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 부른 자, 모두 유죄

지역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 부른 자, 모두 유죄

admin | 화, 2021/04/27- 22:04

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을 공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임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이 아닌 국가에 의해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때 훼손될 수 있는 ‘명예’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할 때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문에서 ‘공공의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손지원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판결문 보기 / 다운로드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진실한 사실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일명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가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21. 2. 25. 결정, 2017헌마1113).  

헌재의 이번 결정은 미투 운동이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같이,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들마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명예 보호를 위해 ‘형사처벌’로 억제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주목되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명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형벌로써 예방, 위하, 억지할 필요가 있는 행위이고, 공익적 목적이 있을 때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310조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나쁜 놈이라도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위헌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논점은 ‘진실을 말할 표현의 자유’와 그 진실이 밝혀짐으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명예’ 중 무엇이 더 보호가치가 있느냐일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며, ‘명예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외적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더욱이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그 사회적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명예’를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법익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법이 규율하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행위이므로, 과연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침해되는 ‘명예’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보아야 한다. 명예란 곧 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 한 개인에게 있어 자신의 명예란 당연히 절실히 중요한 것이겠지만,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민주주의 사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한 사람의 명예보다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개인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부당하게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형성되는 사회적 평가가 과연 그 사람에게 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훼손되는 명예라 한다면, 이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가질 자격이 없었던 ‘허명’, 즉, 진실이 은폐됨으로 인해 형성되어 있던 허위의, 과장된 사회적 평가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이러한 허명마저도 함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거의 절대적인 법익으로 본 것과 다름없는데, 이같은 판단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리며 비판하는 행위를 모두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로 규정짓게 되고, 결국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켜 구성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와 평가가 부재하는 사회를 만들 위험이 높다. 

나쁜 놈을 망신주는 게 더 나쁜 행위다?

만일 허명도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할만큼 소중한 법익인가, 진실을 말해서 허명을 훼손하는 행위는 ‘형사처벌’로 엄히 다스려야 할만큼 나쁜 행위인가에 대해서도, 헌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즉, 위와 같이 명예 보호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므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며, 민사적 구제 등으로는 형사처벌만큼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의 예방, 위하 효과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형벌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논한 바와 같이, 어떤 이에 대한 진실이 알려짐으로써 비로소 그 사람이 받게 되는 사회적 평가가 그 사람이 억울하게 받는 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로서는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올바른 평가를 형성하게 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원칙적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헌재의 소수 위헌의견에서도, 진실한 사실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므로 그 적시로 인해 외적 명예가 저해되는 것을 부당한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행위’와 ‘결과’가 법질서적 가치에 반하는 정도가 커야 하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공적 인물이나 국가기관 아닌 사인(使人)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 

대상이 누구든, 진실에 기반하여 타인을 비판할 표현의 자유는 모두 공익적이다

헌재는 또 형법 제310조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공적 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유력한 합헌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형법 제310조는 근본적으로 ‘공익성’이란 개념이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과거 미투 운동과 유사한 사례 등에서 같은 사안이라도 심급에 따라 공익 목적의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발견된다. 무엇보다 헌재의 소수 위헌의견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최종적으로 공익 목적이 인정되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표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는 줄어들 수 없다. 

또 나아가 헌재는 ‘타인으로부터 어떤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가 져야 할 책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그러한 악용 가능성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며,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을 통해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시도 덧붙였다. 

이같은 헌재의 법정의견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공적 인물이나 국기기관을 비판하는 원대한 정치적 표현물은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표현물로써 보호될 것이고, 사인(使人)의 비위를 알리며 비판하는 것은 ‘사적 제재’ 혹은 ‘허물 들추기’에 불과하여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나 공적 인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사인을 향한 비판 역시 사회에서는 일정한 공익적 기능을 한다. 우선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일뿐더러, 성희롱 등 법적 처단의 대상이 아닌 부조리한 행위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피해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설시는 불합리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최근 미투 운동이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공개, 학교폭력 피해사실 고발과 같이 사인의 비위를 고발하는 행위들도 각자 동기가 되어 축적이 되면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고,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의 변화를 이끄는 공익적 효과를 발휘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목적이다. 즉, 잘못된 행태와 이를 저지른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그들의 사회적 입지와 그러한 잘못된 행태를 사회에서 위축시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목적이자 공익적 기능인데, 헌재는 오히려 이러한 결과를 우려하며 진실을 말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는 것이다. 

사생활의 비밀 침해 행위 잡기 위해 모든 진실유포가 금지되어야 한다?   

헌재의 법정의견과 소수의견은 공통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부위헌으로 결정하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은 비록 그것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고, 이는 ‘명예’를 넘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또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비난의 정도가 높아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를 넘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모든 사실을 말한 경우라면 모두 적용되고, 실제로도 임금 체불, 갑질 고발 등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사실을 고발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다. 즉,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공표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그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넘어 모든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과잉하게 제한하고 있는 본 조항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 그 중에서도 필요한 범위내에서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남은 헌법소원 사건에서의 위헌 결정을 기대하며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켜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병폐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당한 불합리한 일을 알리거나 타인을 비판하는 일상적인 행위마저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는 과잉한 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적지 않은 수인 재판관 4인의 잘 정리된 위헌의견을 바탕으로,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남은 헌법소원 사건에서의 위헌 결정, 혹은 그 전에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발간하는 ‘판결비평’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4.26.)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토렌트와 저작권: ‘98% 다운로드’ 사건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인터뷰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구지방법원 2016. 7. 6. 선고 2015고정858판결 중에서

화두는 ‘토렌트’다. 저작권자 대다수에게 토렌트는 ‘불법의 온상’이고, 향유자 대다수에게 토렌트는 디지털 ‘문명의 이기’다. 이제 토렌트는 인터넷이 삶의 공간으로 자리한 네티즌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만큼 저작권자의 불안은 커진다. 생산과 소비, 창조와 향유, 이 좌우의 날개가 조화를 이룰 때 문화는 융성하고, 창작자와 향유자는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최근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형사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2016년 7월 6일 대구지방법원).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따라서 이 사건은 확정됐다.

 

사건 개요: 

다수의 소설 저작물을 압축한 압축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토렌트 파일을 이용하여 해당 파일을 98%까지 다운로드 받은 피고인이 저작권자의 복제권 및 전송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 검찰은 항소 포기. 사건은 확정. (→ 판결문 전문)

이 사건을 담당한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과 판결의 의미를 물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시대의 화두, ‘토렌트와 저작권’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토렌트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일문일답>

 

-쟁점을 간단히 설명하면. 

쟁점은 두 가지다.

쟁점 1. 압축 파일이 98% 다운로드 완료되었다는 캡처 화면으로 다수의 소설 저작물 중에 저작권자의 소설 저작물의 복제가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렇게 볼 수 없다.) 

쟁점 2. 토렌트 송수신의 특징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일부 패킷이 송신되는데, 98% 다운로드 되었고, 고소인이 그 중 일부 패킷을 수신할 수 있었다면, 이를 해당 소설 저작물에 대한 전송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렇게 볼 수 없다.) 

 

-법원이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풀어 달라. 

이 사건에서 토렌트 이용 자체가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법리적으로 결론 난 것은 아니다. 다만 법리적으로 다툼이 큰 쟁점임에도 유죄 인정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래 판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유죄 인정은 증거에 의해 엄격하게 확인돼야 하므로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결론이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토렌트 이용시 업로드 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고소인이 피고인으로부터 수신한 패킷이 매우 미미했다. 고소인은 본인의 소설 저작물만 특정하여 다운로드를 요청했지만, 본인(저작권자)의 소설 저작물의 용량을 넘어서는 분량의 패킷을 수신하였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좀 복잡해 보인다. 사실 관계를 좀 더 풀어달라. 

고소인(저작권자)의 핵심 주장은 자신의 저작물을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이  토렌트 상에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올렸다는 것이다. 그 파일은 여러 저작물이 포함된 압축파일 형태였다. 그런데 토렌트에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여러 파일의 압축 파일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파일을 선택할 수 있다. 고소인(저작권자)는 해당 압축파일 중 자신의 저작물만 선택해서 다운로드했다. 그래서 패킷을 나에게 준 사람(피고인)이라면, 본인의 저작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저작권

이 사건에서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은 업로드 제한 설정을 한 상태였는데, 그래서 최종적으로 피고인을 통해 고소인(저작권자)에게는 전달된 파일 용량은 약 8mb에 불과하다. 해당 저작물의 전체 용량은 약 485mb다. 저작권자는 다섯 번에 걸쳐 다운로드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받은 8mb를 포함해서) 다운로드한 용량은 500mb였다. 즉, 자신의 저작물 용량인 485mb를 초과해서 받았다.

그래서 초과된 저작물의 패킷(500-485=15)만큼은 다른 저작물일 확률이 있고, 게다가 피고인에게 받은 패킷은 극히 저용량이며, 사실이 이렇다면, 저작권자가 받은 피고인의 파일에 저작권자인 자신의 저작물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한마디로 말해, 저작권의 저작물 용량인 485mb를 초과해서 받은 15mb 중에 피고인에게 받은 8mb가 전부 포함될 수도 있다. 즉, 저작권자의 저작물 정보가 아닌 패킷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가지고 있다고 확증할 수 없다는 점을 변론했고, 법원은 이런 사실관계를 살핀 뒤에 무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이 ‘리딩 케이스’ 역할을 할까. 판례 변경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우선 같은 취지의 선행 판결이 이미 창원지방법원에서 있었고, 이번 판례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일종의 리딩 케이스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순히 IP주소 등 캡처 화면만을 증거로 제출하는 고소 사건 대부분은 기소조차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이 사건은 특이하게 다수의 저작물을 압축한 파일을 패킷으로 송수신한 것이어서 추후에 하나의 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하나의 저작물이 문제된 경우에는 이 사건과 달리 본격적으로 토렌트 이용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법적 쟁점 외에 이번 사건을 ‘저작권 삥뜯기’(합의금 장사)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나. 

이 사건에서 고소인(저작권자)는 피고인에게 형사 고소와 관련하여 별도로 합의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저작권 삥뜯기’ 사례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저작권자 스스로 토렌트를 이용한 패킷 송수신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종의 ‘기획 소송’에 해당한다고 본다.

저작권 폭탄

-기획 소송? 

기획 소송은,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면, ‘함정 수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토렌트 파일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토렌트 시스템 자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저작권자 스스로 다운받아 토렌트 하면서 접속한 사람들의 IP로 고소했다. 저작권자가 전송에 참여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증거를 수집해 소송에 참여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직접 참여해서 토렌트 이용했다는 점에서 기획 소송에 해당한다고 본다.

 

-끝으로 독자에게. 

최근 몇 년 사이에 토렌트 파일을 대규모로 유통하는 해외 홈페이지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토렌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는 이를 대규모로 유통하는 홈페이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이용자에 대한 기획 고소의 부당함과는 별개로, 이 판결로 인해 토렌트 이용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므로 이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8.23.)
화, 2016/08/23- 18:06
722
0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과 미국 수사기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수사 기관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가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해달라고 명령하고 애플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 공방과 관련해 알려진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셰리 핌 판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미국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1]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이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명령 반대 메시지를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공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6년 2월 25일 결정 취소 청구를 했으며 3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청구 취소 절차 외에도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뉴욕 마약거래상의 아이폰

FBI와 마약단속국(DEA)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2]을 압수했지만 잠금 해제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우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2016년 2월 29일 뉴욕의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틴 행정판사는 FBI와 DEA의 협조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로서의 애플의 거부

많은 사람이 이를 두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사례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건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코딩(프로그래밍)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에 아이폰 1대를 위한 운영체제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금고회사에 금고를 여는 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는 다르다. 운영체제 개발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금고의 열쇠를 새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알리바바에게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의 자유

피카소에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제작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증언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이라는 ‘공론의 장에서의 진실추구’라는 공익이 ‘증인의 말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코딩이 연설, 작곡, 조각, 회화 또는 저술과 같은 행위인가 아니면 닫힌 금고를 열어주거나 법정에서 자신이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의 행위인가?

만약, 전자라면[3] 절대로 애플에 강제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정부의 공익이 아무리 지대해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코딩이나 운영체제 개발과 같은 창조적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프로그래머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애플에 ‘부탁’해야지 애플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거부는 일종의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으로 칭찬받아야 한다.

 

FBI가 애플에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지 않고 프라이버시 측면만 본다면 애플의 입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기능을 하는 영장주의의 요건을 훨씬 충족하고 남는다. 여기에 ‘미래의 테러방지’라는 중요한 공익도 있다.

아이폰 1대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그 코드가 유출되거나 기억될 수 있다는 논리도 애플이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즉, 지금도 애플은 지금도 백도어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러범이 이용한 아이폰(5C)의 운영체제에는 암호를 여러 번 틀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다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더 많은 횟수를 틀리면 아이폰 내의 정보가 몽땅 삭제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아이폰 1분간 잠금 예시

FBI는 애플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는 운영체제(iOS 10)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빠진 iOS’로 아이폰을 업데이트한 후 무차별 공격(brute force)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잠금 해제 암호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때 iOS 업데이트를 하려면 애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애플이 업데이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은 이렇다:

‘애초에 왜 애플이 잠금 해제 없이도 iOS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은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만약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암호보호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후 버전의 아이폰에는 보안 엔클레이브(Security Enclave)라는 프로세서[4]가 있어서 어떤 종류의 iOS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암호를 풀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즉 새 버전의 아이폰은 이용자가 암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정보는 영원히 폰 안에 잠기게 되어 지금과 같은 공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래머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애플이 실제로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생각했다면 왜 예전 버전에서는 이용자 동의 없이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설계했을까?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렸을 때 그 안의 중요한 정보를 빼주기 위해서? 그런 목적이었을 리는 없다. 애플은 이미 용의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정보를 FBI에게 넘겨줬다.

만약 고객의 중요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면 FBI가 요청한 업데이트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애플이 클라우드 정보는 제공하면서 아이폰 내의 정보 취득을 돕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기기의 보안기준은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고 전 세계 시민단체 중에 누구도 애플에 왜 보안 엔클레이브를 미리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플 스토어

즉, 아이폰을 완전히 침투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자유를 이미 애플의 프로그래머들이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OS 10 하나만 만들어도 그 코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협조를 거부하기에 충분한 반론이 아니다.

결국, 더 강한 반론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논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주장도 그 선례가 이용자 협조 없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선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선례임을 이해할 때 의미를 얻는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코딩)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규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런 견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FBI가 마약범죄 수사에서 애플에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기각된 건을 살펴보자. 이 건에서의 핵심 논리는 “수사대상 범죄에 관여하지도 않은 사기업에 그 수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사는 특히 애플의 부담을 논하면서“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보안이 지켜지는가는 애플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되려고 열망하는가에도 영향을 준다”[5]고 논하는 대목에서는 코드에 영혼을 담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결정을 내린 제임스 오렌스틴 판사는 오랫동안 친(親)프라이버시 결정을 내려온 판사다. 임기제 판사[6]라서 연방판사[7]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압수수색, 감청, 통신사실확인과 관련해서는 임기제 판사들이 결정을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른 임기제 판사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

[1] 아이폰 5C

[2] 아이폰 5

[3] 참고로 나는 비개발자다.

[4] 보안 엔클레이브는 애플 A7 이상 버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내장된 보조 프로세서. 애플 문서를 따르면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와는 별개인 자체 보안 부팅과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 키 관리를 위한 모든 암호화 작업을 제공하며 커널이 손상된 경우에도 데이터 보호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5] It is entirely appropriate to take into account the extent to which the compromise of privacy and data security that Apple promises its customers affects not only its financial bottom line, but also its decisions about the kind of corporation it aspires to be.

[6] magistrate

[7] district judge. 종신제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14.)

월, 2016/03/14- 18:17
716
0

윽박지를 땐 대통령이지만 욕먹을 땐 개인이란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비판 혹은 비난하기 위해 인터넷에다 “개OO 같은 아무개 개XX의 만행”, “진짜 개OO 걸X 같은 년”이라는 글을 썼다고 치자.

한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모욕죄란 이름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 글의 대상이 된 아무개 씨는 나를 모욕 혐의로 고소할 수 있고, 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심평원을 욕한 의사

그런데 비슷한 내용을 쓴 한 의사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슨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의사라서 봐줬나?

개업의인 ㄱ씨는 2013년 1월의 어느 날, 자신의 블로그에다 위와 같이 누군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썼다. 그 ‘누군가’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국가기관 중 하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었다.

심평원

이에 앞서 ㄱ씨는 급성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에게 항생제 치료를 하였다. 이 치료비를 의료보험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평원은 금액을 삭감했다. 정당하게 치료한 치료비가 삭감되었다고 생각한 ㄱ씨는 심평원에 항의했다. 심평원으로부터는 조정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른 조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미 치료가 끝난 사안에 대해 보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의사가 그 비용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화가 난 ㄱ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위와 같은 단어를 써서 심평원을 비난했다.

 

욕설 의사가 무죄인 이유  

심평원은 ㄱ씨를 모욕죄로 고소했고, 이에 대해 2013년 11월 열린 1심 재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14년 5월의 2심 재판에서도 ㄱ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 판결 재판 판사 법원

 

그런데 1심과 2심은 똑같이 ㄱ씨의 행위를 무죄로 보았지만, 그 이유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났다. 1심의 경우는 글이 쓰인 맥락을 고려하며 게재 동기나 전체적인 배경에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경위 및 배경 등에 비추어 보면 … 자신의 판단 및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그 비중이 크지 아니하며, 이러한 표현은 위 게시물의 게재 동기나 게시물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것으로 보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2심은 1심과는 달리, 문제의 표현이 매우 저속하여 부적절하므로, 이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똑같이 무죄라는 결론에 이른 것은 또 다른 점 때문이었다. 즉, 모욕적 표현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라는 것이었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에 관한 비판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이고 특정 개인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와 같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검찰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6년 3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정하고 상고를 기각하였고ㄱ씨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의 심평원 판결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모욕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사실 모욕죄와 비슷하면서 그보다 형량이 더 큰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져 있어, 이것은 똑같은 민주적 원칙을 다시금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광우병 논란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외교통상부 정책관이 낸 명예훼손 소송 판결에서,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국가기관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조직 목적이다. 또 그들이 하는 일은 국민 전체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국가기관과 공직자를 국민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민 이외에는 ‘절대 존엄’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 감시와 비판 과정에서 표현이 좀 과하거나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좀 떨어지게 되더라도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고, 그런 걸 빌미로 해서 언론, 더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자 대법원의 판단이다.

심평원 판결과 PD수첩 판결을 대법원의 말을 빌어 간추린다면,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국민 상대로 질 싸움을 거는 정부와 공직자

국가기관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대상이 되든 말든,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은 국민을 상대로 하여 꾸준히 명예훼손과 모욕 소송을 걸어왔다. 죄가 없는 것으로 판정될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때로는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어용 단체가 대역을 맡기도 했고, 때로는 역시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수사기관이 달려들기도 했다.

악역을 누가 맡든, 결과는 비슷했다. 참여연대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부나 공직자가 제기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소송은 모두 30건이나 됐다. 청와대 홍보수석, 서울시장, 문화부장관, 경찰,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 우리나라에서 힘깨나 쓴다고 하는 기관과 공직자들이 줄줄이 원고로 나섰다. 국정원은 민·형사를 통틀어 6번이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도 이들로부터 고소되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국민 절대다수는 무혐의 처리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로 죄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은 한두 건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질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은 바보다. 혹은 황산벌의 백제군처럼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질 때 지더라도 얻을 게 있다고 간교하게 계산하는 자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하여 질 싸움을 거는 한국 정부와 공직자들이 이 셋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놓고 ‘국가권력의 명예훼손죄 기소 남용 방지와 제도 개선 방안’ 같은 토론회를 여는 사람들의 견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러한 기소 및 소송 제기는) 국민의 공적 발언 자제나 여론 형성의 위축만을 초래할 뿐 아무런 법적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 입막음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이 바보거나 장렬한 최후를 맞을 준비가 된 자들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겁을 주고 송사로 괴롭혀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간교한 술수를 벌이는 자들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소송 쇼쇼쇼

괘씸한 국민에게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덧씌우는 소송 쇼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계속된다. 2015년 7월 참여연대가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작 이래 그때까지 국민이 정부나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다는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경우는 22건에 달했다. 형사 소송이 18건, 민사 소송이 4건이었다. 형사 사건 중 4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실컷 조롱 대상이 됐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은 한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공직자이다. 이들은 권력구조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들로서, 각 개인이 사실상 국가기관이나 마찬가지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비판은 비록 좀 과도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도 죽어라 명예를 지키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소송한다.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직접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어떤 대통령도 모든 국민을 100%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불만족한 국민은 비판도 하고 비난도 하고 욕도 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욕을 먹는 게 불명예라서 참기 어려운 생각이 든다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체제와 자신의 정체성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욕먹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소송으로 국민을 괴롭힐 게 아니라, 대통령을 안 하면 된다. 욕먹을 것 먹고 비판받을 것 받아가면서 당당하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쌔고 쌨을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명예훼손 소송 폭주는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쪽의 재갈 물리기는 톡톡히 효과를 거두는 셈인데, 심지어 어이없게도 일부 판사는 이전 판례를 무시하고 그런 폭주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법원의 창조적 발상: 공인 박근혜 vs. 사인 박근혜

1.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 사건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는 2015년 봄에,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페이스북에 그런 내용을 올렸다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해 12월 열린 1심 결심 재판에서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1)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고 따라서 그 직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2) 대통령의 정체성을 헌법기관의 그것과 개인의 그것으로 구분하여, 박씨의 비판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격이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기발한 판단을 하였다.

마치 박씨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어서 다른 박씨의 (공공 이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을 물고 늘어져 명예훼손을 범한 것처럼 말이다. 박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이다.

2. 부산 ㄴ씨 전단지 사건 

얼마 전인 6월 23일, 부산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배포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ㄴ씨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유는 ㄴ씨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빙자하여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각종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 같지만, 문제가 된 것은 전단지 내용에 포함된 “청와대 비선 실세 + 염문설의 주인공 정 모 씨에 대한 의혹 감추기” 단 한 줄이었다. 이것이 대통령이 아니라 사인(私人) 박근혜의 명예를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3. 정신 장애인 ㄷ씨 사건 

또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ㄷ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ㄷ씨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판결문에서 “정신감정 결과 최씨는 피해망상, 충동조절능력 저하 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라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다 할지라도 글을 올려 사회적 오해와 혼란을 빚은 점을 비춰볼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심신미약 상태면 강도, 강간,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형하는 게 법원의 태도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방하면 심신미약이든 아니든 정신 장애인조차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는 셈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본 한국, “성질 잘 내는 대통령” 

국민이 비판하는 공직자의 모습에서 순수한 사인을 추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함에도(국민이 왜 비판을 하고 비난을 하고 비방을 하겠는가), 그런 억지를 들이밀어 국민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나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것은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는 5천만 국민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명예가 5천만 국민이 누려야 할 민주적 기본권보다 중요한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한 실마리는, 노무현 재임 때 31위까지 올라갔던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이명박 때 40위권으로 떨어지고 박근혜 시기에 들어와서 50  57 → 60 → 70위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양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펴낸 201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리포트에서 한국 항목의 제목은“irascible presidency(성질 잘 내는 대통령)”이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 박근혜

‘국경 없는 기자회’ 한국 항목 제목은 “성질 잘 내는 대통령”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6.30.)

목, 2016/06/30- 10:33
710
0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아홉 번째 판례 : 아동포르노 사건1) -*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아동포르노 사건은 형사사건으로서 피고인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 사이트에 회원가입하여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 파일 ‘△△ school girl.××’을 공유(업로드)하여 다른 회원들에게 전시‧배포하였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 한다) 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을 금지하는 규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그런데 제1심2)과 제2심3)에서는 피고인에 대해서 유죄선고를 내렸다. 이 사건의 경우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이 아청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제1심과 제2심에서는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원래 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포르노(child pornography)에 해당하는 청소년이용음란물 규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청소년이 등장하여 청소년과의 성교행위, 청소년과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하거나, 청소년의 수치심을 야기시키는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 등을 노골적으로 노출하여 음란한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한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밑줄 필자 강조)으로 정의내렸다(제2조 제3호). 따라서 이 당시의 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실사 영상물만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이 규정 및 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을 형사처벌하고 있던 동 법 제8조 제1항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4)

그리고 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개정되고 2012. 8. 5.부터 시행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정의내리면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라는 부분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밑줄 필자 강조)라는 문구로 개정하게 된다. 이 아동포르노사건에 적용된 조항은 바로 이 법률규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 이후인 2015년 6월 25일 이 법률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상의 명확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결정을 내렸다.5) 따라서 여기서 다루고 있는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에서의 쟁점은 바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한편 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개정되고 2013. 6. 19.부터 시행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정의내리면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라는 부분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밑줄 필자 강조)라는 문구로 개정하면서 ‘명백하게’라는 용어를 삽입하게 되고, 이러한 내용이 현재의 아청법에까지 그대로 계속 유지되게 된다.

이러한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논란이 된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사건에서처럼 성인이 여학생인 양 교복을 입고 성교하는 행위의 동영상이 과연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즉 아동포르노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이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하급심들에서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판결들이 존재해 왔던 것이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먼저 대법원은 아청법의 관련 규정 및 입법취지 등을 앞에서 본 형벌법규의 해석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아청법 제2조 제5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아동․ 청소년’과 대등한 개념으로서 그와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따라서 해당 음란물의 내용과 함께 등장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 및 제작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때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동영상의 파일명은 ‘△△ school girl.××’이고, 이 사건 동영상 중 일부를 캡처한 사진들에는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는 모습 등이 나타나 있으나, 다른 한편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등에 비추어 위 여성을 아청법에서 정한 아동ㆍ청소년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동영상에 명백하게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동영상을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아청법에서 정한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와 다른 전제 아래, 이 사건 동영상이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아청법에서의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여 다시 심리케 하였다.

 

3. 사건의 의의

현행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위 ‘아동포르노’)에 관한 개념정의에 비추어 본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는 아동이 실제로 출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성인이 학생인 양 교복을 입은 상태로 출연하는 실사 영상물이나 애니메이션 등도 포함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비록 구 아청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기는 하지만, 현행 아청법이 금지하는 아동포르노의 여부 및 범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행 아청법이 채택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즉 아동포르노 규제제도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청법 제2조 제5호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개념 정의이다. 즉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개념정의를 내리면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라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서, 소위 ‘가상아동포르노’ 혹은 ‘아동‧청소년연상음란물(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연상되는 사람이 출연하는 포르노)’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이 가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이고, 나머지 하나는 ‘외양은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인 사람을 출연시켜서 이용자로 하여금 청소년으로 오인하게 만든 표현물’이다.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들 표현물들이 과연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법원의 아동포르노사건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의의를 가지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포르노를 의미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제작 자체도 금지되는 불법콘텐츠로서, 그에 대한 규제는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왜냐하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콘텐츠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반음란물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그 보호법익이 다르다. 즉 일반음란물죄의 보호법익이 ‘건전한 성풍속의 보호’에 있다고 한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있다.

위와 같이 아동포르노 규제의 목적을 염두에 둔다면, 실제로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치 아동이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실사 영상물 또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적 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묘사하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 포함시켜, 일반 음란물죄의 경우보다 가중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특히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이 가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 및 ‘외양은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인 사람을 출연시켜서 이용자로 하여금 청소년으로 오인하게 만든 표현물’을 의미하는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헌법적 쟁점을 안고 있다.

첫째, 가상아동포르노와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보호’라는 보호법익은 상호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가상아동포르노에는 아동 내지 청소년이 실제로 출연하거나 등장하지 않아서, 아동 내지 청소년에 대한 직접적인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아동포르노의 경우에는 출연한 아동 또는 출연하였다고 간주할 수 있는 아동이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실존아동과 관련없는 가상아동포르노의 경우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아동포르노 규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가상아동포르노까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성적 학대 내지 성적 착취로부터의 아동‧청소년보호’라는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포섭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상의 아동 내지 청소년이 등장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의 경우에 표현의 자유의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에는 1996년에 제정된 「the Child Pornography Prevention Act」(일명 CPPA)가 기존의 아동포르노의 개념정의를 수정하면서, 아동포르노는 실제의(real) 청소년이 성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실제로(actually) 묘사한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성행위에 관여하는 미성년자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appears to be) 것 내지 성행위에 관여하는 미성년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conveys the impression) 것조차도 포함시켰다.6) 그런데 1997년 7월 성인물의 제작‧배포업을 행하는 사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자유언론연합’(the Free Speech Coalition)이라는 단체가 CPPA상의 아동포르노 관련 조항들이 애매모호해서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Northern California District Court)에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은 자유언론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지만, 1999년 12월 17일 제9연방항소법원은 북캘리포니아지방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1996년에 제정된 CPPA의 위 조항들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여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7) 더 나아가서 연방대법원도 2002년 4월 16일 이들 조항들이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8)

생각건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다면, 입법론적으로는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서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 즉 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경우처럼 아동 내지 청소년이 실제로 출연하거나 등장하여 당해 아동 내지 청소년이 성적 행위에 관여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만 포섭시키도록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물론 가상아동포르노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포섭범위에서 제외시키는 경우, 아동포르노에 대한 ‘수요통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가상아동포르노에 음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일반음란물죄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한국 인터넷 표현 자유의 현주소-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대법원 2014. 9. 26. 2013도12607,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동일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로는 대법원 2014. 9. 25. 2014도5750,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대법원 2014. 9. 24. 2013도450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이 있다.

2) 부산지방법원 2013. 6. 13. 2013고정590.

3) 부산지방법원 2013. 9. 27. 2013노2068,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4) 헌재 2002. 4. 25. 2001헌가27,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등 위헌제청.

5) 헌재 2015. 6. 25. 2013헌가17등(병합),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등 위헌제청.

6)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 U.S.C. §2256(8): “ ‘child pornography’ means any visual depiction, including any photograph, film, video, picture, or computer or computer-generated image or picture, whether made or produced by electronic, mechanical, or other means, of sexually explicit conduct, where -
(A) the production of such visual depiction involves the use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B) such visual depiction is, or appears to be,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C) such visual depiction has been created, adapted, or modified to appear that an identifiable minor is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or
(D) such visual depiction is advertised, promoted, presented, described, or distributed in such a manner that conveys the impression that the material is or contains a visual depiction of a minor engaging in sexually explicit conduct”.

7) Free Speech v. Reno, No. 97-16536(1999).

8) Ashcroft v. Free Speech Coalition, 535 U.S. 234(2002).

목, 2015/12/24- 10:27
700
0

포쉐어드(4shared) 차단 취소: 심판자는 누가 심판하는가 – 손지원 인터뷰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저작권 필드’에는 크게 세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

  • 생산자(저작권자)
  • 이용자(네티즌)
  • 유통자(플랫폼 사업자)

이들은 공생관계다. 생산자가 몰락하면 이용자는 이용할 컨텐츠가 없고, 유통자가 몰락하면 생산자와 이용자가 만날 공간이 사라진다. 이용자가 컨텐츠를 향유하지 못하고, 위축해도 이 생태계는 죽음에 이른다.

디지털 문명의 저변에는 ‘복제 기술’이 자리한다. ‘원본 없는 복제’는 디지털 시대의 깊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어두운 공간에서 원작자는 무시당하고, 때로 ‘공유의 적’으로 매도된다. 이용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도둑놈’ 취급받으며, 유통자는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 생산자와 이용자를 수단으로 전락시킨다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결국 생산과 이용, 유통은 서로 불가분이다. 이 세 명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규칙을 마련해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 공멸한다.

그래서 여기 또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심판자다. 국가기관이나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한다. 심판의 역할을 맡은 국가기관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 문화관광부(이하 ‘문화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다. 물론 제도의 최종 심급에선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또 본질에서 궁극적으론 시민 사회, 공동체가 그 최종적인 판단자로서의 심판 역할을 수행한다.

포쉐어드(4shared)라는 유명한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10월 16일 방심위 시정조치 요구(“서비스 차단”)에 의해 차단당했다. 그리고 오늘(2016년 1월 28일), 그 차단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 즉, 서비스 차단은 취소됐다. 방심위라는 ‘심판자’의 역할을 판단한 이번 행정소송의 의미를 이번 소송을 지원한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물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일문일답 

손지원 변호사

 

– 자기소개 . 

오픈넷에서 ‘포쉐어드’ 사건을 담당한 손지원 변호사라고 한다.

– 사건 개요. 

2014년 10월 16일 방심위의 시정조치 요구로 웹하드와 스트리밍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포쉐어드 차단됐다. 일부 불법을 근거로 전체 서비스를 차단한 것이다. 방심위에 신고한 건 문화부였다.

이에 오픈넷은 차단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대리인: 김기중, 최귀일). 그리고 방심위의 처분은 부당하니 취소하라는 판결이 오늘 나온 거다(서울행정법원 2016. 1. 28. 선고 2015구합3461 판결).

– 판결의 쟁점은. 

일부 컨텐츠의 불법을 사이트 전체의 불법으로 볼 수 있는가.

– 판결을 평가하면. 

어떤 서비스 사이트든지 불법으로 이용하는 이용자는 있을 것인데, 전체 서비스 차단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다. 이를 ‘재량권 남용’과 ‘비례원칙 위반’으로 봤다. 즉, 일부 불법물이 유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이트 운영 자체가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고, 포쉐어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포쉐어드 사이트는 언제 열리나? 

아직 1심판결만으로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항소 제기 기간도 남아 있어서. 판결이 확정되어야 그 효력이 생겨 취소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포쉐어드 메인 사이트

포쉐어드 메인 사이트는 아직 차단 중이다.

포쉐어드 검색 사이트(search.4shared) https://search.4shared.com/q/020

포쉐어드 검색 사이트(search.4shared.com)는 접속 가능한 상태.

– 방심위 차단 이후 폐업에 이른 그루브샤크와의 차이점은. 

그루브샤크도 같은 맥락에서 사이트 전체 차단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루브샤크가 소송에 참가하지 않아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 이번 소송은 행정소송이다. 방심위가 행정기관인가. 

방심위는 행정기관이고, 방심위의 접속차단 결정을 비롯한 시정요구 역시 행정처분이라는 것이 명확한 판례이다.

– 차단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차단당하는 주체(해외든 국내든)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통지하거나 사전에 경고하는 조치하는 절차가 없이 심지어 사후통지도 없이 망사업자(이통3사 등)에게 직접 시정요구처분이 통지되고, 차단되는 점이 문제다.

– 이번 사건에서 문화부 역할은.

문화부는 평소 산하 기관인 저작권위원회 등을 통해 저작권 관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방통심의위에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안다.

– 이번 건은 방심위 회의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원래 이번 사건의 심의는 방심위의 통신소위원회(장낙인 위원장)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해 전체회의로 회부됐다. 장낙인 위원은 차단을 반대했고, 함귀용 위원(심의위원 중 유일한 변호사)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함귀용 위원의 차단의견, 그 근거는.

포쉐어드를 검색하면 우리나라 컨텐츠가 많이 나오고, 침해가 심하다는 막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함귀용, ‘일단 차단하고, 소명자료를 받아보자’는 의견까지 냈다. 반면, 장낙인 의원은 컨텐츠 중 70%를 넘어야 전체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규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방심위

– 불법이 70%를 넘어야 전체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부 준칙?

일종의 방심위 내부 가이드다. 박경신 교수가 방심위원으로 있었을 당시에 너무 손쉽게 차단이 이뤄져서 적어도 이런 가이드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 포쉐어드 차단은 이런 내부 가이드를 무시하고 이뤄진 일이다.

– 저작권자 측에게는 반갑지는 않은 판결일 것 같다. 

어쨌든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이뤄지는 사이트에 대한 이런 법원의 판결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교형량의 문제라고 본다. 이용자와 사업자 그리고 저작권자 상호가 서로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유튜브도 저작권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광고 수익 분배 시스템을 정착한 이후로 많은 문제가 해결됐는데.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면 유튜브와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저작권 보호와 이용자의 이용권, 그리고 사업자의 사업권을 상호 고려해야 하는데, 포쉐어드는 원작자에게 ‘테이크다운’ 계정을 제공하는 등 저작권 침해 방지 노력을 해왔다.

– ‘테이크다운’ 계정?

포쉐어드 측에서 저작권자임을 인증하면, 직접 로그인해서 본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차단할 수 있는 계정이다.

– 테이크다운, 실효성이 있나. 

기술적인 차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테이크다운’ 계정뿐만 아니라 ‘저작권 침해 자동 방지’ 필터링 서비스도 병행해왔다고 한다. 이런 저작권 침해 노력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포쉐어드에 소명해서 ‘테이크다운’ 계정을 제공받아 이용자의 이용권과 저작권 보호를 접점을 마련해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이트 전체를 차단이라는 의견에 도달한 점은 아쉽다.

– 생산자, 이용자, 유통자의 균형추인 심판자로서 국가기관(방심위나 문화부) 역할을 평가한다면.

우선 원저작자에게 제대로 수익이 돌아가지 않고, 대형 저작권단체나 사업자의 개입과 입김이 너무 크다고 본다. 더불어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자신의 막대한 권한을 너무 함부로 행사한다고 판단한다.

이용자의 이용권과 향유권, 그리고 생산자인 원작자의 권리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균형감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알 권리와 향유권, 표현의 자유가 너무 손쉽게 침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고, 또 그렇게 이용한 저작물을 통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의의 여신

– 이번 판결 결과는 유지될 것으로 보나.

방심위가 항소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무리한 차단이었기에 1심 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 끝으로 독자에게. 

“일부 불법을 근거로 전체 서비스를 차단하면, 인터넷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한 네티즌이 이렇게 말했다. 심판자로서 국가기관이 행사하는 ‘규제의 적정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2016.01.28.)
금, 2016/01/29- 11:07
69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