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한가?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한가?
남기철 l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0월~12월까지 남기철 교수의 칼럼이 연재됩니다.

2015년 우리나라를,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를 이야기할 때, 어떤 단어들이 연관검색어로 떠오르게 될까? 여러 가지 표현들이나 수사가 있겠지만 ‘헬조선’이라는 수사가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주변의 누군가는 ‘헬조선’이 어느 종편언론에서 나온 말인줄 알았다고 했다. 하루 종일 ‘북조선’의 지옥과 같은 이야기를 내보내는 해당언론과 관계되는 내용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동안에 갑자기 헬조선 표현이 부각되었다. 국감에서 어느 의원이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고, 언론마다 ‘헬조선 증후군’으로 표현해가며 그 적절성(?)을 놓고 언론마다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말은 몇 년 전 역사드라마와 관련해서 처음 사용되다가 세월호, 메르스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이제는 입시지옥, 취업난, 차별과 부조리, 그리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마저도 신뢰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비꼬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불반도, 지옥불반도... 얼핏 무섭고 불경스러워 보이는 말들도 같이 회자되고 있다. 당연히 좌절이 기본적 정서이리라.
대책이 없는 것처럼 후진을 거듭하는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어쩌면 헬조선이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어버린 우리 사회의 많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닮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유럽연합의 ‘세계 속 EU’ 보고서를 분석하여 주요국 가구들이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통계를 소개하였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교육비, 미국은 의료비를 많이 쓴다고 소개되어 있다. 얼핏 보니 그 중 교육비라는 것이 꼭 우리나라를 뭔가 교육의 나라, 선비의 나라, 학문을 숭상하는 나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 배 이상 쓰이는 교육비가 사교육 파동에 따른 것임은 이제 세계가 다 아는 일이라 한다. 호주는 여가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쓴다는 부분에서는 살짝 부러움도 든다. 의료의 시장화가 심한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의료비 지출을 나타내지만 우리나라가 바로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띤다. 건강보험 재정이 엄청난 흑자인데도 보장성 강화는 안중에 없이 시장화에 혈안인 정책방향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 기사에서도 결과의 해석에서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였다.
어떤 우파 언론(?)에서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사교육에 휘둘리며 무한 경쟁에서 허덕이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와 학생 개인의 선택이다. 정부나 사회가 강제로 그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넣은 일은 절대 없다”며 헬조선론을 부추기는 것은 자학언론이고 자학사관이라며 이는 식민사관보다 나쁜 것이라 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느냐는 냉엄한 질타를 퍼붓고 있다. 다른 논자는 헬조선, 조선불반도를 떠드는 사람의 ‘마음’이 바로 헬조선이지 지금의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 아니라 하고 있다. 예전의 조선왕조 시절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노비이거나 먹을 것도 없었다며, 또 바로 근처에는 독재 속에서 기아에 허덕이며 전쟁준비나 일삼는 진짜 지옥인 ‘북조선’이 있다며 지금 우리사회에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가당치도 않다고 외친다.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으로 SNS나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또 지금의 물적 풍요와 신분적 자유, 그리고 기회(?)를 누리면서 우리사회를 비하하는 것은 부당한 짓이라고 나무란다.
참으로 무한긍정의 힘이다. 절대 여건을 탓하기보다 노력하는 것이 청춘의 미덕이라 보는 것이리라. 아마도 언론은 조금은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100:1의 경쟁에서 다른 99명을 누르고 일어선 야심찬 이야기, 가난한 날의 행복과 같은 따듯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착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본질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헬조선, 조선불반도와 같은 용어가 너무 유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나치게 자조적인 수사로 인해 진지한 문제해결의 힘을 오히려 상실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좋지 않은 것은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떠도는 좌절, 이에 대한 표현을 틀린 것으로 심지어는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과 기득권층의 태도이다. 어떤 사회든 성공과 실패가 있고, 실패자들이 좌절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체제에 대한 불만과 선동적인 태도로 쏟아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태도이다. 모두가 성공하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사회란 꿈이고 지나친 이상이니 그런 허망한 꿈은 버리라는 태도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더 위험하다. 헬조선을 들먹이는 젊은이들에게 불만과 선동에 빠지느니 각자도생을 위해 더 뛰어야 한다고 꾸짖는 기성과, 기득권과, 이를 대변하는 언론이 우리나라에 훨씬 더 위험하다. 물론 ‘우리나라’를 지금의 양극화를 심화시켜가며 온당치 않은 이득을 더 극대화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변화의 시도나 헬조선 같은 어두운 측면을 강조하는 언동은 다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적어도 국민의례에 나오는 맹세문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헬조선이 담고 있는 좌절과 문제의식을 깊게 짚어보아야 한다. 이를 불온하다고 억누르는 구조가 분열을 심화시키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켜 대한민국에 진정 위험한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은, 사회 다수가 공유하는 이상은 물적 토대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이 먹을 것이 없고 신분적 제약과 기본교육도 받을 수 없었던 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에는 그에 맞고 어울리는 문제의식이 힘을 얻는다. 21세기에는 사회연대를 통해 구성원 모두의 고통을 줄이고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잘못된 것들을 고쳐갈 수 있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기에 불만과 좌절이 터져 나온다. 헬조선은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인 ‘온당한 정도의 문제 수준’을 벗어났기에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시한다고 했다. 각자도생이 답이 아님을 몸으로 체험한 젊은이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노오력’이라는 표현이 헬조선과 같이 자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슬프지 않은가? 대통령이 어린이날 ‘우주의 기운’을 이야기하고 나서는 이제 노력이라는 말조차 최근의 우리 정서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아파서도 안되고, 100대 1일 정도의 경쟁은 능력으로 돌파해야 하고, 부모도 잘 만나야 하고,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견뎌 완생해야 하고... 이런 대한민국의 모습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 싶다. 세대의 연대로, 기득권에 부당함이 있는지를 검토해 보고, 무엇이 공정한지 공론화하고, 정보를 공개하고, 필요한 부담과 방법을 나누고,... 복지는 중복을 염려하며 신고센터를 홍보하기보다는 헬조선을 벗어나보기 위한 이 고민 속에서 만들어져야 진짜일 것이다.
감히 “헬조선에서 태어났으니 노오력을 한 번 더 해보자”고 하고 싶다. 대신 우리나라를 바꾸기 위해 함께 하는 것으로...


오늘(5/3) 13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연대체들은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대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폭주에 제동을 걸고, 한국사회가 놓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정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현재적 위기를 진단하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정과 상식, 법치와 정의를 내세웠지만, 지난 1년은 독주와 독선, 민주적 절차의 무시, 각 분야 정책의 후퇴와 퇴행으로 폭주한 시간이었습니다. 측근인사, 검찰 편중 인사로 행정부 내에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지난 정부에서 일부나마 추진된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개혁도 후퇴 일로에 놓여있습니다.
전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취약계층을 위해 세수를 확대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반면,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 시장주의를 앞세워 재벌부자 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여러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사회안전망마저 산업화, 시장화, 민간화에 맡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6.15 선언, 4.27 선언 등 남북이 성취했던 합의를 사실상 내팽개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해 전쟁위기를 키우고 있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동원 졸속해법 제시 등 민주주의, 인권, 평화에 반하는 일방적인 종속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에 보이고 있는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유독 정부는 친원전, 환경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개발에만 치우쳐 우리나라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암울한 상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정치, 외교, 사회, 경제, 환경 모든 분야에서 퇴행적 조치를 감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토론회 1부에서는 경제, 사회복지, 노동, 권력기관 운용, 기후·생태, 식량·농업, 남북·대외관계, 젠더·사회적 차별, 재난·안전, 시민사회·언론 등 10개 분야로 나누어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현황을 점검, 현재적 위기를 진단하고, 2부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이후 시민사회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내용으로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의 종합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 퇴행과 후퇴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하고 토론하였습니다.
▣ 개요
제목: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평가 대토론회>
일시 장소 : 2023. 05. 03. 수 10:00 / 서울글로벌센터빌딩 국제회의장(9층)
주최 : 416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민의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생명안전시민넷,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환경회의
[프로그램]
<1부> 좌장 :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발제1. 경제 정책 평가 –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발제2. 복지 정책 평가 –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발제3. 노동 정책 평가 –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발제4. 권력기관 운용 평가 – 장유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소장
발제5. 기후·생태 정책 평가 –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한국환경회의
발제6. 식량·농업 정책 평가 – 박미정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
발제7. 남북·대외관계 정책 평가 – 이태호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발제8. 젠더·사회적 차별 정책 평가 –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발제9. 재난·안전 정책 평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발제10. 시민사회·언론 정책 평가 –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2부> 좌장 :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
종합토론1.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종합토론2.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종합토론3. 주제준 전국민중행동 정책위원장
종합토론4.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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