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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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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익명 (미확인) | 월, 2016/03/14- 18:17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과 미국 수사기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수사 기관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가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해달라고 명령하고 애플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 공방과 관련해 알려진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셰리 핌 판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미국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1]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이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명령 반대 메시지를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공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6년 2월 25일 결정 취소 청구를 했으며 3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청구 취소 절차 외에도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뉴욕 마약거래상의 아이폰

FBI와 마약단속국(DEA)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2]을 압수했지만 잠금 해제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우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2016년 2월 29일 뉴욕의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틴 행정판사는 FBI와 DEA의 협조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로서의 애플의 거부

많은 사람이 이를 두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사례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건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코딩(프로그래밍)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에 아이폰 1대를 위한 운영체제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금고회사에 금고를 여는 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는 다르다. 운영체제 개발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금고의 열쇠를 새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알리바바에게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의 자유

피카소에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제작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증언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이라는 ‘공론의 장에서의 진실추구’라는 공익이 ‘증인의 말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코딩이 연설, 작곡, 조각, 회화 또는 저술과 같은 행위인가 아니면 닫힌 금고를 열어주거나 법정에서 자신이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의 행위인가?

만약, 전자라면[3] 절대로 애플에 강제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정부의 공익이 아무리 지대해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코딩이나 운영체제 개발과 같은 창조적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프로그래머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애플에 ‘부탁’해야지 애플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거부는 일종의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으로 칭찬받아야 한다.

 

FBI가 애플에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지 않고 프라이버시 측면만 본다면 애플의 입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기능을 하는 영장주의의 요건을 훨씬 충족하고 남는다. 여기에 ‘미래의 테러방지’라는 중요한 공익도 있다.

아이폰 1대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그 코드가 유출되거나 기억될 수 있다는 논리도 애플이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즉, 지금도 애플은 지금도 백도어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러범이 이용한 아이폰(5C)의 운영체제에는 암호를 여러 번 틀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다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더 많은 횟수를 틀리면 아이폰 내의 정보가 몽땅 삭제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아이폰 1분간 잠금 예시

FBI는 애플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는 운영체제(iOS 10)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빠진 iOS’로 아이폰을 업데이트한 후 무차별 공격(brute force)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잠금 해제 암호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때 iOS 업데이트를 하려면 애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애플이 업데이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은 이렇다:

‘애초에 왜 애플이 잠금 해제 없이도 iOS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은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만약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암호보호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후 버전의 아이폰에는 보안 엔클레이브(Security Enclave)라는 프로세서[4]가 있어서 어떤 종류의 iOS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암호를 풀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즉 새 버전의 아이폰은 이용자가 암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정보는 영원히 폰 안에 잠기게 되어 지금과 같은 공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래머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애플이 실제로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생각했다면 왜 예전 버전에서는 이용자 동의 없이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설계했을까?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렸을 때 그 안의 중요한 정보를 빼주기 위해서? 그런 목적이었을 리는 없다. 애플은 이미 용의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정보를 FBI에게 넘겨줬다.

만약 고객의 중요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면 FBI가 요청한 업데이트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애플이 클라우드 정보는 제공하면서 아이폰 내의 정보 취득을 돕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기기의 보안기준은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고 전 세계 시민단체 중에 누구도 애플에 왜 보안 엔클레이브를 미리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플 스토어

즉, 아이폰을 완전히 침투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자유를 이미 애플의 프로그래머들이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OS 10 하나만 만들어도 그 코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협조를 거부하기에 충분한 반론이 아니다.

결국, 더 강한 반론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논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주장도 그 선례가 이용자 협조 없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선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선례임을 이해할 때 의미를 얻는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코딩)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규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런 견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FBI가 마약범죄 수사에서 애플에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기각된 건을 살펴보자. 이 건에서의 핵심 논리는 “수사대상 범죄에 관여하지도 않은 사기업에 그 수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사는 특히 애플의 부담을 논하면서“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보안이 지켜지는가는 애플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되려고 열망하는가에도 영향을 준다”[5]고 논하는 대목에서는 코드에 영혼을 담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결정을 내린 제임스 오렌스틴 판사는 오랫동안 친(親)프라이버시 결정을 내려온 판사다. 임기제 판사[6]라서 연방판사[7]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압수수색, 감청, 통신사실확인과 관련해서는 임기제 판사들이 결정을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른 임기제 판사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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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폰 5C

[2] 아이폰 5

[3] 참고로 나는 비개발자다.

[4] 보안 엔클레이브는 애플 A7 이상 버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내장된 보조 프로세서. 애플 문서를 따르면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와는 별개인 자체 보안 부팅과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 키 관리를 위한 모든 암호화 작업을 제공하며 커널이 손상된 경우에도 데이터 보호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5] It is entirely appropriate to take into account the extent to which the compromise of privacy and data security that Apple promises its customers affects not only its financial bottom line, but also its decisions about the kind of corporation it aspires to be.

[6] magistrate

[7] district judge. 종신제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14.)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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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정부와 국회는 정보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전면 개혁하라
요약문: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주민등록번호의 위헌성과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해 온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한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의 필요성을 확인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

- 정부와 국회는 정보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전면 개혁하라 

 
 
1.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주민등록번호의 위헌성과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해 온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한다. 
 
2.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주민등록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발표일자: 
2015/12/24

나머지 보기

목, 2015/12/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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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매개자 책임원칙 구현을 위한 법개정안 발의

- 이용자 권리 신장과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10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박주선 의원은 오픈넷과 수 개월에 걸친 공동 작업의 끝에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 28일, 오픈넷과 하버드 버크맨센터가 박주선 의원, 염동열 의원, 유승희 의원과 국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보매개자 책임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에 역행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국회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한 끝에 이 법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먼저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의 복제ㆍ전송의 중단 제도를 「한‧미 FTA」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합치하도록 수정했다. 권리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중단 요구 시 권리소명자료를 포함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했으며, 무분별한 중단을 제한하기 위해 현재의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에 따른 복제전송 즉시 중단” 의무화 규정을 삭제하고, 법원이 조치를 명할 때는 정보매개자에 대한 상대적인 부담 및 저작권자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의무화 규정의 삭제는 정보매개자법제의 본연의 목표가 책임 부과가 책임 면제를 통한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의 보호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불법정보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신설 조항이 누락된 것은 안타깝다. 현행 제도처럼 이용자가 유통하는 정보에 대한 정보매개자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불법정보 모니터링 등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인 감시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적인 원칙이 EU전자상거래디렉티브 제15조에 조문화되어 있다.

미국이나 EU, 그리고 일본 모두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 차단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없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 법제를 정비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신장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사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10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목, 2015/10/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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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여기 두 개의 발언이 있다.

A.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B.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대통령에게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에 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일까.

 

발언 A. 

전 대통령 박근혜가 2014년 9월 1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참고: 한겨레).

어떤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 연애는 거짓말로 생각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응으로 대다수 언론은 해석했다(참고: 프레시안).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설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참고로 설훈 의원의 발언은 ’14. 9. 12.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여야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의 7시간’에 관해 언급하면서 했던 발언인데, 좀 더 자세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왜 수사권 주는 거 반대하느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 했냐 이 얘기”, “툭 털어놓고 얘기하겠다. 나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는 것”(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발언 B. 

현재(’17. 7.) 민주당 원내대표인 우원식이 2017년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발언 상대방은 전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며 “아주 나쁜 놈, 깡패 같은 놈”이라고 언급한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동호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을 20일 ‘허위사실 공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참고: 뉴시스).

우원식출처: 우원식.kr

 

발언 A, B의 본질 

발언 A와 B는 그 주체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래서 이들을 같은 평면에서 같은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부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발언들은 대통령에 대한 ‘막말’ 혹은 ‘모독’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에서 같다.

물론 얼마든지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입장으로 위 발언 A, B를 평가하면, 어느 발언이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대체로 우리에게 익숙한 권력의 한심한 본질을 보여주는 ‘권위적인 발언’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면, 민주주의, 특히 ‘표현의 자유’와는 친하지 않은 발언으로 생각한다.

 

검찰, 권력 눈치 너무 보는 당신

집권세력은 필연적으로 공권력에 우호적이다. 그게 장구한 역사의 대답이다. 아무리 선량하고, 아무리 정의로운 집단이라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진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고, 힘의 본질이다. 여기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어찌 보면, ‘정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평등’을 위해 그 힘을 휘두르라고 그 집단을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권력을 상징하는 권력기관, 특히 검찰은 그 힘의 향배에 민감했다. 여기 흥미로운 연구와 통계가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995년~2015년 21년간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사건 관련 판결문 총 1,569건을 전수조사했다(박경신 오픈넷 이사, 유종성 호주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 이러한 주제로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연구로는 최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픈넷 테두리

  •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검찰 기소는 2004년부터 증가해 2007년 대선에 급증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기소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했다.
  • 대통령 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죄는 90.3%, 후보자비방죄는 80.3%가 보수 진영(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100%가 보수진영 후보를 비판해 기소당한 경우였다.
  • 검찰은 대통령 선거 최종 당선자를 비판하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기소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특히 2007년 대선, 2012년 대선에서는 총 기소 건수 중 85% 이상이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부호를 비판한 경우였다.
  •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판한 것에 대한 기소는 두 후보를 합쳐서 13%에 불과했다(기소 건수 중 박근혜 후보 비판은 86.4%).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이처럼 권력에 대한 비판을 권력 자신이 수행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집권세력이 타락하고, 그 권력을 남용하면 그 집단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검찰과 경찰이 그 권력에 빌붙고, 법원마저 돈과 힘에 굴복하는 재판으로 사회의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때,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남은 건 하나다.

아.가.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은 것. 누구나 맘껏 떠들 권리, 누구나 권력을 그리고 권력자를 맘껏 ‘씹을 권리’. 민주주의 시스템은 최후의 보루로 ‘표현의 자유’를 민에게 남겼다. 그런데 그 아가리를 다물라? 그 권위의 목소리를 우리는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그 목소리는 권력이 타락하는 전조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국민’을 앞장세우는 그 목소리는 궁극적으로 내 입을 막고, 내 눈을 가리며, 내 귀를 막으려는 권력의 목소리였다. 결국, 그저 ‘자신’의 권력을 보우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욕망,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이중잣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기에 무슨 권력의, 국민의 신성한 뭔가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https://flic.kr/p/7Gn1FX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문재인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위대한 정신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잠언이다.1 하지만 너무 어려운 말이다. 누군가에게 요구하기도 어렵고,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더 어렵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받기를 원하고, 숭배받기를 원하니까. 이 외롭고, 차가운 세계에서 우리는 더 따뜻하길 원한다. 누군가 내 편이길 원한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면, 우리가 지지하고, 또 믿고, 기대하는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게 뭐 있나. 대통령을 욕하는 게 마치 나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부모가 조롱당하는 것처럼, 짜증스럽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박근혜의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 발언이 있고 난 직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했다는 연설의 한 구절이 인구에 회자했다. 얼마나 회자했는지, 경향은 그 소식을 따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노무현 아이엠피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유승희 선대위 표현의자유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블랙리스트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죄, 허위사실공표죄, 모욕죄, 후보자비방죄를 개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옹호하는 노무현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에서 노무현의 정신, 문재인의 의지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앞장서서 욕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혹시라도 이 글 취지를 오해할 수도 있을까 싶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기우로 적는다. 국민의당 ‘문준용 특혜 제보 조작’ 사건도 공선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 사건은 공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를 음해하기 위해 (그 조직적 개입의 정도는 일단 별론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적극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권은희)이 말하는 것처럼,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면 위헌정당해산심판 사유”라고 해도 무방할 사건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적극적인 조작·왜곡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자를 조롱·비방하는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오픈넷 논평 중)을 비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재인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길 원하는가. 나는 원한다. 그러길 진심으로 원한다. 그가 대한민국의 적폐를 불사르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나라”를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런 나라를 위해, 그에게, 문재인에게 필요한 건, 숭배가 아니라 비판이다.

위대한 대통령은 숭배받기보다는 비판받기를 원할 테니까.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9&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301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1. 황지우가 김수영문학상 수상소감으로 인용한 니체의 말로, 황지우의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에서 처음 접했던 문장으로 기억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7.19.)

수, 2017/07/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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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인터넷 임시조치에 따른 이용자 피해 심각,표현의 자유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필요- ...
목, 2015/08/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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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레이팅(스폰서 요금제) 10문 10답: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입니다. 통신비 인하에 관한 정부와 통신사의 줄다리기도 취임 이후 계속 중이죠. 그런데 최근(’17. 8. 10.)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른바 ‘제로레이팅’과 관련한 고시 제정안을 의결하면서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정책의 총아로 주목받으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로레이팅의 정의에서 그 쟁점까지, 문답으로 정리합니다.

계산기 제로레이팅? 공짜? 무료? 정말인가요?

1. 제로레이팅이 뭔가요?

제로레이팅(Zero Rating)은 특히 스마트폰 요금에서 특정 서비스에 대한 테이터 비용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무료'(zero), ‘부과'(rating), 즉 비용 면제(또는 할인)죠. 그래서 제로레이팅이라고 하면 ‘공짜’나 ‘무료’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2.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세요.

올해 SK텔레콤은 포켓몬고와 제휴하면서 한시적으로 제로 레이팅을 도입했습니다(참조: 연합뉴스). 즉, 올해 6월까지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SK텔레콤 사용자는 포켓몬고를 플레이할 때 따로 데이터(트래픽, 통신비) 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포켓몬 GO는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SKT 이용자는 포켓몬 GO가 공짜(였다)?

3. 특정 서비스 데이터 사용료를 공짜로 하면, 그 비용은 누가 내나요?

제로레이팅은 통신사(이통3사)가 특정한 서비스(위 예시에서는 포켓몬고)의 사용 요금(트래픽 = 데이터 요금)을 면제하거나 인하해주는 것입니다. 즉, 제로레이팅의 주체는 통신사인 셈이죠.

하지만 제로레이팅(으로 마이너스가 생기는) 비용을 반드시 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로레이팅 계약에 따라서는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 그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죠. 그래서 뒤에 살펴볼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계약’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겁니다.

통신3사

4. 어쨌든 공짜라니까 사용자에게 이익인 것 같은데요?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대다수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위 SKT-포켓몬고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죠. SKT 사용자는 6월까지 공짜(!)로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이라는 게 포켓몬고라는 특정 서비스 사용자에 한정됩니다. 즉, 포켓몬고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겐 전혀 이익이 없죠.

그리고 통신사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포켓몬고 공짜 사용자가 혜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포켓몬고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혹은 포켓몬고 사업자에게 그 손해(제로레이팅 비용)를 충당할 가능성이 높고, 또 장기적으로는 전체로서의 사용자 요금은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로레이팅은 마치 ‘조삼모사’와도 같은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로레이팅'은 혹시 조삼모사인 건 아닐까요? ‘제로레이팅’은 혹시 조삼모사인 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콘텐츠 사업자(가령 포켓몬고의 경쟁사들)에게는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은 아래 문답에서 따로 설명할게요.

5. 제로레이팅을 ‘스폰서 요금제’라고도 한다면서요?

제로레이팅이 특정 서비스(콘텐츠)에 사용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제로레이팅이 적용되는 해당 서비스를 ‘스폰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겨서 이런 별칭이 생긴 것이죠. 제로레이팅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명명인 것 같습니다.

스폰서는 우리말로는 ‘후원자’죠. 그런데 통신사가 A라는 서비스는 후원(제로레이팅)하고, A의 경쟁서비스인 B라는 서비스는 후원하지 않으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B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는 이용자라면, 더 나아가 B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종사자라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혹은 B서비스를 그만 쓰고, A서비스로 옮길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요?

“통신사들은 그동안 제로레이팅을 일부 계열사 콘텐츠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왔다. SK텔레콤이 자회사의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2017. 3. 21)

위 기사대로라면 SKT 이용자가 11번가든 G마켓이든 쿠팡이든 옥션이든 자신의 취향과 판단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요? 11번가를 이용하는 게 이익이라면 G마켓이나 쿠팡보다는 11번가를 쓰게되지 않을까요? 그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테니까 말이죠.

SKT가 11번만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면? G마켓이나 쿠팡, 옥션 등에는 '반칙'이 되죠. SKT가 11번만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면? G마켓이나 쿠팡, 옥션 등에는 ‘반칙’이 되죠.

하지만 이렇게 선택을 이용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가 옳은지는 의문이죠.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끼워팔기’와 같은 부당경쟁행위처럼 자기(자회사)만 우대하고, 다른 서비스를 차별하는 셈이 되니까요. 그래서 제로레이팅은 결국 ‘망중립성’ 이슈와 만납니다.

6. 망중립성이요? 그게 뭔가요?

쉽게 말해서 인터넷망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터넷망 사업자(= 통신사)는 트래픽(= 데이터)을 그 서비스의 내용이나 유형 그리고 (사용자의) 단말기 차이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되고,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거죠.

다시 위 사례로 간단히 설명하면요. SKT는 이용자가 11번가를 이용할 때만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혹은 11번가만 데이터 이용료를 공짜(제로레이팅)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11번가든 G마켓이든 쿠팡이든 모두 같은 속도로, 같은 요금으로 11번가 사업자도 G마켓 사업자도 무엇보다 (말단) 이용자(‘엔드 유저’라고 합니다)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망중립성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망의 공적 성격 때문에 만들어진 원칙입니다. 오늘날 인터넷망은 어느 한 기업의 사유물이라기보다는 공적인 인프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 공적 성격이 강한 자원을 사익을 위해서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필요와 합의가 망중립성 원칙을 만들어낸 동기인 셈이죠.

이 원칙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부(미래부)도 견지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중립성’에 비판적인 아지트 파이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수장이 되면서 망중립성 원칙이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했고(참조: 이코노믹리뷰), 아지트 파이는 “오바마 정부가 만든 규칙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MWC 2017 기조연설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참조: 연합뉴스)

이야기가 좀 길어지고, 약간 복잡해졌는데, 다시 정리하면요. 제로레이팅은 ‘스폰서 요금제’라는 별칭이 가지는 차별적인 어감에서도 단박에 느껴지는 것처럼, 망중립성 원칙 위반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7.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로레이팅’을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했나요?

방통위가 직접 언급한 자료는 찾기 어렵습니다만, 몇몇 언론에서 ‘방통위’, ‘제로레이팅’, ‘통신비 인하’를 함께 제목으로 언급하고 있어서 마치 방통위가 직접 제로레이팅으로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효성)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이하 ‘고시’) 제정안을 의결했죠(참조: 디지털데일리).

이 고시를 다룬 기사들은 대체로 ‘부당하지 않은 차별’은 허용된다며 방통위가 이른바 제로레이팅의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통신사 편에서 서서) 이번 고시 의결을 통신비 인하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맥락에서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예: 시사저널e아시아경제키뉴스 등).

[정부 "통신비 절감 기대"]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지만, 아무리 기사를 훑어봐도 누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지 본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 “통신비 절감 기대”]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지만, 아무리 기사를 훑어봐도 누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지 본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제로레이팅을 다룬 기사는 대체로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번 고시 제정안 의결을 바라봅니다. 제로레이팅을 다룬 기사는 대체로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번 고시 제정안 의결을 바라봅니다.

8.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긴 한가요?

오픈넷은 이번 방통위 고시에 관한 논평에서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방통위 고시 제정안 의결을 비판합니다.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특정 이용자’에게만 일시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착시효과’에 불과합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통신비 인하가 ‘특정 서비스 이용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면, 제로레이팅은 통신비 인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보편성’을 말합니다.

“통신비 인하는 보편적 인터넷 접근권 확대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로레이팅은 접근권 확대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통신비 인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서비스의 사용료 면제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전혀 낼 수 없습니다.

9. 그밖에도 제로레이팅은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의 말을 좀 더 들어보죠.

“현재 시장의 제로레이팅 요금제는 SK의 11번가, KT의 지니 등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아주 높아요.”

박 변호사는 “현재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신 정책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통신 정책에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번 방통위의 고시 제정안 의결을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10. 제로레이팅, 끝으로 한마디로 말하면?

제로레이팅은 ‘공짜’, ‘무료’라는 이미지 때문에 지금 당장은 소비자(이용자)에게 큰 혜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체로서의 이용자에게는 전혀 이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통신사가 자신의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이용자 참여는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강조한 오픈넷 논평을 인용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갈음합니다.

“방통위는 고시 마련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연구반을 운영했고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어떤 전문가들이 어떤 논의를 거쳐 이번 고시를 제정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중략) 모든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사회와 이용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오픈넷,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를 기대한다는 방통위가 우려된다 (2017. 8. 22.) 중에서

제로레이팅, 통신사의 흔한 홍보 문구처럼 '공짜', '무료' 이미지에 갇혀 이용자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제로레이팅, 통신사의 흔한 홍보 문구처럼 ‘공짜’, ‘무료’ 이미지에 갇혀 이용자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8.24.)

금, 2017/08/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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