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인권단체 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문이 공개되었다. 한마디로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개악에 합의한 것이고, 반인권 악법이 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제정할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할 북한인권법을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 여야가 합의했다고 보도가 계속 나오는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을 포함하는 의미입니다)의 문제점을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정리해 보았습니다. 테러방지법의 전체적인 문제점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업무계획을 1월 18일(월) 발표했다. 우선 이번 업무계획은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같이 너무나 심각한 규제완화 및 의료영리화 시도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점은 이런 내용을 일국의 보건복지부가 한해 업무계획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복지를 어떻게 확대할 지 고민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되어야 할 보건복지부의 타락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보건복지부를 거꾸로 의료영리화, 민영화의 기지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보건복지부의 한 해 업무계획에 의료보장확대 및 공적연금 강화 등 복지정책이 없는 것은 국민기만이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공적연금 확대 등의 보건복지부의 핵심 계획이 모조리 빠져있다. 지금 국민들은 계속된 경기후퇴와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병원이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무려 17조의 누적흑자가 발생하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장기입원을 빌미로 입원료 인상을 작년 연말 국무회의에서 날치기 통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어떻게 확대할지를 밝히는 것은 한해 계획에서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작년 공무원연금개악 등으로 촉발된 공적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삭감,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중복사업으로 무분별하게 규제한 것 등에 대해서 올해의 반성과 계획이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 포함되었어야 마땅하다.
둘째. 해외 의료진출을 빌미로 국내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업무계획을 통해 3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평가의 틀도 갖추지 못하고, 객관적 질병 지표의 비교조차 없는 1차 시범사업 평가결과를 국민에게 내놓으며, 근거 없이 2차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3차 시범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원격의료는 아직 전세계 어디에서도 안전성과 효용성이 입증된 바 없으며, 의료비만을 높이고, 개인의 건강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부가 취약지 의료를 정말 걱정한다면 원격의료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방문진료를 강화하고 주치의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을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 시험대상으로 삼아 대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개인진료정보 전송을 허용하는 등 개인건강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완화 또한 즉각 중단돼야 한다.
해외 의료진출이라는 명목도 신기루일 뿐으로 과장된 추측에 근거한 의료진출론을 빌미로 국내 원격의료와 민영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등을 획책하는 것은 꼼수 의료민영화에 불과하다.
셋째. 보건복지부는 제약, 의료기기 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
이번 안을 보면 약품의 빠른 시장진입을 위한 규제완화책이 들어있으며,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국민들의 낸 건강보험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황당한 내용도 들어있다. 여기에 세포, 유전자 치료 등은 식약처 허가 전에도 임상 적용을 하여 시판까지 하도록 하는 위험천만한 규제완화책도 제시되었다. 또한 IT기업의 각종 사업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원래 이런 위험한 규제완화책을 경제부처가 제시하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의 위해 요소 및 의료비 상승 등을 고려해 이를 제한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데,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만을 위해 경제논리로 무장해 덩달아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보건복지부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낫다.
정진엽 장관은 메르스 사태로 공석이 된 보건복지부 수장자리에 오르며,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임명되자마자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해괴한 논리로 원격의료를 도입을 천명하고,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는커녕 이러한 위험을 더욱 높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을 허가하였다. 이제 한 술 더 떠서 한해 업무계획도 제약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의 이해만으로 모조리 채우고 임명 3개월만에 의료산업화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진엽 장관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소임을 자각하고, 보건복지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들을 끔찍한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고 건강보험 흑자 17조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는 것이 그 방법이자 순리이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의료산업부로 전락시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끝>
2016. 1. 19.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탄핵)했다. 지긋지긋한 박근혜를 만 4년 만에 민중의 힘으로 중도 하야케 했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본격화된 지 1백32일 만이다.

박근혜 파면은 1백32일간 눈비를 마다않고 광장을 지킨 1천5백만 촛불의 긍지이고 훈장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반(反)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운동의 자부심이다. 공장에서, 대학에서, 성주에서, 진주에서 전국 곳곳에서 정권의 악행에 맞서 싸워 온 민중의 정의다.
수십 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독재 세력에 젖줄을 댄 강성 우익 박근혜 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민중을 “개·돼지 취급”해 왔다. 공작 정치로 대선 승리를 훔쳤고,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한 복지 공약을 간단히 취소했다. 기업주들이 책임져야 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해 왔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게 해 달라는 부모들을 좌익 세력 취급하며 적대했다. 일자리 같은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에게 (갖가지 위험이 있는) 중동에나 가 보라고 무시했다. 고통 전가를 중단하고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백남기 씨를 물대포로 죽이고는 그 사인(死因)마저 속이려 했다. 일자리 찾는 여성들에게 고작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내놓고는 애나 많이 낳으라고 모욕했다. 노동운동, 사회운동, 문화계 등을 사찰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유로운 표현과 민주적 권리를 침해했다. 국정원과 재벌이 자금을 댄 관제 데모와 방송 장악으로 여론을 조작해 왔다.
이 모든 악행들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거대한 퇴진 운동으로 수렴됐다. 그리고 결국 그 뜻을 이뤘다. 박근혜 일당과 우익은 끝까지 발악했지만,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민중의 의지가 더 강했다. 세월호 참사로 구조도 못 받고 희생된 원혼의 분노가 그들의 생떼보다 더 강했다.
오만한 권력자들에게 더는 얕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대중은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후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줄기차게 모이면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촉구해 왔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끈 황교안에게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세월호 3주기에는 반드시 박근혜를 몰아내고 구속시켜서 희생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염원했다. 오만방자한 우익들이 우리를 얕보고 바람 불면 꺼질 촛불이라고 비웃었지만, 촛불은 바람을 타고 들불처럼 번지고 커져 왔다.
바로 그 힘으로 이미 박근혜 탄핵 전에 정권 실세들인 김기춘·조윤선·안종범 등이 구속됐다. 박근혜의 분신과 다름없던 최순실이 구속됐다. 그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됐고, 부정 입학에 연루된 이대 총장과 관련 교수들이 구속됐다. 심지어 사후 퇴학 처분으로 그 다이아몬드 수저의 고졸 학력마저 박탈됐다. 그리고는 70년 불구속 신화라던 삼성 재벌의 총수 이재용까지 구속됐다.
이는 박근혜가 더욱 심화시킨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를 뜯어고치고 바꾸는 일의 출발일 뿐이다. 대선으로 박근혜 정권이 물러난다고 해도 앞으로 6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이 점을 이용해, 여전히 독재를 미화한 국정교과서가 떠돌고, 사드 등 미국의 대량살상무기들이 서둘러 들어오고 있다. 고통 전가와 노동 개악도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주들을 위한 고통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도 계속 좌절될 것이다. 박근혜도 구속을 피하려고 온갖 “염병하네” 할 짓들을 해댈 것이다. 앞으로의 재판에서 이 모든 적폐 인물들의 구속 판결을 받아 내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이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여전히 민중이 거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특히, 노동자들이 승리감을 자신감으로, 일터의 반란으로 번지게 해야 한다.
물론 적폐와 싸우는 일, 정권 퇴진 염원의 밑바탕에 깔린 불평등과 부정의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효과적인 정치와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쓰디쓴 논쟁과 난관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정권 퇴진 운동을 공상이라고 비웃던 반 년 전과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4년 전 박근혜 당선에 좌절하고 한숨 짓던 사람들이 아니다. 대중 스스로의 힘으로 사악한 통치자의 중도 하차를 이뤄 낸 사람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오래 핏빛 독재를 자행했던 세력을 계승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정권을 끝장낸 사람들이다.
여세를 몰아 정권의 청산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자.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조건 개선과 해방을 위해 싸우자. 교만한 지배자들에게 단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자. 권력을 쥔 자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그들에게 우리를 존중하라고 말하자. 박근혜 퇴진은 투쟁하는 민중의 자랑이다.
2017년 3월 10일
노동자연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던 담뱃갑 상단 흡연 경고 그림 부착 의무화 방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규개위는 지난 4월 22일 관련 방안을 심의해 올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결정하고 이 조항을 철회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규개위는 경고 그림을 상단에 표기하도록 강제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다. 국민 건강을 외면한 이번 규개위의 불합리한 결정은 규개위원들이 제대로 된 ‘규제’를 외면할 수 없는 담배기업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국민 건강보다 담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규개위 결정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담배의 건강 위해성과 관련된 경고 그림 배치의 기업 자율 결정을 철회할 것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담배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건강 유해 물질이기에 세계보건기구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를 만들었고, 한국도 2005년에 이를 비준했다. 이 협약에 비준하면 해당 국가 정부는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맞게 국내법을 수정, 보완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협약 제11조 1항에는 담배제품의 포장 및 라벨에 대한 규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담배갑에 포함될 경고문구 및 그림과 관련하여 ‘넓은 면적, 명시성, 가시성 및 판독성’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담배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쉽게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눈에 띄게 경고 문구 및 그림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고문구란 그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므로 이는 당연한 지침이다. 또한 원칙적으로는 담배의 주요 표시면들의 50% 이상의 크기 요건을 충족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4월 유럽의회와 유럽연합정상회의는 담배규제지침을 채택하여 담배갑 앞면과 뒷면의 65% 이상에 경고문구 혹은 경고그림을 그 상단에 넣을 것을 각국에서 법제화할 것을 의무화 하였다. 이처럼 경고문구 및 그림을 상단에 넣도록 의무화 한 것은 그 만큼 상단표시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말하는 ‘넓은 면적과 명시성 및 가시성 및 판독성’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표시면의 30%에 정도밖에 안 되는 경고 그림을 표시하면서 위치마저 눈에 보이는 상단이 아닌 방식으로 기업 자율에 맡긴다면 그 어떤 조항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담배가 유해물질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한 담배갑 상단 흡연 경고문구 및 그림 배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우리는 2014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정했던 경고 그림 규제가 규개위에서 ‘불필요한 규제’ 로 변화된 것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 규개위는 관련 정책 심의 시에 담배업계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들었다. 담배제조회사가 모인 단체인 한국담배협회와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 대표가 심의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혹자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담배 규제 정책 입안 및 결정시 담배업계를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강제하는 철칙에 가깝다. 이는 앞서 언급한 담배규제기본협약 제5조 3항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담배업계의 로비로 인해 정부가 국민 건강에 해로운 불합리한 결정을 하게 되는 어이없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국제 사회의 약속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규개위는 이러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뿐만 아니라 규개위원들의 이해상충의 문제도 있다. 담배소송에서 필립모리스를 변호하고 있는 로펌과 관련된 위원이나 담배기업 사장에 공모한 경력이 있는 위원도 규개위원에 포함돼 있다. 이는 규개위의 이번 결정이 그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결정 과정이 국제사회에 알려진다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조롱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규개위가 규제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 건강과 안전과 관련된 필수적 사회 규제 도입의 장애물로 기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정도가 심하다.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업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을 내팽겨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재심을 요청했고, 규개위는 오는 5월 13일 경 관련 사안을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규개위의 불합리한 결정에 대해 국민 건강을 대변하는 단호한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담배가격 인상으로 세수를 늘릴 때는 국민 건강을 제 1순위로 떠들던 보건복지부가 정작 실효성 있는 담배 규제 방안은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재심에서 그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러한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린 규개위원 한 명 한 명은 국민 살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끝)
2016년 4월 25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 후 463일째를 맞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까지 참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 ‘선체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한 사회 건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온 국민의 투쟁으로 가까스로 통과된 특별법은 일방 예고된 ‘쓰레기 시행령’으로 무력화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특별조사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지 6개월이 넘었지만,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 경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예방과 구조에는 더없이 무능했던 정부는 진실 규명의 방해 활동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참으로 졸렬하고도 악랄하게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안전의무를 강화하고 재해발생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안전대책의 종합판에 해당하는「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기업의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적 조치는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고 대신 기업의 안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만 가득 담겨져 있다.
정부가 재난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세월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산업재해와 재난사고들이 그렇게 잊혔고, 쏟아졌던 재발 방지 대책들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 사고 직후 발표된 재발 방지 대책은 추진 과정에서 정치공방과 재벌기업의 로비로 누더기로 변해버려 결국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참사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현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리고 참사는 반복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전남 요양병원 화재, 판교 테크노 벨리 환풍구 붕괴, 오룡호 침몰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의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은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서 위험을 양산하고,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위협하고 있다. 기업은 위험한 업무는 하청에게 넘기고, 안전관리는 대행기관에게 넘기고 있다. 노동현장의 무너진 안전시스템은 노동자를 병들고 죽게 만들었고, 시민도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 1위, 반복적인 대형 재난사고의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고에 대해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은 최대 수천 만 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최고책임자나 원청 대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오늘 우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발표한다. 이 법은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에게 사업수행이나 사업장 관리시 재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여 시민과 노동자에 대해 재해를 발생시킨 경우 엄하게 처벌되도록 하고 있다.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정도로 강력한 처벌이 행해지도록 하고 있다. 기업 내의 ‘위험을 방치하는 조직구조 또는 조직문화’가 대형 재해의 원인임을 직시하여,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직접 지시하거나, 그러한 위반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방치・묵인・조장한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가중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처벌을 함에 있어서 그 피해자가 정규 노동자인지, 하청 소속 노동자인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 시민인지를 가리지 않았다.기업 활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보호대상자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 법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기업의 행위는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살인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책임있는 기업과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응분의 정의로 생각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위험 전가 행위를 근절시키려면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마땅한 도리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런 취지와 정신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제정 운동을 시민과 노동자들의 탄식과 분노를 모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엄숙히 선언한다. 가족을 잃은 시민에게 남은 생은 없고, 노동할 사지를 잃은 노동자에게 꿈꿀 미래는 없다. 책임지지 않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을 신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 법을 통해, 남은 생과 꿈꿀 미래와 용서와 신뢰를 쌓고 다져 나가고자 한다. 이 법은 올바르고 절박하기에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2015년 7월 22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공교통네트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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