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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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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익명 (미확인) | 화, 2017/01/31- 14:07
이대근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입력 : 2017.01.28 10:15:00수정 : 2017.01.31 13:25:03

[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 반기문 정치란

초단타 매매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정치, 혹은 선거란 4개월 정도 고생해서 운 좋으면 5년짜리 대통령할 기회를 잡고 아니면 그만인, 손해 볼게 없는 손쉬운 투자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효율성 높은, 경제적인 정치다. 그러나 이 나라 전체로 봐서는 이건 정치라기보다 초단타 매매의 투기이자 도박이다.

자기 목소리, 자기 언어가 없는 반기문

반기문이 매일 무언가를 말하지만 반기문의 목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을, 누군가 조언한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건 누구 보다 말하는 그가 잘 알겠지만 듣는 이들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대타협이니 대통합이니 하며 내면화 되지 않은 언어들을 기계처럼 말하는 것으로는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가 동원하는 정치언어들은 오랫동안 정치권에 유통되던 상투어들이다. 그러므로 그런 언어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정치적 설득이 충분할 리 없다. 그의 삶과 철학, 정치적 전망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그래야 귀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게 없는, 그저 듣기 좋은 말들의 반복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가령 정치교체라는 주장이 그렇다. 이 말 속에 자신의 비전이 담겼다면 그토록 진부한 구호로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진정 정치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말을 외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넘어 그 말을 실천할 자신만의 비전과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정치교체든 무엇이든 뭔가를 바꿀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자신과 같이 주어진 역할만 해왔던 외교관 후배들,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거 실세들을 끌어 모아 정치를 교체하겠다는 것은 정말 실없는 소리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실패한 정권의 사람을, 교체당해야 할 사람들을 내세우는 모험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그게 모험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눈치 빠르다는 그도 정치교체라는 개념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하는지 모를 만큼 정치감각도 결여되어 있다.

정치 9단 흉내 내는 정치 초보

정치를 처음 하는 그로서는 감당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한데도 정치 9단이나 할 일을 하고 있다. 정치를 한다면서 앞장서는 일이 누구를 만나서 합치고 누구와 엮고 묶는 일이다. 정치 숙련도가 높은 정치인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초보 정치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서로 지향점이 다른 여러 개의 정당과 대선 주자들을 묶어서 하나의 세력으로 통일할 역랑도, 그들을 이끌어갈 지도력도,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념을 대표할 능력도 없다. 그런데도 이제 배워가며 정치를 하는 처지라면서 기성 정치인도 하기 어려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되어 무엇을 할지는 보이지 않고 정치공학부터 하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낯선 곳에서의 정치

그는 지하철 승차권 발매 실수를 두고 기자에게 해명하기를 당신들도 파리에 갔다면 그런 일이 없겠느냐고 했다. 그에게 서울은 파리처럼 낯선 곳이다. 서울 생활은 곧 파리 생활인 것이다. 10년 동안 계속 했어도 쉽지 않은 게 정치다. 그런데 10년 동안 한국 밖에, 평생 정치 밖에 있던 그가 갑자기 한국에서 정치를, 그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면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을 십분 이해한다. 그는 정치에 서투른 사람이다.

그는 한국 시민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몸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 문제를 언급하면서 취업이 안 되면 자원봉사라도 하라는 엉뚱한 말을 해놓고도 그 발언의 문제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계속 “국민의견을 종합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를 되풀이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지도자가 물어봐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을 원치도 않는다. 시민들은 말할 만큼 했고 행동할 만큼 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반기문이 시민의 뜻을 어떻게 대변할 건지, 무엇을 먼저 바꿀지 우선순위를 매길 것을 원한다.

그는 이념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립은커녕 국민적 합의, 통합이라고 할 만큼 시민들의 의사가 이렇게 결집된 적이 없다. 박근혜 게이트로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어냈는데 이념 대립을 주요 의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아직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는 “패권과 편가르기의 정치에서 분권과 협치의 좋은 정치로 가야 한다”면서 하루 빨리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패권은 문재인 세력, 박근혜 세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박근혜 세력은 소멸중이니 남은 것은 이른바 친문패권이다. 그걸 타파하려면 당내 민주주의나 당내 경쟁체제의 구축, 패권적 행태의 해소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진단과 처방이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아마 대통령권력의 분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특정 당내 권력 구조가 개헌과 무슨 상관인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승차권 발매는 금방 배울 수 있지만, 정치는 국가통치는 단기 학습이 어려운 분야다. 이걸 누구 보다 그가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뿐이다. 대통령 자리를 위해 4개월만 참고 지내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왜 그는 낯선 곳에 가서 그 시민을 대변하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는가?

오락가락 정치

반기문은 평생 권력자로부터 자리를 추구해왔다. 그건 자신만의 가치나 원칙을 갖고 있다면 결코 할 수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차관, 다시 외교안보수석, 장관, 유엔사무총장의 엄청난 관운을 자랑했던 그가 이제 대통령직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경력을 한 단계씩 쌓아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목표일뿐이다. 그래서 그에겐 왜가 아닌 자리가 우선이다.

그가 짧은 기간에 오락가락한 것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을 찾느라 그런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노선이 뭐냐고 묻자 그새 그는 진보에서 보수를 왔다 갔다 했고, 여당도 하고 야당도 할 사람인 것처럼 처신했다.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새누리당 의원과 만나서 도움을 청했다.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했다가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고 바꿨다. 그는 의견이 없는 사람 같다.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사무총장 때는 환영해놓고 이제와서는 환영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래서 합의를 부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성소수자는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놓고는 그렇다고 지지한다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의 말은 이렇게 듣거나 말거나다.

이쯤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누구인가? 시간이 갈수록 그가 누구인지 분명히 드러나는 게 아니라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런 사람인가 하면 저런 사람 같고 저런 사람인가 하면 이런 사람 같아 보인다.

박근혜를 떨치지 못하는 반기문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었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맴 돌았다. 그가 박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의 망루에 함께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새마을 운동의 확산에도 앞장섰다. 뉴욕 맨해튼까지 새마을 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던 그다. 그러다 박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받으니 거리를 두는 듯 하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다시 박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탄핵에) 잘 대처하기 바란다”는 말을 했다. 박대통령 탄핵에 관한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는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시민을 대변할 뜻이 없어 보인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 반기문, 그건 아니다

정치는 쇼핑이 아니다- 쇼핑 목록에 오른 정당과 노선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다. 경쟁하는 주체도 정당이고 경쟁의 결과 집권하는 것도 정당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정당 속에서 성장하고 그 정당의 노선 및 정책을 대변하며 그런 것들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지도자는 곧 정당의 지도자이도 하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치 지도자가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예측하고, 시민들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정당정치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당에 관한 그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처음엔 정당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더니 돈이 없어 정당에 가입해야겠다며 정당을 무슨 돈 지갑인양 여겼다. 그는 정당에 가입할지 독자적으로 할지 정해진 바도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원칙적으로 말하면 당이 문제가 아니라…”며 당은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당의 정체성을 드디어 제시했는데 이렇다.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민족의 대통합을 통해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 국격을 높이겠다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어떤 정치결사체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당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모든 정당이 정의, 공정, 통합을 추구한다고 하지 불의, 불공정, 분열을 추구한다고 할까? 이게 기준이라면 현재 원내 진출한 5개 정당이 모두 해당된다. 그는 정당이 뭔지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정치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반기문은 지금 정당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 원내 진출 정당은 5개가 있다. 그가 민주당, 정의당으로 가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가운데 골라야 한다. 물론 세 당과 민주당내 일부세력을 포함해 하나로 묶는 제3지대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있으므로 선택지는 최대 네 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당의 색깔차이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당간 경계는 있고 경계가 있으니 어느 수준이든 차이가 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차이로도 경쟁하고 선택받아온 것이 한국 정치였다. 아무리 작은 차이라도 어느 정당 소속인가에 따라 정체성이 다르고 지지세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기문에게는 이런 경계조차 없다. 쇼핑센터에서라면 물건 살 돈만 있으면 아무거나 골라 살 수 있다.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면 나중에 환불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그는 여러 정당과 세력이 자기 앞에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진열 상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실 어느 측면에서 반기문과 관계 맺기를 바라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펼치는 요즘 풍경은 쇼핑센터와 다를 바 없다. 반기문 역시 20%라는 정치자본으로 아무 거나 골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진열대 앞에서 이 것 저것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나가는 쇼핑객들은 주변에 늘어서서 그가 무엇을 고를지 지켜보고 있다. 이게 요즘 그가 하는 정치하는 방식이다.

반기문도 모르는 반기문

정당 선택 뿐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도 마음대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가, 진보적 보수라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게 아니라고 했는지 바구니에 담았던 그것을 다시 꺼내놓고는 역시 보수라며 딴 것을 집었다. 그게 최종 선택일지는 지켜보는 사람은 물론 자신도 모를 것이다.

반기문의 거꾸로 정치

정치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을 실현할 정당이 있어야 한다. 정당이 있어야 당의 정책을 실현할 후보도 낼 수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정치에서는 이 모든 것이 거꾸로다. 먼저 출마하기로 한다. 왜 출마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 그 다음 어느 당으로 나오면 좋을지 이리 저리 찔러 본다. 아마도 그가 당을 선택하고 나서야 당이 만들어준 정책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선거는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으로 대체된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선택 가능한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때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정치에서 선거는 정당이 각자 공직후보를 내고 상호 경쟁하는 게 아니라 후보 따로, 정당 따로 가다가 일정 시점에 적당히 끼워 맞추는 레고블록 쌓기가 되기 쉽다. 짝을 바꾸면 전혀 다른 모형이 만들어지며 다 맞추었다 해도 다시 조금만 바꿔도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기 때문에 고정된 형태가 없다. 그래서 최종 작품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가 집권한다 해도 뭘 할지 모르는 상태는 그 자신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그저 행운을 바란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나쁜 놈들, 좋은 놈들

반기문은 위안부 합의에 관한 입장이 변하지 않았느냐고 집요하게 묻는 기자들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사실 기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다. 기자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누군가의 의혹과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일이다. 미담 기사를 쓰지 않는 한 취재 대상에게 좋은 놈인 경우가 드물다. 기자들 뿐 아니다. 정치 자체가 나쁜 놈들이 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을 서로 경쟁하고 그 때문에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정당간에는 물론 당내에서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그러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들에 둘러 싸여 정치할 생각이었다면 정치 그만 둬야 한다. 그 곳은 좋은 놈들이 별로 없는 동네기 때문이다.

■ 반기문이 어지럽히는 한국 정치

대선이 반기문 일자리 찾기인가?

반기문은 곧 대선을 치르게 될 텐데도 정치하려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왜 정치하는지, 왜 선거에서 참여하는지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오직 대통령 자리 하나 바라보고 출마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그에게 대선은 일자리 찾는 과정에 불과하다.

반기문의 실패가 위험하다

반기문의 실패는 반기문 개인의 실패를 넘는 문제다. 반기문은 자기 실패가 확인될 때 까지 여러 정당과 정치인, 대선 주자들이 탈당하고 정당을 깨고 합치며 이합집산하는 정치적 퇴행을 할 것이다. 한 때 멀쩡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그를 따르거나 그와 손을 잡거나 그와 도모를 하려다 낭패를 보면서 신뢰를 잃어 갈 것이다. 특히 갈데없는 대선 주자들, 거처할 마땅한 곳이 없고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정치인들이 개헌을 내세우며 하나의 정당을 만들거나, 연대하자는 정치공학이 난무할 것이다. 그가 실패할 때까지의 과정은 한국 정치가 망가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반기문의 성공도 위험하다

만일 반기문이 대선에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고 해보자.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재인에 맞서는 반문 연대를 구축해 선전했다고 해보자. 앞으로 너도 나도 그의 성공 모델을 따라할 것이다. 우선 정당 규율이 무너질 것이다. 당내 지위가 불리하면 탈당해 이리저리 떠돌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은 선거 때 잠시 빌려다 쓰는 도구로 전락해 아무도 정당을 건강하게 키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치는 정당을 강화하고 당원 및 시민과 소통하며 정책을 만들고 정당간 경쟁하고 갈등하며 조정하는 일을 포기한 채 정치 밖 인기인을 찾아 떠도는 부초와 같은 정치판으로 변질될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를 모으고 시민의 욕구를 파악하고 시민을 대표할 지도자를 육성하는 과정을 포기할 것이다. 국가를 경영할 능력을 연마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밖에서 홀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다 유명세를 얻으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할 것이다. 다른 직업적 경력을 통해 명성을 얻고 그걸 바로 통치권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여길 것이다. 정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열정을 위해 모인 결사체가 아니라, 이미 개인적으로 이룬 성취를 더욱 빛내는 발판으로 이용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파괴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 설날이 끝나면 반기문이 해야 할 것

반기문이 귀국 후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에 정치활동 며칠 되지도 않은 지금 그의 실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 할 말도 다 했다. 어디에서 연설하든 다 그 말이 그 말이다. 더 할 것도 없고, 더 기대할 것도 없다. 그가 뭔가 더 한다고 해본들 요 며칠간 하던 것들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는 무엇이 되려는지, 그가 무얼 하려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만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를 선택할 수 있겠으며, 그를 따를 수 있겠는가?

미국 칼럼니스트 톰 플레이트가 2013년 반기문과 대담을 하고 쓴 책 ‘반기문과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플레이트가 묻는다.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반기문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다. 반기문은 이제 쉴 거다’라고요.” 반기문의 답변이다. “맞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저의 자질을 잘 압니다. 저는 타고난 외교관입니다. 정치요? 국내 정치에 전념할 분들은 저 말고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대근 논설위원

이대근 논설위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281015001&code=910100#csidx580f9c12eda2686a3cfdbaed45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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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 촛불이 말합니다 ‘당신은 아니라고!’ -숭미주의자인 당신은 ‘도로 박근혜’입니다. -최악의 사무총장에서 최악의 대통령 후보가 되렵니까? 이하로 대기자 반기문 총장님. 요즘 들어 당신의 이름이 한국 언론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마 당신이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었을 때 이후 언론에서 가장 큰 각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
수, 2016/12/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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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차>에 세 번째 손님으로 놀러온 ‘스까요정’ 김경진 의원은 안타깝게 술을 마시지 못했다. 식중독에 걸려서 식사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입은 평소와 다름없이 펄펄 살아 있었다. 두 시간의 녹화 시간 동안 본인이 “국가적 잡범”으로 규정한 우병우 전 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장관, 그리고 삼성에 대해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우병우, 김기춘은 국가적 잡범이다”
“조윤선 장관은 구속될 것이다”
“특검 수사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까지 갈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국민의당 안철수와 문재인, 반기문 등 대선 후보군들에게도 예상 외로 직설적인 말을 쏟아내 엠씨들을 당황하게 했다. 탄핵 국면 이후 국민의당에게 향하고 있는 일부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 쓰까요정이 총정리해주는 국정농단 청문회

– 국가적인 잡범들

– 썩어빠진 검찰, 어찌 개혁해야쓰까

– 경찰 수사권 독립 해야한다?

– 나는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 안철수 욕하다가 국민의당에 간 이유는?

– 안철수 의원, 최고의 대통령 감인가?

– 안철수가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 국민의당, 바른정당, 반기문… ‘빅텐트론’에 대한 생각은?

– 과학덕후가 설파하는 진정한 혁명론

– 마지막 진실주를 문재인에게 주고 싶은 이유는?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이, 검사가 되고, 정치에 입문하고, 삼수 끝에 국민의당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우여곡절, 그 과정에서 만난 한명숙, 정동영, 문국현. 그리고 아직도 ‘화성 이주’를 꿈꾸는 이유.

*팟빵이나 애플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는 노컷 버전입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

수, 2017/01/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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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문제로 안보장사 하겠다는 것인가

국민 안위와 동북아평화 달린 중대 문제 도외시하는 대선 후보들

 

어제(1월 15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반도 현실이 준전시 상황”이라면서 사드 한국배치 결정이 “마땅하다”고 발언했다. 전 세계 전쟁·대결 종식과 평화 건설을 위해 활동하는 유엔의 수장이었던 자가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을 초래할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중국의 보복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고려는 없이 ‘국가안보’만을 말하는 낡은 발상이 개탄스럽다. 

 

사드 한국 배치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에 미칠 외교적, 군사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역내 군사적 대결 고조와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역시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점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므로 사드 배치 재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하는 것은 반 전 총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놀랍게도 사드 배치가 강행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간의 합의문은 국회에도, 국민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민적 합의도, 합리적 검증도 없이 밀실에서 강행되었고,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될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명회도 없었던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 부지 제공과 관련한 정권과 롯데의 정경유착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별로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가 최근 중국 정부에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들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국민 여론은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보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차기 정부로 미루자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합의를 추진한 정권이 업무정지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을 비롯해 몇몇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안희정 지사도 한미간 합의를 취소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오락가락 표류하고 있는 것은 사드배치에 대해 민주당이 당론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그리고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권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사안을 되돌릴 수 없다거나 차후로 미루자며 좌고우면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지도자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드배치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사드 배치 철회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동시에 국회 특위 구성과 동의절차 요구 등에 나서야 한다.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가 이대로 강행된다면, 더 이상 내일은 없기 때문이다.  
 

월, 2017/01/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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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기문 캠프에 합류한 MB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8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MB 정권 시절 언론인 대량해직사태에 자신은 책임이 없으며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해직된 분들이 해직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해직됐다”는 식의 견해도 밝혔다.

다음은 SBS 라디오에서 밝힌 이동관 전 홍보수석의 주요발언이다.

제가 언론 장악을 했다는 것도 사실도 아니지만. 지금 그 분들은 아주 노조 활동 하면서 굉장히 회사 내에서도 여러 가지 충돌과 무리가 많았던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왜 저를 겨냥해서 그런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고요.

제가 무슨 해직 기자를 지금 블랙리스트 나오듯이 누구 해직시키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저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해직된 분들이 해직된 사유를 갖고 일했기 때문에 해직되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홍보수석 보고 다 책임지라고 하면 제가 아까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 있었다면 지금 문재인 전 대표가 다 책임져야죠. 하물며 비서실장 아닙니까.

이동관 전 수석은 2008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 전 수석의 청와대 근무기간 중에 YTN에 MB 대선캠프의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씨가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되었고 이에 반대하던 기자 6명이 해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자신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 전 수석은 이미 청와대 대변인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방송에 개입했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YTN 보도국장에 전화, “돌발영상 수정해달라”

대표적인 것이 ‘YTN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불러일으켰던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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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떡값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전에 청와대 대변인이 어떻게 기자회견 내용을 미리 알고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는지를 꼬집은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은 2008년 3월 7일 오후 2시 40분 첫 방송된 뒤 재방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서도 삭제됐다.

당시 홍상표 YTN 보도국장은 이동관 홍보수석으로부터 “항의 전화가 왔었고 수정요구가 있었다”면서도 내부의 비난이 일자 “재방송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가장 인기있고 경쟁력있는 YTN의 대표프로그램을 이동관 수석의 전화가 없었다면 보도국장이 과연 스스로 삭제했을까?

홍상표 보도국장은 2010년 이동관 수석의 후임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입성했다.

“큰집이 김재철 조인트 깠던” 시기의 홍보수석도 이동관

그 뿐 만이 아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10년 3월 “큰 집도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했다던 시기도 이 전 수석의 청와대 근무기간 때였다.

김 이사장이 “청와대에서 낙하산을 내려보냈다”고 증언했는데 어떻게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이 MBC 사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회사 내부의 일’에 MB 정권이 관여한 증거는 이밖에도 많다.

낙하산 반대하던 YTN 노조를 문체부 차관이 협박했던 MB 정권

2008년 당시 정부 대변인 역할을 했던 문화체육부의 신재민 차관은 YTN 직원들의 낙하산 반대 투쟁이 거세지자 YTN 노조 측에 정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민영화 협박’을 가했고 실제 신 차관의 말대로 대주주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은행이 YTN 주식 2만주를 장내 매각하는 일도 있었다. YTN 구성원들 사이에 민영화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켜 ‘낙하산 반대’ 투쟁 동력을 분산시키려는 제스쳐였다.

또 2010년 공개된 신 차관과 YTN 노조 관계자의 2008년 9월 녹취록을 통해서 신 차관이 “공영방송 하려면 돌발영상도 없애야 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구 사장한테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 자르라고 얘기할 거다” 라고 말한 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실제로 구본홍 사장은 기자 6명을 해고했고 그 가운데 2명은 돌발영상 제작을 담당했던 기자였다.

신재민 차관의 차관 재직 시기는 이동관 수석의 청와대 근무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정부의 조직적인 언론 장악 과정을 이 수석이 몰랐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알았다면 공범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신 차관은 이후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BH 하명’으로 언론사 사찰했던 것도 MB 정부…당시 홍보수석 역시 이동관

2009년 8월 ‘BH 하명’에 의해 원충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이 작성한 <KBS. MBC.YTN 임원 교체방안 보고>라는 문서 역시 청와대가 ‘회사 내부의 일’에 일일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문건이 작성될 당시의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이동관 본인이었다.

▲ 2009년 BH 하명에 따라 총리실 사찰팀이 작성한 문건 중 일부

▲ 2009년 BH 하명에 따라 총리실 사찰팀이 작성한 문건 중 일부

이동관 전 수석의 발언에 대해 MB 정권 때인 2008년 10월 6일 해직당해 3028일째 해직기자 신분인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YTN 사태는 당신과도 한 캠프에서 동고동락한 MB언론특보를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보내서 생긴 일인데 모르나?”고 지적하면서 “MBC 해직사태의 주범 김재철…그 자가 큰집 불려가 쪼인트 까일 때 당신이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는데 혹시 당신 작품은 아니었나?”라고 되물었다.

심히 ‘우려’되는 반기문의 ‘언론에 대한 인식’

사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의 이같은 발언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는 MB 시절 4대강 사업의 주역인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이 4대강의 성과를 지금까지 예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무척 충격적인 일이다.

대선 후보 반기문의 언론과 방송 정책에 이동관 전 수석이 유경험자로서 당연히 깊숙히 관여하게 될 것이고, 만약 반기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차기 정부의 언론, 방송 정책은 MB 정부의 연장선 상에 서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 ‘해직자들이 각자 해직 사유가 있어 해직됐다’는 인식을 가진 이동관 전 수석을 자신의 캠프에 둔다는 것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언론관 역시 언론해직자를 대량으로 양산했던 MB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다.

목, 2017/01/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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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옭죄는 행정검열을 즉각 중단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상으로 한 짤막한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염원하는 모든 이와 함께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해당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올린 글이 빌미가 되어 조사 대상이 됐다. 문제의 글은 반기문 전 총장이 선친 묘소 참배를 한 뒤 퇴주잔을 마시는 이미지를 퍼오고 그 밑에 “퇴주잔 바로 마셔버림” “미친다 미쳐” 같은 감상을 적은 게 전부다. “ㅋㅋㅋㅋㅋㅋ”가 본문의 대부분인 이 게시물이 헌법기관의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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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이 게시물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이유에서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네티즌이 쓴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반기문 총장이 ‘퇴주잔을 바로 마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행위가 관례에 맞다거나 틀리다는 판단과 그에 대한 감상은 개개인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이며, 사실에 대한 진술은 전혀 아니다.

또한 선관위에 따르면 해당 네티즌이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오로지 이 게시물 하나 때문이다. 이 네티즌이 비슷한 게시물을 악의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올렸다는 점이 포착된 것도 아니고,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 즉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명확히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보다는 뉴스 정보를 옮겨오며 그에 대한 개인의 느낌을 표현한 데에 더 가깝다.

이러한 정도의 표현을 조사하러 나선다면 선관위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바쁜 기관이 될 것이다. 문제의 ‘퇴주잔 해프닝’에 대한 코멘트와 게시물은 인터넷과 SNS에 숱하다. 선관위는 이런 네티즌들을 모두 조사할 생각인가? 게다가 해당 사안을 다룬 기사는 주류 언론에도 쏟아져 나온다. 선관위가 최소한의 일관성을 가지려면 이런 기사를 쓴 기자들 역시 모두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파급력을 따지자면 일개 네티즌에 댈 것이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힘없는 네티즌을 상대로 일벌백계식 칼날을 휘둘러 일반 유권자의 의사 표현을 막으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해당 네티즌에 대한 조사가 신고로 시작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익명성 보호’라는 엉뚱한 핑계를 대며 밝히지 않는다. 이 사안이 신고로 촉발되었는지는 중요하다. 만일 그랬다면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 의사 표현은, 상호 신고만 되면 모두 선관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 경중을 따지지 않고 자기네 후보자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신고하여 국가기관의 조사를 받게끔 부채질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단순 조사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누가봐도 선거법 위반이 아닌 사실을 국가기관이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해당 유권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유권자들에게도 위축효과를 가져오고 자기 검열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들이대고 있는 잣대가 허위사실공표죄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비방죄와 더불어 대표적인 반민주적 독소 조항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공직자를 뽑는 선거 과정에서 꼭 있어야 하는 후보자 검증을 가로막고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의사 표현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최태민과 최순실의 허수아비라고 주장하며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김해호 목사는 허위사실공표와 명예훼손이 함께 적용되어 징역을 살았다.

공직 선거에 나선 사람은 대중의 검증을 받을 것을 자청한 사람들이다. 유권자는 자신들을 대표할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 과정이 일견 무리한 것처럼 전개되더라도 이는 분명한 민주적 과정이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잘못과 오해는 대개 해소된다. 민주 선거에서 유권자는 오로지 자유로운 비판과 검증을 통해서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선관위는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적인 정당성도 찾을 수 없는 네티즌 조사 행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이 선관위에 맡긴 업무는 공정한 선거 관리이지, 국민의 입에 자의적으로 재갈을 물리는 것이 아니다. 선관위는 일상적인 검열 기관이 되려는 시도를 중지하고 선거 관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2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관련 글]

수, 2017/02/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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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 ⓒ충청남도

[caption id="attachment_172489" align="aligncenter" width="540"]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충청남도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충청남도[/caption]
[논평]

충청남도 4대강 보의 수문개방 제안 환영, 도수로 등 후속사업도 정리해야

  ○ “4대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 유속을 늘리자.” 지난 16일,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가 '충남의 제안Ⅱ'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입법과제다. 안희정 지사는 "보를 철거하는 게 가장 좋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상시 개방을 통해 유속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히며 “4대강사업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4대강 주변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 등 이용률이 낮은 레저시설에 대해서는 평가를 통해 생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안희정 지사의 4대강사업 대책에 환영한다. 그동안 환경운동연합이 주장해 온 4대강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충청남도는 지난 5년간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유일하게 4대강사업 금강구간을 모니터링 하는 의지를 보였다. 모니터링 결과는 수질오염도를 나타내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농도 증가, 큰빗이끼벌레, 붉은깔다구 등 호소성생물 급증, 녹조 창궐, 역행 침식 발생 등 4대강사업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환경운동연합이 주장해온 내용을 과학적으로 다시금 증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정책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안희정 지사가 제안한 4대강 사업의 해법과 국회 입법화 노력이 현실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 환경운동연합은 충청남도의 이번 발표가 반가운 한편, 풀어야 할 물정책 과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진행되는 충청남도의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사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 사업 역시 가뭄해소를 명분으로 벌인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앞서 실패한 충청남도의 금강-보령댐 도수로 사업의 경우도 가뭄을 해갈할 만큼 충분한 유량을 공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상류의 수질문제를 야기했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집행된 안희정 지사의 물정책 행보는 여전히 우려 지점으로 남는다. ○ 4대강사업은 우리나라 물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4대강사업은 끝났지만 경인운하 연장, 친수구역 개발, 지방하천 개발, 도수로 사업 등 이름을 달리한 4대강 사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4대강사업을 추진한 세력은 책임을 요구받지 않고 세를 과시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지사의 행보에 이어 다른 주자들도 4대강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검토에 나서야 할 것이다. 4대강사업의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차기 대권의 과제가 될 것이다. 광장의 촛불이 창출한 새로운 정권에서는 녹조라떼를 만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과 함께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2017년 1월 17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문의 : 물순환팀 안숙희 02-735-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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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1/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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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회 유엔 총회가 개막된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핵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해결책은 군사행동이 아닌 정치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완전한 해결이란 정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행동은 엄청난 파괴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회복하는데 수 세대가 걸릴 것입니다.(The solution can only be political. Military action could cause devastation on a scale that would take generations to overcome.)”

북핵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전달하면서도 군사적 해결이 아닌 정치적 외교적 방식으로만 이 문제를 풀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최근 핵과 미사일 실험이 동북아시아와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평화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총장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임 반기문 총장에 이은 제 9대 유엔 사무총장이다.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그가 국제사회 평화의 증진을 위해 보이고 있는 활발한 행보는 전임자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구테흐스 총장의 단호한 ‘反 군사행동’ 경고

“대결적인 수사들은 사태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군사적 행동의 잠재적 결과는 끔찍할 것이며,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Confrontational rhetoric may lead to unintended directions. The solution must be political solution must be political….”

그는 유엔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두 가지 새로운 계획도 발표했는데, 하나는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배가로서 그 일환으로 고위급 중재 자문위원회(High-Level Advisory Board on Mediation)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하나는 유엔 양성평등 제고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우리가 국제연합으로서 함께 행동할 때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총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데 문 대통령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국가원수 90여 명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러시아 라브로프 외교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총 196명이 각국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다음은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 전문이다.

언론 관계자 여러분.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는 매우 바쁜 한 주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다음 주에 세계 지도자들이 이곳에 모입니다. 핵의 위협과 전 지구적 테러리즘, 불평등과 사이버 범죄 등 세계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한 시기에 말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허리케인과 홍수를 보면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이변이 향후 더 자주 발생하고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예상하게 됩니다.

어떤 나라도 이러한 도전을 홀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한다면 한층 안전하고 안정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유엔 총회가 대단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유엔총회-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회 유엔 총회가 개막됐다.(사진: 뉴시스)

오늘 저는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두 가지 이슈, 그리고 두 개의 개혁과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미얀마의 상황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심각해진 불만이 이제 미얀마 국경을 넘을 만큼 고조되었고, 지역의 안정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와 관련한 상황은 비극적입니다. 우리가 지난 주 만났을 당시,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 난민은 12만5천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숫자가 38만 명으로 세 배가 되었습니다. 많은 수의 로힝야 난민이 임시 거처에 머물거나, 가진 것을 너그러이 나누려는 공동체에 의탁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아동이 굶주리고 영양결핍 상태로 들어옵니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두 가지 이슈, 북핵과 미얀마 사태

저는 모든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저의 염려를 담은 공식 서한을 안보리에 전달했습니다. 이 위기에 관하여 토의하기로 한 안보리의 오늘 결정을 환영합니다.

저는 라카인 주에서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벌인 공격에 관하여 규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보안군이 일반 시민을 공격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엔과 국제 비정부기구들의 구호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저는 미얀마 정부에게, 군사행동의 중단과 폭력의 종식, 법률의 준수, 그리고 미얀마를 떠나야만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귀국할 권리를 부여할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미얀마 정부에게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저는 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계획 수립을 다시 요청합니다. 라카인 주 이슬람교도들에게 반드시 국적을 부여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이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와 노동시장과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먼저 허용되어야 합니다.

반기문-연합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전임자인 반기문 총장. (사진: 연합뉴스)

 

북핵 해결, 군사행동은 절대 안돼  

이제 북한에 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북한이 실시한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 및 그리고 그 너머까지 커다란 불안과 긴장을 조성했습니다.

안보리의 일치된 결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번 주에 만장일치로 채택된 새로운 결의안은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저는 모든 회원국에게 안보리의 이번 결의안과 관련 결의안들을 온전하게 이행할 것을 요청합니다.

안보리의 일치된 결정은 한편으로 외교적 해결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입니다.

완전한 해결이란 정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행동은 엄청난 파괴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회복하는데 수 세대가 걸릴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유엔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하여 두 가지 새로운 계획도 발표하고자 합니다. 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보다 광범한 개혁 의제의 일부입니다.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저는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배가를 주창했습니다. 이후 저 스스로 외교적인 교섭을 늘려왔고 유엔의 중재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는 오늘 고위급 중재 자문위원회(High-Level Advisory Board on Mediation)의 새로운 설립을 발표합니다.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배가할 것

중재라는 극도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 및 깊은 이해와 광범한 네트워크를 지닌 18명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물들로 위원회가 구성될 것입니다. 명단은 여러분 모두에게 배포될 예정입니다.

위원회가 구체적인 중재 노력에 관한 조언을 저에게 제공하고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중재 이슈와 관련하여, 우리가 지역기구와 비정부그룹 및 여타 주체들과 더욱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또한 오늘 저는 저의 유엔 양성평등 전략을 내놓습니다. 이 로드맵은 급박한 요구와 도덕적 의무, 운영상의 필요에 부응합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우선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전략은 2021년까지 고위직에서의 양성평등을 성취하고, 2028년까지 전체적인 평등을 성취할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미 저는 제 몫의 노력을 해 왔습니다. 지난 1월부터 제가 유엔 사무국 내각에 임명한 인사들의 과반수가 여성입니다. 임명된 분들과 규정에 의하여 연임한 분들 전체를 보면 현재 여성이 17명이고 남성이 15명입니다. 연임한 분들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임명된 여성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를 넘어서, 우리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확대에 솔선수범해야만 합니다. 이는 현재 인권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위기를 알리는 헤드라인이 매일 화면을 채우고 있고 우리는 이를 의제로 다룹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비상사태 하나를 조명하고 싶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지난 석 달 만에 난민과 살던 곳을 떠난 사람들의 숫자가 37% 증가했습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절박하게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서 이는 심각한 걱정거리입니다. 저는 다음 주 논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는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제 인도주의 기관들은 올해 초, 소말리아와 예멘, 남수단, 그리고 나이지리아 북부에서의 기근 위험에 관해 경고했습니다. 제가 이 회의실에서 했던 첫 번째 기자회견이 이 문제에 관해서였음을 기억합니다.

이들 국가에서 식량공급이 대단히 불안하고 이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심각한 기근은 피해 왔습니다.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 기부자, 그리고 유엔이 협력하여 노력한 덕분입니다. 유엔 인권기구에서 일하는 동료 모두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언론 역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이들 4개국의 약 1천3백만 명이 매달 지원을 받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지원을 고대하는 모든 이들의 필요에 계속 부응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국제연합으로서 함께 행동할 때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제, 당연히,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금, 2017/09/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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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7. 12)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우리는 전례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브렉시트가 드러낸 세계적 갈등 구조는 마르크스가 살던 19세기는 물론 20세기, 그동안 살아온 21세기의 갈등과도 다르다. 흔히 브렉시트를 세계화 대 반세계화의 충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계적 갈등 구도의 복잡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세계화 대 반세계화 구도는 과거의 진영 대결처럼 이편과 저편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다. 세계화 진영에는 우파, 부자, 엘리트만이 아니라 좌파와 유럽연합(EU)도 있다. 반세계화 진영에도 역시 좌파는 물론, 극우, 저소득층이 있다.

세계화 대 반세계화라는 갈등의 축은 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세력들을 한 범주로 묶고 잘 어울렸던 세력도 갈라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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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계화는 기존의 좌우파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좌파와 좌파 간의 입장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다. 지금의 세계화가 더 복잡하고 헷갈리는 이유이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포데모스 당수,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시리자 당수.

세계화 이슈에서 좌파는 좌파와 대립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부였던 기존 진보·좌파는 불평등의 세계화에서 면책될 수 없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세계적 분노가 기존 좌파의 권위와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약화시킨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렇다고 ‘분노하라’ ‘점령하라’의 바람을 타고 확산된 반신자유주의 세계화 세력이 기존 좌파를 대체한 것도 아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집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영국 좌파의 희망이었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벌써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 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위태위태하다. 노동자·농민의 저항과 분노는 여전하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부상한 새 좌파가 무기력해진 이유의 하나는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이다. 바로 EU 탈퇴파, 도널드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우세력이다.

트럼프는 성차별주의자, 인종주의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부자증세, 서민감세,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장 축소 반대, 월가 규제를 공약했다. 포데모스, 시리자, 코빈, 샌더스 등 새 좌파와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으면서 기존 좌파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세력의 경쟁력은 세계화로 잃은 것이 많은 서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잘 대변하는 데 있다. 그런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와 대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영국 보수당도 마찬가지로 EU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라져 있다. 이렇게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내적 분열 상태에 있다. 영·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이끈 쌍두마차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건 주체의 분열이다. 세계는 핵분열 상황이다. 어디에도 갈등의 중심은 없다.

유럽인에게 EU는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모두 갖고 있는 존재다. EU는 자본, 노동, 상품의 자유 이동을 추구하는 세계화 세력이자 긴축으로 서민의 삶을 옥죄는 기득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권, 정의, 관용, 통합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공동체이기도 하다.

부자·엘리트의 특성도 탐욕 하나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세계화의 수도 뉴욕·런던의 지배 엘리트는 브렉시트와 트럼프를 반대할 것이다. 그들은 관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존을 추구한다. 그게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건 사회적 덕목과도 합치된다.

반면 저소득층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다. 자국,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고 연대를 모른다.

자유무역과 통합의 혜택이 엘리트에게만 돌아갔으면 민주주의 정치는 저소득층을 대신해 그들의 몫을 되찾아줘야 하지만 그렇게 못했다. 이제 저소득층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손에 쥔 것이라도 지키는 것이다. 이주자들이 자신의 몫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세계적 갈등과 분열의 본질에 다가갔다. 세계의 부는 불평등하게 분배되었고, 다수를 대표한다는 민주주의 체제, 기성 정치는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다. 가난한 자들이 자신의 몫을 가져간 부자들이 아니라 더 가난한 자와 싸워야 했던 이유.

그런데 가난한 자에게 주어진 선택은 무엇이었나? 삶을 개선시킬 대안이 아니었다. 잔류, 혹은 탈퇴. 선택을 강요당한 서민들은 국민투표를 기성 정치에 책임을 물을 기회로 삼았다.

만일 당신이 저격수라고 해보자. 그런데 표적이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과 뒤엉켜 있다. 쏠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 서민들 앞에 세계화 대 반세계화, 좌파 대 우파, 좌파 대 좌파, 우파 대 우파, 엘리트 대 서민, 안정 대 불안, 포용 대 차별, 통합 대 고립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정치가 할 일은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는 진보, 좌파 정치세력이 할 일이다. 더 나은 대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월, 2016/07/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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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6. 21)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박정희가 미국의 한국 안보 공약을 신뢰하지 못해 자주국방을 선언했듯이 중국·소련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던 김일성도 ‘국방에서의 자주’를 추구했다. 게다가 김일성은 미국의 핵위협을 받았다. 작은 나라가 외부 도움 없이 강대국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자 할 때 무엇이 가장 필요했을까. 핵무기다. 박정희가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간혹 북한의 핵개발 과정을 김일성의 비핵 논리, 김정일의 핵 모호성, 김정은의 핵무장 강화라는, 지도자 개성의 차이에 따른 비연속선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60년은 핵을 위한 행진의 시기였다. 핵능력이 없을 때는 비핵을, 핵개발 초기에는 모호함을 내세울 때가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60년 3대에 걸친 간난신고 끝에 온갖 대가를 지불하고 확보한 핵무기다. 그런데 이제 와서 포기하란다고 포기할 리 없다. 그것도 과거 핵정책 실패로 ‘핵 강국’ 북한의 등장에 책임있는 당사국의 말을 들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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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상응하는 댓가를 주겠다는 남한의 제안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그동안 김씨 3대가 자위권 확보를 위해 핵에 집착해온 역사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을 향해 선 핵포기를 주장하는 것은 그저 국내용 여론조성용이거나, 이데올로기적 구호에 불과하다. 이런 시늉으로는 현실에 아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북한에 불가역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려면 먼저 남한이 불가역적인 평화체제를 보장해주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핵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보수세력들이 그럴 수 있겠는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한국의 입장은 도덕적 정당성이 있을지언정,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왕이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도 북한을 설득하기 어려운데 ‘선(先) 비핵화’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핵실험 이전의 9·19 공동성명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한·미·중·일의 희망사항도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북한이 왜 4차례의 핵실험을 없던 일로 하겠는가.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현실을 인정, 잠정적 핵동결을 당면 과제로 받아 들여야 한다. 완전한 해결을 삼가야 한다. 완전한 해결은 대결 상태의 지속을 의미하고 대결은 북한에 핵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의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북한도 완전한 해결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협정 문제를 보자. 북한은 한·미의 선 비핵화에 맞서 선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지만 평화가 진정 북한이 원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평화협정을 포함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건 대외관계 정상화로 외부 위협이 사라지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내부의 전체주의적 통치를 완화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그건 김정은 정권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뜻이다.

비핵·개방·3000, 그랜드바겐, 드레스덴 구상이 거절당한 주요 이유도 북한 체제를 급격히 바꾸는 위험한 대북 제안이기 때문이다. 핵 강국을 자처하는 지금 북한에 평화협정의 가치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렇다면, 원칙과 명분으로부터 눈을 돌려 한·미 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하면 핵실험도 잠정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 문제가 정말 위험한 때는 핵 위협은 높아지는데도 관계가 단절된 채 적대하고 대결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태도가 나아져서가 아니라 북한이 더 위험해졌기 때문에 간여하고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게 시민의 생명을 책임진 정부의 책무이다.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대북 제재에만 집중하는 미국은 태평양 건너에 있다. 미국 흉내를 낼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득권세력, 보수층은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하다. 협상으로 내줘도 괜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 및 감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한·미동맹의 신성성을 훼손한다고 믿는다.

사실 이들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적의 지위를 상실하면 북한 주적론에 기반한 정치·사회 구조가 무너진다. 종북 담론이 사라지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감축되고, 한·미동맹의 성격이 변한다. 군비 축소로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복지비로 전환되면 우리 내부의 냉전구조와 보수 헤게모니가 붕괴된다. 분단 이래 보수 기득권의 물적·정신적 토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북한에 불가역적 비핵화를 원하면 남한은 불가역적인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공정한 거래일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의 방법이기도 하다. 한·미 훈련 중단은 북한에 그런 협상을 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남북이 하나하나 주고받으며 풀어가면 평화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남한 내부는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법제도, 정책, 각종 상징으로 얽혀 있다. 핵과 평화가 교환가능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보수세력이 내줄 게 별로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부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한 평화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감추고자 한다면 방법이 있기는 하다. 비핵화의 당위성, 통일의 필요성과 같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가능한 의제로 시선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비핵화, 통일만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비핵화와 통일은 그렇게 당면한 위험의 해결책이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도그마가 되었다.

월, 2016/07/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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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8. 23)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낯선 풍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과감히 폐기할 때였다. 당내 분란이 일지 않았다.

작은 차이로도 갈라지고 그 때문에 집권으로부터 멀어져도 신경 쓰지 않던 더민주였다. 이제는 상호 이견을 존중하며 당의 목표 아래 결집하는 법을 터득한 것일까? 의원들이 모두 신중해졌다.

이게 총선 이후 4개월간 더민주가 보여준 변화의 전부다. 더민주는 총선에 패배한 박근혜 정권이 온갖 자충수를 두며 억지를 부리는데도 소 닭 보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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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추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퇴행을 막으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고, 내년 대선 승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럴려면 지금처럼 최대한 실책을 줄이려는 소극적인 행보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 무심함 혹은 신중함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혹시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일까?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대승한 뒤 조심하자며 몸을 사렸다. 이에 권력을 줬는데도 왜 개혁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지지층에서 비등했고, 놀란 열린우리당은 느닷없이 4대 개혁입법을 들고나왔다. 그러자 보수세력이 들고 일어섰다. 당시 보수는 총결집했고 정권은 위기에 빠졌다.

양극단을 오락가락하다 정권을 잃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부작위의 신중함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

대안 없는 반대의 공허함은 이명박 정권 때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그런데 대안은 야당이 개혁입법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본래 야당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시민들도 그걸로 야당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야당이 어떤 의제로 집권세력과 갈등하고 타협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야당이라면 정권 비판과 견제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특히 박근혜 정권처럼 무슨 사고를 칠지 알 수 없는 권력을 견제하지 못해 시민을 고통에 빠뜨린다면 무능 야당으로 찍혀 다음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정권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으면 단호히 맞서야 한다. 미국의 대선후보 경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확인했듯이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은 세계적 경향이다.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야당은 기득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더민주는 정권 견제를 똑똑히 하는 것도, 기득권을 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의제 선점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있지도 않다.

사드 문제가 부상할 때 한반도 평화 구상을 내놓기는커녕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얼빠진 태도, 노동자가 삭제된 당 강령을 내놓았다가 우경화 의심을 받자 철회한 섣부른 행동,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한다면서 핵심 증인을 빼주려는 허튼 선심이 그렇다.

물론 더민주가 부드러운 야당으로서 중도·보수층으로부터도 호감을 얻으려 하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김종인식의 돌발적 노선 전환 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보수층 유인책은 정체성 논쟁 촉발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와 결국 효용성을 떨어뜨린다.

보수층 유인을 위해 기성 체제의 틀을 받아들이는 전략의 이점 역시 야당을 또 다른 기득권으로 인식하는 역효과에 의해 상쇄된다. 만일 정권교체가 하나의 기득권에서 다른 기득권으로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야당의 대선 승리는 또 하나의 사기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노선 전환이 아닌 노선 확장을 해야 한다. 가령 종북, 안보무시, 성장소홀 등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포용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 반대와 대안, 기득권 타파와 지지기반 확장전략을 적절히 조화시킨 똑똑한 배합이 가능하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은 야당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목표, 현 집권세력보다 나은 정책과 리더십을 잘 드러내줄 것이다. 그 결과, 야당 선택은 대단한 결단이나 모험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고르기와 같은 부담 없는 행위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승리를 안겨준 현재의 판을 흔들지 않는 게 좋다고 믿어서인가, 너무 소심하다. 말조심, 몸조심은 좋은 일이다. 다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상대 실책으로 잭팟을 터뜨린 총선 때의 행운이 대선 때 또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균형은 여건이 유리해질 때를 기다리는 안이함이 아니라, 정치적 기회를 만드는 주도적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혹시 더민주 집권 자체가 개혁인데 무슨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사실 두 보수정권의 퇴행을 고려하면 야당이 어떻게든 집권하기만 하면 지금보다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야당이 정권을 다 잡은 듯한 발상에서 나온 것 아닌가?

여기에서 우리는 문제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떻게 해야 야당이 집권할 수 있는가? 조용한 집권? 꿈도 꾸지 마라.

월, 2016/08/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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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9. 13)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던 9월9일 오전 9시(평양시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라오스에, 총리는 세종시에, 통일부 장관은 춘천에 있었다.

북한 도발 시 정부 대응 전략의 요점은 사전에 도발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한다는 것이다. 육상·수상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그런 개념에 따른 것들이다.

그런데 9일 북한이 무엇을 할지 알고 있던 정부 인사는 없었다. 알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공격하면 다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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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핵실험은 성공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핵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돼 현실적 위협이 되는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방법은 예방책뿐이다. 공격할 마음을 먹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최고 수준의 제재에도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고 남북 간, 북·미 간 적대와 대립은 심화되면서 북한이 언제 무슨 마음을 먹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위험의 실체다. 이 위험은 잘못된 대북정책에 기인한다. 스커드·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얹는 극적인 장면을 보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폐기할 때를 기다리는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북핵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북핵 문제를 돌파하려 나서는 나라가 없다. 미국은 앞장 설 이유가 없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지 않는 한 북핵 문제에 정력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드 논란이 말해주듯 북한이라는 문제 국가의 존재는 중국 견제의 도구로도 꽤 유용하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유지라는 두 개의 목표가 충돌하면 체제 유지를 우선한다. 북한 정권 붕괴니 체제 전환이니 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출 것이다.

러시아·일본이 나설 일도 아니다. 유엔 안보리는 정당성을 부여할 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결국 한국밖에 없다. 한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자이자 북핵 해결의 최대 수혜자다. 북한 변화를 이끌어낼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새 해법을 주도해야 할 직접 당사자다.

남 일처럼 구경하거나 다른 나라 따라갈 일이 아니다. 김정은의 정신상태가 어떠니, 평양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느니 하는, 기분 풀이는 미루어 두는 게 좋다.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면 수사학으로 시민을 흥분시키는 일에 시간을 허비할 정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나서 “전쟁의 위험” 운운하며 불안을 부추기는 것으로 봐서는 대결 말고 대책이 없는 것 같다.

대북 제재와 압박이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다. 현 북핵 정국의 문제는 제재가 너무나 정당하다는 데 있다.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하는 것은 정의에 부합한다. 유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모두 북한을 제재할 마땅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들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와 상관없이 북한의 나쁜 행동에는 벌을 줄 자격이 있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지구를 대표하는 악당이 되었다. 당사국들로서는 그런 악당과 타협하는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느니 악당을 징벌하는, 안전하고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어렵지 제재는 쉽다.

이렇게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당사국이 없는 상황에서 제재와 압박이 정당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지지받는다면 기존 북핵정책은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이 제안한 제재·대화 병행론을, 북한에 시간만 벌게 해준다며 일축한 것 역시 정치적 자신감의 표현이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미·영은 합동작전으로 케냐에서 테러리스트를 추적한다. 한 건물에 모여든 테러리스트들이 자살폭탄 조끼를 착용하는 장면을 포착해 드론으로 공격하려는 순간, 그 건물 담벼락에서 빵을 파는 소녀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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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명을 살릴 것인가, 1명의 소녀를 구할 것인가” 결국 소녀 한 명을 살리는 결정을 한 것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북핵문제도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리한 결정만 한다는 점이다.

정책 결정권자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 건물을 폭격하면 테러리스트들이 쇼핑몰에서 자폭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80명을 살리지만 대신 소녀가 죽는다. 그러나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해 폭격을 포기하면, 80명이 희생된다.

한 각료가 소녀를 구하자는 의견을 낸다. “테러리스트를 쇼핑객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게 무고한 아이를 죽인 드론 공격을 옹호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소녀 구하기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말이다. 무엇이 당면한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길인가가 아닌,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관점이다. 각료들이 결정을 못하고 총리의 판단을 구하자 총리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사태를 해결하라는, 정치적 위험성이 제거된 모호한 지시를 내린다.

정치적으로 가능한 행동만 하는 북핵 상황도 소녀 구출론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 제재라는 도덕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은 역설. 바로 이게 북핵 정국의 본질이다.

목, 2016/09/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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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 낸 촛불 민심은 이제 단순 정권 교체를 넘어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타파를 요구하고 있다. 재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직접적인 수혜자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관여자로서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촛불 민심이 광장에서 “재벌도 공범이다”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재벌, 특히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역설적으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월 23일 국회에서 민주연구원, 국민정책연구원, 미래정치센터 공동 주최로 ‘재벌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11월 촛불시민혁명과 경제민주주의, 재벌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였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3곳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공식 싱크탱크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 토론회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야3당이 내놓을 재벌개혁 관련 공약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벌개혁을 위해 최우선 해야 할 과제로 현행법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적용하기 위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내세웠다. 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제대로 된 법 집행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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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또 주주 등 시장 참여자들이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을 단기 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장의 질서를 개선해 재벌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벌개혁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부활과 순환출자 규제를 내세우지만 이는 더이상 재벌개혁의 과제로 “거론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행정 규제법에 의한 재벌개혁의 효과는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자총액제한 제도 부활이나 순환출자 규제는 경제적 실효성은 적고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켜 정작 필요한 재벌개혁의 논의를 중단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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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야3당 의원들은 재벌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확인했지만 구체적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순환 출자 문제를 “우리 사회의 불균형 성장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며 경영권 승계 및 총수 일가의 부 축적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회사를 지배한다는 것 자체가 지배 구조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재벌개혁 차원에서 순환출자 해소는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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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재벌개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제시했다. 이른바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재벌 감독 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구축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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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재벌개혁에 앞서 언론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벌이 광고와 협찬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재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해 재벌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추 의원은 이런 문제가 계속 존재하는 상태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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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거 때만 되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재벌개혁에 대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지만 집권세력이 되면 공약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은 “재벌 개혁은 항상 공약 속에만 존재한다”고 비판하며 실제 재벌개혁이 이뤄지려면 집권하는 세력의 정책 추진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대선주자들도 재벌개혁에 대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대선 때마다 재벌개혁은 빠지지 않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재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질적인 재벌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말의 성찬이 아닌 강한 추진력과 일관성 있는 정책 실천이다.


 

취재: 이유정
촬영: 김수영
편집: 김수영, 박서영

월, 2017/01/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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