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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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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익명 (미확인) | 월, 2016/03/14- 11:07

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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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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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임시조치’가 악법인 이유

글 | 손지원(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변호사)

 

기업이 듣기 싫어하면 소비자 불만글도 내려라??

유제품 회사인 남양유업은 2010년대 초에 자사 제품의 과장광고 및 대리점 운영상 갑질 행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이 같은 의혹에 대한 기사를 링크, 인용하며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남양유업은 이 글들에 대해 명예훼손 신고를 하였고, 글들은 모두 임시조치(게시중단)되었다. 해당 네티즌은 즉각 이의신청을 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30일이 지난 후에야 복원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글, 더군다나 소비자의 알 권리나 대기업의 횡포와 관련하여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기 위하여 애써 올린 공익적·합법적 포스팅이 왜 누군가로부터 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30일간 차단되어야 할까?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이용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해당 블로그를 방문한 손님은 “(명예훼손 신고로) 임시적으로 게시가 중단된 게시물입니다” 같은 알림말로 도배된 블로그를 보면서 블로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지는 않았을까? 분노한 해당 네티즌은 블로그 서비스 제공사인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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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7년 4월, 법원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네이버와 같은 포털로서는 어떠한 게시글이 명예훼손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조항에 따라 게시중단을 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따르면 온라인상의 모든 글은 특정인, 특정 기업이 언급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 분쟁 소지가 있는 글로 간주될 수 있고, 따라서 관련자가 신고하기만 하면 모두 30일간 차단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된 게시글 중에는 남양유업이 아니라 무턱대고 글을 차단한 네이버를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이 사건과 같이 공익성이 명백한 경우 게시글이 함부로 차단되지 않도록 법원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공익성을 가진 합법적 표현물을 차단하는 행위에 대해서 책임지는 주체가 아무도 없으니, 기업이나 업주들이 이를 악용하여 자신에 대한 온라인의 비판적 이용 후기나 소비자 불만글을 대량 차단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도 남양유업을 비판하는 글들을 신고한 주체가 남양유업이 고용한 ‘온라인 삭제 대행업체’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종류의 마케팅 서비스가 최근 번성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홍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쓴 비교적 객관적인 후기까지 일방적으로 삭제, 차단하는 것은 평판을 조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임시조치 제도의 폐단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명예훼손, 모욕죄 법리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단순히 욕만 해도 모욕죄가 성립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누군가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순간 걸면 걸릴 수 있는 분쟁과 형사책임의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렇다보니 포털들도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차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30일간 차단한 뒤에야 재게시하도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후퇴시키는 불평등한 조치다. 저작권법(제103조 제3항)에서 저작권 침해 신고로 게시 중단된 경우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지체없이 심의하여 재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임시조치로 온라인상에서 사라지는 글은 한해 45만 건이 넘는다. 소비자 불만글, 대기업 비판글뿐만 아니라 공인에 대한 비판글 역시 임시조치로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침해되고 공론장이 위축됨으로써 오는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합리한 임시조치 제도는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조치 제도에 대해서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즉시 임시조치를 해제하고 분쟁조정기구의 심의나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게시를 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최소한 이 공약을 지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위 글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기고했습니다. (2017.05.12.)

금, 2017/05/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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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디지털뉴스 이용규칙’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새해 벽두부터 흥미로운 문서를 하나 내놨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이다. 뉴스 유통과 소비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이용해야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밝힌 문서다.

언론진흥재단 저작권 이용규칙

온라인 환경에서는 뉴스 기사가 쉽게 공유되고 유통된다. 기사를 생산한 뉴스 매체의 저작권이 쉽게 침해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뉴스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키려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다. (‘이용규칙’을 내놓은 언론진흥재단은 주류 언론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디지털뉴스협회로부터 저작권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저작권이 관련법에 따라 존중되어야 하고 이용자가 저작권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규칙’의 내용은 이와 같은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규칙은 △ 디지털 뉴스가 유통되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 현행 저작권법의 취지나 구체적 조항과 모순되는 내용을 포함하며 △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편익을 얻으면서도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심지어 △ 규제에 치우치다 보니 뉴스 콘텐츠의 활용이나 그로 인한 수익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용규칙’은 과도함, 모순, 그리고 자승자박의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평가는 이용규칙이 저작권법의 두 축인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도모’를 고르게 반영하지 못하고 오로지 전자에만 치중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규칙을 만든 주체가 뉴스저작권의 이해 당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이용규칙’은 뉴스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며, 그럼에도 누구나 지켜야 할 객관적인 원칙이나 조문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언론진흥재단 저작권 폭탄

 

분량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자는 언론사가 자사의 웹사이트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하여 제공하는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해당 언론사의 허락 없이 복제/배포/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없다.

 

‘이용규칙’은 그 전편에 걸쳐 뉴스 콘텐츠를 적법하게 이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양상, 특히 얼마나 이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이른바 ‘공정 이용’). 그 부당성을 따질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즉 뉴스 콘텐츠의 일부만을 인용해 이용할 때는 공정 이용에 해당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규칙’은 그러한 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언론사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부분 인용조차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한다.

 

블로그나 SNS는 차별받아도 된다?

방송, 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는 금지의 예외로 한다.)

 

저작권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법의 제2관은 저작재산권 행사를 제한하여, 이용자가 복제하여 쓸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이용규칙’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다. 예컨대 ‘이용규칙’이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 저작권자 언론사의 허락을 얻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저작권법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라고 한 데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용규칙’은 블로그나 SNS 등이 뉴스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한다.

블로그 소셜미디어 SNS

블로그나 SNS 등 개인용, 비상업용, 커뮤니티형 웹사이트에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복제, 전송, 공중송신한 경우에도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
공익/비영리 목적의 사용이라 하더라도 뉴스기사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함.

 

그럼 블로그나 SNS에서 뉴스기사를 보도나 비평 목적으로 사용하였을 때는 어쩔 것인가? 블로그나 동영상을 활용한 1인 미디어에서 보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SNS에서도 뉴스에 대한 비평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모두 언론사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바람직하거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보도나 비평 등의 목적이라면 저작물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음에도 ‘이용규칙’은 그것이 블로그나 SNS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금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링크만 해도 손해배상 물린다?

현재까지는 직접링크도 저작권법상의 복제/전송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지만, 직접링크를 업무적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는 민법상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직접링크의 업무적/상업적 이용 사례] (2) 직접링크 방식으로 해당 기관(회사)의 관련기사를 모아 사내게시판 또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경우

링크
‘이용규칙’은 링크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단순 링크’는 언론사의 메인 페이지로 가는 링크다. 온갖 기사와 광고로 화면을 꽉 채운 바로 그 페이지다. 둘째, ‘직접 링크’는 특정한 웹페이지로 가는 링크다. 단일 기사를 담고 있는 개개의 페이지를 말한다. 셋째, ‘프레임 링크’는 자신의 웹페이지 안에서 언론사의 페이지가 표현되도록 하는 링크다.

타인의 콘텐츠를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표현되는 ‘프레임 링크’를 금한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러나 ‘직접 링크’에 대해서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이용규칙’에 담긴 가장 어이없는 내용일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법이 허용하고 있음에도, 시도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담고 있다. 둘째, 링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고 오로지 해당 페이지로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링크의 역할은 글자 그대로 해당 페이지로 연결되어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접 링크’는 해당 언론사의 웹페이지(와 거기 실린 광고)를 노출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으로 인해 언론사에 어떤 손해가 발생하므로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손해란 말인가?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유통 구조에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다면 ‘직접 링크’를 금하는 방침을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자사 뉴스의 확산을 막고 자신의 이익을 줄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용규칙’을 그대로 따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예컨대 어떤 웹사이트 운영자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검의 활동을 시기별로 정리하려고 한다. 그러한 활동을 보여주고 입증할 언론사 기사를 링크해야 하는데, ‘이용규칙’에 따르면 각각의 기사로 직접 가는 링크를 쓸 수 없다. ‘이용규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한 것은 언론사의 대표 홈페이지 링크뿐이다. 그러니 개개의 사안에 대해 모두 하나의 홈페이지, 이를테면 www.khan.co.kr이나 www.chosun.com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용자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실린 수많은 기사 중에서 (게다가 지나간 기사는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를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기사 링크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거꾸로 말해 우리 매체의 기사를 보지 말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뉴스콘텐츠는 유통되어야 의미가 있다. 링크를 통한 디지털뉴스 이용은 이런 유통에 기여하게 된다. 유통을 막으려는 것은 저 스스로 뉴스의 도달 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보아도 자승자박이랄 수밖에 없다.

자승자박

 

서비스 사업자도 책임져라?

블로그나 SNS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블로그나 홈페이지 운영자가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무단으로 전재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홍보하여야 하며 방지책을 마련하여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이용규칙’은 뉴스콘텐츠의 적법한 사용 책임을 서비스 사업자에게까지 부과하고 있다. 비록 강제 조항이 아니고 ‘사회적 책무’라고 표현하였지만, 이용자의 콘텐츠를 관리할 책임을 사업자에게 지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2015년 3월 오픈넷이 국제 정보인권 단체들과 연대하여 정립한 ‘마닐라 원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를 비롯한 정보매개자의 책임에 대한 국제 원칙이다. 여섯 개의 원칙 중 첫 번째는 “정보매개자들은 제3자(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검열하고 삭제할 책임이 사업자에게 부여되면 결과적으로 정부 등을 대신하는 검열 기관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이용규칙’이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는 책임은 마닐라 원칙과 정반대이다. 교육과 홍보는 이해 당사자인 저작권자나 그 이해관계 단체가 하면 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책무 같은 모호한 이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명백하고 분명하고 적법 절차에 따른’(마닐라 원칙 제3조)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는 면책?

‘이용규칙’은 디지털 뉴스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주장이다. ‘뉴스’가 들어간 것은 저작권자들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뉴스’만 빼 보자. ‘디지털 콘텐츠’다. 언론사가 아닌 다른 주체, 예컨대 네티즌들이 생산하는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가 여기 해당한다.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가 무단 사용될 것을 끔찍이 염려하는 언론사.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다른 사람이 생산한 디지털 콘텐츠를 마음껏 갖다 쓴다. 방송은 남이 만든 유튜브 동영상을 그대로 틀어주고, 신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진을 그대로 갖다 싣고, 네티즌의 페이스북 내용이나 트윗은 그대로 무단 전재된다. 네티즌들이 붙이는 그 흔한 링크 하나 달지 않는다. 뉴스콘텐츠를 이용하는 대다수 네티즌과는 달리, 이 언론사들은 모두 상업적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심지어 언론사끼리 뉴스를 그대로 베껴 내는 것이 일상이다. 출처는 기분 내키면 밝힌다.

이러고도 자신의 콘텐츠만은 지키겠다는 것인가? 법과 디지털 환경을 충분히 참작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뿐 아니라 이용자의 권익도 함께 고려한 좀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새 ‘이용규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xdfas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어울리고, 이용자와 상생하는 새로운 ‘이용규칙’이 필요하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17.01.18.)

목, 2017/01/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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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7[논평]방심위논평.hwp

 

 

[논평]

연전연패 방심위 최소심의원칙으로 돌아가야

 

방심위가 또 패소했다. 이번에도 굴욕적 패배다. 대법원은 심리도 거치지 않고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KBS <추적60>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방심위의 패배는 끝이 없다. 연전연패다.

 

방심위가 계속 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심의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심의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를 보면 전부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정권에게 불리한 방송을 겨냥한 표적 징계였다. 정부 비판을 탄압하는데 심의를 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예외 없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사법부의 거듭된 판결은 정치심의를 중단하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다.

 

잘못을 지적받으면 고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방심위는 반성조차 없다. 패소가 잇따라도 우리의 판단과 사법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소리나 해대고 있다. 그 잘못된 판단으로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었는데도, 사과는커녕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쇠귀에 경 읽기이지만 다시 한 번 촉구하고자 한다. 방심위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소심의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 말이 어려워 못 알아듣는 거라면 쉽게 얘기하도록 하겠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중단하라. 그리고 공정성 심의를 최소화하라.

 

한편, 방심위는 최근 피해당사자의 신청 없이 제3자의 요청이나 방심위 직권으로 인터넷 게시글을 심의, 삭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 역시 최소심의원칙에 반하는 일이다. 지난 2011년 라뤼 ‘UN 의사 표현의 자유보좌관은 방심위가 정부 비판 내용을 삭제하는 사실상의 검열기구로 기능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며, 방심위를 폐지하고 인터넷 심의를 민간 자율기구에 이양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런 대내외적인 지적에 역행해 통신심의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충고하건대 방심위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깊게 성찰하기 바란다. 방심위가 살길은 오직 최소심의원칙뿐이다. 방심위가 계속해서 국민검열기구를 자처한다면 해체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2015717

언론개혁시민연대

 

 

 

수, 2015/07/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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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1.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비방의 목적으로 타인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일명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합헌 결정(합헌 7 : 위헌 2)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은 해당 법 조항이 ‘비방의 목적’과 같이 명확하지 않은 구성요건으로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하여 내부고발 등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점을 간과하고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킨 것으로서 유감스럽다.

2.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과 형벌조항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에 따라 더욱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방의 목적’이 명확한 개념이라고 판단하였다. 헌재는 ’공익의 목적’이 있을 경우 ’비방의 목적’이 상쇄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소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개념들은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한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할 공익도 크고 개인에 대한 비난의 목적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주된 목적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홈페이지의 입주민공간 자유게시판에 아파트 노인회의 간부 부부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본조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았는데, 해당 폭행자 중의 한 명은 폭행죄로 유죄확정판결까지 받은 상태여서 보는 시각에 따라 입주민 간 몰상식한 행동을 고발하고 이를 위축시키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주된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면 수범자인 국민은 어떠한 진실된 표현이 보호받는지 혹은 처벌받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3. 다수의견은 또한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적인 표현은 개인의 인격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고 인터넷이 갖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보다 인격권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인터넷 글을 신고에 따라 일단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나 민사적 구제방법 등은 실효성이 없고 형벌과 같은 위하력과 예방효과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사처벌 조항으로 인해 개인은 진실한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에서 구속될 수 있고 징역형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다. 더군다나 불명확한 기준으로 죄의 성립이 좌우되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보통 수사과정에서 부당하게 합의금 종용에 응하게 된다. 진실한 사실을 가린 채 형성된 사람의 명예는 진실한 것이 아닐 것임에도, 이러한 명예의 보호가 표현의 자유, 나아가 형사처벌에 수반되는 다른 중대한 기본권들의 침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4. 진실을 말한 사람이 범죄자로 처벌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모순된다. 이 법조항의 존재는 결국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 혹은 ‘명백히 공익적인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는 국제적 흐름이며 같은 이유에서 UN자유권위원회는 작년 11월 대한민국 심사에서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적 흐름을 다시금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6년 3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16/03/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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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3> 날로 진화하는 저작권 사냥꾼들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지식연구소 공방 대표)

 

1편과 2편에서 소개한 저작권 사냥꾼 사례는 2008년부터 기승을 부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사례들이다. 저작권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외국 어디에서도 이런 사례는 볼 수 없다. 이제 한국의 저작권 사냥꾼들은 날로 업그레드되고 있다.

사업 손실 만회 수단으로 악용

방송사와 일부 영화사들이 흥행 실패로 인한 손실 만회 방편으로 저작권 침해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웹하드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통 웹하드는 불법 저작물의 온상쯤으로 여기지만, 최근에는 상당수 영화가 제휴로 유통되고 방송물은 대부분 합법 유통된다. 2009년 방송 3사는 웹하드 사업자와 저작권 합의를 통해 수백억원을 과거 침해 보상금 명목으로 받았고, 2010년부터는 제휴계약을 맺어 편당 다운로드 대가의 70%를 웹하드로부터 받아왔다(웹하드를 통한 방송물 소비를 위해 이용자당 한달 평균 지출은 4,728원이라고 한다). 그 덕에 KBS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매출은 정체 상태였지만 저작권 수입만 800% 증가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보였으며, 웹하드를 통한 수익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일부 방송물이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소수의 비제휴 유통을 근거로 웹하드에게 합의금을 받아 손실을 만회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사업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옭아매는 합의금 장사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대원미디어와 웹하드간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원미디어는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이자,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국내 독점 배급사다. 최근 3년간 실적이 저조했고 2013년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았던 대원미디어는 천억원 대의 대규모 저작권 소송을 진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후 주가가 20%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원미디어는 대규모 소송을 예고한 지 1년 가까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이 스미싱 미끼로 악용

작년 11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스미싱 주의 보도자료를 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문자(SMS)를 통해 소액 결제 앱을 설치하는 스미싱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통 스미싱에 활용되는 미끼는 ‘택배 도착 알림’, ‘청첩장’, ‘쓰레기 분리수건 위반 민원접수’, ‘돌잔치 등 행사 초대’ 같은 것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로 여길 만한 수준이 되어야 스미싱에 활용된다. 저작권법 위반이 이제 보통 사람들이 나의 일로 여길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위 “불법 다운로드”를 한번쯤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이런 스미싱 사례는 저작권자들이 조장한 측면도 있다(우리가 “불법 다운로드”라고 부르는 행위가 실제로는 합법이다).

고소당하는 대학 총장들

2014년 여름 전북지역 대학들이 폰트 저작권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윤서체’로 유명한 윤디자인연구소가 로펌을 통해 저작권법 위반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대학들의 총장을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전북을 휩쓸던 폰트 저작권 문제는 그 후 영남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윤디자인은 저작권법 위반을 빌미로 2천만원에 가까운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폰트 제품의 구매를 강요하는 이런 행태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에서 흔히 있는 불공정 행위다.

더 심각한 사실은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까지 법 위반이라고 우긴다는 점이다. 교내 경비실에 붙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연구실 출입문의 “음식물 반입금지”는 비록 윤서체로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왜냐하면 폰트 저작권은 글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글꼴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폰트 파일)에 있기 때문이다(문체부 ‘폰트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 참조). 그리고 ‘윤디자인’은 정품으로 구매한 폰트 파일의 라이선스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여, 문서 작성이나 인쇄용은 괜찮지만 영상물이나 전자책 제작에 사용하려면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산 물건을 어디에 쓰건 판매상이 관여하지 못하는 건 상식이다. 소프트웨어라고 다르지 않다. 정품으로 구매한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사업용 문서 작성에 사용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꼴이다.

개인정보와 맞교환되기도

일부 저작권자들은 인터넷 사업자의 플랫폼에 달린 댓글을 통해 다운로드 이용자 수천명의 아이디와 연락처를 수집한 다음 연락이 닿은 이용자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업자를 방조범으로 고소한 다음 합의조건으로 업로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와 그로 인해 피해의 과장은 저작권자의 개인정보 수집이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게 만들기도 한다. 작년 모 방송사는 웹하드 이용자의 PC에 일종의 추적 프로그램을 달아 모든 콘텐츠 이용 내역을 죄다 긁어가려고 했다가 고발까지 당한 적이 있다. 합의금을 노리는 저작권 사냥꾼을 넘어 저작권 ‘빅 브라더’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 4편과 5편부터는 정책 얘기를 하려고 한다. 왜 저작권 사냥꾼이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최소한의 해결책이 어쩌다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지

화, 2015/06/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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