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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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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

익명 (미확인) | 수, 2015/09/16- 21:36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 산업용 부품 3만 개를 자사 자동차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부품 3만 개는 자동차용 품질 규격에 미달하는 제품이다. 자동차용 부품은 가혹한 조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산업용 부품보다 높은 수준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의 부품 3만 개는 반도체의 일종인 저항기(resistor)로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BCM(차체 제어 장치)에 장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뉴스타파가 보도한 ‘현대기아차 위조부품 사용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국회 김제남 의원실(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에서 현대기아차 부품 조달 체계를 조사하던 도중 드러났다.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위조부품 사용” 내부 보고서 입수) 현대모비스는 김제남 의원실 측에 “현대기아차의 BCM(차체 제어 장치) 납품 업체인 ‘대동(주)’에서 일본의 ‘롬(ROHM)’ 사(社) 부품의 공급이 부족해 현대모비스 측과 사전 협의 없이 대만의 ‘타이테크놀로지(TA-I technology)’ 사가 만든 부품을 대체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 맨 왼 쪽의 R195가 문제가 된 타이테크놀로지의 부품이다.

▲ 맨 왼 쪽의 R195가 문제가 된 타이테크놀로지의 부품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체된 타이테크놀로지 부품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반적인 품질 기준으로 삼고 있는 미국 자동차전자부품협회의 자동차용 품질 규격(문제가 된 저항기와 같은 ‘수동소자’의 경우 품질 규격은 AEC-Q200)을 충족하는 제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고온 고습 등 가혹한 조건에서도 정상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전제품에 쓰는 것보다 훨씬 강한 테스트를 통과한 신뢰성 높은 부품들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가 용도에 따라 가져야 하는 품질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항목 가전용 반도체 산업용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동작 온도 0 °C ~ 40 °C -10 °C ~ 70 °C -40 °C ~ 155 °C
수명 1~3년 5~10년 15년
습도 낮은 수준 환경에 따라 적용 0~100% 내습성
고장률 3% 1% 이하 고장률 0% 목표
공급 기간 2년 5년 30년

▲ 출처 :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동향 및 기술현황, 전자공학회지, 2012년 9월

현대기아차가 원래 사용하고 있었던 롬 사의 부품(모델명: MCR03EZP)은 자동차용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부품이었다. 해당 부품의 특성이 기록된 ‘데이터시트’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AEC-Q200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용(AUTOMOTIVE)’임이 명시돼 있었다.

▲ 롬 사 부품의 데이터시트. AEC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용(AUTOMOTIVE)’임이 적혀 있다.

▲ 롬 사 부품의 데이터시트. AEC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용(AUTOMOTIVE)’임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현대기아차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타이테크놀로지의 부품(모델명: RM06)은 자동차용이 아니었다. 원래 자동차용 부품을 쓰던 자리에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용 부품을 사용한 것이다. 문제의 부품은 지난 2014년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제조 과정에 투입됐으며 부품 수는 약 3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대 수로는 약 1000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측은 어떤 차종에 해당 부품이 쓰였는지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 오른쪽에 RM이라고 표기된 문서가 대체품으로 사용된 타이 테크놀로지 부품(저항기)의 데이터시트다.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 부품이다. 타이 테크놀로지에는 왼 편의 문서에 보이는 바와 같이 똑같은 기능을 하는 자동차용(Automotive Grade) 부품 라인업이 따로 있다. 현대기아차 부품에 장착된 부품 3만 개는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 부품이었다.

▲ 오른쪽에 RM이라고 표기된 문서가 대체품으로 사용된 타이 테크놀로지 부품(저항기)의 데이터시트다.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 부품이다. 타이 테크놀로지에는 왼 편의 문서에 보이는 바와 같이 똑같은 기능을 하는 자동차용(Automotive Grade) 부품 라인업이 따로 있다. 현대기아차 부품에 장착된 부품 3만 개는 자동차용이 아닌 일반 부품이었다.

현대기아차의 납품업체인 대동의 임원 A씨는 “공급 부족이 발생했는데 생산은 해야 하고 납품 수량을 채워야해서” 불가피하게 해당 대체품들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적으로 저항기 같은 경우는 중요한 부품이 아니다보니 부품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섞어 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동차용 부품이 있는데 왜 일반 부품을 사용했는지를 묻자 “이런 일은 극히 드물게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지난 11일 김제남 의원실 측에 “대동 측과 대체품 사용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부품은 특별히 자동차 등급 부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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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과 가장 많이 무역을 합니다.
수출의 26.1%,수입의 16.1%가 중국 시장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 EU, 일본 등과 무역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중국도 미국, EU, 일본과 무역을 많이 합니다.


게다가 지금 저유가로 경제가 휘청이는 브라질, 러시아도 중국과 무역을 많이 하지요.
그래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전세계가 불안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시장이 중국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먼저 우리 수출입이 중국에 매우 의존적인데다가


GDP대비 무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죠.
보세요. 한국만 GDP대비 무역의존도가 100%가 넘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무역이 안 되면 내수로 버티는데…우리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에 저당잡힌 세계 경제.


국내 소비라도 반등하면 좋겠습니다만, 1200조 원 가계빚이 또 내수를 짓누릅니다.

우리 경제, 정말 자가당착에 빠진 걸까요?

<자료 : WTO 2014년 기준>

리서치/구성 : 최경영
인포그래픽 : 최미정

수, 2016/0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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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분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최광 전 이사장 후임으로 찬성론자인 문 전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정부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강행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퇴진했던 문 전 장관이 복지부 산하기관의 수장으로 돌아오자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노조는 20일 넘게 문 이사장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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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난 14일 감사원이 메르스 사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건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문 이사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면죄부 논란에 대해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착수한 시점인 지난해 9월 10일 이전에 문 이사장이 장관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문 이사장 임명으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 이사장은 장관 시절 국민연금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의 수익률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투자를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별도 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7월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와 기금운용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금융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 조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분리될 경우 과연 제대로 된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이 정치는 물론 시장으로부터도 독립돼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현재 공사화 관련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분리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투명성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전략 노출 위험 등을 이유로 투자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신들이 낸 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위탁운용사와 비밀 유지 계약 조건 등을 이유로 개별 투자에 대한 투자 대상, 수익률 등 대부분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상세한 투자 현황을 요구해도 프로젝트 베타, 델타, 다이아몬드 등 암호명 같은 이름으로 가득한 자료를 제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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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지난해 프랑스 오파리노 쇼핑센터 투자 수익률 공개를 거부하다가 뉴스타파가 쇼핑센터 지분을 공동 보유한 영국계 부동산 회사 해머슨의 경우 이를 공시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뒤늦게 수익률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과정과 성과 공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기금운용본부가 분리될 경우 기금운용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더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따르고 있다. 공사화 논의 이전에 투명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운용본부 분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최광 전 이사장이 쫓기듯 물러난 뒤 문 이사장이 취임함에 따라 공사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 건물 옆에 기금운용본부 사옥이 건립되고 있지만 공사화가 이뤄질 경우 이전 계획이 무산될 것이라도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기금운용 분리도 결국 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심도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취재 : 이유정
촬영 : 김남범, 신승진
편집 : 정지성

금, 2016/01/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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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특히 제조업 관련 지표들이 한국 경제에 적색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수출을 이끌었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전자, 조선 등 제조업은 여전히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끝없이 쇠락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 2년 연속 감소

몇 가지 통계가 제조업의 위기를 드러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던 광업 제조업 출하액은 최근 2년 연속 감소해 2014년 기준 1490조3910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제조업종 중 자동차 산업의 출하액은 4.7% 증가했으나 전자(-4.6%), 철강(-4.1%), 화학(-2.2%) 등이 감소 추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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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이익률 역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제조업 분야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6.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소폭 반등한 뒤 꾸준히 하락해 작년 4.2%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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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실적도 신통치 않다. 올해 들어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액(전년 동기 대비,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은 지난 10월 -15.8%를 기록해, 낙폭만 따지면 최근 6년 사이 가장 큰 규모로 감소했다. 수출입이 실제 국민소득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질무역손익을 보면 보다 확연하게 교역 조건의 악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실질무역손익은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기준년 2010년)하고 있다. 처음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55년 간 흑자를 유지하다가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역을 통해 국부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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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열한 각종 데이터들이 혹시 현장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일시적인 통계 수치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취재진은 통계 속의 숫자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파악해보기 위해 대표적인 수출 제조업 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안산과 경상남도 거제 지역을 찾았다.

안산 : 반월공단의 손님 없는 ‘깡통매점’

안산 반월공단에는 특이한 모습의 매점이 있다. 철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깡통매점’이다. 이 매점에서는 공단 노동자들이 간식이나 담배 등을 구입하고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다. 현재 반월공단에만 100여 개 이상이 영업 중인데, 지역 노동자들과 밀착해 있는 상점인 만큼 지역 경기에 가장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 반월공단에서 ‘화랑매점’을 운영 중인 조원만 씨

▲ 반월공단에서 ‘화랑매점’을 운영 중인 조원만 씨

안산에 33년째 거주 중인 조원만 씨(55세)는 90년대 초반 반월공단에 컨테이너 매점을 열었다. 공단이 점차 규모를 갖춰가던 때였다. 조 씨는 도로에 오가는 화물차들만 봐도 최근의 지역 경기를 알 수 있다면서 기자를 직접 가게 앞 신호등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했다.

예전에는 거의 (차가) 밀려있었단 말이에요. 근데 요즘엔 잠시 밀렸다가 금방 풀리잖아요. 보다시피 저기 빨간 신호인데 차가 없잖아요 별로. 항상 차가 쭉 많아야 경기 자체가 살아나는 건데, 지금은 그 물류가 줄어든 게 눈에 보이는 거지.

반월공단에서 또 다른 컨테이너 매점을 운영하는 김숙자(가명) 씨도 “장사가 안 되니까 사람이 가장 많아야 하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면서, 올해 들어 경기가 가장 안 좋다고 말했다.

▲ 안산 반월공단

▲ 안산 반월공단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한 업체 상당수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PCB(인쇄회로기판, 전자부품을 장착해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회로 기판)를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사들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스마트폰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통이 고스란히 지역의 하청업체들에게 옮아오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직원 40명 규모의 PCB 생산업체를 운영중인 하모 씨는 안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면서, 고용을 줄이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무급 휴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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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업체의 일자리 감소는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먹고 사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의 문제다. PCB업체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이윤서(가명, 23) 씨는 “3개 조에 한 조마다 30명씩 있었는데, 지금은 한 조에 12명,13명 이렇게 줄었다”면서, 취재진을 만난 당일에도 같은 조였던 노동자 한 명이 해고됐다고 말했다.

전략시장에서 추락하는 삼성 스마트폰

안산 반월공단의 PCB 업체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하청사들이다. 올 3분기에만 81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고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시장점유율 24.5%로(출처 : Canaccord Genuity), 애플(출고량 4800만대)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있다. 출고량으로만 보면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보면 삼성의 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 중 갤럭시S, 갤럭시 노트 등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31% 정도로 낮다. 나머지는 갤럭시A, 갤럭시J, 갤럭시Z 등 국내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중저가형 스마트폰들이다.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점점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왔고, 이들 시장을 위해 수익성이 낮더라도 중저가 제품을 개발해 왔다.

▲ 삼성 스마트폰 기종별 판매비중

▲ 삼성 스마트폰 기종별 판매비중

그렇다면 신흥시장에서 삼성의 최근 실적은 어떨까. 중국과 인도를 놓고 보면, 불과 3년여 전까지 삼성은 이들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한때 20%를 넘었던 중국시장 점유율은 최근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인도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1위 자리를 곧 내주게 될 전망이다. 삼성의 점유율은 대부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이 가져가고 있다.

▲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테크팀장은 “중국 시장에서 삼성의 추락 속도는 황당할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계 판매량의 30% 이상이 팔리는 중국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이 자리를 못 잡고 있고, 인도 시장에서도 원래는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급격하게 점유율이 빠지고 있다”면서 신흥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밝혔다.

거제 : 죽어가는 지역경제, 사라지는 일자리

경상남도 거제시는 세계 3대 조선사 중 두 곳(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조선의 도시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졌으며, 현재 거주하는 경제활동인구 대다수가 조선소나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그 덕에 평균연령도 36.1세(출처 : 201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보 고서)로 전국 평균보다 3.7세가 낮다. 지역 상권도 대부분 조선소 노동자와 가족을 주 소비자로 해서 형성돼 있다.

그 중에서도 거제시 아주동은 대우조선해양 정문과 남문 인근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형성된 상권이다. 2010년 이후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물량팀’으로 불리는 임시 노동자들의 유입이 늘었고, 그들이 먹고 지낼 곳을 제공하기 위해 거주지와 상권이 확장된 결과다.

▲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앞 거리

▲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앞 거리

아주동 거리에는 신축 원룸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지금도 공사가 여러 곳에서 진행중이다. 하지만 비어있는 가게나 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집은 없는데 인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 포화상태였다”면서, 당시에는 방(원룸)을 짓는 즉시 나가기 바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안 들어오다보니 비어있는 점포나 방들이 많다고 말했다.

▲ 거제시 아주동 상점가의 밤거리

▲ 거제시 아주동 상점가의 밤거리

아주동 밤거리에는 고깃집, 술집들의 불빛이 반짝였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고깃집을 열었다는 한 가게 사장은 처음 문 열었던 3년여 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 국내 조선 3사 영업이익, 2015년 추정치

▲ 국내 조선 3사 영업이익, 2015년 추정치

본격적인 지역 경기의 침체는 조선사들이 크게 악화된 실적을 발표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매출액 기준 세계 1~3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수조 원 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2014년 이후 국제유가가 50% 이상 폭락하면서 우리 조선사들의 주 수익원으로 떠올랐던 해양 플랜트 수주량도 급감하고 있다.

해양 플랜트 구조물은 바다에 매장돼 있는 석유나 가스 등과 같은 해양자원을 발굴, 시추, 생산하는 장비와 설비를 뜻한다. 그런데 원유값이 폭락하면서 고가의 시설 비용이 드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석유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되자 글로벌 석유 시추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접거나 줄이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조선사들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조현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지금 저희 대우조선도 현재로서는 수주가 전무하다”면서 “2016년 상반기만 지나면 한두 개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작업할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 조선업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는 삼성중공업의 한 척(부유식 가스저장재기화 설비)이 유일하다.

유가 폭락과 경영진의 과욕… 조선업 위기로 이어져

▲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공장의 해양플랜트 설비

▲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공장의 해양플랜트 설비

조선업은 세계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동량이 늘면서 해운업이 활성화 되고, 이에 해운업체들이 선박 건조 발주량을 늘리면 조선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진다. 하지만 2008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 해운업 업황이 대폭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국내외 중소 조선소들은 큰 위기를 겪게 됐다. 이 때 중국은 산업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고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한국 중소 조선업체들은 이 시기에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심해 석유시추시설(해양플랜트)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공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2008년 7월 유가가 사상최고치(140.70달러, 두바이유 기준)를 기록한 뒤 2011년까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고유가 행진에 힘입어 해양플랜트 사업은 활황을 구가했다. 대형 상선 한 척의 가격은 1억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양플랜트는 시설 하나당 평균적으로 5~6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조선 3사는 유례 없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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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가 하락과 함께 찾아왔다. 조선업의 산업 구조를 연구해 온 박종식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는 “해양플랜트가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유가가 80달러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2014년 여름 이후 고유가가 끝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면서, “이 시기 이후 발주자들이 의뢰했던 플랜트를 안 가져가거나 인수 시기를 미루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손해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이 손 쓸 수 없는 외적 요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계 수위를 다투던 국내 조선 3사는 서로 실적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잃어, 발주자인 세계 오일 메이저들과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와 관련해 계약서에 까다로운 조항이 삽입되거나, 지나친 저가 수주를 했던 것들이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큰 손해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해양 프로젝트는 워낙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리스크 덩어리라고 볼 수 있는데, 경쟁하는 과정에서 (조선사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받아놓고 경험 없는 조선 인력이나 신규 인력을 해양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식의 무리수를 두면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진들은 수주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저가로라도 수주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조선업 위기는 ‘하청, 해양플랜트 위주 성장의 위기'(뉴스타파)

정부는 여전히 ‘창조경제’ 동어반복

제조업 침체는 단순히 통계 수치 상의 마이너스를 의미하지 않는다. 제조업은 곧 일자리다. 취재진이 안산과 거제에서 목격한 것은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져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의 팍팍한 생활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제조업 침체와 장기적 저성장 국면이 교차하는 이 시기에 국민 경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들을 보면 창조경제 외에 다른 대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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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창업열기를 각 기업들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신 산업으로 연결해 창조경제의 틀을 완성시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0월 27일 국회에서 있었던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창조경제를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조업에서 시작된 실물경기 악화를 창조경제로 돌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취재진은 3명의 경제전문가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현재의 경제 상황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 왼쪽부터 이동걸 교수, 송원근 교수, 이병천 교수

▲ 왼쪽부터 이동걸 교수, 송원근 교수, 이병천 교수

성장동력을 새로 일으키키 위해서 새로운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부분이 본질적으로 우리 경제를 운영해 나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미사여구를 가지고 재벌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그럼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재벌은 재벌대로 성장동력을 잃고,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은 새로 커나가지 못하는 그 후유증 생기는데, 꽤 오래 갈 거라고 봐요.
–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동국대 초빙교수

창조경제, 말은 좋은데 발상의 전환이 없다는 거죠. 가장 핵심은 저는 지역이라고 봐요. 지역의 산업정책이라면 정부 지원의 효과들이 지역에 어떻게 하면 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느냐, 이런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모든 경제 잉여들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는, 마치 블랙홀 같은 구조를 가만히 놔두고서는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내용적으로 보면 창조경제란 중요하긴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의 기본적인 경쟁력의 질이라고 하는 것이 비용 경쟁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결국은 임금도 깎고 해고도 쉽게 하고, 이명박 정부 때 같으면 환율을 올린다든가 하는 식이죠. 하지만 그건 혁신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창조라는 말은 의미는 있는 말인데 내용이 없는 거죠.
–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목, 2015/12/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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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 경제의 키워드 : 빚과 부동산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2015년, 한국 경제의 모습은 어땠을까? 올해 경제는 두 가지 단어로 정리 가능하다.바로 ‘빚’과 ‘부동산’. 한마디로 경제 전반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엄청난 빚을 내며 버티고 있는데 그 효과는 부동산 시장에서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나홀로 호황

우선 한국은행의 실질 GDP 자료를 근거로, 올해 한국 경제의 산업별 성장률을 분석해봤다. 2014년 3분기까지와 2015년 3분기까지의 산업별 GDP를 합산해 비교한 것이다.

농림어업

0.33%

광업

-1.33%

전자기기 제조업

2.27%

화학제품 제조업

3.36%

운수장비 제조업

-2.62%

주거용 건물건설

9.81%

비주거용 건물건설

0.37%

음식점 및 숙박업

-0.49%

도매 및 소매업

2.37%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5.55%

▲ 2015년 산업별 성장률 (계절조정, 실질,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작성, 3분기까지)

어떤가? 우선 우리 수출 산업의 주력인 전자기기, 화학제품, 운수장비의 성장률이 별로 신통치 않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이 포함된 운수장비 제조업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했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 직결된 음식점 및 숙박업 역시 마이너스 성장. 도매 및 소매업도 소폭의 성장세에 그쳤다.다만 고령화 때문인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꽤 많이 성장했을 뿐이다.

그런데 위 표에서 눈에 확 띄는 수치가 있다. 바로 ‘주거용 건물 건설’. 대부분이 아파트 건축인데 무려 9.81%나 성장하면서 한국은행 분류에 따른 업종 가운데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신규 아파트 분양 실적이나 기존 주택의 매매 건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는 무려 50만 호를 분양했는데,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의 평균 분양 물량인 27만 호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주택 매매 건수 역시 11월까지 집계한 것만으로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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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부동산 호황은 빚에 의존한 것이 명백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 동안 부동산 대책을 무려 10차례나 내놨는데, 초반에는 주로 관련 세금을 깎아줬다.

발표 시기

주요 내용

구분

2013.4.1

취득세,양도세 한시 면제
다주택자 및 법인 부동산 양도세 완화

세금 경감

2013.8.28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차등부과 폐지
월세 소득공제 확대

세금 경감

2014.2.26

임대소득 분리과세
월세 소득 공제 확대(세액공제 전환)

세금 경감

2014.7.24

대출 한도 (LTV, DTI) 상향 조정

대출 확대

2014.9.1

재건축 제한 완화
청약제도 개편

규제 완화,
수요 진작

2014.10.30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자금 저리 지원

대출 확대

2015.1.13

기업형 임대사업(뉴스테이) 지원 방안

규제 완화

2015.2.27

새로운 청약제도 시행

수요 진작

2015.4.1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폐지

공급 확대

2015.4.6

버팀목, 디딤돌 대출 금리인하

대출 확대

▲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자세히 뜯어보면 집권 1년차와 2년차 중반까지, 즉 2013년부터 2014년 중반까지는 세금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세제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 부총리의 등장과 함께 LTV와 DTI를 완화하는 초강경 대책을 꺼내 들었고, 그 뒤로는 급격히 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LTV와 DTI는 부동산 가격이나 구매자의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제도인데,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금융계로 전이되지 않도록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해왔다. 최경환 장관이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이 규제를 완화한 것은 어떻게든 부동산 경기를 띄우고 말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함축하는 결정이었다.

그 결과는 앞에서 살펴본 부동산 시장의 반짝 호황과 가계 빚의 폭증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까지 한국의 가계 빚은 1,166조 원으로 올 3분기만에 80조 원이 늘었다. 연말까지는 1,200조 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역대 최고 규모의 증가다. 지난 6월 발간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천 8백만 가구 가운데 60%는 빚을 지고 있고, 이 가운데 14%, 즉 150만 가구는 ‘한계가구’로 분류된다. ‘한계가구’는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 소득의 40%를 넘는 가구로 정의된다. 즉 한 달에 세금 떼고 100만 원을 버는데 40만 원 이상을 빚 갚는데 쓰인다면 ‘한계가구’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50만 한계 가구는 평균적으로 가처분 소득의 109%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인데 빚 갚는데만 109만 원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빚에 의존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사실은 이미 그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주택 거래량이다. 올 8월까지는 지난해를 크게 웃돌던 주택 거래량이 9월부터는 뚝 떨어져서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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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데 악재마저 겹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0.25%p 올리며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뒤늦게 정부마저 정책 방향을 바꿨다. 이제는 집 살 때 빚 내기 어렵게 하겠다며 내년 2월부터 주택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다른 빚까지 모두 감안해서 대출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안 그래도 차갑게 식어가던 시장은 12월 들어서는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뿐만 아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 마저 빚으로 만들어낸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걱정하고 나섰다. KDI 송인호 박사는 역대 최고였던 올해의 분양 물량이 2년 뒤 대거 미분양으로 남겨지면서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분양 물량 가운데 적게는 2만 호에서 많게는 3만 호가 2년 뒤 입주 시점에 미분양 물량으로 남을 수 있다고 예측하는 공식 보고서를 냈다.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건설사들에게는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건설업에 전체적으로 불어닥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일순간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대량 해고 즉, 건설 업계에 진출해 있는 100만 명 이상의 근로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죠. 부동산 시장도 타격을 받습니다. 주택 가격이 명목 가격조차 떨어지게 되면 굉장히 큰 손실을 유발하게 되는데 특히 어떤 계층에서 손실을 유발하냐면 소득은 없는데 자산 밖에 없는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상당한 어려움, 사회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KDI 송인호 책임 연구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년 뒤부터는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된다. 지금까지는 ‘증가율’이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졌을 뿐인데, 이제는 생산가능 인구가 정말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부 부채도 폭증세.. 그러나 마중물 효과 실종

문제는 가계 부채만이 아니다. 정부 부채 역시 유례 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연말 정부 부채는 지난해보다 62조 원 늘어난 595조 원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0.3%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 때의 증가율 연 8.3%보다 증가폭이 더 크다.

정부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은 편이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서라도 쏟아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위 ‘마중물’ 효과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을 부으면 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일단 정부가 빚을 내서 쏟아부으면 민간 부문의 성장률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러한 마중물 효과는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의 명목 GDP에서 정부 부채 증가분을 뺀 ‘정부 부채 제외 성장률’을 구해봤더니 결과는 0.84%였다.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5%늘었는데(실질 GDP는 2.7%), 이 가운데 4.2% 포인트는 정부 부채 증가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마중물 효과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물을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을 했는데, 펌프에서 나온 물은 정부의 부채 한 바가지를 제외하면 1/4 바가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 3년을 모두 계산해보면 결과는 더 나빠진다. 정부 부채를 제외한 명목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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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부채 제외 성장률’은 그래도 3.2%가 넘었다.

내년 경제는 “위기 아니면 침체”

빚으로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 앞에 내년에는 커다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다. 물론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중국과 신흥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다.수출은 이미 올해에도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여기에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기업들의 이른바 ‘선제적 구조조정’ (더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사람을 자르겠다는 뜻)에 따른 대량 실업과 내수 침체다.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까지 침체된다면 경제는 그만큼 더 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여러 위험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덜 비관적으로 보느냐, 더 비관적으로 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덜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침체가 지속될 거라고 하고, 더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다, 즉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은 빚을 권하며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고,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노동자는 공격해 양극화를 심화시킨, 한국 경제의 ‘골든 타임’을 놓친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목, 2015/12/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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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실장은 단기 부양책으로 경기가 일단 안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과라고 칭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협 실장마저 내년 경제를 올해보다 더 어둡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동걸 교수는 부동산 경기 단기 부양책에만 급급했던 지난 3년 간 박근혜 정부의 행적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는 이미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한편 이런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도 정부의 경제정책 덕에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해를 입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십니까? 그리고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최경영 기자가 두 전문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목, 2015/12/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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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 경제는 환경활동가들에게 늘 숙제였습니다. 자본보다 사람이 우선시되고, 사람과 자연이 다함께 존중되는 경제,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적...
금, 2015/07/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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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 명을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한 수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실패했기 때문.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고, 정 전 회장은 최근에야 검찰에 소환됐다. 호가호위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포스코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지난 6년 간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다. 두번째, 포스코의 브라질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형사 소송 취재 결과다. 한 토목협력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100억 원 가까운 공사대금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협력업체는 이 자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2. 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브라질 검찰이 최근 포스코건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브라질 제철소(CSP) 공사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혐의다. 수사 대상에는 원청인 포스코건설 외에도 5~6곳의 우리나라 하청업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은 브라질 연방경찰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문서에는 브라질 연방검찰의 지휘로 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뉴스타파>는 브라질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6월 30일, 브라질 쎄아라주 연방경찰이 일선 경찰에 보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브라질 검찰 수사 지시 문서

▲ 브라질 검찰 수사 지시 문서

쎄아라주 연방검찰청은 공문서(번호 n. 3218/2015/LEM/PR/CE)를 통해 수사지휘를 하달했으며…다음과 같이 처리함. 성 곤살로 두 아마란찌시에 적을 둔 포스코건설의 책임자와 까우까이아시에 있는 (포스코 하청업체) 브라코 건설사의 책임자가 상호 협의 및 협력하여, 한국인 근로자들의 급료를 브라질 노동부에 적게 신고하고, 나머지 큰 차액은 한국으로 불법송금한 사실…형사 소송법 제 22조에 의거한 외화 밀반출 혐의와 형사송법 제 1조에 의거한 조세 탈루의 혐의의 수사를 초동 수사 단계에 다음과 같이 처리토록 지시한다.

CSP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일관제철소다. 브라질 동북지역인 포르탈레자에 위치해 있다. 2011년 8월 착공해 2015년 9월 현재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국영기업인 광물업체 발리(50%)사가 대주주이며 우리나라의 동국제강(30%)과 포스코(20%)가 참여하고 있다. 연간 300만t 규모의 철강 반제품을 생산하게 될 CSP의 공사 규모는 총 5조 원으로, 국내 철강 회사의 해외 진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협력회사 실적 조작

이번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토목협력업체인 브라코(대표 박정근)가 올해 초 원청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벌인 게 단초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의 외화밀반출, 탈세, 횡령 등을 문제삼았다. 박정근 브라코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을 브라질 정부에 허위신고한 뒤 환치기 수법으로 한국에 보내 세금을 탈루하는 데 간여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 대금을 횡령한 의혹도 조사해 달라고 브라질 검찰에 요청했다.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1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찾아 달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검찰에서도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박정근 대표 검찰 진술서

▲ 박정근 대표 검찰 진술서

진술인(박정근)은 포스코사의 코크스 소장 김OO, 이OO 공무부장 그리고, 제강측 소장인 손 상무등이 브라코를 이용하여, 결국 브라코사에게 제강과 코크스측의 공사관련 일체의 세금과 각종 공과금등의 책임을 전가하고, 편법적 탈세 및 외화 밀반출 등을 통해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외에도 각종 뇌물의 공여를 위해 브라코를 이용한 사실을 파악하였으며, 2013년 3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13.000.000 헤알의(당시 한화 62억상당) 외화를 밀반출토록 하였으며, 이를 모두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이들은 김OO와 (브라코의 모기업이었던) 한국의 씨앤지사, 그리고 김OO이며, 이는 포스코사의 변호인단인 ** 이라는 로펌사의 자문과 계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은 미화 6000~7000 달러 수준이었으며, 당연히 포스코사는 이 금액의 급여를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자 등록수첩(CTPS)에 약 미화 2000 달러 상당으로만 등록케했다.

▲ CSP 공사 현장 동영상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한 협력회사 브라코(BRACO)는 전남 여수에 있는 건설사 씨앤지엔지니어링(씨앤지)이 2012년 브라질 현지에 설립한 회사다. CSP공사 참여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설립 당시 씨앤지는 연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하고 해외공사 경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CSP 공사에 참여해 1000억 원대 공사를 따냈다. 모기업인 씨앤지 연매출의 60배가 넘는 공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CSP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사실상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참여기업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씨앤지 정도 기업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원청인 포스코건설은 씨앤지를 공사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 씨앤지가 해외공사 경험이 많은 중견 건설사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있지도 않은 공사실적을 만들었다. 씨앤지 정OO 대표는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이런 사실을 고백했다.

포스코건설 이OO 부장이 씨앤지의 공사 실적을 부풀려 서류를 만든 뒤 CSP에 갖다 냈다. 씨앤지가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포스코건설측이 다 알아서 한 일이다.
– 정OO 대표

브라코를 설립하고 서류상 대표를 맡았지만, 정 대표는 브라코의 경영에 전혀 간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브라코가 무슨 공사를 하는지, 공사비를 얼마나 받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브라코의 브라질 현지 사업 책임자(법인장)도 포스코건설이 일방적으로 지정해 줬다. 김OO라는 사람인데, 포스코건설은 김OO를 현지 법인장에 임명하는 것을 조건으로 브라코에 공사를 줬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공사 시작 이후 벌어졌다. 브라코로 들어온 공사대금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2013년 2월 들어온 착수금(60억원)도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협력회사 인사에도 간여

포스코건설에서 공사비가 들어왔지만, 대표인 내게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이 정해준 법인장은 나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2013년 8월 답답한 마음에 제가 브라질로 갔다. 그런데 법인장은 회사 대표인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포스코건설도 마찬가지다. 법인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열람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돈이 어디론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2013년 2월부터 8월경까지 대략 300억원 정도 공사비가 들어왔는데, 그 중 90억원 정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과 법인장에게 돈을 어디에 썼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알려고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

▲ 브라코-포스코건설 공동관리약정 (Escrow Agreement) 사본

▲ 브라코-포스코건설 공동관리약정 (Escrow Agreement) 사본

법인자금이 어딘가로 빠져나가면서 브라코는 경영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해 2월, 결국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에 공동경영을 요구했다.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였다. 이때부터 브라코의 모든 자금관리는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포스코건설의 허가가 있어야 돈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브라코 법인자금의 의심스런 유출은 계속됐다는 게 브라코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에는 브라코의 주인이 바뀌었다. 정 대표가 자신의 브라코 지분을 모두 브라질 교민 출신의 법인장 박정근 씨에게 넘긴 것이다. 박씨는 대표에 취임한 직후 브라코 법인계좌를 열람했고, 그 과정에서 전임 대표인 정 씨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 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14년 2월 포스코건설과 공동관리약정(Escrow Agreement)을 맺었다. 명목은 공동관리였지만 포스코건설이 모든 권한을 갖는 계약이었다. 돈거래에 필요한 법인 OTP카드도 포스코건설이 관리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이 직접 자금관리를 하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의 법인자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원 정도 된다.

의혹의 수취인 ‘SP브라질’

<뉴스타파>는 정 전 대표와 박정근 현 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행방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두 시기에 걸쳐 자금이 집중적으로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2013년 2월 첫 공사대금이 입금된 이후부터 그해 8월까지 약 30~40억 원이 집중적으로 빠져 나갔다. 이 시기는 포스코건설이 앉힌 김모 씨가 브라코 법인장을 맡던 시기다.

지난해 4월부터 8월 사이에도 수십억 원대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때도 브라코 계좌의 관리 권한은 포스코건설에 있었다.

▲ 횡령 금액 의심 은행 전표 중 하나

▲ 횡령 금액 의심 은행 전표 중 하나

브라코에서 인출된 자금의 수취계좌를 보면,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법인과 개인이 여럿 등장한다. 개인의 경우 한국 사람 뿐 아니라 브라질 사람도 많았다.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수상한 돈흐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SP브라질’이란 기업으로 빠져나간 자금이었다. 7차례에 걸쳐 총 6억 원 가까운 돈이 이체됐다. 그런데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 회사 대표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SP브라질’의 대표 정OO 씨는 2013년 포스코 하청을 받아 전남지역에서 사업을 하던 중 고의 부도를 낸 뒤 브라질로 도피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런데 정 씨가 고의 부도를 내 하청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 뒤에도 포스코건설은 무슨 이유인지 정 씨에게 계속 사업을 몰아줘 문제가 됐었다. 정 씨는 몇몇 포스코건설 임원의 비호를 받으며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내용은 2013년 몇몇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전기공사를 담당했던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동광이엔씨는 수많은 업체에 돈을 갚지 않은 채 국내법인을 폐쇄했다. 그러나 동광이엔씨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브라질에 이름을 바꿔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포스코 해외건설 현장에 하청업체로 등록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에도 포스코건설은 이 업체에 수백억 원대의 해외건설 일감까지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뉴스웨이 2013년 10월 22일(링크)

지난해 4월경부터 사라진 자금의 용처는 확인이 쉽지 않았다.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개인계좌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SP브라질쪽으로 흘러간 자금도 추가로 확인됐다. 정 씨의 친인척이 설립한 회사(VRC COMERCIO DE MATERIAIS DE CONSTRUCOES LTDA)로 3억 7000만 원이 이유없이 빠져나갔던 것이다. 박 대표는 “이 회사 역시 브라코 사업와는 이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최근 브라질 수사당국에 제출한 진술기록에는 이 시기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출처가 일부 들어있는데, 대부분 브라질 수도 상파울로에 사업체를 둔 의류회사나 여행사, 식당 등이었다. 박 대표는 “브라코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도 있고, 관련이 있지만 금액이 부풀려져 지급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의 검찰 진술서 내용 중 일부.

1. 현지인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하OO와 그의 소유 회사를 통해 식대비용이 30% 부풀려 지불, 세금계산서를 일체 발급받지 않고 무단 지출. 약 660,000 헤알(2억 7천 5백)의 금액 횡령.
2. 법인장 김OO이 기획 부동산 업체를 통해 환치기 및 횡령 (한화 3억 2천 6백만원)
3. 법인장 김OO와 (SP브라질) 정OO 대표가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받아 횡령. (한화 3억 7천 8백만원)

박 대표와 브라코측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먼저 브라코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법인장 김모 씨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브라질에 머물고 있는 김 씨는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브라코사가 고용한 20대 초반의 회계부서 여직원이 돈을 빼돌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만 반복했다. 한 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진 후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측에도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만 전했다.

환치기 방법으로 임금을 지급한 적 없다. 외화밀반출 사실도 없다. 브라코에는 모든 공사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브라코에서 벌어진 자금 문제는 포스코건설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CSP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것과 관련 브라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SP브라질 정모씨는 CSP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포스코건설, 의혹 부인

브라코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은 아직 미지수다. 브라질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사라진 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관련자들의 개인비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계적인 실수인지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설립에 간여한 하청업체에서 탈세, 횡령 의혹이 불거진 점,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발견된 사실만으로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검찰은 이미 포스코가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베트남에서 조성한 200억 원대 비자금은 이미 확인됐고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브라질에서 사라진 공사대금도 비자금 조성과 관련됐을 정황이 드러난만큼 포스코측의 해명과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금, 2015/09/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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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석탄화력발전 수출로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외부비용 유발



2015년 11월 11일 - 선진국의 금융 지원을 받은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건강과 환경 피해 비용이 해마다 수십 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 의해 지원을 받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피해 비용은 약 10조 원(93억 달러)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과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새로운 조사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연구 개발한 모델과 자료에 근거한 이번 분석 결과, OECD 회원국의 수출신용기관이 자금 지원을 담당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과 환경 피해 비용은 매해 약 9조 원(77억 달러)에서 37조 원(32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금융 지원을 받고 8개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은 석탄 연소로 인한 전 세계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피해의 외부 비용을 3조1,23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조사된 석탄화력발전소가 일으키는 대기오염 피해로 인해 투자 금액 1달러당 0.4~2.4달러의 외부 비용이 해마다 발생하며, 이는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비롯한 국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직접 받는 피해를 의미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금융 지원을 제공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피해 비용이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해외 석탄 사업에 대한 최대의 금융 지원국으로서,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자금 조달을 담당한 인도의 대규모(4,620 MW)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의 피해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수출신용기관은 2007년~2014년 동안 5건의 석탄화력 사업에 총 2조 원(19억 달러)을 지원한 한편, 이들 석탄화력발전소에 의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피해 비용은 각각 최대 7조4천억 원(64억 달러)과 3조3천억 원(29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바스티앙 고디노 세계자연기금(WWF) 유럽정책사무소 경제전문가는 “OECD 국가들이 이번 달 열리는 수출신용 협상에서 석탄 사업에 대한 엄격한 금융 규제안에 합의하는 것은 중요한 파리 기후 협상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OECD 회원국, 특히 한국, 일본, 미국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해마다 기후와 지역 사회에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따라서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한국의 수출신용기관이 개발도상국의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 투자에 앞장서왔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더 심각한 사실은 석탄화력에 대한 수출신용의 규제 방안을 둘러싼 국제 협상에서 한국은 최후의 반대국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역행하는 정책부터 바로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참고>


1. 보고서 원문

보고서 “숨겨진 비용: OECD 국가들의 금융 지원을 받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피해(Hidden Costs: Pollution from Coal Power Financed by OECD Countries)”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priceofoil.org/2015/11/08/hidden-costs-of-coal-oecd-ecas-polluti…


2. 분석 방법

이번 분석에서 경제적 피해 비용에 대한 추산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와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된 방법론에 근거했다. 이번 분석에서 피해 비용은 보수적으로 추산됐으며, OECD 수출신용기관에 의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금융 지원 받은 석탄화력발전소 중 2015년 기준 가동 중인 설비를 대상으로 삼았다.


3. OECD 수출신용 협상

2015년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릴 예정인 OECD 수출신용 작업반 회의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수출신용기관의 금융 규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파리 기후변화협약 총회 전까지 새로운 합의의 도출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4. 수출신용기관

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은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하는 보증, 보험, 융자 등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특히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해외 사업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최소 1개 이상의 수출신용기관을 두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 산하)과 한국무역보험공사(산업통상자원부 산하)가 이에 해당한다.


5. OECD 회원국 수출신용기관에 의해 금융 지원된 석탄화력발전소 현황(2007~2014년, 자료=WWF, OCI)

사업명수출신용기관총 투자액
(달러)
국가기술 유형설비용량(MW)
누에바벤타나스한국수출입은행50,000,000칠레아임계압267
앙가모스한국무역보험공사675,000,000칠레아임계압540
마한 알루미늄 스멜터캐나다수출개발공사100,000,000인도아임계압900
바 화력발전소외러 에르메스87,900,000인도초임계압660
제이피리그리 화력발전일본국제협력은행110,000,000인도초임계압600
라즈푸라 석탄화력일본국제협력은행, 일본무역보험114,363,764인도초임계압1400
문드라 화력발전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700,000,000인도초임계압4620
사산 화력발전미국수출입은행917,000,000인도초임계압3960
치레본 화력발전일본국제협력은행216,000,000인도네시아초임계압700
파이톤 화력발전일본국제협력은행1,458,000,000인도네시아초임계압850
탄중 자티B 발전소일본무역보험, 일본국제협력은행2,313,660,000인도네시아아임계압2640
파치피코 석탄화력발전일본국제협력은행273,000,000멕시코초임계압700
조르프라스파 석탄화력일본국제협력은행, 일본무역보험, 한국수출입은행710,990,827모로코아임계압700
나가 석탄화력발전한국수출입은행170,000,000필리핀아임계압206
유누스 엠레 화력체코수출은행453,800,000터키아임계압290
세이디쉐히르 석탄화력슬로바키아수출입은행22,000,000터키아임계압13
ZETES-1 석탄화력슬로바키아수출입은행, 스웨덴 수출신용보증위원회63,300,000터키아임계압160
벙앙1외러 에르메스, 일본국제협력은행79,512,684베트남아임계압600
하이퐁 화력발전일본국제협력은행37,358,921베트남아임계압600
하이퐁2 화력발전일본무역보험24,638,400베트남아임계압600
합계 8,576,524,596   


수, 2015/11/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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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20180516_토론회_현대차 출자구조 재편방안 문제점 진단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

 ‘지배회사’ 현대모비스 통해 지주회사 규제 회피하며 지배력 강화,
대주주 이해만 반영한 현대글로비스·모비스 분할합병비율 산정 의혹,
경영권 승계 위한 현대글로비스 사익편취 등 지배구조 문제점 제기

일시 및 장소 : 5월 16일(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오늘(5/16)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2018.3.28.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 추진 방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적정성에 대한 평가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에 대해 “총수일가는 주식 교환에 따르는 약 1조 3천억 원의 양도소득세액 납부만으로 ▲지주회사 규제 회피, ▲합병 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제철 등 증손회사 지배,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보유 유지, ▲향후 자회사 소유 지분 규제 강화 시 추가 부담 완화 등의 편익을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모비스를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문(이하 “존속법인”)과 핵심 사업부인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이하 “분할법인”)으로 분할 시, 총수일가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존속법인의 고평가, 분할법인의 저평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에 대해 ▲자의적 가치평가 및 회계법인의 쌍방대리 문제 등 분할합병비율 결정과정이 불공정했을 가능성, ▲‘고객’인 재벌총수일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회계 법인에 분할합병비율에 대한 독립적 가치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설사 분할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 해도 그에 대한 「상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 통제장치의 부재 등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이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총수일가가 일정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부당이익제공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의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개정, ▲소수주주 요구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비율의 적정성, 경제력집중 해소·완화 효과 등을 심사하여 합병을 승인하도록 하는 계열회사 간 합병승인제도 신설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른 소유·지배구조 변화는 세습을 위한 것일 뿐 경제력집중, 황제경영 및 사익편취 해소에는 영향이 없다”며,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지정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금산분리·교차출자 문제 해소 등 각종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 제2조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하면, 지주회사는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며, 그 주된 사업이란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당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은 자회사 주식가액에 대한 구체적 산정방법을 적시하지 않고 있어 대부분 기업들은 원가법, 지분법, 공정가치법 중 원가법을 임의로 선택하여 지주회사 지정을 회피하고 있다. 원가법 적용 시 분모인 총자산은 실질적으로 증가하나, 분자인 ‘국내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은 고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박상인 교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개정 또는 관련 지침을 마련하여 지분법 또는 공정가치법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을 평가하게 함으로써 지주회사 규제회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상인 교수는 2013년 이스라엘 재벌개혁 사례를 예로 들며 “재벌개혁은 소유·지배구조 개혁과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자회사로 계열사 간 출자단계를 제한하는 등의 출자구조 개선, ▲주요 금융·실물회사의 동시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공익법인과 금융회사 보유주식의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자사주 처분 시 신주발행절차 준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 면에서 검토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기본적으로 합병비율에 관한 협상은 제로섬 게임으로, 현대글로비스에게 유리한 합병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총수일가가 이익을 누리게 되면, 그만큼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되므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를 전체 현대모비스 가치의 40.12%로 산정했는데, 이것이 만일 분할법인의 실제 본질가치보다 저평가된 것이라면 총수일가에게 막대한 규모(과소추정도 10%p 증가시마다 총수일가 이득 2천억 원 증가)의 부가 이동한다. 그러나 홍순탁 회계사의 분석에 따르면 분할법인이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존속법인이 보유한 영업자산의 규모가 분할법인보다 훨씬 큼에도 영업이익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존속법인 영업자산의 수익성이 매우 낮았다. 또한 별도 재무제표나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기업가치 재구성시, 분할법인은 전체가치의 53.1% ~ 57.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40.12%의 비중과는 큰 괴리를 보인다.

 

한편 홍순탁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년 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던 분할법인의 핵심인 AS부품사업부 매출을 2018년부터 감소세로 추정하고, 2018년부터의 매출원가율은 높게 추정하는 등 분할법인 매출총이익을 과소 추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통한 수익가치 계산 시 사용한 할인율인 가중평균자본비용 산출 시 시장프리미엄에는 국내 수치를 사용하면서, 베타계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회사의 수치를 사용하여 할인율을 과다하게 책정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홍순탁 회계사는 “주식회사 간 합병비율 산정에서 법에 따른 방법을 준수했다는 것이 합병비율 승인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며, “전체회사 기준시가에 따른 총 가치를 산정한 후, 동일한 방법에 따라 산정된 두 부문의 가치를 기준으로 그 총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분할법인 가치의 계산방법이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이번 분할합병비율 산정에 사용한 꼼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토론자로 참석하여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보도자료/원문보기]

[자료집/원문보기]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 웹자보

취지와 목적

  • 2018.3.28.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문(이하 “존속법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이하 “분할법인”)으로 인적분할하고, 분할법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분할합병비율 0.61대 1)하는 「출자구조 재편」 추진 방안을 발표함. 
  • 그러나 사업부 간의 분할·합병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며, 대주주의 지배력 확장과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면서 현대모비스를 사실상의 ‘지배회사’로 만들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비판도 존재함. 또한 분할합병비율 산정 시 대주주인 총수일가의 이해관계만이 반영되었으며, 이와 관련한 현대모비스 이사회 결의가 적절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됨. 
  • 이에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재편 방안에 대해 ▲지주회사 규제 회피,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등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적정성 평가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함.

 

[보도협조/원문보기]

 

개요

 

○ 제목 :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

○ 일시 및 장소 : 2018.5.16.(수)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 프로그램

  • 좌장 :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 발제1.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발제2.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 개편 방안에 대한 문제점 진단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 발제3.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 검토 :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 토론1.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
  • 토론2.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 토론3.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 토론4.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수, 2018/05/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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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 명을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한 수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실패했기 때문.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고, 정 전 회장은 부르지도 못했다. 호가호위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포스코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지난 6년 간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다. 두번째, 포스코의 브라질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형사 소송 취재 결과다. 한 토목협력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100억 원 가까운 공사대금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협력업체는 이 자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 1.포스코건설, 의문의 수의계약 106건
  • 2.포스코 브라질 공사에서 사라진 100억

1.포스코건설 의문의 수의계약 106건

검찰 수사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포스코가 직접 비자금을 만든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협력업체는 비자금을 조성해준 대가로 하청을 받아갔는데, 대부분 수의계약이었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좋은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었다.

<뉴스타파>는 포스코건설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발주한 3857건의 수의계약 목록 전체를 입수해 분석했다. 포스코건설 토목·플랜트·건축사업본부가 발주한 전체 수의계약 목록이다. 자료엔 수의계약 내용과 방법, 금액과 공사 기간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자료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건 수의계약을 한 이유를 기재한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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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기업처럼, 포스코건설도 수의계약 관련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특허업체거나 독점업체, 성능이 보장된 거래처에 금액과 관계없이 수의계약을 줄 수 있다. 사회공헌 차원의 수의계약도 허용한다. 포스코측은 “수의계약의 첫번째 기준은 업무의 효율성”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입수한 수의계약 목록을 보면, 포스코건설이 수의계약을 주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았다. 예를 들어 ‘경영상 필요’나 ‘수주 기여’ 라고 적힌 것들이다. 이것은 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 포스코건설에 질의서를 보내 이 부분을 물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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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한 전직 포스코건설 임원에게서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경영상 필요’라고 적힌 수의계약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수의계약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고용기업에 하청을 주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그런 사례는 별로 없어요. 그냥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특허기업이나 우수기업처럼 수의계약 사유가 명확한 경우가 아닐 때 계약 사유를 그렇게 적어요. 실무자는 왜 하청을 주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정리하면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하청은 대부분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하청’이란 것이다. 뭔가 이유가 투명하지 않은 하청이란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이런 사례는 얼마나 될까.

▲ 검찰에 출두하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 검찰에 출두하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2008년부터 6년간 포스코건설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발주한 수의계약은 총 136건이었다. 금액으로는 7000억 원이 넘었다. 그 중엔 포스코플랜텍이나 포스코아이씨티 같은 관계사에 몰아준 일감도 30건이나 됐다. 나머지 106건은 30개 정도의 협력회사가 받아간 걸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건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아간 회사들 중에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포스코 비자금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베트남에서 20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원청인 포스코건설에 건넨 사실이 드러난 흥우산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분석한 결과 흥우산업은 총 5건, 금액으로는 100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받아갔다. 흥미로운 건 계약시점. 흥우산업이 국내에서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수의계약을 받아간 건 모두 베트남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던 2009년 직후였다. 비자금 조성이 수의계약의 대가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흥우산업이 수의계약을 따낸 공사는 주로 영흥화력발전, 포항신항, 새만금 신항만 토목공사 같은 관급공사였다.

흥우산업의 수의계약 목록 중엔 ‘수주 기여’라고 기재된 것도 여럿 있었다. 말그대로 원청인 포스코건설 사업을 도운 대가로 흥우산업이 수의계약을 받았다는 뜻이다. 비자금이 만들어진 새만금 방조제, 낙동강 사업 등에서 이런 내용이 발견됐다. 흥우산업은 2008년 세종시의 한 도로공사에서도 230억 원이 넘는 하청을 받아 갔는데, 이때 계약 사유도 ‘수주 기여’로 되어 있다. 흥우산업이 이 같이 ‘수주 기여’ 명목으로 수의계약을 받은 규모는 620억 원이 넘었다.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에 어떤 ‘수주 기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흥우산업의 지난 수주 실적을 보면, 이 회사가 그 동안 포스코건설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베트남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기 시작한 이후, 더 정확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포스코건설 하청 물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흥우산업의 포스코건설 하청 실적은 미미했다. 2000~2007년까지 8년 간 따낸 게 총 11건으로 연간 1건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2008년부터 수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08년 6건, 2009년엔 5건을 수주했고, 2010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3년 간 총 18건의 하청을 받아냈다. 2008년 이전보다 최소 6배 수주량이 는 것이다. 수주 패턴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2008년 이전에는 흥우산업의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 주로 하청을 수주(11건 중 9건)했는데, 2008년 이후엔 수주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부산 회사가 일약 전국구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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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동조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제이엔테크도 ‘경영상 필요’에 따른 수의계약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제이엔테크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건, 114억원 가량의 기계설비 관련 수의계약을 포스코건설에서 따냈는데, 그 과정이 특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1월 포스코건설 협력회사가 된 제이엔테크는 같은 달과 다음달 2건(약 35억원)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계약 이유는 모두 ‘경영상 필요’. 일단 이렇게 작은 공사를 수주한 제이엔테크는 이후 공사 진행 과정에 맞춰 연속적으로 같은 공사를 수주하며 매출을 늘렸다. 수의계약 목록에는 이것들이 모두 ‘연속 수의’라고 기재돼 있다. ‘경영상 필요’에 이은 ‘연속 수의’ 방식의 물량 가져가기 행태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뉴스타파>는 제이엔테크의 매출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급증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2007년 26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매출이 2008년엔 100억, 2010년 226억, 2013년 231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회사 규모가 10배 가량 커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변변한 공장도 없는 제이엔테크는 2011년부터는 베트남, 브라질 등 포스코건설의 해외사업에도 진출해 1000억 원 가까운 하청물량을 받아냈다. 특혜 말고는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오른쪽) (사진출처: 경북매일)

▲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오른쪽) (사진출처: 경북매일)

▲ 동하이엔씨 박용선 대표(왼쪽 첫 번째) (사진출처: 브레이크뉴스)

▲ 동하이엔씨 박용선 대표(왼쪽 첫 번째) (사진출처: 브레이크뉴스)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수의계약을 받아간 회사 중에는 유독 포스코 출신 인사가 대표인 기업이 많았다. 2009년 3월 포스코건설 철구조물 관련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J산기, 2008년 1월 140억 원대 크레인 설비 하청을 받은 H중공업, 제이엔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H중공업은 제이엔테크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포스코건설 협력회사가 된 뒤 곧바로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정치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기업도 여럿 확인됐다.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 출신이었다. 2010년 2월 전기설비 수의계약을 받은 동하이엔씨의 대표는 경상북도 도의원인 박용선 씨다.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하청을 받을 당시 박 의원은 한나라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이었다. 2010년 8월 수의계약을 받아간 광명에스지는 대북 사업 관련 기업으로 유명한 광명전기의 자회사다. 이OO 광명전기 회장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이 추진됐던 인물이다.

지난 5월, 검찰은 포항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 명제산업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청송 성덕댐 주변 도로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하청 대가로 비자금을 조성해 포스코건설에 건넨 의혹을 받았다. 30억 원으로 시작한 공사비가 설계변경을 거쳐 70억 원대로 늘어난 경위도 수사대상이 됐다. 이 공사를 수주하기 전 명제산업의 연매출은 20~30억 원에 불과했다. 연매출의 3배 가까운 하청을 포스코건설에서 한 번에 받은 셈이다. 그런데 명제산업이 수주한 공사 역시 수의계약 목록에 ‘경영상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한국 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 출신의 명제산업 주지홍 대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4월에는 새누리당 자문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수의계약 자료를 보면, ‘경영상 필요’ 만큼이나 많은 계약사유는 ‘긴급수의’였다. 공개입찰을 할만큼 시간이 없는 경우의 하청이었다는 뜻이다. 최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포스코건설 조경협력업체인 대왕조경(인천 소재)이 받아간 하청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2013년까지 6년 간 대왕조경이 받아간 수의계약 23건(약1300억원) 중 6건이 ‘긴급수의’에 의한 수의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긴급수의’를 이유로 받아간 조경공사는 주로 인천시 홍보관이나 세계도시축전 기념관 같은, 긴급을 요하는 공사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대왕조경은 오랫동안 각종 공사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포스코건설측에 상납해 왔다.

검찰이 왜 이 회사에 주목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먼저 대왕조경은 지난 수년간 합당한 이유 없이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의 조경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싹쓸이했다. 게다가 대주주이자 대표인 이모(64) 씨는 2009년 2월 포스코를 떠난 이구택 전 회장의 조카다. 내부 부정이 의심된다. 수년 간의 성장과정을 보면 의혹은 더 굳어진다. 2002년 설립된 대왕조경의 매출은 2007년까지는 연간 8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100억여 원, 2009년 180억 원으로 늘더니 2013년엔 300억 원이 넘었다.

대왕조경의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8~2009년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이면서 이 전 회장이 포스코를 떠난 때와 겹친다. 정준양 전 회장, 정동화 전 부회장의 재임기간과는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경영 행태는 그 동안 검찰 수사 대상이 된 포스코 하청 기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던 현상이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내부자료만 분석해 봐도 포스코 수사가 흐지부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금, 2015/08/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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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뉴스타파가 말 그대로 살인적인 전세보증금 폭증 상황을 취재하다 마주한 숫자다. 정부의 가계동향지수를 보면 지난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302,352원이다. 뉴스타파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집계를 바탕으로 구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 3억 3천 665만원을 이 소득 금액으로 나눠보니 78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78개월, 즉 6.5년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 지역의 평균적인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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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이라는 숫자는 한달여 전 주거비 문제 취재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하다 맞닥뜨린 숫자다. 가계동향조사자료는 통계청이 전국의 만가구 정도를 표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물이다. 가계 소득과 지출에 대한 수백 개 항목을 설문조사해 국민 살림살이의 동향과 추이를 가늠한다.가계동향조사의 주요 설문 항목 중 하나가 ‘실제주거비’다.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자료

2015년 2분기 현재 가구당 ‘실제주거비’는 월 평균 73,870원이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이 ‘실제주거비’에는 전세보증금이 포함되지 않고, 월세 지출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주거비를 구할 때는 자가 소유 가구나 전세 가구까지 포함한 전체가구를 분모로 한다.

(월세가구수 × 월세지출액) ÷ 전체가구 = 실제주거비

그런데 자가 소유나 전세의 경우 월세지출액이 0(제로)이기 때문에 월세, 즉 실제주거비는 턱없이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만약 공식에서 분모를 전체가구로 하지 않고 월세가구로 한정한다면 실제주거비는 훨씬 클 것이다. 통계의 함정이다. 때문에 이 실제주거비라는 항목에 나타난 금액 자체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눈여겨 볼 것은 그 추이다. 12.8%는 지난 2015년 1분기 실제주거비의 상승비율을 의미한다. 바로 직전 분기, 즉 2014년 4분기에 비해 실제주거비가 그만큼 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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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주거비가 12.8% 상승한 것은 2003년 통계청이 신분류를 기준으로 가계동향조사를 집계한 이후 49분기만에, 즉 12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는 월세입자들의 월세 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월세 주거 형태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민의 주거 불안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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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전체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는 그 나라의 종합주가지수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일 코스피(KOSPI)는 2026.49였다. 지금은 1900선에서 헤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8일, 자신이 집권하면 임기내 코스피가 3000을 찍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아직 임기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동안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지수와 비교해보면 코스피의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분명하다. 2013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지수가 그때보다 떨어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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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숫자들

일반 소비자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2013년, 2014년 모두 1.3%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분기마다 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액은 524억 달러로 사상최대였다.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수입은 줄어들어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출 대기업들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질 GDP성장률은 박근혜정부 취임 이후 각각 2.9%와 3.3%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이미 올 성장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 2.8%
LG경제연구원 : 2.6%
금융연구원 : 2.8%
하나금융연구원 : 2.7%
무디스 : 2.5%

이는 이명박 정부때(2.9%)와 비슷하지만 노무현 정부(4.3%)나 김대중 정부(4.8%) 시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제시한 잠재 성장률 4%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 8월 25일로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의 경제성적표를 굳이 점수로 매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재벌 등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최악의 상황이다. 경기를 체감하는 온도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목, 2015/09/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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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 홍대 앞, 상암동, 망원시장, 공항시장 등에서 작은 가게를 열어 장사하는 12명의 ‘사장님’들을 만나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그들은 높은 임대료와 침체된 경기에 힘들어 했고 특히 자신들의 상권을 순식간에 잡아먹어 버리는 대기업들의 행태에 좌절하고 있었다.한국의 중소상인들은 대기업들과 ‘한 마디로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썼다.)

“치킨까지 배달하는 롯데리아하고 어떻게 싸웁니까”
난지도 옆 자장면집 25년… 상암동 <북경> 운영하는 정광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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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상암동 들어온 게 1987년이에요. 난지도에 쓰레기 매립하고 있을 때부터 여기서 장사를 했으니까. 지금이랑은 완전히 달랐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그땐 주변이 다 논밭이었고 여기서 1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쓰레기 매립하는 난지도가 있었죠. 아직도 그 때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장사가 아주 잘 될 때였거든요. 매립일 하는 사람들한테 배달 많이 갔어요. 그 때는 지금처럼 랩도 없어서 비닐로 대강 덮어가면 파리 떼가 까맣게 몰려들어서 휘휘 쫓아가며 먹고 그랬어요.

그러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이 동네가 많이 변했죠. 쓰레기더미가 공원으로 바꿔고, 월드컵 경기장 짓고 아파트 들어오고, 이제는 방송국들까지 들어와서 예전 풍경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 손님 좀 늘지 않았냐구요? 저도 개발 소식 들었을 땐 기대 좀 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요 앞에 큰 길이 나면서 원래 이 앞에 다니던 마을버스도 노선이 바뀌고 오히려 오가는 사람은 줄었어요. 그래도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저 포함해서 둘이 같이 배달도 나가면서 근근이 가게 운영해 왔죠. 그런데 요즘에는 가게 문 열러 나올 때 마다 숨이 콱 막힙니다. 내년 4월부터 착공한다는 요 앞 롯데복합쇼핑몰 터를 볼 때마다 그래요.

▲ 정광욱 씨가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광욱 씨가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 큰 피해가 음식점이라고 해요. 얼마 전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봤습니다. 영등포에 유명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들어오고 나서 주변에 음식업종 상인들 매출이 평균적으로 점포당 79% 가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에요. 저런 복합쇼핑몰에는 푸드코트나 프랜차이즈 식당가가 무조건 들어가잖아요. 거기서 공연보고 쇼핑하고 밥 먹고 모든 게 해결되는 데 뭐하러 굳이 여기 까지 나오겠어요. 여기 오던 사람들도 선택항이 많고 가격도 싼 복합쇼핑몰로 가겠죠. 차 가지고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나오는 곳이 저런 곳입니다.

우리가 무조건 롯데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롯데몰이 들어와서 주변에 유동인구도 많아지고 상권도 같이 살아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니까 소상공인들이 잘 다루지 않는 고급품목 취급하는 백화점이나 관광객 상대로 소비를 나눠가질 수 있는 호텔 같은 걸 지으면 어떻겠냐는 거예요. 주변에 큰 회사들도 많으니 수요가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롯데 측은 이런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롯데 생각을 하면 분통이 터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배달 문화를 만들어온 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자장면집 아닙니까. 그런데 롯데에서 이제 햄버거로도 모자라 치킨까지 배달을 하고 있어요. 이건 서민들이 장사해먹을 수 있는 업종들을 다 자기들이 빼앗아간다는 거거든요. 치킨까지 배달하는 롯데리아하고 어떻게 싸우라는 겁니까.

이번 국감보니 국회에서도 기껏해야 롯데리아 사장 앉혀놓고 약속 받아낸 게 치킨 배달 ‘광고’ 안하겠다는 거예요. 그러고서 여야가 짝짜꿍이 맞아서 서로 잘 했다고 칭찬을 하더라고요. 저는 전 재산 투자해서 가족들이 다 여기서 먹고 살고 있어요. 자영업자들이야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가다가 몇 천개의 음식점 상점들 무너지면 그거 정부에서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대형복합쇼핑몰이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작년 11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노화봉 조사연구실장은 서울 중서부지역의 대표적 복합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파주의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입점 후 주변 중소 자영업자들의 상권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지인 서울 타임스퀘어 인근 영등포 상권의 상인들의 경우 출점 3년 후 평균 36.5%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위치한 파주시 내의 금촌동 문화의 거리 상인들은 평균 29.8%의 매출 감소를, 인근의 고양시 덕이동 로데오타운 상인들은 평균 54.1%의 매출 감소를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세 지역에서 기타음식점업의 경우 매출 감소 규모가 79.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뉴발 자리에서 장사하다 밀려나서 여기 죽은 골목으로 왔어”
삼성, 이랜드 틈에 낀 두 평 신발가게 사장… 김명원(가명) 씨

6년쯤 전에 처음 홍대에 들어왔거든.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어. 기왕 할 거면 목 좋은 곳에서 시작하자 싶어서 홍대 정문 앞에 홍익로하고 ‘걷고 싶은 거리’가 만나는 코너 건물에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았지. 그 때만 해도 같은 건물에 안경점, 중국집, 노래방, DVD방 같은 가게들이 크고 작게 여러 개 있었어. 이 사장님들이 다들 한 몫 잡을 생각으로 들어온 건 아니어도 젊은 사람들 많이 오가는 홍대 상권에 들어와서 장사한다는 자부심도 나름 있었지.

나도 그 전부터 알던 삼촌이 안정적으로 물건 대주고, 나름 품질 좋은 물건들 마진 많이 안 붙이고 파니까 단골들도 생기고 장사하는 재미가 있더라구. 그런데 계약 기간 한 번 끝나고 재계약 할 때가 됐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너무 높게 부르는 거야. 장사가 좀 됐다고 해도 우리 같은 조그만 신발 가게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월세였지. 결국 조건이 안 맞아서 근처에 들어갈 만한 데를 찾다가 지금 여기로 들어온 거야. 근데 그 자리에 얼마 있다가 대기업이 수입해다 파는 뉴발란스가 크게 들어오더라구. 건물 전체를 임대해서 리모델링 했는데, 보증금 20억에 월세만 1억2천이라고 들었어.

▲ 김명원(가명)씨 가게와 대기업 계열 대형 신발 매장 위치

▲ 김명원(가명)씨 가게와 대기업 계열 대형 신발 매장 위치

장사 힘들어. 우리 같은 작은 가게가 살아남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어. 요 옆에 뉴발란스도 그렇고, H&M에도 신발 팔잖아. 홍대입구 역 바로 앞에 슈펜이나 폴더 같은 대형 신발매장까지 있으니 외국 관광객들은 아예 여기로 안 와. 거기로 다 들어가서 열 개씩 한꺼번에 사가고 그러더라고. 우리 가게도 원래 매출 절반은 외국 관광객들한테 나오거든. 장사 다 한 거지 뭐. 대기업들이 하는 저런 신발 매장들 들어오고 나서 매출 절반 정도는 족히 떨어졌어.

오는 길에 봤겠지만 이 근처에서 여기는 이제 죽은 골목으로 통해. 상권이 안 살아나. 들어오는 길에 옆에 MCM 매장 크게 있는 거 봤지? 저거 들어오면 골목 살아날까 싶어서 이 옆 가게 사장들하고 나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구.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인테리어나 바꿀까 생각 중이야. 바꿔서 좀 새롭게 분위기 전환이라도 좀 하려구. 그렇게라도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 뉴스타파는 김명원씨(가명)가 장사를 하고 있는 홍대 상권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보기로 했다. 김씨처럼 대기업때문에 못 살겠다고 주장하는 상인들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닌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홍대 상권은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 홍대 걷고싶은 거리의 상점들

▲ 홍대 걷고싶은 거리의 상점들

<홍대 상권 전수 조사> 홍대 핵심 업종 대부분 진출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지역상권에 침투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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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홍대 상권의 주요 업종은 ① 의류, 신발, 화장품 등 소매업, ②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③ 유흥주점업, ④ 제과, 음료점업, ⑤ 음식업 등 다섯 가지로 조사됐다. 이들 업종은 전체 매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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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상권에 진출한 대기업 매장은 총 164개였다. 대기업 계열 매장들은 유흥주점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들어와 있었다.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대기업은 롯데였다. 롯데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커피, 패스트푸드 판매점 롯데리아, 화장품 및 건강관련용품 소매점 롭스,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 가전 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 아이스크림 판매점 나뚜루, 영화관 롯데시네마 등 8개 업종에 걸쳐 36개 매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 신세계(스타벅스, 위드미), CJ(올리브영, 빕스, CGV,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이랜드(로이드, 버터, 로운샤브샤브, 자연별곡, 피자몰, 슈펜, 폴더, 뉴발란스, 미쏘, SPAO), 아모레퍼시픽(오설록,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등도 다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이 진출한 업종의 경우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홍대 앞에는 영업중인 소규모 영화관이 없다) 모든 부분이 중소 자영업자들의 사업영역과 겹쳤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매장들의 밀집된 분포를 통해 중소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홍대 졸업하고 30년 넘게 이 동네 지켜봤지만 지금이 제일 어렵습니다”
김형길 홍대 <나루수산> 사장

▲ 김형길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장

▲ 김형길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장

나는 홍대 77학번이에요. 여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황량한 벌판이었을 때부터 이 동네를 오갔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건설회사를 20년 넘게 다니다가 퇴직하고 여기 익숙한 동네에다가 평소 좋아하는 횟집을 하나 차렸지요. 그게 한 8년 됐을 겁니다.

홍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요? 예술가들이 많은 거리라고들 하는데 원래 그랬던 곳이 아니에요. 원래 음악하고 글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신촌에 많았어요. 그런데 그 쪽에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임대료가 들썩들썩 하니까 그 사람들이 90년대 중후반부터 가까운 여기에다가 터를 잡았던 거에요. 이대에는 원래 보세옷 가게나 웨딩샵이 많았는데, 그쪽도 마찬가지로 월세가 올라가면서 보세옷 가게는 홍대로 들어오고 웨딩샵은 청담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예술가들과 작고 특색있는 옷가게, 신발가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 홍대 상권이에요. 거기 놀러온 젊은이들한테 먹을 거 팔면서 우리 자영업자들이 함께 여기 터를 잡았던 거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예술가들하고 작은 가게 상인들이 같이 만들어놓은 문화가 재미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던 건데, 그렇게 장사가 좀 된다 싶으니까 한 십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다음이 대기업 매장들이었습니다. 건물을 통째로 사서 자기들 매장으로 바꿔버리죠. 그러면 임대료가 엄청 올라요. 건물 하나 임대료가 오르면 무슨 전염병처럼 주변 건물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더 버틸 수 없을 만큼 월세가 오르니까 홍대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연남동으로 문래동으로 혹은 다른 변두리로 떠나게 된 거지요.

여기 들어와 있는 대기업 매장들은 대부분 ‘안테나 매장’들이에요. 안테나 매장은 일종의 홍보팀, 혹은 척후병 같은 역할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이런 매장에 한번 내 보고 팔리나 안 팔리나 봐요. 또 사람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자기들 매장을 내 놓음으로써 홍보 효과를 보는 부분도 있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그 사람들은 그 가게에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기업이야 홍대에 내 놓은 가게가 손해를 봐도 회계처리하면 그만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 가게 하나가 망하면 가족들 대여섯 사람이 같이 벼랑에 서게 되는 거예요. 상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여기 자영업자들 다 죽으면 떼어놓고 다들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닐거예요. 같이 다 죽게 됩니다. 이제 정말 대기업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 홍대 앞 거리

▲ 홍대 앞 거리

대기업의 중소업종 잠식 막기 어려운 동반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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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때 대기업의 업종 잠식으로부터 중소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출범 5년차, 동반성장위원회는 제 역할을 해내고 있을까.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이 중소 상공인의 장사 영역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총 107개 품목이 중소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대표적인 중소 적합업종과 권고대상 대기업을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품목 권고대상 대기업
단무지 CJ제일제당, 사조대림, 풀무원, 대상FNF
도시락 신세계푸드, 한화호텔앤리조트, 롯데푸드, 후레쉬서브, BGF푸드, 풀무원
떡국 및 떡볶이 떡 신세계푸드, 아워홈, 오뚜기, 대상FNF, 풀무원
김치 CJ제일제당, 대상FNF, 동원F&B, 풀무원
순대 아워홈, 진주햄
전통떡 삼립식품
막걸리 CJ제일제당,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관성어 및 관련용품 소매업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음식점업 7개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
CJ푸드빌, 농협중앙회(목우촌), 롯데리아, 대성산업, 신세계푸드, 이랜드파크, SK네트웍스 등

위 표에서 보듯 대기업들은 순대, 김치, 떡볶이 떡 같은 분야에까지 진출해 있다. 동반성장위는 위 분야에서 해당 대기업들에게 사업철수, 사업축소, 확장자제, 진입자제 등을 권고했다. 권고 수준은 동반위가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사업자들과 대기업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미 동반성장위가 ‘권고’ 의견으로 내는 조정 수준에 대기업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적합업종 지정 외에도 동반성장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동반성장 협약 이행실적평가’ 결과와 자체적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중소기업 체감도조사’ 점수를 토대로 ‘동반성장지수’를 산출한다. 동반성장지수는 참여 대기업들의 상생 의지를 계량화해 평가한 자료로 활용된다.

▲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중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들

▲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중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들

동반성장지수는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등 4가지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에는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가지 등급이었지만 2013년 등급 산정시 ‘개선’을 없애고 최하 등급의 명칭을 ‘보통’으로 바꾸었다.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스타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2014년 ‘최우수’로 평가된 LG유플러스, LG전자, KT, ‘우수’로 평가된 아모레퍼시픽, 현대모비스, ‘양호’로 평가된 농심 등이 2014년 이후 지위남용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 대기업이 적은 것도 문제다. 2015년 기준으로 동반성장지수 산정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137개사다. 이는 2014년 기준 대기업집단에 속한 1696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참여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자율적이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이 면피성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이런 평가 기준 상의 문제에 대해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참여 대기업이 적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로 운영하다보니 한계가 있지만 2011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참여 대기업이 조금씩이나마 늘어가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목, 2015/10/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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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소상공인단체 연합회 임원단과 티타임을 갖고 선거에서 자영업자들이 자신을 특별히 지지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갤럽이 분석한 직업별 득표율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자영업에서 압도적 표차로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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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민생정치’를 한다며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과 자주 사진을 찍는다.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아이돌 스타에 버금가는 환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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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의 정도는 박근혜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상공인 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후반 2년여동안 평균 88을 기록했던 경기체감지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6개월동안 평균 73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경기체감지수가 100이면 경기는 보합,100을 초과하면 호전,100미만이면 경기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지난해 9월 1일,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9.1 부동산 대책을 들고 나오자 2014년 9월 한달의 부동산 업종의 경기체감지수는 100을 훌쩍 뛰어 넘어 111을 기록했다.전체적인 자영업의 경기체감지수는 대부분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업종만 반짝 상승한 것이다.이는 정부의 대책이 특정 업종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고 그 정책 효과도 장기적,지속적이지 못했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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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보니 도심 주변에 빈 상가나 오피스도 늘어났다. 실제 박근혜 정부이후 상가공실률(국토교통부,중대형매장 기준)은 꾸준히 상승해 2013년 1분기 8.9%에서 지난 2분기때는 10.8%로 치솟았다.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실제 공실률은 정부의 공식통계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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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세업종이 입주해 있는 중소형빌딩이 대형빌딩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정확한 공실률 조사자료는 없지만 평균 공실률이 최소 2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공실없는 빌딩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입지와 임대료 측면에서 경쟁력있는 빌딩을 제외하고는 임차인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 ㅁㅁ빌딩 자산관리 업체 대표이사

이렇게 빈 상가가 많다고 하지만 상가 임대료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13년 1분기를 100으로 봤을때 상가 임대가격지수(국토교통부)는 2015년 2분기 서울이 102.6,전국적으로도 101.2를 기록했다.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르지만 여전히 임대료는 높은 상황인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빚도 이번 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들의 시중은행 대출잔액은 2013년 17조 천억원,14년 18조 8천억원,올 8월까지만 20조 4천억원이 증가해 총 229조 7천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8월까지 오히려 3.4조원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의 대출액과 대비해보면 자영업자들의 빚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2013년과 2014년의 대기업 대출액도 자영업자들에 비해 적었다.

2013 2014 2015.1 ~ 8
대기업 8.2 18.5 -3.4
개입사업자 17.1 18.8 20.4

▲ 기업대출증가액 (출처 : 한국은행 / 단위 : 조 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한국은행의 통계는 사업자 분류를 통한 자영업자들의 대출잔액을 말하는 것일뿐이다. 자영업자들이 일반 금융소비자 자격으로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합하면 자영업자들이 안고 있는 전체 대출액은 229조원이 아니라 5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경제가 외부충격 등으로 위기를 맞는다면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은 그래서 경청할 만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거시경제동향실장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돼 은행이 대출만기연장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자영업자들은 거대한 채무부담과 더불어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하락을 함께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자영업자들에게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빚이라는 봇짐을 잔뜩 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얼어붙은 불황의 살얼음판위를 불안하게 걸어가는 형국인 것이다.

목, 2015/10/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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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세계경제포럼, 한국 금융 분야에서 한국을 가나와 우간다 하위로 평가– 금융시장 평가에서 가나, 우간다, 부탄보다 낮은 87위– 금융위원회, 객관성 결여된 보고서라고 해명UPI는 30일 세계경제포럼이 금융분야 평가에서 한국을 87위라고 발표한 후 한국 금융위원회가 세계경제포럼이 사용한 평가방법은 평균 이하였다고 반박했다는 보도를 전했다.기사는 세계경제포럼의 평가의 따르면 한국 금융시장은 가나, 우간다, 부탄보다도 낮은 87위이며 전반적인 세계 경쟁력 분야에서는 140개 ...
토, 2015/10/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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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위조 부품 사용” 내부 보고서 입수), 미국의 대표적인 부품검사기관이 “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위조부품 검사기관 CTI(Component Technology Institute ; 부품기술연구소)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현대기아차 내부보고서인 ‘QRT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TI는 대표적인 위조부품 검증 규격인 ‘CCAP-101’을 만들어 관련 업체에 자격을 발급하고 직접 검사를 시행하는 이 분야 최고의 민간 검사기관이다.

▲ CTI의 분석 보고서

▲ CTI의 분석 보고서

위조부품의 유일한 단서, ‘QRT 보고서’

뉴스타파는 현대기아차에서 ‘위조(counterfeit)’ 부품이나 ‘위조가 의심(suspect)’되는 부품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지난 8일 보도했다. 총 두 편의 보고서는 국내의 위조부품 검사기관 QRT가 현대모비스의 의뢰로 작성했다. QRT는 검사 대상이었던 4개의 장치에 장착된 10개의 부품에 대해 위조 혹은 위조가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고 이 사실을 현대모비스에 보고했다.

하지만 최초 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6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QRT는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며 위조 부품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바꿨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보고서에서 지목한 10개 부품 가운데 7개에 대해 납품업체인 제조사로부터 진품 확인서를 받아왔다. 하지만 위조 가능성이 높아 디캡(De-cap, 칩 표면 분리) 검사를 실시했던 나머지 3개 부품 중 2개에 대해서는 검사 과정에서 부품이 지나치게 망가졌다는 이유로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했다. 나머지 1개 부품은 디캡 검사로 겉면이 파괴되어 ‘다이(Die, 내부 틀)’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진품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온 부품들 중에도 장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불명의 크랙(깨짐)이 발견된 부품이 2개 있었다. 위조부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량이라는 말이 된다. 또한 김제남 의원실에서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개가 현대기아차 전자장치에 쓰인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

QRT 보고서는 지금 상황에서 위조부품 사용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QRT는 위조부품 검증시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외관 검사, 비파괴 X선 검사, 디캡(De-cap) 검사 등을 하고 중요 부분에 대한 고화질 이미지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두 편의 보고서 중 첫 번째 의뢰 후 작성된 QRT 보고서와 부품 이미지들을 미국의 위조부품 검사기관인 CTI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CTI, “5개 부품 위조 가능성 있다”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CTI는 먼저 1번, 5번, 21번 다이오드를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다. QRT 보고서는 모서리의 갈린 흔적과 내부 뼈대의 차이가 발견된 21번 다이오드만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었다. CTI는 세 부품의 X선 이미지에 대해 “1번, 5번, 21번 모두 과거에 사용됐던 흔적이 보인다”며 “이런 징후들은 아마 이 부품들이 (과거에) 설치되거나 제거될 때 생긴 흔적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반도체들은 시판되지 않은 차량의 신품 전자장치에 장착됐다가 고장을 일으켜 QRT에 분석 의뢰된 부품이었다.

▲ 27번 트랜지스터

▲ 27번 트랜지스터

또한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한 두 개 부품(27번 트랜지스터, 4번 트랜지스터) 모두 위조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품 위조기법 중 하나인 블랙 토핑(black-topping)의 흔적과 크랙(깨짐)이 발견됐다고 QRT가 분석했던 27번 트랜지스터의 경우, “(부품) 패키지와 표면 마킹의 상태를 보면 이 부품들을 위조품으로 의심할 수 있다”면서 “칩의 바깥쪽 틀이 조악하고 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칩의 다이(Die, 내부 틀)는 원래 칩 제조사인 미국 NXP가 만든 제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4번 트랜지스터

▲ 4번 트랜지스터

부품의 가장자리에서 크랙이 발견돼 QRT가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던 4번 트랜지스터에 대해서도 “(부품을 위조하는 과정에서) 표면의 마킹이 다시 됐다고 볼 수 있는 미세한 마모의 흔적들이 보인다”면서 “크랙은 칩을 뜯어내고 다시 기판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위조품뿐만 아니라 QRT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저품질 부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뉴스타파 보도(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를 통해 자동차용 품질 규격 미달품으로 확인된 195번 저항기(resistor)의 경우 “열악한 제조 과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145번 저항기 역시 “전형적인 저가 생산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CTI는 이처럼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CTI의 수석 컨설턴트 레온 하미터는 “이 부품들의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주어진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제한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음(Since we do not have any history on this module and the importance to be sure there are no counterfeit components in the module, this is the most we can determine based upon the data provided. Only limited conclusions can be made from the data and photos.)”을 전제로 “일부 부품들이 위조품이라고 볼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we think there is a low probability of some components being counterfeit)”고 밝혔다.

“위조부품 결론 조작” VS “조작 불가능”

국정감사에 현대차 권문식 부회장을 불러 직접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고자 했던 김제남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다만 김제남 의원은 증인을 철회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잔여 의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기아차가 ‘내부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고 말을 바꾼 상황에서 지금은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위조품이 없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다.

현대모비스 측은 QRT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주한 장석원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부품을 조작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또 장 박사를 “사기꾼” 혹은 “브로커”라며 비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장석원 박사를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장석원 박사는 2차 분석 대상이었던 BCM(Body Control Module) 하나와 오디오 장치 하나를 시험 의뢰 전 열흘 정도 가지고 있었다. 현대 측은 장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이 과정에서 고의로 제품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박사는 부품 내부의 회로 기판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 겉면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 박사가 시험용 부품을 고의로 손상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 법무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을 내사해 온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아직 현대 측이 수사를 의뢰해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도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전자 기판을 습기나 염분으로부터 보호하고 부식을 막기 위해 ‘콘포말 코팅(conformal coating)’이라는 것을 한다. 아크릴, 에폭시, 혹은 실리콘 같은 물질을 기계 장치를 이용해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자동차 전자기판을 열어보면 반짝이는 투명막이 기판 위에 빈틈없이 덮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장 박사가 부품을 위조품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자에 작은 크기의 흠집을 내고 금을 가게 만들었다면 콘포말 코팅층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 기계로 코팅된 막을 개인이 흔적없이 복구하기는 어렵다. 해당 기판이 QRT 기술진에게 전달돼 외관을 살펴봤을 때 찢어진 코팅막은 어렵지 않게 발견됐을 것이다. 반도체를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진을 보유한 QRT가 콘포말 코팅이 손상되어 드러나는 외관의 고의적 손상과, 콘포말 코팅이 보존된 채로 나타난 부품 내부의 불량도 구분하지 못했을지는 의문이다.

“QRT, 위조 판별 기술 부족” VS “신뢰해도 좋다”

현대모비스는 QRT가 위조품 판별의 기본도 모른 채 섣부르게 위조 결론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위조부품을 잘 찾아낼 경우 앞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QRT는 국가공인 부품신뢰성 검증기관으로서 삼성, LG,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NXP 등 글로벌 칩 메이커들에게도 부품검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한 2010년 경부터 국내 토종업체로는 유일하게 위조품 검사를 해왔고, 국내 학계와 산업계의 부품신뢰성 분야 전문가들이 총망라된 한국신뢰성학회의 학술대회에서 2011년 위조품 검증 기술에 대한 발표를 하는 등 관련 분야를 선도해 온 곳이다.

QRT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조부품 검증의 경우 QRT가 오랫동안 해온 반도체 신뢰성 검증 만큼 긴 현장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양쪽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뢰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전세계 반도체 1%는 위조…미 방위산업에까지”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산 ‘쓰레기 위조부품’ 유입을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의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다운로드)>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회사들이 매년 위조부품으로 인해 얻는 손실이 100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반도체의 1% 가량이 위조품으로 의심되며, 위조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항공, 무기산업 등의 시장 분석을 제공하는 IHS에서 2012년 발표한 위조칩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조사 대상 다섯 개 부품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 부품 종류 전체 발생 비율 자동차용 부품
1 아날로그 IC 25.2% 17%
2 마이크로 프로세서 IC 13.4% 1%
3 메모리 IC 13.1% 2%
4 Programmable Logic IC 8.3% 3%
5 트랜지스터 7.6% 12%

▲ 2011년 위조부품 상위 5개 ⓒ IHS Parts Management 2012

미국은 자신들의 방위산업에 흘러드는 위조부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2년 발간된 미 상원 국방위원회 보고서 <국방부 공급망의 위조 전자 부품에 대한 연구(Inquiry into Counterfeit Electronic Parts in the Department of Defense Supply Chain)(다운로드)>는 무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위조칩 문제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1년 발생한 SH-60B 헬리콥터의 전방 적외선 시스템 고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상원 국방위원회는 그 공급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중국 선전(深圳) 시의 ‘화지 전자’라는 곳을 발견해냈다. 미국의 대잠수함 초계기인 P-8A 역시 부품의 동결 상태를 감시하는 ‘아이스 디텍터’가 고장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해당 부품의 조립과 납품 과정을 추적한 결과, 텍사스에 위치한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역시 중국 선전 시에 위치한 ‘액세스 전자’라는 곳이 위조품 공급처로 특정됐다. 미 상원은 위조부품의 70%가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중국의 위조부품 제조과정 영상. 수명이 다한 전자쓰레기를 신품으로 위조해 다시 시장에 판매한다. 위조칩 모서리에서 발견되는 갈림이나 깨짐 등이 이런 재생 과정에서 발생한다. ⓒ aaa component test lab

미 상원은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국가 내에 위조부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정체불명의 유통업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내용을 담아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2월 이 법안에 서명했고 이듬해부터 상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위조부품의 유입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체계가 전무한 상황이다. 산업체에서도 불량품 검사는 철저하게 하지만 위조품에 대한 인식이나 검사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

흔히 불량품과 위조품을 혼동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불량품 대부분은 정상 동작을 안 하기 때문에 수입검사(IQC)나 출하검사(OQC) 등 여러 단계의 품질 검사에서 상당수 걸러진다. 하지만 위조품은 수명이 거의 다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해당 기능을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품질 검사들을 통과해 제품에 탑재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위조품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기간이 짧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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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성공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목욕통(Bathtub) 곡선. x축은 사용 시간, y축은 고장 발생률이다. 제품이 막 완성된 시점(그래프 왼쪽)에서 고장률은 높다. 불량 때문이다. 이와 같은 초기 고장은 제품 출하 전 충분한 품질검사를 통해 결점 있는 제품을 골라냄으로써 줄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난 후에 고장은 다시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위조부품을 사용할 경우 위 그래프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듯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2014년 IEEE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에서 인용)

자동차 위조부품은 결국 ‘안전 문제’

위조부품을 쓰면 위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고장 없이 쓸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 이미 한계에 이른 부품들이 새 제품으로 둔갑해 쓰이기 때문이다. 마치 굵은 쇠사슬의 고리 하나가 얇은 철사끈으로 엮여 있는 형국이다. 당장은 제 기능을 해내지만 팽팽하게 잡아당기다보면 얼마 안 가 끊어질 수 있다. 그것은 소비자에겐 고장이자 ‘비용’으로 돌아온다. 나아가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직 현대기아차에 위조부품이 쓰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내부보고서가 있었고, 해외 검사기관에서도 위조부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제 공은 현대기아차로 넘어갔다. 무조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 혹시 모를 위조부품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앞서 언급한 미 상원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모든 위조부품의 유통망을 파악할 수 없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운 것이다. 더구나 자동차 부품은 궁극적으로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보다 솔직한 자세로 남아있는 의혹들을 보다 떳떳하게 검증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 뉴스타파에서는 자동차 제조 회사의 불투명한 부품 유통망 문제나 품질 문제와 관련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재원 기자 : [email protected]

목, 2015/09/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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