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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발표 강행…노정 관계 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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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발표 강행…노정 관계 파국으로

익명 (미확인) | 금, 2016/01/22- 18:26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세종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양대 지침’으로 불리는 일반해고(통상해고)와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일반해고 지침이라는 표현 대신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장관은 당초 이날 울산에서 양대 지침 관련 노사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한 지 3일 만에 고용노동부가 예상보다 빨리 지침 발표를 강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변 동료에게 부담되면 ‘엄격한 절차’에 따라 해고하라?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고용노동부는 해고의 유형을 징계해고, 정리해고, 통상해고로 나눈 후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통상해고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각 사업장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통상해고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도 해고가 정당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통상해고를 둘러싼 해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해고를 통상해고로 봤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순히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 없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여부는 법원에서 사건 별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강문대 변호사는 “현재 법원은 ‘저성과자 해고’를 일관되게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지도 않고, 이런 유형의 해고를 명시적으로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지도 않다”며 “저성과가 다른 징계 사유와 함께 제기됐거나 저성과에 이른 과정(불성실, 태만)과 함께 제기됐을 때 저성과도 해고 사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판례상으로도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통상해고의 하나로 유형화해버린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이 이뤄지면 기업이 정규직 인력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반대로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정규직에 대해 사전적,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가 생각하기에 꼭 필요한 내용이면 입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공정인사 지침’과 함께 발표된 취업규칙 지침은 기존의 취업규칙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노동자 집단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효력이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변경해 임금 및 근로조건이 저하될 경우에도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 일방시행이 가능한 방안을 안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연공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고, 당장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 반대 속 서두른 배경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노사정 합의에서 양대 지침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지침 발표를 강행한 것은 국회에서 노동 5법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속해서 ‘노동개혁’을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 등 4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동개혁’ 관련 “지금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1일 서울 중구 (주)한화를 방문해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삭감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특정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양대 지침과 관련해 한국노총에 논의를 시작하자고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사정이 합의하지도 않은 내용을 새누리당과 함께 입법 발의한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지침 관련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파기한 지 3일 만에 지침을 발표했는데 지침 내에 노동계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평가하느냐”고 질문하자 “19일(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파기 당일) 이후 금속, 화학, 공공, 정보통신 등 개별 기업에서 노사 간담회를 했는데 어느 기업에 가서 얘기를 해도 현장 근로자들이나 기업에는 정확한 지침의 내용이 안 알려져 있었다”며 “더 많은 얘기를 듣는 것도 주요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전체 내용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교육하고 홍보하는 게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사가 지침의 내용을 모르고 있으니 얼른 발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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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서울고용노동청 앞.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이 막아선 토론회장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서울고용노동청 앞.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이 막아선 토론회장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청회 한 번 안 열고 밀실 간담회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노사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도 보도자료에서 2대 지침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5회, 전문가 TF 운영, 토론회 및 간담회 등을 총 45회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반해고 지침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처음 초안이 공개됐을 뿐이고, 간담회에는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역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노동부 관계자가 기자들의 신분증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출입을 시켰을 정도였다.

1월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주최측이 고용노동부에 2대 지침 관련 발제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에서 거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발제자 없이 토론자들의 토론만 이뤄졌다.

이날 고용노동부의 갑작스런 지침 발표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두 가지 지침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업주들에게 해고 면허증을 쥐어주고 임금 근로조건을 개악할 수 있는 자격증을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5일 회원조합대표자회의 등을 열어 향후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2대 지침 폐기와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입장을 내고 “정부의 노동개악 행정지침 발표는 일방적 행정독재”라며 “총파업 등 즉각적인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3일 ‘노동개악 법안 저지, 정부지침 분쇄’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고 이기권 장관에 대해서는 고발과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파탄” 선언 … 노동 5법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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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의 최대 목적은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들어올리는 인양방식을 쓴 것도 시신 유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해수부는 최소한 미수습자 유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개실부에 대해선 창문을 비롯한 모든 개구부에 유실방지망부터 설치한 뒤 본격적인 수중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수면 위로 드러난 선체의 모습은 해수부의 말을 무색케 한다.

특조위 수중 촬영 영상 중 뻥 뚫린 객실 부분

▲ 특조위 수중 촬영 영상 중 뻥 뚫린 객실 부분

2015년 특조위 수중영상에 포착된 객실층의 거대한 균열

지난 2015년 11월 22일, 당시 세월호특조위는 민간잠수사들을 대동하고 바닷속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촬영하기 위해 인양 현장을 찾았다. 인양 작업 도중 선체 곳곳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부위들의 본래 상태를 기록해 두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해수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고, 결국 특조위는 잠수용 바지선이 아닌 낚싯배를 빌려 수중 촬영을 시도했다.

당시 특조위의 촬영 목표는 조타실과 러더, 그리고 프로펠러였다. 그러나 러더를 찾아 잠수했던 잠수사가 방향을 잘못 잡아 선체의 바닥면이 아닌 정반대편 갑판면을 따라 잠수하게 됐다. 그런데 바닥면에서 3미터쯤 상승한 지점에서 선체가 크게 찢겨져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의 훼손 부위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은 5층 객실부에 있는 전시실과 선원 숙소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부위였다. 또한 선체가 침몰하면서 4층과 5층의 선미 좌측 부위들이 거의 붙어버릴 정도로 찌그러졌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과도 연결되는 공간이 발생했을 여지가 충분했다.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상하이샐비지가 객실층의 모든 개구부에 대한 유실방지망 설치를 완료했다고 말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 부위는 이렇게 크게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인양된 선체에서 포착된 5층 균열부 + 설계도면

▲ 인양된 선체에서 포착된 5층 균열부 + 설계도면

올려진 선체에서도 균열 확인…유실방지망 설치 안 돼

그렇다면 그 이후엔 이곳에 유실방지 장치를 설치했을까. 반잠수선 위에 올려진 세월호 선체의 5층 객실부를 살펴보면 특조위의 수중영상에 포착된 것과 같은 위치에 선체가 크게 훼손된 모습이 확인된다. 그러나 유실방지망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이곳은 좌측으로 눕혀진 선체의 하단부에 해당돼, 배수작업 과정에서 물과 함께 유해와 유품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높은 부위다.

뉴스타파가 직접 확인한 이 부위 말고도 객실부에 대한 유실방지가 미비했다는 정황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선수쪽 객실부에서 토사와 함께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돼지뼈 7점을 미수습자의 유해로 오인해 해수부가 긴급 브리핑을 여는 일도 있었다. 이 브리핑에서 해수부는 세월호 전체에 2백 곳이 넘는 개구부가 존재하며 대부분 유실방지망으로 차단했다면서도, 바닥면과 닿아있던 객실부 창문들의 경우엔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실방지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양이 진행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정형민, 신영철
영상편집 : 윤석민

목, 2017/03/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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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위사령부에서 간첩으로 직파됐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홍강철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 고법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2월 19일 핵심 증거들의 증거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신빙성도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유우성 씨 사건에 이어 두번째로 탈북자에 대한 간첩조작이 법원에 의해 사실상 공인됐습니다.  

홍 씨 변호인인 장경욱 변호사는 이번 사건도 합신센터에서 허위자백을 통해 만들어진 간첩조작이라는 것이 판결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씨는 앞으로 합신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독방조사를 없애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홍강철 씨는 북한에서 탈북브로커로 일하다 2013년 9월 한국에 들어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끝에 북한 보위사령부의 지령을 받고 들어온 간첩이라고 자백했습니다. 국정원은 유우성 씨 간첩증거조작 의혹으로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2014년 3월 10일 홍 씨 사건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종편 채널 등 보수언론은 ‘증거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간첩은 있고 국정원은 필요하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러나 보도를 본 민들레(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변호인단이 홍강철 씨를 면회하고 국정원 증거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 사건도 조작됐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홍 씨는 변호인단에 “국정원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려다주고 돈과 집, 직장도 주겠다며 약속해서 허위자백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타파는 홍강철 씨 사건을 지난 2년 간 취재해왔습니다. 뉴스타파가 만든 다큐멘터리 ‘열네번째 자백‘을 보면 국정원이 벌인 간첩조작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네번째 자백이’란 홍 씨가 합동신문센터에서 ‘나는 간첩’이라고 자백한 열 네번째 사람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아직 많은 탈북자 간첩조작 피해자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금, 2016/02/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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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일간의 침묵을 깬 북한의 화성 15호 발사

지난 11월 29일 저녁, 북한이 74일간의 침묵을 깨고 사상 세 번째이자 가장 성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언론의 격한 반응과 함께 워싱턴 강경파들의 대북 선제공격이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엄포를 불러일으켰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 미친 자가 우리 국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 의회 내 보수 세력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었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그레이엄 의원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수십만 명의 미국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이 죽을 수 있다는 예측을 손쉽게 무시한 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것과 미국 국토를 파괴하는 것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정권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거만하게 선언했다.

한편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국장은 월스트리터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20%로 평가한 자신의 예측이 이번 미사일 발사 때문에 바뀌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다른 전문가들은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50%나 그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이 “국가핵무력” 완성이 실현됐다는 북한 측의 발표, 그리고 이전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이 소위 ‘도발’ 이상의 것을 계획중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침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이 워싱턴포스트에 제기했다. 코사 소장은 “북한은 우리가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는 확신이 서면” 유엔이 북한에 가한 제재를 해제해주는 대가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부분의 신문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ICBM 발사 실험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최초 보도8,000마일(약 1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화성 15호의 잠재적 사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제목과 같이, 북한 신무기의 사정권에 “미국 수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화성 15호 발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 온 사람들에게 있어 이 정도 규모의 미사일 실험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북한은 최근 성명 및 미국 전문가들과의 비공식 회담을 통해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목표는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임을 강조했고, 일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후 평화 회담에 임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지난 10월 북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외교에 임하기에 앞서, 우리는 [북한이] 미국의 어떠한 침공에도 대항할 수 있는 방어 및 공격 역량을 갖추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외무성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미국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에게 이와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가들 중 두 명인 수잔 디마지오조엘 위트는 11월 7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우리와의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는 많은 무기를 보유한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이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그들이 탈출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적 해법이 북한에 관한 언론과 정치권의 논쟁을 지배하고 있는 워싱턴에서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반전평화단체 ‘플라우쉐어재단(Ploughshares Fund)’의 조 시린시온 대표는 지난달 28일 MSNBC의 유명 진보성향 토크쇼 진행자 레이첼 매도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는 우리가 북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과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북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협상도 시도해보지 않았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북한과의 전면전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던 지난 2002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시린시온 대표는 이번 미사일 실험은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숙고하여 한 발짝 나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북한 측이 60일간 미사일 실험을 멈춘다면 그것이 “(김정은 정권과의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북한 측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기사를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74일간 실험을 중지했음에도 “우리(미국 정부)는 어떠한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시린시온 대표는 말했다.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트럼프, “미국의 선제타격 우려한다”는 문재인

전쟁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자, 언론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11월 방한 당시 김정은과 “협상을 하겠다”는 발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막 보고를 마친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더 솔직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탄도미사일이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들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발사가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만들려는 연구개발 노력의 일환”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가 기존에 사용한 적이 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언급은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사용하는 표준적인 용어보다 훨씬 부드러우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매티스 장관 등이 지난달 초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사용하던,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용어보다 당연히 덜 위협적이다.

그러나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하는 “역사적 대업을 마침내 실현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떤 기회를 포착했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기자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태평양에 정상적인 궤도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미사일 실험 동결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실험에 대한 텔레비전 중계 발표는 “아마도 북한의 국내 선전선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워싱턴 분석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폐기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을 때에만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올해 수차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수잔 디마지오는 “트럼프 대통령 등의 선동적인 발언”이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 그리고 경제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 그러한 신호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11월 초에 밝힌 바 있다. 디마지오는 또 보수 성향인 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이루었다고 믿을 때까지 무기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분석가들도 이번 미사일 실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와 압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이 핵탄두 탄도미사일 완성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측의 선제타격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미사일 발사 직후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군축협의회 분석가 킹스턴 레이프 국장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성명이 “놀랍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대통령조차 트럼프가 파국을 초래하는 전쟁을 일으킬 것을 염려한다”고 적었다.

수, 2017/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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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만들어낸 사상초유의 국정농단에 온 국민은 분노했다.

4개월에 걸친 검찰과 특검 수사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수사결과, 대통령은 최순실의 영업사원에 불과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로 불거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의 딸 박근혜와 목사 최태민으로 시작된 관계가, 대통령 박근혜와 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관계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근혜는 마지막까지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간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추적했다. 이들의 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했고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모았다. 그 결과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얽히고 설켜 살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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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육영수 숭모회’ 회장을 지낸 이순희(89)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자다. 1937년 문경보통학교에서 박정희를 처음 만났다. 박정희 육영수 기념사업회에도 참여했던 그는 스승인 박정희의 공적을 기리고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90년에는 박정희 지지자 등을 모아 숭모회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씨는 박정희의 자녀들과는 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1990년에는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을 재단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  

이 씨가 스승의 딸에게 등을 돌린 건 모두 최태민 목사 때문이었다. 그는 최태민이 박근혜를 등에 업고 육영재단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다. 이 씨에 이어 숭모회 회장을 맡았던 이영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1980년대 최태민은 육영재단에 아방궁을 차려놓고 전횡을 일삼았다. 내부에서 반발이 많았다. 육영재단을 지키기 위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태민을 박근혜로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숭모회를 만들었다.”

(이영도 / 전 숭모회 회장)

박근혜를 육영재단에서 쫓아내기 1년 전인 1989년 11월, 이순희 씨는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에게 최태민의 전횡을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다. ‘큰 영애님’으로 시작하는 6장 분량의 편지에는 박정희 유가족의 생활과 육영재단 문제를 걱정하는 이 씨의 간절한 마음이 빼곡히 담겼다.

“최 회장(최태민) 님에 대하여,

최 회장님이 큰 영애(박근혜)를 진실로 위하신다면, 표면에 나서서 누구하고든 큰 영애와 화합을 해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셔야 할 것입니다. 최 회장님이 큰 영애(박근혜)님의 막후인물로서 큰 영애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육영재단 직원들은) 생각들을 하고 별에별 말들을 다하고…”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의 편지 / 1989년 11월)

전 박정희 숭모회장이 남긴 4시간 30분 육성증언

초등학교 시절부터 박정희와 인연을 맺고, 또 그 자녀들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순희 씨는 2012년 대선 직전, 4시간 30분 분량의 육성 증언을 남겼다. 이 씨가 보고 들었던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 공개되는 이 증언은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 씨는 1989년 경 최태민을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박근혜와 최태민이 육영재단에서 같은 방을 썼다. 그 방에서 최태민을 처음 만났다. 방에 들어가니 최태민은 다리를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손님이 찾아왔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자빠져 있었다.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육성 증언)

이씨의 눈에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절대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박근혜는 최태민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했다. ‘최태민이 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더니, 박근혜는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육성 증언)

이 씨는 경북 문경에 소재한 박정희 기념관 ‘청운각’ 문제로도 박근혜, 최태민과 갈등을 빚었다. 청운각은 1930년대 박정희가 문경보통학교 교사 시절 하숙했던 집이다. 1983년경 이순희 씨가 사비를 들여 사들여 박정희 대통령의 영정과 제단을 설치한 뒤 일반에 개방했다.

 그런데 1989년 8월, 박정희 육영수 추모사업회가 보낸 한 장의 통고문이 갈등을 일으켰다.  통고문을 보낸 사람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였다. 통고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청운각에 걸린)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영정과 제단을 철거하고, 이 통고를 무시하면 청운각에 대한 폐문조치를 하겠다.”

(박정희 육영수 기념사업회 통고문/ 1989년 8월)

박근혜는 왜 기념관에 걸린 아버지의 영정을 치우라고 했을까. 통고문을 받은 뒤 화가 난 이순희 씨는  박근혜를 찾아가 따져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놀라웠다. 박근혜는 모두 최태민의 뜻이니,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우상숭배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최태민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이순희 씨는 느꼈다.

“(박근혜가 하는 말이) 저기 최태민이 기분이 상해가 있으니까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최태민의 기분이 좀 좋아지면 다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우상숭배니까 하지 말라고…”

(이순희 전 숭모회 회장 증언 / 1989년)

이 씨의 주장은 다른 육영재단 관계자의 증언과도 유사했다. 겉으로는 박근혜가 이사장이었지만, 육영재단이나 박정희 추모사업회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건 최태민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이사장은 아무 것도 몰랐어요. 최태민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조OO 전 육영재단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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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는 서울 신당동의 박정희 대통령 자택. 5.16 쿠데타가 기획됐고

대통령이 되기 전 박정희 일가가 살았던 집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청와대를 떠난 20대의 박근혜는 두 동생과 함께 이 집으로 돌아왔다. 1982년 성북동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이 집에 살았다. 그런데 그 후 이 집을 지키고 관리한 건 최태민이었다. 최태민은 조카인 최용석 씨에게 관리를 맡겼다. 최용석 씨는 1989년 4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신당동으로 이사하기 전인 1986년, 최용석 씨는 박근혜가 이사장으로 있던 영남대에서도 일했다. 역시 큰아버지인 최태민이 시킨 일이었다. 그가 맡았던 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 관리. 대부분 박근혜가 영남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었다. 박근혜에게 최태민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까지도 맡길 수 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정치인 박근혜는 최태민과의 관계 때문에 여러번 곤욕을 치렀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 때는 최태민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근혜는 발끈했다.  

“(최태민과의 사이에) 만약 애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습니다. 제가 DNA 검사도 다 해 주겠어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됐다. 박근혜와 최태민이 의심을 살만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목격담이 쏟아졌다. 모두 1980년대 후반, 박근혜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던 때의 증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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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청문회에서 박근혜는 최순실과의 관계도 부인했다. 최순실 씨가 소유한 수백억원 대 재산이 육영재단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자, “천부당만부당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이 공모한 국정농단이 확인되면서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와의 끊을 수 없는 40년 인연은 결국 베일을 벗었다. 지난 1월 16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최순실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재판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한때는 대학시절에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했고, 많이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옆에 있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헌법재판소 증언 / 2017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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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최태민이 처음 만난 건 1975년경이다.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직후 최태민이 박근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안 돼 대한구국선교단이란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이 단체를 모태로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박근혜와 최태민은 총재, 명예총재 같은 직함을 가지고 활동했다.

이들이 같이 움직일 당시 근거지로 삼았던 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이었다. 박근혜가 총재로 있던 구국여성봉사단 본부가 있던 곳이다. 박근혜와 최태민은 이 곳에 노인전문병원인 새마음종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폐쇄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봤더니, 1977년 구국여성봉사단이 이 땅을 증여받은 걸로 나왔다. 증여한 사람은 최태민. 최태민은 증여 한 해 전인 1976년 이 땅을 매입했다. 당시 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10억 2천만원이었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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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여성봉사단에 기증된 이후 이 땅의 소유주는 여러번 바뀌었다. 하지만 모두 박근혜, 최태민이 지배, 운영하는 법인이었다. 이 땅을 최종적으로 매각하면서 생긴 자금은 1985년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이 유치원을 설립할 당시 초기 자금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박근혜와 최태민이 공동 소유한 거액의 자금은 최순실 재산 형성의 종잣돈이었던 셈이 된다. 박근혜-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진 경제공동체를 설명해 줄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  

구국여성봉사단 자금이 최순실 재산의 시드머니?  

그렇다면 박근혜와 최태민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구국봉사단을 만들고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일까. 그 단서는 1979년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의 일명 ‘최태민 보고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던 이 보고서에는 최태민이 돈을 모은 과정과 방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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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최태민 보고서

“1975년 4월 29일 박근혜의 후원으로 자신의 심복 및 사이비 종교인 중심으로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하고 총재로 취임하여 구국선교를 빙자, 매사 박근혜 명의를 매명하여 이권개입 및 불투명한 거액금품징수 등 이권단체로 치부.”

1978년 7월 14일 운영비 조달목적으로 대한통운 (주) 회장 최원석 등 10명의 실업인을 운영위원으로 위촉, 운영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계속 증원하여 1979년 10월에는 국내 재벌급 실업인을 거의 망라한 60명선에 육박, 1인당 입단찬조비 2000~5000만원에다 매월 200만원씩 운영자금을 조달.”

(중앙정보부 ‘최태민 보고서’ / 1979년)

최태민의 비서였던 채병률 씨의 증언도 최태민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한다. 채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구국봉사단을 만들던 1975년 경, 최태민이 기업 대표들에게서 7억원이 넘는 거액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이 된 박근혜가 재벌기업을 협박해 700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뒤, 최순실이 운영케 해 막대한 이권을 챙겨준 것과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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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박근혜를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몰아낼 당시, 이순희 숭모회장은 전국을 돌며 최태민 일가의 재산을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는 최태민이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혜를 좌지우지하면서 육영재단 자금을 빼돌려 부를 축적했다고 의심했다. 이 씨는 최태민의 호적등본을 단서로 가계도를 만들었고,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해 가며 최태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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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이 보고서는 최태민 일가의 재산관계를 추적한 첫 민간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씨가 만든 보고서에는 최태민과 부인 임선이 소유 부동산은 물론 최순득, 장석칠 등 최태민의 딸과 사위 명의의 재산목록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이 씨는 보고서 말미에 “최태민 일가가 뚜렷한 소득원이 없이 강남 요지의 주택과 빌딩을 취득했다”고 적었다.

뉴스타파는 이순희 씨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최태민의 아들 최재석 씨를 찾아가 인터뷰했다.

최 씨는 최태민과 그의 넷째 부인 사이에서 1954년 태어난 사람으로 최순실의 이복오빠다. 그는 최태민이 박근혜와 함께 운영한 구국여성봉사단, 영남대 등에서 많은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구국봉사단을 운영하던 1970년대 후반이 최태민 일가에게는 그야말로 꽃 피는 봄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순희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구국여성봉사단에서 그 자산이 (우리집으로) 넘어왔다. 영남대학 같은 곳에서도 많은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땅도 사기도 했다. 1975년도부터 우리 집은 잘 살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꽃피는 봄날이었다. 아버지가 가져온 돈이 족히 1000억 원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재석 / 최태민 아들)

 최재석 씨는 최태민이 살아 생전 그 많은 돈으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드는데 쓰려고 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됐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금고에 쌓아놓은 돈, 외화, 금덩어리들을 보여주면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드는데  선거자금이 1조 정도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많이 하셨다.”

(최재석 / 최태민 아들)

최태민과 가까웠던 전기영 목사의 증언도 비슷했다. 전 목사는 1980년대 초부터 최태민과 10년 이상 교류했던 사람이다.  

“최태민 씨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됩니다. 전국에 있는 70만명 근화봉사단 단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 겁니다. 목사님이 총책임을 맡아 주십시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조흥은행 안국동 지점에 13억이 있으니 그 돈을 쓰면 된다고 했다.”

(전기영 목사 / 최태민 지인)

최태민은 1994년 5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3년 뒤인 1997년, 박근혜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인이 된 뒤에도 박근혜 곁에는 언제나 최태민의 그림자가 있었다.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그의 남편 정윤회가 박근혜의 선거를 도왔다. 최순실의 모친인 임선이 씨도 대구로 내려가 선거를 지휘했다. 선거 자금은 최순실 측이 마련했다. 임선이 씨의 운전기사였던 A 씨는 지난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선이의 지시를 받고 박근혜 쪽에 돈을 실어 날랐다. 2억5000만 원 정도를 가방에 나눠 들고 가지고 갔다. 박근혜와 임선이 씨가 같이 쓰던 아파트로 돈을 갖다 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의 증언은 모두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가 사실상 한 몸처럼 경제공동체를 꾸려왔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1975년 구국선교단을 만들 때부터, 또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 사이의 재산공유가 계속됐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 박근혜는 최태민의 딸 최순실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했을 뿐 아니라, 서로 공모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근혜가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에 200억 원 넘는 돈을 출연하고, 추가로 최순실 측에 236억 원을 갖다 바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의 경제공동체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뇌관이었다. 사건의 본질을 관통하는 혐의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결정적인 혐의가 됐다. 특검이 수사기간 내내 이 문제에 매달려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최순실은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마치 입을 맞춘 듯 움직였다. 지난달 25일, 박근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 헌재에 제출한 서면 최후변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특검이) 만들어 냈는데, 모두 거짓말이다.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었다.”

(박근혜 대통령 / 1월 25일 정규재 인터뷰)

“최순실은 지난 40년간 옷가지 등 소소한 일 도와준 사람이다. 대통령 선거 등 치르며 저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 2월 27일 헌법재판소 최후변론)

그러나 박근혜가 최순실과 공모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대통령의 주장은 설자리를 잃었다.

이제 남은 건 뇌물을 받은 사람, 즉 대통령 박근혜를 처벌하는 것이다. 수사기간의 한계로 특검이 못했다면, 검찰이 다시 해야 한다. 박근혜-최태민-최순실로 40년 간 이어져 온 기괴한 혹세무민과 사상 초유 국정농단의 뿌리와 그 비호세력도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다시 정의가 설 수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취재·연출 : 한상진 강민수

내레이션 : 안종덕

촬영 : 최형석 김기철 신영철

편집 : 박서영

수, 2017/03/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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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노동자 우롱하는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단축안

1주를 5일로 간주하는 고용노동부의 ‘황당한’ 행정해석이 장시간노동 야기해
특별연장근로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 단축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사회적 합의에 실패한 사안, 미사여구로 포장해 제시하는 것에 불과

 

정부가 다시 한 번 청년과 노동자를 기만했다. 어제(8/12)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8/6(목) 박근혜대통령이 발표한 ‘4대 개혁 대국민 담화’의 후속조치이다. 그러나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서도 가능하다. 단지, 고용노동부의 비상식적 행정해석에 의해 가로막혀있었을 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1주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근로기준법 상 ‘1주’를 7일로 해석할 경우, 1주의 노동시간은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한 52시간이다. 반면 1주를 휴일 2일을 제외한 5일로 해석하면 노동시간은, 5일에 대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에 남은 휴일 2일에 대한 각 8시간 씩 16시간을 합하여 총 68시간(40+12+8+8)이 된다. 1주를 7일이 아닌 5일로 간주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1주일에 대한 현재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계획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국민들을 만연한 장시간 노동의 고통에 몰아넣고 그에 대한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만든 것은 고용노동부 자신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단축의 연착륙 등을 목적으로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재량근로 대상업무를 조정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이번 노동시간단축 조치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탄력적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가 활성화된다면 연장근로수당 지급의 부담이 줄어들어, 사업주들로 하여금 장시간노동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든다. 고용노동부 스스로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행정해석을 바꾸는 마당에 이와 반대되는 방침을 동시에 밝힘으로써 노동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시간단축을 방해하고, 제도의 연착륙이라는 이름으로 생색내며 청년과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이미 사회적 합의에 실패했고, 노동계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노동개악’ 사안을 반복해서 제시하면서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노동계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합의에 실패한 사안과 문제가 지적되는 정책 방안은, 미사여구로 포장해 재차 강요할 것이 아니라 폐기하는 것이 옳다. 이번에 주요 대책으로 제시된 노동시간단축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일자리나누기와 공유를 위한 실노동시간단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철저하고 엄격한 근로감독과 함께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을 확대할 진짜 대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 계획을 다시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속히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청년층과 노동자들이 정부의 이간질과 조삼모사에 속을 리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목, 2015/08/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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