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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도입은 결국 비정규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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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도입은 결국 비정규직 확대

익명 (미확인) | 목, 2016/10/06- 11:06

IMF 이후 급속히 늘어난 비정규직이 공공부문까지 확산되자 참여정부는 2004년 처음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놨다. 이후 정부는 10여 차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지만 공공기관 간접고용(민간위탁 외주화) 비정규직은 2011년 5만 2,936명에서 지난해 말 6만 8,841명으로 오히려 30%나 늘었다.

수차례 대책에도 공공기관 간접고용 30% 늘어

12년 동안 정부는 겉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를 얘기하면서도 각종 지침으로 공기업들에게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 확산을 부추겨 왔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가 모두 경영효율화를 내걸고 공공기관 간접고용 확대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이들 정책은 정작 경영효율화도 챙기지 못했다.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 확산은 경영효율과 비용절감, 산업구조조정 세가지 목적을 내걸었다. 경영효율을 내건 철도, 지하철, 발전부문의 외주화는 결국 노동자와 국민 모두의 생명, 안전과 직결됐다. 2008년 서울지하철 경정비 업무 외주화는 결국 지난 5월 구의역 참사를 낳았다. 비용절감을 내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으로 출근하는 노동자 5만명 가운데 85%를 간접고용 노동자로 만들었다.

산업구조조정을 내세운 대한석탄공사 역시 퇴직한 정규직 자리를 하청노동자로 급속히 채워가고 있다.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고 장비와 복지혜택 등 차별이 일상화된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태백시 곳곳엔 석탄공사의 낡은 사택이 즐비하다.

▲태백시 곳곳엔 석탄공사의 낡은 사택이 즐비하다.

하청노동자에겐 낡은 축전차 주로 배정

이 모(58년생) 씨는 2013년 6월 4일 남편이 갑반(오전 8시 작업시작)으로 출근하자 사흘 뒤 있을 큰 딸의 상견례 때문에 목욕탕에 갔다. 나와 보니 전화가 수십통 와 있었다. 아들과 통화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렸다. 병실에 누운 남편은 이미 흰 가운을 머리 위까지 쓴 채 미동도 없었다.

이 씨는 무던히도 일만 하던 남편이 ‘딱 몇 년만 더 하겠다’며 2011년 다시 광산에 들어갈 때 말리지 못할 걸 못내 후회했다. 사고 나기 전에도 남편은 몸이 성치 않았다. 다리를 다쳐 1주일쯤 쉬기도 했고, 그 때마다 동료들이 데리러 와서 나가기도 했다. 하청노동자는 그날그날 캔 석탄량에 따라 임금을 받기 때문에 ‘3인1조’의 굴진 작업에서 1명만 빠져도 남은 두 사람은 공친다. 아내는 “한번은 다친 발을 질질 끌며 동료들 부축을 받아 일하러 나갔다”고 했다.

▲3년 전 남편을 광산사고로 잃은 이 모(58) 씨는 아직도 남편 이야기에 울먹였다.

▲3년 전 남편을 광산사고로 잃은 이 모(58) 씨는 아직도 남편 이야기에 울먹였다.

남편 함 모(57년생) 씨는 그날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갱도에서 두 축전차를 체인으로 연결하려다 축전차 사이에 끼여 숨졌다. 함씨는 강원도 횡성군 감천면에서 제법 큰 농사꾼 아버지 밑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스무살 무렵 같은 횡성군에 살던 이 씨를 만나 딸 아들 둘씩 4남매를 낳았다. 30여 년전 탄광 일을 하는 친지 소개로 태백에 들어와 강원산업에 들어갔다. 이후 도계의 경동산업에도 오래 근무했다. 사고가 났던 장성광업소 하청 D사엔 1년 반쯤 다녔다. 아버지 사고 이후 사십이 넘은 큰 딸은 아직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자꾸 아버지 생각이 나서다.

▲위쪽 핸들식 낡은 축전차는 핸들을 돌려 제동하는 방식이고, 아래쪽 유압식 축전차는 스위치만 누르면 제동된다.

▲위쪽 핸들식 낡은 축전차는 핸들을 돌려 제동하는 방식이고, 아래쪽 유압식 축전차는 스위치만 누르면 제동된다.

정규직/비정규직 목숨값이 서로 달라

공공운수노조 원정호 장성지부장은 “숨진 함씨는 함께 굴진작업을 하던 형님 같은 분이었는데, 사고 직후 하청회사와 석탄공사는 수천만 원의 터무니 위로금을 제시해 동료와 유족들의 반발로 장례 일정이 하루 미뤄졌다”고 했다. 원 지부장은 “정규직이 숨졌을 땐 수억 원의 위로금을 받은데 비해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서럽다”고 했다. 2014년 8월 22일 인근 도계광업소에서 일어난 하청노동자 임모(58년생) 사망사고도 축전차 사고였다.

축전차는 갱내에서 자재와 석탄, 광부를 운반하는 중요장비다. 제동 방식에 따라 신형 유압식과 구형 핸들식이 있다. 유압식은 버튼만 누르면 단거리에 제동되지만, 핸들식은 핸들을 돌려 제동하는데 20바퀴 이상 감아야 제동이 걸리기 시작해 긴급제동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핸들식에서 급제동할 땐 역추진(광산용어로 ‘각꾸’) 방식을 사용한다. 앞으로 가는 차에 후진 기어를 넣는 식이다. 이럴 땐 기어 마모와 함께 탈선사고도 잦다.

석탄공사 산하 장성, 도계, 화순 3개 광업소엔 1978년 구입해 40년 다 된 낡은 핸들식 축전차도 있다. 물론 이 차는 장성광업소 하청 준흥기업이 사용중이다. 석탄공사는 핸들식 축전차를 10년 전 마지막으로 구입하고 이후엔 유압식만 샀다. 탄광에서 주로 쓰는 축전차는 무게 8톤에 광차 20량(60톤)을 달고 이동하기에 낡은 핸들식은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된다.

사망사고도 하청노동자에게 몰려

축전차를 이용한 석탄과 자재 운반작업은 주로 하청이 하고, 원청은 각 작업장까지 단거리 이용에 주로 사용하기에 작업효율로 보면 하청이 유압식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장성광업소에 있는 21대의 신형 유압식 축전차 중 4대만 하청이 사용하고 17대를 원청이 사용한다.

공공운수노조 장성광업소지부는 “석탄공사가 우원식 의원이 국감자료로 요구한 ‘축전차 제동방식별 사용업체 자료’에 장성광업소 하청 미래기업과 정성산업이 각각 2대씩 낡은 핸들 축전차를 사용하는 걸 누락했고, 도계광업소 하청 광일기업(8대)과 흥일기업(2대)이 사용하는 낡은 핸들 축전차도 누락시켰다”고 설명했다.

석탄공사가 최근 5년간 공식집계한 117건의 산업재해 중 사망사고는 8건(장성 4, 도계 2, 화순 2)인데 이중 절반이 축전차 관련 사고였다. 또 사망사고 8건 중 5건은 하청, 3건은 정규직이 숨져 하청노동자의 위험한 작업환경을 반영한다.

1호 공기업의 열악한 간접고용 확대

석탄공사는 1950년 전국 9개 광업소로 출발한 대한민국 1호 공기업이다. 석탄산업은 1988년 552만톤으로 호황을 누린 뒤 석유, 가스 에너지가 확산되면서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석탄공사는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에 따라 1997년부터 감산과 감원 공백을 하청으로 메우고 있다. 현재 석탄공사엔 정규직 1,363명과 하청노동자 1,115명(남자 1,067명, 여자 48명) 등 모두 478명이 연간 102만톤의 석탄을 생산한다.

최근 석탄공사는 하청노동자 비율을 늘려왔다. 연도별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 비율은 2010년 65:35에서 2012년 60:40, 2016년 55:45로 비슷해졌다. 2010~2016년 정규직은 1,988명에서 1,363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하청은 1,092명에서 1,115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현재 장성광업소에만 18개의 하청회사가 입주해 있다.

석탄공사는 하청회사가 산재를 은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사실상 만들었다. 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의 ‘도급계약 특수조건’엔 공정별 산재 발생 건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하청업체의 산재 은폐를 부추기는 꼴이다. 원정호 지부장은 “장성광업소 하청 J사에서 올 들어 2월과 7월에 2건의 사고가 일어나 ‘도급계약 특수조건’대로 하면 계약해지가 당연한데 사고를 은폐해 지금까지 아무 제재 없이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하청회사 입장에선 산재를 은폐하면 계속 계약을 유지하고, 산재를 공개하면 계약해지 될 판이니 산재 은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석탄공사 정규직 평균임금은 연 6,142만원이지만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들은 그 절반도 받지 못한다. 정규직과 함께 갱내에서 더 힘든 일을 하는 굴진, 채탄, 보수작업 하청은 연봉 3,000만원, 사갱, 수갱, 송탄 등 주변업무를 하는 하청은 고작 연간 1,680만원을 받는다. 이에 대해 석탄공사 권태중 안전외주팀장은 “직영과 외주용역의 임금격차를 줄이려고 올 3월에 외주업체의 임금인상율을 직영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등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비닐봉지에 용변 보는 ‘나홀로 작업’

권양기(수동 엘리베이터)로 석탄과 사람을 이송하는 하청 작업자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늘 현장으로 출근할 때마다 비닐을 준비해 간다. 비닐에 용변을 보고 뒤처리하기 위해서다.

갱내와 바깥을 연결하는 전화교환원도 마찬가지다. 교환원은 낮에는 2인1조로 근무하지만, 밤엔 나홀로 근무한다. 여성 하청노동자인 교환원들은 야간엔 혼자 근무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교환실에 놓인 소파 뒤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장성탄광에서 캐낸 탄을 분류하는 철암 선탄작업엔 여성 하청노동자들이 일한다. 선탄 작업자들은 2014년까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다. 수차례 요청으로 화장실을 고쳤지만 겉만 수세식으로 하고 여전히 정화조를 설치하지 않아 배설한 용변이 석탄폐수로 흘러든다. 폐수처리도 자신들이 해야 하기에 여성노동자들은 주변건물의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태백시가 ‘탄광역사촌’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철암 선탄작업장(하얀 건물) 안에선 오늘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무거운 석탄덩어리를 분류하고 있다.(아래 왼쪽) 이들은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한다.(아래 오른쪽)

▲태백시가 ‘탄광역사촌’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철암 선탄작업장(하얀 건물) 안에선 오늘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무거운 석탄덩어리를 분류하고 있다.(아래 왼쪽) 이들은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한다.(아래 오른쪽)

역시 2014년 노조 요구로 여성 휴게실을 설치했지만 선탄 11명과 분석 3명의 여성노동자가 사용하기엔 턱없이 비좁은 2평 남짓인데도 냉난방 시설도 없어 여름과 겨울철엔 사용할 수 없다.

하청노동자들은 광부의 상징인 안전등 지급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광부들이 핼멧 위에 쓰는 안전등(후레쉬)은 작업시 필수품이다. 안전등은 한번 충전에 6~8시간 사용하는데 전지 유효기간은 2년이다. 하청은 원청이 사용하다 유통기간이 다 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안해서 예비로 2~3개씩 가지고 갱도로 들어간다.

석탄공사 권태중 안전외주팀장은 하청노동자들의 낡은 장비 지급에 대해 “그분들 생각은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가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도계광업소 하청 W사 이모 씨가 3개의 안전등을 갖고 들어가 작업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하청이 쓰는 아래 왼쪽 안전등 구입일자는 2014년 3월 28일이고, 원청이 쓰는 오른쪽 안전등 구입일자는 지난 7월 15일이다.

▲도계광업소 하청 W사 이모 씨가 3개의 안전등을 갖고 들어가 작업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하청이 쓰는 아래 왼쪽 안전등 구입일자는 2014년 3월 28일이고, 원청이 쓰는 오른쪽 안전등 구입일자는 지난 7월 15일이다.

간부들 속옷 손세탁도 하청노동자 몫

석탄공사 하청업체엔 정규직 사무를 보조하는 ‘사환(使喚)’이란 전근대적인 이름의 직책도 있다. 사환은 여성 하청노동자가 맡는데, 장성광업소 생산부 사환은 정규직 간부들 속옷과 양말도 손세탁해야 한다. 노조가 여러 차례 여성 차별이라며 폐지를 주장했지만, 원청 석탄공사로부터 “입찰공고(과업지시서)에 사환의 업무를 사무실내 업무 보조 및 방문객과 일부직원의 입갱에 따른 각종 의류, 안전화 등의 청결 유지와 목욕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답만 들었다.

장성광업소엔 의류 세탁만 전문으로 하는 하청회사가 따로 있어 대부분의 광부들 옷 세탁은 해당업체가 한다. 노조는 “실제 갱내에서 험한 일을 하는 광부들은 세탁업체에 옷을 맡기는데, 작업감독을 위해 입갱하는 3개 생산부와 안전감독부의 부장과 부부장만 속옷을 사환에게 맡긴다”고 했다.

반면, 같은 석탄공사 소속의 인근 도계광업소에선 이런 일이 없다. 공공운수노조 권영달 도계지부장은 “우리 도계광업소에선 부장과 부부장이 속옷을 사환에게 맡기진 않는다”고 했다.

정부 경영평가가 간접고용 확산 주범

기획재정부는 해마다 321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를 실시한다. 기재부가 올 1월에 발표한 ‘2016년 경영평가 편람’엔 ‘총인건비 인상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이 주요 지표다. 인건비는 낮을수록, 노동생산성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매긴다.

노동생산성은 ‘부가가치/평균인원’으로 계산한다. 분자인 부가가치를 하루아침에 올리긴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부가가치는 그대로 둔 채 분모인 ‘평균인원’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착시를 만들어낸다. 정규직 업무를 뭉텅이로 떼 내 외주화하면 평균인원은 줄어든다. 이렇게 양산된 간접고용은 구의역 참사와 인천공항 밀입국 사고를 만들어냈다.

고용노동부도 세월호 참사로 국민생명과 안전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던 2014년 12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간접고용을 제한하는 생명안전 업무를 여객선 선장과 기관장, 철도.항공기 조종사와 관제사로만 한정해 공항의 소방과 보안, 철도 승무원과 정비사를 간접고용으로 사용하도록 용인했다. 행정자치부도 ‘2016년 지방자치단체 조직관리 지침’에서 거의 모든 행정영역에서 민간위탁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문을 열었다.

최근 공공부문 파업의 핵심쟁점인 성과연봉제 도입 역시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산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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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주석의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은폐해 온 국가보훈처가 뒤늦게 이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에게도 건국훈장을 수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삼촌에게도 훈장 줬다” …거짓말 들통

오늘(6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김일성 친인척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건국훈장을 준 선례가 있냐는 질문에 지난 2010년 김일성의 막내 삼촌인 ‘김형권’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준 선례가 있다”며 강진석에게 수여된 건국훈장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행정자치부의 상훈 포털과 국가보훈처의 공훈전자사료관에는 201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는 김형권은 없었습니다. 다만 경남 사천 출신으로 독립선언문 등을 배포하다 체포돼 1년을 복역한 김형권이 있었는데 그는 1999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고 김일성의 삼촌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박승춘 처장은 김일성 삼촌 김형권에 대한 훈장 수여가 사실이 아니라고 실토했고, 의원들은 허위보고를 한 박 처장을 질타했습니다.

박승춘, “김일성 일가 훈장 수여 여부 검토하겠다”

박 처장은 강진석에게 훈장을 준 사실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김일성의 부모에게 훈장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의 독립운동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고 그 역시 강진석과 마찬가지로 해방 이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자문위’ 열렸다는 주장도 신빙성 없어

보훈처는 지난해 9월경 민원이 제기돼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 강진석에게 훈장이 수여될 당시 민간인 공적심사위원은 10명으로 뉴스타파는 이들과 접촉해 훈장 수여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추적했습니다.

우선 강진석에게 건국훈장을 준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자문위원회’는 정체가 없는 회의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보훈처의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제2 공적심사위원회가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만을 심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심사위원회의 분과위원회든 제2 공적위원회든 공식적으로 강진석 건을 재논의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뉴스타파가 접촉한 위원들은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둘째, 보훈처가 주장하는 정체 불명의 자문위원회에는 누군가는 참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훈처가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지난해 9월 이후에도 공적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접촉한 결과 그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거나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셋째, 현재 보훈처 사료관에는 강진석의 건국훈장 수훈 사실이 삭제돼 있습니다. 보훈처는 강진석의 흔적을 지운 게 은폐 목적이 아니라 재논의 과정에서 삭제를 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주장하지만 공식적인 논의도 아닌 비공식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에서 기록을 삭제한 선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취재: 최문호, 최윤원, 김강민. 연다혜
촬영: 정형민
편집: 박서영

화, 2016/06/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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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자본의 책임은 은폐한 비정규직 대책 논의

 

윤애림 l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강의교수

 

비정규직 문제, 한국자본주의의 '비밀병기'

 

다음은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주요 문구이다. 

 

“비정규직 남용의 구조적 요인으로서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직무급 및 성과연봉임금제도의 도입을 활성화하여 임금체계의 유연화 유도”

“고령자에 대해서는 기간제근로 제한 대상에서 제외”

“기술변화와 기업수요를 감안, 파견허용직종 합리적 조정”

 

작년 말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라고 생각했는가? 놀랍게도 위의 문구는 2006년 9월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에 나온다.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를 ‘과보호’받고 있는 정규직에게 돌리는 점, 비정규직 사용의 ‘구조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해고를 쉽게 하고 직무급․성과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 노동시장의 취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하는 점 등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그 철학과 내용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책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정치적 수사와 지지층이 사뭇 다른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노동 정책에 있어서 놀라우리만큼 일관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한국 자본주의의 ‘비밀병기’라는 점이다. 우선, 비정규직 고용은 노동법의 해고 보호 제도를 우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다. ‘경직된 노동법적 보호’ 운운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의 제한(근로기준법 23조)은 900만 명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이 쓰여 있기만 하면, 사용자는 언제든지 ‘계약기간만료’를 들이 밀며 적법하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해고 보호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 4인 이하 사업장 360만 명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법적으로 해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는 노동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둘째, 비정규직 고용은 차별을 넘어 노동법 위반의 열악한 노동조건마저 감내하도록 만드는 기제이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고용의 생사여탈권을 사용자가 쥐고 있는 한 부당한 노동조건과 차별에 문제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2007년 기간제법․파견법에 차별시정절차가 도입되었지만 이에 호소하는 경우는 연간 100건도 되지 못하는 현실은, “고용 보장 없이 권리 주장도 없다”는 노동법 역사의 진실을 웅변한다.

 

셋째, 비정규직 고용은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매우 저렴한 ‘사회안전망’이다. 한국 사회의 실업률이 OECD 국가 내에서도 상당히 낮은 이유는, 빈약한 사회보장제도에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열악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는 반실업자들에게 ‘공공근로’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단결과 저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기간제, 특수고용, 파견․용역이라는 이유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사실상 봉쇄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고 경쟁시키는 전략에도 취약하다.

 

불안하고 차별 받는 일자리라도 많이 만들면 좋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2월 노사정위원회에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많은 노동자에게 삶의 ‘덫’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일관된 관점을 잘 보여준다. 한 마디로 “불안하고 차별 받는 일자리라도 많이 만들면 좋다”는 것이다.

 

기간제(계약직) 고용에 관한 대책을 예로 살펴보자. 지난해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중소기업중앙회의 25세 계약직 여성 노동자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말을 믿고 일상적인 초과근무와 성폭력을 견뎠지만 결국 24개월 만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년의 한도 내에서 사용자가 기간제 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2년을 초과하여 사용된 기간제 노동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이런 기간제 법안을 입법예고했을 때 노동계는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직을 해고하거나 파견․용역으로 전환하는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여 법안에 반대했다. 당시 정부는 “2년간 열심히 일한 비정규직을 함부로 계약해지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대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허용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고, 기간제를 쓸 수 있는 기간만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하면서 입법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노동계의 우려대로였다.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을 전후하여 이랜드는 홈에버(지금의 홈플러스)의 계약직 계산원을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510일을 싸워야만 했다(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를 보자).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조차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2~30%에 불과하다. 방문간호사, 돌봄전담사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2년마다 잘리거나 기간제보다 더 열악한 파견․용역, 시간제로의 전환을 강요당하고 있다.

 

실태가 이러하다면 정부의 대책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바와 같이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시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재정립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이와 반대로 사용자가 기간제를 4년까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55세 이상자나 전문직․관리직의 업무에 파견노동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기간제․파견제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정규직 신규채용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필요한 인력을 일단 기간제나 파견제로 뽑아 수습처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간이 4년까지 늘어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반면 노동자는 언제든지 재계약이 안 돼 실직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부당한 대우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저임금보다 겨우 18만원 많은 136만원을 받으면서 2개월․3개월․6개월 초단기 계약을 반복하다 24개월 만에 잘린 중소기업중앙회 여성 계약직의 사례가 모든 노동자로 확산될 것이다.

 

사용자의 책임은 실종됐다

 

이렇듯 고용불안을 경험하는 노동자는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차별을 받아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다. 재계약 즉 고용유지의 생사여탈권을 사용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직무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하고 같은 직무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무를 구분하는 것, 직무를 평가하여 직무별로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다. 기업의 돈벌이에 이익이 되지 않는 직무, 이른바 주변적․부수적 직무라고 평가되는 업무, 결국 여성 등 발언권이 약한 노동자가 담당하는 직무가 낮은 평가를 받고 그에 ‘합당한’ 낮은 임금 수준이 결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노사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이른바 ‘공익전문가’들은 사서․비서․사무보조 등 직무는 숙련이 많이 필요한 직무가 아니기에 연공급 적용이 불합리하다는 편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대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사실 다른 데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일방적인 고용해지 기준․절차의 마련과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조건 결정 방식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고를 비롯하여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조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나 노동자의 집단적․자주적 동의를 필요로 하는 현행 노동법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번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는 이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사회안전망 정비’라는 논리로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비정규직’으로 떠돌아다니라 하고, 직무․직군에 따라 차별적 임금은 ‘차별’이 아니니 감내하라고 하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사용자의 평가에 따라 적법하게 해고당할 수 있음을 각오하고, 실직 하면 실업급여에 안주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추어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6개월여의 노동시장 구조개서 특위의 논의를 돌아보면 사용자의 책임은 실종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정부가 노동계를 압박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선전했듯이,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데에는 1990년대 말 이후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외주화를 중심으로 고용을 재편한 자본의 전략이 놓여 있다. 2000년대 이후 정규직 신규채용은 사실상 중단하고 필요한 인력은 사내하청으로만 충원한 현대자동차나, 수리기사의 97%를 협력업체를 통해 사용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세계1위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전체 노동자의 90% 가까이가 하청․용역으로 고용돼있다.

 

비정규직 확산을 부추기는 정부

 

이처럼 재벌․대기업이 앞장서 좋은 일자리를 열악한 일자리로 대체하는데 정부는 손 놓고 있거나 비정규직 확산을 사실상 부추겨왔다. 2013년 현재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522조 원에 달하지만 실물투자액은 7조 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부를 독식한 재벌이 고용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도록 만들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정부와 노사정위가 대책으로 내놓은 대부분은 재벌․대기업의 비정규직 활용을 사실상 지원하는 방안들이다. 원․하청의 공동직업훈련을 불법파견의 판단 징표에서 제외하겠다는 대책이 대표적이다. ‘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의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을 가려내는데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을 뿐 아니라, 재정적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자신의 업무를 담당할 수리기사를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채용하고, 삼성전자서비스아카데미에 입소시켜 3개월간 교육시키고, 매월․매분기․반년마다 교육 및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고용보험법 등에 근거한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으로 인정받아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아 왔다.

 

2013년 한 해에만 원․하청 공동직업훈련에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970억 원이 지원되었는데 그 수혜자의 대부분은 조선․철강․자동차․정보통신산업의 원청들이다. 쉽게 말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쓰여야 할 고용보험기금이 재벌․대기업의 하청․간접고용 활용을 지원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재벌․대기업이 불법파견 시비를 벗어날 수 있도록 불법파견 판단징표도 고치겠다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

 

'진짜 사장'을 찾아 나선 노동자들의 투쟁

 

지금까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는 사용자의 책임은 철저히 은폐하면서 노사대등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논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아버린 사용자의 책임을 구현하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진짜 사장’을 찾아 나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간접고용․특수고용 등을 활용하여 필요한 노동력을 기업의 경계 외부에서 사용하는 자본에 맞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싸우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의 싸움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 만연한 불법적 관행을 바로잡는 데에도 기여한다.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일, 2015/05/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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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만약 구속된다면, 80년간 지속된 ‘법 위의 삼성’ 신화는 깨진다.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시작된 횡령과 배임, 정경유착, 뇌물 등 범죄가 처음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기각된다면, 특검은 위태로운 마무리를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모녀에게 직접 지원한 230여억 원 뿐 아니라,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까지 뇌물(혹은 제3자뇌물)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의 영장은 휴지가 됐다. 법원은 특검편이 아니었다.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한 건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26일 만이다. 그런데 이번에 특검은 구속영장을 아예 새로 썼다. 범죄 혐의의 성격 자체를 바꿨다.

첫 영장에서 특검은 두 재단 출연금 외에 국민연금 관련 부분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재청구 영장에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혐의를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으로 넓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뿐 아니라 삼성 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규모 축소, 적자기업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상한 상장 등을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특검은 대통령과 공범 최순실에 대한 뇌물의 대가로 삼성이 이 문제들을 해결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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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첫 구속영장 때 택한 원포인트 낚시를 포기하고 저인망 그물을 들고나온 건 불안감의 표현이다. 하나만 걸려도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구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전략, 간절함이 엿보인다. 최순실 씨 지원의 실무를 책임졌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와 관련 “지난번 영장 청구 때 법원에 제출한 자료보다 트리플(3배) 가량 많은 자료가 법원에 들어갔다”며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연금 합병 의혹에서 경영권 승계 전반으로 수사 확대

특검이 어지간해선 잘 하지 않는 영장 재청구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온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와 특검 취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특검이 새롭게 장착한 무기는 크게 두 가지. 추가 입수된 안종범 전 수석의 39권 업무수첩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결과다.

이 중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39권의 안종범 수첩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린다. 청와대와 삼성,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초에 가깝다는 말도 나온다. 안 전 수석도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증거보강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검찰 수사 당시 확보된 17권의 수첩보다 더 중요하다고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39권의 수첩은 양이나 질에서 모두 기존의 수첩을 능가한다. 이전에 제출된 17권의 수첩이 2015년 8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5개월 치 자료에 불과한 반면, 이번에 확인된 수첩은 2014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쓰던 것이다.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이 된 때부터 구속되기 직전까지 품에 끼고 살던 기록인 것이다.

수첩이 사용된 시간으로 보면, 먼저 확인된 17권은 나중에 확인된 39권의 빈 곳을 채우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검찰 수사 당시 안 전 수석 측이 전체 수첩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뽑아 검찰에 제출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39권의 내용을 확인해 보면, 왜 안 전 수석이 39권을 별도로 보관하고 빼돌리려 했는지, 왜 검찰 수사 때 이 기록을 내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특검 관계자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 39권 수첩에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특검이 입수한 39권의 안 전 수석 수첩 내용 중 특검이 수사에 활용한 주요 내용 일체를 확보했다.

안종범이 빼돌리려 했던 수첩 39권 주요 내용 입수

39권 수첩은 2014년 6월 14일부터 시작된다.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이 된 지 이틀 후다.

대통령의 지시, 발언 중 삼성과 관련된 부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건 2015년 7월 5일이다. 기재된 내용은 ‘VIP / 자본유출 M&A’.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대통령이 엘리엇의 문제제기를 국부유출과 동일시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삼성이 언론 등을 통해 전파해 온 것과 같은 논리다. 대통령 발언 5일 후인 7월 10일 전경련 경제정책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다. 안 전 수석은 회의에서 나온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발언을 이렇게 기재하고 있다.

‘엘리엇 / 순환출자해소 / 정관개정필요’

2015년 7월 10일 안종범 수첩

삼성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앞에 두고 엘리엇 관련 문제와 함께 합병이 승인된 이후 발생하는 순환출자 문제까지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의 주문사항은 이후 청와대를 통해 그대로 현실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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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삼성물산 합병이 승인된 직후인 7월 25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다. 이 독대에서 대통령은 느닷없이 제일기획의 빙상협회 후원, 승마협회 문제를 거론한다. 승마협회의 부회장과 총무이사 등 이름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면서 “이 사람들이 승마협회 예산지원, 사업추진을 하지 않으니 제일기획 김재열 전무의 직계 인사들로 교체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린다. 면담 전날인 24일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전달받은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1. 제일기획
스포츠담당 김재열 사장
메달리스트 황OO 빙상협회 후원 필요
3. 승마협회
이영국 부회장
권오택 총무이사
임원들 문제
예산지원, 사업추진X
위 두사람 문제->교체
김재열 직계 전무

2015년 7월 24일 / 안종범 수첩

이재용 부회장 면담 이틀 후인 7월 27일,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불러 삼성 관련 지시사항을 다시 전달한다. 이번에는 합병 이후 발생하는 순환출자 문제 등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라”고 강한 어조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과 이후 발생되는 문제를 순서대로 꼼꼼히, 집요하게 챙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 삼성-엘리어트 대책
–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

2015년 7월 27일 / 안종범 수첩

2016년 2월 15일 기록에는 삼성과 관련된 각종 이슈들이 총망라되어 언급돼 있다. 이날은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독대가 있던 날이었다. 삼성이 추진하던 금융지주회사와 관련된 부분이 독대 과정에서 거론된 사실이 이채롭다. 바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다.

3차 독대 당시 삼성은 금융지주회사 설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을 둘로 쪼갠 뒤 하나는 금융지주사를 만들고, 다른 하나는 보험회사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는데, 금융위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보험가입자들의 돈으로 삼성이 장사를 한다는 비판, 비난이었다. 삼성금융지주 설립은 지금까지도 표류하고 있지만, 당시 청와대가 삼성의 민원을 어디까지 받아주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3월 4일의 기록에는 대통령이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직접 거론했다고 적혀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기업공개)된 바이오로직스는 특혜 상장 논란을 받아 온 회사다. 만성적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와 증권거래소가 규정을 바꿔가며 상장을 승인한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특검이 이 부분에 주목하는 이유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추진하던 지난해 초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청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재단 출연금과 최순실 측에 건너간 430여억 원의 지원금에 대한 대가로 대통령이 금융위 등에 압력을 행사해 이 문제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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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에는 대통령이 삼성의 민원을 직접 챙긴 대목도 등장한다. 기록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수주 도와줄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특검은 대통령이 최순실의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이 독일까지 찾아가 최순실 씨 모녀의 정착, 승마지원에 박차를 가하던 시점이어서 개연성이 농후하다. 박상진 시장의 이름은 5월 26일 메모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문제가 불거진 뒤인 9월 19일에는 대통령이 국회 국정감사에도 관여를 시도한 흔적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삼성 측 인사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다.

국감 : 삼성, 현대차 출석 않도록 정무위, 교문위, 기재위

2016년 9월 19일 / 안종범 수첩

5일 후인 24일에는 대통령이 삼성의 최순실 지원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대목도 눈에 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렇게 기재돼 있다.

삼성 : 명마 관리비 임대

2016년 9월 24일 / 안종범 수첩

대통령이 최순실의 민원을 받은 뒤, 안 전 수석을 통해 삼성 측에 요청 혹은 압박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지시사항이 있은 직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독일로 날아가 최 씨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 지원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추가로 입수된 안 전 수석의 39권 수첩은 삼성물산 합병이 있던 2015년 7월경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2016년 말까지 청와대와 삼성, 삼성과 최 씨 측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각각의 시점별로 삼성이 처한 상황과 대조하면 당시 삼성과 청와대가 주고 받은 거래의 실마리가 그림처럼 그려진다.

대통령은 삼성물산 합병 이슈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수시로 삼성과 관련된 민원성 지시사항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지시사항의 범위는 위에서 본 것처럼 눈덩이처럼 커졌다. 승마협회 같은 최순실과 직접 관련된 지시도 거침없이 전달했다. 최순실의 요청이 아니라면 해석이 불가능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검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에 중요자료로 기재한 이유다.


취재 : 한상진

목, 2017/02/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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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훈장 2부작> 이 넉 달째 방송날짜조차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불방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KBS 간부들이 방송불가와 원고 삭제를 요구한 것은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기시 노부스케에게 보낸 친서였다. 친서는 1961년 8월과 1963년 8월에 박정희 의장이 기시에게 보낸 것이다.

▲ 박정희가 기시 노부스케에게 보낸 두 개의 친서 원본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 있는데, KBS 탐사보도팀이 일본 현지에서 확인했다.사진은 국사편찬위 사료실에 있는 사본이다.

▲ 박정희가 기시 노부스케에게 보낸 두 개의 친서 원본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 있는데, KBS 탐사보도팀이 일본 현지에서 확인했다.사진은 국사편찬위 사료실에 있는 사본이다.

현재 친서의 원본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 있고, 국내에는 사본 형태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실에 남아있다. 기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김상중`현무암 저, 2012) 저서에 해당 친서 내용의 일부가 소개됐지만, 언론사가 친서 전문을 촬영한 것은 KBS 탐사보도팀이 처음이다.

KBS 탐사보도팀이 확인한 해당 친서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당시 전 총리였던 기시 노부스케에게 한일수교협정의 협력을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61년 8월과 1963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낸 친서를 통해 당시 박정희 당시 의장이 한일협정의 방향을 어디로 끌고가고자 했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 학계전문가들은 해당 친서가 1965년 한일수교 과정과 그 내막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평했다.

▲ 학계전문가들은 해당 친서가 1965년 한일수교 과정과 그 내막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평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36년 만주국 산업차관을 지냈으며 태평양 전쟁 시기인 1941년 상공대신으로 군수물자를 조달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쟁범죄 책임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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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8월 서신에서 박정희는 기시 노부스케에게 “귀하의 각별한 협력이야말로 대한민국과 귀국과의 강인한 유대는 양국의 역사적인 필연성이라고 주장하시는 귀의가 구현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 친서에 대해 남기정 서울대 일본학연구소 부교수는 “기시 노부스케는 박정희와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의도보단 과거 일제 강점기의 만주에서의 경험(대동아론)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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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두번째 친서를 전달한 사람은 박흥식이다. 친서에 박흥식 이름이 등장한다. 박흥식은 일제 강점기 대표적 친일 기업인이다.그는 1949년 반민특위가 활동할 당시 1호 체포 대상자였다.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규명위는 박흥식을 친일행위자 1,006명에 포함시켰다.

또 1961년 기시 노부스케가 박정희에 보낸 밀사로 ‘신영민’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신영민은 박정희의 중학교 동창으로 나올 뿐 구체적 신원이 확인된 적은 없다. 그가 65년 한일협정 막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 친서는 KBS 탐사보도팀이 국내 언론으로선 최초로 촬영한 것이지만 KBS 사측은 “누구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찾을 수 있는”자료라며 방송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촬영한 친서의 사본 전문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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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8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기시 노부스케에게 보낸 친서

근계(삼가 아룁니다)

귀하에게 사신을 드리게 된 기회를 갖게되어 극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귀하가 귀국의 어느 위정자보다도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특히 깊은 이해와 호의를 가지고 한일양국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양국의 견고한 유대를 주장하시며 그 실현에 많은 노력을 하시고 있는 한 분이라는 것을 금번 귀하가 파견하신 신영민씨를 통하여 잘 알게 되었습니다.

동씨는 더욱 나와는 중학 동창 중에서도 친우의 한 사람인 관계로 해서 하등의 격의라든가 기탄을 개입시키지 않은 자유로운 논의를 수차 장시간에 걸쳐서 교환하였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군사혁명정부의 오늘까지의 시정성과와 향후의 방침과 전망에 대하여 가장 정확한 판단과 이해와 기대를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다고 확신하오니 금후에도 동씨를 통하여 귀하와 귀하를 위요한 제현의 호의로운 협력을 기대하여 마지 않습니다.

더욱 장차 재개하려는 한일국교정상화교섭에 있어서의 귀하(기시 노부스케)의 각별한 협력이야말로 대한민국과 귀국과의 강인한 유대는 양국의 역사적인 필연성이라고 주장하시는 귀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귀하에게는 신영민씨가 약 이순에 걸쳐서 듣고 본 우리 국가의 정치경제 군사 민정 등 제실정을 자세히 보고설명 할 것으로 알고 나는 여기서 귀하의 건강을 축복하며 각필합니다.

1961년 8월 대한민국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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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 박정희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기시 노부스케에게 보낸 친서

근계(삼가 아룁니다)

거반(지난번) 귀국을 방문한 바 있는 박흥식씨 편으로 전해주신 귀하의 서한에 접하고 상금(이제까지) 회신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 차에 금번 다시 박흥식 씨가 귀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귀하에게 경의를 표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일간의 국교가 하루 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본인의 변함없는 신념입니다. 이는 한일양국의 공동번영의 터를 마련할 것이며 현재의 국제사정하에서 극동의 안전과 평화에 기여하는 바 지대하리라고 믿습니다. 귀하께서도 항상 한일관계의 개선에 관심을 가지시어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시지 않는 데 대하여 본인은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며 한일회담의 조기타결을 위하여 배전의 협조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귀하의 가일층의 건승을 빕니다.

서기 1963년 8월 1일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박정희

기시노부스케 귀하

목, 2015/11/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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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부담 인건비 총액 115조원 넘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2017~2021년) 추정 결과 발표 -한국경영자총연합회 (2015년 7월 20일)

“내년부터 60살 정년제가 시행돼 기업들은 115조원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어 청년 채용을 늘리기가 어렵다”  – 박근혜 대통령 (2015년 8월6일 대국민담화)

“성실한 근로자들은 60세까지 안정적으로 고용이 보장되고 기업은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고 청년들을 직접 채용하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은 줄어들 것”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 2015년 9월14일 노사정 합의 후)

기업단체가 부풀려 발표한 통계자료를 대통령이 국민 앞에 명확하게 각인시켰고, 기업의 부담을 교묘하게 청년의 일자리와 등치시켰습니다.

이에 현혹된 청년들은 여론조사에서도 임금피크제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고, 일부 깨어있는(?) 대학생 단체는 고령 노동자에 대해 일자리를 내놓으라는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이렇게 정년연장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을 호소했던 기업단체는 대통령과 정부가 주창한 ‘노동개혁’을 통해 결국 민원을 해결하게 된 듯 합니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제기했듯이 자본주의와 인구고령화를 앞서간 유럽에서도 고령자의 일자리와 청년의 일자리는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 초기 고용노동정책을 책임졌던 방하남 전 장관조차 논문 「기업의 정년 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방하남 외, 한국노동연구원, 2012)에서 “한국의 중·고령자 고용의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다” 고 명시했지만 임금피크제가 도입돼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프레임은 이성을 마비시켰습니다.

1.청년 실업자 1/10을 매년 취직시켜준다?

4년간 13만 개…고용노동부
4년간 18만 개…경총
5년간 31만 개…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절감되는 재원을 청년 고용에 모두 투입한다면 늘어날 것이라는 청년 일자리 숫자입니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인용했던 경총의 자료를 들여다봤습니다.

▲ 경총 발표 참고 자료(2015.4.8)

▲ 경총 발표 참고 자료(2015.4.8)

경총 통계팀은 고용노동부에서 2013년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을 했다고 합니다.

57세로 올해 정년을 맞는 사람 약 16만 명이 정년연장으로 내년에 20% 삭감된 연봉으로 일하게 될 경우 절감되는 금액을 신입 정규직 직원에 드는 총 인건비 약 3천만원(초임+제반비용)으로 나눈 숫자가 위의 표에서 2016년 37,793이 됩니다.

2017년이 되면 이 사람들이 59세가 돼서 또 20% 임금 삭감이 될 것이고 새롭게 58세가 되는 사람도 20% 임금이 줄어드는 식으로 절감분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절감되는 돈을 100% 청년층 일자리에 쏟아붓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계산일 뿐 실제 이렇게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먼저, 새로 생기는 청년 일자리의 약 80%는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현재(2014년 6월)도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9.8%로 대기업 23%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100%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렇게 최대한 뽑아낸 절감분을 정규직 청년을 뽑는데 쓴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한 비정규직이 전체 기업노동자의 20%나 됩니다. 직접고용한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37%를 넘어섭니다. 100% 정규직 직원을 뽑는다는 식으로 계산한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현재 청년 실업자가 45만명 정도 됩니다. 경총 자료대로 기업들이 매년 4만~5만명씩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면 현재 청년실업자의 10분의 1이 매년 구제된다는 뜻인데 이 얼마나 만화같은 일입니까?

경총의 자료는 기업입장에서 이론적으로 계산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의’를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임금피크제로 생기는 절감분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고용문제는 고용주의 권리이므로 강제조항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은수미 의원실이 2012년 고용보험통계자료를 봤더니 고령 노동자(55~59세) 가운데 정년퇴직으로 신고된 사람은 만8천명에 불과했습니다. 경총 자료의 절반 정도에도 못미치는 숫자입니다. 정년까지 남아있는 근로자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이죠.

2.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일자리 때문?

박병권 경총 회장은 지난 15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년 연장에 따라 청년 고용이 큰 타격을 입으니 타격을 최소화하려고 임시방편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는 청년 일자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 경총 기업정년연장실태조사 (2013.6.17)

▲ 경총 기업정년연장실태조사 (2013.6.17)

60세 정년연장을 해도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기업부담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77.8%였습니다. 특히 대기업은 90%가 부담이 완화된다고 답했습니다.

동일 노동력을, 그것도 대체불가능한 숙련된 고급노동력을 현재보다 매년 10%~20% 싼 인건비로 충당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남는 장사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정년에 도달하지 않은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오히려 줄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대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기존 59세인 정년을 60세로 1년 연장하면서 직급에 따라 56세 또는 57세부터 10~20%의 임금을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1년 정년 연장을 빌미로 퇴직 4년 전부터 현재보다 임금을 줄이게 된 것입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 정년연장에 해당되는 사람에 대한 부담은 사실 기업입장에서 크지 않다면서 그보다는 임금피크제에 적용되지 않던 연령대 사람들까지 인건비 감소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에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비정규직 계약 기간 2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노동개혁’의 이름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기업의 요구대로 이런 방안이 실행될 경우 인건비 절감분으로 비정규직을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오래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기업이 과연 정규직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데 돈을 쏟아부을지 의문입니다. 청년고용할당제 같은 제도적 장치 없이 말입니다.

지난 7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촉구했던 일부 청년단체 회원들의 요구대로 노사정이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이들의 바람대로 청년에게 과연 양질의 일자리가 돌아갈까요?

▲ 출처 :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페이스북(2015.7.18)

▲ 출처 :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페이스북(2015.7.18)

금, 2015/09/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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