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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고리 5.6호기와 우리의 ‘내일’

신고리 5.6호기와 우리의 ‘내일’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기후변화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극적으로 진행돼,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인 1400만 년 전의 기후에 도달할 것이다.” -리즈 헤들리- “우리는 6번째 멸종기에 진입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이런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앞으로 20년 정도로 추정된다.” -토니 바르노스키- |
다큐 '내일'은 아기 엄마인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사진>과 환경운동가 시릴 디옹, 두 감독이 세계 10개국을 다니며 촬영한 로드무비이다.[/caption]
로랑과 이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 시빌 디옹의 목표는 인류의 절멸위기에 대한 묵시록적 경고보다는, 해결을 위한 대안 찾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10개국의 전문가들과 현장을 통해 재앙으로 이끈 과정과 구조를 밝혀내는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생태적 농업, 에너지 전환, 경제체제 개편, 더 많은 민주주의, 제대로 된 교육 등 각 부분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에 우리가 동참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고 결론을 맺는다.
결국 우리의 결단과 행동이 중요하다. 당장 우리의 ‘내일’을 위해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계속 핵의 공포 속에서 불안에 떠는 내일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신재생 에너지 등 생태적 에너지로 전환해 안전을 향유하는 내일을 선택할 것인가.
선거 당시 5,6호기의 백지화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 결정을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겠다고 제안한 것은 분명한 공약 후퇴이자 책임전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사안을 숙의민주주의 방식인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처럼 지나치게 한정적인 문제보다는 탈원전 정책의 로드맵과 같은 좀 더 범위가 큰 내용이었다면 더 소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표 이후 공론화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이제는 이 문제를 결정할 ‘시민참여단’에 참여할 분들을 찾기 위한 첫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마당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내일’을 지켜내야만 한다.
애초 탈원전 의견이 훨씬 우세했던 여론의 지형이 최근 들어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마피아를 비롯해 원전에 자신들의 단기적 이익이 걸려 있는 이들이 5,6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원전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둘째, 탈원전을 하면 전기료가 폭등한다. 셋째, 원전정책은 일반 시민의 상식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전문성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넷째, 이미 90% 가량 진행된 원전공사를 중단하면 매몰비용이 너무 크다. 다섯째, 원전수출 정책에 차질이 빚어진다. 등등 원자력 전문가라는 이들을 앞세운 이들의 주장이 주요 언론매체와 사화관계망서비스에 엄청난 물량으로 쏟아져내면서 정보의 비대칭 상태가 이뤄진 결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허점투성이다.
우선 원전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을 보자. 후쿠시마 원전은 1억년에 한번 사고가 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지진이 나자 동시에 3기의 원전이 폭발했다. 또 가동된 60년 사이 6기의 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우리 원전에서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했는지 다시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더 큰 문제는 폐기물 처리의 문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최소한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안전하게 해결한 나라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최근 달걀에서 디디티(DDT)가 검출돼 크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 달걀을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디디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디디티의 반감기가 최대 24년이나 되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79년 이전 뿌려진 것이 흙에 잔류해 있다가 닭과 달걀에서 검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관동대 송재석(예방의학)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3%에서 디디티 성분이 검출됐고 태어난 이후 한 번도 디디티를 직접 사용한 농작물을 섭취하지 않은 어린이의 16.2%에서도 검출됐다고 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디디티의 위험이 이 정도라면 핵의 위험이 얼마나 가공할 수준일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을 폐쇄하면 전기료가 폭등할 것이라는 원전 지지세력의 주장도 터무니없이 과장됐음이 드러났다. 서울대 황일순 교수는 자유한국당 주최 ‘포퓰리즘 탈원전정책 바로잡기 토론회’에 나가 탈원전정책을 하면 2030년까지 전기료가 3.3배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 소비자들의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표했던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이미 발표했던 자료를 고쳤다고 토로했다.
이러니 전문가들이 상식을 지닌 시민들보다 더 낫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주장의 핵심 메시지는 서울대 조환규 교수의 발언 속에 드러나 있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5,6호기를 건설중단하면, “원전 건설 부분과 원자력을 연구하는 대학과 같은 곳은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갖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들의 일터를 잃는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의 전문성은 중요하다. 단 그 전문성이 사적인 이해를 위해 왜곡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익을 편취하기 위해 ‘전문가’란 이름으로 곡학아세하는 이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영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오언 존스의 <기득권층>은 언론인, 학자, 금융인 등 전문가들이 어떻게 그들의 사익을 지키기 위해 결탁해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러므로 지켜야할 급박한 사익이 있는 소위 전문가란 이들보다 일반시민이 더 공공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경우, 일반 시민에게 왜곡된 거짓정보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만 한다. 실제로 이런 숙의민주주의를 실험한 여러 나라의 경우를 보면, 전문가들의 특수한 지식에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지식이 결합할 때 비로소 공공선에 부합하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가능함을 확인해주었다.
매몰비용의 문제나 원전 수출 등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다 지은 새 원전을 포기해 다른 용도로 전환한 사례들이 있다. 그리고 신고리 5,6호기에 이미 들어간 돈보다 추가로 들어갈 돈이 훨씬 더 많다.
이제 더 이상 사익을 지키고자 사실을 왜곡하며 거짓 논리를 펴는 원전마피아들의 이야기에 휘둘려선 안 된다. 그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올바른 여론을 만들어감으로써, 공론화위원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지금 당장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멜라니 로랑처럼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없다.













































































ⓒ 뉴스1[/caption]
왜 산란계에 이처럼 커다란 피해가 집중하게 되었을까? 근본적 원인은 동물복지가 적용되지 않는 정부 정책실패와 공장형 대량생산체계에 원인이 있으며 세부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긴급행동지침 문제와 살처분 정책으로 인한 AI 방역정책 실패이다. 긴급행동지침을 2016년 6월에 국내 발생이 확인되었을 경우 이전에는 경계 단계로 설정하고 대응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을 주의단계로 한 단계 낮추어 놓은 것이다. 또한 백신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예방적 실처분에만 의존하는 정책에 따라 매몰된 수가 크게 증가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도적 살처분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생매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밀집사육 환경의 문제이다. 저가의 달걀을 대량 생산 하기 위한 공장형 밀집사육이 AI 급속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닭 한 마리 당 사육면적은 A4용지 면적 0.06㎡ 보다 작은 0.04㎡(20cm×20cm)이다. 닭이 정상적 활동을 하면서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으며 알을 낳는 기계에 가깝게 사육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밀집 사육환경은 면역력 저하와 바이러스 증폭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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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 1장보다 작은 0.04㎡(20cm×20cm) 면적에서 평생 살아가야하는 산란계들. 좁은 면적에 여러 마리가 함께 살아야해 서로 쪼지 못하게 병아리때 부리를 잘라버린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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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닭장 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란계의 모습 ⓒ farmsanctuary[/caption]
셋째, 수직계열화에 따른 대규모화 문제이다. 현재 닭은 90%, 오리는 95%정도가 수직계열화 되어 있다. 산란계 농장들이 최근 현대화 시설로 6만~20만 마리 이상으로 대규모화되었으며 AI 발생도 이들 큰 농장에서 대부분 발생하였고 그 결과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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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의 공장형 밀집 사육장. 사진 속의 사육장은 우리를 2층으로 쌓아놓은 형태지만 장소에 따라 3-4층을 쌓아놓은 곳도 있다. ⓒ farmsanctuary[/caption]
EU는 1986년 산란계의 과도한 밀집사육을 금지하는 지침을 제정하였으며, 1997년 동물보호를 위한 기본방향으로 다음 다섯 가지 지침을 채택하였다. 첫째, 배고픔 영양불량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둘째,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셋째,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넷째,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다섯째,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그것이다. EU의회는 2001년에 동물복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2012년부터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였다. EU의 동물복지정책은 AI에 대한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와 2013년 AI 발생건수가 스웨덴 1건, 영국 3건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3월 산란계에 대해 처음으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가 도입되어 운영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인증을 받은 농장은 89곳이 있다. 이번 AI 피해를 입은 농장은 이들 가운데 단 1곳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사육되는 동물에도 최소한의 복지가 시행될 경우 AI 발생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가금동물의 산란-부화-성장-사망의 전 과정에서 동물복지가 실현되어야 AI 참사를 피할 수 있다. AI 발생은 철새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잘못된 사육 방식과 동물복지정책의 실패가 문제라는 것을 되새겨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글은 2017.01.08 한국일보 오피니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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