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찰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철저히 수사해야
경찰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경찰 수뇌부와 정권 개입 여부 철저히 수사해야
경찰 스스로 위법행위 밝힐 지 의문, 반드시 검찰 수사 진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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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나를 한국에서 낳았어?”
라고 묻는 이 땅의 딸들에게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대답을 할 수 있기 전에
‘저출산 해결’은 그저 텅 빈 슬로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 atopy
여는글 젊은 세대가 행복해야 미래가 보인다 하태훈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편집팀
특집. 출산율 0명, 왜?
출산율 0명이 말하는 것들 이삼식
저출산과 개인화에 대하여 신경아
사람
통인 119명의 손 붙잡고, 정리해고 없는 세상으로 갑시다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박유안
만남 나는 학교 민주주의를 감행하고 싶다 - 김원태 회원 호모아줌마데스
칼럼
경제 기재부는 왜 대통령 직속 특위의 권고안을 삭제했을까? 이상민
환경 폭염이 남긴 것 장성익
만화
만화 이럴 줄 몰랐지 <시댁에 가면> 소복이
살맛
읽자 ‘어떤 이의 꿈’을 함께 이루는 기쁨 박태근
듣자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 서정민갑
떠나자 메밀꽃과 꽃무릇, 구절초의 공통점은? 정지인
뉴스
현장 우리는 학살당하고 외면당하는 로힝야 곁에 있겠습니다 이영미
공유 이달의 참여연대 박정은
담론 대표제를 위한 변명 김건우
참여 2018년 하반기,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이 시급하다 최재혁
참여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오늘(8/30)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을 통해 오가는 모든 정보를 포괄적으로 감청하는 소위 ‘패킷감청’이 수집하는 정보가 광범위하고 권한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통제장치도 없이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011년 제기한 첫번째 패킷감청 헌법소원은 5년 가까이 심리가 미뤄지는 사이 청구인이 사망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되었고, 2016년 3월 다른 피해자가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서도 2년 반만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늦어지는 동안 패킷감청은 사법기관의 실질적 통제 없이 비밀의 장막 뒤에서 국가정보원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졌고, 기본권 침해가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패킷감청의 위헌성을 명확하게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국가정보원은 그 동안 통제 없이 패킷감청을 남용해온 행태를 반성하고, 무분별한 패킷감청을 중단해야 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이 국회와 사법기관의 통제 속에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하길 촉구한다.
패킷감청은 전송 중인 패킷 그 자체로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회선을 통해 오가는 패킷을 모두 수집하여 국가정보원이 자신의 서버에서 재조합한 후에야 내용을 확인한다. 따라서 감청대상자와 동일한 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통신내용도 수사기관이 수집, 저장하게 되고, 회선을 통해 오가는 정보가 실제 감청사유와 관련된 것인지 불문하고 일단 광범위하게 모든 통신내용을 감청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삶의 대부분이 영위되는 현실에서 이메일,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 뿐 아니라 뉴스검색, 인터넷쇼핑, 영화감상 등 사생활 전반이 수사기관에 의해 파악될 수 있다. 이 사건 대리인으로 공개변론을 수행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패킷감청이 기존의 통신감청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험성을 지녔다는 점을 공개변론 과정에서 특히 강조한 바 있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이 지닌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실제 집행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법원의 허가범위를 넘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감독 내지 통제장치가 강하게 요구됨에도, 별다른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의 감청집행과정을 외부에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거나 통제할 방법은 없었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친 패킷감청을 하고도 감청대상자로부터 어떤 내용을 수집했는지, 어떻게 수사에 활용했는지 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나지 않았으며, 관련된 서류가 제대로 만들어지거나 보관되지도 않았다. 이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해 충분하고 엄격한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의 근거규정으로 활용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대해서만 위헌으로 결정했다. 실제 청구인에 대한 패킷감청 집행행위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청구인에 대해 행해진 패킷감청은 통제절차가 미흡하다는 문제점 뿐 아니라, 감청대상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까지 패킷감청을 집행하였다는 점, 무려 6회에 걸쳐 12개월간이나 장기간 감청을 하여 사실상 범죄수사가 아닌 사찰행위였다는 점에서 별도로 주목할 위헌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집행과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처음부터 인터넷 회선감청이라는 수사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감청기간 축소나 재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등 장기간의 사찰로 이어지지 않게 통제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민의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은 더욱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수사기법이 개발될 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규범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항상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기술이 활용되어야 하고 그 과정은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기술과 권력의 만남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앞으로도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권력기관의 권한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연금고갈 앞당겨’, ‘100년 뒤 인구 반 토막’,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 소멸위험’ 등등 저출산이 가져올 불안한 미래를 이르는 표현들이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1.05명이라니 곧 1명 이하로 떨어져 출산율 제로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2015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68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러다가는 인구절벽의 위기가 눈앞에 곧 현실화될 것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초저출산의 흐름이 시작되어 상당 기간 진행된 지금 저출산은 고령화와 더불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최대현안이다. 이 추세를 바꾸기에는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왜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일까. 아이를 낳아 기를 집 걱정에 임신을 주저하는 것일까. 아이 있는 가정을 짓누르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일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제 앞가림도 힘든 청년세대여서 그럴까.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현실에서 ‘흙수저’ 대물림이 두려워서일까.
제 앞가림도 힘든 젊은 세대가 포기한 결혼·출산
내 얘기로 풀어가 보자. 자식이 한 명뿐이니까 이미 90년대 초에 합계출산율 1명이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부푼 꿈을 안고 귀국했건만 90년대 초반 대학은 여성에게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최종 면접까지 가도 거기까지였다. 결혼한 이상 일자리를 얻는 것만큼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던 때라 아내가 더 늦기 전에 아이부터 갖자고 해서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강사 생활도 쉽지 않았으므로 한 명도 벅찼다. 대학 강사라는 불안한 지위가 지속되자 혹여 면접의 기회가 오더라도 임신상태면 불리할 것이라 조바심을 내는 아내에게 한 명 더 갖자는 얘기는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흐르고 둘째 아이를 가질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시기를 놓쳐버렸다.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 보자. 지금 세대처럼 늦은 결혼은 아니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욕구가 출산시기를 늦추게 되고, 미혼율도 증가하니 자연히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여성들은 어머니로서만 살기보다는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원한다.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자녀를 여러 명 낳아 기르는 것이 보편적인 여성의 삶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자식이 노동력도 아니고 부모를 부양하는 노후보장책도 아니다. 취업도 어렵고,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결혼이 늦어지고, 아이를 가지면 일자리가 불안해지거나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워 아이를 최소한으로 낳거나 아니면 아예 낳지 않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아이는 축복인데 육아 현실은 냉혹하다. 워킹맘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목도하고 경험한 젊은 부부들이기에 출산을 주저하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야
오늘날 여성들의 삶의 모습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벌어진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의 영향이다. 맞벌이가 경제적 안전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의 기대와 욕구와는 달리 노동시장에 구축된 장벽은 견고하다. 배제와 차별의 젠더 불평등이 여성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여성, 결혼한 여성, 아이 있는 여성이 맞닥뜨리는 층층의 벽은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미루기와 출산포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흙수저 대물림의 불안감도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계층이동의 역동성이 꺼져가기 시작했다. 신분상승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졌다. 빈곤이 고착화되고 대물림되며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2030 청년세대의 희망의 사다리, ‘사회적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불평등의 악순환 속에 태어날 아이도 나처럼 불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 이처럼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젊은 세대가 행복해야 한다. 청년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야 미래가 보인다.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참여연대는 오늘(8/30) 광역지방자치단체(이하 광역지자체) 노동행정 현황 및 노동공약 이행 계획을 확인하고자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질의서를 발송하였다. 노동과 고용의 양태가 다양해지고 비정규직 등 나쁜일자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지방정부가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노동과 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각 광역지자체에 노동행정 현황 및 노동공약 계획을 확인하고자 질의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발표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약자료집(http://bit.ly/2lBAiDe)’을 통해 ‘△지자체 단위 '독립된' 노동·일자리 전담부서 설치·운영, △ 지역 내 지속가능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실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추진 지속 등의 노동정책을 공약한 바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광역지자체에서 노동공약이 성실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지난 5월 3일 발표한 <2018년 지방선거 ‘17개의 좋은정책’> 이슈리포트(http://bit.ly/2MtxtiO)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 수립, △노동 전담부서 설치 운영, △민간 노동거버넌스 형성 정책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으며, 2명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배출했지만 지방자치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노동정책을 공약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전국 광역지자체에 참여연대의 노동 정책을 수용하여 노동친화적 지방자치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각 광역지자체에 보내는 질의서에서 참여연대는 다음 사항들을 질의하였다.
참여연대는 노동친화적 지방자치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통해 ‘노동자 권익보호, 노동기본권 보장 기반 구축, 고용의 질 개선, 노동존중문화 확산’과 같은 노동친화적 가치를 지역사회에 확산시킬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광역지자체의 노동행정 현황 및 노동공약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임을 밝혔다. 끝.
이번 호 <특집>은 ‘출산율 0명, 왜?’입니다. 올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명 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왜,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도 십수 년째 저출산에 머무르고 있을까. 왜, 결혼과 출산은 삶의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었을까. 왜, 국가는 가족계획, 인구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몸을 통제 했을까. 왜, 출산율은 극복되어야 하는 걸까 등등 ‘출산율 0명’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을 짚어봅니다.
이달의 <통인>은 김득중 금속노조 쌍차지부장입니다. 박유안 님이 그를 만나기 위해 시청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벌어진 싸움이 햇수로 벌써 10년째입니다. 그동안 서른 명의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 지부장의 말처럼, 인간성을 파괴하는 정리해고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지난 8월 28일,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는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과잉 행사를 사과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119명의 남은 해고노동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공장에 돌아갈 때까지 쌍차 사태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만남>의 호모아줌마데스는 20년지기 회원 김원태 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30여 년간 학교 안에서 사회 선생님으로, 학교 밖 민주시민교육 전도사로 활약해온 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교내에 NGO탐구반을 만들고,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교육 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을 만들었습니다. 교편을 내려놓은 지금도 학교 시민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열정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하늘의 푸름이 짙어지는 9월입니다. 올해도 참여연대는 창립기념 행사를 엽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처럼, 24년 동안 ‘살맛 나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해주신 회원님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표지를 참조해주세요.
참여사회 편집팀
특집1_출산율 0명, 왜?
글.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이론 상 합계출산율(이하 ‘출산율’)은 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예로 베커의 출산력모형에 따르면, 인간 삶의 질 수준 향상으로 개인의 시간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양육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이유로 인간 모두가 출산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상대소득가설(relative income hypothesis)① 이론에서는 부부가 기대한 만큼 소득과 자원을 갖지 못하면 출산율은 0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변천이론②에서 지적하듯이, 출산은 사망과 달리 선천적인 것보다는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조정이 가능하므로 출산율이 0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8년에 처음으로 0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론 상 언급되었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이 0명대로 낮아지는 인구학적 원인은 결혼이 더욱 늦어지고 있으며 평생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을 해도 출산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0~1자녀 가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출산율 회복보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현재와 같이 인구대체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산율이 지속되는 한,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고령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출산율 0명대가 지속된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저출산현상을 경험하고 있고, 향후 출산율 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에서 출산율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저출산 영향에 대응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저출산현상이 완화될수록 저출산 영향에 대한 대응은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특수성
저출산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출산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해부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으로 낮은 성평등 수준, 일-생활 균형 곤란, 사교육비 부담, 자녀양육비 부담, 주거 마련 곤란 등이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들은 대부분 저출산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원인만으로는 한국의 출산율 0명대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현상의 특수성은 가치 변화와 사회구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질은 경제사회 발전과 연동하여 빠르게 변화해 왔다. 그러나 문화와 사회구조가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다. 예로, 다중상태평형이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성평등주의 확산과 출산율 간 ‘U’자 관계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쩌면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우리는 성평등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성평등 수준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였다. 그러나 현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교육수준 상승,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으로 성평등은 중요해진 반면, 노동시장, 가족생활 등에서의 성평등 수준은 더디게 변화함에 따라 개인들은 가치변화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여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성평등주의가 확산되면 초기에는 일정기간 출산율이 하락하다가 지속적으로 성평등주의가 확산될수록 출산율은 최저점을 찍은 후 ‘U’자를 그리며 반등한다는 가설 출처 Esping-Andersen and billari, 2015
한편, 엘리트 주도의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사회에는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공고화되어 왔다. 그 영향으로 교육시스템과 노동시장, 심지어 결혼시장에서도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대학, 그것도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고용기회는 물론 임금, 지위, 승진, 고용안정성 등에서 차별을 받고 결혼도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국민 모두는 사교육 열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하나,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한 관계로 마찰적 실업 등 청년고용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불안정은 결혼 포기로 이어지며, 사교육비로 대표되는 양육비 부담은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가 길어지고 있으나 선진국과 달리 사회보장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출산과 노후 준비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지금 우리나라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문화나 사회구조가 개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에 따라 변화하지 못해 개인들은 결혼과 출산 행태의 변경을 통해 적응하려하고 있다. 따라서 낮은 출산율을 인구학적인 양적 지표로서만 간주하여 방치한다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도외시하는 것과 같다. 역으로 저출산현상 완화는 결혼과 출산의 장애요인들이 제거 혹은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로서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저출산 현상이 우리 삶에 미치는 것들
저출산현상은 원인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결과론적 측면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연구들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병력자원 부족,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사회보장 부담 증가 등을 야기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인구는 국가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어떠한 형태의 인구관리 방법도 국가주의적 목적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저출산 문제는 국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양적이든 구조적이든 인구 변화는 수많은 사회경제현상에 투영되어 복합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과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예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면 개인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제약을 받을 것이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 시, 개인 차원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수입이 감소하여 생활수준이 악화될 것이다. 고령화로 사회보장부담이 증가하는 경우, 개인은 보다 많은 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나 본인이 받은 혜택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현상이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일지라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동서고금을 통해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낮다. 그런데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저출산현상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출생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나, 우려하는 만큼 저출산 완화를 위한 의지나 실천 노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저출산 추이를 변경시킬 수 있는 효과 있는 대책들을 찾기가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저출산 완화를 기대하기 곤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저출산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또 매번 낮은 수준으로 기록이 갱신됨에 따라 우리 사회가 저출산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또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강한 내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특히, 저출산현상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문제로 관심조차 줄어들고 있지 않나 우려되기도 한다.
저출산현상의 완화는 본질적으로 현재 우리의 삶의 질은 물론 미래 세대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출산현상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질 내지 방식과 문화 및 사회구조 간의 간극을 없애야하며, 이와 관련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과감한 개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① 미국 경제학자 듀젠베리가 주장한 것으로 소비지출은 절대소득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론
② 산업혁명 이후 서구의 인구변동을 모형으로 하여 사망률·출생률의 변화를 산업화 또는 근대화 과정과 관련시켜 인구변동 과정을 일반화한 이론
특집. 출산율 0명, 왜? 2018년 9월호 월간참여사회
특집2_출산율 0명, 왜?
글.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결혼과 출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된 이유
저출산 문제를 개인화의 맥락에서 해석하면 두 가지 주장이 가능하다. 첫째, 가족이나 친족 같은 혈연집단보다 자신(self)이라는 개체적 자아를 우선시하고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상대화하는 의식이 낳은 산물이다. 둘째, 가족이나 공동체라는 울타리에서 튕겨져 나와 홀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불안정한 개인들이 결혼도 출산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자의 경우 자발적 선택이라면 후자는 비자발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화(Individualization) 현상은 여러 사회학자들이 다루어 왔지만, 대표적인 것은 울리히 벡의 설명이다. 그는 근대사회의 특징으로 가족이나 종교 등 전통적 집단으로부터 개인들이 자신을 분리하고 주체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는다. 이어 후기근대에 들어서면 복지국가가 약화되는 위험사회의 징후 속에서 개인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본다. 결국 근대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으로서 자신의 생애궤적을 그려나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20세기 후반 복지체제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빈곤에 처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스스로 자신의 전기(傳記)를 써내려가야 하는’ 삶의 조건은 학자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기든스는 전통적인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이 스스로 자기 삶의 양식을 선택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반면 바우만은 사회적 보호라는 울타리 밖에 내던져진 삶을 ‘쓰레기가 되는 삶’이라고 비판한다.
저출산은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던 사회에서 벗어나 이제 결혼이나 출산을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의 생애과정은 ‘학업-취업-결혼-출산-양육-은퇴’의 과정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기도 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하거나 결혼할 만한 경제적 심리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혼이든 법적 혼인이든 배우자가 있어도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또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아이를 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인간의 삶이 그야말로 유동적인 상태가 되는 상황, 고용불안정과 그로 인한 삶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사회에서 마음 편히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소수일 수 있다. 때문에 무자녀가족에 대한 연구들은 젊은 세대가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가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의식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개인화되어가는 삶의 양식을 수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앞서 살펴본 두 가지 해석의 맥락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발적 비출산’이라고 할 수 있는 행위를 선택한 이들이다. 여기에는 부모로서 져야 할 책임의 무게나 자기 삶에 대한 기대로 인해 출산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뒤따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출산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혹은 두 명의 커플이 한 명의 자녀만을 갖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 사회적인 요소가 있다면 해결하는 것이 저출산 대책의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조건이다. 가족사회학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한국 가족의 가부장적 관습들, 남성중심주의, 거의 아노미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고부관계 등 결혼이 가져오는 가족관계의 변화와 규범적 의무는 여성에게 결혼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왔다. 또 맞벌이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일과 양육을 전담하지만 그것이 되레 그들을 직장에서 밀려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현실을 여성들은 늘 목격하고 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남성과 나란히 노동시장에서 자기 삶의 전기를 써나가야 하는 시대에 결혼도 출산도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저출산 대책을 바로잡기 위한 첫 걸음은 여성의 관점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비자발적 비출산’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소득이 부족하고 함께 살 집이 없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조건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핍에 처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 왔지만, 이것 역시 성공적이지 않았다. 왜일까? 필자는 그 이유가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상 그 어떤 정부가 청년세대의 삶을 안정시키는 문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은 적이 있었던가? 또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적 주체가 되게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한 적이 있던가? 때문에 가부장적 가족관계와 연공서열의 사회체계 속에서 청년들은 사회경제적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놓여 왔고 ‘열정페이’나 ‘노오력’을 강요받았다.
오늘 많은 젊은이들은 ‘개인’으로서 자기 삶을 꾸려가는 것도 힘에 부치다. 따라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비혼이나 비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든 개인화든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책임은 우리들 기성세대에 있다.
특집. 출산율 0명, 왜? 2018년 9월호 월간참여사회
특집3_출산율 0명, 왜?
글.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
한국에서 출산정책은 언제나 국가 발전을 위한 통제와 관리의 영역으로 다뤄져 왔다. 이에 따라 가족계획 시대에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 저출산 위기 대응 정책의 시대에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출산 조절의 책임이 부여되었다. 한편으로는 ‘태아의 생명권’을 명분으로 ‘낙태죄’를 지속시켜 왔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는 그간 국가의 필요에 따른 인구통제와 생명선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이러한 인구관리 정책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이 글은 가족계획 정책부터 저출산 대책까지, 한국 정부의 정책을 개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여성의 자궁 통제에 숨겨진 우생학적 목적과 섹슈얼리티의 통제, 국가 발전 이데올로기의 이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여성의 몸을 통한 인구관리의 역사
1950년대까지 여성들에게 다산, 특히 아들 출산은 여전히 중요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정부 역시 인구가 많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50년대 후반부터인데, 당시의 산아제한 찬성론은 우생학적 논리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는 인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가족계획 정책을 시행하면서 제정된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과 2항에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에 그대로 반영되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한센인들은 강제 단종 시술의 대상이 되었고, 장애인, 전염성 질병의 감염인, 부랑자, 정신병자, 범죄자들은 개인적 통제뿐 아니라 결혼과 생식의 통제 대상으로도 설정되었다. 그러다 1960년대가 되면 산아제한과 가족계획 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근대화’라는 목표 아래 본격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우생학적 인구관리를 시도하였으며, 특히 의·식·주를 포괄하는 생활태도 전반에서 가족계획 정책을 통한 생식과 몸에 대한 개입이 전개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산아제한’ 대신 ‘가족계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출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와 통제를 가리고, 그 책임을 개인과 개별 가족의 차원으로 이전시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족계획 정책은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이지만, 실천은 개인의 몫이 된다. 나아가 가족의 빈곤에 대한 책임 또한 가족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개별 가족의 몫이 되었다. 반면 국가가 제시한 자녀 수의 모델에 맞으면 소득세를 감면받고, 공공 주택을 얻을 수 있었으며, 불임수술을 할 경우 금융 대출에서 우선순위를 받거나 여러 금전적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집 부강은 가족계획으로부터”, “덮어 높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같은 표어들은 가족계획 정책이 의도했던 이와 같은 효과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한편, 1966년의 “세 살 터울 셋만 낳고 35세 단산하자”라는 표어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여성의 몸은 인구 통제를 위한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졌을 뿐 여성의 건강이나 성적 권리, 섹슈얼리티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지어 1975년 대한가족협회가 발표한 연구?에서는 “둘 낳기의 강조와 아울러 단산연령을 낮추도록 계몽하는 한편 일정연령 예컨대 ‘서른이 넘어서 배가 부르면 꼴불견’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사회인식을 바꾸어 주는 일도 매우 효율적이다.”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후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저출산→고령사회→생산인구 감소→노동생산성 저하→경제성장 둔화→사회보장 지출 증가→국가재정 파탄→젊은 세대의 부양부담 증가→세대 간 갈등 심화→사회 갈등의 격화로 연결되는 이른바 ‘저출산 시나리오’는 마치 괴담처럼 위기 시나리오로 반복되며 주로 그 책임과 정책 초점을 다시 여성들에게 맞추었다.
1960년대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발행한 가족계획 포스터
2005년 10월 26일 진행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제41회 전국여성대회 풍경은 정책 초기의 이와 같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부인과 여성부장관, 통일부장관 등이 참석했던 이 자리에서 ‘저출산 위기극복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저출산은 ‘퇴폐적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결혼은 선택이 될 수 없고, 출산의 여성의 창조적 의무”라고 구호를 외쳤다. 저출산 위기의 책임이 고학력에 임금노동으로 진출한 여성들의 결혼도 하지 않고, 출산도 회피하는 ‘이기적인 태도’에 있다는 식의 전제가 저출산 진단 전반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인구관리가 아닌 재생산 정의로
저출산 정책 시대의 여성은 언제든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자 동시에 양질의 노동력을 재생산할 정책 대상으로 놓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도는 ‘일·가정 양립’, ‘모성보호’ 지원과 각종 보상, 수당, 비용, 기술 지원으로 대표되는 각종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원 정책’의 외피를 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복지, 지원 정책의 특징을 띄고 있지만 구조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은 매우 빈약하며 사실상 내용상으로는 출산 정책을 통해 시장과 기술개입을 매개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일자리 유연화’+‘난임 및 고위험군 출산에 대한 의료·기술적 지원 확대’+‘민간 서비스 중심의 보육 지원’이 야기하는 시너지는 실제로 여성들에게 미치는 부담과 영향이 매우 크며, 질병과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나아가 ‘브릿지 플랜?’에서는 취업 시기를 앞당기게 할 계획들을 반영함으로써 기대 노동력의 구분 의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저출산 정책을 통한 인구 관리 시도가 출산과 양육, 보호에서 더 나아가 노동 인력에 대한 구분까지 계획으로 포괄되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여성들이 처한 정보, 의료 접근권의 차이나 가족 관계의 변화,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건강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하에 결혼과 출산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의료적 지원과 기술 개입만을 확장해 가는 것은 매우 부정의한 방향이다.
가족계획에서부터 저출산 정책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과 의료·기술에 대한 선택의 수사는 여성을 통해 인구 통제를 실현해 온 과정의 본질을 가리고, 여성의 자율성과 섹슈얼리티보다는 모성에 대한 보호나 지원을 중심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또한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개혁 대신 출산·양육에 대한 개별 지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생산 정의의 실현을 가로막아 왔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낙태죄 폐지 운동은 이제 ‘성과 재생산 정의’를 위한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구 관리에 종속되지 않는 실질적인 재생산 정의의 움직임을 함께 만들어갈 때다.
① 최지훈, 한달선, 정경균, ‘가족계획 홍보 사업 전략을 위한 조사연구’, 대한가족계획협회, 1975
②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되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브릿지 플랜 2020’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특집. 출산율 0명, 왜? 2018년 9월호 월간참여사회
특집4_출산율 0명, 왜?
글.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지난 10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초저출산이 고령사회로의 진행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선인 2.1명 이하가 되었던 1983년부터 시작됐어야 했다. 이때부터 출산정책을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를 바꾸었어야 했다. 그런데 거의 20년 동안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에 놀란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재정투여를 한 이후에도 저출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2017년에는 정책투입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낮은 1.05명 수준으로 하락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저출산 기조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와 원인에 대한 진단을 하루가 멀다 않게 내놓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 진출의 증가, 초혼연령 상승, 만혼으로 인한 자녀수 감소, 일가족양립 어려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보육비 부담, 청년실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모두 저출산을 초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요인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
문재인 정부는 제1,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주로 보육정책과 관련된 예산에 집중되어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반성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은 그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7월 5일에 발표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추진방안에는 청년과 여성을 위한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 확충, 워라밸? 확산 및 성차별적 환경 개선, 아동을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 공교육 강화 및 교육비 부담 완화, 비혼 출산 등 포기되는 아동이 없도록 인식 및 제도 개선 등 사회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제3차 기본계획은 지난 10년간 두 차례에 걸친 기본 계획보다 좀 더 생애주기적이고 다양한 차원의 정책들을 아우르는 노력이 엿보이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의 위기가 현실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어떤 정책이든 시도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표현된 것 같다.
그런데 제3차 기본계획에 열거된 종합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저출산은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노후 전반에 걸친 불안, 계층별, 성별 불평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배제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들이 응축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다르게 말하면 저출산은 점점 더 불안하고 불평등해지는 현실과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젊은 세대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이미 여러 곳에서 발표된 것처럼, 한국은 GDP 기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소위 경제적 총량으로는 발전된 국가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아동 및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장시간 노동 세계 2위, 고용안정성 최하위,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최다, 성별 임금격차 최고, 일가족양립 지수 최하위, 자살률 세계 1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행복지수 최하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삶의 영위가 어려운 위험상황에 놓여있다.②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구조를 근간으로 한 사회운영 방식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한국 사회 복지체제는 사회구성원을 무한경쟁 궤도로 몰아넣고 있으며, 자기돌봄은 물론 가족돌봄, 공동체 돌봄을 통해 사회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다. 오롯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1020세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십수 년을 경쟁적 교육 전쟁을 치러야 한다. 높은 고용불안정, 저임금노동, 치솟는 주택가격과 높은 보육비, 교육비, 생활비 등 생계비 부담으로 인해 3050세대는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일가족 양립 혹은 일생활 균형과는 괴리된다.
이렇게 평생을 일해도 노후는 빈곤하고 고단하다. 끊임없이 일하지만 생애에 걸친 빈곤화 위협과 중산층 생활을 영위해나가기 어렵다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산은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결혼기피, 출산기피로 인한 합계출산율 하락 현상으로 외화 되지만 그 근본에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실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었다.
지속가능한 사회재생산은 성평등으로부터
따라서 제1, 2차 저출산정책의 실패를 기혼자 중심의 보육서비스 정책 중심 편향으로 진단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의 방향을 신혼부부 주택청약, 공공주택 1만호 제공, 주거비 지원 등 결혼을 좀 더 수월하게 하는 출산장려 정책으로 잡은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어떤 삶을 선택하더라도 평등하고,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국가는 세 가지 축을 통해 완성된다. 첫째, 고용시장에서의 학력차별, 성차별, 연령차별, 비정규직 등 각종 차별이 해소되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착취 구조가 개선되어 일을 하면 적정한 수준의 생활은 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중요한 한 축이다. 둘째, 신자유주의 하 노동시장에서의 일상화된 구조조정이나 실업, 해고, 퇴직,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받쳐주는 사회보장제도가 또 다른 한 축이다. 셋째, 어떤 가족에서 태어났는가에 상관없이 한 명의 사회구성원(아동)이 온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동수당 지급, 질 좋은 보육서비스 제공, 육아휴직제도 확충, 취약그룹을 위한 맞춤형 추가서비스 지원은 저출산 해결의 마지막 한 축이다. 이 세 가지 축은 저출산 해결의 트라이앵글이다.
그러나 이 세 축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선순환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을 그 꼭짓점에 두어야 한다.③ 국가별 편차는 약간 있으나 이미 많은 선진 복지국가는 남녀 모두를 노동자이자 돌봄자로 전제한 성평등성을 정책 전반에 걸쳐 결합하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 입각하여 남녀 모두가 일하면서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전체 사회정책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사회는 성평등 수준은 매우 미미하며, 성차별과 이중부담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은 양자택일의 단절적 생애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지체된 혁명’으로 여성의 다중역할로 인한 부담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평등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물론, 과부하된 가족돌봄의 부담은 수많은 여성을 갈등과 압박에 놓이게 하고 있다. 다중역할과 과중한 책무에 늘 쫓기듯 살아가는 여성의 일상적 무게를 함께 나누는 성평등한 사회구조로의 전환이 없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즉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사회재생산의 트라이앵글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성평등한 복지국가 구축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① 워크라이프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신조어
② 국민일보, 2018년 7월 11일, “3040세대 “부양·양육 고달파…” 한국 행복지수 또 꼴찌”
세계일보, 2018년 7월 29일, “직장·돈 스트레스에 행복지수 꼴찌…행복 찾기에 빠진 대한민국”
③ Esping-Andersen, 2009, The Incomplete Revolution, Polity Press.
특집. 출산율 0명, 왜? 2018년 9월호 월간참여사회
<온 사회가 함께하는 연금개혁> 카드뉴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0
용돈연금과 빈곤한 노인의 나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대한민국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압도적 1위
*한국 47.7%(2017) | OECD 평균 12.1%(2014)
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압도적 1위
*인구 10만 명 당 한국 54.8명 | OECD 평균 18.4명(2013)
**한국 노인 자살 원인 1위 "경제적 어려움"(40.3%)
#2
노인이 되면 빈곤을 만나는 건 당연하다...?
한국 61.3% > 49.6%
OECD 70.1% > 12.1%
*연금 미포함 노인빈곤율 > 연금 포함 노인빈곤율
**OECD 통계를 토대로 사회공공연구원(2015)
NO! 연금제도가 제 역할을 하면 노인빈곤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3
하지만 대한민국 노인이 받는 연금은 최소생활비의 절반 수준
노후 최소생활비 103.0만 원 | 노수 적정생활비 145.7만 원
*개인 기준, 국민노후보장패널(2016)
신규수급자가 받는 월 수급액 52만 원
*2017년 기준, 실질소득대체율 24% 적용
납부자에게도, 수급자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용돈연금'
#4
문제는 점점 낮아지는 소득대체율!
소득대체율이 뭐길래...?
40년 가입한 사람의 평균 월소득액 대비 수령하는 연금액의 비율
*소득대체율이 40%라면, 월 200만 원을 벌던 노동자는 연금으로 80만 원을 받는다는 뜻!
결국 나의 연금액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 70%에서 2028년 40%까지 계속 하락하는 중
*2018년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
#5
"소득대체율 40%면 평균소득자의 경우 87만원인데 적당한 것 아닌가요? 기초연금도 있잖아요!"
"40%는 40년 가입 기준이에요 ㅠㅠ 실제 평균 가입기간은 17.4년,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4%(약 52만 원)"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가입기간 확대만으로 연금을 늘리는 것은 한계
한국 노인의 최소생활비 103만 원을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최소 45% 이상 필요
*ILO, 안정된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60%(40년 기준) 권고
**사회보장의 최저기준에 관한 협약 No.102(1952), 장애·노령·유족급여에 관한 협약 No.128(1967)
*OECD, 한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현행 수준(46%) 유지 권고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16
#6
사회적 합의를 통한 소득대체율 인상
정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과 연계하여 사회적 합의하에 추진"
-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中
#7
가난한 노인의 나라, 더 이상의 연금 삭감은 막아야 합니다
이제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합시다
#8
온 사회가 함께하는 연금개혁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④ 모두를 위한 국민연금: 연금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들
To Be Continued

국회가 또 다시 민생을 외면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임차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상가법을 어제는 건물주 인센티브 법안과 흥정하더니 오늘은 은산분리법과 패키지 처리하겠다며 결국 8월 상가법 처리를 무산시켰다.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이하 임걱정본부)는 여야 국회, 특히 기업 밀어주기 법안을 위해 임차상인 생존권 보호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좌절시킨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상가법이 국회에서 수년째 공전하는 동안 수많은 임차상인들이 거리로 쫓겨났다. 궁중족발 사건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임차상인들의 마지막 절규였다. 임걱정본부는 임차상인들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상가법 처리를 무산시킨 국회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말로만 민생을 입에 담는 국회는 더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 끝.


오늘(8/31)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온갖 미사여구와 장밋빛 전망이 동원된 정책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다. 데이터경제 활성화는 전국민의 정보주체로서의 권리를 빼앗아 그 통제권을 데이터 자본에 넘겨주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오늘 발표된 청와대 입장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데이터 자본의 논리와 이익을 위해 복무하겠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활용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은 이상 그것을 안전하게 활용하든 위험하게 활용하든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것이다. 정보기본권은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과 자기통제권을 인정하는 게 핵심이다.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하게 하고 더 많은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결합하여 유통시킨다면 국민의 정보기본권 침해는 매우 중대할 뿐 아니라 회복불가능한 것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안에 정보기본권을 신설한다고 해놓고 정작 정보기본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데이터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대통령의 발표 이면에는 개인정보 활용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데이터 자본과 그 자본에 부역하는 관료들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후퇴시키고 개인정보 활용을 손쉽게 하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를 보유한 산업자본이 앉은 자리에서 수 조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규제완화로 데이터자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주고 국민들은 그 댓가로 일자리 몇 개나 조금의 서비스 혜택으로 만족하라는 것이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러한 청와대의 데이터산업 활성화 정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원칙과 정보기본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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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사령부(이하 ‘유엔사’)가 남북협력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발생했다. 어제(8/30) 언론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 합의 사항인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북쪽 구간 철도 상태를 점검·조사하려 했으나,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사전통보시한’을 이유로 남측 인원과 열차의 군사분계선 통행 계획 승인을 거부해 조사가 무산되었다. 참여연대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가는 경로에서 한반도 평화를 발목 잡는 유엔사의 이번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
유엔사는 남측 당국이 군사분계선 통행 계획을 48시간 전에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승인을 거부했다. 유엔사 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잠정 취소되는 등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 중에 미 측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유엔사가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딴지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진행된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사업 상호 개통을 앞두고 유엔사는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작업을 위한 남북 상호검증단 파견 절차에 엄격한 승인 절차를 요구하며 사업을 방해한 바 있다. 또한 당시 금강산 육로관광 임시도로 개통식과 개성공단 착공식 등의 과정에서 민간인의 군사분계선 통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부시 정부의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 중단 결정 등 북미 관계 악화와 무관하지 않은 조치들이었다.
이러한 유엔사의 조치들은 한반도 정전체제가 얼마나 주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 측은 ‘유엔사’라는 모자를 쓰고, 지엽적인 사항을 문제 삼아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가로막을 수 있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미 측의 입장에서 한반도 정세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유엔사이다. 적어도 ‘유엔’의 이름을 걸고 있다면 응당 남북 간의 평화정착 노력을 지지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상식에도 반한다. 최근 유엔 군축사무소는 군축 의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반도가 이룬 진전은 대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으며, 지난 십 년의 역사를 통틀어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위대한 기회를 창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반도 평화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유엔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유엔사는 해체될 운명에 있다. 유엔사는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조속히 비무장지대 관리와 관할권을 이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유엔사는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적대와 갈등의 역사를 종식하고자 하는 절박한 염원과 국제사회의 지지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남북의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은 다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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