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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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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익명 (미확인) | 화, 2016/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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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⑩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 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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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할까?”, “왜 좋은 직장을 찾아보기 힘들까?”, “어떻게 하면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의 일환으로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5,399명이 참여했고 48%의 응답자가 적정한 노동시간, 삶의 질 증진 등의 ‘근로조건’을 좋은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설문조사 결과 자세히 보기) 일자리를 선택할 때 고용안정(16%), 임금(12%)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소 다른 결과였다.

희망제작소는 이어서 지난 2월 20일 오후,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열었다.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된 응답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한 것이다. 포근하고 맑은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총 11명이 희망제작소까지 찾아와 참석했고, 자신의 일 경험과 의견들도 적극적으로 말했다. 좋은 일이 많아지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석자들을 나이순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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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는 연령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과 지역, 직장 등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사진은 가면을 쓴 상태에서만 찍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 칠 만한 일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임금은 크게 바뀌지 않으니 근로조건 꼽았다”

이 좌담회의 1차 목적은 앞선 설문조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었다. 임금과 고용안정보다 ‘근로조건’, 즉 적정한 노동시간,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 및 프라이버시 침해 없는 환경 제공이라는 조건에 더 많은 응답이 몰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11명 중에서 설문 당시 ‘근로조건’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은 응답자는 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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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 다수는 “임금은 주어진 조건에서 크게 변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택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좋은 일’이 되려면 임금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부분이 어려우면 근로조건이라도 충족됐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F: 임금 수준은 직종마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채용 공고를 낼 때부터 공개돼 있으니까, 대체로는 감수하고 들어가잖아요. 근로조건은 밖에서 봤을 때는 알 수 없고, 겪어봐야 아니까 ‘좋은 일’이라고 하면 근로조건이 중요하죠.

E: 임금은 당연히 중요하죠. 임금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높아지는 쪽을 택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자기의 노동환경에서 생각했을 때, 임금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근로조건’을 꼽은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A: 연봉이 2,000만 원대라고 하더니 실제로 입사해 보니까 이것저것 빠지고 바뀌고 해서 월 140만원밖에 안 돼요. 방세가 30만원인데요. 그런데도 같이 졸업한 다른 친구들 보면 그만도 못 받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임금에 대해서는 만족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임금보다 근로조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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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정말 임금보다 근로조건이 중요해서 그렇게 답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D: 저는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다른 기업 정규직으로 다시 입사했는데, 임금은 두 배 넘게 올랐지만 행복해진 것 같지 않아요. 건강한 성인이지만,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나면 지쳐서 연애고 뭐고 할 수가 없어요. 탈모까지 왔었다니까요.

J: 저도 굳이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근로조건을 고릅니다. 근로시간만 지키게 해 주면 임금 깎아도 돼요. 제가 다니던 곳에서는 막내 직원이 “제발 하루만 일찍 퇴근하게 해 주세요” 했어요. 자취하는데 양말 빨 시간이 없다고요. 그런 정도면 임금이 큰 의미가 없어요.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으니까요.

B: 즐겁게 살고 싶어서 돈을 버는 건데 하루에 12시간 이상 회사에 있으면 내 삶이 없잖아요. 저희 회사는 특히 회식이 많아요. 술 마시라는 강요도 심하고요. 프라이버시 침해도 심해요. 주말에도 집들이 같은 걸 하면 다 참석해야 하고, 남자친구 있냐 없냐 꼬치꼬치 캐묻고요. 그런 스트레스 안 받을 수 있는 직장인지가 저한테는 제일 중요해요.

직장맘인 I와 K는 양육 때문에 근로조건을 임금보다 우선시 했다고 답했다.

I : 저는 실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소하고 지금 직장으로 옮겼어요. 그 전 직장에서는 업무 실적이 좋아서 성과급을 많이 받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건강이 안 좋아졌고, 자녀를 돌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직장을 바꾼 거예요.

K: 저도 급여가 꽤 괜찮았던 회사에서 그보다 훨씬 급여가 적은 직장으로 옮긴 적이 있었는데, 이유가 양육 때문이었어요. 여성들은 특히 일을 지속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걸려 있기 때문에, 급여보다는 근무조건이 우선일 수 있죠.

특히 대학에서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하는 K는 “학생들 상담을 해봐도 근로조건을 임금, 고용안정보다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전제는 있었다고 한다.

채용 공고와 실제 근로 환경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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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응답자 중 상당수가 채용 공고, 혹은 근로계약과 실제 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D: 지금 회사에 입사할 때, 분명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30분 퇴근’이라고 돼 있었어요. 그 점이 좋아서 지원한 건데, 와 보니까 ‘오전 7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이 일반적이에요. 야근수당은 전혀 없고요. 부가적인 복지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제발 계약대로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J: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면접 다 보고 채용 결정된 다음에야 근로계약 내용을 알게 되잖아요. 그건 정말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근로계약서 상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넣어놓은 경우도 있어요. 기밀을 다루는 회사도 아니면서 ‘퇴직 후 3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이런 식으로요.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비교하기도 어렵고 하니까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A; 저는 학교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배웠거든요. 지금 회사에서 그런 특기가 있는 직원을 뽑는다기에 지원한 건데, 지난 반 년 동안 한 번도 그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잡일을 해요. 제일 많이 하는 건 파일에 라벨 붙이는 거예요. 선배들한테 물어보면 “4년제 대학 나와도 그런 일 한다”고만 해요.

적성과 재미, 인격적 대우도 중요하다

A씨의 이야기는 ‘적성’의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직무‧직업 특성’에 관해 가장 중요한 세부 조건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적성에 맞거나 재미있는 일’(52%)이 가장 높은 응답을 나타냈다. 이는 ‘내 일의 중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권한과 자율성이 있는 일’(39%),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일’(6%), ‘사회적 위세가 있는 일’(2%) 항목보다 높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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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 중에도 적성과 재미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에 따라 직업을 갖기에는 제약이 많은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 인문계로 진학했다가 취업 때문에 이공계로 전공을 바꿨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이냐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실 아직도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걸 찾는 게 급선무고, 찾았다면 그 분야로 가기 위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야근이 많아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D: 저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기 싫은 일은 무슨 일이건 중노동일 수밖에 없어요. 요즘 어지간한 기업은 입사 경쟁률이 1,000대 1도 넘는데, 그렇게 뽑은 스펙 좋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의욕도 없고 창의성도 없이 일하도록 하는 건 낭비잖아요?

B: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다른 부서 일이 많다고 계속 잡무를 시켜요. 잠깐 도와줬더니 잘 한다면서 다른 사람 일까지 제 일로 돌리고요. 그렇다고 디자인 업무를 줄여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다보니까 디자인을 해도 시들해지고,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아요.

직장 내에서 인격적 대우를 받느냐 아니냐도 ‘좋은 일’의 핵심적 요건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F: 간호사가 전문직이라지만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보다 낮은 사람, 아랫사람 취급하는 문화가 있어요. 수술하면서 기구 던지고 욕하는 의사들 많은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요. 그게 일을 못 해서도 아니고, 의사가 한 농담을 안 받아줬다든가 하는 이유여도 그래요. 의사 눈 밖에 나면 해고되기 쉬우니까 반발을 못 하는 거예요.

A: 제가 만 19세가 안 돼서 취업한 건데도 술 마시라고 강요하실 때 정말 난처해요. 벌써 성추행 비슷한 사건도 있었어요. 화장 안 하고 출근하면 “나 오늘 네 얼굴 안 쳐다보겠다”고 하는 상사도 있고요. 저를 직원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용안정, 차별금지는 기본 중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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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좋은 일의 6가지 기준 중에서 근로조건 다음으로 높은 응답을 차지한 ‘고용안정’(16%)은 역시 중요한 요건이었다. 다른 조건이 좋아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G: 저희 업계는 마흔 되기 전에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계속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옵니다. 저는 스물아홉에 경호지도사 자격증을 땄는데, 서른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어요. 이런 현실이라면 긴 시간 공부하고 자기계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H: 저는 금융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데, 2년 만에 한 번씩 직장을 잃어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법 만드시는 분들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아요. 3개월간 새 직장을 못 찾아서 쉰 적이 있었는데, 가장 입장에서 정말 피가 마릅니다. 더 힘든 건, 정규직들이 ‘갑질’을 할 때예요. “너희는 2년에 한 번 바뀌니까”라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기도 해요. 그 분들이라고 대단한 스팩 가진 게 아니라 1980~1990년대 여건 좋을 때 우연히 맞아서 취직했을 뿐이면서요.

좋은 기업 인센티브냐 나쁜 기업 처벌이냐

노동현실에 대해 많은 의견들을 나눈 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방법들에 대해 물어봤다. 설문 응답 항목으로 제시됐던 내용 중에서는 좋은 일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근로기준법 위반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규제 및 처벌 등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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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건 노동자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그걸 강요한 기업 또는 상사에 대해서 확실하게 형사 처벌을 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반강제 야근이라는 문화가 없어질 것입니다.

H: 저는 나쁜 기업에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오죽하면 저 혼자 팟캐스트라도 만들어서 업계의 나쁜 관행을 낱낱이 밝힐까 생각중입니다.

K: 저는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잘 하는 기업을 발굴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불이익 중심으로 가면 나쁜 기업들이 더 숨어버리고, 직원들도 압박을 크게 느끼지 않을까요? 기업이 실업급여도 안 주려고 고, 부당노동행위 신고도 못 하게 막고, “고소 할 테면 해봐, 우리는 다 준비돼 있어” 이렇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니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듯합니다.

E: 좋은 일 확산시키는 정책을 펴더라도 그 전에 나쁜 기업들, 썩은 부분을 도려내서 없애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서 전 국민이 다 알게 했으면 좋겠어요.

“노동자 가족의 직장 체험 의무화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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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는 설문 항목에는 담지 못 했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도 제기됐다.

J: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 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F: 저는 어려서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곳에 가본 적이 있어요. 내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 하면 어떨까요? 이를 의식해서라도 기업 문화들이 조금은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D: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 했으면 좋겠어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요. 일하는 사람이 권리와 법적 기준을 알아야 개선이 될 것입니다.

D씨의 말처럼 근로기준법, 노동법, 근로계약서 내용 등에 대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청소년들에게까지 확대됐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밖에도 “불편해도 조금 참지 뭐, 이렇게 하면 우리 아이들은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할 것이다”(I), “사회를 바꾸려면 각자 공부도 더 하고, 선거 때 한 표도 제대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F) 등 의견들도 나왔다.
또한 이렇게 자기 일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면서 희망제작소에 이 일을 이어가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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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찾기 전문가 토론회’로 이어져

‘좋은 일 찾기’와 관련한 희망제작소의 다음 활동은 전문가 토론회다. 다음 연재를 통해서는 2월 24일 열리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그리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노동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요구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물론,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부디 단순명료한 대안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그처럼 단순명료하게까지는 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려면 하나씩이라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그 뜻만큼은 통하리라고 믿는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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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전주 특성화고 학생의 자살을 계기로 <뉴스타파>가 서울의 한 특성화고 전기제어반 졸업생(2016년 2월 졸업) 27명의 1년 후 취업실태를 추적했다. 조사는 지난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같은 반 졸업생 5명을 모아 면접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청년들은 졸업 13개월 동안 친구들의 근황을 대부분 알고 있었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내용은 조사 도중 전화와 SNS로 직접 확인했다.

교육부 발표에 훨씬 못미치는 체감취업률

27명 중 7명(25.9%)만 전공인 전기업종에 계속 취업중이었다. 교육부가 말하는 2016년 취업률 47.2%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모나 친척회사에서 일하는 청년도 6명(22.2%)이 됐다. 가족회사 취업자 중 전공대로 일하는 청년은 1명(전기)에 불과했고 대부분 부모의 식당과 편의점에서 일해 취업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주유소나 치킨배달 같은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청년도 5명(18.5%)이나 됐다. 군 입대(대기 포함)자가 3명, 대학 진학자가 6명이었다.

특성과고 전기제어과 졸업생 1년 뒤 현황

이들 청년은 고3이었던 2015년 9월부터 현장실습에 나갔고 2016년 2월에 졸업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과 같은 나이다. 6번 청년(이들이 익명을 요청했기 때문에 기사에서는 번호로 호칭한다)은 숨진 김군처럼 2015년 9월부터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를 유지보수하는 외주용역회사 은성PSD에서 현장실습하다가 지난해 9월 서울시의 직영화 방침에 따라 서울메트로 안전업무직이 됐다. 이렇게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17번 청년은 꽤 큰 방산업체에 현장실습 나갔지만 석달 내내 짐만 나르다가 실망해 그만두고 지금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새로운 진로를 모색중이다. 교육부는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선취업 후진학 등 적극적인 정부의 고졸 취업활성화 정책 효과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취업률이 지난해 47.2%로 2009년 16.7% 이후 7년 연속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특성화고를 나온 청년들은 교육부와 달리 한결같이 “체감 취업률은 잘해야 20%”라고 말했다.

5명의 청년은 “현재의 현장실습은 취업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2015년 가을 현장실습할 기업을 택할 때 “상담이나 진로탐색은 없었고 교사가 회사 이름을 말하면 손 들어 실습할 기업을 정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방산업체는 병역특례가 있어 실습을 선호하지만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진학을 위해 실습 나가는 학생도 많아 현장실습의 원래 취지는 무색해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알바나 임시직이라도 유지해야 학교의 취업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회사가 노동법을 어겨도 선생님들도 어찌하지 못한다”고 했다.

1급 발암물질 취급사업장도 포함

2015년 전북 특성화고 현장실습 1급 발암물질 배출사업장 현황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나간 기업체 중 ‘1급 발암물질 배출사업장’도 상당수 포함됐다.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지난해 8월 전북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 끝에 받아낸 2015년 1689명의 전북 특성화고 현장실습 기업체 현황에 따르면 환경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상 1급 발암물질 취급사업장도 36곳이나 포함됐다. 전북교육청은 현장실습 운영지침으로 “학생안전에 위험요소를 내포한 기업이 선정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권고”했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빵집과 편의점, 휴대폰 판매업체, 미용실, 요식업, 통신업체 고객센터, 심지어 인력 파견업체를 통한 실습도 받았다.

학교와 교육청, 노동부 아무도 책임 안져

이번에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LB휴넷)에서 일하던 전주 특성화고 홍 모 양 자살을 조사한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강문식 집행위원장은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 노동부 어느 한 곳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양은 지난 1월 22일 숨졌는데 사건 한달 동안 학교와 교육청은 실족사로 추정한다며 경찰조사 뒤 대응하겠다고만 했다. 이들 청소년단체가 유족과 친구들을 만나 홍양이 고객센터에서 소위 ‘욕받이 부서’(SAVE, 해지방어)에서 일했고 ‘콜 수를 못 채워 늦게 퇴근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야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홍양이 일했던 고객센터는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 “실습생에게 실적을 하달하지 않았고, 자살과 업무 연관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3일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면담에서 홍양이 숨진 지 두달여 만에 사과와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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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홍양은 애완동물 전공인데 휴대폰 콜센터 해지방어 부서에서 해지하려는 고객을 막아야 했다.

학교와 홍양, 업체 3자가 2016년 9월 2일 체결한 ‘실습협약서’엔 하루 7시간에 월 160만 5천원을 지급하고, 합의 하에 하루 1시간 연장근무하면 법정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사진 위쪽). 그러나 홍양과 업체가 9월 8일 체결한 ‘근로계약서’엔 하루 8시간을 기본으로 1개월 113만 5천 원, 2개월 123만 5천 원 등으로 다르게 작성돼 있다(사진 아래쪽). 이에 대해 강문식 집행위원장은 “불과 6일만에 근로조건을 하락시킨 건 업체가 학교와 학생을 기망한 것”이라고 했다.

실습협약서와 근로계약서 월급 서로 달라

강문식 집행위원장은 홍양 사건을 조사하면서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현장실습생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중도복귀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하는 프로세스가 아예 없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 문제를 다루다가 지난해 퇴직한 하인호 전 인천비즈니스고 교사는 지난 22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현장실습과 취업을 엄격히 구분해 현장실습은 교육의 연장으로 인식해야 하고, 현장실습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기업체에 파견하는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 나면 그때마다 땜질 대책 발표

현장실습제도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63년 일선학교의 실습용 교육기자재 부족을 메우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가 1993년 김영삼 정부 땐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따라 3D업종에 노동력 공급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현장실습 흑역사(붉은색은 ‘정부 대책’ 발표)

 대통령 시기 내용
 박정희  1963 학교 교육기자재 부족 해소 위해 현장실습 첫 실시
김영삼 1993 신경제 5개년 계획. 3D 업종 인력공급에 활용. 노동력 제공 도구로 전락
김대중 2002.7.24 충남 아산 세원테크 공고 실습생 구사대로 동원 고3 실습생을 노조원의 노조사무실 출입 막는 데 동원
노무현 2003.5 교육부 7차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고교 현장실습 운영개선안 발표
 2005.11 전남 여수 D엘리베이터 정비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광주 S공고 현장실습생 추락사
2006.5 교육부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 발표. 현장실습 사실상 폐지
이명박 2008.4.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발표 : 기업 요구 수용해 최소 안전장치 없이 부활 무리한 취업률 목표로 특성화고 압박(2011년 25% – 2012년 37% – 2013년 60%)
 2011.12 광주 기아차 도장부에서 주야맞교대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전남 영광실업고 김군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짐
2012.4.16 교육부-노동부-중기청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발표 학교 사전교육 의무, 1일7시간(최대 8시간) 주2일 휴무보장, 안전 조치 우수사례와 매뉴얼 개발 보급, 기업 선별, 근로조건 모니터링, 실태점검 요란했지만 법적 강제성 없어
2012.12.18 항만공사 작업중 폭풍 속에서 해경 피항 지시를 어긴 채 작업 강행하다 작업선 전복. 순천효산고 현장실습생 사망
박근혜 2013.8 교육부-노동부 ‘학생안전과 학습 중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 실습시기 2학기로 미루고, 표준협약 위반기업에 과태료, 안전 강화
 2014.1.20 충북 진천 CJ제일제당 진천공장 마이스터고 실습생 12시간 장시간 노동에 사내 괴롭힘으로 자살
2014.2.20 울산 현대차하청 금영ETS 실습생 폭설로 무너진 공장지붕에 깔려 사망. 김군은 2013년 11월부터 졸업 이틀 전까지 일하다가 사고
2015.11~12 부산 정관 독일계 기업 말레베어공조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특성화고 실습생(3개교 16명) 대체인력으로 투입. 2016.11 ‘외국기업의 날’ 국무총리 표창
2016.5.28 서울지하철 구의역 9-4 승강장 스키린도어 작업하던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 전동차에 치여 사망. 2014년 11월부터 실습생으로 일했음.
2016.5 성남 외식업체 조리부에서 일하던 군포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 장시간 업무와 선임노동자 괴롭힘에 자살. 2015년 9월부터 실습생으로 일했음.
2017.1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LB휴넷) 현장실습생 홍양 자살

이후 정권은 현장실습생의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을 내놨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충남 아산의 세원테크에 파업이 일어나자 고3 실습생을 노조원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는데 동원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듬해 노무현 정부 초기에 현장실습 운영 개선안을 발표했다.

2005년 11월 전남 여수 D엘리베이터 정비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광주 S공고 현장실습생이 추락사하자 이듬해 5월 교육부는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업체파견형 현장실습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현장실습을 학교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파견형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무리한 취업률 목표까지 제시하며 특성화고를 압박했다. 당시 10%대였던 특성화고 취업률을 2011년엔 25%, 2012년엔 37%, 2013년엔 60%로 제시했다. 그러나 특성화고 취업률이 7년 연속 상승했다는 지난해까지도 정부 발표 취업률은 47.2%에 그쳤다.

2011년 12월 광주 기아자동차 도장부에서 주야 맞교대로 장기간노동에 시달리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교육부와 노동부는 2012년 4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하루 7시간 노동에 주 2일 휴무보장에 근로조건 모니터링과 실태점검을 약속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었다. 발표 8개월 뒤 2012년 12월 울산 신항만공사 작업중 폭풍 속에서 해경의 피항 지시마저 어긴 채 작업을 강행하던 석정건설 작업선이 전복돼 순천 효산고 현장실습생이 실종됐다가 숨졌다. 이듬해(2013년) 8월 박근혜 정부는 ‘학생안전과 학습중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표준협약 위반기업에 과태료를 매기고 안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땜질처방도 시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1월 충북 진천 CJ제일제당과 2월 울산 현대차 하청업체 금영ETS 실습생 사망사고에 이어 2015년엔 부산 정관지역 사업장 파업에 실습생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 5월엔 구의역과 성남 외식업체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졸업생이 숨졌다. 지난 1월엔 전주 콜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고교생도 숨졌다.

역대 정부는 실습생 사고가 나면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아 비난을 자초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선 땜질식 대책마저 시들해졌다. 2012~2014년 부산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조사해온 이숙견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2015년 목표취업률 28%를 달성하면 교육부 재정지원을 받게 돼, 이를 위해 무리하게 학생을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부산지역 조사에선 1726개 업체 가운데 술집과 인력파견업체 현장실습도 20여곳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에 따른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를 담아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안전과 권익보호에 역점’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전주 콜센터 실습생 자살이 알려진 직후였다.

금, 2017/03/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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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산 벼생산관련회의 개최

 

생산자 회원, 소비자 조합원 함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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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조정된 가격으로 동결, 작년과 동일한 65,100가마 생산 결정 

 

2017년산 한살림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벼생산관련회의가 지난 12월 16일, 200여 명
의 생산자 회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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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한살림은 ‘우리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 농업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소 마진 정책과 연중 쌀 이용촉진 활동을 함께 벌였습니다. 각 회원생협은 ‘주먹밥 시식 행사’, ‘현미 핫팩 증정 행사’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쌀 이용촉진 활동을 펼치며 쌀 소비에 힘썼습니다. 이 결과 각 회원생협별로 올 2월 벼생산관련회의에서 약속한 쌀 소비량의 95% 이상을 달성하였습니다. 한살림 연합에서는 칠분도미를 새롭게 공급했으며, 유기쌀올리고당, 연잎밥, 현미수국차, 쌀로만든잉글리쉬머핀 등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연간 90톤의 쌀 소비를 확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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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살림은 1,055농가의 3,692천평의 논에서 61,990가마(80kg 한 가마 기준, 이하 동일)의 쌀을 생산해 멥쌀의 경우 55,008가마, 찹쌀의 경우 6,982가마를 수매했습니다. 한살림 생산자 2,157가구 중 벼 생산자는 1,055가구로 48.9%가 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7년산 벼 수매가격은 2015년산 인하한 수매가대로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동결하기로 했으며, 정곡 80kg기준으로 65,100가마를 생산하여 논 면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미질 향상을 위해 품종을 통일하고, 미질향상을 위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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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의 28%만이 한살림 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 밥상을 지키는 한살림 쌀. 2017년에도 많이 이용해 주세요.

 

 

화, 2016/1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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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71호 중 ‘생산지 탐방

 

냉해를 꿋꿋이 버티고

찾아온 새콤달콤함

만감류, 레몬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

제주 서제주공동체

 

19면_생산지탐방_레몬열매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는 2017년 2월 20일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서제주공동체 만감류 농장을 찾아 강미아, 김필환 생산자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만감류란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밀감이란 뜻입니다. 바람이 무척 거세고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한라봉, 청견, 천혜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기재배 레몬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들떴습니다.

생산자님의 안내를 받아 하우스시설에 들어서자 새콤한 레몬 향이 풍겨왔습니다. 그리고 수입 레몬의 진한 노란색이 아닌 연한 빛을 띤 국산 레몬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확 후 바로 선별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완전한 노란색을 띠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숙과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 시기에 수확하여 잘 익은 레몬이지만 에틸렌 등 화학물질을 이용한 후숙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노란빛을 띤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둘러보는 동안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가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생산자님께 물어보니 지난해 폭설로 냉해를 입어 레몬나무의 30% 정도가 고사하였다고 합니다. 화학비료를 주는 방식으로는 나무를 심은 지 3년이면 출하가 가능하지만, 유기재배는 7년 정도가 되어야 출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나무가 추위에 떨다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레몬 01_201001

 

만감류는 물을 주면 당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가림을 해야 하고 큰 과실보다는 작은 과실이 더 맛이 좋습니다. 만감류를 둘러보다 만감류의 어머니라 불리는 청견나무 아래에서 오리와 거위, 닭도 만났습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유정란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한겨울 아주 짧게만 만날 수 있는 한살림 레몬,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자라나는지는 몰랐습니다. 내 입에 들어온 새콤달콤한 맛은 나무들에게는 추위를 견딘 강인함이라는 것을, 생산자분들의 애씀과 고단함이란 것을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글 홍주리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

 

 

제주 서제주공동체 생산자님께 물었습니다

 

19면_생산지탐방_단체사진

 

농사를 지으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죠. 태풍이나 냉해가 오면 생산비,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생산량은 줄어들고요. 거기다가 가격이 관행농과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덜 받는다면 더 하지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요. 소비자의 건강과 더불어 생산자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또 한살림 생산자들은 자연재해에 피해를 입게 되면 생산안정기금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참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만감류가 생산되고 있네요

 

만감류는 단맛 말고도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과일은 달면 맛있다고들 하는데, 새콤하게 산미가 돌아야 맛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신맛(스타치), 쓴맛(팔삭) 등 여러 가지 맛을 가진 과일을 많이 재배합니다. 앞으로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재배해 온 뎅유자나 레몬 같은 다양한 맛을 지닌 감귤류 재배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화, 2017/03/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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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이 박 대통령의 대선 일자리 공약은 물론이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노동자가 아닌 경제계의 오랜 숙원사업을 들어준 대기업 편들어주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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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요건 강화” 공약도, 국가인권위 권고도 무시…일반해고 도입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10대 공약 중 하나로 일자리 공약인 ‘늘지오’를 내세웠다.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현재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이 공약의 핵심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고용을 안정화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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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대선공약집 183페이지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고용안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리해고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174페이지에는 “고용안정을 우선으로 하면서 기업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다시 한 번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강조했다. 당시 노동계도 이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리해고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해고자 선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어떤 기준에 부합하는 근로자를 해고하라는 가이드라인 제정은 부적절하다. 근로자 대표와 협의를 통해 각 사업장의 현실에 맞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결국 가이드라인은 만들지 않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구체화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렇게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에 미온적이었지만 지금은 대선 공약집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일반해고’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해고는 9월13일 노사정 합의안에서 ‘추가협의’하는 것으로 보류됐지만, 이미 고용노동부는 연내 완료를 목표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반해고를 대법원 판례에 맞춰 정당하게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지,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정리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했던 인권위 권고를 거부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재계 요구 대거 수용… ‘대기업 노동유연화 법’ 비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선전하는 이른바 ‘노동개혁’의 실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 재벌 챙겨주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 파기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의 문제를 완전히 자본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노사정 합의안과 새누리당 노동5법을 두고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는 반면 경제계는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 요구해온 것들이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2년 5월 ‘청년실업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에 대한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정년연장에 따라 청년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위해선 법정 해고요건 완화 등 선행조건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논리와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노사정합의안과 새누리당 법안을 통해 경총이 내세웠던 1위부터 5위까지의 선행조건을 모두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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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경우에는 ‘2014 규제개혁’ 이라는 재계의 요구를 담은 건의사항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고용노동부에 요구하는 사항으로 ‘정당한 해고 사유 명확화(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불이익 요건 완화’ 등이 있었는데, 이 역시 그대로 반영됐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들이 곳간에 쌓아둔 돈은 그대로 남겨둔 채 노동자들의 목만 비튼 격”이라며 “일반해고의 경우 이미 관행적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받겠다라는게 재계의 바람이었는데 그것을 고스란히 정부가 들어준 것이다. 이를 두고 ‘대기업 노동유연화법’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이들의 투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낮은 노조 조직률마저 깨부수고 70년대 새마을 운동 시절로 노동시장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정부와 기업의 욕구가 담긴 것이 이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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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비판은 청년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취업준비생인 김태훈 씨는 “사내유보금도 쓰지 않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등에서 아낀 돈을 청년들 일자리를 위해 쓸 것 같지 않다”며 “산업 전반적인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일자리가 늘어나지, 노동시장 개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 2015/10/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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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2]
③모든 일이 ‘좋은 일’이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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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고 싶다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야말로 ‘꿈’일 뿐이라고요?
현실에서 시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호기심이 공포를 이겼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사회에 기여도 한다면 그게 ‘좋은 일’이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의 노동권 토대를 같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난 7월3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강당)에서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첫 행사인 청소년 워크숍이 진행됐다. 만 13~19세 청소년 30명이 참여해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또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일 이야기’ 청소년 워크숍 후기)

또한 이 워크숍에서는 ‘새로운 일’과 ‘노동권’에 대한 두 개의 강의가 있었다. 그룹 대화에 앞서 진행된 ‘새로운 일의 실험-적당히 벌고 잘 살기’(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와 그룹 대화 후에 진행된 ‘좋은 일의 토대가 되는 노동권 이야기’(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회장) 강의였다.

유망 직업 쟁취하면 ‘승자’, 못 하면 ‘패자’?

첫 강의는 청소년들이 ‘그룹 대화’에서 이야기할 ‘좋은 일’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넓혀주기 위한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청년기를 거치며 대부분 성적 등 범위에서 최대로 선택 가능한 ‘유망 직업’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잘 거쳐낸 ‘승자’(勝子)는 한정된 숫자의 질 높은 일자리를 쟁취하고, 나머지 ‘패자’(敗者)는 질 낮은 일자리에 가더라도 “내가 더 노력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자조한다. 그렇게 하나의 직업, 사회에 나가 하게 되는 첫 번째 일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일의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첫 번째 강의의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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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연구원은 아름다운가게, 네이버 등에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 전인 2013년, 서른셋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로 새로운 일의 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색하고 전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이 내용을 모아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이름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좋은 일, 공정한 노동 1]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 김진선 연구원 인터뷰)

김 연구원이 처음 관심을 가진 대상은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전혀 새롭게 보이지 않는 말이겠지만, 김 연구원이 설명하는 ‘공부’는 학교 공부, 입시 공부와는 다르다. 근본적으로 삶을 탐구하기 위해서, 어떤 자격 취득이나 통과의례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공부다.

그 사례로 제시한 인문학공동체 ‘남산강학원‧감이당’은 김 연구원이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함께한 곳이다. 동서양 고전과 철학 등을 다양한 강좌와 세미나 등을 통해서 배우면서 각자 삶을 탐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인데 김 연구원이 여기서 공부와 일, 삶이 연결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평일 낮에도 공부하고 산책하면서 유유자적 사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부러운 마음이 들어서 이야기해 봤더니 그렇게 살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그 이유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소비를 줄이고, 이런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각자 이런저런 일로 벌어가면서 사는 것이었다. 김 연구원은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간소한 삶을 살고, 일과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는” 점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 같은 일도 있다”

여기서 자극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탐방하기 시작했다고. 그중에서 ‘공부’라는 키워드와 연결된 또 다른 사례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다.

그가 “회사이면서 회사가 아닌 신기한 그룹”이라고 소개한 롤링다이스는 한 출판사 주최 세미나에서 만난 사람들이 “새롭고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우리가 내고 싶은 책을 적은 비용으로 내보자”고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9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조합원은 12명. 그중에서 2명은 상근직원이다. 그렇지만 이 조직의 목적은 여전히 ‘더 많은 수익’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 같은 일’이라고 김 연구원은 전했다.

▲십년후연구소의 한글 티셔트 만들기,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십년후연구소의 한글 티셔트 만들기,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그런 점은 김 연구원이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십년후연구소’도 비슷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 있을 때 친구들이 “재미있는 일 벌여 볼 건데 너도 할래?”라고 하기에 합류했다는 단체다. 그동안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한글 티셔츠 만들기’와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세계에 더 알리기 위해 해외여행 때 입을만한 한글 티셔츠를 제작한 일, 그리고 여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건물 옥상에 흰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다.

“7명의 문화기획자 그룹이 활동하면서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사업이 될 만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특징은 일할 수 있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쉬는 사람들로 구성된 점이예요. 이 활동으로 ‘밥벌이’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이밖에 3명의 여성이 시작해서 지금은 대학로의 명물로 자리잡은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 친환경 패션 디자인 회사인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한 ‘룸텐트’ 제작 회사 ‘바이맘’ 등 사례들을 ‘관계’와 ‘사회적 가치’의 키워드로 소개했다.

좋은 일 찾을 때까지 실험할 수 있으려면?

▲ 인천 검암동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 인천 검암동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김 연구원이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인천 검암동의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에 대해서는 “월 50만 원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걸 실험하는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50만 원만 있어도 살 수 있더라고요.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든든한 관계 속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다양한 삶의 유형들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을 때까지 실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연구원은 청소년들에게 “여러분도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일’을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일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도구로 놓고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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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100분의 그룹 대화에서 청소년들은 ‘재미있는 일’, ‘보람 있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고소득의 안정적인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에 대한 욕구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넘어서지는 못 했다. 또 좋은 일이 많아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변화돼야 할 모습을 묻자 ‘모든 일이 존중받는 사회’, ‘재도전 기회가 많은 사회’, ‘돈 적어도 인간답게 사는 사회’, ‘다르게 살아도 되는 사회’ 등을 꼽았다. 많은 자원과 능력을 획득한 사람만이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승자’와 ‘패자’의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혔다.

“판사도 장관도 연예인도, 모두 노동자”

마지막 순서인 박성우 노무사의 강의는 이와 같은 대화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됐다. 박 노무사는 먼저 “15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노무사라고 하면 ‘농사지으신다고요?’ 하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했다.

“노무사는 변호사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노동법에 특화된 영역만 다룹니다. 임금 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을 당한 노동자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무사들이 많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크니까요. 제가 속한 ‘노노모’ 회원들처럼 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서만 일하는 노무사는 전체의 7~8% 정도에 불과합니다.”

강의를 듣는 청소년 대부분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노동’,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되짚어보는 과정도 있었다.

“오늘 주제가 ‘좋은 일’인데, 쉽게 말하면 ‘노동’이죠. 노동이라고 하면 다르게 들리나요? 우리가 앞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노동자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자’라는 말을 어떻게 느끼나요?”

박 노무사는 현상수배범 전단의 ‘노동자풍의 경상도 말씨’라는 설명 부분을 보여주면서 “저도 월급 받는 노동자인데, 노동자풍으로 생겼나요?” 하고 물었다. 이어서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노동자는 사전에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고, 근로기준법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돼 있지요. 그러니까 판사‧변호사‧장관, 나아가서는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운동선수도 노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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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대가 받을 권리, 그조차 약한 사회

한국 사람 중에서 임금노동자는 1,880만 명, 사실상 성인 대부분이 노동자라고 전하면서 박 노무사는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이고, 여러분도 노동자가 될 것이고, 그러니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정도는 굉장히 약하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법률센터에서 연간 3,000건 정도를 처리하고, 하루 20~30건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절반가량이 임금 체불, 즉 일하고도 돈을 못 받은 경우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어려워져도 임금부터 줘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임금을 안 준다는 것은 한 가정의 생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죠.”

한국은 ‘근속기간’, 즉 노동자가 한 직장에 계속해서 다니는 기간의 평균치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짧다. 5년이 조금 넘는 정도. 박 노무사는 “이미 한국 사람에게는 평생직장이란 없다는 뜻”이라면서 “노동자의 3분의 1 정도가 1년도 안 되는 기간만 일하고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 전체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그렇지만 고용이 불안한 이유가 단지 그 비율 때문은 아니다. 박 노무사는 “네덜란드는 전체 고용의 80%가 비정규직”이라고 했다.

유럽에 ‘비정규직’ 용어가 없는 이유

네덜란드의 사회복지 제도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여준 뒤 박 노무사는 “일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사회보장 제도 덕분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고, 계약직으로 일해도 부당한 차별이 없고, 경력이 단절됐다 다시 일하는 것도 자유롭다면 ‘비정규직’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면서 “그래서 유럽 등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처음 사회에 진입해서 가지게 되는 일자리, 즉 20대의 일자리와 나머지 일자리의 질 차이가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기업에 다녀도 40~50대가 되면 나가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재취업 할 때는 경비 등, 이전 경력을 살릴 수 없고 처우가 열악한 일자리밖에 없지요. 여성들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빠르면 20대에도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데, 그 이후는 대부분 비정규직, 낮은 처우의 일자리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이어서 야근이 일상화돼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없는 한국 노동자의 현실을 말할 때는 참가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들을 통해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박 노무사는 한국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로도 OECD 1위, 독보적 1위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은 죽도록 일하다가 진짜 죽는 사회”라고 했다. 지난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19세 노동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알려지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일하다 죽는 노동자는 연간 2,300명, 하루 평균 6명이다”라고 했다.

“어제도 6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은 셈입니다. 여러분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어린 노동자들도 있었을지 모르고요. 일정한 안전 장치만 있어도 살았을 노동자들이 죽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흔합니다. 그렇게 사람이 죽어도 벌금 3,000만 원 정도 부과되는 데 그치지요. 반면 유럽의 경우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으면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런 차이가 우리가 일할 노동 환경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운 좋게 착한 사장님 만나야 보장 받는 노동권?

박 노무사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영상을 보여주는 등 산업사회 이후 노동권이 확립돼 온 과정을 설명했다.

“노동권은 오랜 시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돼 온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고, 국가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노동권은 운 좋게 착한 사장님을 만나면 보장 받고 아니면 보장 못 받아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노동 조건이 나아지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것입니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70~80%에 달하는 노동조합 가입률이 10%에 지나지 않고, 노동조합, 학교 교육에서 노동권에 대해 거의 배우지 않다보니 노동조합, 파업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청소년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박 노무사는 “일하는 환경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노동권, 연대, 실천의 필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박 노무사는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저는 노무사라는 일이 보람 있고 재미있다”면서 “오늘 주제인 ‘좋은 일’의 기준을 생각해 봤는데 첫째는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두 번째는 사회적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세 번째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노동자에게 일은 생활의 대부분이고 때로는 삶 자체이죠. 저는 일의 보람과 기쁨이라는 내적 성취가 돈과 안정성이라는 외적 성취로 이어져야 진정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원하는 ‘좋은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해지는 데 주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두 개의 강의에 대해 청소년 참가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고, 강의 끝부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강의 내용이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애초에 첫 술에 배부르기 위한 기획은 아니었다. ‘그룹 대화’ 시간에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으로 꼽았던 ‘모든 일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과정, 작은 발자국 하나라는 의미는 남지 않았을까?

청소년 워크숍에 대한 참가자들의 소감, 그리고 같은 시간에 희망제작소 3층에서 진행된 학부모 워크숍의 내용은 다음 연재를 통해 전할 예정이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금, 2016/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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