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ope to talk to you 1 minute. I am missing my old son 40 years old. (1분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나는 40세의 나이든 나의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상영 중인 영화 <I CAN SPEAK>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영어를 배운 70세 아버지가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씨의 아버지 박홍순 씨다. 박 씨는 아들을 찾기 위한 서명을 한사람에게라도 더 받기 위해 못하는 영어를 줄줄 외웠다. 경비일을 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틈틈이 영어공부를 했다. 이제는 외국인에게도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사건이에요. 수색 촉구 서명란에 선뜻 손을 내미는 사람조차도 종종 ‘잘 몰랐어요’라고 말합니다. 배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기 때문에 외국사람들에게도 이 사건을 알려 협조를 구해야 해요. 제가 영어를 외우게 된 이유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박홍순 씨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10만 명 서명’을 채울 생각 뿐이다. 지난 8월 20일 서명운동을 시작해 현재(9월 29일)까지 약 3만5천 명의 서명을 모았다. 명절 쇠러 고향에 가느라 텅 빌 ‘사람 없는 서울’이 걱정이다. 추석 때마다 지냈던 제사도 올해는 생략한다. 아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어 제사도 지낼 수 없다.
70살 아버지가 헬스를 시작한 이유
박 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헬스를 시작했다. 아들을 잃어버린 사람이 무슨 운동인가 싶겠지만, 2교대인 경비일과 서명운동을 같이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 격일로 새벽 4시30분에 지하철 첫차를 타고 일터에 가면 꼬박 24시간이 넘어야 일이 끝난다. 다음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 그리고 집에 와 쪽잠을 자고 3시간 뒤 다시 짐을 챙긴다. 아침 9시30분이 되면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에 나간다. 서명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틴지 한 달. 아들을 찾을 때까지 70세 아버지는 운동을 그만둘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실종됐습니다. 사람들은 생존가능성을 말하지 않지만, 침몰 지점 부근에는 우리나라 크기만한 무인섬과 유인섬들이 많아요. 섬들 중 어딘가에 아들은 표류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들은 아내의 꿈에 나와 “걱정마세요”라며 헛헛하게 웃어요. 분명 살아 있습니다.
박 씨는 평생 아들에게 못해준 말이 있다. 20년을 군인으로 살아 무뚝뚝함이 몸에 밴 아버지는 내일 당장 아들이 돌아온다면 ‘보고 싶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쑥쓰러워 못했던 말들을 꼭 해주고 싶다.
②“올해 추석은 꼭 같이 보내겠다더니, 언제 오니 아들아…”
-3등 기관사 문원준(26)의 아버지 문승용(59)
문승용 씨와 아들 문원준 씨가 올해 2월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이 사진이 문승용 씨가 아들과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아들 원준이는 작년 추석에도 한국에 없었다. 그때도 브라질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었다. 올해 추석은 가족과 꼭 같이 보내겠다고 했다. 제주도에 있는 할머니의 수술을 걱정하며 올해 추석이 되면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직접 운전해서 여행도 다니겠다고 약속했던 곰살맞은 손주였다.
“이번 추석 때는 원준이 오는 거지?” 아직 손자의 실종 소식을 모르는 할머니는 추석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 손자부터 찾는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다. “원준이가 아직 브라질에 있어요. 그래서 올해도 못올 지 모른다네요.” 이 말은 거짓일 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다. 아들이 브라질 어딘가에 있는지, 무인도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어머니에게 손자마저 대체복무 중 실종됐다고, 그런 손자를 더이상 국가가 찾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는 할 수가 없다.
아들은 한국해양대 68기 명예사관장(학생회장)이었다. 장래가 누구보다 촉망됐던 대학생이었다. 아들은 세월호 참사를 늘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올해 1월 열린 해양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2,000명을 대표해 연단에 올라 “세월호 같은 무참한 인명사고가 바다 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은 물론 사명감을 갖기 바란다”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지 않는 68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던 아들. 아들은 군 대체복무 중 스텔라데이지호와 함께 바다에서 실종됐다.
스텔라데이지호 3등 기관사로 대체복무 중 실종된 문원준 씨. 그 옆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한희승 회장이 앉아있다.
대체복무를 할 회사로 태영상선, 장금상선에도 합격했던 원준 씨가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을 선택한 건 “신(新) 조선을 태워주겠다”고 했던 김완중 회장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 말을 지키지 않았다. 원준씨는 선령 25년의 노후 선박, 스텔라데이지호에 올랐다가 지난 3월 31일 실종됐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유조선을 2009년 철광석운반석으로 개조한 선박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선령의 스텔라유니콘호, 스텔라퀸호도 가지고 있다. 이들 선박도 심각한 균열이 생겨 지난 4월과 5월 회황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침몰 직전 선장이 “2번 포트에서 물이 샌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아버지는 낡은 배를 무리하게 출항시키다 침몰시킨 선사가 원망스럽다. 위험천만한 노후선박의 도입을 규제하지 않고, 안전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정부가 죽도록 원망스럽다.
“그 큰 배를 인양해 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에요”
문 씨가 정부에 무조건 아들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장 3개 규모의 큰 배를 인양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다. 그저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정부가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아들이 실종된 지 6개월, 이제는 포기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 씨는 아직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안에 있었던 구명뗏목 4척 중 3척이 발견됐고, 그 중 1척에서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나머지 1척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구명 뗏목에는 낚시도구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다. 그 곳에 실종자들이 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2012년엔 멕시코인 살바도르가 438일간 대서양을 표류하다가 발견됐고, 1973년엔 영국인 베일리 부부가 구명뗏목에서 117일간 표류하다 발견되기도 했잖아요. 우리 아들도 어딘가 표류하고 있을 지 몰라요.
지난 4월 9일 미 해군 초계기가 구명뗏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해경 공문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었다.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부산일보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구명 뗏목 추정 물체는 기름띠”였다는 기사가 났다. 해당 기자가 정부가 아닌 선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미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외교부에 요청했다. 자료를 받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외교부는 아직까지 미 초계기가 찍은 영상이나 사진, 기름띠로 분석한 근거 자료 등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외교부 측은 “미국 측에서 한국과 공유할 자료가 없다고 전해왔다. 미국이 육안이든, 자료를 통해서든 제대로 분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초계기 수색을 했던 것인데 계속 자료요청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름띠 분석 자료에 대해서도 따로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 초계기가 어떻게 구명뗏목과 기름띠를 헷갈릴 수 있는지, 어떤 자료를 분석한 건지 알고 싶어서 정부에 미국 측에 요청해 자료를 받아다 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외교부는 그 조차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구명 뗏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포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늦어지고 축소된 정부 수색…진정성 믿을 수 없어”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이유가 있다. 수색 과정 내내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사고해역의 해상촬영이 가능한 국내 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알아 외교부에 요청했고, 해류에 따라 바뀌는 수색구역을 재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해류전문가도 가족들이 수소문해서 외교부에 소개했다. 전문가도 아닌 가족들이 모든 것을 일일이 조사해서 정부에 제안하는 동안 수색을 위한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문재인 정부 민원 1호로 접수되면서 청와대가 수색 재개를 지시해 지난 6월 24일 다시 수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가족들은 정부 수색선 2척 투입을 요구했지만, 1척만 투입됐다. 수색구역도 당초 가족들과 약속했던 것에서 대폭 축소됐다. (기존 가로 300km·세로 220km에서 가로 220km·세로 130km로 축소).
수색이 이뤄진 건 16일이었다. 비용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예산 10억 안에서 수색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색구역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수색에 들어간 비용은 6억 가량이었다. 예산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수색을 중단한 것이다. 문 씨는 이 모든 과정이 정부의 생색내기로 느껴졌다.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수족은 하나도 바뀐 게 없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실종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건지, 생색내기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청와대가 아래 공무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챙겼으면 좋겠어요.
문 씨는 아들이 실종된 후 매일 청운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에 나온다.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9월 말로 자신이 운영하던 무역회사도 정리한다. 추석에는 기도원에 들어간다. 5일간 단식을 하기로했다. 신앙의 힘을 빌려서라도 아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문 씨에게 이번 추석은 아들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실종된 아들의 이야기를 참 씩씩하게도 말하던 문승용 씨. 아들이 돌아오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돌아오면…사랑한다고 말할래요. 그리고 우리는 너를 포기 하지 않았다고, 돌아올 줄 알았다고, 어렵게 살아 돌아왔으니 더 힘든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배를 또 탄다고 하면요? 정말 말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들은 해양대를 사랑했고, 바다를 사랑했고, 배를 타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으니까요.”
③ 술로 지낸 6개월…“악플만이라도 달지 말아주세요”
-3등 항해사 윤동영(26)의 아버지 윤종률(54)
윤종률 씨가 아들 동영 씨의 2015년 목포해양대 졸업식날 찍은 사진
윤종률 씨는 아들이 실종된 날부터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 정신력만은 강하다고 자부하며 살았던 가장이었다. 하지만 술 없이 버틸 수가 없었다. 경북 영천에서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던 윤종률 씨의 삶은 아들이 실종된 뒤 완전히 무너졌다. 건강하던 소들은 열사병을 앓았고, 4,000평 규모의 농사는 쑥대밭이 됐다. 추석 때 고향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주말에 한번 씩 시골 경북 영천에 내려가면, 이런 말을 합니다. ‘정부에서 수색을 그렇게 많이 하고 선사에서 그렇게 많이 하는데, 뭘 더 찾는다 말입니까’ 사람들은 정부와 선사가 엄청 수색한 줄 알아요.
3등 항해사로 스텔라데이지호를 탔던 윤동영 씨도 대체복무 중에 사고를 당했다. 원래는 한진해운의 배를 탔는데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폴라리스쉬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가 한진해운의 관리 감독을 잘 했더라면 파산하지 않았을 테고, 아들이 스텔라데이지호를 탈 일도 없었을텐데… 윤 씨도 정부가 원망스럽다.
스텔라데이지호에서 아들 윤동영 씨가 찍어 보내줬던 사진. 윤 씨 옆은 구조된 필리핀 선원. 윤종률 씨는 취재진에게 “이 사진이 마지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실종됐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질듯 아픈데 윤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인터넷 댓글이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 ‘보상금 더 받으려고 농성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 하는 댓글을 볼 때마다 두 번 죽는 심정이다.
모르면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부모가 보상금을 노리고 생계 버리고 이렇게 매일 농성을 하겠습니까. 댓글을 보다가 잠을 못 잡니다. 같은 부모의 심정으로 관심 갖지 않을 거라면, 악플이라도 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해양대 졸업생들은 또 낡은 배를 탈 텐데…”
현재 국내에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이 유조선에서 철광석 운반석으로 개조된 노후선박이 29척 더 있다. 선령은 최소 22년에서 27년에 이른다. 이중 18척이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이다. 문 씨는 자신의 해양대 졸업생들이 또 낡은 배에 올라 아들과 같은 비극을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스텔라데이지호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국가가 해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 해양대인데,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똑똑한 해양업계 인재들을 선사가 돈 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언제까지 애들을 바다 위의 시한 폭탄에 태울 겁니까. 이제라도 정부가 노후선박 도입을 규제해서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막아야 합니다.
절망과 좌절 속에 버틴 6개월. 그나마 한국의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것이 윤 씨에겐 희망이다. “한국이 추워지면 지구 반대편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해있는 남대서양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아들이 버티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았을까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찾고 있는 구명 뗏목의 모습.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선원들이 생존도구가 구비돼 있는 이 뗏목을 타고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남대서양에서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6개월. 24명의 선원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된 뒤 아직 22명(필리핀 14명, 한국인 8명)은 찾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 근처와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운동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에 △외교부측의 미 해군이 촬영한 구명뗏목 영상 또는 사진 공개 △진상규명과 수색을 위한 정부 비상합동대책반 설치 △침몰 선박 인근 섬 수색 △선박 침몰 지점 심해수색 장비 투입 △폴라리스쉬핑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I hope to talk to you 1 minute. I am missing my old son 40 years old. (1분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나는 40세의 나이든 나의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상영 중인 영화 <I CAN SPEAK>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영어를 배운 70세 아버지가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씨의 아버지 박홍순 씨다. 박 씨는 아들을 찾기 위한 서명을 한사람에게라도 더 받기 위해 못하는 영어를 줄줄 외웠다. 경비일을 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틈틈이 영어공부를 했다. 이제는 외국인에게도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사건이에요. 수색 촉구 서명란에 선뜻 손을 내미는 사람조차도 종종 ‘잘 몰랐어요’라고 말합니다. 배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기 때문에 외국사람들에게도 이 사건을 알려 협조를 구해야 해요. 제가 영어를 외우게 된 이유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박홍순 씨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10만 명 서명’을 채울 생각 뿐이다. 지난 8월 20일 서명운동을 시작해 현재(9월 29일)까지 약 3만5천 명의 서명을 모았다. 명절 쇠러 고향에 가느라 텅 빌 ‘사람 없는 서울’이 걱정이다. 추석 때마다 지냈던 제사도 올해는 생략한다. 아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어 제사도 지낼 수 없다.
70살 아버지가 헬스를 시작한 이유
박 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헬스를 시작했다. 아들을 잃어버린 사람이 무슨 운동인가 싶겠지만, 2교대인 경비일과 서명운동을 같이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 격일로 새벽 4시30분에 지하철 첫차를 타고 일터에 가면 꼬박 24시간이 넘어야 일이 끝난다. 다음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 그리고 집에 와 쪽잠을 자고 3시간 뒤 다시 짐을 챙긴다. 아침 9시30분이 되면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에 나간다. 서명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틴지 한 달. 아들을 찾을 때까지 70세 아버지는 운동을 그만둘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실종됐습니다. 사람들은 생존가능성을 말하지 않지만, 침몰 지점 부근에는 우리나라 크기만한 무인섬과 유인섬들이 많아요. 섬들 중 어딘가에 아들은 표류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아들은 아내의 꿈에 나와 “걱정마세요”라며 헛헛하게 웃어요. 분명 살아 있습니다.
박 씨는 평생 아들에게 못해준 말이 있다. 20년을 군인으로 살아 무뚝뚝함이 몸에 밴 아버지는 내일 당장 아들이 돌아온다면 ‘보고 싶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쑥쓰러워 못했던 말들을 꼭 해주고 싶다.
②“올해 추석은 꼭 같이 보내겠다더니, 언제 오니 아들아…”
-3등 기관사 문원준(26)의 아버지 문승용(59)
문승용 씨와 아들 문원준 씨가 올해 2월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이 사진이 문승용 씨가 아들과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아들 원준이는 작년 추석에도 한국에 없었다. 그때도 브라질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었다. 올해 추석은 가족과 꼭 같이 보내겠다고 했다. 제주도에 있는 할머니의 수술을 걱정하며 올해 추석이 되면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직접 운전해서 여행도 다니겠다고 약속했던 곰살맞은 손주였다.
“이번 추석 때는 원준이 오는 거지?” 아직 손자의 실종 소식을 모르는 할머니는 추석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 손자부터 찾는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다. “원준이가 아직 브라질에 있어요. 그래서 올해도 못올 지 모른다네요.” 이 말은 거짓일 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다. 아들이 브라질 어딘가에 있는지, 무인도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어머니에게 손자마저 대체복무 중 실종됐다고, 그런 손자를 더이상 국가가 찾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는 할 수가 없다.
아들은 한국해양대 68기 명예사관장(학생회장)이었다. 장래가 누구보다 촉망됐던 대학생이었다. 아들은 세월호 참사를 늘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올해 1월 열린 해양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2,000명을 대표해 연단에 올라 “세월호 같은 무참한 인명사고가 바다 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은 물론 사명감을 갖기 바란다”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지 않는 68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만들지 않겠다던 아들. 아들은 군 대체복무 중 스텔라데이지호와 함께 바다에서 실종됐다.
스텔라데이지호 3등 기관사로 대체복무 중 실종된 문원준 씨. 그 옆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한희승 회장이 앉아있다.
대체복무를 할 회사로 태영상선, 장금상선에도 합격했던 원준 씨가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을 선택한 건 “신(新) 조선을 태워주겠다”고 했던 김완중 회장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 말을 지키지 않았다. 원준씨는 선령 25년의 노후 선박, 스텔라데이지호에 올랐다가 지난 3월 31일 실종됐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유조선을 2009년 철광석운반석으로 개조한 선박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선령의 스텔라유니콘호, 스텔라퀸호도 가지고 있다. 이들 선박도 심각한 균열이 생겨 지난 4월과 5월 회황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침몰 직전 선장이 “2번 포트에서 물이 샌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아버지는 낡은 배를 무리하게 출항시키다 침몰시킨 선사가 원망스럽다. 위험천만한 노후선박의 도입을 규제하지 않고, 안전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정부가 죽도록 원망스럽다.
“그 큰 배를 인양해 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에요”
문 씨가 정부에 무조건 아들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장 3개 규모의 큰 배를 인양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다. 그저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정부가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아들이 실종된 지 6개월, 이제는 포기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 씨는 아직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안에 있었던 구명뗏목 4척 중 3척이 발견됐고, 그 중 1척에서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나머지 1척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구명 뗏목에는 낚시도구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다. 그 곳에 실종자들이 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2012년엔 멕시코인 살바도르가 438일간 대서양을 표류하다가 발견됐고, 1973년엔 영국인 베일리 부부가 구명뗏목에서 117일간 표류하다 발견되기도 했잖아요. 우리 아들도 어딘가 표류하고 있을 지 몰라요.
지난 4월 9일 미 해군 초계기가 구명뗏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해경 공문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었다.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부산일보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구명 뗏목 추정 물체는 기름띠”였다는 기사가 났다. 해당 기자가 정부가 아닌 선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미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외교부에 요청했다. 자료를 받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외교부는 아직까지 미 초계기가 찍은 영상이나 사진, 기름띠로 분석한 근거 자료 등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외교부 측은 “미국 측에서 한국과 공유할 자료가 없다고 전해왔다. 미국이 육안이든, 자료를 통해서든 제대로 분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초계기 수색을 했던 것인데 계속 자료요청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름띠 분석 자료에 대해서도 따로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 초계기가 어떻게 구명뗏목과 기름띠를 헷갈릴 수 있는지, 어떤 자료를 분석한 건지 알고 싶어서 정부에 미국 측에 요청해 자료를 받아다 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외교부는 그 조차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구명 뗏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포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늦어지고 축소된 정부 수색…진정성 믿을 수 없어”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이유가 있다. 수색 과정 내내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사고해역의 해상촬영이 가능한 국내 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알아 외교부에 요청했고, 해류에 따라 바뀌는 수색구역을 재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해류전문가도 가족들이 수소문해서 외교부에 소개했다. 전문가도 아닌 가족들이 모든 것을 일일이 조사해서 정부에 제안하는 동안 수색을 위한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문재인 정부 민원 1호로 접수되면서 청와대가 수색 재개를 지시해 지난 6월 24일 다시 수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가족들은 정부 수색선 2척 투입을 요구했지만, 1척만 투입됐다. 수색구역도 당초 가족들과 약속했던 것에서 대폭 축소됐다. (기존 가로 300km·세로 220km에서 가로 220km·세로 130km로 축소).
수색이 이뤄진 건 16일이었다. 비용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예산 10억 안에서 수색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색구역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수색에 들어간 비용은 6억 가량이었다. 예산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수색을 중단한 것이다. 문 씨는 이 모든 과정이 정부의 생색내기로 느껴졌다.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수족은 하나도 바뀐 게 없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실종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건지, 생색내기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청와대가 아래 공무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챙겼으면 좋겠어요.
문 씨는 아들이 실종된 후 매일 청운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에 나온다.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9월 말로 자신이 운영하던 무역회사도 정리한다. 추석에는 기도원에 들어간다. 5일간 단식을 하기로했다. 신앙의 힘을 빌려서라도 아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문 씨에게 이번 추석은 아들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실종된 아들의 이야기를 참 씩씩하게도 말하던 문승용 씨. 아들이 돌아오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돌아오면…사랑한다고 말할래요. 그리고 우리는 너를 포기 하지 않았다고, 돌아올 줄 알았다고, 어렵게 살아 돌아왔으니 더 힘든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배를 또 탄다고 하면요? 정말 말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들은 해양대를 사랑했고, 바다를 사랑했고, 배를 타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으니까요.”
③ 술로 지낸 6개월…“악플만이라도 달지 말아주세요”
-3등 항해사 윤동영(26)의 아버지 윤종률(54)
윤종률 씨가 아들 동영 씨의 2015년 목포해양대 졸업식날 찍은 사진
윤종률 씨는 아들이 실종된 날부터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 정신력만은 강하다고 자부하며 살았던 가장이었다. 하지만 술 없이 버틸 수가 없었다. 경북 영천에서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던 윤종률 씨의 삶은 아들이 실종된 뒤 완전히 무너졌다. 건강하던 소들은 열사병을 앓았고, 4,000평 규모의 농사는 쑥대밭이 됐다. 추석 때 고향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주말에 한번 씩 시골 경북 영천에 내려가면, 이런 말을 합니다. ‘정부에서 수색을 그렇게 많이 하고 선사에서 그렇게 많이 하는데, 뭘 더 찾는다 말입니까’ 사람들은 정부와 선사가 엄청 수색한 줄 알아요.
3등 항해사로 스텔라데이지호를 탔던 윤동영 씨도 대체복무 중에 사고를 당했다. 원래는 한진해운의 배를 탔는데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폴라리스쉬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가 한진해운의 관리 감독을 잘 했더라면 파산하지 않았을 테고, 아들이 스텔라데이지호를 탈 일도 없었을텐데… 윤 씨도 정부가 원망스럽다.
스텔라데이지호에서 아들 윤동영 씨가 찍어 보내줬던 사진. 윤 씨 옆은 구조된 필리핀 선원. 윤종률 씨는 취재진에게 “이 사진이 마지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실종됐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질듯 아픈데 윤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인터넷 댓글이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 ‘보상금 더 받으려고 농성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 하는 댓글을 볼 때마다 두 번 죽는 심정이다.
모르면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부모가 보상금을 노리고 생계 버리고 이렇게 매일 농성을 하겠습니까. 댓글을 보다가 잠을 못 잡니다. 같은 부모의 심정으로 관심 갖지 않을 거라면, 악플이라도 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해양대 졸업생들은 또 낡은 배를 탈 텐데…”
현재 국내에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이 유조선에서 철광석 운반석으로 개조된 노후선박이 29척 더 있다. 선령은 최소 22년에서 27년에 이른다. 이중 18척이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이다. 문 씨는 자신의 해양대 졸업생들이 또 낡은 배에 올라 아들과 같은 비극을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스텔라데이지호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국가가 해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 해양대인데,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똑똑한 해양업계 인재들을 선사가 돈 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언제까지 애들을 바다 위의 시한 폭탄에 태울 겁니까. 이제라도 정부가 노후선박 도입을 규제해서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막아야 합니다.
절망과 좌절 속에 버틴 6개월. 그나마 한국의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것이 윤 씨에겐 희망이다. “한국이 추워지면 지구 반대편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해있는 남대서양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아들이 버티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았을까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찾고 있는 구명 뗏목의 모습.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선원들이 생존도구가 구비돼 있는 이 뗏목을 타고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남대서양에서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6개월. 24명의 선원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된 뒤 아직 22명(필리핀 14명, 한국인 8명)은 찾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 근처와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운동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에 △외교부측의 미 해군이 촬영한 구명뗏목 영상 또는 사진 공개 △진상규명과 수색을 위한 정부 비상합동대책반 설치 △침몰 선박 인근 섬 수색 △선박 침몰 지점 심해수색 장비 투입 △폴라리스쉬핑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에 한살림이 참가했습니다. 촛불 1주년을 앞두고, 정치 개혁을 바라는 운동들이 모여 지역, 부문, 계층을 망라한 다양한 정치 개혁 요구를 담은 이번 행사에는 한살림을 포함하여 농민헌법운동본부,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녹색연합 등 약 50여 개 단체들이 참여해 풍성한 공론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한살림은 ‘먹거리 기본권과 정치개혁’이라는 주제로 시민대상 캠페인을 벌이고, 행사 당일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한살림 가래떡을 구워 많은 시민들과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먹거리 기본권은 대한국민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여, 먹거리 양극화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고르게 향상시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식량자급률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먹거리의 3/4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우리농민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비단 국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소비자가 공동생산자로서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는 친환경 유기농 지역 먹거리를 확대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시작된 촛불은 해를 넘겨 23차례 동안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뜨거운 겨울을 견딘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실현시켰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이에 지난 10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으로부터 ‘2017년 인권상’에 한국의 ‘촛불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 평화적 항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 이면에 1주년 기념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는 등 촛불시민들 사이에 내홍을 있었고, 촛불이 외쳤던 적폐청산이나 개혁입법 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이 1년을 맞이한 현재, 지난 촛불이 지닌 잠재력과 한계를 성찰하고 1년 사이에 변화한 정치지형과 시민정치 담론 속에서 앞으로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전망을 밝히기 위해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장은주)는 11월 17일(금) 오후 2시부터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촛불 1주년 집담회> “촛불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를 개최합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촛불 1주년 집담회>는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승원 사회혁신리서치랩 소장,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여해 촛불이 이뤄낸 성과와 한계, 향후 시민정치에 대한 전망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12월 임시국회가 열린지 1주일이 지나도록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법안 등 중요한 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도 마찬가지 상황임. 법사위는 단 한 차례(12/15)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13분 동안 열렸을 뿐임. 뿐만 아니라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며, 논의 자체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임.
이에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한국YMCA, 한국투명성기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이번 12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임. 1인 시위는 국회 앞, 자유한국당 앞, 광화문 광장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것임. 아울러 매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다양항 메시지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임.
개요
<공수처 설치 촉구 1인 시위>
일시 장소 : 12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국회 앞 8시 30분 ~ 9시 30분 및 11시 30분 ~ 12시 30분 / 광화문 광장(세월호 농성장 근처) 8시 30분 ~ 9시 30분 및 11시 30분 ~ 12시 30분 / 자유한국당사 앞 11시 30분 ~ 12시 30분
올해로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지 7년을 맞습니다.
오는 3월 10일 토요일 후쿠시마 7주기 행사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립니다.
그동안 탈핵운동을 통해 작년에 정부가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을 채택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 건설을 중단시키지 못한 뼈아픈 경험도 있었습니다.
올해 정부는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311행사는 핵폐기물의 문제를 주제로 탈핵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 일 시 : 2018. 3.10(토) 11:00
– 장 소 : 교원공제회관(상당공원 옆)
– 참가비: 1만원
– 문 의 : 043-222-2466. 010-8888-5176(박종순)
얼마전 한수원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신규원전4기의 백지화를 의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24기의 원전이 가동중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가 후손들에게는 핵폐기물이라는 무서운 재앙을 남겨주게 됩니다.
이땅의 모든 생명에게 핵없는 사회를 물려주기 위한 염원을 담아 2018년 여름 영광에서 광화문까지 549.5km의 거리를 29일간
탈핵순례도보순례합니다.
저희 충북지역을 지나가는 3일동안 함께 걸으며 힘이 되어주실 회원분을 기다립니다.
전 일정이 아니라도 일부 구간이라도 좋습니다.
참여 희망하시는 분은 주저마시고 연락주세요~~^^
삼성병원 비호, 의료민영화 추진, 공공병원 폐쇄 메르스 재앙 확산 박근혜정부 규탄 및 대국민 사과 요구
-감염병 방역 핵심이 되는 공공의료 확충하고 의료민영화 중단하라
-2차 확산 근거지 삼성병원 비호 중단하고 전면적 역학조사 시행 및 즉시 공개하라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부터 시작된 2차 메르스 확산이 전국대형병원으로 퍼지고 있다. 평택성모병원발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 무능한 정부가 또 다시 2차 확산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이번 삼성발 2차 확산과 이에 이은 3차 확산 우려는 삼성서울병원을 방역체계의 ‘성역’으로 놓아두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전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재난 상황에 놓이게 된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게 있다. 우리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대책을 시급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삼성서울병원발 2차, 3차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당장 취해야 한다.
오늘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환자가 55명이 되었다. 이는 1차 확산의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보다 많으며 정부의 무대책으로 인해 삼성병원발 환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 2차 메르스 전국적 확산은 정부가 조기에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감염과 격리자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고 철저한 관리를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의 감염관리와 그 환자로 인한 격리자 선정 및 관리는 감염자를 확산한 삼성이 아니라 정부가 공신력을 갖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관리를 방치했다. 역학조사는 감염이 발생한지 10일 만에야 시작되었고 격리자 선정 및 관리는 삼성의 은폐 및 비협조, 정부의 방치로 늦고 부실하며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격리되었어야 할 3차 감염자들이 아예 격리대상도 아니었거나 통보도 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의 중소병원, 대형병원의 환자들과 의료진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통제를 실시해야 하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인한 메르스 밀접접촉자와 격리대상자를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 관리해야 한다. 역학조사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병원 전체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련된 역학조사 결과는 시급히 공개되어야 한다.
둘째, 메르스 긴급 전국방역망을 갖추어야 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병원에 대한 정보는 삼성 때문인지 너무 늦게 공개되었고 국민들은 메르스에 걸린 것이 의심되면 지역의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를 잘 모른다. 우선 메르스 관련 위험정보가 모두 공개되어야 하고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또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국민들에게 각 지역에 어느 병원으로 갈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변변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병원을 임시 메르스 거점병원으로 지정하여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시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중환자가 많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직접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민들의 공포는 정부가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삼성을 성역 취급하여 삼성병원발 메르스의 전국적 확산을 만든 것에서 기인한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무능함과 삼성병원에 대한 비호에서 비롯된 국민들의 공포와 메르스의 확산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민간병원을 포함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메르스 진료 병원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방어벽의 붕괴로 발생한 메르스 격리자를 지원할 실효성 있는 대책과 유급 노동자 휴직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지금 삼성병원발 감염자들이 전국의 여러 병원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격리대상자나 감염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아예 자가격리 대상자에 들어있지도 않거나 통보가 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주거공간이 자가격리를 할 형편이 아닐 경우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돌보고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주거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유급 휴직권에 대한 보장이 당장 필요하다. 휴직 휴교에 대한 대책도 절실히 필요하다. 직장인들이 자가격리를 당하면 자가격리자들과 간병을 해야 할 가족들은 당장 생계가 곤란해지고 실직의 위험에 처한다. 유급 휴직권이 없으면 휴교 시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해야 한다. 자영업자 등에 대한 생계지원도 역시 필요하다. 지금은 격리대상자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실제로 격리를 실행할 수 있는 권리 보장과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넷째, 보건의료 및 방역, 환자이송, 대민서비스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병원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인 아산병원 보안요원이 메르스에 걸린 예에서 보이듯이 병원 및 의원에서는 의사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메르스 위험에 처해있다. 청소노동자 및 비정규 노동자, 의심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병원 앰뷸런스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구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당장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대민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면서, 직장에서 주민들을 밀접 접촉하는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도 않는 기업주들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병원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어야 하고 병원인력이 확충되어야한다.
병원감염관리가 엉망임이 명확히 드러났다. 치료공간이어야 할 병원이 병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병원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수익성 추구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우선시 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병원에 대한 인증평가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감염관리에 모두 합격점을 받았음에도 병원감염관리는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기 2009년부터 민영화된 의료기관 인증평가제도는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전담해야 하며 투명한 조사와 제대로 된 감염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번 메르스 감염에서 보이듯이 병원 간병의 책임이 사회화되어야 한다. 간호인력을 확충해 보호자 없는 병원이 확대 시행되어야한다. OECD 평균 1/3에 불과한 간호인력으로는 환자 간병을 책임질 수 없다. 이러한 인력부족이 병원감염의 확산을 방치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당장 감염병동이라도 간호인력을 대폭 확충하여야 하고 실질적인 간호인력 확충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치의제도의 도입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확충 등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주치의가 있었다면 환자의 중동 여행 병력은 청취 가능했을 것이고 지역거점 공공병원만 있었더라도 환자들이 전국 대형병원을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의료민영화 정책을 즉시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
지금 이 와중에도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청문회장에서 영리병원과 의료산업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메르스에 대한 대책으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와중에도 삼성이 추진하는 원격의료를 주장하고 병원의 상업화를 주장하는 총리 내정자와 새누리당 대표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수십 명의 고위험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뿐인데 국가공중보건체계가 마비되고 국가재난 상황으로까지 감염병이 확산된 것은 각 지역에 감염병을 관리할 만한 공공병원이 부족을 넘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지정격리병상 105개는 이미 감염환자와 의심환자만으로도 부족하다. 사람들이 메르스가 의심이 되어도 지역에는 믿고 찾아갈 공공병원이 없다. 공공병원의 절대부족이 바로 한국의 의료제도가 감염병에 무너질 수 있는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 음압시설을 갖춘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 폐쇄조치가 지금의 참담한 현실의 원인이 되었다. 정부는 공공병원을 축소하려는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의 공공거점병원을 대폭 확충하고 전염병에 대한 공공병원 중심 대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또한 당장 모든 의료영리화·민영화 정책을 중단하여야 한다. 수익성 추구가 지상과제인 영리병원은 병원감염관리에 관심이 없다. 박근혜 정권은 음압격리병실을 갖추고 있는 진주의료원을 폐쇄시켰고 공공병원을 고사시키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병원 부대사업을 대폭확대하여 병원에 쇼핑몰, 호텔, 헬스장 수영장 등을 허용, 병원을 시장판으로 만드는 시행규칙을 통과시킨 장본인이다. 병원이 영리기업이 되면 환자 안전은 뒷전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 와중에도 추진하려 하는 제주도의 녹지국제영리병원 허용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 모든 의료영리화·민영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의 파산을 보고 있다. 또한 삼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접 걸린 문제에서도 성역이 되는 한국 사회의 추악함도 목도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국가 재난 상황 앞에서 또 다시 국가가 없는 세월호와 같은 재앙이 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행하는 정치를 반복하고 있으며, 아무 책임도 안지겠다는 유체 이탈의 모습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정부는 무능과 늑장대응, 삼성과의 정경유착 등으로 국민의 불신과 공포를 만든 장본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메르스 확산과 방역실패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국가재난에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은 존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삼성서울병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인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삼성병원 은폐, 의료민영화 추진, 공공병원 폐쇄로 메르스 재앙을 확산시킨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라. 또한 이 사태의 주범이 된 의료영리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병원 폐쇄와 축소 정책을 중단하라. 당장 메르스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제왕적 대통령제, 그것은 우리 헌정사의 출발에서부터 잉태됐다. 이승만의 억지로 의원내각제의 초안에 대통령체제를 덧씌우며 출범한 잡종 교배식 제헌헌법은 애초부터 대통령의 전횡을 막기 어려웠다. 원내 제1당이었던 한민당과의 갈등을 빌미로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를 제치고 직접 국민을 동원하면서 추가의 권력을 확보해나갔다. 국회에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주고자 했던 내각제 방식의 권력 구조는 도리어 대통령이 국회를 조종하는 통로로 전락했다. 여기에 권위주의 군사 정권이 등장해 국회와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정치가 행정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정치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이상한 국정 운영의 틀이 고착됐다. 그리고 대통령은 거의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위임 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이런 질곡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이 개정안을 두고 절대아성으로 구축된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국회의 불경스러운 간섭으로 간주하는 즉물적인 반발도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대통령의 무결성, 무오류성이라는 저 권위주의 체제의 패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동안 위임 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라는 문제는 학계에서 수많은 분석(혹은 법 해석)과 제도 개선 제안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 이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조차도 이전에 쓴 논문에서 독일이나 미국과 유사한 방식의 국회 개입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정도였다.(그 학자들이 왜 생각을 바꾸게 됐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변덕과 침묵은 너무도 자주 목도되는 바람에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게 됐다.) 적어도 법 이론적으로는 위헌론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하여, 널리 국민이나 국가 기관 등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를 지는 법규범은 국회가 제정하도록 명령했다.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부령 등의 행정 입법은 이러한 국회의 고유 권한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그래서 그것을 전문 용어(?)로 '위임' 명령이라 한다).
이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중개사를 찾아간 경우와 마찬가지다. 위치나 평수나 가격 등을 범위를 정해서 중개사에게 알려주면 중개사는 그에 맞추어 의뢰인의 의향과 능력에 맞게 매물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중개 수수료 수입에만 눈이 먼 중개사가 있어 아파트가 아니라 공장을 사라고 한다든지, 원하는 평수보다 훨씬 큰 아파트를 사라고 한다든지 혹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후려친다'든지 하는 경우(아쉽게도 중개사와는 달리 우리 행정부는 이런 월권을 비일비재하게 저지른다)에 의당 의뢰인은 그 중개사에게 "그게 아니니 제대로 하라"라고 요구할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의뢰인이 그렇게 요구했다고 해서 중개사가 그 매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매물 자료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시 한 번 지침을 주면서 제대로 된 매물을 찾아서 오라는, 아주 미미한 요구에 그칠 뿐이다.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은 딱 이 정도이다. 그것은 그냥 대통령이나 장관 등에 대해 거기서 만든 시행령 혹은 시행규칙이 법률에 위반되거나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니 수정하거나 변경하라-"그게 아니니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그친다. 여기에 강제력이 있니 없니, 그래서 그것이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하느니 아니니 하며 입을 댈 일은 아니다. 사리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고 너무도 명백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하라는 대로 시행령과 시행 규칙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이유도 없다. 법률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의당 무효이기 때문에 권력 분립 운운할 여지도 없다. 오로지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가 못마땅한 권위적인 행정부 혹은 대통령만 존재할 따름이다.
사실 이 부분의 문제는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이 위법하거나 부당한지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국회는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고 수정·변경을 요구했는데, 대통령이나 장관은 그 요구가 잘못된 것으로 국회가 괜히 행정부의 업무에 개입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위임해 놓고도 이런 저런 간섭으로 중개사가 일도 못 하게 하는 의뢰인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세간사와는 달리 우리 헌법의 세상은 그러한 간섭 자체를 명령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의회의 역할은 입법이나 주요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일과 함께-혹은 그 이상으로-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가지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제어하는 일에도 중점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의회는 정치적 토론과 설득의 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국민을 향해 열려 있다. 법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혹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이나 행정부로 하여금 그에 대해 답변하고 설명하고 또 반박하면서 국민들에게 그 법률(시행령)이나 정책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칼 슈미트가 의회주의의 본질을 공개와 토론에다 두고 있음은 이를 의미한다.
이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국회가 정부에 대해 배 놓아라, 감 놓아라 하며 간섭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간섭은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국회라는 장에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정치이다. 시행령·시행 규칙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는 국가 정책의 향방을 두고 국회와 대통령·행정부가 벌이는 정책 경쟁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종래에는 아무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되던 것이 이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정쟁의 대상이 되고 그래서 국민은 왜 그것이 문제가 되며 그 해결을 위한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무엇이 최선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여론이든 청원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의사를 이 정책 과정에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수정·변경 요구권-과 그것을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게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월권적·위헌적인 것이 아니라, 국회라는 대의 장치를 통해 국민이 조금씩이나마 진정한 주권자의 자리로 가 앉을 수 있는 미미한 가능성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된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전횡을 방지하며, 정치와 행정 그리고 국회와 대통령의 자리를 정위치시키는 유의미한 단초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제헌 이래 우리나라 국회는 지나치게 폄하되어 왔다. 이승만 정권의 권력욕은 국회의 권한까지도 용납하지 못 했고,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군사 정권은 정치 자체를 비생산적이라는 명분으로 부정적이거나 해악으로 가득한 것인 양 호도해 왔다. 그래서 국회는 무조건 무능하며 국회가 제기하는 문제는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는 발목잡기일 따름이라는 '데마고그(demagogue)'가 횡행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는 위헌론 혹은 국정 파국론은 정확히 그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현실은 국회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하고 법관의 임명 과정에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이 개입하는 등 권력 분립의 헌법 정신이 여지없이 도륙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그나마 '민주적 입헌주의'(헌법재판소의 표현)에 부합하는 제 역할을 찾고자 마련한 그 작은 개선안 하나를 못 견뎌서, 공무원 연금 제도 개혁이라는 정부의 최우선적 국정 과제도, 메르스라는 국가적 위난도 다 제쳐버리고 서슬이 퍼런 비난을 퍼붓는다. 과거 군인·군속에 대한 이중 배상을 금지했던 국가배상법을 '감히' 위헌이라 판결한 대법관들에 대해 가차 없이 처단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처럼, 국가 그 자체인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입 대고자 하는 국회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무차별적인 처단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이 입헌 정치의 최첨단에 서게 되는 것은 이 지점에서이다.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태초부터 잘못된 우리 헌법의 맹점을 조금이라도 고쳐나가려는 갸륵한 시도이다. 그것은, 시행령, 시행 규칙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유린하던 반(反) 법치의 행정 관행과, 국회에 대한 행정부의 절대적 우위를 구가해왔던 잘못된 권력 분립의 체제, 그리고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미미하게나마 나름 의미심장한 흠집내기다.
그것은 법치주의의 실천을 위해서도, 국회의 제자리 찾기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서도, 그리고 너무도 비대해진 국가권력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진 우리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내어야 하는, 작으면서도 커다란 첫걸음이다. 로크는 "누가 군주나 입법부가 그들의 신탁에 반해서 행동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관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그의 통치론을 펼친다. 이번 국회법 수정안은 바로 우리 국민이 그 답이어야 함을 재확인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L. 스위니(Latanya Sweeney) 교수 팀은 2013년 4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참여자의 이름 식별하기'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미국의 유전자 정보 웹사이트에서 우편번호, 생년월일, 성(性), 약물 치료, 진단, 수술 기록 등의 정보 579개를 정보 주인의 이름만 없는 상태로 내려받아 이를 실명이 있는 미국의 유권자 정보와 대조하여 게놈 프로젝트 참여자 정보의 주인 이름을 알아맞히는 실험 결과를 다룬 것이다. 연구팀은 130개 정보의 주인을 추정했고, 그중에 121개가 실제 주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를 이용해 비식별 정보를 식별 정보로 전환하는 기술의 경이와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빅 데이터란 정보통신 기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거대한 양의 디지털 정보가 생성되는 환경에서 새로 정립된 정보 개념으로, 정보 풀(pool)에서 부가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특정한 정보들을 추출, 조합, 분석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의 새로운 심야 버스 노선 '올빼미버스', 교통 안내 서비스에 날씨(weather) 정보를 결합한 기상청의 '웨비게이션'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금융위 '재식별화 위험' 의도적 무시
공공 서비스 못지않게 금융 산업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이해와 요구가 크다. IT와 금융의 융합에 의한 새로운 금융 산업을 가리키는 핀테크(Fintech) 육성 방안에서 빅 데이터 활성화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3일 발표한 빅 데이터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식별'(de-identification) 정보를 신용 정보에서 제외함으로써 빅 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신용정보법은 신용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엄격한 개인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비식별 정보는 그러한 개인 동의 없이도 빅데이터에 자유롭게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시행령을 개정해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행정 독재의 문제는 별개로 치자. 금융위 발표에는 스위니 교수 팀이 경고한 재식별화(re-identification)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재식별화란 비식별 정보가 빅 데이터 기술을 거쳐 식별화된 정보로 전환되는 과정 및 그 정보를 가리킨다. 금융위가 이 위험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외에 빅 데이터에 의한 개인 정보의 재식별화 위협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규제가 입안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는 기존의 정보 수집 규제에서 정보 활용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통카드 이용 정보, 폐쇄회로(CC)TV 등 개인이 일일이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수많은 개인 정보가 수집되고 유통되는 환경에서 정보 수집만을 규제하는 것으로는 효과적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 추세에서도 재식별화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 문제는 각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내 개인 정보를 나의 동의 없이 수집․이용하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방송통신망법 등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해 설계한 규범은 정보 주체의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빅 데이터 환경에서 정보 주체의 질문은 바뀔 수밖에 없다. '내 개인 정보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나의 식별․비식별 정보를 누군가 자유롭게 활용해 내 신분이 항상적으로 식별될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것인가?
국내외의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규제의 추세는 바로 정보 주체의 전환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2014년 5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개의 보고서(<빅 데이터 : 기회의 활용과 가치의 보존>, <빅데이터와 사생활 보호 : 기술적 관점>)가 제출되었다. 보고서는 정보 주체에 대한 통지와 동의에 의존하는 기존의 규제 대신 정보가 활용되는 맥락에 따라 규제자가 의도하는 결과를 정보 활용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새로운 규제의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사정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시작된 유럽연합의 정보 보호 규정(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정 논의는 재식별화 문제와 유사한 프로파일링(profiling) 문제를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프로파일링은 직업 수행 능력, 경제 상황, 물리적 위치, 건강 상태, 취향 등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것으로, 개정안은 프로파일링의 방식과 범위에 대한 제한을 다루고 있다. 개정안은 이 밖에도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명시적 동의(explicit consent)'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각별히 부상한 개인 정보 보호의 쟁점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정안은 2016년 안에 모든 유럽연합 가입국이 준수해야 하는 규제(regulation) 형태로 유럽의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보호의 방향부터 새로 정립해야
초보적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빅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개인 정보 보호 지침을 2014년 12월 '빅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핵심은 빅 데이터 활용에서 재식별화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정보 수집 단계에서 비식별화 조치가 필요하고, 재식별화된 정보는 즉시 파기하거나 또는 비식별화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했다. 따라서 재식별화 위험에 대한 제한이 없는 금융위의 빅 데이터 활성화 방안은 어렵게 만들어진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무력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전장치 없는 빅 데이터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위험하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강력한 식별 키(key)가 존재한다. 여기에 지난해 1월 카드 3사의 개인 신용 정보 1억 건 유출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개인 정보들이 수많은 영리 기업에 의해 불법으로 수집․유통되고 있다. 조선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날마다 한국인의 개인 정보 거래 제안이 올라온다. 개인 정보의 수집 및 거래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민감 정보인 개인 질병 정보도 신용 정보로 생명보험협회가 수집․관리해 왔으며, 이제 금융위는 개인 질병 정보를 신용 정보 집중 기관으로 넘겨 비식별화 상태로 빅 데이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불법 또는 합법으로 수집․유통되고 있는 초민감 개인 정보들이 빅 데이터를 통해 영리 목적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식별화될 위험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은 항상 미래 성장 동력, 일자리 창출과 같은 유토피아의 모습으로 소개된다. 금융위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전략, 빅 데이터 활성화 방안에 소개되는 해외 사례들은 개인 정보의 침해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 마치 개인 정보 보호 규제 때문에 산업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것은 대체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날 보험회사가 불법 또는 합법으로 취득한 당신의 유전자 정보를 손에 쥐고 당신의 보험 가입을 승인할 것인지 말 것인지, 승인한다면 얼마의 보험료를 책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미래를 그려보라. 진실은 그럴듯하게 꾸며진 정부 기관의 보도 자료보다는 이런 상상 안에 훨씬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런 종류의 디스토피아에 대한 두려움은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빅 데이터 환경에서는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현실화된 위협이다. 2012년 2월,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슈퍼마켓 체인점 '타겟'의 미니애폴리스 지점이 한 여고생의 임신 사실을 해당 학생의 부모보다 먼저 파악해 광고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타겟은 이 여고생이 임신 관련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는 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임신 사실을 식별하였다.
빅 데이터는 분명히 복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정보를 방어막 없이 기업의 이윤 추구와 정보 권력의 통제 동기에 맡기는 것은 생활의 편리나 경제적 부가 가치의 생산으로 만회할 수 없는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익명으로 살아갈 자유의 박탈'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위의 빅 데이터 활성화 방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신화된 국가 경쟁력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빅 데이터 환경이 프라이버시에 대해 제기하는 도전을 점검하고, 보호 규제의 방향부터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다.
‘국가이익 해한다’는 외교부 판단에 일방적 손들어준 판결
졸속협상 배경과 과정에 대한 국민 알권리 위해 상고할 것
참여연대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정보 비공개결정 취소소송(2013구합59798)에서 지난 6월 11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정형식)는 원심을 깨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번 판결이 지난 정권의 졸속적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 책임이 있는 외교부의 판단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 준 결정으로, 해당 협정 추진 배경과 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재판부는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들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추가 협상과정에서 일부 내용변경 가능성이 있고,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아직 합의문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라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으며, △협상 실무자들의 신상과 발언이 노출될 경우 오히려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외교부의 정보 비공개 기준에 해당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기각판결 했다. 또한 목록 등 일부 정보만으로도 정부의 입장 및 전략을 추론할 수 있으므로 부분공개도 불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추가 협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더욱더 과거 이뤄진 협상 과정에 어떤 졸속처리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으며, 협상 실무자들의 신상과 발언 정보는 오히려 외교․군사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한 더욱 책임있는 자세를 요하게 될 것이므로 비공개의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참여연대는 재판부의 판결이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 6항의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지위’에 해당되는 내용은 정보비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현행법에 부합하지 않으며, 목차만으로도 내용을 추론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공개도 인정하지 않은 것 또한 국민 알권리와 정보공개법 취지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
이에 참여연대는 졸속협상 배경과 과정에 대한 국민 알권리를 위해, 정보비공개처분취소청구 소송을 기각한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할 계획이다. 정부는 논란이 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우회하여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법 군사기밀보호법과 배치되며, 일본의 재무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국회 및 시민사회의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밀실 추진해버렸다. 3년 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과정의 절차와 그 배경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처럼 같은 내용의 약정이 졸속 처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 소송 배경 및 경과
- 2012년 6월 26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에서 졸속 통과가 된 직후 그동안 한일, 한미 정부 간에 주고받은 한일군사협정 추진과 관련한 문서일체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함. 정부는 외교통상부 용역보고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료청구에 대해 국가안전보장 관련 사항이라는 사유를 들어 공개할 수 없다고 비공개 처분함.
- 2013년 9월 26일 참여연대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 제기
- 2014년 6월 5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 참여연대 일부 승소 판결
- 2015년 6월 11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 원심 기각 판결
민간병원의 사과만으로 메르스 확산책임 덮지 못해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책임을 인정해야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하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찬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하여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하루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
메르스 확산과 관련하여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대국민사과를 하였다는 점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지적되어 온 응급실 환경개선, 음압병실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때 메르스 발병 병원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자를 응급실에 2박 3일간 입원시키는 등 감염병 방역관리를 소홀히 하여 감염병 치료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그 결과 80명 이상의 확진자를 포함한 수많은 격리치료자들을 양산한 책임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죄송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더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달 말에 삼성서울병원을 소유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을 뿐 그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는바, 이번 대국민사과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대표하는 인사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오히려 여러 편법의 과정을 거쳐 경영권 승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 국가적 재난을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법 하다.
또한 민간병원조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일찍 제공하지 않고 방역 범위를 좁혀 메르스 확산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게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와 더불어 공공병원 확충,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 시민들에 대한 위험정보 즉각 공개 등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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