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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2. VOD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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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2. VOD 사건

익명 (미확인) | 수, 2015/06/03- 16:59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두 번째 판례: VOD 사건 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개요

2005년 상반기에 검찰은 네이버(Naver), 다음(Daum), 네이트(Nate), 야후(Yahoo)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그동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VOD(Video on Demand)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VOD를 제작한 자와 그리고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VOD를 포털사이트 이용자에게 서비스한 포털사이트의 대표 및 실무자에 대해서 당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65조 제1항 제2호2)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음란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이러한 검찰의 기소와 관련하여, 법원은 VOD 제작자에 대해서 제1심3) 및 항소심4)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즉 음란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2008년 3월 VOD 제작자에 대한 이 사건 상고심재판에서,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쟁점 및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표현물이나 정보의 ‘음란성’ 여부에 관한 종국적인 판단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음란’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표현물의 음란성 여부도 종국적으로는 법원이 이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불법표현물 내지 불법정보로서의 음란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주체는 법원임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은 기존부터 정립되어 온 법리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판시를 한 이유는 다음 쟁점 때문이다.

둘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와 음란성에 관한 사법적 판단과의 관계이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의 경우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이미 ‘18세 관람가’로 판정을 받은 비디오물을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사후 형사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법원이 음란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원이 영화나 비디오물 등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참작사유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8세 관람가로 등급분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영화나 비디오물 등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된다거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판단에 법원이 기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이 법원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셋째, 음란성 판단기준에 관한 문제이다. 사안에서 문제가 된 VOD가 정보통신망법상 금지되는 음란정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음란성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즉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것이고,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존에 대법원이 유지해 왔던 음란성 판단기준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음란성 판단기준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넷째,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과연 다른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비디오물의 내용을 편집·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경우, 동영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행위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 빠뜨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그 비디오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판단기준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하급심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3.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상에서의 음란물 규제원리와 기준을 제시한 매우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표현물 특히 음란물에 대한 국가의 통제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논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디오물의 심의 및 등급분류기능을 담당하는 ‘법정’심의‧등급분류기관으로서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관람가’로 판정한 비디오물을 내용의 편집이나 변경없이 다시 VOD의 형태로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유통하는 경우, 과연 음란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할까라는 의문을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문과 관련하여 특히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갖는 의미는 위에서 소개한 네 가지 쟁점과 내용 중에서 세 번째 및 네 번째 쟁점과 내용들을 통해서 드러난다.

우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음란성 판단기준을 종전의 보수적인 입장과는 달리 좀 완화시키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아래의 표를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판례 판결비교_황성기

우리 대법원은 그동안 오프라인에 적용해 왔던 보수적인 음란성 판단기준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원용함으로써, 음란성 판단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어느 미술교사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신의 미술작품, 사진 및 동영상의 일부에 대하여 음란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된 판결인 위 표의 2003도2911판결5)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음란성에 관한 우리 법원의 이러한 보수적인 입장에서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맥락에서 비판적 견해가 많이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VOD판결에서 대법원이 음란성 판단기준을 제시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한 것은 음란성 판단기준에 있어서의 기존의 보수성을 극복할 수 있는 나름대로 진일보한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과연 다른가의 문제이다. VOD 제작자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내렸던 제1심과 항소심은 ‘음란성 그 자체의 판단기준의 문제’와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동의 결과, 하급심 판결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은 차이가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 다음,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을 더 강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은 “비디오물의 내용을 편집·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경우, ‧‧‧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그 비디오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면서 하급심 판결들의 오류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도, 음란성 그 자체의 판단‘기준’의 문제와 유해정보로부터의 청소년의 보호‘방법’의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왜 이 문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표현물을 통제하는 장치의 작동기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중요한 헌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위에서 설명하였다시피, 이 판결에서 다루고 있는 VOD의 ‘음란성’ 판단기준은 불법표현물 규제시스템의 일 내용으로서 형사법적 통제장치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현물의 ‘음란성’에 대한 판단은 당해 표현물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정보 그 자체’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인인증절차 등과 같이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당해 표현물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정보 그 자체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유해표현물 규제시스템의 일 내용으로서 구체적인 ‘접근통제방법’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의 문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두 문제는 서로 차원이 다른 영역의 것들로서, 이것을 혼동해 버리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만약 후자의 문제를 전자의 문제에 개입시키게 되면, 즉 성인인증절차 등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방법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음란성 판단기준을 강화시켜 버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성인의 알권리를 청소년의 알권리의 수준으로 낮추게 되어 헌법상 성인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이것은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문제는 헌법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하급심은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방법론적 오류를 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표현물 규제에 관한 헌법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이러한 하급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일한 표현물에 대한 음란성 판단기준을 당해 표현물이 온라인에서 유통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화시키는 접근방법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청소년보호를 위한 매체나 콘텐츠 규제시 적용되어야 하는 중요한 명제인 ‘불법콘텐츠와 청소년유해콘텐츠의 구분명제(불법 및 유해 구분명제)’로 일반화할 수 있다. 불법콘텐츠(illegal content)는 불법정보 내지 불법표현물로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에 대한 유통도 금지된다. 결과적으로 불법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인의 접근 및 이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콘텐츠는 ‘금지의 대상’이다. 반면에 청소년유해콘텐츠(harmful content)는 청소년유해정보 내지 청소년유해표현물로서 성인에 대한 유통은 허용되지만 청소년에 대한 유통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인의 접근 및 이용은 허용되지만 청소년의 접근 및 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소년유해콘텐츠는 ‘관리의 대상’이다. 청소년유해콘텐츠 규제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현행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불법콘텐츠와 청소년유해콘텐츠의 차이로 인하여, 불법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이 도출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규제가 분리되지 않고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인의 알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헌법에 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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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8. 3. 13. 2006도3558,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2)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원래 이 조항은 원래 사이버공간에서의 음란물에 관한 대표적인 규제근거조항이었던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전기통신역무이용음란죄]가 2001년 1월 16일 법률 제6,360호로 공포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로 흡수된 것이고,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는 삭제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는 현재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에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 26. 2005고단1599,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6. 2006노43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5) 예컨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진 중의 일부는 본인과 만삭의 부인이 전라의 형태로 서 있는 전면누드를 촬영한 것이다. 대법원 2005. 7. 22. 2003도2911,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변경된 죄명 : 전기통신기본법위반)·전기통신기본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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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여·야간 특수활동비 개선 여부를 두고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국회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산재해 있고, 당장 며칠 뒤부터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는 그 업무마저 정지되었을 정도다. 특수활동비는 지금처럼 정치영역에서 논쟁 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또한 최근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사용 의혹과 비리가 연달아 발견되어 왔기 때문이다.


위 사진:(출처: 국민TV)


특수활동비가 뭐길래 


특수활동비 개선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 공개와 개선에 반대하고 있다. 그 명분은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감사원, 국회, 헌법재판소 등 정보기관과 수사기관, 헌법기관에 편성되는 특수활동비가 세세하게 공개되고 그로 인해 사용이 제한될 경우에는 국가안보가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을 위해 고위 공직자들이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그간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으로 특수활동비 사용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기관 전체 약 8800억 원의 특수활동비 예산 중 절반이 넘는 약 47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적절하게 쓰이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특수활동비에 관한 입장 차이 같지만, 이 문제는 사실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 논쟁이 안보와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이 알 권리와 충돌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결국, 가치의 문제라고 할 때 이들 가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보고자 한다. 논의가 혼탁할 때는 결국, 본질을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 명확함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효율성 VS 알 권리?


우선 국가안보는 국가 안전보장(安全保障, national security)을 줄인 흔히 쓰이는 개념이다. 국가가 외부의 위협과 불안에 대해 안녕이 보장되고 대응이 준비된 상태를 말한다. 근대국민국가가 들어서고 국경이 존재한 이래, 모든 국가들에 외부의 위협은 항시적인 것이었다. 결국, 안보는 달성 가능한 완료상태나 객관적 도달지점이 아닌 항시적으로 지속되는 정부의 행위이며 주관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범위나 행위 또한 역사적으로, 시기적으로, 또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전 세계, 특히 북미와 서유럽에 위치한 선진국들의 안보 조건은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으로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이 두 국가 각각의 북쪽과 남쪽 국경은 휴전선이다. 또한 한국의 산업기밀을 외국(특히 중국)으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들의 활동 또한 지속적인 안보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활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이런 중요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증빙 없는 예산의 지출도 가능하다. 단, 조건은 이런 안보활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한 원칙으로 두고 내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국민들이 정보기관을 신뢰하는 한에서 그렇다.


다음으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고 있는 행정 및 의정의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이란 것은 경제적 개념이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과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말은 곧잘 생산성(生產性, productivity), 경제성(經濟性, economic efficiency)과 같은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경찰과 검찰, 감사원 같은 치안과 수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성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사과정에 긴급하게 필요한 지출을 증빙하지 않도록 하는데, 이런 증빙이 필요할 경우 증빙 절차에 따른 행정력과 시간이 등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경우에는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장, 부의장, 교섭단체장, 각 상임위장을 맡는 의원들에게 지급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의 명목은 분명 의정활동의 효율성일 것이다. 국회 내의 치열하고 분분한 쟁점들을 원활하게 조율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국회 외부의 자원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일을 정해진 회기와 멀게는 임기 내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부터 국회의원에 이르는 공직자들에게는 이런 효율성이 중요하다. 단, 조건은 이런 특수활동비가 공직자들의 당연한 특권으로 머물거나 개인적인 편의, 유흥, 또는 어떤 형태의 경제적 이득으로 유용되지 않는 한에서 그렇다.


반면 앞서 설명한 가치들과 대립하고 있는 알 권리(right to know)는 (정치적)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이다.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인 까닭은 시민으로서 개인이 정부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면 자유로운 옹호와 반대, 비판, 대안제시 등의 의견개진과 함께 넓게는 이런 정치적인 결단에 따른 결사 또한 금지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알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특수활동비는 국가구성원 각 개인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가 안보와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합의에 의해 알 권리라는 보편적 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권을 제한하는 것의 정당성이란 것은 앞서 이야기한 가치에 달라붙어 있는 조건들을 충족하는 것에 있다.



특수활동비, 알 권리를 요구하자


하지만 이런 안보와 효율성이 용인되는 조건으로서 정당성들은 일찍이 무너졌다는 걸 국민 모두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2년 대선개입과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내국인 사찰의혹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하지 못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 간부들에게 나름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올해 홍준표 경남도지사, 신계륜 의원 등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수활동비가 공직자 개인에게 부여되는 당연한 특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최소한 특수활동비 제도 정비를 위해 일시적으로라도 특수활동비에 대한 우리의 알 권리를 다시 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성국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


*이 칼럼은 2015년 9월 2일자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 게재되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수, 2015/09/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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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핵실험 실태를 폭로했던 모데르차이 바누누(Mordechai Vanunu)가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는 이유로 11일 가택연금에 처해진 것은 가혹한 보복성 판결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예루살렘 법원은 바누누가 9월 4일 이스라엘 방송사 채널2와 인터뷰를 나눈 것과 관련해 9월 10일 일주일간의 가택 연금에 처해진 것에 불복하고 제기한 항소를 11일 기각했다. 또한 바누누가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기자와 접촉하는 것 역시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필립 루서(Philip Luther)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모르데차이 바누누에게 가해진 금지 처분은 가혹한 보복성 처벌”이라며 “최근 바누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 것은 바누누가 1986년 사건으로 18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며 이미 큰 대가를 치렀음에도 지금까지도 처벌을 고집하며 본보기로 삼겠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바누누에게 더 이상의 처벌을 가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누누가 폭로했던 정보는 이제 거의 30년 전의 것으로, 이미 유효한 기간을 훨씬 넘긴 상태”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모르데차이 바누누를 표현의 자유를 평화적으로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빼앗긴 양심수로 간주한다.

바누누는 지난 1986년 영국 신문사 선데이타임즈(The Sunday Times)에 이스라엘의 핵실험 실태를 폭로했다가 독방 구금 11년을 포함, 18년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Mossad)는 바누누가 해당 내용을 폭로하자 이탈리아에서 그를 납치해 장기간 비밀 구금하기도 했다.

바누누는 2004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지만 그의 시련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국 대사관 주변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용이나 외국인과의 대화도 금지되는 등 군이 부과하는 불필요한 보복성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 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국내 언론사 기자와 대화하는 것은 금지사항이 아니었다. 바누누 측 변호인은 해당 인터뷰가 이스라엘 군 검열관에게 사전 승인을 받은 것으로, 바누누의 석방 조건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채널2 측은 정보 제공자 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중으로, 바누누와 나눈 인터뷰 영상의 편집되지 않은 원본을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배경정보

모르데차이 바누누는 2004년 형기를 마친 이후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를 모두 묵살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대법원은 영국에서 공익제보자를 주제로 열린 국제앰네스티 행사에 참여하고, 의원 54명의 초청을 받은 영국 의회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바누누의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바누누 측 변호인의 청원서를 기각한 바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위반했다며 유죄를 선고 받고 3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영어전문 보기

Israel: ‘Vindictive’ ruling keeps whistle-blower Vanunu under house arrest

Today’s court decision to keep Israeli nuclear whistle-blower Mordechai Vanunu under house arrest for giving a media interview is vindictive and heavy-handed, Amnesty International said.

The Jerusalem district court turned down his appeal against a week of house arrest imposed yesterday in connection with an interview he gave to Israeli broadcaster Channel 2 on 4 September. The sentence also prohibits him from using the internet or speaking to any journalists.

“The restrictions on Mordechai Vanunu are punitive and vindictive,” said Philip Luther,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Director at Amnesty International.

“The latest attacks on Vanunu’s freedom are just one more example of the Israeli authorities’ determination to continue to exact retribution and make an example of him for what he did in 1986 and for which he paid the high price of 18 years in prison.

“Punishing him further now does nothing to protect Israel’s national security – any information he disclosed almost three decades ago is by now way past its sell-by date.”

Amnesty International considers Mordechai Vanunu to be a prisoner of conscience, deprived of his liberty solely for peacefully exercising his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He previously spent 18 years in prison, including 11 years in solitary confinement, for revealing details of Israel’s nuclear arsenal to the British newspaper The Sunday Times in 1986. Following that disclosure, agents from Israel’s intelligence agency Mossad abducted him in Italy and held him in prolonged secret detention.

Though Mordechai Vanunu was released in 2004 after serving his sentence, his ordeal continues today. He remains subjected to military orders that impose punitive and unnecessary restrictions, including bans on foreign travel or going near foreign embassies, as well as restrictions on his internet use and communications with foreigners.

But, until his arrest this week, he had not been barred from speaking to Israeli journalists. Vanunu’s lawyers say that he did not breach his release conditions – the interview was given prior approval by an Israeli military censor.

Channel 2 is apparently standing fast to the principle of protecting their sources and has refused to give police the unedited footage of their recent interview with Mordechai Vanunu.

Background

Since Mordechai Vanunu’s release from prison in 2004, Israel’s Supreme Court has repeatedly quashed his attempts to be able to exercise his rights to freedom of expression, assembly and association.

Last year, for example, the Supreme Court denied a petition from his lawyers to lift his travel ban so he could participate in an Amnesty International event on whistle-blowers in the UK and attend an event at the UK parliament to which he was invited by 54 members of parliament.

In 2010 he was imprisoned for three months after being convicted of breaching his restrictions by speaking to foreigners and attempting to attend Christmas Mass in Bethlehem.


월, 2015/09/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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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민 1/5의 신원을 영장 없이 ‘터는’ 나라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목욕탕에 불이 났다.

목욕탕에서 뛰어나오는 사람들은 온몸이 다 드러나더라도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왜 그럴까. 알몸이 드러나더라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 얼굴 소녀 금지 반대 그만

 

경찰, 영장 없이 매년 국민 1/5 신원 확인 

‘그냥 얼굴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 목욕탕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얼굴만 가린 사람의 손을 경찰이 강제로 치운다면? 이런 일을 어떤 절차도 요건도 갖추지 않고 벌어진다면? 하지만 이렇게 상식에 반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천만 번 이상 일어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알아야 할 때가 있다. 피의자의 통신내역에 떠 있는 전화번호 소유주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은 수사상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때 통신자 신원확인(통신자료제공)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통신자 신원확인이 절차도 없고 요건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년 전체 국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의 신원을 경찰은 아무렇지 않게 확인하고 있다.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이제 ‘전화번호’은 중요한 프라이버시 대상   

통신자 신원확인 제도는 1983년에 만들어졌다. 이때엔 우리 동네에 전화가 몇 대 없었다. 우리가 서울에 전화하고 싶으면 이웃집에 뛰어가서 전화했고, 누군가 나에게 전화하겠다고 하면 이웃집 전화번호를 그 사람에게 알려줬어야 했다. 이웃집 전화번호는 우리 동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 이웃집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집의 전화번호는 이미 전화번호부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된 정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런 절차나 요건없이 통신자 신원확인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전화번호 특히 휴대폰 전화번호는 매우 중요한 프라이버시 보호 대상이다. 휴대폰은 자신의 일부분처럼 소유자를 따라다닌다. 휴대폰 번호는 소유자와의 즉각적인 통화를 가능케 하는 키 데이터(key data)가 되었다. 물론 전화가 오면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수화음을 듣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인다.

2014년 7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2014년 7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오늘날, 휴대폰 번호는 주민등록번호만큼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 않는 민감한 정보가 됐다. 오죽하면 지누션이 ‘전화번호’라는 노래를 히트시켰겠는가.

“그대의 이름도 성도 난 필요 없소. 하지만 정말 나 원하는 게 하나 있소. 네 전화번호 (내가 원하는 건) 네 전화번호.”

 

통신자 신원조회, 이제 바꿔야 할 때 

이제는 정말 새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한번 논리적으로 따져보자.

 

(1) 통신내역 확인(통신사실 확인자료) = 법원 영장 필요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수사대상으로 정한 후에 그 사람의 통신 내역(통신사실 확인자료)을 얻으려면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통신비밀보호법). 그만큼 통신 내역은 프라이버시로 보호가 된다.

영장 없는 통신 검열

(2) 통신자 신원확인(통신자료 제공)  = 경찰 맘대로? 

그런데 거꾸로, 수사기관이 익명의 통신 내역은 아는데 그 통신을 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 어떤 절차도 요건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통신사에 신청해서 알아내면 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정인의 통신 내역을 알아내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거꾸로) 어떤 통신 내역의 당사자를 알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 그게 현재의 제도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A와 B가 언제 통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 절차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절차, 요건도 없이 경찰 맘대로?

어떤 절차, 요건도 없이 경찰 맘대로? (이미지 제공: 진보넷)

 

통신자 신원조회 = 통신 ‘불심검문’ 

익명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 중 하나가 불심검문이다. 불심검문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불심검문 대상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경찰관직무집행법).

불심검문이 오프라인상의 신원확인이라면 통신자료 제공은 온라인상의 신원확인이다. 그런데 현재의 통신자료 제공(통신자 신원확인)은 어떤가. 아무런 요건이 없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온라인 통신 당사자에 대해 불심검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의 비밀이 통신 내용에 대한 프라이버시라면 익명권은 신원에 대한 프라이버시이며, 두 가지 프라이버시 침해 모두 비슷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무..무섭잖아!

무…무섭잖아!

 

피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위해? 

수사기관은 영장 등 절차를 거쳐 신원확인을 하면 신원이 확인된 사람에게 왜 신원을 확인했는지 알려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 신원과 피의사실을 알려줄 수밖에 없어 결국, 피의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영장 없는 통신자 신원확인을 거부하여 이들 서비스 이용자들의 신원확인은 영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어차피 이용자에게 통지되고 있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사업자에게만 영장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우선 신원확인을 받는 사람에게라도 우선 통지해주어야 한다.

그뿐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제3자나 증인에게 피의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일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당장 이메일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피의사실과 피의자 아이디가 기재된 영장이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에게 제시된다. 이메일 서비스제공자는 자신의 고객 중에 누가 무슨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지 알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은 이렇게 묻는다.

‘박경신 교수가 피의자라면, 박 교수가 특정한 범죄로 수사받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냐?’

나는 수사기관에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나와 통화한 사람 모두의 신원을 어떤 절차와 요건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문제가 아니냐고 말이다.

전화 스마트폰

 

한국의 무차별 신원확인, 미국의 50배

한국의 통신자료 제공 건수(=통신자 신원확인)는 2013년 957만4천 계정에 달한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발표 자료). 같은 해 미국의 통신자 신원확인은 최대로 추정해 보아도 1백만 계정이 되지 않는다. 인구대비 미국의 약 50배이다.

내가 만약 피싱범이고, 수사에 꼭 필요한 사람만 신원확인을 했다면, 그 과정에서 내 수사사실이 그들에게 알려진다고 해도 나는 전혀 피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내가 피싱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의 통화상대방들에 신원확인이 한정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내가 단순히 누군가와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대방에게 내 수사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수사기관이 진정으로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싶다면, 피의자와 통화한 통신자 신원확인을 어떻게 줄일 지 고민해야 한다.

익명으로 통신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통신은 위험한 일이 아니다. 통신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영장 없이 손쉽게 신원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국기기관이 이를 오히려 침해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매년 대한민국 국민의 1/5을 ‘터는’ 통신자 신원확인, 20대 국회에서는 꼭 바꿔보자!

체인지 변화 미래

영장 없는 무차별 통신자 신원확인, 이제는 바꿀 때다.

 

[미국 통신자 신원확인 규모 산출 방법]

(1)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 

행정명령(subpoena)에 의한 신원확인 164,184건. 투명성보고서 설명에 따르면 행정명령 1건은 보통 1 계정의 소유자 신원정보임. 버라이즌의 이동통신사 시장점유율이 대략 30%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이통사들의 통신자 신원확인은 약 50만 건으로 추산됨.

버라이즌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는 유선전화에 대한 신원정보확인건도 모두 포함하고 있음. 버라이즌의 유선전화시장 점유율 역시 30%인 것음 감안하면 유선전화에 대해서는 별도 추계를 하지 않기로 함.(25쪽)

(2)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

그 형태가 다양하나 이용자 신원확인이 가장 필요한 곳은 각각 이메일과 SNS일 것으로 보임.

구글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7,000건의 행정명령이 있었음. 구글이 이메일 시장에서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체 이메일서비스업자들의 이용자 신원확인은 연간 약 10만 건으로 추산됨.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Remy Bergsma, 「2013 Email client market share infographic posted by Litmus」참조)

페이스북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24,000건의 이용자 정보 요청이 있었음. 여기에는 여러 다른 정보도 있겠지만, 모두 이용자 신원확인으로 간주하면 24,000건. 페이스북이 SNS시장에서 가진 점유율에 비추어보면 전체 SNS 시장에서의 이용자 신원확인은 최대 약 5만 건으로 추산됨.

(3) 브로드밴드업자들케이블인터넷업자들

이들도 이용자 신원확인을 하고 있음. 유선인터넷 업계 전체에서 50%를 점유하고 있는 컴캐스트의 투명성 보고서를 보면 2013년에 1년에 2만 건 정도의 행정명령이 있었음. 이 행정명령 전체를 이용자 신원정보로 간주할 때 그 최대치를 5만 건으로 잡을 수 있음(컴캐스트의 시장점유율은 링크 1. 링크 2. 를 참조).

(4) 결론

2013년 미국 전체에 대한 이용자 신원확인 계정 수는 60만 건. 여기에 분야별 하위업체들에 대한 이용자 신원확인 건수가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을 대비하여 최대 1백만 건으로 추산. 이는 미국 내에서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회사들의 정보제공 요청 건수를 모두 합하여 보여주는 ‘transparency reports’가 제시하는 전체 숫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2013년 약 70만 건).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였습니다. (2016.06.14.)

수, 2016/06/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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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연아’ 이후에도 변함없는 대한민국

[유엔 자유권 권고 짚어보기⑤] 박대성, 홍가혜, 박정근, 차경윤의 시간들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22일~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9년간 한국의 전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 실태를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아래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은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자유권 규약 이행에 대해 심의하고 지난 11월 5일 최종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유엔에서 내린 권고는 국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는 어떠할까요?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6회에 걸쳐 유엔 자유권 권고를 짚어보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회피 연아’ 올렸다고 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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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회피연아’.
ⓒ 화면캡처 관련사진보기

 

“2010년 12월 전기통신기본법 47조의 허위사실유포죄가 위헌판정을 받았는데도 계속 온라인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죄를 개정할 의사는 없는가.” (대한민국 쟁점목록 23번, 이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으로 치러진 역사상 유일무이한 재판이 바로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한 형사재판이었다. 필자가 형사재판과 위헌소송에서 참고인진술을 했는데 “유언비어유포죄같은 것은 유신 때나 짐바브웨 같은 곳에만 있는 것”이라고 증언하자 “감히 우리나라를 짐바브웨에 비교한다”며 붉으락 푸르락 하던 공판검사가 기억난다. 재판실황을 담은 2009년 4월 연합뉴스 기사가 이상하게 접속이 안 된다.)

“[명예훼손 비형사와 관련되어] 징역형은 절대로 명예훼손에 대해 적절한 벌이 될 수 없다… 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를 비판하는 언사가 허위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는가? (샤니(Shany) 위원 10월23일 질문. 홍가혜씨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의 변호와 사단법인 오픈넷의 소송지원 속에서 102일 동안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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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2월 2일 목포지법 형사 2단독 장정환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홍가혜씨와 양홍석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국가보안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재판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충돌한다. 우리 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의거하여 북한정부 트위터 계정의 정보를 배포했다고 해서 처벌당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샤니(Shany) 위원 10월23일, 박정근씨도 100일을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다. 필자가 형사재판에서 참고인진술을 할 때 검찰이 6백 개 정도의 북을 조롱하는 트윗은 백안시하고 2백여 개의 북한 정부 계정 리트윗만으로 박정근씨를 기소한 것에 대해 “모나리자의 얼굴을 가리고 ‘얼굴없는 괴물’이라고 공격하는 꼴”이라고 진술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감청 및 통신부대정보(예를 들어, 통신자 신원정보) 취득은 법원의 동의 하에서만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상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통신가입자 신원정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왜 이행되고 있지 않는가?” (이와사와(Iwasawa) 위원, 10월22일. 차경윤씨는 ‘회피연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신원이 수사기관에 공개되어 경찰수사를 받기까지 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영장없는 공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2012년 10월 모든 포털들은 영장없는 정보제공을 중단했다.)

 

대한민국은 여러 국제인권협약들의 당사국이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시민정치적권리에 대한 규약(소위 ‘자유권규약’)이다.

UN인권위원회는 이 규약을 각 당사국이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 권고를 내리는 정기심사를 4~5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심사를 받는 해였고 실제 심사는 지난 10월22일과 23일에 걸쳐 실시되었다. 대한민국이 한번을 빼먹어서 9년 만에 처음하는 것이어서 이제는 한참 잊혀진 MB정부의 추억들 그리고 그 주인공들까지 소환되었다.

이들의 사연이 시간이 이렇게 지난 지금 머나먼 제네바에서 UN인권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몇 명의 법학교수들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의 사연이 불어, 스페인어, 영어, 우리말 4개 국어로 정부대표들과 인권위원들의 헤드셋 너머로 번역되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위의 발언들을 듣는 순간의 감동은 시간이동을 한 듯한 몽롱함과 함께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다.

UN인권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과 관련해서는 보통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주로 거론되는데 이번에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서 강력한 권고를 내렸다. 첫째 진실인 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을 것(형법 307조1항)과 둘째 통신자 신원 파악을 영장없이 할 수 있는 통신자료제공(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UN인권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권위주의 정부들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이용해서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위험 때문에 명예훼손을 비형사화할 것을 권고해왔다. 검찰을 동원하여 정부정책이나 권력자에 대한 비판자를 탄압하는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권고를 거듭하다가 아예 2011년에는 일반논평 34호를 발표하여 모든 UN자유권규약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화를 고려할 것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징역형과 진실에 대한 모든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이후 처음으로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를 준수할 것을 다시 권고한 것이다. 이 권고에 앞서 2008년 이후 <PD수첩> 광우병 보도팀 수사를 필두로 천안함, 세월호, 대통령 가족사 등 공적 사안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입막음한 수많은 사례들이 참여연대에 의해 UN인권위원회에 보고되었었다. 특히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2차례에 걸쳐 발행한 <국민입막음 소송 보고서>가 번역되어 제출되었었다. 또 <프리덤하우스> 조사에서 수년째 OECD국가 중 터키와 멕시코와 함께 유일하게 ‘부분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도 위원들이 알고 있었다.

 

진실 말해도 유죄… 명예훼손죄 이대론 안 된다

특히 이번에 UN인권위원회는 진실명예훼손 폐지에 있어서, 모든 진실명예훼손죄를 면책하지 않고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발설한 진실만을 면책하는 우리나라 형법 307조1항은 불충분함을 확실히 천명하였다. 즉, 진실이라면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처벌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형법 제307조와 제310조와 관련하여, 어떤 상황에서 진실을 말한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는가. 제310조 상의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요건은 너무 협소하다. 공공사업 발주 비리를 폭로한 사업가는 그 폭로가 공익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므로 진실항변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샤니 위원, 10/23) .

실로 가뭄에 단비같은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진실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사례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의 업장 앞에서 임금체불 사실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고, 의약품 대리점이 제약회사들의 갑질을 고발하는 팩스를 언론 등 관련기관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 역시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2013~2014년에는 아파트 노인회 간부가 회원들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하여 동행자가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피해 회원이 인터넷에 당시 상황을 거짓없이 올린 글에 대해서 역시 유죄판결이 내려졌고, 군소기업에서 경리로 일하던 여직원이 고용주의 언어폭력에 못이겨 퇴사하면서 고용주의 만행을 적은 글을 사무실 주변에서 자주 다니던 식당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역시 명예훼손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피켓이나 팩스의 내용, 인터넷글이나 유인물에 어느 것 하나 허위라고 밝혀진 것도 없었고 허위라는 기소도 없었다. 이러한 소소한 일도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해야 하니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국민의 소통은 얼마나 억눌려 있을 것인가. 도대체 진실도 이렇게 처벌할 수 있다면 모든 대화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진실명예훼손죄가 있기는 하지만 타인의 위법행위를 밝히는 진실한 언사나 공무원에 대한 진실한 언사는 면책되며 일반적으로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엄격한 요건이 아니더라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기만 해도 면책이 된다.

제230조의2 제1항 “전조 제1항의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고, 또한 그 목적이 전적으로 공익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의 진부를 판단하여 진실인 것의 증명이 있는 때는 이를 벌하지 아니한다”

제230조의2 제2항 “전항의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소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사람의 범죄행위에 관한 사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로 본다”

제230조의2 제3항 “전조 제1항의 행위가 공무원 또는 공선에 의한 공무원의 후보자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는 경우에는 사실의 진부를 판단하여 진실인 것의 증명이 있는 때에는 이를 벌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11월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이미 명예가 공식적으로 훼손되어 있으므로 이 사실을 밝혔다고 해서 더 훼손되는 명예가 없으므로 무죄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평 교수는 진실을 억제함으로써 지켜지는 명예는 ‘허명’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위선이라고 부른다. 적어도 일본만큼은 했으면 좋겠다.

 

교회 홈페이지도 감청 설비 갖춰야 하나

또 매년 1천만명 넘는 사람들의 신원정보가 법원의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에 넘어가고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와 관련하여 특정전화번호, 계좌번호, 온라인글을 발견하면 계정소유자나 글작성자를 찾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2014년 캐나다 대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나왔듯이 이 절차에서 신원정보만 드러나는 것이지만 ‘누구와 언제 통화를 했다’, ‘누구에게 얼마를 입금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썼다’라는 전제사실이 이미 알려진 사람의 신원정보가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는 마찬가지이다. (A의 신원정보 + A의 통신행위 및 내용)이 원래 영장이 필요하다면 이 두가지를 어느 순서로 받더라도 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익명으로 태어난다. 익명으로 서로 대화할 권리가 있고 원할 때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고 대화를 할 권리가 있다. 수사기관이 신원을 강제로 확인하고자 한다면 영장주의에 따라야 한다. UN인권위원회는 이 원칙이 국제인권법의 일부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지국수사도 남용되지 않도록 원칙을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청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인권위원회가 열린 당시에는 잠잠했던 감청설비의무화 법안이 파리테러 사태 이후 ‘단 하나의 위기도 낭비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인들에 의해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UN인권위원회 권고에서는 빠져 있다. 사실 쟁점목록에도 들어가 있었는데 “현재 진행중인 인권침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판단 하에 로비할 때 중점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듯 하다. 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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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2014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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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서 한마디 붙이자면, 지금 나와 있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을 주창하시는 분들은 “다른 나라들 다 하는데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시는데 다른 나라들은 SK, KT같이 국가의 특허를 받은 망사업자들에게만 설비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Daum, 네이버, 카카오톡 같이 망 위에서 자유롭게 제공되는 서비스에게 설비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지금 감청설비의무화법안들이 바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것들 중 하나가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회홈피, 학교홈피, 동창회홈피들도 한발짝만 더 나가면 다 감청설비의무 갖춰야 하는 가공할 상황이 다가온다.

사실확인하는 김에 하나만 더. 법무부가 10월22일 대한민국 심사 기조연설에서 한국정부의 인권보호노력을 소개하면서 “UN인권최고판무관(UN Office of Higher Commissioner of Human Rights, OHCHR이라고 부름. UN인권위원회, UN인권이사회, 29개의 UN인권특별보고관 등의 총괄적 사무지원을 함)이 발행한 인권매뉴얼이 번역되었다”고 언급했는데 이건 정부가 한 일이 아니다. 평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99명의 판사들의 참여로 발간하였고 발간비용을 대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다.

* 이번 자유권 심의에 참가한 한국 NGO 대표단은 오는 11월 25일(수) 오후 7시,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유엔, 한국 인권에 대해 말하다 – 한국 자유권 대응 시민사회 활동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 편집ㅣ박순옥 기자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5. 11. 23.)

화, 2015/11/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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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통신심의를 통한 웹드라마 심의를 우려한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간 키스장면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3월 22일 열린 통신소위(제21차, 2016. 3. 22.)에서, 네이버 tvcast에서 제공되고 있는 ‘대세는 백합’ 웹드라마에 방송된 동성(여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그 밖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자율규제 권고)’으로 시정요구 결정하였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심의는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때와 같이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차별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며, 위반 규정의 명확한 적시 없이 추상적인 시정요구 권한을 이용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일정한 규율을 압박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다.

이번 심의 건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음을 전제로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의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이성간 키스 장면과 달리 동성간 키스 장면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성 등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기 위원은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고 인정해주는 형식이 되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고려해서 개인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하였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청소년에게 확산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로 발전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하였다.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 심의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2003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된 바 있다. 방심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편 이번 심의는 최초로 방심위가 웹드라마 콘텐츠를 심의한 것이다. 방송 사업자가 아닌 포털이 서비스하고 있는 웹드라마의 경우 현행법상 방송심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로서 ‘통신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스러우나, 딱히 위반되는 통신심의 규정이나 청소년유해물로서의 근거 규정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만으로 웹드라마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정요구를 결정한 것은 결국 방송과 같은 기준과 시각에서 이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방심위가 지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 여고생 간 키스 장면 등을 방송한 이유로 ’경고’ 징계를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심위가 시정요구 규정상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율규제 권고’ 등의 이름으로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내용 규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방심위는 자의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기준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들의 내용을 검열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시정요구 결정을 재고하여야 한다.

 

2016년 3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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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3/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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