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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쌍용차’ 하이디스, 먹튀 자본 배후에 조세도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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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쌍용차’ 하이디스, 먹튀 자본 배후에 조세도피처

익명 (미확인) | 수, 2016/04/27- 07:32

‘제2의 쌍용차’로 불리는 하이디스 ‘먹튀’ 사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 하이디스가 중국 기업에 팔렸다가 다시 타이완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기술은 무더기로 유출되고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됐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어버렸다.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차가운 길바닥에서 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타파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하다 하이디스와 연관된 조세 도피처 회사를 발견했다. 먹튀 자본의 배후에 조세 도피처를 이용한 편법과 탈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이디스 전 사장과 중국 BOE 임원이 함께 페이퍼 컴퍼니 설립

하이디스와 관련된 페이퍼 컴퍼니는 ‘C&H 트레이딩’(C&H Trading ltd.)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2003년 4월 16일 설립된 것으로 나온다. 이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2주를 발행했는데, 당시 하이디스 사장 최병두 씨와 중국인 한궈지안(Han Guajin) 씨가 각각 1주씩을 소유했다. 이사도 이 두 사람이 맡았다. 중국인 한궈지안 씨는 당시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BOE 그룹의 임원으로 확인됐다. 회사 이름인 ‘C&H 트레이딩’은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설립을 중개해 준 업체는 홍콩에 소재한 법률 사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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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걸친 하이디스 매각 과정에 이용된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 높아

‘C&H 트레이딩’이 설립된 2003년 4월은 하이디스가 중국 BOE 그룹에 매각되고 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10개월 뒤인 2004년 2월 28일 중국인 한궈지안 씨는 자신의 주식 한 주를 최병두 전 사장에게 양도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하이디스 매각과 관련해 최 전 사장과 중국 BOE 그룹 사이에 조세 도피처를 이용한 모종의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5년 뒤 하이디스가 다시 타이완 E-ink 사에 매각된 직후에도 이 회사를 이용한 모종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매각 7개월 뒤인 2009년 4월 16일 ‘C&H 트레이딩’은 보유하고 있던 ‘하이디스 타이완’ 주식 50만 주를 한국 하이디스에 양도한다. 이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가 두 번에 걸친 하이디스의 매각 과정에 실제로 중요하게 이용된 회사라는 점을 방증하는 정황이다. ‘C&H 트레이딩’은 더 이상 용도가 남지 않았는지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09년 9월 1일 청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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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씨, BVI 회사 청산 6개월 전 사모아에 또다른 페이퍼 컴퍼니 설립

그런데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서 한국인 최병두 씨가 연관된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를 발견했다. 이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은 ‘그레이스 퍼시픽(Grace Pacfic ltd.), 또 다른 조세 도피처인 사모아에 설립됐으며 이사와 주주는 모두 한국인 최병두 씨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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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설립 시점은 2009년 3월 2일로, 최병두 씨가 소유한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인 ‘C&H 트레이딩’이 청산되기 불과 6개월 전이다. 설립 당시 제출한 주소는 E-ink 사의 본국인 타이완으로 되어 있다.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들의 주주이자 이사로 등록된 최병두 전 하이디스 사장은 하이디스의 핵심 기술 200건을 포함, 모두 4,331건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조하고 지시한 혐의로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하이디스에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의 용도에 대해 질의했지만 하이디스는 과거의 일이라 현재의 하이디스와는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최병두 전 사장의 경우 여러 경로로 소재를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외 먹튀 자본이 조세도피처 이용한 탈법 저질렀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이디스는 원래 현대전자의 LCD사업 본부였다. 그러나 2002년 현대전자가 무너지자 그해 11월 중국 BOE 그룹에 분리 매각됐다. 매각 가격은 3억8천만 달러였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중국 BOE 그룹은 하이디스에 약속했던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이디스의 기술과 인력을 중국으로 빼돌렸다.

약속했던 4천5백억 원 가운데 실제로 투자한 것은 천5백억 원, 그러나 이 가운데 천4백억 원은 지분 투자 명목으로 다시 중국으로 회수했다. 국내 기술자들을 중국으로 데려가 중국에 새로운 LCD 공장을 지었다. 결정적인 것은 기술 유출이었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핵심기술 200건을 포함해 4,331건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그 사이 하이디스의 경영은 점점 악화됐고 2006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2008년 타이완 E-ink사에 재매각됐다. 그러나 새 주인 E-ink 사 역시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한술 더 떴다. E- ink사는 하이디스가 가진 특허를 경쟁사들에 대여해주는 대가로 특허료만 한해 수백억 원을 벌면서도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하이디스가 FSS 기술(광시야각 기술)로 앉아서 벌어들인 특허료만 3,282억 원인데,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400억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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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k 사는 그러면서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잇따라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E-ink 사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당시, 하이디스 노조는 중국 BOE 그룹의 기술 유출을 교훈 삼아, 기술 유출 방지를 약속한 단협을 요구해 쟁취했다. E-ink 사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면 노조는 없어지고 단협은 효력을 잃게 된다. 그러면 자유롭게 기술을 타이완으로 가져갈 수 있다. 잇따른 정리해고의 결과 한때 2천 명이 넘었던 하이디스의 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4명만 남았다. 그 과정에서 40대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이디스의 매각 과정에 조세 도피처를 이용한 탈법이나 편법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돼야 할 것이다.


취재 : 이유정, 심인보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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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이’ 대표·바탕 상품 값 똑같아
03년 이후 “이통 가격 경쟁 전무”

한국 이동전화 시장의 88%를 지배하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엘티이(LTE)’ 대표 상품 값은 모두 월 6만5890원이다. ‘엘티이’ 바탕 상품 값도 3사 모두 월 3만2890원, 가격차는 0원이다. 소비자가 관련 상품들을 두고 값을 견줘 볼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전화를 사들인 5612만4217명(2017년 11월 기준 점유율 88.2%) 가운데 ‘엘티이’를 쓰는 4811만9087명의 상당수가 고르나마나한 선택을 한 셈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비슷한 류 (3사) 서비스를 보면 (값이) 똑같다”며 “2003년 이후 (3사의) 3G 및 엘티이 이동통신 요금이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 경쟁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2002년 ~ 2017년 4월 이동전화 요금 비교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2002년 ~ 2017년 4월 이동전화 요금 비교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요금제 많다지만

2018년 1월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이동전화 3사 ‘엘티이’ 주력 상품은 27개. 인터넷을 살피거나 TV·영화를 볼 때 쓰일 데이터를 내주는 양에 따라 상품 값을 9개씩 나눠 뒀는데 3사 모두 ‘월 3만2890원’부터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KT ‘LTE 데이터 선택 32.8’,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이 3만2890원짜리. 이 상품에 돈을 치르기로 한 소비자는 다달이 데이터를 300메가바이트(MB)까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3사가 내주는 게 똑같다. 상품 바탕이 같다는 얘기. 손에 3만2890원을 들고 ‘엘티이’를 쓰려는 소비자에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사이 값을 견줘 더욱 알뜰하게 선택할 기회가 없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요금 안내. KT ‘데이터 선택 32.8’과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도 주요 내용이 같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요금 안내. KT ‘데이터 선택 32.8’과 LG유플러스 ‘데이터 일반’도 주요 내용이 같다.

데이터를 제한 없이 쓰는 ‘엘티이’ 값(2018년 1월)도 3사 모두 ‘월 6만5890원’부터 시작한다.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 KT ‘LTE 데이터 선택 65.8’,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가 6만5890원짜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다달이 기본 데이터로 11기가바이트(GB)와 매일 2GB씩, KT는 10GB와 매일 2GB를 내주며 관련 상품을 ‘무제한 서비스’라고 광고한다. 정해 둔 용량을 넘어서면 데이터 전송속도를 3메가(M)bps(bit per second)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도 3사가 똑같다. 이 또한 상품 바탕이 거의 같다는 뜻. 소비자에겐 3사 상품 값을 견줘 본 뒤 사들일 여지가 없다.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 요금 안내.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와 주요 내용이 같다. KT ‘LTE 데이터 선택 65.8’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상품보다 월 데이터 사용량이 1GB 적지만 값이 같다.

▲LG유플러스 ‘데이터 스페셜 A’ 요금 안내.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퍼펙트’와 주요 내용이 같다. KT ‘LTE 데이터 선택 65.8’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상품보다 월 데이터 사용량이 1GB 적지만 값이 같다.

3사는 모두 6만5890원짜리 상품을 가장 많이 팔리거나 인기 있는 ‘엘티이’로 꼽았다. SK텔레콤은 “90만 원에서 100만 원대 프리미엄 휴대폰을 쓰는 사람의 60 ”, KT가 “엘티이 데이터 선택 전체 가입자의 39%”,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새 가입자의 30% 후반이 선택한다”고 밝혔다.

3사의 나머지 ‘엘티이’ 상품은 데이터 사용량 0.1GB~0.6GB 차이를 두고 월 110원~2090원씩 값이 달랐다. 기본 데이터 사용량을 바탕으로 삼아 가격을 따로 정했으되 서로 큰 차이를 두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이 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되풀이되는 ‘단순 비교 불가’ 장단

2017년 12월, 한국 이동전화 3사의 ‘엘티이(LTE)’ 데이터 바탕 값이 얼마나 되는지에 소비자 눈길이 모였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모바일 전략 컨설팅업체 리휠이 지난해 12월 1일 내놓은 ‘모바일 접속가능성 경쟁력(mobile connectivity competitiveness) 제8차 모니터링’ 결과 때문. 한국에서 ‘엘티이’ 데이터 1GB를 쓰려면 13.4유로(1만7100원쯤)가 드는데 41개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비쌌다고 발표했다. 나라마다 30유로(3만8300원쯤)로 살 수 있는 기가바이트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본 결과였다.

한국은 캐나다·미국·일본·독일 사업자들(operators)과 함께 “기가바이트 가격을 여전히 지나치게 (많이) 매긴다(charge)”는 게 리휠의 분석. ‘여전히(still) 지나치게(exorbitant)’ 비싸다고 본 건 2017년 5월 공개된 7번째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한국이 캐나다·독일·미국·벨기에·일본과 함께 데이터 요금이 높은 나라였기 때문으로 보였다.

▲리휠 모니터링 결과.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 한국이 언급됐다(출처 : 리휠 홈페이지)

▲리휠 모니터링 결과.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 한국이 언급됐다(출처 : 리휠 홈페이지)

한국 언론계는 이 리휠 모니터링 결과에 뜨겁게 반응했다. 2017년 12월 5일과 6일 ‘한국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소비자 반응도 뜨거워 기사마다에 이동전화 3사와 정부 가격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역류도 일었다. 이동전화 3사 쪽에서 나라마다 서비스 환경이 달라 요금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리휠 모니터링 결과를 깎아내렸다. 3사 관계자가 “(한국에는 25% 선택약정할인제가 있어 더 싸다”거나 “(값싼) 알뜰폰 사업자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반론을 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몇몇 매체는 이동전화 3사 쪽 반응을 전하며 리휠 모니터링이 아예 ‘엉터리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에 물음표(?)를 붙여 이른바 ‘엉터리 논란’에 살을 덧댄 매체도 있었다.

▲리휠 모니터링 결과가 ‘엉터리 논란’에 빠져들었다거나 물음표를 붙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보도

▲리휠 모니터링 결과가 ‘엉터리 논란’에 빠져들었다거나 물음표를 붙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보도

특히 중앙일보는 2017년 12월 5일 ‘세계에서 데이터 요금 가장 비싼 나라, 한국’이라고 보도했다가 이레 뒤인 12일 ‘한국이 세계에서 데이터 요금 가장 비싸다고?!?!’로 제목과 내용을 바꿨다. 12일 보도에는 5일 자 기사에 없던 ‘우리나라 데이터 요금이 진짜 비싼지 이동전화 3사 직원들에게 물어본 결과’를 담았다. 답변은 “비싼 것이 아니”고, 많은 사용자와 서비스 속도 때문에 “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하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더 올려야 하는 게 정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5일과 12일 보도가 백팔십도로 달라진 것이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5일(왼쪽)과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12일 자(오른쪽)에선 제목과 내용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5일(왼쪽)과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12일 자(오른쪽)에선 제목과 내용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주요 내용. 5일 자와 달리 이동전화 3사 쪽 입장과 직원 답변을 덧댔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2일 자 카드뉴스 주요 내용. 5일 자와 달리 이동전화 3사 쪽 입장과 직원 답변을 덧댔다.

나라마다 시장 환경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이동전화 3사 쪽 주장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사이 가계통신비 차이를 알아볼 때로부터 되풀이됐다. 2014년과 2011년 ‘OECD 커뮤니케이션스 아웃룩(communications outlook)’에서 한국이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통신비 비중 1위를 기록했을 때마다 불거진 반발이었다.

언뜻 일리 있는 주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리휠 모니터링을 ‘엉터리’로까지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50달러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를 견줘 보는 빅맥지수처럼 ‘30유로를 들여 쓸 수 있는 이동전화 데이터 사용량’을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 세세한 비교 기준을 두고 얼마간 논란이 있더라도 나라 사이 가격차를 견줘 본 뒤 ‘한국이 서 있는 곳’을 가늠하고, 정부 정책을 짤 때 참고할 만하다는 뜻이다.

열쇠는 결국 기본료 폐지

수렴하는 현상은 있습니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이 한국 이동전화 3사 주력 상품 값을 두고 한 말. 한국 이동전화 시장이 “아무래도 과점적이다 보니까 요금제가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3사 이동전화 상품을 비교해 더 싸되 질 좋은 걸 골라 뽑을 여지가 많지 않다는 얘기.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가계 통신비 부담(OECD)과 가장 비싼 데이터 요금(리휠)까지 짊어져야 한다. 이런 흐름을 살핀 끝에 가장 효과가 좋을 정책으로 제시된 게 ‘기본료 폐지’다. SK텔레콤과 KT 데이터 요금에 포함된 1만1000원, LG유플러스 상품 안에 녹아 있다는 1만900원을 없애면 가격 관련 골칫거리 여러 개를 한꺼번에 풀어낼 것으로 보였다.

2017년 8월 31일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 정책이 살아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없어진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본료가 정확하게 규정되어야(defined) 폐지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어렵고 법률적인 절차를 거쳐야 돼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대안으로 빨리 (인하)할 수 있는 걸 먼저 한 다음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0일 정책 실무 책임자인 전영수 통신이용제도과장도 “공식적으로 기본료 폐지를 추진 안 하는 것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계속적으로 논의하자고 해 놓은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본료 폐지’ 열쇠를 여전히 손에 쥐었다. 문제는 시간. ‘언제 없앨 것이냐’다.


취재 : 이은용

 

목, 2018/01/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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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둔 마지막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9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95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전국적으로는 105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29일부터 본격화된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은 연인원 천 5백만 명을 돌파했다.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붉은 공굴리기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붉은 촛불이 켜지기도 했다. 이와함께 세월호 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고,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이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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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본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박근혜가 가야 봄이 온다”, “황교안도 퇴진하라”, “촛불이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관저 등으로 행진하고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집회를 마무리지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10일 또는 13일로 예상됨에 따라 선고 전날 저녁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선고 당일 아침은 헌법재판소 앞, 그리고 저녁에는 다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낮 2시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는 탄핵반대 집회가 열려 헌재의 탄핵심판을 앞둔 마지막 주말에 대규모 세대결 양상이 펼쳐졌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앞 광장부터 남대문 앞까지 수 십만 명이 모였지만, 지난 3월 1일 집회와 비교하면 다소 인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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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탄핵기각 보다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탄핵 각하를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군가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가 하면, 무대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이 낭독되기도 했다.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것을 반영하듯 헌법재판소에는 주말임에도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6명이 출근해 막바지 기록 검토와 함께 주중에 열릴 평의 준비에 주력했다.


취재:심인보
촬영:최형석
편집:박서영

토, 2017/03/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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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에 수하물을 싣고 내리고, 급유, 정비, 객실청소 등 지상업무를 하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주) 직원 이기하(50) 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 갈아 입으며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노조는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정상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가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공항(주)는 이 씨 유족과 노조의 과로사 주장에 대해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 “해당 직원(이 씨)는 정상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 없고, 현장내 주요부서의 연장근무 시간은 월평균 23시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그러나 사원증에 달린 이 씨의 2017년 8~11월 4개월 간 출퇴근 태그 기록은 회사 주장과 달랐다. 출퇴근 태그 기록을 바탕으로 하루 1시간씩 휴게시간을 뺀 이 씨의 근무시간은 8월 190시간37분, 9월 216시간10분, 10월 203시간26분, 11월 208시간57분으로 4개월 동안 모두 891시간10분이었다. 4개월치 출퇴근 기록에 3을 곱해 추정한 이 씨의 연간 노동시간은 2457시간30분이다.

출퇴근 기록으로 본 비행기 지상조업

날짜 휴게시간 뺀 실 근무시간 월별 실 근무시간
8/3~7 43:21 8월
190:37
8/10~14 50:31
8/17~21 56:08
8/25~28 26:57
8/31~9/4 46:37 9월
216:10
9/7~11 53:02
9/14~18 51:22
9/20~24 50:21
9/28~10/2 49:14 10월
203:26
10/5~7 26:05
10/11~15 50:14
10/18~22 54:40
10/25~29 51:41
11/1~5 53:55 11월
208:57
11/8~12 48:43
11/15~19 44:46
11/22~26 43:59
11/29~30 17:34
4개월 합계 819시간 10분
1년 추정 2457시간 30분

▲ 숨진 이씨의 8~11월 출퇴근 기록 (단위:시간)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이 2241시간이었는데 이 씨는 이보다 200시간 이상 더 일했다. ‘하루 12시간, 주 52시간을 넘지 않았다’는 회사 주장과 달리 이 씨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빼고도 달마다 1주씩  52시간을 넘었다(붉은 글씨). 이 씨는 8월 셋째주(56시간 8분) 와 9월 둘째주(53시간 2분), 10월 셋째주(54시간 40분), 11월 첫째주(53시간 55분)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다. 휴게시간을 빼고도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날도 8월에 나흘, 9월에 닷새, 10월과 11월에 사흘씩에 달했다.

시외버스 기사 등 몇몇 직종에선 연 3천시간 가량 일하기도 해 이 씨의 노동시간이 양으로만 보면 극단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씨의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보면 충분히 과로를 짐작할 만하다.

밤 10시 퇴근해 아침 6시반 출근

지난 8월 17~21일 이 씨의 일주일치 회사 입출입시간은 아래와 같다. 이 씨는 8월18일 밤 10시가 다 돼서 회사 문을 나섰다가 다음날(8월19일) 새벽 6시32분에 출근해 다시 밤 8시8분까지 근무하고 다음날(8월20일) 새벽 6시1분에 출근했다. 연속근무 5일째인 8월21일엔 새벽 3시29분에 출근했다.

날짜 출근 퇴근
8/17 11:14 23:56
8/18 10:44 21:55
8/19 06:32 20:08
8/20 06:01 19:26
8/21 03:29 13:21
휴게시간 빼고 주 56시간 8분

▲ 이 씨의 8월 17~21일 출퇴근시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이 씨의 집은 인천공항까지 차로 40km 남짓 거리다. 이 씨는 자기 차로 같은 조 동료와 함께 다녔기에 출퇴근 합쳐 1시간 반 가량 걸렸다. 출퇴근시간을 빼면 이 씨는 8월 18일 밤 집에 7시간 가량 머물렀고, 19일 밤엔 8시간 23분, 20일 밤엔 7시간쯤 머물렀다. 씻고 밥 먹고 나면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도 안 됐다. 대학 3학년생인 큰딸과 수능시험을 본 쌍둥이까지 세 자녀는 물론 아내와 가족사를 의논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 씨의 아내는 “남편이 밥 먹고 소파에 누운 채 잠들기 일쑤였다”고 했다.

밤 출근, 오후 출근 뒤죽박죽

이 씨의 출근시간대는 들쑥날쑥했다. 4개월 동안 제일 빠른 출근시간은 새벽 1시 37분이었고, 제일 늦은 출근은 오후 4시 29분이었다. 퇴근도 빠를 땐 낮 1시 반쯤이었다가 늦을 땐 자정을 넘긴 새벽에 회사 문을 나서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의 대명사인 교대근무자들이 보통 3~7일씩 규칙적으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반복하는 것과 달리 숨진 이 씨는 출퇴근시간이 뒤죽박죽이었다. 이런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은 전달 25일쯤 발표돼 이 씨의 생체리듬을 파괴했다.

특히 이 씨는 6인 1조로 구성된 근무팀의 조장이라 부담도 더했다. 회사가 내놓은 스케줄은 날씨 탓에 지연되는 비행기 이착륙을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일쑤였다. 8월 10일 회사 스케줄엔 이 씨 조의 퇴근이 오후 4시였지만 실제 이 씨가 퇴근한 시간은 밤 9시 3분이었다. 무려 5시간 이상 차이난다. 지상조업이 밀려 이처럼 계획된 퇴근보다 3~5시간씩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잦았다. 9월 28일에도 스케줄상 퇴근은 16시30분이었지만 이씨의 실제 퇴근은 밤 9시 36분이었다. 게다가 이 씨가 일하던 램프여객팀은 거의 모든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져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큰 영향을 받았다.

밤 11시반 퇴근해 새벽 5시 출근

날짜 출근 퇴근
11/1 15:09 23:26
11/2 05:08 21:30
11/3 04:55 14:39
11/4    
11/5    
11/6 05:15 21:20
11/7 04:48 20:27
11/8 14:47 23:35
11/9 05:18 20:28
11/10 05:27 20:56
11/11    
11/12    
11/13 15:00 23:18
11/14 05:22 22:00

▲ 항공정비팀 A씨 출퇴근 기록

한국공항에는 이 씨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았다. 항공정비팀의 A씨는 11월 6일 새벽 5시15분에 출근해 밤 9시20분까지 16시간 5분간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했고, 다음날 새벽 4시48분에 출근해 밤 8시27분까지 15시간 넘게 일했다. 이틀을 가혹하게 일한 A씨는 다음날 11월8일엔 오후 2시47분에 출근해 밤 11시35분에 퇴근했다가 다음날 새벽 5시18분에 출근했다. A씨의 통근시간을 1시간만 잡아도 A씨가 11월 8일 밤에 집에서 머문 시간은 4시간43분 밖에 안 나온다. 씻고, 먹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 5시간 안 돼

A씨는 극단적 출퇴근을 반복했다. 11월 1일에도 자정이 가까워 오는 밤 11시26분에 회사 문을 나서 다음날 새벽 5시8분에 출근했다. 11월 13일에도 밤 11시18분에 퇴근해 다음날 새벽 5시22분에 출근했다. A씨는 이런 극단적인 출퇴근을 1주에 한 두 번씩 반복했다.

이런 불규칙적인 장시간노동에 대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작업이 끝나도 카풀을 하려고 대기하기도 해 모두 작업시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카풀을 해도 대부분 같은 조원끼리 하기에 대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A씨는 11월 14일 스케줄상 오후 4시 퇴근인데 사원증에 태그된 퇴근시간은 이보다 무려 6시간이 지난 밤 10시였다. A씨의 다음날 출근시간은 새벽 4시15분이었다. 회사 주장대로 하면 다음날 새벽 4시15분쯤 출근해야 할 사람이 전날 오후 4시에 작업이 끝났는데도 차를 얻어타려고 무려 6시간이나 더 회사에 머물러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기상여건으로 이착륙이 지연돼 작업 자체가 늦게 끝나서”라고 말했다.

주 71시간 넘게 회사에 머물기도

A씨는 11월 둘째주 닷새동안 무려 71시간11분을 회사에 머물렀다. A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7시간에 달했다.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A씨의 11월 노동시간은 255시간이 넘는다. 숨진 이기하 씨처럼 A씨의 8~11월 넉달치 실 노동시간에 3을 곱해 추정한 연간 노동시간은 3천시간이 넘었다. 긴 노동시간도 문제지만 들쑥날쑥한 출퇴근 시간이 과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국공항의 램프화물팀 근무자들도 장시간노동의 연속이었다. 램프화물팀은 주 6일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팀의 B씨는 11월 1일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을 빼면 주 6일간 일하고 하루 쉬기를 반복했다. B씨는 한 주에 60시간 넘게 회사에서 머물렀고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주 56~62시간 근무했다. 이렇게 B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0시간4분이었다.(퇴근카드를 안 찍고 나간 11월16일은 스케줄 근무만 인정) 휴게시간을 빼면 한달 245시간이라 B씨의 연간 노동시간도 3천시간에 육박했다.

날짜 출근 퇴근
11/1 연차
11/2 05:16 14:24
11/3 05:13 15:33
11/4 06:38 22:31
11/5 06:43 17:31
11/6 휴무
11/7 06:14 13:41
11/8 04:09 13:32
11/9 05:11 14:09
11/10 05:11 16:56
11/11 06:45 23:53
11/12 06:01 17:26
11/13 휴무
11/14 06:18 13:35
11/15 04:20 13:32
11/16 05:08 (13:38)
11/17 05:08 15:46
11/18 07:09 23:24
11/19 06:48 17:30
11/20 휴무
11/21 06:18 13:44
11/22 04:08 13:47
11/23 05:11 14:35
11/24 05:11 16:05
11/25 06:47 22:37
11/26 08:02 17:30
11/27 휴무
11/28 06:13 13:34
11/29 04:11 14:03
11/30 05:10 14:31
11월 합 270시간 5분 (휴게시간 포함)

▲ 램프화물팀 B씨 11월 근무기록

흑자행진에도 현장직만 176명 감축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은 둘다 한진그룹 소속이지만, 한국공항의 주식 절반 이상을 대한항공(임원 포함)이 소유해 사실상 자회사다. 최근 3년여(2014년~2017년 9월) 한국공항(주)의 경영실적은 모기업 대한항공의 부진 속에도 꾸준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다. 특히 관리직(403명)은 그대로인데, 현장 작업자만 176명 줄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지부는 “지금 현재에도 기준 근무 대비 36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도 매출 순익
2014 4382 280
2015 4556 88
2016 4725 174
2017* 3595 182

▲ 한국공항 경영 (단위:억원. 2017년은 9월말까지 실적)

연도 2014년 2017년9월
관리직 403 403
현업직 2746 2570
합계 3149 2973

▲ 한국공항 직원 수 변화 (단위:명)

한국공항의 모기업 대한항공은 해마다 5천억 원 이상 적자를 이어오다 올들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공항은 꾸준히 4천억 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벌써 3분기까지 3595억 원의 매출로 연말까지 4천억 원대 매출이 무난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올해는 3분기까지 당기순익이 18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통틀어 낸 당기순익 174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항공의 2014년 대비 지난해 9월 현업 직원은 176명(2746명->2570명) 줄었고, 현업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도 3661만 원에서 3428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직원은 403명에서 한명도 줄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간 모기업 대한항공 직원은 145명 소폭 늘었다.

수화물 작업공간 허리도 못 펴

손님이 맡긴 수화물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과정은 모두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좁은 작업공간에서 허리도 못 펴고 쪼그려 앉은 채 작업해야 한다. 비행기 화물칸은 높이 1.5m에 불과해 작업자들이 안에 들어가 쪼그려 앉거나 고개를 숙인 채 수화물을 하나하나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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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화물팀 한 작업자는 “쪼그려 앉았다가 반쯤 일어섰다가 하는 작업이 반복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고, 겨울철 혹한기엔 종아리 근육 파열 같은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월급명세서엔 한달 연장근무 141시간

몇몇 근무자의 출퇴근 기록과 회사 주장은 큰 차이가 났다. 실제 근무자가 출근 태그를 찍은 뒤 작업장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다. 근무자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조업에 사용할 컨베이어 등 각종 장비를 챙겨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근무자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만 근무시간으로 산정하면서 실제 출퇴근 태그기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연장근무 시간산정 방식도 일부부서에선 출퇴근 태그가 아니라 스케줄표를 기준으로 근무자가 ‘연장근무 신청서’를 수기로 작성하면 이를 관리자가 임의로 판단해 인정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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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근무자가 제출한 11월 15일 <연장근무 신청서> ‘연장 사유’란엔 “휴게시간 미실시(조식)”라고 적혀 있다. 이 근무자는 밤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까지 일하면서 회사가 밥 먹을 1시간씩의 휴게시간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 아래에도 ‘연장 사유’가 “조식 미실시”로 기록돼 있다. 근무시간만큼 연장근무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근무자들이 쓴 연장신청서에 그룹장과 팀장이 결재를 해야 연장근무시간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회사의 근무기록 전산망엔 무급휴무를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무급휴무일에 나와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 전산망엔 연장근무시간이 기록되지 않고, 급여명세서에만 연장근무로 계산됐다. 이렇게 램프화물팀의 한 근무자는 회사 근무기록에는 없지만 한달 연장근무시간이 141시간이나 되는 11월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5월부터 인턴직과 맺는 근로계약서 내용 중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일부 바꿔 연장, 야간근로를 확대했다. 그동안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을 8시30분부터 17시30분까지 9시간으로 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줬다. 그러나 2017년 5월부터 “사업주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법이 정하는 한도에서 연장.야간근로를 명할 수 있으며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부족한 현장인력을 벌충해온 인턴직에게 연장근로를 확대한 것이다.

비행기 청소, 손자회사 파업

한국공항은 수화물을 담당하는 (주)에스코리아와 비행기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EK맨파워(주), 세탁 일을 하는 (주)포트서비스 등 20개 하청(협력)사를 두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한항공에서 보면 손자회사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손자회사인 EK맨파워 청소노동자 200여 명이 12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회사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넣어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켜 왔고,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명절 연휴 때마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1월 EK맨파워에 단시간 노동자 임금차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파업 노동자들은 남녀 임금차별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EK맨파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기본 12시간 근무에 매일 추가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 새벽 5시 출근해 보통 밤 8시간까지 근무한다. 한 달 평균 연장근무시간만 70~80여 시간이고,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되면 24시간을 꼬박 공항에서 보내야 한다.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비행기 청소는 보통 1개 조(비행기 크기에 따라 청소 노동자 3명-6명으로 구성)가 하루 평균 20여 대의 여객기 객실을 맡아서 한다. 한 대 청소에 할당된 시간은 20~30분에 불과하다. 이 시간에 오물통 비우고, 담요와 머리 시트 교체하고, 신문과 책자 채우고, 바닥을 진공청소한다. 늦어지면 원청이 회사에 패널티를 매긴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잠시 동안,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일한다. 대한항공을 정점으로 형성된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가 한국 항공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수, 2018/01/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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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오랜 시간동안 국민이 아닌 권력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경찰 노조 만들어서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하는 경찰 만들자.

감찰기능을 민간에 넘겨서 시민들에게 통제받자.

경찰 개혁과 관련해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진솔한 과거 반성과 혁신적 개혁 방안은, 놀랍게도 시민단체나 경찰에 비판적인 그룹이 아닌 현직 경찰관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한국 경찰 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찰 개혁 관련 전국 경찰 토론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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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전에선 ‘시민과 경찰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대토론회’가 열렸다. 경찰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띠앙이 주최한 이 행사엔 전국의 현직 경찰관과 행정관, 주무관 등 130여 명이 모였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경찰개혁위원회로부터 경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수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일선 경찰관 등 130여 명 참석해 인권 경찰, 민주적 통제 방안 등 토론

토론회 시작 전, 폴네띠앙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들이 얼마나 참석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오후 1시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엔 미리 마련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몰려왔고, 의자를 추가로 가져와 앉아야 할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회는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선 인권경찰 실현방안으로 경찰노조의 설립, 2부는 시민 중심 치안업무를 위한 인력재배치 필요성, 3부에선 경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온 양영진 경정은 1부 발제를 통해 “인권경찰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경찰노조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경찰의 3가지 장애물로 경찰 내부에서 경찰관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반인권적 내부문화,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막는 실적 경쟁주의, 그리고 장시간 야간 교대근무에서 비롯되는 열악한 노동여건을 꼽았다. 양 경정은 “노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노조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노조 설립해서 시민인권침해하는 부당 지휘에 항거하자”

전북 완주경찰서 모두성 경위는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지휘방침에 경찰개혁을 내맡길 수 없다”며 “노조가 있어야 모든 개혁과제를 유지할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당장 몇 명이라도 좋으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연구회나 토론회를 만들어서 노조 설립을 진행하자”, “경찰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지휘에 항거하려면 저항할 수 있는 내부적인 체계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노조다” 등 경찰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발언이 계속됐다.

경찰 인력 재배치를 주제로 한 2부에서는 만성적인 현장 인력 부족, 조직 내 무기계약직 차별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사는 “경찰청은 틈만 나면 현장에서 인력을 빼내 행정 경찰 수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정 경사는 “고도로 훈련된 경찰이 무기도 휴대하지 않고 전혀 위험하지도 않은 쾌적한 사무실에 앉아 행정 업무만 전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 경사는 해결책으로 경찰청 내에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있는 주무관(행정담당 인력)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행정업무는 이들에게 맡기고, 경찰관들은 현장으로 내보내는 인력재배치를 제안했다. 또 경찰 내에서 주무관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청 주무관노조 조합원들도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받은 차별과 설움을 토로했다.

충남 아산경찰서 신중성 경정도 “경찰청의 여러 개 실무국들이 하는 일을 경찰서에서는 한 사람이 담당해서 업무가 거꾸로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방청, 경찰청 단위에서 사법경찰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력재배치를 통해 주무관 분들 정원을 확보해서 행정경찰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사법경찰관을 현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 경쟁의 폐해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한 경찰관은 “스티커 단속실적 등을 수치화하는 실적경쟁은 국민과 경찰을 이간질시키는 공공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경찰관도 “실적경쟁은 경찰관이 시민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점수로 보게 한다”며 실적경쟁은 경찰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감찰 기능 민간에 개방해 시민 통제 받자”

3부에서는 경찰을 정권이 아닌 시민에게 봉사하게 만들 수 있는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청주흥덕경찰서 이장표 경감은 경찰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으로 경찰위원회제도의 개선과 경찰청장 직위개방제, 그리고 감찰조직 개선 등을 꼽았다.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위는 지난 4월 파면당한 표정목 경장의 사례를 들며 감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표 경장은 경찰 지휘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실적 경쟁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비판글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가 ‘먼지털이식 표적감찰’을 당한 후 파면된 바 있다. 정 경위는 경찰 지휘부가 자신들의 눈밖에 난 직원을 찍어내는데 감찰 기능을 악용했다며 “경찰관의 기강 확립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딱 하나, 국민이다. 왜 지휘관이 이걸 하고 있냐”고 질타했다. 부산북부서 정학섭 경위는 “감찰이 경찰 지휘부 입맛에 맞는 감찰활동을 하니까 문제가 된다”며 “아예 민간에 개방해서 시민들에게 통제를 받으면 우리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경찰청장을 앞에 두고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해보고 싶은데, 안타깝지만 아직은 멀었고 우리끼리 하니 서글프고 마음이 아프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 토론회는 경찰관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고, 경찰관이 국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더 잘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류 경위를 비롯한 폴네띠앙 회원들은 이번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서 경찰개혁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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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에 시작한 경찰개혁 대토론회는 저녁 6시까지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했던 경찰관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근창 경위는 “분위기가 좋아지면 앞으로 2회, 3회도 토론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둔산경찰서 민인근 경위는 “이번에는 정말 바뀌어야 하는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목, 2017/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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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으로 지난 9월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외 언론들도 김정은과 트럼프간 설전을 중계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특히 합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던 9월 3일, 전군에 감시·경계태세를 격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해병대 사령관이 군 복지시설인 덕산스포텔 노래방에 출입했다는 정황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병사들의 진술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사령관님이 노래방 가시니 과일 쫌 썰고 마른 안주 같은 것을 준비해오라며 철수 시간이 지나 씻으러 가는 도중 불러서 다시 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뉴스타파는 해병대 덕산스포텔 영수증 가운데 전진구 사령관이 방문했던 날의 결제 기록 일부를 확인했다.

▲ 전진구 사령관의 지인이 노래방 비용으로 지출한 30만원어치 영수증. 덕산스포텔 부사관들은 “부족하지 않게 달라”는 사령관 지인의 요구에 주류 120병을 노래방과 주류 비용으로 계산했다.

▲ 전진구 사령관의 지인이 노래방 비용으로 지출한 30만원어치 영수증. 덕산스포텔 부사관들은 “부족하지 않게 달라”는 사령관 지인의 요구에 주류 120병을 노래방과 주류 비용으로 계산했다.

전진구 사령관은 9월 중 노래방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노래방 출입이 적절했는가에 관한 질문에 “그건 적절하지 않은데, 그 이후에 한참 있다가 행사 있어서 간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병대 사령관은 북한의 도발 위험이 높은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방위를 책임지는 서북도서방위사령관도 역임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전진구 사령관을 인터뷰한 직후, 해병대사령부는 전진구 사령관이 9월 14일 덕산스포텔에서 대학원 동기들과 회식을 했지만, 노래방에는 문 앞까지만 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전진구 사령관이 재학 중인 경희대학원 지인은 해병대사령부의 해명과는 달리 “잠깐 오셔서 노래 한 곡 부르시고 그냥 가셨다”며 “사령관님이 골프 초청해주셔서 원우들과 갔다”고 말했다. 덕산스포텔 근처에는 체력단련장이라고 부르는 골프장이 있다.

온 국민이 전쟁위기로 불안에 떨던 시기에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감시하고 즉시 대응해야 할 책임자인 해병대 사령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가혹행위 은폐 의혹과 함께 해병대의 군 기강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 박종화
촬영: 정형민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화, 2017/10/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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