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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금융의 자격④ – 금융계로 간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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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금융의 자격④ – 금융계로 간 공직자들

익명 (미확인) | 금, 2017/09/08- 16:23

우리나라 금융 산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비교대상이 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우간다’입니다. GDP 기준 경제 규모가 55배나 차이가 나고, 국제 순위도 한국 16위, 우간다 101위로 비교가 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WEF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금융 성숙도’ 평가에서 한국은 138개국 중 80위, 우간다는 77위를 차지했습니다. ‘은행건전성’ 부분에서는 더욱 차이가 벌어져 한국은 102위, 우간다는 77위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몇년째 엎치락 뒤치락 하위권 경쟁을 하다 보니 ‘한국 금융은 우간다 수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 것입니다. 금융계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WEF 발표가 자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를 토대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국가간 비교 지표로 사용하긴 힘들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관료-금융계 연결고리…피해는 금융소비자에게로

‘우간다’ 만큼이나 우리 금융계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관치’입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에 뿌리를 둔 공직자 ‘낙하산’ 관행은 금융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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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과 자격이 결여된 고위 공직자들이 논공행상이나 예우라는 명목으로 금융계의 요직을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정작 일선에서 뛰는 실무자들은 실력과 경험을 갖춰도 이른바 ‘빽’없이는 인사에서 배제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수익성 개선 등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금융계의 요직은 산업 발전보다 보신에 신경쓰는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 관행의 피해는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카드사태, 키코사태, 저축은행사태 등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대형금융사고 뒤에는 어김없이 금융권의 요직을 차지한 재취업 공직자들이 있었습니다. 금융회사 오너가 어떤 전횡을 저질러도 이를 제지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것입니다.

최근 불거진 은행들의 ‘이자놀이’ 논란도 결국 금융가의 무능이 빚은 촌극입니다. 시중은행들의 수익률은 만성적으로 낮습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을 기준으로 볼 때, 국내은행의 수익률(ROA 0.1~0.7%)은 해외 주요 은행(ROA 1.0~1.5%)들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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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집중합니다. 고객이 맡긴 돈에는 더 적은 이자를 주고, 고객에게 빌려주는 돈에는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것입니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예금은행들의 예대마진은 2.27%p로 역대 최고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이들 은행이 노린 대상은 내집마련자금 등이 시급한 가계 금융소비자였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성수신 금리는 큰폭으로 하락(1.56%→1.48%)한 것에 반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크게 올랐습니다(3.13%→3.28%).

‘금융계로 간 공직자들’ 전수조사…재취업공직자 5명 중 1명은 금융계행

뉴스타파는 지난 10년간 금융계로 간 공직자들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허가한 재취업 공무원 3221명의 현황을 분석해 금융계 재취업 공직자들을 추려냈습니다.

분석 결과, 금융계에 재취업한 공직자의 수는 총 627명이었습니다. 전체 재취업 공직자 5명 가운데 1명 꼴입니다.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강화되면서 한동안 금융계 재취업 공직자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2014년부터는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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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가장 많은 공직자를 보내는 기관은 어디일까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같은 유관기관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금융계에 더 많이 재취업하는 곳은 권력기관들이었습니다. 청와대와 감사원, 4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출신의 금융계 인사들은 모두 263명으로 전체의 43.6%나 됐습니다. 금융당국을 비롯 각종 금융 관련 기관 출신은 34.3%로 오히려 더 적었습니다.

개별기관 출신으로는 경찰이 전체의 21.2%(128명)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부분 보험사에 조사담당직원으로 옮겨간 일선 경찰이지만, 총경급 이상(경무관, 치안경감)의 고위직 경찰도 포함됐습니다. 권력 기관 가운데는 경찰에 이어 감사원(42명), 국세청(40명), 청와대 대통령실(24명), 검찰청(17명), 국정원(12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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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유관기관 가운데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123명). ‘모피아’라 불리는 기획재정부 출신(26명)이 뒤를 이었고, 금융권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불리는 한국은행 출신(22명)도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재 많은 보험-투자업계에 재취업 집중…’관치’ 울타리 안에 숨은 금융

이렇게 금융계에 재취업한 공직자들은 주로 어떤 회사를 찾게 될까요. 분석 결과,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보험회사와 투자(자문)회사로 나타났습니다. 보험회사 재취업 공직자가 218명, 투자회사 재취업 공직자가 132명으로 둘을 합치면 전체 금융계 재취업 공직자의 절반 이상(58.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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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두 분야에는 3급 이상, 임원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들이 주로 찾는 곳입니다. 금융계에 재취업한 고위공직자의 절반(48.8%)은 이 두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분야에서 가장 많은 부실과 금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지난 8년간 공시된 금감원 제재들을 분석해 본 결과, 전체의 42%에 이를 정도로 이 두 분야에 제재가 집중돼 왔습니다. (※관련기사 : 금융의 자격③ – 당신의 돈은 안전합니까?) 금융사들로서는 여러 기관의 고위공직자를 영입함으로써 당국의 감시와 제재를 피해갈 방패막을 마련하게 되는 셈입니다.

금융사 간에 보이지 않는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분석 결과, 가장 많은 공직자를 그룹 금융계열사로 데려온 곳은 KB그룹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48명을 계열사로 영입했습니다. 2위는 쟁쟁한 금융전문그룹사들을 제치고 42명의 인사를 영입한 삼성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삼성은 전직 관세청장,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계 기관 수장급 인사들을 영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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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가운데는 KB그룹에 이어 우리(37명), 하나(32명), 신한(21명) 순으로 나타났고, 재벌그룹 가운데는 삼성에 이어 한화(29명), 현대해상(29명), 롯데(21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신영철
편집 : 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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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적 금융개혁과제 외면하는 금융위원회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정비, 기촉법 폐지, 케이뱅크 사후 처리 등 난제와 “스스로의 개혁 과제”는 외면
4차 산업혁명과 금융혁신 슬로건에 금융소비자 보호 훼손될 가능성  


최근(9/18),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업무보고를 통해 향후 금융위가 추구할 정책방향과 정책과제를 밝혔다. 이 업무보고에는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 방안,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어 종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마치 “자기 스스로의 개혁은 외면하듯” 금융위의 기득권과 관련된 부분이나 과거의 정책적 잘못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과거의 입장을 고수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연계 강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폐지 반대 등이 그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 ▲케이뱅크 인가의 적법성 등을 주장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잘못된 정책들로 인한 과오를 덮기 위해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금융혁신을 내세우며 금융산업 육성을 주장하는 몸짓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감독당국 본연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성진 변호사)는 정권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금융개혁 정책만을 수용한 채,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한 본질적인 개혁은 외면하고 있는 금융위의 문제 인식을 개탄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서 “금융감독기구를 금융감독기구답게” 만들기 위한 근본적 개혁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금융위의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는 ▲카드 수수료 및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인하,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 ▲국민행복기금 보유 잔여채권 정리, ▲장기・소액 연체채권 매입정리 등 서민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내용들은 지난 해 4·13 총선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또한 ▲대출모집인이나 대부광고 규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내용이다. 아울러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방안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기업집단에 포함된 계열회사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의 대상을 단순히 개별 금융회사 차원이 아니라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그룹으로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 업무보고는 이처럼 일부 긍정적이고 진일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과 금융적폐를 청산하고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공고히 한다는 측면에서는 많은 부족함을 안고 있다. 우선 서민금융 정책의 정상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발견할 수 없다. 서민금융은 단순히 “돈을 쉽게 대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하고, 상환능력이 없는 서민에 대해서는 대출이 아니라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상환능력이 있는 서민에 대해서는 과잉대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고, 상환능력을 사후에 상실한 개인 채무자에 대해서는 조기에 공정한 채무조정이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특히 공정한 채무조정과 관련해서는 현재 채권자 우위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다 채무자 우호적인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 업무보고에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복위간의 연계를 강화”(업무보고자료 제3쪽 중하단)한다고 하여 자금제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과 채권자를 위한 채권조정기구인 신복위간의 연관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문제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당시부터 크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으로 금융위는 두 기구의 연계성을 단절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국회로부터 서민금융진흥원의 설립을 승인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위는 국회와의 약속을 뒤집고 앞으로 두 기구의 연계성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 금융위는 두 기구의 단절을 분명히 하고, 조속하게 채무자 우호적인 채무조정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업구조조정 권한을 계속 보유하려는 금융위의 기득권 수호 노력 역시 문제가 되는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 등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위는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실기하여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 성과를 성취하지 못하였고, 반대로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어정쩡한 시점에 법정관리 신청을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오히려 해운업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감독 당국이 비금융회사의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금융감독 업무라고 볼 수 없는 과거 관치금융 시대의 잘못된 유산일 뿐이다. 과거 도산 제도가 불비하고, 부실기업 매물을 소화해 줄 자본시장이 미성숙했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관치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었으나, 선진국과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는 통합도산법 체계를 갖추고, 회생전문법원까지 출범한 지금 과거의 관행과 논리만을 앞세워 관치금융을 영속화할 수는 없다. 금융위가 업무보고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 활성화 여건 조성”(업무보고자료 제18쪽 하단)을 위해서도 금융위가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관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따라서 관치금융을 활용한 기업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수단인 기촉법은 더 이상 연장되거나 상설화되어서는 안 되고, 일몰 시한이 도래하면 그것을 계기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금융위 업무보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위가 우리나라 금융의 본질적 문제점을 도외시하고 청와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개혁조치의 최소한으로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종래의 기득권을 수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의 입맛에 들기 위해 “금융산업의 육성”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계속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금융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표면적 과제인 소멸시효완성채권의 처리만 신경 쓰고, 금융그룹의 감독과 관련하여 계열분리명령제와 같은 구조적 교정수단에는 입을 다물고, 자본 적정성과 위험관리까지만 언급한 점은 “요구받은 최소한만 한다”는 금융위의 수동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위가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면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제정해서 “규제 면제를 통한 시범영업”을 추진하겠다는 점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금융사고의 이면에 금융산업 육성을 앞세워 금융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규제를 완화해 온 “금융위의 무책임한 불장난”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이런 금융위의 업무 방향이 또 다른 위기의 불씨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금융은 하루아침에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감독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해서 금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시장 정착,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적폐 청산과 금융사고 예방 등과 같은 금융감독 당국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려고 하기보다는 “금융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산업 육성”을 내세워 정권의 눈에 들고 그를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왜곡된 행태로 일관해왔다. 이번 금융위의 업무보고 역시 그런 구태를 그대로 담고 있다. 결국 “자기 개혁은 스스로 못한다”는 것만 확인해 준 것이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가 이와 같은 금융위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4차 산업혁명을 앞세워 금융위의 개혁을 지연시킬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기구를 금융감독기구답게” 만들기 위한 근본적 개혁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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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9/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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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남미를 잇는 세계 교통 요충지이자, 파나마 운하로 유명한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내부 자료가 무더기로 유출됐다. 위 수치는 유출된 자료의 규모다. 과거 언론에 유출된 정부와 기업 내부 자료의 규모와 비교해보면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가 얼마나 방대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역외비밀 도매상’,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내부 자료 2.6TB 유츌

모색 폰세카 파나마 본사 전경

▲ 모색 폰세카 파나마 본사 전경

2010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무부 외교문서가 1.7기가바이트(GB), 2013년 ICIJ의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데이터(조세도피처 유령회사 설립대행사 PTN, CTL)가 260기가바이트, 2014년 ICIJ의 룩셈부르크 프로젝트 데이터가 4기가바이트, 2015년 스위스 HSBC 비밀계좌 데이터가 3.3기가바이트였다.

이번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는 과거 가장 큰 규모였던 2013년 ICIJ의 조세도피처 데이터에 비해 10배나 크다. 모색 폰세카는 직원 5백여 명에, 전세계 주요 도시와 조세도피처에 40개 넘는 해외사무소를 운영하는 대형 법률회사다. 또한 역외 탈세와 돈세탁, 검은 돈 은닉 등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는 이른바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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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주관으로 사상 최대 규모 탐사보도 프로젝트 진행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 있는 일간지 쥬트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남부독일신문) 대회의실에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비롯해 BBC, 르몽드, NDR, 프로퍼블리카 등 전세계 60여 개 언론사 기자와 프리랜서 언론인 등 2백여 명이 모였다.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2.6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공동 분석하고, 취재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쥬트도이체 차이퉁이 이 모임을 주관했다.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는 독일 일간지 쥬트도이체 차이퉁 탐사보도 기자들이 익명의 취재원에게서 처음 입수했다.

이 유출 데이터는 언론인이 입수한 것 중에 사상 최대규모다. 25만 개에 이르는 역외 회사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고객 중에는 독재자와 그 주변 인물, 마약상, 범죄자 등이 있다. 갑부들도 있다. 우리는 역외 회사의 비밀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이 분야를 이렇게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프레데릭 오베르마이어 쥬트도이체차이퉁 탐사보도 전문기자

쥬트도이체짜이퉁은 엄청난 데이터 규모와 공적 가치를 고려해 ICIJ에 국제협업을 요청했다.

뛰어난 탐사보도전문 저널리스트 집단의 힘을 믿었기에 자료를 공유하기로 했다. 유출된 자료가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 신문 홀로 취재한다면 20년이 걸려도 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전세계 수백 명의 기자들이 함께 일 한다면 매우 중요한 기사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데릭 오베르마이어 쥬트도이체차이퉁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ICIJ 대표 제라드 라일은 경쟁을 배제하고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이슈를 함께 취재하는 것이 저널리즘이 당연히 추구해 나가야할 모습이라고 저널리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글로벌화돼 가고 있다. 보건 이슈도, 금융 이슈도 글로벌화 되고 있다. 우리는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에 대해 저널리스트들이 함께 뭉쳐 일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저널리즘이 당연히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의 모습이다.

ICIJ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다. 현재 76개 국, 109개 언론사, 376명의 언론인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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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상, 글로벌 스타, 억만장자 등 줄줄이 나와

공동 취재팀은 현재 대통령과 총리 등 각국 정상 12명과 그들의 친인척 61명, 고위 정치인과 관료128명, 그리고 포브스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린 슈퍼 리치 29명이 역외탈세와 돈 세탁, 검은 돈 은닉 등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아르헨티나 대통령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Bidzina Ivanishvili)

전 조지아 수상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익손(Sigmundur Davíð Gunnlaugsson)

아이슬란드 총리

아야드 알라위(Ayad Allawi)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Ali Abu al-Ragheb)

전 요르단 총리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르 알 타니(Hamad bin Jassim bin Jaber Al Thani)

전 카타르 총리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Sheikh Hamad bin Khalifa Al Thani)

전 카타르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빈 압둘라흐만 알 사드(Salman bin Abdulaziz bin Abdulrahman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아메드 알리 알미르가니(Ahmad Ali al-Mirghani)

전 수단 대통령

칼리파 빈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Khalifa bin Zayed bin Sultan Al Nahyan)

아랍 에메레이트 대통령. 아부다비 왕

파블로 라자렌코(Pavlo Lazarenko)

유죄가 확정된 전 우크라이나 수상

페트로 포로셴코(Petro Poros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

▲ 표: 조세도피처로 간 각국 정치 지도자

한국 주소로 된 한국인 이름은 현재 195명…공적 보도가치 있는 인물 공개

뉴스타파 취재진도 모색 폰세가 유출 데이터에서 ‘Korea’로 검색되는 만 5천여 건의 파일 속에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 명의 한국인 이름을 찾아냈다. 한국 주소가 아닌 해외 주소를 기재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비밀계좌를 만든 경우도 많아 정확한 한국인 규모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힘들다.

뉴스타파는 유출 데이터에서 찾아낸 한국인 이름 가운데 신원을 확인한 사람을 대상으로, 공적 보도 가치가 있을 경우 4월 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ICIJ의 주요 기사도 전문 번역해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마련한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특별페이지를 통해 게재할 예정이다.


취재 : 김용진
촬영 : 김남범
편집 : 정지성

월, 2016/04/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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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세월호 관련 공적 서훈 16명 확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된 공적으로 경찰과 청와대 파견 공무원 등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파악된 수훈자는 16명이며, 2014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수여됐다. 인명구조 지원 근무 수행 중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5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적 사유는 세월호 참사에 잘 대응했다는 것이다.

▲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 광장 뒤 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 광장 뒤 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세월호 관련 ‘충실한 자료 준비’와 ‘원활한 대국회 활동 기여’로 청와대 파견근무 공무원 포상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조홍남 국무조정실 국장은 2014년 12월 31일 근정포장을 받았다.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조 국장의 공적 사유는 ‘2014년 우수공무원 포상’으로만 돼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조 국장의 구체적인 공적 사유는 “국회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 국정감사, 운영위 및 예결위의 현안 질의에 대한 충실한 자료 준비와 대응으로 대통령 비서실의 원활한 대국회 활동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그의 공적과 전혀 달랐다. 2014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열렸는데, 당시 청와대는 야당 특위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거의 대부분 제출을 거부했다. 특위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중에는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상세 내역과 대통령 참석 회의 내역 등 참사 초기 청와대의 대응 조치를 규명하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신변 경호상 등의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비협조로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는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조 국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에서 대국회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충실한 자료 준비’ 등의 공적 사유로 조 국장에게 포장을 수여했다.

▲ 지난 2014년 7월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당시 청와대 기관보고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진. 청와대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 지난 2014년 7월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당시 청와대 기관보고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진. 청와대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유지’가 공적사유?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단원 경찰서장이었던 구장회 총경도 근정포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4년 10월 21일에 근정포장을 받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그의 공적 사유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유지 및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공감치안 실현” 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장을 받기 5개월 전, 단원 경찰서 형사들이 유가족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 당시 구장회 서장이 공개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2014년 5월 19일 단원 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경찰 2명이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던 유가족들을 몰래 미행하면서 동향을 파악하려다 발각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구 전 서장은 물론 최동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유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런데 5개월 후 최동해 전 청장의 추천으로 구 전 서장이 근정포장을 받은 것이다. 그의 공적에 ‘세월호 참사 완벽한 상황 유지’라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에는 유가족들의 동향 파악과 미행도 포함돼 있었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안산단원 경찰서를 찾아, ‘완벽한 상황유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밖에 세월호 관련 공적으로 훈장을 받은 이들의 공적 사유에는 “세월호 집회 등 안정적인 집회 관리”, “유병균 등 세월호 관련자 검거”, “세월호 실종자 수색”, “세월호 사고에 따른 신속한 지원”, “세월호 침몰 사건 신속한 수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다. 아직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9명의 미수습자가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준 의도는 뭘까?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 특조위의 확고한 입장인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는 이미 끝난 거야”라는 말을 세월호 서훈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충청북도 청주 청남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 동상.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훈장을 활용했다.

▲ 충청북도 청주 청남대에 있는 역대 대통령 동상.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훈장을 활용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재임 12년 동안, 자신과 부통령 이시영 이외엔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에게 일체 건국훈장을 수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독립운동하면 떠오르는 김구와 안중근, 윤봉길 등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독립운동가에게 본격적으로 건국훈장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 부터다. 하지만 박정희는 친일파에게도 각종 훈장을 무더기로 수여했다. 그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전두환과 노태우는 ‘조세의 날’ 훈포상을 통해 재벌 총수들에게 본격적으로 훈장을 주기 시작했다. 무엇을 노렸을까? 이명박이 재임 5개월 짜리 단명 장관들에게도 퇴임 후 훈장을 준 사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 <훈장, 정권의 수사학>편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 집권자들이 훈장을 통치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집중 추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특집 다큐멘터리와 ‘훈장과 권력’ 특별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 2016/08/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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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의 최대 목적은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들어올리는 인양방식을 쓴 것도 시신 유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해수부는 최소한 미수습자 유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개실부에 대해선 창문을 비롯한 모든 개구부에 유실방지망부터 설치한 뒤 본격적인 수중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수면 위로 드러난 선체의 모습은 해수부의 말을 무색케 한다.

특조위 수중 촬영 영상 중 뻥 뚫린 객실 부분

▲ 특조위 수중 촬영 영상 중 뻥 뚫린 객실 부분

2015년 특조위 수중영상에 포착된 객실층의 거대한 균열

지난 2015년 11월 22일, 당시 세월호특조위는 민간잠수사들을 대동하고 바닷속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촬영하기 위해 인양 현장을 찾았다. 인양 작업 도중 선체 곳곳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부위들의 본래 상태를 기록해 두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해수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고, 결국 특조위는 잠수용 바지선이 아닌 낚싯배를 빌려 수중 촬영을 시도했다.

당시 특조위의 촬영 목표는 조타실과 러더, 그리고 프로펠러였다. 그러나 러더를 찾아 잠수했던 잠수사가 방향을 잘못 잡아 선체의 바닥면이 아닌 정반대편 갑판면을 따라 잠수하게 됐다. 그런데 바닥면에서 3미터쯤 상승한 지점에서 선체가 크게 찢겨져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의 훼손 부위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은 5층 객실부에 있는 전시실과 선원 숙소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부위였다. 또한 선체가 침몰하면서 4층과 5층의 선미 좌측 부위들이 거의 붙어버릴 정도로 찌그러졌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과도 연결되는 공간이 발생했을 여지가 충분했다.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상하이샐비지가 객실층의 모든 개구부에 대한 유실방지망 설치를 완료했다고 말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 부위는 이렇게 크게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인양된 선체에서 포착된 5층 균열부 + 설계도면

▲ 인양된 선체에서 포착된 5층 균열부 + 설계도면

올려진 선체에서도 균열 확인…유실방지망 설치 안 돼

그렇다면 그 이후엔 이곳에 유실방지 장치를 설치했을까. 반잠수선 위에 올려진 세월호 선체의 5층 객실부를 살펴보면 특조위의 수중영상에 포착된 것과 같은 위치에 선체가 크게 훼손된 모습이 확인된다. 그러나 유실방지망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이곳은 좌측으로 눕혀진 선체의 하단부에 해당돼, 배수작업 과정에서 물과 함께 유해와 유품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높은 부위다.

뉴스타파가 직접 확인한 이 부위 말고도 객실부에 대한 유실방지가 미비했다는 정황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선수쪽 객실부에서 토사와 함께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돼지뼈 7점을 미수습자의 유해로 오인해 해수부가 긴급 브리핑을 여는 일도 있었다. 이 브리핑에서 해수부는 세월호 전체에 2백 곳이 넘는 개구부가 존재하며 대부분 유실방지망으로 차단했다면서도, 바닥면과 닿아있던 객실부 창문들의 경우엔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실방지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양이 진행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정형민, 신영철
영상편집 : 윤석민

목, 2017/03/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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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일간의 침묵을 깬 북한의 화성 15호 발사

지난 11월 29일 저녁, 북한이 74일간의 침묵을 깨고 사상 세 번째이자 가장 성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언론의 격한 반응과 함께 워싱턴 강경파들의 대북 선제공격이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엄포를 불러일으켰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 미친 자가 우리 국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 의회 내 보수 세력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었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그레이엄 의원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수십만 명의 미국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이 죽을 수 있다는 예측을 손쉽게 무시한 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것과 미국 국토를 파괴하는 것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정권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거만하게 선언했다.

한편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국장은 월스트리터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20%로 평가한 자신의 예측이 이번 미사일 발사 때문에 바뀌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다른 전문가들은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50%나 그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이 “국가핵무력” 완성이 실현됐다는 북한 측의 발표, 그리고 이전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이 소위 ‘도발’ 이상의 것을 계획중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침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이 워싱턴포스트에 제기했다. 코사 소장은 “북한은 우리가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는 확신이 서면” 유엔이 북한에 가한 제재를 해제해주는 대가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부분의 신문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ICBM 발사 실험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최초 보도8,000마일(약 1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화성 15호의 잠재적 사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제목과 같이, 북한 신무기의 사정권에 “미국 수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화성 15호 발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 온 사람들에게 있어 이 정도 규모의 미사일 실험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북한은 최근 성명 및 미국 전문가들과의 비공식 회담을 통해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목표는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임을 강조했고, 일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후 평화 회담에 임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지난 10월 북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외교에 임하기에 앞서, 우리는 [북한이] 미국의 어떠한 침공에도 대항할 수 있는 방어 및 공격 역량을 갖추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외무성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미국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에게 이와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가들 중 두 명인 수잔 디마지오조엘 위트는 11월 7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우리와의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는 많은 무기를 보유한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이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그들이 탈출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적 해법이 북한에 관한 언론과 정치권의 논쟁을 지배하고 있는 워싱턴에서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반전평화단체 ‘플라우쉐어재단(Ploughshares Fund)’의 조 시린시온 대표는 지난달 28일 MSNBC의 유명 진보성향 토크쇼 진행자 레이첼 매도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는 우리가 북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과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북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협상도 시도해보지 않았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북한과의 전면전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던 지난 2002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시린시온 대표는 이번 미사일 실험은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숙고하여 한 발짝 나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북한 측이 60일간 미사일 실험을 멈춘다면 그것이 “(김정은 정권과의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북한 측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기사를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74일간 실험을 중지했음에도 “우리(미국 정부)는 어떠한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시린시온 대표는 말했다.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트럼프, “미국의 선제타격 우려한다”는 문재인

전쟁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자, 언론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11월 방한 당시 김정은과 “협상을 하겠다”는 발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막 보고를 마친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더 솔직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탄도미사일이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들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발사가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만들려는 연구개발 노력의 일환”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가 기존에 사용한 적이 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언급은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사용하는 표준적인 용어보다 훨씬 부드러우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매티스 장관 등이 지난달 초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사용하던,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용어보다 당연히 덜 위협적이다.

그러나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하는 “역사적 대업을 마침내 실현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떤 기회를 포착했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기자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태평양에 정상적인 궤도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미사일 실험 동결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실험에 대한 텔레비전 중계 발표는 “아마도 북한의 국내 선전선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워싱턴 분석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폐기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을 때에만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올해 수차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수잔 디마지오는 “트럼프 대통령 등의 선동적인 발언”이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 그리고 경제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 그러한 신호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11월 초에 밝힌 바 있다. 디마지오는 또 보수 성향인 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이루었다고 믿을 때까지 무기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분석가들도 이번 미사일 실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와 압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이 핵탄두 탄도미사일 완성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측의 선제타격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미사일 발사 직후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군축협의회 분석가 킹스턴 레이프 국장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성명이 “놀랍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대통령조차 트럼프가 파국을 초래하는 전쟁을 일으킬 것을 염려한다”고 적었다.

수, 2017/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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