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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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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

익명 (미확인) | 일, 2018/04/01- 18:15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

홍윤희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인터뷰 및 정리: 조준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한 해외 여행전문 매체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꼭 경험해야할 것으로 ‘서울 지하철 타기’를 꼽았다. 깔끔하게 유지되는 역사와 열차운행 정보 알림, 심지어 지하철 내에서 원활하게 전화통화와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수한’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란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잠시 눈을 돌려 보면,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찾아 비장애인에 비해 더 먼 길을, 더 힘겹게 이동하는 ‘교통약자’를 볼 수 있다.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시스템만큼이나, 서울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보급률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인프라 ‘보급률’이 설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2016년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환승지도를 만들어오고 있다. 어려움 속에 만든 지도이지만, 결국에는 이런 지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컨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무의’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윤희라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고, 무의라는 협동조합까지 만든 계기가 있다면?

딸이 휠체어를 탄다. 지하철을 좋아하는 딸과 서울 시내를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래서 2015년, 딸 이름에서 제목을 딴 “지민이와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휠체어를 탄 딸과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일들을 담은 것이었다. 이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의는 2015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김건호씨를 만나 만들게 된 협동조합이다. 김건호씨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면서, 2015년 당시 “20 States on Wheel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 States on Wheels”는 휠체어를 타고 미국 각지를 다니며, 장애인을 위한 여행책자를 제작하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였다.

 

휴학 기간, 한국에 들어와 있던 김건호씨는 휠체어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비디오 컨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당시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던 나에게 지인이 소개를 시켜줬다. 이후 김건호씨와 함께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2016년 초부터 무의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육성 과정에서, 2016년 말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 이름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무의라는 이름은 김건호씨가 제안했다.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 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에도 이름을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오히려 무의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이 뜻을 되물어보고, 외국어든 한국어든 해당 언어로 그 뜻을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은 이름이라고 하더라.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의미는, 결국 장애인이 불쌍하거나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무의는 그 다름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장애인의 인권 측면에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회의 다양성을 늘려나간다는 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환승지도를 만들어 공개했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도 지하철역 벽면에 엘리베이터 위치 등을 보여주는 지도가 있었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별도의 지도를 만들게 된 것인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불확실성’이다. 가령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몇 층에 내려 몇 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는 수준의 간단한 정보만 제공되어도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데, 아예 그 정도도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부터 지하철 역사에 지도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마 지하철역에서 계단, 복도 등이 표현된 지도를 보신 적이 있으실 거다.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가야할 방향을 알아내기가 어렵고, 그 복잡한 경로를 머릿속으로 외워 이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노선마다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1~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같은 역임에도 본인들이 관리하는 구역에 대해서만 약도를 표시해놓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떤 노선의 역무실로 연락해야하는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떠올려 보라.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2호선과 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호선이 통과하는 역이다. 이런 곳은 장애인이 환승 정보를 얻기 더욱 힘들다.

 

지금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되었고, 안내문 부착, 그리고 지도 디자인도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의 역무원 수를 줄이려는 추세까지 더해졌는데, 역무원이 줄어들면 역무원의 지원을 받아야하는 교통약자로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하철 역사 내 답사 모습. 사진=필자제공>

 

지도를 만든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지도를 만든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면?

그렇다. 크라우드펀딩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님께서, 본인과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2016년 여름, 계원예대 학생 4분과 14개 역을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지도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또,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소식을 전해들은 한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해당 부서 직원 분들이 4개역 정도를 담당해주셨다. 그렇게 완성된 총 18개 역에 대한 환승지도를 2017년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되었다.

 

공개된 환승지도를 보고, 필요성을 공감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후에도 지도 제작을 지속해야 했지만, 인적, 재정적 여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원활동가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자원활동가로 신청하신 분 중 서울디자인재단의 연구원이 계셨고, 그 분이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서울디자인재단 내에 공유해주셨다. 이에 재단에서는, 재단 차원의 프로젝트로 진행해도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인연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었고,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33개역, 58개 구간에 대한 지도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완성된 지도에서 더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힘들게 만든 지도지만,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며 느끼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의미함) 측면에서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그런 점은 개선여지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로는, 현재 무의의 지도는 실제 현장에서 변경사항이 생겼을 때, 가령 리프트 위치가 바뀐다든지, 수리 중이라든지 등의 일이 있을 때 그런 수정사항을 손쉽게 반영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일일이 파악하고 해당 지도를 통째로 대체해야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것을 구조화시켜, 그런 변경사항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드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우리가 만든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존 지하철 안내 어플에 탑재되어야 한다. 지하철 관련 어플이라는 건 결국 노선안내 기능이 있어야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지하철 노선 안내 어플에 탑재될 수 있도록 어플과 같은 형태로 구동되도록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다. 변경사항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화가 이뤄지면 어떤 지하철 노선 안내 어플에 탑재되더라도 쉽게 수정,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어떻게 하면 변경사항을 쉽게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시민이 함께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가능한지 등을 공부 중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2016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환승지도 프로젝트의 ‘완성’은 어떤 모습일까?

최종 목표는 사실 이런 지도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현장에 안내문이 제대로 부착되어 있거나,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면 굳이 이런 지도를 보고 다닐 필요가 없지 않나.

 

호주 시드니에 방문했을 때, 전철을 이용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시드니 전철은 승강장과 객차 간 높낮이 차이가 크다. 휠체어로 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그런데 시드니에서는, 2명의 역무원이 승강장에 상주하고 있더라. 그래서 유모차나 휠체어 등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승강장에 나타나면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는 승객에게 하차할 역을 묻는다. 승객이 A역까지 간다고 답하면, 곧장 A역에 전화해서 “A역 몇 번 칸에서 0시 0분에 내릴 예정이니 휠체어용 발판을 가지고 기다려라”, 라고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이렇게 필요한 자리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지도가 필요 없지 않겠나.

 

환승지도 어플이 필요 없는 상황이 오려면, 비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휠체어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 경험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는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없는 곳부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좁거나 험하게 만들어진 곳도 많다. 두 번째는 정보 파악의 어려움이다. 인프라가 있다 하더라도 안내 표지판이 아예 없거나, 적절한 곳에 부착되어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탄 사람의 눈높이에 부착되어야 하는데 너무 높은 곳에 부착된 안내 표지판은 못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시민들의 인식이다. 특히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어르신과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장애인의 특수한 욕구를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환승지도 제작을 위해 노원역에 조사를 나갔을 때 겪은 일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분과 동행하며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새치기를 하며 먼저 탑승하시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뜸 “장애인이 대통령보다 더 대접 받는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여전히 이런 인식을 가진 분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프라와 정보접근성은 정책적, 행정적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그보다 어려운 일인데, 이와 관련한 대안이 있다면?

그렇다. 특히 지하철은 세대 간 갈등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어르신과 젊은이가 다투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르신에 대한 무임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요인이라며 노인 세대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있는 상황이다. 노원역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고, 무의의 소셜미디어에 고민의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어르신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더라.

 

그러다가 마침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50세 이상 은퇴자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곳에서 무의의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어르신들과 함께 진행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온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 기관과 연계해서, 어르신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조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하철 환승지도 작업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략하게 어떤 일들을 했는지 소개해준다면?

휠체어를 타는 딸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는데, 딸이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작년에만 공연장에 5차례 방문했다. 그러다보니 공연장에서 휠체어석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서울에 있는 공연장 중 일정규모 이상의 공연장에 하나하나 전화통화를 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휠체어석이 있는지, 휠체어석이 없다면 대체할 공간이 있는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촛불집회 과정에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근처 화장실을 지도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었다. 무의는 그 지도에 장애인 화장실을 추가로 표기해 공개하기도 했다.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일부터 확인하고, 공개하는 것이 무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알트’라는 뉴미디어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부산에서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대한 영상 컨텐츠를 만들었다. 태종대, 서면 등 주요 관광지에 휠체어를 타고 방문하거나, 해변 중 휠체어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 어딘지 파악하는 작업 등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 때 만든 영상은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공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하철 외의 다른 교통수단 역시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버스,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환경은 어떤가?

외국은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인 곳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서울시도 전체 버스의 3~40% 수준이다. 시계를 버스로 벗어나는 방법은 아예 없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저상버스가 아예 없다. 법개정을 통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노선에 저상버스를 마련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개별 버스 업체들이 그것을 따르도록 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장애인콜택시도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지자체별로 운영하다보니 시계를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평창 패럴림픽에 방문하려는 장애인도, 꼼꼼히 알아보고 오지 않으면 교통, 숙소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경험한다.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한 복지지만, 수단 자체를 늘리거나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아주 중요한 복지 정책이다. 그렇게 다양한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으면 장애인은 각각의 욕구에 따라 그 수단을 이용한다. 민간 버스업체 등은 장애인이 선택할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을 구축했을 때 수익이 안 남는다는 말을 하지만, 선택할 수단이 늘어나면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방향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동권 외에도 장애인의 다양한 권리가 제약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입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오래된 건물들은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딸아이가 다니는 병원 근처로 이사를 가려고 그 주변의 집들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이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의 경우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계단을 통과해야하는 구조가 많다.

 

이렇게 집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를 가지면 치료비 등 지출이 늘어난다. 장애로 인해 부자가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생활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까지 장애인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으면 우리나라는 주로 가족이 돌봄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복지체계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돌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건 그 가족들도 자유롭게 해주는 정책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정보수집에 있어서의 제약이다. 내 본업은 인터넷 오픈마켓의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것인데, 최근 회사에 제안하여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큐레이션해 모아놓는 코너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필요하고, 어떤 물건이 존재하는지 알기 어렵다. 시혜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복지가 아니다. 개별적인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역시 딸과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집 안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딸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 그 문턱을 넘으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실내 경사로’라는 물건이 존재하더라.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큰 발견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장애인이 스스로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 물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니버셜 디자인(보편적 설계.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자가 성별, 장애여부, 언어, 나이 등 어떤 조건으로도 제약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함)이란 개념은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는지?

개선이 거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특별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비장애인이 그걸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는 단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리프트 버튼을 조작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전동휠체어에서 양팔을 활용하거나 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비장애인은 잘 모른다. 그러면 그 리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지만,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장애인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디자인의 문제점을 알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예전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때, 일본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한 교수님이 언론보도를 보고 연락을 줬다. “따님을 데리고 바깥으로 많이 다니세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교육이 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나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 가지신 분들이 밖으로 나오고, “이 부분이 불편하다”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곧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가 오기 위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밖으로 많이 나오시라”는 부탁을 장애인분들께 드렸다면, 비장애인분들께는 다름에 대한 감수성을 갖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장애는 열등한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이다. 이 간단한 생각만 갖고 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담긴 욕설이 굉장히 많지 않나. 우리 아이도 소아암에 걸려 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답답한 상황을 보고 “암 걸려”, “발암” 등의 말로 표현하는 것을 들으면 너무 상처가 된다. 모든 다름을 열등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생각을 걷어내야 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올해 11월까지는 어르신들과 함께 지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재원마련이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만난 사람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더라.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촘촘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었다기보다 목적을 갖고 나아가다 보니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세부적인 방향을 결정하며 여기까지 왔다. 올해도 무의의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지내다보면, 새로운 일들과 재밌는 프로젝트들이 생기지 않을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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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7/10/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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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촛불은 계속된다.' 촛불 1주년 기념 집회의 주제다. 오는 10월 28일 광화문에 24번째 촛불이 다시 켜진다. 지난겨울 광장에 나왔던 수천만의 촛불 시민이 요구했던 수많은 적폐 청산 개혁 과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되었고, '적폐 세력'들의 저항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되살린 1700만 촛불의 역사적 항쟁을 축하하고 기념도 해야 하겠지만, 다시 촛불을 드는 이유는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적폐 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낙인찍고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불법을 눈앞에 두고도 국민대통합을 위해 덮어야 한다는 정치세력과 언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적 법정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사면을 얘기하는 염치없는 자들도 있다. 보수 대결집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합집산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득권 세력에 환기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자는 것이다.

 

헌법을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했던, 부패하고도 무능했던 정치세력을 끌어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것만으로도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촛불 혁명을 완성할 수단을 얻은 것일 뿐 아직 '촛불 시민 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과 헌법재판소의 준엄한 파면 결정에 이르기까지 촛불 광장의 시민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 촛불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 촛불 시민이었다. 그러나 침식되고 허물어진 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복원할 길은 아직도 멀다. 그래서 1주년을 맞은 촛불 시민혁명은 여전히 미완이고 진행형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평화로운 집회시위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임을 세계 시민에게 각인시킨 대한민국 촛불 시민이었다. 미국에서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문재인 대통령도 촛불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한국의 촛불 시민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는 수상소감을 밝힌 바 있다. 독일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은 박근혜정권퇴진 촛불집회에 나선 대한민국 국민들을 '2017년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렇게 촛불 시민은 세계 시민이 축하하고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지난 1월 고별 연설을 했던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아마 우리의 촛불 시민을 떠올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는 헌법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양피지에 불과 뿐 스스로 힘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참여와 선택, 단결에 의해서 힘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분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촛불 시민은 헌법전에 쓰여 있는 주권자인 국민을 불러 일으켜 나라의 주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고정된 활자에 불과한 헌법을 살아있게 만드는 자는 정치인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다. 바로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다.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그 권력을 다시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저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 때만 표를 던지는 수동적 주체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투표 참여로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과 유리된 정치로부터 국민이 함께 하는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에 속하는 정책결정을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친 숙의민주주의가 바로 그 예다. '권력은 나누고 시민은 참여하자'라는 촛불 시민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미완성인 촛불 시민 혁명이 완성되는 가까운 미래에 노벨평화상도 받았으면 좋겠다. 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되고 마무리되는 것이 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와 세계사적 경험이다. 국민이 능동적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 촛불 시민혁명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주인인 헌법이어야 한다. 1987년 민주화항쟁이후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 헌법 학자와 법률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기성 정치세력은 항상 국민의 대표임을 말하며 국민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권력을 움켜쥘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주도하는 개헌논의에서는 기본권보다 정부 형태와 권력 구조가 더 관심 대상이다. 그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해 보고 정략적 이해에 따라 적당히 타협해 헌법을 뜯어 고칠 뿐이다.

 

절차적으로는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내용적으로는 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개헌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도 확보된다. 촛불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헌법이 새로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 사회단체와 학술 연구단체들이 참여한'국민주도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가 출범했다.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헌법 개정의 논의에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연대체다. 시민이 촛불을 들었던 그 광장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개헌의 추진력도 생긴다. 개헌의 절차와 과정은 당연히 국민이 주도하는 국민참여형 개헌이어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생명권과 환경권, 사회권 등 기본권을 강화하고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개헌', '자치와 분권에 입각한 개헌',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제도 및 정당제도의 개혁을 담은 개헌','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 등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리가 오롯이 스며든 헌법,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이어야 촛불 시민혁명은 완성된다. 민주주의 헌법 아래 문민독재가 가능했고, 행정도 입법도 사법도 소수에 의해서 지배되었던 사이비 민주주의로부터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광장에서 시작했으므로 개헌은 광장에서 논의되고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촛불 시민혁명 1주년 기념식에도 광장의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라는 저항이었으므로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촛불 시민은 깨어 있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목, 2017/11/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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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은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다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권력감시팀 팀장

나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에너지국 권력감시팀 팀장이다. 그러나 내 명함에는 두마리토끼팀 장하나라고 쓰여 있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두마리토끼팀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런 질문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설명하게 된다.
환경운동이 예산운동을 하는 이유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환경을 보전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지키는 운동이라고만 생각한다. 나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고, 나는 그런 환경운동도 너무 좋다. 나는 전직 국회의원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임기 4년 동안 상임위를 바꾸지 않고 환경노동위원회에 몸담았고 그건 환경운동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체험은 환경운동에 대한 나의 시각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토건세력의 편에 서서 환경파괴를 일삼고 있다. 편에 섰다기 보단 정부가 곧 토건세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국책 토건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국가 재정을 망치는 주범이다. 국가 재정의 관점에서 보면 최소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환경파괴 뿐 아니라, 22조의 복지예산・교육예산 등 서민・중산층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민생예산을 좀 먹은 것이었다. 그래서 환경운동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두마리토끼팀'으로 정하게 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18603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이 환경만 지키는 운동이 아니라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인간다운 삶과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환경운동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두 마리토끼팀으로 이름을 정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이 환경만 지키는 운동이 아니라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인간다운 삶과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환경운동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두 마리토끼팀으로 이름을 정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부작용은 그 뿐이 아니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예산 낭비성 토건사업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한, 국민들의 증세에 대한 반감은 해소될 수 없다. 즉 우리가 낸 세금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곳에 적절히 집행된다는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복지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그러기 위해서도 쓸모없는 댐, 저수지, 도로 등등 공사를 위한 공사를 근절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환경운동이 환경만 지키는 운동이 아니라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인간다운 삶과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두마리토끼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 중 제시한 복지공약·일자리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재원조달의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국정감사 기간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들은 ‘문재인 케어’ 등 새 정부의 복지공약이 국가 재정을 망칠 거라고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 해법은 하나다. 탈토건・에너지전환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서는 복지공약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두마리토끼팀의 할 일은 삭감해야 할 토건예산을 규명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 천 억짜리 댐 대신에 모든 아이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수 천 억짜리 고속화 도로 대신에 청년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수 백 억짜리 저수지 대신에 중금속이 검출되는 학교 운동장을 천연 잔디 운동장으로 바꾸자고 제안할 것이다. 두마리토끼팀은 그런 일은 하는 1인 팀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6037" align="aligncenter" width="640"]ⓒ함께사는길 ⓒ함께사는길[/caption]  
실패한 기술에 또다시 예산 산정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환경보전 자체가 목적이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이들에게 환경파괴는 시시한 부작용일 뿐이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알게 된 바, 정치의 99%는 결국 돈 문제다. 4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매년 수십조 원의 혈세가 불필요한 토건사업으로 낭비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 돈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일부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치적이 되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전락한다. 사실 환경파괴보다 더 큰 부작용은 그 수십조 원의 기회비용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환경운동을 통해 정경유착을 청산할 수 있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고,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도 있다. 예산운동을 통해 환경운동 하는 맛이 더 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동안, 중앙사무처 사람들은 잠시 각자의 업무를 놓고 진짜 탈핵을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 13~15일, 시민참여단 합숙토론이 끝났고 나도 이제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 ‘2018년 정부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 볼 때가 되었다. 국회는 보통 11월 30일 전에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므로 사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400조 나라살림의 씀씀이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예산안은 새 정부가 얼마나 새로운지, 과거와 얼마나 결별했는지,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아주 선명한 바로미터다. 실례로 지난해 전액 삭감 의견을 냈던 ‘파이로프로세싱 및 소듐고속로 예산’이 올해는(내년 예산안에는) 얼마나 책정됐는지 살펴보자. 우선 ‘파이로-소듐고속로’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사용후핵연료를 20분의 1로, 고준위핵폐기물 방폐장 면적은 100분의 1로, 방사능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꿈의 신기술이라고 홍보해 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난 3월 방한한 미국의 핵전문가 프랭크 폰 히펠 교수(프린스턴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다른 모든 선진국들이 실패한 두 가지 기술, 즉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액체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파이로프로세싱 및 소듐고속로 연구를 전면 비판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한 2015년 미 보고서에 의하면, 파이로프로세싱은 방사능 오염된 핵연료 집합체와 피복재로부터 중간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폐기물과 금속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양은 사용후핵연료보다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양을 20분의 1로 줄인다는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거짓이다. 또한 ‘미국 아이다호 국립원자력연구소도 5년 동안 파이로프로세싱으로 25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6년 동안 겨우 5톤만 처리했을 뿐 막대한 비용만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비용에 위험성이 높아 고속로 건설에 관심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프랭크 폰 히펠 교수는 주장했다. 프랑스의 고속로 슈퍼피닉스는 개발에 100조원이 들어갔지만 8% 가동 뒤 폐쇄되고, 일본의 몬주도 20년 동안 1%만 가동한 채 지난해 말 폐쇄 결정이 났다. 영국도 2018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1년 파일럿 고속로를 가동했지만 소규모로 20㎏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뒤 편익이 적다고 판단해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 정도만 계속 가동을 하고 있지만 15건의 소듐고속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핵정책 추진하려면 파이로프로세싱 예산 삭감해야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올해 6월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미국 핵전문가 에드윈 라이만 박사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추 의원은 보고서를 참고하여 ‘현재 7천톤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처리하려면 4천6백년에서 2만8천년까지 걸릴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허구성이 미국 정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파이로프로세싱에 관한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파이로-소듐고속로’에 대한 상용화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2028년까지 3조6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실증시설 사업계획을 잡은 것은 무분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관련 시설들의 유지관리 비용, 폐쇄 후 방사능 제염해체 비용 등 여러 필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최소 30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경수로 1기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실증시설 예산이 30조원 이상이므로, 약 40기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파이로프로세싱 처리를 하려면 가히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의 파이로-소듐고속로 사업을 제2의 4대강 사업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 의견은 환경연합의 일방적인 주장만도 아니었다. 지난해 예산 심의 때 민주당 박홍근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상 예결위), 무소속 윤종오 의원(과방위) 등이 파이로-소듐고속로 예산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을 냈지만, 관련 예산 1,021억이 원안 통과된 바 있다. 2018년 예산안에서 해당 사업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해 과기부(당시 미창부)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R&D)> 사업 예산 1,460억 중에서 파이로-소듐고속로와 관련된 268억의 감액을 요구했었으나, 2018년 예산은 1,442억으로 겨우 18억이 감액된 수준이다. 1,442억 중 ▲친환경 핵연료주기시스템 실증 및 분석지원 193.6억 ▲ 방사선 융복합 신산업 클러스터 창출 92.6억 ▲ 장비구입비 8.3억 ▲ SFR 원형로 종합효과 시험시설 구축 39억 등 총 333억으로 문제예산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원자력기술개발사업> 예산도 마찬가지다. 1,353억에서 1,295억으로 총액은 57억 줄어들었으나 이 중 ▲ 미래형원자로 330억 ▲ 핵연료주기 494억 등 문제예산은 824억으로 지난해 삭감 요구액 753억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지난 정권의 파이로-소듐고속로 사업을 계승하는 것일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서 보듯 탈핵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 조직 내 찬핵 세력을 장악하지 못한 것일까? 그 어느 쪽이던 간에 문제는 심각하다.
2018년 예산운동 시작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은 2017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발표하고, 국회 해당 상임위 위원 및 예결위 위원들에게 전달하여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서 사람을 위한 예산, 생태를 위한 예산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환경연합이 문제제기한 정부 사업은 19개 사업이었고, 그 중 16개 사업이 삭감 의견이었다. 감액 요구 규모는 약 3조7000억이었고 그 가운데 3.3%인 1,241억만이 반영되었다. 중앙사무처의 각 팀은 해당분야의 예산서를 검토하고, 두마리토끼팀을 그것을 취합해서 국회 예산 심의에 반영되도록 여러 의원실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두마리토끼팀이 생기기 전에도 개별 사업에 대한 예산 의견을 냈었지만, 정부예산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예산 심의 기간에 국회 예결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본격적인 예산 운동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올해 더 정교하고 성과를 내는 예산 운동을 하고자 한다. 회원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 글은 함께사는길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월, 2017/12/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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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공익법인 주식보유한도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공익법인의 계열회사 주식보유 허용은 그 주식이 영속적인 지배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기준이 완화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대신 공시대상기업집단 대상으로 “정관 명시” 대신 “공정한 제3자에의 주식 신탁”처럼 의결권 불행사에 대한 확고한 안전장치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1. 상증세법 개정안의 취지와 목적

  • 기획재정부는 2017. 8. 2.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음을 정관에 명시한 자선, 장학, 사회복지 목적의 성실공익법인의 주식보유한도를 현행 10%에서 20%까지 상향조정”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기획재정부공고제2017-104호」)함.  
  • 공익법인의 계열회사 주식 보유는 그동안 종종 계열회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이를 영속적으로 상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 완화는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마땅함. 
  • 특히 의결권 행사 제한과 관련한 공정거래법상의 유사 조문(공정거래법 제11조 제3호)에 대한 입법 연혁에서 보듯이, 향후 의결권 제한에 대한 다양한 예외 사유가 추가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의 실질적 규제 내용이 형해화(形骸化)할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   
  • 이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어제(8/22) 일부 공익법인의 주식보유한도 상향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였음.

 

2. 입법예고 주요 내용

○ 상증세법 제16조 제2항 개정

가. 일부 공익법인의 의결권 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10%에서 20%로 상향
 -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성실공익법인으로서
 -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그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정관에 규정한 공익법인을 대상

나. 시행시기
 - 2018년 1월 1일 이후 출연분부터 적용

 

3. 입법예고 사항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


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대상 관련 : 수정의견

 

  • 과거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준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었음
  •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법의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준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음
  • 현재 과거의 기준과 유사한 기업집단의 정의는 공정거래법 제14조 제1항에 규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임
  • 상증세법에서 자산규모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에 대해 특혜를 베풀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으므로 과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규제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호출자기업집단 대신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함.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대신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기준을 사용할 것을 제안함.

 

나. 의결권 불행사의 정관 명시 요건  : 반대

 

  • 과거의 입법 연혁에 관한 사례를 감안할 때,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제는 종종 “주주의 재산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부 사유에 대해 그 예외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완화되어 왔음
  • 예를 들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의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입법 연혁을 보면 당초에는 일부 자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결권 행사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다가, 2002년 1월 26일의 개정에 따라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합병 및 영업 양수도의 경우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 사실상 그 규제가 유명무실하게 되었음
  • 따라서 일단 공익법인의 의결권 주식 보유를 허용한 후 그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방식 보다는 의결권 주식의 보유 자체를 규제하면서도 공익법인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별도의 규제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함

    ⇒ 의결권 불행사를 정관에 명시하는 조건하에서 주식보유한도를 상향하는 것에 반대함

 

4. 추가의견 및 결론

 1) 추가의견 : 공익법인이 보유하는 의결권 주식의 제3의 기관에의 신탁 

  • 공익법인이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려고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아마도 계열회사 주식의 보유를 통해 향유할 수 있는 배당금 수령과, 계열회사 주식의 처분을 통한 매각이익의 수령 목적 등을 상정할 수 있음
  • 만일 공익법인이 의결권 행사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하면서, 오직 주식에 부수되는 배당금 및 매각이익 수령만을 향유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면 공익법인에 출연한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해 과세가액 불산입의 혜택을 허용해도 무방할 것임
  • 예를 들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출연받은 공익법인이 그 주식을 “당해 공익법인이 의사결정을 지배하지 않는 공정한 제3의 기관에 신탁”하여 의결권에 대한 일체의 지배력 행사 없이 신탁의 수익자로서 오직 배당금을 수령하고, 필요시 주식의 처분을 통한 매각이익을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를 고려해 볼 수 있음  

 

 2) 결론

  • 공익법인의 계열회사 주식보유 허용은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를 장려한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그 주식이 영속적인 지배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마땅함
  • 따라서 ‘제3의 공정한 기관에의 주식 신탁’과 같이 주식 보유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 향유는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의결권 불행사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를 완비한 경우에 한해 그 보유한도를 조정할 것을 제안함. 
  • 또한 참여연대는 향후 공익법인을 활용한 지배력 확대 및 편법상속 방지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 및 제48조 등에 대한 보다 적절한 입법적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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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8/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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