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금도를 벗어난 청와대의 대국회 테러방지법 처리 강요
[공동논평]
최근 이른바 한국NFC 사태로 본인확인기관 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정보통신망법의 본인확인기관 제도에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인확인기관이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개발하라는 도입취지와 달리 국가후견주의적 사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기관은 예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 권한이 있고 또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수많은 법령들이 본인확인기관이 제공하는 본인확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어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SMS 방식의 본인확인 서비스는 이미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명길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작년 한 해에만 본인인증 서비스에서 258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본인확인기관의 개인정보보호 미비 논란, SMS 방식의 보안 취약성 논란 등은 차치하더라도, 2016년 현재 과연 국가가 계속 본인확인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업자들이 영위하는 사업 특성에 맞게 적당한 기술과 방법을 통해 본인확인을 하고, 그 미비점은 사후에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 규제 방법이 아닐까요?
이번 오픈넷 포럼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인확인기관 제도에 대한 바람직한 규제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미리 참가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 참가하신 분들께는 샌드위치가 제공됩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기 바라며, 주차비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일시: 2016. 11. 2.(수) 저녁 7:30 – 9:30
장소: 메디아티 회의실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8길 11, 1층 (대아빌딩))
- 오시는 길: 지도보기 (지하철 2,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걸어서 5분)
패널: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경신 오픈넷 이사
황승익 한국NFC 대표이사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보도자료]
언론11개 단체 KBS 이사회에 공개질의
-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의 선임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나아가 청와대가 KBS 이사회 구성에도 관여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KBS 사장 공모에 나서 최종 5인 후보에 들었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최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KBS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KBS 이사회도 “이 두 사람이 의논해서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 충격을 금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모든 인사를 청와대가 직접 좌지우지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권력이 방송의 독립성을 짓밟은 명백한 위법행위입니다. 이에 11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늘 KBS 임시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현 사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KBS 이사회에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
[공개질의서]
KBS 이사회는 청와대 개입의 진상을 밝혀라.
- 귀 이사회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 KBS 이사회는 지난 10월 7일 차기 사장 공모를 시작하여 26일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나아가 청와대가 KBS 이사회 구성에도 관여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 KBS 이사회는 KBS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로,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현 이사회는 존립 근거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현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아래>와 같이 KBS 이사회에 공개 질의합니다. 성실한 답변을 통해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진상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1.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에게 묻습니다.
KBS 이사회가 이번 사장 공모에서 최종 5인 후보로 뽑았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KBS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을 검토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도 “추석 연휴 때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하고 조우석 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습니까?
2. 이인호 이사장, 조우석 이사를 비롯한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묻습니다.
강 전 감사는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한테 그런 얘기를 한 건, 두 사람만 알고 있으라는 게 아니라 다른 이사들한테 공감대를 사전에 넓혀달라는 얘기”라며 “그래서 다른 이사들도 두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추석 연휴 이후에 여권 추천 이사 6인이 참석한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이번 추석 연휴에 홍보수석실에서 내려온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하자’며 입을 맞추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책모임을 가진 사실이 있습니까?
3. 여권추천 이사들에게 묻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KBS 여권추천 이사들이)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에게 무슨 체크리스트 같이 각서에 버금가는 다짐을 하고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조대현 사건처럼 “한 표라도 이탈이 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 전 감사는 이런 얘기를 여권 이사에게 직접 들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했습니다. 해당 이사는 강 전 감사를 지지했는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고대영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설명입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을 만난 사실이 있습니까? 그에게 각서 수준의 다짐을 한 것이 사실입니까?
4. 이인호 이사장에게 묻습니다.
강 전 감사는 KBS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도 놀라운 발언을 했습니다.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기 전에, 거의 매일 KBS 이인호 이사장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화통화를 했다. 그 두 사람이 의논해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KBS 이사 추천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습니다. 대통령은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임명만 할 뿐입니다. 만약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인사와 함께 KBS 이사 선임을 주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방송법을 어긴 범법행위이자 KBS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입니다.
청와대 인사와 KBS 이사회 구성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까? 항간에 ‘이인호가 조우석을 낙점했다’, ‘이인호가 라인업을 다 짰다’ 식의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강 전 감사의 폭로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혹에 대하여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5. 이에 이인호 이사장에게 묻습니다.
이상한 얘기는 또 있습니다. 강 전 감사는 “내가 잘 아는 D씨가 이인호 이사장과 수개월 동안 KBS 차기 사장에 대해서 논의를 같이 해왔는데, 추석 연휴에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전화를 받은 이인호 이사장이 D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이런 사람을 받기 위해서 여덟 달 동안 고생을 했습니까, 참 답답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미디어오늘>에는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를 끝낸 직후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여자가 전화를 했는데 손(병두) 이사장이 청와대 전화를 받았다고 그래서 펄쩍 뛰었어요. 유동성이란 건 마지막까지 있어요”, “하여튼 그따위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뗐어요. 청와대에서 했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됐을 리도 없고 전혀 아니다. 손 이사장이 그렇게 말했을 리도 없고 전혀 아니다. 그 따위 소리 하지 말라고 딱 잡아뗐어요.”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전 KBS 이사장)과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습니까? 손 이사장과 ‘여덟 달 동안’ KBS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이 사실입니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인호 이사장은 올해 초부터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입니다. 이인호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까지였습니다. 왜 후임 이사의 임기에 치러질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입니까? 대체 어떻게 연임을 확신한 것입니까? KBS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과 KBS 사장 문제를 논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하여 상세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 KBS 이사회에 묻습니다.
또한 강 전 감사는 이번 KBS 사장 공모와 심사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실토하였습니다. 강 전 감사는 KBS 사장 공모 시작을 앞둔 10월초(추석 연휴 지나서 몇 일후)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여권 이사 B씨를 만났고, B씨는 강 전 감사와 KBS 사장 선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KBS 현직 이사가 KBS 사장 공모를 앞두고 지원 의사를 밝힌 자를 만나 사장 선임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입니다.
강 전 감사를 만난 여권 이사 B씨는 누구입니까?
강 전 감사는 또 현재 여권 이사 중 E 이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사장 선임 과정에서 E 이사가 내부 정보를 전해주고 자신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직 KBS 이사가 사장 공모 과정 중에 특정 후보자에게 이사회 내부 정보를 빼내 전달하고, 직접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KBS 이사회는 언론시민단체들의 거듭된 회의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사장 선임에 관한 모든 안건을 비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뒤에서는 비공개 회의정보를 특정 후보에게 전달하는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KBS 이사회에 묻습니다. 강동순 후보에게 이사회 내부정보를 유출한 여권 이사 E 씨는 누구입니까?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여권 이사 E 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입니까?
7. 이인호 이사장과 KBS 이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이번 KBS 사장 공모 1차 투표에서 5표를 받았던 유력 후보자 였습니다. 그의 발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론한 인물들의 영향력과 친분관계를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법 46조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KBS의 독립성을 훼손한 이사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KBS 이사회는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반드시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KBS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KBS 이사회는 KBS의 독립성을 증명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KBS 이사선임부터 고대영 사장선임에 이르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KBS 독립성 훼손’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론시민단체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해주시시길 바랍니다.
8. 이 질의서에 대하여 11월 26일(목) 오후 6시까지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담당자 :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 (02-732-7077)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02-392-0181)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정기 정책국장 (02-739-7285)
2015년 11월 18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인권센터,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독교협의회 언론위원회
[논평]
EBS 사장에 이명희 내정? 교육방송마저 ‘국정화’하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정권이 교육방송 사장에 이명희 교수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역사왜곡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자이다. 역사교과서에 이어 교육방송마저 ‘국정화’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명희 교수는 역사 교과서 파동을 주도해온 대표적 뉴라이트 인사이다. 그가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는 2013년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강연회에서 “현재 좌파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며 이념공세를 펼쳤고, 그의 주장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이고, 역사교과서의 99.9%가 좌편향”이라는 정부여당의 거짓선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역사 문제는 21세기 한민족의 미래를 건 한판 싸움”이며 “그 싸움의 본질은 이념전 혹은 사상전”이라며 ‘역사전쟁’을 선동해왔다. 최근에도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기의식을 느낀 좌파들의 총력전”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좌익과 북한의 권력집단은 기본적으로 뿌리가 같은 동일 이념집단”이라며 매카시적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 한 마디로 그는 역사학계는 물론 온 나라를 ‘이념전쟁’으로 몰고 간 ‘역사파동’의 주범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것도 모자라 이런 자를, 다른 곳도 아닌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철저히 짓밟고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교육방송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뉴라이트 낙점설’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서남수 EBS 이사장은 교육부장관 시절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승인을 밀어붙였던 인사이다. 그 외에도 국정화 찬성을 선언한 교총의 안양옥 회장, <지식채널e>를 좌편향 방송으로 매도했던 조형곤 미디어펜 논설위원 등 극우인사들이 EBS이사회에 포진해있다. EBS 뿐만 인가. 박근혜 정권은 이미 KBS이사회와 MBC방문진에도 고영주, 이인호, 차기환, 김광동, 조우석 등 역사왜곡을 주도해온 인사들을 대거 임명한 바 있다. 공영방송을 ‘국정화’하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민주주의의 길을 벗어나 되돌아 올 수 있는 길로 치닫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방송장악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지금 국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거짓과 왜곡으로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역사전쟁’은 결국 실패할 것이며, 역사는 박근혜를 국민의 방송을 강탈한 독재자로 기록할 것이다. 교육방송 ‘국정화’ 시도는 방송장악의 마침표가 아니라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기 바란다. 독재자의 말로는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2015년 11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 국제세미나 영상 다시보기 및 발표자료: http://opennet.or.kr/on-working/intermediary-liability
* 영상 다시보기(유스트림): http://www.ustream.tv/channel/seminar-on-intermediary-liability
* 요약문(PDF): 오픈넷 국제세미나_정보매개자책임의 국제적 흐름_요약문
국제세미나 세션별 요약 | 사단법인 오픈넷
제1세션은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이 주 내용을 이루었다. 좌장인 박경신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임시조치 제도를 중심으로 이를 분석하였다.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불법정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한다면, 사업자들의 인터넷 서비스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인터넷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보매개자들의 책임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방식을 채택하여 사업자는 몰랐거나 notice and takedown을 시행하는 한 제3자 제공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면제조항을 규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업자들에게 요청이 들어오면 반드시 삭제,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방식을 취하고, 그것이 반드시 불법정보일 것을 요하지 않고 권리침해주장만으로 삭제, 차단 의무를 가지는 책임부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는 삭제, 차단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거부 여지가 없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임시조치제도로 매년 10만 건 이상의 정보가 차단되고 있으며, 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면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았을 수많은 게시물들이 삭제, 차단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발제: 어스 개서 교수(미 하버드대, 버크맨센터 소장) - 온라인 정보매개자 프로젝트: 연구결과와 제안
어스 개서 교수는 버크만센터에서 연구한 온라인 매개자에 대한 국가별 규제 사례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온라인매개자 개념 자체가 최신의 현상이며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법적 규제도 유동적이며 계속 발전해나가는 양상을 보이며, 그만큼 어떤 한 국가의 법을 모범사례로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또한 전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있어 관할 등의 문제가 생기므로 비교법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온라인 매개자들을 규제하는 동기와 형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미국과 같이 온라인 매개자들의 법적 책임을 제한하여 이들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notice and takedown 등의 방법을 통해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이들의 법익 균형을 맞추는 균등자로서의 역할, 온라인 매개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직접 부과하는 제약자로서의 역할이 있다. 이러한 온라인매개자 규제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예를 들면 태국과 같이 쿠데타로 통치되는 정부 아래에서는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거나 공공질서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제약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 집행을 위해서 마련한 인센티브 구조를 살펴보면, 미국은 대칭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취하여 온라인 매개자들이 문제 콘텐츠를 삭제 혹은 보유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해당 콘텐츠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한 법적 책임 부과하지 않지만, 인도, 한국, 태국의 거버넌스 모델은 비대칭 인센티브 구조를 취하여 과잉준수가 되더라도 매개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이야기할 때는 주로 행동 제한, 책임 부과의 측면으로만 이해하지만, 특정 분야를 조력하고 장려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야 하며, 정부는 온라인 매개자 규제에 있어서 경제적 효과, 표현의 자유 등 규범적 측면 등 다양한 이익을 형량하여야 하고, 개입의 경우에는 그 이유와 효과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별토론: 나오코 미즈코시 변호사(일본 엔데버 법률사무소) - 일본의 정보매개자 책임 원칙
나오코 미즈코시 변호사는 일본의 정보매개자 책임 원칙을 개관하였는데, 2001년에 제정된 법률은 저작권 및 명예훼손 등 모든 유형의 침해를 대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 중 ISP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규정은, ISP가 특정한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면책(이를 알고 있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만 책임)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본 법 개정 여부가 검토되었고, 당시 노티스 앤 테이크다운과 삼진아웃제 등의 도입여부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나 개정되지 않았다. 일본은 주로 이해관계자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협력하거나 사법적 판단에 따라 ISP의 책임이 결정되며, ISP의 면책에 대해 추상적인 규정만이 있을 뿐 명확한 기준이 없어 불안정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 토론 1: 권영준 교수(서울대 기술과법센터)
현재 인터넷은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음란물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한만큼, 사이버 환경에서 콘텐츠에 대한 많은 통제권을 가진 ISP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면책 쪽으로만 가면 인터넷의 부작용이 커진다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에서 ISP의 책임은 일반적 과실 유무에 따라 판단되고 있으며 판례상 알았음에도 방치한 경우에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 원칙적이고 단순한 인지 여부뿐만 아니라, 게시물의 불법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토론 2: 정경오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임시조치 제도를 어스 교수의 거버넌스 체계 분류에 따라 해석하자면, 현행 임시조치 제도는 피해자 권리구제 측면에 초점이 있고, 이것이 제약자로서의 역할이 컸다면, 개정안에서는 정보 게재자가 이의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측면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균등자 역할 쪽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토론 3: 김유향 팀장(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우리나라의 ISP는 단순히 정보매개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콘텐츠 통제권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정보 생산자라고 해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만큼, 비교법적 연구에는 다양한 국가별 ISP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발제 1: 아누팜 챈더 교수(미 UC데이비스 로스쿨) – “e-실크로드”와 정보매개자책임
인터넷의 규율 방식에는 크게 엄격한 EU의 규제 중심 접근법(strict EU regulatory approach)과 진보적인 미국 경쟁 중심 접근법(liberal US competition approach)이 있다. 한국은 제2의 브뤼셀을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제2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정보화 시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인지, 껴안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모델이 유럽의 모델에 비해 표현의 자유와 경제발전을 모두 촉진한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한국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다.
미국의 접근법은 크게 3가지로 설명된다: 1. 저작권법(DMCA)상 면책조항(safe harbor)과 통지후삭제(notice and takedown) 제도, 2. 통신품위법 230조(Communications Decency Act s.230), 3. OSP들의 프라이버시 책임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프라이버시 정책 시행을 장려, 이러한 미국의 제도는 “let a thousand web sites bloom,” “the vast democratic forums of the Internet”라고 요약될 수 있으며, 정보매개자인 OSP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아마존(명예훼손적인 책 리뷰를 삭제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자는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CDA s230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결), 페이스북(정보 공유가 가능한 다양한 툴을 제공하고 이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있어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음), 핀터레스트(저작권 침해를 조장하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사용자들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받음)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들은 미국에서는 합법적이며 권장된다.
표현의 자유와 활발한 토론은 비판을 할 권리의 보장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며 경제 발전도 촉진한다. 미국의 스타트업은 전 세계의 벤처캐피탈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받고 있는데, 다양한 사업모델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정보매개자의 위치가 불안정하고,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같은 엄격한 프라이버시 규제 때문에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의 경우 1년 동안 26만여 건의 삭제요청을 받고 946천여 개의 URL을 검토해서 그 중 41.3%만 삭제한다. 언론사인 텔레그래프의 경우 검색결과에서 삭제된(deindexing) 정보를 다시 게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 제도는 실효성이 없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자국 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혁신을 저해하는 자폭행위(friendly fire)와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제도는 1. 법원에서 “미필적 고의(dolus eventualis)”를 인정하는 등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며, 2. 30일간의 강제 임시조치제도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며, 3. 인터넷 실명제로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4. 실효성 없는 제도들과 역차별로 인해 혁신을 저해한다.
미국에서 인터넷은 기회로 보지만, 다른 국가들은 인터넷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결과는 하나도 놀라울 것 없다. 표현의 자유 보장은 정보화시대의 산업계의 정책이 되어야 하며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발제 2: 올리버 쥬메 회장(유럽ISP협회) - EU 전자상거래지침과 유럽 ISP의 경험
EU 전자상거래지침상 정보매개자 책임의 기반은 1997년 제정된 독일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법에서는 3가지 중요한 초석을 세우고 있다.
1. 전송 또는 저장되는 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 금지
2. 정보의 단순 전송 또는 처리에 대한 면책(access provider)
3. 제3자의 콘텐츠의 호스팅/저장에 대한 제한적 책임(hosting provider)
이에 따라 2000년 제정된 전자상거래지침(ECD)은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해 제12조 단순도관, 제13조 캐싱, 제14조 호스팅, 제15조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유럽의 책임 체계는 수평적 접근(horizontal approach)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독일법과 마찬가지로 저작권 침해나 혐오표현 등 어떤 법 위반인지에 상관없이 적용된다. 그 이유는 ISP들이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수평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며, ISP의 수평적 사업모델을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ISP 책임 법제도 수평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제는 3파트로 나뉘는데, Part A에서는 오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제14조의 각 요건에 대해 설명하고, Part B에서는 필터링 조치와 “Scarlet-SABAM” 판결을 살펴보며, Part C에서는 EC의 디지털단일시장계획(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 및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Part A 제14조 호스팅: ISP는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 인식(actual knowledge)이 없는 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언제 실질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EU 각 회원국의 국내법에서 규정하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서면성, 구체성 등 몇 가지 최소 요건을 갖춘 통지가 있는 경우에만 실질적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얼마나 신속하게(expeditiously) 삭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건 별로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회원국들이 채택한 다양한 방법들은 통지 및 삭제(notice and takedown)의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EuroISPA는 이중통지(notice and notice)가 균형이 잡힌 바람직한 제도라고 보고 있다.
Part B 필터링 조치: 필터링 조치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필터링 조치가 바람직한가의 문제이다. 기술적으로 효과적인 필터링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합법적인 콘텐츠를 차단할 위험이 크다. 더 크게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있으며 고비용으로 중소 인터넷기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필터링 조치가 의무화되면 “단순도관”인 ISP가 ECD 제12조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Scarlet-SABAM 판결에서 벨기에 법원은 이러한 필터링 조치가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확장성(scalable)도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Part C EC의 “디지털단일시장계획”: EC에서 작년부터 최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며, 3개의 기둥(pillar)로 이루어져 있다. Access, environment of the digital economy and society, economy and society in general. ECD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수정을 전망한다.
○ 토론 1: 김민정 교수(한국외대, 한국언론법학회 연구이사)
발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거대한 정보매개자들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면책조항으로 도피하기도 하고,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더 이상 차고에서 구글 같은 검색엔진 스타트업은 나올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정보매개자들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민주적인 ICT 생태계를 손상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이에 더해 아직도 정부에 의한 인터넷 검열과 같은 낡은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 토론 2: 이인호 교수(중앙대, 정보법학회 회장)
발제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현재 한국의 정보매개자들은 임시조치제도, 명예훼손이나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정보매개자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 등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생태계에의 정부의 후견적 간섭과 개입으로 인해 혁신의 가능성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정보매개자 책임 체제의 적극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토론 3: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미국은 저작권 보호 강화를 주도해왔으면서도, 연방대법원의 소니 판결처럼 ISP 즉 정보매개자와 같은 혁신의 주체에 대해서는 세이프하버(safe harbor)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완화시켜 왔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저작권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책임제한 규정이 있지만 폭넓게 방조책임을 인정하고 있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 중심 정보화 법제는 ‘파괴적 혁신’에서 ‘파괴’의 억제에 치중되어 있으며, 이것이 정보매개자에 대한 기본적 태도이다. 정부 중심의 위계적 규제모델은 인터넷 산업에 대해 전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많은 비용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발제 1: 에릭 골드먼 교수(미 산타클라라대 로스쿨) – 미국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상 ISP의 책임
박덕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제3세션은 ‘정보매개자의 책임과 저작권 제도’라는 난해한 주제를 다루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에릭 골드만 교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면책 조항의 배경(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엄격 책임을 부과한 판례를 변경하려는 입법적 의도,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초창기 인터넷 예외주의)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골드만 교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면책 조항의 구조 즉, 저작권 침해 문제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통지할 부담을 저작권자에게 지우는 것,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면책 조항을 원용하고 싶은 경우에만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점, 당시의 판례법을 보충하려는 것이지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러한 면책 구조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법상의 면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여 곧바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 저작권자의 삭제 요청을 무시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도 여전히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저작권 제도에서 왜 삭제-통지(notice-and-takedown) 제도를 두고 있는가? 골드만 교수에 따르면 그 이유를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학술용어로 ‘최소비용회피자(least cost avoider)’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장래의 손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개입하는 것이 다른 해결책보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비용회피자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어떤 콘텐츠에 어떤 저작권이 존재하는지 알기 어렵고, 이용자들의 행위가 허락받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Viacom과 Youtube 소송 사건이다. 그리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공정이용을 판단하기에 적합한 지위에 있지도 않다. 어떤 콘텐츠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려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 저작권법의 면책 조항은 일종의 정부가 만든 기반시설로서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지만, 저작권자들이 법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온라인서비스의 사업비용을 높여 놓았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리는 기존의 시장 구조에 갇히게 되고, 결국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생길 수 없을 정도로 규제준수 비용이 높아졌다.
○ 발제 2: 레베카 깁린 교수(호주 모나쉬대) – 삼진아웃제에 대한 비교법적 평가
두 번째 발제자인 레베카 깁린 교수는 저작권 삼진아웃제도를 중심으로 이 제도가 성공하였다고 볼 것인지를 저작권 침해의 감소 여부, 합법 시장의 증가 여부, 창작물의 확대 여부 등의 기준으로 검토하였다. 깁린 교수는 20세기 초 소아마비와 아이스크림 소비 감소를 예로 들면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 문제를 지적하였다. 삼진아웃제가 성공이라는 주장(가령 한국에는 삼진아웃제도가 있다, 한국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줄었다, 그래서 삼진아웃제도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줄어들었다는 주장)에 동일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깁린 교수의 18개월간의 연구에 따르면 삼진아웃제가 저작권 침해를 줄였다는 증거는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찾기 어렵다. 법률가들에게는 난해한 간단한 수학을 동원하여 깁린 교수는 삼진아웃제에 따른 경고 횟수의 오류를 설명하였다. 가령, 2차 경고를 받은 사람이 1차 경고를 받은 사람의 8%에 불과하다는 숫자는 프랑스 삼진아웃제도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중요한 문제는 삼진아웃제를 유지할 것인가 여부이다. 이제 강행규범 형태로 삼진아웃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나라는 2011년 이후부터 사라졌고 대신 사적인 자율규제 형태로 일부 도입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삼진아웃제가 거의 폐지되었고, 뉴질랜드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으며, 영국은 사실상 포기했고, 대만도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제도의 유지 여부에 대한 해답은 비용 효과 분석과 실증연구로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 제도의 집행 조치들도 문화적 산물의 풍성화와 우리 사회의 진보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 토론 1: 이규홍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지재전담)
토론자로 나선 이규홍 판사는 온라인상의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는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 혼란의 하나로 본다는 점과 법원을 통해 가부간의 판단에 너무 집착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저작권법의 면책과 관련해서는 그 동안 방조 책임 법리로 해결해 오던 우리 판례의 태도와 미국의 유발(inducement) 책임이나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도 책임을 지우는 우리 판례의 태도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저작권법 제104조는 여전히 위헌 문제가 있고, 깁린 교수의 삼진아웃제와 관련된 지적을 대부분 동의하며 제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 토론 2: 정필운 교수(한국교원대, 한국인터넷법학회 총무이사)
정필운 교수는 삼진아웃제가 사법적 심사도 거치지 않고 게시판 정지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이지만 위헌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하였다. 저작권 정책에서 문화적 고려를 강조하면서 정 교수는 비록 동료 저작권법 전공 교수는 삼진아웃제도가 형사 처벌을 완화 또는 대체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의 균형은 저작권 제도에서 무너졌고 그 결과 문화와 혁신을 장려하지 못하며, 개인 창작자의 창작의 장려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이해를 저작권 제대가 대변한다고 비판하였다.
○ 토론 3: 최경수 수석연구위원(한국저작권위원회)
우리 저작권 제도의 산증인이라고 소개받은 최경수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이 좀 더 완성된 제도를 만들었고 이를 우리가 도입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국 저작권법의 면책 조항이 실패했다는 골드만 교수의 발제문에 대해 주로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와 관련된 문제를 전체로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닌지, 삼진아웃제에 대해서는 제도의 성공에 대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는 한국에도 없지만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삼진아웃제도와의 차이점(경고 숫자가 훨씬 적다는 점의, 강제력이 없는 권고라는 점)을 들어 여전히 삼진아웃제도가 한국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하며, 비용효과 분석을 위해 어떤 변수를 사용할 수 있을지 깁린 교수의 견해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제도의 평가를 저작권 산업계가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라기 보다는 검증이 관건이며, 행정 규제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디지털 환경, 윤리, 문화 등 다양한 요소로 판단해야 한다고 토론을 마쳤다.
방청석에서 2명이 토론에 참여하였는데,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호주의 삼진아웃제 논의에 대한 질의와 삼진아웃제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다른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다. 박경신 교수는 우리 저작권법 제103조는 삭제 요청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의무화한 것은 미국 저작권법의 면책 조항을 잘못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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