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형사재판 관련 탄원서 등 제출
행복추구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무단수집 중단되어야
영장주의 도입 및 통지의무 부과토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해야

어제(1/30),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자료수집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수집대상이 된 이용자에 대한 통지의무를 마련하도록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번 국가인권위 권고는 영장없는 통신자료수집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비밀 및 통신의 비밀,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임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오랫동안 통신자료 무단수집의 위헌성을 지적해왔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통신자료 수집 시 법원의 허가를 받고 이용자에게 통지의무를 부과할 것을 요구해왔다. 과기부의 소극적 태도와 국회 과방위의 방조로 법 개정이 지연되어왔지만, 정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국회는 법개정을 서둘러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통신자료는 통신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개인정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는 점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에 해외 주요국가는 통신자료를 민감한 정보로 인정하고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현행 통신자료제공 제도의 문제는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원의 허가 등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으며, 정보주체에게 수집 사실을 통지하는 절차도 없어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후 통지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에서 멈춘다면 통신자료제공의 적법성, 적정성은 사후적으로 제공사실을 통지받은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기관, 특히 형사사법기관이나 정보기관의 공권력 행사의 적법성을 국가 스스로 통제할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그 통제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사실상 국가의 책무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나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에 준하여 사전적 절차로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신자료 수집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입법적 시도는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여러차례 있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오랫동안 통신자료 수집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검증할 절차가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없어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 등은 물론이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수년에 걸친 민형사소송, 헌법소원을 거쳐 지난 2022년 7월 22일에는 통신자료 수집의 대상이 된 이용자에게 사후 통지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통신자료수집제도에서 핵심쟁점은, 1)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 2)수집한 통신자료의 주체에게 통신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과방위는 지난 법안심사소위에서 사후 통지 절차 마련에 대한 개정안 15건만을 논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는 절차를 규정한 박주민 의원 발의안은 제외하였다. 과기부는 논란이 되자 뒤늦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기 시작했고, 참여연대는 과기부에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과기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수사기관이 가져간 통신자료는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5,040,456건에 이르고, 2022년 상반기에 검찰 · 경찰 · 국정원 등이 수집한 통신자료 건수는 전화번호 기준으로 2,120,006건으로 이대로라면 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계산하면 적어도 온 국민의 10명 중 한 명 꼴로 통신자료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국민은 자신의 통신자료가 언제 어떻게 무슨 이유로 제공되었는지, 그 이유는 타당한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인권위는 지난 2014년에도 입법적 개선방안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인권위 권고는 그동안 시민사회의 다양한 소송을 통한 문제제기 및 최근의 헌재결정의 연장선에서 현행 제도에 의한 인권침해가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권고인 셈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편 인권위가 수사기관 대상으로도 법개정과 무관하게 통신자료 제공요청 최소화 및 통제절차를 마련해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라고 강조한 만큼, 검찰 · 경찰 · 공수처 ·국정원 등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조속한 시일 내 내부 매뉴얼,지침 등을 마련해 국민에게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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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그래프에 담을 수 없는 우리의 목소리도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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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건우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항소심 유죄 선고를 촉구했다.[/caption]
박진영 | ‘재난에 맞서는 과학’ 저자·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인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1월 1심 무죄 판결 이후 법조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이 판결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이 사건이 형사재판이라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에 관해서 더 엄밀한 잣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주요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다른 책임에 대해서는 더 다루지도 못했다.
민사재판과 구별된다는 형사재판의 목적을 검색해 봤다. 공익 유지, 기본적 인권 보장, 실체적 진실 발견, 규범적으로 승인된 진실 탐구…. 공익, 인권, 진실과 같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가습기살균제 형사 재판과 관련해서 우리가 더 많이 접하는 단어는 증거, 과학, 불충분, 불확실성 등이다. 원료물질의 유해성과 참사와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둘러싼 반복적인 논의와 판단을 통해 법원은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1심 이후 1년이 넘는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원료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입증만을 다뤘다. 수많은 과학 증거가 법정에 제출됐다.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법정이 아니라 더 확실하고 엄밀한 과학 연구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학술 공론장 같았다. 얼마 전 검찰은 3753쪽에 달하는 100개의 증거 서류와 23개의 참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미 오랜 기간 가습기살균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에 관해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쌓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제출한 더 많은 과학 연구의 결과와 증거를 토대로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법정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이번 항소심 재판을 통해 오직 확실하고 탄탄한 과학 연구만이 유해성 입증에 필요한 유일무이한 증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이미 다른 가능성을 목격했다. 2017년 8월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엘시디(LCD)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와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과학이 우리 사회의 진실과 실체를 확인하는 유일한 도구는 아니다. 숫자와 그래프로 환원되지 않는 진실도 있다. 문서의 형식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증거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몸이 곧 증거라고 외치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사용 피해자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책임이 확인되기를 바라는 탄원서에 서명한 5870명의 목소리가 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고 출판해 원료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환경·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법정 밖의 수많은 증거가 법정에 제출된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힘을 발휘해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공동 의견서]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020년 8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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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는 그간 가명처리된 정보라는 이유로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이를 중단해달라는 요구도 수용하지 않아왔습니다.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수 없었던 이용자들이 정보공개청구 및 향후 가명처리와 무단활용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SKT는 거절했습니다. 이에 이용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정보주체의 가명처리정지권 보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에 대해 김보라미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29번째 이야기
SKT를 상대로 한 개인정보 가명처리정지권 이행 소송 1심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민사부 한정석(재판장), 강석규, 김소연 판사 2023. 01. 19 선고. 2021가합509722 [판결문 보기]

김보라미 변호사 / 법률사무소 디케
「개인정보보호법」이 2020년 2월 4일 통과된 이후 “가명정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 법 제2조 정의에서 가명처리에 대하여는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가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 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라고 정의(법 제2조 제1의2호)하고, 가명정보에 대하여는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제2조 제1호 다목)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정의에서 “가명정보”는 ”추가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우리 법에서 ”가명처리“의 정의는, EU GDPR1)의 가명처리(pseudonymisation)(제4조 제5호)2)와 동일한 정의규정을 가져와 유사하게 제정한 것이나, 정작 GDPR에서 가명처리는 안전조치의 하나로 도입되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EU GDPR에서는 가명처리는 개인들의 권리행사를 배제하거나 기타 개인정보보호조치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로 도입된 것이 아니다(전문 제28조)3).
그러나 우리 법문 제3절에서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한 처리 근거로서 EU GDPR 제87조를 차용하였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법체계로 조문구성이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 법에서는 가명처리가 안전조치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의에서 언급된 가명처리는 더 이상 (안전조치로도) 언급되지 않고, ”가명정보“만 과거 사회적 논란속에서 사라져간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2016. 6. 30. 공표)에서의 ”비식별조치“와 유사한 맥락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는 ”가명정보“일 경우 개인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는 특례를 허용해 주면서도 별도의 조건이나 제한 없이 수집출처 등 고지의무(제20조), 개인정보 파기의무(제21조), 영업양도 등에 따른 사전 통지의무(제27조), 개인정보 유출 통지의무(제34조), 열람권(제35조), 정정・삭제에 관한 권리(제36조), 처리정지 요구권(제37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하여 이용자로부터 동의 등을 받을 의무(제39조의3), 개인정보 유출통지 및 신고의무(제39조의4), 개인정보 파기의무(제39조의6), 동의 철회에 관한 권리(제39조의7) 등의 개인의 기본적 권리 행사도 모두 불가능하게 규정(법제28조의7)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
위 규정대로라면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라고 강조하며 정의하고 있는데, 제3절의 가명정보의 처리 특례를 통해 ”개인정보“가 아닌 것처럼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한 처리근거 비교표. 우리 개인정보보호법과 유럽 GDPR을 비교하고 있다. 체계. 우리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 처리근거와 무관하게 맥락없는 가명정보의 특례로 “동의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라고 구성되어 있음(제3절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 유럽GDPR. 양립가능성(제6조 제4항 본문)을 근거로 하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 과학적 또는 역사적 연구 목적, 또는 통계 목적을 위한 추가 처리를 양립가능성 범위내로 예시함(전문 제50조, 제5조 제1항 b호 후문). 요건. 우리 개인정보보호법. 가명정보. 유럽GDPR. 가명처리는 안전조치의 하나일 뿐이지, 가명처리되었다고 하여 안전조치가 전부 충족된 것은 아니다. 정보주체의 권리 배제. 우리 개인정보보호법. 별도의 조건이나 제한없이 수집출처 등 고지의무(제20조), 개인정보 파기의무(제21조), 영업양도등에 따른 사전 통지의무(제27조), 개인정보 유출 통지의무(제34조), 열람권(제35조), 정정・삭제에 관한 권리(제36조), 처리정지 요구권(제37조),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하여 이용자로부터 동의 등을 받을 의무(제39조의3), 개인정보 유출통지 및 신고의무(제39조의4), 개인정보 파기의무(제39조의6), 동의 철회에 관한 권리(제39조의7) 등 정보주체의 권리행사배제 (법 제28조의7). 유럽GDPR. - 과학적 또는 역사적 연구 목적, 통계 목적으로 처리되는 경우 일부 정보주체의 권리[제15조(열람권) , 제16조(정정권), 제18조(처리에 대한 제한권), 제21조(반대할 권리)]를 배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해당 권리가 목적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중대하게 손상시키고, 그러한 배제가 목적달성에 필요한 경우에만 배제를 허용함. -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일 경우에는 [제15조(열람권) , 제16조(정정권), 제18조(처리에 대한 제한권), 제19조(고지의무), 제20조(개인정보이동권), 제21조(반대할 권리)]를 배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해당 권리가 목적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중대하게 손상시키고, 그러한 배제가 목적달성에 필요한 경우에만 배제를 허용함.](https://pspd-www.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3/02/21103403/20230220_%ED%8C%90%EA%B2%B0%EB%B9%84%ED%8F%89_%EA%B9%80%EB%B3%B4%EB%9D%BC%EB%AF%B8%EB%B3%80%ED%98%B8%EC%82%AC_%ED%91%9C1.png)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해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하여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하여 왔다.(헌재 2005. 5. 26. 자 99헌마513 등)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는 개인이 개인정보 처리에 관하여 동의할 수 있는 권리,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 정정·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가 구현되지 않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정보를 식별가능한 상태로 처리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정보흐름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배제됨으로써 겪는 인격권 침해를 막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개인이 행사하여야만 하는 헌법상 기본권“을 처리의 목적 달성 여부나 필요성, 최소 침해성 여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면 배제하여 통제권을 유명무실한다면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이번 SKT 사건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가명정보 특례 조항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짚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여부에 대한 헌법적 평가까지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결문에서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우리 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식별가능한 개인정보가 가명정보화되는 처리과정 및 처리근거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수 있다.
해당 판결에서는 가명정보의 특례를 통해 개인들의 권리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① 개인들의 권리행사가 왜 필요한가라는 측면 (필요성), ② 개인들의 권리행사를 전면 배제하는 것의 과잉침해성 (최소 침해성) 등을 언급하며 ”부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판결문 제9쪽 내지 제10쪽
| 가명정보가 … (중략)… 동일한 정보주체에 관한 여러 가명정보가 사용・결합되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정보주체에 대한 식별이 가능하게 될 위험이 존재하고 … (중략)…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 발생한 피해는 사후적으로 금전적 보상 또는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이상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식별가능정보에 대한 가명처리 내지 가명정보에 대한 처리에 관한 결정권을 충분히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은, … (중략)… 식별가능정보를 가명처리하여 생성된 가명정보에 대하여는 ①개인정보처리자의 정보주체 이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의 수집출처 등 고지의무(제20조), 개인정보 파기의무(제21조), 영업양도등에 따른 사전 통지의무(제27조), 개인정보 유출 통지의무(제34조)와 ②정보통시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하여 이용자로부터 동의 등을 받을 의무(제39조의3), 개인정보 유출통지 및 신고의무(제39조의4), 개인정보 파기의무(제39조의6) 및 ③정보주체의 열람권(제35조), 정정・삭제에 관한 권리(제36조), 처리정지 요구권(제37조), 동의 철회에 관한 권리(제39조의7) 등의 적용을 모두 배제함으로써(제28조의7) 정보주체의 가명정보의 처리에 대한 결정권을 상당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7에서 처리정지 요구권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가명정보’에 식별가능정보를 가명처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경우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가명정보에 대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척적으로 봉쇄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
또한 해당 판결에서는 가명정보로 처리되기 전에 자신의 식별정보에 대한 가명처리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개인정보 보호 법령 및 지침・고시 해설’ 등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는데 더하여, 헌법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즉, ”식별가능정보의 가명처리에 대한 정보주체의 처리정지 요구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사익이 그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향후 유사한 ”개인“들의 권리행사에 있어서도 다른 공익과의 비교형량의 중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로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저장장치 및 빅데이터와 강력한 기계학습알고리즘 등의 발전으로, 인간의 눈에는 식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개인으로부터 파생되거나 추론되는 데이터들이 쉽게 민감한 데이터로까지 추론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비루해 보이는 토끼굴이 사실은 석·박사들이 포진한 데이터처리회사라는 이상한 나라까지 쭉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EU GDPR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제가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주체에게 보다 적극적인 통제권을 부여하고,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개인정보처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관련된 캘리포니아 주 법은 이에 영향을 받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으며, 미 연방 개인정보보호법안도 발의된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문제가 된 「개인정보보호법」 제3절 가명정보의 특례는 개인정보보호법 전체 맥락과 견주어 보아도 어떤 개인정보처리규정과도 연결점이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모습이다. ”활용”과 ”데이터 결합”을 위해 보호법에 특별한 특혜규정을 열어준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체계내에서 ”가명정보“라는 개념은 폐기하고, 가명처리를 안전조치의 일종으로 검토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의 본래적 목적에 맞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실질화하는 개인의 권리를 복원해야 한다.
1) EU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EU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2016년 공포된 유럽의회 통합 규정으로써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규정으로 유럽 연합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준수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강조되면서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채택되거나 이와 유사한 법제가 도입되고 있다.
2) ‘pseudonymisation’ means the processing of personal data in such a manner that the personal data can no longer be attributed to a specific data subject without the use of additional information, provided that such additional information is kept separately and is subject to technical and organisational measures to ensure that the personal data are not attributed to an identified or identifiable natural person;
3) The application of pseudonymisation to personal data can reduce the risks to the data subjects concerned and help controllers and processors to meet their data-protection obligations. The explicit introduction of ‘pseudonymisation’ in this Regulation is not intended to preclude any other measures of data protection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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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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