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10),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법원장 지명의 비상임위원에 한위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한 위원은 이번 임명으로 연임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한위수 위원의 연임을 규탄한다.
첫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수차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밀실인선을 진행했다.
둘째, 한위수 위원이 어떠한 이유로 연임되었는지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묻지마 식의 인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한 한위수 위원은 2012년 임명 당시에도 광우병 관련 PD수첩 방송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측의 변호와, 인터넷 댓글 삭제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측의 변호를 맡기도 하는 등 기업과 정부를 대리하는 활동을 하면서 인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 국가인권위 위원으로서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매우 높았던 인사다.
그리고 한위수 위원의 3년간의 활동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무취무색한 인사라는 것이다. 한 위원은 인권위원으로서 재직 당시에도 인권발전에 뚜렷한 역할을 한 기억은 거의 없으며, 인권현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임된 것이다.
대법원장의 지명의 인권위원 연임은 지난 해 윤남근 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는 대법원장 지명의 인권위원 자리가 국가인권위법상의 자격기준에도 어긋난 법조출신 인사들의 경력용 자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이유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에 대한 존중의식이 없고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눈감았기 때문으로 보며, 이번 한위수 위원 연임에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2015년 8월 10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 (사)인권정책연구소, 새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대법원 2014.11. 13. 선고 2014다20875.20882 판결[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1. 무엇인가에 쫓기듯 선고된 대법원 판결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무효라고 선고하였다. 2009년 초두부터 시작되어 무려 2646명(이중 생산직은 2319명으로서 당시 생산직 전체 인원의 45.5%)이나 되는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한 쌍용차 구조조정(정리해고 일자는 2009년 6월 8일)이 부당하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고등법원 판결은 불과 9개월 후인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고 만다. 도대체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한 이유, 그것도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이렇게 초고속으로 선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 계속 완화되는 정리해고 법리
정리해고 입법화 이전에도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판시해왔다. 다만, 지금처럼은 아니었고 소위 정리해고의 4개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충분한 협의, 정당한 해고대상자 선정)을 모두 구비할 경우에 가능하고 특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도산을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1997년 정리해고가 입법화 된 이후부터 오히려 대법원은 정리해고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해석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대표적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장래에 올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정리해고 4개 요건 중에 일부가 구비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봐서 유효일 수 있다는 해석까지 하기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문언상 위와 같은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사실상 법률을 만든 것인데, 입법부의 권한까지 월권을 하고 있는 셈이다.
3.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쌍용차 대법원 판결
그런데 쌍용차 2심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결의 추세와 달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대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특히 쌍용차 사건에서의 중요한 쟁점이었던 회계부정(즉, 유형자산손상차손-진부화 등으로 유형자산의 사용 및 처분으로부터 기대되는 미래 현금흐름 총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는 것-을 과대 계상) 문제에 대해서도, 구(舊)차종을 상당 부분 단종시킨 것을 전제로 매출을 추정하면서도 후속 신(新)차종(이미 개발이 끝난 차종 포함)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 (유형자산손상차손의 전제인) '계속기업가정'(폐업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가정)에 위반된 모순된 주장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2심 판결은 회계부정 문제 뿐 아니라 정리해고의 나머지 요건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원칙적으로 유지하였다. 즉, 장기간의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경쟁력 자체가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었던 점, 쌍용차가 주장하는 경영위기가 구조적, 계속적 위기라고 볼 수 없는 점,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대주주(상하이차)가 회생절차를 통하여 교체될 기회가 주어진 점, 정리해고 규모가 과다한 점 등을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또한 해고회피노력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희망퇴직 등의 조치는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므로 해고회피노력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2심 판결을 그야말로 전부 뒤집었다.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대계상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과대계상되지 않았다고 하였고, 유동성 위기도 존재했으며 쌍용차의 경쟁력 상실은 계속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잉여인력이 몇 명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해고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고용관계 종료하는 희망퇴직을 꼭 나중에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해고회피노력도 다한 것처럼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객관적 증거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① 회계 부정 관련하여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회계 부정이 만연(ex. 얼마 전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실형 선고)하고, 몇몇 회계 지표만으로도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쉽게 선고해버리는 한국의 실태에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사법 심사를 거의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② 또한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것은 기존의 잘못된 대법원 판결(동서공업 판결)의 내용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회피 노력에 대한 사법심사를 크게 완화하는 것이다. ③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희망퇴직은 현실에서는 정리해고와 거의 동일한 의미인데 이를 해고회피 노력으로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리해고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쌍용차 대법원 판결은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판결이라고 평할 수 있다.
4. 정리해고 앞에서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한 노동자들
쌍용차 정리해고라고 하면 아마도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것 외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같이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누군가는 강성노조라고도 부르는) 노동자들(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이 제일 먼저이다)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즉, 한국 헌법은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지키기 위해서 단체행동권(파업)과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사법심사라는 2가지 방법을 노동자들에게 주었으나,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파업을 하면 그 자체로 불법 파업이 되어 거액의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당하고, 대법원은 갈수록 정리해고에 대한 사법심사를 완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리해고에 대응할 수 있는 2가지 방식이 모두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관한 2심 판결은 적극적이고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통해 2가지 방식 중 1가지(사법심사)라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대법원은 마치 무엇에라도 쫓기듯이 단 9개월만에 이를 파기해버렸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앞에서 노동자들은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그것이 이처럼 신속하고 자세하게 2심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의 잔인한 의도였던 것 같다.
지난 6월 17일 새벽 2시경,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 입구에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신문 배달원이 남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작업복의 ‘삼성중공업’ 마크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신분을 확인했다. 그 남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이창헌 과장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아파트 추락 자살’로 결론 내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고 이창헌 과장은 사고 전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거제 일대를 배회했다. 평소 못 먹는 소주 1병을 마신 뒤,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 15층에 올라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
2012년 삼성중공업 연구소에 입사한 이 과장은 2015년부터는 현장 관리부서에서 일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올 4월에는 딸을 얻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이 과장은 왜 스스로 몸을 던졌을까.
희망퇴직 분위기 속…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는 메시지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 악화로 2015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으로 1500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에게는 급여 삭감이 단행됐다. 이 과장이 숨지고 한 달 뒤,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안을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와 일했던 동료는 직장 상사가 이 과장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업무 압박을 줘서 스스로 희망퇴직자가 되게 하는, 이른바 찍어내기라는 것이다.
사고 났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직장 상사가 죽였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사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 과장을 불러요. 이 과장을 앞에 앉혀놓고 10분이고 20분 초등학생 혼내듯이 엄청 뭐라고 해요. ‘오늘 퇴근하기 전까지 가져와’, ‘내일 아침까지 가져와 내 책상에’ 이런다고요. 전 직장 동료 /음성대역
고 이 과장의 아내 배 모 씨는 “지난 3월에 남편이 ‘오늘 상사가 나한테 짜증을 많이 내시는 것 같다’고 했다”며 “남편이 강하게 표현 안 하는 편이라, 상사에게 오늘 많이 깨진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핸드폰 메모에도 직장 상사에 대한 긴장감이 드러나 있다. 상사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며 희망퇴직 대상자인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직장 상사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이 과장이 “희망퇴직설이 있어서 말씀드렸다”고 하자 상사는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삼성중공업 측에 희망퇴직에 따른 찍어내기와 괴롭힘 여부를 물었다.
“괴롭힘을 주거나 하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자체 조사를 하신 건가요? “팀장이나 부서장 쪽에서 이창헌 과장에게다 그런 내용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삼성중공업 홍보팀 관계자
이 과장은 대학 시절부터 우울증약을 먹어왔다. 그런데 숨지기 두 달 전부터는 집중적인 치료가 진행됐다. 지난 4월, 이 과장의 정신과 면담 기록지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증세와 불면증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사람 죽는 높이’를 검색했던 게 남아 있다. 지금 심적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심하게 우울한 것은 1-2주 전부터 그렇다. (2017.6.14 정신과 면담기록지)
부인 배 씨는 이 과장의 죽음을 산재라고 주장했다. 희망 퇴직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 그런 선택에 내몰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판단 능력이 떨어진 노동자의 자살은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직장이나 업무상의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559명으로 하루 1.57명꼴에 이른다.
산재 입증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겨져
관건은 산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 측에 산재 입증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이 직접 고 이 과장의 스트레스 강도와 초과 근로 시간, 업무량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입증 자료 확보를 위해 배 씨는 남편의 회사 사무실 출입을 요구해왔다. 이 과장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는지, 직장 상사의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그의 사무실의 컴퓨터나 메모에서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은 배 씨의 회사 출입을 거부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배 씨는 회사 사무실에서 남편의 유품을 챙겨오겠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유품을 상자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숨진 지 두 달이 지나 더는 유품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아한 것은 유품 상자에는 2015년 수첩은 있지만 최근인 2016년, 2017년 수첩은 보이지 않았다.
또 배 씨는 경찰에 남편과 관련된 수사 기록 일체의 공개를 요청했다. 2주 후, 경찰이 공개한 수사 기록은 고작 세 페이지였다. 사고 전날 휴가 신청 서류와 이 과장의 석달치 초과근무 신청 내역이 전부였다. 회사 동료들의 진술서, 출퇴근 기록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배 씨는 경찰에 정보 공개에 대한 이의 신청을 냈다.
국회 개정안 냈으나 폐기…인권위 권고에도 5년째 미이행
노동자의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한 분담이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실현은 흐지부지됐다. 지난 2011년 국회에 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입증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올라왔으나 당시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국가와 사용자 측에게도 입증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권고안을 냈으나 5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입법 노력과는 반대로 2015년 헌법재판소는 산재 입증 책임이 노동자측에 있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보험재정 건전성 유지와 노동자의 입증이 용이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당시 안창호 재판관은 질병의 오랜 진행과정, 노동자측의 정보 부족으로 노동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해 노동자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 질환에 걸린 노동자의 산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거부한 것을 두고 “입증 증명이 곤란해진 사정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 사실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면서 정보 제공을 거부한 회사의 소극적인 자세에 경고한 셈이다.
회사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키를 쥐고 있지만 그 키를 안 풀어주는거 잖아요, 사실. 그로 인해서 가장 기본적인 걸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할 수 없고 회사가 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는 거고. 유족들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도 없어요. 지금 입증 책임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조차 흐지부지해왔던 것이고 좀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죠. 권동희 노무사
#2. 건강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이유는?
금호고속 광주지사 소속 버스 기사였던 남편. 아내는 남편이 술과 담배도 멀리한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내는 하루는 새벽에 운전을 마치고 온 남편이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 씨가)새벽 3시에 들어오면서 ‘나 너무 힘들어 나 죽으려나 봐’라고 해요. 또 ‘봐봐 (목이)안 돌아가, 안 돌아가’, 그래서 내가 ‘그러면 얼른 씻고 자야지’ 그랬죠. 힘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죠. 금호고속 버스기사 최 씨 아내
그날 저녁, 남편 최 씨는 광주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큰 수술을 받았으나 쓰러진 지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뒀다. 사인은 모야모야병에 이은 뇌출혈과 뇌경색.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과로사 버스기사의 운행일지…쓰러지기 전날, 약 1000KM 운행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운행일지에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최 씨가 쓰러지기 전날인 지난해 9월 28일의 운행을 보면, 오전 9시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된 운행은 다음 날 새벽 2시 40분 광주에서 끝이 났다. 총 거리는 989km, 운행시간만 총 열네시간이다. 최 씨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인 630km보다 1.5배나 길었다. 9월 13일은 1002km, 9월 9일은 1095km, 9월 4일은 913km 등 운행일지 곳곳에서 900, 1000km 운행 거리가 눈에 띄었다.
또 수면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쓰러지기 일주일 전인 9월 22일 운행을 보면 최 씨는 다음날 새벽 1시에 경남 창원에 도착한 뒤, 아침 7시 40분에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전날 13시간을 운행한 뒤 6시간가량을 쉬고 다시 11시간을 운행한 것이다.
이 같은 운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속버스 기사는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특례조항에 적용받기 때문. 이 조항에 따라 운수업, 영화제작업, 방송업 등 26개 업종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만 있다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여야는 지난 7월 광역버스 사고 이후 노선 버스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삭제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 현재 국회에는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의 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유럽연합은 9시간, 미국은 10시간으로 버스 기사의 하루 최대 운행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최 씨가 숨지고 나서야 버스기사의 휴식시간 보장은 법으로 명문화됐다. 지난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버스의 경우 1일 운행 종료 후 연속 휴식시간 8시간을 보장하고, 1회 운행 후 15분 이상 휴게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잇따른 졸음운전 사고에도…과로사의 현장 조사는 생략 가능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이로써 최 씨의 사용자 측인 금호고속은 1명 이상이 업무로 사망한 중대재해 사업장이 됐다. 금호고속은 관할노동청의 현장조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관할 노동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 때문. 규정에는 추락, 골절 등 안전 사고 같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이 아닌 재해는 현장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안전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노동청이 조사를 안 해도 되는 것이다.
문제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개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버스 승객과 도로 위 운전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고속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20대 여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 7월에는 광역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50대 부부가 숨졌다.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통해서 근무시간 변경이라든지 업무 형태 전환이라든지 이런 것을 지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게 회사에서는 강제로 할 수 없거든요. 본인들은 조그만 인력을 가지고 근로자를 많은 시간 일을 시켜서 수익창출을 하려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게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배연직 노무사/최 씨 사건 대리인
5/27, 참여연대가 소속된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준)에서는 국가인권위원위에 <신임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선출에 관한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선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인권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의견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연석회의는 의견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인권기구 조정위원회 (ICC,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f National Institutions)에서 권고한 바와 같이 인권위원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할 수 있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인선위원회를 구성할 것, ▲인권위원 자격기준을 공개하고 그에 따른 추천을 받을 것, ▲인권관련 활동과 경험, 도덕적 청렴성 여부, 시민사회 협력 및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의지 여부 등을 인선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신임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선출에 관한 의견서
Ⅰ. 의견서 제출 배경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한국 시민사회의 신뢰를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무자격 인권위원들을 인선하면서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사회권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는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와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마련하라는 권고’를 꾸준히 했습니다. 특히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 (ICC)에서는 2014년, 2015년 인권위의 등급심사를 연속 3회 보류하였습니다. 2008년부터 ICC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후속조치가 미흡하여 또 보류된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등급심사를 내년 3월로 보류하면서 새롭게 인권위원장을 선출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인권위의 독립성은 인권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행 인권위법에는 임명권자만 있지 인권위원을 선출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그렇게 임명된 인권위원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현재 인권위가 공개적으로 후보추천을 받고 있으나 인선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개적이고 시민참여적인 인선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한국 인권상황의 증진을 위하여 중요한 일이며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이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을 촉구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 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이하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를 구성했습니다. 적어도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들은 ICC 가 권고한 대로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되는 투명한 인선절차에 의해 인권위원이 임명되기를 바라며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Ⅱ. 인권위원 인선 절차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인권위는 국가기구이면서 동시에 인권기구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집니다. 또한 준국제기구로서 그 설립은 국제인권기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국제인권기준인 파리원칙에서는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조직의 독립성, 구성의 독립성, 운영의 독립성, 재정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구이지만 국가기구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해당 국가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인권기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리원칙은 해당 국가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제도를 마련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권위법의 허술한 규정을 틈타 인권위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한국 인권위의 현실입니다. 특히 인권위법에 인선절차 규정이 결여돼 독립적인 인권위원으로 인권위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인권위가 자기 역할을 방기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했습니다.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의 인선은 임명권자만 있고 제대로 된 인선절차가 없어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국내외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인권단체가 주축이 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2013년도에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포함하는 인권위법 개정안(장하나 의원 대표 발의)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이제라도 현재의 인권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인권위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법 개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몇 개월 안 남은 촉박한 시간으로 인하여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ICC 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들이 없지 않습니다. 현재 인권위법에 인선절차가 없더라도 인권위원 지명권이 있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에서 적절한 내부 인선절차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명한 인선절차를 만들어 인권위원을 임명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1. 해당 인권위원을 지명할 수 있는 곳에서는 인선위원회를 구성되어야 합니다.
- 인권위법 5조에 부합하는 사람을 인선할 수 있도록 인권위원 지명권이 있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은 인선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동안 시민사회로부터 비판받은 ‘밀실 인선’, ‘보은 인선’, ‘무자격자 인선’이라는 비난을 탈피할 수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ICC는 이미 인권위원의 다양성 부족, 다원성 부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인선위원회는 ICC에서 권고한 인권위원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할 수 있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합니다. 여성, 장애, 청소년, 노동, 성소수자, 이주인권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인선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그 구성이 당 내부 인사로 한정되거나 청와대나 대법원 내부 인사로 한정될 경우,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ICC의 권고와 동떨어진 불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에 불과합니다.
- 그렇게 구성된 인선위원회에서 임명권자에게 후보를 추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2. 자격기준을 공개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하고 있는 후보추천은 홈페이지에서만 공지하고 있으나 기간도 짧고 인선위원회 구성과 인선기준이 투명하지 않습니다. 이는 ICC의 권고와 배치되는 것입니다.
- 미리 공개된 인권위원의 자격기준을 바탕으로 인권위원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3. 아래와 같이 인선기준을 마련하여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 인권위원은 인권관련 활동과 경험, 감수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 소수자 분야 등 인권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경력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도덕적 청렴성을 바탕으로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합니다.
- 시민사회에 협력적이며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 인권위원으로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방향에 대한 공약이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Ⅲ. 결론
ICC 등급심사가 3번이나 보류된 나라는 없습니다.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되고 2007년까지 세계의 모범으로서 인정받던 인권위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해, 통렬한 내부 평가를 바탕으로 과감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특히 ICC가 인권위원 인선절차의 부재를 여러 번 강조하였는데도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단지 인권위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며 한국정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물론 ICC가 권고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과정을 통해 다원성과 다양성이 있는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을 인선’하는 임무는 인권위만 아니라 청와대, 국회, 대법원에도 있습니다. 인권위가 입법권한이 없는 이상 인권위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권위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권위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적절한 조치를 위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본문에서 언급한대로 법률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조치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는 후보를 추천받는다는 공문만을 공지해서는 안 되며, ICC에서 2008년부터 권고한 내용도 모두 전달하여 그 취지를 각 기관들이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인권위는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서를 임명권이 있는 곳에 모두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아래에 인권단체들이 만든 인권위원 자격기준을 덧붙이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15.5.27.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 새사회연대,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정책연구소,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장애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희망을 만드는 법,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국가인권위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2017년 1월 22일 전주에 있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LB휴넷)의 상담원으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다니는 학생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구조적으로 당하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25개 사회단체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모여 구성한 ‘LG유플러스고객센터특성화고현장실습생사망사건대책회의’(이하 현장실습대책회의)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인권위 공동행동)은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 내용을 3주간 제보를 받았습니다.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의 사례는 비단 일터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교무실이나 학교에 학생이름까지 쓴 취업률 표가 게시되어 있었고, 현장 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과 학부모에게 양심에 반하는 서약서를 쓰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취업률 게시라는 차별적 문화는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상시적인 인격모독을 감내하는 압박으로 작용하였을 것이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서약서가 기본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양심에 반하는 서명을 강요하였으며 이는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간 사업장에 문제가 있더라도 “사규를 엄수”할 것을 강요하는 효과, “근무 장소 무단이탈” 불가, 학교가 현장십습 협약 당사자 이면서도 “안전사고에 대하여도 학교 측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게 함으로써 어떤 인권 침해적 상황에서도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했습니다.
현장실습대책회의와 인권위 공동행동은 현장실습제도와 관련하여 취업률와 연관된 다양한 인권침해의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청소년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근본적 검토와 의견 표명, 정책권고 등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죽음의 현장 실습 강요하는 학교 행태 중단하라!
우리는 기억한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 한복판에 삶이 아니라 죽음을 강요받았던 현장실습생을. 그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LB휴넷)의 상담원으로 일하며 온갖 모욕과 인권침해를 견디지 못해 죽었다. 그의 죽음으로 우리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가 ‘노동에 대한 실습’이 아니라 ‘착취당하는 경험’을 쌓는 제도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의 죽음 이전에도 숱하게 많은 현장실습노동자들이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으로 죽었다. 학교에서 취업률 향상만을 주입받은 현장실습생들은 나중에 들어올 후배들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뭔가 잘못 됐다 느껴도 항의 한번 하지 못했다. 학교는 학생들을 노동시장에 넘기는 인력파견 업소가 되어 가고 있다. 기업은 학생들은 낮은 임금으로 쉽게 노동인력을 공급받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
시민의 힘으로 불의한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만천하에 알린 것처럼, 학교와 일터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피어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사회구성원의 요구와 실천, 국가권력의 강력한 의지와 집행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LG유플러스고객센터특성화고현장실습생사망사건대책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일상적 인권침해에 대해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우리는 우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 내용을 3주간 제보를 받았다.
결과는 뻔했다. 산업체만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인권침해를 받고 있었다. 학교는 취업률 게시(교실 및 교외)로 미취업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며 교육권을 침해했으며, 서약서를 강요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실습 나간 사업장에서의 인권 침해를 학생들이 수용하게 하는 압박으로 작용하여 그들의 노동권 침해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를 지도감독 해야 할 교육부나 전국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인권침해를 조장했다.
우리는 오늘 학교에서 벌어지는 취업률 게시와 서약서 강요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하지만 이를 양산하는 것은 현장실습제도다. 현장실습생 제도는 죽음을 부르는 제도다. 교육의 이름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그동안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교는 현장실습생을 애매한 과도기 존재로 규정하며 인권의 보편성보다는 권리를 제한할 특수성의 이유를 강조하였다. 이제라도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집행이 필요하다.
그 첫발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와 활동, 권고가 되리라 믿는다. 먼저 학교에서 벌어지는 서약서와 취업률 게시가 가져오는 인권침해에 대해 분명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계기로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우선 중단을 포함한 근본적 재검토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 표명이 이어지를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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