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논평] 옥바라지골목 지키자는 역사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의 수준

지역

[논평] 옥바라지골목 지키자는 역사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의 수준

익명 (미확인) | 목, 2016/03/17- 11:35
[논평] 옥바라지골목 지키자는 역사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의 수준

이젠 입이 아플 지경이지만, 2013년 박원순 시장이 없다고 공언했던 '동절기 철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겨울 서대문형무소 옆 일명 옥바라지 골목도 그랬다. 인근에 학교가 있음에도 제대로된 펜스를 치지 않고 석면제거 공사를 하는 것은 아예 '상식'에 속한다. 알파고니 뭐니 첨단 기술이 판을 치는 세상같지만 서민들이 살아가는 곳은 오히려 야만과 폭력이 범람한다. 

<서울시의 철거 중단 공문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고, 종로구청은 여론이 불리해지자 사실상 철거명령으로 공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옥바라지 골목의 상황이다>


600년 역사도시라는 서울에 가짜 한옥들과 관광상품화된 그럴 듯한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경복궁이니 창경궁이니 박제화된 고궁들을 제외하고는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는다. 우리의 역사는 궁궐과 그 안에 살던 왕족의 역사인 것인가. 더 나아가 서울시의 역사는 고작 왕조의 역사 뿐 근현대의 역사는 건너뛰어도 되는 것들인가.

일제시대에서부터 민주화운동시기까지 독립을 꿈꾸고 민주화를 갈망했던 것은 단순히 서대문형무소에 갖힌 몇몇 영웅의 몫이 아니었다. 그 꿈을 함께 하며 서대문형무소 주변 여관집에 기거하며 청소 등 날품을 팔면서 살았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변해왔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평면적인 역사관에 따르면 서대문형무소를 아파트 단지들이 굽이보는 재건축도 충분히 역사성을 지키는 것이라 볼 수 있겠으나, 역사를 사랑하는 학자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지이 다케시 연구원은 1950년대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서울 역사의 빈곳, 즉 근현대사에 주목해온 중요한 소장학자다. 이이가 옥바라지 골목의 보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학자로서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이에 대해 옥바라지골목 철거의 책임을 지고 있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이라는 자가 '내정간섭' 운운하며 국적을 들먹였다. 기가 찰 일이다. 
역사를 말하는 것, 그것의 의미와 보존을 따지는데 국적은 무의미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라크 반군이 오래된 유산을 부순 것에 국제적으로 분노했던 것을 보자. 자국민이 자국의 유적을 부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비난하는 것도 내정간섭인 겐가? 이런 이가 담당 공무원이니 옥바라지 골목의 시공사가 안하무인으로 철거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가장 모멸감이 들었던 것은, 저 공무원이라는 직위에 있는 이들이 옥바라지 골목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이라는 사실이다. 알파고의 능력도 결국 기계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가치는 결국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수준에 달려 있다. 달랑 공문 한장만 보내는 것으로 2013년 동절기 철거 중단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언론 플레이에 응답하는 서울시나, 역사를 이야기하는 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을 보면 아무리 알파고여도 '탱자가 되는 수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종로구청장과 서울시장에게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겠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공인에 대한 비판 차단 위해 남용될 위험만 있어

현행 심의규정대로도 약자보호 충분

사법부판단 후 심의 ‘내부규칙’ 제정은 비판여론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

 

1. 지난 17일(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주최 “인터넷명예훼손심의제도 개선토론회”에서 박효종 위원장은, 당사자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하여 ‘공인의 경우에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제3자 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번 개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이유의 핵심 사항인 ‘공인에 대한 비판 차단에 남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현행 심의규정대로도 얼마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가능함에도 사회적 약자보호를 내세워 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박 위원장은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2. 박 위원장은 ‘공인의 경우에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제3자 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내부 규칙’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이번 심의규정 개정이 대통령 및 고위공직자 등 공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당 ‘심의규정’상에 명문화시키는 것도 아니라 ‘내부규칙’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한다. 위원회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내부규칙은 위원회 자체적으로 제개정이 가능하고 외부의 의견수렴이나 견제를 받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 또한 위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9명의 심의위원들 중 1인의 의견에 불과하여 일단 문제의 심의규정 개정이 통과되고 난 후 다른 위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내부규칙으로도 수립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제안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

3. 나아가 ‘사법부의 판단’이 무엇인지,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범위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면 만일 ‘만만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의원에 대하여 또는 ‘박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거론한 산케이신문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의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박지원 의원이나 가토국장의 오프라인 발언 및 기사를 전한 인터넷상 모든 글들에 대하여 제3자 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뀌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 역시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

4. 또한 위원장은 이번 개정이 ‘노인, 장애인,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성행위 동영상 피해 여성 등을 위하여 도입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나 장애인들은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이 신고를 할 수 있어, 이들의 가족들 혹은 주변 지인, 선생님, 보호기관의 보호자 등이 대신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성행위 동영상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정보가 아닌, 성폭력처벌특례법상의 카메라 등 촬영죄 위반의 ‘불법정보’로 처리하면 지금도 방심위가 당사자의 심의신청 없이 해당 동영상들을 모니터링하여 심의에 부칠 수 있다.즉, 현행 규정으로도 방심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는 충분히 조치할 수 있고, 따라서 개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권리구제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5. 결국, 다시금 이번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상위법과의 충돌이라는 주장도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설득력이 없고, 개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실상의 공익도 없는 상황에서, 공인들에 대한 비판 차단을 위해 남용될 위험만이 남은 이번 심의규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8월 19일

 

참여연대, 민주시민언론연합, (사)오픈넷,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수, 2015/08/19- 15:10
215
0

국민에게 대통령을 욕할 자유를 보장하라

 

문재인 후보 “치매의혹” 글 후보자비방죄 유죄 판결과 여당의 “문재인 나쁜 놈” 표현 검찰 고발

사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6월 23일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블로그에 문재인 대선 후보의 치매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작성해 올린 20대에게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제251조)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포스팅은 ‘문재인 치매? 치매 의심 증상 8가지 보여. 대선주자 건강검증 필요’라는 제목과 함께 8가지 치매 진단 항목을 기재한 뒤, 당시 문 후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말실수를 하는 모습 등의 사진을 예로 들면서 문 후보가 이 항목에 해당하는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후보자 비방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 선거 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실의 적극적인 조작·왜곡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자를 조롱·비방하는 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억압 행위이다. 특정 정치인을 조롱하면서 반감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표현을 보고 국민 다수가 실제로 해당 후보가 치매라고 믿거나 재판부가 지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해 선거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법원도 “게시물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다수의 생각과 다르거나 근거없는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부당한 위축을 가져오고, 정권 비판이나 반대자에 대한 억압으로 남용될 수 있다. 작년 12월 사단법인 오픈넷은 1995-2015년 사이의 후보자비방죄와 허위사실공표죄 재판 1,569건을 전수조사하여 해당 범죄의 기소가 보수 대선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여당을 보호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남용되고 있음을 밝힌 공동연구결과(호주국립대 유종성, 고려대학교 박경신)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이와 같은 폐해를 충분히 겪었다.

또 UN인권위원회는 이미 표현의 자유 일반논평 제34호를 통해 진위확인이 불가능한 명제, 즉 감정과 견해 표명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하여야 함을 권고한 바 있다. 사법부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근 여당 측이 ‘종북’, ‘깡패같은 나쁜 놈’ 등의 표현에 대하여 검찰 고발을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비판받아야 한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가 그 표현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욕을 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반민주적인 시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 삭제가 얼마나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고 권력자나 유력 정치인에 대하여 이러한 정도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표현의 자유 억압을 포함한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약속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정권이다. 전 정권들이 반대 여론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한 제도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이를 새 정권이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자기 부정과 다름 없다. 즉, 문재인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있는 나라를 만들 때 그 의미가 빛나는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반대자들의 비판에 대한 형사적 대응을 중단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위 사건의 블로거가 원하는 경우 항소심에서 법률지원을 할 예정이다.

 

2017년 6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화, 2017/06/27- 14:10
215
0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를 기대한다는 방통위가 우려된다

– 이동통신사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시장경쟁 악화 여부 파악해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제정안을 의결하였고 이에 대해 언론은 ‘부당하지 않은 차별’은 허용된다며 이른바 “제로레이팅”의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래와 같이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제로레이팅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밝히며, 시장 경쟁상황에 대한 파악과 함께 이동통신사의 전기통신사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

또한 통신비 인하는 명확히 이동통신사 스스로의 과제다. 그럼에도 제로레이팅은 통신비 인하에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이동통신사의 괴이한 논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도 요구한다.

 

통신비 인하는 보편적 인터넷 접근권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 제로레이팅은 전혀 효과 없어

통신 당국이 이동통신사들에게 새 정권의 공약사항인 보편적 통신비 인하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사들은 제로레이팅이 마치 보편적 통신비 인하 수단인 양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들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일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추가 과금”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통신비 인하는 국민의 보편적 인터넷 접근권 확대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제로레이팅은 이러한 접근권 확대 효과를 전혀 가져오지 않는다. 보편적 통신비 인하 효과가 없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시장 경쟁 악화 여부 파악 시급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제로레이팅 요금제는 SK의 11번가, KT의 지니 등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다. 오픈넷은 오래전부터 이동통신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업자들과의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높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통신 당국은 한가하게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운운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계열사와 체결한 제로레이팅 계약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비계열사 제로레이팅도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하면 불법

이동통신사와 특수관계가 없는 플랫폼/콘텐츠사업자들이 자사 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용자에게 망사용료에 비례하는 사은품을 제공하는 식의 제로레이팅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동통신사가 자신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플랫폼/콘텐츠사업자에게 가격 인하를 강요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용자들의 망사용을 늘려 자신들의 매출은 늘리고 생산비용은 플랫폼/콘텐츠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 압박을 플랫폼/콘텐츠사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제로레이팅을 언급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독려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플랫폼/콘텐츠사업자의 자발적인 제로레이팅도 상황에 따라서는 중소경쟁사들을 파산시켜 장기적으로 독점이윤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즉 부당염매의 위험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어떤 정책수단으로의 제로레이팅도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방통위의 연구반 운영과 전문가 세미나 개최 내역을 공개하고 향후 폐쇄적 운영 지양해야

방통위는 고시 마련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연구반을 운영했고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어떤 전문가들이 어떤 논의를 거쳐 이번 고시를 제정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방통위 홈페이지에도 연구반 운영에 관한 정보나 연구 결과에 대해서 전혀 공개된 바 없다. 한마디로 깜깜이 정책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학계, 관련 업계,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였다고 하나 이용자나 시민사회의 입장이 반영되었는지는 언급조차 없다.

방통위는 고시 제정과 관련한 연구 결과 및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세부 내용을 즉시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향후 운영계획이라는 제로레이팅 연구반 관련 모든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사회와 이용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9월 15일(금) 제로레이팅 주제로 KrIGF에서 워크샵 주최

한편 오픈넷은 오는 9월 15일 KrIGF(한국 인터넷거버넌스 포럼)에서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주제로 워크샵을 주최할 예정이다. 본 워크샵과 KrIGF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KrIGF 홈페이지(igf.or.kr)를 참조하면 된다.

2017년 8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7/08/22- 12:43
215
0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

– 2017년 12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임시조치 제도”를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면서 정보 공유 활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임시조치 제도는 정보가 빠르고 폭넓게 그리고 영구적으로 확산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여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최대한 빨리 삭제해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되었는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 침해 정보에 대한 신고를 받으면 즉각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되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신 임시적인 차단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임시조치 제도 하에서 권리 침해라고 보기 어려운 정보도 누군가 권리 침해 정보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광범위하게 삭제·차단되고 있어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임시조치 제도 개선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게 된 것이다.

오픈넷은 앞으로의 임시조치 제도 개선은 다음의 5가지 원칙을 지켜야 함을 밝힌다.

 

제1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만약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이하 “인터넷 기업”)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운다면 인터넷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필터링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터넷상에는 인터넷 기업이 사전 또는 사후적으로 승인한 정보만 남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송이나 신문과 달리 힘없는 개인도 타인의 허락 없이 자신의 주장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대중매체로서의 인터넷의 기능이 사장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일반적감시의무(general monitoring obligation)”의 부과는 국제적으로도 금기시되고 있다.

정부 및 시민사회가 종종 포털 등 인터넷 기업에게 “왜 사전에 불법정보를 차단하지 않느냐”고 힐난하는데 윤리적으로는 그런 압박을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사전 차단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 이런 힐난을 할 때 누군가의 요청이 없더라도 사업자가 게시물들을 임의로 임시조치할 수 있다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3 “임의의 임시조치”조항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 조항은 원래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게시물의 사전차단을 의무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오히려 게시물을 신고도 없이 사업자 임의로 삭제해도 게시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어서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므로 제44조의3은 삭제하는 것이 옳다.

 

제2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일방적인 이유만으로 그 정보를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단, 그러한 삭제·차단을 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합법적일 수 있는 정보에도 누군가 권리 침해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비례성 원칙을 모두 위배하는 위헌적인 것이다. 그러나 불법정보를 신속히 삭제하고자 하는 입법목표를 위해서는, 합법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불법정보를 삭제·차단하도록 동기만을 부여한다면 위헌논란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을 따르는 미국의 저작권법 제512조의 노티스앤테이크다운(notice and takedown) 제도는 ‘신고된 게시물만 즉시 삭제하면 이용자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면책조항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단, 아래의 제3원칙처럼 게시자와 신고자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게시자가 삭제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을 때 복원을 하면 면책을 해주는 것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면책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정보매개자가 반드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삭제·차단을 의무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면책조항이 없으면 사업자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삭제하지 않았을 때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원리에 따라서 책임을 질 수도 있고 지지 않을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는데, 면책조항은 그 불안정성을 지워버리는 혜택을 줌으로써 신고된 불법정보를 활발하게 단속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22일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방통위안”)은 아직도 권리침해신고 시 삭제·차단이 법적 의무인 것처럼 기술되어 있다. 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기에 합법적인 게시물도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삭제·차단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의무가 아닌 동기부여 조항으로 바꾸어야 위헌 논란을 피해 사업자들의 불법게시물 삭제를 독려할 수 있다. 관련 조항을 “게시물에 대한 요청을 받으면. . . 조치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게시물에 대한 통지가 있을 때 그 게시물에 대해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조치를 해야 한다”로 수정하면 된다.

또한 방통위안은 위 절차를 따르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하여(현행: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면책 여부를 명확히 하였는데 그 방향성은 맞지만 “면제”에 이르지 않는 “감경”은 확정적이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므로 완전한 면책이 아니어서 동기부여의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감경 또는 면제한다”가 아니라 단순히 “면제한다”로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제3원칙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즉 게시물 즉시 차단의 동기를 부여한다면 게시자가 이의제기를 하면 즉시 복원할 동기도 같이 부여해야 한다.

권리침해의 의혹이 제기된 정보에 대해서 삭제·차단의 동기를 부여한다면 그 동기가 과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반대방향으로의 동기 즉 복원에 대해서도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삭제·차단에 대한 동기만 부여되고 복원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독려 하에 사적 검열이 횡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들이 일방적으로 삭제된다. 이를 위해서는 면책의 조건으로 복원을 포함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게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시물들은 복원이 되어 표현의 자유의 핵심가치는 보호될 수 있다.

방통위안은 이 원리를 잘 따르고 있다. 신고게시물의 처리 및 이의제기 시 복원을 포함한 절차를 따르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하지말고 “면제한다”로 수정해서 완전한 면책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제4원칙 게시자와 침해주장자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에 행정기관이 개입한다면 강제력이 없는 “조정”의 형태로 개입해야 한다.

게시자와 침해주장자 사이의 충돌을 국가가 끝까지 해결해주지 않는 것이 불만스럽다면 국가가 개입하도록 하되 제4, 5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복원신청이 들어오면 게시자, 침해주장자 누구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하고 조정으로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소송 등으로 해결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조정의 내용을 거부하면 조정의 내용은 실체적 및 절차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조정결정의 거부도 아무런 불이익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정결정이 게시자에게 유리하게 되었다고 침해주장자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거나 거꾸로 침해주장자에게 유리하게 되었다고 해서 게시자가 권리보호를 위해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의 요건이 없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강제력 있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행정검열이 된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영화, 공연, 출판 등 분야별로 행정검열이 시행되었지만 오랜 노력으로 숫자가 줄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늘리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들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안은 조정결과를 거부하더라도 어느 한쪽에도 불이익이 없어 이 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

 

제5원칙 조정기간 동안에는 게시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조정기간 동안에 게시물을 유지할 것을 강제하면 사업자가 보기에 불법성이 명백한 것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임시조치할 것을 강제하면 사업자가 보기에 합법적인 것도 반드시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단, 이미 면책의 조건으로서 게시물의 복원을 의무화하기로 한 이상 그 면책이 의미가 있으려면 면책의 조건으로 게시물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즉 신고된 게시물의 즉시차단 + 이의제기된 게시물의 즉시복원이라는 절차를 따르면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도록 하는 이상 조정기간에 게시물이 내려진다면 복원의 의미가 훼손된다. 물론 위에서도 밝혔지만 이는 모두 의무가 아니라 면책의 조건이다. 면책을 잃는다고 해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므로 사업자가 보기에 피해가 명백한 것들은 조정기간 동안뿐 아니라 언제라도 삭제·차단할 수 있고 명백히 합법적인 것은 언제라도 복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을 제시하며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개선안은 적극 지지할 것을 밝힌다.

 

<보론>

위의 원칙을 따라 차단과 복원을 의무화하지 않고 동기만을 부여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고민하고 있는 다른 이슈들도 해결된다:

첫째, 임시조치의 기간을 정할 필요가 없다. 차단이 의무가 아니므로 명백히 합법적인 게시물은 언제라도 복원해줄 수 있고, 복원이 의무가 아니므로 명백히 불법적인 게시물은 복원을 거부하여 오랫동안 차단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간을 정할 수는 있지만 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위 “디지털성범죄물(리벤지포르노)” 같은 것을 게시자의 복원요청이 없는데도 기한이 지났다고 복원하도록 독려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면 “임시조치”에서 “임시”를 법원의 가처분처럼 기한없이 “이의제기시까지 잠정적으로”의 의미를 갖는다.

둘째, 이의제기(복원요청) 기간도 반드시 정할 필요는 없다. 복원요청이 없으면 영구히 차단상태가 유지되는 것이고 복원요청이 있으면 그때 복원해주면 된다. 단, 영원히 보관하는 것이 어려워 어느 시점에 영구삭제를 해야 한다면 보관능력에 따라서 수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해서 그 안에 이의제기를 하도록 하고 그 안에 되지 않으면 영구삭제하면 된다. 대신 이의제기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언제라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셋째, 복원요청 시 “즉시복원” 여부도 위에서 말한 대칭적 동기부여의 필요성에 비추어본다면, 침해신고시 즉시 삭제가 면책의 조건으로 요구되므로 역시 복원도 즉시복원이 면책의 조건으로 되어야 한다.

 

2018년 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1/29- 16:02
212
0
[논평]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막는 선거법, 책임정치 가로막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범죄사실을 누락해 당선무효형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해당 의원을 공천한 새누리당에 대해 책임을 묻는 현수막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났다. 노동당서울시당 양천당원협의회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양천구 가선거구(목2동, 목3동)에 출마했던 박태문 전의원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누락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태문 전의원은 경찰에서 제공한 범죄사실에 대해 재심 청구를 할 경우 선거 이후까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5년 법원은 박태문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확정함으로서 의원직이 박탈된다. 

이런 파렴치한 행태를 하는 동안 해당 의원을 공천했던 새누리당은 단 한번의 사과나 책임을 표명한 바 없었다. 그러던 중, 2015년 10월 28일 재보궐 선거에서 다시 새누리당이 자당 후보를 공천하려 하자, 노동당 양천당원협의회는 새누리당의 잘못된 공천 탓에 재보궐이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공천철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해당 보궐선거에는 3.8억원의 구민재정이 소요되었다. 

<노동당서울시당 양천당협이 2015년에 게시했던 정당현수막 일부>


하지만 이런 활동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을 통해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재갈을 물리게 되었다. 양천당원협의회가 밝힌 사항(http://www.laborparty.kr/index.php?mid=bd_public&category=463356&docume…)에 따르면 1, 2심 재판부는 이와 같은 양천당협의 활동이 "현수막의 문구에 노동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홍보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대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1심에서 내려진 100만원의 벌금이 2심에서도 확정되었다. 

한국은 정당민주주의체제와 다당제를 채택함으로서 정당의 경쟁을 통해서 정치문제가 논의되고 해결되는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다. 즉, 경쟁하는 타당의 후보나 혹은 타당의 행태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이를 비판함으로서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성숙을 가져오는 것이 정당민주주의의 본령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과 법원의 판단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상호 비판과 견제를 하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항이다. 선관위나 법원은 정당 간 경쟁을 '눈가리고 정면만을 향해서 뛰어가는' 경마 경주와 같다고 보나보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자가 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은 현재 대통령인 박근혜의 대선공약이기도 했고, 지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그만큼 재보궐 선거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이 적고 지역의 기득권구조가 강력한 지방선거에서는 이와 같은 감시와 견제가 거의 없었다. 이런대도 양천구의원 보궐선거를 야기한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었던 정당 현수막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이와 같은 시대정신에도 위반되는 결과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양천당원들이 2심 판결 이후 상고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1심과 2심에서 법원이 보여준 전근대적인 정치의식을 꼽을 수 밖에 없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적어도 정치의 책임은 구체적인 정당과 개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비판하는 정당명을 빼고, 비판의 당사자를 빼야지만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면 도대체 할 수 있는 견제와 감시가 무엇이 있겠는가. 

다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욕하고 그 원인으로 정당의 책임을 꼽지만, 현재 정치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힘은 정당과 더불어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다. 노동당의 입장에선 보궐비용을 아끼려면 부적격 구의원의 문제를 지적하지 말아야 하고 해당 정당이 또 보궐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놓아도 비판하지 않는 '모르쇠 정치'를 해야할 판이다. 

한국의 정당민주주의가, 정치의 현 수준이 이렇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구태와 법원의 몰이해를 규탄한다.[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월, 2016/05/23- 15:09
21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