 있었던 다른 학생들과 정 씨를 비교하기 힘들다.

이대 측은 정 씨가 “교과목 이수를 위한 자료를 제출완료”했다고 했지만, 조별활동을 안 한 정 씨가 어떤 자료를 냈는지, 이 역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강의계획서 상 평가내용을 보면 ‘작품 의상에 대한 컨셉설명’, ‘이미지맵핑 제출’, ‘중국 패션쇼 참가 작품에 대한 제작까지의 사진 및 스케치 작업’ 등이다. 즉 패션쇼 참가를 위해 학생들이 제작한 의상에 대한 리포트가 이 수업의 주요 평가 포인트였다는 것이다. 참가 의상 자체가 없는 정 씨에게 학점을 준 근거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담당교수가 특별한 지원을 해준 게 없다?

이대측은 담당교수가 정 씨에게 특별한 지원을 해준 게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 씨만 특별대우를 해 준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계절학기 과목 수강생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보면, 다른 학생들은 채팅을 통해 서로 조 편성을 논의하고, 작품의상 등의 준비물과, 비행기값, 평가일정 등을 얘기했다. “비행기값이 비싼데 따로 가면 안 되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교수 인솔 책임 때문에 단체로 이동해야 된단 얘기도 나왔다.

정 씨도 이 채팅방에 초대돼 있었다. 하지만 정 씨는 학생대표의 질문이나, 논의과정에서 단 한 번도 답을 하지 않았다. 중간에 학생대표가 ”정 씨는 교수님이 따로 공지한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학생들과 따로 공지를 받은 정 씨는 다른학생들 보다 하루 늦게 비즈니스석 직항을 타고 구이저우에 도착했다. 비행기 값 때문에 따로 항공권을 끊고 싶었던 학생들은 단체로 이동해야한다는 이유로 더 비싼 돈을 주고 단체 일정을 맞췄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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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달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의류산업학과 수강생들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 중 일부

▲ 2달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의류산업학과 수강생들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 중 일부

게다가 정 씨는 혼자 온 것이 아니라 남자 2명과 동행했고, 이대 측은 남자 2명을 포함 정 씨 일행에게 숙박을 제공했다. 숙박은 중국 귀주성에서 국영호텔을 무료로 제공했고, 방배정은 이대측에서 했다. 다른학생들은 2인 1실. 정 씨에겐 1인실이 배정됐다. 경비를 정 씨가 자부담했다고 학교측은 설명했지만, 숙식은 중국쪽에서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항공권은 다른 학생들도 자비로 부담하고 추후 장학금으로 일부 보전받았다. 정 씨는 성적이 장학금 기준에 미달돼 항공비를 보전받지 못했다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또 정 씨를 제외한 학생들은 항공권 비용을 학생대표에게 모두 입금했기 때문에 직접 경비를 낸 내역이 확인되지만, 정 씨는 실제 학교측 주장처럼 비즈니스석을 자비로 부담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정 씨가 수업의 2/3을 참여했다?

이 수업은 그레이드가 아닌 pass(S)/fail(U) 과목으로 거의 수업의 2/3를 참여하여 pass(S)를 주었습니다. 담당 교수 확인 결과, 해당 학생은 중국소수민족 의상 및 문화 체험, 한중문화교류 패션쇼 참관을 하였으며 교과목 이수를 위한 자료를 제출완료 하였습니다. 또한 교과목 수강생이 국제대회, 연수, 훈련, 교육실습 등의 참가에 의한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교과목 담당교수는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며, 이러한 규정은 재학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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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가 수업의 2/3를 참여했다는 이대측의 설명도 쉽게 납득되지가 않는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의상으로 중국에서 패션쇼를 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이 과목은 졸업작품이 있는 의류산업학과 4학년 학생들이 수강생의 대부분이었다. 사전교육(6월30일)과 사전미팅(7월31일)이틀, 중국에서의 해외실습 6일, 실습 이후 사후 평가발표(8월15일) 하루 등 총 9일만 수업에 직접 참여하면 된다. 정씨는 해외실습 이전과 이후 수업에 모두 불참했다.

또 해외실습의 경우에도 정 씨가 중국에 머문 것은 8월4일부터 8월 6일 새벽까지 2박 3일에 불과하다. 수업 참여 일수만 따져봐도 1/3이다. 정 씨는 패션쇼 참가 의상도 없었고 패션쇼 자체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행사사진 어디에도 정 씨는 없다. 오히려 정 씨가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관광을 했다는 증언만 있을 뿐이다. 중국일정에 동행했던 다른 교수도 정 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정 씨가 수업에 참여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인성 담당교수 한 명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류산업학과 학생은 “정 씨를 본 것은 호텔에서 조식먹으러 가는 길에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성들과 있는 것 뿐”이라며 “그 외엔 중국 일정 어디에서도 정 씨를 보지 못했다. 정 씨가 수강생이었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정 씨가 2/3참여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설명해 달라고 이대측에 질의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 했다.

훈련 때문에 수업 참여 어려웠던 정 씨, 굳이 왜 의류학과 수업을 수강했을까?

만약 정말 정 씨가 경기일정으로 수업참여가 어려웠다면, 왜 굳이 해외실습이 있는 이 수업에 수강신청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정 씨가 불참한 사전평가와 사후평가, 현장실습 등의 모든 수업일정은 이미 정 씨가 수강신청을 할 때 볼 수 있었던 강의계획안에 미리 올라와 있었다.

정 씨의 경기일정도 이미 9월까지 미리 나와있었기 때문에,자신의 경기일정 때문에 해외실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면,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강의계획안에 버젓이 수업 일정과 내용이 나왔있는데도 수강신청을 해놓고서, 타과생이라 패션쇼에 서기 어렵고, 경기훈련 등이 있다며 혼자 일찍 귀국한 정 씨에게 학점을 준 것을 특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특혜 의혹의 당사자인 정 씨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현재 자신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당사자가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이화여대는 정 씨와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체육과학부 학생에게 이대측의 해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다 특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수하는 애들 있잖아요. 같이 그런 걸로 들어온 애들은 되게 기분 나빠해요. 왜냐면 자기들은 진짜 경기 나가도 인정안해줄 때가 있는데…진짜로 훈련이 있어도 그걸 인정 안 해줄 때가 많아서 좀 큰 경기거나 그럴 때만 인정해줘서, 다른 학생들은 아침에 와서 수업 듣고 다시 가서 훈련하고 그런 사람들도 많아요. 체육과학부 학생

이대측의 해명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관련 자료 제출과 해당 교수에 대한 사실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경희 이대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조사하려 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교문위 유은혜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이화여대가 학칙을 개정하고 부칙조항(국제대회 경기나 훈련 등의 서류를 증빙하면 출석 인정)까지 만들어서 소급적용하도록 한 것이 지금은 다 특정학생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하는데, 계속 다른 학과에서도 이 학생에게 특혜를 제공한게 드러나고있다. 그러면 이거는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이대가 제출한 자료로는 의혹을 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감 이후 상임위를 통해서라도 의혹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오늘(17일) 교수 및 교직원, 학생들을 상대로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의혹해소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반해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최순실 씨의 딸 정 모씨의 대학 입학 특혜 의혹과 성적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오는 19일 오후 학교 본관 앞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 교수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행동에 직접 나서는 것은 1886년 개교 이후 처음이다.


취재:홍여진

월, 2016/10/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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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윤전추(36) 청와대 행정관이 호텔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일하던 시절,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해당 헬스클럽 VIP 고객이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윤 씨는 2013년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헬스클럽에서 VIP 전담 트레이너로 일했는데, 최 씨가 이 헬스클럽의 VIP 회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 3급 행정관(부이사관)인 윤 씨는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를 통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두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가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

최순실(왼쪽)과 윤전추(오른쪽. MBN 방송화면 캡쳐)

▲ 최순실(왼쪽)과 윤전추(오른쪽. MBN 방송화면 캡쳐)

최순실, 지인을 대통령 비서로 보냈나?

그 동안 윤 씨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일었다. 30대 헬스 트레이너에 불과한 윤 씨가 청와대 고위직 행정관이 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 지난 9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윤 씨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조 의원은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우병우 민정수석의 발탁이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질의했다. 그러나 황교안 국무총리와 청와대는 “전혀 모르는 얘기. 언급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 씨와 윤전추 행정관이 VIP 고객과 트레이너의 관계였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트레이너 윤 씨의 청와대 고위직 행정관 입성에 대통령의 측근인 최 씨가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는 대통령 지인이 청와대 인사에 간여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윤전추 근무 헬스클럽 VIP 명단에 ‘56년생 최순실’

뉴스타파는 윤 씨가 VIP 전담 트레이너로 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헬스클럽 VIP 회원 명부에서 최순실 씨의 이름을 확인했다. 회원이 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56년생 최순실’씨가 현재까지 회원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헬스클럽 관계자의 설명.

윤전추 씨가 근무할 당시 최순실 씨가 VIP회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한 것은 확인된다. 헬스클럽의 VIP회원권은 한 때 7~8억원에 거래됐고, 현재는 3~4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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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트레이너 출신이지만, 청와대 입성 이후 윤 씨의 역할은 단순한 트레이너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하는 개인 비서로 활동했다. 2014년 윤 씨와 관련된 논란이 처음 일었을 당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윤 씨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전추 행정관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홍보와 민원 업무도 맡고 있다, 여성 비서로 보면 될 것 같다.

윤 씨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여러 차례 따라 가는 등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용 당시 윤 씨가 속했던 청와대 제2부속실 책임자는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안봉근(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씨였다.

한편, 뉴스타파는 취재과정에서 윤 행정관 외에도 또 한 명의 인터콘티넨탈호텔 출신 남성 트레이너 이 모 씨가 윤 씨와 같은 시기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30대 중반으로 알려진 이 씨는 윤 씨와 함께 이 호텔에서 VIP 고객을 전담해 왔다. 2013년 5급 행정관으로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이 씨는 현재 4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가 현재 청와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취재 : 강민수

목, 2016/10/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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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딸 정 모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의류산업학과 이인성 교수가 지난 17일 이화여대가 정 씨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개최한 비공개 구성원 간담회에서 뉴스타파에 해명한 내용과 전혀 다른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패션쇼 실습을 하는 것이 핵심인 수업에서 정 씨가 패션쇼에 불참했는데도 학점을 준 이유에 대해 뉴스타파에는 “타과생인 정 씨가 졸업패션쇼 위주의 수업을 어려워해 피팅하고 참관하는 것으로 대체를 허용했다”고 설명했으나, 구성원 간담회에선 “정 씨가 쓰러질 정도로 아파서 수업에 참여를 못 했다”고 해명한 것이다. 어느 해명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둘 중 한 곳에는 거짓말을 한 셈이어서 “특혜는 없었다”는 이대측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아파서 수업에 불참? 뉴스타파엔 “타과생이라 어려움을 호소해 배려”

지난 17일 이화여대가 정 씨 관련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정 씨에게 학점특혜를 준 것으로 지목된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 모 씨가 패션쇼 무대에 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 씨가 아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패션쇼)장소로 갔더니 학생(정 씨)이 쓰러질 정도로 아프다고 해서..다른 학생들도 아프다, 가야된다고 하면 배려해주듯이 (배려했다)이인성 교수의 10월 17일 이화여대 구성원 비공개 간담회 답변 중

정 씨가 패션쇼 당일 많이 아팠기때문에 패션쇼 무대에 서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인성 교수는 앞서 뉴스타파와의 서면 질의응답에선 다르게 말했다.

체육과학부 학생은 타과생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졸업패션쇼 학생들 위주의 워킹연습 등을 어려워하여 소수민족 의상을 관찰하고 피팅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패션쇼는 패션쇼 준비, 진행과정 및 본 쇼 참관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허용했습니다.

뉴스타파에 보낸 10월 7일 서면답변서 내용 중

이인성 교수는 물론 이화여대 홍보팀도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에서 “(정 씨)가 전 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소수민족 의상 및 문화 체험, 한중문화교류 패션쇼 피팅, 패션쇼 리허설 및 본 쇼를 참관하였으며 교과목 이수를 위한 자료를 제출 완료 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가 아파서 중국 일정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

학교 구성원과 뉴스타파측에 한 해명이 왜 서로 다른지 묻기 위해 이인성 교수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학교에도 찾아가 봤지만 만날 수 없었다. 19, 20일은 수업에도 나오지 않았다. 보직을 맡고 있는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평생교육원 관계자는 “이 교수가 지난 목요일부터 평생교육원장실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홍보팀에도 어떤 해명이 정확한 것인지 물었다. 진용주 이화여대 홍보부처장은 “이인성 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홍보팀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당시 홍보팀 답변은 이인성 교수의 말을 듣고 내보낸 것”이라며 “현재는 최경희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로 정신이 없다. 최 총장도 이인성 교수도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의류산업학과 강의실 복도에 붙어있는 게시물. 학생들은 이인성 교수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 의류산업학과 강의실 복도에 붙어있는 게시물. 학생들은 이인성 교수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일정 동행 안 했다”던 의류산업학과 교수 “얽히기 싫어서 그랬다” 거짓말 시인

이인성 교수의 해명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된 계절학기 수업 ‘글로벌 융합 및 디자인연구’에 이인성 교수와 동행했던 이화여대 손 모 교수는 의류산업학과의 학점특혜 의혹이 제기되기 이전인 지난 10월 6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가긴 했지만, 다른 일정으로 갔으며 학생들과 동행하지 않았다. 중국 일정에 참여한 학생들 중 체육과학부 학생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계절학기 수업 당시 촬영된 사진들에는 손 모 교수가 여러차례 등장한다. 학생들이 나눈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학생들이 수시로 손 모 교수에게 보고하고 상의하고, 답변을 들었던 내용들이 나온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19일 다시 손 모 교수를 만나 정말로 중국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손 교수는 “사실 중국 일정에 동행한 건 맞다”며 “당시에는 이 일에 얽히기가 싫어서 말실수를 했다”고 사실상 거짓말을 시인했다. 정 씨의 동행 여부에 대해서도 “체육특기생이 한 명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게 정 씨인 줄은 정말 몰랐다. 자세한 건 이인성 교수가 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선 왜 체육특기생 동행 사실도 모른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 번 대답을 하면 기자들이 계속 연락을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답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처음 손 모 교수에게 연락을 했을 때는 의류산업학과의 학점 특혜 의혹이 제기되지도 않고, 관련 뉴스도 보도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이 일에 얽히기 싫어서”, ”계속되는 기자들의 연락을 우려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거짓말로 답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손 모 교수는 이인성 교수의 제자로, 현재 의류산업학과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 이인성 교수는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평생교육원장실에도 연구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교수 연구실에는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붙여놓은 게시물이 가득하다.

▲ 이인성 교수는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평생교육원장실에도 연구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교수 연구실에는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붙여놓은 게시물이 가득하다.

체육과학부 승마특기생인 정 씨는 의류산업학과 전공수업에서 7학점을 취득했다. 제대로 출석하지 않고 받은 학점이다. 공교롭게도 정 씨가 학점을 취득한 과목은 이인성 교수와 이 교수의 제자가 담당 교수로 있는 수업이었다. 이인성 교수는 최경희 총장과 예전부터 친구였던 사이로 알려졌다.

최 총장과 이인성 교수 모두 정 씨 관련 특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류산업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 140명 일동은 대자보를 통해 “다른 학생들은 졸업 패션쇼 때문에 알바를 하기도 했고,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의류학과 학생들에겐 시키는 것 조금만 마음에 안 들게 해와도 온갖 막말을 퍼붓고 협박을 다하더니 권력자의 딸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정당한 학점 이수라고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며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피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제기된 의혹들에 타당하게 답하고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목, 2016/10/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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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제보 메일 “삼성전자 구매팀 현직 직원입니다”

몇주 전, 늦은 밤 뉴스타파에 제보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삼성전자 구매팀 현직 직원입니다.

그는 약간 두려워하는 듯한, 그러나 분노가 느껴지는 어투로 담담히 메일을 시작했다.

올 초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하여 무리한 실적 압박, 단가 인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직이라 신분 노출이 매우 두렵습니다만, 관련하여 제보를 할 수 있을까 하여 메일 보냅니다.

이 메일을 시작으로, 기자와 제보자 사이에는 수십 통의 메일이 오갔다. 그가 털어놓는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쥐어짜기’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삼성전자, ‘태정 사건’ 이후에도 하청업체 쥐어짜기 계속

그가 말한 ‘올 초 뉴스타파 보도’란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하청업체인 태정산업의 폭로에서 비롯된 일련의 보도를 뜻한다. 당시 태정산업 측은 삼성이 협력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수백억 원의 단가 인하를 강요했으며 그 밖에도 여러 ‘갑질’을 해왔다고 폭로했다(삼성전자 협성회 긴급 모임 “각사별로 협조하실 금액은…”). 당시 뉴스타파는 삼성전자 측에 입장을 물었고,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불법적인 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하청업체에 대한 불법적인 단가 인하는 계속됐다고 한다. 태정 사건 이후 어떠한 변화도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보자는, “준법 교육만 강화되었다”라고 대답했다. 취재진이 제보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제보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불법임을 분명히 인지하였을 텐데도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는 경영진의 행태와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돈이 모자란다고 자판기 누르듯, 양아치가 삥뜯듯 협력사 갈취를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야 하는 제 업무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습니다.

1년 동안 하청업체 몫 3천억 원 빼앗아가

제보자는 뉴스타파에 삼성전자의 내부 업무 이메일을 제공했다. 이 이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 구매부문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상생협의’를 통해 9천억 원을 ‘절감’했다. 그러나 이마저 목표치에 부족하다며 직원들에게 단가 인하를 더 하라고 독려하고 있었다. 제보자는 이에 대해 “‘상생협의’라는 단어는 원가 절감(단가 인하)이 불법이기 때문에 만든 용어”라고 했다.

다만 9천억 원 전체를 다 하청 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로 절감한 것은 아니고, 그 가운데 3천억 원 정도가 실제로 하청 업체에 대한 원가 인하를 통해 ‘절감’한 액수라고 덧붙였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 이메일 원본 가운데 개인 정보를 빼고 그래픽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 이메일 원본 가운데 개인 정보를 빼고 그래픽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즉 원청업체인 삼성전자가 하청업체들에게 돌아갈 몫 3천억 원을 빼앗아 자신들의 이익을 높였다는 말이다.이 3천억 원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하청업체의 기술 개발 투자와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쓰였다면, 해당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은 조금 더 강해졌을 것이고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삶의 질 역시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구매팀 직원들에게 사실상 범죄 강요…증거 은폐 지시까지

그렇다면 대체 어떤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납품 단가를 강제로 인하한 것일까? 현행 공정거래법상 합법적인 단가 인하는 세가지,1)하위 자재 변경 2)원자재가 인하 3) 업체 제안이다. 이 중에 1)과 2)는 외부 환경 요인이어서 삼성전자가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힘들다. 결국 멀쩡한 납품 단가를 내리려면 세 번째 방법, 즉 업체 제안 뿐인데, 제보자는 “어느 미친 업체가 먼저 납품 단가를 인하하겠다고 제안하겠습니까”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그래서 ‘갑’의 위세를 이용해 삼성전자 구매팀 직원들은 업체의 제안서를 ‘위조’한다고 한다. 마치 업체가 먼저 단가 인하를 제안한 것처럼 말이다. 어떤 업체는 순순히 협조해서 눈치만 주면 스스로 제안서를 내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가 더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 쪽에서 먼저 제안서를 만들어 업체 쪽에 도장을 찍으라고 들이민다는 얘기다. 이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저와 동료들이 공정거래법을 찾아보니 징역 6개월 이상 짜리를 많이 했더군요.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구매팀 직원들은 대체 왜 스스로 불법을 무릅쓰면서까지 납품 단가 인하를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실적 때문이다. 해마다 구매 부문에서 달성해야 할 ‘원가 절감’ 목표액이 있고, 이것을 부서별로, 또 개인별로 할당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목표가 너무나 과다하다는 것.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불법을 저지를 수 밖에 없을 만큼 과다한 목표라는 것이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주면서 동시에 회사는 불법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긴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회사는 수시로 준법 교육을 실시하고 법을 어기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한다. 지독한 자가당착이다. 회사 역시 스스로 자신의 행위들이 불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수시로 불법의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제보자가 보낸 또 다른 삼성 내부 자료에는 조직적인 자료 은폐 정황도 담겨 있었다. 이 메일에는 이른바 ‘준법리스크’가 예상되는 문서는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 특히 기술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영구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PC 문서 점검 10대 실천 행동강령” 이라는 문서는 더 구체적이다. 단가 인하 요구, 기술자료 요구 등 법적 위험이 있는 메일은 발신 취소 후 삭제하라, 퇴근 전 반드시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7번 이상 가동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협력사 자료 중 기술 자료 제공 요청서 및 승낙서가 없는 자료는 보관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은 삼성전자가 합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내는 게 일상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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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철저한 은폐 덕분인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나와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제보자의 말이다.

사실 여러 번 공정위가 나왔지만 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수박 겉만 핥고 갔습니다. 어느 점이 포인트인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쪽 자료와 업체 쪽 자료를 비교해서 봐야 하는데 그 부분을 안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불법인지 모르고 시켰냐, 그걸 물어보고 싶어요.”

취재진은 제보자가 왜 이 시점에 제보를 했는지 물었다. 제보자는 국정감사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구매담당 김용회 부사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보자는 국정감사에서 불법적인 납품 단가 인하 요구에 대한 책임이 엄중히 추궁되고, 그 결과 자신과 동료들을 불법으로 내모는 관행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회 부사장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보자는 이렇게 답했다.

삼성에서 하는 모든 단가 인하가 불법이 아니라고 확신하시냐, 당신이 불법인지 알면서도 시킨 거 아니냐, 그게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그러나 그의 바람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증인으로 출석이 예정됐던 삼성전자의 김용회 부사장이 국정감사를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2편 보기)


취재 : 심인보, 정재원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목, 2016/10/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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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의 수상한 해외자금거래,<br /> 검찰과 국세청은 시급히 진상조사에 나서야</h1> <h2>역외 페이퍼컴퍼니 계좌 통한 자금 입금, 전형적 돈세탁의 모습<br /> 전 삼성전자 임원 등 자필 서명 부인하나 서명대로 거래 이뤄져<br /> 횡령·배임, 범죄수익은닉, 해외계좌신고의무 위반 등 중대범죄 의심돼</h2>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어제(3/5) 언론보도(<a href="https://newstapa.org/44078&quot; rel="nofollow">https://newstapa.org/44078</a&gt;)에 따르면, 2005~2010년 사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 파나마, 벨리즈, 영국 등에 설립된 유령회사들이 돈세탁 거점으로 유명한 리투아니아의 유키오 은행 계좌를 통해 9천 300만 달러를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Samsung Electronics Overseas B.V., 이하 “SEO”)의 씨티은행 런던지점 계좌로 송금하였다. 언론에 따르면, SEO에 이 금액을 입금한 애스터홀 인베스트 리미티드(Asterhol Invest Limited), 머저 비즈니스(Merger Business LLP) 등은 직간접적으로 국제 범죄에 연루된 전형적 페이퍼컴퍼니이다. 특히 <u><strong>SEO가 머저 비즈니스에 청구한 물품대금명세서에서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민규  전 SEO 법인장의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발견</strong></u>되었으나 윤종용 전 부회장과 이민규 전 법인장은 자필 서명 여부를 사실상 부인하거나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말에 의하면 이 서류의 위조 여부가 불분명함에도 <u><strong>실제로는 청구서 내역대로 입금 등 자금거래가 이뤄졌음</strong></u>이 언론에 의해 확인되었다. 또한, 임팔라 트랜스 리미티드(Impala Trans Limited)는 330만 달러를 53건에 걸쳐 KEB하나은행 서현역 지점의 삼성계좌로 입금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이러한 <u><strong>삼성전자 해외 법인 등의 수상한 역외 거래 내역에 대해 검찰 및 국세청 등 유관기관의 조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strong></u>한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언론 보도대로 SEO 등이 각종 페이퍼컴퍼니의 역외 계좌를 통해 1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받았다면, 먼저 이 <u><strong>자금의 출처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strong></u> 한다. 만약 ▲삼성전자 법인 등에 대한 횡령·배임의 결과로 이 자금이 조성되었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제1항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으며, ▲국내 재산을 불법적으로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했다면  동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세금 포탈 및 자금의 불법적 출처 및 그 위법한 사용을 은닉하기 위한 용도로 자금세탁이 이뤄졌다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것이며, ▲해외금융계좌를 은닉하여 그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4조(해외금융계좌의 신고) 등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이는 언론을 통해 제기된 SEO 및 그에 연루된 이들의 범죄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으며 검찰 등의 철저한 수사 및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불투명한 자금거래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에 제기된 <u><strong>SEO의 ‘수상한’ 해외 계좌 자금의 출처 및 사용처, 이 자금을 조성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수사기관 등의 명명백백한 진상조사</strong></u>를 요구하며, <u><strong>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거래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을 촉구</strong></u>해나갈 것임을 밝혀 둔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20px;"><strong><a href="https://docs.google.com/document/d/1s0QUJnZ_MkB9TNoYtX5Gw_GCsPGsYFRWcQf…; rel="nofollow"><span style="color:#6699cc;">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span></a></strong></span></p></div>
수, 2019/03/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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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S6. 언론들은 S6를 ‘이재용폰’이라고 이름붙였고, 삼성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갤럭시 S6는 잘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판매된 갤럭시 S6는 5천만 대에서 6천만 대 수준으로, 목표였던 7천만 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자 ‘이재용 폰’이라는 말은 사라졌고, 언론은 전문 경영인이었던 신종균 삼성전자 인터넷 모바일 부문장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결국, 연말 인사에서 겸직하던 모바일 사업부 사장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책임을 떠안았다.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7 역시 잘 나갈 때는 ‘이재용 폰’이었다. 홍채 인식, 고속 충전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노트7이 출시되자 언론들은 또다시 이재용 찬가를 불렀다.

▲ 갤럭시 노트7 출시 이후, 언론들의 관련 보도 헤드라인

▲ 갤럭시 노트7 출시 이후, 언론들의 관련 보도 헤드라인

하지만 갑자기 세계 각국에서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일부 제조사의 배터리가 원인이라며 발빠르게 리콜을 선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반전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대다수 언론은 다시 이재용의 ‘통큰 결단’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콜로 교환된 갤럭시 노트7이 또 폭발하고, 삼성은 결국 이 제품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만다. ’이재용 실용 리더십’의 첫 결실이라던 갤럭시 노트7은 결국 삼성 스마트폰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번 일로 삼성이 입게 될 손실은 무려 7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언론은 이재용 책임론 대신,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 조선일보 2016년 10월 13일자

▲ 조선일보 2016년 10월 13일자

취재진은 최근 삼성의 위기의 원인에 관해 박상인 서울대 교수(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를 인터뷰했다.

그는 “눈에 띄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도한 목표 설정과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직 내의 의사소통 구조”를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특히 극심한 경쟁 상황에서 발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IT업계의 특성 상 삼성전자가 지금같은 일방적 상명하복의 불통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급격히 쇠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 삼성이 처한 불통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삼성의 황제식 경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 박상인 서울대 교수

▲ 박상인 서울대 교수

기자 :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인해 삼성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이번 사태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

박상인 교수(이하 박) :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맞춰서 업적이 좀 필요하잖아요. 지금까지 뚜렷하게 업적을 보여준 것이 없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더 혁신적인 것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이 훨씬 컸을 것이고 그런 압력이 크면 클수록 CEO부터 중간관리자, 기술자까지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요. ‘노’라고 하기가 힘든 거죠. 못하겠다고 하면 무능해보이고 잘릴 수 있는데 일단은 해야하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봅니다.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 선상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외국에서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게 정상일까?

박 : 이 정도 문제가 벌어졌다면 당연히 어떤 의사 결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겠죠. 진상조사를 해서 거기서 실무적인 잘못을 한 사람들은 책임을 질겁니다. 이에 더해서, 손실이 이 정도로 커졌으면 이사회나 주주 총회에서 현 경영진들도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절차들이 외국 기업에서는 당연히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자 : 이른바 삼성의 ‘황제 경영’이 이번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봐야 할까?

박 : 황제 경영이라는 게 그런 거죠. 옛날에 황제가 그렇잖아요. 잘되면 다 황제 덕이고 못되면 다 신하 탓이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거예요. 게다가 신하들은 황제가 무리한 걸 이야기해도 거기에 대해서 무리하다는 말을 잘 못해요. 그리고 황제는 무리한 명령을 쉽게 내리게 돼요. 왜? 책임을 안 지니까. 안 되면 밑에 책임지고 나가라고 하면 되니까. 그게 의사소통의 문제가 더 악화되는 이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문제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황제’가 형식적으로는 결정 라인에 없으니 법적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기자 : 향후 전망은?

박 : 일단은 갤럭시 노트7 자체에서 지금까지 판매하고 보상하는 비용, 그 다음에 향후 예상됐던 판매가 안 되서 생기는 비용, 이것들을 합하면 7조 원 정도가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건 삼성전자만 두고 하는 추정치에요. 밑에 하청업체들이 갤럭시 노트7 때문에 이미 투자해 놓은 비용에서 오는 손해까지 합하면 훨씬 더 큰 액수가 될 겁니다.

그 다음에 더 큰 이슈는 소비자 신뢰의 상실에 관한 겁니다. 그리고 소비자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되찾으려는 삼성전자의 조급함, 이런 것들이 앞으로 삼성전자에 더 큰 도전이 될 거라고 봅니다. 후속 갤럭시 에스8이 어떤 시점에 어떤 사양을 가지고 등장하고, 그게 결함이 없을 것인지,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걸 봐야한다는 거죠. 앞으로 향후 한 1년 정도 지켜봐야하는데,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삼성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이재용 씨는 그 비대한 조직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상태에서 삼성을 승계받고 있다. 정부, 국회, 주류 언론 어디도 지금으로선 삼성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리콜과 생산 중단 사태는 그동안 감시와 견제 없이 성장해온 삼성과 그 지배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대한 신호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주 목요일(10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직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언론은 또 어떤 구실로든 이재용 찬가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 정재원
촬영 : 김수영
편집 : 정지성

목, 2016/10/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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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측근 관련 의혹 ‘미르-플레이그라운드’와 판박이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이하 ‘K스포츠재단’)가 법인 이사의 제자 명의로 설립된 신생 스포츠이벤트 업체에 대형 국제회의 용역을 맡긴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회사의 소유 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어 K스포츠재단 관련 이권을 따내기 위해 급조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측근이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던 미르재단의 협력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이하 플레이그라운드)와 판박이다.

첫 국제학술행사에 신생 대행업체 선택한 K스포츠

이 스포츠이벤트 업체 이름은 ‘(주)더스포츠엠'(이하 ‘SPM’). 지난 6월 말 K스포츠재단이 주최한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의 행사 대행 용역을 수주했다. 이 컨퍼런스는 재단이 설립 초기부터 준비한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K스포츠재단이 단독 주최하는 첫번째 국제 학술 행사로, 사실상 출범 총회의 성격을 지녔다.

▲ K스포츠재단이 주최한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출처 :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SNS)

▲ K스포츠재단이 주최한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출처 :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SNS)

하지만 이 행사를 대행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은 허술했다. SPM이 설립된 건 지난 3월 초, 컨퍼런스 용역을 수주하기 불과 3개월 전이다. 자본금은 1000만 원, 계약 당시 등기이사는 30대 중반인 한 모 씨 1명이었다. 행사 대행과 관련된 포트폴리오도 전무했다. 현재 SPM의 홈페이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융성위원회,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이 이 회사의 파트너라고 되어 있지만, 취재진의 확인 결과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SPM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K스포츠재단, 행사 비용 부풀렸나?

변변한 실적이 없는 SPM은 어떻게 K스포츠재단의 첫 국제행사 용역을 따냈을까.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SPM의 전 대표 한 모 씨를 만났다. 그는 “단 2장의 견적서를 제출해 이 사업을 낙찰 받았다”고 말했다.

입찰 공고를 보고 스포츠 관련 행사이기에 견적서를 작성해 보냈습니다. 낙찰 받기 위해 한 것은 이 견적서 2장을 보낸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반적인 학회 수준의 행사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SPM 전 대표 한모씨

한 씨에 따르면, 당초 SPM이 제출한 견적은 7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5000만 원 정도로 삭감됐다. 당시 계약을 담당한 사람은 K스포츠재단 직원 박 모 씨였다. 그는 최순실, 정유라(정유연으로 개명) 모녀의 독일 생활을 적극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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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M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턴키 방식으로 용역을 따냈다. 컨퍼런스 장소 섭외부터 해외 강연자의 항공료와 숙박비, 초대장과 행사 소책자 제작, 행사 진행인력 고용 등 컨퍼런스 관련 비용 일체를 책임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K스포츠재단의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이 이 컨퍼런스와 관련해 지출한 비용은 총 9000만 원이다. K스포츠재단이 SPM에 지급하고 남은 4000만 원 가량의 사업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급조, 의문의 소유주, 검증없는 파트너…’미르재단-플레이그라운드’와 판박이

신생 업체인데다 국제대회 용역 사업 실적이 전혀 없는 SPM이 어떻게 K스포츠재단의 대형 국제행사 용역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을까. SPM의 전 대표인 한 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지인의 소개를 통해 입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기 때문에 대표를 맡았을 뿐, 회사의 설립 경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표인 자신조차 회사의 주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그는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른다고 주장했다.

후배의 소개로 SPM에 가게 됐어요. 말이 대표지 그냥 나이 순으로 대표, 부장, 과장 이런 식으로 직급을 나눈 것이나 다름없어요. 따로 주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업에 간여한 적도 없고, 누가 실소유주인지 궁금해 한 적도 없어요. SPM 대표 한모씨

겉으로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그 누구인가가 K스포츠재단의 이권을 따내는 창구로 이 회사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베일에 싸인 소유 구조는 미르재단의 사업 파트너였던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표면상 이 업체의 대표는 김홍탁 씨이지만 실제 이 회사의 소유주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회사 설립 직후 별다른 검증 절차도 없이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설립 6개월만에 정부가 발주한 국제행사 용역을 연이어 따내 특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 업체는 미르 재단과의 파트너십을 근거로 국가보조금를 신청했고, 정부는 이에 대한 검증없이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배경에는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차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K스포츠재단 이사가 SPM 직원들의 지도교수

SPM과 K스포츠재단 사이에는 인적 연결고리도 발견된다. SPM의 임직원은 대표 한 씨를 포함해 3~4명 가량이었다. 그런데 취재 결과 SPM 직원 중 최소 2명은 K스포츠재단의 등기이사인 이철원 연세대 교수(레저스포츠학)의 제자로 확인됐다. SPM의 전 대표인 한 씨도 이 교수의 제자다.

취재진은 SPM 설립 과정에 간여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이 교수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 SPM은 현재 사업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간판을 철거한 삼성동 SPM 사무실

▲ SPM은 현재 사업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간판을 철거한 삼성동 SPM 사무실

K스포츠재단의 사업 일정에 따라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SPM은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나오기 시작하자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SPM의 사무실은 이미 간판을 내린 상태였다. 운영 중이던 SPM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도 지난 일주일 사이 모두 폐쇄됐다.

컨퍼런스 이후 별다른 사업 방향을 찾지 못해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남은 직원들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분위기다.SPM 직원 A씨

금, 2016/10/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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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지난 13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관심 속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들의 찬사와 관람객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영화 평점은 10월20일 기준 9.58점으로 전체 영화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월20일 기준 각 영화 관련 사이트 <자백> 평점. CGV는 100% 만점

10월20일 기준 각 영화 관련 사이트 <자백> 평점. CGV는 100% 만점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뭘까 깊이 생각할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강솔 / 용인시 마북동

<자백>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스토리펀딩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열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영화 마지막에 자백을 응원한 수많은 시민들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희망을 본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조금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작은 거라도 하나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다 영화에 후원해 주셔서 국민들이 같이 만든 거잖아요.이승희 / 강남구 수서동

개봉 이후 최승호 감독은 사회 각계 인사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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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이외수 작가와 표창원 의원은 <자백>을 어떻게 봤는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금, 2016/10/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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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 고급 카페 운영업체 등기 이사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영상촬영 업무를 한 사람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또 이 인물이 대표로 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콘텐츠 회사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창조경제 분야에서 모범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순실 소유 카페 등기이사, 2012년 박근혜 캠프 촬영 업무 맡아

▲ 마해왕 고든미디어 대표가 지난 3월 열린,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VR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마해왕 고든미디어 대표가 지난 3월 열린,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VR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측근, 대기업 관계자들과 잦은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 이 카페를 지난 8월까지 운영했던 업체(존앤룩씨앤씨)의 법인등기부 등본에는 등기이사에 마해왕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마 씨는 VR 콘텐츠 업체인 고든미디어의 대표로, 한국 VR콘텐츠협회장도 맡고 있다.

그런데 마 씨가 운영하고 있는 고든미디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박근혜 캠프는 촬영 지원 명목으로 고든미디어에 1548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온다. 이 업체는 박근혜 후보의 선거 유세와 홍보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마 씨와 마 씨 회사는 급부상했다. VR 산업이 박근혜 정부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의 중점 분야로 선정되면서다. 지난 10월 7일, 정부는 2020년까지 VR 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 부문과 함께 4050억 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마 씨는 박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마씨는 박 대통령에게 VR 기기를 시연했다. 당시 마씨와 박 대통령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역사 교육을 가상 현실로 구현해서 학교 현장에서 시청각 교재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마해왕 고든미디어 대표
역사 시간이 제일 인기가 있겠다.박근혜 대통령

마 씨의 회사는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랑스에서 주최한 ‘케이콘(K-CON) 2016 프랑스’에서 프랑스 기업과 VR 콘텐츠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마씨와 대통령이 주고받은 ‘역사 VR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예산 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총 사업비는 60억원(공공부문 VR 제작)이다.

차은택 벤처단지 입주, 청와대 프로젝트 참여… 승승장구 이유는?

마씨 소유인 고든미디어는 이 외에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업체 소개자료에는 대통령 홍보관인 청와대 사랑채에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시공했다는 이력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내용도 소개돼 있다.

고든미디어는 서울 광화문의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해 있다. 이 단지는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본부장을 지낸 문화창조융합센터가 기획한 공간이다. 임대료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기 곳이어서 입주 당시 경쟁률이 13:1에 달했다.

뉴스타파는 마 씨를 찾아가 최순실씨,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물었다. 하지만 마 씨는 화만 낼 뿐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제가 지금 몇 년을 공을 들여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정말 건들지 마세요. 폭발 직전이니까.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정부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었다. 최순실 관련 카페의 운영사인 존앤룩씨앤씨. 이 회사의 실무 책임자인 엄 모 씨는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간여하고 있는 광고 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의 관리부 직원으로 확인됐다. 2015년 10월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는 대기업 광고를 쓸어 담으며 2016년 상반기에만 16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국 순방 당시 사물놀이, 태권도 등 행사 연출을 따내기도 했다.


취재: 강민수 김강민
촬영: 최형석
편집: 윤석민

목, 2016/10/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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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왜 저희에게 물어보세요. 저희는 낸 돈이 적어서 그런지 관심갖는 언론이 없던데…A사 홍보팀

안그래도 회장님 문제로 한동안 고생했는데 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B사 홍보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홍보팀은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여론의 화살이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있지만 언제든 다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출연 경위를 묻는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홍보실은 즉답을 피했다. 이틀이 지나서야 받은 공식 답변은 대부분 뻔한 내용. 사전에 전경련의 요청이 있었고, 재단의 취지에 공감해 출연금을 내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경제개혁연대는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23개 기업 이사회에 출연 이유와 결정 과정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전경련만 앞세우는 기업들의 해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미 한 달이 지났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준 기업은 드물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두 재단에 대한 기부는 단순 사회적 활동이 아니라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 문제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책임있는 자세로 출연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들이 몸을 사렸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최순실 게이트 문제를 집중 제기했던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자료 협조를 했다”며 “‘정부의 문제이니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기업 쪽에 불똥이 튀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엄포가 잘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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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곳은 전경련 뿐이다. 전경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오히려 의혹의 시선이 각 기업들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은 두 재단 관련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경련에 떠넘기고, 전경련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일체의 언론 취재에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한 재계의 속마음이 공식석상에 흘러나온 것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발언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 원을 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져 물었더니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 이미 450억 원에서 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굴러가는 것 같아요.

불러주지 않아도, 물어보지 않아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기업 총수들과 두 차례 만났다. 2월에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을, 7월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7월 간담회에서 총수들과 3시간에 걸쳐 비공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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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의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던 기업 대부분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 이 점을 두고 총수들과의 청와대 오찬이 두 재단 설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이한 대목은 이 오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실제 출연금을 낸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미르재단에 6억 원을 출연한 대림산업이다.

박근혜 정부와 대림산업의 공교로운 인연은 여러 차례 발견된다. 지난 9월 미르재단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며 배선용 대림산업 상무를 새 이사로 선임했다. 배 상무는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이력이 없는 홍보담당자로 알려졌다. 뿐만아니라 이사장직을 맡았던 김의준 전 롯데홀 대표 역시 10년 가까이 대림산업에 근무한 ‘대림맨’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4명의 신임 이사 가운데 2명이 대림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미르재단 뿐만아니라 다른 ‘대통령 맞춤’ 사업에서도 이름이 등장한다. 지난 7월 이병준 대림산업 회장은 2000억 원 상당의 대림산업 관련 주식을 신생재단인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에 기부했다. 이 재단의 이사장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로 박 대통령의 멘토그룹 ‘7인회’의 멤버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표’ 주택정책으로 불리는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를 건설한 첫번째 회사도 대림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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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분기와 4분기 연이어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대림산업은 지난 2년 사이 극적으로 위기설을 털어냈다. 그 배경에는 번번이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대림산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림산업이 분양 예정인 용인, 광주, 세종, 성남(재개발)의 아파트들이 대형 개발 호재를 맞은 것. 이 사업은 재원 조달 방안 미비와 환경 문제 등으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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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입찰 참가제한 조치도 지난해 광복절특사를 통해 풀렸다. 박용진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3년 사이 총 12건의 부당 담합 행위가 적발됐고 그 추징금이 14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5월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은 대림산업에게 ‘잭팟’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림산업은 대통령 순방 직후 이란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사업(49억 달러)과 박티아리 댐·수력발전 공사 사업(19억 달러) 등 수조 원 규모의 가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정부와 대림산업이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선용 상무가 미르재단 이사에 선임된 것은 그가 과거 문화재단 쪽 사업 지원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이란 사업 가계약 건은 대림산업이 이란 정부와 수십 년 동안 관계를 맺어 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떳떳하면 왜 권력 입김에 그렇게 약하나?”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통해 경제적 특혜를 본 기업은 대림산업 뿐만이 아니다. 당시 경제사절단을 자처했던 기업 총수들도 각각 관련 사업에 MOU와 가계약을 체결했다. 두 재단에 15억 원을 출연했던 LS 그룹은 정부와 이란이 맺은 에너지 관련 MOU의 수혜자가 됐다. SK 그룹(111억 원 출연)은 이란 정부, 민영 기업과 차례로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란 IOT(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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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와 그 일가가 법적 특혜를 본 사례도 있다. 부영그룹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가 드러난 바 있다. 올해 초 검찰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지만, 참고인 조사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는 제자리 걸음이다.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를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사면 복권됐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았던 신동빈 롯데 회장과 그 일가도 결국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 가운데 다수는 현재 그룹 승계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기업이다. 가장 많은 출연금(204억 원)을 낸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승계가 마무리 단계다. 2세 상속을 준비 중인 현대차(128억 원), GS(42억 원), 두산(7.4억 원), 한화(25억 원)도 수십억 원대 출연금을 냈다.

여전히 기업 경영자들이 정경유착에 기대서 기업 경영을 하겠다거나 적어도 그 틀에서 못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자 하면 정부의 입김 내지 권력의 입김에 왜 그렇게 약해요. 양혁승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취재 : 오대양
촬영 :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0/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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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등기 임원으로 등재됐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언론들은 이재용 ‘책임 경영’의 시작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날 주주 총회에는 한 가지 안건이 더 있었다. 그것은 11월 1일 자로 삼성전자의 프린팅 솔루션 사업부를 분사한 뒤, 1년 이내에 미국 HPI에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프린팅 솔루션 사업부에는 2천 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직원 천여 명은 이날 주주총회가 열린 삼성 서초동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프린트 사업부의 적자를 이유로 분사와 매각을 감행하지만, 애초에 적자가 발생한 것은 A3 프린터 기술에 대한 경영진의 과도한 투자 결정 때문이었던 만큼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물적 분할을 통해 프린트 사업부를 분사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다른 사업부로 옮길 수 없도록 한 것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정리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로 매각 발표 뒤 기존에 추진하던 계약 등이 취소되면서 프린터 사업부의 실적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분사 뒤 설립될 자회사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매각 전후 과정에서 정리해고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에는 노조가 없다. 삼성전자 프린트 사업부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사측과 협상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HPI로 매각된 뒤에도 일정 기간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매각 조건에 이를 삽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고용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른바 ‘이재용 체제’가 출범한 뒤 삼성 계열사에서 퇴직한 직원은 8천여 명에 이른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최형석
편집 : 최형석, 박서영

목, 2016/10/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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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당시 미국과의 밀실외교 끝에 국회 논의도 없이 돌연 5년 간 5억 달러 지출을 결정해 논란을 빚었던 아프가니스탄 지원 사업이 올해로 종료됐으나, 현 정부가 이 사업에 앞으로 4년 간 2억 5천 5백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수 천억 원의 혈세를 쓰겠다고 일방적인 결정을 한 것이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 “내년 아프간 지원금 343억 원..4년 간 2천800억 원 낼 것”

지난 10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된 외교부의 2017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국제기구 사업분담금 명목의 ‘대아프간 지원 강화’ 사업에 343억 2천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 외교부가 이 예산을 요구한 것은 올해 두 차례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관련 국제회의에 참가해 지원금을 내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지난 7월 8일 나토정상회의를 계기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39개국 대표가 모인 아프간지원회의에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아프간 군과 경찰을 지원하는데 3년 간 1억 3천 5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39개국이 약속한 총 지원액은 150억 달러였다. 이어 지난 10월 6일에는 유럽연합의 주관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75개국 대표가 모인 아프간지원회의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아프간 경제사회개발 사업에 1억 2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참가국들이 약속한 총 지원액은 152억 달러였다.

결국 내년부터 4년 동안 총 2억 5천 5백만 달러, 우리 돈 2천 8백억 원 가량이 아프간 지원사업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 가운데 첫 해 분인 343억 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요구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MB정부의 아프간 지원금 5천3백억 원…대미 밀실·굴욕외교의 산물

문제는 이 사업이 MB정부 시절 밀실에서 진행된 대표적인 대미 굴욕외교의 산물로, 당시에도 큰 논란을 불렀었다는 점이다.

MB정부 4년차이던 2011년 4월 15일 외교통상부는 1쪽 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이 2011년부터 5년간 아프간에 매년 1억 달러씩 모두 5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전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안보지원군 지원국 회의에서 우리 정부 대표가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무려 6천억 원 가까운 나랏돈이 들어가는 결정이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관련 논의 한번 없었던 그야말로 느닷없는 발표였다.

▲ 지난 2011년 4월 15일 외교통상부가 배포한 ‘아프간 지원 계획 발표’ 보도자료

▲ 지난 2011년 4월 15일 외교통상부가 배포한 ‘아프간 지원 계획 발표’ 보도자료

그러나 그보다 6개월 전인 2010년 11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속에는 우리 정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의 아프간 지원 압박은 MB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2년 6개월에 걸쳐 지속됐다. 미국으로 보면 부시 정부 말기와 오바마 정부 초반에 걸친 기간이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1주일 뒤인 2007년 12월 26일자 주한 미 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당시 버시바우 대사는 이명박 캠프의 외교라인 핵심인물들을 만나 “4.9 총선이 끝나면 한국이 다시 아프간에서의 역할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며, 탈레반을 통제하기 위해 나토와 밀접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다. 버시바우 대사가 4.9 총선 이후를 언급한 것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군대와 재정 분야 지원에 대한 국회의 승인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 2007년 12월 26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7년 12월 26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MB정부가 정식 출범한 2008년 3월 25일 미 대사관이 라이스 국무장관에 보낸 전문에서는 한국 관련 우선순위 목록의 맨 위에 “훈련 및 장비 지원을 위한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 등을 올려놓았다. 미국이 한국의 아프간 파병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2008년 3월 25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8년 3월 25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이어 4월 8일 전문에서는 버시바우 대사가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 대한 기여를 확실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직 너무 이를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문제들을 실제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를 부시 대통령에게 줄 수 있다면 아마도 (정상회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9일로 예정돼 있던 한미 정상회담과 아프간 지원을 슬쩍 연계시킨 것이다.

▲ 2008년 4월 8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8년 4월 8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계속해서 7월 18일과 9월 17일 전문에서도 한국의 아프간 지원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이어졌고 그 강도도 높아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결국 2008년 10월 2일 미 대사관이 본국으로 보낸 ‘아프간군 확충과 관련한 명확한 요구를 한국에 전달’이라는 제목의 2급비밀 전문에 따르면, 9월 30일 미 대사관 정무담당관이 외교통상부 한미안보협력과의 일등서기관을 만나 미 국무부의 아프간 관련 지원요청서를 전달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한 사실이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1억 달러씩 모두 5억 달러 제공을 요청하면서 한국 정부의 부처간 협의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내려질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외교통상부가 이 건을 주도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으며 국회의 예산 동의 절차가 험난할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이 5억 달러라는 한국의 아프간 지원 액수를 구체화한 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여름 촛불정국의 정치적 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 운신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하고, 8월에 부시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한 직후였다.

▲ 2008년 10월 2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8년 10월 2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2008년 말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미국의 압박은 계속됐다. 2009년 3월 20일 미 대사관 전문에 나타난 세드니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국 정부는 (아프간 지원에 대한) 대규모의 즉각적인 기여를 고려해주길 바란다. 한국이 5년간 매년 1억 달러씩을 내면 아프간 군대 유지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였다.

▲ 2009년 3월 2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9년 3월 2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꼭 1주일 뒤인 3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병력 증파, 민간지원 확대, 동맹국들의 기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전까지 국가별로 전개하던 ‘수금전략’을 전지구적 통합 시스템으로 전환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2009년 4월 1일 전 세계의 미국 해외공관에 ‘아프간 특별기여 요청’이라는 제목의 2급비밀 전문을 보냈다. 61개국에 대한 아프간군 신탁기금 할당액과 군사 및 민간 차원의 지원 요구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적은 A4용지 40쪽의 방대한 분량이었다.

여기서 한국에 대한 요구액은 5억 달러로 기재됐다. 이는 주요 10개국(TOP10)으로 분류된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터키, 호주를 제외한 51개 ‘일반국가’ 가운데 가장 큰 액수였다. 주요 10개국을 모두 포함해도 한국의 할당액 5억 달러는 10억 달러의 일본을 제외하고는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에 아프간 파병과 재정 지원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었고 MB정부는 계속해서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자 2009년 4월 16일 한국에 온 홀부르크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을 만나 압박에 나섰다. 이 내용은 4월 20일자 미 대시관 전문에 나타나 있다. 이 자리에서 홀부르크 특사는 “미국 정부는 한국이 아프간에 병력을 보내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보다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줄 것을 원한다. 특히 한국이 아프간군 신탁기금에 기여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2009년 4월 2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9년 4월 2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이로부터 5개월 뒤인 9월 24일 스티븐스 대사가 국무부 부장관 스타인버그에게 보낸 정세보고서에 마침내 한국 정부가 5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는 문장이 등장했고, 다시 석 달 뒤인 12월 30일 스티븐스 대사와 만난 유명환 장관은 1차분 1억 달러를 재경부 장관과의 협의를 통해 ‘특별예산’ 형태로 확보했다고 미국측에 통보했다.

▲ 2009년 9월 24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9년 9월 24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9년 12월 3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 2009년 12월 30일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

이처럼 MB정부는 미국의 5억 달러 지원 요구에 1년 넘게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 돈을 다 내겠다고 미국측에 약속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또 다른 요구인 파병을 막아낸 것도 아니었다. 우리 정부는 2009년 말 민간인 100여 명과 경찰 40여 명으로 구성된 PRT와 특전사 및 해병대원 320여 명으로 구성된 경호부대를 아프간에 보내는 안을 확정했고 한나라당이 압도적 과반을 확보한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의결했다. 이후 1년이 더 지난 2011년 4월, 유명환 장관은 5억 달러 지원계획도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2011년 하반기 5천만 달러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5억 달러를 에누리 없이 집행했다.

국회 논의도 없이 갖다 바친 5천300억 원…또 2천800억 원 주겠다?

문제는 당시 미국의 5억 달러 요구가 현실화되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이 문제가 단 한 번도 우리 국민이나 국회, 언론의 시야에 제대로 노출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2년 8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2011년 외교통상부 결산과 예비비 지출을 검토한 보고서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 증대 등을 고려한 아프간 지원금 분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모두 5억 달러(기준환율 1,070원 적용시 5천350억 원)의 대규모 재정소요가 발생하는 사업인 만큼 지원 여부 및 지원액 결정에 있어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 2012년 8월 국회 외통위의 ‘2011 외통부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 검토 보고서

▲ 2012년 8월 국회 외통위의 ‘2011 외통부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 검토 보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외교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또 다시 아프간 지원금 2억 5천 500만 달러를 지출하기로 결정하고 2017년도 예산 343억 원을 신청했다. 물론 5년 전과는 달리 7월 8일과 10월 6일, 두 차례 국제회의에 참석해 지원액을 약속하면서 이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원 사업이 큰 논란을 빚었던 지난 MB정부 때의 사업을 그대로 연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외교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아프간 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부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나름대로 지난 5년 간의 지원액 5억 달러보다 상당액을 줄인 4년 간 2억 5천 500만 달러 지원안을 확정해 올해 6월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국회에서 지적됐던 ‘국민적 공론화 절차’는 이번에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적어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고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게 아닌지 외교부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7월 초 외교부 아프간특별대사가 외교통일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직접 방문해 해당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간사단을 통해 외통위원들에게도 설명이 됐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도 군경 역량강화 경제사회 개발 합계
2011년 5천만불 5천만불
2012년 1억불 1억불
2013년 5천만불 5천만불 1억불
2014년 5천만불 5천만불 1억불
2015년 5천만불 5천만불 1억불
2016년 5천만불 5천만불
집행내역합계 3억불 2억불 5억불
2017년 3천만불 3천만불
2018년 4천5백만불 3천만불 7천5백만불
2019년 4천5백만불 3천만불 7천5백만불
2020년 4천5백만불 3천만불 7천5백만불
지원계획합계 1.35억불 1.2억불 2.55억불

▲ 우리나라의 아프간 지원 현황 및 계획안(2011-2020년)

외교부, 외통위원장과 간사에게만 슬쩍 흘리고 “국회에 사전 보고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런 해명은 일종의 ‘꼼수’에 가까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실 보좌관은 “7월 6일에 외교부 아프간특별대사가 찾아온 적은 있지만 위원장님이 다른 일정이 있어 직접 만나진 못했고 보좌진을 상대로 간단히 설명을 하길래 보고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1주일 뒤인 13일 외교부 노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로 청사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심 위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이 시점은 이미 7월 8일 바르샤바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아프간 지원을 공약한 지 닷새가 지난 뒤였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실에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은 없었다. 김 의원은 “7월 6일에 외교부 최홍기 아프간특별대표가 방문해서 여러 현안을 간단히 언급하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며, 당시는 20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여서 단순히 인사차 방문한 것으로 이해했었다”는 답변을 보좌관을 통해 전해왔다. 그나마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측은 “7월 8일에 아프간특별대표가 방문해 아프간 지원금 추가 지출의 취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협조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으나,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외교부는 이 사안에 대해 국회 외통위원장과 민주당·새누리당 간사에게만 수박 겉핥기식 브리핑만 한 뒤 이를 두고 국회 논의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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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외교부는 이 문제가 최대한 공론화되지 않도록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 10월 17일, 2017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가진 국회 보좌진 상대 설명회에서 아프간 추가 지원금 부분을 사실상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려다 일부 보좌관의 질의가 나오자 간단히 설명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설명회 당시 외교부 측은 2017년 예산 가운데 국제기구분담금 항목을 쭈욱 읽어내려가는 수준으로 설명했고, 우리 측에서 기존과 달리 새로 편성된 항목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제서야 아프간 지원 분담금이 앞으로 4년 간 2천 8백억 원 수준으로 지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은 “2012년에 국회로부터 국회 심의 없이 행정부 독단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아프간에 대한 2억 5천 500만 달러 지원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외교부가 국제회의에서 아프간 지원금을 약속한 것은 공식적인 조약이 아닌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오는 31일 외교부 예산심사 소위원회에서 해당 예산 전액을 삭감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 2016/10/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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