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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8.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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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8.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

익명 (미확인) | 화, 2015/11/24- 17:13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여덟 번째 판례 :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1) -*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인터넷게임을 즐겨하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고, 乙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이다. 甲과 乙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인터넷게임 제공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조항들이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丙은 인터넷게임의 개발 및 제공업체이다. 丙은 인터넷게임 제공자로 하여금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조항들이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②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하는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점 등에 비추어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므로 침해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는 점, ③ 청소년의 건강 보호 및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그런데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 가족의 자율성 및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 청소년 보호와 국가후견주의의 관계,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 및 문화국가의 원리 등의 측면에서,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요 쟁점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부족하고 또한 논증과정에서도 논리의 비약이 매우 심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매우 많다.

이 사건의 배경은 짧게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보호법에 실제로 도입된 2011년도부터, 그리고 길게는 2004년도부터 보수적 시민단체, 청소년관련단체들의 제안2)에서 비롯해서 김재경 의원 등 12인이 2005. 7. 18. 국회에 제안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2263)3)에서부터 시작된 위헌 여부 및 그 정책적 정당성에 관한 기나긴 논쟁과정에 있어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 논쟁이 새로운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1. 5. 19.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제26조 제1항에서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59조 제5호에서 그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위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청소년보호법상의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2011. 11. 20.부터 시행되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형사벌을 통하여 국가가 법률로써 강제한다는 점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보호법 제26조 제2항은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하여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2년마다 평가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바, 원래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PC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모바일게임(스마트폰 게임, 태블릿PC 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은 2년간 유예되었고, 2013. 2. 20. 여성가족부 고시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제2013-9호)에 의해서 2015. 5. 19.까지 다시 모바일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에 대해서는 그 적용이 유예되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 및 콘솔기기 게임에 대한 이러한 유예는 2015. 5. 1. 여성가족부 고시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제2015-21호)에 의해서 2017. 5. 19.까지 한 번 더 연장되었다.

위와 같은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 이외에 또다른 유형의 셧다운제도 존재한다. 예컨대 2011. 7. 21. 신설된 게임산업진흥법 제12조의3 제1항은 인터넷게임사업자에게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 이러한 조치의 내용 중의 하나로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제3호)을 포함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산업진흥법상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른 게임물 이용시간 제한이라는 점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2013. 1. 8.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3263)(이하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이라 한다) 제23조는 “인터넷게임 제공업자는 청소년에게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셧다운제를 통한 보호대상 범위를 모든 청소년에게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셧다운의 시간대에 있어서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그 위반시 제재수단에 있어서는 형사벌이 아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동 법안 제24조 제9호).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의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적 셧다운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과 같은 헌법적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향유권으로서의 ‘게임할 권리’, 일반적 행동자유권, 알권리 내지 정보접근권 등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보호대상으로서의 지위’와 ‘인권주체(혹은 기본권주체)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청소년은 신체적‧정신적 미성숙성으로 인하여 보호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반면 청소년도 엄연히 ‘놀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를 향유할 권리’, ‘게임할 권리’ 등을 향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보다는 보호대상으로서의 청소년 개념이 법제도나 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이중적 지위에 관한 왜곡된 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보호의 대상으로서의 청소년이 아닌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필자가 약 10여년 전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때, 당시의 어느 원로 교수님께서 “애들이 무슨 게임할 권리를 향유하느냐? 공부를 해야지!”라고 필자에게 야단을 치신 적이 있다. 청소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세대 간의 차이 내지 청소년에 대한 극단적인 선입견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족의 자율성 및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즉 가정 내에서 자신의 자녀가 게임을 어느 정도 혹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이용하는가에 관한 통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부모의 교육에 관한 권리‧의무를 배제한 채 국가가 직접적으로 가정 내에 개입하여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므로, ‘가족의 자율성(family autonomy)’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가족의 자율성은 가정 내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말한다. 물론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국가가 가정 내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가정 내에 개입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가 가정 내의 문제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바로 가족의 자율성이라는 헌법가치 때문이다. 그런데 강제적 셧다운제는 부모가 자신의 교육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어렵거나 가족의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가정 내의 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자율성이라는 헌법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또한 청소년 보호에 있어서의 국가후견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강제적 셧다운제는 문화국가의 원리에도 반한다. 우리나라는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문화국가란 국가로부터 문화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가에 의하여 문화가 공급되어야 하는 국가, 즉 문화에 대한 국가적 보호‧지원‧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를 말한다. 문화국가원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 내지 핵심목표는 ‘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개별성ㆍ고유성ㆍ다양성 확보’이다. 게임은 영화, 음악, 비디오와 같은 영상물과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문화영역에서의 국가 역할의 한계는 청소년 보호의 문제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결국 바로 문화국가원리의 핵심가치인 ‘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개별성ㆍ고유성ㆍ다양성 확보’와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방향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해성 개념의 상대성, 개별성, 다양성’이다. 즉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 비록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로서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청소년의 연령이나 정신발달의 정도 및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영화, 음악, 비디오도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성 이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로서의 특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개별성,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가정과 사회의 우선성’이다. 즉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순서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에 의한 교육과 선도가 우선되어야 하고, 국가에 의한 규제는 보충적이고도 부차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과 사회에 의한 교육과 선도의 우선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가 규제의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즉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것이다.

넷째, 청소년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적합하지 못하다. 여기서 우리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목적인 청소년의 게임중독예방 혹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한번 근본적으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될까? 왜 청소년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을까?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임중독은 보다 근본적인 정신질환 내지 개인문제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높고,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은 과도한 사교육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학업에 투입하는 반면 수면시간이나 여가시간은 이례적으로 적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은 제쳐두고, 비본질적인 부분에 집착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 강제적 셧다운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제안이 이루어진 애초부터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혼동한 것이었다. 즉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책임한 규제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의 문예비평가인 Henry Louis Mencken이라는 사람이 한 말 중에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국의 연방수사국인 FBI가 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에 인용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고 한다. FBI는 학교 총기난사 발생은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인용했다고 한다. 사실 인터넷게임 강제적 셧다운제에도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회에 계류중이다. 손인춘 의원이 제안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 여부는 이번 합헌결정과는 별개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은 현행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예컨대 셧다운제 적용대상 청소년의 범위를 모든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있고, 셧다운제 적용 시간대의 범위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로 확대하고 있으며, 2년마다 실시되는 셧다운제 적용의 적절성 평가도 폐지하고 있다.

그런데, 설령 헌법재판소의 합헌논리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인터넷게임중독예방법안상의 강화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위헌성의 여지가 매우 높다. 왜냐하면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한 합헌논리의 주된 논거들 중의 하나가 셧다운제의 적용대상 청소년의 범위가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 셧다운제의 적용대상 시간대가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보완조치로서 2년마다 셧다운제 적용의 적절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그 적용대상 청소년 및 시간대의 범위를 확대하고, 완충장치로서의 적절성 평가도 폐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의 취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위헌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쟁은 손인춘 의원안을 계기로 하여 제2라운드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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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등,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등 위헌 확인.

2) 청소년보호위원회·기독교윤리실천운동·청소년마을 등 시민단체들이 2004. 10. 19. 개최한 <청소년 수면권 확보 “청소년, 잘 권리있다”>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었다.

3) 김재경 의원안의 핵심내용은 당시 청소년보호법에 ‘게임물 제공시간 제한’이라는 제목의 제19조의 2를 신설하고, 이 규정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으로 제51조에 제5호의 2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청소년보호법 제19조의 2(게임물 제공시간 제한): 제7조 제1호에 해당하는 게임물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것은 이용청소년의 연령 등을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심야시간에는 이를 청소년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청소년보호법 제51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의 2: 제19조의 2의 규정을 위반하여 청소년에게 게임물을 제공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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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I 필드 차단 기술을 도입하여 https 보안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불법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했다.   

망사업자를 통한 접속차단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URL 차단, IP 차단, DNS 차단 기술을 이용한 접속차단 역시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을 읽고 워닝 페이지로 접속되도록 변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술의 도입으로 국가기관의 요청에 따라 망사업자가 관리, 통제하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 영역이 SNI 필드까지 확장되었다.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이렇듯 규제를 이유로 이용자의 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지속하면 국가기관 스스로 국민의 인터넷 보안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접속차단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한 불법감청은 아니라고 하여도, 이러한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는 모든 불법정보 및 불법에 이르지 않는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포쉐어드’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명은 ‘과도한 욕설’ 사용을 이유로 접속차단 결정을 받았었다.

불법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트 차단은 그 안의 합법적인 정보까지 모두 차단되는 과검열, 과차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보고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만에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결정은 한해 평균 15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터넷 심의 제도로 인해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렇듯 과도한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 이용자의 보안과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접속차단 시스템을 재고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심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2019년 2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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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9/02/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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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방송유사정보’에 대하여 방송법상 심의 및 법정제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법상 ‘방송유사정보’란 방송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주로 방송사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서비스나 ‘스브스뉴스’와 같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방송과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하여 방송 심의규정을 적용하고 관련자 징계 등 법정제재까지 내리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방송콘텐츠와 일반 표현물의 구분은 표현물이 유통되는 경로, 즉, ‘전달 매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① 표현물이 공중에 동시적, 일방향적으로 침투시키는 구조의 매체를 통해 유통되었는가, ②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유통할 권리가 제한적으로 부여되었는가, ③ 이로 인하여 수신자인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과 통제력이 현저히 제약되는가가 바로 ‘방송’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방송을 규제하는 이유는 그러한 특성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표현물의 영향력이 다른 표현물에 비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콘텐츠, 채널,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매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보고, 또다른 수많은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인터넷 매체는 방송 매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기존 방송콘텐츠와 동일한 콘텐츠나 방송사업자가 만든 콘텐츠라 할지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에는 콘텐츠의 영향력도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방송 규제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인터넷 세상에서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접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미디어 산업과 문화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만일 방송사 자체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규율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법 제32조에서는 방송유사정보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매체별 특성을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에서도 이러한 정신에 입각하여 방송유사정보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강제성 없는 행정지도인 시정권고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령으로 심의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인 방통심의위가 법문언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하여 방송유사정보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이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와 동일하게 법정제재까지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장시키려는 것은 과도하며 부적절하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고 법령에서 정한 결단들을 존중하여, 방송유사정보에 대한 방송법상 법정제재 시도를 중단하고 엄격한 방송 심의를 자제해야 한다.

2019년 1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유사방송심의,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규제 (오픈블로그 2019.1.11.)

수, 2019/01/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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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문(PDF):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제도 개선 방향_오픈넷 손지원

2018년 12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장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이철희 의원실, 한국법제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개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그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개정, 폐지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각종 내부고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임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현재 법제 하에서는 폭로자를 보호할 수 없으며, 사회적 고발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을 여러 판례를 들어 설명하고, 특히 성폭력 고발인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성폭력 가해자가 폭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2차 가해를 더욱 손쉽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꼬집었습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조항에서 형법 조항과 같이 ‘공익성’을 요건으로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추가하는 개정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개정이며, 근본적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과거 성이력과 같은 타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비방의 목적만 있는 악의적인 사생활 유포 행위를 막는 방안으로서 ‘오로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개인의 내밀한 사적 정보를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자’로 구성요건을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화, 2018/12/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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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원회는 오늘(2019. 2. 11.) 오후 2시 공청회를 열고 ‘명예훼손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명예훼손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같은 표현 범죄에 대해 과중한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국제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으로써 철회되어야 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의견서

  • 양형위원회의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같은 표현 범죄에 대한 과중한 양형기준 설정은 국제법 원칙 및 기준에 위반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으로서 철회되어야 함.
  • 이번 명예훼손죄 양형기준안은 다른 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있음. 기본 양형을 기준으로, 폭행죄(2월~10월), 협박죄(2월~1년), 유기·학대죄(2월~1년)보다도 높으며, 상해죄(4월~1년6월), 체포·감금죄(6월~1년)와 유사한 수준임.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같은 표현범죄는 행위 태양이 매우 다양하고, 행위의 결과가 ‘인격적, 정신적 피해’로써 그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함. 그럼에도 타인을 말로 비난하는 행위를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물리적, 신체적 피해를 가하는 행위와 죄질이 비슷하거나 더 큰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과도함.
  • 한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으나, 피고인이 말한 사실이 진실임이 밝혀지지 않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함. 즉, 엄정한 양형기준이 허위사실을 말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진실임을 명백히 증명할 수 없는 사회의 각종 고발을 사전적으로 위축시킬 우려가 큼. 시간이 많이 지나거나 은밀하게 행해져 성폭력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미투 고발도, 공인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의혹를 제기하고자 하는 기자들의 보도 활동도, 후에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인하여 크게 위축될 것임.
  • 이러한 이유에서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는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추세임.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인 점을 강조하여 2001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를 촉구해 왔으며, 이에 따라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형사법에 규정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였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음.
  • UN 인권위원회는 UN 자유권규약에 관한 논평에서, 국가는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를 고려하여야 하며,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이는 가장 심각한 사안들에만 적용되어야 하고, 징역형은 적정한 형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하였음. 이 UN 자유권 규약은 우리나라도 1990년 4월 비준하여 1990년 7월부터 법률과 동일한 효력으로 국내에 적용되는 규약으로써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 2010년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 정부에 형사상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했음. 또한 위 논평과 특별보고관 보고서 모두 모욕죄와 같이 사실적 주장이 없는 의견 표명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음.
  •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대한 ‘엄정 처벌’을 내세운 새 양형기준안은 이러한 국제적 기준과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음. 양형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의 정신과 국제기준을 준수하여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안을 철회하고 징역형의 선고를 지양하는 방향의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임.
[관련 글] 
[논평] 양형위원회는 명예훼손죄, 모욕죄에 대한 과중한 양형기준안을 철회하라 (2019.01.31.)
월, 2019/0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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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캐시서버이용료 및 ‘망이용료’에 대해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위 합의가 인터넷의 구성원리인 망중립성의 정신에 반하는 선례를 남겨 앞으로의 국민의 인터넷 이용에 심대한 부담을 지우게 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14. 11. 5. 개정 상호접속고시(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로 도입된 발신자 종량제 원칙의 폐지를 요구한다.

위 고시는 2016년 1월 1일부터 망사업자들 사이의 상호접속에 발신자 종량제를 의무화하였는데 이는 발신자들 즉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는 자들의 표현행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었다. 망사업자가 타 망사업자에게 지출하는 발신자 종량제 상의 접속료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에게 전가할 동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다.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서비스하던 KT가 타 망사업자(SKB)에 지출하던 접속료를 못 견디고 페이스북에 더 높은 접속료를 요구하였고 결국 페이스북이 모든 부담을 뒤집어쓴 셈이 되었다. 앞으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가 무료로 올린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트래픽이 늘어나면 자신의 망사업자로부터 엄청난 접속료 인상 압력을 견뎌내거나 모든 대형 망사업자와 일일이 별도로 접속료를 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이미 2016년 발신자종량제 시행부터 인터넷접속료가 50~60% 인상되었고 세계 유일하게 접속료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계속 보이면서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접속료는 $9.22/Mbps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 정도에 일본의 $2 싱가폴의 $1.39에 비해 최고수준이다(Telegeogrphay 2018).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까지 2016년 발신자 종량제로 발생한 접속료 인상 압력에 굴복하게 되니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적 ‘인트라넷’의 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해외사업자는 대형 망사업자에 일일이 캐시서버를 하나씩 설치할 자원이 없으면 텀블러 및 각종 게임사이트들처럼 해외서버에 위치하면서 혼잡도 상승과 이용속도 지연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합의는 일종의 정산피어링(paid peering, 아래 설명)계약의 일종으로 그 자체는 망중립성을 직접 위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콘텐츠제공자가 망사업자 및 그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피어링을 하다가 더 왕성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 소통이 지연없이 이루어지도록 더 큰 용량의 연결을 요구할 수 있고 연결상대인 망사업자가 그 용량확장을 받아주도록 금전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2013년 구글과 프렌치텔레콤(Orange)의 딜이 그랬고 2014년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딜이 그랬으며 많은 CDN들이 그런 조건으로 망사업자들과 접속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 페이스북과 KT도 그런 관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산피어링 합의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국가가 합의를 강요하였다. 인터넷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이 중요한 만큼 물리적 접속의 자유도 중요하다. 단말들이 자유롭게 접속하고 접속비용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강제로 콘텐츠제공자 쪽에 접속비용이 전가되도록 하였다. 특히 또 다른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3월 콘텐츠제공자인 페이스북이 종량제 상호접속료의 부담을 받아들일 것을 거부하자 행정제재까지 하여 결국 국가가 SKB 캐시서버를 페이스북에 강매한 꼴이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런 태도를 연장해보자면, 중소스타트업이 접속용량을 제때 늘리지 못해 지연이라도 발생하면 “이용자 이익 저해”의 책임을 자신들이 뒤집어쓰고 유료캐시서버 설치나 대용량회선을 강매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강요의 방법이 망중립성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 현 상호접속고시 하에서는 망사업자들은 상호접속료를 접속용량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 누적정보전달량에 따라 주고받는다. 망사업자들 간에 이렇게 거래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용자나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정보전달량에 따라 과금을 할 동기가 발생하고 결국은 접속료가 아니라 돈에 비례해서 정보전달을 해주는 “정보배달료(termination fee)”가 되어버린다. 즉 모든 단말들이 서로 돈을 받지 않고 조건없이 모든 단말들의 정보를 서로 전달해준다는 인터넷의 상부상조의 원칙인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단말들의 집합체이며 이들 단말들은 스스로 정보를 발신·수신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단말들이 발신·수신하는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덕분에 전세계에 널리 흩어져 있는 단말들과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각자의 손바닥 안에서 그 단말들에 올라있는 웹사이트에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정보의 전달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정보의 내용이나 수발신처 및 관련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료로 해준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의 다른 이름은 ‘정보배달료(언론에서 ‘망이용료’, ‘망사용료’라고 부르고 있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말들 사이에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즉 접속료는 연결의 용량에 비례하여 단말들 간에 주고받게 된다. 이때 한 단말그룹이 다른 단말그룹과의 연결을 동등하게 원하여 접속료를 무료로 하여 접속하기도 하고(peering), 그 연결을 더 강하게 원하는 한쪽 단말그룹이 접속료를 내기도 하고(paid peering), 한 그룹이 다른 단말그룹을 제3의 단말그룹들과 연결해주면서 제3의 단말그룹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중계접속료(transit fee)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롭게 물리적 접속이 우선 짜여지면 정보전달 자체는 차별없이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정보배달료를 받으나 접속료를 받으나 조삼모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산이다. 불특정다수와 확장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인터넷의 꽃이자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미이다. 이 월드와이드웹의 성공은 저마다 더 많은 정보 앱 및 플랫폼을 무료로 온라인에 올릴 수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 자기가 올린 정보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 전달비용을 물어야 할 걱정을 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정보배달료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더 많이 본 사람에게 돈을 더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을 더 많이 봐서 도서관의 시설을 늘려야 한다면 돈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피어링이든 트랜짓이든 더 큰 용량의 접속을 원하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시설은 똑같이 쓰면서 더 많은 책을 봤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인터넷의 기획 즉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의 규모화(scaling)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발신자 종량제는 바로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돈이 많아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상호접속고시 때문에 구조적으로 서비스 및 콘텐츠 서버가 기피되는 환경에서 중소스타트업들은 바이럴한 성공이 도리어 두려운 지경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며 망중립성을 위협하고 스타트업들의 인터넷접속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게 만든 발신자 종량제 원칙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2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운동의 ‘규모화’, 망중립성 수호의 중요성 (한겨레, 2019.01.17.)
‘망 이용 대가’는 없다 (한겨레, 2018.11.19.)

수, 2019/02/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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